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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대 유아교육학과가 미래형 유아교육 전문가 양성을 위한 차별화된 교육 시스템과 높은 취업률로 주목받고 있다. 박미경 유아교육학과 학과장은 “유아교육학과는 디지털 기반 창의융합 교육을 통해 전문성과 인성을 겸비한 유아교육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교육자의 사명감을 갖추고, 변화하는 교육 환경 속에서 전문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육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양주시에 위치한 경복대 유아교육학과는 1995년 개설 이후 국내 최다 유치원 교사를 배출한 학과다. 현재 전문학사 과정(384명)과 학사학위 전공 심화 과정(75명 정원)을 운영하고 있다. 경복대는 지난해 전국 4년제 대학과 전문대를 통틀어 교육부 공시지표기준 취업률 80.6%를 기록하며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유아교육학과 역시 87%의 높은 취업률로 유아교육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박 학과장은 경복대 유아교육학과의 높은 취업률 비결로 ▲우수한 교수진 ▲첨단 교육시설 ▲산학협력 네트워크▲원스톱 교육 시스템을 꼽았다. 경복대 유아교육학과는 교육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국내 최고 수준의 실습 환경을 조성했다. 20여 명의 교수진과 함께 미러(mirror)형 실습실, PBL 교육실습 평가인증센터, 아동 발달 창의놀이센터 등 10여 개의 특화된 실습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학생 맞춤형 실습 교육을 통해 실무 능력을 키우고 있다. 또한 서울·경기 지역을 중심으로 670개 이상의 우수 영유아 교육기관과 100% 취업보장형 협약을 체결해 학생들이 실습과 취업을 원활하게 연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더불어 변화하는 교육 환경에 발맞춰 AI, 코딩, 3D프린팅 교육을 교양과목으로 운영하면서 유아교육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더 크게 키워주고 있다. 이러한 차별화된 교육 과정의 성과로 학생들이 직접 개발한 교구 중 특허 등록 3건, 실용 신안 등록 2건, AI 기반 그림책 출판 등의 성과를 거뒀다. 경복대 유아교육학과는 이론과 실기의 비율을 3:7로 조정하며 현장 실무 중심의 교육을 강조한다. 이론 수업은 온라인을 병행해 학습 효율성을 높이고, 실무 교육을 강화해 유치원 교사는 물론 보육교사, 장애 영유아 보육교사, 미술심리상담사 등의 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박 학과장은 “저출산으로 인해 영유아 교육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유보통합(유치원과 어린이집 통합) 등 교육 개혁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경복대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차별화된 전략을 통해 최고의 명성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복대 유아교육학과는 앞으로도 산학협력을 통한 다양한 진로 네트워크 구축, 아동상담·영재교육·특수교육·사회복지등 다방면의 자격증 취득 기회 제공과 실습센터 기반의 실무 교육 강화 등을 통해 전공 능력과 인성을 겸비한 전문가를 양성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한편 경복대의 2025학년도 자율모집은 2월 28일까지 진행 중이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 성실한 호랑이송씨 가문에 ‘인성’이라는 이름. 한자로는 호랑이 ‘인’에 정성, ‘성’이라 ‘寅誠’으로 쓴다. ‘성’은 진실되고 성실하다는 의미도 있는데, 어릴 때 이 이름이 그렇게 맘에 안 들어 부모에게 따지기도 했단다. 살다보니 이름에 감사하다. 이름대로 산다는데, 배우 송인성(48)은 정말 이름처럼 살아온 연기자다. 이름 듣고 단 번에 얼굴이 떠오르는 유명 배우는 아니다. 그런데 한 번 맡은 배역을 물고 뜯는데는 ‘선수’로 연극계에선 소문났다. 연기의 ‘연’자도 모르다가 한국예술종합학교 2기(95학번)로 입학했다. 연기 경력 30년 만에(데뷔작은 1999년 ‘이병복의 옷굿’) 지난달 영광스러운 상을 받았다. 지난달 송인성은 제61회 동아연극상 여자연기상을 수상했다. 2024년 작품들에서 가장 돋보인 연기를 한 여자배우로 인정 받은 것이다. 역대 동아연극상에서는 신구(3, 6, 8회), 여운계(3, 7회), 박근형(5회), 김용림(9회), 김무생(15회), 김혜자(24회), 이혜영(25, 32, 49회), 윤석화(26회), 김학철(27회), 손숙(31회), 유인촌, 최민식(이상 34회) 등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들이 남녀연극상을 받아왔다. “매년 이 상의 수상자가 나올 때마다 ‘그럼 나는?’이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봤어요. 제가 특별하게 연기를 뛰어나게 한 건 아닐 거예요. 어떤 장면에서 성실하게 연기를 했다고 보는데, 그 점을 잘 봐주신 것 같아요.”# 비우면서 얻은 공감이번에 상을 받은 작품은 지난해 출연한 ‘간과 강’이다. 간은 우리 몸의 장기 중 하나인 간(liver)을 말한다. 간과 강을 어떤 관계로 설명하려 했는지 연출가의 의도를 읽기 어렵다는 평이 유난히 많았다. 송인성은 허름한 빌라에 살고 있는 부부의 아내 역할을 연기했다. 인간 진화 과정에서 발견되는 공허함, 담담한 일상에 쳐들어오는 종말의 표식을 연극은 담았다고 했다. 송인성이 맡은 배역은 여자 주인공 L이다. 그에게 연속해서 일어나는 사건은 종말과 공허함을 끌고 온다. 인간이 잊어버린 건 무엇인지, 퇴화된 본질적 감각을 어떻게 찾을 것인지 보여줘야 했다. 그저 성실하게 연기를 했다. 관객들이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도록…. 송인성은 “그동안 살면서 안으로 응축했던 것들을 전부 꺼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렇게 나를 비우니 ‘지금의 나를 살아보라’는 작가의 주문대로 집중이 됐다”고 했다. 연기한 캐릭터 L에 대해 다양한 평가가 있어 좋았다. 고 3인 둘째 아들이 연극을 보고 ‘엄마가 “엄마가 있던 공간이 정신병원인거지?’라고 물었다. 아들에게 정말 좋은 해석이라고 칭찬해주면서 감동했다. 동아연극상 심사위원회 관계자도 “긴 시간 동안 인물을 창조해야 하는 고독한 작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면서 공연을 이끌었다”고 높이 평가했다.“내 연기가 다양한 해석을 열어줬구나, 보람이 있었죠. 특히 여성 관객들은 제 캐릭터에 확실하게 공감해 주셨어요. ‘그래. 저럴 때는 나도 맥주 한 캔 따서 마셨지’라고요. 여성 관객들이 연극을 정말 쉽게 보셨어요. 주인공 여자의 아픔에 무조건적인 공감과 동질감을 보내주셨죠. ‘나도 그랬어’라면서 이해하는 마음이 느껴졌어요.”‘간과 강’을 통해 공감의 소중함을 알았다. 본인도 마음을 더 열게 됐다.그는 해외 근무하는 남편을 따라 2000년대 초반 5년간 스웨덴에 산 적이 있다. 두 아들도 그곳에서 낳았다. 하지만 연기를 놓치 않았다. 스톡홀름국립연기대학에서 연기 공부를 했고, 현지 배우들과 연기하며 한국과는 다른 세계의 연기 구조를 배웠다. 스웨덴을 다녀오고 “나 자신이 중요하지 않게 됐다”고 말한다. “이 역할은 못하겠다고 지레 겁 먹고 주저하는 태도가 스웨덴 다녀오고 없어졌어요. ‘그 까짓 거 한 번 해보자’고 연기를 대하게 됐죠.”2011년 연극 ‘변태’에서 배역에 대한 두려움을 완전하게 떨쳐냈다. 작품을 시작할 때 기존 자신의 연기 틀 안에서 뭔가를 해보려고 시도했다가 한계에 봉착했다. 본인의 분석 능력 경계를 넘어서는 연기가 요구되니 몸이 아플 지경이었다고. 처철한 몸부림 끝에 실마리를 찾았다. 2018년 ‘하녀들-한국인 신체 사용법 탐구’에서는 상대 배우에 반응하는 스스로를 집요하게 파고들어 캐릭터를 완성해 제6회 서울연극인대상 연기상을 받았다. 100% 역할 소화에 만족한 작품으로 남는다. 그리고 ‘간과 강’으로 동아연극상 연기상을 수상했다. “내가 허투루 살지는 않았구나 했어요. 배우 초창기에 이 상을 받았다면 ‘어깨 뽕’이 많이 올라갔겠죠? 저 혼자만의 ‘길’을 찾긴 어려웠을 거예요.”그의 자신감은 집중력에서 나온다. “뭔가를 시작하면 끝까지 우직하게 밀어 붙이고, 뒤는 안 돌아보는 성격”이라고 한다. 그래서 과거 작품의 흔적을 남겨 놓지 않는다. “연극이 좋은 게 뭔지 아세요? 남지 않는다는 거예요. 예전 어색하고 어설펐을 제 연기를 도저히 못 봐요. 감정 과잉도 있었겠죠. 하지만 그 때도 최선을 다했겠죠? 그건 꼭 기억해요. 한 작품에 들어가면 끝날 때까지 대본 외에는 다른 책을 못 읽어요. 다른 사람하고 통화도 잘 안 해요. 어떻게 관객들에게 한 인물을 잘 전달할 수 있을지, 그에 필요한 에너지만 모으죠. 그게 힘들지만 너무 좋아요.”# 연기 같지 않은 연기의 선순환을 위해배역에 푹 빠진 송인성이 원래의 자신으로 돌아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3주란다. 원상 복귀해서 얻는 해방감이 꽤 중독성 있다고. 이러면서 다시 연기에 집중한다. 연기의 끝은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어떤 지향점을 보고 가는 걸까.“연기의 ‘마스터’가 되어 보려고 합니다. 현실보다 더 진화된 상황에서도 관객의 공감을 얻고 싶어요. 현실의 일들은 참 복잡하고, 이상하고, 양면적이고, 또 다양하잖아요. 앞으로의 연극은 지금의 현실을 더 깊이 파고 들어야 하지 않나 싶어요. 나중에는 굳이 연기를 하지 않아도 설명이 되는 경지의 단계까지 가야할텐데 대단한 선배들도 아직은 어려워하시더라고요. 그게 동기부여가 돼요.”앞으로 들어오는 배역 제의는 마다하지 않을 참이다. 송인성의 진가를 보여주고 싶다. 거침없이 자신의 연기를 양파껍질 까듯 까고 또 깔 거다. 몸을 더 움직여 연기로 몰아치는 것이 자신에 대한 배려라고 본다. 배려가 지속되면서 마음이 열리고, 인기가 있든 없든 자존감이 높아진다고 믿는다. 이 시대를 사는 여성들에게 하고 싶은 말도 ‘몸을 움직여보자’다.“만약 방에서 죽고 싶은 날이 있다고 쳐요. 그러면 밖에 나가 무작정 몸을 움직여보세요. ‘조금 살만하다’ 생각이 들기도 하는 순간, 성공이에요. 이렇게 변할 수 있는 나에게 더 집중해주는 것, 살면서 가장 중요한 일 같아요.”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 성실한 호랑이송씨 가문에 ‘인성’이라는 이름. 한자로는 호랑이 ‘인’에 정성 ‘성’이라 ‘寅誠’으로 쓴다. ‘성’은 진실되고 성실하다는 의미도 있는데, 어릴 땐 이 이름이 그렇게 맘에 안 들어 부모에게 따지기도 했단다.살다보니 이름에 감사하다. 이름대로 산다는데, 배우 송인성(48)은 정말 이름처럼 살아온 연기자다. 이름 듣고 단번에 얼굴이 떠오르는 유명 배우는 아니다. 그런데 한 번 맡은 배역을 물고 뜯는데는 ‘선수’로 연극계에선 소문났다.연기의 ‘연’자도 모르다가 한국예술종합학교 2기(95학번)로 입학했다. 연기 경력 30년 만에(데뷔작은 1999년 ‘이병복의 옷굿’) 지난달 영광스러운 상을 받았다. 제61회 동아연극상 여자연기상을 수상한 것이다. 역대 동아연극상에서는 신구(3,6,8회), 여운계(3, 7회), 박근형(5회), 김용림(9회), 김무생(15회), 김혜자(24회), 이혜영(25,32,49회), 윤석화(26회), 김학철(27회), 손숙(31회), 유인촌, 최민식(이상 34회) 등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들이 남녀 연기상을 받아왔다.“매년 이 상의 수상자가 나올 때마다 ‘그럼 나는?’ 이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봤어요. 제가 특별하게 뛰어나게 한 건 아닐 거예요. 어떤 장면에서 성실하게 연기를 했다고 보는데, 그 점을 잘 봐주신 것 같아요.”>> 비우면서 얻은 공감이번에 상을 받은 작품은 지난해 출연한 ‘간과 강’이다. 간은 우리 몸의 장기 중 하나인 간(liver)을 말한다. 간과 강을 어떤 관계로 설명하려 했는지 연출가의 의도를 읽기 어렵다는 평이 유난히 많았다.송인성은 허름한 빌라에 살고 있는 부부의 아내 역할을 연기했다. 인간 진화과정에서 발견되는 공허함, 담담한 일상에 쳐들어오는 종말의 표식을 연극은 담았다고 했다. 송인성이 맡은 배역은 여자 주인공 L이다. 그에게 연속해서 일어나는 사건은 종말과 공허함을 끌고 온다. 인간이 잊어버린 건 무엇인지, 퇴화된 본질적 감각을 어떻게 찾을 것인지 보여줘야 했다. 그저 성실하게 연기했다. 관객들이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도록…. 송인성은 “그동안 살면서 안으로 응축했던 것들을 전부 꺼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렇게 나를 비우니 ‘지금의 나를 살아보라’는 작가의 주문대로 집중이 됐다”고 했다.연기한 캐릭터 L에 대해서는 다양한 평가가 있어 좋았다. 고 3인 둘째 아들이 연극을 보고 “엄마가 있던 공간이 정신병원인거지?”라고 물었다. 아들에게 정말 좋은 해석이라고 칭찬해주면서 감동했다. 동아연극상 심사위원회 관계자도 “긴 시간 동안 인물을 창조해야 하는 고독한 작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면서 공연을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내 연기가 다양한 해석을 열어줬구나, 보람이 있었죠. 특히 여성 관객들은 제 캐릭터에 확실하게 공감해 주셨어요. ‘그래. 저럴 때는 나도 맥주 한 캔 따서 마셨지’라고요. ”그는 해외 근무하는 남편을 따라 2000년대 초반 5년간 스웨덴에 산 적이 있다. 두 아들도 그곳에서 낳았다. 하지만 연극을 놓지 않았다. 스톡홀름국립연기대학에서 연기 공부를 했고, 현지 배우들과 연기하며 한국과는 다른 세계의 연기 구조를 배웠다. “이 역할은 못하겠다고 지레 겁 먹고 주저하는 태도가 스웨덴 다녀오고 없어졌어요. ‘그 까짓 거 한 번 해보자’고 연기를 대하게 됐죠.”2011년 연극 ‘변태’에서 배역에 대한 두려움을 완전하게 떨쳐냈고, 2018년 ‘하녀들-한국인 신체 사용법 탐구’에서는 상대 배우에 반응하는 스스로를 집요하게 파고들어 캐릭터를 완성해 제6회 서울연극인대상 연기상을 받았다. 