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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충돌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18일(현지 시간) “전투가 시작된다”고 선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소재지를 파악하고 있지만 제거하지 않고 있다”며 무조건 항복을 요구하자 내놓은 반응이다.하메네이는 입법, 행정, 사법 3부의 위에 있는 이란의 최고 권력자다. 신정일치인 이란에서 종교적으로 신의 대리인을 맡고 대통령 인준·해임권까지 갖고 있다. 대통령은 4년에 한번 국민 투표로 뽑지만 최고지도자는 종신제다. 마수드 페제슈키안 대통령이 대외적으로는 국가 원수지만, 하메네이에게 이란 대내외 정책의 최종 결정권이 있다. 사법부 수장, 국영 언론 경영진, 내각 등의 임면권을 쥐고 있다. 1939년 평범한 성직자 가정에서 태어난 하메네이는 혁명 1세대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이란 팔레비 왕조에 맞서 여러 차례 투옥되며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을 이끈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의 최측근으로 떠올랐다. 혁명 직후 1981년 대통령으로 선출돼 7년간 이라크와 전쟁을 치렀다. 호메이니가 사망한 뒤 1989년 최고지도자로 발탁됐을 당시만 해도 전임자에 비해 대중적 호소력과 카리스마가 부족해 약한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철권을 쥐고 반대파 관리에 나서며 권력을 공고히 했다. 카네기 국제 평화 기금의 카림 사다드푸르는 “하메네이가 지난 100년 동안 가장 강력한 이란인 다섯 명 중 한명으로 변모했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특히 혁명 이후 체제 수호를 위해 창설된 최정예 부대 이란혁명수비대(IRGC)를 통해 내부 단속은 물론 대외 강경책을 폈다. 레바논 헤즈볼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하마스, 예멘 후티 반군 등 중동 일대 민병대를 지원해 친(親)이란 무장단체 ‘저항의 축’을 만들었다. 핵 프로그램 개발도 적극 추진했다. 1957년 친(親)서방 성향의 팔레비 왕조가 미국의 지원을 받아 시작된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꾸준히 이어 나간 것. 2000년대 초 고농축 우라늄의 농축을 일시 중단했으나 2006년 재개했다. 로이터통신은 “하메네이의 리더십 스타일은 이념적 경직성과 전략적 실용주의를 혼합했다”고 전했다. 이란의 생존이 위태로울 때는 기꺼이 굽히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하메네이는 2015년 경제제재 완화를 위해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독일 총 6개국과 이란 핵합의(JCPOA)를 체결했다. 그는 이라크 전쟁 당시 8년간 이어진 테헤란 공습과 지상전으로 호메이니가 1988년 휴전을 수용한 것을 두고 “영웅적 유연성”이라는 개념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지친 직원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 직원들이 16일 월례회의 도중 열악한 근무 환경 등을 이유로 파업을 선언했다. 전시실 안내 직원 사라 세피앙 씨는 “예술 작품뿐 아니라 직원도 보호해야 한다”고 AP통신에 말했다. 최근 유럽에서 ‘과잉 관광’ 논란이 벌어지는 가운데 프랑스의 대표 관광지인 루브르 박물관도 방문객 급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루브르 박물관은 4시간 동안 문을 닫았다. 매표소 직원, 보안 인력, 전시실 안내원 등 대부분의 현장 직원이 근무를 거부하고 자리를 떠났다. 이례적으로 강행한 파업에 이날 박물관 앞에서 관람객 수천 명이 대기했다. 운영은 18일 재개된다. 월례회의 도중 노조원 투표를 거치지 않고 파업을 벌인 이유에 대해 노동조합은 “우리는 너무 지쳐 있었고 상황이 점점 더 악화되는 것을 견딜 수 없었다”고 밝혔다.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박물관으로 꼽히는 루브르 박물관의 지난해 방문객은 870만 명에 달한다. 박물관 설계 당시 예상한 수용 인원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하루 최대 3만 명까지 방문객을 받았으나, 그에 비해 시설과 인력에 대한 투자가 턱없이 부족했다는 것이 직원들의 주장이다. 프랑스 정부의 루브르 박물관 운영 보조금은 지난 10년간 20% 이상 줄었고, 박물관은 최근 15년간 일자리 200개 이상을 없앴다. 일부 건물은 방수가 되지 않는 등 건물 노후화도 심각하다. 화장실, 휴식 공간 등도 부족한 상황. 지난해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루브르 박물관 개보수에 대한 기대가 컸으나 수포로 돌아갔다. 올 1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향후 10년간 루브르 박물관 개보수에 최대 8억 유로(약 1조260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직원들은 “예산이 박물관 대표 작품인 ‘모나리자’ 전시실 구축에 집중돼 있고, 만성적인 인력 부족 문제를 더 이상 견딜 수 없다”며 파업을 강행했다. 루브르 박물관 파업은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등의 주요 관광 도시에서 과잉 관광 반대 시위가 펼쳐진 지 하루 만에 벌어졌다. 시위대는 과잉 관광으로 인한 주거비 상승과 환경 오염 등을 문제 삼으며 광장과 카페 등 관광지에서 물총으로 물을 뿌렸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지치고 절박한 직원들의 분노가 폭발했다.”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 직원들이 16일(현지 시간) 평범한 월례회의 도중 갑자기 파업을 선언했다.이들은 열악한 근무환경을 이유로 꼽았다. 전시실 안내 직원 사라 세피안 씨는 AP통신에 이같이 전하며 “예술 작품뿐 아니라 직원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름철 관광 성수기를 맞은 유럽에서 ‘과잉관광’의 부작용에 대한 반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AP통신에 따르면 이날 루브르 박물관은 4시간 동안 문을 닫았다. 매표소 직원, 보안 인력, 전시실 안내원 등 대부분의 현장 직원이 근무를 거부하고 자리를 떠났다. 이례적으로 강행한 파업에 이날 박물관 앞에서는 관람객 수천 명이 입장을 위해 줄지어 대기했다. 운영은 18일 재개된다. 월례회의 도중 노조원 투표를 거치지 않은 불법 파업을 벌인 이유에 대해 노동조합 측은 “우리는 너무 지쳐 있었고 상황이 점점 더 악화되는 것을 견딜 수 없었다”고 밝혔다.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박물관으로 꼽히는 루브르 박물관의 지난해 방문객은 870만 명에 달한다. 박물관 설계 당시 예상한 수용 인원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하루 최대 3만 명까지 방문객을 받았으나, 그에 비해 시설과 인력에 대한 투자가 턱없이 부족했다는 것이 직원들 주장이다. 프랑스 정부의 루브르 박물관 운영 보조금은 지난 10년간 20% 이상 감소했고, 박물관은 지난 15년간 일자리 200개 이상을 없앤 것으로 알려졌다.일부 건물은 방수가 되지 않는 등 건물 노후화도 심각하다. 화장실, 휴식 공간 등도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해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루브르 박물관 개보수에 대한 기대가 컸으나 수포로 돌아갔다. 올 1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향후 10년간 루브르 박물관 개보수에 최대 8억 유로(약 1조260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직원들은 예산이 박물관 대표 작품인 ‘모나리자’ 전시실 구축에 집중되어 있고, “만성 인력 부족 문제를 더 이상 견딜 수 없다”며 파업을 강행했다. 루브르 박물관 파업은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등의 주요 관광 도시에서 과잉관광 반대시위가 펼쳐진 지 하루 만에 벌어졌다. 시위대는 과잉 관광으로 인한 주거비 상승과 환경 오염 등을 문제 삼으며 광장과 카페 등 관광지에서 물총으로 물을 뿌렸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이번 행사는 코인베이스의 후원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14일 미국 수도 워싱턴에서 열린 미 육군 창설 250주년 열병식. 미 육군의 시대별 변천사에 따라 6·25전쟁을 소개하던 사회자가 갑자기 미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후원 사실을 장내에 공지한 것. 장병들을 큰 박수로 맞던 시민들 사이에서 느닷없는 후원사 언급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날 열병식에선 사회자가 여러 차례 후원사를 언급하고, 행사장 곳곳에 후원사 로고와 상품이 노출되는 등 열병식이 지나치게 상업성을 띠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팔란티어, 아마존, 오라클 등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밀접한 관계의 기업들이 후원사로 나서 “트럼프 행정부가 특정 기업들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친트럼프 기업 광고판 됐다”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오라클, 록히드마틴, UFC, 코인베이스, 팔란티어, 아마존, 골드만삭스, 크라이슬러, 지프, 코카콜라, 월마트, T모바일, 인터콘티넨털호텔그룹 등 31개의 기업이 이날 열병식의 후원사로 나섰다. 이 중 일부는 제품이나 상표가 행사 도중 등장했다. 코인베이스와 방산기업 록히드마틴, 인공지능(AI) 방산기업 팔란티어 등은 사회자가 행사 도중 “이번 행사를 후원한 기업”이라며 콕 집어 언급했다. 열병식 부대 행사에서 제품을 홍보한 기업도 있었다. 백악관 앞 내셔널몰 공원 일대에서 열병식이 열린 가운데 종합격투기 단체 UFC가 공원 곳곳에 홍보 부스를 차리고 경기 후원 음료 업체의 신제품을 시민들에게 나눠 줬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UFC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데이나 화이트가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각 기업의 구체적인 후원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수석 윤리 변호사로 활동한 리처드 W 페인터는 “정부 행사가 친트럼프 성향 기업의 광고판처럼 활용됐다”며 “연방 규정에 따라 공직자와 측근이 사적 이익을 위해 공직을 사용하는 건 금지”라고 NYT에 말했다. 윤리 문제에 대한 지적에 백악관은 강하게 반발했다. 백악관은 애나 켈리 대변인 명의로 “육군 250년의 역사와 조국을 위해 싸우고 죽은 국민을 기리는 역사적인 행사를 모욕하기 위한 억측”이라는 성명을 냈다.● 후원사들, 정부 계약 및 규제 완화 혜택 일각에선 후원사로 참여한 기업들이 트럼프 행정부 들어 상당한 이익을 봤다는 지적이 나온다. J D 밴스 미 부통령의 멘토로, 실리콘밸리에서 트럼프 지지를 이끈 피터 틸이 창업한 팔란티어가 대표적이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4개월 만에 팔란티어는 연방정부 계약을 통해 1억13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여기에 추가로 국방부와 7억95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팔란티어는 정보 수집 및 분석과 관련된 각종 AI 기술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오라클 역시 창업자 래리 엘리슨 회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개인적으로 가까운 사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복귀 직후 5000억 달러를 AI 데이터센터 건설에 투자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발표했는데, 이는 오라클과 오픈AI, 소프트뱅크가 합작한 프로젝트다. 