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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 영향으로 ‘경제 지표 암흑기‘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1일(현지 시간) 셧다운이 시작되며 연방공무원이 무급 휴직에 들어간 이후 발표된 주요 경제 지표는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단 한 건이다. 당초 13일 발표 예정이었던 10월 물가 지표는 산정을 위한 조사가 중단된 상태다. 10월 물가가 아예 공백으로 남겨질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관세로 인한 경제 영향이 서서히 드러나고, 노동 시장 둔화에 대한 우려가 큰 가운데 미국 경제가 ‘깜깜이 주행’을 하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 역대 최장 셧다운의 파장5일 CNN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역대 최장 기록을 세우고 있는 이번 셧다운이 어떤 셧다운보다 경제적 충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트럼프 1기 때 벌어졌던 2018~2019년 셧다운은 당시 최장 기록(35일)이었지만 정부 지출의 10%만 중단된 ‘부분 셧다운’이었다. 반면 이번 셧다운은 전체 예산 집행의 100%가 멈춘 상태다.JP모건 자산운용의 데이비드 켈리 수석 글로벌 전략가는 “경제는 이미 둔화 국면에 있었는데 이번 셧다운이 그 흐름을 더 악화시켰다”고 CNN에 말했다. 4분기(10~12월) 경기 둔화 요인으로 역사적 수준의 고율 관세, 저조한 이민, 학자금 대출 상환 재개 등을 꼽았다. 켈리는 “민주, 공화 양당이 정치적 이익을 위해 국민에게 이토록 큰 고통을 감수시키는 것은 충격적”이라고 비판했다. 셧다운의 여파로 월간 고용보고서는 9월 5일 공개된 8월치가 마지막이었다. 9, 10월 지표의 발간이 무기한 미뤄지고 있다. 9월 물가 지표는 정부가 내년 사회보장연금 지급액을 조정해야 하는 법적 의무를 지키기 위해 노동통계국 직원들을 한시적으로 복귀시켜 산정했다. 그래서 9월 CPI 지표가 지난달 24일 발표 이후에는 정부가 다시 문을 열 때까지 경제 데이터 암흑기가 이어질 예정이다. ● 3% 물가, 경제 심리 ‘최악’미국의 9월 CPI는 전년 동기 대비 3% 올랐다. 월가 예측치(3.1%)보다는 낮았으나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2% 목표보다는 여전히 높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 뒤 일부 경제학자들이 예상한 물가 급등은 없었지만, 물가 상승률은 ‘트럼프 관세’ 부과가 시작된 4월 2.3%에서 매달 조금씩 올라 9월 3%를 찍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물가가 오르는데 중산층과 노동계층의 임금 상승이 둔화하여 많은 가계가 청구서 지불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자료에 따르면 올 9월 저소득 가계의 임금 상승률은 1.4%로 떨어져 3%의 인플레이션을 한참 밑돌았다.반면 가스와 전기 비용은 큰 폭으로 상승했고, 식료품비도 전체 인플레이션보다 약간 더 빠르게 올랐다. 커피 가격은 지난 1년 동안 18.9% 급등했고 쇠고기 가격은 14.7% 올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저가 소매품의 가격이 고가품보다 빠르게 오르는 현상도 나타났다. 소비자 가격은 계속 오를 전망이다. 듀크대와 리치먼드·애틀란타 연방준비은행이 공동으로 실시한 3분기(7~9월) 조사에서 미국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은 내년에 올해보다 평균 4.3% 가격을 올릴 계획이라고 답했다. 관세가 없었다면 인상 폭이 3.2%로 줄었을 것이라고 했다. 듀크대 연구진은 “관세로 인한 가격 인상의 끝은 아직 한참 남았다”고 WSJ에 말했다.미시간대가 7일 발표한 11월 소비자심리지수 잠정치는 50.3으로 한 달 전보다 3.3%포인트 떨어졌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정점을 찍었던 2022년 6월 이후 3년 5개월 만에 최악의 수치다. 조앤 쉬 미시간대 조사 책임자는 “가계는 여러 방향에서 재정적 압박을 느끼고 있다”며 “앞으로 노동시장이 추가로 둔화되고 자신에게도 부정적 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깜깜이 주행하는 美경제물가 상승과 고용 둔화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에서 민간 데이터가 연방정부의 공식 통계를 대체하기는 한계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PIIE는 지난달 30일 보고서에서 “민간 데이터는 유용하지만, 공식 통계를 대체할 수는 없다”며 “공식 통계의 폭넓은 대표성, 일관성, 투명성, 공적 책임감을 따라잡을 수는 없다”고 짚었다. 고용보고서의 경우 민간 기업들이 급여 데이터나 구인 공고를 통해 ‘누가 일하는지’는 추정할 수 있으나 실업률 측정에 필요한 ‘일하지 않는 사람’의 규모는 파악하기 힘들다. 물가 역시 충분히 종합적으로 조사하는 민간 데이터가 없다. 미국 노동부(BLS)는 수백 명의 조사원을 통해 식료품과 주거비, 교통비, 서비스비 등 생활비 전반을 직접 조사해 매달 소비자물가를 발표했다. 소매품의 가격이나 임대료를 측정하는 민간 업체들이 있으나, 서비스 부문은 이조차도 마땅치 않다. 데이터 공백은 연준의 다음달 추가 금리 인하 여부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30일 기준금리를 1.75~2.00%에서 1.50~1.75%로 0.25%포인트 인하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데이터 공백 때문에 정책 결정을 늦을 가능성이 있다는 신중론을 폈다. “이번 12월 회의에 영향을 줄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런 가능성은 있다. 확실히 단정하진 않지만 상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안개 속에서 운전한다면 어떻게 하겠나? 속도를 줄인다. 이게 실제 정책에 어떻게 반영될지는 모르겠지만 조심스럽게 움직일 이유가 충분하다는 건 분명하다.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하는 건 아니지만 ‘잘 안 보이니까 천천히 가자’고 할 수 있는 상황이다.”파월 의장의 발언이 금리 인상 중단을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는 가운데, 정확한 데이터가 없어도 일관된 경제정책을 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지난달 31일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안개가 낀다고 해서 길가에 멈춰 서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속도를 줄일 순 있지만 멈추면 안 된다”며 12월에도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민주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며 공공 임대료 동결, 부유세, 무상 보육과 교통 등을 외치는 조란 맘다니 미국 뉴욕 시장 당선인(34)이 선거 승리 하루 뒤인 5일(현지 시간) 인수위원회 명단을 발표했다. 위원 5명은 전원 여성이며, 진보 성향인 이가 대거 포진했다. 특히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을 지내며 강력한 빅테크 규제 정책을 주도해 ‘빅테크 저승사자’로 불린 파키스탄계 리나 칸 전 위원장이 인수위에 포함됐다. 칸 전 위원장은 거대 기업의 독과점에 강한 문제 제기를 했던 인물. 맘다니 당선인이 부유세 도입과 법인세 인상 등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인사란 분석이 나온다. 다만 세계 자본주의의 심장인 뉴욕에 나타난 사회주의자 시장에 대한 반발과 우려도 크다. 맘다니 당선인을 줄곧 ‘공산주의자’로 부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이 공산주의자를 시장으로 세웠다”며 “(그의 당선으로 생길 문제를) 우리가 해결하겠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맘다니 당선인, 나아가 연방정부와 뉴욕시의 갈등이 격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행정 경험 풍부 여성 5인 인수위 구성맘다니 당선인은 이날 뉴욕 퀸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뉴요커의 삶을 개선하는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며 인수위 간부 명단을 발표했다. 칸 전 위원장, 민주당 소속인 빌 더블라지오 전 뉴욕 시장의 고문 엘라나 레오폴드, 필리핀계인 마리아 토레스스프링어 전 뉴욕 부시장, 흑인인 멜라니 하초그 전 뉴욕 부시장, 비영리 단체 ‘유나이티드웨이’의 대표인 라틴계 그레이스 보니야 대표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맘다니 당선인이 행정 경험이 부족하다는 일각의 지적을 의식해 상대적으로 경륜이 풍부한 인사들을 기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맘다니 당선인은 “미국에서 가장 비싼 도시인 뉴욕의 비용을 낮추는 데 헌신하겠다”며 집값 및 생활비 안정 의지를 강조했다. 또 “뉴욕을 ‘트럼프로부터 방어(Trump-proofing)’하겠다. 가장 큰 권력을 가진 사람으로부터 가장 적게 가진 이들을 보호하겠다는 의미”라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불법 이민자 단속에 정면 대응하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연방정부와의 법적 다툼에 대비해 변호사 200명을 고용하겠다고도 했다.● 강성 진보 정책, 반이스라엘 성향에 대한 반발도 하지만 그의 강성 진보 정책, 반(反)이스라엘 성향에 대한 반대파의 반발 또한 가시화됐다. 유대계인 로버트 터커 전 뉴욕 소방국장은 맘다니 당선인의 승리 소식이 전해지자 사표를 던졌다. 뉴욕포스트 등은 “유대계인 터커 전 국장이 맘다니 당선인의 이스라엘에 대한 적대감을 우려해 왔다. 새 시장과 자신의 신념이 맞지 않는다고 본 것”이라고 논평했다. 인도계 무슬림인 맘다니 당선인은 선거 캠페인 중 수차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격을 ‘학살’이라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맘다니 당선인의 부유층과 기업을 겨냥한 증세 정책 등을 우려하는 뉴욕의 억만장자들이 남부 플로리다주로 대거 이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이로 인해 플로리다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고도 전했다.● 트럼프 “공산주의 저지 주력” 트럼프 대통령은 5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아메리카 비즈니스 포럼’에서 이번 선거 결과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민주당이 미국 최대 도시 시장으로 공산주의자를 앉혀 쿠바, 베네수엘라처럼 만들려고 한다”며 “‘공산주의’와 ‘상식’ 중 무엇을 선택할지는 분명하다. 내가 백악관에 있는 한 미국은 어떤 형태로든 공산주의 국가가 되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블룸버그통신은 맘다니 당선인이 불법 이민자 단속, 부유세, 저소득층 의료 및 식량 지원 등을 두고 연방정부와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맘다니 당선인과 거리를 두려는 움직임이 있다. 민주당 소속인 에릭 애덤스 현 뉴욕 시장도 아직 맘다니 당선인에게 축하 연락을 안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선거 결과를 계기로 트럼프 행정부가 경제와 민생 문제 개선에 더 공을 들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제임스 블레어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정치매체인 폴리티코에 “대통령이 물가와 생활비 문제에 매우 집중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민주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며 공공 임대료 동결, 부유세, 무상 보육과 교통 등을 외치는 조란 맘다니(34) 미국 뉴욕 시장 당선인이 선거 승리 하루 뒤인 5일(현지 시간) 인수위원회 명단을 발표했다. 