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덕

김순덕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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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순덕 칼럼니스트입니다.

yuri@donga.com

취재분야

2025-11-07~2025-12-07
칼럼97%
정치일반3%
  • [사설]보석 기각 곽노현 교육감, 사퇴가 순리다

    선거 후보자를 매수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낸 보석 청구가 그제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김형두 부장판사는 “증거를 인멸하거나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곽 교육감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보석으로 나갈 경우 증인들과 입을 맞추거나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가 보석을 기각한 것은 유죄라는 심증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곽 교육감은 이제라도 교육감직을 내놓고 재판을 받는 것이 그나마 순리에 따르는 길이다. 임승빈 부교육감이 교육감 대행 역할을 맡아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 마당에 곽 교육감이 구치소에 갇혀 직책만 유지하고 있는 정황은 보기에 딱하다. 후보에게 금품을 주고 사퇴시켜 당선된 것으로 드러난 교육감이 선의(善意) 운운하며 버티고 있는 모습은 교사에게도, 학생에게도 교육적으로 좋은 영향을 줄 리 없다. 서울시장 범야권후보 경선장소에서까지 석방탄원 서명운동을 벌였던 ‘곽노현 공동대책위원회’ 측은 크게 반발했다. 그러나 5만 달러 수뢰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던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게 작년 4월 무죄를 선고한 1심 재판장이 김 부장판사다. 당시는 ‘정의의 승리’인 양 환호했던 좌파 성향 단체들이 이번엔 자신들의 뜻에 안 맞는 결정이 나왔다고 반발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의 보석 호소문을 이끌어내는 데 앞장섰다. 구속된 교육감에 대해 동료애를 발휘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사법부의 결정이 난 만큼 승복하는 것이 옳다. 곽 교육감의 혐의가 무거운데도 무조건 감싸는 태도는 온당하지 않다. 곽 교육감의 결재권이 박탈된 것에 가슴을 쓸어내리는 학부모들이 많다. 곽 교육감이 보석으로 풀려났으면 직무에 복귀해 학생인권조례, 고교선택제 폐지, 혁신학교 신설 등을 강력하게 추진했을 것이다. 1심이 유죄로 판결난다고 해도 집행유예나 보석으로 풀려나 항소하면 대법원 판결 때까지 거의 임기를 다 채울 수도 있다. 이념에 치중한 정책으로 교육현장을 들쑤셔 놓는 직선 교육감이 더는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 2011-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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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순덕 칼럼]박원순의 촛불 서울시

    ‘박원순 시장의 서울시’가 탄생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어제 발표된 정책공약도 중요하지만 그 정책을 추진하고 집행할 사람들이 누군지는 더 중요하다. 박원순은 직접 감동적인 프레젠테이션을 하면서도 기이하게 서울시가 ‘시민참여형 민주정부’로 공동 운영된다는 점은 밝히지 않았다. 그가 야권 통합후보 경선에서 이긴 3일, 박원순 측은 경선에 참여한 민주당 민주노동당 및 ‘시민사회’와 함께 “신뢰 연대 호혜 원칙에 따라 서울시를 시민참여형 민주정부로 함께 운영한다”는 공동 운영 합의문에 서명했다. 여기서 시민사회란 1000만 서울시민이 아니라 한국진보연대, 혁신과통합, 희망과대안을 말한다. 서명한 이들을 보면 ‘박원순 서울시’는 단순히 시정을 바꾸는 게 아니라 광우병 촛불시위 세력과 친노(친노무현) 세력이 손잡고 ‘새로운 시대’의 토대를 닦을 것으로 예상된다. 진보연대 박석운 공동대표는 2008년 광우병 쇠고기 촛불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됐던 인물이다. 2006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시애틀 원정시위, 2005년 맥아더 동상 파괴시위도 주도한 시위전문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8년 ‘등록금넷’을 만들어 대학생들을 사로잡고, 2010년엔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공동선거대책본부장으로 후보 단일화에 깊숙이 관여하는 등 정치 감각도 뛰어나 보인다.親北 시위세력에 서울 맡긴다 진보연대는 2007년 1월 1일 북한이 발표한 ‘올 대선에서 반보수 대연합을 구축해 한나라당을 매장시켜야 한다’는 신년공동사설에 화답하듯, 1월 9일 준비모임을 거쳐 9월 출범했다. 친북 성향의 민족해방(NL) 단체 중심이다. 강령에 명시된 ‘교육 주거 시장화 반대’는 이번 박원순의 공약에 상당 부분 들어갔다. 앞으로 한미 FTA 폐지, 미군 완전 철수, 국가정보원과 국가보안법 폐지 같은 강령은 어떻게 반영될지 궁금하다. 혁신과통합 공동대표로 서명한 김기식 씨 역시 NL 계열 운동권 출신이다. 오랜 참여연대 활동을 거쳐, 야권연합정당을 통한 내년 총선과 대선 승리를 목표로 하는 이 단체에 합류했다. 혁신과통합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한명숙 이해찬 전 총리, 문성근 국민의행동 대표 등 친노 세력뿐만 아니라 조국 서울대 교수, 시인 안도현 등 지식인과 문화예술인이 모여 있다. 자발적인 것처럼 보이는 시위도 사람을 모이게 하려면 조직의 힘이 필요하다고 최근 워싱턴포스트는 지적했다. 특히 지식인과 문화예술인, 엔터테이너 같은 문화자본이 있어야 메시지를 증폭시킬 수 있다고 했는데 혁신과통합이 바로 그렇다. 김 씨는 혁신과통합 출범을 앞두고 8월 30일 기자설명회에서 “지루한 후보 단일화 협상으로 국민을 짜증나게 해선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며 단일화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경로와 과정에 대해 고민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당시는 이미 혁신과통합에서 박원순을 시민후보로 내세울 것이라는 소문이 돌던 때였다. 9월 1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출마 의사설이 나온 뒤 백두대간을 종주하던 박원순이 5일 문재인 측에 “한명숙을 만나 시장선거 문제를 논의하고 싶다”고 연락을 하고 △6일 오후 2시 안철수-박원순 회동 △3시 박원순-한명숙-문재인 단일화 협력 △4시 박원순으로의 단일화 발표 △7시 혁신과통합 발족식까지 숨 막히게 전개된 드라마는 그래서 가능했던 듯하다. 박원순 서울시가 탄생하면 한때 ‘폐족’을 자처했던 친노 세력은 서울지방공동정부부터 사실상 재집권을 시작해 내년 총선과 대선을 기대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희망과대안은 좌파시민단체의 정치 참여를 위해 2009년 발족했다. 공동정부에 서명한 백승헌 공동대표는 좌파 법조계 인사의 결집체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전 회장으로 곽 교육감과 한 전 총리 재판에서 변호를 맡고 있다. 공교롭게도 세 집단의 공동대표들은 곽노현과 연(緣)이 깊다. 그가 참여연대 발기인부터 집행위원 운영위원을 두루 지냈기 때문이다. 곽노현의 서울시교육청은 자기 사람으로 각종 위원회를 구성해 해당 부처를 제치고 주요 정책을 결정했다. 공동정부 합의문에 따르면 서울시도 시장 직속으로 설치될 서울시정운영협의회를 통해 같은 식으로 운영될 공산이 크다. 親盧부터 곽노현까지 부활할까 국방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정권 유지가 최대 목표인 북의 김정일에게는 적화통일보다 2012년 친북 정권 수립이 더 유리할 수 있다”고 했다. 물론 서울시에 국방과 외교권은 없다. 하지만 서울 공동정부에는 친북 인사가 대거 참여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한 운동권 출신은 “박원순이 종북 세력을 너무 모르는 것 같다”며 386의 도구였던 노무현처럼 박원순은 더 과격한 세력의 도구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당장 협의회 결정에 따라 서울광장을 무제한 개방하고 곽노현을 위한 촛불집회부터 한미 FTA 반대, 국정원 서울 철수요구 촛불집회가 서울을 마비시킨다면 정말 불안한 시대가 시작될지 모른다.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 2011-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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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박원순 후보, 從北세력도 협력 상대인가

