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새해 특집]한손엔 핵-한손엔 공안… 김정은 ‘위험한 도박’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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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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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HERIT(상속) 7개 키워드로 본 北 ‘김정은 시대 첫해’

《 2012년 서른 살의 새 지도자 김정은이 통치하는 북한은 어떤 모습일까. 북한은 그동안 예상치 못한 행보로 한국과 주변국을 놀라게 하곤 했다. 이제 막 권좌에 오른 김정은의 실체는 아직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김정은 시대 첫해’를 그려보기 위해서는 그의 행적과 성향, 북한의 현실을 근거로 복합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북한 정권의 핵심 속성인 ‘상속’을 뜻하는 영어 단어(inherit) 7자로 김정은 시대를 읽는 키워드를 짚어본다. 》
○ Instruction·가르침
권력기반 아직 취약… 유훈통치-선군 받들듯

아직 김정은의 권력기반은 뿌리내리지 못했다. 따라서 당분간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가르침을 이어받아 북한을 운영하는 ‘유훈통치’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위원장도 김일성 주석 사망 이후 3년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유훈통치를 했다. 김 위원장 통치의 핵심은 군이 최우선이라는 ‘선군(先軍)정치’였다. 북한 매체들은 장례 기간 내내 ‘선군’을 반복해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유지를 받들어 내년 ‘강성대국 진입’ 선포도 예정대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 Nutrition·영양
식량지원 등 매개로 美와 대화재개 가능성


같은 맥락에서 미국이 김 위원장 사망 직전까지 영양지원을 매개로 추진한 북-미 대화가 조만간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 김 위원장 사망 발표 다음 날에도 양측은 뉴욕채널을 통해 접촉했다. 하지만 ‘북-미 대화→6자회담 재개→한반도 해빙’이라는 희망 섞인 시나리오가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김성한 고려대 교수는 “김정은이 핵과 장거리미사일 개발 의지를 완화하지 않는다면 미국과의 관계 개선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Hostility·적대감

승부욕 강하고 호전적… 핵실험-도발 우려

김정은을 가까이서 지켜봤던 이들은 그가 ‘승부욕이 강하고 호전적인 성격’이라고 증언했다.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의 최대 업적이 ‘핵 보유’라고 주장했다. 유훈통치와 맞물려 김정은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김정은의 이런 성향이 남측을 향한 적대감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2009년 1월 김정은이 후계자로 지명된 이후 북한이 장거리로켓 발사, 2차 핵실험, 천안함·연평도 도발 등 과거보다 강경하고 호전적인 면을 보인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 Economy·경제
고난의 행군 막으려면 농업-공업 육성해야

북한 내부적으로는 가장 중요한 과제가 경제 문제다. 북한은 2009년 11월 화폐개혁 실패 이후 환율, 쌀값 폭등에 식량난까지 겹쳐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앞으로 ‘고난의 행군’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욱이 내년 강성대국 행사를 치르려면 많은 돈이 필요하다. 경제사정이 더욱 악화되면 주민의 불만이 커지면서 김정은 후계의 정당성이 흔들릴 수 있다. 북한 매체들이 최근 김 위원장 사후 농업과 공업 분야의 생산량이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고 선전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 Regency·섭정
장성택 등 영구차 호위 ‘빅7’ 입김 세질 것

김정은이 국정을 완전히 장악하기 전까지는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과 고모 김경희 당 경공업부장이 사실상 ‘섭정’하며 그를 보좌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 위원장 영구차를 호위했던 ‘빅7’을 중심으로 한 이너서클의 영향력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섭정 기간과 범위는 김정은이 얼마나 빨리 권력승계 작업을 마무리 짓고 유훈통치를 졸업하느냐와 연결돼 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김정은은 유훈통치 기간을 6개월∼1년으로 줄이고 빨리 당 총비서 등 제도적 지위를 확보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Information·정보

흔들리는 주민 내부통제-감시 강화 필수적

이렇게 복잡한 상황을 돌파해야 할 김정은의 선택은 ‘정보정치’ 슬로건을 내건 공안통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경제난과 권력승계로 흔들리는 주민들을 억누르기 위해서는 내부적인 통제·감시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이 필수다. 이미 김정은이 탈북자를 현장에서 사살하고 그 가족에 대해서도 ‘3족 멸족’을 지시했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김정은이 국가안전보위부(국가정보원에 해당)를 방문했던 2009년 3월을 전후해 김정은이 사실상 보위부장 역할을 해왔다는 시각도 있다.
○ Technology·첨단기술
컴퓨터수치제어 선전… 개혁개방 나설수도

그럼에도 북한이 달라질 것으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김정은이 어린 시절 스위스에서 유학한 탓에 서구 문물과 사상에 익숙하다는 점 때문이다. 이런 그의 성향은 컴퓨터수치제어(CNC)로 상징된다. 2009년부터 북한 매체들은 첨단기술인 CNC가 인민생활을 향상시킨다고 선전해왔다. 김정은 생일 하루 전인 2011년 1월 7일 노동신문에는 CNC를 선전하는 장문의 글이 실리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선군정치에서 벗어나 ‘과학정치’를 표방하게 되면 북한이 굳게 닫혔던 문을 여는 날도 가까워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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