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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국방수권법 발효에 따른 이란 제재를 논의하기 위해 16일 방한한 로버트 아인혼 미국 국무부 이란·북한제재조정관은 “한국 측과 할 이야기가 많다”며 이란 제재에 적극 동참하라고 촉구할 것임을 시사했다.아인혼 조정관은 이날 오후 인천공항 입국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란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한국 정부 관계자들과 유용하고 건설적인 대화를 하려고 왔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12월에 이어 한 달 만에 다시 이뤄진 방한이 요구의 수위를 높이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을 의식한 듯 “그동안 논의가 필요한 다른 이슈가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아인혼 조정관은 미국이 원하는 한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 삭감 규모를 묻자 “내일 외교통상부에서 논의할 것”이라고만 답했다. 그러면서도 “한미가 함께 직면한 도전이 여전히 남아 있다”며 한국의 동참 필요성을 강조했다.아이혼 조정관은 2박 3일 동안 김재신 외교부 차관보와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관계자 등을 만날 예정이다. 대니얼 글레이저 미 재무부 테러금융 담당 차관보를 포함해 함께 온 미국 측 인사들이 동석한다. 이들은 국방수권법 이행 일정과 구체적인 계획을 설명하고, 이란산 원유 수입 감축을 포함한 이란 제재의 중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이에 정부는 미국 측에 협력 의사를 밝히되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등을 고려해 국방수권법의 적용 예외를 인정받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요구할 방침이다. 국방수권법의 예외를 인정받으려면 이란산 원유의 수입을 ‘비중 있는(significant) 규모’로 줄여야 한다.외교부 당국자는 “미국 행정부도 ‘비중 있는’ 감축 규모가 정확히 얼마를 뜻하는지 내부적으로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안다”며 “미국 대표단이 이번 면담에서 이란산 원유의 수입을 언제까지 얼마나 줄이라는 식의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정부가 제재에 동참한다는 최대한의 성의 표시를 하면서도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는 게 관건”이라며 “주변국의 움직임을 살피면서 시간을 두고 대응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청와대와 외교통상부가 이란산 원유 수입 제한을 추진하는 가운데 지식경제부와 민간 정유업계는 막대한 비용 부담과 기름값 상승을 들어 난색을 나타내 의견 조율 결과가 주목된다. 13일 주한미군 격려차 경기 동두천시 캠프 케이시를 방문한 김성환 외교부 장관은 이란산 원유 수입 감축 계획을 묻는 기자들에게 “우리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 조치는 필요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는 또 “(감축 조치는) 미국과의 거래가 많은 우리 기업을 위해 하는 것”이라고 덧붙여 수입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미국과 관계가 껄끄러운) 중국조차 이란산 원유 도입을 절반으로 줄이기로 했는데 한국은 오히려 좀 늘어난 만큼 줄일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지경부는 미국을 설득해 이란산 원유 금수 조치를 면제받거나 최소한 시기라도 늦추자는 의견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이란산 원유 수입을 줄이자는 얘기는 국내 수급구조와 경제 파장을 모르는 사람이나 할 수 있는 말”이라고 반발했다. 값싼 이란산 대신 다른 지역의 원유를 수입할 경우 평균 도입 가격이 높아져 기름값 안정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정유업계도 이란산 원유 수입을 줄이면 원유 도입처 변경에 따른 비용이 추가로 들 수밖에 없는데 정부가 업계에만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다른 지역보다 배럴당 3∼6달러 싼 이란산 원유 수입을 줄이고 대체 수입처를 찾는다면 단가가 높아지는 데다 추가 수송비와 이란산 원유에 맞춰놓은 정유설비 조정 비용도 떠안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유업계는 원유 도입처 다변화에 박차를 가하려면 정부가 지원금을 주거나 유류세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제2차 석유파동 이후인 1982년부터 원유 도입처 다변화를 위해 매년 적게는 4억 원, 많게는 271억 원까지 지원했지만 지원금을 받지 못한 일부 정유회사가 차별이라며 반발하자 2004년부터 지원을 끊었다.김현지 기자 nuk@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로버트 아인혼 미국 국무부 이란·북한제재조정관이 최근 미국의 국방수권법 발효에 따른 이란 제재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16일 한국에 온다. 지난해 12월에 이어 한 달 만에 다시 이뤄지는 방한이다.12일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아인혼 조정관은 대니얼 글레이저 재무부 테러금융 담당 차관보를 비롯한 미국 대표단을 이끌고 2박 3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다. 대표단은 방한 동안 외교부,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등을 방문해 국방수권법에 담긴 이란 제재의 구체적인 내용과 이행 계획을 설명할 예정이다.아인혼 조정관은 이 자리에서 한국에 이란산 원유 수입 감축을 포함해 구체적인 이란 제재 협력 방안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또 이란산 원유 수입을 제한하는 만큼 다른 산유국에 증산을 요청하고 이를 통해 원유 수입을 다변화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지원을 하겠다는 의사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이에 앞서 아인혼 조정관은 국방수권법이 발효되기 전인 지난해 12월 초에도 방한해 한국이 이란 제재에 적극 동참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당시 한국에 이란산 원유 수입을 줄이라는 요구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이란의 핵개발을 막기 위해 국제사회가 가능한 한 빨리 강력하고 통일된 방식으로 행동을 취해야 한다”며 한국을 우회적으로 압박했다.미국은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을 중국과 일본에 보내 이란 제재에 협력해줄 것을 잇달아 요청하는 등 주요국들을 상대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이 이처럼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정부는 제재 동참으로 인한 국내의 경제적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응에 고심하고 있다.정부 당국자는 “미국의 이란 제재에 맞춰 국제사회가 움직이고 있는 만큼 우리도 수위를 맞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국방수권법의 예외나 면제를 적용받을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국방수권법의 예외를 인정받으려면 이란산 원유의 수입을 ‘비중 있는(significant) 규모’로 줄여야 한다.