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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과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들은 일찍이 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털(CVC)을 통해 스타트업을 육성하며 ‘상생 생태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 혁신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기존 사업과 연계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CVC의 역할은 최근 국내에서도 ‘생산적 금융’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더 주목받고 있다. CVC는 대기업 등이 유망 스타트업·벤처 투자를 위해 설립하는 벤처캐피털(VC)을 말한다. 투자 대상 기업의 성장을 통한 재무적 수익을 목표로 삼는 기존 VC와 달리 CVC는 자사와 연관된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에 보다 주목해 시너지를 내는 경향이 강하다. 대표적인 곳이 구글이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은 CVC인 ‘구글벤처스(GV)’를 운용하며 우버와 에어비앤비, 슬랙, 블루보틀 등 미국 대표 스타트업을 키워냈다. 삼정KPMG 보고서에 따르면 GV가 2009년 설립 이후 2020년까지 투자한 기업은 400여 개에 이른다. GV 투자를 받은 20여 개의 기업이 기업공개(IPO)를 통해 상장했으며, 100개 이상의 기업이 인수합병(M&A)을 통한 출구전략에 성공했다. 투자한 스타트업이 성장 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돕는 ‘인큐베이터’ 역할도 수행한다. GV는 투자 대상 기업을 돕는 전담팀을 운영하며 인재 채용부터 디자인, 엔지니어링, 마케팅 등 사업 전반의 지원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파벳은 GV 외에도 캐피털G(후기 스타트업 투자 전문), 그래디언트 벤처스(인공지능 관련 투자 전문) 등 분야를 세분화해 CVC를 운영 중이다. 삼정KPMG는 “의사결정 속도와 유연성을 높이고 유망 사업 분야를 선제적으로 발굴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아마존도 자체 개발 음성 비서 ‘알렉사’를 고도화하기 위해 약 1억 달러(약 1500억 원) 규모의 CVC ‘알렉사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알렉사펀드는 온도 조절기 제조 업체부터 원격 감지 시스템, 아동용 장난감, 운동 관리, 가정 보안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에 전방위적으로 투자한다. 그리고 이들 스타트업이 개발하는 기술들은 알렉사와 연동돼 아마존이 구상하는 ‘스마트 홈’의 일부로 편입된다. 이 밖에도 대표적인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기업 세일즈포스의 CVC ‘세일즈포스벤처스’는 스노플레이크와 줌, 데이터브릭스, 도큐사인 등 같은 SaaS 스타트업에 전략적으로 투자해 왔다. 지난해 12월 자본시장연구원이 발표한 ‘미국 CVC 제도 및 운용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이제 미국의 CVC는 인공지능(AI) 산업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2024년 4분기 기준 미국의 CVC 투자의 38.1%가 AI 기업에 투자됐다. 한아름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CVC는 경기 침체기에도 장기적 가치가 높은 분야에 투자를 이어갈 수 있다”며 “금리 상승 등으로 VC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도 시장의 유동성을 지탱하는 완충 역할을 수행한다”고 밝혔다.특별취재팀▽ 팀장 조은아 경제부 차장 achim@donga.com▽ 전남 목포·신안=강우석, 경북 구미=신무경경기 오산=이동훈, 베트남 호찌민=주현우서울=전주영 박현익 박종민}
인공지능(AI) 기반 농업테크 기업 에이오팜은 ‘못난이 농산물’을 골라내는 고도의 기술을 자랑한다. 이 기업의 핵심 경쟁력은 투명 선별기다. 농산물을 한 번에 360도로 촬영해 흠집을 잡아낸다. 기존 선별기는 농산물을 굴려가며 하자를 찾기 때문에 고추나 딸기 등 작은 접촉에도 쉽게 상하는 농산물에 사용하기가 어려웠다. 2024년 3월 NH농협은행 등에서 유치한 35억 원이 이 기술을 키운 원동력이 됐다. 에이오팜은 이 자금으로 2년여간 개발에 전념했고 다음 달 투명 선별기를 내놓는다. 곽호재 에이오팜 대표는 “올해 안에 이 기기를 베트남, 북미 등으로 수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래 가치가 높은 산업에 적극 투자하는 혁신 금융이 한국 농업 기업에 흘러들며 농업 테크가 한국 수출 강자로 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모험자본 지원을 받은 농업 테크는 인력과 자본이 부족한 농가에서 생산성과 효율성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간 데이터 기업 다비오도 혁신 금융 산물로 꼽힌다. 다비오는 고해상도 위성 영상과 AI를 융합해 농업, 산림 등 공간을 분석하는 회사다. 2012년 설립돼 세계 최초로 30cm급 초고해상도 위성 영상과 AI 분석 기술을 내놨다. 이 기술로 산림의 개별 나무 상태를 정밀 분석하고 건강도를 평가했다. 이 회사는 2017년 미래에셋-네이버 펀드 등으로부터 25억 원, 2019년 신한캐피탈, NH벤처투자 등으로부터 90억 원을 각각 유치했다. 이를 기반으로 서버와 그래픽처리장치(GPU) 확충, 관련 인력 충원과 연구개발 등 AI 고도화에 활용했다. 덕분에 2019년 베트남 법인, 2022년 미국 법인 등을 설립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컸다. 2024년에는 인도네시아 기업과 서울 면적보다 더 큰 765㎢의 팜유 농장 모니터링 사업에 나섰다. 혁신 금융은 한국 지역의 특화 상품 수출길도 터줬다. 2014년 설립된 제주 아이스크림 및 치즈 제조기업 미스터밀크는 제주산 원유로 만든 우유, 젤라토 등을 판매한다. 민관 합동으로 조성된 농림수산식품 모태펀드 자금을 수혈받아 대량 생산 설비를 확보했다. 중국과 동남아 등으로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2028년까지 기업가치를 550억 원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김관수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농업은 다른 최첨단 산업에 비해 경쟁이 치열하지 않기 때문에 수출하기 좋은 블루오션 산업”이라면서 “제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금 수혈이 늦는 만큼 정부가 주도해 장기적으로 육성을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특별취재팀▽팀장 조은아 경제부 차장 achim@donga.com▽전남 목포·신안=강우석, 경북 구미=신무경경기 오산=이동훈, 베트남 호찌민=주현우서울=전주영 박현익 박종민}