    박원순 변호사가 어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무소속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무소속 후보가 불리하다는 것을 잘 알지만 원칙은 양보할 수 없는 것이고, 원칙 때문에 손해를 본다면 봐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가 강조한 원칙이란 ‘하나부터 열까지 시민과 함께한다’는 것이다. 시장이 됐을 때 박원순 시정(市政)의 키워드가 시민인 셈인데, 그렇다면 ‘시민’이 누구인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박 후보는 3일 범야권 단일후보 경선에서 승리한 뒤 “민주당을 중심으로 크고 넓게 정치를 바로 세우겠다는 약속, 민주노동당과 함께 서민을 위하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말했다. 또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한국진보연대, 혁신과 통합, 희망과 대안, 많은 시민사회단체에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가 열거한 이들 정치사회세력은 평균적인 서울시민을 대표한다고 보기 어렵고 이념의 스펙트럼에서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 특히 종북(從北)세력인 진보연대도 박 후보가 말하는 ‘시민’ 속에 들어가는 것인지 분명히 답해주기 바란다. 우리가 아는 진보연대는 2007년 3월 6·15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실천연대), 조국통일범민족청년학생연합(범청학련) 남측본부 등이 출범시킨 기구다. 진보연대 상임고문인 오종렬 한상렬 씨는 평택미군기지 확장 저지, 맥아더 동상 철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시위를 주도한 종북세력의 대표적 인물로 꼽힌다. 한 씨는 작년 6월 당국의 허가도 받지 않고 불법 방북해 반(反)인륜의 김일성 왕조집단을 찬양하고 대한민국을 폄훼 비방했다. 실천연대는 2010년 7월 23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국가보안법상 이적(利敵)단체라는 확정 판결을 받았다. 민노당도 종북 노선 때문에 진보신당과 통합하지 못한 정당이다. 민노당 소속 일부 지방자치단체장과 당직자들은 북한 대남공작 부서인 노동당 225국의 지령을 받아 간첩 활동을 벌인 남한 지하당 ‘왕재산’ 사건과 관련돼 수사를 받고 있다. 주체사상파의 대부였다가 전향한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은 “현재 민노당 주변에 있는 남한 주사파의 핵심 세력이 야권 통합 이후 정치권이나 정부의 핵심 조직에 들어간다면 (대한민국 자체가)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 후보로의 야권 단일화에 찬성한 사람 중에도 진보연대나 민노당 일각의 종북주의에는 반대하는 시민들이 대다수라고 우리는 믿는다. 박 후보는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는 이적단체까지 끌어안는 것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박 후보가 종북주의를 추구하는 집단과 무슨 ‘약속’을 했으며, 앞으로도 그들과 어떤 협력을 할 것인지 서울시민과 대한민국 국민은 알 권리가 있다.}

    • 2011-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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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박원순 후원금의 진실’ 불투명하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범야권 단일후보를 결정하기 위한 어제 TV 토론에서 민주당 박영선 의원과 민주노동당 최규엽 후보가 박원순 변호사를 상대로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냈다. 그러나 박 변호사에게서 명쾌한 해명이 나왔다고 보기는 어렵다. 최 후보는 “삼성과 론스타 등에서 착한 돈이 아닌 장물 같은 돈으로 후원금을 받아 시민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박 의원도 “박 변호사는 한 손에 채찍을 들고 한 손으로 후원금을 받았다”며 박 변호사의 시민단체가 재벌개혁을 외치면서 재벌의 후원금을 받은 행태를 비판했다. 무소속 강용석 의원은 그제 “참여연대는 1990년대 말∼2004년 LG그룹의 계열사 부당 지원 및 그룹 계열분리 문제를 공격했는데, LG그룹과 GS그룹(2005년 LG에서 분리)은 2004∼2010년 20여억 원을 참여연대에 기부했고 참여연대는 2004년부터 LG에 대한 비난을 삼갔다”고 주장했다. 대기업의 사회공헌은 어디까지나 자발적이어야지 시민단체를 겁내거나 약점이 잡혀 내는 식이라면 선의(善意)의 사회공헌이라고 할 수 없다. 박 변호사는 “대기업이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아름다운재단에 낸 후원금은 모두 공익사업과 자선사업에 썼고 투명하게 공개돼 있다”며 저소득층 지원사업을 예로 들었다. 그러나 아름다운재단의 사업비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제주 해군기지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하는 좌파 시민단체 지원(2010년 18억8960만 원·배분사업비의 28.3%)에 쓴 것은 어떻게 설명할지 모르겠다. 박 변호사는 재산 등 검증 자료를 제출하라는 민주당의 요구에 그제 “공개 안 된 게 있나. (공개되면) 굉장히 실망할 것이니 나중에 한 번 보라”고 사실상 거부한 바 있다. 시민단체들이 재벌이나 권력을 비판하는 잣대는 스스로에게도 똑같이 적용해야 공정하다. 박 의원이 “(단일 후보가) 민주당의 지지를 받으려면 철학이 같아야 하는데 박 변호사의 철학을 밝혀 달라”고 요구하자 박 변호사는 “정책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게 좋다”는 식으로 즉답을 피했다. 박 변호사의 철학과 이념에 대해서도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는 만큼 두루뭉수리 넘어갈 일은 아니다. 어제 TV 토론은 박 변호사에게 초점이 맞춰져 다른 후보에 대한 검증은 상대적으로 미흡했다. 박 의원은 아들이 외국인학교에 다닌 것에 대해 그제 “아들이 (한국에서) 태어난 지 얼마 안 돼 미국에서 아버지와 할머니 손에 자라 우리말이 서툴러 고민 끝에 외국인학교에 입학시켰다”고 했지만 납득하기 어렵다. 차라리 “글로벌 인재로 키우고 싶었다”고 했더라면 엄마들의 공감을 얻었을지 모른다. 박 변호사와 박 의원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도 마찬가지다.}

    • 2011-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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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약사 편드느라 국민편익 팽개치는 국회의원들

    해열진통제 감기약 소화제 같은 가정상비약을 편의점과 슈퍼에서도 팔게 하는 약사법 개정안이 그제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곧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그러나 같은 날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여야 의원들은 약사법 개정안에 대부분 반대해 상비약 슈퍼 판매가 또 뒤로 밀릴 조짐을 보인다. 여야 의원들은 “편의점에서 약 사먹고 부작용 생기면 어쩔 것인가” “슈퍼에서 일반약(의사 처방이 필요 없는 약)을 사면 보험 적용이 안 돼 소비자부담이 커진다”며 국민을 코에 걸고 발언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약사 6만여 명의 로비에 휘둘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전국 단위의 대한약사회가 여야 의원들을 대상으로 조직적으로 움직인 것은 비밀도 아니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지난 주말 강원 평창에서 열린 여약사 대회에 참석해 “마약검사(檢事)를 해봐서 좀 아는데 감기기침약도 마약으로 분류된다. 여러분이 으스스하게 (약사법 개정안 반대) 결의대회를 하지 않아도 된다”며 국회 통과가 어려울 것임을 시사했다. 의원들은 한밤중이나 공휴일 복통에 시달리다 문을 연 약국을 찾아 헤매본 경험이 없는 모양이다. 보건복지부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조재국 분과위원장 말대로 소비자는 바보가 아니다. 의원들이 주장하듯 카르니틴이라는 성분이 든 박카스를 마구 오남용할 소비자는 많지 않다. 소비자들은 박카스보다 해열진통제 소화제 같은 가정상비약을 슈퍼에서 손쉽게 살 수 있기를 바란다. 선진국에서는 일반 약을 슈퍼에서 살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만 약사들의 직역(職域) 이기주의 때문에 묶어놓는 것은 사회정의에도 어긋난다. 한국소비자원 설문조사에서도 국민의 71.2%가 찬성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슈퍼 약 판매를 촉구한 지 오래다. 그런데도 이를 결사적으로 막으려는 약사들의 장단에 춤추는 의원들을 보며 과연 국민의 대표는 있는가라는 한탄이 절로 나온다. 한나라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나경원 의원도 약사법 개정에 찬반 의견을 뚜렷이 밝히지 않고 어정쩡한 태도다. 막강한 이익단체마다 시장에 진입장벽을 치고 있기 때문에 서비스산업의 탈규제와 일자리 창출이 어려워지고 국민 편익도 늘지 않는다. 유권자들은 약사회 편에 선 의원들을 유심히 봐뒀다가 선거에서 심판해야만 국민을 두렵게 알 것이다.}

    • 2011-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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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순덕 칼럼]박원순의 낡은 구두 ‘그 너머’