일부에서는 이란산 원유의 비중을 현재의 9.6%에서 2010년 수준(8.3%)으로 낮추는 방안이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는 “미국이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180일의 유예 기간이 남아 있는 만큼 양국 인사들이 앞으로도 수차례 더 오가면서 논의를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국내의 준비 상황을 고려하고 주변국의 움직임과도 보조를 맞추는 등 고려할 요인이 많다”고 덧붙였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북한이 2012년 하반기부터 2013년 상반기 사이에 장거리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외교안보연구원이 11일 전망했다. 연구원은 이날 발표한 ‘2012 국제정세 전망’에서 “김정은이 자신의 체제 확립을 위해 실적과 리더십을 보일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 시기는 미국 한국의 선거와 신정부들의 등장에 맞출 가능성이 크며, 대외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우라늄탄 핵실험을 시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요 4개국 공관의 차석대표급인 경제공사 자리를 외부에 전면 개방한다고 외교통상부가 10일 밝혔다. 또 주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공사, 주제네바 차석대사, 주유럽연합(EU) 공사참사관, 주로스앤젤레스 부총영사 등 10개 직위도 공모직으로 바뀐다. 외교부가 주요 4개국 공관의 고위직을 외부에 개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가 이란산(産) 원유 수입을 사실상 금지하는 미국의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에너지협력기구’를 신설하기로 하는 등 각종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의 국방수권법 통과에 따른 당장의 대책 마련뿐 아니라 장기적인 에너지 수급 해결책을 찾겠다는 것이지만 ‘뒷북 대응’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더 발 빠른 대응 필요” 외교통상부는 이란산 원유수입 제한에 따른 에너지 수급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이르면 다음 주 초 글로벌 에너지협력기구를 만들기로 했다. 이 기구는 해외공관들이 보고하는 세계 에너지 수급 및 개발 현황을 상세히 수집해 분석하고, 이런 정보를 재계와 학계 등에 매일 제공하는 일을 하게 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금도 해외 에너지 정보를 분석하고 제공하는 업무는 하고 있지만 1주일 단위로 진행돼 해외 흐름을 제대로 따라잡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다”며 “앞으로는 더욱 발 빠르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외교부는 바젤협약사무국, 국제에너지기구(IEA),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 국제경제 및 에너지 관련 기구에 인턴 30명을 파견해 전문가를 양성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각 부처에서 소규모로 파견했던 해외 인턴들을 외교부를 중심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일부 기구는 “전례가 없다”며 한국 정부의 제안을 거부하고 있지만 외교부 담당 국장이 직접 서한을 보내 설득하고 있다. 또 정부는 미국대사관 등을 통해 국방수권법 적용의 예외를 인정해 달라고 미국 측에 요청하는 한편 원유 수입처 다변화 같은 대안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수입처 다변화는 단기간에 하기 어렵고 그 과정에서 부담해야 할 비용도 큰 것이 난제다. 한 외교 소식통은 “이란 핵개발 문제는 과거부터 계속돼 왔고 미국의 강경 대응도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인데 정부와 기업이 값이 싸다는 이유로 오히려 이란산 원유 수입을 늘린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유업계, 이란산 대체 원유 확보 ‘비상’ 정부가 뒤늦게 이란산 원유 수입 비중을 줄이겠다고 하자 정유업계는 대체 원유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전체 원유 수입량 중 이란산의 비율은 9.8% 수준이다. 정부는 이를 2010년 수준(8.3%)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 정유사 가운데 이란에서 원유를 수입하는 곳은 SK이노베이션과 현대오일뱅크. 이들 업체는 공식적으로는 “미국과 이란산 원유 수입 축소 문제 등을 협의 중인 정부의 방침에 따르겠다”는 의견을 보였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미 대체 수입물량 확보 등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특히 지난해 기준으로 회사 전체 원유의 20%가량을 이란에서 수입하고 있는 현대오일뱅크는 마음이 급하다. 시장점유율을 높이려 배럴당 1∼3달러가량 싼값에 원유를 팔아온 이란으로부터 수입을 줄이면 그만큼 원유 수입비용이 늘고, 이는 고스란히 영업이익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오랫동안 호의적 관계를 맺어온 이란 국영석유회사와의 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대체 수입물량 확보 자체도 쉽지 않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신흥 개도국의 수요 증가로 세계 원유 수급이 빡빡한 상황이어서 이란산을 대체할 안정적인 공급처를 찾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산 원유의 수입 대체 루트로는 그동안 이란산 원유의 수입이 늘며 상대적으로 수입이 감소했던 아랍에미리트(UAE)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는 늦어도 올해 6월까지는 가동하겠다는 목표로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송유관을 건설하고 있어 중동의 상황이 악화돼도 안정적으로 원유를 공급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이후 대북정책 기조를 고심하던 정부가 5일 북한의 새 지도부를 상대로 대화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했던 천안함, 연평도 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 문제도 ‘대화 재개 이후 논의’ 사안으로 돌렸고, 북한의 새 지도자 김정은과의 정상회담 가능성까지 내비쳤다.