틱톡 인수를 놓고 트럼프 대통령이 “래리가 인수하면 좋겠다”고 언급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코인베이스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미등록 증권거래소 및 중개업자로 운영됐다는 혐의를 받고 있었으나, 트럼프 2기 집권 직후인 올 2월 SEC가 소송을 취하했다.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가 가상화폐 투자자이고, 올 3월 가상화폐 비축 제도 도입을 규정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특히 12일에는 미 켄터키주 내슈빌에서 코인베이스가 개최한 포럼에 영상 연설을 보내 “스테이블코인을 제도화하는 법안 통과를 위해 의회와 협력하고 있다”며 “간단하고 명확한 규제 체계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이란 국민의 80%는 ‘신학 깡패들(theological thugs)’을 버리고 있다.” 이란 공격 사흘째인 15일(현지 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란 국민이 근본주의 이슬람을 지향하는 현 정권을 지지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그는 13일 영어로 연설한 영상에서 “이란 국민이 단결해 악하고 억압적인 정권으로부터 자유를 위해 싸워야 할 때가 왔다”고 밝힌 데 이어 또 한번 이란 정권 교체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스라엘이 이란 국민들의 민심을 뒤흔드는 건 물론이고, 신정일치 체제인 이란의 절대 권력자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에 대한 암살을 시도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 시설 제거에 그치지 않고, 자국에 극도로 적대적인 정치 리더십을 붕괴시키려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네타냐후, 이란 ‘정권 교체’ 언급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인터뷰에서 ‘이란의 정권 교체도 이스라엘의 목표인가’라는 질문에 “이란 정권은 매우 약하기 때문에 분명 그런 결과(정권 교체)가 있을 수 있다”고 답했다. 앞서 이스라엘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이란 정권 교체가 이번 공습의 목적이라고 밝히지 않았다. 그는 하메네이를 암살하려는 이스라엘의 계획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거부했다는 로이터통신 보도에 대해선 “그 문제는 다루지 않겠다”며 답변을 피했다. 대신 그는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우리는 해야 할 일을 하고, 앞으로도 해야 할 일을 할 거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15일 로이터는 미국 관리 두 명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하메네이를 암살할 기회가 있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말렸다고 전했다. 하메네이가 신변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영국 런던에 거점을 둔 이란 반정부 매체 이란인터내셔널은 소식통을 인용해 “하메네이가 아들 모즈타바를 포함한 가족들과 지하 벙커에 머물고 있다”고 15일 전했다. 소식통은 “이스라엘이 작전 첫날인 13일 하메네이를 공격해 살해할 수 있었지만, 이란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완전히 해제하는 결정을 내릴 기회를 주기 위해 그를 살려두기로 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스라엘이 15일 자국으로부터 2300km 떨어진 이란 북동부 마슈하드를 처음 타격한 데 대해 소식통은 “이란 내 어느 곳도 안전하지 않다는 하메네이에 대한 경고”라고 설명했다. ● 이란, 이스라엘에 초음속 탄도미사일 발사… 미 대사관 분관도 손상 교전 사흘째인 15일 이란 외교부 건물과 이스라엘 공항이 타격을 입는 등 양국의 공습이 강화되고, 피해도 커지고 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란 국영 언론은 15일 이란 혁명수비대 정보국장인 모하마드 카제미 준장 등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숨졌다고 확인했다. 이스라엘은 공군 전투기로 이란 혁명수비대의 핵심부대인 쿠드스군 지휘부도 공습했다. 이란은 16일 새벽 초음속 탄도미사일을 활용해 이스라엘 텔아비브, 하이파, 브네이브라크 등을 공격했고, 이는 13일 보복에 나선 뒤 이스라엘에 가장 큰 타격을 입혔다고 이란 타스님통신이 보도했다. 이란의 미사일 공격으로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관 분관 일부도 손상됐다. 이스라엘군은 이란이 13일 이후 탄도미사일 370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CNN방송에 따르면 16일 오전 기준 이스라엘에선 최소 24명이 사망했고, 592명이 부상당했다. 이란에선 최소 224명이 숨졌고, 1400여 명이 다쳤다. 피해가 커졌지만 이스라엘 내 전쟁 지지 여론이 이어져 공습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더타임스는 네타냐후 총리가 15일 이란의 공격을 받은 현장을 방문했을 때 큰 환대를 받았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휴전을 압박하더라도 네타냐후 총리는 거부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오히려 이스라엘이 조만간 지하 구조물을 뚫고 들어가 폭발하는 고성능 ‘벙커버스터’를 요청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폭탄은 지하 깊은 곳에 있는 이란의 핵심 우라늄 농축 및 저장 시설을 공격하는 데 꼭 필요하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이번 행사는 코인베이스의 후원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14일 미국 수도 워싱턴에서 열린 미 육군 창설 250주년 열병식. 미 육군의 시대별 변천사에 따라 6.25 전쟁을 소개하던 사회자가 갑자기 미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후원 사실을 장내에 공지한 것. 장병들을 큰 박수로 맞던 시민들 사이에서 느닷없는 후원사 언급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이날 열병식에선 사회자가 여러 차례 후원사를 언급하고, 행사장 곳곳에 후원사 로고와 상품이 노출되는 등 열병식이 지나치게 상업성을 띄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팔란티어, 아마존, 오라클 등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밀접한 관계의 기업들이 후원사로 나서 “트럼프 행정부가 특정 기업들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친트럼프 기업 광고판 됐다”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오라클, 록히드마틴, UFC, 코인베이스, 팔란티어, 아마존, 골드만삭스, 크라이슬러, 지프, 코카콜라, 월마트, T모바일, 인터컨티넨탈호텔그룹 등 31개의 기업이 이날 열병식의 후원사로 나섰다. 이 중 일부는 제품이나 상표가 행사 도중 등장했다. 코인베이스와 방산기업 록히드마틴, 인공지능(AI) 방산기업 팔란티어 등은 사회자가 행사 도중 “이번 행사를 후원한 기업”이라며 콕 집어 언급했다.열병식 부대 행사에서 제품을 홍보한 기업도 있었다. 백악관 앞 내셔널몰 공원 일대에서 열병식이 열린 가운데 종합격투기 단체 UFC가 공원 곳곳에 홍보 부스를 차리고 경기 후원 음료 업체의 신제품을 시민들에게 나눠줬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UFC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데이나 화이트가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각 기업의 구체적인 후원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수석 윤리 변호사로 활동한 리처드 W 페인터는 “정부 행사가 친트럼프 성향 기업의 광고판처럼 활용됐다”며 “연방 규정에 따라 공직자와 측근이 사적 이익을 위해 공직을 사용하는 건 금지”라고 NYT에 말했다.윤리 문제에 대한 지적에 백악관은 강하게 반발했다. 백악관은 안나 켈리 대변인 명의로 “육군 250년의 역사와 조국을 위해 싸우고 죽은 국민을 기리는 역사적인 행사를 모욕하기 위한 억측”이라는 성명을 냈다.● 후원사들, 정부계약·규제 완화 혜택일각에선 후원사로 참여한 기업들이 트럼프 행정부 들어 상당한 이익을 봤다는 지적이 나온다. J D 밴스 미 부통령의 멘토로, 실리콘밸리에서 트럼프 지지를 이끈 피터 틸이 창업한 팔란티어가 대표적이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4개월 만에 팔란티어는 연방정부 계약을 통해 1억13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여기에 추가로 국방부와 7억95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팔란티어는 정보 수집 및 분석과 관련된 각종 AI 기술을 제공하는 기업이다.오라클 역시 창업자 래리 엘리슨 회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개인적으로 가까운 사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복귀 직후 5000억 달러를 AI 데이터센터 건설에 투자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발표했는데, 이는 오라클과 오픈AI, 소프트뱅크가 합작한 프로젝트다. 틱톡 인수를 놓고 트럼프 대통령이 “래리가 인수하면 좋겠다”고 언급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코인베이스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미등록 증권거래소 및 중개업자로 운영됐다는 혐의를 받고 있었으나, 트럼프 2기 집권 직후인 올 2월 SEC가 소송을 취하했다.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가 가상화폐 투자자이고, 올 3월 가상화폐 비축 제도 도입을 규정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특히 12일에는 미 켄터키주 내슈빌에서 코인베이스가 개최한 포럼에 영상 연설을 보내 “스테이블코인을 제도화하는 법안 통과를 위해 의회와 협력하고 있다”며 “간단하고 명확한 규제 체계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이란 국민의 80%는 ‘신학 깡패들(theological thugs)’을 버리고 있다.”이란 공격 사흘째인 15일(현지 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란 국민이 근본주의 이슬람을 지향하는 현 정권을 지지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그는 13일 영어로 연설한 영상에서 “이란 국민이 단결해 악하고 억압적인 정권으로부터 자유를 위해 싸워야 할 때가 왔다”고 밝힌데 이어 또한번 이란 정권 교체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이스라엘이 이란 국민들의 민심을 뒤흔드는 건 물론이고, 신정일치 체제인 이란의 절대 권력자 알리 하메네이 최고 지도자에 대한 암살을 시도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 시설 제거에 그치지 않고, 자국에 극도로 적대적인 정치 리더십을 붕괴시키려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네타냐후, 이란 ‘정권 교체’ 언급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인터뷰에서 ‘이란의 정권 교체도 이스라엘의 목표인가’라는 질문에 “이란 정권은 매우 약하기 때문에 분명 그런 결과(정권 교체)가 있을 수 있다”고 답했다. 