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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첫 남북 비핵화 회담이 열린 지 2개월 만에 후속 남북 회담이 성사됐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16일 “다음 주 중반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2차 남북 비핵화 회담이 열린다”며 “21일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남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위성락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북측 수석대표인 이용호 외무성 부상이 회담한다. 이 당국자는 “7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남북 회담, 뉴욕에서 열린 북-미 회담에서 협의된 북한의 비핵화 사전조치를 포함해 비핵화와 관련한 다양한 이슈에 대해 포괄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회담은 북핵 6자회담으로 이어지는 비핵화 과정에서 남북 회담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정부는 1차 회담이 협상이라기보다는 남북 양측의 견해를 밝힌 수준이었다는 점에서 2차 회담 성사에 적극 나섰다. 미국은 후속 북-미 회담을 위해서는 남북관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보내왔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여러 차례 북한과 접촉한 끝에 최근 북측의 응답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 대화에 이어 북-미 대화도 열릴 것으로 알려져 북-미 대화 성과에 따라서는 6자회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점쳐진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13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군 본부와 미국대사관에 대한 탈레반 세력의 공격 때 주아프간 한국대사관 인근에도 휴대용로켓추진총유탄(RPG) 여러 발이 떨어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포탄이 대사관 상공을 지나 불과 50m 떨어진 곳에 떨어져 사상자를 냄에 따라 한국대사관이 테러 공격의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음을 보여줬다.14일 외교 소식통들에 따르면 13일 오후 1시 반(현지 시간)부터 나토군 본부와 미국대사관에 대한 공격이 시작됐다. 공격이 계속되는 과정에서 미국대사관을 향해 쏜 로켓포 3, 4발이 미국대사관과 한국대사관을 지나 한국대사관에서 불과 50m 떨어진 도로의 차량에 떨어졌다. 이 공격으로 한국대사관이 직접적인 피해를 보지는 않았으나 포탄을 맞은 차량의 탑승자들은 전원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의 공격은 14일 오전 9시경까지 약 20시간이나 계속돼 한국대사관 직원들도 줄곧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주아프간 미국대사관에서 한국대사관은 200∼300m 떨어져 있다. 한 소식통은 “로켓포의 최대 사거리는 2.5km로, 한국대사관 인근에 떨어진 포탄은 2.3km 떨어진 곳에서 발사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대사관을 향해 쏜 포탄이 미국대사관은 물론이고 한국대사관 상공을 지나 떨어짐에 따라 한국대사관도 테러 공격의 사거리 안에 들어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한국대사관은 공격당하기 전날인 12일 추석을 맞아 교민들을 초청해 식사를 같이했다.다른 소식통은 “아프간 파르완 주 차리카르 시에 있는 한국 지방재건팀(PRT) 기지보다 카불의 한국대사관이 오히려 테러 공격의 위험에 더 취약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대사관이 있는 지역에는 각국 대사관이 밀집해 있다. 그동안에도 자살폭탄 테러가 한국대사관 반경 300∼400m 안에서 일어날 때도 있었고, 이로 인해 대사관의 유리창이 흔들렸던 것으로 알려졌다.한편 아프간 경찰은 14일 이번 공격에 가담한 탈레반 조직원 전원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9·11테러 10주기 이틀 뒤에 발생한 이번 공격은 2001년 아프간전쟁이 시작된 이후 카불에서 벌어진 테러 공격 가운데 가장 긴 시간 동안 지속돼 아프간 정부의 치안유지 능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흡수형 통일이 얼마나 가까워졌는지 전문가들의 관측을 시곗바늘로 형상화해 보여주는 예측시계가 지난해보다 10분 빨라진 5시 30분(12시가 통일 시점)을 가리킨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합의형 통일의 시점을 보여주는 예측시계는 3시 31분으로 지난해 3시 45분보다 14분 뒤로 갔다. 박영호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김형기 비교민주주의센터 연구위원은 최근 이 같은 결과를 공개했다. 이는 남북관계의 경색, 북한체제의 불안정성으로 합의형 통일 가능성이 작아지고 흡수형 통일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늘었음을 뜻한다. 통일 예측시계는 전문가들의 답변을 시계로 형상화한 것으로 12시에 가까울수록 통일 여건이 좋아졌음을 뜻한다. 통일연구원이 2009년 처음 공개했으며 올해에는 전문가 80명이 조사에 참여했다.}
