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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경찰청 보안과는 북한을 찬양하는 문건 등을 만들어 인터넷에 배포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인터넷신문 ‘자주역사신보’ 대표 조모 씨(54)를 구속하고 편집인 성모 씨(53)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조 씨 등은 북한 체제와 김일성 부자를 찬양하고 미화하는 글과 동영상 등 1600여 건을 북한의 조선중앙통신 등에서 가져와 홈페이지와 블로그,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 등을 통해 126차례에 걸쳐 배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이들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홈페이지와 트위터 등을 통해 ‘종일종미 매국 쥐떼 척결하자’는 등 북한 주장에 동조하고 일반인을 선동하는 내용의 글을 57차례나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조 씨는 북한 대남공작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운영하는 ‘우리민족끼리’ 트위터의 글을 ‘리트윗’하는 방식으로 팔로어 3000여 명에게 무차별 전파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인터넷 카페 ‘사이버민족방위사령부’의 회원으로 가입해 ‘김일성 태양 인민수령 만세’ 등 북한 사회주의 체제, 김일성 3부자를 찬양하는 댓글을 48차례 남긴 것으로 드러났다. 불구속 입건된 성 씨는 2008년부터 중국 선양(瀋陽)에서 김정일의 처남 고영복과 네 차례 만나 술 접대를 받고 특산물 등을 선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고영복과 수십 차례 e메일을 주고받으면서 고구려 사학자료를 건네고, 남북 사학 학술교류를 주선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알려왔습니다]본보는 2010년 12월 17일자 A12면에 “김정일 처남 만나고…北 찬양글 126차례 배포”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북한을 찬양·미화하고 김정일의 처남과 회합·통신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인터넷 신문 ‘자주역사신보’ 편집인 성모 씨(53)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보도한바, 성 씨는 수사 결과 찬양·미화 혐의는 일부 게시물(기소유예 처분) 외에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회합·통신 부분은 입건되지 않았다고 알려왔습니다.}
건설현장식당(함바집) 운영권 비리를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여환섭)가 14일 김명종 SK건설 마케팅부문 사장(59)과 이윤재 우림건설 부사장(59)을 불러 함바집 전문운영업자 유모 씨(64·구속기소)에게서 금품을 받은 혐의에 대해 조사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사장은 지난해 5, 6월경 인천의 정유공장 건설현장 식당 운영권을 주는 대가로 유 씨 등으로부터 4000만 원을 건네받은 혐의(배임수재)를 받고 있다. 또 이 부사장은 올해 5월경 경기 남양주시의 아파트 건설현장 식당 운영권을 유 씨에게 주는 대가로 3000여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국가인권위원회가 13일 북한 주민과 국군포로, 이산가족 문제 등 북한 인권 문제를 중장기적으로 다뤄 나갈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중장기 정책·로드맵’을 내놓았다. 국가기관 차원에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정책 방안을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 인권 개선 정책·로드맵은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에 연구용역을 맡겨 마련한 것으로 최종안으로 확정되기까지는 인권위 전원위원회의 의결 절차가 남아 있다. 로드맵에는 북한 인권의 근본적 개선을 목표로 북한 당국의 정책과 인권의식 변화를 이끌고 북한 주민 스스로 인권에 눈뜰 수 있도록 유도해 나가는 방안들이 담겼다. 이를 위해 단기적으로 비정부기구(NGO) 등의 국제사회와 공조해 정치범수용소나 공개처형 등 북한 당국의 인권침해 방지에 주력하고 북한 내 인권 인프라를 구축하면서 인권 개념을 확산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북한을 ‘반(反)인권’ 정권에서 ‘인권 친화’ 정권으로 변화시킨다는 목표다. 로드맵은 국군포로와 납북자, 이산가족 문제 등 3대 현안을 국가의 책무가 있는 인도주의 사안으로 규정했다. 이를 위해 △이산가족 상시 상봉체계 구축 △사회적 합의기반 구축 △좌우를 막론한 국내 시민사회단체·국제인권단체와 네트워크 구축 등을 정책 목표로 세웠으며, 남북정상회담에서 이들 현안의 해결 창구를 마련해 포괄적 해결을 도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현병철 위원장의 거취 문제로 내홍을 겪고 있는 인권위가 북한 인권 로드맵을 전원위원회에 상정하는 과정에서 마찰이 예상되는 데다, 로드맵에 제시된 방안 중 적지 않은 부분이 추상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어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건설현장 식당(일명 함바집) 운영권 비리를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여환섭)가 삼환기업㈜ 이모 전무(61)를 지난주 소환해 함바집 전문운영업자 유모 씨(64·구속 기소)에게서 금품을 받은 혐의에 대해 조사한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무는 삼환기업이 경기 수원시 광교지구에서 시공 중인 아파트 건설현장 식당 운영권을 유 씨에게 주는 대가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까지 8000여만 원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 이 전무는 “돈을 건넸다”는 유 씨의 진술과 이를 뒷받침하는 계좌추적 결과를 검찰이 제시하자 혐의를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검찰은 인천 남동구 소래아파트단지 공사현장 등의 식당운영권을 주는 대가로 유 씨에게서 2억4000여 만 원을 받은 혐의로 이근포 한화건설 사장(59)을 11일 구속 수감했다. 당초 10일 검찰이 소환 통보했으나 다른 일정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던 김명종 SK건설 마케팅담당 사장(59)은 이번 주에 소환 조사에 응하기로 했다고 검찰은 밝혔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2011학년도 전국 51개 자율고 신입생 원서접수 결과 14곳이 미달됐다. 동아일보가 서울지역 미달 학교 12곳에 설문조사한 결과 10곳이 자율고는 많은데 지원할 학생은 적다는 ‘수급 불균형 문제’를 지적했다. 자율고가 엘리트 교육 수요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 때문에 2012년까지 자율고 100개 개교를 목표로 하는 정부 정책이 표류할 가능성이 있다. ■ 복지 리모델링, 스스로 가난 벗게 하자최저생계비보다 1만 원만 더 벌어도 복지대책에서 소외된다. 먹고사는 데 급급하다 보니 국민연금·건강보험금을 부을 여력도 없다. 이젠 ‘복지 정책’을 근로능력이 없어 가난한 이들에게만 향하지 말고 열심히 일을 하는데도 가난을 벗기 힘든 이들에게도 나눠줄 때가 됐다. ■ 부모 종교적 신념 때문에 목숨 잃은 2개월 여아선천성 심장질환을 갖고 태어난 생후 2개월의 영아가 수술 한 번 받지 못하고 숨졌다. 종교적 신념 때문에 부모가 수혈을 반대했기 때문. 법원조차 부모가 반대하더라도 병원이 수술을 할 수 있다고 결정을 내렸는데도, 부모는 병원을 옮겨가며 끝까지 수술을 반대했다는데…. ■ 8시간 37분 감세연장 반대 연설한 美의원그의 연설을 듣는 동료 의원은 없었다. TV 생중계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8시간 37분간 물만 마셔 가며 의사당의 발언대를 지켰다. ‘부자 감세’는 안 된다는 게 무소속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지론이다. 10일 이뤄진 그의 마라톤 연설은 현재 미국 최대의 화제다. ■ “공연형식 깨면서 창조한다” 뮤지컬 배우 송용진 강렬한 밴드음악과 함께 해적들이 등장하더니 객석에 내려와 돈과 먹을거리를 약탈하고 ‘욕 주문’을 선보인다. 