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신데렐라, 깜짝 금메달, 기적의 레이스….’ 김선주(26·경기도체육회·사진)가 아스타나-알마티 겨울아시아경기 알파인스키 2관왕에 오르자 각종 수식어가 쏟아졌다. 처음 도전한 활강을 시작으로 2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정작 김선주 자신은 이런 표현을 달갑지 않아 했다. “꾸준히 땀 흘리며 노력해왔는데 왜 깜짝 스타라는 소리를 들어야 하죠? 저는 김선주일 뿐입니다.” 4일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만난 김선주는 여전했다. 당차고, 거침없는 성격에 발랄한 모습 그대로였다. 한국 스키의 대들보였다는 사실이 예나 지금이나 똑같듯이 말이다. ○ 선주는 당돌하다 김선주는 첫 경기인 활강을 앞둔 전날 밤 잠을 이루지 못했다. 긴장이 돼서가 아니다. 주위에서 “알파인스키 금메달은 어렵다” “정동현 정도 돼야 메달 후보”라는 말을 듣고 울화가 치밀었기 때문이다. 그는 “슬로프에 올라갈 때까지 그런 말들을 수없이 들으면서 ‘나를 꼭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그런 오기가 있었기에 우승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선주가 2관왕에 오른 것은 그만의 당당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국제대회로는 처음으로 활강에 도전한 그는 “연습 첫날은 몸에 힘이 들어갔는지 어깨에 담이 왔을 정도였는데 경기 당일에는 오히려 편하게 경기를 했다. 나는 실전형인 것 같다”며 웃었다. 그는 4일 슈퍼콤바인드 회전 경기에서 3관왕에 도전했지만 결승선을 앞두고 쓰러졌다. 눈물이 앞을 가렸지만 슬로프를 다시 올라 경기를 마쳤다.○ 선주는 깜찍 발랄하다 김선주는 코치들로부터 “좌청룡 우백호를 달고 다닌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여장부로 통한다. 하지만 경기장 밖에서는 요조숙녀가 된다. 대표선수들은 유니폼을 입지만 김선주는 손수 코디한 빨간색 트레이닝복으로 남다른 감각을 뽐낸다. 결승선 통과 후 양손을 흔드는 깜찍한 세리머니는 누리꾼 사이에서 ‘꺄오’ 세리머니로 화제가 됐다. 그는 솔직하다. 2관왕에 오른 뒤 연락이 뜸했던 남자 친구들에게서 연락이 많이 온다고 털어놓았다. 수줍어하면서도 남자 친구의 조건에 대한 생각도 분명했다. “부지런하고 거짓말하지 않고 약속 잘 지키는 사람을 원해요. 외모는 안 보지만 웃는 모습이 멋지면 좋겠어요.”○ 선주는 프로다 김선주는 “지금의 인기가 어디까지 갈 것 같으냐”라는 질문에 정색을 하며 이렇게 말했다. “인기라는 건 한때라고 생각해요. 친구들이 대단하다며 호들갑을 떨어도 나 스스로는 크게 생각하지 않아요.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20위권에 들기 전에는 바람 들고 싶지 않아요. 지난해 밴쿠버 겨울올림픽 때 80번째로 뛰었던 부끄러운 기억을 잊을 수 없기 때문이죠.” 인터뷰 말미에 김선주는 기자와 의남매를 맺기로 했다. 지난해 그가 주목받지 못했던 시절 강원 평창 알펜시아리조트 훈련장에서의 첫 만남에 이어 이번 대회 알마티까지 찾아준 인연을 소중히 간직하겠단다. “관심이 없을 때 지켜봐준 분들을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하는 스키어가 되고 싶다”는 김선주의 포부가 더욱 미덥게 느껴졌다.알마티=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1차에서 0.1초만 단축했어도….” 2일 아스타나-알마티 겨울아시아경기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2차 시기 출발선에 선 이강석(26·의정부시청·사진)의 머리는 터질 것 같았다. 지난해 밴쿠버 겨울올림픽 500m에서 1차 시기의 부진과 얼음 고르는 기계의 고장으로 출발 시간이 늦어지면서 컨디션이 무너졌던 기억이 떠올라서다. 이강석은 지난 1년 동안 이 순간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 1차 시기에서 1위에 0.27초 뒤진 3위에 머물렀던 이강석은 2차 시기에 혼신의 역주로 은메달을 차지했다. 경기가 끝난 뒤 3일 대표팀 숙소에서 만난 이강석은 아직도 아쉬움이 가시지 않은 모습이었다. “500m는 심리게임입니다. 1차 시기에서 1위에 0.27초 뒤졌는데 합계에서 2위까지 끌어올린 건 대단한 거라고 생각해요. 이번 대회에 세계랭킹 1위부터 4위까지 모두 나왔기 때문이죠. 그런데도 은메달을 놓고 부진하다고 해서 서운했어요.” 이강석의 답답한 마음에는 이유가 있다. 밴쿠버 올림픽 전까지만 해도 한국 남자 단거리는 이강석이 독보적이었다. 그는 2006년 토리노 겨울올림픽 500m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1992년 김윤만 이후 14년 만에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에 메달을 안겼다. 2007년 창춘 겨울아시아경기에선 금메달을 따냈다. 하지만 밴쿠버 올림픽에서 후배인 모태범에게 밀리며 시련의 세월을 보냈다. 이강석은 “밴쿠버에서 한 번의 실패로 지난 성과들이 묻혀버려 아쉽다”며 “하지만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꼭 금메달을 목에 걸겠다”고 각오를 밝혔다.아스타나=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아스타나-알마티 겨울아시아경기에서 사상 처음으로 서로 다른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낸 선수가 탄생했다. 중국의 왕춘리(28)는 지난달 31일 카자흐스탄 알마티 바이애슬론-크로스컨트리 경기장에서 열린 바이애슬론 여자 7.5km 스프린트에서 23분12초1 만에 결승선을 통과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7년 창춘대회 크로스컨트리 여자 스프린트 프리스타일 금메달리스트인 왕춘리는 이로써 겨울아시아경기 사상 처음으로 두 종목에서 우승한 주인공이 됐다. 2006년 토리노 겨울올림픽에서 크로스컨트리 종목에 출전한 왕춘리는 이후 바이애슬론으로 종목을 바꿔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에 출전하더니 이번 대회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옐레나 크루스탈레바(카자흐스탄)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나이가 있는데 마지막일지도 모르겠네요.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금메달까지는 모르겠고, 암튼 여자 스키 선수도 있다는 거 보여주고 와야지요.” 아스타나-알마티 겨울아시아경기 개막 전 한국에서 만난 김선주(26·경기도체육회)는 이번 대회 성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주위는 물론이고 본인조차 금메달을 기대하지 않았다. 대한체육회의 경기력 분석 보고서에도 그의 이름은 없었다. 한국 스키의 맏언니 김선주가 한국 여자 스키 사상 첫 아시아경기 2관왕이자 이번 대회 한국 선수 첫 2관왕에 올랐다. 