그리고 ‘간과 강’으로 동아연극상을 수상했다. “내가 인생을 허투루 살지는 않았구나 했어요. 배우 초창기에 이 상을 받았다면 ‘어깨 뽕’이 많이 올라갔겠죠? 저 혼자만의 ‘길’을 찾긴 어려웠을 거예요.”그의 자신감은 집중력에서 나온다. “한 작품에 들어가면 끝날 때까지 대본 외에는 다른 책을 못 읽어요. 다른 사람하고 통화도 잘 안 해요. 어떻게 관객들에게 한 인물을 잘 전달할 수 있을지, 그에 필요한 에너지만 모으죠. 그게 힘들지만 너무 좋아요.”>> 연기 같지 않은 연기의 선순환을 위해배역에 푹 빠진 송인성이 원래의 자신으로 돌아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3주란다. 원상 복귀해서 얻는 해방감이 꽤 중독성 있다고. 이러면서 다시 연기에 집중한다. “현실의 일들은 참 복잡하고, 이상하고, 양면적이고, 다양하잖아요. 앞으로의 연극은 지금의 현실을 더 깊이 파고 들어야 하지 않나 싶어요. 나중에는 굳이 연기를 하지 않아도 설명이 되는 경지의 단계까지 가야할텐데 대단한 선배들도 아직은 어려워하시더라고요. 그게 동기부여가 돼요.”앞으로 들어오는 배역 제의는 마다하지 않을 참이다. 송인성의 진가를 보여주고 싶다. 거침없이 자신의 연기를 양파껍질 까듯 까고 또 깔 거다. 몸을 더 움직여 연기로 몰아치는 것이 자신에 대한 배려라고 본다. 배려가 지속되면서 마음이 열리고, 인기가 있든 없든 자존감이 높아진다고 믿는다. 이 시대를 사는 여성들에게 하고 싶은 말도 ‘몸을 움직여보자’다.“만약 방에서 죽고 싶은 날이 있다고 쳐요. 그러면 밖에 나가 무작정 몸을 움직여보세요. ‘조금 살만하다’ 생각이 들기도 하는 순간, 성공이에요. 이렇게 변할 수 있는 나에게 더 집중해주는 것, 살면서 가장 중요한 일 같아요.”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깐부. ‘같은 편’, 나아가 ‘어떤 경우라도 모든 것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이’라는 의미의 은어(속어)죠. 제아무리 모두 갖춘 인생이라도 건전하게 교감하는 평생의 벗이 없다면 잘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좋은 인간관계는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깐부들 사이에 피어나는 ‘같이의 가치’를 소개합니다.처음에는 성격이나 살아온 궤적 등이 너무 달라 서로 먼 사람으로 느끼다가 어떤 일을 계기로 급속하게 친해지는 인간관계가 있다.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 봤을 것이다. 생각하지 못 한 부분에서 통하는 점을 발견해 동질감을 느껴 ‘찐친(진짜 친구)’이 된 사람이 있을 것이다.‘원조 꽃미남 가수’라고 하면, 예전 한 인물한 가요계 대선배들이 서운해 할까. ‘원조 아이돌’이라고 하면 지금의 아이돌이 한번 찾아라도 볼까.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 그해, 만화를 찢고 나올 만큼 훤칠한 비주얼과 감미로운 가창력으로 소녀팬을 울리고 여심을 강타한 가수 조정현(61)과 이규석(62). 두 사람은 서로를 멀리서 지켜보던 숙성 과정을 거친 뒤 지금은 거의 매일 붙어 다니면서 노래하러 다닐 만큼 무르익은 관계다. 한 살 터울인데 굳이 따지면 이규석이 나이와 데뷔 시기로 선배다.이규석은 1987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중앙대 밴드 ‘블루드래곤’ 멤버로 동상을 받았다. 청순한 외모가 주목을 받아 1988년 KBS 가요 프로그램 ‘젊음의 행진’ MC로 발탁됐다. 그러면서 싱어송라이터로 솔로 앨범을 준비했다. 그해 11월 내놓은 데뷔곡 ‘기차와 소나무’가 대히트를 쳤다. 어쿠스틱 감성의 잔잔한 포크송이 듣는 이들 가슴을 적셨다. 가을에 듣기 좋은 대표적인 노래로 아직도 첫손에 꼽힌다.기차와 소나무기차가 서질 않는 간이역에키작은 소나무 하나기차가 지날 때마다가만히 눈을 감는다남겨진 이야기만 뒹구는 역에키작은 소나무 하나낮은 귀를 열고서살며시 턱을 고인다사람들에게잊혀진 이야기는 산이 되고우리들에게버려진 추억들은 나무 되어기적 소리 없는 아침이면마주하고 노랠 부르네마주보고 노랠 부르네1980년대 후반 가요계는 춘추전국시대였다. 조용필 전영록은 물론 이문세 민해경 최성수 이선희 박남정 소방차 주현미 김완선 등에 이어 ‘홀로된다는 것’의 변진섭이 혜성처럼 등장했다. 여기에 ‘안녕이라고 말하지 마’의 이승철이 밴드 부활에서 솔로로 나와 인기 몰이를 했다. 다양한 장르에서 전설과 청춘스타가 혼재했다. 이규석은 이 틈바구니를 비집고 들어온 것이다.반 년쯤 지난 1989년 6월 조정현이 파란을 일으키며 치고 들어왔다. 첫 앨범 타이틀곡 ‘그 아픔까지 사랑한 거야’라는 잔잔하면서도 깊이 있는 팝발라드 멜로디가 기가 막히게 귀에 꽂혔다. 귀공자 같은 외모에 발라드 가수라니…. 여학생들은 난리가 났다. 남학생들은 장기자랑할 때 부르려고 그의 1집 카세트테이프를 사서 테이프가 끊어져라, 늘어져라 반복해 듣고 가사를 외웠다.그 아픔까지 사랑한거야너를 처음 만난 날 소리없이 밤새 눈은 내리고끝도 없이 찾아드는 기다림 사랑의 시작이었어길모퉁이에 서서 눈을 맞으며 너를 기다리다가돌아서는 아쉬움에 그리움만 쌓여도 난 슬프지 않아눈 내리고 외롭던 밤이 지나면 멀리서 들려오는 새벽 종소리혼자만의 사랑은 슬퍼지는 거라 말하지 말아요그대 향한 그리움은 나만의 것인데 외로움에 가슴 아파도그 아픔까지 사랑한거야당대 홍콩 슈퍼스타 장국영을 빼쏜 듯한 외모에 하릴없이 빠져 드는데, 경성고와 한양대 아이스하키 선수였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인기가 폭발했다. 운동 잘하고, 노래 잘하는 ‘한국의 장국영’이었으니.1990년 2월부터 6월 초까지 KBS와 MBC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서 ‘그 아픔까지 사랑한거야’가 1위를 여섯 번 차지한 데 이어 같은 앨범 후속곡 ‘슬픈 바다’까지 히트하면서 그해 가요계는 ‘조정현’으로 마비됐다.인연이 무섭다. 조정현이 데뷔 무대를 치른 ‘젊음의 행진’ MC가 이규석이었다. 이규석은 내심 놀라면서 지켜보다가 자신이 무척 초라하다고 느꼈다는데…. # 5만 원과 4만8000원기자는 얼마 전 서울에서도 얼마 남지 않은 LP 레코드 가게를 찾았다. 종로3가 큰길가에 있는 이 가게에 출시 30년 넘은 두 사람 음반이 있을까. 사장님에게 물으니 단번에 찾아서 내민다. 이규석 1집 앨범 가격은 5만 원. 조정현 1집 앨범은 4만8000원이다. 두 앨범 모두 찾는 사람이 꽤 있다고 한다. 이규석 2집은 2만5000원인데 조정현 2집 앨범은 없다고 한다. 기자는 두 1집을 샀다. 두 사람을 인터뷰할 때 사인 받고 싶었다. 허탕 치지 않아 다행이다. 14일 조정현 이규석 두 사람을 만나자마자 음반들을 꺼냈다. “1집, 잘 없는데 찾으셨네.”(이규석)“제 1집은 너무 많이 돌아 다니나 봐요. 그래서 선배님 것보다 2000원 싼가? 하하. 사실 2집이 비쌀 거예요. 거의 없거든요. 50만 원에 사는 사람도 있다던데요.”(조정현) 분위기가 잡혔다. 당대 최고 청춘스타만 맡을 수 있었다는 ‘젊음의 행진’ MC가 왜 막 데뷔한 신인가수에게 놀랐을까. 왜 스스로가 초라해 보였을까.# 강렬했던 발라더의 데뷔 무대“전주를 듣는데 소름이 끼치더라고요. ‘기차와 소나무’가 사랑을 받긴 했지만 조금 밋밋했어요. 나중에야 가치가 있다는 걸 알긴 했지만요. 정현 씨가 분위기 좋은 팝발라드를 부르는 거예요. 무조건 뜬다 싶었죠. 원래 제가 하고 싶은 장르였어요. 순간 제가 초라해지더라고요.”(이규석)―잘 생겨서 더 그랬을까요.“데뷔했을 때 싱어송라이터라서 주목도 받았지만, ‘한국의 장국영’이라고 더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거든요. 그런데 6개월 정도 지났을까요? 저보다 더 장국영 닮은 사림이 나온 거죠. 제가 봐도 정말 닮았더라고요. ‘이 사람 정말 뭐지?’ 그랬어요. 하하하.”(이규석)―조정현이 기억하는 조정현의 ‘첫 방’은요. “생생하게 나죠. 그때 PD께서 AR(반주와 노래 모두 녹음된 트랙)을 틀고 노래하라고 했어요. ‘첫 방(첫 방송)’이니까 위험하다고. 제가 안 한다고, 라이브로 하겠다고 했어요. 생으로 노래했어요.”―MC였던 이규석 선배를 알고 있었을 텐데요.“‘기차와 소나무’가 나왔을 때 저는 정신이 없었어요. 매일 운동하고 연습실에 와서 8시간 노래 연습만 했거든요. 데뷔해서 선배님하고 마주쳤는데, 피부가 예술이었어요. 멀리서도 광이 나더라고요. 너무 예쁘게 생기고 노래도 잘하시는데 알고 보니 싱어송라이터에 연주도 하고 기타도 잘 쳐? 또 놀란 거죠.”# “나는 영광스타일, 조정현은 강남스타일”―외모도 비슷하고 인기도 있고, 금방 친해지지 않았나요.“정현 씨는 뭐랄까. 저하고는 태생이 다르다고 할까요. 하하하. 저는 전남 영광에서 올라와 자취하면서 밴드 생활을 하니 딱 봐도 ‘지하실’ ‘언더’ 느낌 나는 사람이었어요. 방송하면서는 동료로서 어울리기도 했지만 방송 끝나고는 정현 씨에게 다가가질 못 했어요. 부럽기도 했고요. 팝발라드를 하는 고급스러운 이미지가.”(이규석)“선배님처럼 곡을 쓸 줄 알았으면 더 좋았겠죠. 선배님은 순수하셨고, 저는 능글능글했으니까 분명 다른 면이 있었겠죠. 그래도 선배님하고 방송하면서 재밌는 추억도 많아요.”(조정현)“맞아요. 운전?”(이규석)“네. 규석 선배님하고 저하고 운전을 워낙 좋아해서 지방에 방송이나 행사가 있으면 서울에서 나란히 각자의 차로 출발해서 고속도로 휴게소에 누가 먼저 도착하나 내기도 했어요.”(조정현) 친하게 지낼 수 있었는데, 서로 스케줄도 바빴고 마음 편치 않은 일도 있었다. 방황도 했다. 조정현은 소속사와의 갈등으로 2, 3집 활동을 제대로 못했다. 아까운 노래들이 묻혔다. 소속사에 유리한 ‘아주 불편한’ 계약 때문에 대가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독립해 활동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당시 가요계 환경이 저하고는 안 맞았어요. 저는 불량한 사람을 싫어하거든요. 하대를 받는 것도 싫고요. 그런 문화가 만연해 있었어요. 나중에는 활동을 안 해 버렸죠.”(조정현)이규석도 소속사와의 갈등, 매니저 잠적으로 내색은 안 했지만 마음고생을 오래 했다. 1992년 3집까지 내고 언더 무대나 미사리 카페에서 노래하다 2011년에서야 4집 음반을 냈다. “ ‘기차와 소나무’가 워낙 강렬해서 나중에는 어떤 노래를 해도 묻히더라고요. 정체성이 뭘까, 혼란스러웠어요.”아깝고 아쉬운 노래가 있을 수 밖에 없다. 특히 조정현에게는 3집 수록곡 ‘꿈이 아니길’이 그렇다. 힘들게 녹음했고 그래서 더욱 애착이 가는 노래다. 꿈이 아니길바람이 불어와 내 맘우울한 날엔 나 홀로 언덕에 올라노을 붉게 물든 하늘 종이에그리운 너의 모습 그려 바라보네친구로 알았던 나 혼자 만의 생각 때로는 외롭겠지만나를 사랑했던 너의 마음을나는 알지 못했어 이제 넌 없는데# 알고보니 ‘연예인 조정현’이 아니다어느 순간 가까이 가고 싶었다. 나와는 조금 달라 보여 거리감을 느끼던 조정현의 진면목을 봤을 때였다. “정현 씨는 저에게 오랫동안 ‘연예인’이었어요. 언젠가 저를 본인 콘서트에 게스트로 초청했어요. 정현 씨 연습하는 것을 봤는데, 정말 열심히 하는 거예요. 감동을 받았아요. 정현 씨를 사람으로 다시 보게 된 계기에요.”(이규석)“성대 결절 때문에 1년을 고생했는데, 그걸 이겨 내고 노래 부르는 것을 보셨나 봐요.”(조정현)“충격을 먹었어요, 솔직히. 콘서트를 하는데 정현 씨 목 상태가 안 좋아서 고음 부분에서는 객석으로 마이크를 돌릴 정도였거든. 회복이 될까 걱정했는데 이겨 내더라고요. 지금은 예전보다 더 예쁜 색깔의 목소리가 나와요. 입체감이 느껴진다고 할까요.”(이규석)“선배님이 저하고 음악 얘기는 자주 안 했는데, 그날 이후 제 음악을 공감해 주고 칭찬해 주셨어요. 속으로 이제야 선배님과 인생 친구가 됐구나 싶었죠.”사람으로 동질감을 느꼈고, 화학적으로 결합한 것이다.“한편으로는 정현 씨와 내 자신을 비쳐 보게 되더라고요. ‘노래를 포기해야 하나’, 아니면 ‘더 강한 음악을 해야 하나’ 생각할 때였는데, 일단 내 어깨 올라간 것 내려놓고 부족한 면 있으면 고치자, 연습하자, 이렇게 마음먹게 됐죠.” # ‘역주행 동지’ 되고픈 ‘우리’마음이 통하니 거칠 게 없었다. 말이 없고, 계산 빠르지 않고, 오로지 자기 음악만 생각하며 살아온 이규석을 조정현은 자주 잡아 끈다. 진짜 무대가 있는 곳으로. 펼치지 못한 이규석의 능력이 아깝다.“선배가 조금만 나쁜 남자였으면 가요계 쓸어버렸을 수도 있었어요. 미국 싱어송라이터 레니 크래비츠처럼 말이죠.”(조정현)“정현 씨가 제 길을 터 주고, 챙겨 주고, 멍석을 깔아 주고 있어요.”(이규석)밑어붙이는 후배, 그런 후배를 선배는 스펀지처럼 흡수한다. 보고 있자니 환갑이 넘었는데도 두 사람 외모가 방부제 뿌린 것 같다. 정말 동안(童顔)이다. 헤어스타일도 그대로다. 몸도 아이돌처럼 슬림하다. 산전수전 다 거쳤는데도 세월이 비켜간 게 맞다. ―장국영 닮은 두 분 헤어스타일 따라하려고 학생들이 별별 시도를 다 했지만 실패했다. ‘무스발’이 대단했다.“아버지가 30대부터 대머리였는데 기적적으로 제 머리는 그대로에요. ‘유전 단절’에 감사하죠. 행운입니다. 하하하. 그래도 정현 씨 스타일은 못 따라갈 거예요.”(이규석)“제가 머리숱도 많지만, 그때 ‘아쿠아 OO’이라는 스프레이가 있었어요. 드라이하고 이걸 뿌린 다음 살짝 드라이를 해 주면 세운 머리카락이 굳어요. 태풍이 몰아쳐도 끄덕 없었습니다. 하하.”(조정현) ‘기차와 소나무’ ‘그 아픔까지 사랑한 거야’ ‘슬픈 바다’의 재해석 버전을 사람들이 기다리게 만들고 싶다. 주목 받지 못한 곡들도 ‘역주행’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규석은 지난해 후배가 준 노래를 발표하면서 더 흥이 났다. ‘내 삶은 아직 진행 중’이라는 곡이다. 포크와 블루스 풍인데 가사가 이렇다. 내 삶은 아직 진행 중뻔하게 살기 싫었어 세상에 물들기 싫어철없다 욕하지마 난 다르고 싶어돈보단 가슴 뜨거운 우정을 지키고 싶어바보 같다 말하지마 난 다르고 싶어모든 걸 걸고 사랑할 사람도 아직 필요해가슴이 식지 않았어 내 삶은 아직 진행중나이는 잊고 살잖아정작 이규석 본인은 몰랐는데 곡을 쓴 후배가 ‘이규석’ 같다며 썼단다. 이규석은 “주변 사람들도 가사를 읽고 제 얘기한 것 같다고 하더라. ‘그래. 나는 고급스러운 이미지도 아니고, 세상을 잘 알아 앞서가는 사람도 아니지만, 뻔하게 살아가는 사람은 아니구나.’ 아직 열정 가득한 내 정체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줬다고 본다”고 했다. 무대를 향한 갈증이 최고조에 이른 시점에서 지나간 꺾인 꿈을 기억해 봐야 하지 않을까. 꺾인 꿈이 비슷하다면 다시 같이 ‘젊음의 행진’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음악을 제일 좋아했을 때가 대학 다닐 때였어요. 