이 괴이한 뮤지컬 ‘치어걸을 찾아서’의 연출가는 뮤지컬배우 송용진 씨(사진). 하루 5시간 선잠을 자며 작업에 몰두하는 괴짜, ‘판을 깨는’ 것이 일상이라는 송 씨를 만났다. ■ 코스피 2,000 눈앞… 빚내서 하는 투자 는다코스피 2,000 돌파를 눈앞에 두고 빚을 내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 1조 원대까지 떨어졌던 코스피 시장의 신용융자잔액이 4조 원을 훌쩍 넘겼다. 빚을 내서 주식을 사는 투자자들의 행보에 증시는 어떻게 반응할까.}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 심한 인대 부상에도 불구하고 열정적 리듬체조 연기를 펼친 신수지 선수(19)는 세종대 체육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이다. 그는 “나만의 장점을 최고로 키워주는 학교가 바로 세종대”라고 말했다. 체육학과는 세종대의 대표 학과 중 하나이지만 세종대는 이외에도 정보기술(IT), 물리, 관광, 만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앞서가고 있다. 2020년까지 ‘글로벌 100대 대학’으로 육성한다는 ‘비전 2020’을 세우고 총장부터 학생까지 이를 실천하기 위한 액션 플랜을 만들어 열심히 뛰고 있다.》○ 특성화학과로 승부 세종대는 백화점식의 학과 운영이 아니라 특정 분야에서만큼은 독보적인 학과를 육성하는 특성화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신설된 에너지자원공학과는 에너지 자원을 개발하고 특성화하는 데 필요한 전문 인력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에너지 자원개발 분야의 권위자인 배위섭 교수를 비롯해 우수한 교수들이 최근 지식경제부 자원개발 특성화대학에 선정돼 앞으로 5년간 100억 원을 지원받아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호텔관광 분야는 세종대의 대표 브랜드다. 교내에 세종한식스쿨을 개원한 데 이어 ‘한식 스타 셰프(Chef·요리사)양성 프로그램’ 개설을 추진하는 등 한식 세계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 ‘까치’의 작가 이현세 씨, ‘머털도사’ ‘임꺽정’의 작가 이두호 씨는 만화애니메이션학과의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이 학과는 만화 및 애니메이션 제작은 물론이고 멀티미디어와 최신 기술을 활용한 ‘멀티 이미지 프로듀서’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세종대는 올 1월부터 경기 광주시에 69만4200㎡(약 21만 평) 규모의 식물공학연구소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국화 장미 무 등 식물 육종 분야 연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 환경에너지융합과는 환경에너지 특성화 사업을 통해 국내 최고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전의찬, 김기현, 허진 교수는 최근 외부로부터 14개 연구 주제로 10억 원의 연구비를 지원받고 있다. 토목환경공학과는 녹색 성장에 부합하는 건설 모델 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다.○ 파격적인 장학금 세종대는 2011학년도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우수 신입생을 유치하기 위해 장학금 혜택을 크게 늘렸다. 수능 3개 영역에서 1등급을 받은 상위 35명에게는 4년간 등록금을 전액 지원한다. 특히 자연계열의 해당 학생은 1년에 800만 원을 학업보조비로 지급받는다. 또 이들이 학부 졸업 후 본교 일반대학원이나 7년제 프로그램(학부 4년+석박사 3년 후 박사학위 수여)에 진학 시 등록금을 전액 지원한다. 수능 2개 영역에서 1등급을 받은 학생들은 총점 순으로 선발해 4년간 등록금을 전액 보조해 주는 ‘특성화 장학금’을 노려볼 만하다. 특성화 장학금은 학과별로 추진하고 있는 특성화 사업으로 지급하고 있으며 선발인원은 사업별로 다양하다. 또 에너지자원공학과 신입생 전원에게는 4년 동안 등록금 50%를 지원하는 ‘자원개발 특성화 장학금’ 혜택이 있다. ○ 세계 유수 대학과 교환학생 운영 세종대는 현재 세계 14개국, 63개 명문 대학 및 기관과 다양한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매년 하버드대, 예일대, 스탠퍼드대, 매사추세츠공대(MIT) 등 세계 유수 대학 출신 인재를 교수로 초빙해 공동 연구를 수행하는 등 대학의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데 힘쓰고 있다. 미국 존슨앤드웨일스대와 공동으로 진행하는 여름특별과정, 윈체스터대 등 해외 자매대학에서 여름 및 겨울에 진행하는 교비어학연수, 중국 해양대 여름학기 프로그램 등도 학생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미국 동부의 명문 사립 시러큐스대와 공동으로 개설한 세종-시러큐스 경영학석사(MBA) 과정은 모든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는 글로벌 MBA 프로그램으로 시러큐스대 경영대학원 교수들이 한국을 방문해 교육과정의 절반을 책임지고 있다. 외국인 학생비율이 높고, 시러큐스 MBA의 강의를 평일 저녁과 토요일에 들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직장인들에게 인기가 매우 높다고 학교 측은 전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 올해 정시모집 어떻게… 자연계열, 수리‘가’ 응시자 10% 가산점 ▼ 세종대는 2011학년도 정시모집에서 무용학과는 ‘가’군으로, 나머지 학과는 ‘나’군으로 모두 1240명을 선발한다. 일반학생전형 1032명, 농어촌학생 특별전형 92명, 전문계 고교 졸업자 특별전형 116명이지만 수시모집 등록 결과에 따라 일반학생전형 모집인원이 변동될 수 있다. 바뀐 모집인원은 원서접수 전에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된다. 인문계열과 자연계열 및 영화예술학과 연출·제작 전공은 ‘수능 70%+학생부 30%’로 선발한다. 예체능계열(영화예술학과 연출·제작 전공 제외)은 ‘수능 10%+학생부 20%+실기 70%’를 기준으로 하지만 학과별로 다소 차이가 있다. 수능 영역별 반영비율은 인문계열이 언어 30%, 수리 15%, 외국어 35%, 탐구영역 2과목 각각 10%다. 자연계열(자연과학대 제외)은 언어 15%, 수리 35%, 외국어 30%, 탐구영역 2과목 각각 10%다. 다만 자연계열 중 자연과학대는 언어 15%, 수리 ‘가’ 35%, 외국어 30%, 과학탐구 2과목 10%씩이다. 예체능계열은 언어 50%, 외국어 50%가 반영된다. 계열별로 수능 응시영역에 따라 가산점을 주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인문계열은 전 모집단위에서 사회탐구(성적 상위 2과목)의 백분위 점수에 5%를 가산점으로 준다. 또 농어촌학생 특별전형을 제외한 인문계열 인문과학대 전 모집단위에서 제2외국어/한문의 표준점수 5%를 가산점으로 준다. 자연계열 전 모집단위(자연과학대 제외)는 수리 ‘가’의 표준점수에 10%, 과학탐구(성적상위 2과목)의 백분위 점수에 5%의 가산점을 각각 준다. 학생부는 교과성적 90%와 출석성적 10%를 반영하는데 ‘1학년 20%+2학년 40%+3학년 40%’를 반영한다. 교과 성적은 국어, 사회, 수학, 과학, 영어 성적을 반영하며 학생부 실질반영비율은 인문, 자연, 영화예술(연출·제작) 13.4%이고, 예체능계열은 4.1%다. 입학 관련 문의 02-3408-3535∼7, ipsi.sejong.ac.kr ▼ 지하 11만평 캠퍼스 건립… 명문대 진입 인프라 구축 ▼박우희 세종대 총장 “2020년 세계 100대 대학 진입을 목표로 하는 ‘비전 2020’을 실현하기 위해 대학 구성원들이 똘똘 뭉치고, 첨단 캠퍼스를 바탕으로 한 학과 특성화, 세계화, 정보화를 추진해 명문 대학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세종대 박우희 총장(75)은 인터뷰를 하는 동안 ‘제2의 도약’이란 말을 버릇처럼 반복하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지난해 7월 취임한 이후 박 총장은 학교 용지 개발과 캠퍼스 확장 사업을 통해 학교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앞장서고 있다. 