    10·26 서울시장 선거의 야권 단일후보로 유력한 박원순 변호사의 낡은 구두가 화제다. “가끔 렌즈가 엉뚱한 방향을 가리킬 때도 있답니다”라며 사진작가 조세현 씨가 트위터에 올린 사진은 구두 뒤축이 뜯겨 있다. 역시 시민운동가답다는 감동의 물결이 퍼지던 중 밝은 눈의 역습이 쳐들어왔다. 그가 신은 ‘닥스 양말’을 포착하고는, 역시 강남 60평대 아파트에 사는 사람답다는 지적이 나온 거다. 월세라지만 월 250만 원이면 서민은 엄두도 못 낼 돈이다. 누리꾼의 치사한 발목잡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박원순은 양말 속까지 탈탈 털리는 검증을 받아야 할 사람이다. 해어진 구두와 닥스 양말의 부조화엔 어떤 이중성이 있다. 아마도 부인의 안목으로 산 양말일 가능성이 큰데 그의 부인은 인테리어업체 대표다. 2009년 국회에선 “아름다운가게의 인테리어를 강남구 신사동에서 인테리어 회사를 하는 박원순의 부인이 도맡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원순 측은 아름다운가게 초기 공사 선금 줄 여유가 없어 아는 업체에 맡긴 일이라고 설명했지만, 시민운동가와 인테리어업체 사장 부인은 인지부조화(認知不調和)를 일으킨다. 낡은 점퍼를 입는 중국의 ‘서민총리’ 원자바오와 중국보석협회 부회장인 부인이 반사적으로 떠오른 내가 싫어질 판이다. 혁명적 개혁을 위한 타협인가 박원순의 이중성 코드에 대한 의문은 2002년 참여연대 사무처장 시절 프레시안과의 인터뷰를 보면 풀릴 수 있다. “우리나라가 지금 혁명, 아니 혁명적 개혁을 요구하는 시대라는 초조감이 있다”는 혁명가적 가슴과, “현실적 타협도 필요하다고 본다”는 전략가적 머리를 가진 그는 자신의 운동을 이렇게 말했다. “처음부터 진보의 깃발, 이렇게 나가면 사람들은 일단 움츠러듭니다. 이걸 풀어서 아주 따뜻한 목소리로 다가가자는 거죠.” 외유내강이 좋은 지도자의 자질인 건 분명하다. 그러나 유권자는 ‘합리적 진보’로 알려진 박원순의 모습이 혁명적 개혁을 위한 현실적 타협일 수도 있음을 알 필요가 있다. 제성호 중앙대 교수는 2006년 6월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도하며 친북 용공사상을 유포해온 박원순이 최근 탈이념적 행보를 하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며 “그가 아름다운재단 등을 만든 것도 좌파적 이미지를 줄이고 국민의 인기를 얻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는 노무현 대통령이 박원순을 대선후보 히든카드로 꼽고 있다는 소문이 돌던 무렵이다. 박원순은 “정치에 나간다면 말려 달라”며(2006년 9월) 부드러운 미소를 잃지 않았지만 여당 간판으론 당선이 어렵다는 걸 몰랐을 리 없다. 2002년 인터뷰에서 “한때 정치도 생각했다. 지역 주민한테 매년 편지를 보낸 적도 있다”고 할 만큼 정치에 관심 많은 그다. 어찌 보면 서울시장 출마 선언은 늦은 감마저 있다. 박원순은 앞뒤가 다른 말을 하면서도 너무나 진지하고 진정성 있게 하는 바람에, 듣는 이가 부조화를 느끼지 못하게 하는 강점이 있다. 참여연대의 전현직 임원만 158명이 노무현 정권 고위직과 각종 위원회에 진출했다는 조사가 나온 뒤에도(2007년) “시민사회는 권력과 독립돼 있고 떨어져 있을수록 좋다”고 말한 게 한 예다(2008년). “시민운동 하다 공기업 감사를 하는 사람도 많다”고 비판하고선(2006년), 며칠 전 자신의 포스코 사외이사 활동에 대해선 “저는 오히려 사외이사 역할을 제대로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문제 제기를 악의적인 것처럼 만들어버렸다. 아름다운재단에 대해서도 그는 “공익재단으로서 (재벌)후원을 받아서 늘 공정하게 공익을 위해 썼다”고 강조했다. 2010년 배분사업비 66억 원 중 가장 많은 부분(28.3%·19억 원)을 차지한 시민단체 지원 중엔 참여연대는 물론이고 평택 미군기지 동영상을 만든 평택평화센터, 학생인권조례 만들기에 앞장선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도 들어 있다. 돈을 낸 기업 중 “연애탄압 학칙 폐지”까지 외친 아수나로가 공익적이라고 볼 기업이 있을지 진짜 궁금하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세상을 만들려는 시민사회운동가를 폄훼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재벌 후원, 강남의 대형아파트 거주, 대기업 사외이사 고액연봉 등의 사실이 사실로 드러난 데 대해 “음해하는 헐뜯기”라고 폄훼하는 그의 태도는 아름답지 않다. 左편향 역사硏 이사장 전력도 무엇보다 박원순이 ‘옳다’는 세상이 어떤 것인지 유권자는 분명히 알 권리가 있다. 역사 좌편향화의 한 산실로 지목되는 역사문제연구소 초대 이사장이었던 그가 지금은 우리 역사를 어떻게 보는지도 궁금하다. 2003년 대선 때 “그럼 사랑하는 아내를 버리란 말이냐”는 노무현의 말에 감동해 이념이나 국가관을 캐묻지 않고 표를 던진 국민이 적지 않다. “그럼 가난한 사람한테 (후원)받느냐”는 박원순의 논지이탈 화법이 그때와 너무나 닮았다.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 2011-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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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저축은행 비리, 수사로 다 도려내라

    올해 2월 부산저축은행과 대전저축은행의 영업이 정지되면서 부실 저축은행에 대한 1차 퇴출작업이 시작됐다. 3월 금융당국은 불법행위를 한 저축은행 대주주에게 최고 10년의 징역형을 내리겠다는 감독강화 방안까지 내놨다. 그러나 업계 2위인 토마토저축은행은 공시지가 12억 원짜리 땅을 담보로 978억 원을 토마토저축은행 회장의 고교 후배에게 대출해준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자산보다 부채가 4419억 원이나 많은 이 은행은 올해 7월 직원들에게 보너스 잔치를 벌였다. 토마토저축은행을 포함해 18일 영업 정지된 7개 저축은행은 한 사람에게 자기 자본의 20% 이상을 대출할 수 없다는 저축은행법을 밥 먹듯 어겼다. 부실 저축은행 1차 퇴출에 이어 2차 구조조정이 이미 예고돼 있었는데도 일부 저축은행에선 구조조정을 포함한 자구 노력은커녕 비리가 판을 쳤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이 소홀했거나, 금융당국 정도는 우습게 볼 만한 비호세력이 없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실제로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참모인 김두우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이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금품과 로비를 받은 혐의로 사퇴한 뒤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있다. 저축은행 비리가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 한상대 검찰총장은 어제 “저축은행을 둘러싼 금융계 비리가 매우 심각한 상황인 만큼 금융계에 만연해 있는 부정과 비리를 뿌리 뽑겠다”며 강력한 수사 의지를 피력했다. 하지만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올해 3월 저축은행 수사를 본격화한 이후 지금까지 60여 명을 기소했으나 여야 거물급 인사들의 관련 의혹은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한 총장이 공언한 대로 저축은행 비리의 뿌리를 샅샅이 밝혀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검찰이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려면 저축은행 비리가 금융계에만 국한된 일이 아닌 만큼 정치권 핵심부까지 파헤칠 수 있어야 한다. 아일랜드의 국가부도 위기는 부실 은행의 뒤처리를 정부가 떠맡으면서 재정까지 급격히 악화하는 바람에 가속화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저축은행 구조조정 기금 15조 원의 재원이 곧 바닥날 형편이어서 추가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피하다. 결국 국민 세금으로 저축은행과 대주주의 잘못으로 인한 부실을 메워주게 됐다. 검찰과 금융당국은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저축은행 비리를 수사를 통해 다 도려내야 한다.}

    • 2011-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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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곽노현 이후의 서울교육, 이제라도 바로잡아야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지난주 교육감선거 후보자 매수 혐의로 구속되면서 “시련이 닥친다고 해서 진실이 변하지는 않는다”는 궤변을 남겼다. 정치적 탄압을 받는 양심수라도 된 듯한 태도였다. 서울중앙지법 김환수 판사는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구속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때마침 방송인 강호동 씨는 소득세 과소 납부로 추징금을 부과받자 “어찌 뻔뻔하게 TV에 나와 얼굴을 내밀고 웃고 떠들 수 있겠느냐”며 고개 숙여 사죄하고 잠정 은퇴를 선언했다. 곽 교육감은 구속 전날 간부회의에서 “영장이 발부돼도 부교육감을 중심으로 추진하던 업무를 잘 진행해 달라”고 말했다. 지방자치법에는 교육감을 포함한 지방자치단체장이 구속된 뒤 기소당하는 날부터 부단체장이 권한을 대행하도록 돼 있다. 곽 교육감은 구치소에서 기소될 때까지 ‘옥중 결재’라도 할 작정인지 모르지만 가당치 않다. 그는 이미 교육감으로서의 도덕성과 권위를 상실했다. 시교육청이 어제 “검찰이 추석 연휴기간을 기해 곽 교육감에 대한 접견을 금지했다”며 결재 등을 위해 접견을 허용해달라고 요구한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곽 교육감이 빨리 사퇴하는 것이 학생 피해를 그나마 줄이는 길이다. 권한대행을 맡게 되는 임승빈 부교육감은 곽 교육감이 왜곡한 서울 교육을 이제라도 바로잡아야 한다. 곽 교육감은 전면 무상급식, 학생인권조례 등 교육의 본질과 직접 관련이 없는 일에 매달려 교육현장에 갈등을 키웠다. 학생들에게 중요한 학력(學力) 증진에는 무관심했거나 무능했다. 7월 초 학업성취도 평가에 응시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대체학습을 허용하는 등 ‘공부하지 않는 풍토’를 부추겼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서울의 학생 136만 명이 이런 교육의 볼모가 되도록 내버려둘 순 없다. 곽 교육감은 영장실질심사 최후진술에서 “제게 부여된 교육 혁신의 소임을 수행하는 데 차질이 빚어지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도대체 무엇이 ‘교육 혁신’인가. 개인과 사회가 행복하고 글로벌 환경에 맞는 미래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 아니라, 교육현장을 좌파적 이념에 맞춰 뒤흔들고 학생들의 의식을 바꾸어 정치화하는 일이 아니었는지 의심스럽다. 부교육감과 서울시교육청은 왜곡됐던 교육을 정상화해 공교육을 다시 세울 책무를 안고 있다.}