“왼쪽에 있는 도형을 반으로 접으면 몇 번 모양이 될까?”(교사)“모서리 모양을 봤을 때 2번 모양이 될 것 같아요!”(초등학생들) 지난달 26일 오후(현지 시간) 베트남 호찌민 안푸 지역의 한 고급 아파트. 초등학생 민민 양(8)과 뚜언민 군(6)이 베트남인 수학 교사 질문에 큰 소리로 답을 말했다. 아이들 앞에는 영어와 베트남어로 도형의 대칭 원리를 설명한 수학 학습지가 놓여 있었다. 한국 교육업체 대교의 ‘눈높이교육’ 학습지를 베트남 교과 과정에 맞춰 재구성한 교재다. 교사는 숙제를 점검하고 다음 진도를 설명하는 식으로 30분간 수업을 진행했다. 국내에서는 보편화된 학습지 교육 방식이지만 베트남에선 신선하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 베트남에서 가정방문 학습은 통상 1시간 반가량 진행되는 과외 형식이 대부분이다. 한국 학습지 수업은 시간이 짧아 저렴하면서도 비용 대비 학습 효과는 떨어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업을 바라보던 어머니 미하잉 씨(38)는 “아이들은 올 11월에 열릴 경시대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교 눈높이교육이 베트남 가정에 진출할 수 있었던 배경엔 한국 교육 스타트업 ‘야호랩’이 있다. 야호랩은 가정방문 교육 소개 플랫폼 ‘투디’를 통해 한국 교육 콘텐츠를 재구성해 판매한다. 한국 교육 콘텐츠 수출의 교두보인 셈이다. 한국 학습지의 수출 판로를 터준 이 스타트업의 성장 동력은 잠재력을 보고 과감하게 투자한 ‘혁신 금융’이었다.● 혁신 금융 받은 스타트업, ‘K에듀’ 물꼬야호랩은 대교 눈높이교육을 비롯해 한국 미술학원 ‘놀작’과 연계한 미술 교육 등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매달 베트남 가정 약 800곳이 야호랩에서 ‘K에듀’를 경험한다. 소속 교사는 8000명이 넘는다. 이 스타트업은 한국의 높은 교육열로 성장한 K사교육이 학구열이 높은 베트남 시장에서 먹힐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최근 한국 교육서비스업의 수출 실적이 두드러진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교육서비스업 수출은 2021년 290만 달러에서 지난해 3배 이상인 930만 달러로 성장했다. 야호랩은 한국에서 이미 검증된 교육 서비스를 베트남에서 속속 선보이고 있다. 내 아이의 학업 수준을 확인하고 싶은 베트남 학부모 수요를 포착해 한국에 보편화된 수학 경시대회를 열었다. 이 대회는 이제 4000여 명이 참가하는 대회로 커졌다.윤선희 야호랩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리스크를 줄이면서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고 싶은 교육 기업들의 문의가 많다”며 “콘텐츠를 현지 수준에 맞게 가공하는 야호랩의 전문성으로 수출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야호랩은 최근 싱가포르 벤처투자사(VC)로부터 1억 원을 추가로 투자받았다. 야호랩이 한국 교육 콘텐츠 수출의 교두보가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혁신 금융의 지원이 있었다. 2020년 야호랩이 처음 베트남 교육 사업을 구상했을 때만 해도 아이디어는 있었지만 이를 실현할 자금이 없었다. 정책 금융기관에도 손을 벌려 봤지만 국내 사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수차례 거절당했다. 그러다가 국내 벤처투자 회사 더인벤션랩과 한국투자액셀러레이터의 눈에 들어 1억5000만 원을 지원받았다. 김진영 더인벤션랩 대표는 “국내 돌봄 매칭 플랫폼 ‘자란다’에 성공적으로 투자한 경험이 있었던 터라 비슷한 모델을 가진 야호랩에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지난해에는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진흥원, 구글플레이 등이 주관하는 스타트업 스케일업 프로그램에서 1억2000만 원을 수혈받기도 했다. 이렇게 모은 투자금이 총 10억 원가량에 이른다. 우리금융그룹의 창업 지원 프로그램 디노랩에선 베트남의 각종 협회와 학원 관계자들 네트워크를 소개받는 등 비금융적인 지원도 받았다.● 해외 진출 금융사 노하우, 스타트업에 전수국내 스타트업이 해외로 진출할 때 어려움을 겪는 것은 돈 문제만이 아니다. 국내 금융사가 현지 스타트업이 맨땅에 헤딩하지 않도록 네트워크를 제공하고 사업 기회를 만들어준 사례도 있다. 인공지능(AI) 기반 동시통역 서비스 ‘두다지’는 한국 금융사의 컨설팅 덕에 현지에서 한국 수출 기업의 조력자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달 27일 낮 12시 반(현지 시간) 호찌민 타오디엔 지역의 한국식 주꾸미 식당 ‘쭉심’에는 두다지의 AI 동시 통역 애플리케이션 ‘미도’가 깔린 태블릿이 식탁마다 설치돼 있었다. 베트남인 손님 프엉린 씨(33)가 스마트폰 카메라로 태블릿 화면 QR코드를 찍자 채팅방이 열렸다. 린 씨는 이 채팅방에 베트남어로 “철판 주꾸미가 얼마나 맵나” “분량이 여자 셋이 먹기 충분한가” 등을 물었다. 한국인 식당 직원이 채팅방에 한국어로 적은 답은 실시간으로 베트남어로 번역돼 손님의 태블릿 화면에 떠올랐다. 두다지는 10년 전 금융권 최초로 호찌민에 설립된 스타트업 육성 플랫폼 신한퓨처스랩의 도움을 받았다. 두다지 관계자는 “신한퓨처스랩이 현지에서 구축한 현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다양한 기업과 기술 검증을 진행한 덕분에 활로를 넓힐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특별취재팀▽팀장 조은아 경제부 차장 achim@donga.com▽전남 목포·신안=강우석, 경북 구미=신무경경기 오산=이동훈, 베트남 호찌민=주현우서울=전주영 박현익 박종민}

“경북 구미뿐 아니라 경남 창원, 경기 파주에 있는 기업까지 태양광 패널 시공을 늘리고 있습니다.” 지난달 25일 오후 2시 경북 구미시 코오롱인더스트리의 구미1공장에서 만난 이동휘 해줌 에너지사업부문 신사업팀장은 “태양광 에너지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에너지값 상승으로 산업용 전기요금이 오르고 있지만 이 공장은 전기요금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고 있다. 비교적 저렴한 태양광 에너지를 일부 쓰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전력 에너지원별 kWh(킬로와트시)당 구입 단가는 2024년 기준 액화천연가스(LNG)가 175원대이지만 태양광을 포함한 신재생에너지원은 138원대다. 이 공장에서 사용하는 전체 전력 중 태양광 전력 비중은 태양광 패널이 준공된 직후인 올해 1월 1% 수준이었지만 약 3개월 만에 10%가량으로 늘었다. 이 공장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에너지 사업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해줌’은 금융회사들이 신산업에 과감하고 창의적으로 투자하는 ‘혁신 금융’의 지원 덕에 컸다.● 카드회사들, 투자의 공식 바꿔창업한 지 15년도 안 된 해줌은 혁신 금융 자금이 성장 단계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흘러든 덕에 여러 힘든 고비를 넘겼다. 사업 초기였던 2013년 8월부터 정책 금융기관들이 약 66억 원을 대출해 줬다. 발전소 준공까지 필요한 초기 투자 비용은 기술보증기금 기술 평가 기반 보증을 받아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다. 이 자금 덕에 ‘데스 밸리(신생 기업이 자금을 유치하지 못해 맞닥뜨리는 도산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사업 기반을 다지는 시기에는 카드사로부터 기존 대출 관행에서 벗어난 색다른 방식의 투자를 받았다. 2015년 4월, 해줌이 태양광 패널을 아파트 등에 7년간 대여해 주는 사업을 추진했을 때다. 태양광 패널을 대량 설치할 자금이 필요했다. 이 즈음 삼성카드와 신한카드는 해줌에 약 165억 원을 투입했다. 그 대신 카드사들은 해줌의 태양광 패널을 이용하는 기업 혹은 고객에게 이용료를 받기로 했다. 7년에 걸쳐 받는 방식이었다. 권오현 해줌 대표는 “당시 금융권에서는 7년간 장기로 나눠 받는 방식이 흔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사업 도약기에도 혁신 금융이 떠받쳐 줬다. 2022년 9월 NH투자증권 등이 110억 원을 투자했다. 