정부가 이번 주 일본 정부에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 간 공식 양자협의를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13일 “주한 일본대사관이나 주일 한국대사관 등 외교 경로를 통해 일본 측에 협의를 제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헌법재판소가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배상 문제를 놓고 해결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고 결정한 이후 한일 협의를 모색해 왔다. 정부의 이번 제안은 ‘협정의 해석 및 실시에 관한 양 체약국 간의 분쟁은 우선 외교상의 경로를 통하여 해결한다’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제3조에 따른 것이다.정부는 일본이 협의 제안을 거부할 경우 청구권 협정 조항에 따라 위안부 문제를 해결할 중재위원회 구성을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스웨덴의 케르스틴 요나손 여사(88·사진)는 올해 6월 남편 루네 요나손 씨(85)와 함께 스웨덴 왕립공대(KTH)를 찾았다. 이 자리에서 요나손 씨 부부는 약 7000만 크로나(약 118억 원)를 왕립공대에 기부했다. 그러고는 “기부금의 일부를 한국 대학과의 교류사업에 사용해 달라”고 말했다. 왕립공대 교무처 관계자가 이유를 물었다. 알고 보니 요나손 여사는 6·25전쟁 때인 1951년 간호사로 참전했다. 6개월간 수많은 환자와 부상자를 치료했다. 그는 훗날 한국 정부가 스웨덴이 한국을 도왔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오랫동안 감사의 뜻을 전하는 데 깊은 감명을 받았다. 자신이 한국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장학금 기부를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왕립공대 측에 따르면 요나손 부부의 기부금은 개인의 단일 기부액 중 최대 규모다. 남편 요나손 씨는 금융업에서 오랫동안 종사했다. 왕립공대는 그동안 한국 KAIST와 학생 교류사업을 해 왔다. 왕립공대는 요나손 여사의 뜻에 따라 이 사업에 기부금 일부를 사용하기로 했다. 8일 외교통상부 관계자에 따르면 왕립공대 측은 기부액 중 17억∼25억 원을 이 사업에 쓸 것을 검토하고 있다. 왕립공대 측은 KAIST에서 5명의 장학생을 초청해 왔는데, 요나손 여사의 기부에 따라 장학생 수가 매년 10∼12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대사관에 설명했다. 왕립공대 측으로부터 요나손 여사의 한국사랑 얘기를 전해들은 엄석정 스웨덴 대사는 지난달 31일 요나손 부부를 만찬에 초청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7일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일본 신임 외상이 1월 국가전략상 자격으로 방한했을 때 ‘카라’나 ‘소녀시대’의 누구누구라고 이름을 외울 정도로 얘기하면서 ‘일본에 한류가 퍼졌으니 비관세 장벽은 걱정하지 말고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기 위해 노력하자’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김 장관은 이날 세종연구원이 주최한 세종포럼 조찬 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겐바 외상은 마쓰시타정경숙 출신(8기)의 보수 성향 인사로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징용자의 전후 보상에 반대해 왔다. 이어 김 장관은 “(제2차 세계대전의 A급 전범은 더는 전쟁 범죄자가 아니라는)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의 발언으로 국내에서 걱정이 있지만 실제 내각을 맡아 운영하면 현실을 제대로 보고 외교를 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 곳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은 외교적으로 가장 어려운 상황으로 악몽”이라며 “미국과 중국의 협조를 얻지 않으면 통일을 이루기 어렵다.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하되 전략적 협력 동반자인 중국과의 관계도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중국과의 협력에 우려하는 시각도 있지만 과거와 달리 중국과도 북한 문제를 솔직히 이야기할 수 있는 사이가 됐다”고 덧붙였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기지 앞 장갈바그 마을에서 사정거리가 약 1km인 로켓포가 ‘쓩’ 하는 소리를 내며 날아왔습니다. 좁은 기지에 포탄이 날아오니 어딘가에 명중할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 들었죠. 다들 긴장했습니다. 나쁜 일이 발생하지 않길 염원했습니다.” 권희석 아프가니스탄 주재 지방재건팀(PRT) 초대 대표(사진)가 3일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를 통해 전한 올해 2월 8일 밤 상황이다. 당시 날아온 로켓포탄 5발 중 3발이 아프간 파르완 주 차리카르 시의 한국 PRT 기지 안에 떨어졌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PRT 경호를 맡은 오쉬노부대를 방문하고 떠난 지 7시간 만이었다. 이후에도 공격은 반복됐고 올 들어 최근까지 모두 13차례 공격을 받았다. 권 대표는 “공격이 반복되면 (결국) 명중될 가능성이 생긴다는 불안감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포탄 소리를 들으면 ‘또 쏠 때가 됐나 보다’ 하는 여유도 없지 않았다. (공격은 밤에만 있었기에) 요원들이 낮에는 새로운 기분으로 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PRT 기지 건설이 시작된 지난해 6월부터 일해 온 권 대표는 이달 초 임기를 마친다. ―PRT 기지 건설 과정이 쉽지 않았을 텐데…. “1월 기지 입주 전까지 미군 바그람 기지에서 재건지원단의 경호를 받으며 특수방탄장갑차(MRAP)를 타고 주 청사 사무실이 있는 차리카르 시나 북쪽의 살랑 군을 오가야 했다. 요원들은 라면으로 점심을 때우거나 샌드위치를 호주머니에 넣고 다녀야 했다. 부임 후 2개월쯤 지났을 땐 심한 두통으로 장갑차 안에서 구토를 한 적도 있다.” ―PRT가 활동할 건물의 완공이 지연되다 결국 중단됐다. “올해 봄에 완공하려 했지만 건설업체 T사가 약속한 공사기한을 여러 차례 어겼기 때문에 6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계약을 해지했다. 조만간 공사 완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공사는 85% 공정에 도달해 있다. 일부 기술적인 문제만 처리되면 공사는 약 한 달 반 뒤 마무리될 것으로 본다.” ―PRT의 활동에 대한 현지 반응은 어떤가. “수십 년 전 자신들과 비슷한 가난뱅이였던 한국이 자신들이 전쟁을 하느라 한 세대(30년)를 다 보내는 사이에 엄청난 경제발전을 이뤄냈다고 부러워한다. 