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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1월 복통을 호소하는 세 살배기 딸을 데리고 병원을 찾은 웹스터 부부는 하늘이 무너지는 얘기를 들었다. 콩팥에 생기는 소아암인 ‘윌름스 종양’이 딸 휘트니에게 발병했다는 것이다. 급히 오른쪽 콩팥과 림프샘 일부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지만 앞으로가 더 걱정이었다. 1시간 반이 넘는 통원 거리는 물론이고 당장 생후 5개월이 된 막내딸 레이건도 맘에 걸렸다. 이들 부부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넨 건 글로벌 비영리재단 ‘로날드 맥도날드 하우스(RMHC·Ronald McDonald House Charities)’가 설립한 숙소형 공간 ‘하우스’였다. 병원에서 도보로 10여 분 거리에 있는 미국 일리노이 주 시카고 시의 시카고 하우스는 부부가 딸 간병에 집중하는 원동력이 됐다. 결국 딸 휘트니는 6개월 만에 완쾌했다. 방사선 치료를 받을 정도로 병이 진행된 점을 감안했을 때 예상보다 이른 퇴원이었다.○ 어린이 환자에겐 건강한 가족이 필수 ‘장애물이 당신을 막을 수는 없다(Obstacles don’t have to stop you).’ 8월 25일 기자가 찾은 RMHC ‘시카고 하우스’ 옥상 정원 바닥에는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의 말이 새겨져 있었다. 이곳을 거쳐 가는 수많은 어린이 환자와 그 가족을 위해 한 기부자가 남긴 응원의 메시지였다. RMHC는 어린이 환자가 더욱 편한 환경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환자 가족에게 하우스라는 이름으로 숙소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백혈병에 걸린 딸을 간병하던 한 미식축구 선수에 의해 1974년 사업이 시작돼 세계적으로 확대되면서 1984년 재단이 설립됐다. ‘어린이 환자의 빠른 쾌유를 위해서는 반드시 가족도 건강해야 한다’는 재단의 기본 철학이 만들어낸 산물이다. 재단 측은 매년 360만 명의 어린이 환자 가족이 하우스의 도움을 받는 것으로 추정한다. 2012년 6월 문을 연 시카고 하우스는 RMHC가 전 세계 62개국에서 운영하는 357개 하우스 중 최대 규모다. 약 1000만 달러(약 118억 원)를 투자했다. 건물 6∼15층에 마련된 숙소 66개는 호텔방과 비슷하다. 방별로 대형 침대 2개에 별도 화장실이 딸려 있고 층마다 세탁실, 조리실도 있다. 숙소 이용객은 기부비 명목으로 하루 10달러(약 1만1800원)를 낸다. 건물 2개 층(3, 4층)을 할애해 만든 공동 공간은 재단의 뜻이 가장 잘 반영된 곳이다. RMHC는 환자, 보호자들이 자신의 공간에만 머무르지 않도록 각 방에 TV 설치를 금지하는 등 공동 공간을 강조하고 있다. 건물 2개 층에 숙소 20개를 만드는 대신에 도서관, 놀이방, 공동부엌, 명상실 등을 마련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환자 가족을 위한 세심한 배려도 돋보였다. 명상실 책장에는 개신교 외에도 천주교, 유대교, 이슬람교 등 다양한 종교 서적이 있었다. 하우스를 거쳐 간 아이가 끝내 세상을 떠났을 때 24시간 불을 켜는 추모 램프도 눈길을 끌었다. ○ 국내 첫 하우스도 한 층 더 만들기로 이번 하우스 공개는 2년마다 열리는 RMHC 국제 콘퍼런스의 관련 행사로 진행됐다. 8월 24∼27일 시카고 시에서 열린 이번 콘퍼런스의 주제는 ‘가족과 가깝게 지내기’. 세계 60여 개국에서 1200여 명이 몰린 이번 콘퍼런스에서는 △사람 △조직 효율성 △재정 지속성 △브랜드 활성화 등을 주제로 한 다양한 교육과 토론이 진행됐다. 재단의 시니어 디렉터인 재닛 버턴은 “부모와 함께하는 아이들의 치료 속도가 빠르다는 것은 이미 다양한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며 “앞으로도 재단은 환자와 가족의 요구, 자원봉사자와의 관계 지속 등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RMHC도 이번 콘퍼런스를 계기로 현재 진행 중인 첫 하우스 사업을 보완하기로 했다. 2007년 출범한 국내 재단은 양산부산대병원의 땅을 제공받아 현재 숙소 10개 규모의 하우스 설립을 추진 중이다. 콘퍼런스에 참석한 제프리 존스 한국 RMHC 회장은 “시카고 하우스에서 공동 공간의 중요성을 직접 목격했다”며 “공동 공간을 더 활용하기 위해 국내 하우스를 기존 2층에서 3층으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시카고=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큰 동요는 없었다. 지나칠 만큼 차분했다. 북한이 서부전선에 기습 포격 도발을 감행한 다음 날인 21일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풍경이었다. 이날 북한은 22일 오후 5시까지 대북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며 추가 도발을 예고했다. 하지만 불안감은 여전히 접경지역 주민에 국한된 얘기인 듯했다. 성숙한 시민의식 때문일까. 아니면 심각한 안보불감증에 빠져 있는 걸까. 21일 서울역과 재래시장 등은 평소와 다름없이 승객과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학교나 길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얼굴은 주말을 앞두고 다소 들떠 있을 뿐 북한의 도발에 대한 두려움이나 걱정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과거와 같은 극성스러운 생필품 사재기 같은 현상은 눈에 띄지 않았다. 하지만 시민의식이 성숙해졌다고 단정하긴 이르다. 온라인에서는 과격한 주장과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온한 거리 분위기와 달리 금융시장은 패닉(공황) 국면에 빠졌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38.48포인트(2.01%) 내린 1,876.07로 마감해 2013년 8월 이후 2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코스닥지수는 장중 한때 6.3% 폭락했다가 4.52% 내린 627.05로 거래를 마쳤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도 전날보다 9.9원 급등한 달러당 1195.0원으로 마감했다. 이는 2011년 9월 이후 3년 11개월 만의 최고치다. ▼ 시장-마트 북적, 유흥가도 “불금”… 의식 성숙? 안보 불감? ▼北도발, 동요없는 국민들북한의 서부전선 포격 도발 이튿날인 21일 휴전선 인근은 일촉즉발의 초긴장 상태였지만, 국민은 평소와 다름없는 차분한 분위기였다. 과거와 다른 성숙한 시민의식 때문이라는 평가도 나오지만, 지나친 차분함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남북한이 ‘마주 보고 달리는 기차’처럼 강경 대치하고 있는 상황 속에 동아일보는 이날 대한민국의 단면을 시간대별로 취재했다.○ 대피소는 초긴장 vs 북적거리는 시장 낮 12시경. 경기 연천군 중면 삼곶리 민방공대피소에는 뜬눈으로 밤을 새운 주민 40여 명이 둘러앉아 있었다. 앞서 오전 1시경 추가로 내려진 긴급 주민대피령 때문인지 불안감이 한껏 고조된 모습이었다. 창문이 없는 대피소 안은 더운 기운과 습기가 가득했다. 어른들은 연방 부채질을 하며 스마트폰으로 북한 관련 뉴스를 챙겨봤다. 주민 이명록 씨(68)는 “북한이랑 가까운 이 동네에 50여 년간 살면서 총소리를 워낙 자주 들어 이골이 났지만 이번처럼 대피소에서 초긴장 상태로 밤을 보낸 건 처음”이라며 불안해했다. 같은 시간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은 시민과 관광객이 뒤엉켜 북새통이었다. 사물놀이패가 꽹과리와 소고 등을 치며 골목으로 들어서자 몇몇은 어깨를 들썩이며 흥겨워했다. 광장시장에서 40년째 먹거리를 팔고 있다는 이희순 씨(65·여)는 “예전에 북한에서 귀순한다며 비행기가 넘어올 때는 사람들이 꽤 웅성거렸다”며 “요즘은 북한이 어떤 행동을 해도 어차피 시장에 올 사람들은 다 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중국인 리쯔민 씨(21·여)는 “한국에 오자마자 북한이 공격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놀랐지만 한국 사람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길래 정해진 일정을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오후 1시경.