그 덕에 해줌은 정보통신기술을 기반으로 재생에너지 전략을 관리하는 가상발전소(VPP) 사업을 키울 수 있었다. 해줌의 VPP 사업 경험은 코오롱인더스트리 구미1공장 태양광 사업 수주를 비롯한 사업 확장에 힘이 되고 있다.● 공장 효율 높이는 AI 스타트업에도 모험 자본 혁신 금융이 키우는 에너지 스타트업들은 기업의 에너지 비용 절감에 도움을 주면서 동시에 석유 및 액화천연가스(LNG)에 지나치게 의존해서 발생하는 리스크를 줄여준다. 2019년 창업한 스타트업 ‘패리티’는 액화수소로 장시간 비행할 수 있는 차세대 정찰·공격용 수소 드론을 개발하고 있다. 액화수소는 기체 수소 대비 저장 밀도가 높아 같은 공간에 더 많은 수소를 담을 수 있어 장시간 운행에 유리하다. 이 회사는 멀티콥터, 수직이착륙기 등 제품군을 확대하려 2024년 IBK기업은행으로부터 130억 원을 투자받았다. 2021년 설립한 수전해 스타트업 ‘아헤스’는 지난달 은행 투자를 받았다. 수전해는 전기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이다. 최근에는 기업 생산비를 아껴주는 다양한 스타트업이 모험 자본을 수혈받고 있다. 2016년 창업한 원프레딕트는 공장을 더욱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발전시키는 인공지능(AI) 솔루션을 제공한다. GS파워 공장 발전기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열이 발생했을 때 이 솔루션이 빠른 해결을 도왔다. 통상 숙련된 전문가들이 현장에 가서 원인을 분석하지만 이 스타트업은 공장 데이터를 분석해 원인을 조사했다. 기술력을 앞세워 산업은행, 신한은행 등에서 투자금 490억 원을 유치했다. 음성 AI 전문 기업 ‘리턴제로’는 기업의 소통 방식을 바꾼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각종 회의의 발언을 텍스트로 전환하는 서비스를 제공해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체 개발한 음성인식 엔진은 1500만 시간이 넘는 한국어 음성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확도를 높인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우리벤처파트너스와 신한벤처투자로부터 50억 원 규모 투자를 받은 바 있다. 김남종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생산적 금융이 주로 투입되는 반도체 등 첨단 산업뿐 아니라 에너지, 인공지능(AI) 등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스타트업에도 생산적 금융이 잘 흘러들어야 선순환이 일어난다”고 조언했다.특별취재팀▽팀장 조은아 경제부 차장 achim@donga.com▽전남 목포·신안=강우석, 경북 구미=신무경경기 오산=이동훈, 베트남 호찌민=주현우서울=전주영 박현익 박종민}

지난달 25일 오후 경북 구미시 코오롱인더스트리 구미1공장 야외 주차장. 7200㎡ 규모의 주차장을 태양광 패널이 빼곡히 덮고 있다. 15도 각도로 하늘을 향한 패널들은 태양 빛으로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차량 위에 그늘막을 만들어줘 여름에는 차를 뜨겁지 않게 하는 효과도 있다. 이곳에서 생산한 전기는 전기차 타이어 등에 쓰이는 슈퍼 섬유 ‘아라미드’ 공정에 투입된다. 주차장뿐 아니라 공장용지 1만4400㎡에 들어선 3405개의 패널은 태양광 신생기업 ‘해줌’이 설치했다. 해줌은 자체 보유한 인공위성 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을 결합해 최적의 설비 규모를 산출했다. 공장의 실제 전력 소비 패턴과 땅 경사도, 옥상 면적, 구미 평균 일조량 등을 정밀하게 분석한 결과다. 이를 통해 공장은 데이터 분석에 기반해 군더더기 없는 설비 투자로 운영 효율을 극대화하고 생산비를 절감할 수 있게 됐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고공 행진하는 가운데 태양광 에너지 등 신재생 에너지를 활용해 생산비를 줄이는 기업들이 있다. 미래 가치에 투자하는 ‘혁신 금융’이 기업의 원가 절감과 탈탄소 경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에너지 비용을 줄여 주는 기업뿐 아니라 공장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인공지능(AI) 서비스 기업, 문서 관리 스타트업 등 기업의 생산비를 아껴주는 신생기업들이 모험 자본의 힘으로 크고 있다.특별취재팀▽팀장 조은아 경제부 차장 achim@donga.com▽전남 목포·신안=강우석, 경북 구미=신무경경기 오산=이동훈, 베트남 호찌민=주현우서울=전주영 박현익 박종민}
혁신 금융 취지의 생산적 금융 정책이 제대로 추진되려면 금융사가 혁신 기업을 선별하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사에서는 생산적 금융 정책에 기여할 때 정당한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어야 기존 대출 관행에 길들여진 조직 문화가 바뀔 것이라고 강조한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금융사가 생산적 금융 전문가를 서둘러 영입하고 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최근 대기업에서 경험을 쌓은 변리사를 영입해 산업 분석과 대출 심사 등을 맡겼다. NH농협은행은 농식품 및 지역특화 산업을 전담하는 심사역을 배치했다. 이들이 전문가 확충에 나선 건 생산적 금융을 제대로 집행하려면 우량한 기업을 골라내야 하기 때문이다. 담보 위주 대출의 경우 담보 평가만 잘하면 됐지만, 생산적 금융의 경우 사업 타당성이나 성장 잠재력을 제대로 평가해 대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러한 검증력을 갖추지 않으면 아무리 생산적이고 혁신적인 취지로 대출을 내줬다고 해도 대출이 막대한 손실로 돌아올 수 있다. 김석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행의 기업 선별 기능이 제대로 작동해야 생산성이 높거나 발전 가능성이 크고, 부도 위험이 낮은 기업에 자금이 지원될 것”이라며 “이 역량이 잘 갖춰지면 자원 배분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한국 경제 전체의 성장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서 생산적 금융 인력은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직원 대부분이 부동산, 신용점수 등 담보에 기반해 대출하는 업무만 해왔다”며 “기업이 지닌 기술, 특정 산업의 성장 잠재력 등을 엄정히 평가하려면 내부 인력 양성과 함께 전문성을 지닌 외부 인력 수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영업 현장에선 생산적 금융에 기여한 직원들이 인센티브를 받는 등 평가 체계도 같이 바뀌어야 조직 문화를 바꿀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예컨대 하나은행은 이런 점을 고려해 연말까지 핵심 첨단산업 기업에 신규 대출을 늘린 지점에 가점을 부여하기로 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직원들이 쉽게 성과를 낼 분야도 있는데 굳이 시간과 비용을 치러가며 혁신 기업을 자발적으로 발굴할 유인이 없다”며 “생산적 금융을 유도할 수 있는 성과 평가 방식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특별취재팀▽팀장 조은아 경제부 차장 achim@donga.com▽전남 목포·신안=강우석, 경북 구미=신무경경기 오산=이동훈, 베트남 호찌민=주현우서울=전주영 박현익 박종민}