지난달 31일 국제경기에서 처음 뛴 활강 경기에서 깜짝 금메달을 목에 건 김선주는 1일 알마티 침불락 알파인 스포츠리조트에서 열린 슈퍼대회전에서도 1위(1분10초83)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날 김선주는 활강에서 경쟁했던 카자흐스탄의 류드밀라 페도토바(1분11초33)를 0.5초 차로 제쳤다. 김선주는 중앙대 재학 시절인 2007년 창춘 겨울아시아경기 대회전에서 동메달을 따면서 주목받았다. 지난해 밴쿠버 올림픽에서는 국내 여자 선수로는 최초로 국제스키연맹(FIS) 포인트를 따내 자력 출전했다. 전날 활강에서 4위에 그쳤던 정혜미(한국체대)도 1분12초31의 기록으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크로스컨트리 남자 팀스프린트 결승에 출전한 박병주(경기도체육회)와 정의명(평창군청)은 동메달을 획득했다.반면 스피드스케이팅 남녀 500m에 출전한 빙속 스타들은 아쉽게 금메달을 추가하지 못했다. 남자 500m의 이강석(의정부시청·1, 2차 합계 70초35)은 밴쿠버 올림픽 동메달리스트 가토 조지에게 0.35초 뒤져 은메달을 획득했다.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모태범(한국체대)은 5위에 머물렀다. 여자 500m에 나선 이상화(서울시청)는 1, 2차 합계 76초58로 동메달에 그쳤다. 지난해 밴쿠버 올림픽과 2007년 창춘 겨울아시아경기에서 각각 금메달과 은메달을 땄던 이상화는 1차 시기(3위)에서의 부진을 만회하지 못하고 동메달에 머물렀다. 쇼트트랙은 약세 종목인 500m에서 노메달에 그치며 전날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아스타나 국립 실내사이클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500m 결선에서 조해리(고양시청)는 4위에 그쳤고, 남자 500m의 이호석(고양시청)도 결승점을 한 바퀴 반 남기고 넘어져 메달을 놓쳤다.아스타나=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빵, 육류, 치즈가 주류를 이루는 카자흐스탄 식단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 연두색부터 붉은색까지 다양한 빛깔의 사과다. 대표단 식단이나 호텔 뷔페에는 사과와 사과 주스가 어김없이 등장한다. 한국에선 오렌지가 과일주스계의 대세지만 카자흐스탄의 마트에선 사과 주스 코너가 따로 마련돼 있을 정도다. 카자흐스탄의 사과 사랑엔 다 이유가 있다. 카자흐스탄 알마티 사과가 식용 사과의 원조로 불리기 때문이다. 옛 소련의 저명한 농학자 니콜라이 바빌로프는 세계 최초로 사과를 개량해 식용으로 재배한 곳이 알마티 구릉지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카자흐스탄 제1 경제 도시 알마티도 ‘사과의 할아버지’란 뜻의 러시아식 표현 ‘알마아티’에서 연유한다. 미국의 대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알마티 남쪽 톈산산맥 지천에 널린 사과밭의 정경에 취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고 찬양했다. 하지만 최근 알마티 사과는 소련 해체 후 품종 개량 작업이 중단되고 값싼 수입산에 밀려 자취를 감추고 있다. 한국 대표 선수들로선 알마티 사과를 맛볼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답: 사과. 알마티 사과가식용사과의 원조이기 때문}

미래 도시의 얼음 공주를 연상시키는 시상식 도우미 ‘이미지 그룹(Image Group)’이 이번 대회의 꽃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 ‘치파오(旗袍)’를 입고 활약한 ‘미스 에티켓’의 카자흐스탄 버전인 셈이다. 이들은 광저우 치파오 미녀들에 버금가는 혹독한 훈련을 통과한 카자흐스탄의 ‘엄친딸’들이다. 치과대를 다니다 이미지 그룹이 되기 위해 휴학했다는 마지나 씨(21)는 “카자흐스탄의 지적 미적 아름다움의 상징인 이미지 그룹으로 활동하게 돼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밝게 웃었다. 이미지 그룹은 화려한 카자흐스탄 전통 의상을 입고 시상식 도우미로 나선다. 카자흐스탄 독립을 상징하는 하늘색 바탕에 부를 상징하는 금색 장식을 더한 옷은 미래 도시 공주의 드레스를 연상케 한다. ‘사우켈레’라 부르는 전통 모자와 은으로 만든 귀걸이와 팔찌도 의상의 포인트다. 또 다른 이미지 그룹 요원 마디나 씨(21)는 “이 정도 전통 의상은 100만 원을 호가한다”며 자부심을 표현했다. 선발 과정도 혹독했다. 대회 3년 전 아스타나에서만 1000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려 50명을 선발했다. 키 175cm 이상을 기준으로 했고, 외형적 아름다움과 함께 인성도 선발의 중요한 요건이었다. 이미지 그룹 요원들은 서는 법, 걸음걸이에서부터 춤, 외국어, 스포츠, 역사 등 혹독한 교육을 3년 동안 받았다. 훈련 중 탈락한 23명을 제외한 27명이 현재 시상식 도우미로 활동하고 있다.아스타나=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밴쿠버의 영웅’ 이승훈(23·한국체대)은 강했다. 이승훈이 31일 아스타나-알마티 겨울아시아경기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0m에서 6분25초56의 대회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따냈다. 지난해 밴쿠버 겨울올림픽 남자 1만 m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혜성처럼 등장한 이승훈은 겨울아시아경기 사상 첫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금메달이 예상됐지만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기 어려운 경기였다. 카자흐스탄의 드미트리 바벤코가 마지막 주자인 이승훈이 나서기 전까지 예상을 뛰어넘는 6분28초40의 기록으로 1위를 달렸기 때문. 하지만 이승훈은 특유의 침착한 경기 운영으로 1위를 해 대회 4관왕을 향한 힘찬 스타트를 끊었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3000m에 출전한 유망주 김보름(정화여고)은 개인 최고 기록인 4분10초54의 기록으로 깜짝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자 알파인스키 간판 김선주(경기도청)는 한국대표팀에 대회 첫 금메달을 선사했다. 한 번도 활강에 나서본 적이 없는 김선주는 이날 알마티 침불라크 알파인 스포츠 리조트에서 열린 경기에서 1분37초61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김선주는 “처음 이곳에 와서 활강이 무서웠는데 점점 자신감이 붙었다”고 말했다. 2007년 창춘 겨울아시아경기 대회전에서 동메달에 머물렀던 김선주는 이번 대회 처음으로 도입된 활강에서 첫 여자 금메달의 영광을 안았다. 김선주의 금메달은 대회조직위의 텃세를 뚫고 따낸 결과라 더욱 뜻 깊다. 대회조직위는 동아시아 3국이 강세인 회전과 대회전을 빼고 스피드를 중시하는 활강, 슈퍼대회전, 슈퍼컴바인드(회전+슈퍼대회전)를 정식 종목으로 채택했다. 