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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 10∼12개국에 상호관세율을 적은 서한을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관세 부과 시점은 다음 달 1일로, 관세율 범위가 10∼20% 수준에서 60∼70% 수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상호관세 유예 만료일(8일) 나흘 전부터 최대 70%에 이르는 고율 관세 부과를 통보할 수 있다고 압박한 것. 무역협상이 지지부진한 국가를 겨냥해 ‘본보기’로 높은 관세를 부과해 유리한 합의를 조속히 이끌어 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발송할 관세 서한 대상에 한국도 포함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응책을 고심 중이다. 4일 저녁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미국에 급파한 정부는 일단 관세 유예 기간 연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이오와주 방문을 마치고 백악관으로 돌아가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4일 발송할 서한의 관세율 범위가) 아마 60∼70%부터 10∼20%까지 다양할 것”이라고 말했다.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더 나은 조건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 모두가 막판까지 기다린다”며 “이들 국가는 조심해야 한다. 그들의 관세율이 4월 2일 발표 수준으로 되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4월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에 25%의 상호관세율을 책정한 바 있다. 이날 산업부는 미국이 △농산물, 서비스, 자동차 분야에서 시장 개방 확대 △디지털 규제 폐지 △중국을 겨냥한 우회 수출 규제 강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반면 정부는 서비스 시장 개방을 협상에서 제외한다는 방침을 미국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민감한 농산물 분야를 보호하되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구입 확대 등을 제안할 계획이다. 정부 당국자는 “내실을 희생하면서까지 협상 타결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완전한 충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약속한 무기 지원을 최근 일부 중단하자, 우크라이나 정부가 충격에 빠졌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일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무기 지원 중단에 대한 공식 통보조차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우크라이나 정부는 미국에 특사를 긴급 파견했다. 미국산 무기가 모두 끊기는 건 아니지만 핵심 무기들이 들어오지 못해 우크라이나가 전장에서 열세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러시아와 3년 넘게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무기 지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외교부는 “우크라이나의 방위력 지원을 미루는 건 침략자(러시아)가 전쟁과 테러를 계속하도록 부추길 뿐”이라고 했다. 미 국방부는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 무기 지원을 지속할지 검토하겠다고 밝혀 동맹국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콜비 美 국방차관, 행정부 내 통보 없이 강행”백악관은 1일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일부 무기 지원을 중단했다는 폴리티코 보도를 확인하며 “미국의 이익을 우선시하기 위해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무기 비축량 감소 우려가 커지자 이 같은 조치를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30일부터 미국의 일부 무기 지원 중단 조치가 취해졌다고 전했다. 숀 파넬 미 국방부 대변인은 2일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와 본토 방어를 우선시할 것이고, 이를 인도·태평양으로의 전략적 전환과 연결 지을 수 있다”며 중국 견제를 위해 우크라이나 등에 배치한 무기를 재배치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로이터통신은 공급 중단 무기에는 우크라이나가 고속 탄도미사일 요격에 쓰고 있는 패트리엇 방공 미사일 30기가 포함됐다고 관계자를 인용해 2일 보도했다. 약 8500개의 155mm 포탄, 250기 이상의 정밀 유도 다연장로켓시스템(GMLRS), 142기의 헬파이어 공대지 미사일 등도 포함됐다. 다만, 이런 방침에 미 의회 등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폴리티코는 이날 6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미 국방부의 우크라이나 일부 무기 운송 중단에 미 의회 의원, 국무부 관리, 주요 유럽 동맹국 관계자 등도 당황했다”고 전했다. 또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차관과 소수의 자문위원들이 담당자들에게 관련 방침을 통보하지 않고 강행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지금처럼 러시아가 진격 중일 때 핵심 무기 공급을 중단하면 ‘치명적이고 되돌릴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우크라이나는 유럽을 통해 미국산 무기를 들여오는 방안을 서둘러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는 폴리티코에 “매우 중요한 일부 무기는 미국을 제외한 어느 나라에서도 생산되지 않아 유럽 파트너들과 함께 구매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4일 전화 통화를 갖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일부 무기 공급 중단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3일 전했다.● 美 “세계 무기 지원 상황 검토” 미국은 동맹국들에 대한 무기 지원도 줄일 가능성을 내비쳤다. 2일 미 국방부는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해외 무기 지원 상황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넬 대변인은 이날 “어떤 무기를 어디에 보내고 있는지를 분석하는 체계를 마련했다”며 세계 각지로 투입되는 무기 지원 현황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검토 대상에 오른 국가에 대해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미국이 무기를 보내는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주한미군 감축이나 역할 변경과 관련된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군사 태세 검토에 대해 이 단상에서 보통 언급하지 않는다”며 “한국과 철통같은 동맹을 유지하고 있으며 동맹에 충실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러시아는 북한과 군사 공조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2일 CNN이 입수한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 평가에 따르면 북한은 러시아에 2만5000∼3만 명을 추가 파병할 방침이다. 북한 전문 매체 NK뉴스 등에 따르면 안드리 코발렌코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산하 허위정보대응센터장은 이날 러시아 교관들이 북한 평양과 원산 인근 훈련장에서 북한 무인기(드론) 조종사들에게 1인칭 시점(FPV) 드론의 조종법을 훈련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엇 방공 미사일 등의 무기 지원을 돌연 중단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해외 무기 지원 상황 전반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션 파넬 국방부 대변인은 2일(현지 시간)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어떤 무기를 어디에 보내고 있는지를 분석하는 체계를 마련했다”며 전 세계 각지에 가는 무기 지원 현황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전 세계 모든 곳에 무기를 제공할 수는 없다”며 “대통령과 국방장관이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검토 대상에 오른 국가에 대해 파넬 대변인은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미국이 무기를 보내는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한다”고 했다. 