“프랑스는 미국과 비교하면 예측 가능성이 높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프랑스의 ‘예측 가능성’을 강조하며 한국 기업들에 투자 확대를 요청했다. 3일 한국경제인협회는 서울 여의도 FKI타워 콘퍼런스센터에서 프랑스경제인협회(MEDEF)와 공동으로 ‘제3차 한-프랑스 경제계 미래 대화’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 폐회식에는 국빈 방한한 마크롱 대통령이 참석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란 전쟁과 미국의 관세 정책 등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통상 현황을 짚으며 “프랑스는 국제법을 준수한다. 관세 정책도 미국과 같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프랑스는 최근 몇 년 동안 근로법을 개정하고 세제를 개편해 왔다. 행정 절차도 간소화했다”며 “기업들이 경영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과 중국 등 초강대국에 의존하지 않는 독립성을 키우기 위해선 한국, 프랑스와 같이 비슷한 입장의 국가가 상호 신뢰하에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탈탄소를 위한 수소 분야에서 현대자동차그룹과 협력하고 있다며 콕 집어 강조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를 통해 한국과 프랑스 경제계는 양국 경제·산업의 ‘교집합’으로 꼽히는 바이오와 탈탄소, AI, 양자컴퓨팅 등 미래 산업 분야에서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행사를 계기로 양국 기업 간 양해각서(MOU) 12건이 체결되는 등 구체적 성과도 쏟아졌다. 이날 행사에 앞서 마크롱 대통령은 김민석 국무총리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수연 네이버 대표, 류진 한경협 회장 등과 비공개 회동도 가졌다. 30분 넘게 진행된 면담에서도 탈탄소와 첨단 기술 분야의 협력에 대한 논의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SK하이닉스가 ‘세계에서 가장 윤리적인 기업(WMEC)’에 2년 연속으로 선정됐다. 1일 SK하이닉스는 글로벌 윤리경영 평가기관 ‘에티스피어’에 의해 2026 WMEC에 선정됐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국내 반도체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WMEC에 선정됐다. 에티스피어는 자체 개발한 윤리 지수를 토대로 매년 WMEC를 선정한다. 참여 기업은 윤리경영 체계와 준법경영 수준을 측정하는 240개 이상의 세부 문항에 대해 입증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이후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단 검증을 거쳐 WMEC를 최종 선정한다. 올해 WMEC에는 전 세계 17개국 40개 산업 분야에서 138개 기업이 선정됐다. 반도체 분야에선 하이닉스를 포함한 5개 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국내 반도체 기업 가운데는 SK하이닉스가 유일하다. SK하이닉스는 협력사 대상 윤리경영 지원 및 관리 영역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우리의 기술과 제품이 세계 메모리 시장을 선도하는 동시에 윤리경영에서도 글로벌 최고 수준의 평가를 받았다”며 “이는 투명한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구성원 한 분 한 분이 현장에서 책임 있게 실천해 온 노력의 결과”라고 밝혔다.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엔비디아가 미국의 맞춤형 반도체 설계 업체 ‘마벨 테크놀로지’(마벨)에 20억 달러(약 3조50억 원)를 투자했다. 인공지능(AI) 연결 측면에서도 엔비디아의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한 투자로 풀이된다.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마벨에 20억 달러를 투자하고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마벨은 광통신 등 연결망 기술을 개발하고 맞춤형 AI 반도체를 설계하는 기업이다. 마벨은 이번 협약을 통해 엔비디아의 ‘AI 가속기’와 ‘AI 무선접속망(RAN)’ 등의 생태계에 합류한다. 먼저 엔비디아의 ‘NV링크 퓨전’ 플랫폼에 마벨의 맞춤형 AI 칩을 연동시킨다. NV링크는 엔비디아의 AI 가속기를 구동하는 전용 통신 규격으로 외부 기업의 AI 칩과 연동이 가능하도록 한다. 이번 협약을 통해 마벨의 AI 칩도 연결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두 회사는 광반도체(실리콘 포토닉스) 기술을 함께 개발할 계획이다. 광반도체는 전자가 아닌 빛을 통해 데이터를 전송하는 기술이다.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어 AI 시대 데이터 병목을 해결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로 꼽힌다. 두 회사는 AI RAN 분야에서도 협력하기로 했다. 5세대(5G), 6세대(6G) 통신망에 AI를 접목해 통신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계획이다.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SK하이닉스가 ‘세계에서 가장 윤리적인 기업(WMEC)’에 2년 연속으로 선정됐다. 1일 SK하이닉스는 글로벌 윤리경영 평가기관 ‘에티스피어’에 의해 2026 WMEC에 선정됐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국내 반도체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WMEC에 선정됐다.에티스피어는 자체 개발한 윤리 지수를 토대로 매년 WMEC를 선정한다. 참여 기업은 윤리경영 체계와 준법경영 수준을 측정하는 240여 개 이상의 세부 문항에 대해 입증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이후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단 검증을 거쳐 WMEC를 최종 선정한다.올해 WMEC에는 전 세계 17개국 40개 산업 분야에서 138개 기업이 선정됐다. 반도체 분야에선 하이닉스를 포함한 5개 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국내 반도체 기업 가운데는 SK하이닉스가 유일하다. SK하이닉스는 협력사 대상 윤리경영 지원 및 관리 영역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우리의 기술과 제품이 세계 메모리 시장을 선도하는 동시에 윤리경영에서도 글로벌 최고 수준의 평가를 받았다”며 “이는 투명한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구성원 한 분 한 분이 현장에서 책임 있게 실천해 온 노력의 결과”라고 밝혔다.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엔비디아가 미국의 맞춤형 반도체 설계 업체 ‘마벨 테크놀로지(마벨)’에 20억 달러(약 3조50억 원)를 투자했다. 인공지능(AI) 연결 측면에서도 엔비디아의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한 투자로 풀이된다.지난달 3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마벨에 20억 달러를 투자하고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마벨은 광통신 등 연결망 기술을 개발하고 맞춤형 AI 반도체를 설계하는 기업이다.