앞서 이스라엘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이란 정권 교체가 이번 공습의 목적이라고 밝히지 않았다.그는 하메네이를 암살하려는 이스라엘의 계획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거부했다는 로이터통신 보도에 대해선 “그 문제는 다루지 않겠다”며 답변을 피했다. 대신 그는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우리는 해야 할 일을 하고, 앞으로도 해야 할 일을 할 거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15일 로이터는 미국 관리 두 명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하메네이를 암살할 기회가 있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말렸다고 전했다.하메네이가 신변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영국 런던에 거점을 둔 이란 반정부 매체 이란인터내셔널은 소식통을 인용해 “하메네이가 아들 모즈타바를 포함한 가족들과 지하 벙커에 머물고 있다”고 15일 전했다. 소식통은 “이스라엘이 작전 첫날인 13일 하메네이를 공격해 살해할 수 있었지만, 이란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완전히 해제하는 결정을 내릴 기회를 주기 위해 그를 살려두기로 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스라엘이 15일 자국으로부터 2300km 떨어진 이란 북동부 마슈하드를 처음 타격한 데 대해 소식통은 “이란 내 어느 곳도 안전하지 않다는 하메네이에 대한 경고”라고 설명했다.● 이란, 이스라엘에 초음속 탄도미사일 발사…미 대사관 분관도 손상교전 사흘째인 15일 이란 외교부 건물과 이스라엘 공항이 타격을 입는 등 양국의 공습이 강화되고, 피해도 커지고 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란 국영 언론은 15일 이란 혁명수비대 정보국장인 모하마드 카제미 준장 등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숨졌다고 확인했다. 이스라엘은 공군 전투기로 이란 혁명수비대의 핵심부대인 쿠드스군 지휘부도 공습했다. 이란은 16일 새벽 초음속 탄도미사일을 활용해 이스라엘 텔아비브, 하이파, 브네이브라크 등을 공격했고, 이는 13일 보복에 나선 뒤 이스라엘에 가장 큰 타격을 입혔다고 이란 타스님통신이 보도했다. 이란의 미사일 공격으로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관 분관 일부도 손상됐다. 이스라엘군은 이란이 13일 이후 탄도미사일 370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CNN방송에 따르면 16일 오전 기준 이스라엘에선 최소 24명이 사망했고, 592명이 부상당했다. 이란에선 최소 224명이 숨졌고, 1400여명이 다쳤다.피해가 커졌지만 이스라엘 내 전쟁 지지 여론이 이어져 공습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더타임스는 네타냐후 총리가 15일 이란의 공격을 받은 현장을 방문했을 때 큰 환대를 받았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휴전을 압박하더라도 네타냐후 총리는 거부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오히려 이스라엘이 조만간 지하 구조물을 뚫고 들어가 폭발하는 고성능 ‘벙커버스터’를 요청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폭탄은 지하 깊은 곳에 있는 이란의 핵심 우라늄 농축 및 저장 시설을 공격하는 데 꼭 필요하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그린란드는 매물이 아니며 (강제로) 가져갈 수 있는 곳도 아니다.”15일(현지 시간) 캐나다에서 개막하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그린란드를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이렇게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 합병 의사를 밝힌 뒤 외국 정상이 그린란드를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이날 그린란드 수도 누크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그린란드 사태는 모든 유럽인에게 경종을 울리는 일”이라며 “분명히 말하건대 여러분(그린란드)은 혼자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자 기자회견을 지켜보던 군중 사이에서 박수가 나왔다고 AP통신이 전했다.마크롱 대통령은 미국이 그린란드 편입을 위해 무력을 사용한다면 프랑스가 군사적 지원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가정적 시나리오에 답하진 않을 것”이라며 “미국은 동맹이자 우방으로서, 다른 동맹(덴마크)을 향해 공격적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에서 곧장 캐나다로 이동하는 대신 그린란드를 경유하는 노선을 택했다. 이날 그린란드에 도착한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와 유럽연합(EU)의 연대를 표명하기 위해 왔다”고 밝혔다. 마크롱의 그린란드 방문은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와 옌스프레데릭 닐센 그린란드 자치정부 총리의 공동 초청에 따른 것이다. 덴마크 자치령은 그린란드는 외교와 국방을 덴마크에 의존하고 있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최근 마크롱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프랑스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덴마크는 프랑스산 지대공 미사일 도입을 결정하기도 했다.마크롱 대통령은 그린란드 일정을 마치고 G7 정상회의가 열리는 캐나다로 떠났다. G7 정상 중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과 이탈리아 조르자 멜라니 총리를 제외한 나머지 5개국 정상은 이번이 취임 후 첫 G7 정상회의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이 이번 회의를 주도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중동에서 전쟁이 확대되면서 우크라이나가 미국으로부터 무기를 받기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이스라엘이 13일 이란에 선제공격을 한 뒤 양국이 본토 공습을 주고받는 가운데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어려움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키이우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세르히 다닐로우 우크라이나중동연구소 부소장은 이같이 말하며 “미국이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을 크게 늘리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은 줄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이 중동 내 군사력 증강을 위해 무기 등을 재배치하는 움직임도 이미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에 대해 휴전 협상을 강조하는 분위기 역시 약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美 방공미사일, 이스라엘로 재배치 현재 우크라이나 안팎에선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여 온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을 계기로 중동 문제에 더욱 집중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일각에선 추가 지원은 물론이고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약속해 둔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인도마저 더욱 지연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실제로 미국은 최근 중동에서 전쟁 발발 위험이 커지자 당초 우크라이나에 주기로 했던 방공미사일을 이스라엘에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의 이란 선제공격 가능성이 제기되던 9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 ABC방송 인터뷰에서 “무인기(드론) 격추를 위해 미국이 제공하기로 했던 방공미사일 2만 기가 이스라엘을 위해 재배치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조치는) 우크라이나 본토 방어에 있어 엄청난 타격”이라며 “이것(중동) 때문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줄지 않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가 하루에 드론 300∼400대를 날려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휴전 협상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제니 매더스 영국 애버리스트위스대 교수(국제정치학)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심이 중동으로 향하며 러시아에 대한 휴전과 평화 협정 압박도 약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2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린 2차 협상에서 포로 및 전사자 시신 교환에 합의했으나 양측의 충돌은 계속되고 있고 교환 작업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15∼17일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가능성도 있다. 만남이 성사될 경우 젤렌스키 대통령은 무기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 유가 상승은 러시아에 ‘선물’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 유가 상승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러시아에 호재로 여겨진다. 에너지 부문은 러시아 정부 재정 수입의 35∼40%를 차지한다. 사실상 전쟁 자금을 줄인 것. 중동산 원유의 안정적인 공급에 빨간불이 켜질 경우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미 비중동산 원유 가격에서 이 같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13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장중 13% 상승했던 국제 유가는 장중 상승폭이 축소됐다. 하지만 전 거래일 대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7.0%, 브렌트유는 7.3% 오르면서 배럴당 70달러 선을 넘겼다. 특히 14일 이스라엘이 이란 최대 가스전을 타격하는 등 에너지 시설을 겨눈 것을 감안할 때 국제 유가는 당분간 계속 오를 가능성이 있다. 이란이 세계 석유 이송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는 불안도 커지고 있다. 이미 일각에선 국제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선을 넘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유럽연합(EU)과 영국은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선을 현재 배럴당 60달러에서 25% 낮춘 45달러로 대폭 낮추자고 G7 회원국에 공개 제안했다. 상한제는 2022년 말 처음 도입됐으나 최근 국제 유가 하락으로 실효성 논란이 불거졌다. 