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저축은행 비리, 수사로 다 도려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21일 03시 00분


올해 2월 부산저축은행과 대전저축은행의 영업이 정지되면서 부실 저축은행에 대한 1차 퇴출작업이 시작됐다. 3월 금융당국은 불법행위를 한 저축은행 대주주에게 최고 10년의 징역형을 내리겠다는 감독강화 방안까지 내놨다. 그러나 업계 2위인 토마토저축은행은 공시지가 12억 원짜리 땅을 담보로 978억 원을 토마토저축은행 회장의 고교 후배에게 대출해준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자산보다 부채가 4419억 원이나 많은 이 은행은 올해 7월 직원들에게 보너스 잔치를 벌였다. 토마토저축은행을 포함해 18일 영업 정지된 7개 저축은행은 한 사람에게 자기 자본의 20% 이상을 대출할 수 없다는 저축은행법을 밥 먹듯 어겼다.

부실 저축은행 1차 퇴출에 이어 2차 구조조정이 이미 예고돼 있었는데도 일부 저축은행에선 구조조정을 포함한 자구 노력은커녕 비리가 판을 쳤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이 소홀했거나, 금융당국 정도는 우습게 볼 만한 비호세력이 없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실제로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참모인 김두우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이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금품과 로비를 받은 혐의로 사퇴한 뒤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있다. 저축은행 비리가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

한상대 검찰총장은 어제 “저축은행을 둘러싼 금융계 비리가 매우 심각한 상황인 만큼 금융계에 만연해 있는 부정과 비리를 뿌리 뽑겠다”며 강력한 수사 의지를 피력했다. 하지만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올해 3월 저축은행 수사를 본격화한 이후 지금까지 60여 명을 기소했으나 여야 거물급 인사들의 관련 의혹은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한 총장이 공언한 대로 저축은행 비리의 뿌리를 샅샅이 밝혀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검찰이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려면 저축은행 비리가 금융계에만 국한된 일이 아닌 만큼 정치권 핵심부까지 파헤칠 수 있어야 한다.

아일랜드의 국가부도 위기는 부실 은행의 뒤처리를 정부가 떠맡으면서 재정까지 급격히 악화하는 바람에 가속화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저축은행 구조조정 기금 15조 원의 재원이 곧 바닥날 형편이어서 추가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피하다. 결국 국민 세금으로 저축은행과 대주주의 잘못으로 인한 부실을 메워주게 됐다. 검찰과 금융당국은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저축은행 비리를 수사를 통해 다 도려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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