위원 5명은 전원 여성이며, 진보 성향인 이들이 대거 포진했다. 특히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을 지내며 강력한 빅테크 규제 정책을 주도해 ‘빅테크 저승사자’로 불린 파키스탄계 리나 칸 전 위원장이 인수위에 포함됐다. 칸 전 위원장은 거대 기업의 독과점에 강한 문제 제기를 했던 인물. 맘다니 당선인이 부유세 도입과 법인세 인상 등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인사란 분석이 나온다. 다만 세계 자본주의의 심장인 뉴욕에 나타난 사회주의자 시장에 대한 반발과 우려도 크다. 맘다니 당선인을 줄곧 ‘공산주의자’로 부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이 공산주의자를 시장으로 세웠다”며 “(그의 당선으로 생길 문제를) 우리가 해결하겠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맘다니 당선인, 나아가 연방정부와 뉴욕시의 갈등이 격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인수위원 5명 전원 여성이며 행정 경험 풍부맘다니 당선인은 이날 뉴욕 퀸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뉴요커의 삶을 개선하는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며 인수위 간부 명단을 발표했다. 칸 전 위원장, 민주당 소속인 빌 더블라지오 전 뉴욕 시장의 고문 엘라나 레오폴드, 필리핀계인 마리아 토레스스프링어 전 뉴욕 부시장, 흑인인 멜라니 하트조그 전 뉴욕 부시장, 비영리 단체 ‘유나이티드웨이’의 대표인 라틴계 그레이스 보니야 대표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맘다니 당선인이 행정 경험 부족하다는 일각의 지적을 의식해 상대적으로 경륜이 풍부한 인사들을 기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맘다니 당선인은 “미국에서 가장 비싼 도시인 뉴욕의 비용을 낮추는 데 헌신하겠다”며 집값 및 생활비 안정 의지를 강조했다. 또 “뉴욕을 ‘트럼프로부터 방어(Trump-proofing)’하겠다. 가장 큰 권력을 가진 사람으로부터 가장 적게 가진 이들을 보호하겠다는 의미”라고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불법 이민자 단속에 정면 대응하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연방정부와의 법적 다툼에 대비해 변호사 200명을 고용하겠다고도 했다.●강성 진보 정책, 반이스라엘 성향에 대한 반발 나타나하지만 그의 강성 진보 정책, 반(反)이스라엘 성향에 대한 반대파의 반발 또한 가시화됐다. 유대계인 로버트 터커 전 뉴욕 소방국장은 맘다니 당선인의 승리 소식이 전해지자 사표를 던졌다. 뉴욕포스트 등은 “유대계인 터커 전 국장이 맘다니 당선인의 이스라엘에 대한 적대감을 우려해 왔다. 새 시장과 자신의 신념이 맞지 않는다고 본 것”이라고 논평했다. 인도계 무슬림인 맘다니 당선인은 선거 캠페인 중 수차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격을 ‘학살’이라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맘다니 당선인의 부유층과 기업을 겨냥한 증세 정책 등을 우려하는 뉴욕의 억만장자들이 남부 플로리다주로 대거 이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이로 인해 플로리다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고도 전했다.● 트럼프 “공산주의 저지 주력”트럼프 대통령은 5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아메리카 비즈니스 포럼’에서 이번 선거 결과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민주당이 미국 최대 도시 시장으로 공산주의자를 앉혀 쿠바, 베네수엘라처럼 만들려고 한다”며 “이제 마이애미가 뉴욕에서 도망쳐 온 사람들의 피난처가 될 날도 머지않았다”고 했다. 이어 “‘공산주의’와 ‘상식’ 중 무엇을 선택할지는 분명하다. 내가 백악관에 있는 한 미국은 어떤 형태로든 공산주의 국가가 되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블룸버그통신은 맘다니 당선인이 불법 이민자 단속, 부유세, 저소득층 의료 및 식량 지원 등을 두고 연방정부와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맘다니 당선인과 거리를 두려는 움직임이 있다. 민주당 소속인 에릭 애덤스 현 뉴욕 시장도 아직 맘다니 당선인에게 축하 연락을 안한것으로 알려졌다. 또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는 같은 민주당 소속이지만 증세 정책에는 부정적이다.한편 이번 선거 결과를 계기로 트럼프 행정부가 경제와 민생 문제 개선에 더 공을 들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제임스 블레어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정치매체인 폴리티코에 “대통령이 물가와 생활비 문제에 매우 집중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미국 최대 도시이자 자본주의 심장인 뉴욕의 111대 시장에 34세의 인도계 무슬림으로 강성 좌파 성향인 조란 맘다니 민주당 후보가 4일(현지 시간) 당선됐다. 뉴욕 최초의 무슬림 시장으로 ‘민주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그가 세계 금융시장을 이끄는 월스트리트가 자리 잡고 있는 뉴욕을 이끌게 된 것이다. 맘다니 당선인은 이날 오전 2시(개표율 91%) 기준 50.4%를 득표해 3선 주지사 출신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지지를 받은 무소속 앤드루 쿠오모 후보(41.6%)와 공화당 커티스 슬리와 후보(7.1%)를 물리쳤다. 현역 뉴욕주 하원의원 출신인 맘다니 당선인은 불과 1년 전만 해도 ‘무명 정치인’이었다. 그는 임대아파트 임대료 동결, 무상보육, 부유층 증세 등 진보 성향 공약을 소셜미디어를 통해 홍보하며 젊은층의 압도적 지지를 얻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공산주의자’라고 규정하며 “그가 시장이 되면 뉴욕시에 대한 연방정부의 자금 지원을 최소화하고 주방위군을 배치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날 당선 연설에서 맘다니 당선인은 “트럼프에게 배신당한 나라에 그를 물리치는 법을 보여주겠다”고 밝혀 양측의 갈등은 한층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같은 날 치러진 뉴저지와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서도 민주당이 승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1주년을 하루 앞두고 열린 지방선거에서 모두 민주당이 승리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빨간불이 켜졌단 분석이 나온다.정치 신인 맘다니, ‘임대료 동결-부자 증세’ 앞세워 청년 표심 잡아[뉴욕시장에 34세 사회주의자] 뉴욕시장에 첫 무슬림 당선7세때 美 건너온 인도계 이민자… 부패 기성 정치인 환멸도 한몫맘다니 “정치적 왕조 무너뜨린 날”… 예산삭감 압박 트럼프와 충돌 우려일각 “부호-기업들 뉴욕 떠날수도”4일(현지 시간) 뉴욕시장에 당선된 조란 맘다니는 미국 정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이단아 중의 이단아로 여겨진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그는 불과 반년 전까지만 해도 뉴욕 시민 대부분이 이름도 잘 모르는 무명 정치인이었다. 하지만 뉴욕 시민의 불만을 반영한 명료한 공약과 효과적인 소셜미디어 캠페인으로 세계 금융 산업과 문화의 중심지인 뉴욕의 시장이 됐다. 뉴욕타임스(NYT)는 “맘다니는 뉴욕의 오랜 정치와 재계 기득권에 맞서 반란군처럼 선거 운동을 펼쳐 왔다”며 “이번 결과는 부패한 기성세대 정치인과 뉴욕 자본가들에 대한 중대한 반발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반감도 맘다니 당선인이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꼽힌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트럼프 대통령 당선 1주년을 하루 앞둔 날이기도 했다. ● 임대료 동결 앞세워 소셜미디어 공략34년 전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태어난 맘다니 당선인은 인도계인 부모와 7세 때 미국으로 이민 왔고, 2018년 미국 시민권을 획득했다. 다만, 아버지와 어머니는 각각 컬럼비아대 교수와 영화감독이라 유복한 환경에서 성장했다. 그는 뉴욕의 과학고와 학부중심 명문대인 보딘대를 졸업했고, 시장 후보가 되기 전 뉴욕주 하원의원으로 활동했다. 하지만 그 외엔 이렇다 할 경력이 없다. 이로 인해 선거 내내 경험 부족 논란에 시달렸다. 앞으로도 관련 논란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는 뉴욕 시민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인 주택비와 생활물가를 집중 공략해 호응을 얻었다. 또 억만장자와 이스라엘을 비판하고 노동자와 팔레스타인을 지지해 젊은 세대와 이민자층에서 압도적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뉴욕의 유대계와 재계 기득권층의 강한 반발을 샀다. 뉴욕 출신의 유대인인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끝까지 맘다니 당선인에 대한 지지 선언을 하지 않았다. 이날 브루클린에서 열린 당선 파티에 참여한 부부 이언 씨와 리베카 씨는 “갈수록 집을 살 수도, 아이를 키울 수도 없는 뉴욕에서 임대료 동결과 무상 보육을 약속한 게 그를 뽑은 이유”라고 말했다. 외신들은 기성 정치인에 대한 유권자들의 환멸도 판세를 갈랐다고 진단했다. 현 뉴욕시장인 에릭 애덤스는 지난해 부패 혐의로 기소된 인물이고, 이번 선거에서 맘다니 당선인과 경쟁했던 앤드루 쿠오모 전 뉴욕 주지사는 성추행 혐의로 주지사직에서 물러난 전력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반(反)이민 정책 역시 선거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맘다니 지지자인 청년 데릭 씨는 “뉴욕은 이민자의 도시이고, 이민자인 내 친구들을 지켜주려고 맘다니를 뽑았다”고 말했다.● 트럼프와의 충돌 가능성에 대한 우려 커 맘다니 당선인은 이날 선거 승리 연설에서 “오늘 우리는 정치적 왕조를 무너뜨렸다”고 자평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보고 있을 테니 잘 들으라”며 “우리 중 누구든 해치려 한다면 우리 모두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이민자 보호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예산 삭감과 주 방위군 투입까지 언급했던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면 충돌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맘다니 당선인의 급진 진보 성향과 부유층 및 기업에 대한 증세 움직임 등에 반감을 느낀 기업과 부호들이 뉴욕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주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뉴욕포스트는 “이는 시 재정에 막대한 피해를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스라엘 다음으로 많은 유대인이 거주하고, 2001년 이슬람 극단주의단체 알카에다가 진행한 ‘9·11테러’ 트라우마가 강하게 남아 있는 뉴욕의 정서도 맘다니 당선인에겐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NYT는 뉴욕의 많은 유대인과 재계 지도자가 그를 불신하고 있는 만큼 내년 1월 1일 취임 뒤 그가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4일(현지 시간) 뉴욕시장에 당선된 조란 맘다니 민주당 후보는 미국 정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이단아 중 이단아로 여겨진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그는 불과 반년 전까지만 해도 뉴욕 시민 대부분이 그의 이름도 잘 모르는 무명 정치인이었다. 