여러 지도급 인사가 라디오에 출연해 PRT 활동을 좋게 평가한다. 2∼4월 파르완 주 6개 군청에 물자 지원을 해줬더니 한국이 단기간에 약속을 이행한 데 감격했다며 눈물을 흘린 군수도 있었다.” ―공격이 반복되면서 조기 철수 목소리도 나온다. “아프간 재건 동참은 과거 원조를 받다 경제성장을 이뤄낸 한국의 도의적 의무다. PRT 활동을 시작한 이상 계획한 활동 기간 같은 (아프간 정부와의) 기본적 약속은 지키려고 애쓰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형성된 신뢰가 국가 이익에 도움이 된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남북한과 러시아를 연결하는 가스관 프로젝트 구상이 한반도 정세에 큰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북-러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진 데 이어 한국도 11월 러시아와 정상회담을 갖고 이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가스관 사업을 매개로 남북 정상회담과 남-북-러 3국간 정상회담의 가능성을 거론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2일 “대통령이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며 다시 가스관 사업을 거론했다. 그는 ‘왝 더 도그(wag the dog·꼬리가 개의 몸통을 흔든다)’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가스관 사업이라는 ‘꼬리’를 통해 북핵문제와 천안함, 연평도라는 ‘머리’의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도 1일 “가스관은 한 번 깔면 쉽게 끊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속도 붙는 실무 논의 북-러, 한-러 양자간 가스관 연결 협의는 이미 진전을 보이고 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지난달 24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치고 귀국 중이던 26일 평양에서는 빅토르 바사르긴 러시아 지역개발부 장관과 이용남 북한 무역상이 경제협력위원회를 계기로 회담했다. 바사르긴 장관은 다음 달 한-러 경제과학기술공동위원회를 위해 한국을 방문해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한국 당국자들을 만나 가스관 연결 문제를 협의한다. 이에 앞서 한국가스공사와 러시아 가스프롬이 북-러 간의 협의 결과를 바탕으로 실무적인 협의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북러, 한러의 연쇄 협의에 이어 남-북-러 실무협의가 열리면 가스관 연결사업에 대한 원칙적 합의를 담은 합의 각서(memorandum)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과 러시아는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동아시아정상회의(EAS)이나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국제회의에서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서 양국 정상은 그간의 실무협의를 토대로 가스관 사업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스관 사업에 욕심내는 러시아 러시아는 이 프로젝트에 매우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동부 시베리아의 경제적 부흥과 유럽에 편중된 가스 수출의 다변화를 위해 ‘사할린-3’ 같은 대형 가스전을 개발해온 러시아에게 한국은 놓칠 수 없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특히 선박이 아닌 가스관 형식으로 가스를 공급하면 동부 시베리아의 소규모 가스전까지 연결해 수출할 수 있다. 수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도 러시아에 매력이다. 한국과 일본, 동남아시아에 액화천연가스(LNG) 형태로 수출해오던 것을 파이프라인 방식으로 바꾸면 가스 액화 작업에 들어가는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아울러 러시아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그동안 축소됐던 동북아시아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이를 앞세워 남북 정상회담을 주선하고 러시아도 참가하는 3국 정상회담도 제안할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는 대통령 시절인 2002년 시베리아에서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주선하고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한반도종단철도(TKR)를 연결하는 이른바 ‘철의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논의하기 위해 3국 정상회담도 할 수 있다고 제안한 바 있다. 푸틴 당시 대통령은 2004년 노무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도 남북 정상회담 중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3국 연결 가스관 사업의 협력을 당부하기도 했다.○ 3국 가스관 연결의 복잡한 셈법 정부 당국자들은 가스관 사업이 남북관계 진전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 고위 당국자는 “아주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 하는 프로젝트”라며 “3국이 함께 논의를 시작하더라도 실제 착수까지 몇 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당국자는 “경수로 건설 과정에서 북한 리스크가 너무 크다”며 “그냥 중간에 끊어버리는 게 문제가 아니라 사업 논의 과정에서만 수많은 문제점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경수로 건설과정에서 북한이 사소한 이유로 공사 인력을 억류하는 등 진행에 어려움을 겪은 전례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또 다른 당국자도 “TSR-TKR 연결조차 진행이 안 되는 상황인데 가능하겠느냐”며 정치권의 핑크빛 전망을 경계했다. 정부는 북한 내 가스관 연결은 기본적으로 수출 당사자인 러시아가 북한과 논의할 문제라는 생각이다. 