이후 꿈이 꺾이지 않았나 싶어요. 데뷔 이후로는 노래하는 게 직업이 되고, 일이니까…. 꿈, 있죠. 영화 ‘헤어질 결심’ OST ‘안개’를 부르신 정훈희 선배 있잖아요. 아이유가 첫 소절에 감동을 받았다고 했죠. 정현 씨 ‘그 아픔까지 사랑한 거야’ 도입부를 듣고 느꼈던 그런 감동을 사람들에게 줄 수 있을까. 정현 씨하고 둘이 같이 하면 승부를 볼 수 있을 것 같아요.”(이규석)“꺾인 꿈? 있었어요. 선배님처럼 저도 역시 노래를 취미처럼 하는 게 꿈이었죠.”(조정현)꿈을 이어 본다면 조정현은 대중가요를 접하는 문화가 복원됐으면 한다. 추억의 가수들이 인생 노래를 전부 부르고 감성을 발산할 수 있는 무대나 라이브 클럽이 많아졌으면 한다. 돈벌이가 늘었으면은 아니다. 한두 자리 객석이어도 좋다. 조정현은 “데뷔했을 때 감성은 그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것 같다. ‘조정현’을 기억하면서 그때 낭만으로 돌아가고 싶은 팬들이 분명 계실 텐데, 만날 수 있는 접점이 많지 않아 아쉽다”고 했다. “취미처럼 노래하고 싶은데요. 음악 좋아하는 분들이 다양한 장르에 귀 열고 눈 감고 ‘들을 수 있는’ 곳이 많았으면 해요. 그런 라이브 클럽이 다 없어졌어요. 외국에 가 보면 라이브 클럽에서 나오는 생음악을 거리에서 늘 들을 수 있잖아요. 팝송은 전부 클럽에서 시작해 인기를 얻거든요. K팝이 발전했는데, 정작 우리 대중가수들 노래가 라이브 클럽에서 들리지 않아요. 1980년대에서 2000년대까지, 한국 대중음악 르네상스라 할 수 있는 시절을 추억해 보세요. 길거리에도 음악이 넘쳤고, 음악을 들으러 클럽을 찾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술 한잔하고 본인들이 노래할 수 있는 곳만 늘어났어요. K팝의 근본인 대중가요를 라이브로 들을 수 있는 클럽이 많다면 한국 노래를 좋아하는 외국 팬이 더 많이 한국을 찾을지도 모르죠.”(조정현)# 먼저 ‘우리’를 검색해 보세요환경 탓하면 뭐 할까. 초라하지만 우리가 노래를 여전히 부르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의미가 크겠다 싶어 둘은 무대의 크고 작음을 신경 쓰지 않고 듀엣으로 다니기로 했다. 이규석은 담배도 끊었다. 조정현은 체질적으로 술을 못한다. 다시 ‘젊음의 행진’ 출발점에 건강하게 서 있다.―익숙한 듀엣 실루엣이 어렴풋이 떠오른다.“맞다. 선배님, 왬(Wham!) 스타일이 맞을 것 같아요. 제가 조지 마이클을 좋아하잖아요. 앤드류 리즐리가 있던 왬이요.”(조정현)“나도 조지 마이클을 무지 좋아했잖아요. 그의 노래 ‘키싱 어 풀(Kiss a Fool)’을 피아노 치면서 부른 적도 있어요. 라디오 DJ 할 때 어느 팬이 제가 부른 ‘키싱 어 풀’을 들으시고 영어로 새 일범 냈냐고 물어봤어요.”(이규석)장국영 닮은꼴 두 사람이 한국판 왬이 되겠다고 도원결의를 한다. 둘이 주축이 돼 다음 달 8일부터 전국 투어 콘서트를 한다. 첫 콘서트는 3월 8일 오후 6시 서울 관악아트홀이다. 여행스케치 등이 공연한다. 둘의 감성을 잘 아는 50~70대를 위한 무대다. 컨셉트는 추억의 시간 여행.20, 30대 분들이 찾아오면 더 영광이겠다. 그 세대에게 둘의 ‘걸작’은 태어나기도 전에 나온 곡이다. 노래방에서 한번 흥얼거렸을 법도 하지만(40대 후반인 기자는 노래방에 가면 무조건 ‘그 아픔까지 사랑한 거야’를 부른다) 가수가 누군지는 잘 모를 것이다. “어릴 때 스승이나 다름없는 김수철 선배님의 ‘일곱색깔 무지개’에 꽂혀서 음악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거든요. 20, 30대 분들이 제 노래로 위안을 받고 서로 소통하면 좋겠어요. 더 어린 분들이 제 노래를 듣고 음악을 시작했다고 하면 정말 보람 있을 것 같네요.”(조정현)“정현 씨 20, 30대가 진짜 많이 오시면 어떻게 하려고요?”(이규석)“한 번은 우리 둘이 무대에 섰는데 대략 봐도 20대 분들이 객석을 꽉 채웠잖아요. 그 분들도 우리를 모르고, 저희도 20대 스타일을 잘 몰라서 순간 너무 긴장했죠. 그래서 선배님한테 ‘제가 먼저 노래할 테니까 긴장하지 마시라’고 했죠. 노래를 부르는데 저도 모르게 달달 떨었어요. 하하하. 다행히 반응은 좋았어요.”(조정현)“두려웠는데 정현 씨가 분위기를 잘 풀어 줬어요. 정현 씨가 여유가 있었거든요. 제가 무대에 올라서 관객에게 이렇게 말한 것 같아요. ‘여러분은 저를 잘 모르실 텐데 여러분 부모님은 잘 아실 거예요’ 하하하.”(이규석)확실하게 의기투합하는 분위기다. “아, 그럼 선배님이 하셨 듯 젊은 팬들에게는 부모님 얘기를 먼저 해보자고요. 그러면 다들 휴대전화로 우리를 검색해 볼 거잖아요. 하하하. ‘기차와 소나무와 저의 아픔까지 사랑해 줄 것’ 같은데요.”(조정현)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대한민국 직업교육의 새 비전을 제시하고, 직업교육 혁신의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국가미래직업교육포럼(NFVEF, National Future Vocational Education Forum)이 11일 출범한다. 직업교육 가치를 재조명하고, 중등교육과 고등직업교육 간 연계를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목표다. 그 첫걸음으로 11일 오후 1시30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출범식과 제1차 국회세미나를 연다. 국회의원 조정훈, 김대식, 정성국(이상 국민의힘), 진선미, 김문수(이상 더불어민주당), 강경숙(조국혁신당) 의원 등이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한국중등직업교육협회와 행사를 공동주최한다.국내 정치 여야를 막론하고 직업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초당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행사다. 다당적 협력이 직업교육의 새 패러다임을 구축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출범식 사회는 이승현 동서울대 교수가 맡는다. 언급한 국회의원 및 곽병선 전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김창길 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원장, 남성희 대구보건대학교 총장, 신경호 DGIST 연구부총장, 어수봉 전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의 환영사를 시작으로 이주호 부총리겸 교육부 장관, 고혜원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원장, 강주호 한국교총 회장이 축사를 한다. 개회사는 김영도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동의과학대 총장), 김종관 한국중등직업교육협회 이사장이 맡는다. NFVEF의 경과보고, 이상종 상임이사의 설립취지문 낭독, 한광식 준비위원장의 2025년 사업계획 발표, 조직 및 임원진 소개가 이어질 예정이다.출범식 후 열리는 NFVEF 제1차 국회세미나에서는 김진실 한국스킬문화연구원 원장의 사회로, 박영범 전 한국직업능력연구원장이 ‘대한민국 미래 직업교육의 방향과 과제’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한다. 이어 이병욱 충남대 교수가 ‘직업교육 생태계 구축을 위한 지산학 협력 방안’을 주제로 발표를 한다. 지정토론에서는 박동열 한국직업능력연구원 본부장과 송달용 여주자영농업고 교장이 패널로 참여해 직업교육의 중요성과 과제를 논의한다.이번 NFVEF 출범식 및 제1차 국회세미나를 기점으로 중등직업교육, 고등직업교육, 직업훈련 및 평생교육을 아우르는 국가적 차원의 미래지향적 직업교육 거버넌스를 구축해 지역소멸 및 사회중산층 붕괴를 방지하고 지속가능한 발전방안을 모색한다는 게 NFVEF측 설명이다. NFVEF가 출범하기 전까지 지난해 5월부터 준비위원회가 만들어져 한광식 원장(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산학교육혁신연구원)이 준비위원장으로 업무 총괄을 맡아왔다. 한 원장은 “여야 동수로 참여하는 이번 행사 구성은 직업교육이 국가 발전의 중추적인 요소로 인식되고 있음을 상징하한다”며 “중등직업교육부터 고등직업교육, 직업훈련에 이르기까지 국가적 차원에서 직업교육 거버넌스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구축해 나가는 데 있어서 모든 정치적 이념을 초월하는 협력의 모범 사례를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도 NFVEF 공동의장도 “NFVEF는 직업교육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고,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맞는 진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고등직업교육이 신산업과 첨단기술분야에서 혁신과 성장을 주도하도록 지속가능한 직업교육 모델을 함께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식 상임고문 역시 “NFVEF가 미래 기술과 산업을 선도할 인재를 양성하고, 모든 국민이 직업교육을 통해 자신의 꿈과 적성을 실현하는 사회를 만들어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한 푼이 아쉬운 취업 준비생 시절, STEP으로 양질의 온라인 교육 콘텐츠를 무료 수강하며 디자인 역량을 쌓다 보니 어느새 취업에 성공했습니다. 한국기술교육대 온라인 직업훈련 플랫폼 STEP은 인생의 동반자입니다.”현재 디자인 회사에서 3D 디자인 일을 하는 A 씨의 말이다. A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때 우연히 STEP 사이트에서 메타버스 교육을 받으며 인연을 맺었다. STEP은 한국기술교육대학교와 고용노동부가 함께 운영하는 국내 최대 온라인 공공직업훈련 플랫폼이다.“온라인 강사 두 분이 학습자 눈높이에 맞게 기본 역사부터 현재와 미래까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셨어요. 직접 가상공간을 꾸려주기도 해서 매우 흥미로웠죠.”본격적인 취업 준비를 위해 그는 STEP에 개설된 ‘2D 도면 작업-AutoCad를 이용한 도면화 기초’를 수강했다. 가상공간 디자인에 앞서 실질적인 공간 설계에 필요한 프로그램 사용법을 습득하기에 최적이었다. 나아가 STEP을 통해 해외 온라인 강좌 코세라에서 3D 모델링 강의도 들을 수 있었다. 덕분에 메타버스 아카데미 프로그램 수강자로 선발되고 직업전문학교에도 입학하게 됐다.A 씨는 “STEP에 있는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인포그래픽 같은 다양한 콘텐츠를 더 많이 배울 수 있다는 점에 가슴이 설렌다”면서 “더 많은 사람이 STEP을 통해 취업하는 데 도움을 얻고, 직장에서도 자신의 역량을 발전시킬 수 있게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36년간 군 생활을 마치고 퇴역해 직업훈련기관인 그린직업전문학교 교사로 일하는 B 씨는 지난해 한국기술교육대 능력개발교육원 신중년 교직 훈련 과정을 듣고 직업훈련교사자격증을 취득했다. 전문성과 역량을 더 키우기 위해 고민하던 B 씨는 STEP에서 ‘하이브리드 자동차’ ‘ 자동차 전기전자정비 기초’를 비롯한 13개 콘텐츠를 주경야독하며 수강했다.“처음에는 훈련생에게 기본 지식만 전달하는 수준이었어요. 하지만 STEP 콘텐츠를 통해 더 실질적인 고급 정보를 배운 뒤, 수업시간에 훈련생들과 의견을 나누며 진행하니 수업 분위기가 더 적극적으로 변했습니다.”실무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학생들에게 전수하는 데도 STEP 효과가 컸다.“예를 들면 엔진 수리할 때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군에서 배운 엔진 정비 및 수리 기술을 바탕으로 지도하면서 STEP에서 배운 내용을 보충하니 큰 도움이 됐습니다. STEP에 있는 영상자료 같은 고급 콘텐츠를 활용하면서 수업 질도 한층 좋아졌어요.”이처럼 강의 역량이 향상되며 보조교사에서 정규교사로 승진한 그는 현재 자동차정비자격증 취득반을 맡아 신중년의 보람찬 일상을 살고 있다.“제 수업을 통해 많은 학생이 자격증을 취득한 뒤 취업하고 있습니다. STEP 교육법과 실무 경험을 결합한 지도 방식이 시너지를 냈습니다.”B 씨는 “STEP에서 얻는 지식은 저와 학교의 큰 자산”이라며 “앞으로도 STEP을 동반자 삼아 대한민국 직업훈련학교에서 우수한 강사로 자리매김하고 싶다”고 밝혔다.STEP은 기술 및 공학 콘텐츠와 더불어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같이 민간에서 개발이 어려운 디지털 기술 분야 온라인 학습 콘텐츠 2000여 개를 제공한다. NCS(국가직무능력표준) 직무 능력 기초 및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자기소개서 작성, AI 면접, 취업 상담심리를 비롯한 300여 과목을 통해 취업 준비생의 사교육비 절감과 취업 기회 불평등 해소에 기여하고 있다. 전 국민 누구나 무상으로 직업능력을 개발할 수 있는 STEP 이러닝(e-learning) 교육에는 연인원 1500만 명이 참여했다. STEP은 중소, 중견기업뿐 아니라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까지 기업 맞춤형 연수를 통해 재직자 직무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일조한다. 현재까지 4000여 기업, 약 16만 명이 참여했다. 한국기술교육대 온라인평생교육원은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첨단산업 분야 실무인재 양성을 위해 ‘디지털·신기술 패키지 과정’도 운영한다. 매년 상하반기 4000여 명을 모집해 무료로 STEP을 통해 10주간 교육한다.7개 분야 12개 과정에서 37개 과목을 가르친다. 스마트팩토리 분야에서는 로봇시스템 설계, 스마트공장 시스템 설계 및 개발자 입문 과정을 가르친다. 스마트 모빌리티 분야는 자율주행차 SW 개발, 드론 개발의 이해 과정이 마련돼 있다. AR/VR 분야는 실감 콘텐츠 제작 과정이, 그린에너지 분야는 2차전지 제조 기술 실습, 수소연료전지 개발자, 바이오 의약품 개발의 이해 과정이 준비돼 있다. AI 분야는 AI 모델러 설계, AI 서비스 기획 과정이, 데이터사이언스 분야는 빅데이터 입문 과정, 반도체 분야는 반도체 제조 공정 개발 과정으로 이뤄진다. 