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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를 할 줄 모르는 동양계 젊은 여성이 딸꾹질이 멈추지 않아 병원에 왔다. 진단 결과 그녀는 식도에 부분 파열이 있는 상태. 의료진은 당장 수술을 권했지만 그녀를 데리고 온 남자는 그녀가 영어를 못한다는 것을 이용해 그녀를 안심시킨 후 퇴원시켰다. 그녀는 그날 오후 다시 병원으로 실려 왔다. 피를 토하며 정신을 잃은 것. 알고 보니 그녀는 유명한 먹기 대회 챔피언이었으며 남자는 그녀의 코치였다. 코치는 오래전부터 준비했던 유명한 먹기 대회 참가를 위해 영어를 못 하는 그녀를 속였던 것이다. 결국 그녀는 무리한 출전 준비로 식도가 완전히 파열돼 다시는 예전처럼 먹을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먹기 대회 선수’라는 다소 이색 종목의 챔피언이 등장하는 이 이야기는 미국 의학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에서 다뤘던 에피소드 중 하나다. 챔피언의 꿈을 가진 젊은 유망주가 승리를 위해 부상을 숨기고 무리하게 경기에 출전했다가 선수 생명 자체를 잃어버리는 이야기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수없이 반복된 내용. 당장 눈앞의 이익만을 좇는 편협한 시야가 장기적인 인생 레이스를 망치는 것이다. 환경에도 비슷한 예가 많다. 대표적인 경우가 ‘집단 수은중독 사건’으로 유명한 미나마타병. 공장에서 배출한 메틸수은이 바다를 오염시키면서 1956년 인근 주민들에게 이상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폐허가 된 나라를 살리기 위해 오로지 발전만을 위해 내달리던 일본은 산업화의 역군이었던 공장들에 책임을 묻는 대신 사건을 은폐하기 바빴다. 일본 정부가 메틸수은이 미나마타병의 원인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은 12년이나 지난 1968년이다. 사실을 숨긴 대가는 컸다. 약 12년 동안 1만 명에 달하는 미나마타 시의 주민들이 수은 중독으로 죽어갔다. 결국 미나마타라는 일본의 지명은 환경오염질환의 대명사가 됐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각종 기름 유출 사고나 불법 폐기물 매립을 관련 당국이 알고도 모른 채 방치해 피해를 키웠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사람이든 환경이든 이상 증상이 감지된다는 것은 일종의 경고다. 하지만 그런 문제에 있어서 인간은 때론 참으로 둔감하고 아둔하다. 초기 경고를 무시하다가는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을 그렇게 겪고도 아직까지 깨닫지 못하니 말이다.이은희 과학칼럼니스트}

21일 환경전문가들의 눈은 국립공원관리공단(공단)으로 쏠렸다. 이날 공단은 ‘가야산국립공원 내 골프장 설치’에 대한 심의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공단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가야산뿐 아니라 치악산 등 다른 국립공원 안에서 건립을 추진 중인 골프장의 운명도 좌우되기 때문에 관련 업계와 환경단체의 관심이 집중됐다. 골프장 건설업체 백운은 지난해 12월 30일 가야산국립공원 내 일부 지역(103만9000여 m²·약 31만4297평)에 골프장을 짓기 위해 ‘공원사업 시행 허가신청서’를 공단에 냈다. 현행 자연공원법상 국립공원 안에는 골프장을 설치할 수 없다. 그러나 백운 측은 “1996년 골프장 설립 금지 규정이 발효되기 전인 1991년 공단 측에서 골프장 건립을 허가한 만큼 가능하다”며 신청서를 제출했다. 해당 지역 주민은 자연 훼손을 이유로 골프장 건립에 반대했지만 공단은 “자연공원법에 따라 21일까지 최종적인 방침을 결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21일이 되자 공단은 석연치 않은 태도를 보였다. 공단은 이날 업무시간인 오후 6시까지 결과를 발표하지 않았다. 기자가 문의할 때마다 담당자들은 “오늘 안에 결정이 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특히 심의결과를 최종 승인해야 할 엄홍우 공단 이사장은 오후 5시경 결재도 하지 않은 채 퇴근했다. 오후 8시가 돼서야 공단은 “백운이 오후 6시 반 골프장 건립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왜 업체가 신청을 철회할 때까지 심의결과를 내리지 않았는지 공단은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다. 그동안 국립공원 내 골프장 건립을 놓고 공단 내부에서는 의견차가 심했다. 일부 임원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긍정적인 반면 실무자들은 “환경이 훼손된다”며 부정적이었다. 공단 일각에서는 “윗분들이 개발을 중시하는 현 정부의 눈치만 보는 것 같다”는 불만도 흘러나왔다. 일부 직원은 “자연공원법 심의 규정에는 ‘한 번 불허되면 다시 신청할 수 없다’는 내용이 있다”며 “백운 측이 불허 사실을 미리 알고 철회한 것 같다”는 분석도 했다. 실제로 21일 최종 승인을 위해 엄 이사장에게 보고된 문건에는 ‘골프장 건립 불허’라는 내용이 들어있었다고 공단 노조는 밝혔다. 백운이 다시 허가신청서를 내지 않는 한 가야산국립공원 내 골프장 건립 논란은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골프장 사업 허가와 관련한 심의를 놓고 오락가락하는 태도를 보인 공단은 존재 목적 자체를 스스로 망각한 것은 아닌지 되묻고 싶다.김윤종 사회부 zozo@donga.com}
23일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눈이 내린 가운데 한파까지 찾아와 24일 빙판길로 인한 출근길 교통 대란이 우려된다. 기상청은 23일 “서해안에서 유입된 눈구름대로 인한 폭설로 서울 경기 인천 강원, 충청지역에 대설주의보를 내렸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10시 현재 지역별 적설량은 서울 6cm, 동두천 4.5cm, 문산 7.9cm, 인천 6cm, 수원 9.1cm, 청주 4.2cm, 대전 2.8cm, 철원 6.7cm, 춘천 5.2cm 원주 9cm 등이다. 이날 내린 눈으로 서울 등 도심의 교통 체증이 평소 주말보다 심했다. 설 대목을 앞둔 택배업체들도 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한 택배업체 관계자는 “설을 앞두고 배달 물량이 급증했지만 눈이 와 배달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일부 택배업체는 택배기사의 안전을 위해 경사가 가파른 동네의 배달을 하루 늦추기도 했다. 기상청은 또 차가운 대륙고기압이 확장되면서 24일부터 다시 강한 한파가 몰려올 것이라고 예보했다. 24일 아침 최저기온은 서울 원주 영하 11도, 수원 영월 충주 영하 10도, 춘천 문산 영하 14도, 대전 영하 8도, 광주 대구 영하 5도, 부산 영하 4도 등으로 몹시 추울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아침 최저기온도 서울 수원 천안 영하 12도, 문산 영하 18도, 대전 영하 11도, 부산 대구 광주 영하 6도 등 한파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기상청은 내다봤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번 한파는 27일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금요일인 28일경 기온이 다소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올해 설 연휴에 귀성(歸省)은 고생스럽지만 귀경(歸京)은 상대적으로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해양부는 23일 한국교통연구원에 의뢰해 전국 8000가구를 설문조사한 결과 이같이 추정됐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 연휴 전날인 다음 달 1일부터 연휴가 끝나는 6일까지 예상이동인원은 3173만 명(1일 평균 529만 명)으로 추산됐다. 이는 지난해 설 연휴보다 3.2% 증가한 수치다. 이용할 교통수단으로는 승용차(82.3%)가 가장 많았다. 이동 예상 고속도로는 경부고속도로(33.1%), 서해안고속도로(15.0%), 중부고속도로(12.3%) 등의 순이었다. ○ “귀경길 교통 분산될 듯”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설 연휴 고속도로 이동시간(승용차 기준)을 추산해보면 귀성의 경우 서울∼대전 5시간 10분, 서울∼부산 8시간 20분, 서울∼광주 7시간 30분, 서울∼강릉 4시간 15분이 걸릴 것으로 예측했다. 귀경의 경우 대전∼서울 3시간 50분, 부산∼서울 7시간 40분, 광주∼서울 5시간 50분, 강릉∼서울은 4시간 10분 등으로 분석됐다. 또 귀성은 2일 오전, 귀경은 3일 오후에 체증이 가장 심할 것으로 예측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설 연휴 기간이 긴 데다 연휴 다음 날이 주말이어서 귀경길은 교통이 분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통편 증편과 도로 조기 개통 잇달아 국토부는 다음 달 1∼6일 ‘설 연휴 특별교통대책’을 시행한다. 특별대책에 따르면 설 연휴 기간 열차는 평시보다 12.4% 증가한 649차량, 고속버스는 439대(7.3%), 비행기는 30편(7.9%), 여객선은 167회(22.7%)가 각각 늘어난다. 또 교통량을 분산시키기 위해 고속도로는 완주∼순천(신설), 논산∼전주(확장) 구간(130.6km)이 조기 개통된다. 공사 중인 신갈∼호법(확장), 양지나들목∼용인휴게소 구간도 임시개방된다. 국도 현리∼신팔 등 19개 구간(146km), 내북∼운암 등 9개 구간(34.4km)도 추가 개방된다. 오산∼안성 등 일부 구간은 갓길운행을 임시로 허용할 방침이다. 또 경부고속도로 한남대교 남단∼신탄진나들목(141km) 상하행선에서 버스전용차로제 시행 시간이 평소보다 4시간 연장된다. 이에 따라 1일부터 4일까지 버스전용차로에는 오전 7시부터 다음 날 오전 1시까지 6인 이상 탑승한 9인승 이상의 승합차만 진입할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고속도로 이동 소요시간 예측치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명절 교통지옥을 없애려는 노력 교통연구원은 최근 ‘고속도로 통행예약제’ 도입에 대한 법률적 검토에 들어갔다. 명절 시 이용자가 사전에 고속도로 이용구간, 시간대를 예약하고 어길 시 벌금을 내는 제도다. 또 △명절 시 시간대별로 요금을 달리하는 ‘고속도로 통행료 탄력제’ △요금소 등에서 적정 차량만 순차적으로 통과시키는 ‘톨게이트 키핑제’ △다인승 차량 전용도로 확대 등의 도입도 논의되고 있다. 한양대 강경우 교통공학과 교수는 “전 국민의 절반 이상이 이동하는 특수한 상황에 맞는 특수한 교통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이창훈 인턴기자 경북대 영어교육과 2학년}