따라서 북한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부담도 러시아가 지도록 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한 관계자는 “가스가 최종 수요자에게 도달하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북한에 수수료를 지급하도록 하는 등 여러 안전장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나진에서 휴전선까지 740km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남-북-러 3국을 연결하는 가스관의 총 길이는 약 2400km로 이 중 북한 구간은 최단거리로 잡았을 때 나진∼원산∼휴전선까지 약 740km에 이른다. 연간 100억m³의 천연가스(PNG)를 수송할 가스관 지름의 크기는 1.7m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가스관 공사에 필요한 기간은 대략 2년, 비용은 4조 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북한이 노선변경을 요구할 경우 길이와 비용, 사업기간 등이 고무줄처럼 늘어날 수 있다. 가압설비와 송전시설도 일정 간격으로 설치해야 하고 점검인력이 오가는 도로 등도 가스관 주변에 만들어야 하므로 비용은 더 늘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이성규 박사는 “기술적인 분석 외에 사업 형태가 어떻게 될지에 따라서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러시아 가스프롬이 주 사업자가 되고 여기에 한국 등이 지분을 출자해 공동으로 참여하는 방식을 우선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
남-북-러 가스관 사업이 현실화하면 북한에 가스관 공사를 위한 대규모 자재가 투입되고 매년 1억 달러 이상의 통관료를 북한에 줘야 한다. 이에 따라 가스관 사업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위반에 해당하는지도 관심사다. 정부 당국자들은 가스관 사업은 원칙적으로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와는 직접적으로 연관이 없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 당국자는 “안보리 제재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이용될 수 있는 대상의 북한 수출을 금지하고 있지, 통상적인 경제협력사업까지 막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개성공단 북측 노동자들의 임금을 통해 매년 6000만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지만 개성공단이 중단되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가스관 사업을 통해 북한에 제공된 돈이 무기 개발 비용으로 전용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한 당국자는 “그런 의혹이 제기될 수 있지만 의혹만으로 제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해 천안함 폭침사건 이후 한국 정부가 단행한 5·24 대북 조치는 대북 신규투자를 불허하고 있는 만큼 정부가 5·24 조치를 완화할지 주목된다. 정부 내에는 북핵 문제가 진전돼야 가스관 사업 여건도 조성된다는 시각이 여전하다. 하지만 북한의 핵 포기 이전이라도 가스 통관을 안정적으로 지속할 수 있다는 신뢰를 준다면 가능하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정부가 외규장각 도서 반환에 기여한 재프랑스 역사학자 박병선 박사와 자크 랑 전 프랑스 문화장관 등 7명에게 훈장과 포장을 수여한다고 1일 밝혔다. 외규장각 도서를 처음 발견한 박 박사는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는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도서 반환 결단을 내릴 수 있게 기여한 랑 전 장관에게는 수교훈장 광화장을, 프랑스 문화계 인사들을 설득한 뱅상 베르제 파리7대학 총장에게는 수교훈장 흥인장을 수여한다. 이 밖에 이태진 국사편찬위원장과 박흥신 주프랑스 대사, 이성미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유복렬 외교통상부 공보담당관(전 주프랑스 대사관 참사관)이 훈·포장을 받는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다음 달 1일 프랑스 파리에서 ‘리비아 지원을 위한 국제회의’를 긴급 개최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한국 정부에 전해진 것은 26일경이었다. 프랑스 엘리제궁이 대상국을 초청하기 시작했다는 얘기도 들려왔다. 정부는 주프랑스 한국대사관으로부터 프랑스가 한국에 초청장을 보낼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지만 100% 확신할 수 없었다. 정부는 긴장했다. 자칫 리비아 재건 방향을 논의하는 최초의 고위급 국제회의에 참석하지 못할 경우 한국이 향후 국제적 리비아 재건사업에서 배제될 우려가 있었다. 재건에 따른 특수(特需)를 놓치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한국의 국제적 위상에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정부와 기업들이 리비아 재건사업 참여에 사활을 건 만큼 당국자들은 초청장을 빨리 받아 참석 의사를 밝혀야 한다고 판단했다. 1일까지는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정부는 주말인 27일 주한 프랑스대사관 관계자를 급하게 접촉해 엘리제궁이 준비한 초청장을 받았다. 프랑스 정부는 26일 초청장을 만들어 이번 주 발송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참석 의사를 빨리 밝혀 주말인데도 초청장을 전달받을 수 있었다. 사르코지 대통령이 서명한 초청장은 이명박 대통령을 초청하는 내용이었다. 정부는 이 대통령의 회의 참석도 검토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중앙아시아 순방을 마친 지 얼마 안 되는 등 일정이 맞지 않아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사진)이 대신 참석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미국도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의는 그동안 서방 국가들을 중심으로 리비아 지원을 논의해온 리비아연락그룹(LCG)보다 규모가 크고 서방과 아랍·아프리카뿐만 아니라 중국 러시아 인도 브라질 등 주요 국가 대부분이 초청됐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참석한다. 