마벨은 이번 협약을 통해 엔비디아의 ‘AI가속기’와 ‘AI 무선접속망(RAN)’ 등 생태계에 합류한다. 먼저 엔비디아의 ‘NV링크 퓨전’ 플랫폼에 마벨의 맞춤형 AI칩을 연동시킨다. NV링크는 엔비디아의 AI 가속기를 구동하는 전용 통신 규격으로 외부 기업의 AI칩과 연동이 가능하도록 한다. 이번 협약을 통해 마벨의 AI칩도 연결할 수 있게 됐다.또한 두 회사는 광반도체(실리콘 포토닉스) 기술을 함께 개발할 계획이다. 광반도체는 전자가 아닌 빛을 통해 데이터를 전송하는 기술이다.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어 AI 시대 데이터 병목을 해결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로 꼽힌다. 두 회사는 AI RAN 분야에서도 협력하기로 했다. 5세대(5G), 6세대(6G) 통신망에 AI를 접목해 통신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계획이다.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한화솔루션의 외화 대출에 딸린 재무조건을 지키지 못해 채권자로부터 차입금 조기 회수 유예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솔루션은 최근 차입금 상환 등을 목적으로 유상증자에 나섰다. 1일 한화솔루션이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화솔루션은 유럽 자회사인 ‘Q에너지솔루션즈’의 외화대출 2억1500만 유로(약 3750억 원)를 유동부채(1년 이내에 상환해야 하는 부채)로 분류했다. 이 대출의 만기는 당초 2028년 2월이었다. 그럼에도 한화솔루션이 이를 유동부채로 분류한 건 대출의 조건을 지키지 못 했기 때문이다.공시에 따르면 이 대출에는 한화솔루션의 ‘순차입금’이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의 5배를 넘어선 안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다. 순차입금은 기업이 보유한 총 차입금에서 해당 기업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뺀 지표다. 기업이 지금 당장 상환할 여력이 없는 실질적인 부채를 의미한다. EBITDA는 세금이나 감가상각비 등을 제외하지 않은 영업이익을 뜻한다. 쉽게 말해 한화솔루션이 ‘번 돈’보다 ‘빚’이 5배 더 많으면 대출의 조기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기한이익상실·EOD)이 채권자에게 있었던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한화솔루션의 순차입금은 12조2500억 원으로, EBITDA(4195억 원)의 29.1배였다. 다만 채권자는 EOD 행사를 유예했다. 이 유예 기한이 1년이기 때문에 한화솔루션은 해당 부채를 유동자산으로 분류했다. 한화솔루션은 “해당 차입금 커버넌트(제한조항) 위배가 다른 사채와 차입금의 EOD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공시했다.한화솔루션은 최근 차입금 상환과 신기술 투자 등 목적으로 2조4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한 바 있다. 1조5000억 원은 차입금 상환에 투입하고, 9000억 원은 신기술 연구개발에 투자할 방침이다. 다만 한화솔루션이 1조5000억 원을 차입금 상환에 투입하더라도 여전히 순차입금은 지난해 EBITDA의 25배가량이다. 사업을 통한 수익성이 개선돼야 이 지표를 낮출 수 있다. 한화솔루션은 유상증자를 통한 ‘페로브스카이트 텐덤’ 등 신기술 개발, 북미 태양광 통합 생산단지인 ‘솔라허브’의 하반기(7~12월) 가동 등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해나갈 방침이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한국석유공사가 적기에 우선구매권을 행사하지 않아 동남아 국가로 팔려간 비축유 90만 배럴의 재확보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1일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실이 석유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최근 산유국 정유사 A사에 “제3국에 판매한 것과 같은 양인 90만 배럴의 원유를 한국에 추가 도입하라”고 요구했다. 석유공사 측은 해외로 판매한 공동비축물량 90만 배럴을 국내에 추가 도입하는 것이 계약서상 A사의 의무사항이라고 설명했다. 계약 상 우선구매권의 행사 대상을 ‘석유공사가 대여하는 저장시설의 최대 용량’으로 명시하고 있다는 것. 석유공사는 “공사의 추가 도입 요구에 A사로부터 답변을 수령했다”며 “자세한 내용은 산업부 감사가 진행 중으로 밝힐 수 없다”고 전했다.석유공사는 A사와 ‘국제공동비축 계약’을 맺고 있다. 석유공사가 A사에 200만 배럴 규모의 국내 석유 저장시설을 빌려주고 여기에 A사 소유 원유와 석유제품을 저장하도록 하는 계약이다. 계약에 따라 석유공사는 국내 저장된 A사 원유에 대해 우선구매권을 보유하게 된다. 석유공사 입장에선 이번 이란 전쟁과 같은 비상시에 즉시 활용할 수 있는 국내 비축유의 총량을 늘릴 수 있고, A사 입장에선 한국에 재고를 쌓아두고 아시아 국가들과 거래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하지만 이달 초 A사가 국내에 입고한 공동비축물량 200만 배럴 중 90만 배럴을 동남아 지역에 판매하며 문제가 발생했다. 이란 전쟁으로 원유 수급이 불투명해진 상황임에도 석유공사가 우선구매권을 행사하지 않았고, 그 사이 원유 90만 배럴이 제3국가에 판매됐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대해 석유공사는 당시 A사가 국내 정유사와 200만 배럴의 국내 도입을 협상 중에 있었고, 국내 정유사가 해당 물량을 도입할 경우 우선구매권을 행사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가 있어 굳이 권한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산업통상부는 석유공사가 우선구매권을 행사하지 않았던 과정 등을 감사 중이다.정유업계에선 석유공사와 국제공동비축 계약을 맺은 해외 정유사가 제3국가에 비축물량 판매를 시도할 경우 석유공사에 먼저 통보하는 ‘사전통보의무’가 계약에 명시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공사가 비축물량에 대해 우선구매권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해외 정유사가 비축물량의 제3국가 판매를 시도할 경우 먼저 석유공사에 통보하도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LG그룹 미래 성장 동력의 두 축은 ‘과감한 투자’와 ‘혁신 기술’이다. LG는 구광모 ㈜LG 대표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강조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LG는 AI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그룹 AI 싱크탱크인 ‘LG AI연구원’ 중심으로 투자와 연구를 진행 중이다. LG AI 연구원은 자체 개발 AI 모델인 ‘엑사원’의 연구, AI 응용 연구개발에 집중하며 계열사 난제 해결을 돕고 있다. 다른 산업 분야와의 협업도 늘려 AI 생태계를 확장 중이다.엑사원, 국내 1위 넘어 ‘글로벌’ 조준LG AI연구원은 2025년 12월 세계 최고 수준 성능의 프런티어급 모델 ‘K-엑사원’을 공개했다. ‘K-엑사원’은 236B(2360억 개 파라미터) 규모로 개발됐다.