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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장들 귀환 투타 탄탄“내년엔 다시 신바람 야구” “내년요? 잘될 거 같은데요. 내기라도 한번 할까요?” 잠실구장에서 마무리 훈련에 한창인 LG의 고참 선수들은 요즘 ‘희망’을 자주 이야기한다. LG는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이후 한 번도 가을잔치에 초대받지 못했다. 2006년과 지난해엔 최하위를 했고, 기대를 모았던 올해도 7위에 그쳤다. 산전수전 다 겪은 고참 선수들이 무작정 “내년은 다를 것”이라고 얘기하는 건 아니다. 가장 큰 전력 상승 요인은 ‘올드 보이’들의 귀환이다.○ 박명환, ‘유리 몸’은 이제 그만 몇 년째 LG의 가장 취약한 부분은 투수진이었다. 올해는 특히 봉중근을 제외하고는 믿을 만한 선발 투수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내년 박명환이 건강한 몸으로 돌아온다면 LG는 봉중근-박명환으로 이뤄진 좌우 원투 펀치를 보유하게 된다. 김용수 스카우트를 비롯한 스카우트 팀은 현재 도미니카공화국 등을 돌며 외국인 선발 투수들을 찾고 있다. 올해 KIA의 우승을 이끌었던 아킬리노 로페즈급의 수준급 용병 투수 2명이 가세하면 무시하지 못할 선발진이 꾸려진다. 투수력 재건의 키를 쥐고 있는 박명환은 “벌써부터 내년 시즌이 기다려진다. 지난 3년간 부상 등으로 제 몫을 못해 팬과 구단에 미안한 마음이 크다. 반드시 제 몫을 하는 선발 투수로 돌아오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는 지난해 고질이던 어깨 통증을 수술로 말끔히 털어냈다. 올해 허벅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기 전까지 시속 150km의 강속구를 던졌다. ○ ‘적토마’ 이병규까지 돌아온다면 “(이병규를) 잡아주실 거죠?” “그럼요. 감독님이 원하시면요.” 지난주 박종훈 감독과 이영환 단장 사이에 오갔던 대화 한 토막이다. LG의 라인업은 올해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자유계약선수(FA)로 영입한 정성훈과 이진영이 제 몫을 했다. 톱타자 이대형은 3년 연속 50개 이상 도루를 했다. 박용택은 데뷔 8년째인 올해 타율 0.372로 타격왕에 올랐다. 여기에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에서 3년간 뛰었던 이병규마저 돌아온다면 타선의 짜임새가 한결 탄탄해진다. 이병규-이대형-이진영의 외야 라인업이 완성되고 어깨가 약한 박용택은 1루수나 지명타자로 나설 수 있다. LG는 이병규와 곧 영입 협상을 할 계획이다. 박 감독은 “이병규의 몸 상태를 봐야겠지만 전력상 도움이 되는 선수라는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내년이요? 잘 될 거 같은데요. 내기라도 한 번 할까요?" 잠실구장에서 마무리 훈련에 한창인 LG의 고참 선수들은 요즘 '희망'을 자주 이야기한다. LG는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이후 한 번도 가을잔치에 초대받지 못했다. 2006년과 지난해엔 최하위를 했고, 기대를 모았던 올해도 7위에 그쳤다. 산전수전 다 겪은 고참 선수들이 무작정 "내년은 다를 것"이라고 얘기하는 건 아니다. 가장 큰 전력 상승 요인은 '올드 보이'들의 귀환이다. ●박명환, '유리 몸'은 이제 그만 몇 년째 LG의 가장 취약한 부분은 투수진이었다. 올해는 특히 봉중근을 제외하고는 믿을 만한 선발 투수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내년 박명환이 건강한 몸으로 돌아온다면 LG는 봉중근-박명환으로 이뤄진 좌우 원투 펀치를 보유하게 된다. 김용수 스카우트를 비롯한 스카우트 팀은 현재 도미니카 공화국 등을 돌며 외국인 선발 투수들을 찾고 있다. 올해 KIA의 우승을 이끌었던 아킬리노 로페즈(KIA) 급의 수준급 용병 투수 2명이 가세하면 무시하지 못할 선발진이 꾸려진다. 투수력 재건의 키를 쥐고 있는 박명환은 "벌써부터 내년 시즌이 기다려진다. 지난 3년 간 부상 등으로 제 몫을 못해 팬과 구단에 미안한 마음이 크다. 반드시 제 몫을 하는 선발 투수로 돌아오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는 지난해 수술을 통해 고질이던 어깨 통증을 말끔히 털어냈다. 올해 허벅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기 전까지 시속 150km의 강속구를 던졌다. ●'적토마' 이병규까지 돌아온다면 "(이병규를) 잡아주실 거죠?" "그럼요. 감독님이 원하시면요." 지난 주 박종훈 감독과 이영환 단장 사이에 오갔던 대화 한 토막이다. LG의 라인업은 올해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자유계약선수(FA)로 영입한 정성훈과 이진영이 제 몫을 했다. 톱타자 이대형은 3년 연속 50개 이상 도루를 했다. 박용택은 데뷔 8년째인 올해 타율 0.372로 타격왕에 올랐다. 여기에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에서 3년간 뛰었던 이병규마저 돌아온다면 타선의 짜임새가 한결 탄탄해진다. 이병규-이대형-이진영의 외야 라인업이 완성되고 어깨가 약한 박용택은 1루수나 지명타자로 나설 수 있다. LG는 이병규와 곧 영입 현상을 할 계획이다. 박 감독은 "이병규의 몸 상태를 봐야겠지만 전력상 도움이 되는 선수라는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이헌재기자 uni@donga.com}

코스공략 한층 성숙… 쇼트게임 정교해져18번홀 벙커위기 되레 버디로 우승 쐐기 다른 종목도 마찬가지지만 프로 골프에서 뒷심은 우승 여부를 가리는 중요한 열쇠다. 미셸 위는 중요한 순간에 번번이 실수를 쏟아내며 무관에 허덕였다. 올해 SBS오픈에서는 3타 차 선두를 달리다 마지막 날 11번홀(파4)에서 티샷 난조로 더블보기를 해 꿈을 접었다.그런 미셸 위가 이번 대회에서는 신지애, 크리스티 커, 폴라 크리머 등 강자들과 접전을 벌이면서도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코스 공략이 한결 성숙했고 쇼트게임도 정교했다. 12번홀(파4)에서 티샷 실수로 보기를 했지만 더는 흔들리지 않았다. 1타 차 선두였던 18번홀(파5)에서도 티샷이 러프에 떨어진 뒤 두 번째 샷은 벙커에 빠졌지만 오히려 버디로 우승을 확정지었다.늘 약점으로 지적된 퍼트는 미국프로골프(PGA) 메이저 2승을 거둔 데이브 스톡턴(미국)의 레슨을 받아 공의 위치를 예전보다 조금 오른발 쪽에 두고 스탠스를 조금 열어 정확도를 높였다. 