하지만 김선주는 1위를 달리던 카자흐스탄의 리우드밀라 페도토바를 보기 좋게 0.26초차로 꺾으며 감격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정동현(한국체대)은 남자 활강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남녀 쇼트트랙은 1500m에서 금메달 은메달을 휩쓸며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남자부에서는 노진규(경기고)와 엄천호(한국체대)가 1, 2위를 차지했고 여자부에선 ‘미완의 기대주’ 조해리(고양시청)와 박승희(경성고)가 금메달과 은메달을 획득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대통령이 오셨을 때보다 더 반갑게 느껴졌어요.” 카자흐스탄에서 열리는 아스타나-알마티 겨울아시아경기에 출전하는 한국 선수단을 누구보다도 반갑게 맞은 이들이 있다. 1937년부터 스탈린의 강제 이주 정책에 따라 중앙아시아로 건너온 카레이스키 고려인들이다. 한반도 인근의 연해주를 떠나온 지 74년. 2004년 노무현, 2009년 이명박 대통령이 카자흐스탄을 방문했지만 이처럼 많은 한국인이 찾은 건 처음이다. 질곡의 세월을 견디며 10만 카자흐스탄 한인 사회를 일군 이들의 감회가 남다른 이유다. 27일 고려인협회는 한인회와 함께 알마티 국제공항에서 환영 행사를 열었다. 최근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 도모데도보 공항의 폭탄 테러 여파로 계획된 행사를 모두 진행하진 못했지만 감동적인 자리였다. 고려인협회 김게레만 부회장(58)은 “모든 고려인은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는 걸 잊지 않고 있다. 올해가 카자흐스탄에서 지정한 ‘한국문화의 해’라 더욱 뜻깊다”고 밝혔다. 한국대표팀의 소식은 다른 중앙아시아 국가의 고려인 사회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고려인 3세로 통역을 위해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박레나 씨(30)는 “할아버지의 나라에서 온 선수단을 만나보고 싶어 꼭 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고려인들은 황무지 같던 카자흐스탄을 중앙아시아의 경제 문화 교육 중심지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1937년 9월 카자흐스탄에 도착한 약 17만 명의 이주민 중 추위와 홍역으로 60%가 사망했다. 하지만 남은 이들은 불굴의 의지로 새 삶을 개척했다. 황무지에 처음으로 논농사를 도입해 가장 많은 논을 가진 중앙아시아 국가로 만들었다. 이들은 카자흐스탄이 옛 소련에서 독립한 뒤 건설 전자 금융 업계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부지런한 사람’ ‘남다른 교육열’ ‘민족 전용 극장을 갖고 있는 몇 안 되는 소수민족’은 고려인 앞에 붙는 수식어다. 카자흐스탄 거리에는 고려인의 숨결이 살아 있었다. 알마티 중앙시장은 고려인 아주머니들이 만든 김치, 두부, 된장, 순대 냄새가 정겨웠다. 고려인 건축가 라지미르 씨가 설계한 ‘병기창’ ‘아라산(대리석 목욕탕)’ ‘공화국 회관’과 카자흐스탄 초대 헌법위원장의 이름을 딴 김유리 거리엔 고려인의 자부심이 깃들어 있다. 카자흐스탄에선 예고 없이 불쑥 찾아오는 손님을 ‘하느님의 손님(Kudai Konak)’으로 맞이하는 전통이 있다. 한국대표팀이 이번 대회에서 선전해야 할 또 하나의 이유가 생겼다. ―카자흐스탄에서유근형 스포츠레저부 noel@donga.com}

“일본 장거리 선수들이 기가 팍 죽었더라고요.” 29일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의 마무리 연습이 열린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실내스케이트장. 한국 빙상 관계자 사이에선 농담처럼 이런 말이 오갔다. 이승훈(23·한국체대)이 등장한 뒤 아시아 무대에서조차 금메달을 바라보기 어렵게 된 일본 선수들을 두고 한 말이다. 그래서일까. 연습장에서 몸을 푸는 2007년 창춘 겨울아시아경기 금메달리스트 히라코 히로키의 표정은 어두워 보였다. 아스타나 실내스케이트장의 이런 분위기는 이승훈의 존재감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현지 언론들도 세계 장거리 황제로 등극한 이승훈의 4관왕 등극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이승훈은 주 종목인 5000m와 1만 m에서 금메달을 예약한 상태. 이번 대회에 처음 도입된 매스스타트(20여 명이 함께 출발해 35바퀴를 도는 것)와 팀 추월(3명이 한 팀이 돼 레이스) 경기에서도 실수만 안 하면 금메달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승훈은 지난해 밴쿠버 올림픽 5000m에서 일본의 히라코 히로키에게 19초 이상 앞서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빙질이 생각보다 좋고 느낌도 좋다. 평소 실력만 발휘하면 될 것 같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역시 4관왕 달성의 분수령은 2일 처음 정식 종목으로 치러지는 매스스타트. 20여 명이 함께 출발하기 때문에 자리싸움과 경기 운영 능력이 중요하다. 빙상 관계자는 “매스스타트는 빙속 장거리 강국 카자흐스탄이 전략적으로 도입했지만 의외로 이승훈이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쇼트트랙 선수 출신인 이승훈은 “매스스타트에 몸싸움이 있지만 쇼트트랙의 경험을 살리면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이승훈은 팀 추월 경기에서도 한국의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전명규 대한빙상경기연맹 전무는 “팀 추월에서는 지구력이 뛰어난 승훈이의 비중이 70∼80%나 된다. 승훈이가 결정적인 순간에 제 역할을 해야 금메달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승훈은 모태범 고병욱 이종우 중 2명과 6일 팀 추월에 나선다. -아스타나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알고봅시다 카자흐스탄]~스탄(Stan)… 국명의 비밀은?▼1991년 옛 소련에서 독립한 뒤 종합대회를 처음 유치한 카자흐스탄은 우리에게 낯선 나라다. 30일 개막한 아스타나-알마티 겨울아시아경기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인 카자흐스탄의 숨은 비밀들을 소개한다.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중앙아시아 5개국에는 하나같이 ‘스탄(Stan)’이 붙어 있다. 스탄은 페르시아어로 ‘나라, 지방’을 뜻한다. 영어로 치면 랜드(land)로서 한국 미국 중국에 붙는 국(國)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서남아시아의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도 같은 경우다. ‘카자흐’에는 각별한 의미가 숨어 있다. ‘카자흐’는 자기 종족에서 떨어져 독립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자유인을 뜻한다. 