전날 미 백악관은 우크라이나에 일부 무기의 인도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최근 이란과 충돌로 이란과 카타르 등에도 대거 방공 미사일을 지원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이외의 국가에 대한 무기 전달 중단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파넬 대변인은 이번 조치가 무기 비축량 감소 우려에 대한 대응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우리가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제대로 생각도 안 하고 그냥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넘겨줬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아메리카 퍼스트’와 본토 방어를 우선시 할 것이고, 이를 인도·태평양으로의 전략적 전환과 연결 지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주한미군 감축이나 역할 변경과 관련한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는 “우리는 군사 태세 검토에 대해 이 단상에서 보통 언급하지 않는다”며 “한국과 철통같은 동맹을 유지하고 있으며 동맹에 충실할 것”이라고 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미국 정부의 대외원조 업무를 담당했던 미 국제개발처(USAID)가 64년 만에 폐쇄된 가운데 워싱턴 DC 시내의 USAID 옛 본부 건물이 미 연방수사국(FBI) 본부로 탈바꿈한다. 1일(현지 시간) 캐시 파텔 FBI 국장은 “미국 국민을 보호하고 헌법을 수호하기 위한 임무를 수행하는 데 가장 비용 효율적인 방법을 선택했다”며 “FBI가 로널드 레이건 건물(USAID 옛 청사)로 이전한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소식통을 인용해 “9월 초부터 이전 작업이 시작될 예정이며 로널드 레이건 건물에서 3500~4000명 정도의 FBI 직원이 근무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로널드 레이건 건물은 연방정부가 워싱턴과 인근 지역에 소유한 건물 중 국방부 청사인 펜타곤 다음으로 규모가 크다. USAID가 이 건물에서 퇴거한 후 현재는 미 세관국경보호국(CBP) 본부 외에도 민간 세입자들, 푸드코트, 예식장 등이 입주해 있다. 그동안 노후화된 건물을 사용하며 어려움을 겪어온 FBI는 당초 워싱턴 시내에서 지하철로 약 30분 거리에 있는 메릴랜드주의 신청사로 이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FBI 본부를 워싱턴 시내에 두겠다”고 거듭 강조한 결과 백악관에서 약 600m 거리인 로널드 레이건 건물로 이전하게 됐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태국의 정치 명문가로 통하며 오래전부터 정계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탁신 친나왓 전 총리(76) 가문이 위기에 처했다. 그의 딸인 패통탄 친나왓 총리(39)가 훈 센 캄보디아 상원의장(전 총리)에게 자국군 사령관을 험담한 사실이 알려져 지지율이 곤두박질친 데 이어 해임 위기에 몰렸고, 탁신 전 총리는 2015년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왕실을 모독했다는 혐의로 1일(현지 시간) 재판을 받았다. 태국이 정치 불안의 소용돌이에 빠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1일 태국 헌법재판소는 패통탄 총리에 대한 해임 심판 청원을 받아들여 판결까지 총리 집무를 정지시켰다. 다만 패통탄 총리가 문화부 장관을 겸직하고 있어 헌재 결정 이후에도 내각에 남아 국정에 관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태국 상원의원 36명은 올 5월 시작된 캄보디아와의 국경 분쟁지 무력 충돌 과정에서 패통탄 총리가 헌법을 위반했다며 해임을 요구했다. 양국 관계가 급속히 냉각된 가운데 지난달 18일 패통탄 총리와 훈 센 의장의 통화 내용이 유출돼 패통탄 총리의 정치적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통화에서 패통탄 총리는 북동부 국경지역 부대를 지휘하는 분씬 팟깡 태국군 제2사령관을 “반대 세력”이라고 지칭했다. 또 분씬 사령관이 “단지 멋있어 보이려고”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며 폄하하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태국 국립개발행정연구원(NIDA) 여론조사에서 패통탄 총리 지지율은 9.2%까지 추락했다. 3월 여론조사에서 패통탄 총리의 지지율은 30.9%였다. 친나왓 일가에 대한 친(親)군부 세력의 도전도 거세지고 있다. 친군부 성향의 품짜이타이당이 연립정부에서 탈퇴한 뒤 간신히 과반을 유지하는 가운데 군부와 가까운 상원의원들이 헌재에 패통탄 총리의 해임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탁신 전 총리는 2001년 집권 후 20년 넘게 군부와 대립하고 있다. 2006년 군부 쿠데타가 일어나자 훈 센 의장이 탁신 전 총리의 해외 도피를 도왔을 정도로 가까운 친구 사이였다. 그럼에도 패통탄 총리와의 통화 내용을 유출한 이유에 대해 훈 센 의장은 “패통탄 총리가 아들 마네트 캄보디아 총리를 무시했다”고 말했다. 탁신 전 총리는 2023년 8월 측근인 세타 타위신 전 총리가 선출되자 15년 만에 태국으로 귀국했다. 귀국 직후 법원으로 이송돼 부패 혐의로 징역 8년을 선고받았으나, 건강 악화를 이유로 바로 병원으로 이송된 뒤 6개월 만에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지난해 8월 딸인 패통탄 총리가 취임한 직후에는 사면까지 받았다. 하지만 탁신 전 총리의 끈질긴 정치생명이 이제 중대 위기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온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통제 불능의 이스라엘 검찰이 미친 짓을 벌이고 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독립 국가의 사법 절차에 개입하지 말라.”(야이르 라피드 전 이스라엘 총리) 이스라엘 법원이 두 번째 집권 시절의 뇌물 수수, 사기, 배임 혐의로 이스라엘 현직 총리 최초로 형사 재판을 받고 있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사진)의 재판을 지난달 29일 전격 연기했다. 당초 빠르면 하루 뒤 관련 심리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법원이 “향후 2주간 총리의 외교 및 안보 관련 일정을 감안할 때 증언할 필요가 없다”며 연기를 결정했다. 2020년 5월 시작된 이 재판은 아직 1심 판결조차 나오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트루스소셜에 네타냐후 총리의 상황을 두고 “(재집권 전) 내가 당했던 것과 비슷한 ‘정치적 마녀 사냥’”이라며 “당장 재판을 멈추라”고 썼다. 또 “미국은 이스라엘 보호와 지원에 매년 수십억 달러를 쓰고 있다. (재판 강행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노골적으로 재판 연기를 촉구했다. 이 언급 직후 연기가 결정되자 이스라엘 야권은 반발했다. 제1야당 ‘예시아티드’ 대표인 라피드 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를 ‘복종’시키려 한다”고 지적했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의 휴전에 미온적인 네타냐후 총리에게 휴전을 종용하기 위해 ‘재판 연기’라는 당근을 꺼냈다는 의미다. 재집권 후 독일, 영국 등 주요국 선거에서 노골적으로 자신과 비슷한 강경보수 후보를 지지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 정치권을 넘어 사법부에까지 개입하려 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트럼프, ‘가자 휴전’ 목적으로 재판 연기 압박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트루스소셜에 “네타냐후 총리의 재판은 즉시 취소되고 그가 사면되어야 한다”고 썼다. 3일 후에는 “비비(네타냐후 총리의 애칭)를 놓아줘라, 그는 할 일이 많다”며 재판 연기를 또 촉구했다. 이스라엘은 같은 달 13일 이란을 공습해 호세인 살라미 이란 혁명수비대 총사령관 등 군 수뇌부를 제거했다. 8일 후 트럼프 대통령 또한 미국 역사상 최초로 이란 핵 시설 3곳을 공습했다. 줄곧 미국의 이란 공습을 촉구했던 네타냐후 총리의 설득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이은 공습으로 큰 피해를 입은 이란이 이스라엘과의 휴전을 결정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주요 외교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참에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도 중재해 ‘세계 평화 중재자’ 이미지를 강조하고 ‘노벨 평화상’ 수상까지 노린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에도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이 “다음 주 안에 휴전을 이룰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를 위해선 네타냐후 총리가 휴전 협상에 돌입하도록 할 만한 ‘당근’이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 사법부에 재판 연기를 촉구한 이유로 풀이된다. AP통신,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은 휴전 논의를 위해 네타냐후 총리의 측근인 론 더머 이스라엘 전략장관이 먼저 미국 워싱턴을 방문하고, 이후 네타냐후 총리 또한 미국에 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법원은 그간 네타냐후 총리가 하마스와의 전쟁, 이란과의 휴전 협상 진행 등을 이유로 재판 연기를 요청했을 때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거듭 연기를 요구하자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취했다. 