하지만 뉴욕 시민의 불만을 반영한 명료한 공약과 효과적인 소셜미디어 캠페인으로 세계 금융 산업과 문화의 중심지인 뉴욕의 시장이 됐다. 뉴욕타임스(NYT)는 “맘다니는 뉴욕의 오랜 정치와 재계 기득권에 맞서 반란군처럼 선거 운동을 펼쳐왔다”며 “이번 결과는 부패한 기성세대 정치인과 뉴욕 자본가들에 대한 중대한 반발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반감도 맘다니 당선인이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꼽힌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트럼프 대통령 당선 1주년을 하루 앞둔 날이기도 했다. ● 임대료 동결 앞세워 소셜미디어 공략34년 전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태어난 맘다니 당선인은 인도계인 부모와 7살 때 미국으로 이민 왔다. 다만, 아버지와 어머니는 각각 컬럼비아대 교수와 영화감독이라 유복한 환경에서 성장했다. 그는 뉴욕의 과학고와 학부중심 명문대인 보우든대를 졸업했고, 시장 후보가 되기 전 뉴욕주 하원의원으로 활동했다. 하지만 그 외엔 이렇다 할 경력이 없다. 이로 인해 선거 내내 경험 부족 논란에 시달렸다. 앞으로도 관련 논란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그는 뉴욕 시민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인 주택비와 생활물가를 집중 공략해 호응을 얻었다. 또 억만장자와 이스라엘을 비판하고 노동자와 팔레스타인을 지지해 젊은 세대와 이민자층에서 압도적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뉴욕의 유대계와 재계 기득권층의 강한 반발을 샀다. 뉴욕 출신의 유대인인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끝까지 맘다니 당선인에 대한 지지 선언을 하지 않았다.이날 브루클린에서 열린 당선 파티에 참여한 부부 이안 씨와 레베카 씨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건 ‘감당할 수 있는(affordable) 뉴욕’”이라며 “갈수록 집을 살수도, 아이를 키울 수도 없는 뉴욕에서 임대료 동결과 무상 보육을 약속한 게 그를 뽑은 이유”라고 말했다.외신들은 기성 정치인에 대한 유권자들의 환멸도 판세를 갈랐다고 진단했다. 현 뉴욕시장인 에릭 애덤스는 지난해 부패 혐의로 기소된 인물이고, 이번 선거에서 맘다니 당선인과 경쟁했던 앤드류 쿠오모 전 뉴욕 주지사는 성추행 혐의로 주지사직에서 물러난 전력이 있다.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반(反)이민 정책 역시 선거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맘다니 지지자인 청년 데릭 씨는 “뉴욕은 이민자의 도시이고, 이민자인 내 친구들을 지켜주려고 맘다니를 뽑았다”고 말했다.● 부유층 증세 정책과 트럼프와의 충돌 가능성에 대한 우려 커 맘다니 당선인은 이날 선거 승리 연설에서 “오늘 우리는 정치적 왕조를 무너뜨렸다”고 자평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보고 있을테니 잘 들으라”며 “우리 중 누구든 해치려 한다면 우리 모두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이민자 보호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예산 삭감과 주 방위군 투입까지 언급했던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면 충돌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맘다니 당선인의 급진 진보 성향과 부유층과 기업에 대한 증세 움직임 등에 반감을 느낀 기업과 부호들이 뉴욕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주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뉴욕포스트는 “이는 시 재정에 막대한 피해를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스라엘 다음으로 많은 유대인이 거주하고, 2001년 이슬람 극단주의단체 알카에다가 진행한 ‘9·11 테러’ 트라우마가 강하게 남아있는 뉴욕의 정서도 맘다니 당선인에겐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NYT는 뉴욕의 많은 유대인과 재계 지도자들이 그를 불신하고 있는 만큼 내년 1월 1일 취임 뒤 그가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일본 첫 여성 총리인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리가 이달 말 총리배(杯) 스모 대회 시상식 때 시상자로 스모 경기장에 오를 수 있을지를 두고 관심이 모이고 있다. 3일 아사히신문은 일본스모협회에 다카이치 총리가 총리배 대회의 시상자로 나설 수 있는지 문의한 결과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일이 우리들의 사명’이란 답변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여성이기 때문에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스모는 일본 전통 종교인 ‘신토’(神道)의 제의로 시작돼 여성의 참여를 제한하고 있다. 두 선수가 경기를 벌이는 원형 경기장을 둘러싼 정사각형 구역을 ‘도효’(土俵)라 부르는데, 도효는 신을 맞는 제단으로 여겨져 여성의 출입이 금지된다. 2018년 도효에서 인사말을 하던 정치인이 갑자기 쓰러져 여성 간호사들이 뛰어올라 응급처치를 하자 스모협회 측이 장내 방송으로 “여성은 도효에서 내려가달라”고 요구한 일도 있었다. 여러 일본 여성 정치인들은 ‘금녀의 벽’에 도전했으나 좌절했다. 1989년 일본 첫 여성 관방장관 모리야마 마유미(森山眞弓)가 시상자로 나서겠다고 했지만, 스모협회는 “여성은 도효에 올라갈 수 없다”며 거부해 무산됐다. 2000년 일본 첫 여성 지사가 된 오타 후사에(太田房江) 오사카부 지사도 지사상을 직접 건네고 싶다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이에 다카이치 총리가 이달 10일~23일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리는 ‘규슈바쇼’에 관방장관 등 고위 관료를 대참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규슈바쇼는 일본스모협회가 연간 6번에 걸쳐 도쿄·오사카·나고야·후쿠오카에서 여는 공식 프로 스모 대회 ‘혼바쇼’(本場所)의 마지막 대회로, 연말을 앞두고 열려 가장 주목을 받는 대회다. 마지막 날엔 우승자에게 최고 영예 상인 ‘내각총리대신배(杯)’를 수여한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 1주년을 이틀 앞둔 3일(현지 시간) 미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 업무 중지) 지속 기간이 34일째로 역대 최장 기록(35일)에 바짝 다가섰다. ‘오바마 케어’(공공 건강보험) 예산안을 둘러싼 공화당과 민주당 간의 갈등은 아직 타협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의 대립 상황이 5일까지 이어진다면 미국은 셧다운 최장 기록을 경신하게 된다.미 연방정부가 한 달 넘게 멈춘 상황으로 인한 피해와 파장이 미국 안팎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미 취약계층을 위한 식량 지원과 연방정부 직원들의 월급이 끊겼다. 관제사 부족으로 항공편이 지연되고, 정부 산하 공공기관이 문을 닫으면서 취약계층의 어려움은 커지고 있다. 미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산하 국립 아시아예술박물관에서 열릴 예정이던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도 연기됐다.● 취약계층 식료품 구입 지원 중단 3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셧다운이 한 달을 넘겨 이번 달까지 이어지면서 미국 내 취약계층 약 4200만 명의 식료품 구입을 지원하는 영양보충지원프로그램(SNAP) 일부가 결국 중단됐다. 뉴욕타임스(NYT)는 “판사가 SNAP 유지를 위해 긴급 자금을 쓰라고 판결했지만 실행되지 않고 있다”며 “이번 일은 공화당이 지난여름 ‘SNAP는 낭비와 사기로 가득 차 있다’며 이미 관련 지원을 축소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약 140만 명의 연방정부 직원은 월급이 끊겼다. 싱크탱크인 초당파 정책센터에 따르면 이번 셧다운으로 최소 67만 명의 연방정부 직원이 무급휴직을 하고 있고, 73만여 명은 월급을 못 받은 상태에서 필수 인력으로 일하고 있다. 이 중 특히 항공 안전을 담당하는 관제사 부족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관제사들은 인력이 줄어든 상황에서 월급조차 받지 못하고 일하고 있다”며 “셧다운이 계속되면 항공기 지연과 취소로 이달 추수감사절 여행이 마비되는 재앙이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미 로스앤젤레스(LA)와 뉴욕 등에선 관제사 부족에 따른 항공편 지연이 보고됐다.● 이건희 특별전 개막 연기… 한미 NCG 회의에도 영향 셧다운은 한국 기업과 정부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삼성에 따르면 당초 6일부터 열릴 예정이던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개막이 박물관 휴관으로 연기됐다. 현재 연방정부 산하 스미스소니언 박물관들은 모두 휴관 중으로 담당 공무원들도 근무를 하지 않고 있다. 주한미군 기지에서 근무 중인 군무원들도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지난달 열릴 것으로 알려진 한미 국방 당국 간 핵협의그룹(NCG) 회의가 아직 열리지 않은 것도 관련 업무를 하는 미 국방부 군무원과 공무원 일부가 무급휴직에 들어간 영향이 있다는 것. 정부 소식통은 “4일 서울에서 열리는 제57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참석차 한국을 찾은 미 국방부 공무원이나 군무원 일부도 셧다운에 따른 무급휴직 중 임무 수행을 위해 예외 적용을 받아 한국에 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 셧다운 관련 민주당 비난 홈페이지 개설 하지만 미 정치권에서 셧다운을 둘러싼 공방은 계속 거칠어지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셧다운의 책임이 민주당에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는 미 CBS방송이 2일 방영한 시사프로그램 ‘60분’에서 “지금 민주당은 길을 잃고 미친 사람들처럼 돼 버렸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2일 공식 홈페이지에 민주당을 조롱하는 페이지를 개설했다. ‘나의 안전한 공간(my safe place)’이라는 명칭의 페이지에는 셧다운의 책임이 민주당과 그 관계자들에게 있다는 메시지와 사진들이 게재돼 있다. 민주당은 “지금 상태에선 오바마 케어를 이용하는 취약계층 2000만 명의 건강보험료가 두 배 오르게 된다”며 관련 예산이 없는 예산안 투표는 못 받아들인다는 기존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과거 미국 대통령들이 ‘뒷마당’인 중남미 국가들을 지배하려고 했던 역사적 열망을 되살리고 있다.”(CNN)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새로운 국방전략(NDS)에서 본토 및 서반구 안보를 최우선 순위에 두기로 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중남미 국가들에 대해 상반된 정책을 펼치고 있어 주목된다. 아르헨티나, 엘살바도르, 에콰도르 등에 대해선 ‘내정 간섭’ 논란이 나올 정도로 선거 직전 대규모 지원을 발표하는 등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반면 베네수엘라, 콜롬비아, 멕시코 등에는 미국으로 마약을 보내고 있다는 이유로 고율 관세를 때리거나 각종 지원을 끊고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기회가 될 때마다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 나라들의 정상들을 비난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갈라치기 전략’은 중남미 각국에서 집권 중인 정부 성향에 따라 나뉜다. 