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역 2층 로비에는 60여 명이 앉아 있었다. TV에서는 북한 도발 관련 속보가 계속 이어졌지만 집중하는 시민은 많지 않았다. TV를 지켜보던 허모 씨(76)는 “(북한이 예고한) 내일 오후 5시 전에 선제공격을 하자”고 호전적인 주장을 폈다. 하지만 로비에 있던 대다수는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거나 게임을 하는 등 그다지 관심이 없어 보였다. 비슷한 시간 서울역 1층 로비 풍경도 영등포역과 비슷했다. 대구 고향집에 간다는 대학생 임모 씨(26)는 “아무런 대책이 없는 것도 문제겠지만 시민들이 너무 요란스럽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코레일은 이날 오전 출발 예정이던 경원선 백마고지역행 열차 1편과 경의선 도라산역행 열차 1편 등 두 대의 운행을 취소했다.○ “과도한 불안감은 자제” vs “‘불금’ 분위기 문제” 오후 2시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캠퍼스. 아직 방학 중이어서 교정은 비교적 한산했다. 중앙도서관에서 만난 정치외교학과 2학년 곽서연 씨(20·여)는 “북한이 군사 도발을 하는 모습을 자주 봐왔기 때문인지 실제 전쟁이 발생하리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을 준비 중인 이모 씨(21)도 “전쟁이 일어난다면 예비군의 의무를 다하겠지만 지금으로선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같은 시간 연천군 중면 민방공대피소에는 구호물품이 속속 도착했다.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운 주민들은 대한적십자사가 제공한 쌀밥과 닭곰탕, 호박나물 등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쌓이는 구호물품에 주민들은 오히려 현 상황이 장기화될까 봐 불안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주민 박점규 씨(55)는 “늦은 여름휴가를 연천으로 오려 했던 사람들이 취소할까 봐 걱정이다. 안보의식 고취도 좋지만 과도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연천군 등에 내려진 주민대피령은 오후 6시에 해제됐다. 서해5도 주민들도 불안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연평도 주민 김하성 씨(45)는 “북한이 무차별 공격을 엄포하고 있어 혹시나 국지전이 벌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날 백령도 연평도 등 서해5도를 오가는 여객선은 정상 운항했지만 탑승객이 크게 줄어들었다. 사재기 현상도 눈에 띄지 않았다. 오후 5시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생필품을 대량으로 구매하는 손님은 거의 없었다. 오후 9시 서울 마포구 홍익대 앞거리에는 평소처럼 젊은이들이 몰려들었다. 식당, 술집, 클럽 등에는 ‘불금’(불타는 금요일의 줄임말)을 즐기려는 젊은이들로 붐볐다. 이러한 분위기가 오히려 우려된다는 반응도 있었다. 택시운전사 박모 씨(56)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가 “불금 잘 보내라”고 하자 화를 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불금’이라는 말을 꺼내는 건 문제가 많다. 전방에서 군복무를 하다 다리가 잘린 군인을 떠올린다면 차마 못할 얘기”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온라인에선 하루 종일 격론 벌어져 길거리의 차분한 분위기와 달리 인터넷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는 격한 의견이 오갔다. 불경기에 고통받는 청년들 사이에서는 “차라리 전쟁을 하자”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나왔다. 트위터 이용자 @dkak****는 “통일 따위 하지 말고, 총알받이라도 해줄 테니까 전쟁이라도 났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인터넷 괴담 유포도 여전했다. 20일에는 대학생 김모 씨(24)가 국방부 명의로 허위 징집 문자메시지를 작성해 ‘카카오톡’에 유포했다가 경찰에 검거되기도 했다. 가족과 남자친구를 군에 보낸 여성들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불안감을 쏟아냈다. 부사관 남편을 둔 한 누리꾼은 “밤새 고생하는 신랑 때문에 마음이 아픈데 다른 사람들은 국가안보에 너무 무관심해 화가 난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시민들의 이러한 반응을 과도하게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해석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차분함의 이면에는 갈등 관계인 북한과 지리적으로 붙어 있는 상황에서 불안이 커지면 더 힘들어진다는 생각도 있다. 의도적으로 전쟁을 떠올리지 않으려는 심리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준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도발은 있었지만 확대되지는 않았고 정부가 국민을 향해 어떤 행동을 취하라는 메시지를 내놓지도 않았는데 별도 행동을 하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도 “국민들 사이에는 한중 관계나 주한미군의 주둔, 우리 군의 전쟁 억제력 등을 고려한다면 전면전으로 번지지는 않으리라는 강한 믿음이 있다”며 “전쟁을 하자는 일부 젊은이들의 반응도 사회에 대한 불만이나 섭섭함을 극단적인 말로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고 해석했다. 권오혁 hyuk@donga.com·강홍구 / 박창규 kyu@donga.com·유재동 기자연천=유원모 / 인천=황금천 기자}
지난해 8월 경기 안성시 한 식당으로 검찰 수사관이 들이닥쳤다. 5년 넘게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해오던 윤모 씨(57·여)는 마른 침을 삼켰다. 주민등록증과 운전면허증 사진을 대조해가며 윤 씨를 찾던 검찰은 그를 코앞에 두고도 알아보지 못했다. 눈 주변에 한 성형수술 때문이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윤 씨는 2009년 중소 사업체 운영 도중 직원 63명의 임금과 퇴직금 등 총 1억9300만 원을 체불한 혐의(근로기준법 위반)로 검찰의 수사를 받다 돌연 잠적한 인물이었다. 법원은 결국 지난해 7월 불출석 상태로 윤 씨에게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선고 1주일이 지나도 윤 씨가 항소하지 않자 형이 확정됐고 서울남부지검 형미집행자 전담검거팀이 그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검찰은 안성의 이 식당이 이후 갑작스레 문을 닫은 점을 수상하게 여겨 주변사람 탐문 등을 강화했다. 그 결과 잠복 7일째인 이달 12일, 서울 금천구 시흥동에서 윤 씨를 체포했다. 6년 3개월여의 도피 생활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성형수술로 인상이 크게 달라져 기존 사진만으로 윤 씨를 알아보기 힘들었다”며 “앞으로도 미집행자를 검거하는 데 더욱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광주를 비롯해 인천, 경기, 충청 등 4개 지역 19개 소방서와 9개 병원은 1일 심정지 환자를 대상으로 스마트폰을 이용한 의료지도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구급대원이 심정지 환자에게 응급처치를 시행할 때 의사가 스마트폰 화상통화 기능을 활용해 의료지도를 하는 식이다. 