‘K-엑사원’은 오픈 웨이트(가중치 공개) 모델 ‘글로벌 톱 5’를 노릴 수 있는 성능을 달성하며 ‘글로벌 최신 AI 모델 대비 100% 이상’이라는 도전적인 목표를 충족했다. ‘K-엑사원’은 정부 1차 평가 벤치마크 평균 점수에서 미국과 중국의 최신 오픈 웨이트 모델 중 비슷한 규모인 알리바바의 ‘큐웬3 235B’ 대비 104%의 성능, 오픈AI의 ‘GPT-OSS 120B’ 대비 103%의 성능을 보였다.LG는 국가대표 AI를 뽑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의 사업자로 선정돼 타 컨소시엄과 AI 모델 개발 경쟁 중에 있다. 올해 1차 평가 결과에서 13개 벤치마크 중 10개 부문 1위를 달성하는 등 한 발짝 앞서 있다. LG 컨소시엄은 세계 최고 수준의 프런티어 AI 모델 대비 100% 이상의 성능을 내는 ‘K-엑사원’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산업 난제 해결하는 ‘전문가 AI’LG는 세계적인 파트너사와 함께 ‘전문가 AI’를 만들고 있다. LG AI연구원은 런던증권거래소 그룹의 데이터와 뉴스, 공시 자료를 기반으로 투자의 수익률을 예측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엑사원 비즈니스 인텔리전스’를 개발했다. 금융 AI 분야에서 한국과 영국의 첫 협력 사례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 등 각 계열사에서도 엑사원 기반의 AI 서비스를 활용하며 사업적인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바이오에도 AI를 접목하고 있다. ‘엑사원 패스 2.5’는 질병 진단 시간을 2주에서 1분 이내로 단축할 수 있는 정밀 의료 AI 모델로 주요 암종 유전자 변이 예측 정확도를 세계 최고 수준인 76.75%까지 높였다. LG AI연구원은 암을 정복하는 의료 AI 실현을 위해 미국 밴더빌트대학교 메디컬 센터 황태현 교수팀과 협력 중이며 향후 이식 거부, 면역학, 당뇨 등으로 연구 범위를 확장할 계획이다. 유전체 연구에서 세계적 권위를 지닌 미국 잭슨랩과 공동 연구를 통해 알츠하이머 예측 정확도를 92%로 끌어올리기도 했다.AI 인재 양성에도 과감한 투자LG는 LG AI연구원을 중심으로 AI 기초교육부터 석·박사 과정까지 AI 인재 양성을 위해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 올 3월 LG AI대학원은 국내 1호 교육부 공식 인가 사내 대학원으로 출범하며 개원식을 열었다. LG AI대학원은 임직원을 대상으로 코딩 테스트와 AI 모델링 평가 등 선발 전형을 거쳐 석사 과정 11명, 박사 과정 6명의 신입생을 선발했다. 과정은 각각 석사 1년, 박사 3년 이상으로 구성되며 학비는 전액 지원된다. 교육과정은 LG AI연구원의 연구 인프라와 산업 현장 데이터를 활용한 실전형 코스로 설계돼 현장에 투입될 전문가들을 양성한다.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LG전자는 ‘LG클로이드’를 앞세운 홈 로봇 등 피지컬 AI와 핵심 기술경쟁력을 갖춘 AI 데이터센터용 냉난방공조(HVAC)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발굴하고 있다. LG전자는 로봇을 ‘명확한 미래’로 보고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올해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6’에서 선보인 LG클로이드 등 홈 로봇을 통해 가전사업에 피지컬 AI를 더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생활가전 사업의 궁극적 목표인 ‘제로 레이버 홈(노동 없는 가정)’을 구현하는 게 LG전자의 목표다. LG전자는 가전사업을 통해 습득한 집이라는 공간에 대한 이해에 기반해 홈 로봇 고도화를 추진 중이다. 다양하게 구축된 스마트 가전 생태계, 이 과정에서 확보한 고객 생활 데이터 등도 LG전자의 차별화된 경쟁력이다. 휴머노이드 로봇 경쟁의 승부처인 ‘액추에이터’ 시장에도 출사표를 던졌다. 액추에이터는 모터와 감속기, 제어기, 센서 등을 결합해 로봇의 움직임을 만드는 장치다. 로봇의 손가락과 팔다리에 탑재되는 일종의 ‘관절’로 로봇 산업의 핵심 부품이다. LG전자는 CES에서 로봇용 액추에이터 브랜드 ‘악시움’을 공개했다. 외부 기업 수주까지 고려해 생활가전(HS) 사업본부 산하 부품솔루션사업부에서 내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LG전자는 HVAC에서도 미래 사업 기회를 넓히고 있다. AI용 서버 수요가 급증하며 막대한 열을 효율적으로 제어하는 고성능 냉각 시스템도 필수가 됐다. LG전자는 차세대 열관리 솔루션으로 관련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LG전자는 초대형 냉동기 ‘칠러’와 ‘액체냉각솔루션(CDU)’ 등 AI데이터센터 열관리 솔루션을 HVAC 사업의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대표 제품인 칠러는 건물이나 설비의 열을 제어하기 위해 차가운 물을 공급하는 대형 냉각 설비다. 지난해 글로벌 주요 시장의 데이터센터용 칠러 수주 실적은 2024년 대비 3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LG전자는 2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북미 최대 공조전시회 ‘AHR EXPO 2026’에서 AI데이터센터용 CDU도 공개했다. LG전자의 CDU는 금속 재질의 냉각판을 AI칩에 직접 부착하고 냉각수를 냉각판으로 보내 열을 식히는 방식이다. 기존 공기냉각 방식에 비해 설치 공간이 작고 에너지 효율이 높다. LG전자는 컴프레서와 모터를 자체 개발해 생산하고 열교환기와 인버터, 히트펌프 등 HVAC 핵심 기술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연구개발(R&D)을 진행하는 등 핵심 부품 기술력 확보를 통해 HAVC 시장에서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에쓰오일은 1976년 하루 생산능력 9만 배럴의 작은 정유공장으로 국내 정유사 중 가장 늦게 출발했다. 하지만 지금은 하루 66만9000배럴에 달하는 생산능력과 고도화 설비를 갖춘 글로벌 에너지 기업이 됐다. 에쓰오일의 성장 배경에는 발 빠른 설비 투자와 잇따라 대형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과감한 투자전략이 있다. 에쓰오일은 진행 중인 대규모 투자 ‘샤힌 프로젝트’가 석유화학 수요 둔화와 중국의 설비 증설로 인한 공급과잉 등 위기를 겪는 한국 석유화학 산업의 근원 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석유화학 역사상 최대 규모인 9조2580억 원을 투자한 이 프로젝트는 현재 설계·구매·건설(EPC) 전체 공정률이 95%에 달한다.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에 자리 잡은 샤힌 프로젝트 건설 현장에는 대형 타워와 반응기, 가열로, 압축기, 열교환기, 저장탱크와 총 101개의 모듈이 자리를 잡아 이미 공장의 윤곽을 갖춘 상태다. 샤힌 프로젝트는 원유 및 부산물을 전통적인 방식 대비 간소한 분리 및 촉매 기술을 적용했다. 기존 설비 대비 석유화학 원료용 유분의 수율이 3, 4배 뛰어난 최신 공정과 연 180만 t의 에틸렌을 생산할 수 있는 세계 최대 수준의 스팀 크래커 등 고효율 설비를 갖췄다. 아울러 에쓰오일은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 추세와 탄소중립 흐름에서 지속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 최근 10년 동안 14조 원 이상을 투자해 석유화학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1단계 정유·석유화학 복합시설 건설에 5조 원을 투입해 2018년 상업 가동을 시작했고, 2단계 샤힌 프로젝트는 기초소재 산업의 성장에 대비해 석유화학 비중을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 샤힌 프로젝트는 2026년 상반기 기계적 완공 이후 시험 운전을 거쳐 본격 가동될 예정이다. 에틸렌(180만 t), 프로필렌(77만 t), 부타디엔(20만 t), 벤젠(28만 t) 등의 기초 유분을 생산한다. 