야권은 이 점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자국 부호 아르논 밀한 등으로부터 고급 샴페인, 시가 등을 선물 받고 감세, 인수합병(M&A) 지원, 미국 비자 연장 등의 편의를 봐준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별도로 그와 측근들은 카타르에서 자문료 명목으로 총 6500만 달러(약 880억 원)를 받은 혐의로 경찰 조사까지 받고 있다. 이스라엘 국내 정보기관 신베트의 로넨 바르 전 국장은 “네타냐후 총리 측이 재판 연기를 도와달라고 했지만 거절하자 국장에서 해임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아브라함 협정’ 확대 가속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의 대표적인 친(親)미 국가인 이스라엘과 아랍권의 추가 수교를 중재하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그는 집권 1기인 2020년 9월 자신이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의 외교협상 정상화, 즉 ‘아브라함 협정’을 중재했다는 점에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 협정에 새롭게 가입할) 훌륭한 국가들이 몇 개 있다. 이란이라는 핵심 장애물이 제거되면서 협정에 관심을 보이는 국가가 늘었다”고 자신했다. 그는 이스라엘과 오랜 기간 충돌해온 시리아와 레바논도 “이스라엘과 평화 협정을 맺길 바란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공습 성과가 미미했다는 일각의 지적에는 “이란의 핵 능력을 파괴했고, 그걸로 끝냈다”고 반박했다. 이란이 공습 전 농축 우라늄을 사전에 숨겼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핵물질은) 위험하고 무겁기에 (이동이) 쉽지 않다”고 답했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통제 불능의 이스라엘 검찰이 미친 짓을 벌이고 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독립 국가의 사법 절차에 개입하지 말라.”(야이르 라피드 전 이스라엘 총리)이스라엘 법원이 두 번째 집권 시절의 뇌물 수수, 사기, 배임 혐의로 이스라엘 현직 총리 최초로 형사 재판을 받고 있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재판을 지난달 29일 전격 연기했다. 당초 빠르면 하루 뒤 관련 심리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법원이 “향후 2주간 총리의 외교 및 안보 관련 일정을 감안할 때 증언할 필요가 없다”며 연기를 결정했다. 2020년 5월 시작된 이 재판은 아직 1심 판결조차 나오지 않았다.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트루스소셜에 네타냐후 총리의 상황을 두고 “(재집권 전) 내가 당했던 것과 비슷한 ‘정치적 마녀 사냥’”이라며 “당장 재판을 멈추라”고 썼다. 또 “미국은 이스라엘 보호와 지원에 매년 수십억 달러를 쓰고 있다. (재판 강행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노골적으로 재판 연기를 촉구했다.이 언급 직후 연기가 결정되자 이스라엘 야권은 반발했다. 제1야당 ‘예시아티드’ 대표인 라피드 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를 ‘복종’시키려 한다”고 지적했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의 휴전에 미온적인 네타냐후 총리에게 휴전을 종용하기 위해 ‘재판 연기’라는 당근을 꺼냈다는 의미다. 재집권 후 독일, 영국 등 주요국 선거에서 노골적으로 자신과 비슷한 강경보수 후보를 지지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 정치권을 넘어 사법부까지 개입하려 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트럼프, ‘가자 휴전’ 목적으로 재판 연기 압박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트루스소셜에 “네타냐후 총리의 재판은 즉시 취소되고 그가 사면되어야 한다”고 썼다. 3일 후에는 “비비(네타냐후 총리의 애칭)를 놓아줘라, 그는 할 일이 많다”며 재판 연기를 또 촉구했다.이스라엘은 같은 달 13일 이란을 공습해 호세인 살라미 이란 혁명수비대 총사령관 등 군 수뇌부를 제거했다. 8일 후 트럼프 대통령 또한 미국 역사상 최초로 이란 핵 시설 3곳을 공습했다. 줄곧 미국의 이란 공습을 촉구했던 네타냐후 총리의 설득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연이은 공습으로 큰 피해를 입은 이란이 이스라엘과의 휴전을 결정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주요 외교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참에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도 중재해 ‘세계 평화 중재자’ 이미지를 강조하고 ‘노벨 평화상’ 수상까지 노린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에도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이 “다음 주 안에 휴전을 이룰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를 위해선 네타냐후 총리가 휴전 협상에 돌입하도록 할 만한 ‘당근’이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 사법부에 재판 연기를 촉구한 이유로 풀이된다. AP통신,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은 휴전 논의를 위해 네타냐후 총리의 측근인 론 더머 이스라엘 전략장관이 먼저 미국 워싱턴을 방문하고, 이후 네타냐후 총리 또한 미국에 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이스라엘 법원은 그간 네타냐후 총리가 하마스와의 전쟁, 이란과의 휴전 협상 진행 등을 이유로 재판 연기를 요청했을 때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거듭 연기를 요구하자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취했다. 야권은 이 점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네타냐후 총리는 자국 부호 아르논 밀한 등으로부터 고급 샴페인, 시가 등을 선물 받고 감세, 인수합병(M&A) 지원, 미국 비자 연장 등의 편의를 봐준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별도로 그와 측근들은 카타르에서 자문료 명목으로 총 6500만 달러(약 880억 원)를 받은 혐의로 경찰 조사까지 받고 있다. 이스라엘 국내 정보기관 신베트의 로넨 바르 전 국장은 “네타냐후 총리 측이 재판 연기를 도와달라고 했지만 거절하자 국장에서 해임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아브라함 협정’ 확대 가속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의 대표적인 친(親)미 국가인 이스라엘과 아랍권의 추가 수교를 중재하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그는 집권 1기인 2020년 9월 자신이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의 외교협상 정상화 즉 ‘아브라함 협정’을 중재했다는 점에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 협정에 새롭게 가입할) 훌륭한 국가들이 몇 개 있다. 이란이라는 핵심 장애물이 제거되면서 협정에 관심을 보이는 국가가 늘었다”고 자신했다. 그는 이스라엘과 오랜 기간 충돌해온 시리아와 레바논도 “이스라엘과 평화 협정을 맺길 바란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공습 성과가 미미했다는 일각의 지적에는 “이란의 핵 능력을 파괴했고, 그걸로 끝냈다”고 반박했다. 이란이 공습 전 농축 우라늄을 사전에 숨겼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핵물질은) 위험하고 무겁기에 (이동이) 쉽지 않다”고 답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2027년 프랑스 대선 유력 주자로 꼽히던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옛 국민전선)의 의원 겸 전 대표 마린 르펜은 올 3월 대선 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정치자금 횡령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기 때문이다. 즉각 항소에 나섰으나 1심 판결에 따라 피선거권이 5년간 제한된 상태다. 판결이 나고 2개월 뒤, 뜻밖의 손님이 찾아왔다. 미국의 외교를 담당하는 국무부의 대표단이 파리를 방문해 구명 운동을 제안한 것. 미 국무부가 해외 극우 정치인 지지 활동에 나선 것을 두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인권관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수십년간 전 세계 민주주의와 인권 증진을 위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미 국무부가 트럼프 행정부 들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 인권 담당 조직 대폭 축소국무부는 올 4월 대대적인 조직 개편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인권과 민주주의 증진을 위한 조직을 대폭 축소하는 내용의 조직 개편안을 공개한 것. 개편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지난 15년 동안 국무부는 급진적 정치 이념에 더 충성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냈다”며 “미국의 핵심 국익과 부합하지 않는 프로그램 중 법률로 보장되지 않은 것들은 종료될 것”이라고 밝혔다. 