중앙응급의료센터에 따르면 13일까지 총 55건의 스마트폰 의료지도로 5명이 목숨을 구했으며 심장이 두 번이나 멈췄던 양정석 씨의 사례는 그중 가장 극적인 것으로 꼽힌다. 기존 심폐소생술과 가장 큰 차이점은 화상통화를 통해 직접 전문 의료진의 의료지도가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현장 구급대원의 심폐소생술이 좀 더 충분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시간을 연장했고 의사의 판단하에 에피네프린, 리도카인 등 전문 의약품을 구급대원이 투여할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사업은 지난해 7∼11월 수원소방서에서 실시한 구급대원 현장 심폐소생술 활성화 시범사업의 확대 차원이라는 게 관계기관의 설명이다. 수원소방서의 지난해 사업 결과에 따르면 심정지 환자의 생존 퇴원율은 9.9%로 전년 같은 시기(3.2%) 대비 3배 이상으로 늘었다. 시범사업 관계자는 “골든타임이 중요한 응급환자 구조의 특성상 스마트폰 의료지도는 획기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며 “장비 보강, 인력 확충 등은 여전히 남아 있는 숙제”라고 덧붙였다.강홍구 windup@donga.com·이형주 기자}
수백억 원대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회사 주가를 조작한 회장과 그 일당이 적발됐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김형준 부장검사)은 주가를 조작해 32억8000만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유홍무 씨씨에스그룹 회장(56)과 주가조작 브로커인 양모 씨(44)등 4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들에게서 1억 원을 받고 기관투자자 자금으로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을 해 준 증권사 신모 상무(49)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씨씨에스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고향인 충북 음성군에 본사를 뒀다는 이유로 일명 ‘반기문 테마주’로 꼽혀왔다. 계열사 지분 포함 씨씨에스의 지분 80%를 보유한 유 회장이 주가 조작에 손을 댄 것은200억 원 대의 부채 때문이었다. 2000년대 들어 각종 온천, 레저시설 개발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수백억 원 대 투자를 했다. 최근 4년 연속 순손실을 입은 것도 타격이 컸다. 유 회장 일당은 2011년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총 1300여 차례 시세 조종 주문을 하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주가는 주당 964원에서 3475원으로 3배 이상 올랐다. 1억 원을 받은 신 상무는 자신이 관리하던 한 자산운용사를 통해 씨씨에스의 주식 30만 주를 블록딜 형태로 매수했다. 기관투자자들이 주식을 대량으로 매수할 경우 일반투자자들이 호재성 정보로 판단해 추격 매수에 나서면서 주가가 오르는 점을 노렸다. 주가가 오른 뒤 차명주식 364만 주를 처분해 21억 원을 손에 쥔 유 회장은 부당이익금 대부분을 부채 해결에 사용했다. 검찰 관계자는 “기관투자자를 담당한 현직 증권사 임원이 블록딜 대가로 억대의 금품을 받은 구조적 비리를 처음으로 적발한 사례”라고 밝혔다. 검찰은 범죄수익 환수를 위해 유 회장, 신 상무를 상대로 22억 원 상당의 추징 보전을 청구했다.강홍구기자 windup@donga.com}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처남 취업 청탁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문 의원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직접 소환 조사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부장 최성환)는 12일 “문 의원과 조 회장을 소환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소환 일정 및 피의자, 참고인 신분 여부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문 의원은 2004년 고교 후배인 조 회장에게 부탁해 처남 김모 씨를 한진그룹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미국 회사 브리지 웨어하우스 아이엔시에 컨설턴트로 취업시킨 뒤 실제 근무를 하지 않고도 2012년까지 74만7000달러(약 8억 원)의 급여를 받도록 했다는 의혹을 사왔다. 지난해 12월 보수단체인 한겨레청년단은 이런 의혹을 받는 문 의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올 6월 대한항공, 한진해운, ㈜한진 등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7월에는 조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석태수 한진해운 사장, 서용원 한진 사장 등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문 의원의 처남과 그가 취업했던 회사도 조사했다. 검찰 관계자는 “10년 이상 지난 사건이다 보니 사실관계 확인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처남 취업 청탁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문 의원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직접 소환조사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부장 최성환)는 12일 “문 의원과 조 회장을 소환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소환 일정 및 피의자, 참고인 신분 여부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문 의원은 2004년 고교 후배인 조 회장에게 부탁해 처남 김모 씨를 한진그룹의 자회사로 추정되는 미국 회사 브릿지 웨어하우스 아이엔씨에 컨설턴트로 취업시킨 뒤 실제 근무를 하지 않고도 2012년까지 74만7000달러(약 8억 원)의 급여를 받도록 했다는 의혹을 사왔다. 지난해 12월 보수단체인 한겨레청년단은 이런 의혹을 받는 문 의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올 6월 대한항공, 한진해운, ㈜한진 등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7월에는 조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석태수 한진해운 사장, 서용원 한진 사장 등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문 의원의 처남과 그가 취업했던 회사도 조사했다. 검찰 관계자는 “10년 이상 지난 사건이다 보니 사실관계 확인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강홍구기자 windup@donga.com}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으로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이 구속됐을 당시 구치소 내에서의 편의 제공을 약속한 대가로 이득을 챙긴 브로커가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부장 최성환)는 12일 조 전 부사장이 서울남부구치소 수감 당시 편의를 봐주겠다며 서용원 ㈜한진 사장에게 접근해 렌터카 정비사업권을 따낸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염모 씨(51)를 구속기소했다. 1997년 대한항공 KAL기 괌 추락사고 당시 희생자 및 부상자 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염 씨는 당시 유가족담당 현장팀장이었던 서 사장과 인연을 이어왔다. 검찰에 따르면 염 씨는 올 2월 서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편의를 제공해주겠다고 접근했으며 그 대가로 ㈜한진의 차량종합사업부 차량 307대를 정비하는 사업권을 따냈다. 