특히 그가 압박 중인 좌파 정부들이 중국과 밀착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중남미 국가들에 대한 정책에 중국 견제 의도가 담겨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 美, 우파 아르헨-엘살바도르-에콰도르 지원최근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아르헨티나 중간선거에서 예상을 깨고 승리한 데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지원이 있었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페소화 가치와 주가가 급락하며 밀레이의 지지율이 하락하자, 미 재무부는 최대 21억 달러(약 3조 원)에 달하는 페소를 사들였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선거를 코앞에 두고 아르헨티나와 200억 달러(약 29조 원) 규모의 통화 스와프를 체결하고, 200억 달러의 별도 금융 지원을 약속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아르헨티나에 대한 금융 지원이 밀레이가 이끄는 집권여당 자유전진당이 중간선거에서 승리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힘입어 자유전진당이 선거에서 크게 승리하자, 아르헨티나 안팎에선 내정 개입 논란이 일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남미 마약 카르텔 해체’를 명분으로 대규모 범죄조직 소탕에 나선 엘살바도르, 에콰도르의 강경 우파 정권과도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미국의 ‘교도소 아웃소싱(외주화)’ 방침을 적극 수용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와 밀착하고 있다. 미국은 올 3월 600만 달러(약 85억 원)를 주고 미국에 불법 체류 중인 베네수엘라의 마약 카르텔 ‘트렌 데 아라과’ 등 갱단원 260여 명을 엘살바도르의 악명 높은 교도소인 ‘테러범수용센터(CECOT)’에 이송하기로 했다. 에콰도르의 다니엘 노보아 대통령도 강경 보수 성향의 친트럼프 인사다. 2023년 집권한 노보아 대통령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마약 밀매 조직을 단속하자, 트럼프 행정부는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다. 올 9월 에콰도르를 찾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노보아 대통령과 만나 2000만 달러(약 280억 원) 규모의 범죄 퇴치 자금 지원을 약속했다.● 폭격, 원조 중단, 관세 등으로 반미 국가 압박트럼프 대통령은 반미(反美) 성향이 강한 중남미 국가에는 취임 후 줄곧 압박을 가하고 있다. 최근 마약 밀수를 이유로 미국의 해상 공격을 받고 있는 베네수엘라 선박이 대표적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9월 이후 베네수엘라 마약 밀수 선박을 공격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것만 10차례가 넘는다. 사망자 수는 50명을 넘어섰다. 압박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베네수엘라는 자국의 죄수를 미국에 풀었다. 또 베네수엘라에서 들어오는 마약이 아주 많다”며 미 중앙정보국(CIA)의 베네수엘라 영토 내 비밀작전을 승인했다. 이와 함께 미 해군 구축함을 베네수엘라와 인접한 섬나라 트리니다드토바고에 배치하고, 공군 폭격기로 베네수엘라 상공을 비행하는 등 무력 시위도 벌였다. 미 법무부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마약 밀매 증거를 제공하는 사람에게 5000만 달러(약 715억 원)의 현상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9·11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에게 걸렸던 현상금의 두 배다. 콜롬비아도 마약 밀매를 이유로 미국의 압박을 받고 있다. 지난달 19일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은 불법 마약 지도자”라고 썼다. 세계 최대 코카인 생산국인 콜롬비아는 그동안 미국의 지원을 받아 코카인 밀매 차단에 앞장서 왔다. 하지만 2022년 8월 취임한 페트로 대통령이 좌파 성향이란 점이 트럼프의 심기를 건드렸다. 트럼프 행정부는 올 9월 콜롬비아가 최근 1년간 미국의 대외원조법에 따른 마약 통제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지원 중단 결정문을 의회에 발송했다. AP통신은 “미국의 콜롬비아에 대한 지원금은 연간 7억 달러(약 1조70억 원)를 상회했으나, 이번에는 2억3000만 달러(약 3308억 원) 규모였다”고 전했다. 페트로 대통령이 9월 뉴욕 유엔총회에 참석할 당시 친팔레스타인 시위에 참석하자, 그의 미국 비자를 취소하기도 했다. 페트로 대통령은 “내가 수십 년간 마약 밀매와 싸워 왔고 효과적으로 대응하며 도왔던 (미국) 정부로부터 이런 조치를 받게 됐다”고 했다. 미국의 최대 교역국 중 하나이며 국경을 맞댄 이웃 나라 멕시코도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을 받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멕시코가 불법 이민자들과 펜타닐의 미국 유입을 막지 못한다며 각종 관세를 부과했다. 멕시코는 1993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맺은 후 미국과 자국 내 마약조직을 단속해 왔다. 그런데 중도 좌파 성향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렸다. 앞서 멕시코는 2018년부터 중도 좌파 정권이 집권하고 있다. 현재 미국은 멕시코와 관세 협상 중으로, 최종 타결되지 않은 30%의 관세가 부과될 예정이다. 남미 최대 국가인 브라질도 미국의 50% 고관세를 맞으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도 좌파 성향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이 2022년 대선에서 ‘브라질의 트럼프’라고 불린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이기고 당선됐기 때문이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룰라 대통령 암살 계획 등 쿠데타 모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보우소나루의 구명 요청을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마녀사냥을 당하고 있다”며 브라질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중남미서 中 견제 목적 트럼프 행정부가 베네수엘라, 콜롬비아, 멕시코, 브라질 등 유독 좌파 정권에 칼을 겨누고 있다는 것도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두로와 페트로 대통령을 ‘불법 마약 수장’이라고 지목했으나, 싱크탱크 크라이시스그룹에 따르면 미국에서 판매되는 펜타닐의 약 96%가 멕시코를 통해 유입되고 있다. 미국의 중남미 국가 압박을 미중 패권 갈등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미국의 압박을 받고 있는 중남미 좌파 정부들이 최근 중국과 밀착하고 있어서다. 콜롬비아는 미국의 전통적인 우방국이었지만 페트로 대통령 취임 후 노선을 달리하기 시작했다. 이 나라는 올 6월 중국의 경제 영토 확장 프로젝트인 ‘일대일로(一帶一路)’에 합류한 데 이어, 중국이 주도하는 신흥 경제국 연합체 브릭스(BRICS)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미 외교매체 더디플로맷은 “중국이 콜롬비아의 구리, 니켈, 코발트 등 광물 자원과 화석연료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베네수엘라도 2023년 중국과의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올 5월 중국을 방문한 데 이어 8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으로부터 선물받은 화웨이 휴대전화를 공식석상에서 꺼내 보이며 “니하오(你好·안녕하세요)” “셰셰(謝謝·고맙습니다)”를 외쳤다. 브라질은 브릭스 등을 통해 중국과 협조하는 가운데, 중국이 미국산 대두(大豆) 수입을 금지하자 중국에 자국 대두를 대거 수출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중남미 외교 행보를 두고 ‘돈로(도널드와 먼로의 합성어) 독트린’이란 평가가 나온다. 1823년 제임스 먼로 전 대통령이 유럽에 대해 고립주의를 추구한 반면 중남미에서 영향력 확대를 꾀한 외교 정책(먼로 독트린)을 트럼프 대통령이 차용했다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트럼프의 중남미 외교 전략이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지난달 볼리비아 대선과 아르헨티나 중간선거에선 중도 혹은 우파 성향 정권이 승리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지금처럼 중남미 좌파 지도자들을 계속 압박할 경우, 유권자들의 반미 정서를 자극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직면한 중남미 좌파 지도자들이 중국에 더 밀착할 수 있다는 것. 올 5월 이코노미스트와 여론조사기관 프레미스 여론조사에서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브라질 국민은 중국이 미국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무역 상대국이라고 답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중남미에서 미국의 소프트파워가 약화하고, 무역 다변화를 시도하면서 중국에 기회의 문이 열리고 있다”고 진단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주요 2개국(G2) 정상회담은 양국 모두에 매우 뜻깊은 시간이었다. 신(神)이 중국과 미국 모두에 축복을 주시기를 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일(현지 시간)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지난달 30일 가진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맺은 무역합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전날에도 취재진에 “중국이 펜타닐(마약)을 매우 열심히 단속하고 있다”며 “이 조치가 시행되는 걸 보는 대로 (펜타닐과 관련된) 나머지 10% 관세도 철폐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초 중국이 펜타닐 원료의 미국 유입을 방치하고 있다며 20%의 관세를 부과한 것을 완전히 폐기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미중 무역 갈등 봉합 의지를 강조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백악관, 희토류·대두·조선업 합의 강조 이날 백악관은 미중 정상회담을 가진 지 이틀 만에 무역합의 내용을 팩트시트 형태로 공개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엄청난 승리”라고 자평했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달 9일 발표한 희토류에 대한 수출 통제 강화 조치를 중단하기로 했다. 또 미국의 반도체와 인공지능(AI) 같은 산업에서 꼭 필요한 희토류와 갈륨, 게르마늄, 안티몬, 흑연 등의 수출을 허용하기로 했다. 육류와 밀, 옥수수, 과일 같은 미국 농산물에 대한 관세를 포함한 모든 보복 관세를 중단하고, 특정 미국 기업을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목록에 올린 조치도 철회하기로 했다. 특히 올해 말까지 최소 1200만 t, 이후 3년간 매년 최소 2500만 t의 미국산 대두를 구입하기로 해 중국의 수입 거부로 큰 타격을 입었던 미 농업계의 숨통이 트이게 됐다. 이와 함께 미국으로의 펜타닐 유입 차단을 위해 특정 화학물질의 북미 수출을 중단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중국은 미국의 해상, 물류, 조선 부문과 관련된 제재도 해제하기로 했다. 앞서 중국은 미국이 이 분야의 중국 지배력 강화를 문제 삼으며 ‘무역법 301조’를 동원해 조사를 추진하자 이에 반발하며 각종 맞불 제재를 가한 바 있다. 