미국과 일본이 이 방안에 지지 의사를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 결정을 아직 내리지 않았다”고 전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중동에서 전쟁이 확대되면서 우크라이나가 미국으로부터 무기를 받기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이스라엘이 13일 이란에 선제공격을 한 뒤 양국이 본토 공습을 주고받는 가운데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어려움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키이우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세르히 다닐로우 우크라이나중동연구소 부소장은 이같이 말하며 “미국이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을 크게 늘리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은 줄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이 중동 내 군사력 증강을 위해 무기 등을 재배치하는 움직임도 이미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에 대해 휴전 협상을 강조하는 분위기 역시 약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美 방공미사일, 이스라엘로 재배치현재 우크라이나 안팎에선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여 온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을 계기로 중동 문제에 더욱 집중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일각에선 추가 지원은 물론이고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약속해 둔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인도마저 더욱 지연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실제로 미국은 최근 중동에서 전쟁 발발 위험이 커지자 당초 우크라이나에 주기로 했던 방공미사일을 이스라엘에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의 이란 선제 공격 가능성이 제기되던 9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 ABC방송 인터뷰에서 “무인기(드론) 격추를 위해 미국이 제공하기로 했던 방공미사일 2만 기가 이스라엘을 위해 재배치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조치는) 우크라이나 본토 방어에 있어 엄청난 타격”이라며 “이것(중동) 때문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줄지 않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가 하루에 드론 300~400대를 날려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휴전 협상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제니 매더스 영국 애버리스트위스대 교수(국제정치학)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심이 중동으로 향하며 러시아에 대한 휴전과 평화 협정 압박도 약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2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린 2차 협상에서 포로 및 전사자 시신 교환에 합의했으나 양측의 충돌은 계속되고 있고 교환 작업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각에선 젤렌스키 대통령이 15~17일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가능성도 있다. 만남이 성사될 경우 젤렌스키 대통령은 무기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 유가 상승은 러시아에 ‘선물’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 유가 상승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러시아에 호재로 여겨진다. 에너지 부문은 러시아 정부 재정 수입의 35~40%를 차지한다. 사실상 전쟁 자금줄인 것. 중동산 원유의 안정적인 공급에 빨간불이 켜질 경우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미 비중동산 원유 가격에서 이 같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13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장중 13% 상승했던 국제유가는 장중 상승폭이 축소됐다. 하지만 전 거래일 대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7.0%, 브렌트유는 7.3% 오르면서 배럴당 70달러 선을 넘겼다. 특히 14일 이스라엘이 이란 최대 가스전을 타격하는 등 에너지 시설을 겨눈 것을 감안할 때 국제유가는 당분간 계속 오를 가능성이 있다. 이란이 세계 석유 이송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는 불안도 커지고 있다. 이미 일각에선 국제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선을 넘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유럽연합(EU)과 영국은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선을 현재 배럴당 60달러에서 25% 낮춘 45달러로 대폭 낮추자고 G7 회원국에 공개 제안했다. 상한제는 2022년 말 처음 도입됐으나 최근 국제 유가 하락으로 실효성 논란이 불거졌다. 미국과 일본이 이 방안에 지지 의사를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 결정을 아직 내리지 않았다”고 전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랜 숙원이던 열병식을 14일(현지 시간) 개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79번째 생일이던 이날 미 전역은 용광로가 되기도 했다. 50개주에서 이민 단속과 트럼프 대통령의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주방위군 배치에 반대하는 ‘노 킹스(No Kings)’ 시위가 약 2000여 건 벌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10일 “(방해하는) 시위대는 강한 무력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까지 날려가며 워싱턴에서 34년 만에 열병식을 열었다.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는 가운데 열린 행사는 폭스뉴스, 뉴스맥스 등 보수성향 매체를 통해 생중계됐다. ABC, CBS, NBC, CNN 등은 정규 편성 방송을 송출했다. 행사장 인근에서는 시위대 수백명이 모여 ‘파시즘을 거부하자’라고 이름 붙인 반발 집회를 열었다.● 617억원 든 미 육군 생일잔치그간 미 육군은 주로 창설 기념일을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의 저택 근처에 있는 미 육군 국립박물관에서 기념했다. 다만 육군에서도 250주년을 앞두고 지난해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에 “워싱턴에서 행사를 열자”는 의견을 내 승인을 받은 상황이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소규모로 진행할 계획이었다고는 한다. 당시 구상에서 참석자 수는 군인과 민간인을 포함에 300명에 그쳤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육군 250주년 행사에 힘을 실어줬다. 취임 열흘 만에 이 행사를 준비할 전담 조직 ‘태스크포스 250’을 발족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2월 중순에는 육군 관계자들이 박악관을 찾아가 “국가 차원의 대규모 행사를 열 때가 됐다”며 대규모 열병식을 제안했다고 한다. 백악관 관계자는 “육군 측에서 내는 아이디어를 매우 반기는 분위기였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항공기를 띄워 미군의 위용을 드러내라’는 식으로 구체적인 지시를 내렸다”고 WP에 말했다.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적극 반영된 이번 행사에 4500만 달러(약 617억 원)가 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국 각지의 병력 약 7000명, 에이브럼스 탱크, 스트라이커 전투차량, 브래들리 장갑차 등이 동원된 열병식 개최를 위해 미 국방부는 기존 사업을 삭감해 예산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 “미국에서 최고의 퍼레이드 하겠다”열병식에 대한 열망이 싹튼 것은 8년 전의 일이다.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은 프랑스를 방문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함께 7월 14일 바스티유 데이 군사 퍼레이드를 지켜봤다. 당시 샹젤리제 거리에서 탱크와 장갑차가 행진했고, 전투기가 파리 개선문 상공에 프랑스 국기 색깔인 파란색, 하얀색, 빨간색 연기를 그리며 비행했다. 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행사 직후 참모들에게 “우리도 미국에서 저런 걸 해야겠다”고 말했다. 두달 뒤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다시 마크롱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는 기자들에게 “내가 본 퍼레이드 중 최고였다”며 “미국이 넘어서겠다”고 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이듬해부터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지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국방장관이던 제임스 매티스의 보좌관 가이 스노드그래스가 쓴 회고록에 따르면 매티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소련식 권위주의를 연상시킬 수 있다”면서도 “한번 검토는 해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석에서는 “차라리 염산을 마시고 말지”라고 말할 정도로 거칠게 반발했다고 한다. ● 美 열병식은 ‘승전의 상징’워싱턴에서 열병식이 열린 것은 1991년 이후 34년 만이다. 1991년에는 1차 걸프전 승리를 기념하는 열병식이 열렸다. 아파치 헬기, 패트리엇 미사일 등 미군의 주력 자산을 신문과 방송을 통해서만 접하던 미국인들 사이에서 “이라크를 물리친 무기를 실제로 보고싶다”는 생각이 컸다. 이에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은 ‘사막의 폭풍’ 작전에 참여한 군인 8800명을 워싱턴으로 데려왔다. 관람객 80만 명이 현장을 찾아 이들의 행진을 직접 봤다. 미국에서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가 드물게 열리는 배경에 대해 CBS방송은 “미국 문화에는 좌든 우든 군사 권력에 대해 건전한 회의감을 갖는 오래된 전통이 존재한다”며 “미군 내부 문화에도 군사화된 사회에 대한 경계심이 깊게 뿌리내려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은 달랐다. 그가 미군을 남성성과 권위를 상징하는 시각적 자산으로 여기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웨스트포인트 육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여기 있는 사람들 정말 잘 생겼다. 전부 남자 모델처럼 생겼다” “다들 톰 크루즈 같은데, 더 낫다. 더 멋있고 강하고 터프하다” 등 졸업생들의 외모를 극찬했다. 이번 열병식에 참여한 7000여 명의 병사들은 시대별 제복을 입었다. 미국 독립전쟁, 남북전쟁, 제1·2차 세계대전, 6·25전쟁, 베트남전 시기의 군복을 재현한 복장을 입고 등장했다. 과거 전쟁에 사용된 중장갑 차량도 행진에 나섰다. 구형 전투기도 상공을 비행했다. 