이 같은 정책 변화는 “이명박 정부와는 영원히 상종하지 않겠다”는 북한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서는 남북 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당 정강·정책에 ‘유연한 대북정책 기조’를 반영하기로 하는 등 총선과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유화 움직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날 ‘김정은을 남북 협상의 파트너로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북한과 회담을 하면서 거기에 합당한 직위를 가진 사람이라면 그분과 회담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은이 북한의 최고지도자임이 공식적으로 확인되면 그를 남북 정상회담을 포함한 협상의 파트너로 인정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김 장관은 이날 내외신 정례브리핑에서 “(김정은의 공식 직함인) 최고사령관과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군사 부분을 제외한 다른 부분에 얼마나 관여하는지 분명치 않아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3월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 초청할지에 대해서도 “핵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이행하는 조건이라면 얼마든지 초청할 수 있다”고 답했다.그는 앞으로 북한 핵 문제를 논의하는 회담에서 한국의 역할이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북-미 대화만 있고 남북 대화는 없을 것이라고 단정 지을 필요는 없다.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으니 좀 기다려 보자”며 물밑에서 북측과 접촉을 시도하고 있음을 시사했다.류우익 통일부 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천안함, 연평도 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는 대화 재개의 전제조건이 아니라 대화를 할 때 테이블에 올라갈 핵심 의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사과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지만 사과 방법이나 그에 대해 우리가 취할 조치에 대해선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또 류 장관은 “남북 간에 책임 있는 고위급 대화채널이 구축되고 그것이 안정적으로 운용될 수 있다면 의제의 제한을 두지 않고 모든 문제를 협의할 수 있다”며 “5·24조치를 포함해 6·15, 10·4선언 이행 문제 등 모든 의제를 테이블에 올려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와 통일부는 이날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한반도 평화와 안정 관리’를 최우선 정책목표로 삼겠다고 밝혔다.이명박 대통령도 북한에 유화 메시지를 보냈다. 이 대통령은 “(대북정책의) 일관된 기본 원칙을 지켜 나갈 것이며 한편으로 유연하게 협력할 준비도 돼 있다. 따뜻한 마음과 원칙을 갖고 임하면 남북관계에 좋은 변화가 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당장 흡수통일을 하겠다거나 북한을 망하게 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지도 않고, 시도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미국도 남북 간 대화를 강조했다.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이날 외교부에서 김성환 장관을 만난 뒤 “남북관계 개선은 북한이 국제사회와의 관계를 진전시키기 위한 필수요건”이라고 강조했다. 방한에 앞서 중국을 방문한 캠벨 차관보는 “북한 상황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우리와 긴밀히 협의해야 하며 북한의 새 지도부에 자제의 중요성을 분명히 알려야 한다고 중국 측에 촉구했다”고 말했다.북한은 이날도 대남 비난을 계속했다.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서기국 보도’를 통해 핵 활동 중지를 요구한 이 대통령의 2일 신년 연설을 ‘희떠운 망발’이라고 비난한 뒤 “원수들의 침략책동이 계속되는 한 우리는 핵보유국의 지위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

“아이를 낳는 것이 외교 업무를 잘하는 것보다 더 중요합니다. 여성 외교관들의 고충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봅시다.” 이명박 대통령은 5일 외교통상부 업무보고 직후 열린 직원들과의 토론회에서 한 여성 외교관의 발언을 듣고 이같이 말했다. 토론에서 북미·유럽연합통상과의 김모 서기관(40·여)은 “여성 외교관들이 마음 놓고 아이를 출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김 서기관은 “해외공관에 근무하면서 둘째를 낳고 산후조리와 육아 과정에서 가족의 도움이 절실했지만 남편과 떨어져 있어 혼자 고군분투했다”고 말했다. 직원이 3, 4명에 불과한 작은 공관에서는 동료들에게 미안해 아이를 가질 엄두조차 못 낸다고 했다. 그러면서 “남편은 ‘지구를 지키는 것도 중요한데, 가정도 좀 지켜 달라’고 하더라”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즉석에서 김성환 장관에게 “대책을 찾아보라”고 지시했다. 최근 외무고시에 합격한 여성의 비율이 절반을 넘어서면서 여성 외교관이 전체의 33%에 이른다. 그러나 외교부 인사 시스템은 그런 여성 추세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여성 외교관은 대부분 출산과 육아가 겹치는 시기에 첫 해외 근무를 나가 공관 2곳에서 연달아 5∼6년을 근무하고 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이명박 대통령이 9∼11일 중국 베이징을 국빈 방문해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한다. 한중 수교 20년을 맞아 성사된 방문은 이 대통령 취임 후 여섯 번째 중국 방문이자 두 번째 국빈 방문이다.두 정상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후 한반도 정세가 유동적인 가운데 열리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 체제의 앞날 △동북아시아 안보질서 △북한 핵 문제 해법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논의한다. 하나하나가 굵직한 사안이다.특히 이 대통령은 김정일 사망 이후 주변 4대 강국 가운데 후 주석과만 통화를 하지 못했던 만큼 이번 회담은 중국 지도부가 북한의 앞날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평양에서는 어떤 일이 진행되고 있는지를 확인할 기회가 될 수 있다.김정은 체제가 안착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북한은 “이명박 정권과는 상종하지 않겠다”며 내부 결속 목적의 대남 강경 자세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중국과의 협력이 절실하다. 최소한 양국이 한목소리로 강조하는 ‘전략적 소통’이라도 이뤄져야 한다. 아울러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 같은 양국 간 갈등 현안도 풀어야 한다.하지만 중국이 그동안 북한의 안정적 권력승계를 강조하면서 주변국에 “북한을 자극하지 말라”고 거듭 경고한 상황에서 얼마나 성과를 얻을지는 미지수다. 중국은 천안함 폭침사건을 포함해 북한 문제에서만큼은 일방적인 ‘평양 편들기’를 계속했다.청와대는 이번 방중의 목표를 ‘G2 외교의 성숙’에 두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과 군사동맹을 넘어선 ‘다원적인 전략동맹’ 관계를 마련한 만큼 이번에 중국과의 관계개선을 통해 G2 외교에서 균형을 잡아가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정부가 한중 FTA 카드를 빼든 것도 이런 전략적 고려가 강하게 작용했다. 중국에 대한 외교적 레버리지(지렛대)가 없어 고민해 온 정부로서는 ‘일본보다 우리와 먼저 FTA를 체결하자’는 중국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그 반대급부로 중국의 전략적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FTA에 관한 한 중국이 매우 적극적으로 우리에게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청와대 측은 이번 정상회담이 사실상 한중 FTA 협상의 개시를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임을 예고했다. 