각 과정당 3개 과목이며 단계별 학습이 가능하다.반도체, 드론, 수소연료전지 과정은 STEP 실감형 VR 훈련 콘텐츠를 보조 강의자료로 제공해 몰입감 있는 현장 실습을 강화한다.STEP은 2019년부터 LMS(학습관리시스템)를 직업훈련기관, 기업, 대학에 제공해 컨설팅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916개 기관, 1600여 과정에 연인원 74만 명이 참여했다.LMS 참여 기관은 라이브 세미나를 활용한 하이브리드 교육 운영 및 쌍방향 작용 증진, 전문 온라인 강의 및 평가 같은 체계적 운영 관리를 통한 혼합 훈련, STEP 오픈마켓이 제공하는 콘텐츠의 K-디지털 트레이닝 활용, 취약계층 대상 미래형 핵심 인재 양성교육 지원, 자체 콘텐츠 제작 같은 혜택을 받는다.유길상 한국기술교육대 총장은 “STEP에 실감형 콘텐츠(VR, AR, MR, XR)도 보급해 교육 효과와 안정성을 높이고 있다”며 “더 많은 국민의 경력 개발, 기업 및 기관의 직업훈련 수준 향상의 발판이 되도록 STEP 서비스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명지대(총장 임연수)는 학사구조 개편을 통해 보다 유연한 학사구조를 마련하고, 학생들의 전공선택권 확대 및 학생지원체계 고도화에 힘쓰고 있다. 학생들이 적성에 맞는 분야를 스스로 설계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또한 다양한 전공 탐색 프로그램을 제공하면서 체계적으로 진로 지도를 하고 있다.특히 반도체를 비롯한 4차산업 혁명 연계 특성화 분야를 육성해 미래 사회 친화형 융합 인재를 집중적으로 양성하려고 한다. 이를 위해 반도체, SEP(Smart Embaded Platform), AI(인공지능)-RPA, AI·Big Data, 바이오 사업단 등을 운영하면서 연계·융합 전공을 확산, 실무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 학사구조 개편 통한 융합 미래 인재 양성명지대는 융합 인재 양성을 위해 유연한 학사구조를 마련하고 있다. 우선 학사 운영 체계를 학과 중심에서 단과대학 중심으로 조정했다. 또 자율전공 제도를 확대해 학생들이 저마다 적성에 맞는 분야를 스스로 설계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학생설계전공, 융합전공, 복수전공, 부전공, 연계전공, 전과제 등 다양한 전공 제도를 운영해 학생들의 학습 선택권을 보장해주고 있다. 더불어 명지대는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플립드러닝, 블렌디드러닝, PBL, TBL 등 학습자 중심의 창의적 수업 방식을 도입했다. 교육, 상담, 멘토링, 체험 등의 비교과 교육 과정 운영으로 학생의 핵심 역량을 개발하면서 학생역량통합개발 시스템과 연계해 입학부터 취업에 이르기까지 학생들의 진로상담, 진로설계, 경력관리를 지원한다. ● 반도체 비롯 4차산업 혁명 연계 특성화 분야 육성 미래 사회 친화형 융합 인재 양성에 집중하는 명지대는 반도체, SEP(Smart Embaded Platform), AI(인공지능)-RPA, AI·Big Data, 바이오 사업단을 운영해 연계·융합 전공을 확산하고 실무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5월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원하고 한국반도체산업협회가 주관하는 ‘차세대반도체소부장후공정 전문인력 양성사업’에 선정됐다. 소프트웨어·자율주행·반도체·바이오 분야의 전문 인재 조기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일·학습 병행 첨단산업 아카데미’ 사업에도 선정됐다. 특히 반도체의 경우 지난해 6월 ‘반도체특성화대학 지원사업’에 선정돼 교육부·산업통산자원부(KIAT)의 국가첨단전략산업 특성화 대학으로 지정됐다. 이후 경기도 주관 대학과 반도체 기업이 연계히는 ‘경기도 반도체 산업 전문인력 양성사업’ 에도 선정됐다. 최근에는 자연캠퍼스 제3공학관에 친환경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술을 고려한 에코팹을 구축했다.반도체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집중학기제·표준현장실습학기제·산학프로젝트학기제 등 혁신적 교육 과정을 도입할 계획이다.● 원스톱 진로·취업 지원 인프라 구축취업과 현장에 강한 인재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주최한 2024년도 일-학습 병행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공동훈련센터 부문 대상인 고용노동부장관상을 수상했다. 청년 특화 원스톱 진로, 취업 지원 인프라인 ‘MJ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는 재학생은 물론 졸업 2년 이내의 졸업생, 서울과 용인 지역을 포함한 지역 청년으로 서비스 대상을 확대했다. 직무 중심 수시 채용 트렌드에 맞춰 직무 특강과 체험, 자격증 지원 등을 제공하고 있는데다 학년별 단계별 취업 지원 프로그램까지 제공한다. 1학년은 MOS(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의 활용 능력을 측정하는 국제자격시험) 및 TOEIC 특강과 진로 리더십 캠프 운영, 2학년은 진로 지도 시스템과 온라인 취업 콘텐츠 서비스, 직무별 역량 강화 취업 공부가 시행 중이다. 3학년은 취업 멘토링, 취업역량 강화 캠프 참가, 직무적성 검사 집중 교육, 취업 세미나를, 4학년은 해외현장학습, 실전 모의 면접, 고용 동향 및 취업 정보 제공 등 취업을 위한 마스터 코스를 경험할 수 있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서바이벌 스페셜티(Survival Specialty·특별한 생존, 차별화된 생존) 하는 중입니다.”생존과 소멸의 갈림길에 서 있는 지방대 위기를 맞아 대학 혁신이 화두가 되는 이때 양오봉 전북대 총장이 어디를 가든 강조하는 말이다. 전북대를 처절하리 만큼 차별화시키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의미다.2023년 2월 취임한 양 총장은 전북대 혁신 포인트를 학생에 맞췄다. 전북대 재학생이나 수험생이 전북대를 ‘다니고 싶은 대학’ 이라고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을 정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학생 복지는 기본이다. 만든 지 오래돼 시대에 뒤떨어진 학생 및 학사 관리 시스템부터 뜯어고치고 있다. 낡은 전산시스템으로는 학생 빅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학업 관리나 정보 지원 등이 불가능하다고 봤다. 다른 국가거점국립대들보다 한 박자 빠르다.구색 맞추기용 오프라인 강의에 더 이상 얽매이지 않기로 했다. 시대 흐름에 뒤떨어진다는 판단이다. 교육은 전북대 교수가 아니더라도 할 수 있다. 세계적인 석학 강의를 온라인으로 수강하게끔 할 수 있다. 누가 강의하는지 그 스펙트럼을 고정시켜 놓지 않겠다는 얘기다. 우수한 온라인 강의를 비롯한 관련 콘텐츠 확보가 대학 미래 경쟁력이라고 본다.이처럼 강의를 개방하고 연구와 토론, 실습을 강화해 학생을 만족시켜야 대학이 살 수 있다. 이것이 차별화이고 지역과 함께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다.양 총장 취임 후 전북대는 2023년 11월 교육부 ‘글로컬대학 30 사업’ 대학으로 선정됐다. 또 지난해 11월 한국표준협회 ‘2024 서비스 품질 지수’ 평가에서도 지방 국립대 1위에 6년 연속 올랐다. 혁신이 탄력을 받고 있다.양 총장은 9일 전북대 서울사무소에서 동아일보와 만나 “전북대에 다녀야 하는 이유를 계속 만들어 내겠다”면서 그 구체적인 방안을 자세히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차세대 통합정보시스템 구축 착수―지난해는 ‘학생 중심 대학’을 위한 혁신 원년이었다.“모집 단위 광역화와 전공 선택권 강화를 혁신의 첫걸음으로 삼았다. 2025학년도부터 106개 모집 단위를 46개로 광역화하고, 정부가 정원을 관리하는 전공인 보건의료계열 등을 제외한 모집 인원의 86%가량을 무전공으로 모집한다. 전학 및 전과 비율도 늘렸다. 다학제적 접근을 강화한 것이다. 다음 달 17일이면 임기 만 2년이 된다. 취임할 때 ‘꼭 먼저 고쳐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20년가량 된 대학 전산시스템이었다. 낡은 시스템에 계속 기능만 추가하다 보니 누더기처럼 돼 버려 효율적인 학사 및 행정 관리가 어렵다. 사용자 친화적 서비스도 힘들다. 인공지능(AI) 시대는 다가오는데 지금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는 힘들다. 그래서 갈아엎고 있다. 학사, 행정, 포털서비스 같은 대학 운영 전반에 AI를 도입하는 차세대 통합정보시스템 구축 사업을 시작했다. 여기에 120억 원을 투자했다. 시작할 때부터 예산을 절대 깎지 말라고 주문했다. 전북대 재구성을 위한 기반 다지기다.” ―전북대생들이 정말 바라던 것 아닌가.“이 시대에 어떤 과목 학점을 땄는지, 안 땄는지 서류 뒤져 가며 확인할 수는 없지 않은가. 보통 단일 전공이던 예전과 달리 이제는 기본이 2개 이상 복수 전공이다. 다양한 교과 활동과 학습 경험을 교직원이 일일이 손으로 적어 파악하기 어렵다. 학생 중심 대학이 되려면 맞춤 학사 관리로 뒷받침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온갖 질문에 답을 해 주며 경력 관리도 해 줘야 한다. 학생 개개인 데이터와 연결된 대학의 ‘뇌’를 만드는 일이다. 그동안 대학의 도서관이 심장이었다면 이제는 심장과 함께 정보화시스템이라는 뇌도 갖춰야 한다.”―혁신 첫 단계부터 체질 개선이 확실한 것 같다.“AI 정보화의 길을 연 총장으로 기억된다면 영광이다. 전북대는 학생도, 교수도, 직원도 많다. 건물도 약 120개 동이다. 기자재도 많다. 하지만 항상 부족하고 보강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데이터베이스 관리가 효율적이지 않고 시스템이 통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룡이 힘이 없어 죽겠나. 높은 나뭇가지에 별로 없는 잎을 무리하게 따 먹으려다 죽는다.”온라인 학위 모델-우수 강의 콘텐츠 확보 절실―특성화 역량은 무엇에 집중해서 키울 것인가.“세계 대학 교육은 바뀌고 있다. 미국 조지아텍(공대)은 늘 메사추세츠공대(MIT)를 넘어서겠다고 한다. 그런데 조지아텍이 온라인 학위 과정을 개설해 학기당 6만 달러를 받고 세계 1만5000여 명에게 학위를 줬다. 온라인 학위라고 해서 성적표, 졸업장에 아무런 차등을 두지 않는다. 대학 교육 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온라인 학위를 받은 학생들이 구글이나 애플에 자신있게 취업한다. 서울대 행정대학원도 비대면 강의를 도입했다. 예전에는 지방 공무원이 행정대학원을 오가며 강의 듣기가 어려웠다. 이제 분명하게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을 지향하는 것이다. 오프라인이라는 낡은 우물에서 물을 떠 마시는 시대는 지났다. 세계 유명 대학이나 교수가 강의를 온라인으로 공개한다. 교수 한 명이 세계 곳곳의 학생들을 가르친다. 실시간으로 평가를 받으며 스스로 수준을 높인다. 전북대도 이렇게 해야 한다. 온라인화에 면밀히 대응해야 한다. 우수한 온라인 강의 콘텐츠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앞으로 대학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다.”―대학은 지속 가능한 플랫폼이라고 보는가. “그렇다. 강의는 교수만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다. 토론이나 실험, 실습 시스템 등으로 학생들을 만족시켜 주지 않으면 교육 기관으로서의 대학은 없어질 것이다. 강의를 고집하지만 말고 교수가 학생들에게 ‘우리 함께’ 문제를 해결하자고 해보고 연구도 같이 하자며 끌고 가야 한다. 토론과 실습은 학생들이 대학 캠퍼스에 와서 한다. ‘프로블럼 베이스드 러닝(Problem Based Learing·문제 기반 학습·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학생 중심 학습 환경으로 사고 전략과 지식을 배움)’을 대학이 마련해 주는 것이다. 이렇게 바뀌지 않으면 아무리 전북대가 국가거점국립대라고 해도 망한다. 서울대가 1등이니 그 다음은 전북대라는 식의 접근이 아니다. 가장 앞서가는 대학이 돼 보자는 것이다.”―주변 대학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 같다.“우리 대학만 잘살려고 하지 않는다. ‘혼자 가면 빨리 가고, 함께 가면 멀리 간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전북의 다른 대학과도 지식과 자원 등이 연결됐으면 한다. ‘글로컬대학 30 사업’ 계획에도 500억 원을 전북 지역 대학 특성화를 위해 투입하고 대학 간 벽을 허물겠다고 밝혔다. 캠퍼스를 개방해 지역 기업과 교육 및 연구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전략적 협력 모델이 생긴다.”“2035년까지 외국인 학생 1만 명 유치”―새로운 시스템 구축은 글로벌 역량 강화와도 연결된다.“전북대 재학생은 대학원생 포함 2만5000여 명이다. 2028년까지 외국인 학생 5000명 유치를 목표로 잡고 있다. 2035년까지 1만 명이 목표다. 이만큼 외국인 학생이 오지 않으면 전체 정원을 채우지 못한다. 먼 얘기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교육 플랫폼 혁신이 중요하지만 동시에 외국인 학생이 대학에 잘 정착하도록 배려해야 한다. 인성, 학습을 비롯해 여러 모로 외국인 학생이 괜찮으면 대학이 지방자체단체에 추천해 일정 범위 내에서 비자가 나오도록 해 줘야 한다.”―문화적 배려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학생을 제대로 대접해 대학에 남도록 해야 대학이 산다. 어렵게 한국 대학에 왔는데 한국어를 빨리 배우라고 재촉하면 어떻게 될까. 