제2차 세계대전에 동원된 B-25 미첼 폭격기를 두고 사회자가 “도쿄 공습에 사용된 기종”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실제 전쟁의 종결을 기념하는 것도 아닌데 워싱턴에서 대규모 열병식이 열린 것에 대한 거부감은 크다. 뉴욕타임스(NYT)는 “개개인의 희생을 기리는 행사가 아니라 국가 또는 국가 수반의 영광을 위한 열병식에서 군복은 제복이 아니라 ‘코스튬’이 된다”고 지적했다. 열병식 취지에 불만을 표하며 불참한 참전 용사 단체도 일부 있다.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주 노던 버지니아 지역의 베트남참전용사회는 “순수하게 육군 창설 25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였다면 문제 될 게 없다. 그러나 이번 행사는 트럼프 생일과 얽혀 있다고 느껴졌고, 우리는 그걸 위한 들러리가 되고 싶지 않다”고 초대 거절 사유를 밝혔다. ● 캘리포니아에서는 시위 진압화려한 열병식이 벌어지는 가운데 13, 14일 주방위군과 해병대는 캘리포니아주 시위 현장에서 투입돼 합동작전을 벌였다. 앞서 민주당 소속 캘리포니아 주지사 개빈 뉴섬이 트럼프 대통령의 주방위군 투입 결정에 반발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더 많은 병력을 보내고 해병대까지 투입했다. 이에 보수 진영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출신으로 현재 보수 성향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에서 외교·국방 정책을 총괄하는 코리 샤키는 “열병식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캘리포니아 주방위군의 투입과 겹친 것도 불행한 우연이다. 하지만 불길한 인상을 줄 수 있다”고 NYT에 말했다. 정치적 논란을 의식해 공화당에서도 참여가 저조했다. 마조리 테일러 그린, 엘리스 스터파닉, 바이런 도널드 하원의원 등 강성 마가(MAGA) 성향의 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상원 공화당 존 슌 원내대표,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 등 공화당 중진 대부분이 불참했다. NYT는 열병식이 열리는 기간에 워싱턴을 떠나있는 군 관계자들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28화 요약: 미국에서 34년 만에 열병식이 개최됐다. 육군 창설 250주년을 기념하는 이날 행사에 7000명의 병력과 중장비가 동원됐다. 일부 참전용사 단체와 정치권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과 결합한 정치 쇼라는 비판도 나왔다. 같은 날 미 전역에서는 강경 이민 정책 등 트럼프 행정부 기조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캘리포니아 시위 진압을 위해 주방위군과 해병대까지 투입된 상황에서 군의 정치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동아일보가 아카이빙한 미니 히어로콘텐츠 ‘트럼프 2.0 폴리시 맵’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정책을 한 눈에 확인하세요.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미국과 이란의 6차 핵협상을 이틀 앞둔 13일(현지 시간) 새벽 이스라엘이 이란 핵 시설 등 군사시설 수십 곳을 기습 타격했다. 동시에 호세인 살라미 이란혁명수비대(IRGC) 총사령관, 모하마드 바게리 이란군 참모총장, 아미르 하지자데 IRGC 항공우주사령관 등 군 최고위 지휘관들과 모하마드 테헤란치 이슬람아자드대 총장, 페레이둔 아바시 전 이란원자력기구 대표 등 핵 과학자들도 표적 공습했다. 이란 메르흐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날 정오에도 나탄즈 핵 시설 등에 추가 공습을 가했다. 로이터통신은 이스라엘이 군지휘관 거주지는 물론 혁명수비대 회의가 열린 지하 지휘소까지 공격해 고위 지휘관 2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핵 과학자는 6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도 무인기(드론) 100여 대를 발사하는 등 즉각 보복에 나섰다. 이란이 중동 내 미군기지에 대한 보복 가능성까지 시사하는 등 확전 우려가 제기되며 국제 유가가 장중 한때 10% 넘게 치솟았다.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약 7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을 이란이 봉쇄할 경우 국내 경제도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전투기 200여 대를 동원해 이란 내 약 100개의 목표물에 대해 330발이 넘는 폭탄을 투하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과 군사시설을 공습하며 동시에 군 지휘관과 핵 개발 관여 과학자를 공격한 건 처음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영상 성명에서 “이스라엘은 ‘일어나는 사자(Rising Lion)’ 작전을 개시했다”며 “이스라엘 생존에 대한 위협을 격퇴하기 위한 것으로, 며칠이 걸려도 필요한 만큼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국영 IRNA통신에 따르면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이날 성명에서 이스라엘에 대해 “가혹한 응징을 당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과 요르단은 이란의 드론 및 미사일 보복 공격을 요격했다고 밝혔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에 여러 차례 협상의 기회를 줬지만 그들은 결국 해내지 못했다”며 “이란은 너무 늦기 전에 그냥 (협상을) 하라”고 밝혔다.이 “생존 위협 제거때까지 공격”… 이란 핵과학자 6명 표적 공습[이스라엘, 이란 선제 공격]이 “작전명 ‘일어나는 사자’ 개시”핵개발 심장부 나탄즈-테헤란 타격… 전세계 외교 공관 당분간 폐쇄 방침트럼프, 이 공격에 “훌륭하다 생각”… 美국무 “우리는 관여하지 않았다”“이스라엘의 생존 위협을 무력화하는 ‘일어나는 사자(Rising Lion)’ 작전을 개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3일(현지 시간) 이스라엘군이 이란 핵시설 등에 대한 공습을 개시한 직후 영상 성명에서 이렇게 밝혔다. 이는 구약성경의 민수기 23장 24절에서 따온 작전명으로, 사자로 표현된 이스라엘이 신의 보호 아래 적들을 완전히 물리칠 거라는 예언을 담고 있다. 이스라엘이 최대 숙적인 이란의 핵 위협을 제거할 때까지 공격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 작전은 생존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필요한 한 계속될 것”이라고 해 이번 군사작전이 지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스라엘은 전 세계 외교 공관도 안전을 위해 당분간 운영하지 않을 방침이다. 앞서 이스라엘은 2023년 10월 자국을 기습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레바논의 무장단체 헤즈볼라 등 역내 친(親)이란 무장단체들을 계속 공격해 사실상 무력화시킨 상태다. 자국 인근의 친이란 세력이 크게 약해진 상황을 기회 삼아 이란 핵 위협 제거에 전격적으로 나선 것이다. ● 美-이란 핵협상 앞두고 전격 공습앞서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 공격을 단행하더라도 미국과 이란의 6차 핵협상이 열리는 15일 이후일 거라고 봤다.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이르면 15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이 예상을 깨고 기습적으로 선제 공격에 나서면서 미국과 사전 교감이 있었는지도 관심을 끌고 있다. 13일 ABC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해 “훌륭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ABC에 따르면 그는 “이란에 기회를 줬지만 그들은 받아들이지 않았고, 강하게 맞았다. 앞으로 올 게 더 많다”고 했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이날 오후 이란에 대한 공격을 재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을 통해 “두 달 전 이란에 최후통첩을 줬는데 오늘이 61일째”라고도 밝혔다. 이에 따라 이란이 미국의 최후통첩 시한을 넘기자 이스라엘이 공격을 단행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다만, 공격 직후 미국은 이스라엘의 공격에 동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이란 공격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이란은 미국의 이익이나 인력을 표적으로 삼으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반면 이란 혁명수비대는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의 공격은 백악관의 사악한 통치자들과 테러리스트 미국 정권의 전적인 정보 제공과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이란 핵 절대 용납 못 해”그간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 개발을 최대 안보 위협으로 규정하고, 핵 개발 관련 인사들을 살해해 왔다. 2007년 핵물리학자 아르데시르 호세인푸르 시라즈대 교수, 2010년 마수드 알리 모하마디 테헤란대 교수, 2020년 모센 파흐리자데 나탄즈 우라늄 농축시설 부소장 등이 이스라엘에 의해 살해됐다. 이 같은 표적 공격을 위해 이스라엘은 정보기관 모사드 요원들도 이란에 대거 침투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 교착도 이스라엘에 공격 명분을 줬다. 트럼프 행정부는 핵탄두 원료를 추출할 토대가 되는 자체 우라늄 농축을 포기하라고 이란에 요구했지만, 이란은 이를 거부하고 새로운 농축 시설을 추가로 세우겠다며 맞섰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전날 이란이 핵무기 비확산 의무를 준수하지 않고 있다고 결의했다. 예루살렘포스트는 “이란은 1년, 심지어 몇 달 안에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다. 이스라엘 생존에 명백한 위협”이라고 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란 핵시설의 심장부인 나탄즈 지하 핵시설이 13일 공격으로 손상됐다고 주장했다. 다만 IAEA는 해당 시설에서 방사능 수치가 오르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이번 공격으로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이 사실상 중단돼 중동 위기가 고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란은 이날 “미국과의 핵협상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경제 제재를 겪고 있고, 군사시설도 대거 파괴된 이란이 핵협상을 완전히 무시하긴 어렵단 관측도 제기된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이스라엘의 생존 위협을 무력화하는 ‘일어나는 사자(Rising Lion)’ 작전을 개시했다.”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3일(현지 시간) 이스라엘군이 이란 핵시설 등에 대한 공습을 개시한 직후 영상 성명에서 이렇게 밝혔다. 이는 구약성경의 민수기 23장 24절에서 따온 작전명으로, 사자로 표현된 이스라엘이 신의 보호 아래 적들을 완전히 물리칠 거라는 예언을 담고 있다. 이스라엘이 최대 숙적인 이란의 핵 위협을 제거할 때까지 공격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 작전은 생존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필요한 한 계속될 것”이라고 해 이번 군사작전이 지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스라엘은 전세계 외교 공관도 안전을 위해 당분간 운영하지 않을 방침이다.