소련은 한때 카자흐스탄을 유배지로 만들었다. 스탈린과의 권력투쟁에서 패한 레온 트로츠키의 유배지는 알마티였다. 그런데도 카자흐 민족은 ‘자유인’이라는 국명처럼 관용이 넘친다. 이슬람교를 믿지만 다른 종교에도 관대하다. 이슬람 극단주의는 찾아보기 힘들다.정답: 페르시아어로 나라-지방‘카자흐’는 자유인 의미 ▼정병국 장관 “레저세 실효성 없다”▼ “레저세를 도입하면 농어촌 지역이 손해를 볼 수밖에 없어요.” 취임 후 첫 해외 출장에 나선 문화체육관광부 정병국 신임 장관(사진)이 30일 아스타나 메인프레스센터를 방문해 레저세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정 장관은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에 레저세를 부과하는 개정안에 대해 “체육진흥기금은 농어촌 등 재정적으로 어려운 곳에 체육 관련 시설을 우선 확충하는 데 사용됐다”며 “만약 레저세가 일률적으로 부과되면 기금이 도시 중심으로 활용될 수밖에 없어 농어촌 지원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정 장관은 이날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을 만나 “평창이 2018년 겨울올림픽을 유치하면 겨울 스포츠가 아시아와 아프리카로 확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협조를 요청했다. 로게 위원장은 “2018년 겨울올림픽 유치는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지만 평창이 좋은 성과를 거두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피날레 무대를 부탁 받고 예정됐던 캐나다 토론토 공연도 미룬 채 달려왔죠.”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 씨(49)가 30일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알마티에서 열린 겨울 아시아경기 개회식 피날레를 장식했다. 이에 앞서 30일 메인프레스센터를 방문한 조 씨는 “제가 스포츠와 운명적인 인연이 있는 것 같다”며 “2000년 시드니,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02년 한일 월드컵과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 무대에 섰다. 이 정도면 ‘올림픽의 퀸’으로 불릴 만하지 않느냐”며 웃었다. 조 씨는 이날 이고리 크루토니가 작곡한 ‘에인절스 패스 어웨이(Angels Pass Away)’를 열창했다. 이 곡은 환경오염과 인권 문제로 고통 받는 아이들에 대한 사랑의 메시지를 담았다. 한국 이미지 홍보대사이기도 한 그는 “평소엔 앙드레 김 선생님 옷을 주로 입었는데 이번에는 한국을 알리기 위해 한복 디자이너 서승연 씨의 옷을 입었다”고 말했다. 이어 “승용차를 운전해 주신 분이 고려인인 것 같았다. 내 공연을 보고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같은 민족으로 자긍심을 느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조 씨는 겨울 스포츠와의 각별한 인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어릴 적 8년 동안 피겨스케이팅을 했을 정도로 겨울 스포츠를 좋아했다. 그는 “29일에도 아스타나 아이스타운에 가서 혼자 스케이트를 타고 왔다”며 “요즘에 태어났다면 내가 김연아처럼 됐을지도 모를 일”이라고 했다. 조 씨는 2018년 평창 겨울올핌픽 홍보대사도 맡고 있다. 그는 “겨울아시아경기 무대에 섰으니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까지 서고 싶다”며 평창의 겨울올림픽 유치에 힘을 싣겠다는 의욕을 보였다.아스타나=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동아시아가 아닌 국가에서 열리는 첫 겨울아시아경기인 이번 아스타나-알마티 겨울아시아경기에는 특이한 점이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분산 개최는 왜? 먼저 카자흐스탄 제1도시 알마티와 수도 아스타나에서 분산 개최된다는 점이 눈에 띈다. 빙상과 남자 아이스하키는 아스타나에서, 설상 종목과 여자 아이스하키는 알마티에서 열린다. 두 곳은 비행기로 약 2시간 거리일 정도로 멀다. 분산 개최엔 카자흐스탄 정부의 홍보 의지가 담겨 있다. 카자흐스탄은 1997년 12월 아스타나로 수도를 옮기고 97m 높이의 바이테렉 상징탑 등 신행정센터 건립에 매진해왔다. 아스타나 개최에는 2000년 이후 고도 경제성장으로 국민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는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현 대통령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 개최국 강세 종목 신설 카자흐스탄 정부의 의지는 종목 선정에도 영향을 끼쳤다. 먼저 밴디, 스키 오리엔티어링 등 동아시아엔 제대로 보급조차 안 된 종목들을 선정했다. 밴디는 퍽이 아닌 볼로 하는 아이스하키로 보면 된다. 팀당 8∼10명의 선수가 야외 링크에서 상대 포스트에 골을 넣는 경기다. 카자흐스탄은 밴디와 비슷한 아이스하키에서 남녀 모두 아시아 최정상급 팀이다. 눈으로 뒤덮인 산악지대에서 지도와 나침반을 이용해 체크포인트를 지나 골인 지점으로 돌아오는 기록경기인 스키 오리엔티어링도 신설됐다. 크로스컨트리 강국 카자흐스탄은 8개의 금메달이 달린 스키 오리엔티어링에서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 주최 측의 횡포? 종합 1위를 다툴 것으로 보이는 동아시아 3국을 견제하기 위한 흔적은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가장 의아한 것은 한중일이 금메달을 다툴 것으로 예상되는 스피드스케이팅 남녀 1000m를 없앤 것이다. 알파인 스키에선 회전과 대회전을 없애고 활강과 슈퍼대회전 위주로 세부종목을 결정했다. 카자흐스탄이 약한 스노보드는 포함시키지 않았다. 동아시아에는 활강 전문 선수가 적다. 이기현 알파인 스키 코치는 “기술을 겨루는 회전, 대회전이 없는 대회는 전 세계에 없다. 한국 선수들은 회전에 강한데 이 종목이 없어져 고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지난해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세계를 놀라게 했던 한국의 샛별들이 30일 개막하는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알마티 겨울아시아경기에서 다시 한 번 금빛 레이스에 나선다. 한국은 금메달 10개 이상을 획득해 종합 3위를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목표 달성의 분수령은 이승훈 모태범 이상화 등 빙속 삼총사가 나서는 스피드스케이팅과 전통적인 금밭인 쇼트트랙 경기가 집중된 대회 초반이다. 