    • 2011-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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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순덕 칼럼]‘상식파 안철수’의 서울콘서트

    지난주부터 실실 웃음이 난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하 안철수)의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무소속 출마설이 나오고부터다. 여야 정치권은 테러당한 분위기다. 국민일보 여론조사에선 여야가 누구를 내놓든, 어떤 구도를 만들든 안철수가 압도적 1위로 나왔다. 주민투표 뒤끝과 곽노현 교육감의 추문으로 개운치 않았던 선거가 뜻밖에 재미있어졌다. 기득권에 대한 ‘글로벌 분노의 해’ 안철수는 스스로 정치체질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시대정신을 읽고, 넉 달간 25개 도시를 돌며 수천 명의 대중 앞에서 ‘청춘콘서트’라는 강연을 한다는 점에서 그는 이미 정치를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한 달 전 그는 한 인터뷰에서 “기득권이 과보호되고 권력층이 부패하고 상하격차가 심하게 벌어지고 계층 간 이동가능성이 완전히 닫히는 순간 나라가 망한다. 지금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했다. “분노한 20, 30대가 내년 선거에 대거 몰릴 것”이라고 해서 ‘사상’을 의심받기도 했다. 이 말을 듣기라도 한 것처럼 지난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2011년은 글로벌 분노의 해’라고 썼다. 튀니지와 이집트의 시민혁명, 그리스와 스페인의 청년시위, 인도와 중국 이스라엘 중산층의 항의사태를 꿰뚫는 시대정신이 기득권층에 대한 의분(義憤)이다. 글로벌 경제위기도 견뎌온 대중이었다. 그러나 성장의 열매는 저희들끼리 챙기고, 공직으로 제 잇속만 챙겨온 엘리트의 부패에 더는 못 참고 나선 것이다. 분노의 시위가 유독 미국엔 거의 없는 이유는 미디어와 선거로 분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안철수 역시 “사회구조를 바꾸는 최선책은 결정권자들이 바꾸는 것”이고 “대중이 바꾸는 방법 중 제일 비용이 적게 드는 선거가 차선책”이라고 했다. 어떤 선거든 출마를 고려하고 있었다면 의도적 발언으로 볼 수도 있는 대목이다. 독재국가에선 고비용 혁명으로 독재자를 몰아낸 뒤 저절로 민주와 번영이 올 거라며 희망에 부풀곤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유럽과 미국 일본에서도 정치권이 해결책을 내놓지 못해 특히 젊은 세대를 절망시키고 있다. 권력욕과 돈, 이념 때문이라는 게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분석이다. 여야 할 것 없이 자금과 표를 몰아주는 이익집단에 휘둘리는 데다 우파는 시장만능, 좌파는 정부만능주의로 양극화하면서 죽어도 타협 않는 모습이다. “지금 좌파 우파 논쟁하면서 허송세월할 만큼 상황이 녹록지가 않다”(8월 12일 창원 청춘콘서트). 안철수의 일갈은 그래서 시원하다. “굳이 좌파 우파 나눠야 한다면 상식과 비상식으로 나눠야 한다”며 이제 누군가 물어보면 “저는 상식파인데요” 하겠다고 그는 말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를 놓고도 여야 모두 자기들이 이겼다고 우기지만 우리 국민 10명 중 7명은 “어느 당도 이겼다고 할 수 없다”는 게 동아시아연구원 조사 결과다. 국민이 원하는 건 좌우 극단으로 치닫는 게 아니었다. 다같이 능력껏 잘살면서 양보도 좀 하는 지극히 상식적인 삶인데, 중간지대를 대변하는 상식의 정치가 없다는 얘기다.‘꽃가마’ 거부하고 끝까지 가라 효율을 강조하는 이명박 정부에서 “효율적 측면으로 보면 나는 가장 비효율적인 사람”이라는 안철수는 유쾌한 반란군이다. 그러면서도 “난 강남도 안 살고, 좌파도 아니다”라는 말로 민주당을 비롯한 좌파를 불편하게 한다. “있는 법만 잘 집행해도 상생할 수 있고” “고용창출에 인센티브를 주는 등 다 문제에 대한 방안이 있는데 (정부가) 단지 의지가 없어 실행을 안 할 따름”이라는 발언은 보통사람의 상식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는 것 같다. 물론 그의 행정이나 정치, 정책능력은 입증된 바 없어 ‘거품’이 적지 않을 거다. 컴퓨터백신업체 경영자로서의 리더십이 과대평가됐다는 지적도 있다. 대기업을 비판하면서 동종업계에선 대기업처럼 구는 이중적 태도를 보인다는 비판도 검증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여야의 ‘꽃가마’를 거부한 그에게는 기성정치인한테 찾기 힘든 공인의식이 엿보인다. 자신의 성공이 혼자 잘나서가 아님을 알고, 따라서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며 실천하는 ‘철수의 바른생활’은 희소가치가 있다. 여기에 또 다른 도덕성으로 신뢰를 얻고 있는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출마선언을 하면 서울부터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부동층까지 불타기 시작한 표심이 겁나는지 여야가 모처럼 한목소리로 안철수 끌어내리기에 열심인 걸 보면 이미 충격파는 퍼진 모양이다. 만일 며칠 뒤 그가 “출마 않겠다”고 발표하거나 한참 뛰다가 단일화 불쏘시개가 될 경우, 괜히 유권자들 가슴에 불을 지른 혐의로 몰릴 판이다. 설령 무소속이어서, 약점이 드러나 망가지면서, 역시 정치판은 진창이기에 패한다 해도 그의 ‘서울콘서트’는 정치판과 제도권에 쇼크요법의 효과를 낼 게 분명하다. 대선주자로 떠오를지 누가 아는가. 안철수는 출사표를 내고 나와 끝까지 뛰어야 한다.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 2011-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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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곽노현과 좌파진영의 ‘궤변 연대’

    강경선 한국방송대 교수는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후보 매수사건과 관련해 검찰조사를 받고 나와 파티 자리에서 “정말 당당하고 돈 건넨 것을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대가 없이 줄 수 있는 합법적인 최대치가 2억 원”이라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200만 원도 아니고 2억 원을 ‘무상으로’ 제공했다는 교육감을 보며 서민은 어떤 생각을 할지 모르겠다. 어제 시교육청 월례조회에서 곽 교육감은 “여러분께 드리고 싶은 말은 저는 이미 총체적 진실을 이야기했다는 것”이라며 사퇴 의사가 없음을 공언했다. 이를 응원하듯 좌파진영은 그가 ‘공안정국의 희생양’이라도 되는 양 일제히 ‘곽노현 감싸기’에 나섰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30여 개 교육·시민단체와 함께 “허위 사실을 부풀려 시민사회의 도덕성이나 야권 후보 단일화의 정당성 전체를 매도하려는 정치적 의도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역공을 폈다. 우기면 이기는 줄 아는 모양이다. 2년 전 공정택 교육감이 재산신고 누락 문제로 불구속 기소되자 “피의자 신분으로 법정에 서는 것만으로도 교육계 수장(首長)이 할 짓이 아니다”라고 했던 것과는 물론 딴판이다. 곽 교육감의 사퇴를 촉구했던 민주당 박지원 전 원내대표도 태도를 바꾸었다. 그는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에 강한 불만을 갖고 있다”며 사실상 검찰을 압박했다. 전병헌 의원은 “곽 교육감은 연대와 통합의 상징”이라며 보호막을 쳤다. 민주당이 교육계의 우군(友軍)을 잃지 않으려는 계산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릴 가능성이 높다. 박동천 전북대 교수는 “북한 소행이 아니라는 증거가 없는 한 천안함이 북한발 어뢰로 침몰했다는 식의 억지는 인류의 지성을 모욕하는 반인륜 범죄”라며 곽 교육감의 후보 매수 혐의도 비슷한 억지라는 내용의 글을 인터넷매체에 기고했다. 곽 교육감의 후보 매수사건을 천안함에 비유하는 것도 얼토당토않을뿐더러 테러집단 북한을 편드는 것이야말로 천안함에서 숨진 수병(水兵)들을 모욕하는 것이다. 신진욱 중앙대 교수는 곽 교육감을 노무현 전 대통령과 비교하며 “지금 지켜야 하는 것은 인간 곽노현이 아니다. 그에게 역할과 책무를 부여했던 시민의 명예”라고 신문 칼럼에서 주장했다. 곽 교육감이야말로 후보 매수로 시민을 속여 시민의 명예에 먹칠을 한 사람인데 시민이 그를 보호해야 한다니 어처구니없는 궤변이다. 곽 교육감은 도덕적 우월성을 자부하며 큰소리쳤지만 이번 후보 매수와 말 바꾸기, 버티기로 ‘강남좌파’의 이중성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뉴라이트전국연합 김종일 대표는 “좌파진영은 불리하면 아예 침묵하든지, 정당화하며 돌파하는 전술을 쓴다”고 꼬집었다. 좌파진영은 서울시교육감이라는 기득권의 방패를 잃기 싫을지 모르지만 미래세대에게 도대체 무엇을 가르치려는가. ‘썩은 사과’는 속히 골라내 버리는 것이 좌파 생태계의 건강을 위해서도 좋다.}

