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점프 평창의 겨울하늘 세계가 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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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펜시아 스키점프장 준공 뒤 첫 겨울 국제대회
평창 대륙컵 10개국 39명 참가… 첫날 최흥철 12위

모노레일이 점핑 타워 정상에 다가서자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나는 국내에서 처음 열린 겨울 스키점프 국제대회의 역사적인 첫 주자 박제언(18·상지대관령고). 아파트 30층(약 58m) 높이의 출발대에 앉아 심호흡을 하고 안전 바에서 손을 뗀다. 부드럽게 활강한 후 날다람쥐처럼 점프. 한 뼘이라도 더 가기 위해 스키를 V자로 만든다. 4초 남짓한 첫 비행을 마치고 사뿐히 착지하자 관중의 환호가 들려온다. 한국 겨울 스포츠 역사의 한 페이지는 그렇게 시작됐다.

12일 강원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프 경기장에서 시작된 2011년 평창 국제스키연맹(FIS) 대륙컵 대회에서 10개국 39명의 선수가 평창의 겨울 하늘을 만끽했다.

이날 눈 덮인 알펜시아 스키점프장도 국제무대에 첫선을 보였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을 겨냥해 2009년 준공된 알펜시아 스키점프 경기장은 그해 9월 대륙컵 대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슬로프에 물을 뿌리고 연 여름 대회였다. 설상 스포츠의 꽃인 스키점프 국제대회가 제철인 겨울에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알펜시아 리조트는 K-98, K-125 등 공식 경기장 2기와 K-15, K-30, K-60 등 보조 경기장 3기 등 최신식 시설을 갖추고 있다. 훈련 장소가 부족해 해외 훈련장을 떠돌던 한국 스키점프 선수들에게 알펜시아 스키점프장은 오아시스인 셈이다.

1차 시기를 마치고 대기실로 돌아가던 최흥철(30·하이원)은 “스키점프 선수 생활에서 가장 감격적인 순간 중 하나였다. 한국에 이런 경기장이 생겼다니 믿기지 않는다. 실수가 있었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을 정도다”라며 감격에 겨워했다.

평창에서의 첫 겨울 비행을 가장 성공적으로 마친 선수는 슬로베니아의 푼게르타르 마트야주다. 라지힐(K-125) 방식으로 열린 2차 시기 합계 249.5점으로 공동 2위 무지올 율리안(독일)과 지마 로크(슬로베니아)를 22.7점 차로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마트야주는 “점핑 슬로프가 굉장했다. 바람이 조금 불었지만 성적에 지장을 주지 않았다. 세계적 수준과 비교해서도 모든 것이 완벽했다”며 알펜시아 스키점프장을 극찬했다.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알마티 겨울아시아경기를 앞둔 한국 선수들도 마지막 모의고사를 치렀다. 한국 선수 중 최고인 12위(196.4점)에 오른 최흥철은 “8년 전 일본 아오모리 겨울아시아경기에서 단체전 금메달, 개인전 동메달을 땄기 때문에 카자흐스탄에서는 금메달 2개를 모두 기대한다.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다부진 각오를 드러냈다.

▼한 종목 두 우승자 ‘알쏭달쏭 대륙컵’


평창 스키점프 대회에선 우승자가 2명 배출된다. 왜 최종 우승자를 가리지 않을까. 대륙컵대회는 올림픽, 세계선수권, 월드컵 다음으로 권위 있는 대회다. 한 시즌에 20여 개의 대륙컵과 월드컵대회가 전 세계를 순회하며 열린다. 선수들은 대륙컵 포인트를 쌓아 상위 대회인 월드컵 출전권을 얻는다. 월드컵 포인트는 세계선수권과 올림픽 출전의 기준이 된다.

선수들에게 이번 대회는 포인트를 쌓는 긴 장정의 하나라는 의미가 강하다. 2일차 점수를 합산해 최종 우승자를 가리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대회 직전까지 국내에서 대륙컵 포인트가 가장 높은 선수는 최흥철(20점)로 세계 66위다. 최홍철은 김현기와 함께 월드컵 투어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정상급 선수들이 무조건 월드컵 투어에서만 뛰는 것은 아니다. 월드컵에서 30위 안에 들지 못하면 포인트를 얻지 못한다. 이 때문에 포인트 관리 차원에서 상위 랭커들도 대륙컵에 출전한다.

평창=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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