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새샘

이새샘 차장

동아일보 산업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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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책과 시장에 대한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부알못’과 ‘부잘알’ 사이, 보통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부동산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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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25~2025-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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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의에 관하여’ 20선] 정의란 무엇인가

    《“어떤 다른 질문도 이처럼 열정적으로 논의되지 않았고, 어떤 다른 질문을 위해서도 그렇게 많은 귀중한 피와 통렬한 눈물을 흘리지 않았으며, 어떤 다른 질문에 대해서도 가장 위대한 사상가들이-플라톤에서 칸트까지-그처럼 아주 골똘히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오늘날 이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질문은 바로 ‘정의란 무엇인가?’이다. 저자는 이에 대해 “인간은 결코 확실하게 대답할 수 없고 오히려 좀 더 나은 질문을 모색할 수 있을 뿐이라는 체념적인 지혜가 필요한 질문 중 하나”라고 말한다. 법철학자인 그는 약 50쪽 분량의 짧은 논문을 통해 정의를 둘러싼 다양한 논의를 종합, 요약해 소개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정의란 무엇인가를 설명한다. 저자는 정의를 ‘이익 또는 가치충돌의 해결 문제로서의 정의’와 ‘인간행동의 정당성으로서의 정의’로 나눈다. 사람들은 이익이나 가치가 충돌할 때 무엇이 더 정당한가, 정의에 부합하는가를 따진다. 결국 이때의 정의는 갈등이 생길 때 이를 해결할 만한 정당한 사회질서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정당한 질서’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바로 사회 속에서 인간을 행복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정의다. 저자는 “정의란 사회적 행복이고 사회질서가 보장하는 행복”이라고 답한다. 이 경우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치환될 수 있다. 문제는 한 사람의 행복이 타인의 행복과 상충될 때다. 공리주의 철학자인 벤담은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정의로 봤다. 그러나 행복이 주관적 가치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벤담의 논의는 실질적으로 적용되기 힘들다. 저자는 “정의에 대한 욕구는 자기의 주관적 행복에 대한 불멸의 욕구 표현”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이 같은 생각을 바탕으로 최고가치가 무엇인지를 탐구한다. 최고가치의 후보로 드는 것은 개인의 생명, 국가의 이익, 개인의 자유, 경제적 안전, 진실성 또는 인간성 등이다. 정의는 어떤 사람의 행동이 정당한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가치는 상충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인간은 각 집단 내, 특정한 경제적 조건하에서 서로에게 미치며 살아가기 때문에 그 가치체계 역시 어느 정도 일치한다. 특히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고 정당화하고자 하는 인간의 본질적 특성은 이 같은 경향을 강화한다. 저자는 이 같은 논의를 바탕으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칸트의 정의론을 탐구한다. 또한 자연법 이론과 정의 개념의 관계를 탐구하며 정의에 있어서의 절대주의와 상대주의를 비교한다. ‘각자에게 그의 것을 주라’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법 앞의 평등’ 등 정의에 관한 여러 명제를 논박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각자에게 그의 것을 주라’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의 명제는 각자가 그의 것으로 간주해도 좋은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답하지 않기 때문에 공허하다는 식이다. 