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은 ‘이명박 정부와 영원히 상종 않겠다’는데… 정부는 “김정은과도 회담 할 수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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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이후 대북정책 기조를 고심하던 정부가 5일 북한의 새 지도부를 상대로 대화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했던 천안함, 연평도 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 문제도 ‘대화 재개 이후 논의’ 사안으로 돌렸고, 북한의 새 지도자 김정은과의 정상회담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이 같은 정책 변화는 “이명박 정부와는 영원히 상종하지 않겠다”는 북한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서는 남북 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당 정강·정책에 ‘유연한 대북정책 기조’를 반영하기로 하는 등 총선과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유화 움직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날 ‘김정은을 남북 협상의 파트너로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북한과 회담을 하면서 거기에 합당한 직위를 가진 사람이라면 그분과 회담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은이 북한의 최고지도자임이 공식적으로 확인되면 그를 남북 정상회담을 포함한 협상의 파트너로 인정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장관은 이날 내외신 정례브리핑에서 “(김정은의 공식 직함인) 최고사령관과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군사 부분을 제외한 다른 부분에 얼마나 관여하는지 분명치 않아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3월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 초청할지에 대해서도 “핵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이행하는 조건이라면 얼마든지 초청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는 앞으로 북한 핵 문제를 논의하는 회담에서 한국의 역할이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북-미 대화만 있고 남북 대화는 없을 것이라고 단정 지을 필요는 없다.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으니 좀 기다려 보자”며 물밑에서 북측과 접촉을 시도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류우익 통일부 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천안함, 연평도 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는 대화 재개의 전제조건이 아니라 대화를 할 때 테이블에 올라갈 핵심 의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사과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지만 사과 방법이나 그에 대해 우리가 취할 조치에 대해선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류 장관은 “남북 간에 책임 있는 고위급 대화채널이 구축되고 그것이 안정적으로 운용될 수 있다면 의제의 제한을 두지 않고 모든 문제를 협의할 수 있다”며 “5·24조치를 포함해 6·15, 10·4선언 이행 문제 등 모든 의제를 테이블에 올려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와 통일부는 이날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한반도 평화와 안정 관리’를 최우선 정책목표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도 북한에 유화 메시지를 보냈다. 이 대통령은 “(대북정책의) 일관된 기본 원칙을 지켜 나갈 것이며 한편으로 유연하게 협력할 준비도 돼 있다. 따뜻한 마음과 원칙을 갖고 임하면 남북관계에 좋은 변화가 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당장 흡수통일을 하겠다거나 북한을 망하게 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지도 않고, 시도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도 남북 간 대화를 강조했다.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이날 외교부에서 김성환 장관을 만난 뒤 “남북관계 개선은 북한이 국제사회와의 관계를 진전시키기 위한 필수요건”이라고 강조했다. 방한에 앞서 중국을 방문한 캠벨 차관보는 “북한 상황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우리와 긴밀히 협의해야 하며 북한의 새 지도부에 자제의 중요성을 분명히 알려야 한다고 중국 측에 촉구했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날도 대남 비난을 계속했다.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서기국 보도’를 통해 핵 활동 중지를 요구한 이 대통령의 2일 신년 연설을 ‘희떠운 망발’이라고 비난한 뒤 “원수들의 침략책동이 계속되는 한 우리는 핵보유국의 지위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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