“조합원만이 공감하는 노동운동은 한계에 직면했습니다. 노동운동 지도층이 기득권을 버려야 국내 노동운동이 더욱 발전할 수 있습니다.” 3년 임기를 끝내고 이달 말 위원장직에서 물러나는 장석춘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위원장(54·사진)은 23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떼쓰면 떡 하나 주겠지’라는 식의 투쟁적 노동운동의 시대는 끝나간다”며 노동계의 변화를 촉구했다. 장 위원장은 국내 노동운동에 대해 “정당한 투쟁임에도 불구하고 대중이 노동운동에 식상해하고 있다”며 “사회취약계층이나 소외계층에게 필요한 정책을 제시하는 등 대중의 공감대를 얻어야 노동운동이 정당성을 얻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 위원장은 복수노조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복수노조는 노조가 타성에 젖는 것을 막는다”며 “현장 조합원과의 소통이 강화돼 노동운동이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정 한도로 정해진 노조 전임자에게만 사용자가 임금을 주도록 한유급근로시간면제 제도(타임오프)에 대해서는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장 위원장은 “노조 전임자를 무조건 줄이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라며 “중소기업, 대기업 등 기업 규모에 맞게 차별적으로 전임자 수를 적용하는 등 노사정이 보완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위원장은 최근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무상복지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그는 “정치인들이 선거를 위해 공약만 내놓고 선거 이후에는 책임지지 않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취약계층이 자립할 수 있는 복지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25일 새 위원장을 뽑는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올해 설 연휴에 귀성(歸省)은 고생스럽지만 귀경(歸京)은 상대적으로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해양부는 23일 한국교통연구원에 의뢰해 전국 8000가구를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이 같이 추정됐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 연휴 전날인 다음달 1일부터 연휴가 끝나는 6일까지 예상이동인원은 3173만 명(1일 평균 529만 명)으로 추산됐다. 이는 지난해 설 연휴보다 3.2% 증가한 수치다. 이용할 교통수단으로는 승용차(82.3%)가 가장 많았다. 이동 예상 고속도로는 경부고속도로(33.1%), 서해안고속도로(15.0%), 중부고속도로(12.3%) 등의 순이었다. ●2일 오전 귀성과 3일 오후 귀경은 피해야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설 연휴 고속도로 이동시간(승용차 기준)을 추산해보면 귀성의 경우 서울~대전 5시간 10분, 서울~부산 8시간20분, 서울~광주 7시간30분, 서울~강릉 4시간 15분이 걸릴 것으로 예측했다. 귀경의 경우 대전~서울 3시간 50분, 부산~서울 7시간 40분, 광주~서울 5시간 50분, 강릉~서울은 4시간 10분 등으로 분석됐다. 또 귀성은 2일 오전, 귀경은 3일 오후에 교통체증이 가장 심할 것으로 예측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설 연휴 기간이 긴데다 연휴 다음날이 주말이어서 귀경길은 교통이 분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통편 증편과 도로 조기 개통 잇달아 국토부는 다음달 1~6일 '설 연휴 특별교통대책'을 시행한다. 특별대책에 따르면 설 연휴 기간동안 열차는 평시보다 12.4% 증가한 649차량, 고속버스는 439대(7.3%), 비행기는 30편(7.9%), 여객선은 운항 167회(22.7%)가 각각 늘어난다. 또 교통량을 분산시키기 위해 고속도로는 완주~순천(신설), 논산~전주(확장) 구간(130.6㎞)이 조기 개통된다. 공사 중인 신갈~호법(확장), 양지나들목~용인휴게소 구간도 임시개방된다. 국도 현리~신팔 등 19개 구간(146㎞), 내북~운암 등 9개 구간(34.4㎞)도 추가 개방된다. 오산~안성 등 일부 구간은 갓길운행을 임시로 허용할 방침이다. 또 경부고속도로 한남대교 남단~신탄진 나들목(141㎞) 상하행선에서 버스전용차로제 시행 시간이 평소보다 4시간 연장된다. 이에 따라 1일부터 4일까지 버스전용차로에는 오전 7시부터 새벽 1시까지 6인 이상 탑승한 9인승 이상의 승합차만 진입할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고속도로 이동 소요시간 예측치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명절 교통지옥을 없애려는 노력 교통연구원은 최근 '고속도로 통행예약제' 도입에 대한 법률적 검토에 들어갔다. 명절 시 이용자가 사전에 고속도로 이용구간, 시간대를 예약하고 어길 시 벌금을 내는 제도다. 또 △명절 시 시간대별로 요금을 달리하는 '고속도로 통행료 탄력제' △톨게이트 등에서 적정 차량만 순차적으로 통과시키는 '톨게이트 키핑제' △다인승 차량 전용도로 확대 등의 도입도 논의되고 있다.한양대 강경우 교통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전 국민의 절반 이상이 이동하는 특수한 상황에 맞는 특수한 교통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김윤종기자 zozo@donga.com}
국립공원 내 골프장 건립을 추진해 온 건설업체 백운이 골프장 설치 신청을 철회했다. 21일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백운은 가야산 국립공원 내 일부 지역(103만9000여 m²·약 31만4297평)에 골프장을 조성하기 위해 신청한 ‘공원사업 시행허가’를 취소했다. 현행 자연공원법상 국립공원 안에는 골프장을 설치할 수 없다. 하지만 백운 측은 “‘가야산 국립공원에 1개의 골프장을 설치할 수 있다’는 공원계획이 골프장 설립 금지 규정이 발효된 1996년 이전에 수립됐기 때문에 (골프장) 설치가 가능하다”며 허가신청서를 공단에 냈다. 이후 지역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이 “자연이 훼손되고 농업용수가 부족해진다”며 반발하고 나서는 등 논란이 확산됐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이용득 전 한국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58·사진)이 억대 연봉을 받던 은행에서 기존 연봉의 10분의 1에 불과한 서비스 업종으로 전직한 이유에 대해 노동계가 의아해하고 있다. 20일 노동계에 따르면 이 전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우리은행을 사직한 뒤 12월 초 경기 성남시에 위치한 한 서비스업체에 취업해 한국노총 중부일반노조 소속 조합원으로 등록했다. 우리은행 전신인 상업은행 출신인 이 전 위원장은 노조전임자 신분으로 금융노조위원장, 한국노총위원장을 지냈다. 그는 2008년 4월 제18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 비례대표 후보 공천 심사에서 탈락한 후 금융노조 상임고문으로 활동하다 지난해 2월 우리은행 신탁사업단 내 퇴직연금부문 조사역으로 복직했다. 당시 이 전 위원장은 우리은행 측으로부터 연봉 2억5000만 원, 차량 지급 등 임원급 수준의 대우를 받았다. 하지만 최근 이 전 위원장이 이직한 서비스업체에서는 월 200여만 원의 급여를 받고 있다. 일반 직장인들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상황에 대해 노동계 일각에서는 ‘선거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25일 열리는 차기 한국노총 위원장 선거에 이 전 위원장이 후보로 출마했기 때문이라는 것. 노총 위원장 선거에 출마한 노동자가 억대 연봉을 받고 있으면 국내 노동계 정서상 이질감이 커 득표에 어려움을 겪을 것을 예상하고 미리 회사를 옮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노동운동가에게는 돈과 대우가 중요하지 않다”며 “고임금에 따른 거리감을 없애고 현장에 있는 조합원들에게 더 다가서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고용노동부 ▽별정직 고위공무원 △중앙노동위원회 상임위원 겸 사무처장 김윤배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본부장급 △기획조정본부 유희정 ▽실장급 △성인지정책연구실 및 성인지통계·패널센터 전기택 △가족·사회통합정책연구실 및 가족정책센터 장혜경 △평등·인력정책연구실 및 여성일자리정책센터 김태홍 △창의행정실 및 관리회계팀 권주미 △삶의질전략단 양애경 ▽팀장급 △연구기획평가팀 신선미 △경영전략팀 이경식 △국제개발협력팀 김은경 △성인지예산센터 조선주 △성별영향평가센터 김경희 △다문화·인권안전센터 박선영 △평등문화정책센터 안상수 △여성인재정책센터 박수미 △경영지원팀 이병옥 △지식정보팀 김성배 ◇충남대 △대학원장 황의동 △국제교류본부장 김규찬 △소프트웨어연구소장 겸 컴퓨터공학과장 김영국 △입학관리부본부장 김정일 ◇고려대 △교수학습개발원장 이희경 ◇국립공원관리공단 △행정처장 안수철 △홍보실장 이상배 △원보전처장 나공주 △감사실장 권혁균 △운영처장 박영덕 △생태복원팀장 정용상 △녹색탐방〃 송동주 △환경디자인〃 이수형 △산악안전교육센터장 이수식 △북한산 도봉사무소장 김종완 △지리산〃 이행만 △소백산 북부〃 양기식 △멸종위기종복원센터장 김종달 △치악산사무소장 김홍하 △한려해상〃 신승호 △지리산 북부〃 김용무 △〃 남부〃김진광}