염 씨가 올 3월 자동차정비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K모터스를 설립한 것 또한 사업권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해당 사업의 규모는 월 200만 원 대 안팎. 그러나 염 씨는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실제로 사업을 하지는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검찰은 조 전 부사장의 편의 제공 관련 사실관계를 규명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일부 편의로 보이는 사항들을 파악했으나 구치소 규정에 위반되는지 확인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이밖에 금품 살포 여부 등 그동안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검찰은 염 씨가 구치소 측과 접촉하는 데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진 제3자는 별도의 대가를 챙긴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강홍구기자 windup@donga.com}

여행은 사회 변화의 가늠자다. 시대상에 따라 여행의 목적지가 바뀌고 떠나는 방식도 달라진다. 1989년 해외여행 전면 자유화 이후 1990년대 들어 미지의 세계를 찾아 떠나는 배낭여행 시대가 본격적인 문을 열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뜨거웠던 배낭여행 열기도 사그라들었다. 2000년대 들어 인터넷 발달에 힘입어 패키지 상품 대신 호텔팩, 에어텔을 찾는 이들이 늘어났다. 요즘은 전 세계 누군가의 집 한 채, 방 한 칸을 빌려 여행을 떠나는 시대가 됐다. 각양각색의 여행 방식이 등장했지만 변함없는 수요를 자랑하는 것이 바로 ‘효도여행’이다. 환갑이나 칠순 때 당연하게 여기던 잔치문화가 서서히 사라지면서 효도여행이 갈수록 인기를 모으고 있다. 할아버지 할머니부터 젖먹이 손주까지 함께하는 특성 탓에 최근까지 효도여행은 주로 동남아 등지를 도는 ‘관광’이 대세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부모와 미혼의 성인 자녀가 함께 전 세계를 도는 가족형 배낭여행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변화의 배경은 다양하다. 패키지여행에 대한 거부감이 커진 데다 일방적이었던 부모, 자식 간의 관계가 ‘쌍방향’으로 바뀌었다는 의견도 있다. 외국어 능력, 글로벌 마인드로 무장한 자녀들이 돈 대신 경험 공유를 통해 효도를 실천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유야 어쨌든 ‘모시는’ 여행 대신 ‘함께하는’ 여행이 현실이 된 것이다. 가족들이 밝힌 이유는 더욱 단순했다. 전 세계 각지로 여행을 떠났거나 계획 중인 가족들은 그 이유에 대해 “더 늦어지면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라고 입을 모았다. 아직 올 휴가 계획을 세우지 않은 이들은 귀 기울여 볼 만한 이야기다. ▼ “부모님과 떠나요”… 아들딸이 여행 가이드 역할 ▼고령화로 환갑-칠순잔치 드물어… 젊은 부모들 자녀와 동반여행 추세“경비 분담… 스케줄 갈등도 적어”, 휴양지로 ‘보내드리는 여행’에서배낭메고 ‘함께 떠나는 여행’으로#1 2015년 4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앞서 길을 걷던 아버지가 불쑥 고개를 돌려 사진을 찍자고 했다. 손가락으로 가리킨 건 순례길 위에 새겨진 부자(父子)의 그림자였다. 벙거지 모자에 손에는 등산용 지팡이를 쥔 두 남자의 그림자는 마치 쌍둥이처럼 닮아 있었다. 아버지는 “(그림자를 보니) 너와 내가 닮았다”고 말하고는 다시 앞장서 걷기 시작했다. 부자는 그렇게 엿새간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다. 아버지의 말 때문이었을까. 순례길을 걸으며 부자는 서로에게 한 뼘 다가갔음을 느꼈다. 대장정의 끝에 선 순간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서로를 끌어안으며 그런 생각을 했다. 나도 모르게 “열심히 살겠습니다. 아버지”란 말이 튀어나왔다. 3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떠난 여행이었다. 아버지와의 여행을 결심하는 것도 쉽지만은 않았다. 고교 2학년 때 크게 꾸중을 들은 뒤로 아버지는 늘 불편하고 멀기만 한 존재였다. 미국 대학원 진학을 앞두고 있던 아들 조방현 씨(31)는 “유학을 떠나기 전 아버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가장이 되기 전 아버지는 어떻게 살았는지, 아들은 어떻게 키웠는지 묻고 싶었다”며 여행을 결심한 계기를 설명했다. 낯선 타국만큼이나 아버지의 모습도 늘 새로움의 연속이었다. 무뚝뚝한 줄로만 알았던 아버지는 이탈리아 로마의 한 숙소에서 고생했다며 관리인에게 티라미수를 건넸다. 아들도 마냥 철부지 어린아이가 아니었다. 조 씨는 “외국인과의 대화는 물론 길을 찾을 때마다 의지하는 아버지에게 인생 처음으로 책임감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조 씨 부자에게 28일간의 여행은 늘 부족하기만 했던 관계에 새로 놓인 징검다리였다.#2 2015년 7월 프랑스 파리 클리시 광장 지하철역 지하철 표를 끊는 내내 어머니는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먹이를 찾았다는 듯 한 히스패닉 계열의 남성이 모녀에게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주변을 어슬렁였다. 개찰구에 들어서려던 때였다. 히스패닉 남성이 접근한 것을 느낀 순간 어머니는 “뛰어”라고 외쳤고 딸은 영문도 모른 채 카메라와 가방을 움켜쥔 채 뛰기 시작했다. 가까스로 택시를 잡아타고 어머니에게 자초지종을 들은 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뭔가 이상했다. 딸의 여권이 사라진 것. 지하철 표 기계에 수상하게 동전을 넣다 빼던 노랑머리 아이가 마음에 걸렸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부푼 꿈을 안고 프랑스 파리에 도착한 모녀는 여행 첫날부터 영사관을 찾아가야 했다. 여행은 에피소드의 연속이었다. 그 후로 모녀는 파리 여행 내내 지하철을 탈 때면 늘 등을 맞대고 섰다. 또다시 소매치기에 당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어머니는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는 듯 잠잘 때도 노란 전대(纏帶)를 품에서 떼지 않았다. 어머니의 전대 사랑은 다음 목적지인 스위스에 갈 때까지 이어졌다. 사실 남부럽지 않은 모녀지간이었지만 함께할 시간은 갈수록 줄고 있었다. 딸 송윤주 씨(28)가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 두 사람이 얼굴 볼 일이 더욱 줄었다. 윤주 씨는 어느 날 서른이 되기 전 엄마와 여행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 김미라 씨(53)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9년 전 갑작스럽게 친정아버지를 떠나보낸 뒤 단 2박 3일조차 함께 여행을 못한 사실이 늘 마음에 걸리던 차였다. 어렵사리 휴가를 맞춰 그나마 왕복 항공편이 많은 파리를 목적지로 정했다. 두 번째 목적지인 스위스는 7년 전 윤주 씨가 배낭여행으로 들른 나라 중에서 가장 좋아했던 곳이다. 여행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것은 고스란히 김 씨 모녀의 몫이었다. 항공편과 숙소를 직접 정하고 예쁜 건물을 찾아 골목골목을 돌다가 때론 길을 잃기도 했다. 블로그를 보고 찾아간 맛집에서는 고된 하루를 잊게 해주는 벅찬 희열을 느꼈다. 그렇게 8일간의 유럽 여행은 김 씨 모녀의 인생에 새로운 페이지가 됐다. 