우선 서울 군자동 본교에는 36만3600㎡(약 11만 평) 규모의 지하캠퍼스를 건립해 편의시설과 기초연구시설을 확충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일본과 국내 주요 대학의 지하캠퍼스 개발 사례 연구와 현지답사를 모두 마쳤다. 박 총장은 “학내 정보화 시스템을 갖춰 유무형의 캠퍼스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또 경기 광주시 학교 터에는 연구센터 중심의 대형 연구단지가 들어서고, 성남시 학교 터에는 체육·예술 분야 중심의 복합단지가 개발된다. 박 총장은 세종대가 독보적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분야에 대한 지원을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식물육종, 태양에너지, 그래핀연구소(물리학과), 나노신소재, 만화애니메이션 등 20개 이상 특성화 분야를 선정해 집중 육성하면 10년 안에 국내 최고 수준으로 키울 자신이 있다”고 밝혔다. 세종대는 이미 에너지자원개발 특성화대학, 애플리케이션 창작터 시범지정사업단, 표준기술향상사업단 등으로 선정돼 국가 지원을 받고 있다. 물리학과의 그래핀 연구는 ‘2010 이공분야 신규 중점연구소’로 선정돼 미국 컬럼비아대 김필립 교수팀과 공동연구를 하고 있다. 세종대 호텔관광 분야는 지난해 12월 세계 호텔관광업 전문가들로부터 ‘세계 4위, 국내 1위’라는 평가를 받았다. 박 총장은 “한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최고의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정시모집에서 우수 학생이 많이 지원하길 바란다”고 말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병원 측에 수술을 하라는 법원의 결정까지 외면한 채 종교적 신념을 내세운 부모의 수혈 거부 탓에 선천성 심장질환을 가진 생후 2개월의 영아가 수술도 받지 못한 채 숨지는 일이 일어났다. 경찰은 부모의 수혈 반대행위가 유기치사죄에 해당하는지 검토하면서 곧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12일 서울 혜화경찰서와 서울대병원 등에 따르면 9월 6일 대동맥과 폐동맥이 모두 우심실로 연결되는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고 태어났던 생후 2개월의 이모 양이 서울대병원에 입원하고도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부모의 반대로 제때 수술 치료를 받지 못해 10월 말경 끝내 숨졌다. 이 양의 부모는 ‘부모를 대신해 서울아산병원이 수술을 대신 할 수 있다’는 법원의 가처분 결정이 내려졌지만, 법원 결정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 서울대병원으로 이 양을 옮겼고 결국 사흘 만에 이 양은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은 성경 레위기의 ‘피를 멀리하라, 피째 먹지 말라, 피를 먹지 말라’는 구절을 들어 수혈을 거부하고 있다. 이 양은 서울대병원으로 옮기기 전인 9월 24일경 서울아산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아왔으며 수혈이 필요한 ‘폰탄 수술’을 해야만 살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부모는 종교적 이유로 수혈을 반대했다. 병원 측은 폰탄 수술의 1단계인 ‘노르우드 수술’의 환자 회복 가능성이 무수혈 방법으로 하면 5% 미만이지만 수혈 방법으로 했을 때에는 30∼50%라고 봤다. 또 폰탄 수술을 하지 않으면 이 양의 생존 가능 기간이 최대 3∼6개월이며 그 전에 생명에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판단했다. 이 양의 부모는 폰탄 수술 자체를 거부하지 않았지만 자신들이 믿는 종교적 신념에 따라 이 수술에 동반되는 수혈은 안 된다며 막아섰다. 급기야 서울아산병원은 이례적으로 의료진, 윤리학 박사, 법률고문 등이 참석한 윤리위원회를 열고 이 씨 부부를 상대로 10월 19일 서울동부지법에 진료업무 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에 법원은 “자녀의 생명과 신체의 유지·발전에 저해되는 친권자의 의사는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병원 측이 부모의 의사와 관계없이 수술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자 이 씨 부부는 이를 피하기 위해 아예 서울대병원으로 딸을 옮겼으며 결국 이 양은 숨졌다. 이에 대해 이 양 부모의 변호인은 “수술을 반대한 게 아니라, 무수혈 심장수술을 잘하는 병원을 찾은 것”이라고 밝혔다. 부모의 종교적 신념 때문에 생후 2개월 된 영아가 치료도 받지 못하고 숨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종교적 신념 때문에 신생아의 생명권까지 저버릴 수 있는가’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대법원은 이 양의 사례와 비슷한 사안을 두고 유기치사죄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대법원은 1980년 자신이 믿는 종교 교리에 어긋난다며 장출혈 증세가 심한 11세 딸에 대한 수혈 치료를 거부한 어머니에게 유기치사죄를 적용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확정판결을 내렸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윤현 북한인권시민연합 이사장(81·사진)이 10일 대한민국 인권상의 최고 영예인 국민훈장을 받았다. 이날 국가인권위원회는 서울 중구 을지로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세계인권선언 62주년 기념식에서 윤 이사장 등 11명에게 인권상을 시상했다. 6·25전쟁 납북자 명부에 수록된 9만6000여 명의 자료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이를 이용해 납북자 실태를 분석한 공로가 인정된 김명호 강릉원주대 교수는 이날 국민포장을 받았다.}

건설현장 식당(함바집) 운영권 비리를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여환섭)는 9일 함바집 운영권을 내주는 대가로 유모 씨(64)에게서 2억4000여만 원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이근포 한화건설 사장(59)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유 씨에게서 금품을 받은 혐의가 포착된 다른 건설사 임원들을 차례로 불러 조사하기로 하고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이날 소환조사를 받을 예정이던 SK건설 마케팅부문 김명종 사장(59)은 다른 일정이 있다는 이유로 검찰에 출석하지 않았다.○ 유 씨는 함바집 업계의 마당발 이번 수사는 이른바 함바집 업계에서 마당발로 통하는 유 씨가 20여 곳의 건설회사 및 공사발주업체 등에 돈을 뿌리고 다녔다는 첩보에서 시작됐다. 유 씨는 W푸드 등 4개 함바집 업체를 직접 운영하면서 건설회사 임원들과 잘 통해 로비실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 씨가 금품 로비를 벌인 건설회사는 지금까지 검찰이 확인한 곳만 해도 모두 9곳. 수도권은 물론이고 부산과 광주 등 지방까지 아파트단지, 재개발지역, 정유공장 등 공사현장의 식당운영권을 따낸 것으로 파악됐다. 유 씨는 건당 적게는 3000만 원에서 대규모 아파트 단지의 경우엔 9000만 원까지 건설회사 임원과 현장소장에게 돈을 건넸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유 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높다고 보고 광범위한 계좌추적을 통해 건설회사 임원들의 혐의를 뒷받침할 증거를 상당 부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미 조사한 곳이 여러 곳”이라며 수사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검찰은 10일 유 씨를 배임증재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 “브로커 없이는 함바집 운영권 못 따” 이른바 함바집은 독점적인 수익을 보장받는다는 점에서 ‘쏠쏠한 장사’라는 것이 업계의 얘기다. 많게는 30%에 이르는 마진과 평균 1년 이상 고정 고객을 보장받는다는 점에서 함바집 운영권을 노린 거액의 금품 로비와 브로커가 활개를 칠 수밖에 없다는 것. 건설회사 및 함바집 전문업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1000채 규모 아파트 단지 공사의 경우 평균 30개월의 공사 기간에서 기초 및 마무리 공사를 제외한 최소 18개월 동안 200명 이상의 근로자가 현장에 투입된다. 