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황우여 원내대표의 포퓰리즘 시리즈 우려스럽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9일 03시 00분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가 취임 100일인 그제 기자간담회에서 “내년부터 만 0세 보육료를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전체 가정에 지원하고 1∼4세도 향후 3∼4년 안에 100%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황 원내대표는 100일 전에도 취임 일성으로 “대학 등록금을 최소한 반값으로 (인하)했으면 한다”고 밝혀 포퓰리즘 논란에 불을 댕겼다.

황 원내대표의 무상 보육 방안은 당정 조율은 물론이고 당내에서도 논의되지 않은 개인 의견일 뿐이다. “한나라당이 소득 수준 하위 50%부터 무상급식의 단계적 확대를 지지하면서 무상보육 전면 실시를 주장하면 국민이 혼란스러울 것”이라는 유승민 최고위원의 지적은 일리가 있다. 재정통으로 알려진 이한구 의원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올해도 미국발 재정위기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무작정 무상복지를 옹호해서 되겠느냐”며 우려를 표명했다. 민주당에서조차 “국민이 혹할 만한 설익은 정책을 경쟁적으로 내놓기 전에 내부 논의와 합의를 먼저 거쳐야 할 것”이라는 대변인 논평이 나오는 판이다.

무상보육 정책은 민주당에서 내건 ‘무상복지 시리즈 3+1’ 중 하나다. 세상에 공짜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지만 결국은 국민 세금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핀란드 프랑스 등 유럽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무상보육을 실시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집권여당의 원내대표가 재원이나 정책의 우선순위를 따지지 않고 조 단위의 예산이 들어가야 할 ‘무상’과 ‘반값’ 시리즈를 남발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보육’이란 어린이집 같은 시설에서 영유아를 보호 양육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만 0세 아기를 시설에 맡기는 경우는 30%에도 못 미친다. 집에서 아기를 기르는 나머지 70% 가정은 보육료를 받을 수 없게 된다. 그렇다고 보육료를 받기 위해 아기를 시설에 보낼 수도 없다. 영유아 발달 단계상 0세부터 시설을 이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하는 전문가가 많다.

한나라당이 진정 20, 30대 젊은 부부를 위하고, 국가 미래를 위한 저출산 해소 정책을 내놓고 싶다면 무상보육보다는 양육비 지원을 모색하는 것이 낫다. 그것도 무턱대고 ‘무상’ ‘반값’을 내세우기보다는 재정 형편에 따라, 대상자의 소득 수준을 고려해 지원하는 것이 공정사회로 가는 길이다. 원내대표가 당내 논의도 거치지 않고 혼자서 내지르는 설익은 포퓰리즘 정책이 한나라당의 득표에 도움이 될지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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