앞서 이스라엘은 2023년 10월 자국을 기습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레바논의 무장단체 헤즈볼라 등 역내 친(親)이란 무장단체들을 계속 공격해 사실상 무력화시킨 상태다. 자국 인근의 친이란 세력이 크게 약해진 상황을 기회 삼아 이란 핵 위협 제거에 전격 나선 것이다. 다양한 부정부패 혐의를 받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가 전쟁을 통해 정치적 위기를 해결하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美-이란 핵협상 앞두고 전격 공습앞서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 공격을 단행하더라도 미국과 이란의 6차 핵협상이 열리는 15일 이후일 거라고 봤다.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 고위당국자를 인용해 이르면 15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핵협상에 앞서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만류했다는 보도도 나왔다.이스라엘이 예상을 깨고 기습적으로 선제 공격에 나서면서 미국과 사전 교감이 있었는지도 관심을 끌고 있다. 13일 ABC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해 “훌륭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ABC에 따르면 그는 “이란에 기회를 줬지만 그들은 받아들이지 않았고, 강하게 맞았다. 앞으로 올 게 더 많다”고 했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이날 오후 이란에 대한 공격을 재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을 통해 “두 달 전 이란에 최후통첩을 줬는데 오늘이 61일째”라고도 밝혔다. 이에 따라 이란이 미국의 최후통첩 시한을 넘기자 이스라엘이 공격을 단행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다만, 공격 직후 미국은 이스라엘의 공격에 동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이란 공격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이란은 미국의 이익이나 인력을 표적으로 삼으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반면 이란 혁명수비대는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의 공격은 백악관의 사악한 통치자들과 테러리스트 미국 정권의 전적인 정보 제공과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이란 핵 절대 용납 못해”그간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개발을 최대 안보위협으로 규정하고, 핵개발 관련 인사들을 살해해 왔다. 2007년 핵물리학자 아르데시르 호세인푸르 시라즈대 교수, 2010년 마수드 알리 모하마디 테헤란대 교수, 2020년 모센 파흐리자데 나탄즈 우라늄 농축시설 부소장 등이 이스라엘에 의해 살해됐다. 이 같은 표적 공격을 위해 이스라엘은 정보기관 모사드 요원들도 이란에 대거 침투시킨 것으로 알려졌다.최근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 교착도 이스라엘에 공격 명분을 줬다. 트럼프 행정부는 핵탄두 원료를 추출할 토대가 되는 자체 우라늄 농축을 포기하라고 이란에 요구했지만, 이란은 이를 거부하고 새로운 농축시설을 추가로 세우겠다며 맞섰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전날 이란이 핵무기 비확산 의무를 준수하지 않고 있다고 결의했다. 예루살렘포스트는 “이란은 1년, 심지어 몇 달 안에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다. 이스라엘 생존에 명백한 위협”이라고 했다.이스라엘군은 이번 공격으로 이란 핵시설의 심장부인 나탄즈 지하 핵시설이 13일 공격으로 손상됐다고 주장했다. 다만 IAEA는 해당 시설에서 방사능 수치가 오르지 않았다고 발표했다.이번 공격으로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이 사실상 중단돼 중동 위기가 고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란은 이날 “미국과의 핵 협상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경제제재를 겪고 있고, 군사시설도 대거 파괴된 이란이 핵 협상을 완전히 무시하긴 어렵단 관측도 제기된다. 이스라엘의 방공망 등을 감안할 때 이란의 보복 공격이 성과를 내는 게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많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이스라엘이 13일(현지 시간) 이란 핵시설과 군 장성 거주지 등에 대한 선제 공격에 나섰다. 이번 공격으로 이란 군서열 2위 모하마드 바게리 이란군 참모총장과 호세인 살라미 이란 혁명수비대(IRGC) 총사령관 등이 사망했다. 이스라엘은 작전이 며칠간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이스라엘은 전투기 수십 대를 동원해 이란 핵시설과 군시설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목표물 수십곳에 1단계 공세를 완료했으며, 작전이 수일간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이스라엘은 이번 작전명을 ‘일어서는 사자’(Rising Lion)로 명명했다. 베나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영상 성명에서 “이란 주요 핵 농축 시설인 나탄즈와 주요 핵 과학자를 공격했다”며 “이 작전은 위협을 제거하는 데 필요한 만큼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의 반격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란의 반격 수위에 따라 중동 위기가 높아질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란 수도 테헤란 북동쪽에서 큰 폭발음이 들렸다고 전했다. 알자지라 방송은 이스라엘이 오전 3시경 공격을 시작해 테헤란 시내에서만 6~9곳을 타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군 장성 거주지도 공습 대상에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이란 국영 TV는 혁명수비대 본부 건물이 공격을 받아 살라미 총사령관이 숨졌다고 전했다. 바게리 참모총장과 골람알리 라시드 군 총사령부 부사령관도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미국은 이번 공격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이스라엘은 이란에 대해 일방적인 행동을 취했다. 미국은 이란에 대한 공격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이란은 미국의 이익이나 인력을 절대 공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이란과 15일 오만 무스카트에서 6차 핵 협상을 열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9일 네타냐후 총리와의 통화에서 군사 옵션을 사용하기 전에 외교적 해법을 모색해보고 싶다며 즉각적 공격을 만류했다. 그러나 긴장이 고조되자 11일 이라크, 바레인, 쿠웨이트 같은 중동 국가 주재 대사관의 일부 인력에 대해 철수 명령을 내렸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미국 백악관이 11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서신 교환에 여전히 열려 있다(receptive)”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친서 외교’ 재개의 문을 열어두고 있다는 입장을 강조한 것이다.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대화 재개를 시도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첫 임기 중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이뤄진 진전을 다시 보고 싶어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12일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해 노력하겠다”는 내용의 싱가포르 합의를 채택한 지 7년째 되는 날이다. 김 위원장은 이후 미국에 경제 제재 해제 등을 요구하며 비핵화 조치를 거부하고 있다.레빗 대변인은 “(북-미 정상 간) 구체적인 서신 교환에 대해선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답변하도록 남겨두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NK뉴스는 트럼프 행정부가 뉴욕의 유엔 주재 북한 외교관에게 여러 차례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려 했지만 이들이 친서를 거부했다고 보도했다.트럼프 대통령은 4월 백악관 기자들과 만나 ‘김정은에게 가까운 시일 내 연락을 취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할 것”이라며 “(김 위원장과) 소통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백악관이 북한에 대화 재개를 촉구한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은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강조하고 나섰다. 이 대통령은 이날 6·15 정상회담 25주년 기념사에서 “소모적인 적대행위를 중단하고, 대화와 협력을 재개하겠다”며 “중단된 남북 대화 채널부터 빠르게 복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12일 자정부터 대남 소음 방송을 중지했다고 밝혔다. 전날 정부가 이 대통령의 지시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한 데 따른 조치로 보인다.외교성과 필요한 트럼프… 北의 친서 거부 논란에도 “열려있다”“트럼프, 김정은과 진전 원해” 배경은‘싱가포르 회담’ 7주년 앞두고… 대북매체 “트럼프, 金에 친서 시도”김정은, ‘군사 협력’ 푸틴 뒷배 확보… 제재 완화 ‘당근’ 없인 화답 미지수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시도한 정황이 알려져 그 의도와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 1월 재집권한 뒤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의 가자전쟁, 이란 비핵화 협상 같은 외교 의제를 조속히 마무리 짓겠다고 장담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에 집권 1기 때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북-미 정상의 대화 카드를 꺼내 외교 치적을 쌓으려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다만 북한 측이 순순히 대화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NK뉴스는 11일(현지 시간) 고위급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 재개를 목표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보낼 친서의 초안을 작성했고, 친서를 전달하려고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뉴욕의 북한 외교관들이 수령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특히 김 위원장은 12일 러시아 연방 설립을 기념하는 ‘러시아의 날’을 맞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보낸 축전에서 “조러(북-러) 친선 관계는 피로 맺어진 두 나라 장병들의 우애로 더 굳건해졌다”고 밝혔다. 보란 듯 러시아와의 ‘혈맹(血盟) 관계’를 과시한 것이다.