교수들이 외국인 학생들에게 ‘내가 왜 영어로 너희에게 강의해야 하는데…’라는 식으로 대하면 당연히 학생들이 떠날 것이다. ‘고객’인 학생이, 즉 사용자가 원하면 영어를 쓰도록 해 줘야 한다. 차별이 없어야 한다. 불편함을 줘서는 안 된다. 생각을 바꿔야 한다.”―절실함이 느껴진다. “2040년 국내 전체 학령인구를 27만 명으로 예상한다. 2023년 태어난 아기는 23만 명이다. 현재 전국 대학 입학 정원은 47만 명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대학으로만 학생이 몰리니 지방대는 다 죽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대학을 지금에서 절반으로 줄인다고 해결될까? 결국 국가경쟁력이 절반으로 떨어지게 된다. 국가경쟁력은 대학 숫자에 비례한다고 본다. 대학이 줄어드는데 국가경쟁력이나 국내총생산(GDP)이 유지될 수 없다. 저출생 문제가 심각하지만 어떻게든 대학이 특성화를 해 학생을 유치하고 유지하도록 정부가 도와줘야 한다. 서울대가 개교한 지 78년 됐고 전북대도 개교 77주년이다. 80년 가까이 투자가 이뤄졌다. 다른 대학도 마찬가지다. 학생이 오지 않는다고 해서 무작정 정리하고 없앨 수는 없다.” ―국가 차원의 의제 설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보는가.“그렇다. 중동의 부자나 중국 학생들은 미국 대학을 못 가서 난리다. 돈 보따리 싸들고 가도 입학 쿼터가 모자라 못 들어간다. 미국처럼 대학이 탄탄한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세계에서 명함을 내밀 수 있게 정부가 도와줘야 한다. 지금 해야 한다. 중고등학교까지는 한국 학생이 미국 학생보다 우수하다. 대학 4년 동안 뒤바뀐다. 미국 대학은 어디든 학생이 공부를 엄청나게 하면서 다각적으로 차별화된 전공을 몇 개씩 이수한다. 소위 삼성전자에 다니다 잘려도 현대자동차에 다시 들어갈 수 있는 인재를 배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존경 받는 전북대를 만들기 위해―전북대는 대학의 경제적 가치(6조3300억 원)을 분석해 내놓았다. 서비스 만족도 조사에서 6년 연속 지방 국립대 1위다. 대학이 학생에게 함께 목표를 향해 가자고 동기를 부여한다.“프라이드(자존심)가 생성되고 있다고 본다. 미국 학생은 하버드대나 스탠퍼드대만 가려고 하지 않는다. 대학의 프라이드가 나와 맞는지 판단하고 선택한다. 그 대학의 장점과 특성을 잘 활용하면서 혜택을 받을 줄 안다. 전북대만의 프라이드는 대학이 존경받을 때 탄탄하게 유지될 수 있을 것 같다. 자존심, 다시 말해 누구에게나 자랑할만한 정체성은 전북도민이나 지역 기업에 서비스 마인드로 다가가 그들이 못하는 것을 돕는 과정에서 생긴다. ‘우리는 모르겠으니 다른 데 가서 알아봐라’라고 하면 안 된다. 어려운 중소기업의 절박한 사장님들이 도움을 청해도 ‘전문학교가 잘하니 그곳에 가 봐라’라는 식으로 얘기해도 안 된다. 문화 혁신 과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교직원에게 거짓말하면, 갑질하면 안 된다고 늘 말한다. 그래야 학생이 오고 미래가 온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고금리, 고물가 등 대내외 적으로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요즈음 한국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해법으로 젊은 리더들의 새로운 시각과 도전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맞춰 연세대학교 미래교육원에서는 가업 승계를 계획하고 있는 2 · 3세 경영 후계자 및 20∼30대 젊은 CEO, 신규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창업 CEO에게 도움을 주고자 ‘제17기 연세 영 CEO 과정’을 개설한다. 2017년 3월 1기가 시작해 현재 16기 과정까지 약 900여 명이 수료를 했다. 2019년 하반기에 결성된 영 CEO 과정 총동문회는 서로의 단합과 후계 경영자로서의 어려움을 공유하는 커뮤니티로 자리매김하였다. 연세대 미래교육원 허현승 원장(경제학부 교수)은 “영 CEO 과정은 한국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인 젊은 경영자를 양성하는데 일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커리큘럼은 ‘경제 동향’, ‘국내 사업 환경 연구’, ‘경영의 이해’, ‘경영자의 역량 개발’ 등이다. 이외에도 4차 산업혁명, 빅데이터, AI, 블록체인 등 뉴비즈니스 관련 콘텐츠, 문화와 예술, 중소및 중견기업 CEO 초청 강연, 신입 원우 환영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구성돼 있다. 있다. 연세대 교수진을 비롯해 김장한 노무법인 웅지 대표 노무사,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 윤덕환 마크로밀엠브레인 이사 등 분야별 전문가들이 최상의 교육 콘텐츠를 제공할 예정이다. 17기 교육 기간은 3월 14일부터 11월 28일까지다. 모집 인원은 60명 내외. 대상은 2·3세 경영 후계자 및 젊은 경영인, 창업 CEO 등이다. 강의 장소는 연세대 이윤재관 최고위 강의실(신촌캠퍼스 내)이다. 접수 마감은 3월 7일이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연세대 경영대학원 상남경영원(원장 박용석)은 비즈니스 중심지 강남에서 제6기 ‘연세 최고경영자과정(AMP) 강남클래스’를 개설한다고 밝혔다. 1976년에 시작된 연세대 최고경영자과정(AMP)은 경영자들에게 전문적인 경영학 지식과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을 제공하는 기회를 마련해 왔다. 이번 강남클래스는 강남 5성급 호텔에서 체계적이고 심도 있는 경영교육을 제공한다. 강의는 마케팅, 재무, 회계, 인사, 조직, 전략 등 핵심 경영학 이론은 물론 ▲글로벌 ESG ▲디지털 혁신 ▲뉴비즈니스 리더십 ▲셀프 매니지먼트와 같은 최신 경영 트렌드를 포함한다.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진과 외부 전문가들이 강의를 맡아 실질적인 비즈니스 솔루션을 제시한다. 특히 액션 러닝 프로젝트를 통해 수강생과 교수진이 함께 기업 사례를 분석하고 실행 가능한 전략을 도출하도록 한다. 수료생에게는 연세대 총장 및 상남경영원장 공동 명의의 수료증이 발급된다. 세브란스 헬스체크업 건강검진센터에서 본인 및 직계 가족이 2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제6기 강남클래스는 4월 3일 입학식을 시작으로 매주 목요일 저녁 5시 40분부터 9시 10분까지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진행한다. 모집 인원은 약 40명. 대상은 강남 지역 네트워크가 필요한 공·사기업 최고경영자, 임원, 정부·지자체 고위 공무원, 각계 리더 및 전문직 종사자들이다. 연세대 상남경영원은 LG그룹 구자경 명예회장의 기금 출연으로 1999년에 설립됐다. 지금까지 약 2만 명의 교육생을 배출했다. 자세한 정보는 연세대 경영대학원 상남경영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100세 전에, 바로 한 살 전 백수(白壽·99세) 때 발왕산에서 멋지게 스키를 타 볼게요. 그때 만납시다.” 5년 전인 2020년 2월 어느 날, 강원 평창군 발왕산 자락에 있는 모나용평(용평리조트) 스키 슬로프에서 만난 어르신은 자신을 믿어 보라고 했다. 나이는 70대 후반 정도, 많아 봐야 80대 초반으로 보였다. 조심스럽게 연세를 물어보니 94세였다. 어르신은 살며시 주민등록증을 내밀었다. 주민등록번호 앞자리에 1926년생 숫자가 선명했다. 당시에도 구순을 훌쩍 넘긴 어르신은 속도를 내지는 않았지만 아주 수월하게 슬로프를 내려왔다. 보던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 5년이 지나, 그 말을 했던 이근호 설해장학재단 이사장(전 대한스키협회 부회장)이 약속을 지켰다. 이 이사장은 5일 모나용평에서 5년 전과 변함없이 건강한 모습으로 스키를 탔다. 안전요원이 옆에 붙었지만 이 이사장은 여유롭게 방향 전환까지 하며 옐로 슬로프를 누볐다. 한국원로스키인회, 대한스키스노보드협회와 모나용평은 만 99세, 우리 나이로 100세 생일을 맞은 이 이사장을 위해 ‘백수시대 스키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스키 원로 100여 명이 참석해 축하했다. 이 이사장이 스키와 인연을 맺은 건 대구 계성고 동기인 김재현 전 쌍용그룹 부회장(2013년 작고)이 1983년 제12대 대한스키협회 회장을 맡으면서다. 친구의 부탁으로 협회 부회장을 맡고 이듬해 유고슬라비아 사라예보 겨울올림픽을 대비한 프랑스 그르노블 전지훈련 때는 단장으로 대표팀을 이끌었다. 선수들이 전부 훈련을 나가자 근처 스키학교에서 스키를 배웠다. 1년 동안 스키장에 살다시피 했고, 일본에서 2급 스키 지도자 자격증도 땄다. 해운업을 하느라 스트레스를 받았다던 이 이사장은 환갑이 다 돼서 시작한 스키가 습관이 되면서 흔한 감기 한 번 걸리지 않았고, 하체 건강도 유지했다. 크게 아팠던 건 22년 전, 폐에 작은 용종이 생겼던 것 말고는 없다. 당시 폐 한쪽을 드러내는 수술을 받았는데, 스키로 혼란스러웠던 마음을 추스르고 안정을 찾았다. “암은 아니고 작은 혹 같은 것이었는데 당시 내시경 수술 기계가 도입된 지 얼마 안 돼 조작이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한 쪽 폐를 떼어 내게 됐습니다. 스키가 있어서 아픔을 이길 용기가 생겼죠. 제게는 스키가 한 쪽 폐나 다름없습니다.” 이 이사장은 스키에 몸을 맡기면서 자신의 호(雪海)를 따 설립한 설해장학재단을 통해 국내 스키 유망주와 각종 대회 메달리스트들도 지원해 왔다. 5년 전 이 이사장에게 평생 시즌 이용권을 증정했던 모나용평 신달순 대표는 이날 100세 스키어의 상징인 ‘100+’ 완장을 백수 스키어에게 달아주고 최고 원로로 예우했다. 신 대표는 “이사장님이 스키에 보여준 열정은 사회 전체에 귀감이 될만하다”며 “100+ 완장을 또 바꿔 드릴 때까지 스키를 타실 것 같다”고 존경심을 보였다. “내년에 또 만나지요.” 이 이사장이 만 100세에 스키를 타겠다고 또 약속했다. 그렇다면 정말 ‘만세(萬歲)’를 외칠 만도 하겠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깐부. ‘같은 편’, 나아가 ‘어떤 경우라도 모든 것을 나눌 수 있는 사이’라는 의미로 통용되는 은어, 속어죠. 제아무리 모든 것을 갖춘 인생도 건전한 교감을 나누는 평생의 벗이 없다면 잘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좋은 인간관계는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깐부들 사이에 피어나는 ‘같이의 가치’를 소개합니다. ‘국민 거북이’ 개그우먼으로 1990년대 ‘개그 퀸’이던 김현영. 건강한 이가 전부 드러나는 호탕한 웃음과 못난이도 아니면서 못난이 캐릭터를 밝게 소화해낸 그 끼를 기억한다. 인기가 높았기에 여전히 잘 살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살아온 얘기를 들으니 짠하다 못해 슬프다. 억장이 무너지는 일을 한두 번 겪은 게 아니다. 버틴 스스로가 용하단다. 누가 개그우먼 아니랄까 봐 힘든 지난날을 개그 소재 삼아 웃긴다. 더 마음 아프다.김현영은 1990년 KBS 개그맨 공채 6기로 데뷔했다. 잘 나갔다. 신인으로 당대 최고 인기 개그 프로인 ‘유머 1번지’에 비중 있는 역할로 들어갔다. ‘동궁마마는 아무도 못 말려’ 코너에서 동궁(東宮)으로 나온 대스타 심형래에게 늘 구박 받는 ‘못생긴 무수리’로 얼굴을 알렸다. 바보인 동궁이 대놓고 무시하는데, 그것을 웃기게 받으며 철없이 좋아하는 개그 포인트를 기가 막히게 살렸다. 얼굴에 주근깨와 점을 잔뜩 찍고는 “동궁마마”를 애타게 부르며 웃으면 심형래가 그 얼굴을 밀쳐 낸다. 밀리지 않으려고 버틸 때 짓는 우스꽝스러운 표정에 폭소가 터진다. 알아주는 사람이 늘더니 이어 ‘추억의 책가방’ 코너로 ‘떡상(인기가 크게 오른다는 뜻)’했다. 이 코너 주인공 임하룡(역할 명 임해룡)의 푼수 여자친구로 나와 구박을 당하면서도 일편단심인 모습이 또 큰 웃음을 줬다.방송가에서 차세대 개그우먼 선두 주자가 됐다. 어린이들까지 그의 말투와 표정을 따라하며 좋아했다. 당시 유행하던 할리우드 영화 제목을 딴 ‘닌자 거북이’라는 별명도 생겼다. 거북이 별명은 연예인 원조 격이다. 귀염성 다분한 얼굴인데도 이 별명을 감사히 받아들여 어디 가든 자신의 캐릭터로 밀었다. 광고도 많이 찍고 돈도 많이 벌었다. 다른 가수, 코미디언 스타들과 해외 동포 위문 공연도 다녔다. 남을 웃기면서 즐겁고 넉넉하게 사는 길이 열린 듯했다. 하지만 세상은 김현영을 편하게 놔두지 않았다. 30대 후반에 남자를 잘못 소개 받아 결혼한 것이 불행의 싹이었다. 뉴스에서나 보던 사기 결혼이나 다름없었다. 남편의 빚은 캐면 캘수록 불어났다. 이러 저리 빚을 대신 갚아 주다 감당이 안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내 대접을 제대로 받지도 못했다. 남편이 시켜 미국에 돈 벌러 갔다가 아이도 유산했다. 버틸 수 없었다. 남편 빚이 더 남아 있다는 얘기에 이혼을 결심했다. 그때서야 자신이 그 남자의 네 번째 부인인 것을 알았다. 큰 상처만 남았다.편치 않은 결혼 생활 동안 마음을 의지하던 어머니마저 저 세상으로 떠났다. 3세 때 아버지를 여읜 김현영을 남부럽지 않게 키운 어머니였다. 큰 충격에 모든 활동을 접고 세상과 인연을 끊다시피했다. 대인기피증에 우울증까지 괴롭혔다. 이것도 다 팔자려니 하며 마음의 짐을 조금씩 비워내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죽으라는 법은 없다’는 말은 맞는 것 같다. 1990년 노래 ‘여식의 눈물’로 데뷔해 디스코와 트로트 메들리 가수로 이름을 알린 모정애(본명 이숙희)가 곁에 없었다면 어떻게 버텼을까 싶다. 사회에서 만난 언니 모정애는 김현영의 깊은 상처를 아물게 해줬다. 답답한 삶에 숨통을 터 줬다.모정애는 한국 코미디계 대부 고(故) 배삼룡 선생이 “너는 꼭 엄마같다”며 지어준 예명이다. 운명처럼 김현영의 ‘엄마 노릇’을 하고 있는 셈이다. 김현영은 엄마같은 언니를 의지하며 버텼다. 점점 강해지고 있다. 모정애를 만나고 ‘잃어버린 김현영’을 되찾는 중이다. 여전히 무거운 짊을 지고 있지만…. ● 계산 없이 동생을 품은 언니김현영과 모정애, 두 사람의 인연은 15년 정도 됐다. 여러 행사에서 몇 번 눈인사만 하다가 장애인 봉사 행사에서 평생 짝이 됐다.