현장소장과 협의 후 정하는 한 끼 식대가 평균 4000∼5000원 선이고 최소 마진이 20%임을 감안하면 18개월 동안의 순수익은 2억 원 가까이 된다. 여기에 담배와 회식 때 파는 술, 오전 오후 두 차례씩 파는 간식까지 합치면 수익은 더 늘어난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식당 건물은 통상적으로 시공사에서 지어주기 때문에 함바집은 임차료 걱정 없이 식당 운영비만 부담하면 된다”며 “공사가 끝나면 근로자 임금에서 식대를 공제해 함바집에 주기 때문에 밥값을 떼일 일도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반 식당보다 초기 투자비용이 적으면서도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되는 알짜배기 사업”이라고 전했다. 이렇다 보니 함바집 운영권을 따려면 건설회사 인맥이 좋은 전문 브로커들에게 많게는 수천만 원을 쥐여줘야 하는 것이 관행이다. 함바집을 운영하다 최근 손을 뗐다는 A 씨는 “건설사 핵심 임원들과 연줄이 닿는 브로커 없이는 아무런 정보도 얻을 수 없는 게 이 바닥 구조”라며 “울며 겨자 먹기로 브로커들에게 많게는 억대의 돈을 주고 운영권을 사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함바집 운영업체 관계자는 “인터넷에 함바집을 열고 싶다는 문의 글을 올리면 하루에 두 명 이상의 브로커가 권리금을 협의하자며 전화를 걸어온다”면서 “공사가 막 시작된 현장 주변에서도 브로커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고 전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검찰이 국내 유력 건설사 8, 9곳의 임원들이 건설 현장 식당 운영권을 내주는 대가로 거액을 받은 혐의를 잡고 대대적인 수사에 나선 것으로 9일 확인됐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여환섭)는 8일 한화건설 이근포 사장(59)을 전격 체포한 데 이어 9일에는 SK건설 김명종 마케팅부문 사장(59)에게 소환을 통보했다. 검찰은 두 건설사 외에도 D건설, I건설, P건설 등 유력 건설사의 핵심 임원들이 수천만 원대의 금품을 수수했다는 정황을 파악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사장은 부사장으로 재직할 때인 2008년 초 인천 남동구의 한화건설 아파트 건설현장 식당 운영권을 W사 대표 유모 씨(64)에게 주고 5000만 원을 건네받는 등 총 2억4000만 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사장이 2007년 7월경부터 식당 운영권 청탁을 받고 유 씨 등에게서 수차례에 걸쳐 금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법원에서 이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8일 오후 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건설 본사 사무실에서 이 사장을 체포해 이틀째 조사했으며 10일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또 SK건설 김 사장은 지난해 5, 6월경 정유공장 건설현장의 식당 운영권을 주는 대가로 유 씨 등으로부터 4000만 원을 건네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10월부터 이 사건을 내사해왔으며, 지난달 24일 유 씨를 이 사장과 김 사장 등 건설업체 8, 9곳의 임원들에게 수억 원을 건넨 혐의(배임증재)로 먼저 구속했다. 검찰은 유 씨가 건설회사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고위공직자에게도 거액을 건넸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이를 확인하고 있다. 검찰은 건설업계의 고질적인 비리인 공사현장 식당운영권을 둘러싼 금품 수수 관행이 사실로 확인됨에 따라 유 씨 등의 진술과 계좌 추적 등을 토대로 건설업계 전반으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 등의 건설현장 식당운영권을 확보하면 장기간 독점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어 건설업계에서는 이를 확보하기 위해 거액의 뒷돈이 오간다는 얘기가 많았다. 이에 따라 국내 유력 건설업체 임원들이 줄줄이 소환조사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유 씨는 건설현장 전문식당업체 여러 곳을 운영하고 있으며, 건설회사로부터 식당 운영권을 따낸 뒤 이를 직접 운영하거나 다른 업체에 웃돈을 얹어 되판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건설협회의 ‘2010년 시공능력평가액’에 따르면 SK건설은 8조1500억여 원으로 도급순위가 9위, 한화건설은 5조9800억여 원으로 11위다.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나머지 건설회사들도 도급순위 50위권에 드는 중견 업체들이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올 2월 부산에서 중학교 입학을 앞둔 이모 양(13)을 납치해 성폭행한 뒤 살해한 김길태(33). 6월 서울 영등포구 한 초등학교에서 A 양(8)을 집으로 납치해 성폭행한 김수철(45). 성범죄자들이 날뛰는 세상에서 딸 가진 부모들의 걱정은 올해도 이어졌다. 두 사건이 터지자 국회는 계류 중이던 성폭력 관련 법안들을 부랴부랴 처리했다. 그렇다면 피해 가족과 소녀는 어떤 생활을 하고 있을까. 반 년이 지났지만 고통은 고통을 부르고 있다.○ 8세 소녀는 수술대에만 6차례9일 오후 서울 모 병원 입원실. 120cm가 조금 넘는 키에 몸무게 27.5kg의 가냘픈 체구. 아직 이가 완전히 자라지 않아 웃을 때 앞니 두 개만 보이는 소녀가 누워 있었다. 소녀에게 병실은 집과 놀이터다. 김수철에게 성폭행 당한 뒤 6개월 넘게 입원치료를 받고 있는 A 양. A 양이 지금 가장 가고 싶은 곳은 “얼마 전 이사한 집”이다. 1인실 창가 한쪽에 소녀가 직접 만든 토끼 인형이 있었다. 자신을 닮은 예쁜 소녀도 스케치북에 그리고 있었다. 옆구리에는 배변 주머니가 있었다. 반 년간 차고 있던 지긋지긋한 주머니는 다음 주면 떼어낼 수 있다. 지금까지 장(腸)을 항문에 잇고 직장을 봉합하는 등 수술만 6차례 받았다. 매주 한 번씩은 전신마취를 한 뒤 치료받고 있다. “빨리 집에 가고 싶어요. 퇴원하면 비빔밥, 떡볶이, 감자튀김도 먹고요, 수영도 하고 싶어요”라며 A 양은 큰 눈망울을 깜박였다. 하지만 병실 스피커에서 안내 방송이 나오자 A 양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불안한 모습이었다.어머니 박모 씨(38)는 “상처가 너무 아파 딸아이가 밤새도록 울면서 잠도 못 잘 때가 많았어요. 의료진은 회복을 해도 다친 부위는 정상인의 70%가량만 제 기능을 할 거라더군요. 그 짐승을 생각하면 분해서 온몸이 부르르 떨려요”라며 울먹였다. 아버지는 딸을 간호하려고 8월 직장을 그만뒀다. 사건 당시 살던 집도 먼 곳으로 옮겼다. 알려지는 게 싫어 병실의 이름도 가명으로 해뒀다. 김수철은 10월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지만 상고는 하지 않았다. A 양의 부모는 올해 7월 학교 운영 및 설치에 책임을 지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인 서울시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김길태는 잘 먹고 잘 잔다” 부산 기장군 철마면 실로암 공원묘원 납골당. 홍모 씨(38·여)가 자주 찾는 곳이다. 김길태에게 살해된 딸의 유해가 있어서다. 활짝 웃는 딸의 영정 사진을 보면 눈물만 주르륵 흐른다. 자주 꿈에 나오는 딸은 엄마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울고만 있다. 홍 씨는 몇 달 전 직장을 그만뒀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아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그 충격으로 정신과 치료도 몇 차례 받았다. 아들(14)도 동생을 못 지켜줬다는 생각에 우울증 증세를 보인다. 사건이 터진 뒤 모자(母子)는 다른 동네로 이사했다. 부산을 떠나고 싶었지만 딸이 있어 그러지도 못했다.“김길태가 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여러 번 쓰러졌어요. 9개월 넘게 내 새끼 생각만 하고 있는데 정상 생활이 되겠어요? 딸을 죽인 놈이 내가 낸 세금으로 교도소에서 먹고 잠자고 있다고 생각하니 억울해서 미치겠어요.” 