특히 무스타파 압둘 잘릴 리비아 과도국가위원회(NTC) 위원장과 NTC 2인자인 마흐무드 지브릴 임시정부 총리가 모두 참석해 국가재건 구상을 제시할 예정이다. 김 장관은 잘릴 위원장과 지브릴 총리 중 한 사람과의 양자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리비아 재건을 논의하는 첫 한-리비아 고위급 협의다. 이 대통령은 30일 국무회의에서 “한국 기업이 하던 리비아 공사를 계속 보장받을 수 있고 나아가 복구공사에 한국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외교부와 국토해양부가 잘 협의해 신속하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헌법재판소가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배상 문제를 놓고 해결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고 결정함으로써 그에 따른 배상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군 위안부 문제는 1965년 6월 한일 수교 당시 이미 해결된 문제라는 태도를 보여 왔다. 한국 정부 역시 군 위안부 피해자 배상 문제를 애써 외면해 왔다. 하지만 이번 헌재 결정으로 군 위안부 피해자 측의 배상 요구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여 배상 문제는 양국 정부의 ‘발등의 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부작위(不作爲)는 위헌 한국과 일본이 1965년 체결한 ‘한일협정’의 부속협정인 ‘청구권·경제협력에 관한 협정’ 제2조는 “양국의 모든 청구권에 관한 문제는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다는 것을 확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본은 이 조항을 들어 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배상청구권이 이미 소멸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협정 제3조는 ‘이 협정의 해석과 실시에 관한 양국의 분쟁은 우선 외교상의 경로를 통해 해결하고 그래도 해결이 안 되면 중재위원회에 회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군 위안부 피해자들은 “한국 정부가 제3조에 명시된 절차에 따라 일본 정부와의 분쟁을 해결해야 하는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정부의 행정 부작위(不作爲·마땅히 해야 할 일을 일부러 하지 않음)를 위헌이라고 못 박았다. 국회가 법을 만들지 않았다는 입법부작위 위헌이나 정부가 시행령을 만들지 않은 것에 책임을 묻는 행정입법부작위 위헌은 있었지만 행정부작위 위헌 결정은 이번이 처음이다. 헌재는 특히 “한일협정에서 청구권의 내용을 명확히 하지 않고 ‘모든 청구권’이라는 포괄적인 개념을 사용해 협정을 체결한 것에도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피해 배상 길 열리나 20만 명으로 추정되는 일본군 위안부 중 생존자는 61명뿐이다. 피해자들은 일본 정부에 끈질기게 사과와 피해배상을 요구해 왔다. 2004년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상고가 기각되면서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은 끝났다. 일본 정부는 1994년 민간 차원에서 아시아여성발전기금을 조성해 위로금을 주겠다고 했지만 피해자들은 “정당한 배상을 원한다”며 거부했다. 그러자 정부는 정부예산과 민간모금액을 합쳐 일본이 지급하려 한 4300만 원을 피해자들에게 지급했다. 이번 위헌 결정이 피해자들에 대해 양국 정부가 피해배상을 해줘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일본으로부터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뿐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배상을 하지 않는다면 피해자들이 그 책임을 우리 정부에 물을 수도 있다.○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정부 외교통상부는 이날 헌재의 결정이 나오자 “헌재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여 한일 간 외교 채널과 국제무대에서 일본의 책임 있는 대응을 계속 요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외교부는 정부의 구체적인 노력이 미흡했다는 선고 내용에 대해 “법적 책임이 종결됐다고 계속 주장하는 일본과의 법적 논쟁 탓에 결론을 도출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며 “이를 감안해 실질적 지원책을 강구해 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외교부 내에서는 “정부가 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는 것처럼 헌재가 판단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불만도 나왔다.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 있는 한국대사관에 무장한 괴한들이 침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29일 “소총으로 무장한 괴한 10여 명이 28일(현지 시간) 오전 5시 반경 대사관에 난입해 텔레비전 등 각종 집기를 탈취하려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대사관을 지키던 현지 고용원들이 경찰에 신고하자 집기를 버리고 달아났다. 외교부 관계자는 “일반 폭도들에 의해 자행된 사건으로 보인다”며 “무장세력의 조직적 소행으로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앞서 23일 밤에도 주리비아 한국대사의 관저에 30여 명이 침입해 집기들을 약탈해갔다. 한편 외교부는 기업 활동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 한해 트리폴리 등 리비아 서부 지역에 대해 제한적으로 방문을 허용하기로 29일 결정했다. 리비아는 여행금지국으로 지정돼 있다. 