도로 중심으로 투자가 이뤄지던 국내 교통시설 개발 계획이 ‘철도’ 중심으로 바뀐다. 국토해양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국가기간교통망계획 제2차 수정계획(2011∼2020년)’을 19일 확정 고시한다고 18일 밝혔다. 1999년 수립된 ‘국가기간교통망계획’은 국가통합교통체계효율화법에 따라 20년마다 수정되는 교통부문 최상위 계획이다. 2007년 한 차례 수정된 바 있다. 2차 수정계획에 따르면 2011∼2020년의 총 투자금액은 185조 원. 이 가운데 철도에는 72조 원(38.9%)이, 도로에는 70조 원(37.9%)이 투자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올해만 해도 도로에 7조2000억 원, 철도에 4조4000억 원으로 도로 예산이 훨씬 많다”며 “하지만 향후 녹색성장을 위해 철도를 중심으로 교통망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에 따라 2020년까지 철도망 4955km와 고속도로 5470km가 확충된다. 하지만 수송분담률은 철도가 2008년 대비 11.4%포인트 상승한 27.3%가 되는 반면에 도로는 12%포인트 떨어진 69.3%가 된다. 항공과 해운의 수송분담률은 각각 3.2%와 0.2%로 결정됐다. 수정계획안을 교통수단별로 보면 철도 분야는 전국 주요 거점을 연결하는 X자형과 해안권을 연결하는 □자형을 결합한 국가고속철도망 조기구축과 간선철도의 고속화, 전철화를 추진한다. 항공의 경우 인천공항 등 중추, 거점 공항은 시설 확충을 하는 반면에 지방 공항은 신규 투자를 최소화할 방침이라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도로의 경우 지체, 정체 구간의 차로를 넓히는 등 혼합구간을 집중 투자해 재정비하고 기존 도로는 정보기술(IT)을 접목한 운영 효율화를 병행한다. 항만의 경우 부산항 외에도 인천항 등을 동북아 허브항으로 집중 개발하는 한편 지역별 거점 항만으로 특화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또 통행거리별 수송수단의 역할을 구분해 장거리는 철도, 해운(대량화물), 항공(긴급화물), 중거리는 도로와 철도, 단거리는 광역급행철도 등으로 운영한다. KTX 역 중심으로 대중교통체계를 정비하는 한편 철도, 도로와 항만·산업단지를 연결해 교통물류 거점의 연계 교통망을 구축하게 된다. 이 계획에 따라 연간 20조 원의 비용절감 편익과 총 393조 원의 생산유발 효과, 350만 명의 고용유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국토부는 기대하고 있다. 김상도 국토부 종합교통정책과장은 “이번 계획이 실효성 있게 추진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사업규모와 투자 우선순위, 소요 재원 등에 관한 실행계획인 ‘제3차 중기교통시설투자계획(2011∼2015년)’을 올해 상반기(1∼6월)에 수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Thank you from Korea” 이 두 행사를 연 단체는 사단법인 H2O품앗이세계화운동본부(이하 품앗이본부). 두 행사는 지난해 9월 칸다바 시와 ‘품앗이 운동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필리핀지부를 설립하기로 한 뒤 처음 연 행사였다. 장문섭 품앗이본부 사무총장(63)은 “원조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받는 사람이 진정 고마워하고 원하는 것을 준다는 원조 본래 목적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받는 사람이 자존심을 상하지 않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다 한국의 미풍양속 ‘품앗이 정신’을 떠올린 것”이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품앗이 학교 자원봉사자들은 수업 내내 ‘필리핀이 먼저 한국을 도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필리핀은 6·25전쟁 때 군인 7400명이 참전해 112명이 목숨을 잃었다. 피델 라모스 전 필리핀 대통령은 참전용사로는 유일하게 국가원수까지 지냈다. 팻 빌로리아 재향군인회장(87)은 “우리보다 못살았던 한국이 이렇게 발전한 것을 보면 보람도 느끼고 자괴감도 느낀다. 하지만 옛날 도움받았던 것을 잊지 않고 갚는다는 마음을 보여주니 도움받는 입장이라 해도 거리낌이 없다”고 말했다. 품앗이본부는 12일부터 자원봉사뿐 아니라 마닐라 내 전쟁기념관 참전용사기념비를 방문해 참배를 하고 감사 편지를 전달하는 등 각종 추모행사를 벌였다. ○ 받았으니 되갚겠다는 정신 14일에도 품앗이 학교 수업이 계속됐다. 수업은 실무 위주로 진행됐다. IT 강좌의 경우 초등학생부터 40세 성인까지 컴퓨터를 전혀 배우지 못한 저소득층 40명이, 미용 강좌에는 해당 지역 미용사 30명이, 풍선아트에는 학교 교사 20명이 참석했다. 하루 종일 30도가 넘는 더운 날씨가 계속되다 보니 좁은 교실 안에 있던 자원봉사자들과 칸다바 시민들은 땀범벅이 됐다. 칸다바 시에는 중고등학교가 3개밖에 없어 교육 인프라가 매우 부족하다. 이 때문에 학생들의 열정도 남달랐다. 자원봉사자들은 수업 틈틈이 “여러분의 선배들이 과거 한국이 어려울 때 많은 도움을 줬기 때문에 품앗이 정신에 입각해 이제는 우리가 교육을 통해 여러분 선배들의 사랑을 갚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품앗이 운동은 ‘소프트웨어 강화’를 지향하고 있다. 제대로 돕기 위해서는 학교, 병원 등 하드웨어에 치중하는 ‘깃발 꽂기 원조’를 지양하고 수원국 시민들에게 실제 도움이 될 수 있는 교육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 IT교실에서 파워포인트 실습을 하던 조세핀 양(13)은 기자에게 연방 ‘푸마시 푸마시 굿’이라고 말했다. 조세핀 양은 “잘 배우면 졸업장과 자격증도 준다고 하니 열심히 배워서 장차 미용실에서 일하며 돈도 많이 벌 것”이라고 말했다. 필리핀 품앗이 원조는 일반 시민들에게 많이 알려진 듯했다. 학교 앞을 지나는 시민들에게 기자가 ‘품앗이’를 아느냐고 물으니 ‘푸마시’ ‘푸마시’ 하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지나는 사람들도 있었다. 봉사자들의 만족도도 컸다. 풍선아트 교실에서 만난 송동명 한국풍선문화협회장(40)은 “품앗이 정신을 세계에 심는다는 취지에 적극 공감한다”며 “일단 왜 돕는가에 대한 철학을 공유하니 필리핀 사람들을 볼 때도 동정심보다는 나 역시 감사하다는 마음이 먼저 든다”고 말했다. IT강사로 참석한 회사원 조혜리 씨(25)는 “언뜻 국제원조라고 하면 상대방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보다는 돕는 쪽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주는 경향이 강했던 것 같다”며 “하지만 품앗이 마음으로 교류가 되니 진심이 통해 진정한 도움을 주게 된다”고 전했다. 3일 동안 이어진 교육이 끝나고 14일 열린 졸업식은 수강생들과 봉사단원들 사이에 정이 많이 들었는지 눈물바다가 됐다. 품앗이 원조의 또 다른 장점은 이처럼 도움을 받은 사람이 나중에 되갚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그런 점에서 일대일로 끝나는 ‘기브 앤드 테이크(Give and Take)’와 차원이 다르다. IT교육에 참석한 레지엘 씨(23·여)는 “나중에 내가, 나아가 필리핀이 잘살게 되면 더 못사는 나라를 돕게 될 것”이라며 “그때까지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말했다. 아나 패딜라 씨(38·여)도 “한국이 고맙다”며 “지금은 우리가 어렵게 살아도 열심히 살면 언젠가 한국처럼 남을 도울 날이 올 것이라는 희망이 생겼다”고 말했다. 글·사진 칸다바=김윤종 기자 zozo@donga.com▼‘품앗이 운동’ 첫 시작 칸다바市제리 펠라이요 시장▼ 한국형 국제 원조인 ‘품앗이 운동’이 여러 원조 대상국 중 필리핀 칸다바 시에서 처음 시작된 데에는 제리 펠라이요 시장(54·사진)의 역할이 컸다. 필리핀 팜팡가 주 22개 시장협의회 대표이기도 한 그는 부친이 6·25전쟁 참전용사다. 2004년부터 시장 직을 맡아온 그는 지난해 9월 칸다바 시에 품앗이운동 필리핀지부를 설립하기로 H2O품앗이세계화운동본부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평소 필리핀 사람들에게 자주 한국의 ‘푸마시(Pumassi)’를 설명한다는 펠라이요 시장은 14일 오후 자신의 자택에서 진행된 인터뷰 내내 ‘품앗이 운동의 세계화에 동참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어떻게 한국의 ‘품앗이’를 알게 됐나. “필리핀에서 오래 사업을 하고 있는 한국인 사업가에게서 품앗이 운동을 하는 단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 사업가의 누님이 단체회원이었다. 설명을 듣는 순간 칸다바 시에 바로 필요한 ‘무엇’이라는 느낌이 왔다. 또 사랑과 나눔을 중시하는 필리핀의 미풍양속인 ‘바이아니한(bayanihan)’ 정신과 비슷한 면이 많았다. ―품앗이 운동의 장점은…. “이제까지 필리핀을 돕겠다는 다른 나라의 국제원조 방식과 달라 많은 필리핀 사람들의 가슴에 와 닿았다. 6·25전쟁 참전에 대한 고마움을 이야기하며 우리를 돕는 방식 때문인지, 도움을 받으면서도 자긍심이 느껴진다. 또 재난 같은 어떤 위급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만 도와주고 끝나는 게 아니라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을 갖고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든다는 점에서 마음에 들었다.” ―향후 목표는…. “지역 내 정식으로 품앗이학교를 지을 것이다. 건물은 한국 측에서 지어주겠지만 우리도 가만히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품앗이학교가 들어갈 6000여 평의 터를 우리 측에서 기부하기로 했다. 학교를 통해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의 교육을 강화하고 싶다. 또 필리핀 내 재단을 만들어 품앗이 운동을 전국에 확산시키고도 싶다. 우리도 한국처럼 다시 잘살게 되면 우리보다 더 어려운 제3세계 국가를 돕고 싶다. ‘푸마시 정신’을 발휘해서 말이다.”▼“정-마음 나누자” H2O품앗이운동본부 1998년 설립▼H2O품앗이운동본부는 한국의 미풍양속인 ‘품앗이 정신’을 계승, 발전시켜 세계화하자는 목적으로 1998년 설립됐다. H2O란 ‘Human Hospitaller Organization’의 줄임말로 H 2개를 H2로 표현한 것. ‘사람을 사랑하고 돕는 단체’라는 뜻이다. 이사장 이경재 국회의원(한나라당)을 중심으로 지난해부터 세계 각국 민간단체들과의 교류 증진을 통해 전 세계에 품앗이 네트워크를 구축 중이다. 국제나눔클럽, 한국풍선문화협회, 한국콘텐츠 창작가협회, 한국민속아동음악연구원 등 국내 다른 민간단체들의 지원도 받고 있다. 6·25전쟁 참전국을 중심으로 품앗이학교를 설립해 ‘교육’을 화두로 한국형 국제 원조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6·25전쟁 참전국가(21개국)에 대한 감사편지 전달 등의 문화교류 행사도 해 왔다.}

