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이란제재법 적용 유예를… “이란 원유 끊기면 운송-항공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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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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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한국, 이란제재법 적용 유예를”… 美에 고위직 파견 검토

미국이 대(對)이란 제재를 강화하면서 이란에 대한 원유 의존도가 높은 한국도 비상이 걸렸다. 한국은 지난해1∼11월 원유 수입량 약 8억5000만 배럴 가운데 약 9.6%(8160만 배럴)를 이란에서 들여오고 있다. 한국 경제로서는 이란과의 교역이 중단되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특히 이란이 국제 원유시장에 공급하는 석유 공급이 일부라도 줄어들면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

○ 정부는 유예 요청

정부 당국자는 2일 각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을 사실상 금지하는 내용의 미국 국방수권법에 대해 “한국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 달라고 미 정부에 공식 요청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미국에 외교부 고위 인사를 파견해 이를 전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법은 미국의 국가 이익에 부합할 때, 혹은 미국과 구체적인 협력을 해왔거나 그런 협력이 기대되는 국가에 대해서는 120일간 적용 자체를 유예할 수 있는 예외조항을 두고 있다. 법이 적용되더라도 원유 수입과 관련된 조항은 ‘비중 있는(significant) 규모로 수입량을 줄일 경우’ 예외로 할 수 있도록 규정해 놨다. 유예기간은 계속 연장할 수 있다. 정부는 이런 조항을 근거로 미 측에 한국을 적용 대상에서 제외토록 설득할 논리를 고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정부 당국자는 “이란산 원유 수입을 유지하게 해 달라고 미국에 요청하려면 다른 분야에서 그에 상응하는 내용의 협조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직접적 영향 제한적, 값 상승은 불가피

최악의 경우 이란으로부터의 원유 공급이 끊기더라도 국내에 필요한 원유 물량은 다른 경로로 확보할 수 있다.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정책연구본부장은 “이란으로부터 원유 공급이 끊기면 사우디아라비아나 쿠웨이트 등에서 추가 물량을 확보할 수 있어 국내 산업계가 물량 부족으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소지는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정부와 민간이 보유한 60일 정도(소비량 기준 약 2억 배럴 미만)의 원유 비축분도 최악의 사태 때 마지막 보루로 사용할 수 있다.

다만 가격 상승은 피할 수 없다. 세계 원유 생산량의 약 9%를 생산하는 이란이 원유를 일부라도 수출할 수 없다면 한국뿐 아니라 일본과 중국 등 세계 각국이 원유 확보 경쟁에 뛰어들면서 현재 배럴당 104.89달러(지난해 12월 30일 두바이유 기준)인 원유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원유가격이 오르면 운송 항공업계 등을 포함해 에너지 소비가 많은 중공업 분야는 수익성이 악화될 공산이 크다. 이운호 지경부 무역정책관은 “한국이 이란에 수출하는 품목은 주로 자동차나 전자제품 생활용품 등에 한정돼 있지만 추가적인 영향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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