“현영이가 나를 몰랐어도 저는 현영이를 알고, 어떻게 지내 왔는지 전해 들은 게 있잖아요. 가엽기도, 측은하기도 했죠. 이유 없이 잘해 주고 싶더라고요. 현영이 얼굴을 보면 이상하게 큰아들 생각이 났어요. 특별한 인연이구나 했죠. 현영이는 내면도 참 예쁘다고 처음 볼 때 직감했어요. 자연스럽게 ‘내 사람’으로 품게 됐죠.” 모정애 장남은 6세 때 뇌수막염을 앓아 청력을 잃었다. 아들을 잘 돌보지 못한 탓이라는 죄책감이 가슴 한쪽에 있다. 김현영을 챙기면서 그런 마음의 짐을 조금씩 덜어냈다. 모정애는 다시 세상으로 나오기를 주저하던 김현영을 자기 행사에 데리고 다니며 무대 MC로 세웠다.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에서 ‘어르신 봉사 콘서트’를 오래 했는데 김현영이 묵힌 끼를 발산하도록 했다.“언니가 일거리 없는 나를 먹여 살렸어요. 출연료로 20만 원 정도 받았는데, 언니가 자기 지갑에서 돈을 빼서 ‘너는 이 정도는 받아야 돼’라면서 내 주머니에 넣어 줘요. 쉬운 일 아니거든요. 행사장에서 팬들이 주시는 돈을 언니는 현장에서 힘든 일 하는 분이나 지방에서 올라오는 가수에게 다 나눠 줘요. 결국 자기 지갑은 텅텅 비죠. 언니는 부자도 아니랍니다.”무대에 설 때마다 언니 모정애는 ‘국민 거북이’가 밖으로 나왔다고 세상에 알렸다.“언니는 무대에서 3, 4초 만에 좌중을 장악해요. 분위기를 자유자재로 쥐락펴락하죠. 웬만한 개그맨도 그렇게 하기 쉽지 않거든요. 언니가 MC인 저에게 ‘앉은 거냐, 선 거냐’라고 물을 때부터 웃음이 터지죠. 키 작은 제가 ‘앉은 거예요’라거나 ‘선 거예요’라고 받아치면 잘 호응해 줘요. ‘앉으나 서나 똑같은’ 제 존재감을 알려주는 거죠. 언니 덕에 제가 팬들과 다시 눈을 맞출 수 있게 됐어요.” 팬 입지가 탄탄한 모정애는 골수 팬들을 김현영과 공유한다. ‘모정애 팬은 곧 김현영 팬’이다. 모정애는 “현영이가 우리 팬들에게 ‘당연한 존재’가 됐다”며 “현영이가 ‘모정애 보조’라며 자존심 상해 하지 않고 나를 따라와 주니 고맙다”고 말한다. “팬들과 자주 만나다 보면 스트레스가 생길 때도 있고, 할 말을 다 못하기도 하지요. 그런데 현영이가 저와 팬들 사이에서 무게중심을 잘 잡아 줘요. 어려운 관계를 잘 풀어 주고 좋은 분위기로 만들어 주죠. 현영이가 제 보약입니다.” ● “현영아, 지금 스위스는 가지 말자”자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생각한다. 모정애 언니가 없었다면 내가 이 세상 어디에서 언제까지 머물 수 있었을까. ‘언니가 내 옆에 없다’고 생각만 해도 아찔하고 숨이 막힌다. 김현영의 삶은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힘들고 불편한 구석이 있다. ‘온전한 김현영’으로 아직 살 수 없는 처지다.김현영은 마음이 아파서 아무것도 못하고 집에만 있는 친언니 수발을 들며 산다. 외출도 활동도 편히 못한다. 두 사람 생계를 김현영이 다 짊어지고 있다. 자신을 위한 제2의 인생을 설계할 여유조차 없다. 그렇다고 속시원하게 남에게 고민을 털어놓지도 못한다. 피해를 주고 싶지 않고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다.모정애 언니를 만나야 자신의 처지를 고백하게 된다. ‘아무 말 대잔치’를 언니는 다 받아 준다. 말에 뼈가 있건 없건, 고장난 라디오처럼 반복되는 김현영의 애걸복걸 모두를 말이다. 모정애는 “내 삶은 없다. 희망도 없다”는 김현영에게 자존감을 자주 수혈해 준다. 김현영은 “어쩌다 정애 언니가 불러주면 그게 행복”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그러면 언니는 동생을 더 보듬는다. 약한 마음을 더 먹지 않았으면 한다. “현영아. 누군가를 챙겨 주는 것 자체가 행복인거야. 네가 친언니 손과 발이 돼서 같이 지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야. 그만큼 아직 건강하다는 얘기야.”지난해 11월은 김현영에게 혹독했다. 미래가 도무지 보이지 않았다. 심란한 나날이 계속됐다. 나아질 듯 하면 힘든 일이 찾아오고. 그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적잖이 지쳤다. 평정심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모정애 언니에게 함께 스위스에 가자고 했다. 스위스는 안락사와 조력에 의한 자살을 일부 법으로 허용하고 있다. 죽음을 고민한 것이다. 듣는 언니로서는 오죽 힘들면 그런 생각까지 했을까 싶다. 그래도 동생의 마음을 거듭 누그러뜨린다. “현영아, 너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사는 건 다 처음이잖아. 처음 살아보니 힘들 때마다 대처하기 어려울 수 있어. 그런데 주변 사람도 저마다 괴로운 일을 겪잖아. 스위스에 가자는 얘기는 절대 하면 안 돼.”모정애는 올해 작고 따뜻한 말로 김현영의 고단한 마음을, 힘든 하루를 더 살뜰하게 안아주기로 했다 . ● 무조건 함께… “동생의 꺾인 꿈, 다시 살려 주고파”‘인생’작사 김민우작곡 김욱노래 모정애바람이냐 구름이냐 강물이드냐돌고돌아 흘러흘러 나 여기 나 여기 왔오어디로 갈거냐고 무엇을 할거냐고나에게 묻지를 마라인생은 바람처럼 인생은 구름처럼그렇게 흘러가는걸잘났다고 생각말자 착각이드라세상사를 원망말고 마음을 비우고 살자가진게 무어냐고 버릴게 무어냐고나에게 묻지를 마라인생은 바람따라 떠돌다 흩어지는한조각 구름인 것을어디로 갈거냐고 무엇을 할 거냐고나에게 묻지를 마라인생은 바람처럼 인생은 구름처럼 그렇게 흘러가는걸―동생 김현영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인가요.“네.”김현영에게 하고 싶은 말이 이 가사에 다 담겼다고 한다. 사람 사는 것, 다 거기서 거기다. 이왕이면 더 희망적인 얘기를 하자. 스위스 가자는 말, 이제 그만하라고 강조한다. 뜻이 맞고 죽이 맞는 친구를 만난 것만으로도 행복한데 김현영은 살맛까지 주고 있다는 언니 모정애다. 이런 자신의 마음을 동생이 알아 줬으면 한다. 스스로의 약한 마음에 휘둘리지 않는 힘을 동생이 얻었으면 한다.김현영은 진지하지만 역시 천성은 개그우먼인가 보다. 노래가 하고 싶다는 얘기로 분위기를 바꾼다. 노래로 하고 싶은 말을 하며 감정을 표출하는 언니가 부럽다고 한다. 자신의 노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다.“내 노래가 있으면 무대에 영원히 설 수 있잖아요. 악착같이 노래를 내야겠어요. 하하. 음치인 건 아는데 사기를 좀 쳐 보려고요. AR(보컬까지 녹음된 노래 반주) 틀어 놓고 노래하되 앵콜은 안 받는 가수 말이죠. 하하하.”“현영아 취미로만 노래해. 노래는 해보되 가수라고만 하지 말아라. 얘는 노래를 해도 웃기니까요. 하하.”굳이 노래를 하지 않더라도 모정애 언니가 잘 되면 자신에게 보람 있는 삶 아닌가, 김현영은 생각해 본다. “언니의 유튜브 라이브 음악 채널(@Mojeongaelivetv2561, 현재는 ‘싱싱 TV’에서 라이브를 하고 있다)이 있어요. 몇 년 전에는 1시간 이상 모든 장르의 신청곡을 받아 다 불러 줬어요. 대한민국에서 신청곡을 전부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요. 엄청난 실력이죠. 그런데 언니 가수 인생이 아직 확 뜨지 않았어요. 이 채널이 다시 살아 나서 더 떠야 해요. 제가 옆에서 바람만 잘 잡으면 뜰 것 같은데 말이죠. 하하.” 두 사람을 보면 ‘동행’ ‘함께’ 같은, 의리가 없으면 지속하지 못하는 가치가 생각난다. 김현영은 사람을 마주하는 것이 싫었고, 과거의 삶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유서까지 썼다. 그런 동생의 손을 잡아 준 마음은 어땠을까.“현영이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어요. 현영이를 만나면서 어떤 계산을 했다면 지금까지 오지 못했을 거 같아요. ‘조금 도와줬으니 현영이도 나한테 도움을 주겠지’ 같은 ‘조건 만남’이 아니었어요. 지금처럼 앞으로도 무조건 ‘챙겨 주자’는 마음으로 대할 겁니다. 현영아, 지금 손잡고 있는 이 시간이 ‘가장 행복한 최고의 순간’이라는 생각으로 살자. 잘 버티고 있어.”“언니가 남자로 보일 때가 있어요. 머릿속에만 그리던 이상형 말이에요. 언니가 남자였다면 당장 사귀었을 거예요. 장군감이 따로 없어요.” 김현영 동생이 또 혼자서 아프고 고민하고 방황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믿기는 하지만 걱정이 없진 않다. 어떻게든 자신 옆에 놔둬야 속이 편할 것 같다. 동생은 스스로 불안함을 느끼지 않도록 언니 모정애하고 같이 있는 시간을 더 늘리고 싶다. 더 의지하고 신세지고 싶다.“언니하고 다니면 항상 콩고물이 떨어질 것 같아요. ‘현영아, 와’라고 하면 정말 물질적이든, 무엇이든 떨어지거든요. 하하. 언니가 어디 가자고 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을 거예요. 언니를 만나러 온 오늘 이 시간마저 무척 소중하고 감사합니다.”“너하고 있으면 콩고물이 크게 떠오르거든. 현영아, 평생 같이 주우러 다니자.” 모정애 언니 덕분에 김현영은 언젠가부터 ‘오늘 행복하면 잘 살았던 거예요’라는 말을 여기저기 하게 됐다. 여유가 조금 생겼다. 어떤 고통도 언젠가는 지나갈 것이라고 믿어 보려 한다. 재미와 웃음을 다시 푸짐하게 ‘송금’할 수 있는 김현영이 다시 보이는 것 같다. 모정애 언니는 김현영이 그런 인생으로 재진입하도록 계속 끌어당길 것이다.“현영아, 걱정 마. 나와 함께 꾸는 꿈이 결국 네 삶이 될 거야.” “언니, 내 꺾인 꿈을 기억해 줘서 고마워요. 언니랑 꿈을 키워 꼭 되살릴게요.”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우석대(총장 박노준)가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지방대학 활성화 사업(대학혁신지원사업 Ⅲ유형) 종합평가 결과에서 A등급을 획득했다. 지방대학 활성화 사업은 대학-지자체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비수도권 사립대학의 특성화를 통해 대학과 지역이 동반 성장할 수 있도록 비수도권 사립대학 66개교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번 평가에서 우석대는 휴먼테크 특성화 분야(한방테크 및 라이프케어)에 대한 지역 정주형 인력 양성 프로그램과 지역 산업계 기반 취업 지원 프로그램의 운영 실적과 성과 등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또한 지자체-대학 간 거버넌스 구축과 산학협력 네트워크, 특성화 분야를 중심으로 한 학사구조 개편 등에서도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아울러 RISE(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에 연계할 수 있는 우수성과 사례를 체계적으로 선정하고, 지자체 RISE사업 단위 과제와도 적절히 연계된 점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박노준 우석대 총장은 “이번 A등급 획득은 우리 대학과 지역사회가 함께 성장하는 데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라며 “앞으로도 지역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특성화 분야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한라대 미래모빌리티공학과와 AI정보보안학과는 강원지역 혁신 플랫폼 대학교육 혁신본부, 도로교통공단과 공동으로 미래 모빌리티 인재 양성을 위한 ‘제3회 전국 청소년·대학생 인공지능(AI) 경진대회’를 27일 개최했다.이 대회 핵심 과제는 미래 모빌리티 기술에 AI를 활용해 눈, 비, 야간 같은 극한 환경에서 도로를 자율 주행할 때 교통안전 표지와 신호등을 정확히 인식하고 처리하는 기술 개발이었다.도로교통공단은 교통 안전 분야 AI 학습용 데이터를 제공했고 참가자들은 극한 환경에 적합한 추가 학습 데이터를 구축해 AI 모델을 학습시켰다.지난달 1일부터 이달 26일까지 모두 132명이 온라인으로 파이썬 및 AI 교육을 통해 도로표지판 인식 모델을 구축하는 실습을 진행했고 그 결과 청소년부 5팀, 대학부 10팀이 이번 대회 결선에 진출했다. 이들은 하일로(Hailo), 위더스 지원으로 AI 엣지 기술을 온라인으로 한 달 간 배웠다.이날 경진대회 대상인 강원특별자치도 도지사상은 청소년부 선덕고교(박준호 이민준 배민환), 대학부 한라대(송현교)가 수상했다. 특별상인 도로교통공단 이사장상은 청소년부 세명컴퓨터고교(김민준), 대학부 한라대(채승호)가 각각 받았다.대회를 준비한 한라대 미래모빌리티공학과 고국원 교수는 “청소년과 대학생이 AI 기술을 활용해 실제 도로 환경에 적용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한 자리였다”며 “실제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를뿐만 아니라 극한 조건에서도 교통 안전을 지킬 수 있는 기술을 선보여 대회 수준을 높였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이어 “이 대회를 모빌리티 분야 AI 활용 명품 대회로 발전시켜 미래 모빌리티 인재를 기르는 산실로 만들겠다”고 밝혔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송미령)는 2024년 농수산물 온라인 도매시장 5000억 원 거래 목표 달성을 기념해 23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농산물 유통 혁신 대전’을 열었다. 지난해 11월 30일 출범한 농수산물 온라인 도매시장은 이달 17일 기준 거래액 5524억 원으로 올해 거래 목표 5000억 원을 초과했다. 농식품부에서 온라인 도매시장 거래 기반 조성을 위해 추진한 거래 품목 확대(1월 39개에서 12월 195개)와 판매자 가입 요건 완화(연간 거래 규모 50억 원 이상에서 20억 원 이상) 같은 제도 개선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온라인 도매시장은 판매자 물류 비용 절감, 구매자 탐색 비용 절감 같은 이점이 두드러지면서 판매자와 구매자 참여가 올 1월 331개소에서 12월 3736개소로 늘었다. 전체 거래 61.8%가 상품이 산지에서 소비지 중소형 마트 등으로 직접 배송돼 물류 효율성도 높였다. 