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방과후 학교’ 돈 받는 교장들의 파렴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12일 03시 00분


‘방과후학교’를 위탁운영할 교육업체로 선정하는 대가로 1000만∼2500만 원의 뇌물을 받은 서울지역의 전·현직 초등학교 교장 15명이 어제 불구속 기소됐다. 이들에게 뇌물을 준 업체는 ‘방과후학교 시장’에서 각각 1위와 3위로 꼽히는 대교와 에듀박스다. 검찰은 특히 대교에 대해 “수십억 원이나 되는 비자금의 대부분이 뇌물로 쓰인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번에 드러난 비리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밝혔다. 교장들이 직(職)을 걸고 공교육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애를 써도 사교육을 따라잡기 힘든 판에 사교육을 줄이기 위한 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돈을 챙기니 공교육이 사교육에 지는 이유를 알 만하다.

외부 강사를 초청해 일반 학원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학생들을 지도하는 방과후학교는 노무현 정부 때 시작됐다. 이명박 정부도 사교육 경감 대책의 하나로 역점을 두어 추진하고 있다. 현 정부는 방과후학교에 학습지 회사나 학원도 참여할 수 있게 했고, 특기적성 프로그램만 가능했던 초등학교에도 교과 교육을 허용했다. 지난해 전·현직 초등학교 교장 5명이 방과후학교의 컴퓨터·영어교실 업체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데 이어 올해도 같은 비리가 반복되고 있다. 선정 권한을 쥔 교장을 상대로 교육업체가 로비를 벌일 수 없도록 방과후학교 운영방식을 뜯어고칠 필요가 있다.

방과후학교는 사교육비를 지출하기 어려운 저소득층과 중산층 학생이 주 대상이다. 방과후학교 비리는 프로그램의 질을 저하시켜 결국 저소득층 학생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 어떻게 보면 촌지보다도 질이 더 나쁜 교육범죄다. 제자와 교사들 앞에서 사표(師表)가 돼야 할 교장들의 윤리의식이 어쩌다 이렇게 마비됐는지 교육계의 대오각성이 나와야 한다.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은 교육비리에 물들어 교육계 수장(首長)으로서 모범이 되지 못했다. 이번 비리는 곽노현 교육감의 취임 전에 발생한 일이긴 하지만 곽 교육감은 학교 부패를 뿌리 뽑는 데 더 적극적으로 나서기 바란다.

정부는 사교육 경감을 교육의 핵심목표로 설정한 탓에 교육정책의 본질이 돼야 할 학교개혁을 제대로 못하고 있음을 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교육개혁의 첫 번째 목표는 공교육 정상화다. 교육현장의 비리를 일소하고 정말 실력 있는 교사와 교장들이 공교육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일이 우선시돼야 한다. 그래야만 사교육에 대한 의존이 줄어들고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을 경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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