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産 잡아라” 국내 정유업계 대체 원유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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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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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란産 수입제한 대책

정부가 이란산(産) 원유 수입을 사실상 금지하는 미국의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에너지협력기구’를 신설하기로 하는 등 각종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의 국방수권법 통과에 따른 당장의 대책 마련뿐 아니라 장기적인 에너지 수급 해결책을 찾겠다는 것이지만 ‘뒷북 대응’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 “더 발 빠른 대응 필요”

외교통상부는 이란산 원유수입 제한에 따른 에너지 수급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이르면 다음 주 초 글로벌 에너지협력기구를 만들기로 했다. 이 기구는 해외공관들이 보고하는 세계 에너지 수급 및 개발 현황을 상세히 수집해 분석하고, 이런 정보를 재계와 학계 등에 매일 제공하는 일을 하게 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금도 해외 에너지 정보를 분석하고 제공하는 업무는 하고 있지만 1주일 단위로 진행돼 해외 흐름을 제대로 따라잡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다”며 “앞으로는 더욱 발 빠르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외교부는 바젤협약사무국, 국제에너지기구(IEA),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 국제경제 및 에너지 관련 기구에 인턴 30명을 파견해 전문가를 양성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각 부처에서 소규모로 파견했던 해외 인턴들을 외교부를 중심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일부 기구는 “전례가 없다”며 한국 정부의 제안을 거부하고 있지만 외교부 담당 국장이 직접 서한을 보내 설득하고 있다.

또 정부는 미국대사관 등을 통해 국방수권법 적용의 예외를 인정해 달라고 미국 측에 요청하는 한편 원유 수입처 다변화 같은 대안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수입처 다변화는 단기간에 하기 어렵고 그 과정에서 부담해야 할 비용도 큰 것이 난제다. 한 외교 소식통은 “이란 핵개발 문제는 과거부터 계속돼 왔고 미국의 강경 대응도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인데 정부와 기업이 값이 싸다는 이유로 오히려 이란산 원유 수입을 늘린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 정유업계, 이란산 대체 원유 확보 ‘비상’

정부가 뒤늦게 이란산 원유 수입 비중을 줄이겠다고 하자 정유업계는 대체 원유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전체 원유 수입량 중 이란산의 비율은 9.8% 수준이다. 정부는 이를 2010년 수준(8.3%)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 정유사 가운데 이란에서 원유를 수입하는 곳은 SK이노베이션과 현대오일뱅크. 이들 업체는 공식적으로는 “미국과 이란산 원유 수입 축소 문제 등을 협의 중인 정부의 방침에 따르겠다”는 의견을 보였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미 대체 수입물량 확보 등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특히 지난해 기준으로 회사 전체 원유의 20%가량을 이란에서 수입하고 있는 현대오일뱅크는 마음이 급하다. 시장점유율을 높이려 배럴당 1∼3달러가량 싼값에 원유를 팔아온 이란으로부터 수입을 줄이면 그만큼 원유 수입비용이 늘고, 이는 고스란히 영업이익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오랫동안 호의적 관계를 맺어온 이란 국영석유회사와의 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대체 수입물량 확보 자체도 쉽지 않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신흥 개도국의 수요 증가로 세계 원유 수급이 빡빡한 상황이어서 이란산을 대체할 안정적인 공급처를 찾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산 원유의 수입 대체 루트로는 그동안 이란산 원유의 수입이 늘며 상대적으로 수입이 감소했던 아랍에미리트(UAE)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는 늦어도 올해 6월까지는 가동하겠다는 목표로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송유관을 건설하고 있어 중동의 상황이 악화돼도 안정적으로 원유를 공급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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