곧바로 민간안보·민주주의·인권 담당 차관 직책을 폐지하기로 했다. 국무부는 총 6명의 차관을 두고 있었지만 5명으로 줄이는 것이다. 국제 형사 사법 담당 사무국과 분쟁·안정화 사무국, 글로벌여성현안과 다양성·포용성 업무를 담당했던 사무국도 폐지한다. 개편 작업은 다음달 1일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 ‘유럽 민주주의’와의 대결루비오 장관은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국이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좌파 운동가들의 정치 보복 수단으로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가 폴란드, 헝가리, 브라질의 ‘반(反)워크’ 지도자들을 겨냥했다고 봤다. 이들 국가의 지도자들은 어떤 특징을 지녔을까. 폴란드의 보수 정부는 언론 탄압과 사법부 독립성 훼손을 이유로 비판받았다.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는 2010년 복귀 이후 민주주의 억압을 강화했고, 브라질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2022년 대선 결과를 뒤엎으려 한 혐의로 재판 중이다.루비오 장관이 주도하는 작업을 두고 “인권 개념을 재정의하려는 시도”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외교 정책을 통해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에서 추진하는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프로그램 폐지와 반워크 정책에 힘을 실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국무부에서 인권 업무를 맡고 있는 사무엘 샘슨(26) 민주주의·인권·노동국 선임고문도 주목받고 있다. 보수 시민단체에서 발탁된 샘슨은 대표적인 ‘영 마가’ 투사형 참모로 꼽힌다. 그는 유럽의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최근 공개한 글에선 “유럽이 디지털 검열, 대규모 이민, 종교의 자유 제한, 그리고 자치 민주주의에 대한 다양한 공격의 온상이 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르펜 판결이 “유럽 좌파가 법을 무기화(lawfare)한 표현의 자유 탄압”이라고 언급했다.● “인권은 전략적 투자”인권 개념 변화는 트럼프 행정부 전반에서 드러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중동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훈수 두지 않겠다”고 연설했다. 그는 “평화, 번영, 진보는 전통을 버리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각국의 유산을 포용하는 데서 비롯된다”고 했다.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도 현실주의 관점을 강조했다. 지난달 3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연설에서 “미국은 과거처럼 도덕적이며 훈계적인 외교정책에 관심이 없다”고 선언했다. 그는 “타국이 특정 정책이나 이념을 채택하라고 압박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전통과 군을 존중하고, 공통의 이익이 일치하는 지점을 중심으로 평화와 번영을 추구하려 한다”고 말했다. 미국 역사에서 현실주의 외교가 주목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데비 샤르낙 미국 사학 및 국제학 교수는 타임 기고에서 “리처드 닉슨 대통령과 헨리 키신저 국무장관은 대국 정치에 기반한 현실주의 접근을 중시했고, 인권은 공허한 제스처에 불과한 부차적인 문제로 취급했다”고 짚었다. 이란이 대표적인 사례다. 닉슨 행정부는 이란 팔레비 국왕의 권위주의 통치를 규탄하지 않았다. 대신 1973년 걸프 산유국의 석유 금수조치 이후 이란 원유를 대거 수입했다.닉슨의 현실주의 외교가 장기적으로 미국 안보에 해가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란에서는 팔레비 왕조 전복을 꾀하는 반체제 세력이 규합하고 있었고, 결국 1979년 이슬람혁명과 신정일치 이슬람 공화국의 탄생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직후에는 혁명세력이 미국 대사관에서 미국인 52명을 인질로 붙잡고 444일간 억류하는 일이 벌어졌다. 미국 외교 정책은 1977년 지미 카터 행정부가 출범하며 반전됐다. 인권을 외교 정책의 핵심으로 보는 흐름이 등장한 것. 카터 대통령은 인권을 단순한 도덕주의가 아니라 현실 외교의 전략적 구성 요소로 보고 적극 활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출범 첫해에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국을 신설했고, 연례 국가별 인권보고서를 공개로 전환했다. 인권 지향 외교가 냉전 종식 후 동유럽 정세 안정에 도움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폴란드에서는 민주주의 노동운동 ‘자유노조(Solidarity)’가 1989년 소련 해체 이후 평화로운 권력 이양을 주도했다. 다니엘 프리드 전 주폴란드 미국대사는 “인권을 중시하는 외교는 도덕적 미사여구가 아니라 전략적 투자였다”며 “미국 외교는 늘 일정 정도 현실주의를 필요로 하지만, 인권은 전략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실효성 있는 목표임이 입증됐다”고 24일 저스트서큐리티 기고에서 분석했다. ● “우리에게 낯선 일이다”RN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RN은 미국 측의 제안을 거절했다. RN은 최근 서민과 프랑스 정체성의 수호자를 자처하고 있다. 반인종, 반이민 등 극우 이미지를 탈피하고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의 지지가 프랑스 유권자들에게 자칫 반감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해 제안을 거절한 것. 르펜의 측근은 거절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외국 정부로부터 지지를 받는 것은 우리에게 낯선 일이다.”동아일보가 아카이빙한 미니 히어로콘텐츠 ‘트럼프 2.0 폴리시 맵’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정책을 한 눈에 확인하세요.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24, 25일(현지 시간)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회원국들이 국방비를 2035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으로 증액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앞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나토가 안보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줄곧 GDP의 5%를 국방비로 쓰라고 요구했다.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나토 32개국 정상은 이날 정상회의를 갖고 2035년까지 GDP 대비 직접 군사비 3.5%, 간접적 안보 비용 1.5% 등 총 5%를 국방비로 지출한다는 내용에 합의했다. 나토에서 공식적으로 GDP의 5%를 국방비로 지출한다는 지침이 합의됨에 따라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동맹국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국방비 증액 압박도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19일 미 국방부는 ‘국방비 5% 룰’이 아시아 동맹에도 적용된다고 밝혔다.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나토 정상회의에서 딕 스호프 네덜란드 총리와의 회담 도중 ‘집단안보’를 규정한 나토 헌장 5조 준수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 조항을) 지지한다. 그래서 내가 여기에 있는 것”이라며 “지지하지 않는다면 여기 있을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전날 같은 질문엔 “당신이 (5조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달렸다”며 확답을 피한 바 있다. 이에 대외 군사 개입을 꺼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회원국이 침략당했을 때 공동 대응을 규정한 집단안보 준수에 부정적인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요구대로 나토 정상들이 GDP 5% 수준의 국방비 증액을 합의하자 5조 준수 의지도 보다 명확하게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나토 집단방위 확답않던 트럼프, 국방비 증액 발표뒤에야 “지지”[나토 정상회의]나토행 전용기선 “여러 정의 있어”… 정상회의 뒤 나토 방어 묻자 “물론”국방비 증액 끌어내기 지렛대 삼아… 나토, 美가 안보 발빼나 우려 여전“(나토 헌장 5조를) 지지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현지 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2035년까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합의문 발표 뒤 이같이 밝혔다. 나토 헌장 5조는 회원국 중 한 곳이 공격을 받으면 모든 회원국이 집단으로 대응한다는 집단방위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나토 운영의 핵심 조항 또는 존재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이 조항의 준수 여부와 관련해 모호한 태도를 보여 왔다. 