이 같은 논의를 통해 저자의 결론은 도입부 “인간은 결코 확실하게 대답할 수 없다”로 돌아간다. “나는 상대적 정의로 만족해야만 하고 내게 있어 정의가 무엇인지만을 말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답이다. 정의란 무엇인가에 명쾌히 답하는 대신 읽는 이에게 자기 자신의 정의가 무엇인지를 생각할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다. 그는 나아가 자신에 있어서 정의가 무엇인지를 답한다. “학문은 나의 직업이고 그래서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므로 학문, 그리고 학문과 함께 진리와 정직이 번창할 수 있도록 보호하는 그 정의를 말한다. 그것은 자유의 정의, 평화의 정의, 민주주의의 정의, 관용의 정의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0-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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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레리노 김용걸 교수 안무 ‘지젤…’로 무대 컴백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에서 만난 발레리노 김용걸 씨는 줄곧 인사를 받기에 바빴다. 복도를 지나가는 학생들마다 그를 알아보고 꾸벅 허리를 굽혔다.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에서 활약하다 2009년 9월 한예종 교수로 복귀한 지 1년여, 이제 ‘선생님 김용걸’에 익숙한 모습이었다. 그가 지난해 7월 국내 복귀 무대 ‘김용걸과 친구들’ 이후 처음 무대에 돌아온다. 12∼14일 서울 강남구 LIG아트홀에서 공연하는 1시간짜리 신작 ‘지젤: 우리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안무를 맡고 알브레히트 역으로 출연도 한다. 김 씨는 작년부터 올해 초까지 부상 등을 이유로 잇따라 공연 출연이 무산됐다. 이날 한예종 연습실에서 ‘지젤…’ 연습을 위해 몸을 풀던 그는 “평생 먹을 진통제를 다 먹고 있지만 공연 준비하며 몸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 출연엔 무리가 없다”고 했다. 이번 작품에는 ‘특별한’ 동료가 한 명 있다. 파격적인 작품으로 유명한 현대무용 안무가 안은미 씨다. 안 씨는 이번 공연의 연출과 기획을 맡았다. “왕자인데 왕자 같지 않아서 좋죠. 새로운 것에 굉장히 열려 있기도 하고요. 춤 잘 추는 건 말할 것도 없죠.” 이날 한예종 연습실에서 김 씨가 연습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안 씨의 말. 이번 공연도 올해 초 안 씨가 먼저 제안했다. 안 씨는 “뛰어나거나 유명한 무용수와 함께할수록 안무가로선 작업에 두려움이 크다. 그래도 나름 여러 작품을 창작해본 사람으로서 그런 분들과 같이 노를 젓는, 일종의 동무가 되는 프로젝트를 구상해 왔는데 김용걸 씨와 인연이 닿았다”고 말했다. “처음엔 싫었죠.” 김 씨에게 처음 공연을 제의받았을 때 기분을 묻자 그는 단번에 그렇게 대답했다. “(안은미 씨는) 워낙 ‘선’을 넘나드는 분이시잖아요. 전 고전발레를 하면서 쭉 선을 지켜왔던 사람이고…. 하지만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으로서 더 잘 가르치기 위해선 저도 선을 넘나드는 경험을 해봐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정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요.” 이번 작품 ‘지젤…’은 고전발레 ‘지젤’의 후일담 성격을 띤다. 김 씨는 “어떤 장르가 될지 많이들 물어보시는데 답하기가 어렵다. 대사가 나오기도 하고, 영상도 활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의 또 다른 특징은 소극장 공연이라는 점. 공연이 열리는 LIG아트홀은 150석 규모의 아담한 공연장이다. 안 씨가 툭 말을 던진다. “김용걸을 ‘진짜 질리도록’ 볼 수 있는 공연이 될 거라니까. 많이들 보러 오세요. 땀방울 하나 근육 하나까지 보일 거예요.” 오랜만의 복귀작에 자신의 안무를 선보이는 자리다. 1시간짜리 긴 작품은 처음이기도 하다. 부담스럽지 않을까. 김 씨는 걱정을 완전히 털어버린 듯 명쾌하게 답했다. “작은 실수도 다 보이겠죠. 게다가 부상 중이니까요. 그래도 계속 도전해야죠.” 12∼14일. 3만 원. 1544-3922, www.ligarthall.com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0-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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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G20 정상회의 D-8]정상 만찬 메뉴 “아직은 비밀”