《‘제2의 국립공원’이 될 ‘국가지질공원’이 올해 안에 생길 것으로 보인다. 18일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은 “국가지질공원제도를 구축하기 위해 현재 국립공원을 지정, 관리, 해제하는 자연공원법을 상반기 내에 개정하는 등 제도적 기반을 10월까지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제2의 국립공원, 국가지질공원이란?현재 국가가 운영하는 국내 공원은 환경부 소관의 ‘국립공원’ ‘도립공원’ ‘군립공원’ 등 자연공원과 국토해양부 소관의 각종 도시공원으로 나뉜다. 여기에 ‘제2의 국립공원’이라 할 수 있는 지질공원이 빠르면 올해 안에 추가되는 셈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질공원(Geopark)이란 지질학적 공원(Geological park)의 준말로 희귀한 자연적 특성, 지구과학적 심미적 가치 등을 갖춘 특정 지역의 지질이나 지형을 기초로 일정 구역을 공원화하는 것. 북한산 지리산 설악산 등 기존 국립공원이 자연 보전과 규제, 그리고 생명 다양성을 중시했다면 지질공원은 지질 다양성과 고고학, 역사, 문화적 가치를 중시한다. 정부는 지질공원이 생길 경우 보전 못지않게 활용도 강화할 방침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단순히 보호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과학 연구와 교육, 지질관광 등을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다”며 “지질은 생물과 달라 사람이 활동을 해도 훼손이 크지 않아 공원으로 지정돼도 국립공원처럼 지역주민의 반발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 국가지질공원 예상 후보지는?올해 안에 지질공원으로 지정될 유력 장소는 ‘전남 해남 공룡화석지’ ‘강원 영월 동굴지대’ ‘강원 양구 펀치볼 지대’ ‘강원 철원 한탄강 유역’ ‘백령도’ ‘울릉도’ 등 15곳이다. 기존 국립공원과 겹치지 않는 장소로 선정한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방침. 지질공원 선정이 유력한 전남 해안군 황산면 우항리 공룡화석지에는 공룡 발자국 화석 1000여 점이 보존돼 있다.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9500만 년 전 물갈퀴새 발자국, 아시아에서 최초로 발견된 절지동물 생흔화석 등이 있어 ‘살아있는 박물관’으로 불린다. 강원 영월군 자연동굴은 한반도의 대표적인 석회암 지대다. 중국 남부와 북부 고생대 지층의 특성을 고스란히 갖추고 있어 지질학 주요 연구 대상이다. 강원 양구군 해안면 펀치볼 지대는 가칠봉, 도솔산, 대암산 등 해발 1100m 이상의 산에 둘러싸인 거대한 분지가 장관을 이룬다. ‘펀치볼’은 6·25전쟁 당시 이 지형을 본 종군기자들이 ‘화채그릇을 닮았다’고 말해 붙여진 이름이다. 강원 철원군 한탄강 유역은 20억 년 전 선캄브리아시대에서부터 중생대, 신생대까지의 지층이 보존돼 있다. 또 구석기인들의 생활 근거지로 쓰여 구석기 시대의 문화를 관찰할 수 있다. 백령도는 지구에 생물체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전인 상원계의 지층과 독특한 해안지형으로 주목을 받고 있으며 울릉도 내 유일한 평지인 나리분지는 특이한 지질층과 광천수, 폭포 등이 있어 울릉도의 형성 과정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이 밖에 △7000만 년 전 단층 작용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서울 수락산과 불암산 △고생대 해성지층이 융기돼 만들어진 지대가 많은 강원 평창군 △화산 지형과 해안 지형이 장관을 이루는 독도 등도 지질공원 후보지다. 환경부는 지역별로 국가지질공원을 선정한 후 이를 연결하는 ‘국가지질공원망’을 구성할 방침이다. ○ 국가지질공원을 세계지질공원으로환경부는 10월부터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지질공원’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이후 지질학적 가치와 지자체 내 지질공원 관리기관 유무 등을 기준으로 심사를 거쳐 1∼3개월 내에 지질공원을 선정할 방침이다. 공원 선정 이후 개별 공원 관리는 지자체가 하게 된다. 전체적인 지질공원 관리는 공원공단이 맡게 된다.또 국립공원 지정, 해제 등을 심의하는 국립공원위원회와 유사한 형태의 ‘지질공원위원회’를 구축해 4년에 한 번씩 재심의를 할 계획이다. 재심에서 지질이 훼손되거나 제대로 관리가 안 되면 지질공원 자격이 취소된다. 정부는 일단 15, 16개의 국가지질공원을 선정한 후 이 장소들이 향후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받도록 관리 보완할 계획이다. 지난해 10월 한라산, 만장굴, 성산일출봉 등 제주도의 지질명소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을 받았다.국립공원관리공단 강동익 기획조정팀 강동익 차장은 “빠르면 한두 달이면 심의가 끝나 올해 내 지질공원이 지정될 수도 있다”며 “국가지질공원이 잘 관리돼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되면 국가 브랜드 상승, 관광객 증대, 지역경제 발전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박소영 인턴기자 연세대 중문과 4학년}

타임머신을 타고 100년 전 뉴욕으로 시간여행을 가보자. 그곳에 가면 놀랍게도 매연가스도, 소음도 없는 친환경 택시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이 택시가 바로 현재의 서울에서도 탈 수 없는 ‘전기자동차’ 택시다. 당시 미국에서는 전기차가 대인기였다. 그 이유는 가솔린차보다 시동을 걸기가 쉽고, 운전 조작이 간편한 데다 운행 중 소음이 적다는 장점 때문이었다. 폭발위험이 있는 휘발유를 쓰지 않기 때문에 화재 가능성도 작았다. 당시 전기차는 택시와 여성용 자동차로 특히 인기가 높아 뉴욕에서만 2000여 대나 운행됐다. 우리는 자동차 하면 보통 기름을 연료로 움직이는 가솔린차를 생각하지만 사실 자동차의 역사는 전기차에서부터 비롯됐다. 1828년 헝가리의 발명가 아뇨스 예들리크가 전기모터를 발명한 뒤 만든 자동차가 시초다. 1899년에는 시속 100km가 넘는 전기차가 나오기도 했다. 그 시절 사람들은 자동차를 타고 100km 이상 달리면 폐가 터져 죽는다고 생각했다. 당시로는 대단한 속도였다. 이렇게 인기를 누리던 미국의 전기차도 1910년을 넘어서자 빛을 잃기 시작했다. 비싼 제작비 때문이었다. 한때는 자동차 왕 헨리 포드와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이 합작해 500달러 이하의 값싼 전기차를 만들려 했으나 충전의 어려움, 무거운 배터리 같은 단점 때문에 대량 생산을 포기했다. 얼마 후 미국 텍사스에서 엄청나게 큰 유전이 발견돼 휘발유 값이 크게 떨어지면서 가솔린차의 인기가 상승했다. 반면에 전기차의 인기는 급격히 수그러들었고 이내 역사 밖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역사 속으로 사라졌던 전기차가 100년이 지난 현재 다시 주목받고 있다. 내연기관과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가솔린, 디젤 엔진 차량은 대기 오염과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름은 이제 값싼 연료가 아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겨울한파와 자원고갈로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세계 주요 자동차업체들이 에너지효율이 높은 저공해 친환경 차량 개발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과 고비용을 야기하는 화석연료의 굴레에서 자유로운 전기자동차는 100% 무공해이며 연료비가 기존 가솔린차의 10% 정도밖에 들지 않는다. 세계는 지금 친환경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선진국은 앞다투어 녹색기술을 토대로 녹색산업을 키우고 새로운 녹색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녹색경쟁(green race)을 벌이고 있다. 100년 전 가솔린 자동차는 ‘땅을 파서’(유전 개발로) 전기자동차를 역사 밖으로 밀어냈다. 이제는 전기자동차가 ‘머리를 써서’(기술 개발로) 가솔린 자동차를 역사 밖으로 밀어내고 있다. 새로운 시대를 준비해야 할 때다.유복환 기획재정부 성장기반정책관}

“비행고도제한은 절대로 어기면 안 된다.”(국방부) “국가기간산업과 지역경제를 외면해선 안 된다.”(경북 포항시와 포스코) 2008년 7월 착공한 ‘포스코 포항제철소 신(新)제강공장’의 비행고도제한 문제를 둘러싸고 1년 6개월간 줄다리기를 해온 국방부와 포스코, 포항시가 머리를 맞댄 끝에 드디어 조정에 성공했다. 국무총리실은 18일 행정협의조정위원회를 열어 △고도제한 초과 공장 상단 부분 1.9m 철거 △기존 활주로를 공장에서 378m 더 떨어진 곳으로 이동 △정밀기계착륙장치 등 항공 안전장비 설치 △활주로 표고 7m 상향 등 4가지를 조건으로 이 공장의 공사 재개를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활주로를 378m 옮기면 신제강공장 용지가 비행안전 5구역에서 6구역으로 변경(비행안전구역은 1∼6단계로 나뉘며 1단계가 제한이 가장 심함)돼 고도 제한 높이가 완화된다. 또 건물 상단 부분의 높이를 낮춤에 따라 건축 제한 초과 높이는 기존 19.4m에서 8.5m로 줄어든다. 현행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에는 ‘관할부대장 등이 비행안전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건축 제한 높이를 초과하는 건물의 설치를 허용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그러나 활주로 인근 주민들이 확장에 따른 소음 피해 대책을 요구하며 반발해 이번 조정에 따른 후속 절차 진행이 순조롭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포항=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주성원 기자 swon@donga.com▼깎고… 옮기고… 만들고… 갈등해결 큰걸음▼○ “머리를 맞대면 답이 나온다.” 포스코는 2008년 6월 포항시 허가를 받아 해군 6전투비행단이 이용하는 포항공항 활주로에서 2.1km 떨어진 지점에 총면적 8만4794m²(약 2만5700평), 건물 높이 85.8m인 신제강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하지만 건물 높이가 고도 제한 한도(66.4m)를 초과하자 군 당국이 공사 중지를 요청했다. 허가를 내주는 과정에서 국방부와 사전 협의를 하지 않은 포항시로서는 뒤늦게 위법 사항을 발견하고 2009년 8월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다. 이미 포스코는 1조3000억 원의 공사비용을 투입한 상태였다. 공정은 93%. 