그는 24일 헤이그로 이동하는 전용기에선 이 조약을 준수할 것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5조에는 여러 정의가 있다”며 확답을 피했다. 이에 따라 그가 나토의 가장 중요한 가치를 사실상 부인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결국 나토 회원국들이 이번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국방비 증액을 공식 합의하고 나서야 집단 방위 의지를 뚜렷하게 밝힌 것이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5조 준수 여부를 나토 회원국들의 국방비 증액 유인책으로 삼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나토 회원국들은 일단 안도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이 워낙 예측 불가능해 미국이 유럽 안보에서 발을 뺄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트럼프, 국방비 증액 발표 뒤 헌장 5조 지지 밝혀 25일 나토 정상들은 회의 전 예고대로 국방비 지출을 2035년까지 GDP의 5% 수준으로 올리는 데 공식 합의했다. 회의가 끝난 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국가들을 방어할 것인가’란 취재진 질문에 “그렇다. 물론이다. 내가 왜 여기에 와 있겠나”라고 답했다. 미 블룸버그통신은 나토 회원국들이 국방비 지출을 GDP의 5%까지 늘리는 역사적인 합의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들을 안심시키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이는 우리 안보에 대한 중대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약속”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나토에 헌신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결국 나토 회원국들이 국방비 지출 증액에 합의하도록 트럼프 대통령이 조약 5조 준수 여부를 ‘지렛대’로 삼은 셈이다. 이런 결과가 나오기까지 유럽 국가들은 예측 불허인 트럼프 대통령의 구미에 맞추려 애썼다.유럽 언론들은 헤이그에 24시간도 머물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의 일정을 고려해 이날 정상회담 토론 시간이 2시간 반으로 단축됐다고 보도했다. 영국 BBC방송은 “서방 지도자들은 모두 때때로 예측 불가능한 외교 행보로 악명 높은 트럼프와의 관계를 어떻게든 헤쳐 나가야 한다”며 “이틀간 진행될 나토 정상회의는 그의 일정에 맞추기 위해 축소됐다”고 전했다.● 뤼터 “유럽 국방비 지출 증액, 당신의 승리” 앞서 뤼터 사무총장은 노골적인 ‘트럼프 띄워주기’에도 나섰다. 칭찬에 민감한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을 감안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을 통해 공개한 뤼터 사무총장의 메시지엔 “당신은 수십 년간 어떤 미국 대통령도 해내지 못한 일을 이룰 것”이란 내용이 포함돼 있다. 뤼터 사무총장은 “우리는 쉽지 않았지만, 모두가 (국방비 목표) 5%에 서명하도록 이끌었다! 유럽은 마땅히 그래야 하듯 큰 비용을 지불할 것이고, 이는 당신의 승리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한편 나토 회원국들은 성명을 통해 이런 방침을 밝히며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 지원 의지도 재확인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군사 지출 관련 논의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휴전으로 인해 그늘에 가려질 위험이 있다”고 내다봤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미국이 21일(미 동부시간 기준) B-2 스텔스 폭격기로 이란 핵 시설을 공습한 지 72시간 만인 24일 이스라엘과 이란이 휴전에 들어갔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두 나라의 휴전을 전격 선언했다. 같은 날 이란은 보복 조치로 카타르의 미군기지를 공습했지만 이를 미국, 카타르에 사전 통보해 사실상 ‘보여주기식 보복 조치’임을 강조했다. 미군이 인명 피해를 입지 않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오히려 “이란에 감사하다”는 뜻을 밝혔다. 이란은 보복 공격 직후 미국이 제안한 이스라엘과의 휴전을 받아들이며 신속히 외교 모드로 전환했다.● 이란 “가장 큰 미군기지 공격” 이란 반관영 타스님통신은 “미국이 21일 이란 핵 시설 3곳을 공격한 데 대한 보복으로 이란이 23일 밤 카타르에 있는 미군기지에 강력한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승리의 약속’이란 작전명으로 카타르에 있는 알우데이드 미 공군기지를 공격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성명에서 “이 기지는 미국 테러 군대의 가장 큰 전략적 자산”이라며 보복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는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이 14기라며 “미국이 우리 핵 시설을 공격하는 데 사용한 폭탄(벙커버스터 GBU-57) 수와 동일하다”고 밝혔다. 미국의 21일 공습에 비례적으로 보복했음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란은 보복의 의미를 강조했지만 공격 전 미국과 카타르에 미리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란이 카타르 미군기지를 공격하겠다는 계획을 사전에 카타르 정부에 알렸다고 이란 당국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23일 트루스소셜에 “이란이 공격 계획을 사전에 통보해줘 인명 피해가 나오지 않도록 해준 데 대해 감사하다”고 했다. 이어 “이란의 대응이 매우 약했다. 미국인들이 다치지 않았으며 거의 피해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란이 공격을 사전에 통보한 정황은 위성사진으로도 포착됐다. AFP통신에 따르면 민간 위성업체 플래닛 랩스가 이날 오전 알우데이드 기지를 촬영한 위성사진엔 항공기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 사진은 기지가 이란의 보복 공격을 받기 전 촬영됐다. 반면, 이스라엘이 이란을 선제공격하기 전인 5일 사진에는 기지에 수십 대의 항공기가 있었다. 미국이 이란의 공격 전 기지 내 항공기를 안전한 장소로 옮겼음을 보여준다.● 미-이란 충돌 72시간 만에 종료이날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은 보복 공격 뒤 “미국의 이란 공격은 시온주의자 정권(이스라엘)의 나약함과 절박함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도 “이란은 중동의 역내 긴장 고조를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이스라엘과의 휴전 제안을 24일 전격 수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동부시간 기준 이날 오전 1시 휴전이 발효됐다고 선언했다. 21일 오전 12시 B-2 스텔스 폭격기가 미국 미주리주에서 출격하며 시작된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72시간 만에 종료된 셈이다. 이란 국영TV도 “이스라엘에 여러 발의 미사일을 발사한 뒤 휴전이 공식적으로 시작됐다”며 휴전 사실을 확인했다. 이스라엘은 총리실 성명을 통해 “이란과의 양자 휴전에 대한 미국 측 제안에 동의했다”며 “휴전 협정을 위반하는 경우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란의 고농축우라늄 행방이 묘연한 상황에서 휴전이 갑자기 선언돼 전쟁 재개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CNN에 따르면 이란 원자력기구의 모하마드 에슬라미 사무총장은 24일 “핵 프로그램과 산업에 중단이 없도록 사전에 계획을 해뒀다”고 말했다. 휴전 발효 뒤에도 양쪽은 긴장을 이어갔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CNN에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한 미사일 2발을 요격했다며 “이란이 휴전을 완전히 위반해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란 반관영 ISNA통신은 이 주장을 허위라고 부인했다. 이스라엘의 강경파 야당인 베이테이누의 아비그도르 리에베르만 대표는 “나쁜 휴전은 몇 년 안에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에 또 다른 전쟁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전했다. CNN은 “트럼프의 온갖 마케팅 수완에도 불구하고 그의 (휴전) 돌파구가 진짜인지 또 다른 환상인지는 앞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미국이 21일(미 동부시간 기준) B-2 스텔스 폭격기로 이란 핵 시설을 공습한 지 72시간 만인 24일 이스라엘과 이란이 휴전에 들어갔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두 나라의 휴전을 전격 선언했다. 같은 날 이란은 보복 조치로 카타르의 미군기지를 공습했지만 이를 미국, 카타르에 사전 통보해 사실상 ‘보여주기식 보복 조치’임을 강조했다. 미군이 인명 피해를 입지 않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오히려 “이란에 감사하다”는 뜻을 밝혔다. 이란은 보복 공격 직후 미국이 제안한 이스라엘과의 휴전을 받아들이며 신속히 외교 모드로 전환했다.