올 시즌 레귤러 온을 했을 때 퍼트 수는 1.76타로 5위에 오를 만큼 향상된 미셸 위는 이번 대회에서 2m 안팎의 까다로운 퍼트를 좀처럼 놓치지 않았다. 장타력은 여전해 16번홀(405야드)에서는 두 번째 샷을 105야드 남겨뒀고, 227야드의 파3홀인 17번홀에서는 5번 아이언으로 티샷을 했다. 우승 물꼬를 트면서 미셸 위는 골프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됐다. 미국 주요 언론들은 ‘슈퍼스타의 귀환’을 비중 있게 다뤘다. 경제 위기 속에서 대회 취소 사태를 겪고 있는 LPGA투어도 대형 호재로 여기고 있다. 다시 날갯짓을 시작한 미셸 위의 활약이 기대된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미셸 위 말말말“골프는 내인생… 눈감고 귀막고 훈련만 했다”“5세 때 처음 골프 클럽을 잡았을 때 골프가 내 삶의 전부가 될 것 같았는데 11년 만에 이런 자리를 갖게 됐다.”(2005년 10월 6일 프로 전향 선언을 하며)―미셸 위는 2005년 나이키와 소니로부터 연간 1000만 달러 이상의 후원을 받으며 프로에 데뷔했다.“실감이 안 난다. 어린이날을 맞아 갤러리와 아이들이 많이 오셔서 더욱 힘을 냈다.”(2006년 5월 5일 아시아투어 SK텔레콤오픈에서 남자 대회에 처음 컷을 통과한 뒤)―2003년 처음 성대결을 벌인 미셸 위는 공식 남자 프로대회 8번째 출전 만에 처음으로 컷 통과의 꿈을 이뤘다.“88타 룰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최선을 다했지만 손목 부상 때문에 기권했을 뿐이다.”(2007년 6월 1일 긴 트리뷰트에서 기권한 뒤)―미셸 위는 1라운드 17번홀까지 14오버파를 친 뒤 손목 부상을 이유로 기권했다.“눈 감고, 귀 막고 손목 치료와 훈련에 전념했다.”(2008년 12월 LPGA 퀼리파잉스쿨을 통과한 뒤 한국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손목 부상에 따른 부진으로 많은 비난을 받았던 미셸 위는 지난해 말 LPGA 퀄리파잉스쿨을 통과한 뒤 모처럼 밝은 표정을 되찾았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올해의 선수상은 내주 결정 신인왕을 확정지은 ‘골프 지존’ 신지애(21·미래에셋·사진)가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상금왕에 올랐다. 신지애는 16일 끝난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에서 합계 10언더파 278타로 공동 3위에 올라 상금 6만5936달러를 받았다. 시즌 상금을 177만5104달러로 끌어올린 신지애는 2위 크리스티 커(149만5812달러·미국)에 28만 달러 가까이 앞서 시즌 최종전인 투어챔피언십(우승 상금 22만5000달러) 결과에 상관없이 상금왕을 확정지었다. 아시아 선수로는 1987년 오카모토 아야코(일본)에 이어 두 번째. 하지만 신지애의 올해의 선수상 등극 여부는 투어챔피언십에 가서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신지애는 올해의 선수상 포인트 156점으로 2위 로레나 오초아(멕시코·148점)에 8점 차로 앞서 있다. 신지애는 최저 타수에서는 70.27타로 1위 오초아(70.22타)를 바짝 쫓고 있어 투어챔피언십 결과에 따라 신인왕을 포함한 4관왕이 가능하다. 신지애는 “상금왕이 확정돼 기쁘지만 만족하지 않고 다음 주 마지막 대회까지 최선을 다해 올해의 선수 자리에도 오르겠다”고 밝혔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김태균, 지바 롯데와 ‘3년 70억원’ 사인 김태균(27·사진)에게 같은 1루수이자 홈런타자인 이승엽(33·요미우리)은 넘고 싶은 벽이었다. 그는 한화 입단 첫해인 2001년 88경기에서 20홈런을 치며 신인왕에 올랐다. 그때부터 그의 이름 앞에는 ‘포스트 이승엽’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그는 해마다 이승엽을 이기기 위해 노력했다. 2003년에는 타율 0.319에 31홈런을 쳤다. 하지만 그해 이승엽은 아시아 홈런 신기록(56개)을 세웠다. 그리고 일본프로야구 지바 롯데에 진출했다. 김태균은 입단 후 5년째인 2005년에야 처음 1루수 골든글러브를 차지했다. 그의 수상 소감은 “승엽이 형이 있을 때 받았으면 더 좋았을 텐데”였다. 日진출 11명중 연봉총액 최다 그런 김태균이 이승엽이 걸었던 길을 뒤쫓게 됐다. 올해 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인 그는 13일 일본 롯데와 계약했다. 이승엽을 영입했던 세토야마 류조 롯데 구단 대표는 이날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태균과 3년간 계약금 1억 엔, 연봉 1억5000만 엔 등 총 5억5000만 엔(약 70억 원)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보장된 연봉 총액만으로 보면 역대 일본프로야구에 진출한 11명의 한국 프로야구 출신 선수 가운데 가장 많다. 계약 기간도 가장 길다. 옵션을 합치면 7억 엔(약 90억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승엽은 2003년 말 계약 때 2년간 5억 엔(계약금 1억 엔, 연봉 2억 엔)을 받았다. 김태균은 “롯데와 라쿠텐이 관심을 보였다. 두 팀이 제시한 액수는 비슷했는데 라쿠텐이 더 많은 옵션을 제시했다. 그래도 승엽이 형이 뛰었고 한국 선수를 잘 아는 롯데를 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승엽과 마찬가지로 팀의 1루수이자 4번 타자를 꿰찰 것으로 보인다. 세토야마 대표는 “김태균은 파워가 좋고 기술도 갖췄다. 수비 솜씨도 괜찮다. 한국의 보물 같은 존재와 계약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니시무라 노리후미 신임 감독도 “오른손 거포 영입이 최대의 전력 보강 포인트였다. 몹시 흥분된다”고 말했다. 日감독 “거포영입 흥분된다” 전날 한화와의 최종 협상에서 역대 최고 대우(4년간 60억 원 이상) 제안을 거절한 김태균은 “팀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떠나게 돼 팬과 구단에 미안하지만 일본행은 나의 오랜 꿈이었다”며 “부상 없이 풀타임으로 출전해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 김태균의 9년간 통산 성적은 타율 0.310에 188홈런, 701타점이다. 3월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 대표팀 4번 타자로 타율 0.345에 3홈런, 11타점을 기록하며 일본과 미국 스카우트들의 주목을 받았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dongA.com에 동영상▲ 이헌재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기자}