    전주비빔밥, 갈비, 김치…. 주요 20개국(G20) 정상을 위한 환영만찬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음식들이다. 현재 환영만찬 메뉴는 극비. G20준비위원회 서형원 부단장은 2일 “곧 메뉴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지만 현재로서는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환영만찬 케이터링 업체로 선정된 롯데호텔 측은 한식의 세계화라는 취지에 맞춰 음식을 준비할 예정이다. 세계 20개국 정상과 배우자는 물론 수행원과 기자단 모두 한식을 맛보고 체험하는 만큼 한식 세계화에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2009년 한국-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도 첫날 환영만찬과 다음 날 오찬에 모두 한식이 오른 바 있다. 당시 주요 메뉴는 백련초 물김치, 녹두죽, 제주산 전복, 은대구 등이었다. 롯데호텔 서울 총주방장 이병우 이사는 G20 정상회의 메뉴 선정위원이기도 하다. 고추장, 된장, 마늘, 깨 등 전통 식재료를 접목한 서양요리 전문가로 유명하다. 이 가운데 전주비빔밥은 한식세계화추진위원단 명예회장인 김윤옥 여사가 지난달 22일 전북 전주시를 방문할 당시 “퓨전식 비빔밥을 올리자는 건의가 있었는데 우리 전통의 맛을 알리기 위해 전주비빔밥을 올리도록 했다”고 말한 바 있다. 조선왕조 궁중음식 기능보유자 한복려 궁중음식연구원장은 “비빔밥은 다양한 조리법과 갖가지 재료가 다 합쳐져 먹는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한국의 맛을 다 합친 음식이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념에 재워 고기를 연하게 만든 갈비도 한국에서 열리는 정상회의 만찬의 단골 메뉴였다. 200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는 너비아니, 2009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는 소갈비구이, 지난달 21일 경북 경주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 회의에는 떡갈비가 나왔다. 김치 역시 세계적인 발효음식으로 인지도가 높은 만큼 백김치 등 다양한 형태로 만찬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음식을 담는 식기 역시 한국 전통문화를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2005년 APEC 정상회의 때는 무병장수를 의미하는 십장생 등 한국 전통 문양이 새겨진 자기류가 사용됐다. 한 원장은 “만찬에서 한국 음식의 미를 함축해 보여주려면 식기부터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한국 특유의 여유를 보여주기 위해 큼직한 식기를 쓰고 전통미를 살린 백자나 분청, 청자 등의 식기를 사용하면 안성맞춤일 것”이라고 전했다. 지역적 특색을 담은 음식들도 소개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G20 재무장관 회의 때는 청도감와인과 문경지역에서 생산한 오미자술 등이 상에 올랐다. 윤숙자 한국전통음식연구소장은 “한식은 제철의 자연재료로 만든 건강식으로 맛은 물론 영양의 균형이 좋아 먹어서 약이 되는 음식이다. 각국 정상들 부부에게 이런 한식의 맛과 멋을 알리면 큰 감동을 받을 것이고 한식을 세계에 알리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0-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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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의에 관하여’ 20선] 자유주의적 평등

    《“평등은 정치적 이상들 가운데 멸종의 위협을 받는 종이다. 수십 년 전만 해도 자유주의자라고 주장하는 모든 정치가들은, 심지어 중도파조차도 진정으로 평등한 사회를 적어도 유토피아적인 목적으로는 인정했다. 그러나 지금은 스스로를 중도좌파라 부르는 사람들조차도 평등의 이상을 거부하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신’자유주의 또는 ‘제3의 길’ 정부를 대표한다고 말한다.”》 위협받고 있는 평등이 책은 이처럼 ‘평등의 위기’를 서문 첫머리에 제시하며 시작한다. 저자는 이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러면 우리는 평등에 등을 돌릴 수 있는가? 어떤 정부도 그 정부가 통치하고 충성을 요구하는 시민들 모두의 운명을 평등하게 배려하지 않는다면 그 정부는 정당하지 않다. 