● 이란 “가장 큰 미군기지 공격”이란 반관영 타스님통신은 “미국이 21일 이란 핵 시설 3곳을 공격한 데 대한 보복으로 이란이 23일 밤 카타르에 있는 미군기지에 강력한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승리의 약속’이란 작전명으로 카타르에 있는 알우데이드 미 공군기지를 공격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성명에서 “이 기지는 미국 테러 군대의 가장 큰 전략적 자산”이라며 보복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는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이 14기라며 “미국이 우리 핵 시설을 공격하는 데 사용한 폭탄(벙커버스터 GBU-57) 수와 동일하다”고 밝혔다. 미국의 21일 공습에 비례적으로 보복했음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이란은 보복의 의미를 강조했지만 공격 전 미국과 카타르에 미리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란이 카타르 미군기지를 공격하겠다는 계획을 사전에 카타르 정부에 알렸다고 이란 당국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23일 트루스소셜에 “이란이 공격 계획을 사전에 통보해줘 인명 피해가 나오지 않도록 해준 데 대해 감사하다”고 했다. 이어 “이란의 대응이 매우 약했다. 미국인들이 다치지 않았으며 거의 피해가 없었다”고 덧붙였다.이란이 공격을 사전에 통보한 정황은 위성사진으로도 포착됐다. AFP통신에 따르면 민간 위성업체 플래닛 랩스가 이날 오전 알우데이드 기지를 촬영한 위성사진엔 항공기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 사진은 기지가 이란의 보복 공격을 받기 전 촬영됐다. 반면, 이스라엘이 이란을 선제 공격하기 전인 5일 사진에선 기지에 수십 대의 항공기가 있었다. 미국이 이란의 공격 전 기지 내 항공기를 안전한 장소로 옮겼음을 보여준다.● 미-이란 충돌 72시간 만에 종료이날 아바스 아그라치 이란 외교장관은 보복 공격 뒤 “미국의 이란 공격은 시온주의자 정권(이스라엘)의 나약함과 절박함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도 “이란은 중동의 역내 긴장 고조를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이스라엘과의 휴전 제안을 24일 전격 수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동부시간 기준 이날 오전 1시 휴전이 발효됐다고 선언했다. 21일 오전 12시 B-2 스텔스 폭격기가 미국 미주리주에서 출격하며 시작된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72시간 만에 종료된 셈이다.이란 국영TV도 “이스라엘에 여러 발의 미사일을 발사한 뒤 휴전이 공식적으로 시작됐다”며 휴전 사실을 확인했다. 이스라엘은 총리실 성명을 통해 “이란과의 양자 휴전에 대한 미국 측 제안에 동의했다”며 “휴전 협정을 위반하는 경우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다만, 이란의 고농축늄 우라늄 행방이 묘연한 상황에서 휴전이 갑자기 선언돼 전쟁 재개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CNN에 따르면 이란 원자력기구의 모하마드 에슬라미 사무총장은 24일 “핵 프로그램과 산업에 중단이 없도록 사전에 계획을 해뒀다”고 말했다. 휴전 발효 뒤에도 양쪽은 긴장을 이어갔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CNN에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한 미사일 2발을 요격했다며 “이란이 휴전을 완전히 위반해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란 반관영 ISNA통신은 이 주장을 허위라고 부인했다. 이스라엘의 강경파 야당인 베이테이누의 아비그도르 리에베르만 대표는 “나쁜 휴전은 몇 년 안에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에 또 다른 전쟁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전했다. CNN은 “트럼프의 온갖 마케팅 수완에도 불구하고 그의 (휴전) 돌파구가 진짜인지 또 다른 환상인지는 앞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중앙선 침범, 과속, 도로 한복판에서 정차…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10년간 준비한 테슬라 ‘로보택시’의 개시 첫날 다양한 교통법규 위반 정황이 포착됐다. 로보택시는 22일 오후 2시부터 테슬라 본사가 있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시범 운행을 시작했다. 그러나 운행 첫날부터 “안전에 강박적으로 신경 썼다”는 머스크 CEO의 포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테슬라는 이날부터 4.2달러(약 5800원)를 받고 복잡한 교차로 등을 피해 오스틴 일부 구역에서 로보택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승객이 자율 주행 차량에 올라 뒷자석 스크린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핸들이 저절로 움직이며 운전하는 방식이다. 시범 운행 기간에는 조수석에 직원이 동승하고 있다. 비상 상황에 개입해 초기 안정성 논란을 피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인플루언서 등 첫날 초대받은 승객 10여 명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시승기를 공개했다. 팟캐스트 진행자 롭 모어러가 올린 영상에는 로보택시가 노란색 중앙선을 넘어 잠시 반대 차선에 진입하는 장면이 담겼다. 좌회전 전용 차선에 서있던 로보택시가 좌회전을 하지 않고 갈팡질팡하던 도중 발생한 일이었다. 로보택시가 과속한 사례도 최소 2건이 공개됐다. 테슬라 투자자 소여 메리트를 태운 로보택시는 제한속도가 시속 30마일(48km)인 구간에서 시속 35마일로 주행했다. 유튜브 허버트 옹이 탄 로보택시도 제한 속도 시속 35마일 구간에서 시속 39마일로 달렸다. 주행 중 갑자기 도로에서 정차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유튜버 ‘비어디드 테슬라 가이’는 로보택시를 제어하는 뒷자석 스크린에서 ‘일시 정차’ 버튼을 누른 뒤 달리던 차량이 그 자리에서 멈췄다고 밝혔다. 이 유튜버가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일시 정차’ 버튼을 누른 뒤 스크린에는 ‘안전한 장소에 정차하겠다’는 메시지가 떴다. 그러나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 벌어진 것.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로보택시 차량의 규통법규 위반 신고를 받아 테슬라로부터 추가 정보를 수집 중이라고 밝혔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미국이 21일(현지 시간) 이란의 3개 핵시설을 공습하면서 이스라엘에 방공망 무력화를 요청하는 등 사실상 함께 작전을 준비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22일 미국 정치매체 액시오스는 “이스라엘 공군이 미국의 요청으로 21일 이란 포르도 핵시설 공격 48시간 전에 이란의 방공 시스템을 무력화했다”고 전했다. 미국과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사진)에게 전화를 걸어 직접 협조를 요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이번 작전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공습에 앞서 이스라엘이 제거해야 할 목표를 정리한 명단을 넘겼다고 한다. 미국 B-2 전략폭격기의 안전한 이란 영공 진입을 위해 이스라엘의 목표물은 이란 남부지역에 집중됐다. 이스라엘의 사전 공격으로 이란 방공망이 사실상 무력화된 것으로 보인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포르도 핵시설만 공격할 계획이었지만, 네타냐후 총리의 설득으로 이스파한, 나탄즈 핵시설까지 공격 대상에 올렸다고 예루살렘포스트가 전했다. 한편,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란이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고농축 우라늄 400kg(농축 농도 60%)의 행방에 대해 “흥미로운 정보를 갖고 있지만 이를 공유하지 않더라도 양해해 달라”고 말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막기 위해 중국이 나서야 한다고 22일(현지 시간) 주장했다. 미국으로부터 21일 핵시설 공습을 당한 이란이 보복 조치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위협하는 가운데 이란산 원유의 최대 수입국인 중국에 이란 압박을 요구한 것이다. 싼값에 이란산 원유를 대거 수입해 온 중국이 자국 경제를 위해 미국의 요구를 수용할지 주목된다. 이날 루비오 장관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원유 수입을 호르무즈해협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며 “중국 정부가 이란에 연락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산 원유 수출량의 약 90%가 중국으로 간다. 핵 개발에 따른 경제제재로 이란 원유의 판로가 막힌 상황에서 중국이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이를 구입해 온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란산 원유는 제재를 받지 않는 걸프 산유국산 원유보다 배럴당 2∼5달러 싸다. 또 중국은 원유 수출 대금을 위안화로 결제해 자국 공산품의 이란 수출까지 유도하고 있다. 