이를 통해 농가수취가(유통비용 제외 시장 실제 거래가격)는 3.5% 상승했고 유통 비용은 7.4% 절감했으며 소비자 후생은 3.9% 늘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해양수산부를 비롯한 정부 및 유관 기관과 농업인 단체, 유통업계 관계자, 학계 전문가 등 150여 명이 참석한 이날 농산물 유통 혁신 대전에서는 디지털 유통 혁신 주요 성과 보고, 온라인 도매시장 목표 달성 축하 행사, 농산물 유통 혁신 기업 시상식이 열렸다. 농산물 유통 혁신 기업 대상은 제주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제주조공)이 받았다. 제주조공은 온라인 도매시장 출범 초부터 감귤과 채소류 등을 온라인 전용 특화 상품으로 출시했다. 상품 신뢰도가 높아지며 거래처를 10곳 추가 확보하는 등 괄목할 성장을 이뤘다는 평가다. 유통 비용 10.1% 절감, 농가수취가 4.5% 상승, 소비자 후생 5.6% 증가라는 성과를 거뒀다. 최우수상은 국내 1호 스마트 산지 유통 센터(APC)를 운영하는 만인산 농협이 받았다. 만인산 농협은 스마트 APC를 통해 취급 물량을 늘리고(취급액 46% 증가), 단순 반복 업무를 자동화해 생산성을 28.6% 높였다. APC 입·출고 정보를 디지털화한 결과 체계적인 농가 관리 및 소비지 변화에 맞춘 신상품 개발도 능동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 만인산 농협에 출하하는 농가 총소득도 30.6% 증가했다. 송 장관은 “농산물 유통구조 혁신의 최종 목표는 생산자가 제값을 받고 소비자는 합리적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라며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유통구조 혁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106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서울시립대는 국내 유일 4년제 공립 대학으로 ‘서울이 만들고 서울이 키우는 대학’이다. 학생은 등록금 걱정 없이 학업과 진로 개척에 매진(邁進)한다. 대학은 우수한 교수진을 확보하고 교육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다. 서울시립대는 1인당 장학금 수혜율 108.3%, 교육비 투자와 학생 지원을 나타내는 교육비 환원율 626.4%로 전국 대학 중 최상위 수준이다. ● 미래융합형 인재 양성서울시립대는 도시 과학 및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해 학부에 인공지능학과, 융합응용화학과, 첨단융합학부(융합바이오헬스, 첨단인공지능, 지능형반도체 전공) 같은 학과를 두고 있다. 교육 공간도 꾸준하게 개선하고 있다. 시대융합관을 준공했고 반도체 제작 과정을 수련할 수 있는 클린룸을 조성했다.2025학년도에는 융합형 인재 양성을 위해 자유전공학부에서 지난해보다 48명 증가한 78명(수시 46, 정시 32)을 모집한다. 교과 과정을 개편해 첨단 분야 교과를 개발, 확대하고 있다. 집중이수제, 특별 학점 인정(K-MOOC), 마이크로 전공제를 실시하며 학생이 주도적으로 전공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강화하기 위해 제도를 개선하고 있다. 모듈형 교육 과정, 학생 미래 설계 학기, 전공 기반 융복합 비(非)교과 프로그램 운영 등으로 실무 역량을 갖춘 인재를 키운다. ● 혁신융합대학 사업 선정서울시립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실시한 2023년도 연구지원체계평가에서 A등급 기관으로 선정됐다. 디지털 물산업 혁신 인재 양성 사업, 과기부 미래 전파 핵심 원천 기술 개발 사업을 비롯해 여러 학내 사업이 정부 재정 지원 사업으로 선정됐다. 특히 교육부 첨단 분야 혁신융합대학사업에 선정돼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차세대통신 분야를 추진하고 있다. 조기 취업형 계약학과 선도 대학원, 탄소중립 특성화 대학원에 선정되는 등 교육과 연구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 취업 역량 강화와 창업 활성화 지원서울시립대 취업률은 지난해 대학정보 공시 기준 70.4%로 서울 소재 주요 대학 중 12위였다. 취업 질과 직업 안정성을 나타내는 1년 유지 취업률은 90.8%로 서울 소재 주요 대학 가운데 3위에 올랐다.지난해 고용노동부 주관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 사업 거점형 운영 대학으로 선정돼 고용노동부와 서울시로부터 향후 5년간 사업비로 매년 6억 원을 받는다.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는 산학협력단 및 창업지원단을 비롯해 취·창업 및 일·경험 유관 부서와 협의체를 구성해 학생 취업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취업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대상 폭을 넓히고 지역 청년 대상 거점형 특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청년에 특화한 원스톱 진로 및 취업 지원 인프라를 통해 진로 상담, 취업 컨설팅, 일자리 매칭 같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 국제화 교육 지원 강화서울시립대는 교육국제화역량인증제 우수인증대학 10년 연속 최고등급을 달성했다. 글로벌 명문 대학으로 도약을 위해 조직체계도 강화했다. 비교과 외국어 교육과정 확충, 학생 해외탐방 지원, 해외 대학에서의 동시 학위 취득이 가능한 복수학위 프로그램, 글로벌 인턴십, 방학 기간을 이용해 장학혜택을 받으며 해외 체험이 가능한 해외 단기 파견 프로그램도 운영한다.또 국제 교환학생 프로그램(ISEP) 회원 대학교로서 해외 유수 대학과 1 대 1 학생 교류 협정을 통해 78개국 626개 대학과 학술 교류 및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글로벌서울사회공헌단을 신설해 사회에 공헌하는 활동을 강화하고 있으며 해외에서 자기주도적인 진로 탐색 기회를 부여하는 ‘UOS커리어원정대’를 출범해 학생이 세계를 향해 진취적인 꿈과 비전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콘텐츠 제작화 융복합 교육으로 국내외 영상예술 분야에서 명성을 얻고 있는 한국영상대학교가 K-콘텐츠 제작단지형 캠퍼스를 더욱 고도화해 현장 실무를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제작단지형 캠퍼스는 교육을 넘어 실질적인 제작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이다. 국내 교육기관최초로 인증받은 돌비 애트모스 스튜디오와 최첨단 영상 및 음향 장비를 갖춰 현장에서 요구구하는 기술을 익히고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최근에는 미국 뉴욕대, LA영화학교 같은 세계적인 교육기관과 함께 영상편집 툴 다빈치 리졸브로 널리 알려진 블랙매직디자인의 교육 파트너로 인증받았다. 국내 최초다. 좋은 커리큘럼은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 한국영상대 학생들의 콘텐츠 제작 실력은 뚜렷하다. 영상연출학과 전공 심화과정 수업에서 제작한 ‘고령의 그림자 아래 피어나는 꽃’은 2024 시청자 미디어 대상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최근 개봉한 구상범 교수의 영화 ‘루프’는 한국 최초로 탈린 블랙나이츠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웹툰웹소설융복합계열에서는 올해 20명이 넘는 학생이 프로로 데뷔해 웹툰, 웹소설, 웹PD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산업체와 긴밀히 협력해 재학생이 실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졸업 후 바로 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선(先)취업 예약 프로그램을 운영해 학생이 학업과 취업을 동시에 준비할 수 있는 길을 열고 있다. 대학정보공시(2023) 기준 취업률 76.5%로 전국 예술계열 전문대학 중 5년 연속 취업률 1위를 달성했다. 산업체 요구를 반영한 교육과정 개설 및 운영으로 재학생의 실무 역량 강화는 물론 산업체 현장 실습을 통해 취업으로 이어지고 있다.한국영상대는 제작단지형 캠퍼스에 더욱 힘써 학생들이 영상, 음향, 만화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 훌륭한 작품을 제작할 제공하는 등 미래 영상 전문가 양성에 진력할 예정이다. 유주현 부총장은 “K-콘텐츠가 세계에서 주목받는 지금이 미래를 이끌 인재를 길러 낼 절호의 시기”라며 “학생 중심 실무 교육 시스템과 첨단 장비 기반 캠퍼스 교육, 제작, 유통이 모두 가능한 구조를 완성할 것”이라고 밝혔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혁신형 온·오프라인 하이브리드 대학을 표방하며 지난해 9월 개교한 태재대학교 첫 입학생들이 1년의 경험을 책으로 엮어 냈다. 태재대 출판문화원에서 나온 ‘내가 발굴한 대학: 태재’, ‘태재의 일년: 우리는무엇을 배웠나’, ‘태재의 일년: 우리는 무엇을 경험했나’ 등 3권이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시대 신(新)교육을 표방하는 태재대의 커리큘럼은 남다르다. 학생이 자신만의 전공을 설계하는 ‘자기 주도전공 설계’, 20명 이하 그룹이 영어로 토론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액티브 러닝(Active Learning)’ 수업, 해외 주요 도시에 한 학기 이상 머무르며 그곳 현안을 이해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글로벌 로테이션’같이 기존 대학과 구별된다. 이 책 3권은 이처럼 새로운 교육 모델을 몸으로 받아들이고 AI 시대 자신의 쓰임새와 가치관을 고민하는 태재대 입학 1기생들의 좌충우돌 성장기다. 이들은 지난 1년간 혁신기초학부에서 지식을 배워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기초 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 또한 종묘, 창덕궁에서 경북 안동 도산서원,하회마을까지 돌아보며 문화유산의 역사적, 문화적 의미를 이해하는 데 애썼다. 그리스에서 열린 국제 로봇 올림피아드에 참가했고 그곳에서 전시회를 개최해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일본 도쿄대 글로벌리더십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했다.1년간 첫 ‘항해’를 마친 학생들은 세계 각국으로 나아가는 큰 항해를 앞두고 있다. 태재대를 선택한 일이 올바른 것이었음을 입증한 이들의 대견하면서도 확신에 찬 목소리를 생생히 들을 수 있다.태재의 일년 시리즈 소개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한의대가 혁신할 게 뭐가 있나요?’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지방대 살리기, 이를위한 전면적인 혁신과 대학 간 통합이 교육계의 화두가 된 가운데 대구한의대 변창훈 총장이 어디에서든 많이 받는질문이다. 지방대마다 강도 높은 구조 개혁을 진행하고 있는 마당에 한의대는 현상 유지만 하더라도 어려움이 없을 것처럼 보인다. 한의학 전공 자체만으로 우수 학생을 유치할 수 있기 때문에 학사 운영 구조를 완전히 바꾸거나 새로운 시도를 할 필요성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구한의대는 올해 교육부의 ‘글로컬 대학 30 사업’(교육부가 2026년까지 비수도권 대학 30곳을 세계화·지역화 시키는 대학으로 지정하는 정책사업, 학교별로 5년간 1000억 원 지원) 대상자로 선정됐다.대구한의대는 한의학을 근간으로 개방·연결·확산의 대학 혁신을 통해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고 더불어 지역을 살리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변 총장은 지난 8월 교육부의 글로컬대학 30 사업 대상자 선정 소식을 외국 출장을 가는 공항에서 들었다. 해외 대학과 한의학 교류 등을 논의하기 위해 출국하는 길이었다. 변 총장은 크게 기뻐하지도, 동요하지도 않았다. 학교 입장에서는 큰 사업을 따낸 셈인데도 담담할 수 있었던 속내가 궁금했다. 13일 경북 경산시 대구한의대 본부에서 만난 변 총장은 “우리대학의 혁신계획은 (글로컬대학 30 사업 선정 여부에 상관없이)대구한의대만의 색깔을 찾는 혁신안이기에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한의학은 종합철학… 확장성을 믿었다” “반대로 생각해서다.” 글로컬대학30 사업에 선정될 수 있었던 비결을 묻자 변 총장은 힘줘 한마디로 정리했다. 한의학에 고정 프레임을 씌울 수는 없다고 봤다. 한의학의 확장성과 수용성을 믿은 것이다. 실제로 외부의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대구한의대는 한의학의 현대적 재탄생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 전통 한의학에 새로운 학문 영역을 접목하며 그 지평을 넓혔고, 이를 학교 구조와 체계에 유기적으로 녹여내어 한의학의 확장 가능성을 끌어냈다. 이는 민족의학이 과학화, 세계화, 산업화로 갈 수 있다는 믿음에서 밀어붙인 노력들이다.“글로컬대학 사업 준비를 1, 2년만에 한 게 아닙니다. 15년 간 준비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한의학에서 ‘식약동원(食藥同源)’이라는 말이 있어요. 음식과 약의 근본, 뿌리는 같다는 거죠. 친자연적인 소재로 화장품을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뷰티’ 산업으로 연결하는 식입니다. 이런 점에서 한의학은 수용성이 강한 종합철학이라고 저는 봅니다.” 지난해와 올해 글로컬대학 30 사업에 선정되려는 대학들이 내민 핵심 전략은 통합과 연합이었다. 선정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지역 대학 간 통합과 연합에 불이 붙었다. 실제로 통합을 내세운 대학들이 사업 대상자로 많이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대구한의대는 다른 대학과 연합을 포기했다. “한 달 넘게 고심을 했어요. 