미국에 자회사를 둔 조선기업 한화오션도 이 과정에서 중국의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하지만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이뤄진 합의로 제재를 피할 수 있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의 조치에 상응해 미국은 펜타닐 유입을 문제 삼아 중국에 부과한 20%의 ‘펜타닐 관세’를 10일부터 10%포인트 인하한다. 올해 말 만료될 예정이던 301조 관세 제외 조항 만료일을 1년 더 연장하고, 해상·물류·조선 분야에 대한 대응 조치는 1년 유예하기로 했다.● 美, 미중 정상회담 우호적이었다고 강조 백악관은 전날 백악관 홈페이지에 지난달 30일 부산 김해국제공항 공군기지 나래마루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 때 화기애애했던 장면을 보여주는 사진도 공개했다. 이 중에는 시 주석이 두 눈이 감길 정도로 파안대소하는 사진도 있었다. 백악관이 회담 당시 공개되지 않았던 사진까지 소개하며 정상회담이 우호적이었단 것을 강조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설을 통해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중단은 유효기간이 1년뿐”이고 “펜타닐 원료 단속은 이행 불가능한 약속이며 중국이 실제로 이행할 가능성도 낮다”고 지적했다. WSJ는 또 “미중 무역전쟁의 교훈은 동급의 경쟁국을 상대로는 승리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라며 “중국은 미국과 달리 희토류도 있고, 유권자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백악관은 이날 팩트시트에서 한미 정상회담의 주요 성과도 언급했다. 백악관은 “미국의 일자리 지원, 에너지 지배력 강화, 기술 혁명 리더십 촉진, 해상 파트너십 구축을 위한 투자 등 수십억 달러 규모의 획기적인 약속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전날 취재진에 “(한국에서) 우리가 어떻게 대접받는지 봤을 것”이라며 “우리나라가 다시 존중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받은 환대에 대해 만족감을 나타낸 것이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차기 미국 공화당 유력 대선 주자로 꼽히는 J D 밴스 부통령이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미시시피대에서 열린 터닝포인트USA 주최 캠퍼스 토론회 무대에 올라서 학생과 즉석 질의응답을 벌였다. 밴스는 이날 합법 이민을 포함한 이민자 유입을 크게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힌두교 신자인 인도계 부인 우샤 밴스가 기독교로 개종하길 원한다는 뜻도 내비쳤다. 무대에 오른 밴스를 향해 관중들이 트럼프의 뒤를 이어 48대 대통령이 되라는 뜻의 숫자 ‘48’을 연호하는 모습도 주목을 받았다. ● “합법 이민까지 줄여야”밴스는 가까운 친구이자 정치적 동지였던 터닝포인트USA 설립자 찰리 커크의 뜻을 잇기 위한 취지로 무대에 올랐다고 설명했다. 이날 최대 쟁점은 이민 문제였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지지한다고 밝힌 한 학생은 “불법 이민 단속과 남부 국경 강화에 찬성하지만, 학생 비자로 미국에 온 여자친구가 영주권을 받는 날만을 바라보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며 합법 이민을 줄일 계획이 있는지 질문했다. 밴스는 “지금 미국은 이민자를 너무 많이 받아들였다”며 연간 100만 명의 신규 합법 이민자가 미국 노동자의 임금을 깎아내린다고 주장했다. 밴스가 언급한 ‘합법 이민자’는 신규 시민권자(미국 국적자)인지 영주권자인지 불분명하다. 이민정책연구소(MPI)가 분석한 미 국토안보부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81만8500명, 2023년 87만8500명, 2022년 96만9380명이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연간 신규 영주권자는 2023년 117만2900명, 2022년 101만8300명으로 나타났다. 밴스는 우수 인재 유치를 위해 운영되는 H-1B 비자 제도가 현실에서는 미국인 노동자의 임금을 깎아내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엄청난 천재가 미국에 남게 만들기 위해 생긴 H-1B 제도를 통해 실제로는 미국인의 반값에 일해주는 회계사들이 대거 고용되고 있다”며 “돈을 잘 벌고 싶은 회계사들이 미국에 있는데 외국 태생 회계사를 고용해선 안 된다”고 했다. 현장에선 반론도 거셌다. 한 인도계 학생은 “이민자가 ‘너무 많다’의 기준은 누가 정하는 것”이냐며 “당신들은 ‘아메리칸 드림’을 팔아 우리의 젊음과 재산을 이 나라에 쏟게 했는데 합법 체류자 또한 혼돈으로 밀어 넣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항의했다.밴스는 “지금보다 이민자를 훨씬 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합법 체류자 100명이 미국 사회에 기여를 했다는 이유 만으로 우리가 100만, 1000만, 1억 명을 더 받아들여야 한다는 건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50~60년 전 미국에 좋았던 이민 정책에 계속 매여있을 수는 없다”며 적정 규모는 시대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는 뜻을 밝혔다. 그가 “부통령으로서 내 역할은 미국인을 보살피는 것”이라고 말하자 관중석에서는 박수가 쏟아졌다. 밴스는 “1920년대 이민법 개정으로 약 40년간 이민이 사실상 사라지자 다른 문화권에서 왔던 이민자들의 미국 사회 동화가 이뤄졌다”며 현재 미국 또한 이민자를 훨씬 적게 받아 “공동체(common community)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1882년 중국인배제법, 1924년 존슨리드법을 도입해 아시아와 중동 출신 이민을 금지했지만, 이 기간에도 서유럽 출신 이민자는 받아줬다. 존슨리드법이 폐지된 1965년까지 한해에 적게는 5만 명, 많게는 44만 명이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 부인 우샤 개종 논란세 자녀를 키우며 기독교와 힌두교, 미국과 인도 문화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냐는 질문에는 “우리는 자녀를 기독교 신자로 키우기로 결정했다”며 부인과 대화를 통해 내린 결론이고, 주일에 아이들과 교회에 갈 때 우샤도 함께 간다고 답했다. 밴스는 “언젠가 부인도 기독교 복음을 통해 같은 방식으로 보길 바란다”며 “그렇지 않더라도 신은 모든 사람에게 자유의지를 주셨기 때문에 내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부인의 개종을 희망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두고 일각에서는 “배우자의 종교적 결정을 존중하지 않는다”, “비(非)기독교 신앙을 폄하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밴스는 X에서 비판에 대해 “반(反)기독교적”이라 맞섰다. 이날 행사에서는 친(親)트럼프 성향 학생들도 트럼프 행정부 정책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민주당 강세 도시로의 주방위군 투입 같은 강경 조치가 미래 정권의 보수 탄압 선례가 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밴스는 조 바이든 행정부 시기 트럼프 기소를 거론하며 강한 행정권 행사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그는 “좌파가 나중에 할까봐 어떤 일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 우리가 하든 말든 그들은 이미 그렇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비바람 속 농구장 가득 채워미 NBC방송은 이날 행사가 열린 농구 경기장 9500석이 만석이었다고 전했다. 커크가 피살 당시 입었던 ‘자유(freedom)’ 문구가 적힌 티셔츠와 ‘마가(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모자를 쓴 학생들은 비바람 속에 행사 몇 시간 전부터 줄을 서 입장을 기다렸다. 커크 암살 후 백악관의 대응을 주도한 밴스는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보수 청년층 결집에 신경 쓰고 있다. 밴스가 질의응답에 앞서 연설을 마치자 관중은 일제히 숫자 ‘48’을 외쳤다. 트럼프의 뒤를 이은 48대 대통령이 되라는 뜻이다. 최근 트럼프는 여러 차례 밴스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을 자신의 후계자로 지목했다. 지난달 27일 전용기 ‘에어포스 원’ 안에서도 기자들에게 “누가 그 둘을 상대로 출마하겠냐”며 “그들이 한 팀이 된다면 아무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한다”고 했다. 관중의 연호에 밴스는 미소 지으며 “너무 앞서가진 맙시다”라고 짧게 답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한국과 베트남은 새로운 기회의 지평 위에 서 있습니다.”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 중인 응우옌 민 항 베트남 외교차관(사진)은 31일 동아일보와 서면 인터뷰에서 이 같이 밝혔다. 그는 또 “경제협력은 양국 관계의 핵심 축이자 다른 분야 협력의 발전을 견인하는 대표적인 성공사례”라며 “점점 더 실질적이고 심화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고 덧붙엿다. 양국은 1992년 수교 후 긴밀한 경제 관계를 맺고 있다. 베트남은 한국의 3대 교역국이고, 한국은 베트남의 최대 외국인 투자국이다. 현재 베트남에는 1만여 개의 한국 기업이 진출해 누적 942억 달러를 투자했으며 이는 베트남 전체 외국인직접투자(FDI)의 18%를 차지한다. 응우옌 차관은 “첨단산업·재생에너지·스마트 도시 개발 등 새로운 분야의 성장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삼성, LG, SK, 현대, 효성, 포스코 등 주요 한국 대기업들은 베트남에 강력한 존재감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양국은 2015년 자유무역협정(FTA)을 발효해 2030년까지 1500억 달러 교역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지난해 양국 교역액은 815억 달러로 집계됐다. 응우옌 차관은 관세와 공급망 변화로 인한 극심한 불확실성 속에서 한국과의 협력을 강조했다. 미국은 당초 베트남에 46%의 초고율 상호관세를 부과했으나, 26일 이를 20%로 낮추는 무역협정 프레임워크에 합의했다. 응우옌 차관은 “글로벌 공급망이 심각한 도전에 직면한 가운데, 베트남은 한국을 주요 파트너로 하는 APEC 내 양자 및 지역 협력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다”며 한국과 경제 교류 확대 의지를 밝혔다. 또 “양국 지도부는 공급망 다변화, 전략산업 역량 강화, 에너지 안보 확보, 혁신 촉진의 중요성에 대해 공통된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했다. 양국은 2022년 수교 30년을 맞아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외교 관계를 격상했다. 응우옌 차관은 “베트남은 2027년 푸꾸옥 APEC 정상회의 개최를 준비하고 있다”며 “2025년 의장국으로서 철저하고 세심한 준비를 통해 연중 APEC 활동을 성공적으로 주도한 한국과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1시간 앞두고 핵무기 실험을 재개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이 1992년 이후 유지한 핵실험 중단 정책을 33년 만에 뒤집을지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경 트루스소셜을 통해 “다른 나라들의 핵실험 프로그램 때문에 전쟁부(국방부)에 우리의 핵무기 실험을 동등한 수준에서 시작하라고 지시했다”며 “이 절차는 즉시 시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과의 회담을 마친 후 미국으로 돌아가는 전용기 에어포스원 안에서도 “우리는 다른 어떤 국가보다 핵무기가 많은데 실험은 하지 않고 있다”며 “우리에게는 실험 장소가 있고, (핵실험 계획 또한) 발표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미국은 1992년 조지 H W 부시 당시 대통령이 핵실험 중단을 선언한 이후 핵무기 실험을 진행하지 않았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또한 1996년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에 서명하며 핵실험 금지 기조를 이어왔다. 