체중 늘리려 하루 6끼 식사최근 힘 붙으며 직구위력 ‘쑥’두산 왼손 신인 투수 장민익(18)의 키는 207cm다. 프로농구 전자랜드 센터 서장훈과 같다. 두산의 마무리 훈련이 열리고 있는 잠실구장에서 그는 유독 눈에 띈다. 키에 비해 몸은 왜소한 편이다. 현재 몸무게는 98kg 정도. 고교 시절 90kg 내외였으니 많이 찌운 게 이 정도다. 순천 효천고 시절 그는 주목받은 기억이 거의 없다. 대회마다 번번이 1, 2회전에서 탈락해 주목을 받을 틈이 없었다. 직구 빠르기도 시속 130km대 초반에 불과했다. 8월경부터 공이 좋아졌다. 봉황기 고교야구대회에서는 직구가 130km대 후반으로 올라왔다. 최고 구속은 143km까지 나왔다. 하지만 던질 줄 아는 구종은 직구와 슬라이더 두 개였다. 큰 키 때문에 어딘지 모르게 엉성해 보이기도 했다. 두산은 그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몸집을 키우고 체계적인 훈련을 하면 대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과감하게 1순위 지명으로 그를 뽑았다. 계약금은 1억5000만 원. 장민익은 요즘 훈련 못지않게 먹는 데에 신경을 쓴다. 자기 전에 라면 등 야식을 먹는 것은 기본. 육류를 중심으로 하루에 최대 6끼까지 식사를 한다. 영양 보충제를 먹어가며 웨이트 트레이닝도 열심이다. 체중이 늘면서 위에서 내리꽂는 힘 있는 직구가 위력을 발휘했다. 지난주까지 3차례 청백전에 등판해 6이닝 동안 1개의 안타만 맞았다. 삼진은 6개나 뽑았다. 내년까지 체중을 110kg까지 늘릴 작정이다. 메이저리그에서 303승을 거둔 샌프란시스코의 왼손 투수 랜디 존슨(208cm, 102kg)에 빗댄 ‘랜디 민익’이란 별명까지 생겼다. 그의 목표는 내년에 1군에서 뛰는 것. 그는 “큰 키 때문에 농구나 배구를 해보라는 제안을 받은 적은 없다”며 “야구 선수가 된 게 너무 행복하다. 부드러운 투구 폼을 가진 류현진(한화) 선배 같은 왼손 투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국 선수와 재일동포로 이뤄진 야구팀이 일본 간사이 독립리그에 진출한다. 올해 창단한 실업야구 팀인 한일야구앤스포츠는 12일 팀 이름을 코리아 터틀십스(Turtle ships·거북선)로 바꾸고 재일동포 선수들을 추가로 뽑아 내년 시즌부터 간사이 독립리그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연고지는 재일동포가 많이 사는 오사카로 정해졌다. 터틀십스는 23일부터 닷새간 남양주 삼패리야구장에서 국내 선수들을 대상으로 입단 테스트를 실시하고 일본에서도 선수를 모집할 계획이다. 초대 사령탑으로는 김용철 전 경찰청 감독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올해 출범한 간사이 독립리그에는 4개 구단이 참여해 고베가 우승했다. 고베는 일본 최초의 여자 프로야구 선수로 화제가 됐던 요시다 에리가 뛰었던 팀이다. 하지만 시즌 후 오사카가 탈퇴해 현재 3개 구단만 남아 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日텃세 뚫고 ‘성공홈런’ 쏠까올해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로 꼽히는 김태균(27·한화·사진)의 일본행이 가시화되고 있다. 일본 스포츠닛폰은 10일자에서 이승엽(요미우리)이 뛰었던 지바 롯데가 김태균을 영입하기로 하고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신분 조회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롯데가 1억5000만 엔 이상의 연봉을 제시할 것이라고 구체적인 액수까지 덧붙였다. 김태균 역시 “해외 진출을 우선 추진하겠다”고 밝힌 터라 일본 진출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그렇다면 과연 김태균은 일본 무대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대다수 야구 관계자들은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고 있다. 한 프로야구 감독은 “태균이가 한국을 대표하는 4번 타자인 것은 맞지만 일본에서 뛰어난 활약을 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단언했다. 실력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한국 타자에 대한 일본 투수들의 텃세가 관건이라는 것. 그는 “일본 투수들은 한국 선수들에게는 위협구도 서슴지 않는다. 투수에 비해 굴곡이 심한 타자의 특성상 꾸준히 타격 페이스를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감독 역시 “승엽이가 올해 무너진 것은 몸쪽으로 날아드는 위협구의 영향이 컸다”며 “차라리 힘으로 정면 승부하는 미국 프로야구에 진출하는 게 훨씬 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한 한국 타자들 가운데 꾸준히 성공을 거둔 사례는 없다. 이승엽은 2006년 41홈런을 치며 선전했으나 올해는 주로 2군에 머물며 타율 0.229에 16홈런으로 부진했다. 한국 최고의 교타자였던 이병규(주니치) 역시 올해 시즌 대부분을 2군에서 보낸 뒤 방출 통보를 받았다. ‘야구 천재’로 불렸던 이종범(KIA)도 일본 진출 첫해인 1998년 한신전에서 가와지리 데쓰로의 몸쪽 공에 맞아 팔꿈치 골절 부상을 당한 뒤 예전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반면 선동열(삼성 감독·전 주니치)을 비롯해 투수들 대부분은 연착륙에 성공했다. 야쿠르트에 입단한 임창용은 지난해 33세이브에 이어 올해도 28세이브를 거뒀다. 원 소속팀 한화가 사상 최고 대우를 고려하는 가운데 김태균이 과연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오초아 잡으러 호랑이 굴로1978년 낸시 로페스(미국) 이후 31년 만에 신인왕과 올해의 선수상 동시 석권을 노리는 신지애(21·미래에셋·사진)가 호랑이를 잡기 위해 호랑이 굴로 들어갔다. 지난주 신인왕을 확정지은 신지애는 멕시코 과달라하라CC(파72·6644야드)에서 12일부터 나흘간 열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총상금 110만 달러)에서 올해의 선수상 등 다관왕 굳히기에 나선다. 대회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대회는 세계 랭킹 1위 로레나 오초아(멕시코)가 주최한다. 