이 중 에틸렌을 대부분 폴리머 공장에 원료로 투입하고 플라스틱 등 다양한 합성 소재 생산에 사용되는 폴리에틸렌을 자체 생산한다. 에쓰오일은 인근 산단 내 석유화학 다운스트림 업체들에 배관을 통해 안정적으로 제품을 공급할 예정이다. 향후 수입 증가가 예상되는 일본 시장으로의 수출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 아람코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수출 마케팅을 통해 한국이 석유화학 공급망에서 중요한 거점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할 방침이다. 에쓰오일은 “샤힌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해 글로벌 시장에서 회사의 경쟁력을 높일 뿐만 아니라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근원적 경쟁력 제고에도 기여하겠다”고 말했다.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2025년 영업이익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경영 정상화를 공식화한 LG디스플레이가 본격적인 ‘이익 성장기’에 진입했다. LG디스플레이는 정철동 사장이 강조하는 ‘일등 기술’과 ‘인공지능 전환(AX) 기반 원가 혁신’이 올해 재무적 성과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LG디스플레이가 지난해 4년 만에 흑자로 돌아선 것은 일시적 반등이 아닌 체질 개선의 효과라는 것이 업계 평가다. 전체 매출 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제품 비중이 역대 최고 수준인 61%에 달했다. 2020년 32%에 불과했던 OLED 매출 비중을 꾸준히 높여온 결과 현재 매출 절반 이상이 OLED에서 발생한다. 고부가가치 제품인 OLED 제품에 집중해 수익성을 높이는 데 성공한 것. 지난해 4월 대형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을 종료하며 전체 매출이 소폭 감소했는데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조 원 이상 개선된 이유다. 수익 구조 개선의 또 다른 축은 원가 혁신이다. LG디스플레이의 원가 혁신은 전사적인 AX에서 시작된다. LG디스플레이는 패널 설계에 인공지능(AI)을 도입해 설계 정합도를 높이고 1개월가량 걸리던 설계 소요 시간도 8시간으로 줄였다. OLED 제조 공정에 특화된 ‘AI 생산체계’를 자체 개발해 OLED 제조 공정에서 발생 가능한 수많은 이상 원인의 경우의 수를 자동 분석하고 대안까지 제안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LG디스플레이는 “AI 도입으로 품질 개선 소요 시간이 평균 3주에서 2일로 크게 단축됐고 이는 연간 2000억 원 이상의 비용 감축 효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향후 LG디스플레이는 에이전틱 AI를 통한 지능형 자율 공장을 구현할 예정이다. 정 사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2026년은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수익성 중심의 성장을 가시화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사장은 특히 △일등 기술 확보와 △원가 구조 혁신 △전 영역에서 AX 실행 가속화를 3대 축으로 제시했다. 양적 경쟁이 치열해지는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기술 진입장벽’을 높여 후발 주자들과의 격차를 벌리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최근 LG디스플레이는 글로벌 인증기관 ‘UL솔루션즈’로부터 TV와 모니터를 포함한 대형 OLED 패널 전 제품의 휘도(화면 밝기) 유지율이 100%라는 인증을 받았다. AI 시대의 디스플레이는 더 밝고 선명하며 정확한 색을 표현하는 고휘도, 고해상도, 고색재현율 성능이 필수적이다. LG디스플레이는 “휘도 유지율 100% OLED로 AI가 만들어내는 풍부한 시각 정보를 자연스럽고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1차 최고가격 땐 어떻게든 가격을 낮췄지만 이제 더는 못 버팁니다.” 강원도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A 씨가 3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한 말이다. 그는 1차 최고가격제가 시행되기 전인 지난달 7일 L당 1860원, 1930원대에 휘발유와 경유를 들여왔다. 하지만 지난달 13일 1차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L당 1770원, 1750원대에 판매했다. ‘역마진’이었지만 주유소 관련 여론과 사회 분위기를 고려해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격을 내렸다. A 씨는 “2월 수익으로 최근 손해를 버텼다”며 “지난달 27일 2차 석유가격제 시행 이후엔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어 가격을 올렸다”고 말했다. 최고가격제 시행이 3주 차에 접어들면서 개인이 운영하는 자영 주유소가 정유소에서 직접 운영하는 직영 주유소보다 기름값이 오르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기초 체력’이 약한 곳부터 고유가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주유소마다 차이가 나는 가격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 “직영보다 못 낮춰” 가격 올리는 자영31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오피넷)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전국 자영 주유소의 경유 평균 가격은 L당 1878.27원으로, 직영 평균 가격(1773.95원)보다 약 104원 더 비쌌다. 지난달 중순 자영과 직영 차이가 L당 40원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으로 격차가 커졌다. 휘발유 역시 이날 자영 평균 가격(1885.30원)이 직영 평균 가격(1798.39원) 대비 약 86원 비쌌다. 이 역시 가격 차가 20원대에서 더 커지는 추세다. 이날 자영 주유소 사장들은 “더 이상 직영만큼 낮은 가격을 유지하면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주유소가 석유를 판매하며 붙이는 마진에는 카드수수료와 인건비, 공과금 등 다양한 운영 비용이 포함되는데, 최고가격제 시행이 장기화되며 가격 경쟁을 버티는 게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서울에서 자영 주유소를 운영하는 B 씨는 “가격을 아무리 깎아도 직영 주유소보다 더 낮게 가격을 맞출 순 없다. 손님들은 단돈 10원이라도 가격이 낮은 직영으로 몰려가는 상황”이라며 “카드수수료를 내고 직원들 월급이라도 주려면 차라리 판매량을 포기하고 가격을 높이는 게 낫다”고 전했다.● 들쭉날쭉 가격에 커지는 혼선 주유소에 따라 가격 차이가 커지면서 소비자 혼란도 덩달아 늘고 있다. 오피넷에서 가격을 비교해 조금이라도 더 싼 주유소를 찾아가는 것은 물론 10분 이상 대기하며 ‘지역 최저가 주유소’에서 주유하는 것도 흔한 풍경이 됐다. 경기 하남시에 사는 윤모 씨(70·여)는 “주유소마다 기름값이 천차만별인데 노인들은 스마트폰으로 가격 비교를 하기도 힘들어 비싼 곳에서 그냥 주유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최고가격제로 기름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주유소 입장에서는 마냥 손님이 많이 오는 것이 좋지만은 않다. 