효도여행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 출가한 자녀가 부모를 휴양지로 보내주는 단체여행이 대세였다면 최근에는 자녀가 직접 부모와 함께 계획을 세워 여행지를 찾아 배낭여행을 떠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여행의 유형이 변하면서 여행지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 태국 등 동남아 휴양지 중심에서 벗어나 유럽과 미국 등 장거리 여행이 확산되는 추세다. 효도여행 ‘2.0 시대’가 열린 것이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본격적인 여행 시즌을 맞아 부모와 자녀가 함께 해외로 배낭여행을 간 적이 있거나 앞으로 갈 계획인 13가족을 인터뷰했다. 이들이 함께한 여행에는 여행 트렌드 변화는 물론 사회 변화상, 세대적 특성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모시는’ 여행에서 ‘함께하는’ 여행으로 한국관광공사가 지난해 18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해외여행 동반자로서 부모는 친구와 동료, 배우자는 물론 심지어 ‘혼자’보다도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그동안 성인 자녀가 부모와 함께 해외여행을, 그것도 배낭여행을 떠나는 그림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그럼에도 이들이 부모와 혹은 부모가 다 큰 자녀와 함께 기어이 배낭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뭘까. 지난해 어머니와 함께 프랑스, 영국 여행을 다녀온 윤나경 씨(27·여)는 부모와 함께하는 여행의 장점으로 일정 및 경비 부담에서 자유로운 점을 꼽았다. 친구, 직장동료 등과 여행 일정을 맞추려다 골머리를 앓아본 경험이 있는 이라면 가급적 자신에게 맞춰주는 부모와 여행을 가는 편이 낫다는 설명이다. 최근 7, 8월 극성수기를 피해 휴가를 떠나려는 이들이 늘면서 이런 추세는 더욱 확산되고 있다. 과거 자녀가 대부분의 비용을 지급하는 효도관광과 달리 재정상태가 비교적 여유 있는 장년층 부모가 자신의 비용을 지불하면서 부담도 줄었다는 얘기다. 물론 일정 선택의 편리함만으로 여행 파트너를 정하는 건 아니다. 파트너가 편하지 않으면 여행 또한 편할 수 없는 법. 부모 자식 관계의 변화도 영향을 줬다는 설명이다. 과거 상명하복식에서 수평적이고 또 소통을 중시하는 부모 자녀 관계로 변하면서 선뜻 부모를 여행 파트너로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준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 전반적으로 부모와의 화목을 강조하는 것도 중요한 원인”이라며 “‘모시고 다니는 것’보다 ‘같이 가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직장인 자녀 세대가 교환학생, 여행 등으로 해외 생활에 친숙하다는 점도 영향을 줬다. 다음 달 부모와 함께 해외여행을 갈 계획인 직장인 김무건 씨(29)는 4년 전 워킹홀리데이를 갔던 호주를 여행지로 정했다. 기왕이면 본인이 익숙한 곳에서 함께 여행을 하는 것이 좋을 것이란 생각에서다. 독일에서 유학 중인 조하라 씨(22·여)는 화가인 어머니를 위해 현재 알프스 산맥을 함께 여행 중이다. 염서호 경기대 관광학부 교수는 이런 상황에 대해 “과거 효도여행이 비용을 지급하는 식이었다면 이제는 외국어 능력과 풍부한 해외 경험 등으로 다른 형태의 효도를 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사업을 하는 국내 기업이 많아지면서 해외 여행지에서 각종 숙박 제휴 할인 서비스 등을 받게 된 것은 덤이다. 부모 입장에서도 사실상 환갑, 칠순잔치가 무의미해진 상황에서 억지로 자리를 마련하기보다는 젊은 시절 미처 가보지 못한 배낭여행에 도전해 보겠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해외여행의 큰 장벽 중 하나인 언어 문제 등을 자녀가 해결해주면서 부담을 덜게 된 부분도 있다. 한때 붐을 일으켰던 패키지여행에 질린 부모들이 자녀의 손을 잡고 떠나는 일도 많다. 가이드에 끌려다니는 일정, 기념품 강매 등을 경험해 본 이들이 한두 곳을 둘러보더라도 좀 더 편하게 움직일 수 있는 자유여행을 선택하게 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함께하는 여행을 결심하게 한 것은 ‘어쩌면 앞으로 함께 여행할 기회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아쉬움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결혼을 앞두고, 혹은 취업 후 첫 출근까지의 짬을 내 항공권을 끊는 이유가 이 때문 아닐까.적극적인 딸 그리고 소극적인 아버지 모든 여행이 그러하듯 부모 또는 자녀와 함께하는 여행이라고 마냥 낭만적이지는 않다. 긴 일정에 여러 곳을 돌아다니는 배낭여행을 함께하려면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다. 목적지 선택부터 숙소, 식당 선택 하나하나에 보다 세심한 배려가 요구된다. 올 추석 연휴 때 어머니와 여행을 떠나는 직장인 문자연 씨(26·여)가 목적지로 체코 프라하를 선택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문 씨는 “유럽 대표 관광지인 스페인, 이탈리아도 고려했지만 보다 동선을 최소화하고 조용한 여행지를 찾다 보니 프라하를 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문 씨 모녀는 열흘간의 여행 동안 펜션형 한인 민박 한 곳에서만 머무를 계획이다. 여행 일정에 한식식당을 추가하는 것은 기본. 비용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경유 대신 직항 노선을 선택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배낭여행에 대비해 기본체력을 기르는 것은 부모, 자녀 할 것 없이 해당되는 이야기다. 이런 여행에서 아버지들이 소외되는 것도 특징이다. 실제로 취재팀이 만난 13가족 중 아버지가 참여한 경우는 총 2가족밖에 없었다. 반면 산티아고 순례길로 떠난 조 씨 부자를 빼곤 늘 어머니가 동행했다. 물론 기본적으로 아버지는 직장에 다닌다는 이유가 크다. 하지만 그만큼 현실을 뛰어넘을 동기 부여가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자기표현이 확실한 젊은이들이 여전히 가부장적인 아버지를 부담스러워하는 경향이 있다”며 “평소 자주 소통하는 어머니를 보다 편한 여행 파트너로 생각하는 것”이라고 했다. 딸은 아들보다 부모와의 여행에 적극적인 편이다. 한국관광공사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표본 중 20, 30대 여성만이 ‘혼자’ 여행보다 부모와의 여행을 선호했다. 남성에 비해 비교적 사회생활이 이른 데다 결혼하기 전 부모에게 효도해야겠다는 인식이 상대적으로 강하게 드러난 것으로 분석된다. “모든 위대한 여행자가 그러했듯이. 나는 내가 기억한 것보다 많은 것을 봤으며 내가 본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기억한다(Like all great travellers, I have seen more than I remember, and remember more than I have seen).” 영국의 정치인이자 작가인 벤저민 디즈레일리가 남긴 여행 관련 명언이다. 여행의 기억은 늘 여행의 순간보다 아름답다. 부모 자녀와 함께 여행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여행 선배들이 남긴 공통의 메시지다. 아직도 휴가 일정을 정하지 못해 고민하는 이들이 있다면 올해는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건 어떨까.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노덕호 인턴기자 미국 남캘리포니아대 세무회계학과 졸업}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으로 구속돼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구치소 수감 당시 한진그룹 소유 인하대병원 의료진의 진료를 받은 것으로 3일 알려졌다. 수감 중인 환자가 외부 의료진의 진찰을 받을 수 있지만 회사 소유 병원의 진료를 받는 과정에서 브로커가 개입해 진료 이상의 편의를 제공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인하대병원은 조 전 부사장이 구속 직전까지 이사로 재직했던 정석인하학원 산하 병원이다. 