평등한 배려는 정치공동체의 최고의 덕목이며, 그것이 없는 정부는 오직 독재일 뿐이다.” 멸종의 위기에 처했으나, 결코 폐기될 수 없는 가치라는 것이다. 법철학자이자 평등의 의미를 가장 심도 있게 논의한 학자로 평가받는 저자는 책을 통해 평등의 개념과 실현방법 등을 논의한다. 저자는 평등을 둘로 나눈다. 복지의 평등과 자원의 평등이다. 예를 들어 자식들 중 장애인이 있을 때, 이 자녀가 다른 자녀들만큼 행복하게 살도록 하기 위해 더 많은 재산을 물려준다면 복지의 평등이다. 자식들이 이미 대체로 비슷한 수준의 재산을 갖고 있다면 장애 유무와 상관없이 재산을 똑같이 나눠 주는 것이 자원의 평등이다. 저자는 복지의 평등은 현실적 측면에서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지적하며 자원의 평등을 지지한다. 복지의 평등을 지지하는 존 롤스와 저자가 구별되는 지점이다. 그렇다면 자원의 평등한 분배는 어떻게 가능한가? 저자는 이를 위해 시장 개념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양의 화폐를 주고 경매를 통해 필요한 자원을 구입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각자가 갖게 되는 자원 전체의 기회비용의 총합이 동일해지고, 시초 자원의 평등한 분배가 가능하다. 자원이 정말 평등하게 분배됐는가를 살피는 방법은 바로 ‘선망검사’다. 자원이 분배된 뒤 어떤 사람도 다른 사람의 자원을 자신의 것보다 좋아하지 않아야 그 분배가 평등하다는 의미다. 기회비용을 통해 자원의 가치를 평가하는 이 이론은 대체로 상반된다고 생각하는 두 가치, 자유와 평등을 융합한다. 참된 기회비용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경매에서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 동시에 특정 자원이 다른 사람들의 것이었을 경우 그 사람이 그 자원을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사용했을 거라고 인정해야만 참된 기회비용을 서로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초에 자원을 평등하게 분배했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자원의 양이 서로 달라질 수 있다. 저자는 사람들 사이의 자원 차이가 개인의 선택 때문이라면 그 차이가 불평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본다. 그러나 장애와 질병에 의해서, 혹은 재능에 의해서도 자원의 차이가 생길 수 있다. 저자는 주식투자 실패와 같은 선택적 운 외에 천재지변과 같은 눈먼 운 때문에 차이가 생길 경우 이를 일종의 보험과 같은 형태로 보장해줘야 한다고 말한다. 눈먼 운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장애나 질병, 혹은 선천적인 재능의 부족이다. 저자는 이 같은 평등관을 기초로 이와 어울리는 민주주의와 공동체는 무엇인지, 이 같은 평등관의 기초가 되는 윤리는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를 함께 논의한다. 나아가 의료비용이나 실업수당, 선거, 적극적 우대조치, 동성애, 안락사, 유전공학 등 현대 사회에 필요한 다양한 실제적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까지 함께 제시하고 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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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깨사-무용+인디밴드 ‘숭숭가무단’

    《문화의 시대 21세기. 몇 발짝 앞선 아이디어와 종횡무진, 탈장르적 시도로 문화계에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이들이 있다. 이들에게 기존의 판은 낡고, 틀은 좁다. 새로운 눈높이와 뜨거운 몸짓으로 판을 깨고 있는 사람들, 그들의 얘기를 연재한다.》 무용수와 인디밴드가 만났다. 공연도, 출판도, 문구점도 한다. 젊고 가난한 예술가들이 모여 ‘지속 가능한 예술’을 꿈꾼다. 올해 1월 결성된 ‘숭숭가무단’ 얘기다. 최근 서울 광진구 구의동에 있는 이들의 작업실 겸 공연장 ‘가본 곳’을 찾았다. 공교롭게도 가무단 이름처럼 천장에서는 숭숭 물이 샌다. 비만 오면 양동이 서너 개를 동원해야 한다. 건물 주인과 통화를 끝낸 가무단의 ‘이말씨’(본명 이한선·30)가 웃으며 농담을 했다. “몇 달 전부터 이렇게 물이 떨어져요. 어휴, 저희 정말 영세하다니까요.” 이 가무단은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전문사를 졸업하고 안무와 각종 창작작업을 하는 리휘(27) 조은서 씨(29), 서울대 생명공학부를 마치고 무용수로 활동하고 있는 현지예 씨(29), 인디 소울그룹 ‘마호가니 킹’의 멤버 이말씨 문득(본명 진문식·30) 홍아라 씨(29), 그리고 솔 가수인 제이신(본명 신정훈·30) 씨가 모여 만들었다. 