한국의 금빛 레이스는 31일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0m에서 이승훈이 테이프를 끊는다. 쇼트트랙 대표 탈락의 아픔을 딛고 지난해 밴쿠버 올림픽에서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를 제패한 이승훈은 세계 최강의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각오다. 쇼트트랙 남녀 1500m에 나서는 엄천호 노진규 조해리도 이날 밴쿠버의 아쉬움을 씻을 계획이다. 2003년 일본 아오모리 겨울아시아경기 스키점프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땄던 최홍철과 김현기는 라지힐(K-125)에 출전해 개인전 첫 금메달을 노린다. 대회 2일차인 다음 달 1일에는 스피드스케이팅 단거리 스타가 총출동한다. 여자 500m 이상화, 남자 500m 모태범 이강석이 금메달 2개를 정조준한다. 쇼트트랙 최고참 이호석(25)은 남자 500m에 나서 중국 선수들과 우승 다툼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2일엔 쇼트트랙 남녀 계주와 1000m 등 4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는 쇼트트랙 마지막 날 경기가 펼쳐진다. 쇼트트랙의 성시백은 “부상 선수도 많고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밴쿠버에서의 아쉬움을 꼭 씻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이날 김현기와 최홍철은 스키점프 노멀힐 경기에 나선다. 3일엔 한국 알파인 스키의 간판 정동현이 겨울아시아경기 사상 첫 원정 금메달에 도전한다. 스키 프리스타일의 서정화는 토너먼트 방식으로 승부를 겨루는 듀얼모굴에 출전한다. 24일 세계스프린트 스피드스케이팅선수권에서 종합우승을 차지하며 최고의 컨디션을 보인 한국 빙상의 맏형 이규혁(33)은 4일 1500m에 모태범과 함께 출전해 마지막 아시아경기 무대에 선다. 국내 남자 피겨 1인자 김민석도 이날 프리 연기에 나서고 스키점프 대표팀도 단체전에 출전해 카자흐스탄에서의 마지막 비행에 나선다. 폐막을 하루 앞둔 5일엔 이승훈이 남자 1만 m에서 피날레를 장식할 예정이다. 여자 피겨의 곽민정 김채화도 ‘피겨요정’ 김연아가 빠진 아쉬움을 달래줄 환상 연기에 나선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눈앞에 악명 높은 실미도가 보였다. 전날 폭설이 쏟아졌건만 또 눈발이 흩날렸다. 바닷바람에 날린 눈 조각들이 눈을 파고들었다. 수은주는 영하 10.5도. 정신 재무장을 위해 인천 무의도 해병대 캠프TKC를 찾은 이들이지만 강추위와 혹독한 훈련을 견뎌내기란 쉽지 않았다. 레슬링 국가대표 선수단이 23일부터 사흘간 인천 무의도에서 해병대 훈련에 참가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지난해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 ‘노 골드’의 수모를 털어내기 위해서다. 공모제를 통해 구성된 코치진 8명도 선수 34명과 함께 이번 해병대 훈련에 나섰다. 여자 레슬링의 황영태 감독은 “베이징 올림픽과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선 결정적인 순간에 승부사 기질이 부족했다. 이번 훈련을 통해 강한 승부 근성을 키워 레슬링이 효자종목으로 재탄생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동참했다”고 말했다. “이 정도 목소리를 갖고 다시 세계 정상에 설 수 있겠습니까? 눈빛에서 악이 보일 때까지 멈추지 않겠습니다.” ‘저승사자’ 조교들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선수들을 긴장시킨 가운데 IBS육상훈련이 시작됐다. 얼음처럼 차가운 30kg짜리 폐타이어를 목에 걸고 죽음의 PT체조와 선착순 달리기를 실시했다. 이어 무게가 68kg이나 되는 보트를 8명의 선수가 머리에 짊어지고 앉았다 일어서기도 반복했다. 여자 선수에게도 예외는 없었다. 광저우 아시아경기 동메달리스트인 김형주(27·창원시청)는 “남자 선수들에게 뒤질 수는 없다. 레슬링 훈련보다 힘들지만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다”며 강한 의욕을 보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훈련 분위기는 뜨거워졌다. 조교는 “이제 땀도 났으니 남자 선수들은 상의 탈의 실시”라고 외쳤다. 남자 선수들은 “악” 소리와 함께 윗옷을 벗었다. 추위를 이겨내려는 듯 선수들의 목소리는 시작할 때보다 2배 이상 커졌다. 지상 훈련은 몸 풀기에 지나지 않았다. 해병대 훈련의 백미인 진수(배를 바다에 띄우는 것을 의미) 훈련이 이어졌다. 선수들은 머리에 보트를 지고 물가까지 약 300m를 기어갔다. 썰물인 탓에 온몸은 진흙 범벅이 됐다. 얼음장같이 차가운 바닷물이 다리를 적시는 순간 곳곳에서 비명 소리가 나왔다. 입술이 파래졌고 온몸은 차갑게 굳었다. 그런데도 참고 견뎠다. 그러고는 “우리는 최강 레슬러”를 외치며 뭍으로 뛰어나와 오전 훈련을 마무리했다. 남자 자유형 유종현 감독(52)은 “레슬링에선 의외의 선수가 금메달을 따곤 했다. 오늘 우리의 도전이 레슬링 재탄생의 초석이 될 것”이라며 “2012년 런던 올림픽 출전권이 달린 2011년 터키 세계선수권을 목표로 매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살얼음이 꼈던 서해 바다도 진수 훈련을 마치고 선수들이 뭍으로 돌아오자 약간은 녹아 있었다. 선수들의 얼굴에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엿보였다. 꽁꽁 얼었던 레슬링의 금맥이 확 뚫리는 느낌이었다. 무의도=유근형 기자 noel@donga.com박영준 인턴기자 서강대 경제학과 4학년}

전국의 마라톤 대회장에 가면 노란 풍선을 몸에 단 채 레이스를 하는 이들이 쉽게 눈에 띈다. 자신보다 타인의 기록을 위해 더 늦지도 빠르지도 않게 달리는 페이스메이커다. 서울국제마라톤 겸 동아마라톤대회에서 활약하는 페이스메이커 클럽인 ‘광화문마라톤모임’이 육상 꿈나무를 지원하기 위한 ‘달려라 하니’ 행사를 22일부터 1박 2일간 열었다. 2001년 시작된 이 행사는 육상 꿈나무의 장학사업과 홀몸노인 돕기, 자폐아 훈련 등을 펼쳐왔다. 10년 동안 지원한 금액만 6380만 원이 넘었다. 올해는 지방에 살고 있는 육상 꿈나무 5명을 초청해 장학금 수여식, 서울 관광 및 과천 서울랜드 방문 등을 진행했다. 광화문마라톤모임의 김양수 코디네이터(55)는 “육상 꿈나무를 지원하며 키워온 ‘달려라 하니’를 연 지 벌써 10년을 맞았다. 달리는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뿌듯하다”며 기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는데 자기만의 길을 가려는 고집까지 닮은 남매가 있다. 열악한 지원 속에서도 전 세계 훈련지를 돌며 프리스타일 모굴스키 1세대의 꿈을 이어가고 있는 서정화(21·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서명준(19·서울대) 남매다.