한 핵심 관계자는 4일 “이번 회담을 마친 뒤 발표문에 한중 FTA 논의결과가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양국 정상의 발표 이후 관보 게재, 2주 내 공청회 실시, FTA 실무위원회 구성, 대외경제장관회의 의결을 거쳐 본격적인 FTA 협상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 절차가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2월 중순 공식 협상 개시가 가능하다.다만 협상을 시작하더라도 고추, 마늘을 포함한 농산물 등 민감한 품목을 놓고 진행에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협상 품목 수 및 수입액의 10%까지 자유화 제외를 인정받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그 과정에서 협상이 장기화될 수도 있다.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최종적으로 한중 FTA가 체결되면 한국은 유럽연합(EU)과 미국에 이어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과도 ‘경제동맹’을 맺게 된다. 또 중국과의 FTA 협상 자체만으로도 조급해진 일본과의 향후 FTA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신봉길 한중일협력사무국 사무총장은 “한중일이 FTA로 엮이면 경제동맹을 넘어 동아시아의 안보 지형까지 바꾼다는 함의가 있다”며 “자유무역의 경제동맹 사이에서 고립된 섬으로 남아있게 될 북한에 개혁 개방을 하도록 압박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
정부가 조만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릴 한중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개시를 공식 발표한다. 외교 소식통과 정부 당국자들은 3일 이명박 대통령은 올해 초로 예정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한중 FTA 협상 개시 일정을 최종 논의한 뒤 이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후 정부의 관보 게재와 공청회, 대외경제장관회의 의결 등을 거쳐 2월 초중순경 양국 FTA 협상 개시 선언과 함께 본격 협상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정부는 한미 FTA를 마무리한 뒤 아시아 주요 국가들과도 FTA 협상을 개시한다는 계획 아래 FTA 협상의 대상과 시기를 검토해 왔다. 특히 중국과 일본 중 어느 쪽과 먼저 FTA 협상을 할 것이냐를 놓고 논의를 거듭해 왔으나 결국 중국과 먼저 FTA 협상을 시작하기로 결정했다.이런 결정에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후 중국과의 협력이 절실해졌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의 ‘전략적 소통’이 필요한 상황에서 한중 FTA 협상이 양국 관계 강화를 위한 레버리지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중국도 그동안 한국에 FTA 협상 개시를 요구하며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더욱이 미국이 최근 ‘아시아 복귀’를 선언하며 사실상 중국 봉쇄전략을 펴기 시작한 데다 일본까지 중국을 배제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 의사를 밝히면서 중국은 주변국들과의 관계 강화가 절실한 상황이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미국이 대(對)이란 제재를 강화하면서 이란에 대한 원유 의존도가 높은 한국도 비상이 걸렸다. 한국은 지난해1∼11월 원유 수입량 약 8억5000만 배럴 가운데 약 9.6%(8160만 배럴)를 이란에서 들여오고 있다. 한국 경제로서는 이란과의 교역이 중단되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특히 이란이 국제 원유시장에 공급하는 석유 공급이 일부라도 줄어들면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 정부는 유예 요청 정부 당국자는 2일 각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을 사실상 금지하는 내용의 미국 국방수권법에 대해 “한국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 달라고 미 정부에 공식 요청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미국에 외교부 고위 인사를 파견해 이를 전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법은 미국의 국가 이익에 부합할 때, 혹은 미국과 구체적인 협력을 해왔거나 그런 협력이 기대되는 국가에 대해서는 120일간 적용 자체를 유예할 수 있는 예외조항을 두고 있다. 법이 적용되더라도 원유 수입과 관련된 조항은 ‘비중 있는(significant) 규모로 수입량을 줄일 경우’ 예외로 할 수 있도록 규정해 놨다. 유예기간은 계속 연장할 수 있다. 정부는 이런 조항을 근거로 미 측에 한국을 적용 대상에서 제외토록 설득할 논리를 고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정부 당국자는 “이란산 원유 수입을 유지하게 해 달라고 미국에 요청하려면 다른 분야에서 그에 상응하는 내용의 협조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직접적 영향 제한적, 값 상승은 불가피 최악의 경우 이란으로부터의 원유 공급이 끊기더라도 국내에 필요한 원유 물량은 다른 경로로 확보할 수 있다.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정책연구본부장은 “이란으로부터 원유 공급이 끊기면 사우디아라비아나 쿠웨이트 등에서 추가 물량을 확보할 수 있어 국내 산업계가 물량 부족으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소지는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정부와 민간이 보유한 60일 정도(소비량 기준 약 2억 배럴 미만)의 원유 비축분도 최악의 사태 때 마지막 보루로 사용할 수 있다. 다만 가격 상승은 피할 수 없다. 세계 원유 생산량의 약 9%를 생산하는 이란이 원유를 일부라도 수출할 수 없다면 한국뿐 아니라 일본과 중국 등 세계 각국이 원유 확보 경쟁에 뛰어들면서 현재 배럴당 104.89달러(지난해 12월 30일 두바이유 기준)인 원유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원유가격이 오르면 운송 항공업계 등을 포함해 에너지 소비가 많은 중공업 분야는 수익성이 악화될 공산이 크다. 이운호 지경부 무역정책관은 “한국이 이란에 수출하는 품목은 주로 자동차나 전자제품 생활용품 등에 한정돼 있지만 추가적인 영향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북한은 1일 ‘김정은시대’ 첫 신년공동사설에서 “김정은 동지는 곧 김정일 동지”라며 후계체제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또 대남 강경노선을 내비치면서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했다. 통일연구원은 “내부 결속을 다지는 데 주력하겠다는 것으로 대외적으로는 ‘북한의 변화에 대한 기대를 접으라’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평가했다.김일성 주석 사망 다음 해인 1995년 신년공동사설과 비교하면 사망한 아버지에 대한 추모와 그 아들에 대한 충성 맹세, 조문과 관련한 대남 비난 등 비슷한 점이 많다. 사설에 나타난 특징을 6개 키워드로 분석한다.