이사장은 조 전 부사장의 아버지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다.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부장 최성환)는 지난달 31일 인천 인하대병원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부속 의원을 압수수색해 조 전 부사장의 진료기록부 등을 확보했다. 브로커에게 청탁할 만한 이유가 있었는지 규명하기 위해서다. 현행법상 구치소 측의 허가를 받으면 수감자는 자신의 비용을 들여 외부 의료시설 의사에게 진료받을 수 있다. 한편 조 전 부사장은 우울증 관련 서울대병원 의료진을 부르기도 했다. 앞서 검찰은 조 전 부사장이 구속됐을 당시 구치소 내 편의를 봐주겠다며 서용원 ㈜한진 사장에게 접근해 서울 강서지역 렌터카 정비 사업권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지난달 26일 염모 씨(51)를 구속했다. 염 씨는 조 전 부사장이 다른 수감자의 시선을 받지 않고 운동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해 주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염 씨는 제3자를 통해 구치소 측에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검찰은 구치소 의무과장 등을 조사하고 있다.강홍구 windup@donga.com·유원모 기자}
지난달 6일 이모 씨(75·충북 충주시)는 다슬기를 잡으러 남한강 유역의 한 하천을 찾았다. 사람의 손길이 덜 탄 곳일수록 큰 다슬기를 잡을 수 있다는 이야기에 인적이 드문 곳을 택했다. 무릎 남짓한 높이의 물에서 다슬기를 잡던 이 씨는 한 걸음 한 걸음 하천 안쪽으로 들어갔다. 뭍에서 약 2m 정도 들어갔을 때였다. 수심이 갑자기 2~3m로 깊어졌고 이 곳에 한 번 발을 잘못 들인 이 씨는 허우적대기 시작했다. 주변에 일행이 있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이 씨는 결국 자신이 잡은 다슬기도 맛보지 못한 채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물놀이 시즌이 돌아올 때마다 다슬기를 잡으려던 이들이 익사하는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2일 전북 완주군의 한 하천에서도 주모 군(16)이 다슬기를 잡다 물에 빠져 목숨을 잃었다. 하천, 계곡의 얕은 부분만 보고 물에 들어갔다 목숨을 잃는 사고가 되풀이되면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갑자기 수심이 깊어지는 등 하천 지형의 특성에 조금만 주의해도 대부분의 다슬기 익사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각 지역별 소방본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다슬기를 잡으러 물에 들어갔다가 사망한 사람은 13명(경기 제외). 같은 기간 바다, 계곡 등에서 물놀이를 하다 사망한 24명(국민안전처 집계)의 절반을 넘는 숫자다. 올해 들어 발생한 다슬기 관련 익사사고는 총 8건이다. 구조 당시 익사자가 어떤 상황에서 화를 당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슬기 사고는 공식 통계를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다슬기 익사의 대부분은 수심이 갑자기 깊어지는 곳에서 주로 발생한다. 때론 얕은 수심에서 사고가 난다. 수심이 낮지만 다슬기가 서식하는 곳은 상대적으로 물살이 빠르고 이끼가 많아 미끄러지기 쉽고 익사로 이어지곤 한다. 소용돌이 현상이 일어나는 절벽 밑, 큰 바위 밑 근처도 주의 경계대상이다. 큰 다슬기를 찾겠다고 들어갔다가 소용돌이에 빠져 목숨을 잃기도 한다. 최근 잠수용 스쿠버 장비 등 전문장비를 이용해 다슬기를 대량으로 잡으려는 사람도 늘고 있다. 호흡 장비를 과신해 홀로 물에 들어가거나 깊은 곳으로 들어가려고 납 벨트를 차고 들어갔다가 발생하는 사고가 많다. 익사 사고는 7분을 기점으로 생사여부가 갈리기 때문에 다슬기를 채취할 때도 늘 일행과 함께 다녀야 한다. 익사 사고 대부분이 7, 8월에 몰린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피서철이 정점에 오르는 앞으로 1,2주는 각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 우상규 충주소방서 구조대원은 “수심이 허리 이상인 곳은 피하고 미끄럼 방지용 신발, 구멍조끼 등만 갖춰도 안전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충주=강홍구 windup@donga.com·노덕호 인턴기자 미국 남캘리포니아대 세무회계학과 졸업}

한국사회경제학회는 이사장인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73·사진)가 지난달 24일(현지 시간) 아들을 만나러 미국에 갔다가 31일 현지에서 심장마비로 숨을 거뒀다고 2일 밝혔다. 카를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국내 최초로 완역한 김 교수는 박영호 한신대 명예교수, 고 정운영 경기대 부교수와 함께 한국의 1세대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로 꼽힌다. 1942년 일본 후쿠오카에서 태어난 김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석사학위를 딴 뒤 런던대에서 마르크스 경제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2년 한신대 무역학과 교수로 임용됐고 1989년부터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로 근무했으며 2008년 퇴임 후에는 성공회대 석좌교수로 활동했다. 대표 저서로는 ‘정치경제학 원론’ ‘정치경제학 에세이’ ‘자본론 공부’ 등이 있다. 2010년에는 ‘청소년을 위한 자본론’을 펴내기도 했다. 김 교수의 장례는 3일 미국 유타 주에서 치러진다. 김 교수의 유해는 현지에서 화장한 뒤 이후 가족들이 국내로 들여올 계획이다. 학회 측은 “고인은 굴곡 많은 한국현대사에서 대표적인 진보적 지식인으로 자리를 지켜왔다”며 “정년퇴직 후에도 왕성한 학문 활동과 함께 수많은 저서를 출간해 왔기에 더욱 아쉽다”며 고인을 애도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내년도 신입생 선발부터 지원자들의 학부 수강 내역 평가를 강화하기로 했다. 로스쿨 진학을 목적으로 지원자들이 학점 따기 쉬운 수업만 골라 듣거나 과도한 학점 경쟁을 벌이는 것을 막으려는 취지에서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은 내년도 입학 자기소개서 문항을 기존 지원동기, 대학생활, 학업계획 등 6개 항목에서 자기소개, 학부 성적 2개 항목으로 줄일 계획이라고 2일 밝혔다. 지원자는 학부 성적 항목에 전체 이수 학점 중 주 전공, 부전공, 복수전공, 교양 등을 구분한 뒤 각 학점 수, 전공 및 교양 교과목을 선택한 기준 등을 반드시 써야 한다. 재수강을 했다면 그 학점과 이유 등도 기재해야 한다. 이원우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은 “지원자가 형식적인 학점 경쟁에 매달리지 않도록 학점이 낮더라도 설명할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강홍구기자 windup@donga.com}