스스로 자신들의 소속사이자 기획사인 ‘어떤’을 만들었고 ‘숭숭출판사’와 (어쩌면 예술과 관계없는 듯한) ‘숭숭문구’도 운영한다.○ ‘유학사기’가 발단? 공연장 ‘CJ 아지트’ 개관공연을 겸해 열린 1월 첫 공연에서는 ‘화양’을 무대에 올렸다. 무용수와 가수가 함께 몸을 잔뜩 웅크린 채 종종걸음을 걷거나 바닥을 바라보다 노래를 불렀다. ‘춤답지 않은 춤’이었지만 관객 평가에서 만점인 별점 5개를 받았다. 7월에는 ‘화양’에 콘서트 형식의 ‘화창’을 덧붙인 1시간짜리 단독공연을 무대에 올렸다. 4월에는 리 씨가 전세금을 내놓고 다른 단원들이 돈을 보태 ‘가본 곳’을 열었다. 문득 씨의 아버지가 인테리어를 돕고 멤버들이 직접 방 천장을 뜯었다. 6∼8월에는 ‘인간에게 이로운 공연’ 시리즈를 올렸다. “홍보를 거의 안 했는데도 1만 원짜리 티켓을 사서 보러 와주시는 관객들이 계셨어요. 그때 용기를 얻었죠. ‘할 수 있구나’라고.”(조 씨) 그러나 리 씨가 유학사기를 당하지 않았다면 이 모든 일은 이뤄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2004년에 한국에 들어왔어요. 중국에서 무용을 전공했지만 회의가 들었죠. 한국에서 시각디자인을 공부하려고 했는데 사기를 당했어요. 1년 치 학비와 기숙사비를 다 냈는데 학교는 산골에 있는 신학대. 시각디자인과란 과는 아예 없고….” 중국동포인 리 씨는 그 일을 겪고 “우울해서 서울에 올라왔다”고 했다. 평소 노래에 관심이 있었던 그는 보컬 트레이닝을 받고 싶어 이말씨를 찾았다. 그 인연이 커져 마호가니 킹의 제이신, 그리고 리 씨와 친분이 있던 조 씨와 현 씨가 만났다.○ “대단한 뜻? 그냥 잘하고 싶다” 현 씨는 “우리가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 이른바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뭔가 대단한 뜻이 있다거나 열정이 있다고 그려질까 걱정된다. 우린 그런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했다. 대단한 뜻보다는 그저 ‘더 잘하고 싶다’는 소박한 욕심이 출발점이란다. “무대에 여러 번 서봤지만 아직도 떨려요. 그런데 무대 위에서 노래가 아닌 다른 걸 하니까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없이 자유로웠어요. 제 노래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에 무대에 서기로 했죠.”(이말씨) 리 씨는 “공연을 하는 사람들은 누구든 직업적 매너리즘에 빠진다. ‘내가 잘하면 관객도 좋아하겠지’라고 생각하지만 결코 아니다. 함께 매너리즘과 습관을 깨고 잘해온 걸 더 잘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싶었다”고 했다. 한자리에 머무르지 않겠다는 생각은 숭숭출판사와 숭숭문구를 낳았다. 출판사 허가를 얻어 시집 ‘숭숭은머리나기도전에눈이생기기도전에혹은발이생기기도전에벌써해봤다’를 냈다. 시와 어울리는 음반도 만들어 함께 내놓았다. 출판사보다 더 엉뚱한 ‘문구’를 만든 것은 리 씨의 그림 실력 때문이다. 리 씨가 그린 일러스트를 표지로 수첩을 만들고 숭숭문구라는 상표를 달았다. 함께 하는 활동에 갈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제이신 씨는 “무대 위에서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데 숭숭가무단에선 그걸 버려야 할 때도 있다. 공연의 전체 그림에 나를 맞추는 게 힘들 때도 있지만 그만큼 시야가 넓어진다”고 말했다.○ ‘지속 가능한 예술’을 향해 리 씨는 “외부에서 큰 공연을 여러 번 해봤지만 홍보와 돈, 기획 같은 작품 외적인 요소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빼앗긴다”고 했다. 현 씨는 “(외부에서) 홍보하는 걸 보면 실제 작품에 비해 부풀려지기 일쑤다. 그 부풀린 말이 진짜 자기 작품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도 많다. 그런 것을 참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최근 숭숭가무단 단원들은 숭숭가무단을 다른 예술가는 물론이고 일반인에게도 개방하기로 결정했다. “누군가가 자기가 해오던 것과 다른, 새로운 작업을 하고 싶은데 용기가 없을 때, 숭숭가무단 일원이 돼서 그 작업을 하는 거예요. ‘어떤연구소’에서는 작업을 기획하고 지원해주죠. 예술가들이 만든 기획단체가 예술가를 직접 지원한다는 게 중요해요. 그런 공동체를 만들고 싶어요.”(이말씨) 조 씨는 이를 “일종의 보호막 같은 것”이라며 “뭐든지 자유롭게 하고 싶은 걸 하는, 예술가들의 ‘숭숭 운동’을 일으키고 싶다”고 했다. 이들의 목소리는 조금씩 세상의 인정을 받고 있다. 마호가니 킹은 최근 CJ아지트 신인뮤지션 발굴 프로그램 ‘튠업!’에 선정됐다. 60여 개 팀이 음반제작 지원, CJ아지트 공연기회 등을 놓고 겨룬 결과다. 제이신은 곧 정식으로 싱글 1집 앨범을 낸다. 