● 백악관, ‘서신 발송 시도’ 보도 부인 안 해캐럴라인 레빗 미 백악관 대변인은 11일 기자회견에서 서신 발송 시도를 확인해 달라는 기자에게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서신 교환에 열려 있다. 2018년 싱가포르 (제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이뤄진 진전을 다시 보고 싶어 한다”고 답했다. 서신 교환에 대해선 “트럼프 대통령이 답하도록 남겨 두겠다”고 했다. 이처럼 공식 회견에서 보도 내용을 부인하지 않은 자체가 사실임을 인정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인 2018년 6월 싱가포르,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두 차례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그 과정에서 ‘러브레터(연애편지)’로 불린 친서도 27통 주고받았다. 12일은 싱가포르 회담이 개최된 지 7년을 맞는 날이다. 그런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염두에 두고 김 위원장과의 대화 가능성을 타진했을 가능성이 있다. 레빗 대변인이 싱가포르 회담을 콕 집어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트럼프 대통령은 올 4월 “(김 위원장과) 소통이 있다(there is communication). 그것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북한과의 접촉 가능성을 시사했다. 당시 그는 “나는 김정은과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 어느 시점엔 뭔가를 (북한과) 하게 될 것”이라고도 자신했다.그는 올 1월에도 김 위원장을 두고 “종교적 광신도(religious zealot)가 아니다. 똑똑한 남자”라고 추켜세웠다. 석 달 후에도 “매우 똑똑한 남자”라고 했다.● 푸틴 ‘뒷배’ 확보한 김정은, 대화 응할지 미지수다만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대북한 제재 완화 등의 ‘당근’을 제시하지 않고 ‘선(先) 대화 재개, 후(後) 협상’ 기조를 채택한다면 북한이 화답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는 관측도 나온다.김 위원장은 ‘노딜(No deal)’로 끝난 2019년 하노이 회담을 ‘치욕’으로 여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6년간 북한의 핵·미사일 역량은 트럼프 집권 1기 때보다 대폭 강화됐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트럼프 행정부가 확실한 대북정책 노선 변화를 선언하지 않는 한 친서 몇 건에는 호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일 것”이라며 “과거 하노이 노딜의 굴욕을 반복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했다.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며 급속도로 밀착하고 있는 북-러 관계도 변수다. 북한군은 우크라이나에 최소 1만1000명을 파병했고 이를 통해 러시아와의 각종 군사, 경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라는 든든한 뒷배를 확보한 김 위원장이 미국과의 관계 개선 필요성을 트럼프 1기 때보다 상대적으로 작게 느낄 수 있다. 실제 김 위원장은 이번 축전에서 러시아를 “형제 국가”로 칭했다.다만 양국 정상의 의지만 있다면 북-미 대화의 문이 언제든 열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키스 루스 미국 전미북한위원회(NCNK) 사무국장은 12일 최종현학술원과 미국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가 출간한 보고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이 김 위원장과의 대화 재개 무대를 마련했다”며 “양측의 정기적인 접촉과 신뢰 형성이 이뤄지면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고, 김 위원장이 워싱턴 백악관을 방문하는 광경을 전 세계가 지켜보게 될 수 있다”고 했다. 더그 밴도 케이토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북한 비핵화에만 집착하지 말고 북한의 군비 통제, 군사 위협 축소 등 ‘봉쇄와 억지’ 전략에 초점을 맞추라고 권고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중국이 미국에 희토류 수출을 재개하기로 했지만 그 기간을 6개월로 제한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미국과 중국이 9, 10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제2차 고위급 무역협상에서 합의안을 도출하며 극단 대립을 피했지만 향후 무역 갈등이 심화된다면 중국이 다시 ‘희토류 무기화’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린젠(林劍)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말한 것은 반드시 지킨다. 양측 모두 합의를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미중은 이번 무역협상을 통해 중국이 4월부터 통제에 들어간 핵심 희토류 7종에 대한 수출을 재개하고, 미국은 항공기 엔진 등의 대(對)중국 수출 규제를 완화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WSJ는 협상에 참여한 인사들을 인용해 중국이 향후 협상을 위해 계속 희토류 수출 통제를 유지하고 싶어 한다며 ‘6개월 한시 수출 허용’의 배경을 설명했다. 일각에선 이 같은 조치가 사실상 중국이 협상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두 나라가 지난달 10, 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연 제1차 고위급 무역협상의 합의 사항을 이행하기로 한 ‘프레임워크(framework·기본 틀)’의 세부 내용도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중국은 이 과정에서도 희토류 무기화를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엔진, 전기차 배터리, 스마트폰, 주요 무기 등의 생산에 희토류가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희토류가 협상 규칙 바꿔”… 中, 무기 핵심소재 앞세워 美약점 공략[美中 통상전쟁]中, 희토류 수출 6개월 한시적 허용AI반도체 통제로 中 압박하던 美… 中의 희토류 수출통제 역습에車업계 생산 차질 등 피해 가시화다급해진 트럼프, 결국 입장 바꾼듯… 공급망 전쟁 지속땐 韓-日 등도 부담“희토류가 (미중 통상협상) 규칙을 크게 바꿔놓았다.”11일(현지 시간) 미국 외교매체 포린폴리시(FP)가 9, 10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제2차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 결과에 대해 내린 평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1차 고위급 무역협상 때는 물론이고 그간 인공지능(AI) 반도체와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EDA) 수출 통제를 무기 삼아 중국을 압박했다.하지만 중국이 전기차 배터리, 스마트폰 등 각종 첨단 기기에 꼭 필요한 ‘핵심 희토류 7종’에 대한 수출 통제를 본격화하자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속내가 다급해졌다. 희토류 부족으로 미국 주요 자동차 기업들이 생산에 어려움을 겪는 등 피해가 가시화됐기 때문이다.트럼프 대통령은 11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런던 협상의 성과를 설명하면서도 “중국으로부터 희토류를 ‘선지급(up front)’ 형식으로 공급받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같은 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희토류 수출 허용 기간을 6개월로 제한했다고 보도해 희토류를 둘러싼 양측 이견이 여전히 크다는 것을 보여줬다.● “中, ‘핵심 7개 희토류 지렛대’ 적극 활용”이날 FP는 “런던 합의의 세부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시사하는 바가 크다”면서 “미국과 중국이 각자의 공급망 관련 카드를 협상 테이블에 명시적으로 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이런 변곡점을 만든 건 중국이 그동안 주머니 속에 넣어 뒀던 희토류 통제 카드를 과감하게 협상 지렛대로 활용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미국은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부터 AI 반도체 등의 대(對)중국 수출을 강하게 통제했다. 중국은 “일방적이고 부당한 조치”라며 수차례 협상을 요청했지만 미국은 “국가 안보와 밀접한 사안이어서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이에 반발한 중국이 이른바 ‘관세 전쟁’을 계기로 희토류 통제에 나서며 미국 산업계를 옥죄어 오자 트럼프 2기 행정부 또한 입장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중국이 올 4월부터 수출 통제에 나선 희토류 7종은 사마륨, 가돌리늄, 루테튬, 스칸듐, 테르븀, 디스프로슘, 이트륨이다. 중국 희토류관리조례에서 규정하고 있는 17종 중 절반에 못 미치는 7종에 불과하다. 하지만 사마륨은 미국의 주력 전투기인 F-35 등 군사 장비 제작에 꼭 필요하다. 디스프로슘 역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의 모터에 들어가는 영구자석의 첨가제로 쓰인다. 이트륨과 테르븀도 레이저와 광전소자 소재로 쓰인다.중국이 처음부터 수출 통제와 무역협상 연계를 원했고, 과감하게 희토류 통제 카드를 꺼냈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중국이 희토류 무기화를 무한정 밀어붙이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중국이 전 세계 희토류 공급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과도하게 미국을 압박할 경우 또 다른 대규모 희토류 보유국인 호주, 브라질 등과의 협력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급망 전쟁은 지속되고, 한국 일본 등의 부담 커질 수도이번 런던 협상을 통해 두 나라 간 통상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는 건 일단 막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모두 승인해야 유효한 프레임워크에 대해 두 나라는 아직 “정상의 승인이 이뤄졌다”는 발표를 하지 않았다. 런던 합의의 구체적 내용 또한 공개되지 않았다.이에 따라 희토류 갈등에서 확인됐던 공급망을 둘러싼 두 나라의 갈등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뉴욕타임스(NYT)는 소식통을 인용해 “런던 협상에서도 두 나라가 반복적으로 격앙된 분위기를 연출했고 회담 결렬 순간도 수차례 맞았다”고 전했다. ‘희토류 무기화’의 위력을 확인한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계속 통제할 수 있고, 미국 역시 AI와 반도체 등 첨단 기술 통제를 강화할 수 있다.중국의 희토류 무기화는 역시 중국산 의존도가 높은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등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 미국이 “대중 봉쇄 조치에 동참하라”고 압박하고, 중국은 희토류를 당근으로 제시하며 미국에 맞서라고 압박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시도한 정황이 알려져 그 의도와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 1월 재집권한 뒤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의 가자전쟁, 이란 비핵화 협상 같은 외교 의제를 조속히 마무리 짓겠다고 장담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에 집권 1기 때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북-미 정상의 대화 카드를 꺼내 외교 치적을 쌓으려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다만 북한 측이 순순히 대화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는 11일(현지 시간) 고위급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 재개를 목표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보낼 친서의 초안을 작성했고, 친서를 전달하려고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뉴욕의 북한 외교관들이 수령을 거부했다”라고 보도했다.