홍 씨는 ‘김길태’라는 이름만 나오면 전화 인터뷰 내내 부르르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김길태에 대한 항소심 선고는 15일 열린다. 부산구치소는 “(김이) 하루 세 끼 잘 챙겨 먹고 잠도 잘 자며 운동도 가끔 한다”고 전했다. 김길태는 여전히 “범행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며 혐의를 부인해왔다. 그러나 세 차례 정신감정 끝에 별문제가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성폭력 범죄자 처벌은 강화됐지만…두 사건이 터지자 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률이 국회를 통과했다. 전자발찌 부착 대상자를 소급해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특정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법(전자발찌법)’ 개정안이 7월부터 시행됐다. 6월에는 어린이 상대 성범죄자에게 성충동을 억제하는 약물치료를 받게 하는 ‘성범죄자 성충동 약물치료법(화학적 거세법)’도 통과됐다. 하지만 발찌를 찬 상태에서 9세 남자 어린이를 성폭행하고 전자발찌마저 끊고 달아났던 여만철(40) 사건을 볼 때 전자발찌가 완벽한 감시를 하진 못했다. 화학적 거세법도 인권 침해 논란이 진행 중이다. 이수정 경기대 대학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성범죄자는 다시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높기 때문에 교도소에서 교화하는 게 중요하다”며 “단기적으로 법안만 양산할 게 아니라 형기를 마쳐도 치료하거나 관리하는 통합 관리대책이 확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장관석 기자 jks@donga.com여중생 성폭행범 김길태, 사형 선고▲2010년 6월25일 동아뉴스스테이션}
국가인권위원회가 6일 ‘북한 주민의 외부 정보 접근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권고안을 넉 달 만에 재상정해 통과시켰다. 대북방송과 전단 살포를 적극 지원하라는 내용을 담은 이 권고안은 8월 전원위원회에서 논란 끝에 의결 정족수 미달로 부결된 바 있다. 인권위는 이날 전원위를 열어 ‘북한인권법 제정 촉구 및 북한 주민에 대한 정보 접근권 부여 권고안’을 찬성 6표, 반대 2표의 과반 찬성으로 의결했다. 김태훈 비상임위원 등 보수 성향 위원 6명이 발의한 이 안건은 통일부 장관과 국방부 장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가능한 모든 매체를 통해 북한 주민이 외부 실상을 알리는 정보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라’고 권고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권고안에는 정부가 민간 대북방송에 단파와 중파 주파수를 제공하는 등 정부가 가진 유휴 자원과 과거 축적한 노하우를 민간단체에 지원하도록 권고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북한의 포격 도발로 연평도를 떠나 찜질방에서 피란민 생활을 한 지 2일로 10일째가 됐지만 연평도 주민들에 대한 피해 복구 대책에 큰 진전이 없어 ‘정부는 도대체 뭐하고 있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인천시와 옹진군이 정부를 대신해 연평도 응급복구와 주민 이주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주민들의 요구와는 많이 동떨어져 있어 오히려 주민을 자극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북의 포격 도발이라는 초유의 위기 상황을 수습할 ‘컨트롤 타워’가 없어 피해 복구가 중구난방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더딘 연평도 복구연평도는 북의 포격 도발로 주민 21명이 다친 가운데 주택 118채가 부서져 50억여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50여 척에 이르는 꽃게잡이 어선 조업이 중단되고, 식당과 숙박업소 등도 당분간 영업이 불가능해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마을 복구는 당장은 요원한 상태다. 본격적인 복구작업은 겨울이 지나야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일각에서 나올 정도다. 옹진군은 당초 2일 굴착기 등 복구장비를 연평도에 들여와 마을 복구에 나서려고 했으나 이 계획을 취소했다. 포격 피해로 부서진 집을 철거하거나 파편을 정리하기 위한 주민 동의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중장비가 들어와도 손 쓸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기 때문이다.연평면 관계자는 “주민비상대책위원회와 마을 복구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했지만 이날 연평도로 들어온 한 주민은 “행정당국으로부터 포격 피해를 본 집들에 대한 복구대책에 관해 어떤 언질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이날 오후 여객선을 타고 인천으로 돌아간 한 주민은 “피란 생활이 길어지고 보상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주민들의 신경이 매우 예민해져 있다”고 전했다.○ 컨트롤 타워 없어 복구대책 겉돌아 연안부두 인근 찜질방 ‘인스파월드’에서 10일째 숙식을 해결하고 있는 400여 명의 주민들은 임시 주거지가 마련되지 않아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주민들이 지내는 찜질방도 3일간은 이곳 주인이 무료로 제공했고, 100여 명의 연평도 학생들이 5박 6일간 영어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었던 것도 인천영어마을의 배려로 이뤄진 것이다. 인천시는 구 도심지역의 다가구주택 400채, 경기 김포시 양곡주택단지의 미분양아파트 155채, 건설기술교육원 숙소 등을 임시 주거지로 제시했지만 주민들은 “어업으로 생계를 꾸려가야 하는데, 시 측이 제안한 임시 주거지는 연평도 생활권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며 거부했다. 정부는 언론에 주민들이 초라한 난민촌에 방치된 것처럼 비치자 인천시에 이주 문제 해결을 강력히 주문하고 있다. 주민들은 “위험해진 연평도에서는 더는 살 수 없다”며 인천 등으로 영구적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연평도가 ‘빈 섬’이 될 수 있다며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그러면서 정부는 임시주거지 마련을 포함한 당장의 주민 대책을 인천시에 맡기고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인천시 관계자는 “주민 협상이 필요하고, 재정 지원도 필요한 사안이어서 조속한 해결이 쉽지 않다”고 했다. 주민들의 ‘특별재난 구역 선포’ 요구는 태풍 홍수 화재 등에 적용하는 특별재난 요건에 맞지 않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어민들이 북한 도발 이후 조업을 하지 못해 발생한 손실액은 이날 현재 약 97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지만 이에 대한 대책도 전혀 없는 상태다. 어민들은 “피란 나온 주민 임시 주거지 마련도 제대로 해결 못하는 상황에서 조업 중단에 따른 어민 피해와 관련해 어떤 해결책을 기대할 수 있냐”며 한숨을 쉬고 있다.피해 복구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기 위해서는 복구 전 과정을 일사불란하게 지휘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올 3월 천안함 폭침 사건 당시 구조작업에 나섰다가 침몰한 금양호 사건 수습 때 국무총리실을 중심으로 농림수산식품부, 인천시 등 관련 기관이 공동 대응한 것처럼 이번에도 정부 합동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복구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와 관련해 인천시는 이날 “국무총리실 산하에 종합대책반을 구성하거나 인천 현장에 정부 TF팀 설치를 제안했다”고 밝혔다.