이번 발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9일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수중 무인기(드론) ‘포세이돈’의 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나왔다. 러시아는 앞서 26일에도 신형 핵추진 순항미사일 ‘부레베스트니크’의 발사 성공을 주장하며 연일 핵전력을 과시하고 있다. 중국 역시 그간 꾸준히 핵전력을 강화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미국이 러시아와 중국 견제에 나섰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 게시물에서도 “러시아와 중국이 5년 안에 미국의 핵무기 보유량과 맞먹게 될 것”이라며 러시아와 중국을 콕 집어 핵실험 재개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과 관련해 실제 핵실험보단 미국의 핵무기 역량을 과시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한편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중국의 남중국해 도발에 대응해 무력시위 작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미국 CBS방송이 29일 보도했다. CBS에 따르면 최근 미군 인도태평양사령부는 각 부대에 중국의 도발에 대응해 정밀타격 시범을 수행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고정된 표적을 정밀타격하는 시범은 미군이 주로 상대방에게 억제력을 과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실행한다. CBS는 “무력시위 작전을 명령했다는 사실 자체가 중국의 도발에 맞서겠다는 미국의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라고 논평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1시간 앞두고 핵무기 실험을 재개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이 1992년 이후 유지한 핵실험 중단 정책을 33년 만에 뒤집을지 관심이 쏠린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경 트루스소셜을 통해 “다른 나라들의 핵실험 프로그램 때문에 전쟁부(국방부)에 우리의 핵무기 실험을 동등한 수준에서 시작하라고 지시했다”며 “이 절차는 즉시 시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과의 회담을 마친 후 미국으로 돌아가는 전용기 에어포스원 안에서도 “우리는 다른 어떤 국가보다 핵무기가 많은데 실험은 하지 않고 있다”며 “우리에게는 실험 장소가 있고, (핵실험 계획 또한) 발표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미국은 1992년 조지 H W 부시 당시 대통령이 핵실험 중단을 선언한 이후 핵무기 실험을 진행하지 않았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또한 1996년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에 서명하며 핵실험 금지 기조를 이어왔다. 이번 발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9일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수중 무인기(드론) ‘포세이돈’의 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나왔다. 러시아는 앞서 26일에도 신형 핵추진 순항미사일 ‘부레베스트니크’의 발사 성공을 주장하며 연일 핵전력을 과시하고 있다. 중국 역시 그간 꾸준히 핵전력을 강화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이에 미국이 러시아와 중국 견제에 나섰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 게시물에서도 “러시아와 중국이 5년 안에 미국의 핵무기 보유량과 맞먹게 될 것”이라며 러시아와 중국을 콕 집어 핵실험 재개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과 관련해 실제 핵실험보단 미국의 핵무기 역량을 과시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한편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중국의 남중국해 도발에 대응해 무력시위 작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미국 CBS방송이 29일 보도했다. CBS에 따르면 최근 미군 인도태평양사령부는 각 부대에 중국의 도발에 대응해 정밀타격 시범을 수행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고정된 표적을 정밀타격하는 시범은 미군이 주로 상대방에게 억제력을 과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실행한다. CBS는 “무력시위 작전을 명령했다는 사실 자체가 중국의 도발에 맞서겠다는 미국의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라고 논평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한국은 디스플레이와 배터리를 미국과의 통상 협상카드로 써야 합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과 미국의 정상회담이 열리는 가운데 기술경영 분야의 석학인 윌리 시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가 27일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디스플레이와 배터리는 한국과 중국 외에는 생산할 수 있는 국가가 거의 없다”며 “한국은 미국에 ‘우리가 중국의 독주를 막을 유일한 대안’이라는 점을 적극 강조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여파 등으로 미국의 물가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한국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할 수 있게 됐다고도 진단했다. 중국계인 시 교수는 미국이 혁신과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제조업 르네상스’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IBM 등 미국 정보기술(IT) 업계에서 28년간 근무하며 중국 경제의 급부상을 목격했고 2009년 이에 관한 논문 ‘미국 경쟁력 복원’, 2012년 저서 ‘왜 제조업 르네상스인가’ 등을 냈다. 활발한 저작과 의회 증언, 정부 자문 등을 통해 미국의 주요 산업 정책 수립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시 교수는 ‘당신이 한국의 무역 협상단에 포함됐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중국을 경계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백악관의 디스플레이는 대부분 중국산이고, 곧 100% 중국산이 된다’고 말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평판 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 TV, 공항, 항만 등 어디서든 쓰이는 제품인데 전 세계 기업 중 삼성과 LG만이 생산 역량을 충분히 갖춘 비(非)중국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미국 측에 조선,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꼭 필요한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 방위산업 분야 등을 선도하고 있는 한국의 기술력을 강조하라고도 주문했다. 그는 “한국은 성공적인 협상을 위해 미국산 제품 구매 약속은 물론 미국의 핵심 산업을 강화할 협력 패키지를 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시 교수는 배터리 분야에서 중국의 CATL과 BYD가 앞서가고 있다면서도 “한국 LG화학, 일본 파나소닉 등도 중국 기업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의 핵심 정책목표는 ‘미국 무역적자 감축’이라고 진단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가 28일 미 대통령 전용헬기 ‘머린 원’을 타고 도쿄 인근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의 미군 기지를 방문해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인 조지워싱턴에 승선한다고 일본 언론들이 27일 보도했다. 앞서 핵추진 잠수함 도입 가능성을 시사했던 다카이치 총리가 핵 능력 강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또한 트럼프 2기 행정부와 다카이치 정부가 미일 동맹 강화, 중국 견제 등에 대한 강한 메시지를 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말레이시아 방문 일정을 마치고 27일 오후 5시경 도쿄 하네다공항에 도착했다. 그는 집권 1기에 세 차례 일본을 방문했고 이번에는 재집권 9개월 만에 네 번째로 일본을 찾았다. 같은 날 오후 6시 반경 도쿄 왕궁에서 나루히토(徳仁) 일왕 접견으로 2박 3일간의 방일 일정을 시작했다. 그의 일왕 접견은 2019년 5월 국빈방문 때에 이은 두 번째다. NHK에 따르면 나루히토 일왕은 트럼프 대통령을 현관에서 맞이했고 영어로 “또 만나서 반갑다”고 인사했다. 나루히토 일왕은 오후 7시경 트럼프 대통령이 떠날 때도 배웅했다. 교도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나루히토 일왕에게 “미일 관계를 더 강화하고자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핵잠 추진 다카이치, 트럼프와 핵 항모 탑승 트럼프 대통령은 방일 둘째 날인 28일 오전 다카이치 총리와 도쿄 영빈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오찬을 하기로 했다. 두 정상은 조선업, 희토류 등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은 물론이고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항공우주, 바이오 등 첨단기술 협력에 관한 각서들을 체결하기로 했다. 안보와 경제를 넘어 최첨단 기술 동맹으로 미일 동맹을 확장하자는 데 뜻을 같이한 셈이다. 특히 이날 두 정상이 오찬 후 함께 ‘머린 원’을 타고 요코스카 기지를 찾는 것은 이번 방일의 하이라이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요코스카는 미국 이외의 나라에 설치된 유일한 미 항공모함의 모항(母港)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3박 4일 일정의 마지막 날이었던 5월 28일 일본의 2만7000t급 헬기 탑재 호위함 ‘가가함(DDH-184)’ 갑판 위에 착륙한 ‘머린 원’에서 내렸다. 당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이 과정을 지켜보며 매우 만족한 표정을 지은 게 화제가 됐다. 교도통신은 이번에는 미일 정상이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인 조지워싱턴을 시찰할 예정이라고 했다. 사실상 이미 항모 능력을 확보한 일본이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을 계기로 핵 능력 강화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도쿄로 돌아와 재계와 간담회를 겸한 만찬을 가진 뒤 29일 한국으로 향한다.● ‘아베의 환대’ 재현에도 집중 트럼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했던 다카이치 총리는 총리 관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 준비에 주력하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변칙적이고 돌발적인 것으로 유명한 트럼프 대통령의 언행에 대응하기 위해 총리 취임 전부터 외무성으로부터 일종의 ‘과외’를 받았다. 