    • 2011-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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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공생발전, 한국보다 독일모델이 돋보인다

    이명박 대통령과 30대 대기업 총수들이 어제 가진 ‘공생발전을 위한 오찬간담회’는 잘 짜인 한 편의 드라마 같았다. 이 대통령이 “공생발전을 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지키고 사회도 지속 발전시킬 수 있다”고 하자 총수들은 “대통령이 말한 공생발전의 중요성에 우리 기업들도 모두 공감하고 있다”며 공생발전의 보따리 풀기로 화답했다. 이 대통령의 공생발전 국정기조에 맞춰 대기업들이 내놓은 ‘선물’ 덕분에 간담회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그러나 재벌들이 급하게 이것저것 엮어 공생계획을 발표하고 대통령과 함께 활짝 웃는 사진을 찍었다고 해서 우리 사회의 그늘진 곳에 온기가 얼마나 전달될지 모르겠다. 안 하는 것보다는 나은 일이라고 하더라도 과거 경험에 비춰 그 실속에 큰 기대를 걸지 못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심각하던 2008년 12월 기업 최고경영자(CEO), 노조 간부, 경제학자 30여 명을 총리실로 초청해 “우리 경제에서 무엇이 잘못됐는가” “어떻게 해야 바로잡을 수 있는가”라고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물었다. 글로벌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독일의 정책이 여기서 나왔다고 미국의 뉴스위크가 5월에 보도했다. 기업은 노동자 해고를 하지 않는 대신 정부에서 임금을 보전해주고, 노동자는 일하는 시간을 줄여 ‘워크 셰어링’을 하는 노사정 합의가 이루어지기까지 메르켈 총리의 리더십이 큰 몫을 한 것은 물론이다. 그 덕분에 2010년 독일은 재정위기에 시달리는 유럽의 다른 나라보다 2배 높은 3.6%의 경제성장률을 올릴 수 있었다. 2005년 11%까지 치솟았던 실업률도 7%로 떨어졌다. 특히 정부는 전임 사민당 정부가 시작한 규제완화 개혁을 계속하고, 노사는 일자리를 유지하는 대신 경영간부부터 노동자까지 임금인상 요구를 자제해 중소기업 중심의 중산층 강국을 지키고 있다. 동반성장과 공생발전의 중요성은 재론할 필요가 없다. 글로벌 위기를 거치면서 시장의 실패를 바로잡고, 성장의 온기를 퍼뜨리는 정부의 역할에 대한 기대도 커졌다. 그러나 정부가 주도하고, 기업이 눈치 보듯 마지못해 움직이는 식으로 공생발전이나 동반성장이 지속되기는 어렵다. 정부는 건강한 기업생태계를 위한 룰과 인프라를 제대로 구축하고, 기업들의 손목을 비틀기보다는 자발성을 북돋는 정책을 펴야 한다. 무엇보다 이 정부 들어 더 늘어난 규제의 전봇대부터 뽑을 일이다.}

    • 2011-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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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김순덕]‘나쁜 잡스’ vs ‘착한 철수’

    지난주 애플의 최고경영자(CEO)에서 물러난 스티브 잡스가 위대한 CEO임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이노베이션(혁신)의 화신’ ‘디지털 시대의 미켈란젤로’ ‘예술가의 감동과 기술자의 비전을 독창적으로 결합한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 중 하나’ 같은 칭송이 넘쳐난다. 그런데 잡스가 ‘착한 CEO’라는 찬사는 거의 없다. 오히려 그 반대다.▷석 달 전 미국의 CNN은 잡스가 그 뛰어난 인재들을 혹독하게 다루는 모습을 전하며 “애플은 철저한 책무성을 요구하는 잔인한 일터”라고 소개했다. 2009년 미국의 포천지(誌)는 ‘최근 10년의 CEO’로 잡스를 꼽으면서 “폭군적 완벽주의자”라고 했다. 그가 아이팟으로 음악산업을, 아이폰으로 휴대전화 시장을, 아이패드로 미디어세계의 판을 뒤엎을 수 있었던 건 이런 폭군적 천재성 때문인지도 모른다. 음반업체와 동반성장만 중시했다면 아이팟 같은 킬러앱이 나올 수 있었을까.▷한국인이 좋아하는 CEO에 꼭 들어가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잡스와는 상반되는 이미지다. 의사이면서 밤새워 컴퓨터바이러스백신을 만들어 공짜로 깔아주고, 벤처기업을 차려 직원들에게 주식을 나눠주고, 1000만 달러에 V3를 팔라는 미국 회사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하고…. ㈜안철수연구소의 사사(社史)는 초등학교 바른생활 교과서에 나오는 철수 얘기처럼 훈훈하다. 모두를 살맛나게 하는 철수를 여야 정치권에서 영입하고 싶어 안달이다. 그가 ‘착한 CEO’임을 부인할 사람은 없지만 기업가로서 안철수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좀 더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최근 주간 미디어워치에 정해윤 객원논설위원이 쓴 ‘안철수에 대한 불편한 진실’이 화제다. 한국 사회에선 선량한 기업가를 위대한 기업가로 인식한다는 거다. 그가 만든 기업이 기술적 혁신을 했는지, 투자자들을 부자로 만들었는지, 인력채용을 많이 했는지 같은 본질적 문제로 판단할 때 기업가로서의 안철수는 과대평가를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착한 CEO만 원하는 정부, 이병철 정주영을 전태일보다 홀대하는 교과서를 만드는 나라에서 위대한 CEO는 나오기 힘들다. 우리에겐 ‘착한 철수’뿐만 아니라 ‘나쁜 잡스’ 같은 CEO도 필요하다.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 2011-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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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곽노현의 僞善이 진보의 본질인가

    작년 6·2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곽노현 후보의 유세는 “부패 비리 꽉 잡는 진보 단일 후보 곽노현”이라는 소개말로 시작했다. 선거 하루 전날에는 방송 인터뷰에서 “서울시교육감 후보 중 부패와 싸워본 사람은 나 말고 없다”고 강조했다. 취임 후 그가 시교육위원회 첫 보고에서 “교육감이 선봉에 서서 비리를 척결하고 반부패 교육 행정을 실현하겠다”고 다짐한 것도 우리는 기억한다. 취임 1년을 맞은 올 7월에는 “반부패를 위해선 윗물이 맑아야 하는데 그 점에서 나는 누구보다 자유롭다”고 자랑했다. “부패의 곰팡이에 햇볕을 비추겠다”며 ‘반부패 혁신 전문가’로 자처한 곽 교육감이 후보 단일화 대가로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 억대의 돈을 준 사실이 드러났다. 이제 와서 그는 ‘법은 인정 있는 법이어야 한다’며 자기 보호막을 쳤다. 입만 열면 비리 척결을 외치던 사람이 당선을 위해 다른 후보를 매수했으니 위선(僞善)을 넘어 국민을 상대로 벌인 사기가 아닐 수 없다. 민주당 박주선 최고위원이 “진보교육감에 대한 기대가 성수대교가 무너진 것처럼 무산돼 국민적 충격이 너무 크다”고 했을 정도다. 좌파 교육감 후보들 간에 단일화가 이뤄진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일이 없었는지 의문이다. 곽 교육감의 이중성은 특목고 정책에서도 드러났다. 선거운동 때부터 외국어고교 폐지 등 수월성(秀越性) 교육에 반대하는 정책을 내놓았지만 정작 자신의 아들은 경기도 모 외고에 보냈다. 한 인터뷰에서는 “(외고, 자사고로) 선발된 아이들에게 사회는 선민(選民)의식을 부추긴다. 엘리트주의의 기승은 민주주의의 축소를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감의 힘으로 평등교육을 밀어붙이면서 자기 아들은 ‘민주주의를 축소시킬 수 있는 엘리트’로 키우는 ‘강남 좌파’의 전형적 위선이 아닐 수 없다. 그를 믿고 정책에 순응하는 사람만 손해를 보는 셈이다. 곽 교육감은 “입시경쟁과 학교 서열화를 막아 학벌사회의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논리로 16개 시도교육청 교육성과 평가에서 ‘꼴찌 서울’을 만든 책임을 피하고 있다. 그제 기자회견에서는 “저에게 항상 감시가 따르는 것은 이른바 진보교육감, 개혁성향 인물이라는 이유 때문”이라며 마치 정치탄압이라도 받는 양 호도했다. 곽 교육감 코드인사의 최대 수혜자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애써 침묵하는 모습이다. 부대변인이 기자들의 질문에 “과도한 정치공세나 여론몰이에 휩쓸리지 않고 사실 확인 중”이라며 애매모호하게 답변했다. 우파 성향인 공정택 전 교육감 비리가 터졌을 때 “피의자 신분으로 법정에 서는 것만으로도 교육계 수장이 할 짓이 아니다”며 호되게 공격한 것과 대조적이다. 곽 교육감은 어제 “의연하고 당당하게 검찰 수사에 임하겠다”며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무너진 법의식과 마비된 양심으로 교육감직을 계속 수행하겠다는 얘기다. 검찰청에 수사 받으러 들락거리고 법정의 피고인석에 선 서울교육 수장(首長)의 모습을 보며 아이들은 무엇을 배울지 걱정이다.}

