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도착한 울란우데역 철통봉쇄… 교외 나가는 전철 하루종일 운행중단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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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의 방명록 서명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1일 러시아 아무르 주부레야 수력발전소 방명록에 남긴 글. 포르트아무르 홈페이지
김정일의 방명록 서명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1일 러시아 아무르 주부레야 수력발전소 방명록에 남긴 글. 포르트아무르 홈페이지
23일 밤 러시아 동부 시베리아의 부랴트 자치공화국 수도 울란우데에는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었다.

기차역 주변 곳곳에는 경찰이 배치됐고 역으로 들어가는 입구마다 금속탐지기가 설치돼 있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탄 특별열차가 정차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플랫폼 쪽으로는 아예 접근이 불가능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특별열차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24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야간열차는 정상적으로 운행하고 있었지만 평소와는 다른 플랫폼으로 들어오고 ‘사정에 따라 플랫폼이 변경됐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도착 플랫폼 변경을 알리는 안내방송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었다. 사람들은 계속 우왕좌왕하며 불평을 터뜨리기도 했다.

주민들은 대부분 현지 언론 보도를 통해 김 위원장의 방문 사실을 알고 있었다.

▼ 김정일, 옛 소련시대 전투기 공장 찾아… 호수서 유람선 타보고 수영 즐기기도 ▼

한 택시운전사는 “언론 보도를 통해 김정일이 온 것을 알고 있다”며 “이 때문에 오늘 시내에서 교외로 나가는 전철은 하루 종일 운행이 중단됐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9시경(현지 시간) 전용 특별열차를 타고 울란우데에 도착했다. 기차역에서는 뱌체슬라프 나고비친 부랴트공화국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맞았다. 극동 연방관구 대통령전권대표 빅토르 이샤예프와 시베리아 연방관구 대통령전권대표 빅토르 톨로콘스키가 특별열차를 함께 타고 김 위원장을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도착하기 약 1시간 전부터 울란우데 역 주변에는 경찰과 보안요원들이 배치돼 역으로 향하는 통로를 전면 차단했고 언론의 접근도 막았다. 출근하기 위해 기차를 타려던 승객들이 역사 밖에서 기다려야 했고 일부 승객은 경찰에 항의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약 20분 동안 진행된 영접 행사가 끝난 뒤 특별열차에 싣고 온 메르세데스벤츠 승용차를 타고 현지 경찰의 경호를 받으며 울란우데에서 서북쪽으로 170km 정도 떨어진 바이칼 호 동쪽 호숫가의 투르카 마을을 찾았다. 바이칼 호로 흘러들어 가는 작은 강가에 있는 투르카 마을은 현재 관광 중심 경제특구로 개발되고 있다.

울란우데의 지역 언론인 리아옴스크인포는 “김 위원장이 울란우데 역에 도착해 메르세데스벤츠에 탄 뒤 바르구진 지역 방향으로 향했다”며 “시민들은 김 위원장의 차량이 (최신식이 아니라) 1990년대식이라는 사실에 놀랐다”고 전했다.

이타르타스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곳에서 유람선을 타고 호수를 둘러보는 등 한가한 시간을 보냈다. 이에 앞서 김 위원장은 바이칼 호의 물로 채워진 수영장에서 수영을 즐겼으며 바이칼 호에서만 자라는 민물고기인 ‘오물’ 구이 등 부랴트 전통음식을 맛보기도 했다.

울란우데로 돌아온 김 위원장은 곧이어 외곽에 있는 항공기 제작공장 아비야자보드를 방문했다. 아비야자보드는 옛 소련 시절인 1930년대 말부터 수호이, 미그 전투기와 Mi-8, Mi-171 헬기를 함께 생산해온 유명 항공기 제작공장이다. 김 위원장이 투르카 마을과 아비야자보드를 방문하는 동안 도로에선 몇 시간 동안 심한 정체가 빚어졌다. 도로에는 20m마다 경찰관들이 배치돼 삼엄한 경호를 펼쳤다.

러시아 통신인 프리마메디야는 김 위원장이 소스노비 보르(소나무 숲)에서 메드베데프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곳은 옛 소련군의 동부지역 최고사령부가 있던 곳으로 현재 러시아군 동부 군관구 소속 제11공수타격여단이 자리 잡고 있다. 소스노비 보르는 1990년대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이 휴가를 보낸 적이 있는 곳으로 알려졌다.

김기현 기자
김기현 기자
한편 김 위원장이 귀국길에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를 만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당국자는 “푸틴 총리가 내년 가을에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26일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할 예정이라는 러시아 언론 보도가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반면 현지에서는 김 위원장이 이동거리를 훨씬 단축할 수 있어 중국을 거쳐 귀환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울란우데=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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