신지애는 올해의 선수상 포인트에서 147점으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오초아(143점)는 간발의 차로 뒤따르고 있다. 오초아는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각종 수상 후보에서 밀려난 듯했다. 하지만 10월 나비스타 LPGA 클래식에서 우승한 데 이어 지난주 일본에서 열린 미즈노 클래식에서도 마지막 날 8언더파 64타의 맹타를 휘두르며 공동 2위에 오르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다. 신지애는 11일 기자회견에서 “올 시즌 목표였던 신인왕을 따냈기 때문에 이번 대회는 보너스로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올해의 선수상을 탈 기회가 온 만큼 최선을 다하겠다”며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오초아 역시 “고향에 오게 돼 마음이 편하다. 쉽지 않겠지만 4년 연속 올해의 선수상에 도전하겠다”며 출사표를 냈다. 상위 36명의 선수만 출전하는 이번 대회에서 신지애가 우승한다면 올해의 선수 포인트 30점을 추가해 수상이 유력해진다. 시즌 4승으로 다승왕 경쟁에서도 오초아(3승)에게 앞선다. 올해 역대 최다 타이인 11개 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LPGA의 절대 강자인 코리아 군단은 멕시코에서 열린 대회에선 우승이 없었다. 코리아 군단의 ‘멕시코 징크스’ 탈출 여부도 관심거리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세계 랭킹 2위 필 미켈슨(미국)이 월드골프챔피언십(WGC) HSBC챔피언스에서 세계 1위인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를 꺾고 2년 만에 우승컵을 되찾았다. 2007년 챔피언 미켈슨은 8일 중국 상하이 시산인터내셔널GC(파72)에서 열린 최종 4라운드에서 3타를 줄여 어니 엘스(남아공)와 우즈의 추격을 뿌리치고 합계 17언더파 271타로 우승했다. 시즌 4승째로 자신의 한 시즌 최다승 타이 기록. 우승 상금은 120만 달러. 엘스는 이날 무려 9타를 줄였지만 앞선 라운드의 부진을 만회하지 못하고 1타 차 2위(16언더파 272타)에 만족해야 했다. 우즈는 후반 9홀에서 4개의 버디를 뽑아내며 막판 추격전을 펼쳤지만 전반 9홀에서 카메라 셔터 소리에 흥분해 미스샷을 연발하며 까먹은 스코어를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우즈는 4번홀(파3)에서 티샷을 물에 빠뜨려 더블보기를 하는 등 전반에 39타를 적어내며 자멸했고 공동 6위(12언더파 276타)에 그쳤다. 미켈슨이 우즈와 챔피언 조에서 함께 플레이해 우즈를 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미교포 앤서니 김은 공동 10위(10언더파 278타)로, 양용은(테일러메이드)은 공동 33위(3언더파 285타)로 대회를 마쳤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도로 사이클의 매력은 무엇보다 스피드죠. 확 트인 강변북로를 시원하게 달릴 수 있어 너무 행복했어요.” 차가운 가을비에도 그들의 질주는 거침이 없었다. 8일 서울 세종로 광화문광장에서 출발해 도심을 횡단한 투르 드 서울 국제사이클대회에서는 분홍색 유니폼을 입은 마스터스 선수들이 유독 눈에 띄었다. 이들은 국내 최대 도로 사이클 동호회인 ‘전국도로싸이클라이딩연합(도싸·DOSSA)’ 소속 마스터스들. 이들은 엘리트 선수들의 뒤를 따라 자동차가 독점하고 있던 서울 도심을 마음껏 달렸다. 도싸는 포장도로를 달리도록 설계된 도로 사이클을 타는 사람들이 2000년에 만든 단체다. 서울 회원 1만여 명을 포함해 전국 회원이 4만여 명이나 된다. 서울 도심을 달릴 수 있다는 소식에 많은 도싸 회원들은 빗속을 뚫고 광화문광장에 모였다. 도싸의 임영제 회장은 “도로 사이클은 단체 경기의 성격이 강하다. 혼자 시속 30km 정도로 달리는 라이더가 그룹을 지어서 탈 때는 35∼40km도 달릴 수 있다. 뭉쳐서 탈수록 더 안전하고 재미있게 탈 수 있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도심 자전거 타기의 행복이 내년에도 계속되기를 바란다”며 “상대적으로 느린 여성 라이더들도 동참할 수 있는 대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사이클에도 광화문 시대가 다시 열렸다. 1968년 창설된 동아사이클대회가 2회 대회까지 광화문에서 출발한 뒤 꼭 40년 만이다. 동아사이클이 도심 교통난을 피해 도심을 떠난 뒤 광화문은 자동차와 매연으로 가득한 공간이었다. 하지만 2000년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71회 동아마라톤대회 때 마라토너들이 광화문을 메워 사람 냄새를 풍겼고 올 8월에는 광화문광장이 개장돼 시민들의 공간이 됐다. 첫 대회인 투르 드 서울 국제사이클대회가 광화문광장에서 출발해 골인함으로써 이제 광화문은 다양한 문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게 됐다. 군사정권 시절 4·19혁명을 기념하는 유일한 스포츠 행사였던 동아사이클이 재탄생한 투르 드 서울은 녹색성장의 키워드로 떠오른 자전거를 통한 새로운 문화혁명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 우승자 조호성 스토리눈을 떠 보니 병원이었다. 몸을 움직이려 했으나 말을 듣지 않았다. 갑자기 무서워졌다. 다시 자전거를 탈 수 있을까. 조호성(35·서울시청)은 올 3월 대만의 한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경륜 황제’ 자리를 박차고 나와 아마추어 사이클 선수로 돌아온 지 3개월째. 정상이 아닌 몸으로 무리한 게 화근이었다. 처음엔 대회에 참가해 컨디션이나 점검해 볼 요량이었다. 하지만 막상 자전거에 올라타니 승부욕이 불타올랐다. 투르 드 대만 5일째, 내리막길에서 그는 힘껏 페달을 밟았다. 그의 기억은 거기까지만 남아 있다. 자전거는 가드레일을 받은 뒤 5m 정도 되는 언덕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목뼈 3∼5번 골절. 얼마 후 깨어났지만 ‘이제는 끝이구나’ 하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다행히 회복은 빨랐다. 병원 한쪽에 마련한 연습실에서 목 부위를 고정시킨 채 다리 운동을 시작했다. 자전거에 앉자 새로운 삶을 얻은 기분이었다. 1등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사라졌다. 세상을 보는 눈도 여유로워졌다. 