또한 2019년 트럼프 1기 때 국빈방문을 담당했던 인력을 다시 투입해 ‘아베의 환대’를 재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전했다. 골프와 햄버거를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향에 맞춰 다카이치 총리가 과거 그와 밀착했던 아베 전 총리가 사용하던 골프 클럽과 금박을 입힌 골프공, 특제 햄버거 등을 제공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편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일본의 5500억 달러 대미 투자펀드에 대해 “절반 이상을 전력 사업과 에너지 개발에 투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27일 닛케이 인터뷰에서 밝혔다. 또 알래스카주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도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국과 세계 각국의 관세 협상이 열릴 전망이다. 다음달 5일에는 상호관세에 대한 연방대법원 첫 심리가 예정되어 있다. 조만간 관세의 장바구니 물가 반영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4월 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상호관세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 닉슨 쇼크, 관세를 협상카드로미국이 무역 상대국과 협상 카드로 사용하기 위해 관세를 부과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1971년 8월 15일 TV 담화를 통해 중대 발표를 했다. 일요일 밤의 깜짝 발표였다. 그는 금태환 중지, 임금과 가격 90일 동결, 수입품에 대한 할증(surcharge) 10%의 임시 부과를 즉각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닉슨 대통령은 “무역 상대국의 불공정 대우를 시정하겠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미국산 제품의 경쟁력 열세를 완화하고, 협상에서 상대국의 통화 절상과 시장 개방을 받아내기 위한 조치였다. 미국은 앞서 1930년 전 세계를 상대로 고율관세를 부과했다. 캐나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무역 상대국의 보복 관세 부과로 이어지며 글로벌 경제에 큰 상처를 안겼다. 유럽의 정치 불안과 독일 나치당의 부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런 역사적 배경 속에서 닉슨의 발표가 해외엔 큰 충격을 안겼다. *1930년 스무트-홀리법 시행으로 인한 파장은 에서 다뤘다. 그런데 미국 국내 여론은 닉슨 대통령의 발표를 환영했다. 발표 다음 날 뉴욕타임스(NYT) 사설은 “대통령의 대담함을 주저 없이 환영한다”고 썼다. 싱크탱크 카토연구소는 여론도 호의적이었다고 전했다. 미 증시는 ‘닉슨 랠리’로 화답했다. 다우존스 지수는 하루새 3.85%(32.93포인트) 뛰었고, 월가에서는 “닉슨 행정부가 건설적인 정책을 내놨다”는 평가가 나왔다. 여론은 백악관이 경제 해결책을 내놨다는 측면에서 기대를 걸었다. 1971년 미국 경제는 초기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우려가 컸다. 그해 여름 물가는 4% 중후반, 실업률은 6% 안팎을 기록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호황이 끝나고, 베트남 전쟁 비용의 부담이 커지고 있었다. 고정환율 속에서 해외에 풀린 달러가 미국의 금 보유량을 넘어섰고, 경상수지 적자도 누적되던 상황이었다. 환율과 무역을 시정하고, 물가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닉슨 대통령의 구상이 호응을 얻은 배경이다. 또 정책 패키지가 협상 결과에 따라 종료될 임시 조치라는 점을 강조해 스무트-홀리법과 다르다는 인식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 신속한 합의와 닉슨의 정치적 승리이듬해 닉슨은 재선을 앞두고 있었다. 결론부터 살펴보자면 닉슨은 재선에 성공했다. 깜짝 발표 4개월 만인 1971년 12월 18일 스미소니언 합의에 도달한 후 이틀 뒤 할증을 공식 종료했다. 미국, 영국, 프랑스, 서독, 이탈리아, 일본, 캐나다, 네덜란드, 벨기에, 스웨덴 주요 10개국(G10) 국가는 금 가격을 올려 달러를 절하하고, 각국 통화를 달러 대비 절상하기로 했다. 합의 이틀 뒤 수입 할증도 종료됐다. 미국 여론은 합의를 반겼고, 이듬해 경제는 괜찮았다. 1972년 국내총생산(GDP)는 전년 대비 5.3% 증가하며 강하게 성장했고, 실업률은 1972년 1월 5.8%에서 11월 5.3%로 떨어졌다. 1972년 소비자물가지수(CPI) 연간 상승률은 3.3%로 인상 폭이 완화했다. 국제 통화 질서 변화를 더이상 피하기 어렵다는 경고음이 나오던 상황에서 미국이 10%의 수입 할증이라는 강한 압박을 가하자 스무트-홀리법의 악몽을 피하고자 신속한 합의에 도달했을 가능성도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1930년 스무트-홀리법 시행 후 보복관세가 연쇄적으로 부과되며 세계 총 무역액은 절반 이하로 줄었다. ‘닉슨 쇼크’ 이틀 뒤 지스카르 데스탱 프랑스 재무장관은 폴 볼커 미 재무차관과 면담에서 “고정환율 원칙을 유지하지 못하면 1930년대의 혼돈과 보호무역으로 돌아갈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 상호관세에서 품목관세로 전환할까트럼프 행정부는 4월 2일 발표한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을 근거로 한 상호관세로 협상 지렛대(레버리지)를 극대화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상호관세에 100% 의존하는 건 아니다. 무역확장법 232조를 활용해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구리 등에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상호관세에서 품목관세로 무게추를 옮기고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상호관세에서 수십개 품목을 면제하고, 개별 무역협정 체결국에도 일부 품목의 관세 적용 면제를 허용했다.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는 원자재에 대한 관세 면제도 추진할 계획이다. 관세 여파를 버티던 기업들이 가격 인상을 더 이상 미루기 힘들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물가 방어를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반면 품목관세는 확대하는 모양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달 들어 트럭, 의약품, 가구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달에는 금, LED 조명, 일부 광물과 화학제품, 금속제품 등 수백개 품목을 ‘부록2’로 정리해 상호관세를 면제하는 대신 232조에 따른 관세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상호관세를 활용해 속도전을 벌이던 트럼프 행정부가 법적 안정성이 확인된 232조 확대 적용을 위한 작업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식통들은 품목관세가 연방대법원에서 상호관세 위헌 판결이 날 가능성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로 여겨진다고 WSJ에 전했다. 232조는 상무부가 국가 안보 위협 여부를 조사해 대통령에게 보고해야 하는 절차를 밟아야 해 상호관세에 비해 속도가 느리다. 하지만 소송으로 무효화될 가능성이 작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미 집권 1기 때 이 조항에 근거한 철강 관세가 법원에서 문제가 없는 것으로 정리됐다. 232조에 따른 관세 적용 품목과 세율을 촘촘히 설계해 동맹과 맞춤형 협상에 나설 수도 있다. 이 경우 생활 물가에 가는 타격도 제한된다. 제시 크라이어 조지타운대 법학교수는 지난달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의회교류센터(KIPEC) 행사에서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품목 관세를 충분히 광범위한 분야에 적용하면 IEEPA에 따른 상호관세와 동일한 결과를 달성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30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국과 중국 정상이 처음으로 한국에 동시 국빈 방문한다. 한미, 미중, 한중 정상회담이 모두 경주에서 열릴 것으로 보인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24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APEC 정상외교 일정을 소개하며 “미국과 중국 정상이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국빈 방문 일정을 소화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날 중국 외교부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30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경주 APEC 정상회의 참석차 한국을 국빈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시 주석의 국빈 방한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이후 11년 만이다. 시 주석은 30일 미중 정상회담, 다음 달 1일 한중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이날 궈자쿤(郭嘉昆)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중국은 중한 관계를 중시하며, 한국에 대한 정책은 안정성과 연속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집권 1기 때 문재인 당시 대통령의 초청으로 2017년 11월 1박 2일 일정으로 한국을 국빈 방문했다. 2019년 6월 30일에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마친 뒤 한국을 찾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판문점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23일(현지 시간) 캐럴라잇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29일 이재명 대통령과 양자회담을 가진 뒤 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오찬에 연설자로 나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시 주석과 회담 후 출국하며, 31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APEC 정상회의 본회의에는 불참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CEO 서밋에서 참석 기업들에 대미 투자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미국프로농구(NBA) 전현직 선수와 감독이 대거 연루된 스포츠 베팅 조작 및 사기 도박 사건이 발각됐다. 2025∼2026시즌 개막 이틀 만에 34명의 관련 피의자가 체포돼 미 스포츠계가 발칵 뒤집혔다. 23일(현지 시간) 미 연방수사국(FBI), 국토안보국(HSI), 뉴욕경찰청(NYPD) 등은 뉴욕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합동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체포된 현직 NBA 관계자는 포틀랜드의 천시 빌럽스 감독(49)과 마이애미의 현역 선수 테리 로지어(31)다.빌럽스 감독은 포커 게임 사기에 연루됐다. 그는 현역 선수 시절 5차례 NBA 올스타에 선정됐고, 지난해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인물이다. 수사 당국에 따르면 마피아 조직은 유명 운동선수들과 함께 하는 포커 게임을 미끼로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이어 포커 카드를 섞는 기계를 조작하고 카메라, 엑스레이 등을 이용해 상대방의 패를 읽는 수법으로 수만 달러에서 수십만 달러를 가로챘다. 수사 당국은 감비노, 루케세, 보난노 등 미 동부에서 활동하는 이탈리아계 마피아 조직을 사기 포커 배후로 지목했다. 