포스코와 포항시가 첨단 공장을 지으면서도 행정 절차는 부실하게 밟은 것은 ‘안일한’ 태도 때문. 포항시와 포스코 관계자는 “국가보안시설인 포항제철소 상공은 비행 금지 구역이어서 고도 제한 규정을 꼼꼼하게 살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정위원회 의뢰로 비행안전영향평가를 실시한 한국항공운항학회는 “항공기 엔진 고장 등 비상시에 위험이 있을 수 있지만 대안을 마련할 경우 안전성 확보가 가능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총리실은 “국가안보적 측면과 국가경제적 측면을 동시에 고려했다”며 “안전성 확보 조치가 완료되면 현재보다 더 원활하게 군 작전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총리실은 이런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포항시와 포스코에 엄격하게 책임을 묻기로 했다. 포스코는 활주로 이동, 토지 수용 등 1000억 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안전성 확보 조치에 필요한 비용을 모두 부담하게 된다. 포항시는 이번 조치에 따라 주거지를 옮겨야 하는 주민들의 민원 처리 등 모든 행정적 책임을 져야 한다. 총리실은 포항시에 행정·재정적 제재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포스코 윤용원 전무(성장투자사업부문장)는 이날 조정 직후 “최고의 철강공장을 만들어 그동안 걱정해준 포항시민과 국가경제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 인근 주민과 건설업계는 희비 엇갈려 공사 재개가 결정되자 지역 건설업계는 반색하고 있다. 포항지역 30여 개 전문건설사 소속 근로자 5000여 명은 1년 넘게 실직 상태에서 공사 재개를 손꼽아 기다렸다. 200여 개 협력업체도 마찬가지다. 반면 활주로 주변 주민들은 반발하고 있다. 조정안대로 활주로를 옮길 경우 동해면소재지에 가까워져 소음 피해가 지금보다 훨씬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이상훈 포항시의원(52·동해면)은 “제강공장 문제 못지않게 주민의 정상적인 생활권도 중요하다”며 “지금도 소음에 시달리는데 조정안대로 되면 집단이주 이외에는 대책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 롯데슈퍼타워, 서울시 하수처리장 둘러싼 갈등 해법 ‘천양지차’ 롯데그룹은 올해 상반기(1∼6월) 초고층인 ‘롯데슈퍼타워’(123층·555m) 공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예정이다. 롯데슈퍼타워는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숙원사업이지만 현실화되는 데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롯데그룹이 이 땅을 산 것은 1987년. 1994년 5월 서울시에 건축 가능 여부를 문의한 지 두 달 뒤 “비행안전구역 밖에 위치한 땅은 군용항공기지법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회신을 받고 1995년 도시설계안을 송파구에 냈다. 100층, 402m 높이로 건물을 짓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공군의 반대에 부닥쳤다. 이후 롯데그룹은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행정심판을 청구하는 등 법적인 해결을 모색하기도 했다. 하지만 공군과 서울시의 반대로 번번이 롯데슈퍼타워 건립을 못하다가 지난해 공군과 “서울공항 활주로 방향을 바꾸는 데 드는 비용을 롯데그룹이 부담한다”는 내용으로 합의하면서 건축 절차가 시작됐다. 반면 경기 고양시 덕양구 현천동 일대 ‘서울시 난지물재생센터(하수처리장)’를 둘러싼 서울시와 고양시 간 분쟁은 좀처럼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 시설이지만 고양시에 들어서 있어 고양시민들이 줄기차게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국가 안보-기업 이익 대립… ‘상생의 조화’ 좋은 선례로▼포스코와 국방부 간 이번 합의는 안보와 경제라는 대립적 가치가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간 지속돼온 갈등의 핵심 쟁점은 포스코 측이 신축 중이던 신제강공장이 고도제한 규정에 어긋나 인근 포항공항의 비행안전성을 해치게 된다는 점이었다. 총리실 행정협의조정위원회의 조정 결과 활주로 연장 이동 등 새로운 대안을 통해 포항공항의 비행안전성을 확보하면서 포스코 측은 수조 원의 손실을 방지할 수 있게 됐다. 통합적 대안을 통해 양측의 이해를 충족시킴으로써 갈등을 해결하는 전형적 사례인 셈이다. 이런 상생적 해결은 무엇보다 국방부 측이 전처럼 고도제한 관련 규정에 얽매이지 않고 실질적으로 비행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방향으로 선회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제2롯데월드처럼 경제논리에 안보가 뒷전으로 밀렸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지만 이번 합의내용이 기존 법규정이 요구하는 비행안전성을 확보했다면 그런 비판은 적절치 않다고 할 수 있다. 안보와 경제, 나아가 비행안전성과 재산권 및 기업 활동이란 이해관계는 그 자체로 충돌하지 않으며 얼마든지 상생의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선례를 만든 게 이번 합의의 소중한 교훈이라고 할 수 있다. 강영진 성균관대 국정관리대학원 겸임교수}

영하 10도 이하의 추위가 계속되다 보니 주변에 ‘피부가 상했다’는 여성이 많다. 냉기 속에 피부를 보호하려면 평소 물과 비타민A, C가 함유된 과일과 채소를 자주 먹자. 집에서는 방이나 거실에 빨래를 널어 말리면 피부 수분 유지에 도움이 된다. 따뜻한 차도 챙겨 마시자. 구기자차는 보습 효과가 뛰어나 피부를 윤기 있게 해주고 당귀차와 율무차는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한다. 김윤종 기자}

한반도를 강타한 시베리아 한파가 18일을 기점으로 다소 주춤해질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17일 기상예보를 통해 “18일 아침 최저기온은 서울 영하 11도, 대전 천안 청주 영하 12도, 수원 원주 충주 영월 영하 14도, 대구 울산 영하 7도, 광주 포항 창원 영하 6도, 부산 통영 여수 영하 5도 등으로 각종 한파 기록을 새로 쓴 16일이나 17일보다는 소폭 상승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18일 낮에는 충청, 호남 서해안, 밤에는 서울, 경기, 강원 영서지방을 중심으로 산발적으로 눈이 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체감온도가 영하 35도까지 떨어지는 강추위가 16일 한반도를 강타하면서 국내 겨울철 날씨에 대한 각종 관측 기록이 새로 쓰이게 됐다. 기상청은 “16일 서울지역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7.8도로 2001년 1월 15일(영하 18.6도)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았다”고 밝혔다. 또 이날 부산지역 아침 최저기온(영하 12.8도)은 1915년 1월 13일(영하 14도) 이후 96년 만에 가장 낮았다. 울산(영하 13.5도) 역시 1967년 1월 16일(영하 14.3도) 이후 44년 만에 가장 추워 1931년 관측 이래 역대 2위의 한파를 보였다고 기상청은 발표했다. 통영(영하 10.7도)과 진주(영하 15.6도)에서는 각각 1967년, 1969년 관측 이래 3위에 해당되는 최저기온이 관측됐다. 거제(영하 10.4도), 창원(영하 13.1도), 영덕(영하 15.0도) 등은 해당 지역에 대한 기상 관측이 시작된 1971년 이후 가장 낮은 기온을 나타냈다. 철원 영하 24.3도, 제천 영하 23.2도, 춘천 영하 22.5도, 천안 영하 16.2도, 대전 영하 16.1도, 대구 영하 13.1도, 광주 영하 11.7도 등 전국 대부분 지역이 올겨울 들어 가장 추웠다. 각종 ‘기상 기록’이 세워진 원인은 대륙고기압의 확장으로 중국과 몽골을 거쳐 남하한 영하 40도가량의 시베리아 공기가 한반도 상공 5km 지점에 떠있기 때문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북극지역 기온이 차가울수록 북극 상공의 공기 회전이 빠르고 한기가 회전 소용돌이 속에 갇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찬 공기가 북반구 중위도로 내려올 수 없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북극지역 기온이 상승하면서 공기 회전력이 약해졌고 찬 공기가 회오리에서 빠져나와 중위도로 내려오고 있다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이에 따라 17일 아침 최저기온도 서울 영하 16도, 철원 영하 23도, 대전 영하 14도, 광주 영하 10도, 대구 영하 9도, 부산 영하 8도 등으로 추위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8일도 아침 최저기온이 서울 영하 11도, 수원 영하 14도, 대전 영하 10도, 부산 영하 5도에 머물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다. 또 차가운 공기층의 영향으로 17일까지 호남과 울릉도·독도 3∼10cm, 서해5도·제주도(산간 제외) 1∼5cm, 제주산간 5∼20cm 등 많은 눈이 내릴 것이라고 기상청은 덧붙였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번 추위는 19일부터 다소 누그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미국의 스타 경제학자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는 경제학을 ‘빈곤을 치료하는 의학’이라고 말한다. 29세에 하버드대 최연소 정교수가 돼 많은 개도국과 국제기구 자문 역으로 활약했으며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의 특별보좌관이기도 했던 그는 ‘한국 예찬론자’이기도 하다. ‘선진국 중 가난했던 과거를 기억하는 얼마 안 되는 부자 나라 한국’이야말로 가난한 나라의 빈곤 탈출을 도울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는 것이다.》 ○ ‘도와주는 상상력’이 다르다 세계 원조 전문가들은 한국이 원조 초년국이긴 하지만 ‘받았던 나라가 주는 나라가 된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 어느 선진국보다 비교우위를 갖고 있다고 말한다. ‘한국형 원조모델’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한국 국제협력단(KOICA) 캄보디아 사무소의 신의철 소장은 “한국의 중장년 세대라면 가난한 나라들을 둘러볼 때 바로 1950, 60년대 우리 모습을 떠올리며 동정심과 연민을 갖는다”며 “우리는 돈과 물건을 공짜로 나눠주는 것보다 ‘잘살려는 의지’를 북돋우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과 비교할 때 ‘도와주는 상상력’이 다르다”고 말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페루 도자기마을과 라오스 교과서 사업이다. 잉카문명의 대표 유적지 마추픽추에서 100km가량 떨어진 작은 산간마을 ‘코라요’ 주민들의 삶은 한국인 관광객들의 ‘측은지심’과 봉사단원들의 열정으로 삶이 180도 달라진 경우다. 옥수수와 감자 농사로 월 50달러 극빈생활을 하던 그들의 유일한 부업은 도자기를 구워 내다파는 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곳을 지나던 한국인 관광객이 도자기의 질과 디자인이 우수한데 이것을 살려서 도울 방법이 없겠느냐는 제안을 KOICA에 했고 봉사단원까지 파견하기에 이른 것. 마침내 2004년 10월 단원 6명이 파견됐고 이들은 헌신적인 활동으로 코라요를 ‘자기(瓷器)마을’로 거듭나게 했다. 현재 이곳의 평균 소득은 월 300달러에 달한다. 라오스 교과서 사업도 한국의 가난 경험이 발판이 된 경우. 현재 라오스 중고교생들은 교과서 뒷면에 라오스국기와 태극기가 나란히 인쇄돼 있는 교과서로 공부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교과서 인쇄기는 물론 인쇄출판 전문가까지 파견해 도와준 결과다. 1950년대 학교를 다녔던 한국의 장년층은 유엔한국재건위원단(UNKRA) 교과서에 대한 기억이 또렷하다. 라오스 교과서 지원 아이디어도 교과서가 없어 제대로 공부를 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보고 현지 봉사단원이 낸 것이었다. KOICA와 연세대가 에티오피아에서 펴고 있는 가족계획 사업도 마찬가지. 봉사단원들은 아프리카 최빈국이면서 다산(多産)국인 이곳에서 30년 전 우리가 했던 것처럼 오지마을 주민들을 찾아다니며 가족계획의 중요성을 알리고 피임시술을 하고 있다. 캄보디아로 들어오는 모든 원조를 총괄하는 캄보디아 개발위원회(CDC·Council of Development for Cambodia) 판야 웬니다 국장은 “한국을 보면 우리가 지금은 비록 가난해서 남의 나라 도움을 받지만 언젠가 한국처럼 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인다. 선진국들도 ‘한국을 봐라’ ‘한국은 저렇게 일어서지 않았느냐’를 강조한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국제 원조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강의 기적’을 이룬 경험과 노하우는 개도국들이 가장 전수받고 싶어 하는 소프트웨어다. 대표적인 나라가 알제리. 프랑스 식민지였던 이 나라는 한반도 10배 크기 면적에 세계 14위 원유 매장량과 세계 9위 천연가스 매장량을 가진 자원부국이지만 개발 노하우가 없어 전전긍긍하던 끝에 ‘한국’을 알게 되어 본격적으로 문을 두드렸다. 알제리 대통령은 2006년 3월 노무현 대통령이 방문했을 때 최고 국빈 대접을 하면서 “개발 경험을 가르쳐달라”고 했고 이후 고급공무원 특별연수를 시작으로 산업개발정책, 신도시 건설사업까지 모두 한국의 도움을 받고 있다. 세네갈도 마찬가지. 주일 대사가 주한 대사를 겸임할 정도로 한국에 대해 소홀했던 나라였지만 2007년 압둘라예 와데 대통령이 “한국을 배우라”고 지시하면서 주한 세네갈대사관이 만들어졌다. KOICA 박대원 이사장은 “개도국들은 대부분 과거 식민지여서 선진국 원조를 당연하게 여기거나 내정간섭으로까지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데 한국과는 식민에 대한 부채가 없는 데다 오히려 똑같은 식민지 경험을 가졌던 나라가 도와준다는 점에서 더 진정성을 느낀다”고 했다. 권율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ODA 팀장도 “잘살 수 있다는 희망과 의지를 보여주는 인적활동 중심인 ‘한국형 원조모델’이야말로 빈곤 탈출이 목적인 해외 원조의 최적 모델”이라고 말했다. ○ ‘품앗이 원조’의 시작 보은(報恩) 원조 우리가 받았던 도움을 국제사회에 되돌려주자는 ‘품앗이 정신’의 대표 격이 보은 원조다. 다름 아닌 6·25전쟁에 참전해 목숨을 바친 인연이 있는 나라를 돕는 것이다. 대표적인 나라가 1인당 국민총소득(GNI) 220달러로 참전국 중 최빈국으로 전락한 에티오피아. 한국 정부는 보은의 마음과 우리의 교육열을 살려 2006년 코리아 사파르(한국촌)에 히브레피레 초등학교를 지어주고 봉사단원을 통해 지속적인 교육사업을 했다. 그 결과 이 학교는 지역학력평가에서 1위를 하는 등 현지 학부모들이 가장 선호하는 최우수 학교가 됐다. 한때 아시아 선진국으로 불렸지만 후진국으로 전락한 필리핀도 마찬가지. 3모작이 가능하지만 원시적인 정미 방식으로 식량을 자급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에 착안해 지난해부터 4개년 계획으로 5개 주에 미곡종합처리장(RPC)을 지어주고 있다. 이미 시설이 완공된 오로라 주에서 도정되는 ‘KOICA 쌀’은 수도 마닐라 대형마트에서도 최고 품질로 인기가 높다. 2009년에는 중남미 유일의 참전국 콜롬비아에도 KOICA 사무소가 개설됐다. 참전 상이용사와 내전으로 다친 이들을 위해 한-콜롬비아 우호재활센터도 짓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원조는 주는 쪽이 아니라 받는 쪽 입장을 고려하는 게 목표이므로 너무 ‘한국형’에 강박을 가질 필요는 없다”(김은미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최원기 외교안보연구원 경제통상연구부 교수)고 조언했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원조후진국 한국, 민간인 기부는 뜨겁다▼유니세프 모금액 10위, 월드비전 4위, 컴패션 3위 서울 관악구에서 행정차량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 안상기 씨(42)는 2년 전부터 국제어린이양육단체 ‘컴패션’을 통해 필리핀의 한 아이와 결연을 맺고 매달 4만5000원을 기부한다. 그는 “어렸을 때 학교에서 해외 원조로 온 빵을 먹어 본 경험도 있고, 이제는 우리가 갚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혜진 씨(29·여)는 국제원조단체 ‘월드비전’을 통해 모잠비크의 한 초등학교 4학년 어린이에게 매달 3만 원을 보내고 있다. 그는 “요즘엔 우리도 먹고살기 힘든데 왜 다른 사람을 돕느냐는 거부감이 많이 사라졌다. 어려운 나라 가난한 아이들의 부모 역할을 하는 샐러리맨들이 주변에도 많다”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공적개발원조(ODA) 순위 최하위권 기부 후진국’이라는 오명과 달리 국내 ‘개미 기부자’들의 해외 기부 열기는 뜨겁다. ODA는 국가 원조 예산만 집계되어 민간단체 모금액은 잡히지 않는다. 월드비전 유니세프 굿네이버스 세이브더칠드런 지구촌나눔운동 한국해비타트 등 50개 국제구호단체가 모여 만든 한국해외원조단체협의회에 모인 지난해 모금액은 총 3292억 원(‘한국국제개발협력 NGO 편람’). 이는 KOICA의 올해 해외 무상원조 예산(총 3500억 원)에 육박한다. 여기에 컴패션 같은 여타 민간단체나 교회, 사찰 등 종교단체까지 합하면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구체적으로 국제구호단체들의 3년간 모금액 추이를 보면 열기가 얼마나 뜨거워지는지 알 수 있다. 유엔 산하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는 모금액이 2008년 272억6500만 원, 2009년 325억1700만 원에서 2010년 614억21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89%나 뛰었다. 이 중에는 100억 원의 개인 기부자까지 있다. 월드비전에도 지난해 10월까지 모금액(996억 원)이 이미 2009년 모금액(935억 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세이브더칠드런 김노보 회장(66)은 “최근 4, 5년 사이에 개인 후원자가 급격히 늘었다”며 “기부자들의 절대 수치는 선진국에 비해 적은 편이지만 1인당 기부 규모는 소득 수준과 비교했을 때 선진국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본다”고 전했다. 유니세프 연차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36개 유니세프 위원회 중 한국은 2009년 모금액 규모 세계 10위다. 월드비전 관계자도 “모금액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해외아동 결연사업의 경우 소속 20개 회원국 중 한국이 미국, 캐나다, 호주에 이어 4위”라고 밝혔다. 한국 컴패션 역시 2010년 말 기준으로 11개 회원국 중 한국이 미국(1190만 달러), 호주(220만 달러)에 이어 3위(207만 달러)다. 김현순 홍보팀장은 “한국은 1993년 컴패션 수혜국을 졸업하고 2003년 후원국으로 돌아선 뒤 7년 만에 후원액수가 급증해 다른 회원국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 같은 민간단체들은 회원국 형태로 독자적인 사업을 추진해 수원국들에 한국 브랜드를 널리 알린다. 이에 비해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의 경우 유엔 산하라는 특성상 모금액의 80%를 유엔으로 보낸다. 정정섭 기아대책회장은 “해외 원조의 경우 봉사 열정이나 의지 면에서 비정부기구(NGO)를 당해낼 수가 없다”며 “ODA 규모가 낮다고만 한탄할 게 아니라 민간의 열기를 살려 민관 합동으로 통합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지난해 국회예산정책처는 국내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실태를 점검하고 ‘ODA 사업평가 보고서’를 냈다. 이에 따르면 2010년 현재 우리나라가 하고 있는 ODA 사업은 100여 개국에 1073개나 된다. 예산도 10억7405만 달러(약 1조2000억 원)에 이른다. 하지만 부처 간 겹치기, 난맥상, 사업 편중 현상을 보여 원조 효과가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무엇보다 ‘컨트롤타워’가 없기 때문이란 조언이 많다. ○ 시스템을 바꿔야 기획재정부(유상)와 외교통상부(무상), 각 부처, 지방자치단체별로 이뤄지는 원조체계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OECD 산하 개발원조위원회(DAC)도 2008년 ‘한국의 원조 체계는 조율이 미흡해 같은 나라에 대해서도 원조 전략이 제각각’이라고 했다. 