다만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의 거점인 수르트 지역의 경우 당분간 방문허가 심사를 보류하기로 했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외교통상부는 내년 3월 열리는 서울핵안보정상회의 자문위원 위촉식을 30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연다. 외교부는 자문위원 의제 선정, 행사장 조성, 홍보, 문화, 식음료, 통역 분야에서 모두 35명의 자문위원을 선정했다. 의제 선정 분야에는 박창규 국방과학연구소 정책위원, 윤완기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핵안보센터장 등 8명이 포함됐다. 행사장 조성 분야에는 오인욱 경원대 실내건축학과 교수 등 6명이, 홍보 분야에는 황일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등 8명이 선정됐다. 문화 분야에는 손진책 국립극단 예술감독 등 6명이, 식음료 분야에는 안정현 한식당 ‘우리가 즐기는 음식예술’ 대표 등 6명이 포함됐다. 통역 분야에는 이진영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부원장이 선정됐다.}

정부가 북한 정치범수용소인 요덕수용소에 갇힌 뒤 생사 확인조차 안 되고 있는 ‘통영의 딸’ 신숙자 씨(69) 문제의 해결을 국제회의에서 공식 촉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25일 “국제사회에 신 씨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현실적으로 어떤 정책이 적절한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소식통은 “현재 남북관계에서 남한이 북한에 문제 해결을 촉구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국제사회를 통해 북한을 압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도 신 씨 문제의 해결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신 씨가 납북자는 아니지만 돌아오고 싶어도 올 수 없는, 거주 이전의 자유를 박탈당했기 때문에 인권과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에 해결을 촉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인권 관련 국제회의에 참석한 한국 정부 대표가 북한이 신 씨의 생사를 확인하고 생존해 있을 경우 송환해야 한다는 공식 의견을 밝히는 방안이 유력하다. 정부는 우선 올가을 미국 뉴욕에서 유엔총회 기간에 개최되는 제3위원회에서 신 씨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제3위원회는 인권 문제를 다루는 국제회의체다. 한국 정부는 매년 이 위원회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해 왔다. 내년 3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유엔인권이사회(UNHRC) 고위급 회의에서도 신 씨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이나 마르주키 다루스만 북한인권특별보고관에게 신 씨 사건을 접수시켜 유엔 차원의 정식 조사를 요청하는 방안도 있다. 신 씨 사건이 접수되면 유엔은 북한에 신 씨의 생사 확인을 포함한 답변을 요구한다. 이 경우 사건 신청 주체는 정부가 아닌 개인이나 시민단체가 된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5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 결과를 보도하면서 러시아 측이 밝힌 ‘핵물질 생산과 핵실험 잠정 중단 용의’는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이 이를 실제 이행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조선중앙통신은 “두 정상이 전제조건 없이 6자회담을 하루빨리 재개해 9·19 공동성명을 동시행동의 원칙에 기초해 이행함으로써 전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앞당겨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특정한 비핵화 조치를 취하면 그에 대해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동시 행동’ 원칙을 되풀이한 것은 김 위원장이 시사했다는 ‘핵물질 생산과 핵실험의 잠정 중단’에 대해서도 북한이 보상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통신은 “가스를 비롯한 에너지와 철도를 연결하는 문제 등 경제협조 관계를 여러 분야에 걸쳐 발전시킬 데 대한 일련의 의제들이 상정돼 공동인식이 이룩됐다”고 전했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4일 북-러 정상회담에서 ‘핵물질 생산과 핵실험의 잠정 중단’ 용의를 밝힘에 따라 앞으로 북핵 6자회담 재개에 변수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핵물질 생산과 핵실험의 중단은 러시아가 북한에 제시한 비핵화 조치 6가지 가운데 하나이고 한국과 미국이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북한이 이행해야 할 사전조치로 요구하는 사안 중 하나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의 발언 자체는 긍정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3월 러시아가 제기한 비핵화 조치 6가지 중 조건 없는 6자회담 복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조사단의 영변 핵시설 복귀는 받아들일 수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핵물질 생산과 핵실험 중단’ 조치를 더 받아들이겠다는 의사를 러시아를 통해 내놓은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비핵화 조치 이행 의사를 밝힌 점에서 의미가 없다고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핵물질 생산과 핵실험 중단 시기를 ‘회담 과정에서’라고 밝혀 사실상 6자회담이 시작된 뒤임을 시사했다. 6자회담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비핵화 이행을 위한 조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한국과 미국의 요구와는 거리가 멀다. 