전날 미네소타와 시즌 개막전을 치른 빌럽스는 23일 연고지 포틀랜드에서 체포됐다. 빌럽스를 비롯해 31명이 사기 도박 혐의를 받고 있다.로지어는 스포츠 베팅 조작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23년 3월 23일 치러진 NBA 경기에서 당시 샬럿 소속이던 그는 경기 시작 9분 만에 부상을 이유로 경기를 중단했다. 경찰은 로지어가 자신의 기록 부진에 20만 달러를 베팅한 범인들과 사전에 공모했다고 보고 있다. 로지어는 2022년 12월∼2024년 3월 7개의 경기에서 내부 정보를 알려준 혐의도 받고 있다.데이먼 존스(49)는 LA 레이커스 팀 스태프로 일하면서 간판스타 르브론 제임스의 출전 여부 등을 공모자들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존스는 2023년 2월 9일 밀워키와 레이커스의 경기에 앞서 공범들에게 제임스의 결장 사실을 알리며 “밀워키에 판돈을 걸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해당 경기에서 레이커스는 밀워키에 106-115로 패했다. 승부 조작 가담 혐의자는 로지어와 존스를 포함해 6명이며, 이 중 존스를 비롯한 일부는 사기 도박에도 관여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미국프로농구(NBA) 전·현직 선수와 감독이 연루된 스포츠 베팅 조작 및 사기도박 사건이 발각됐다. 2025~2026시즌 개막 이틀만에 34명의 피의자가 체포되며 미 스포츠계가 발칵 뒤집혔다. 23일(현지 시간) 미 연방수사국(FBI), 국토안보국(HSI), 뉴욕경찰청(NYPD) 등은 미국 뉴욕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합동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체포된 현직 NBA 관계자는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의 챈시 빌럽스 감독(49)과 마이애미 히트의 현역 선수인 테리 로지어(31)다.현직 감독 빌럽스는 포커 게임 사기에 연루됐다. 빌럽스는 현역 시절 5차례 올스타에 선정됐으며 지난해 명예의 전당까지 헌액된 인물이다. 수사당국에 따르면 마피아 조직은 유명 운동선수들과 함께하는 포커 게임을 미끼로 피해자들을 유인해 포커 카드를 섞는 기계를 조작하고 카메라, 엑스레이 등을 이용해 상대방의 패를 읽는 수법으로 수만 달러에서 수십만 달러를 가로챘다. 수사당국은 감비노와 루케세, 보난노 등 미 동부에서 활동한 이탈리아계 마피아 조직을 배후로 지목했다. 전날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와 시즌 개막전을 치른 빌럽스는 23일 연고지 포틀랜드에서 체포됐다. 빌럽스를 비롯해 총 31명이 사기도박 혐의를 받고 있다. 로지어는 스포츠 베팅 조작에 관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2023년 3월23일 치러진 경기에서 당시 샬럿 호니츠 소속이었던 로지어는 경기 시작 9분만에 부상을 이유로 경기를 중단했는데, 수사당국은 로지어가 이 정보를 로지어의 부진에 20만 달러를 베팅한 공모자들에게 흘렸다고 봤다. 로지어는 해당 사례를 포함해 2022년 12월~2024년 3월 7개의 경기에서 관련 내부 정보를 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데이먼 존스(49)는 로스앤젤레스 레이커스 팀 스태프로 일하면서 간판 스타 르브론 제임스의 출전 여부 등을 공모자들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존스는 2023년 2월 9일 밀워키 벅스와 레이커스의 경기에 앞서 공범들에게 “오늘 밤 밀워키에 큰돈을 걸어라”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존스는 제임스가 부상으로 결장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제임스가 결장한 레이커스는 밀워키에 106-115로 패했다. 승부 조작 가담 혐의자는 로지어와 존스를 포함해 6명이며, 이들 중 존스를 비롯한 일부는 사기 도박에도 관여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이곳은 호주판 실리콘밸리(Australian version of Silicon Valley)입니다.” 지난달 23일(현지 시간) 찾은 호주 남동부 빅토리아주의 대표적인 산업도시인 질롱에선 이런 표현을 쓰는 기업인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호주에서 시드니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2대 도시 멜버른에서 약 75km 떨어진 질롱에는 방산과 신소재를 중심으로 다양한 분야의 첨단 기업이 자리 잡고 있다. 이로 인해 인구 및 경제 성장세도 두드러진다. 인구 30만 명의 질롱에는 약 100년간 미국 포드자동차와 그 협력 업체들의 공장이 자리했다. 미국 자동차산업의 메카인 미시간주 디트로이트를 본떠 ‘호주의 디트로이트’로도 불렸다. 하지만 1990년대부터 급속한 세계화로 자동차 관련 공장들이 속속 폐쇄되면서 도시 전체가 위기를 맞았다. 시 당국은 자동차 대신 방산, 신소재, 보건의료, 에너지 관련 기업 유치에 공을 들였다. 불과 11년 전인 2014년만 해도 로이터통신 등이 ‘디트로이트’와 ‘실리콘밸리’의 갈림길에 있는 도시라고 평가했지만 이제 명실상부한 첨단 도시로 거듭났다.● 車→방산, 양모→탄소섬유로 변신포드차 공장이 영구 폐쇄됐던 2016년 채 24만 명이 되지 않았던 질롱의 인구는 10년새 28.7% 늘었다. 현재 인구의 약 20%가 최근 5년 안에 유입됐다. 특히 지난해 8월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첫 해외 공장인 ‘H-ACE’가 가동을 시작했다. 이곳에서 호주군의 주력 장갑차 ‘레드백’, 호주판 K-9 자주포 ‘AS9 헌츠먼’ 등이 생산될 예정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회사인 한화디펜스 호주의 딘 미치 운영총괄은 “자동차와 방위산업은 금속 가공을 위주로 한다는 점에서 전반적인 공정이 매우 비슷하다”며 “질롱과 인근 지역에 관련 기술과 노하우가 풍부한 고숙련 인력이 많다”고 말했다.1840년대부터 양모를 영국에 수출했던 질롱은 각종 털과 섬유 등을 가공하는 기술도 발달했다. 이런 전통은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공학 계열이 강한 지역 명문 디킨대에서는 ‘탄소섬유’ 연구가 활발하다. 탄소섬유는 철보다 훨씬 가볍고 내구성이 뛰어나 방산, 항공우주, 자동차, 건축 등에서 각광받는 첨단 소재다. 양모와 신섬유 산업에 연관성이 많다는 데서 착안해 관련 시설들이 이 학교에 자리 잡은 것이다. 지역 기업의 이익단체 질롱제조협회(GMC)의 제니퍼 코넬리 최고경영자(CEO)는 “질롱의 기업인들은 산업 쇠퇴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당국, 업계, 학계가 모두 합심해 미래 산업으로의 전환에 나섰던 것이 오늘날의 질롱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인구의 약 10%인 3만여 명이 보건의료 분야에 종사한다. 당국이 적극적으로 디킨대와 협력해 민간 및 공공병원을 육성한 결과다. 주민들은 굳이 멜버른까지 가지 않아도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는 점에 만족한다. 내년에 문을 열 여성·어린이 전문 병원에 대한 기대도 크다. 호주 국립경제산업연구소(NIER)에 따르면 2018∼2023년 5년간 질롱의 지역총생산(GRP)은 연평균 5.4% 성장해 호주 1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일자리(5.1%), 인구(2.2%) 증가율 또한 각각 전국 1,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질롱 도심에 위치한 열교환기 스타트업 ‘콘플럭스’의 마이클 풀러 창업자는 “직원 55명 중 약 40%가 다른 지역 출신”이라고 소개했다. 이 회사는 3D 프린팅 적층제조 특허 기술을 사용해 기계의 열을 식혀 주는 고성능 열교환기를 만는다. 글로벌 기업인 에어버스와 허니웰 등에 납품하고 있다. 그는 연고가 전혀 없는 질롱에서 창업한 이유를 묻자 “기술 인력이 많고, 이들의 거주 만족도 또한 높다”며 “기업하기 좋은 인프라와 문화를 갖췄다”고 강조했다.● 멜버른 집값의 70%에 젊은층 몰려 실제로 질롱은 인근 대도시 멜버른의 각종 인프라를 직간접적으로 누릴 수 있으면서도 집값은 훨씬 저렴하다. 현지 부동산 업체 ‘프롭트랙데이터’에 따르면 올 6월 기준 질롱의 주택 중위값은 59만 호주달러(약 5억5000만 원)로 멜버른의 약 70%다. 초중고교에서 대학까지 이어지는 교육 여건도 우수한 편이다. 지난해 멜버른을 떠나 질롱에 정착한 30대 주민 샤비 씨는 “멜버른에 비해 생활 수준이 떨어지지 않으면서도 주거비 등이 훨씬 덜 들고 환경도 자연친화적”이라며 “온 가족이 질롱으로 온 것에 만족하고 있다”고 했다. 시는 도시 재생 사업에 6억6700만 호주달러(약 6200억 원)를 투입했다. 또 신규 주택 단지 개발에 착수해 13만9800채를 추가 공급할 예정이다. 스트레치 콘텔즈 질롱 시장은 “30, 40대들이 자녀와 함께 둥지를 틀기 좋은 곳으로 인정받은 게 도시 부활의 주요 요인”이라며 “현 추세대로라면 2041년경에는 인구가 40만 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밝혔다.연구소 옆에 첨단공장 지은 디킨대… AI-방산-배터리 ‘스타트업 산실’로캠퍼스에 ‘창업 허브’도 조성해연구진이 기술상용화까지 도와지분 투자로 작년 1100억 수익도호주 질롱은 지역 거점 대학을 ‘지역 산업 살리기’에 적극 활용했다. 특히 대학 캠퍼스에 산업단지와 맞먹는 ‘창업 허브’를 조성하는 데 공을 들였다. 기술사업화와 스타트업 창업을 도와 자칫 연구실에서 사장될 수 있는 기술을 시장으로 끌어낸 것. 또 정부와 손잡고 벤처 투자펀드를 조성해 유망 업체를 유치했다. 이제는 방위산업, 배터리, 인공지능(AI) 등 미래 산업분야에서도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지난달 22일 방문한 디킨대 제조업 혁신단지 ‘질롱 미래 경제지구’엔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매뉴퓨처스’와 탄소섬유를 활용해 배터리 등을 생산하는 공장 ‘카본넥서스’가 나란히 자리잡고 있었다. 건물 뒤편으로는 7.2MW 규모의 태양광 단지가 펼쳐졌다. 배터리 생산과 AI 연구 같은 고전력 수요를 뒷받침할 1000A급 전력망도 깔려 있었다.디킨대는 연구실 옆에 공장을 지었다. 연구와 생산을 가까운 공간에서 진행해 효율성을 높이자는 취지였다. 질롱 미래 경제지구에 입주한 디킨대 첨단소재연구소(IFM)에는 시제품 양산이 가능한 호주의 첫 실증형 배터리 맞춤 제작공장이 세워졌다. 카본넥서스 연구진은 말레이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페트로나스와의 연구협력을 통해 공기 중 수분만으로 스스로 코팅 처리가 복원되는 ‘자가치유 코팅’을 개발했다. 해상플랜트, 송유관, 풍력 터빈 등 각종 구조물의 수명을 연장하고 유지보수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기술이다.첨단 제조업, 방위산업, 청정기술 스타트업이 입주한 매뉴퓨처스에는 업체마다 공장 부지가 주어진다. 50m2부터 시작해 150m2, 260m2 등으로 사업 진척에 따라 규모를 키울 수 있다. 매뉴퓨처스는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 창업가와 학내 연구진을 매칭하는 사업도 진행 중이다.글린 앳킨슨 디킨대 창업·사업개발·기술상용화 국장은 곡선미가 돋보이는 매뉴퓨처스의 철강 외장재를 가리키며 “디킨대 연구진과 창업가가 공동 개발한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스타트업 ‘폼플로우’는 철강을 균열 없이 90도 이상 구부리는 ‘무균열 절곡’ 기술을 상용화하는 데 성공한 뒤 2021년 공장을 짓고 매뉴퓨처스에서 퇴소했다. 앳킨슨 국장은 “이 같은 ‘졸업’ 성공 사례를 앞으로 10년간 50개를 만들어 호주의 독자적 기술 확보에 기여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디킨대의 ‘스타트업 산업단지’는 대학 재정에도 기여하고 있다. 오스트랄라시아(호주와 뉴질랜드를 합쳐서 부르는 표현) 지식상업화협회(KCA)에 따르면 디킨대는 지난해 스타트업 지분 투자를 통해 1억2000만 호주달러(약 1100억 원)의 수익을 거뒀다. 퀸즐랜드대에 이어 호주 대학 중 2위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창업 명문인 스탠퍼드대식 기술 상업화 모델이 디킨대에도 자리 잡은 것이다.※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 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질롱=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