인하대 김민배 교수(법학과)는 “민방위훈련이 매달 실시되고 있지만 실제 비상상황 발생 시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매뉴얼이 없다는 것이 이번 연평도 포격 사건에서 여실히 드러났다”며 “피해 복구 과정을 포괄하는 위기관리시스템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인천=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연평도=장관석 기자 jks@donga.com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새우젓 너무 많이 넣으면 안 돼요.” “그래도 팍팍 넣어야 맛있다니까요.” 포탄 맞은 이웃집이 담벼락 너머로 보이는 마당에 속이 꽉 찬 배추 60포기가 나왔다. 무 생강 새우젓 고춧가루 등 갖가지 김장재료도 나란히 자리를 잡았다. 지난달 23일 북한의 포격 도발로 ‘유령섬’이 되다시피 했던 연평도가 포격 일주일이 지나면서 조금씩 옛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연평도 주민 이기옥 씨(50·여)는 텃밭에서 뽑아둔 배추 60포기가 썩어간다는 이웃의 이야기를 듣고 김장 담그기에 나섰다. 전날 아들을 만나기 위해 연평도에 온 공중보건의 이성묵 씨의 어머니 손인선 씨(50)도 일손을 보탰다. 30일 인천으로 피신한 주민 일부가 여객선과 어선을 타고 다시 들어오는 등 연평도는 포격 직후의 ‘쇼크’에서 다소 벗어난 모습이다. 이날 여객선편으로 들어온 주민 17명 중 12명이 섬에 남았다. 섬에 머무르는 주민은 지난달 28일 31명에서 29일 36명으로, 30일에는 54명으로 늘었다. 섬에 돌아온 한 주민은 “꽃게를 잡으려고 미리 설치한 어망을 걷기 위해 들어왔다”며 “다른 꽃게잡이 어민들도 어망 수거를 위해 섬을 찾을 것”이라고 전했다. 연평면사무소 관계자는 “한미 연합훈련이 끝나면 섬으로 돌아오는 주민이 좀 더 늘 것 같다”고 했다. 연평도산 꽃게가 포격 이후 처음 섬 밖으로 출하되기도 했다. 꽃게 판매업자인 김정희 씨(45)는 이날 인천의 거래처에 11박스 90kg 분량의 꽃게를 여객선편으로 보냈다. 연평도 당섬나루에서 만난 김 씨는 “원래 우체국 택배를 이용하지만 거래처에서 소량이라도 보내달라고 요청해 보냈다”며 “이 꽃게가 ‘연평도 꽃게’의 이름을 달고 전국 각지로 나갈 생각을 하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의 추가 도발을 우려하는 주민도 적지 않아 연평도가 예전의 모습을 찾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보인다. 섬에 머물고 있는 최고령 주민인 이유성 씨(83)는 “30일 예정됐다가 취소된 우리 군의 사격훈련이 조만간 다시 실시된다고 하는데, 북한이 오판하지 않을지 걱정된다”며 “남북 간 대치상황이 풀려야 주민들도 안심하고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한적십자사 봉사단원들은 군과 행정 당국이 섬을 떠나 달라는 요청을 받아들여 이날 오전 마지막 급식봉사를 마치고 인천으로 떠났다. 적십자사와 함께 임시 주택 15동을 짓던 전국재해구호협회 관계자 12명도 이날 함께 인천으로 향했다. 연평도=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장관석 기자 jks@donga.com}

현재 연평도에는 외신기자 30∼40명이 떠나지 않고 현장 상황을 고국에 알리고 있다. 이날 연평도에서 만난 외신기자들은 하나같이 민간인이 북한의 포격 도발로 희생된 것에서 기존의 북한 도발과 차원을 달리한다고 전했다. 스페인 주요 일간지 ABC의 파블로 디에스 기자(36)는 이날 현재 연평도의 상황을 아프가니스탄이나 파키스탄에서 일어나는 산발적 ‘테러’와 달리 적이 뚜렷한 ‘전쟁’이라고 말했다. 북한을 포함해 한반도 방문이 네 번째로 한반도 정세에 밝다.그는 “29일 취재를 하다가 갑자기 대피령이 내려져 군의 지시대로 방공호로 서둘러 대피했다”며 “정말 전쟁의 한복판에 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라디오프랑스(RFI) 베이징특파원 스테판 라가르드 기자(38)는 이번 북한의 포격 도발 사건은 민간인이 희생됐다는 점에서 천안함 폭침 사건과 비중을 달리한다고 전했다. 그는 “긴급대피령이 내려져 대연평에서 소연평으로 회항할 때는 정말 긴박감을 느꼈다”며 “유고슬라비아 내전이나 코소보전쟁을 취재할 때를 뛰어넘는 급박함을 느낀다”고 했다. 연평도=장관석 기자 jks@donga.com}

남북 대치의 최전선 연평도에서 북한을 직접 겨냥하고 있는 우리군 해안포에 심한 녹이 슬고 기름이 줄줄 새고 있어 실제 전투상황이 벌어질 경우 제 기능을 못할 수 있고, 내부 폭발 위험성까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전에 배치돼 북쪽을 향하고 있는 연평도 해병부대의 해안포 관리 실태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3일 연평도 해병부대가 북한의 포격을 받을 당시 해병대의 K-9 자주포 6문 중 3문이 고장 나 제때 대응 포격을 못해 피해가 컸다는 비판이 나온 데 이어 해안포까지 부실한 것으로 드러나 우리 군의 전투태세에 총체적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동아일보는 28일 해병대 연평부대의 해안가 절벽에 있는 90mm 해안포 진지를 살펴보았다. 이 해안포는 6·25전쟁 당시 사용하던 M-47 전차를 실전에서 퇴역시키면서 포만 떼어내 해안포로 배치한 것으로 사정거리는 1km 근접용이다. 이곳은 북한 영토인 무도와 12km, 북한 내륙 황해남도 강령군 평양리 수용동까지는 불과 12.7km 떨어져 있다.연평도 해병대 부대는 이날 한미 연합훈련 등으로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해 있었다. 이곳에서는 북한 장재도 초소에서 북한군 3명이 드나드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정작 부대 안 해안가 절벽에 배치된 해안포 진지 시설은 믿기 힘들 정도로 낙후된 상태였다. 진지 안에 붉은색으로 적힌 ‘내 생명 해안포와 함께’라는 글귀가 무색할 정도로 포의 모든 부위가 녹슬어 있었다. 포가 발사되는 포신과 본체 부분을 연결해 지탱하는 접합 볼트는 심하게 부식돼 페인트 색깔인 국방색보다 붉은 녹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외부로 노출된 포신을 제외하면 포탑 등 포 전체가 붉은 페인트를 곳곳에 칠한 것처럼 녹슬어 있었다.기름도 덕지덕지 엉겨 있었다. 포의 조정 손잡이 아랫부분에는 기름기가 엉겨 말라붙은 채 떼어 내기도 힘들었다. 사격한 다음 제대로 정비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포탑 아래는 녹물과 기름이 뒤범벅되어 뚝뚝 떨어지는 바람에 바닥까지 붉은색 기름이 흥건히 고여 있었다. 해안포 옆에는 포의 부수기재 상자가 널려 있었다. 포신 오른쪽 부분에는 1976년 9월 국방부 장관 명의로 “이 시설은 국민의 정성 어린 방위성금으로 이루어진 것입니다”라고 적혀 있었으나 전혀 정비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해병대 관계자는 90mm 해안포에 대해 “사거리가 짧지만 적이 상륙을 시도할 때 활용되는 포”라며 “유사시 부대 내에 배치된 모든 해안포가 작전에 투입된다”고 밝혔다. 다른 군 관계자는 “전차 몸체는 고철로 녹여 없앴지만 남아 있던 탄약과 포신을 활용하는 차원에서 해안포로 배치했다”며 “백령도 등 도서지역에 지금도 배치되어 있지만 사격 정확성이 낮고 사정거리가 짧아 활용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군 전문가들은 최전선의 해안포가 녹슨 상태로 방치된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방산업체의 한 관계자는 “만약 비 때문에 녹물이 흘러나올 정도면 무기 역할을 할 수 없을 만큼 부식 상태가 심각한 것”이라며 “명중률은 고사하고 내부 폭발로 우리 병사의 안전도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백령도를 방문해 같은 기종의 해안포를 본 적이 있다는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한 명이 좌우로, 다른 한 명이 상하로 돌려 조준하는 방식으로, 정확도나 화력 면에서 북한군 상륙에 대비한 억제력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이철우 전 해병대 사령관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해안포 노후화와 정비 불량 문제가 심각해 상부에 해안포 교체 등 전략 증강 요청을 수차례 했으나 번번이 묵살됐다”며 “서해 5도의 전력 보강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퇴역하는 장비를 활용한 탓도 있지만 습기가 많은 해안의 특성을 고려해 포 정비에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인식 전 해병대 사령관은 “정부가 해안포 장비를 현대화할 수 있도록 예산을 대폭 확대하고 군도 무기 관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연평도=장관석 기자 jks@donga.com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동영상=미 핵추진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 서해상 배치}

