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생발전, 한국보다 독일모델이 돋보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1일 03시 00분


이명박 대통령과 30대 대기업 총수들이 어제 가진 ‘공생발전을 위한 오찬간담회’는 잘 짜인 한 편의 드라마 같았다. 이 대통령이 “공생발전을 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지키고 사회도 지속 발전시킬 수 있다”고 하자 총수들은 “대통령이 말한 공생발전의 중요성에 우리 기업들도 모두 공감하고 있다”며 공생발전의 보따리 풀기로 화답했다.

이 대통령의 공생발전 국정기조에 맞춰 대기업들이 내놓은 ‘선물’ 덕분에 간담회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그러나 재벌들이 급하게 이것저것 엮어 공생계획을 발표하고 대통령과 함께 활짝 웃는 사진을 찍었다고 해서 우리 사회의 그늘진 곳에 온기가 얼마나 전달될지 모르겠다. 안 하는 것보다는 나은 일이라고 하더라도 과거 경험에 비춰 그 실속에 큰 기대를 걸지 못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심각하던 2008년 12월 기업 최고경영자(CEO), 노조 간부, 경제학자 30여 명을 총리실로 초청해 “우리 경제에서 무엇이 잘못됐는가” “어떻게 해야 바로잡을 수 있는가”라고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물었다. 글로벌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독일의 정책이 여기서 나왔다고 미국의 뉴스위크가 5월에 보도했다. 기업은 노동자 해고를 하지 않는 대신 정부에서 임금을 보전해주고, 노동자는 일하는 시간을 줄여 ‘워크 셰어링’을 하는 노사정 합의가 이루어지기까지 메르켈 총리의 리더십이 큰 몫을 한 것은 물론이다.

그 덕분에 2010년 독일은 재정위기에 시달리는 유럽의 다른 나라보다 2배 높은 3.6%의 경제성장률을 올릴 수 있었다. 2005년 11%까지 치솟았던 실업률도 7%로 떨어졌다. 특히 정부는 전임 사민당 정부가 시작한 규제완화 개혁을 계속하고, 노사는 일자리를 유지하는 대신 경영간부부터 노동자까지 임금인상 요구를 자제해 중소기업 중심의 중산층 강국을 지키고 있다.

동반성장과 공생발전의 중요성은 재론할 필요가 없다. 글로벌 위기를 거치면서 시장의 실패를 바로잡고, 성장의 온기를 퍼뜨리는 정부의 역할에 대한 기대도 커졌다. 그러나 정부가 주도하고, 기업이 눈치 보듯 마지못해 움직이는 식으로 공생발전이나 동반성장이 지속되기는 어렵다. 정부는 건강한 기업생태계를 위한 룰과 인프라를 제대로 구축하고, 기업들의 손목을 비틀기보다는 자발성을 북돋는 정책을 펴야 한다. 무엇보다 이 정부 들어 더 늘어난 규제의 전봇대부터 뽑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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