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알마티 겨울아시아경기 출전 준비를 위해 잠시 입국한 ‘엄친남매’를 경기 남양주시 천마산스키장에서 만났다.○ 엄친딸 누나 정화 서정화는 지난해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본선에 진출해 21위에 오른 한국 프리스타일의 간판이다. 당시 남자 경기 해설자로 나서 주목받기도 했다. 서정화는 스키광인 아버지 서원문 씨(52)를 따라 다섯 살 때부터 스키를 탔다. 중학 2학년 때 캐나다 존스마트 스쿨에서 세계정상급 선수들에게 모굴스키를 배웠고, 일본 관계자들에게서 “세계 정상급 선수의 자질이 있다”며 영입 제의를 받기도 했다. 서울외고에 재학하며 학업을 포기하기 어려워 고교 3학년이 돼서야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었다. 현재도 서던캘리포니아대에서 평균 학점 3.75를 유지하며 운동과 공부를 병행하고 있다. 평창겨울올림픽 유치위원회 선수위원이기도 한 그는 “올림픽 메달을 딴 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일하고 싶다”며 꿈을 밝혔다.○ 엄친아 동생 명준 동생 서명준도 네 살 때 스키를 신은 후 줄곧 누나 뒤를 따랐다. 남양주 동화고 2학년 때까지 학기 중엔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고, 방학 땐 해외 훈련을 하며 두 마리 토끼를 쫓았다. 2011년 수시 전형에서 서울대 체육교육과에 진학한 서명준은 “남양주가 스키장과 가까웠고, 비평준화 고교라 공부에 집중하기도 좋았다”고 비결을 밝히며 “한국에 들어오기 전까지 일본 후쿠시마에서 누나의 장기인 턴 기술을 전수받았다. 카자흐스탄에서도 자신 있다”고 말했다. 정화, 명준 남매가 ‘엄친남매’로 자라며 한국 프리스타일 모굴스키의 1세대로 자라날 수 있었던 데에는 아버지의 헌신이 있었다. 그는 “처음엔 학업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정화가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을 보니 뭐든지 다 해주고 싶다”며 “국내엔 모굴 코스는 있지만 규격이 맞지 않고 점프대도 없다. 훈련비용도 자비로 부담한다. 먼저 스키협회가 전문 코치를 선임하고 지원도 체계화해 모굴스키의 싹을 더 키워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모굴스키 엄친남매의 겨울아시아경기 도전은 31일 알마티에서 시작된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남양주=박영준 인턴기자 서강대 경제학과 4년::프리스타일 모굴스키::공중곡예를 통해 예술성을 겨루는 프리스타일 스키의 한 갈래. 인위적으로 울퉁불퉁하게 만든 둔덕들을 통과하며 2번의 점프를 한다. 프리스타일 중 턴 기술이 가장 중요한 경기. 이번 아스타나-알마티 겨울아시아경기에선 개인 경기인 모굴과 토너먼트로 펼쳐지는 모굴 듀얼에 남녀 2개씩 4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모노레일이 점핑 타워 정상에 다가서자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나는 국내에서 처음 열린 겨울 스키점프 국제대회의 역사적인 첫 주자 박제언(18·상지대관령고). 아파트 30층(약 58m) 높이의 출발대에 앉아 심호흡을 하고 안전 바에서 손을 뗀다. 부드럽게 활강한 후 날다람쥐처럼 점프. 한 뼘이라도 더 가기 위해 스키를 V자로 만든다. 4초 남짓한 첫 비행을 마치고 사뿐히 착지하자 관중의 환호가 들려온다. 한국 겨울 스포츠 역사의 한 페이지는 그렇게 시작됐다. 12일 강원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프 경기장에서 시작된 2011년 평창 국제스키연맹(FIS) 대륙컵 대회에서 10개국 39명의 선수가 평창의 겨울 하늘을 만끽했다. 이날 눈 덮인 알펜시아 스키점프장도 국제무대에 첫선을 보였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을 겨냥해 2009년 준공된 알펜시아 스키점프 경기장은 그해 9월 대륙컵 대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슬로프에 물을 뿌리고 연 여름 대회였다. 설상 스포츠의 꽃인 스키점프 국제대회가 제철인 겨울에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알펜시아 리조트는 K-98, K-125 등 공식 경기장 2기와 K-15, K-30, K-60 등 보조 경기장 3기 등 최신식 시설을 갖추고 있다. 훈련 장소가 부족해 해외 훈련장을 떠돌던 한국 스키점프 선수들에게 알펜시아 스키점프장은 오아시스인 셈이다. 1차 시기를 마치고 대기실로 돌아가던 최흥철(30·하이원)은 “스키점프 선수 생활에서 가장 감격적인 순간 중 하나였다. 한국에 이런 경기장이 생겼다니 믿기지 않는다. 실수가 있었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을 정도다”라며 감격에 겨워했다. 평창에서의 첫 겨울 비행을 가장 성공적으로 마친 선수는 슬로베니아의 푼게르타르 마트야주다. 라지힐(K-125) 방식으로 열린 2차 시기 합계 249.5점으로 공동 2위 무지올 율리안(독일)과 지마 로크(슬로베니아)를 22.7점 차로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마트야주는 “점핑 슬로프가 굉장했다. 바람이 조금 불었지만 성적에 지장을 주지 않았다. 세계적 수준과 비교해서도 모든 것이 완벽했다”며 알펜시아 스키점프장을 극찬했다.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알마티 겨울아시아경기를 앞둔 한국 선수들도 마지막 모의고사를 치렀다. 한국 선수 중 최고인 12위(196.4점)에 오른 최흥철은 “8년 전 일본 아오모리 겨울아시아경기에서 단체전 금메달, 개인전 동메달을 땄기 때문에 카자흐스탄에서는 금메달 2개를 모두 기대한다.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다부진 각오를 드러냈다. ▼한 종목 두 우승자 ‘알쏭달쏭 대륙컵’▼평창 스키점프 대회에선 우승자가 2명 배출된다. 왜 최종 우승자를 가리지 않을까. 대륙컵대회는 올림픽, 세계선수권, 월드컵 다음으로 권위 있는 대회다. 한 시즌에 20여 개의 대륙컵과 월드컵대회가 전 세계를 순회하며 열린다. 선수들은 대륙컵 포인트를 쌓아 상위 대회인 월드컵 출전권을 얻는다. 월드컵 포인트는 세계선수권과 올림픽 출전의 기준이 된다. 선수들에게 이번 대회는 포인트를 쌓는 긴 장정의 하나라는 의미가 강하다. 2일차 점수를 합산해 최종 우승자를 가리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대회 직전까지 국내에서 대륙컵 포인트가 가장 높은 선수는 최흥철(20점)로 세계 66위다. 최홍철은 김현기와 함께 월드컵 투어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정상급 선수들이 무조건 월드컵 투어에서만 뛰는 것은 아니다. 월드컵에서 30위 안에 들지 못하면 포인트를 얻지 못한다. 이 때문에 포인트 관리 차원에서 상위 랭커들도 대륙컵에 출전한다. 