경제제재로 코너에 몰린 이란을 상대로 일거양득의 효과를 취하고 있는 셈이다. 올 3월 기준으로 중국이 해상을 통해 수입한 원유의 16%가 이란산으로 집계됐다.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면 중국 경제 역시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WSJ는 “이란산 원유 수입이 중단되면 중국은 가장 싼 원유 공급원을 잃게 된다”고 진단했다. 중국 외교부는 “국제 사회가 분쟁 완화를 촉진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할 것을 촉구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중국 신화통신 계열의 소셜미디어 계정 뉴탄친은 이날 논평을 통해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된다면 글로벌 유가가 폭등할 것이고 중국의 이익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새벽 3시 갑작스러운 사이렌 소리에 방공호로 대피했습니다.” 이스라엘 히브리대에 재학 중인 한국인 A 씨는 험난한 귀국 과정을 담은 영상을 최근 유튜브에 공개했다. 이스라엘이 13일(현지 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 등을 선제공격하자, 이란은 즉각 이스라엘에 보복 공습을 가했다. 당초 A 씨는 16일 귀국 예정이었지만, 13일 이란의 반격에 따른 영공 폐쇄로 항공편이 취소되고 말았다. 그는 ‘세계 최초 전쟁 피란 브이로그’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견디다 못해 귀국을 결심했다”며 “새벽에 공습을 겪으며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느꼈고, 다음 날이 되자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14일 하루에만 스마트폰에 미사일 경보 알림이 100개 넘게 떴다.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이 이스라엘 방공망에 의해 격추되는 모습이 기숙사 창문을 통해 보였다고. 이스라엘과 이란 교민들의 피란 행렬이 이어지는 가운데 그는 육로로 예루살렘을 빠져나와 요르단 수도 암만을 거쳐 17일에야 서울행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이스라엘 한인회, 주이스라엘 한국대사관, 명성교회, 요르단 한인회의 지원을 받아 암만행 버스를 가까스로 탈 수 있었다고 한다. 예루살렘과 암만은 자동차로 약 2시간(약 100km) 거리다. 그는 “80만 원대였던 요르단∼한국 항공권이 공습 직후 하루 새 155만 원이 뛰어 237만 원이 됐다”고 했다. 또 피란길에 만난 한인을 통해 이스라엘에서 지중해 사이프러스로 나가는 뱃삯이 1500달러(약 208만 원)까지 뛴 소식을 접했다고 한다. 그는 피란 과정에서 요르단 교민들이 한식과 숙소를 제공하는 등 물심양면으로 보살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교민분들로부터 고생했다는 말을 듣고 큰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또 요르단 주재 한국대사관에서 자신의 동선을 묻는 메시지를 보내왔다며 “대한민국 국민인 게 정말 다행이라고 느꼈다”고 했다. 그는 하루 동안 신세를 진 교민 가정으로부터 받은 김밥을 먹으며 피란을 마무리했다. 17일 그를 태우고 암만을 출발한 비행기는 사우디 제다와 카타르 도하를 거쳐 18시간 만인 다음 날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미국이 21일(현지 시간) 이란 3개 핵시설을 공습하면서 이스라엘에 방공망 무력화를 요청하는 등 사실상 함께 작전을 준비했다는 보도가 나왔다.22일 미국 정치매체 액시오스는 “이스라엘 공군이 미국의 요청으로 21일 이란 포르도 핵시설 공격 48시간 전에 이란의 방공 시스템을 무력화했다”고 전했다. 미국과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직접 협조를 요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이번 작전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미국은 공습에 앞서 이스라엘이 제거해야할 목표를 정리한 명단을 넘겼다고 한다. 미국 B-2 전략폭격기의 안전한 이란 영공 진입을 위해 이스라엘의 목표물은 이란 남부지역에 집중됐다. 이스라엘의 사전 공격으로 이란 방공망이 사실상 무력화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댄 케인 미 합참의장은 22일 기자 회견에서 “이란의 지대공 미사일 체계가 미군 폭격기를 감지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또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포르도 핵시설만 공격할 계획이었지만, 네타냐후 총리의 설득으로 이스파한, 나탄즈 핵시설까지 공격 대상에 올렸다고 예루살렘포스트가 전했다.한편,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란이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고농축 우라늄 400kg(농축 농도 60%)의 행방에 대해 “흥미로운 정보를 갖고 있지만 이를 공유하지 않더라도 양해해 달라”고 말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막기 위해 중국이 나서야 한다고 22일(현지 시간) 주장했다. 미국으로부터 21일 핵시설 공습을 당한 이란이 보복 조치로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위협하는 가운데, 이란산 원유의 최대 수입국인 중국에 이란 압박을 요구한 것이다. 싼값에 이란산 원유를 대거 수입해 온 중국이 자국 경제를 위해 미국의 요구를 수용할지 주목된다.이날 루비오 장관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원유 수입을 호르무즈해협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며 “중국 정부가 이란에 연락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산 원유 수출량의 약 90%가 중국으로 간다. 핵 개발에 따른 경제 제재로 이란 원유의 판로가 막힌 상황에서 중국이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이를 구입해 온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란산 원유는 제재를 받지 않는 걸프 산유국산 원유보다 배럴당 2~5달러 싸다. 또 중국은 원유 수출 대금을 위안화로 결제해 자국 공산품의 이란 수출까지 유도하고 있다. 경제 제재로 코너에 몰린 이란을 상대로 일거양득의 효과를 취하고 있는 셈이다.올 3월 기준으로 중국이 해상을 통해 수입한 원유의 16%가 이란산으로 집계됐다.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면 중국 경제 역시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WSJ는 “이란산 원유 수입이 중단되면 중국은 가장 싼 원유 공급원을 잃게 된다”고 진단했다.중국 외교부는 “국제 사회가 분쟁 완화를 촉진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할 것을 촉구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중국 신화통신 계열의 소셜미디어 계정 뉴탄친은 이날 논평을 통해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된다면 글로벌 유가가 폭등할 것이고 중국의 이익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신정일치 국가인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21일(현지 시간) 미국의 자국 핵시설 공격 직후 “미국이 입는 피해는 이란보다 더 클 것”이라며 보복을 예고했다. 이란 국영TV도 “중동 내 모든 미국 시민이나 군인은 이제 합법적인 표적이 됐다”고 경고했다. 1979년 2월 이란의 이슬람 혁명 발발, 같은 해 11월부터 1981년 2월까지 444일간 이어진 당시 이란 혁명세력의 미국인 인질 52명 억류로 시작된 미국과 이란의 갈등 역사가 최고 위기를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메네이는 이날 텔레그램 계정에 “(이란의 공격으로) 미국이 입는 피해가 (미국의 공격으로) 이란이 입은 피해보다 더 클 것”이라고 연설하는 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군사 조치를 거론하던 18일 연설 모습으로 대미(對美) 보복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도 X를 통해 “정당한 자기방어 대응을 허용하는 유엔 헌장에 따라 이란은 자국의 주권, 이익, 국민을 방어하기 위한 모든 선택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이란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 회의 개최도 요구했다.● 중동 주둔 미군 기지부터 공격 나설 가능성 높아 일단 이란은 중동 내 미군 기지 타격을 중심으로 보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위원이며 강경파로 분류되는 모센 레자이 전 이란혁명수비대 사령관은 미국의 공격 몇 시간 전 국영 TV에 출연해 “미국이 전쟁에 개입한다면 이란은 미군 기지를 타격하고, 페르시아만(걸프만) 내 기뢰를 폭파하며,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이란은 사정거리 2000km 수준의 탄도미사일을 대거 보유하고 있다. 이에 미사일을 이용해 미군기지 공격에 나선다면 이라크(2500명), 바레인(9000명), 쿠웨이트(1만3500명), 카타르(1만 명), 아랍에미리트(UAE·3500명) 등 중동 내 주둔 중인 미군 4만 명이 사정권에 있는 것이다. 이란이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같은 친미 산유국의 걸프만(이란에선 페르시아만, 아랍에선 아라비아만) 인근 에너지 시설을 공격하거나,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다면 국제유가는 크게 요동칠 수밖에 없다. 