정부는 2006년 국무총리 산하에 국제개발협력위원회를 둔 데 이어 지난해 1월 ‘국제개발협력기본법’까지 만들어 총리가 위원장으로 모든 원조 정책을 심의 조정하도록 하는 법제를 마련했다. 하지만 위원회는 역할을 거의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회의가 열려 봐야 각 부처 사업의 현황을 파악하는 수준에 그치는 정도다. ‘중복사업이니 하지 말라’라든가 ‘예산이 편중 지원되고 있다’는 등의 조정 역할은 거의 하지 못하고 있는 것. ODA워치 이태주 대표는 “위원회에 국제원조 계획 서류가 올라가면 수정되지 않고 그대로 통과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회의도 2006년 3월 1차 이후 2010년 12월 8차를 마지막으로 5년간 여덟 번밖에 열리지 않았다. 위원들의 참석률도 저조해 지난해 6차 회의는 21명 중 8명이, 7차 회의에서는 25명 중 11명이 대리 참석하거나 불참했다. 손혁상 경희대 NGO대학원 교수도 “위원회 수준으로 예산권을 가진 기획재정부를 컨트롤하기에는 한계가 있지 않겠느냐”라고 지적했다. 강인수 숙명여대 교수는 “독립 부서로서 심의 기능뿐 아니라 예산 조정 및 집행 기능을 가진 ‘원조청’을 별도로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영국은 개발협력부처(DFID)가 별도로 있으며 일본은 유·무상 기관을 최근 외무성 산하로 통합했다. 캐나다 룩셈부르크 스웨덴 스위스 아일랜드 핀란드 노르웨이 등도 외교부가 주축이 되어 모든 원조 정책을 세우고 집행한다. 우리의 경우 당장 통합이나 별도 기구 설립이 어렵다면 ‘국제개발협력위원회’를 강화해 부처 간 전략적 협력이라도 잘해야 한다는 조언도 많다. 이화여대 김은미 국제대학원 국제학과 교수는 “무조건 통합기구를 만드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부처 간 전문성을 살려 조율능력을 높이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서 한 나라에 병원을 지어 준다고 할 때 각 부처 전문가들이 모여 건축 단계에서부터 의료기기 선정, 의사 파견까지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각 부처에서 해외원조를 맡은 공무원 간의 정보 교환만 제대로 이뤄져도 원조의 질이 향상되고 예산 낭비도 크게 줄 것이라는 지적이다. 덧붙여 부처 간에 산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봉사단 파견이나 무상원조만이라도 전담기관인 KOICA로 집중시키는 방안도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사전검토, 사후관리도 잘해야 한국 원조의 또 다른 문제점은 사후평가와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 외교안보연구원 강선주 경제통상연구부 교수는 “해당 국가에 학교 건물만 지어주면 끝이 아니라 원조 목적대로 원조국 시민들의 삶의 질이 향상되는 등 변화가 있었는지를 챙겨야 한다”며 “원조 사업이 시작되기 전과 마무리된 후의 차이점을 중심으로 원조를 평가하는 작업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KOICA의 사업보고서에도 드러난다. KOICA의 ‘2009년 베트남 국별 지원 전략 및 지원사업 평가서’에 따르면 당초 베트남 중부지역 5개 성에 40개의 초등학교 건설이 이뤄졌지만 교재와 교사가 부족해 학교 건설의 근본적인 목표인 ‘열악한 교육 환경’은 개선되지 않았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앞서 소개한 보고서에서 ‘ODA 사업에 참여하는 대부분의 부처가 사전에 별도 ODA 예산을 배정받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집행 이후 실적으로 명세만 제출할 뿐이어서 국가 차원의 정책을 수립 및 조정할 수 없다’며 ‘각 부처 사업이 사전에 검토되는 게 아니라 사후적으로 실적만 보고되는 상황이라 집행 전부터 사업 타당성 검토는 물론이고 사후평가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지원국과 사업 내용이 편중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세계 최빈국 49개국 중 33개국(67.3%)이 아프리카 지역(특히 사하라 이남)에 있지만 우리나라 원조는 아시아 지역에 집중(2008년 54.2%)되면서 아프리카 지원 비중(18.5%)이 DAC 회원국들보다 낮은 수준이다. 또 ODA워치가 2009년 11월 라오스 원조사업 현장을 두 차례 방문하고 낸 보고서는 사업 내용의 편중을 지적하고 있다. 즉, ‘메콩강변 종합관리사업’ 등 현지에서 진행하는 6개 사업이 대부분 건축 등 하드웨어에 쏠렸다는 것. 교육 분야인 비엔티안중고등학교 건립 예산의 87%도 건축에 쓰였고 정보통신 분야인 전자정부 구축 지원도 40%가 건축비이며 농촌마을 종합개발도 도로 포장, 물탱크 설치 등 하드웨어에 투입됐다. 사후관리도 부실하다. ODA워치는 “유상원조로 지원된 라오스 루앙프라방국립대의 경우 건물만 지어 놓고 유지 보수나 운영, 소프트웨어 부문 등에 대한 지원이 거의 없는 등 사후관리가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요즘 부처에서 경쟁적으로 파견하고 있는 봉사단원은 물론이고 KOICA가 파견하는 해외봉사단원에 대한 관리도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있다. 국회예산처에 따르면 KOICA 봉사단원 교육 과정에서 중도 포기하는 인원뿐 아니라 현지 활동 중 임기 2년을 채우지 못하고 귀국하는 인원이 매년 100명에 달해 모집선발비, 항공운임비, 현지적응훈련비, 체재비 등의 예산이 새고 있다고 한다. 이에 비해 원조 선진국들은 원조 규모가 큰 것은 물론이고 사전·사후 관리에 철저한 편이다. 독일의 경우 철저한 사전 검토와 체계적인 모니터링으로 OECD DAC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또 미국이나 영국 등은 국제원조 시 ‘원조 효과성’을 가장 중시하고 있다고 한다. 즉, ‘학교 몇 개를 지어 줬느냐’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학교 건립에 따라 해당 지역에서 저소득층 미취학 아동이 몇 명이나 취학했는지 △향후 5∼10년간 몇 명의 아동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며 이뤄질 수 있는지 △이에 따라 지역의 문맹률이나 교육 수준, 수원국의 삶의 질은 얼마나 향상되는지를 꼼꼼하게 따진다는 것이다. 외교안보연구원 강 교수는 “사전 현지조사, 해당 수원국의 각종 내부 문제, 지원할 지역의 각종 사회 통계 데이터 수집,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사업 추진 등 철저한 준비와 이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이뤄져야 원조 전략도 치밀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품앗이(PUMASSI) ::품을 서로 주고받으며 자립을 도와주는 한국 고유의 미풍양속이다. 지구촌에서 유일하게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가 된 한국의 ‘품앗이정신’을 세계적인 원조 브랜드로 키우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 “기여수준 낯뜨겁다” 潘총장 개탄 후 얼마나 달라졌나 ▼지원액 2배 늘었지만 여전히 OECD 하위권2007년 7월 방한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낯이 뜨겁다”라는 감정적인 표현까지 섞어가며 “한국이 경제적 위상에 걸맞지 않게 세계 공동체에 대한 기여 수준이 낮다”고 지적했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났지만 별로 나아진 게 없다. 한국의 국민순소득(GNI) 대비 공적개발원조(ODA) 비율은 2006년 0.05%(4억5500만 달러)에서 2009년 0.1%(8억1580만 달러)로 2배가량 늘었다. 2000년 2억1210만 달러(2362억 원)에 불과하던 원조 규모도 2009년에는 약 8억1580만 달러(9086억 원)를 기록해 절대 규모 면에서 큰 증가를 보였다. 하지만 2009년 GNI 대비 ODA 비율 0.1%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3개 회원국 평균인 0.31%와도 큰 차이가 난다. OECD 내 DAC 회원국 23개국으로 범위를 좁히면 2008년 기준 우리나라의 ODA 규모 순위는 19위이며 GNI 대비 ODA 비율 순위와 1인당 ODA 규모는 최하위인 23위로 꼴찌다. 이런 수치는 2008년 국내총생산(GDP) 규모로 세계 15위라는 한국의 경제력 순위와 비교해 보면 한참 부족하다. 같은 해 GDP 규모 경제력이 22위인 스웨덴의 경우 국민총생산 대비 ODA 비율이 1위이며, 24위 노르웨이는 3위, 28위인 덴마크는 4위다. 경제력 16위로 한국과 규모가 비슷한 네덜란드는 5위에 랭크됐다. 기여 내용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부끄러운 대목이다. 대가 없이 주는 무상원조 비율의 경우(2008년) DAC 회원국 평균이 87.4%임에 반해 우리나라는 63.7% 수준이다. 원조 성격상 ‘비구속성 원조’ 비율의 경우도 DAC 회원국 평균이 87.3%인데 우리는 35.8%로 저조하다. ‘비구속성 원조’란 원조 집행 시 병원이나 학교를 지을 때 건설업체를 반드시 한국 회사로 해야 한다 같은 조건을 붙이지 않는 것을 말한다. OECD DAC는 현재 ‘비구속 무상원조’를 권고하고 있다. 한편 최근에는 지진 홍수 피해 등 해외재난이 늘고 있는데 이에 활용되는 긴급구호 예산도 지난해 810만 달러(약 95억 원)로 ODA 예산의 0.7%에 불과했다. 지난해에는 여름이 되기 전에 벌써 긴급구호 예산의 대부분이 바닥을 드러내 하반기에 다른 나라에 재난이 발생해도 지원할 돈이 없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한국은 1995년 원조 수혜국을 졸업한 데 이어 2009년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개발원조위원회(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DAC)에 가입해 가난한 나라들을 지원하는 정책과 의사결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지위를 획득했다. 원조를 받았던 나라가 이런 지위에 오른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2010년 해외 원조 규모는 1조6000여억 원으로 급성장했다. 이제 어려운 이웃나라를 도와주는 일에 많은 사람의 공감대도 형성됐다. 하지만 아직도 부족한 게 많다. 