2011년 법인 전환한 서울대가 그동안 소장해온 문화재급 사료 24만여 점의 소유권을 문화재청에 넘긴다. 서울대는 이 대학 규장각과 박물관, 중앙도서관 등에 소장된 문화재급 사료 24만여 점의 소유권을 문화재청에 이관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협약 내용을 조율 중이라고 26일 밝혔다. 서울대가 소장한 사료 25만여 점 중 24만 여 점을 문화재청이 소유하되 서울대가 위탁 관리를 맡는 식이다. 현재 서울대에는 국보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를 비롯해 보물 대동여지도 등이 보관 중이다. 협의의 토대는 마련했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산도 많다. 관리 실태 보고 주기, 방식 등에 대한 양 측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현재 구체적인 소유권 이관 시기 등이 정해지지 않았다. 대학 측이 교육, 연구 이외의 목적으로 문화재를 활용한다고 판단할 경우 원칙적으로 문화재청이 관리권을 해지할 수 있어 이전보다 사료 활용이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일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보 제151-3호인 조선왕조실록 오대산사고본 74책은 예외적으로 위탁 관리에서 제외돼 협약 체결이 끝나면 국립고궁박물관으로 옮기기로 했다. 서울대가 이미 규장각에 정족산사고본을 보유하고 있어 운용 취지에 맞게 분산 보관하기로 했다는 설명이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정모 씨(25)는 가수를 꿈꿨다. 고교 시절 연예기획사 오디션에 합격해 연습생이 됐지만 경쟁에 밀려 데뷔하지 못했다. 군 전역 후 3년간 공장에서 용접공으로 일했지만 고된 노동 강도를 이기지 못했다. 보험설계사로 직업을 바꿨지만 실적을 올리지 못해 스스로 보험에 가입하는 일만 늘었다. 결국 빚만 3000만 원이 쌓여 생계가 막막해졌다. 4월 11일 오후 11시 반경 서울 마포대교로 갔다. 112로 “자살하겠다”고 말하고선 난간에 몸을 기댔다. 15m 아래 검은 한강 물을 바라보는 사이 경찰이 도착했다. 경찰은 “마포대교의 숨은 뜻이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말라는 의미”라고 설득했다. 정 씨처럼 생계에 어려움을 느끼다 마포대교를 찾아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서울 영등포경찰서 여의도지구대 112생명수호팀이 3월부터 최근까지 140명의 자살 시도자를 분석한 결과다. 분석 결과 ‘수요일 오후 10시경 생활고에 시달리는 20대 남성’이 가장 많았다. 여의도지구대는 ‘절망의 다리’로 불리는 마포대교에서 일어나는 자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월 별도의 팀을 만들었다. 연령별 조사에선 20대가 56명으로 가장 많았다. 10대와 30대가 각각 24명으로 30대 이하가 총 104명으로 전체의 74.2%였다. 남녀 비율은 비슷했다. 안영전 112생명수호팀장(39·경위)은 “젊은 세대가 취업, 결혼 등으로 고민이 많다 보니 극단적인 선택을 많이 하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자살이란 극단의 상황으로 내몬 이유로는 생계 문제(25.2%)가 가장 많았다. 주부 박모 씨(60·여)는 자신이 앓고 있는 파킨슨병으로 가족에게 경제적 부담을 주는 것이 미안해서, 손모 씨(60)는 운영하던 회사가 망하고 가족까지 자신을 떠나자 마포대교 위에서 몸을 던지려 했다. 이어서 우울증(24.4%), 가정 불화(21.6%), 연인과의 이별(13%) 등이 이유였다. 지구대 관계자는 “젊은 세대가 경제적 어려움으로 결혼하기 힘들어서인지 결혼 직전 헤어진 남녀가 자살을 시도하는 사례가 많았다”고 전했다. 시간대는 오후 10∼11시가 26명으로 가장 많았고, 0시∼오전 1시(16명), 오전 1∼2시(15명) 등 대부분 늦은 밤 시간이었다. 요일별로는 수요일이 27명으로 가장 많았다. 자살 시도자의 주거지역은 서울 영등포구가 가장 많았지만 멀리 경남 창원, 전남 여수 등에서도 마포대교까지 올라왔다. 112생명수호팀 경찰관들은 작성한 리포트를 바탕으로 자살 시도자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비가 오거나 흐린 날씨에 자살 시도가 많아 더 긴장해서 근무한다. 안 팀장은 “수요일 밤 홀로 고개를 숙이고 걷거나 울고 있는 사람을 발견하면 먼저 말을 건네기도 한다”며 “마포대교를 전담해 순찰하면서 지난해에 비해 자살자도 30% 정도 줄었다”고 말했다. 여의도지구대는 새로운 희망을 안고 새 삶을 시작하도록 돕는 방법도 추진 중이다. 사채 빚에 시달리다 자살을 시도한 20대 여성에게 대한법률구조공단을 안내하면서 빚 정리를 도와주기도 했다. 우울증이 심해 두 번이나 마포대교를 찾은 여성은 구청 정신보건증진센터에서 치료받도록 해줬다. 김형렬 여의도지구대장은 “자살 구조도 중요하지만 극단적인 선택을 다시 하지 않도록 원인을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유원모 onemore@donga.com·강홍구 기자}
세월호 추모 집회를 불법으로 이끈 혐의를 받는 박래군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위원회 공동운영위원장이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이승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6일 “범죄 사실의 주요 부분에 대한 소명이 있고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박 위원장과 함께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혜진 공동운영위원장에 대해서는 “확보된 증거 자료와 심문 결과, 주거 및 가족관계 등에 비추어 보면 피의자가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경찰은 14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두 사람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니어카로 차을 글었습니다 전하기가 업어서 전하주새요(리어카로 차를 긁었습니다 전화기가 없어서 전화주세요).” 이달 초 페이스북에는 한 장의 사진이 화제가 됐습니다. 측면이 길게 긁힌 검은색 차량에 흰 종이가 붙어 있었고 그 안에는 위와 같은 메모가 담겨 있었습니다. 삐뚤빼뚤한 글씨체에 맞춤법도 엉망인 이 메모는 마치 글쓰기에 서툰 할아버지, 할머니가 쓴 듯한 인상을 줬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사진과 함께 올라온 글에는 모두가 예상하는 뭉클한 사연이 담겨 있었습니다. 굽은 허리를 이끈 채 폐지를 주우러 다니는 동네 노인을 본 적이 있는 이라면 누구라도 잠시 스마트폰 화면에 시선을 둘 법한 그런 이야기였습니다. 글에 담긴 사연은 이랬습니다. 사진 속 검은 차량의 주인임을 자칭한 게시자는 자신의 차를 긁은 누군가가 남긴 메모라며 해당 사진을 소개했습니다. 차가 긁히는 피해를 봤건만 그는 도리어 불안에 떨고 있을 그 누군가를 걱정했습니다. “봐드리는 건 봐드리는 건데 (상대방이) 걱정하고 있을 생각하니 내 마음이 더 초조하고 복잡하다”며 천사 같은 마음씨를 선보였습니다. 뒤이어 15분 뒤 올렸다는 ‘글 수정본’에는 미처 앞글에서 담지 못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담겼습니다. 메모에 남긴 번호로 전화를 걸었더니 역시 한 할머니가 불안에 떨며 전화를 받았고 이에 “보험처리 하면 되니 안심하시라”며 할머니를 달랬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배상을 청구하기는커녕 우리 가게에 처치 곤란한 빈 박스, 깡통이 많으니 가져가 달라고 할머니에게 말했다며 다시 한 번 호기로운 모습을 보여 모두를 고개 숙이게 했습니다. 팍팍한 일상 속 모처럼 들려온 단비 같은 이야기에 누리꾼들은 찬사를 보냈습니다. 해당 글은 20만 개 이상의 ‘좋아요’를 받았고 게시자의 글을 팔로하는 이들도 3000여 명이나 늘었습니다. 일명 리어카 미담이라는 이름을 달고 급속도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며칠 뒤 한 모바일 메신저 단체창의 대화 내용이 공개되면서 상황은 급속도로 뒤바뀌었습니다. 리어카 미담의 주인공과 같은 이름, 프로필 사진을 쓴 한 사용자는 메신저 단체방에서 믿지 못할 이야기를 쏟아냈습니다. 자신이 연관된 모 가게를 홍보하기 위해 해당 글을 올렸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할머니 섭외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대화 상대방의 메시지는 애초 이 사연이 실체가 없는 조작된 이야기임을 가늠하게 했습니다.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을까요. 조작이다, 아니다, 누리꾼들의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해당 사용자가 전에도 사실관계를 조작한 적이 있었다는 제보가 쏟아졌습니다. 