달릴 수만 있다면 그걸로 좋았다. 5월에는 자전거의 본고장인 프랑스로 건너가 재활을 겸한 훈련에 매진했다. 4개월에 걸친 맹훈련을 마치고 돌아오자 다시 자신감이 샘솟았다. 5년간 경륜을 하면서 얻은 노련함이 덧붙었고, 무엇보다 즐기면서 타는 자전거였기 때문이다. 복귀 무대는 지난달 열린 전국체전이었다. 남자 일반부 개인도로 금메달과 45km 도로 독주 은메달. 복귀전치고는 만족스러운 성적이었다. 그리고 국제대회 복귀 무대였던 8일 열린 2009 투르 드 서울 국제사이클대회. 출발선에 선 그는 “오늘도 즐기자”고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생전 처음 달려보는 서울 도심은 신선하다 못해 신기했다. 비가 흩날리는 가운데 옆으로 보이는 한강의 풍광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즐거웠다. 신이 났다. 마음껏 페달을 밟았다. 결승선을 2km 앞두고 차를 타고 뒤따라오던 정태윤 감독이 ‘공격’ 신호를 보냈다. 페달에 온몸의 힘을 실었다. 앞서가던 독일 선수 2명을 단숨에 제치고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했다. 자신도 모르게 두 주먹이 불끈 쥐어졌다. 경륜 시절 수없이 했던 1등이었지만 기분이 달랐다. 서울 도심을 달리는 대회에서 맛본 첫 우승이었기 때문이다. 우승을 확정짓자마자 두 살배기 딸 채윤이를 품에 안고 입을 맞췄다. 옆에는 6년 전 결혼한 아내 황원경 씨(29)가 서 있었다. 참 고마운 아내다. 매년 2억 원 넘게 벌던 경륜을 그만둔다고 했을 때 아내는 “당신의 꿈이 소중하다. 꿈 없이 사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격려해 줬다. 경륜 황제로 군림하고 있을 때도 올림픽 메달의 꿈은 한번도 그의 머릿속을 떠난 적이 없다. 9년 전 시드니 올림픽 포인트레이스(트랙에서 몇 바퀴를 돌 때마다 순위를 매겨 총점으로 최종 승자를 가리는 경주)에서 그는 단 1점이 모자라 4위를 했다. 아쉬움을 안고 살던 그에게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은 또 다른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포인트레이스 금메달리스트인 후안 라네라스(스페인)의 나이는 39세였다. 눈이 번쩍 떠지며 한 줄기 빛이 쏟아지는 것 같았다. 런던 올림픽이 열리는 2012년에 그의 나이는 38세다. 나도 할 수 있다. 그의 롤모델은 수영의 박태환과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다. 그들 덕분에 수영과 피겨가 인기 스포츠가 됐다. 조호성은 “제가 잘해야죠. 제가 안 되면 후배들이 잘해야죠. 수영이나 피겨처럼 사이클이 국민들에게 힘을 주고,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도록 하는 게 꿈”이라고 말한다. 투르 드 서울 우승으로 첫 단추는 잘 끼웠다. 그가 소속된 서울시청 사이클 팀은 하루의 휴식도 없이 투르 드 하이난을 위해 9일 중국으로 출국한다. 그의 인생도 자전거 바퀴처럼 쉬지 않고 앞으로 달려가고 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스포츠레저부장환수 부장, 안영식 차장,양종구 이승건 이헌재 이종석 김동욱 기자▽사회부이동영 황진영 조종엽 기자▽사진부박경모 부장, 김동주 안철민이훈구 차장, 전영한 변영욱원대연 김재명 기자▽스포츠동아양회성 기자▲동아닷컴 뉴스콘텐츠팀}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서 활동하는 송보배(23)는 씩씩하다. 2007년 일본으로 건너간 그는 올해 5월부터 일본 도쿄의 집에서 혼자 생활한다. 송보배는 “전혀 불편하지 않다. 어차피 투어 따라다니느라 집에는 거의 못 들어간다”고 말한다.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로부터 경기위원의 판정에 불만을 품고 기권했다는 이유로 2년간 출전금지 처분을 받았을 때도 “자꾸 그 사건에 대해 물어보시는데 그 일은 깨끗이 잊었고, 더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그런 ‘강심장’을 가진 송보배가 지난달 일본 메이저대회 일본여자오픈에 이어 8일 막을 내린 미즈노클래식에서 우승했다. 미즈노클래식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까지 겸한 대회라 기쁨이 두 배였다. 일본 투어 2개 대회 연속 우승이자 통산 3승째. 송보배는 이날 일본 미에 현 시마의 긴테쓰 가시코지마CC(파72·6506야드)에서 열린 대회 3라운드에서 4언더파 68타를 쳐 합계 15언더파 201타로 2위 그룹을 3타 차로 여유 있게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우승 상금은 21만 달러(약 2억5000만 원). 한국 여자 골프 군단은 송보배까지 우승자 대열에 합류함으로써 올해 LPGA에서만 11승을 합작했다. 이는 2006년 시즌 최다승과 타이 기록. 송보배는 “17번홀(파3)에서 티샷이 그린 오른쪽 벙커 방향으로 날아갔는데 바운드 되면서 핀 옆으로 가 ‘운이 따르는구나’ 하고 생각했다”며 “우승을 확정짓자 함께 일본 투어에서 뛰는 전미정 언니가 많이 축하해 줬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우승으로 LPGA투어 내년 시즌 출전권을 확보했지만 미국 진출에 대해서는 좀 더 생각해 본 뒤 결정하기로 했다. 박희영은 12언더파 204타를 쳐 공동 2위에 올랐고 지난해 우승자이자 올해의 선수상을 노리는 신지애(미래에셋)는 11언더파 205타로 공동 5위를 차지했다. 신지애의 경쟁자 로레나 오초아(멕시코)는 마지막 라운드에서 8언더파 64타의 맹타를 휘둘러 공동 2위까지 순위를 끌어 올렸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도로 사이클의 매력은 무엇보다 스피드죠. 확 트인 강변북로를 시원하게 달릴 수 있어 너무 행복했어요." 차가운 가을비에도 그들의 질주는 거침이 없었다. 8일 서울 세종로 광화문광장에서 출발해 도심을 횡단한 투르 드 서울 국제사이클대회에서는 분홍색 유니폼을 입은 마스터스 선수들이 유독 눈에 띄었다. 이들은 국내 최대 도로 사이클 동호회인 '전국도로싸이클라이딩연합(도싸·DOSSA)' 소속 마터스터들. 이들은 엘리트 선수들의 뒤를 따라 자동차가 독점하고 있던 서울 도심을 마음껏 달렸다. 도싸는 포장도로를 달리도록 설계된 도로 사이클을 타는 사람들이 2000년에 만든 단체다. 서울 회원 1만여 명을 포함해 전국 회원이 4만여 명이나 된다. 서울 도심을 달릴 수 있다는 소식에 많은 도싸 회원들은 빗속을 뚫고 광화문 광장에 모였다. 도싸의 임영제 회장은 "도로 사이클은 단체 경기의 성격이 강하다. 혼자 시속 30km 정도로 달리는 라이더는 그룹을 지어서 탈 때는 35~40km까지도 달릴 수 있다. 뭉쳐서 탈수록 더 안전하고 재미있게 탈 수 있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도심 자전거 타기의 행복이 내년에도 계속되기를 바란다"며 "상대적으로 느린 여성 라이더들도 동참할 수 있는 대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이헌재기자 uni@donga.com}