지원 액수도 늘려야 하지만 도와주는 방식도 고칠 게 많다. ‘단순한 베풂’을 넘어 받는 사람들이 진정 고마움을 느끼고 스스로 일어설 수 있게 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바꾸고 보완해야 하는지, ‘한국형 원조’의 바람직한 길은 무엇인지, 원조 경쟁에 나서고 있는 외국에서 배울 점은 없는지, 6회에 걸쳐 싣는다.○ 원조 난맥상캄보디아 프놈펜 번화가 한가운데에는 가로로 넓은 용지에 ‘대구경북통상교류센터’라는 대형 한글 간판을 단 건물이 있다. 쇼윈도에는 한복을 입은 남녀 마네킹이 서 있다. 프놈펜 시내에서도 가장 현대적인 건물로 꼽히는 이곳은 프놈펜 시가 용지를 제공하고 경북도가 개인투자자를 유치해 마련한 건물. 5층 건물 1층에 자리한 센터 한 곳에는 경북도 특산물이 전시돼 있고 다른 한 곳에는 경북도 관광안내를 하는 대형 시각물들이 놓여 있다. 드나드는 사람은 거의 없다. 건물 밖에는 ‘렌트 구한다’는 플래카드가 내걸려 있다. 경북도에서 상주 직원까지 두고 있지만 대사관이나 프놈펜 주재 한국국제협력단(KOICA)조차 이 센터의 운영에 대해 알지 못하고 있었다. 프놈펜 시민들에게는 한국 지방자치단체가 원조를 해준답시고 땅을 제공받고는 임대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상황이 되고 말았다.한국인들이 단일 국적 관광객으로는 가장 많이 찾는다는 캄보디아 앙코르와트가 있는 시엠레아프에서 차로 20분가량 가면 나오는 프놈크롬이란 마을에는 아예 한국의 지자체 이름을 딴 마을이 조성돼 있다. 한국의 지자체와 자매결연을 한 인연으로 마을길 포장공사, 교량 보수공사가 이뤄지고 최근 학교도 지어졌다는 소식이지만 관리가 안 돼 ‘유령 마을’이 되어 간다고 현지인들은 전했다.최근 이곳을 다녀왔다는 KOICA 관계자는 “현지 주민들이 한국의 시장이나 공무원들이 오면 ‘사진 찍기’용으로만 동원된다고 볼멘소리를 한다”며 “행사가 끝나면 학교가 텅 빈다며 지속적인 관리를 할 수 있게 봉사단원을 보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런 사례들은 최근 지자체들이 너도나도 해외 원조 사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남을 도와준다고 시작한 원조가 빛이 바랜 경우다. 이는 자료로도 확인된다. 현재 원조 집행기관은 둘로 나뉜다. 대가 없이 주는 무상원조는 외교통상부가, 낮은 이자만 받고 20, 30년간 나눠 갚는 조건으로 빌려주는 유상원조는 기획재정부가 관할하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 김효재 의원실이 조사한 2009년 무상원조 현황을 보면 외교부가 지원한 3690억 원(총 무상원조의 79.12%)을 제외하고도 행정안전부, 교육과학기술부, 공정거래위원회, 관세청 등 25개 정부 부처에서 한 무상원조가 947억 원, 서울 인천 부산 대구시 등 10개 지자체는 28억9000만 원에 이른다. 외교부를 거치지 않은 기관만 총 35개에 원조 액수만 총 무상원조액수(4675억 원)의 20%가 넘는 977억 원에 이르는 것이다. 한편 무상원조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각 부처 직원들이 사용한 출장비용만 6억2000만 원에 달한다. 일부 부처에서는 원조를 직원들 해외 출장 명목으로 쓴 곳도 있다고 김 의원실은 전했다. 김 의원은 “부처별로 나눠먹기식 원조를 하다 보니 수혜국 입장에서 집중도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며 “최빈국들은 한국을 포함해 연간 1000건 이상 도움을 주는 나라 대표단을 만나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작은 규모 예산으로 여러 부처가 경쟁적으로 나서다 보니 받는 쪽에서 ‘또 오느냐’며 오히려 난색을 표할 정도”라고 전했다. 원조 내용도 겹치기 일쑤다. 예를 들어 2009년 재정부 인천시 한국수출입은행 충남도는 모두 ‘공무원 초청 사업’을 중복 실시했다. 부처 관계자는 “공무원 초청 사업이 제일 쉽고 싸며 추후 감시 감독도 받지 않기 때문에 개도국 지원 사업으로 인기가 있다”고 전했다. 방통위와 행안부는 캄보디아 방송통신 전문가와 정보기술(IT) 전문가를 동시에 초청하는 사업을 하기도 했다.베트남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이 나라에 무상원조를 한 기관은 2009년 한 해 외교부를 제외하고 무려 22개 기관, 46억 원에 달했다. 이 중 재정부 인천시 충남도 한국수출입은행은 ‘공무원 초청 연수’ 사업을 중복 실시했다. 또 행안부와 경북도는 새마을운동 교육, 행안부와 부산시 방통위 여성가족부 등은 IT 전문가 초청사업을 똑같이 실시했다. 참여연대 ‘ODA 정책보고서’(2008년)에 따르면 2007년 복지부가 시행한 ‘해외 의료봉사활동 지원사업’ 등 개도국 지원사업도 KOICA의 ‘보건의료사업’과 중복된다. 현지에 봉사단을 파견하는 일도 해당 부처들이 경쟁적으로 해 관리가 안 되고 있어 안전 문제까지 지적된다. 2009년 주베트남 대사관이 외교부 본부에 보낸 전문에 따르면 ‘한국정보문화진흥원 측이 파견한 해외 인터넷 청년봉사단은 2006년 KOICA 봉사단원 활동과 겹치는 데다 파견 단원의 연락처도 없어 안전관리가 미흡하고 사업 종료 후 평가 부분도 불투명하다’고 했다. 또 최근 5년간 몽골에 대한 한국의 국제원조를 보면 교과부는 ‘개도국 교육정보화 지원 사업’, 농림부는 ‘축산물 개발 컨설팅’, 산림청은 ‘사막화 방지 사업’, 서울시는 ‘강 유역 개발’, 경기도는 ‘새마을운동 지원’ 등을 했지만 이 중 상당 부분은 내용이 겹친다. 주캄보디아 장호진 대사는 “외국의 경우 대사관 같은 재외공관을 중심으로 국제개발협력 사업의 발굴과 선정 집행 및 평가 등 전 과정이 컨트롤되지만 우리는 어느 부처에서 누가 얼마나 도움을 주는지조차 파악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는 “각 부처 및 지자체에서 도지사가 아는 현지 사람과 접촉한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교회 사찰 등 종교단체를 비롯해 각종 비정부기구(NGO) 지원까지 합하면 알려지지 않은 원조 규모와 내용이 클 텐데 이게 ‘한국’이라는 이름으로 통일이 안 되기 때문에 생색이 크게 나지 않는다”고 전했다.캄보디아 신의철 KOICA 소장은 “2000년대 들어서면서 그동안 외교부와 KOICA가 중심이 돼 해오던 원조사업에 각 기관과 부처들이 뛰어들면서 해외 원조가 일종의 유행 정책으로 자리 잡았다”며 “부처마다 KOICA 해외봉사단원들이 이미 하고 있는 것을 그대로 베껴 파견하는 일이 잦다”고 전했다.이렇게 지원되는 원조 내용과 규모는 OECD에 보고되지 않아 한국의 원조 규모가 실제보다 축소되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KOICA 관계자는 “우리의 공적개발원조(ODA) 규모가 작다고 하지만 컨트롤이 안 돼 난립하는 원조 액수까지 합치면 이보다 훨씬 늘어나 국가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깃발 꽂기 이제 그만한국의 국제 원조가 생색내기에 머무는 ‘깃발 꽂기 원조(flag Aid)’ 형태로 시행된다는 지적도 많다.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 위주로만 국제 원조 사업이 기획 진행되는 것이다. OECD의 DAC 전문가 평가에서도 “한국은 단기간에 보여줄 수 있는 원조만 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왔을 정도다. 이를 반영하듯 개도국 사이에서는 한국 원조를 ‘5종 세트 원조’라고도 말한다. 학교 병원 IT센터 직업훈련소 등을 지어주고, 기념식 열고, 리본 커팅하고, 사진 찍고, 방치하는 한국형 원조를 비꼬는 말이다. 캄보디아에서 만난 한 민간 원조단체 관계자는 “한국 대표단이 올 때마다 ‘초등학교 지어주겠다’, ‘병원 지어주겠다’란 공약을 남발하는 바람에 받는 입장에선 한국은 정돈이 안 된 나라라는 이미지가 생겨 신뢰를 잃고 있다”고 지적한다. 심지어 우물을 파놓고 방치하거나 의료기만 기증해 놓고 인력을 보내주지 않아 창고에서 썩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깃발 꽂기’ 원조는 당연히 ‘원조 효과’를 감소시킨다. 캄보디아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한 봉사단원은 “한국은 베트남 캄보디아의 외진 시골 등에 수많은 병원을 건립해 왔지만 의사 파견 등 사후관리가 제대로 안 되다 보니 병원 지어놓고 태극기 올리고 빠져버린다는 말이 현지인들로부터 나온다”며 “심지어 ‘장비 팔아먹으려고 온 것이냐’는 오해를 받을 정도”라고 말했다. 국제 원조 선진국으로 불리는 스웨덴의 경우 병원을 건립하기에 앞서 미리 지원할 지역 의대에 장학금을 기탁해 이곳에서 공부하는 의대생들이 졸업 후 5년간 스웨덴에서 건립한 병원에 근무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식으로 의료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한다. 권율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ODA팀장은 “태극기만 휘날리는 과시성 사업을 하다 보니 실제 원조국에 도움이 안 되고 국가 위상 제고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프놈펜(캄보디아)=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김윤종 기자 zozo@donga.com▼OECD 개발원조委… 한국 2009년 ‘주는 나라’ 정식가입▼전 세계 부자국의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개발원조위원회(DAC·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 회원국 중에서도 다른 나라를 도울 수 있는 역량이 되는 나라, 즉 공적개발원조(ODA) 총액이 1억 달러 이상이거나 국민총소득(GNI) 대비 0.2%를 넘어야 가입할 수 있다. 한국은 1996년 OECD에 가입했으나 그동안 DAC에 참가하지 못했었다. 한국은 DAC의 마이너리그 격인 옵서버 국가(방청국가)로만 참석해 오다 2009년 24번째로 정회원이 됨에 따라 DAC의 모든 의사결정에 정식 참여하고 있다. DAC가 신규 회원국을 받아들인 것은 1999년 그리스에 이어 10년 만이다. 현재 OECD 회원국 중 DAC에 가입하지 않은 나라는 슬로바키아 체코 폴란드 헝가리뿐이다. 한국은 서구식 개발 원조 방식이 주를 이루는 원조 논의에 한국식 개발의 관점과 경험을 제시하면서 DAC의 원조규범 논의 형성에 새로운 힘과 가치를 불어넣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의 약자로 공적 개발원조라고 번역한다. 국가적 차원에서 가난한 나라를 위해 돈이나 물품, 기술 등으로 도와주는 것으로 대가 없이 주는 무상원조와 장기저리로 돈을 빌려 주는 차관인 유상원조로 나뉜다.::품앗이:: 품을 서로 주고받으며 자립을 도와주는 한국 고유의 미풍양속이다. 지구촌에서 유일하게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가 된 한국의 ‘품앗이정신’을 세계적인 원조 브랜드로 키우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