    • 2011-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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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무상 남발의 ‘국가 재앙’만은 막아야 한다

    서울시 주민투표가 어제 투표율 25.7%로 투표 성립에 필요한 33.3%를 넘지 못해 개표도 못한 채 끝났다. 이 투표율은 지난해 6·2 지방선거 때 오세훈 서울시장의 득표율 25.4%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다. 오 시장이 투표 결과에 시장직을 걸어 어느 정도 투표율을 높이는 효과가 있었겠지만 야당의 투표 참여 거부 전략으로 한계를 보여줬다. 오 시장 역시 전략적이지 못했고, 한나라당에서 공감대를 넓히지 못해 내부 동력을 얻는 데 실패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특히 주민투표 결과에 시장직을 연계해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고, 주민이 선거를 통해 부여한 임기를 채우지 못하게 된 것은 유감이다. 다만 그가 복지 포퓰리즘과의 싸움을 벌인 대의(大義)가 국민 속에 부각돼 훗날을 기약할 가능성은 별개의 문제라고 본다. 이번 주민투표는 어디까지나 서울시 초중고교생의 무상급식에 관한 정책선택을 위한 것이었다. 민주당은 모든 무상 시리즈에 관해서 국민의 OK를 받은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이번 투표에 참여했든 안 했든 어떤 국민도 복지지출을 무작정 늘려 그리스처럼 국가부도에 몰리기를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여야가 이번 주민투표 결과에 자극받아 경쟁적으로 무상복지 정책을 쏟아낼 경우 ‘국가적 재앙’이 벌어질 우려가 크다. 세금으로 걷는 돈보다 정부가 쓰는 돈이 더 많아 재정위기에 빠진 유럽과 미국, 일본을 뻔히 보면서도 ‘길이 아닌 길’을 따라갈 순 없다. 저출산 고령사회를 앞두고 투표권 없는 미래 세대에 빚더미를 물려주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6월 우리나라의 성장과 분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문제로 비정규직을 꼽고, 사회안전망 확충을 해결 방안으로 제시했다. 취약계층에 집중해 지원하는 것이 선별적 복지다. 기획재정부가 계산한 무상급식 비용(1조7000억 원)보다 훨씬 적은 1조 원만 있어도 비정규직을 비롯한 저소득 근로자의 4대 보험료 지원에다 기초생활수급자 확대까지 복지의 사각지대 해소가 어느 정도 가능해진다. 빈부격차가 극심한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이 2003∼2010년 집권 동안 3200만 명(전체 인구의 16%)을 중산층으로 끌어올린 비결 역시 빈곤층에만 현금을 지원해 어린이들을 학교에 보내게 한 ‘볼사 파밀리아’ 정책이었다. 오 시장의 퇴진 이후 한나라당이 서울시를 지킬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복지 포퓰리즘과의 일대 결전을 치르면서 자중지란(自中之亂)에 빠졌던 한나라당에 대한 분노와 무관심이 주민투표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봐야 한다. 주민투표율이 저조한 데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실정(失政)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작용한 탓도 있을 것이다. 한나라당이 민심을 정확히 파악하고 자세를 새롭게 추스르지 않으면 내년 총선 대선에서도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 2011-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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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순덕 칼럼]똑똑한 남학생들은 다 어디 갔을까

    “똑똑한 여학생은 너무 많은데….”대기업 인사담당자가 개탄하듯 말했다. 채용 기업으로 보나, 나라 장래로 보나 박수칠 일인데도 그는 그러지 않았다. “토익이나 학점, 말주변도 남자들이 여자 못 따라간다. 간신히 성별 안배해 뽑고 나면 여직원들은 주로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인데 남자들은 아니다. 아예 지원을 안 하는 모양이다.”“그럼 똑똑한 남학생들은 다 어디로 갔나요?” 내가 묻자 옆에 있던 교수가 말했다. “외국유학이나 다국적 기업을 가지요.”아니나 다를까 LG전자가 4월 미국 새너제이에서, 지난주엔 일본에서 엘리트 엔지니어와 유학생들을 초청해 글로벌 연구개발(R&D) 인재 영입 행사를 열었다. 삼성이 이건희 회장의 특명에 따라 모셔온 S급(슈퍼급) 인재들 역시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 경영학석사(MBA)다. 산업화시대의 유학생은 학위만 따면 조국에 돌아와 봉사하는 걸 영광으로 여긴 애국선배였다. 요즘은 다르다. 웬만하면 안 오려고 해 임원들이 삼고초려해야 할 판이다. 2007년 동아일보는 ‘5년 뒤 한국과 5대 도전’이라는 창간 87주년 기념특집 중 ‘엘리트를 길러라’ 편에서 ‘평준 고교에 대충 대학…쓸 만한 인재가 없다’고 걱정했다. 당시 포스텍 박찬모 총장은 “5년 뒤 고급인력이 없어 한국 경제의 엔진이 멈출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그 우려가 지금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4년 전 신문기사 “두뇌유출 우려”노무현 정부야 평등을 최고가치로 삼은 좌파정권이라 어쩔 수 없었다 치자. 그러나 ‘글로벌 창의인재 육성’을 국정목표의 하나로 내걸었던 이명박 정부가 교육정책의 최우선을 사교육 억제로 돌리면서 인재들의 해외 탈출을 증가시킨 건 납득도, 용서도 하기 어렵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여개 회원국 중 유학생 최다 배출국이 됐다. 초·중등생 빼고 외국 대학 석·박사 과정까지의 유학생은 2004년 15만 명이 안 됐지만 2009년엔 18만 명으로 늘었다. 국력의 상징이 아니라 ‘교육 엑소더스’다. 세계경제포럼(WEF) 교육경쟁력 순위에서 고등교육체제의 질은 2007년 19위에서 2010년 57위로 추락했다. 정부는 2009년에는 과학고 입시에서, 2010년엔 모든 대학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올림피아드 성적을 못 쓰게 시시콜콜 간섭했다. 덕분에 그 전까지만 해도 늘 5등 안에 들던 우리 고교생들의 국제 수학올림피아드대회 성적이 올해는 13등으로 북한(7등)에도 뒤지고 말았다.더 심각한 문제는 박사학위를 딴 뒤 미국에 남겠다는 이들이 늘어난 점이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두뇌유출지수를 보더라도 국가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유출 정도가 더 심해졌다. 글로벌 인재들이 귀국을 원치 않는 주된 이유도 교육에 있다. 교수로 가고 싶은 국내 대학엔 철밥통 교수들이 버티고 있어 가기 어렵다. 국책연구소라도 갈라치면 “애들 학교 때문에 안 된다”고 아내가 결사반대다. 귀국할까 말까 하던 미혼 석·박사들도 교포 여성들에게 생포당하면 차라리 잘됐다며 주저앉기 십상이다. 인재 부족에 정보기술(IT) 빅뱅까지 겹치면서 삼성 같은 기업만 흔들리고 있는 게 아니다. 우리와 비슷한 두뇌유출지수인 이탈리아를 보면 한국의 미래가 보인다. 이탈리아는 중등학교 학업성취도 평가도 않고 무시험 대학 입학에, 전 대학의 학위를 동일 평가하도록 강제한 반(反)실력주의 정책을 폈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과 전교조가 주장하는 교육과 닮았다. 그 결과 생산성 경쟁력은 추락했고 오늘날 청년실업률 27.8%에 디폴트(국가부도) 위기다. 똑똑한 남자가 사라지는 나라에선 여자들 고생도 심해진다. 당장 한국에서도 고학력 미혼여성들이 신랑감을 못 구하는 비극이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작년 3월 1일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은 인공임신중절(낙태) 예방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그 결과가 10대 미혼모 증가(19일자 동아일보 보도)다. “낙태만 줄어도 저출산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던 전 전 장관에게 그래서 지금은 행복하신지 묻고 싶다. 낙태 금지는 임신기간이 열 달이어서 벌써 비극적 정책 결과를 목격했다. 교육정책은 MB 취임 때 학생이었던 세대가 죽을 때까지 사회에 영향을 미치게 돼 있어 더 무섭다. 교육과 R&D에 평등은 없다내 자식은 엘리트가 못 되더라도 나라에는 엘리트가 있어야 국민이 먹고살 수 있다. 삼성이 밉더라도 이 나라에 삼성 같은 기업은 있어야 한다. IT 빅뱅시대를 살아남으려면 고학력 고숙련 인력이 필수인데도 정부부터 공부 열심히 하는 걸 죄악시하는 나라가 또 어디 있는지 궁금하다. 저소득층을 위한 비영리 교육단체인 벨웨더교육의 창립자 앤드루 로더햄은 “대학교육이 계층 상승의 가장 효과적인 도구”라고 했다. 이 정부는 좌파교육의 비극을 겪고도 더 못한 교육정책을 편 죄를 어떻게 갚을 작정인가.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 2011-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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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김순덕]나쁜 남자

