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러에 ‘핵실험 중단 용의’ 선물… UEP 언급안해 진정성 의문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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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北-러 울란우데 정상회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4일 북-러 정상회담에서 ‘핵물질 생산과 핵실험의 잠정 중단’ 용의를 밝힘에 따라 앞으로 북핵 6자회담 재개에 변수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핵물질 생산과 핵실험의 중단은 러시아가 북한에 제시한 비핵화 조치 6가지 가운데 하나이고 한국과 미국이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북한이 이행해야 할 사전조치로 요구하는 사안 중 하나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의 발언 자체는 긍정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3월 러시아가 제기한 비핵화 조치 6가지 중 조건 없는 6자회담 복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조사단의 영변 핵시설 복귀는 받아들일 수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핵물질 생산과 핵실험 중단’ 조치를 더 받아들이겠다는 의사를 러시아를 통해 내놓은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비핵화 조치 이행 의사를 밝힌 점에서 의미가 없다고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핵물질 생산과 핵실험 중단 시기를 ‘회담 과정에서’라고 밝혀 사실상 6자회담이 시작된 뒤임을 시사했다. 6자회담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비핵화 이행을 위한 조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한국과 미국의 요구와는 거리가 멀다.

한 당국자는 “북한이 핵물질 생산과 핵실험의 잠정 중단을 사전조치의 일환이 아닌 협상 대상으로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올해 3월 알렉세이 보로다브킨 러시아 외교차관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도 거론됐던 내용으로 결국 새로운 이야기는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활동 중단과 포기에 대한 언급도 김 위원장 발언에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는 ‘핵물질’에 UEP가 포함된다는 해석이 나올 수도 있으나 핵물질의 무기화를 위한 핵실험 중단과 함께 언급됐다는 점에서 UEP는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당국자는 “핵물질 생산과 핵실험 중단은 한국과 미국이 요구하는 비핵화 사전조치 가운데 하나지만 무엇보다 북한이 비핵화 의지가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UEP 문제가 언급돼야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그는 “6자회담 여건 조성을 위한 사전조치는 북한이 당연히 이행해야 할 의무이지 보상의 대상이 아니다”고 거듭 강조했다.

러시아가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가스관 연결 사업에 대해서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남-북-러 특별위원회 발족’ 합의 사실을 밝힌 만큼 러시아로서는 만족할 만한 성과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북한이 이 프로젝트에 관심을 두고 있고 이를 위해 약 1100km의 가스관을 건설할 계획이다. 이 가스관을 통해 매년 100억 m³의 천연가스를 (남한으로) 수송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그러나 북한이 가스관 사업 협의에 얼마만큼 성의 있게 응했는지는 알 수 없다. 북한은 러시아의 비핵화 조치 요구와 가스관 사업 제안에 호응하는 척하면서 러시아로부터 경제, 에너지 원조와 식량지원을 얻어내려는 속셈이 있다고 당국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정부는 원칙적으로 가스관 사업에 관심을 나타내면서도 그 전제로 북한의 핵 포기가 이뤄져야 하는 만큼 북핵 문제의 진전 없이는 구체적인 사업이 현실화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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