그런데 통합하면 우리 색깔이 희석되고 성과를 내지 못 할 것 같아 포기했습니다.” 한의학이 뻗어나갈 수있는 확장성을 확인하고,수요를 확실하게 찾았기 때문에 ‘홀로서기’를 선택한 것이다. 그러면서 지역과 글로벌 진출을 동시에 추진하는 ‘투 트랙’ 전략을 꺼냈다. 그리고 경산을 중심으로 주변 지역을 K메디(MEDI) 특화벨트(G벨트)로 연결하려는 시도에서 뷰티 분야가 선두에 나섰다.“2004년에 학교에 화장품에 한의학을 접목한 화장품 공장을 세웠어요. 이제는 대구한의대의 가족기업과 스크럼을 짜고 연구·개발, 생산을 통해 태국, 베트남 등에 한방 화장품, 기능성 소재, 식품, 재활 치료 분야 등 융합 제품 등을 수출해 1000만 달러 실적을 올리고 있습니다.” 화장품 공장에서 ‘자안(Jaan)’ 브랜드를 제조해 판매하고, 대학 간 협업을 통해 숙명여대와 공동 브랜드 화장품 ‘라모니(Lamoni)’도 출시했다. 앞으로 경북지역의 바이오, 재활의료, 소재 산업분야 관련 기업과 창업기업 200개를 육성하여 5000만 달러 수출이라는 목표도 세웠다. 이를 통해 지역 정주 인구 확산과 일자리 창출 효과도 기대한다. 대구한의대는 국제협력선도대학 육성지원사업을 통해 베트남 호치민기술대학에 화장품공학과를 개설했다. 이를 기점으로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를 잇는 이른바 ‘K-메디 실크로드’도를 개척하겠다는 계획을 마련하였다.“특히 해외에서는 자국의 전통의학을 키우는 데 있어서 한의학의 도움을 받으려고 합니다. 그들의 전통의학 효능을 우리가 입증해주는 역할을 해달라고 부탁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즈베키스탄이나, 몽골 등에서는 자국 전통의사들의 한의학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높아요.” 프랑스 일본 등 일부 선진국에서도 한의학이 진입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프랑스도 휴게소에 가면 감초 같은 약을 그대로 팔아요. 일본도 갈근탕을 많이 쓰죠. 선진국도 친자연적인 약에 대한 거부 반응이 차차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세계 신약시장은 부작용이 많지 않은 천연물 개척 시장으로 가고 있어요. 검증 안 된 천연물 효능 검증을 하는 데도 한의학이 기여를 할 수 있습니다.”● 멀티심마니? “한의과학자100명 양성할 것”대구한의대는 한의과학자 100명 양성 계획도 갖고 있다. 글로컬대학 30 기획서에도 이점을 강조했다. 한의학을 다재다능하게 다룰 수 있는 국제적 감각을 갖춘 전문가이면서 K-메디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연구인력을 키우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대학원 한의학과 K-메디 분야를 취득하는 학생이 대상이다.“임상을 주로 하는 한의사와 달리 한의학을 바탕으로 메가테크를 융합하여 창업으로 이어지게하는 능력을 갖춘 전문가를 키우는 겁니다. 한의학의 새 사업 영역을 발굴하고 그것을 세계시장 궤도에 올려놓는 인력이 될 수도 있습니다.”이런 계획에 100명은 적어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변 총장의 생각은 다르다.“100명 양성 추진으로 대구한의대는 학생들에게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고정관념에 갇힌 대학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겁니다. 학생들은 ‘특별한’ 학교를 다닌다는 자부심도 생길 겁니다.”학생들의 글로벌 역량 향상에도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현재 입학정원이 1400명인데, 연간 600명을 외국으로 보내고 500명의 유학생들을 받으려고합니다. 글로벌 학생들이 경계 없이 한의학을 중심으로 섞이면서 대학이 추구하는 방향으로의 일꾼 양성을 위한 시스템이 자연스럽게 정착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스웨덴 말뫼 대학처럼 갈 것”이런 과정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화장품 공장을 처음 세웠을 때 지원도 못 받고,하찮게 보는 시선도있었습니다. 그럴 때 의기소침하고 혁신을 그만뒀으면 지금의 대학은 없었어요. 혁신의 성과만 놓고 본다면 우리가 국가대표입니다.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도 못한 일이라 자부합니다.”현재 학교 분위기는 이전과 많이 달라졌지만 변 총장은 주마가편의 심정으로 변화의 속도를 높일 생각이다.“이전의 ‘대구한의대’와 글로컬 대학으로 ‘대구한의대’는 완전히 달라져야 합니다. 대학이 혁신을 통해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 세계에서 통하는 경쟁력을 보여줘야 합니다. 이 변화 흐름에 대한 구성원들의 기대가 큽니다.”학교 혁신을 위한 ‘밑판짜기’는 이미 실행되고있다. 경북 청도와 영덕의 로컬캠퍼스와 몽골, 베트남, 우즈벡 등의 글로벌캠퍼스 등에 설치한 ‘노마드캠퍼스’와 K-MEDI 산업을 중심으로 하는 학사구조 개편 등이 그것이다.“2028년까지 7개의 로컬캠퍼스와 10개의 글로벌캠퍼스를 구축합니다.지역 내 정주형 인재 양성과 글로벌 인재 교류를 확대할 계획입니다.구체적 운영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경북도와 영덕군과 함께 ‘K-MEDI 전통의학 실크로드 국가협의체’ 실무자 포럼을 이달 17일부터 20일까지 진행했습니다. 몽골, 우즈베키스탄, 튀르키예, 키르기스스탄, 태국, 베트남 등의 실무대표단과 공동협약을 체결한 상황입니다.”한의학과 한방 산업이 갖고 있는 벽을 계속 넘으려 한다.“전통의학의 틀을 모든 과정에서 깨야 합니다. 지금은 AI(인공지능)시대죠. 글로벌 3대 MOOC (대규모온라인공개수업)플랫폼 중 하나인 유다시티와 협력해 한의학에서 AI역량을 갖춘 융복합 글로컬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진행 중입니다. 이를 위해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하여 교육을 지원하는 ‘Edu-Portal’이 ‘글로컬대학 30 사업’의 한 축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대구 동구 혁신도시에 새로 개원한 대구한의대 한방병원은 벽을 깬 성과다.“국내 최대 규모로 한방 및 양방 협진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병원에는 대학병원급 양방 의료기기와 함께 한약제조 과정을 자동화한 스마트 탕전 시스템까지 도입했습니다.” 지역과의 동반 성장을 위한 준비 작업도 마무리 단계다.“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캠퍼스별로 특화 분야를 정했습니다. 경산캠퍼스는 화장품, 재활의료 분야에 특화시킬 것입니다. 영덕캠퍼스는 스마트팜과 기능성 소재, 식품 분야 등의 전문 캠퍼스로 만들어질 겁니다. 청도캠퍼스는 기능성 소재, 식품, 치유 분야로 특화시키는데, 한의학 기반 산업 활성화를 위해 창업혁신파크를 조성하고 있습니다.”변 총장은 이런 과정을 통해 대구한의대를 ‘대체불가’한 교육기관으로 만들어갈 계획이다. “구글이 선정한 최고의 미래학자인 토마스 프레이 다빈치 연구소 소장은 ‘2030년에는 세계 대학 절반이 사라진다’라고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시대와 AI의 시대에는 ‘전통적인 대학’이 쓸모가 없어진다는 말입니다. 대구한의대도 지역, 전국의 일반 사립대와 차별화지 못하면 절대로 미래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어느 누구도 우리를 대신할 수 없는,‘대체불가재’로의 대구한의대를 만들고자 합니다.”스웨덴의 말뫼 대학을 롤모델로 학교혁신의 동기부여로 삼고 있다.“스웨덴의 항구도시 말뫼는 조선업의 위기로 인한 지역 소멸의 위기에서 대학을 설립해 제조업 기반에서 정보기술과 바이오 중심 도시로 탈바꿈하고 살아났습니다. 인구가 22만명에서 30만명까지 늘어났죠. 말뫼는 OECD가 선정하는 세계혁신도시 4위에, 대학교는 스웨덴 학생들이 뽑는 스웨덴 최고대학으로 선정됐습니다. 지역을 살리는 혁신대학이라는 측면에서 닮고 싶은 대학입니다.”변 총장은 “혁신은 ‘가죽을 고쳐서 새롭게 한다’는 뜻”이라며 “한 사람이 변화하는 것도 어려운데 조직 전체가 혁신을 통해 변화하는 것은 더욱 쉽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이어 “과거의 관습과 폐쇄적인 것을 버리고 개방,연결, 확산으로 혁신방향을 정해 나아가고 있다”며 “총장이 해야 할 일은 혁신의 모멘텀이 지속될 수 있도록 앞장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거듭 강조했다.경산=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재즈 한 번 불러볼래요?”영혼을 울리는 재즈 싱어, ‘재즈 디바’ 윤희정에게는 습관이 있다. 상대로부터 좋은 인상을 받으면 재즈를 불러보지 않겠냐고 권유해본다. 면접하듯 노래를 불러보라고 테스트하지 않는다. 자신과 함께 불러보자고 한다. 그러면 그만의 매력이, 인생이 보인다.윤희정에게는 재즈로 사람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 박치, 음치인 사람이 손사래를 쳐도 자신의 사람 보는 직관을 믿는다. 재즈를 해보자고 밀어 붙이면서 감동을 뽑아낸다. 그에 이끌려 재즈를 처음 불러본 사람들은 무엇에 홀린 듯 무대에서 자신을 재즈에 담는다. 무대에 내려오면 그 때야 정신을 차리는데, 이 ‘힐링’을 평생 잊지 못하고 산다.사람들에게 이런 선물 보따리를 준지 벌써 27년째. 가스펠을 부르다가 1997년 재즈를 시작한 윤희정은 한국적 정서와 넉넉한 인심을 재즈에 채웠다. 다양한 장르와도 ‘크로스오버’ 했다. 트로트도 재즈에 버무렸다. 재즈에 대한 높은 진입 장벽이 그로 인해 금 가고 깨졌다. 재즈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는데 거창한 사명감과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니다. 절박하게 돈을 벌려 했던 것도 아니다. 그저 재즈로 사람을 챙기고 소통하다 그렇게 됐다. “재즈는 ‘그냥 어렵다’였죠. 그런데 음식도 맛을 봐야 맛있는지 아닌지 알잖아요. 재즈의 맛을 다양하게 경험한 내가 알려주고 싶었고, 그래서 사람들에게 물어봤어요, ‘이 노래를 아세요?’라고.”이달 초 만난 윤희정은 샐러드를 직접 만들어 와서 연습실을 찾아온 사람들과 함께 먹다가 재즈를 배워 무대에 서보지 않겠냐고 권했다. 노래 재주는 아예 없다는 사람에게 “나를 믿어보라. 내 직관이 99% 맞으니까. 밝은 라틴 재즈 노래가 아주 어울릴 거다. 도전하자”라며 단 번에 재즈의 세계로 인도했다.1997년부터 ‘윤희정 & 프렌즈’라는 프로그램으로 유명 연예인을 비롯해 각계 각층 사람들에게 맞춤 재즈를 찾아줬다. 2011년까지 100회 공연으로 250명에게 재즈 인생을 선물했다. 1999년부터는 재즈 크리스마스 공연을 계속 하고 있다. ‘윤희정 & 프렌즈’는 2013년부터 ‘윤희정 재즈 프렌즈 파티’로 이어지고 있다. 재즈를 통해 사람들과 교감하며 자신을 사랑하자는 본질적인 얘기를 한다. ‘윤희정 재즈 프렌즈 파티’에서도 자신에게 인상을 남긴 사람을 찾아 재즈로 자기 인생을 그려보도록 했다. 당사자는 인생 계획에 전혀 없던 ‘I’m Jazz Singer’가 됐다. 기수마다 7∼8명이 정말 대단한 가수처럼 조명을 받고 무대에 섰고, 박수를 받았다. 지금은 15기 멤버까지 배출이 됐다.“예전에는 114에 전화를 해 번호를 알아내서 무작정 ‘재즈합시다’고 한 적도 있었어요. 재즈로 인생이 바뀔 수 있는 사람이 보여요. 피아니스트 서혜경 씨의 동생인 건축가 서혜림 씨도 제가 무대에 세웠어요. 노래방에 왔는데 다른 방에서 서 씨가 노래하는 목소리를 듣고, 음색에 완전히 반했어요. 무작정 기다렸다가 만나 재즈를 하자고 했죠.”어떤 기분일까. 사람들에게 재즈를 찾아주는 일이. “하얀 도화지에 인생을 그려준다고 할까요. ‘당신은 이렇게 살아왔어요’라고 보여주는 거죠. 그래서 재즈는 그리움이고, 휴식이고, 추억, 희망이죠. 이런 것들을 잠시 잊고 사는 사람들에게 찾아주고 싶어요.”재즈 배우자고 제안을 받으면 죽어도 못하겠다던 사람들이 ‘듣기 좋은 재즈’를 해내면 큰 보람을 느낀다. 재즈를 알게 된 날이 ‘인생의 터닝 포인트’라는 말을 들으면 기쁘다. 이런 교감을 하면서 그의 재즈 세계도 풍성해졌다고 한다. 윤희정의 재즈는 그래서 ‘넘버 원’이 아닌 ‘온니 원(Only One)’을 지향한다.“와인마다 맛이 다르고 스토리가 있잖아요? 같은 와인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맛이 다르죠. 노래도 마찬가지에요. 저도 어제 부른 노래와 오늘 부르는 노래하고 차이가 있어요. 사람마다 ‘애드립’도 달라요. 재즈는 그날의 노래에서 ‘필링’을 뽑는 거예요. 그러니 시시각각 감동이 변하죠.”재즈는 ‘나’를 노래에 더 담아보려는 열정이 아닐까. “맞아요. 그런데 열정을 넘어 연민이죠. 열정만 갖고는 되는 일이 아니에요. 무대에 오르기까지 기다리면서 참고 견디는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그 과정에서 나를 가엾게 여기고, 안쓰러워하게 돼요. 그러면 보는 사람들도 재즈에 도전하는 당사자에게 연민을 느끼고 감동을 받는 거예요.”재즈 뮤지션으로 27년 세월. 악기 하나 이상을 다루고, 맛있는 식당을 두 군데 이상 알며, 아주 특별하게 좋아하는 재즈를 직업으로 삼아 ‘행운아’라고 늘 자랑한다. 물론 지금 자리에 오기까지 갖가지 어려운 일도 있었다. 힘에 부쳐 재즈 앞에서 ‘번아웃’ 상황을 맞이한 적도 있다. 그래도 고상하게 폼만 잡고 재즈를 하지 않았다. 그랬다면 일찍 지쳐 나가 떨어졌을 것이라고 했다.“조금 더 일찍 재즈를 알지 못했던 것을 후회해요. 날이 갈수록 재즈가 좋아져요. 50대 때는 급하게 재즈를 했어요. 이제 70살이 넘으니 재즈를 느긋하게 대하게 됐답니다. ‘음악은 느리게 가도 되는구나’를 이제서야 느껴요. 기교를 넘어 여백의 미를 갖고 그 안에서 노래 박자를 넘나들게 돼요. 그러니 더 듣기 좋은 재즈가 나오더랍니다.사람들이 재즈로 인생을 돌아보고 ‘재즈 마인드’를 가졌으면 해요.골든걸들에게 말씀드릴 게요. 나만의 재즈를 배우고 싶으면 연락주세요.”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