① 김정일-김정은 동일시=북한이 이날 노동신문 조선인민군보 청년전위 등 3개 매체를 통해 발표한 사설의 제목은 ‘위대한 김정일 동지의 유훈을 받들어 2012년을 강성부흥의 전성기가 펼쳐지는 자랑찬 승리의 해로 빛내이자’다. 유훈통치를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어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는 곧 위대한 김정일 동지”라고 김 위원장과 김정은을 동일시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사설에 김정은이 16차례나 언급된 것은 북한이 김정은의 ‘유일적 영도체계’ 확립에 주력할 것임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② ‘대화 협력’ 사라진 대남정책=2010년과 지난해 사설에는 ‘북남관계 개선’ ‘대화와 협력’ 등 유화 기조가 나타났다. 반면에 올해에는 “(남측이) 친미사대와 동족대결, 북침전쟁책동을 강화했다” 등 남한 정부를 비난하는 표현만 들어갔다. 통일연구원은 “대남 군사도발 강행으로 김정은의 영군체계를 확립하고 과시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도발에 앞서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를 강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③ ‘주한미군 철수’ 재등장=사설은 “조선반도 평화보장의 기본 장애물인 미제 침략군을 남조선에서 철수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사설을 통해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한 것은 2008년 이후 4년 만이다. 북한은 2004년 사설에서는 이를 언급하지 않았다가 2005∼2008년 지속적으로 이 주장을 되풀이하는 등 넣다 뺐다를 반복하는 패턴을 보였다. 이번 주한미군 철수 요구는 앞으로 열릴 3차 북-미 대화와 북핵 6자회담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미국과 대화의 문은 열어 놓되 북한의 비핵화보다는 주한미군 철수 등을 조건으로 한 평화체제 수립을 내세워 미국을 압박하려는 전술인 셈이다.④ 10·4정상선언 5주년 강조=지난해 사설에는 ‘6·15공동선언 10주년’을 강조한 반면에 올해는 ‘10·4정상선언 5주년’을 강조했다. 북한이 전통적으로 5년, 10년, 20년 등 ‘꺾어지는 해’에 의미를 두기는 하지만 숨은 의도가 있다는 해석도 있다. 한 소식통은 “남북 관계와 관련된 의미 있는 시점을 6월에서 10월로 4개월가량 늦추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며 “12월 남한 대선을 앞두고 10·4선언 정신을 들어 공세를 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⑤ ‘강성대국’ 대신 ‘강성국가’=지난해 사설에서는 ‘강성대국’이라는 표현이 21차례나 나왔다. 올해는 ‘강성대국’은 5차례만 나왔고 그 대신 ‘강성부흥’(11차례) ‘강성국가’(10차례)라는 표현을 주로 썼다. 강성대국 진입 준비가 부족하다는 현실을 간접적으로 인정하고 목표를 ‘하향조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경제난과 권력승계로 흔들리는 주민들을 달래기 위한 방편도 들어있다. 사설에는 ‘인민을 위한 좋은 일을 더 많이 하자’라는 구호가 등장했다. 아울러 “오늘 당 조직들의 전투력과 일꾼들의 혁명성은 식량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검증된다”고 강조했다.⑥ ‘지식경제강국’ 선언=사설은 경제노선으로 ‘새 세기 산업혁명’을 내세우면서 “지식경제 강국을 세우기 위한 성스러운 투쟁”이라고 주장했다. 지시경제 강국을 위한 구체적 방법으로는 CNC(컴퓨터수치제어)를 통한 공업 기술수준 향상과 정보기술, 나노기술, 생물공학의 발전을 제시했다. 북한에서 CNC는 김정은의 대표적 업적으로 선전되고 있는 만큼 지식경제 강국 건설을 김정은의 새로운 업적으로 내세울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김정은의 원래 체질은 북한 최고의 ‘오렌지족’이죠. 태어나면서부터 황태자였던 사람이 조상의 과거를 부정하면서 북한의 변화를 시도하기가 어렵겠지만 그가 갈 길은 하나밖에 없어요. 꺼져가는 경제의 불길을 되살리는 개혁개방을 시도하는 겁니다.”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사진)은 2011년 12월 30일 새 지도자 김정은이 이끌 2012년 북한 전망에 대해 “어둡게 보지 않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1979년 탈북한 안 소장은 30년 가까이 북한 정보를 분석해 온 탈북자 1호 정치학 박사다.안 소장은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때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특채 요원으로 남산 사무실에 앉아 하루 종일 TV로 영결식 장면을 지켜봤다. 이번 김정일 국방위원장 영결식도 눈여겨봤다는 그는 “주민들이 보여 준 슬픔의 강도는 1994년 김 주석 사망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았다”고 평가했다. ‘올 것이 왔다’는 반응 속에 억지로 울부짖는 북한 주민들의 표정은 사나워 보이기까지 했다는 것이다.안 소장은 “그동안 북한에 남아있던 사회주의의 관성, 구심력 같은 것들은 이제 김정일의 사망으로 완전히 고갈됐다”며 “아무것도 남은 게 없는 지금 김정은은 완전히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 출발’의 방향으로는 시장 개방과 경제 개혁을 들었다.“김정은의 후견인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이 현대판 섭정을 하겠지만 그도 개혁개방을 반대할 것으로 보진 않습니다. 장성택은 2002년 서울에 와서 직접 경제발전 현장을 봤고 ‘북한 경제가 걱정’이라며 한탄했던 사람이니까요.”안 소장은 김정은이 당장 맞닥뜨릴 과제로 “군부의 힘을 요령 있게 빼면서 설득하는 문제”를 들었다. 또 북한은 강압적 공안통치를 통해 체제를 공고히 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다만 그는 “김정일 사망 8일 전에 김기남 당 비서가 군인에게서 총격 테러를 당했다는 첩보를 들었다”며 “북한 내부에서 복잡한 내부 권력투쟁의 조짐이 보이는 만큼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2012년 서른 살의 새 지도자 김정은이 통치하는 북한은 어떤 모습일까. 북한은 그동안 예상치 못한 행보로 한국과 주변국을 놀라게 하곤 했다. 이제 막 권좌에 오른 김정은의 실체는 아직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김정은 시대 첫해’를 그려보기 위해서는 그의 행적과 성향, 북한의 현실을 근거로 복합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북한 정권의 핵심 속성인 ‘상속’을 뜻하는 영어 단어(inherit) 7자로 김정은 시대를 읽는 키워드를 짚어본다. 》○ Instruction·가르침권력기반 아직 취약… 유훈통치-선군 받들듯아직 김정은의 권력기반은 뿌리내리지 못했다. 따라서 당분간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가르침을 이어받아 북한을 운영하는 ‘유훈통치’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위원장도 김일성 주석 사망 이후 3년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유훈통치를 했다. 김 위원장 통치의 핵심은 군이 최우선이라는 ‘선군(先軍)정치’였다. 북한 매체들은 장례 기간 내내 ‘선군’을 반복해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유지를 받들어 내년 ‘강성대국 진입’ 선포도 예정대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Nutrition·영양식량지원 등 매개로 美와 대화재개 가능성같은 맥락에서 미국이 김 위원장 사망 직전까지 영양지원을 매개로 추진한 북-미 대화가 조만간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 김 위원장 사망 발표 다음 날에도 양측은 뉴욕채널을 통해 접촉했다. 