“천안함 폭침 사건보다 북한의 이번 연평도 포격 도발에 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포물선을 그리며 민가에 떨어진 포탄이 폭발하면서 연평도 주민들의 생활터전은 산산조각 났습니다.” 해양경찰서 연평출장소에서 근무하는 이태규 상경(24·사진)은 3월 26일 천안함이 침몰한 백령도 해상은 물론이고 23일 북한의 포격 도발이 있었던 연평도 현장에 모두 있었다. 한 번도 경험하기 힘들 법한 북한의 물리적 도발을 두 번이나 현장에서 생생히 목격한 것이다. 천안함 폭침 사건 당시 이 상경은 천안함 장병을 구조하기 위해 출동한 해경정 501호의 조타수였다. 급히 키를 돌려 사고 해역에 도착했을 때 천안함은 이미 두 동강 난 채로 선미만 남아있었다고 이 상경은 회고했다. 그는 침몰하는 천안함 선미를 바라봤을 때의 참담한 심경은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했다. 천안함 폭침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현장에서 지켜본 이 상경은 그 후 근무지를 옮겨 올 8월부터 연평출장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는 북측의 도발이 있었던 23일 오후 연평도 당섬 선착장에서 입·출경하는 배를 검사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포탄이 떨어지는 아비규환의 순간에 이 상경은 겁에 질려 선착장 다리 밑으로 숨은 할머니들을 목격했다. 근처에서 굴을 따던 할머니 10여 명이 폭격을 피해 다리 밑으로 숨었지만 물이 차올라 생사기로의 위기에 놓인 것. 이 상경은 즉시 할머니들을 다리 위로 끌어올린 뒤 무사히 대피소로 인도했다. 그는 “연평도를 떠나는 주민이나, 불탄 집이 누구 집인지를 모두 알고 있어 더욱 가슴이 아프다”며 “주인이 떠난 집 강아지가 나를 알아보고 꼬리를 흔들면 차마 피할 수가 없다”고 했다. 휴가를 반납했다는 이 상경은 “연평도에 드나드는 배들과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평도=장관석 기자 jks@donga.com}
26일 오후 북한이 황해남도 개머리 방향 내륙지역에서 포 사격훈련을 실시해 연평도에 남아 있던 주민 20여 명이 또다시 공포에 휩싸였다. 멀리서 여러 차례 포성이 울리자 이를 직접 들은 주민들은 가까운 방공호를 찾아 저마다 뛰쳐나갔다. 남은 주민 가운데 최고령인 이유성 할아버지(83)는 오후 3시경 포성을 직접 듣고 가까운 연평면 KT지국 방공호로 피했다. 이 씨는 “포 소리를 듣자마자 23일처럼 다시 포탄이 쏟아질 줄 알았다”며 “아무것도 챙기지 않고 무조건 달렸다”고 말했다. 부인인 강선옥 할머니(82) 역시 같은 대피소에 양초를 켜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강 씨는 계속 몸을 떨면서 “딸에게서 전화를 받자마자 대피소로 왔다”며 “뛰어왔는지 걸어왔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북한 쪽에서 들려온 포성이 포격 도발이 아니라 사격훈련이라는 사실이 확인될 때까지 3시간여 동안 연평도에 남아 있는 주민들의 휴대전화에는 안부를 묻는 가족과 지인의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또다시 대피소에 모인 주민들은 전기가 들어오지 않고 난방이 되지 않아 추위에 떨어야 했다. 이날 연평면사무소는 대피안내방송 등을 하지 않았고 남아 있는 주민 사이에서는 “새마을리 근처에 포탄 두 발이 또 떨어졌다”는 소문이 돌았다. 연평도=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여길 떠난다고 뭘 더 할 수 있겠어? 그냥 고향 지키고 있을 거야.” 40년 동안 연평도에서 살아온 박모 씨(76)는 25일 저녁식사를 준비하면서 주민들의 피란 행렬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리고 말없이 파를 다듬었다. 된장국에 넣을 대파 껍질을 조용히 까는 동안 이웃들은 옷가지며 통장, 금붙이 등 귀중품들을 챙겨 연평도를 떠나는 마지막 배에 정신없이 올라탔다. 박 씨는 이곳이 더 편하다고 했다. 연평도 해경출장소 뒷벽에 남겨진 시커먼 포탄 파편 흔적을 바라보면서도 그는 태연했다. 인천에 사는 아들이 “인천으로 오시라”고 여러 번 얘기했지만 연평도를 떠날 마음이 없다고 했다. 박 씨는 그저 “연평도가 좋으니 남겠다”고만 말했다. 주민들이 빠져나가 ‘유령섬’이 되어 버린 연평도는 26일 인적을 찾기가 힘들었다. 공무원과 경찰, 복구인력을 빼고 섬에 남아 있는 민간인은 스무 명 남짓에 불과하다. 포격 전 연평도에 살고 있던 주민은 1400명을 넘었다. 그중 1380여 명이 뭍으로 탈출했으니 ‘빈 섬’이라고 해도 지나친 표현이 아니었다. 현재 섬에 남아 있는 사람은 대부분 노인이다. 이들은 “섬에 마지막 순간이 오더라도 우리는 이곳에 있고 싶다”고 했다. 연평도에 남아 있는 주민 중 최고령자는 이유성 씨(83)다. 그는 아내 강선옥 씨(82), 딸 이기옥 씨(50)와 함께 연평도에 남았다. 이 씨는 황해남도 옹진에서 6·25전쟁 때 피란민으로 연평도에 정착한 후 60년을 여기서 살았다. 도시에서 전쟁이 나더라도 섬은 안전할 거라 믿고 무작정 왔던 것이 벌써 그만큼의 세월이 흘렀다. 그는 연평도에서 농사를 짓고, 굴을 따며 생계를 이어 왔다. 강 씨는 “내 삶의 시작이 이곳이니, 마지막도 연평도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들 부부는 “6·25 때부터 연평도에서 줄곧 살아왔지만 북한이 23일 포격할 때는 가슴이 쿵쾅거렸다”며 “무섭기도 하지만 막내(딸)가 남아 있는 한 연평도를 떠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날 북한이 훈련포를 발사했을 때 모두 방공호로 대피했다. 딸 이 씨는 “주민들이 모두 떠나버리고 군부대만 남는다면 연평도는 아마 북한 땅이 될 것”이라면서 “마지막까지 고향을 지키고 싶다”며 웃었다. 김상숙 씨(83·여)도 60년간 살아온 터전을 차마 떠나지 못하겠다고 한다. 아들이 어머니를 인천으로 데려가기 위해 연평도 당섬 선착장까지 억지로 끌고 갔지만 떠나기 싫다는 어머니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김 씨는 “굴이 제철이면 굴을 캐고, 성당에도 가고, 손자 보는 것이 내 낙”이라고 했다. 굴도 없고 바다도 없는 곳으로는 가고 싶지 않다면서 김 할머니는 몇 번이나 눈시울을 적셨다. 하지만 노인들만 섬에 남은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알 수 없다. 이날 북한의 훈련 포격이 있었다는 소식에 육지에 사는 자녀들이 “빨리 섬을 떠나라”고 재촉했기 때문이다. 또 28일 실시되는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공포도 커지고 있다. 한 할아버지는 “내일이 되면 이제 몇 명이 남을지 모른다”며 “주민들이 모두 떠나는 상황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고 말했다.연평도=장관석 기자 jks@donga.com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이 일어난 뒤 출입이 통제됐던 연평도 뱃길이 사흘 만인 25일 다시 열리자 황망히 고향을 등졌던 주민 250여 명은 이날 고향으로 가는 여객선에 몸을 실었다. 낮 12시 반 인천 연안부두를 출발한 여객선에서 임경희 씨(51·여)는 오후 3시 반 연평도 당섬 선착장에 도착할 때까지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했다. 멀리 섬이 보이자 임 씨는 “우리 집은 괜찮을까”라며 혼잣말을 하다 처참한 섬 모습에 고개를 떨어뜨렸다. 그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쌀과 밥솥, 겨울옷을 챙겼다. 신문지에 둘둘 만 밥솥과 쌀 한 포대를 조그만 손수레에 싣고 집을 나섰다. “이제 아무 미련도 없어요. 당분간은 옹진군에서 마련해 준 인천의 찜질방에 머물다가 육지에 정착할 생각입니다.” 이날 연평도를 다시 찾은 주민들은 두 시간 남짓 서둘러 옷가지 등을 챙긴 후 남아 있던 다른 150여 명의 주민과 함께 섬을 떠났다. 이들이 떠난 연평도는 ‘빈 섬’이 됐다.○ 텅 빈 연평도 연평도에서 태어난 박노근 씨(70)는 포격 첫날인 23일 어선을 타고 탈출했다. 