평창=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첫눈, 첫 키스만큼 설레는 마음으로 ‘최초’에 도전하는 이들이 있다. 30일 개막하는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알마티 겨울아시아경기에서 한국인 처음으로 스키 오리엔티어링에 출전하는 5명의 대표선수(장광민 김자연 손윤선 최슬비 이하나)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름조차 생소한 스키 오리엔티어링은 눈으로 뒤덮인 산악지대에서 지도와 나침반을 이용해 체크포인트를 지나 골인 지점으로 돌아오는 기록경기다. 지도 찾기 경기인 오리엔티어링의 설상 버전인 셈이다. 오리엔티어링은 ‘미지의 지형을 통과한다’는 의미의 군사용어로 1897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스포츠로 시작됐다. 현재는 유럽과 북미를 중심으로 70개국에서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는 스키 오리엔티어링 선수가 한 명도 없었다. 도보로 진행되는 풋 오리엔티어링과 자전거를 이용한 MTB 오리엔티어링 대회가 간간이 열릴 뿐이다. 대한오리엔티어링연맹은 스키 오리엔티어링이 이번 대회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자 고심 끝에 바이애슬론, 크로스컨트리 선수를 중심으로 대표팀을 꾸렸다. 연맹은 체력과 롤러스키, 오리엔티어링 능력 등을 중심으로 3차에 걸친 시험을 통해 대표선수 5명을 선발했다. 7일 서울 송파구 송파동의 대표팀 연습실 겸 장비 보관소에서 만난 선수들은 출국 준비로 분주했다. 체력 훈련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좁은 공간이었지만 선수들의 얼굴엔 첫 출전에 대한 기대감이 가득했다. 스키 선수 경험이 없는 오리엔티어링 출신 손윤선(29)은 “스피드가 빠른 스키 오리엔티어링은 한 번의 판단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진다. 스키 대회 경험은 없지만 오리엔티어링 실전 경험에서 얻은 판단력으로 대표팀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제대로 된 훈련장도 없어 경기 가평군 대성리 학생교육원, 경기 하남시 미사리 주차장 등지를 떠돌며 하계용 롤러스키를 타고 연습했다. 설상에서의 실전 훈련 한 번 없이 실전에 나서게 된 셈이다. 비록 ‘맨땅에 헤딩’에 가까운 무모한 도전이지만 이날 출국을 앞둔 이들의 얼굴에선 생기가 넘쳤다. 한국 최초를 향한 순수한 열정 앞에 열악한 환경은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장광민(22)은 “훈련 지원 인력이 전혀 없어 팀원들이 포인트마크(체크포인트)를 직접 심어야 했다. 성적에 얽매이지 않고 최초의 순간을 즐기다 보면 좋은 결과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한국인 최초의 스키 오리엔티어링 선수라는 것이 부끄럽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각오를 보였다. 카자흐스탄의 고산 지형과 추위에 적응하기 위해 대표팀은 본진에 앞서 일찌감치 출국했다. 김건철 감독은 “스키 오리엔티어링 전문 선수와 코치로 무장한 카자흐스탄만 제외하면 한번 해볼 만하다.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 이상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 8개 세부 종목 가운데 7개 종목에 나선다. 한국 겨울스포츠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이들의 도전은 31일 알마티에서 시작된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박종민 인턴기자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3학년}

쾌활한 표정에 놀랐다. 시련의 한 해를 보내고 정초부터 수술대에 오르는 선수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다. 지난해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 부상 투혼을 발휘했지만 메달 획득에 실패하고 다음 주 발목인대 수술을 받는 ‘리듬체조 여왕’ 신수지(20·세종대·사진) 얘기다. 신수지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자력 본선 진출에 성공하며 한국 리듬체조의 황금기를 연 주인공. 하지만 고질적인 발목 부상을 참고 출전한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선 0.1점 차로 단체전 동메달을 놓쳤고 개인전에서도 10위에 머물렀다. ○ 백수 수지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신수지는 “아파서 못했다는 말은 다 핑계예요. 이제 다 울어서 괜찮아요. 올해 좋을 일만 남았지요”라며 기자를 향해 밝게 웃었다. 그러곤 인터뷰 내내 유쾌, 상쾌, 통쾌한 표정으로 얘기 보따리를 풀어놨다. 그가 웃을 수 있는 이유가 궁금했다. 그는 “10년 동안 사흘 이상 쉰 적이 없었는데 지난해 말 백수처럼 쉬면서 하고 싶은 거 다 했어요. 힘든 건 다 잊고 충전을 100% 했지요”라고 말했다. 크리스마스엔 자선 축구경기장에, 연말엔 같은 소속사(SEMA)인 골프선수 신지애와 가수 싸이의 콘서트장에 다녀왔다. 집, 학교, 연습장을 쳇바퀴처럼 돌던 그에게 ‘오늘 하루는 어떻게 보낼까’를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좋은 치유제가 됐단다. ○ 대인배 수지 지난해의 실패에 대해서도 생기 가득한 어조로 답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을 위해선 아시아경기 출전을 포기하고 수술부터 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어요. 하지만 국가의 몸인데…. 제가 희생해서라도 후배들을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더 컸어요.” 신수지는 0.1점 차로 단체전 메달을 놓치고도 후배들을 다독이느라 정작 본인은 제대로 울지도 못했단다. “후배인 손연재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신수지의 희생이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고 하자 “저 대신 메달을 따줘서 오히려 고맙고 뿌듯해요. 연재가 러시아 훈련 가는 것과 관련해 질문도 해오고 제 다리 걱정도 해주고 얼마나 예쁜데요”라며 ‘대인배’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여왕 수지 하지만 마음 좋은 그녀도 포기하기 힘든 것이 있다. 바로 한국 리듬체조의 황금기를 연 ‘여왕’이란 수식어다. 신수지는 “올해는 꼭 여왕 칭호 되찾아야지요. 수술 받고 병원 침대에서부터 다리를 찢어서 하루라도 빨리 회복할 겁니다”라며 의지를 불태웠다. 신수지는 12일을 전후해서 발목 인대 재건 수술을 받고 2개월 정도 자생한방병원에서 재활 훈련을 할 예정이다. 태양이 하나이듯 여왕 자리도 하나다. 그래서 그 타이틀을 되찾겠다는 그의 의지는 결연하다. 