자영 주유소들은 그동안 정유소 외 유통대리점에서 기름을 받던 곳이 적지 않았다.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지난해만큼 기름을 줄 수 없다”고 통보하는 대리점들이 늘고 있다. 경유, 휘발유를 판매해도 즉각 채워넣기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인천에서 자영 주유소를 운영하는 C 씨는 “기름이 없어 가게를 닫아버리면 혹시 매점매석이라고 단속이 들어올까 봐 아예 가격을 크게 올려 재고 소진 속도를 늦추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선 결국 공급되는 석유류 물량을 늘려야 이런 현상이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C 씨는 “기름이 다시 들어올 것이란 보장이 있으면 지금보다 가격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31일부터 정유사가 대체 원유를 확보하면 해당 원유가 국내에 도착하기 전이라도 비축유를 빌려주는 ‘비축유 스와프’ 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1차 최고가격 땐 어떻게든 가격을 낮췄지만 이제 더는 못 버팁니다.”강원도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A 씨가 3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한 말이다. 그는 1차 최고가격제가 시행되기 전인 지난달 7일 L당 1860원, 1930원대에 휘발유와 경유를 들여왔다. 하지만 지난달 13일 1차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L당 1770원, 1750원대에 판매했다. ‘역마진’이었지만 주유소 관련 여론과 사회 분위기를 고려해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격을 내렸다. A 씨는 “2월 수익으로 최근 손해를 버텼다”며 “지난달 27일 2차 석유가격제 시행 이후엔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어 가격을 올렸다”고 말했다.● “직영보다 못 낮춰” 가격 올리는 자영최고가격제 시행이 3주 차에 접어들면서 개인이 운영하는 자영 주유소가 정유소에서 직접 운영하는 직영 주유소보다 기름값이 오르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기초 체력’이 약한 곳부터 고유가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31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오피넷)에 따르면 30일 전국 자영 주유소의 경유 평균 가격은 L당 1878.27원으로, 직영 평균 가격(1773.95원)보다 약 104원 더 비쌌다. 이달 중순 차이가 L당 40원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으로 격차가 커졌다. 휘발유 역시 이날 자영 평균 가격(1885.30원)이 직영 평균 가격(1798.39원) 대비 약 86원 비쌌다. 이 역시 가격 차가 20원대에서 더 커지는 추세다.이날 자영 주유소 사장들은 “더 이상 직영만큼 낮은 가격을 유지하면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주유소가 석유를 판매하며 붙이는 마진에는 카드수수료와 인건비, 공과금 등 다양한 운영 비용이 포함되는데 최고가격제 시행이 장기화되며 가격 경쟁을 버티는 게 어려워졌다는 의미다.서울에서 자영 주유소를 운영하는 B 씨는 “가격을 아무리 깎아도 직영 주유소보다 더 낮게 가격을 맞출 순 없다. 손님들은 단돈 10원이라도 가격이 낮은 직영으로 몰려가는 상황”이라며 “카드수수료를 내고 직원들 월급이라도 주려면 차라리 판매량을 포기하고 가격을 높이는 게 낫다”고 전했다.●재고 지키려 가격 높이기도 석유 수급 역시 직영 주유소가 원활하다. 직영 주유소는 석유류를 정유사에서 100% 공급받는다. 최고가격제가 시행되면서 정유사는 주유소에 지난해 같은 기간 이상으로 석유를 공급해야 하는 의무가 생겼다. 반면 자영 주유소는 그동안 가격 경쟁력을 위해 정유사 외 유통대리점에서 기름을 받던 곳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지난해만큼 기름을 줄 수 없다”고 통보하는 대리점이 늘고 있다. 정유사가 전년 동월 대비 같은 양을 공급하더라도 자영 주유소가 공급받을 수 있는 물량이 줄어든 것이다. B 씨는 “정유사들은 한 달 단위로 물량을 공급해준다”며 “자영 주유소는 다음 최고가격이 산정된 이후 공급가가 높아진 이후에나 재고를 채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현장에선 기름 재고를 유지하기 위해 가격을 높이는 경우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에서 자영 주유소를 운영하는 C 씨는 “가게를 닫아버리면 매점매석이라고 단속이 들어올까봐 가격을 올려 재고 소진 속도를 늦추고 있다”고 말했다.업계에선 비축유를 푸는 등 시장 공급량을 늘릴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C 씨는 “기름이 다시 들어올 것이란 보장이 있으면 지금보다 가격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31일부터 정유사가 대체 원유를 확보하면 해당 원유가 국내에 도착하기 전이라도 비축유를 빌려주는 ‘비축유 스왑’ 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한편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30일 서울 광진구의 한 자영 주유소를 불시 점검한 결과를 공유하며 “지금은 각자의 이익을 앞세울 때가 아니라, 공동체의 신뢰를 지켜야 할 시간”이라고 강조했다.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한국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비중 1위국인 호주의 서부 LNG 생산시설이 자연재해 여파로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한국 산업계의 비용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9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은 “글로벌 에너지기업 셰브론의 호주 가스 생산시설 ‘휘트스톤’이 열대성 사이클론 ‘나렐’의 여파로 가동에 차질을 빚고 있다”며 “시설이 완전히 정상 가동되려면 수 주가 걸릴 수 있다”고 전했다. 앞서 블룸버그는 셰브론의 ‘고르곤’과 호주 에너지 기업 우드사이드에너지의 ‘노스웨스트셸프(NWS)’ 등 서호주의 다른 생산시설도 직원 대피 등으로 인해 일부 가동이 중단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호주 에너지컨설팅 업체 ‘에너지퀘스트’에 따르면 나렐의 영향을 받은 서호주의 생산시설은 호주 전체 LNG 수출의 절반 이상을 담당한다. 이는 전 세계 LNG 교역량의 8.4%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카타르가 이란 전쟁의 영향으로 일부 장기계약에 대해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선언한 데 이어 호주산 LNG의 공급마저 차질이 생기면 한국 산업계의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LNG 수입 비중은 호주가 32.8%로 가장 높았고, 카타르가 15.3%로 2위였기 때문이다. 만약 주요 공급처의 공급 물량에 차질이 생길 경우 한국은 LNG 현물(스폿) 시장 물량에 의존해 수급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 경우 가격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