■ 우승자 조호성 스토리눈을 떠 보니 병원이었다. 몸을 움직여보려 했으나 말을 듣지 않았다. 갑자기 무서워졌다. 다시 자전거를 탈 수 있을까. 조호성(35·서울시청)은 지난 3월 대만의 한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경륜 황제' 자리를 박차고 나와 아마추어 사이클 선수로 돌아온 지 3개월째. 정상이 아닌 몸으로 무리를 한 게 화근이었다. 처음엔 대회에 참가해 컨디션이나 점검해 볼 요량이었다. 하지만 막상 자전거에 올라타니 승부욕이 불타올랐다. 투르 드 타이완 5일째 내리막길에서 그는 힘껏 페달을 밟았다. 그의 기억은 거기까지만 남아 있다. 자전거는 가드 레일을 받은 뒤 5m 정도 되는 언덕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목뼈 3~5번 골절. 얼마 후 깨어났지만 '이제는 끝이구나' 하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다행히 회복은 빨랐다. 병원 한 쪽에 마련한 연습실에서 목 부위를 고정시킨 채 다리 운동을 시작했다. 자전거에 앉자 새로운 삶을 얻은 기분이었다. 1등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사라졌다. 세상을 보는 눈도 여유로워졌다. 달릴 수만 있다면 그걸로 좋았다. 5월에는 자전거의 본고장인 프랑스로 건너가 재활을 겸해 훈련에 매진했다. 허벅지가 찢어지고 숨이 끊어질 것 같은 같은 고통스러운 훈련도 즐거움이었다. 4개월에 걸친 맹훈련을 마치고 돌아오자 다시 자신감이 샘솟았다. 5년 간 경륜을 하면서 얻은 노련함이 덧붙여졌고, 무엇보다 즐기면서 타는 자전거였기 때문이다. 복귀 무대는 지난 달 열린 전국체전이었다. 남자 일반부 개인도로 금메달과 45km 도로 독주 은메달. 복귀전 치고는 만족스러운 성적이었다. 그리고 국제 대회 복귀 무대였던 8일 열린 2009 투르 드 서울 국제사이클대회. 출발선에 선 그는 "오늘도 즐기자"고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탕'하는 출발 신호와 함께 그의 굵은 허벅지 근육은 힘차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생전 처음 달려보는 서울 도심은 신선하다 못해 신기했다. 비가 흩날리는 가운데 옆으로 보이는 한강의 풍광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즐거웠다. 신이 났다. 마음껏 페달을 밟았다. 결승선을 2km 앞두고 차를 타고 뒤따라오던 정태윤 감독이 '공격' 신호를 보냈다. 페달에 온몸의 힘을 실었다. 앞서가던 독일 선수 2명을 단숨에 제치고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했다. 자신도 모르게 두 주먹이 불끈 쥐어졌다. 경륜 시절 수없이 했던 1등이었지만 기분이 달랐다. 서울 도심을 달리는 대회에서 맛본 첫 우승이었기 때문이다. 우승을 확정짓자마자 두 살배기 딸 채윤이를 품에 안고 입을 맞췄다. 옆에는 6년 전 결혼한 아내 황원경 씨(29)가 서 있었다. 참 고마운 아내다. 매년 2억 원 넘게 벌던 경륜을 그만 둔다고 했을 때 아내는 "당신의 꿈이 소중하다. 꿈 없이 사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격려해 줬다. 경륜 황제로 군림하고 있을 때도 올림픽 메달의 꿈은 한 번도 그의 머릿속을 떠난 적이 없다. 9년 전 시드니 올림픽 포인트레이스(트랙에서 몇 바퀴를 돌 때마다 순위를 매겨 총점으로 최종 승자를 가리는 경주)에서 그는 단 1점이 모자라 4위를 했다. 아쉬움을 안고 살던 그에게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은 또 다른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포인트레이스 금메달리스트인 후안 라네라스(스페인)의 나이는 39세였다. 눈이 번쩍 떠지며 한 줄기 빛이 쏟아지는 것 같았다. 런던 올림픽이 열리는 2012년에 그의 나이는 38세다. 나도 할 수 있다. 그의 롤 모델은 수영의 박태환과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다. 그들 덕분에 수영과 피겨가 인기 스포츠가 됐다. 조호성은 "제가 잘해야죠. 제가 안 되면 후배들이 잘 해야죠. 수영이나 피겨처럼 사이클이 국민들에게 힘을 주고,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도록 하는 게 꿈"라고 말한다. 투르 드 서울 우승으로 첫 단추는 잘 끼웠다. 그가 소속된 서울시청 사이클 팀은 하루의 휴식도 없이 투르 드 하이난을 위해 9일 중국으로 출국한다. 그의 인생도 자전거 바퀴처럼 쉬지 않고 앞으로 달려가고 있다.이헌재기자 uni@donga.com}

《그는 ‘경륜 황제’였다. 2004년 경륜에 입문한 그는 한 해 상금으로 2억6000만 원을 벌기도 했다. 지난해까지 5년간상금왕에 4번 올랐고, 그랑프리 우승은 3번 차지했다. 그러나 그는 올 초 스스로 황제 자리에서 내려왔다. 그것도 돈과 명예와는거리가 먼 아마추어 사이클 선수로다. 서울시청 사이클 팀에 복귀한 그는 요즘 충북 음성군의 한 여관에서 묵으며 후배들과 구슬땀을흘리고 있다. 팀의 막내 장경구(19)와는 16세 차이다. 그의 이름은 조호성(35). 8일 서울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2009투르 드 서울 국제사이클대회(서울시, 대한사이클연맹, 동아일보사 공동 주최)에서 그는 우승에 도전한다.》○ “1등 하고 욕먹긴 싫었다” 조호성은 “즐겁게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지금이 행복하다”고 했다. 그는 “경륜은 돈이 걸려 있다 보니 이런저런 스트레스가 정말 많았다. 경륜은 1등을 하고도 팬들에게 욕먹는 몇 안 되는 종목일 것”이라고 했다. 경륜을 하는 동안 그는 마음고생이 심했다. 지난해 말 가족은 그가 아마추어로 돌아가겠다고 하자 “이제야 발 좀 뻗고 자겠다”고 격려해줬다. 조호성은 “경륜은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하다. 하지만 아마추어 사이클은 최선을 다하는 게 더 중요하다. 숨이 끊어질 것 같은 고통 속에서 느끼는 희열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고 했다.○ 100m 선수에서 마라토너로 변신 15년째 조호성을 지켜본 정태윤 서울시청 감독은 “조호성은 특별하다 못해 특이한 선수”라고 말한다. 