중국 선전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 2012년 런던 올림픽 출전권이 걸려 있는 2011년 세계선수권 등 그가 다시 비상할 대회들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하루빨리 그의 9회 연속 백 일루전(Back Illusion·한 다리를 축으로 다른 다리를 360도 수직 회전해 원을 만드는 기술)을 보고 싶은 팬이라면 응원 메시지를 보내는 건 어떨까. 마침 내일(8일)은 ‘여왕’의 생일이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몇 년 전 사석에서 최경주(41)의 노래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진시몬의 ‘낯설은 아쉬움’이라는 곡이었다. 2000년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 처음 진출했을 때 그의 처지가 꼭 그랬다. 한국인 최초로 낯선 땅을 밟았던 그는 외톨이 신세였다. 대회에 나가면 누구 하나 말붙일 상대도 없었다. “한국말로 실컷 수다 떠는 게 소원이었어요.” 강산이 한 번 바뀌고 난 뒤 최경주는 달라진 분위기를 실감하게 됐다. 7일 하와이에서 개막하는 PGA투어에 최경주를 비롯해 5명의 한국선수가 뛴다. 39세 동갑내기 양용은과 위창수에 이어 강성훈(24)과 김비오(21)가 신인으로 가세했다. 재미교포 케빈 나와 앤서니 김까지 포함하면 7명의 코리안 브러더스가 북적거리게 됐다. 한국 국적의 태극 5총사는 14일 하와이 소니오픈에서 처음으로 동반 출전한다.○ 설레는 시즌 준비 최경주와 양용은은 미국 댈러스 인근 집에서 굵은 땀을 쏟았다. 최경주는 후배 홍순상과 하루 10시간씩 쇼트게임 위주로 공을 들였다. 양용은은 “잔부상에서 회복돼 스퍼트를 내고 있다. 스윙의 군더더기를 없애 간결해질 수 있도록 연습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성훈은 지난해 12월 26일 로스앤젤레스로 건너간 뒤 이번 주 팜스프링스에서 시즌 세 번째 대회인 밥호프클래식이 열리는 코스적응 훈련을 했다. 김비오는 태국 전지훈련에 이어 사이판에 들렀다 하와이에 입성한다. 양용은은 “선배로서 귀감이 되는 성적과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각오와 부담감이 교차한다”고 말했다. ○ 혹독한 루키 시즌 최경주는 PGA투어 루키 시즌에 30개 대회에서 14차례 예선 탈락했다. 상금 랭킹 134위로 처져 출전권을 잃었다. 양용은 역시 2008년 29개 대회에서 11차례 컷 탈락하면서 상금 157위에 그쳐 시드를 놓쳤다. 선배들이 이런 실패를 겪었기에 강성훈과 김비오 모두 “일단 상금 125위에 들어 내년 투어 카드를 지키겠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에서 대학을 다닌 위창수는 신인이던 2007년 114만 달러로 상금 84위에 올랐다. 양용은은 “미국에 처음 왔을 때 한국과 일본에서 잘했던 대로 하면 되겠지 하다 큰코다쳤다. 꾸준하게 몸을 관리하며 겸손하게 배우는 자세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경주도 “욕심보다는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일단 코스부터 익히며 컷 통과의 작은 목표부터 이뤄야 한다”고 덧붙였다.○ 준비된 새내기 강성훈과 김비오는 어린 나이 때부터 빅리그의 꿈을 키웠다. 강성훈은 주니어 때부터 자주 미국으로 건너가 어학공부와 함께 타이거 우즈를 가르쳤던 행크 헤이니 같은 유명 티칭 프로의 지도를 받았다. 김비오는 중 2, 3학년 때 미국 캘리포니아 주 어바인에서 골프 유학을 했다. 조기교육으로 이들은 난도 높은 미국 골프장에 대한 두려움과 언어의 장벽이 거의 없다. 무엇보다 경험이 풍부한 선배들이 큰 자산이다. 강성훈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면 무척 힘들 텐데 국내에서 함께 라운드한 적이 있는 선배님들이 이끌어주실 테니 든든하다”며 자신감을 밝혔다. 양용은은 “나나 최프로님, 창수를 찾아오면 모두 적극적으로 도와줄 것”이라며 이런 기대를 뒷받침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체중이 3kg은 빠진 것 같아요. 자려고 누워도 뭐부터 해야 할까 싶고….” “시즌 시작하면 더합니다. 몸 관리 잘하세요.” 5일 삼성 2군 훈련장인 경산볼파크 1층 식당. 이례적으로 이임식을 겸해 열린 13대 삼성 감독 취임식을 마친 류중일 신임 감독과 선동열 전 감독이 식당에서 뼈있는 담소를 나눴다. 첫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신임 감독의 부담감과 6년 동안 잡았던 지휘봉을 내려놓은 전임 감독의 홀가분함이 극명하게 대비됐다. 두 감독의 엇갈린 심정만큼이나 2011년 삼성의 야구도 크게 바뀔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계약 기간 4년을 남긴 선 감독의 퇴진이 ‘지키는 야구’에 대한 전면 수정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류 감독이 밝힌 2011년 삼성 야구는 유지와 보완으로 집약된다. 선동열 감독의 지키는 야구를 계승하면서 젊은 사자의 공격 본능을 부활시키겠다는 것이다. ■ 宣의 조언○ 막강 불펜은 지킨다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식장에 들어선 류 감독은 “선 감독이 만들어 놓은 마운드 운영의 틀은 유지할 것”이라며 전면적 개혁에 선을 그었다. 안정권(안지만 정현욱 권혁)으로 상징되는 삼성의 지키는 야구 틀을 깨지는 않겠다는 얘기다. 선 전 감독도 “김응룡 전 사장이 제가 감독 취임 때 투수 교체 타이밍만 빨리 하라고 조언했는데, 나도 류 감독께 그 말을 해주고 싶다”며 후임자를 거들었다. 빠른 투수 교체 타이밍은 지키는 야구의 핵심이다.○ 밋밋했던 공격은 확 바꾼다 류 감독은 ‘짠물 야구’에 대한 지적을 넘기 위해 화끈한 야구라는 화두도 제시했다. 양준혁 이승엽으로 대표되는 삼성의 공격 야구를 원하는 올드팬을 다시 모으기 위한 복안이다. 류 감독은 “채태인 박석민 최형우 등 주축 타자가 어느 정도 올라오면 활발한 타격전을 펼치지 않을까 생각한다. 스프링캠프부터 훈련 강도를 올리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은 공격력 강화를 위해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6시즌을 뛰며 타율 0.275에 홈런 55개를 기록한 외야수 라이언 가코를 영입했다. 류 감독은 빠른 야구도 선보일 생각이다. 류 감독은 “선진 야구는 주루와 수비가 빨라야 한다. 한 베이스를 더 갈 수 있도록 하고, 수비에서 빠른 중계 플레이로 한 베이스를 덜 주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柳의 화답○ 목표는 한국시리즈 우승 선 전 감독은 “세대교체 중이었는데 젊은 선수들과 한국시리즈 우승을 못하고 그만둬 아쉽다. 하지만 후회 없이 했고 행복했다”고 말했다. 바통을 이어받은 류 감독도 이런 선 감독을 깍듯이 예우하며 “삼성에 입단해 선수로 13년, 코치로 11년을 뛰었고 선 감독께도 많이 배웠다. 당돌하지만 목표는 한국시리즈 우승”이라고 말했다. 경산=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