애초 ‘사실과 다르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던 그도 결국 자신의 계정을 폐쇄하는 등 백기투항해야 했습니다. 사실관계를 규명했다는 뿌듯함도 잠시. 누리꾼 모두는 개운치 않은 뒷맛을 봐야 했습니다. 한 누리꾼은 “거짓 미담에 감동한 내 마음을 물어 내”라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습니다. 바이럴마케팅(입소문 전략)의 공허함은 이미 옛이야기가 된 지 오래. 한발 더 나아가 미담까지 조작해가며 이익을 취하려는 이들을 볼 때마다 SNS 공간의 의미를 되묻게 됩니다. 업체 광고 등을 목적으로 ‘좋아요’가 수만 개 달린 페이지까지 공공연히 팔고 사는 현실에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습니다. 소셜 네트워킹이란 과연 누구를 위한 네트워킹인 걸까요. 최근 인터넷 개인방송 형태의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SNS상에서 크게 화제가 된 ‘종이접기 아저씨’ 김영만 씨가 문득 떠오릅니다. 주름이 가득한 얼굴로 오랜만에 카메라 앞에 선 그는 “이젠 어른이 됐으니 잘할 수 있을 것”이라며 모두를 달랬지만 현재가 마냥 장밋빛인 건 아닙니다. SNS 공간에 양심을 내다파는 그들도 어릴 적 김 씨를 따라 종이접기를 했을까요. 모처럼 선량한 마음을 가진 누리꾼들을 저버린 그들에게 왠지 날 선 댓글 대신 색종이 두 장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또 다른 거짓 미담으로 모두를 등지게 할 바에야 방에 홀로 앉아 나쁜 도깨비 인형이라도 접는 편이 차라리 나을 테니까요.강홍구 사회부 기자 windup@donga.com}
서울 지역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 카드 복제기를 설치해 빼낸 정보로 신용카드를 만들어 해외에서 현금을 인출한 루마니아인 일당이 경찰에 검거됐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올 5~6월 서울 시내 은행 8곳의 ATM에 총 10차례 카드복제기를 설치해 정보를 빼낸 뒤 8명의 카드를 위조해 대만에서 1590여만 원을 인출한 혐의(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및 특수절도)로 루마니아인 M 씨(26)를 구속하고 부인(27)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6일 밝혔다. M 씨 일당은 상대적으로 감시가 소홀한 토요일을 노려 ATM에 카드복제기 소형카메라를 설치했다. 이 기간 카드복제기를 통해 정보가 유출된 피해자는 총 365명. 이 가운데 소형카메라를 통해 비밀번호가 유출된 8명이 금전적 피해를 봤다. 이들의 범행은 한 은행이 이상 금융거래 탐지 시스템(FDS)을 통해 대만의 한 ATM에서 반복적으로 현금인출이 시도된 것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하며 드러났다. 경찰은 통화내역을 토대로 외국인 밀집지역 등을 중심으로 탐문을 벌여 피의자의 거주지를 확인했고 이달 9일 해외로 출국하려던 M 씨 부부를 인천공항에서 검거했다. 미리 출국한 루마니아인 공범 2명은 수배를 내려 추적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카드 투입구 부분이 다른 기기보다 돌출돼 있는 ATM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며 “(카메라가 설치된) 천장을 살펴보거나 손으로 가리고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강홍구기자 windup@donga.com}

국내 동물복제 분야의 대표적 연구자로 꼽히는 황우석 수암생명공학연구원 박사와 박세필 제주대 줄기세포연구센터 교수가 매머드 복제 핵심기술의 소유권을 놓고 법적 분쟁을 벌이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형사4부(부장 조호경)는 지난달 18일 황 박사가 박 교수와 정형민 건국대 줄기세포학교실 교수, 김은영 미래셀바이오 대표 등 3명을 횡령과 공갈미수 혐의로 고소했다고 15일 밝혔다. 정 교수와 김 대표는 박 교수 연구팀에서 활동 중이다. 황 박사가 이들을 고소한 것은 매머드 조직에서 세포를 재생해 분화시키는 기술의 소유권 때문이다. 황 박사는 2012년 러시아 연방 사하 공화국 수도 야쿠츠크 등에 묻혀 있는 암컷 매머드의 혈액 등 신체조직을 채취해 복제 작업을 진행 중이다. 황 박사는 냉동 조직에서 세포를 재생해 분화시키는 작업을 실현하지 못해 국내외 유명 연구팀에 조직을 주고 해당 기술을 연구하도록 했다. 문제는 올해 이 작업에 착수한 박 교수 연구팀이 세포 분화에 성공하면서 시작됐다. 황 교수는 매머드 조직을 제공한 만큼 연구 성과를 자신이 독점적으로 보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박 교수 등은 자체 연구팀의 기술을 토대로 얻은 성과인 만큼 공동 성과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암생명공학연구원 관계자는 “박 교수 등이 참가한 연구팀이 매머드 세포핵을 집어넣은 세포를 분화시키는 데 실제 성공했는지는 현 단계에서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아직 관련 연구 논문은 발표되지 않은 상태다. 국내 줄기세포 분야의 한 전문가는 “일반적인 논문을 작성하는 상황이라면 시료를 제공한 연구자보다는 직접 연구를 수행한 연구자들이 논문에 더 많은 기여를 한 것으로 보는 게 관례”라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달 말 고소인인 황 박사의 법률대리인을 조사한 데 이어 14일에는 피고소인인 정 교수와 김 대표도 조사했다. 박 교수 소환 일정도 조만간 잡을 계획이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이우상 동아사이언스 기자}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김형준 부장검사)은 SK증권 직원의 주가연계증권(ELS) 주가 조작 혐의 관련 14일 오전 10시경부터 8시간 동안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있는 SK증권 본사를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에쿼티(Equity) 파생팀, 리스크관리실, BO센터 등을 압수수색해 관련 서류 등을 확보했다. 에쿼티파생팀 소속 직원 A씨는 지난해 2월 28일 포스코 주식 15만 주를 대량 매도해 포스코, KT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97억 원 규모의 ELS 상품의 지급 조건을 충족시키지 않게 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를 받고 있다. 2011년 4월 발행된 해당 파생상품은 만기 시 두 종목의 주가가 발행 주가의 60% 미만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연 12% 수준(3년 36%)의 이자와 원금을 지급하는 조건이었다. 해당 상품의 만기는 지난해 4월이었다. A 씨가 주식을 매도한 날 주가는 28만4000원으로 손실구간(Knock-in)인 28만3500원 미만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이후 추가로 주가가 떨어지면서 손실구간에 돌입하게 됐다. 결국 이 상품에 투자한 97명은 손실구간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실현했을 60억 원 대 이익을 놓치게 된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3월 A 씨가 시장에서 주가를 떨어뜨려 ELS상품의 수익 조건을 충족시키지 않은 정황이 있다고 보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은 이날 압수한 자료 분석을 토대로 향후 소환 일정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한편 SK증권 관계자는 “당시 철강 관련주 및 대형주가 약세였던 상황”이라며 “한국거래소의 ELS 헤지(위험회피) 가이드라인을 충실히 이행한 결정”이라고 해명했다.강홍구 windup@donga.com·유원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