    “나쁜 남자가 더 잘 번다.” 베스 리빙스턴 미국 코넬대 교수팀이 지난 20년간 근로자 1만 명을 연구해 얻은 결론이다. “남들과 잘 지내지 못한다”고 자평하는 까칠한 남자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평균 18%, 연봉으로 치면 9772달러(약 1040만 원)를 더 벌었다. 회사와 각자 연봉 협상을 하는 미국에선 “좋은 게 좋다”고 여기는 사람보다 주장이 분명하고 연봉 인상도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남자가 조직이 원하는 ‘강한 남성성’에 더 부합한다는 것이다. ▷탤런트 현빈이 ‘해병 김태평’이 되기 전에 연기했던 ‘까도남(까칠한 도시 남자)’도 그런 특성을 지녔다. 타인에 대한 배려가 적은 것은 물론이고 남에 대해 관심조차 없고 차갑다. 인간관계 대신에 자신의 목표나 사업에만 관심을 쏟는다. 잘되면 돈 잘 벌고 일도 잘하는 리더가 되겠지만 잘못되면 인간을 수단으로 보는 냉혈한이 될 수도 있다. 남이 자기 때문에 상처를 받든 말든 개의치 않는 인간형으로, 독일의 나치 지도자였던 아돌프 히틀러를 연상시키는 면이 있다. ▷여자들이 이런 나쁜 남자에게 은근히 매력을 느낀다는 점을 보통 남자들은 잘 이해하지 못한다. TV 드라마 속의 까도남들이 사랑에 빠지면 돈과 사랑과 열정을 겸비한 최고의 연인으로 돌변하기 때문일까. 독불장군 식의 남성성, 공격성 그리고 성공 의지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 학자들의 연구 결과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의 애정행각을 보면 영웅호색(英雄好色)이라는 말이 동양에만 있는 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문제는 리빙스턴 교수팀의 연구가 ‘지난 20년간’의 결과이고, 그것도 미국 얘기라는 점이다. 영화 ‘월스트리트’에서처럼 “탐욕은 선(善)”이라고 외칠 수 있는 시대는 저물었다. 제프리 이멀트 GE 회장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심각했던 1년 반 전 “야비와 탐욕의 리더십은 갔다”고 했다. 정보화가 진전될수록 남과 잘 지내는 팀워크와 네트워크 능력이 개인기보다 위력을 발휘한다. 능력의 천재보다 성격의 천재가 더 높이 올라가고 더 큰 일을 하는 경우도 많다. S급 인재들의 까칠함을 봐주지 않는 우리네 기업문화와 사회의식에도 문제는 있지만.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 2011-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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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방과후 학교’ 돈 받는 교장들의 파렴치

    ‘방과후학교’를 위탁운영할 교육업체로 선정하는 대가로 1000만∼2500만 원의 뇌물을 받은 서울지역의 전·현직 초등학교 교장 15명이 어제 불구속 기소됐다. 이들에게 뇌물을 준 업체는 ‘방과후학교 시장’에서 각각 1위와 3위로 꼽히는 대교와 에듀박스다. 검찰은 특히 대교에 대해 “수십억 원이나 되는 비자금의 대부분이 뇌물로 쓰인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번에 드러난 비리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밝혔다. 교장들이 직(職)을 걸고 공교육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애를 써도 사교육을 따라잡기 힘든 판에 사교육을 줄이기 위한 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돈을 챙기니 공교육이 사교육에 지는 이유를 알 만하다. 외부 강사를 초청해 일반 학원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학생들을 지도하는 방과후학교는 노무현 정부 때 시작됐다. 이명박 정부도 사교육 경감 대책의 하나로 역점을 두어 추진하고 있다. 현 정부는 방과후학교에 학습지 회사나 학원도 참여할 수 있게 했고, 특기적성 프로그램만 가능했던 초등학교에도 교과 교육을 허용했다. 지난해 전·현직 초등학교 교장 5명이 방과후학교의 컴퓨터·영어교실 업체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데 이어 올해도 같은 비리가 반복되고 있다. 선정 권한을 쥔 교장을 상대로 교육업체가 로비를 벌일 수 없도록 방과후학교 운영방식을 뜯어고칠 필요가 있다. 방과후학교는 사교육비를 지출하기 어려운 저소득층과 중산층 학생이 주 대상이다. 방과후학교 비리는 프로그램의 질을 저하시켜 결국 저소득층 학생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 어떻게 보면 촌지보다도 질이 더 나쁜 교육범죄다. 제자와 교사들 앞에서 사표(師表)가 돼야 할 교장들의 윤리의식이 어쩌다 이렇게 마비됐는지 교육계의 대오각성이 나와야 한다.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은 교육비리에 물들어 교육계 수장(首長)으로서 모범이 되지 못했다. 이번 비리는 곽노현 교육감의 취임 전에 발생한 일이긴 하지만 곽 교육감은 학교 부패를 뿌리 뽑는 데 더 적극적으로 나서기 바란다. 정부는 사교육 경감을 교육의 핵심목표로 설정한 탓에 교육정책의 본질이 돼야 할 학교개혁을 제대로 못하고 있음을 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교육개혁의 첫 번째 목표는 공교육 정상화다. 교육현장의 비리를 일소하고 정말 실력 있는 교사와 교장들이 공교육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일이 우선시돼야 한다. 그래야만 사교육에 대한 의존이 줄어들고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을 경감할 수 있다.}

    • 2011-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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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황우여 원내대표의 포퓰리즘 시리즈 우려스럽다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가 취임 100일인 그제 기자간담회에서 “내년부터 만 0세 보육료를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전체 가정에 지원하고 1∼4세도 향후 3∼4년 안에 100%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황 원내대표는 100일 전에도 취임 일성으로 “대학 등록금을 최소한 반값으로 (인하)했으면 한다”고 밝혀 포퓰리즘 논란에 불을 댕겼다. 황 원내대표의 무상 보육 방안은 당정 조율은 물론이고 당내에서도 논의되지 않은 개인 의견일 뿐이다. “한나라당이 소득 수준 하위 50%부터 무상급식의 단계적 확대를 지지하면서 무상보육 전면 실시를 주장하면 국민이 혼란스러울 것”이라는 유승민 최고위원의 지적은 일리가 있다. 재정통으로 알려진 이한구 의원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올해도 미국발 재정위기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무작정 무상복지를 옹호해서 되겠느냐”며 우려를 표명했다. 민주당에서조차 “국민이 혹할 만한 설익은 정책을 경쟁적으로 내놓기 전에 내부 논의와 합의를 먼저 거쳐야 할 것”이라는 대변인 논평이 나오는 판이다. 무상보육 정책은 민주당에서 내건 ‘무상복지 시리즈 3+1’ 중 하나다. 세상에 공짜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지만 결국은 국민 세금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핀란드 프랑스 등 유럽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무상보육을 실시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집권여당의 원내대표가 재원이나 정책의 우선순위를 따지지 않고 조 단위의 예산이 들어가야 할 ‘무상’과 ‘반값’ 시리즈를 남발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보육’이란 어린이집 같은 시설에서 영유아를 보호 양육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만 0세 아기를 시설에 맡기는 경우는 30%에도 못 미친다. 집에서 아기를 기르는 나머지 70% 가정은 보육료를 받을 수 없게 된다. 그렇다고 보육료를 받기 위해 아기를 시설에 보낼 수도 없다. 영유아 발달 단계상 0세부터 시설을 이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하는 전문가가 많다. 한나라당이 진정 20, 30대 젊은 부부를 위하고, 국가 미래를 위한 저출산 해소 정책을 내놓고 싶다면 무상보육보다는 양육비 지원을 모색하는 것이 낫다. 그것도 무턱대고 ‘무상’ ‘반값’을 내세우기보다는 재정 형편에 따라, 대상자의 소득 수준을 고려해 지원하는 것이 공정사회로 가는 길이다. 원내대표가 당내 논의도 거치지 않고 혼자서 내지르는 설익은 포퓰리즘 정책이 한나라당의 득표에 도움이 될지도 의문이다.}