한 당국자는 “북한이 핵물질 생산과 핵실험의 잠정 중단을 사전조치의 일환이 아닌 협상 대상으로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올해 3월 알렉세이 보로다브킨 러시아 외교차관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도 거론됐던 내용으로 결국 새로운 이야기는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활동 중단과 포기에 대한 언급도 김 위원장 발언에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는 ‘핵물질’에 UEP가 포함된다는 해석이 나올 수도 있으나 핵물질의 무기화를 위한 핵실험 중단과 함께 언급됐다는 점에서 UEP는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당국자는 “핵물질 생산과 핵실험 중단은 한국과 미국이 요구하는 비핵화 사전조치 가운데 하나지만 무엇보다 북한이 비핵화 의지가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UEP 문제가 언급돼야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그는 “6자회담 여건 조성을 위한 사전조치는 북한이 당연히 이행해야 할 의무이지 보상의 대상이 아니다”고 거듭 강조했다. 러시아가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가스관 연결 사업에 대해서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남-북-러 특별위원회 발족’ 합의 사실을 밝힌 만큼 러시아로서는 만족할 만한 성과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북한이 이 프로젝트에 관심을 두고 있고 이를 위해 약 1100km의 가스관을 건설할 계획이다. 이 가스관을 통해 매년 100억 m³의 천연가스를 (남한으로) 수송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그러나 북한이 가스관 사업 협의에 얼마만큼 성의 있게 응했는지는 알 수 없다. 북한은 러시아의 비핵화 조치 요구와 가스관 사업 제안에 호응하는 척하면서 러시아로부터 경제, 에너지 원조와 식량지원을 얻어내려는 속셈이 있다고 당국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정부는 원칙적으로 가스관 사업에 관심을 나타내면서도 그 전제로 북한의 핵 포기가 이뤄져야 하는 만큼 북핵 문제의 진전 없이는 구체적인 사업이 현실화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마사우드 알 갈리 주한 리비아대사(사진)는 24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대사관은 리비아 과도국가위원회(NTC)를 대표한다”고 선언했다.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대사관 접견실 깃대에는 카다피 체제를 상징하는 녹색기 대신에 반군 세력인 NTC의 삼색기가 태극기 옆에 걸려 있었다. 갈리 대사는 삼색기를 가리키며 “새로운 리비아의 국기”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리비아 반군은 23일 카다피 진영의 핵심 거점인 밥알아지지아 요새를 장악한 뒤 트리폴리 전투 승리를 공식 선언했다. 압둘 하킴 벨하지 반군 사령관은 치열한 전투 끝에 반군이 요새에 진입한 이날 오후 알자지라 방송을 통해 “카다피와 그의 친구들은 쥐 떼처럼 도주했다. 우리는 트리폴리 전투에서 승리했다”고 밝혔다. 카다피 관저와 막사, 통신센터 등이 있는 밥알아지지아 요새는 규모가 600만 m²에 이르는 곳으로 카다피가 은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추정돼 왔다. 그러나 반군은 요새 안에서 카다피를 발견하지 못했다. 요새 함락 몇 시간 뒤 카다피는 한 지역 라디오방송을 통해 “요새에서 철수한 것은 전술적 이동일 뿐”이라며 “승리가 아니면 순교할 것”이라고 밝혔다. 탱크와 미사일까지 동원한 카다피군의 저항도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다. 트리폴리에서 패배한 카다피군 주력은 카다피의 고향인 수르트를 향해 철수를 시작했고, 반군도 이곳으로 무력을 집중시키고 있다. 아직 리비아 상황이 안정되지 않은 만큼 갈리 대사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새로운) 리비아와 한국의 관계는 미래에 더욱 강해질 것”이라며 “한국 기업들이 새로운 리비아를 재건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도록 초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전으로 혼란스러웠던) 리비아 국민을 지지해준 한국 정부와 국민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현재 제일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새로운 리비아 정부가) 앞으로 한국 정부, 기업, 한국인들과 관계를 잘 맺는 것이다.” ▼ “과도국가委 삼색기가 새로운 리비아의 국기” ▼―한국 정부는 NTC를 정통성을 가진 통치기구로 인정했다. 주한 리비아대사관도 NTC를 대표하나. “그렇다. 앞으로 모든 리비아-한국 관계에 대해 NTC의 훈령을 받아 임무를 부여받고 한국 외교통상부와 협의할 것이다. 언론 보도와 한국 외교부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 정부가 NTC를 인정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NTC를 받아들인 한국 정부의 결정을 인정한다. 한국 정부의 결정은 NTC의 지지를 받을 것이다. (나도) 앞으로 한국 정부 당국자들을 만날 것이다.” 갈리 대사는 3월 리비아가 내전으로 치닫기 시작한 이후 공개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 외교부에 따르면 리비아 내전의 종식이 임박한 최근에도 한국 정부와 접촉하지 않았다. ―리비아 내 한국인들은…. “한국인들은 NTC의 보호를 받을 것이고 안전할 것이다. 따라서 리비아에 머물고 있는 한국 시민들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한국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고맙다. 한국인을 존경한다. 한국과 리비아 국민은 친구와 같은 사이다. 리비아와 한국은 전통과 관습 면에서 공통적인 측면이 많다. 우리는 서로 거리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매우 가까운 사이다.” ―삼색기는 어떻게 구했나. “(미소를 지으며) 리비아에서 구해온 건 아니다. 