조호성의 전공은 40km 포인트레이스(트랙에서 몇 바퀴를 돌 때마다 순위를 매겨 총점으로 최종 승자를 가리는 경주)였다. 그런 그가 단거리 승부인 경륜에서 1인자가 된 것은 육상으로 치면 마라토너가 100m에서 성공을 거둔 것에 견줄 수 있다. 이제 그는 단거리 선수에서 다시 마라토너로 전향한다. 가장 큰 어려움은 체중 감량이었다. 식이요법과 꾸준한 훈련을 통해 경륜 시절 85kg까지 나갔던 몸무게를 장거리에 적당한 70kg으로 줄였다. 그는 “지난 10개월간 노력해 이제 전성기 몸 상태의 80% 정도를 만들었다”고 했다. 조호성은 지난달 열린 전국체전에서 남자 일반부 개인도로 금메달과 45km 도로독주 은메달로 건재함을 알렸다.한해 상금 2억6000만원도 벌었지만1등 하고도 때론 욕먹는 경륜에 회의지금은 전성기 컨디션의 80% 회복서울대회 찍고 런던올림픽 메달 도전○ 사이클의 김연아, 박태환을 향해 조호성의 목표는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 사이클 사상 첫 메달을 목에 거는 것이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포인트레이스에 출전한 그는 1점이 모자라 4위에 그쳤다. 경륜을 하는 동안에도 올림픽 메달에 대한 꿈은 그의 머릿속을 떠난 적이 없다. 특히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에서 39세인 후안 라네라스(스페인)가 포인트레이스 금메달을 딴 게 큰 자극이 됐다. 조호성은 “한창이던 2000년에도 안 됐는데 2012년에 되겠느냐는 소리를 들었다. 그럴수록 더 오기가 생긴다. 그런 분들의 생각이 잘못됐다는 걸 보란 듯이 증명해 보이고 싶다”고 했다. 그는 또 “피겨와 수영도 김연아와 박태환이 잘하기 전에는 비인기 종목이었다. 사이클에서도 그런 선수가 나와야 발전할 수 있다. 내가 안 되면 후배들을 도와서라도 꿈을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음성=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그는 '경륜 황제'였다. 2004년 경륜에 입문한 그는 한 해 상금으로 2억 6000만 원을 벌기도 했다. 지난해까지 5년간 상금왕에 4번 올랐고, 그랑프리 우승은 3번 차지했다. 그러나 그는 올 초 스스로 황제 자리에서 내려왔다. 그것도 돈과 명예와는 거리가 먼 아마추어 사이클 선수로다. 서울시청 사이클 팀에 복귀한 그는 요즘 충북 음성군의 한 여관에 묵으며 후배들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팀의 막내 장경구(19)와는 16살 차이다. 그의 이름은 조호성(35). 8일 서울 한복판을 가로 지르는 2009 투르 드 서울 국제사이클대회(서울시, 대한사이클연맹, 동아일보사 공동 주최)에서 그는 우승에 도전한다. ●"1등 하고 욕먹긴 싫었다" 조호성은 "즐겁게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지금이 행복하다"고 했다. 그는 "경륜은 돈이 걸려 있다 보니 이런저런 스트레스가 정말 많았다. 경륜은 1등을 하고도 팬들에게 욕먹는 몇 안 되는 종목일 것"이라고 했다. 경륜을 하는 동안 그의 마음고생은 심했다. 지난해 말 가족들은 그가 아마추어로 돌아가겠다고 하자 "이제야 발 좀 뻗고 자겠다"고 격려해줬다. 조호성은 "경륜은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하다. 하지만 아마추어 사이클은 최선을 다하는 게 더 중요하다. 숨이 끊어질 것 같은 고통 속에서 느끼는 희열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고 했다. ●100m 선수에서 마라토너로 변신 15년째 조호성을 지켜본 정태윤 서울시청 감독은 "조호성은 특별하다 못해 특이한 선수"라고 말한다. 조호성의 전공은 40km 포인트레이스(트랙에서 몇 바퀴를 돌 때마다 순위를 매겨 총점으로 최종 승자를 가리는 경주)였다. 그런 그가 단거리 승부인 경륜에서 1인자가 된 것은 육상으로 치면 마라토너가 100m에서 성공을 거둔 것에 견줄 수 있다. 이제 그는 단거리 선수에서 다시 마라토너로 전향한다. 가장 큰 어려움은 체중 감량이었다. 식이요법과 꾸준한 훈련을 통해 경륜 시절 85kg까지 나갔던 몸무게를 장거리에 적당한 70kg까지 줄였다. 그는 "지난 10개월 간 노력해 이제 전성기 몸 상태의 80% 정도를 만들었다"고 했다. 조호성은 지난 달 열린 전국체전에서 남자 일반부 개인도로 금메달과 45km 도로독주 은메달로 건재를 알렸다. ●사이클의 김연아, 박태환을 향해 조호성의 목표는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 사이클 사상 첫 메달을 목에 거는 것이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포인트레이스에 출전한 그는 1점이 모자라 4위에 그쳤다. 경륜을 하는 동안에도 올림픽 메달에 대한 꿈은 그의 머리 속을 떠난 적이 없다. 특히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에서 39세인 후안 라네라스(스페인)가 포인트레이스 금메달을 딴 게 큰 자극이 됐다. 조호성은 "한창이던 2000년에도 안 됐는데 2012년에 되겠느냐는 소리를 들었다. 그럴수록 더 오기가 생긴다. 그런 분들의 생각이 잘못됐다는 걸 보란 듯이 증명해 보이고 싶다"고 했다. 그는 또 "피겨와 수영도 김연아와 박태환이 잘하기 전에는 비인기 종목이었다. 사이클에서도 그런 선수가 나와야 발전할 수 있다. 내가 안 되면 후배들을 도와서라도 꿈을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음성=이헌재기자 uni@donga.com}

《“서울시내 한복판을 자전거로 달린다는 건 상상도 못해 봤어요. 의미 있는 첫 대회이니만큼 반드시 우승해야죠.” 3일 훈련지인 충북 음성군에서 만난 서울시청 사이클 선수들은 8일 열리는 2009 투르 드 서울 국제사이클대회를 고대하고 있었다. 자동차만 다니던 세종로와 강변북로, 동부간선도로를 은빛 바퀴로 달린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짜릿하다고 했다.》 투르 드 서울은 서울의 도심에서 열리는 첫 국제대회. 서울시청이라는 간판을 달고 있는 만큼 우승에 대한 열망은 다른 어떤 팀보다 강하다.○ 조호성 박선호, 강력한 우승 후보 슈욱∼ 슈욱∼. 10여 대의 자전거 무리는 찬 바람을 가르며 음성 근처의 국도 3호선을 내달렸다. 투르 드 서울에 출전하는 5명의 서울시청 선수(조호성, 박선호, 서석규, 공효석, 장경구)와 대한지적공사 소속 선수들이 합동 훈련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평소 하루에 150∼200km를 쉬지 않고 달린다. 투르 드 서울을 대비해 이들은 지난달 26일 전국체전이 끝난 뒤 이틀만 쉬고 29일 음성으로 왔다. 