    • 2011-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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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순덕 칼럼]무능한 ‘법무 비서’는 반대다

    2010년 3월 2일. 이명박 대통령(MB)은 “집권 3년차니 청탁이나 이권 개입 같은 문제가 안 생기도록 각별히 챙기라”고 수석회의에서 강조했다. 민정수석실은 바로 감사원 검경 실무자들로 사정기관 비공식 회의를 주재했다. 그리고 고강도 사정 태세에 들어갔다는데 민간인 사찰의혹이 터졌다. 7월 25일 MB는 민정수석에게 “사정기관 실태와 체계를 점검해 개선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열 달 후인 올해 5월 26일. MB가 이번엔 민정수석실로 직접 찾아가 “우리와 관련된 사람일수록 더 철저하게 조사하라”며 질타했다. 은진수 감사원 감사위원이 부산저축은행에서 청탁과 뇌물을 받은 혐의로 사표 낸 바로 그날이었다. 대통령이 수차 강조했는데도 공직기강 못 잡고, 사정기관도 못 챙긴 민정수석이 오늘 법무부 장관 후보 청문회에 나오는 권재진 씨다. 작년 3월부터 은 씨는 브로커를 통해 형을 취직시켰고, 김종창 당시 금융감독원장에게 로비를 했으며, 세 번에 걸쳐 7000만 원을 받았다. “장관은 (대통령의) 세크러테리(비서)인데 법무행정을 하는 법무부 장관 자리에 민정수석(비서)이 못 간다는 건 잘못된 전제”라는 청와대와 일부 한나라당 사람 말이 맞는다 하자. 그러나 민정수석의 핵심 역할이 사정을 통한 공직기강 확립과 인사검증이라면, 권 씨의 직무능력은 진작 문책당했어야 마땅하다.공직기강-인사검증 실패한 민정 은 씨야 지난 대선 내내 MB를 괴롭혔던 ‘BBK 사건’을 방어한 공신이자 측근이어서 어쩌지 못했다 쳐도 그렇다. 함바집 브로커에게 청와대 감찰팀장이 뇌물 받고(2009년 11월), 이미 받은 경찰청장은 브로커한테 해외도피를 권한 혐의(2010년 8월)도 못 잡아냈다는 건 민정수석의 사정 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인사검증 능력도 심각하다. 작년 8·8 개각 때 총리 후보와 장관 후보 2명이 청문회에서 낙마하자 인사검증 라인 문책론이 들끓었다. “민정수석이 인사검증에서 배제된 것 아니냐”는 당시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 말은 더 치욕적이다. 2005년 이기준 전 교육부총리가 사외이사 겸직 논란으로 취임 사흘 만에 물러났을 때 책임지고 사표 낸 박정규 민정수석과 정찬용 인사수석, 이를 수리한 노무현 대통령이 다시 보일 정도다. 권 씨가 다음 인사검증을 잘했으면 또 모른다. 작년 12·31 개각에서 민정수석 출신 정동기 씨가 독립적 헌법기관인 감사원장의 후보로 나오기 전에, 그는 “안 된다”며 막지 못했다. 올해 5·6 개각에선 낙마가 없었다고 잘된 인사검증이랄 수도 없다.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직불금 받은 문제가 드러났지만 야당도, 국민도 그만 지쳐 포기했을 뿐이다. 그런데도 청와대에선 “권 후보자는 정책판단과 분석력, 대외조정력을 겸비했을 뿐 아니라 친화력과 온화한 성품으로 검찰 안팎에서 실력과 신망을 인정받는다”고 했다. 대체 무슨 판단력과 분석력, 조정력이 뛰어났다는 건지 물어보고 싶다. 친인척 비리로 휘청댔던 과거 정부의 집권 4년차와 비교해서라면 슬픈 일이다. 국민은 모르는 ‘다른 점’에서 유능한 거면 더 위험하다. 내년 총선과 대선 때 국민 모르게, MB한테만 보이는 능력을 발휘할까 봐서다. 민정수석으로서의 역량과 검찰 시절 또 장관이 된 뒤의 실력은 다를 수 있다. 성품만으로 좋은 장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아들 병역의혹에 대한 해명은 도덕성을 떠나 구차하다. 무엇보다 “MB는 인사가 문제”라는 국민이 많고 지역감정까지 험악해진 마당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TK(대구 경북)라는 점은 치명적이다.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저서 ‘정치적 질서의 기원’에서 연고주의가 인간 본성임을 인정하면서도 “실력 아닌 연고로 공직이 채워질 때 나라가 망한다”고 했다. 안 그래도 은 씨처럼 반칙과 특권을 일삼는 기득권층을 보며 국민은 속이 뒤집힐 판이다. 대통령 부인과 누나 동생 한다는 법무부 장관이 아무리 법치와 법무행정 선진화에 매진하고, 총선과 대선에서 중립성과 공정성을 지킨다 해도 국민이 믿어줄까 의문이다. ‘정당한’ 선거사범 단속은 물론 대규모 간첩단을 적발한대도 ‘TK 법무비서’의 과잉충성으로 오해받을지 모를 일이다. 범야권에서 보면 “야당 탄압”이라고 주장할 수 있게 해주니 되레 고마운 인사가 아닐 수 없다.“평창”으로 딴 점수 까먹을 건가 그럼에도 “마지막까지 일할 사람이 필요하다”며 권 씨를 놓지 않는 MB에 대해 적잖은 사람들이 분노하거나, 안타까워하거나, 아예 관심을 끊고 있다. 2008년 3월 19일 MB는 BBK 사건을 염두에 둔 듯 “새 정권에서 정치가 검찰권을 악용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권 법무비서 카드는 선거전략이면 죽을 꾀이고, 임기 말과 퇴임 후 대비용이라 해도 무효패가 될 가능성이 있다. 무엇이 그리 두렵기에 MB는 국민의 마음을 잃어도 상관없다는 건지 궁금하다.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

    • 2011-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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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김순덕]노르웨이 ‘평화의 상처’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 시민은 사상 초유의 극우주의자 테러 사태가 터진 지 사흘 만에 장미를 들고 시청 앞에 모였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총리는 “(테러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더 많은 민주주의와 개방성, 휴머니즘”이라고 오른뺨 맞고 왼뺨을 내밀 듯 말했다. 다음 날 하콘 왕세자는 이슬람사원을 방문해 파키스탄 출신 이맘(이슬람교 성직자)의 손을 잡았다. 테러범의 총기 난사 때 늑장 출동한 경찰에 대해서도 비난하는 소리가 없다. ▷1970년대 북해 유전 개발로 석유 수입이 마르지 않는 덕에 북유럽에서도 거의 완벽한 복지국가를 구현하는 나라가 노르웨이다. 1인당 국민소득 세계 2위(8만4543달러)로 어린이집부터 대학까지 무상교육이고, 무상의료의 질도 높다. 근무시간은 주당 30시간에 불과해 놀고먹는 사람들 같지만 “일해서 세금 내는 걸 행복해하는 사람들”이라고 걸프뉴스는 전했다. 하지만 1970년대 북해 유전이 개발되기까지 노르웨이는 가난한 농업 국가였다. 500년간 덴마크와 스웨덴에 지배당한 아픈 역사도 있다. ▷노르웨이를 번영지수 1위 국가로 꼽은 영국의 레가텀연구소는 사회적 신뢰에서 실마리를 찾는다. “다른 사람을 신뢰하느냐”를 묻는 질문에 74%가 “그렇다”고 답할 만큼 노르웨이의 사회적 신뢰는 1등이라는 것이다. 남도 나처럼 정직할 것이므로 정부도 당연히 깨끗하다고 믿는다. 세금 많이 내면 복지혜택도 많이 돌아오는 게 당연하다. 범죄자도 나쁜 사람이라기보다 치료받아야 할 환자로 보는 것 같다. 세계에서 가장 좋은 교도소도 노르웨이에 있다. ▷“모두가 착한 사람들”이라고 믿는 세상은 천국 같다. 하지만 ‘인간의 회의’를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은 괴로울 수밖에 없다. 평등과 박애, 관용과 동질성을 이상적 가치로 떠받드는 나라에서 “꼭 그렇진 않다”고 말하기가 어디 쉽겠나. 일하진 않고 복지혜택만 따먹는 이민자에 대한 반감도 감춰야 한다. 이처럼 노르웨이의 사회적 모델이 너무 좋다고 믿는 나머지 이에 반대하는 사람도 있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을 ‘평화의 상처’라고 한다. 그래서 노르웨이 같은 북유럽엔 인간의 이중성을 그린 음습한 범죄 소설이 폭발적 인기란다.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 2011-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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