이란은 걸프만을 끼고 사우디, UAE, 카타르 등 산유국과 마주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걸프만의 입구 역할을 하는 구역.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세계 석유 수송량의 약 20%(한국 수입 석유의 약 70%)의 공급에 차질이 생기게 된다. 홍해에서의 외국 선박에 대한 공격이 재개돼 글로벌 물류망이 또다시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 예멘의 친이란 무장단체 후티 반군이 미국을 중심으로 외국 선박에 대한 공격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란이 미국과의 전면전에 준하는 수준으로 보복에 나설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방의 고강도 제재로 심각한 경제난을 겪어왔고, 최근 이스라엘과의 충돌 과정에서 군사력도 크게 훼손됐기 때문이다.● 1979년부터 이어져 온 적대적 관계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공격엔 보수층을 중심으로 한 미국 내 뿌리 깊은 이란에 대한 적대적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현재의 신정일치 체제를 수립한 이란 이슬람 세력은 1979년 2월 혁명을 통해 친미 성향의 전제왕정을 붕괴시킨 뒤 미국으로 도피한 팔레비 왕의 송환을 요구하며 444일간 수도 테헤란의 미국대사관을 점거하고 52명의 미국인을 인질로 잡았다. 그 뒤에도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레바논 미대사관과 미군 기지에 대한 테러를 감행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2020년 1월 무인기(드론)로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표적 살해하기도 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미국은 21일(현지 시간) 감행한 ‘미드나이트 해머(Midnight Hammer·한밤의 망치)’ 작전에서 최신형 벙커버스터인 GBU-57 폭탄, 정밀 타격이 가능한 토마호크 미사일로 이란 핵시설 3곳을 공격했다. 미국 역사상 처음 단행한 이란 본토 공격이고, 이슬람권의 거센 반발과 미국의 추가 개입 등에 따른 부담까지 감수한 참전 결정이었기에 확실한 타격을 추진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밤 대국민 연설에서 “우리가 해낸 일을 할 수 있는 군대는 어느 곳에도 없다”고 자찬하며 이란의 보복 시 추가 공격 가능성도 시사했다.● 벙커버스터, 포르도에 12발·나탄즈에 2발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군의 B-2 스텔스 폭격기 7대는 이날 미국 미주리주 화이트먼 공군기지에서 논스톱으로 이란까지 날아가 핵시설 3곳을 집중 타격했다. 이 기지에서 이란 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 핵시설까지의 직선거리는 각각 1만1100km, 1만1200km, 1만1302km다. 수차례 공중급유를 받아가며 18시간 동안 쉬지 않고 날아가 임무를 완수한 것. 이렇게 목적지까지 날아간 B-2 폭격기들은 길이 6.25m, 무게 13t의 GBU-57을 포르도 핵시설에 12발, 나탄즈에 2발 투하했다. 초대형 관통 폭탄(MOP·Massive Ordnance Penetrator)인 GBU-57은 깊숙한 곳에 있는 핵시설을 지상 작전 없이 파괴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로 꼽힌다. 이번 작전에서 처음 실전에 쓰였다.높은 상공의 전투기에서 투하된 벙커버스터 한 발은 지하 60m까지 관통이 가능하다. 지하 80∼90m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포르도 핵시설을 공습하려면 더 큰 폭발이 필요한 셈이다. 이에 따라 미군이 처음 벙커버스터를 투하한 후 다시 여러 발을 연속 투하해 더 깊은 지점까지 타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미국 당국의 초기 평가에 따르면 공습한 세 곳의 핵시설 모두 극심한(extremely severe) 손상과 파괴를 입었다. 반면 이란 측은 피해가 지하 시설이 아닌 지상 부분에 국한됐다고 맞섰다. 댄 케인 미국 합참의장은 “이번 공습은 B-2를 동원한 최대 규모의 작전이었고, 거리 면에서는 9·11 테러 직후에 이어 두 번째로 멀리 날아간 작전이었다”고 말했다. ● 美 잠수함서 토마호크 30발 발사NYT에 따르면 미 해군 잠수함 또한 나탄즈와 이스파한 핵시설을 겨냥해 토마호크 미사일 30발을 발사했다. 순항미사일인 토마호크의 속도는 시속 890km로 최신 미사일에 비해 느리지만 정밀 타격이 가능하다. 한편 케인 의장은 이번 공습 당시 일부 B-2가 태평양 상공에 ‘미끼(decoy)’로 배치돼 이란을 교란시켰다고 공개했다. 미끼로 투입된 B-2가 서쪽에서 기만 작전을 펼치고 실제 공격에 투입된 B-2들은 은밀히 동쪽으로 날아가 이란을 타격했다는 것이다. 회견에 동석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담한 리더십과 ‘힘을 통한 평화’ 정책 덕분에 이란의 핵 야망이 말끔히 제거(obliterate)됐다”고 추켜세웠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신정일치 국가인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21일(현지 시간) 미국의 자국 핵시설 공격 직후 “미국이 입는 피해는 이란보다 더 클 것”이라며 보복을 예고했다. 이란 국영TV도 “중동 내 모든 미국 시민이나 군인은 이제 합법적인 표적이 됐다”고 경고했다. 1979년 2월 이란의 이슬람 혁명 발발, 같은해 11월부터 1981년 2월까지 444일간 이어진 당시 이란 혁명세력의 미국인 인질 52명 억류로 시작된 미국과 이란의 갈등 역사가 최고 위기를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메네이는 이날 텔레그램 계정에 “(이란의 공격으로) 미국이 입는 피해가 (미국의 공격으로) 이란이 입은 피해보다 더 클 것”이라고 연설하는 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군사 조치를 거론하던 18일 연설 모습으로 대(對)미 보복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압바스 아그락치 이란 외교장관도 X를 통해 “정당한 자기방어 대응을 허용하는 유엔 헌장에 따라 이란은 자국의 주권, 이익, 국민을 방어하기 위한 모든 선택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이란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 회의 개최도 요구했다.● 중동 주둔 미군 기지부터 공격나설 가능성 높아 일단 이란은 중동 내 미군 기지 타격을 중심으로 보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위원이며 강경파로 분류되는 모센 레자이 전 이란혁명수비대 사령관은 미국의 공격 몇 시간 전 국영TV에 출연해 “미국이 전쟁에 개입한다면 이란은 미군 기지를 타격하고, 페르시아만(걸프만) 내 기뢰를 폭파하며,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이란은 사정거리 2000km 수준의 탄도미사일을 대거 보유하고 있다. 이에 미사일을 이용해 미군기지 공격에 나선다면 이라크(2500명), 바레인(9000명), 쿠웨이트(1만3500명), 카타르(1만 명), 아랍에미리트(UAE·3500명) 등 중동 내 주둔 중인 미군 4만 명이 사정권 안에 있는 것이다. 이란이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같은 친미 산유국의 걸프만(이란에선 페르시아만, 아랍에선 아라비아만) 인근 에너지 시설을 공격하거나,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다면 국제유가는 크게 요동칠 수밖에 없다. 이란은 걸프만을 끼고 사우디, UAE, 카타르 등 산유국과 마주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걸프만의 입구 역할을 하는 구역.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세계 석유 수송량의 약 20%(한국 수입 석유의 약 70%)의 공급에 차질이 생기게 된다. 홍해에서의 외국 선박에 대한 공격이 재개돼 글로벌 물류망이 또다시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 예맨의 친이란 무장단체 후티 반군이 미국을 중심으로 외국 선박에 대한 공격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다만, 이란이 미국과의 전면전에 준하는 수준으로 보복에 나설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방의 고강도 제재로 심각한경제난을 겪어왔고, 최근 이스라엘과의 충돌 과정에서 군사력도 크게 훼손됐기 때문이다.● 1979년부터 이어져온 적대적 관계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공격엔 보수층을 중심으로한 미국 내 뿌리 깊은 이란에 대한 적대적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현재의 신정일치 체제를 수립한 이란 이슬람 세력은 1979년 2월 혁명을 통해 친미 성향의 전제왕정을 붕괴시킨 뒤 미국으로 도피한 팔레비 왕의 송환을 요구하며 444일간 수도 테헤란의 미국대사관을 점거하고 52명의 미국인을 인질로 잡았다. 그 뒤에도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레바논 미대사관과 미군기지에 대한 테러를 감행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2020년 1월 무인기(드론)로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표적 살해하기도 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