대사관에서 직접 제작해 22일부터 대사관 안팎에 게양했다. 전 세계 리비아대사관에서 독립적으로 그렇게 하고 있다. 1951년 이탈리아에서 리비아왕국으로 독립했을 때 쓰였던 깃발이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 외곽에 있는 주리비아 한국대사의 관저가 23일 밤 약 30명의 무장세력에 의해 약탈당했다고 외교통상부 관계자가 24일 밝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무장세력은 관저에 있던 방글라데시 출신의 행정원 2, 3명을 총기로 위협하며 텔레비전과 컴퓨터 같은 가전제품, 가구를 약탈해갔다. 현재 조대식 대사를 비롯한 공관원들은 튀니지의 리비아 국경 지역인 제르바에 임시 대사관을 설치해 머물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반정부군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이들의 정체를 알 수 없으나 카다피 체제가 끝났고 치안 시스템도 붕괴했음을 알려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주리비아대사관은 치안 상황을 주시하며 트리폴리 복귀를 검토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반군 세력인 과도국가위원회(TNC)의 거점인 리비아 동부 벵가지에 주리비아대사관 직원 3명을 급파해 인도적 지원 문제를 협의한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23일 밤 러시아 동부 시베리아의 부랴트 자치공화국 수도 울란우데에는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었다.기차역 주변 곳곳에는 경찰이 배치됐고 역으로 들어가는 입구마다 금속탐지기가 설치돼 있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탄 특별열차가 정차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플랫폼 쪽으로는 아예 접근이 불가능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특별열차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24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야간열차는 정상적으로 운행하고 있었지만 평소와는 다른 플랫폼으로 들어오고 ‘사정에 따라 플랫폼이 변경됐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도착 플랫폼 변경을 알리는 안내방송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었다. 사람들은 계속 우왕좌왕하며 불평을 터뜨리기도 했다.주민들은 대부분 현지 언론 보도를 통해 김 위원장의 방문 사실을 알고 있었다. ▼ 김정일, 옛 소련시대 전투기 공장 찾아… 호수서 유람선 타보고 수영 즐기기도 ▼한 택시운전사는 “언론 보도를 통해 김정일이 온 것을 알고 있다”며 “이 때문에 오늘 시내에서 교외로 나가는 전철은 하루 종일 운행이 중단됐다”고 전했다.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9시경(현지 시간) 전용 특별열차를 타고 울란우데에 도착했다. 기차역에서는 뱌체슬라프 나고비친 부랴트공화국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맞았다. 극동 연방관구 대통령전권대표 빅토르 이샤예프와 시베리아 연방관구 대통령전권대표 빅토르 톨로콘스키가 특별열차를 함께 타고 김 위원장을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김 위원장이 도착하기 약 1시간 전부터 울란우데 역 주변에는 경찰과 보안요원들이 배치돼 역으로 향하는 통로를 전면 차단했고 언론의 접근도 막았다. 출근하기 위해 기차를 타려던 승객들이 역사 밖에서 기다려야 했고 일부 승객은 경찰에 항의하기도 했다.김 위원장은 약 20분 동안 진행된 영접 행사가 끝난 뒤 특별열차에 싣고 온 메르세데스벤츠 승용차를 타고 현지 경찰의 경호를 받으며 울란우데에서 서북쪽으로 170km 정도 떨어진 바이칼 호 동쪽 호숫가의 투르카 마을을 찾았다. 바이칼 호로 흘러들어 가는 작은 강가에 있는 투르카 마을은 현재 관광 중심 경제특구로 개발되고 있다.울란우데의 지역 언론인 리아옴스크인포는 “김 위원장이 울란우데 역에 도착해 메르세데스벤츠에 탄 뒤 바르구진 지역 방향으로 향했다”며 “시민들은 김 위원장의 차량이 (최신식이 아니라) 1990년대식이라는 사실에 놀랐다”고 전했다.이타르타스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곳에서 유람선을 타고 호수를 둘러보는 등 한가한 시간을 보냈다. 이에 앞서 김 위원장은 바이칼 호의 물로 채워진 수영장에서 수영을 즐겼으며 바이칼 호에서만 자라는 민물고기인 ‘오물’ 구이 등 부랴트 전통음식을 맛보기도 했다.울란우데로 돌아온 김 위원장은 곧이어 외곽에 있는 항공기 제작공장 아비야자보드를 방문했다. 아비야자보드는 옛 소련 시절인 1930년대 말부터 수호이, 미그 전투기와 Mi-8, Mi-171 헬기를 함께 생산해온 유명 항공기 제작공장이다. 김 위원장이 투르카 마을과 아비야자보드를 방문하는 동안 도로에선 몇 시간 동안 심한 정체가 빚어졌다. 도로에는 20m마다 경찰관들이 배치돼 삼엄한 경호를 펼쳤다.러시아 통신인 프리마메디야는 김 위원장이 소스노비 보르(소나무 숲)에서 메드베데프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곳은 옛 소련군의 동부지역 최고사령부가 있던 곳으로 현재 러시아군 동부 군관구 소속 제11공수타격여단이 자리 잡고 있다. 소스노비 보르는 1990년대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이 휴가를 보낸 적이 있는 곳으로 알려졌다.한편 김 위원장이 귀국길에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를 만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당국자는 “푸틴 총리가 내년 가을에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26일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할 예정이라는 러시아 언론 보도가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반면 현지에서는 김 위원장이 이동거리를 훨씬 단축할 수 있어 중국을 거쳐 귀환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울란우데=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