특히 김 위원장은 12일 러시아 연방 설립을 기념하는 ‘러시아의 날’을 맞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보낸 축전에서 “조러(북-러) 친선 관계는 피로 맺어진 두 나라 장병들의 우애로 더 굳건해졌다”고 밝혔다. 보란 듯 러시아와의 ‘혈맹(血盟) 관계’를 과시한 것이다.● 백악관, ‘서신 발송 시도’ 보도 부인 안 해캐럴라인 레빗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11일 기자회견에서 서신 발송 시도를 확인해달라는 기자에게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서신 교환에 열려 있다. 2018년 싱가포르 (제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이뤄진 진전을 다시 보고 싶어 한다”고 답했다. 서신 교환에 대해선 “트럼프 대통령이 답하도록 남겨 두겠다”고 했다. 이처럼 공식 회견에서 보도 내용을 부인하지 않은 자체가 사실임을 인정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인 2018년 6월 싱가포르,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두 차례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그 과정에서 ‘러브레터’(연애편지)로 불린 친서도 27통 주고받았다. 12일은 싱가포르 회담이 개최된 지 7년을 맞는 날이다. 그런 만큼 트럼프 대통령 이 이를 염두에 두고 김 위원장과의 대화 가능성을 타진했을 가능성이 있다. 레빗 대변인이 싱가포르 회담을 콕 집어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트럼프 대통령은 올 4월 “(김 위원장과) 소통이 있다(there is communication). 그것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북한과의 접촉 가능성을 시사했다. 당시 그는 “나는 김정은과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 어느 시점엔 뭔가를 (북한과) 하게 될 것”이라고도 자신했다.그는 올 1월에도 김 위원장을 두고 “종교적 광신도(religious zealot)가 아니다. 똑똑한 남자”라고 추켜세웠다. 석 달 후에도 “매우 똑똑한 남자”라고 했다.● 푸틴 ‘뒷배’ 확보한 김정은, 대화 응할지 미지수다만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대(對)북한 제재 완화 등의 ‘당근’을 제시하지 않고 ‘선(先) 대화 재개-후(後) 협상’ 기조를 채택한다면 북한이 화답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는 관측도 나온다.김 위원장은 ‘노딜(No deal)’로 끝난 2019년 하노이 회담을 ‘치욕’으로 여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6년간 북한의 핵·미사일 역량은 트럼프 집권 1기 때보다 대폭 강화됐다. 북한이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비핵화 협상에 나서더라도 북한이 요구할 반대급부의 눈높이가 훨씬 높아졌을 가능성이 크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트럼프 행정부가 확실한 대북정책 노선 변화를 선언하지 않는 한, 친서 몇 건에는 호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일 것”이라며 “과거 하노이 노딜의 굴욕을 반복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했다.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며 급속도로 밀착하고 있는 북-러 관계도 변수다. 북한군은 우크라이나에 최소 1만1000명을 파병했고 이를 통해 러시아와의 각종 군사, 경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라는 든든한 ‘뒷배’를 확보한 김 위원장이 미국과의 관계 개선 필요성을 트럼프 1기 때보다 상대적으로 적게 느낄 수 있다. 실제 김 위원장은 이번 축전에서 러시아를 “형제국가”로 칭했다.다만 양국 정상의 의지만 있다면 북-미 대화의 문이 언제든 열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키스 루스 미국 전미북한위원회(NCNK) 사무국장은 12일 최종현학술원과 미국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가 출간한 보고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이 김 위원장과의 대화 재개 무대를 마련했다”며 “양측의 정기적인 접촉과 신뢰 형성이 이뤄지면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고, 김 위원장이 워싱턴 백악관을 방문하는 광경을 전 세계가 지켜보게 될 수 있다”고 했다. 더그 밴도 케이토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북한 비핵화에만 집착하지 말고 북한의 군비 통제, 군사 위협 축소 등 ‘봉쇄와 억지’ 전략에 초점을 맞추라고 권고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중국 항공모함 ‘랴오닝’과 ‘산둥’이 최근 일본 남쪽이자 대만 동쪽인 서태평양에서 동시 훈련을 실시했다. 중국이 랴오닝함과 산둥함을 서태평양에서 동시 전개한 것은 처음이어서 한국, 대만, 일본 등 인접국이 긴장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나카타니 겐(中谷元) 일본 방위상은 10일 랴오닝함, 산둥함이 7일 서태평양에서 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중국 측도 훈련 사실을 확인했다. 왕쉐멍(王学猛) 중국 해군 대변인은 “군의 원양 방어 및 연합 작전 능력을 검증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특정 국가나 목표를 겨냥하지 않는다고 했다. 중국은 지난달에도 한국, 대만, 일본 인근 해역에서 훈련을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만과 일본 당국에 따르면 동중국해와 서해에서 외국 선박과 항공기에 대한 공격 훈련을 진행했고, 대만 남동 해역에서도 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안보 소식통은 로이터통신에 “일본, 대만, 필리핀을 잇는 ‘제1도련선’ 전반에 대한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중국 해군이 미국과의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존 펠란 미국 해군장관은 상원 군사위원회에 10일 제출한 서면 증언에서 “중국이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기 위해 해군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거의 400척의 함정을 보유해 중대한 이정표를 세울 것으로 추정된다”며 “미국은 여전히 지배적인 해군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우리의 적들은 그 격차를 빠른 속도로 좁히고 있다”고 우려했다. 미 의회조사국(CRS) 분석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중국이 보유한 전투함은 332척으로 미국(291척)보다 41척 많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북한이 평안북도 영변에 새로운 핵 시설을 건설하고 있다고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밝혔다. 10일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그로시 사무총장은 전날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IAEA 이사회 정기 보고에서 북한이 영변에 평양 인근 강선의 핵 시설과 비슷한 특징을 지닌 시설을 새로 짓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해 우려와 유감을 표명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일본을 비롯한 몇몇 국가가 이사회에서 북한의 핵 개발 움직임에 우려를 표하는 공동성명을 낼 방침이라고 교도통신에 전했다. 북한은 미국 대선 직전인 지난해 9월과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직후인 올 초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무기 연구소’를 시찰한 사진을 공개했다. 당시 북한은 시설 위치는 공개하지 않았으나 두 차례 모두 영변의 고농축우라늄(HEU) 제조시설에 방문한 것으로 추정된다. IAEA는 당시 “북한 핵 프로그램의 지속적인 발전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으로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영변에서는 핵탄두 제조에 필요한 HEU와 플루토늄이 생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IAEA는 북한 영변 원자로가 60일간 가동 중단 후 지난해 10월 중순부터 재가동됐다고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영변에 추가로 핵 시설을 건설 중인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9월 HEU 제조시설을 처음 공개하며 “전술핵 무기 제작에 필요한 핵물질 생산에 총력을 집중하라”고 지시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북한이 평안북도 영변에 새로운 핵 시설을 건설하고 있다고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밝혔다.10일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그로시 사무총장은 전날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IAEA 이사회 정기 보고에서 북한이 영변에 평양 인근 강선의 핵 시설과 비슷한 특징을 지닌 시설을 새로 짓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해 우려와 유감을 표명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일본을 비롯한 몇몇 국가가 이사회에서 북한의 핵 개발 움직임에 우려를 표하는 공동성명을 낼 방침이라고 교도통신에 전했다.북한은 미국 대선 직전인 지난해 9월과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직후인 올 초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무기 연구소’를 시찰한 사진을 공개했다. 당시 북한은 시설 위치는 공개하지 않았으나 두 차례 모두 영변의 고농축우라늄(HEU) 제조시설에 방문한 것으로 추정된다. IAEA는 당시 “북한 핵 프로그램의 지속적 발전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으로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영변에서는 핵탄두 제조에 필요한 HEU와 플루토늄이 생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AEA는 북한 영변 원자로가 60일간 가동 중단 후 지난해 10월 중순부터 재가동됐다고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영변에 추가로 핵 시설이 건설 중인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9월 HEU 제조시설을 처음 공개하며 “전술핵 무기 제작에 필요한 핵물질 생산에 총력을 집중하라”고 지시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