하지만 ‘북-미 대화→6자회담 재개→한반도 해빙’이라는 희망 섞인 시나리오가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김성한 고려대 교수는 “김정은이 핵과 장거리미사일 개발 의지를 완화하지 않는다면 미국과의 관계 개선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Hostility·적대감승부욕 강하고 호전적… 핵실험-도발 우려김정은을 가까이서 지켜봤던 이들은 그가 ‘승부욕이 강하고 호전적인 성격’이라고 증언했다.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의 최대 업적이 ‘핵 보유’라고 주장했다. 유훈통치와 맞물려 김정은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김정은의 이런 성향이 남측을 향한 적대감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2009년 1월 김정은이 후계자로 지명된 이후 북한이 장거리로켓 발사, 2차 핵실험, 천안함·연평도 도발 등 과거보다 강경하고 호전적인 면을 보인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Economy·경제고난의 행군 막으려면 농업-공업 육성해야북한 내부적으로는 가장 중요한 과제가 경제 문제다. 북한은 2009년 11월 화폐개혁 실패 이후 환율, 쌀값 폭등에 식량난까지 겹쳐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앞으로 ‘고난의 행군’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욱이 내년 강성대국 행사를 치르려면 많은 돈이 필요하다. 경제사정이 더욱 악화되면 주민의 불만이 커지면서 김정은 후계의 정당성이 흔들릴 수 있다. 북한 매체들이 최근 김 위원장 사후 농업과 공업 분야의 생산량이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고 선전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Regency·섭정장성택 등 영구차 호위 ‘빅7’ 입김 세질 것김정은이 국정을 완전히 장악하기 전까지는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과 고모 김경희 당 경공업부장이 사실상 ‘섭정’하며 그를 보좌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 위원장 영구차를 호위했던 ‘빅7’을 중심으로 한 이너서클의 영향력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섭정 기간과 범위는 김정은이 얼마나 빨리 권력승계 작업을 마무리 짓고 유훈통치를 졸업하느냐와 연결돼 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김정은은 유훈통치 기간을 6개월∼1년으로 줄이고 빨리 당 총비서 등 제도적 지위를 확보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Information·정보흔들리는 주민 내부통제-감시 강화 필수적이렇게 복잡한 상황을 돌파해야 할 김정은의 선택은 ‘정보정치’ 슬로건을 내건 공안통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경제난과 권력승계로 흔들리는 주민들을 억누르기 위해서는 내부적인 통제·감시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이 필수다. 이미 김정은이 탈북자를 현장에서 사살하고 그 가족에 대해서도 ‘3족 멸족’을 지시했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김정은이 국가안전보위부(국가정보원에 해당)를 방문했던 2009년 3월을 전후해 김정은이 사실상 보위부장 역할을 해왔다는 시각도 있다.○ Technology·첨단기술컴퓨터수치제어 선전… 개혁개방 나설수도그럼에도 북한이 달라질 것으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김정은이 어린 시절 스위스에서 유학한 탓에 서구 문물과 사상에 익숙하다는 점 때문이다. 이런 그의 성향은 컴퓨터수치제어(CNC)로 상징된다. 2009년부터 북한 매체들은 첨단기술인 CNC가 인민생활을 향상시킨다고 선전해왔다. 김정은 생일 하루 전인 2011년 1월 7일 노동신문에는 CNC를 선전하는 장문의 글이 실리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선군정치에서 벗어나 ‘과학정치’를 표방하게 되면 북한이 굳게 닫혔던 문을 여는 날도 가까워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후 이어진 북한의 ‘조문 정국’이 29일 추도대회를 끝으로 일단락되고 후계자 김정은의 본격적인 ‘홀로서기’가 시작된다. 김정은 지도부 체제가 안착될지, 향후 북한이 어떤 대내외 행보를 보일지에 따라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의 전략 조정도 불가피하다.○ 김정은의 향후 행보? 김정은은 무엇보다 북한의 최고지도자로서 필요한 직함을 확보하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공식적으로 갖고 있는 직함이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인민군 대장밖에 없는 그로서는 이런 약점을 제도적으로 보완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김정은이 곧바로 군 최고사령관에 이어 당 총비서에 임명되는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 이르면 내년 1월 1일 최고사령관에 오르고, 김정일 생일(2월 16일)이나 김일성 생일(4월 15일)을 전후해 당 총비서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북한 매체들이 그를 부르는 호칭은 이미 초고속으로 바뀌었다. 김 주석 사망 때는 김 위원장에게 ‘위대한 영도자’ ‘당 중앙위 수반’이라는 호칭을 각각 6개월, 1년 6개월 뒤에 사용했지만 이번에 김정은에게는 사망 직후와 나흘 만에 사용했다. 일단 최고위직 자리를 확보한 뒤에는 당분간 ‘유훈 통치’를 앞세워 기존의 정책을 답습할 것으로 보인다. 김일성 주석이 사망하기 20년 전에 공식 후계자가 된 김정일과 달리 김정은의 ‘제왕학’ 수업은 1년 2개월여에 그친다. 국정운영의 경험이 없고 권력기반도 취약한 그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은 상황이다. 국가정보원도 27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김정은이 최고사령관직을 조기에 승계할 가능성이 높고 유훈통치를 할 것을 예고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지도체제에 대해서는 “얼마 동안 집단지도체제로 가겠지만 (결국은 김정은) 단일지도체제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과정에서 그의 후견인인 고모 김경희 당 경공업부장, 고모부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이 사실상 섭정을 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시나리오 외교’ 고심 김정은 체제의 안착 여부를 가늠해 볼 첫 시험대는 22일로 예정됐다가 김 위원장의 사망으로 갑자기 중단된 제3차 북-미 대화다. 전문가들은 1994년 김 주석의 사망 이후 북-미 핵 협상이 한 달 만에 재개된 점을 들어 1월 중 열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북한 내 강경파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북한이 돌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전이 물밑에서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임성남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글린 데이비스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와 만나기 위해 1박 2일의 일정으로 워싱턴으로 출국했다. 