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쥐라기 공원’ 생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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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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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제2국립공원 될 ‘국가지질공원’ 지정 연내 추진

《‘제2의 국립공원’이 될 ‘국가지질공원’이 올해 안에 생길 것으로 보인다. 18일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은 “국가지질공원제도를 구축하기 위해 현재 국립공원을 지정, 관리, 해제하는 자연공원법을 상반기 내에 개정하는 등 제도적 기반을 10월까지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 제2의 국립공원, 국가지질공원이란?

현재 국가가 운영하는 국내 공원은 환경부 소관의 ‘국립공원’ ‘도립공원’ ‘군립공원’ 등 자연공원과 국토해양부 소관의 각종 도시공원으로 나뉜다. 여기에 ‘제2의 국립공원’이라 할 수 있는 지질공원이 빠르면 올해 안에 추가되는 셈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질공원(Geopark)이란 지질학적 공원(Geological park)의 준말로 희귀한 자연적 특성, 지구과학적 심미적 가치 등을 갖춘 특정 지역의 지질이나 지형을 기초로 일정 구역을 공원화하는 것. 북한산 지리산 설악산 등 기존 국립공원이 자연 보전과 규제, 그리고 생명 다양성을 중시했다면 지질공원은 지질 다양성과 고고학, 역사, 문화적 가치를 중시한다.

정부는 지질공원이 생길 경우 보전 못지않게 활용도 강화할 방침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단순히 보호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과학 연구와 교육, 지질관광 등을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다”며 “지질은 생물과 달라 사람이 활동을 해도 훼손이 크지 않아 공원으로 지정돼도 국립공원처럼 지역주민의 반발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 국가지질공원 예상 후보지는?

올해 안에 지질공원으로 지정될 유력 장소는 ‘전남 해남 공룡화석지’ ‘강원 영월 동굴지대’ ‘강원 양구 펀치볼 지대’ ‘강원 철원 한탄강 유역’ ‘백령도’ ‘울릉도’ 등 15곳이다. 기존 국립공원과 겹치지 않는 장소로 선정한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방침.

지질공원 선정이 유력한 전남 해안군 황산면 우항리 공룡화석지에는 공룡 발자국 화석 1000여 점이 보존돼 있다.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9500만 년 전 물갈퀴새 발자국, 아시아에서 최초로 발견된 절지동물 생흔화석 등이 있어 ‘살아있는 박물관’으로 불린다.

강원 영월군 자연동굴은 한반도의 대표적인 석회암 지대다. 중국 남부와 북부 고생대 지층의 특성을 고스란히 갖추고 있어 지질학 주요 연구 대상이다. 강원 양구군 해안면 펀치볼 지대는 가칠봉, 도솔산, 대암산 등 해발 1100m 이상의 산에 둘러싸인 거대한 분지가 장관을 이룬다. ‘펀치볼’은 6·25전쟁 당시 이 지형을 본 종군기자들이 ‘화채그릇을 닮았다’고 말해 붙여진 이름이다.

강원 철원군 한탄강 유역은 20억 년 전 선캄브리아시대에서부터 중생대, 신생대까지의 지층이 보존돼 있다. 또 구석기인들의 생활 근거지로 쓰여 구석기 시대의 문화를 관찰할 수 있다.

백령도는 지구에 생물체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전인 상원계의 지층과 독특한 해안지형으로 주목을 받고 있으며 울릉도 내 유일한 평지인 나리분지는 특이한 지질층과 광천수, 폭포 등이 있어 울릉도의 형성 과정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이 밖에 △7000만 년 전 단층 작용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서울 수락산과 불암산 △고생대 해성지층이 융기돼 만들어진 지대가 많은 강원 평창군 △화산 지형과 해안 지형이 장관을 이루는 독도 등도 지질공원 후보지다. 환경부는 지역별로 국가지질공원을 선정한 후 이를 연결하는 ‘국가지질공원망’을 구성할 방침이다.

○ 국가지질공원을 세계지질공원으로

환경부는 10월부터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지질공원’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이후 지질학적 가치와 지자체 내 지질공원 관리기관 유무 등을 기준으로 심사를 거쳐 1∼3개월 내에 지질공원을 선정할 방침이다. 공원 선정 이후 개별 공원 관리는 지자체가 하게 된다. 전체적인 지질공원 관리는 공원공단이 맡게 된다.

또 국립공원 지정, 해제 등을 심의하는 국립공원위원회와 유사한 형태의 ‘지질공원위원회’를 구축해 4년에 한 번씩 재심의를 할 계획이다. 재심에서 지질이 훼손되거나 제대로 관리가 안 되면 지질공원 자격이 취소된다. 정부는 일단 15, 16개의 국가지질공원을 선정한 후 이 장소들이 향후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받도록 관리 보완할 계획이다. 지난해 10월 한라산, 만장굴, 성산일출봉 등 제주도의 지질명소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을 받았다.

국립공원관리공단 강동익 기획조정팀 강동익 차장은 “빠르면 한두 달이면 심의가 끝나 올해 내 지질공원이 지정될 수도 있다”며 “국가지질공원이 잘 관리돼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되면 국가 브랜드 상승, 관광객 증대, 지역경제 발전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박소영 인턴기자 연세대 중문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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