음성을 택한 이유는 이 일대 도로가 대부분 평탄해 대회 코스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정태윤 서울시청 감독(사진)은 굴곡이 없는 코스 성격상 마지막 스퍼트 능력이 뛰어난 박선호(25)와 올 초 아마추어로 복귀한 ‘경륜 황제’ 조호성(35)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정 감독은 “승부가 마지막에 난다면 박선호가 우승할 가능성이 크다. 이란이나 독일의 힘 좋은 선수가 경기 초반 앞서 나간다면 지구력이 좋은 조호성이 이들을 따라잡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 5년 안에 투르 드 프랑스 도전 서울시청은 국내보다 외국에서 더 유명한 팀이다. 2007년 말 처음으로 세계사이클연맹(UCI) 아시아대륙팀에 등록한 뒤 각국에서 열리는 아시아 투어에 출전해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하지만 한국 팀이 국제 사이클 대회의 최고봉인 ‘투르 드 프랑스’를 달려본 적은 한 번도 없다. 투르 드 프랑스 출전을 위해서는 각종 국제 대회에 출전해 포인트를 쌓아야 하지만 현재 선수(12명)로는 많은 대회에 출전하기가 힘들다. 또 세계적인 수준을 갖춘 외국인 선수 스카우트도 필요하다. 정 감독은 “산악 구간 전문인 공효석 같은 선수는 지금 바로 투르 드 프랑스에서 뛸 만하다. 적극적인 지원만 있다면 서울시청은 5년 안에 투르 드 프랑스를 누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음성=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미국 프로야구 필라델피아의 박찬호(36)가 월드시리즈 두 번째 등판에서 1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감기로 3차전에 등판하지 못했던 박찬호는 2일 시티즌스뱅크파크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의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 2-4로 뒤진 7회초 마운드에 올라 삼진 하나를 포함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하지만 필라델피아는 4-4 동점이던 9회초 등판한 마무리 투수 브래드 리지가 무너지면서 4-7로 져 1승 후 3연패에 빠졌다. 시리즈 전적에서 3승 1패를 달린 양키스는 남은 3경기에서 1승만 더 거두면 통산 27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다. 선발투수 조 블랜턴에 이어 7회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한 박찬호는 첫 타자인 투수 C C 사바시아를 우익수 플라이로 잡아내며 깔끔하게 출발했다. 후속 데릭 지터를 볼넷으로 내보냈으나 조니 데이먼을 헛스윙 삼진, 마크 테세이라를 1루수 땅볼로 잡아내 이닝을 마무리했다. 14개의 투구 중 8개가 스트라이크였고 직구 최고 구속은 148km였다. 필라델피아는 8회말 페드로 펠리스의 홈런으로 동점을 만드는 데 성공했으나 9회초 리지가 알렉스 로드리게스에게 결승 적시타, 호르세 포사다에게 2타점 쐐기 안타를 허용해 경기를 내줬다. 5차전은 3일 오전 10시에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메이저 14승을 포함해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통산 71승을 거둔 타이거 우즈(34)는 명실상부한 ‘골프 황제’다. 그런데 올해 태어난 우즈의 아들 찰리는 ‘제2의 타이거’가 될 수 있을까. 골프매거진 11월호는 골프와 혈통의 연관 관계에 대한 흥미로운 분석을 내놨다. 결론은 아버지만 한 골퍼가 되기는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는 것. 잭 니클라우스와 아널드 파머는 20세기 가장 위대한 골퍼로 꼽힌다. 니클라우스는 PGA투어에서만 73승을 거뒀고, 파머는 62승을 따냈다. 이들의 아들이나 손자는 유전적으로 뛰어난 운동 신경을 물려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프로 골퍼로서는 성공하지 못했다. 니클라우스의 아들 게리는 1985년 노스사우스 아마추어대회에서 우승하면서 화려하게 등장했다. 그해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의 커버스토리에도 실렸다. 하지만 게리가 프로로서 거둔 최고 성적은 2000년 벨사우스 오픈 준우승. PGA투어 22회 우승을 차지한 레이먼드 플로이드의 아들 로버트도 아마추어로서는 훌륭했지만 한 번도 투어 무대에 서보지 못했다. 그는 요즘 플로리다 주 팜비치의 부동산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유명 프로 골퍼의 자손들은 골프 선수를 하는 내내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어디를 가든 누구누구의 아들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니기 때문이다. 파머의 외손자로 프로 골퍼인 샘 손더스는 “때때로 파머의 손자 샘 손더스가 아니라 그냥 샘 손더스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물론 예외가 있긴 하다. PGA투어 역사상 아버지와 아들이 투어 우승을 차지한 ‘챔피언 부자’도 있다. 합계 승수가 가장 많은 것은 보로스 부자로 아버지 줄리어스와 아들 가이는 19번의 우승을 합작했다. 앨 가이버거-브렌트 가이버거 부자는 진기록을 갖고 있다. 2004년 브렌트는 크라이슬러클래식에서 우승했는데 아버지 앨은 1976년 이 대회에서 우승했다. 같은 대회에서 부자가 우승한 유일한 경우다. 하지만 이 같은 부자 골퍼의 성공은 극히 예외적이라는 게 이 잡지의 분석이다. 스포츠 심리학자인 리처드 쿠프 씨는 “기대가 큰 만큼 좌절도 커질 수 있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유명 골프 선수의 자손이 다른 종목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해법을 제시했다. 실제로 호주의 골프 스타 그레그 노먼의 아들 노먼 주니어는 세계적인 카이트 보드(대형 연을 이용해 수상 보드를 타는 익스트림 스포츠)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최광수가 아들 최형규와 함께 2007년 투어 무대에 나란히 선 적이 있다. 하지만 최형규는 지난해와 올해는 퀄리파잉스쿨을 통과하지 못해 아버지 최광수만 투어에 나서고 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