다음 주에는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한중일 3국 순방에 나선다. 국무부 고위인사가 김 위원장 사망 이후 동북아시아 주요 국가 순방에 나서는 첫 행보다. 이어 내년 1월 16일경에는 한미일 3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가 워싱턴에서 만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여러 변수가 생긴 만큼 북한이 제스처를 취하기 전에 미리 여러 시나리오별로 대응책을 논의해 두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북한이 기존 협상의 연장선에서 이를 재개하는 경우 △군부 중심 세력이 강경으로 선회해 요구 수위를 높이는 경우 △내부 권력투쟁으로 인해 장기간 침묵할 경우 △3차 핵실험 등 도발에 나설 경우 등이 있다. 내년에는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 러시아 등 주변국들이 대선을 치르면서 국내 정치적 변수까지 추가된 상황이다. 한미 양국은 이런 시나리오들에 따른 맞춤형 대응 전략을 논의할 계획이다. 우선은 북한을 압박하기보다는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전략을 집중 협의하고 있다. 특히 대화 재개에 청신호가 켜지는 경우에도 시기적으로 단, 중, 장기 대책을 마련해 대응한다는 방침 아래 구체적인 공조 방안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향후 한반도 정세를 놓고 동맹국들이 긴밀히 공조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절실한 시점”이라며 “앞으로 숨 가쁘게 전개될 외교전에서 한국이 중심을 잘 잡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한국과 중국은 27일 고위급 전략대화를 열고 상호 전략적 소통을 강화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열린 이번 대화에서 양국은 협력의 필요성에 원론적인 공감을 나타냈지만 당장 중국은 중국의 불법조업 어선에 대한 총기 사용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박석환 외교통상부 제1차관과 장즈쥔(張志軍) 중국 외교부 상무부부장이 수석대표로 참석한 이날 대화에서 중국 측은 ‘포스트 김정일 체제’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그것이 중국뿐 아니라 다른 주변국들의 이해관계에도 맞아떨어지며 미국 일본도 이에 동의하고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정부 관계자는 이날 “중국이 김 위원장 사후의 북한 상황 등을 놓고 사안의 민감성을 잘 알고 있는 만큼 준비를 많이 해 와서 진지하게 대화에 임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향후 북한의 상황을 놓고 한국 정부와 정책을 조율하거나 정보를 공유한다기보다는 자국의 입장을 전하고 이해를 구하는 성격이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중국은 원래 중요한 메시지의 경우 내용을 충분히 준비해 와서 이를 죽 읽는 형식으로 대화하는 스타일”이라며 “우리 쪽에 전달하려 한 내용이 많았지만 크게 새로운 내용은 없었던 듯하다”고 말했다.이날 집중적으로 다뤄진 또 다른 현안은 중국 어선들의 불법조업 문제였다. 중국 대표단은 전날 한국 정부가 발표한 불법조업 근절 종합대책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정부의 종합대책에는 단속 해경 전원에게 총기를 지급하고 총기 사용 가이드라인을 간소화해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강도 높은 대응 방안이 담겨 있다.중국 측은 이날 대화에서 “총기를 남용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그러면서 ‘불법조업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상설 협의체를 만들자’는 한국 측의 요구에는 “사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확답을 내놓지 않았다. 중국은 최근 한국 해경의 순직 사건 이후 내부적으로 특별회의를 갖고 이 문제를 논의했다며 지금까지 자국이 해온 조치들을 상세히 설명하는 데 치중한 것으로 전해졌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중국 어선들의 불법조업 단속에 나서는 해양특수기동대 전원에게 총기가 지급되고 총기사용 매뉴얼도 간소화된다. 또 단속 장비와 인력 보강 등을 위해 2015년까지 모두 9324억 원이 투입된다.정부와 여당은 26일 당정 협의를 통해 이런 내용의 ‘중국어선 불법조업 근절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이달 초 인천 앞바다에서 불법조업 어선을 단속하던 해경 이청호 경장(40)이 중국 선원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후 여론의 질타 속에 내놓은 조치다.정부의 종합대책은 불법조업 어선들에 대한 △단속 강화 △처벌 강화 △외교적 대응 등 세가지로 구분된다. 정부는 우선 어선들을 효과적으로 단속하기 위해 서·남해안의 대형함정을 9척 증강해 모두 27척으로 늘리고 함정운용인력도 192명을 증원키로 했다. 고속단정 18대는 신형으로 바꾼다.해양특수기동대원(342명)은 전원 특수부대 출신으로 교체하고 이들에게는 모두 총기를 지급하기로 했다. 총기는 ‘생명의 위협을 느끼거나 다른 수단으로는 공무 집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즉시 사용이 가능하도록 간소화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총기사용 조건과 절차가 복잡해 단속 요원들이 현장에서 총기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어려웠다.불법조업 어선들에 대한 단속도 강화해 기존에 1억 원이었던 벌금의 상한 기준을 2억 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상습적 불법조업 어선들에게 부과되는 담보금도 기존의 1.5배로 올렸다. 담보금을 납부하더라도 무허가조업 등 중대한 위법 행위에 대해서는 어획물과 어구를 몰수할 수 있도록 제재를 강화하기로 했다.외교적으로는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한중 상설 고위급 협의체 설치를 추진하고, 매년 개최되는 양국 간 어업쿼터 협상에서 불법조업 적발 추이를 조업쿼터와 연동시킬 방침이다. 27일 서울에서 열리는 제4차 한중 고위급 전략대화에서도 이 문제를 거론할 계획이다.정부는 이런 종합대책을 위해 2015년까지 모두 9324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이 중 1084억 원을 내년에 배정하기로 했다. 임종룡 국무총리실장은 “불법조업 단속에 필요한 자금이 내년 예산에 긴급 편성되도록 국회와 적극 협조하고 벌금의 상향 조정 등 법개정이 필요한 사항도 조속히 처리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이번 대책의 관건은 현장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시행되느냐이다. 정부는 2008년에도 특수기동대 창설, 함정 증강 배치 등을 포함한 대대적인 ‘해상공권력 강화 대책’을 내놨지만 이후에도 불법조업 건수는 계속 증가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북한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애도 기간에 탈북을 시도하는 주민들에 격노해 “3대를 몰살시켜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23일 북한 양강도 주민과 국가안전보위부 간부의 말을 인용해 최근 탈북하려다 붙잡힌 이 지역 고모 씨 가족의 사례를 전하며 이같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고 씨는 19일 오후 11시 반경 부인과 두 딸을 데리고 압록강을 건너려다 국경경비대에 체포됐다. 