그는 서릿장 같은 바닷바람에 부들부들 떨면서도 목숨을 건졌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박 씨는 “내일이라도 돌아오면 좋겠지만 이젠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며 “고향이 안전하다는 확신이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주민들은 28일 서해에서 실시하는 한미 연합훈련과 관련해 북측의 또 다른 도발이 있을까 봐 걱정했다. 연평마트 주인 차태정 씨(39)는 “고향을 지키려고 지금껏 살았지만 곧 다가올 훈련은 너무 두렵다”며 “슈퍼마켓 물건들은 모두 군인들에게 주고 당분간 이 섬에서 떠나 있을 생각”이라고 했다. 주민 김성진 씨(45)는 “연평도 주민은 모두 북한에 볼모로 잡혀 있는 느낌”이라며 “이제 볼모 노릇도 지긋지긋하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탈출한 이틀 동안 불미스러운 일도 있었다. 이날 남아 있던 150여 명의 주민이 떠나면서 군인과 공무원 등을 제외한 연평도 주민은 50여 명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평도 주민대책위 측은 “남겠다는 20여 명 말고는 모두 섬을 떠났다”고 밝혔다.○ 고스란히 남은 상흔…그래도 복구는 계속 포격 이틀이 지난 25일에도 연평도 골목 구석구석은 타다 남은 냄새가 진동했다. 특히 주택이 몰려 있는 연평면 167번 길에서는 10채가 넘는 집이 전소돼 숯덩이가 됐다. 지붕 위로 포탄이 떨어진 집은 앙상하게 뼈대만 남았다. 한 슈퍼마켓은 새까맣게 탄 술병들이 바닥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사람이 떠난 골목에는 주인 잃은 개들이 서너 마리씩 떼 지어 먹이를 찾아다녔다. 포격 흔적도 곳곳에 선명하게 남았다. 연평파출소 부근 포탄이 떨어진 공터 바닥은 20∼30cm 깊이의 구멍이 파여 있었다. 폭발 지점 옆에 세워져 있던 빨간색 소형승용차는 뒤집혀 전소됐고, 맞은편 건물 외벽은 수백 개의 파편 흔적으로 흉물스러운 모습이었다. 해병대 연평부대에서도 부대 뒤편 언덕 기슭에 자리 잡은 K-9 포진지 내 높이 5m가량의 콘크리트 벽이 포탄의 충격으로 가운데가 반경 1m, 깊이 30cm가량 깎여 나갔다. 주변 벽과 바닥까지도 포탄 파편으로 움푹 파인 곳이 셀 수 없이 많았고 곳곳에 그을음이 남아 있었다. 이날 연평도에는 TV 소리도, 아이들 뛰어노는 소리도 사라져 저공비행하는 헬기의 굉음만이 온 섬을 뒤덮었다. 주민 유명복 씨(73)는 “이제 사람마저 떠나버리면 연평도가 정말 ‘유령섬’이 되지는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쪽에서는 쓰러진 마을을 다시 일으키려는 복구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재해구호협회 소속 자원봉사자 30여 명은 연평도 주민들을 위한 임시 가옥을 짓고 있었다. 연평초등학교에 설치될 임시 가옥은 총 15채로 이르면 주말에 완공된다. KT와 한국전력 등의 작업으로 이날 섬의 전력과 유무선 전화는 대부분 복구됐다.연평도=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장관석 기자 jks@donga.com ▼ “통장 대신 이웃들 덮을 이불 30채 챙겼어요” ▼배로 주민 63명 ‘연평도 엑소더스’ 도운 유대근씨23일은 어머니의 쉰 두 번째 생신이었다. 유대근 씨(32·사진)는 이날 오후 2시 30분 연평도 나루에 나가 여객선을 기다리고 있었다. 섬에 들어오는 지인 편에 생일 케이크를 하나 부탁해 둔 터였다. “콰콰 쾅….” 별안간 마을 쪽에서 귀를 찢는 굉음이 들려왔다. 쉴 새 없이 퍼붓던 포격을 뒤로하고 방공호에 몸을 숨겼던 유 씨는 두 차례의 포격이 그치자 서둘러 나루로 달려갔다. ‘탈출하려는’ 주민들이 탈 배를 구하려고 몰려들었다. 오후 5시 18분 유 씨는 자기 이름을 딴 배 ‘대근호’를 이끌고 예정에 없던 출항을 했다. 9.77t짜리 꽃게잡이 배에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평소 선장과 다섯 명의 선원이 타던 배에 부모와 아내, 외할머니를 포함해 63명의 연평도 주민을 가득 태웠다. 대근호는 이날 연평도를 빠져나온 고깃배 중에 가장 많은 주민을 실은 배였다. 비좁은 배 안에서 주민들은 무릎을 세우고 쪼그려 앉아야 했다. 남자는 맞바람을 맞아야 하는 뱃머리에 등지고 앉았고, 여자는 바람이 약한 배 뒤쪽에 앉았다. 6, 7세 아이 서너 명은 조타실 뒤편 사방에 바람막이를 쳐놓은 공간에 앉혔다. 유 씨는 통장 하나 못 챙겨 나왔지만 뱃길이 추울 것에 대비해 친척들까지 동원해 이불 30여 채를 짊어지고 나왔다. 자박자박하게 바닷물이 스며든 배 바닥에 가져온 이불을 깔았다. 두 사람이 이불 하나로 반은 바닥에 깔고 반은 덮었다. 노인들은 머리 위로 이불을 한 채 더 뒤집어써 배 안으로 튀는 파도를 막았다. 연평도에서 인천 연안부두로 가는 내내 대근호에는 적막이 흘렀다. 북한의 포탄에 맞아 연기 자욱한 고향 섬을 뒤돌아보는 이는 없었다. 날아오는 포탄을 맞을까 봐 무서워서였다. 컴컴한 바다를 가르고 오는 동안 등대 불빛이라도 번쩍하면 배에 탄 주민들은 몸을 움찔거렸다. 배에 켜둔 불빛 때문에 표적이 될 수 있다며 불을 끄고 가자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어두운 바다에서 길을 잃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루처럼 길게 느껴진 3시간 40여 분 만에 저 멀리 인천 연안부두가 보였다. 대근호에 몸을 맡기고 ‘보트피플’처럼 섬을 떠나온 63명의 연평도 주민은 누구 할 것 없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연평도에 사는 것으로 애국하고 있다’고 자부해온 연평도 사람들은 그렇게 서로 이불을 덮어주며 ‘전쟁터’에서 생환했다.인천=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주민 1명이라도 남아있는 한 떠날순 없죠” ▼‘연평도 지킴이’ 김운한 경위-신효근 소방사-박성철 공보의“주민이 한 명이라도 남아 있는 한 우리는 끝까지 연평도를 지킵니다.” 인천해양경찰서 연평파출소장 김운한 경위(57)는 25일에도 북한 측의 기습 도발로 폐허가 된 마을을 복구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공포에 질린 주민들의 탈출 행렬이 이어졌지만 연평도에서는 김 경위처럼 묵묵하게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연평도 지킴이’들을 만날 수 있다. 김 경위는 이틀째 한두 시간 쪽잠을 자면서 화재를 진압하고 쑥대밭이 된 마을을 복구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연평도에서 1년 6개월째 근무 중인 김 경위는 “북한의 도발로 집에 안부 전화도 못할 정도로 바빴지만 이곳에서 살아갈 주민들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마음뿐”이라며 “내가 할 일을 하는 것일 뿐 칭찬받을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연평도에서 나고 자란 신효근 소방사(38)는 이날도 추가 사상자 수색 작업을 벌였다. 신 소방사는 인천 중부소방서 소속 연평 119지역대에서 13년째 일하고 있다. 처음 포격이 시작됐을 당시 119 상황실에 맨 먼저 상황을 알린 것도 그였다. 그는 1차 포격 직후부터 연평도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의용소방대원 30여 명과 함께 섬 곳곳에 난 산불 진화 작업에 나섰다. 이날 오후에도 강한 바닷바람에 산불이 다시 일어날 조짐이 보이자 신 소방사는 어김없이 현장으로 출동했다. 신 소방사의 가족 모두 연평도에 살고 있었지만 아내와 세 자녀는 24일 오전 인천으로 떠났다. 그는 “진화 작업 중에도 포격이 이어지는 아찔한 순간도 있었지만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계속 뛰어왔다”고 했다. 중부리 경로당에 차려진 임시 진료소에선 공중보건의 박성철 씨(30)가 환자들을 돌보고 있었다. 박 씨는 23일 포격으로 연평면 보건지소가 타격을 입는 다급한 상황에서도 응급환자들을 치료했다. 박 씨는 “평소 많게는 70여 명을 진료했는데, 오늘은 주민들이 연평도를 빠져나가 환자들이 거의 없다”며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우려되는 주민들도 여럿 보여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박 씨를 포함해 보건지소에 근무하던 공중보건의 4명과 옹진군 병원선을 타고 건너온 공중보건의 3명, 인천 길병원 소속 의사 등 모두 10명의 의료진이 주민들을 돌보고 있다. 박 씨는 “솔직히 무섭기도 하지만 주민들을 치료하는 것이 임무인 만큼 연평도를 떠날 수 없다”고 담담히 말했다. 연평도=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장관석 기자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