고 씨는 김 위원장 사망 이전부터 탈북을 준비해 왔다고 주민들은 전했다.이는 김 위원장 애도 기간에 발생한 중대사건으로 규정돼 김정은에게 보고됐고 그는 “이럴 때 탈북한 자들은 역적으로 간주해 3대를 몰살시키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후 21일 새벽 혜산시 춘동에 살고 있던 고 씨의 부모와 형제들까지 어딘가로 잡혀 갔다고 RFA는 전했다.이런 움직임은 김 위원장 사망 이후 탈북자가 급증할 가능성에 북한 당국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혹독한 추위에 식량난까지 가중되면서 주민들이 동요할 경우 대량 탈북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최근 보고서에서 “북한의 식량 사정이 위태로워 수개월 안에 아사자가 속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일부 지방에서는 당국의 강요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을 애도하는 분위기를 찾아보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평안북도의 경우 주민과 군인들이 조문을 하면서도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고 RFA는 전했다. 이 때문에 지방의 추모 소식을 보도하기 위해 조선기록영화촬영소에서 신의주로 파견된 촬영팀이 촬영을 하지 못했고, 이후 평북 보안국과 국경경비대 등을 중심으로 충성심이 부족하다며 강도 높은 ‘사상투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한국과 중국이 27일고위급 전략대화를 하고 최근 한반도 정세와 관련한 양국 현안을 논의한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이번 한중 전략대화는 향후 양국의 대북정책 조율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외교통상부는 23일 “한중 고위급 전략대화가 27일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며 이를 위해 구체적인 세부 내용들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중 전략대화는 2008년 양국 정상의 합의에 따라 매년 개최되며 이번이 네 번째다. 정부 간 실무급 대화 중에서는 가장 고위급 소통 채널로 안보 외에 정치 경제 등 다양한 이슈가 논의된다. 이번 대화에는 박석환 외교부 1차관과 장즈쥔(張志軍) 중국 외교부 상무부부장이 수석대표로 참석한다. 정례적인 대화이긴 하지만 이번에는 김 위원장의 사망으로 한반도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는 시점에 열리는 만큼 협의 내용에 관심이 쏠린다. 더욱이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이명박 대통령 간 통화가 이뤄지지 않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중 간 소통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잇따르는 상황이다. ‘김정은 시대’를 맞아 불확실성이 커진 북한의 향후 움직임에 제대로 대응하려면 중국과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북한의 동맹국이자 북핵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은 북한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다. 중국은 후 주석을 포함해 상무위원 9명이 모두 주중 북한대사관을 찾아 조문하는 등 북-중 관계 강화에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반면 한국에는 양제츠(楊潔지) 외교부장을 통해 “북한을 자극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등 견제에 나서는 모양새다. 정부는 한중 고위급 전략대화가 양국 간의 긴밀한 대북 협력을 강화할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고위급 전략대화는 양국이 나아갈 큰 흐름과 방향을 정하는 중요한 자리”라며 “장 상무부부장은 외교부장과 동급의 영향력을 갖고 있는 인사인 만큼 중국의 입장과 생각을 깊이 있게 들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22일 중국에 급파된 임성남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오후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 만나 북한 상황에 대한 의견을 조율했다. 임 본부장은 23일 귀국 후 “김 위원장 사망 이후의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평화와 안정 유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데 한중 간 완전한 인식 일치가 있었다”고 밝혔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이뤄질 김정은의 ‘유훈 통치’는 앞으로 북핵 6자회담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 사망 이후 그의 주요한 업적으로 그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만들었다는 점을 들고 있다. 19일 김 위원장의 사망 발표문에 이어 ‘김정은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22일자 노동신문 1면 사설도 “우리 조국을 그 어떤 원쑤도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강위력한 핵보유국으로 전변시킨 것은 만대에 불멸할 업적”이라고 칭송했다. 17년 전 김일성 주석 사망 후 ‘한반도 비핵화’가 김 주석의 유훈이었다고 내세웠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정부는 북한의 잇단 ‘핵보유국’ 발언을 주목하고 있다. 향후 북-미, 남북 간 비핵화 협상은 물론이고 6자회담에서도 북한이 ‘핵보유국’을 김 위원장의 유훈으로 해석해 강경한 자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23일 “김정일의 ‘불멸의 업적’이라는 핵개발 결과를 새 지도부가 포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 강경파가 이를 이용하려 할 수 있다”고 말했다.반면 김 위원장의 유훈보다는 김 주석의 유훈이 앞서는 만큼 북한의 태도가 앞으로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북한은 지금까지도 협상장에서 자신들이 핵보유국이라는 사실을 자랑해 온 만큼 새로울 것도 없다”며 “체제 위협이 없어지면 핵을 포기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또 북한 매체는 내부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주민들에게 지도자의 업적을 최대한 강조하는 과정에서 핵보유국 위상을 내세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내세울 업적이 없는 김 위원장의 성과로 거론할 만한 것은 핵개발밖에 없기 때문이다.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현재 북한은 대내적 체제 결속을 위해 김정일의 핵무기 개발로 나라를 지킬 국방력을 갖게 됐다는 이미지가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북한은 그동안에도 핵을 포기할 의사를 비치다가 다시 핵실험 같은 도발을 하는 패턴을 되풀이해 왔다”며 “앞으로도 핵협상에서 똑같은 게임이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