이렇게 물방울 일곱 개는 물줄기를 이뤄 예술가들이 하고 싶은 것을 마음 놓고 할 수 있는 세상을 향해 천천히 나아가며 외치고 있다. “지금까지의 예술은 그것이 생산되는 시스템에 부딪히고 튕겨 나오고 상처받는 일이 많았어요. 저희도, 다른 사람들도 더는 그런 경험을 하지 않았으면 해요. ‘숭숭 안에서라면 죄를 지어도 범죄자가 아니다’랄까? 그렇게 재미있게, 자유롭게 ‘지속 가능한 예술’을 할 수 있길 바라요.”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0-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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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0자 다이제스트]순국 100주년… 열사 안숙의 충절과 사상

    ‘오호라! 사람의 태어남에는 반드시 죽음이 있는데/그 죽음이 진실로 마땅히 죽어야 할 자리에서 죽을 수 있다면/그 죽음은 도리어 사는 것보다 현명한 것이니….’ 100년 전 한일강제병합 당시 자결했던 선비 위당 안숙의 절명시 한 구절이다. 한일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안숙의 전집이 완역, 출간됐다. 충절과 애국을 노래한 시문, 해외의 군 편제를 상세히 기록해 실용적 개화파로서 그의 면모를 보여주는 ‘병제론’ 등을 통해 그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0-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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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영균 논설위원의 추천! 이번주의 책]신입사원이 복사기 옆에 앉았을 때 생길 수 있는 문제들 外

    미국 스탠퍼드대의 제프리 페퍼는 1970년대 초반부터 20년 동안 미국에서 가장 높은 주가상승률을 보인 기업을 조사했다. 1위는 사우스웨스트항공으로 무려 217배가 올랐다. 월마트 타이슨푸드 서킷시티 등이 상위권에 들었는데 이들 상위권 기업은 예외 없이 진입장벽이 낮은 업종이었다. 항상 대체품의 위협에 시달리는 업종에 속해 있었던 것이다.종래 전략이론에 따르면 어떤 기업이 비교우위를 원할 경우 진입장벽을 높게 칠 수 있어야 한다. 대체품의 위협이 적은 곳을 찾아내 선점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페퍼의 조사 결과는 전략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었다. 페퍼는 엄청나게 치열한 경쟁업종에서 성공한 사우스웨스트항공이나 월마트의 성공 요인을 기업의 고유한 조직문화에서 찾았다. 조직문화란 그냥 자연스럽게 내버려둬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관리되어야 할 영역이 된 것이다.우리나라 기업들도 조직문화를 개선하려고 많은 노력을 한다. 민간기업뿐만 아니라 공기업과 공공기관에서도 조직문화를 바꾸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최고경영자들은 서슴지 않고 ‘사람이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고 말한다.회사나 기관에서 크건 작건 어떤 조직의 리더가 되었다면 먼저 무엇을 할 것인가. 보통 처음 3개월 동안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리더로서 성패가 갈린다고 한다. 그래선지 대부분의 최고경영자는 새로 취임하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서두르는 경향이 있다. 회사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일하려 하지 않는 등 조직문화에 문제가 있을 때 최고경영자가 드라이브를 건다고 해서 쉽사리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유난히 제목이 긴 이 책은 우리나라 기업의 조직문화를 다양한 시각에서 분석하고 있다. 저자는 장기간에 걸쳐 관찰하고 진단했던 일터 현장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독특한 조직문화 개발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예컨대 어느 직장이건 사무실의 자리 배치만 보면 금방 누가 윗사람이고 누가 아랫사람인지 알 수 있다. 팀장은 창가에 앉고 막내는 복사기 옆에 앉아 있다. 너무나도 익숙한 일터의 풍경이지만 이런 자리 배치에 문제는 없는 것일까.직장인들에게 설문조사를 해보면 자신의 직장이 ‘가족적인 분위기’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업무를 수행할 때는 그다지 협조적이지 않다’고 응답한다. 왜 가족적인 분위기인데 협조하지 않는가. 저자는 가족적이라고 판단하는 이면을 들여다보면 해답이 나온다고 한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가족적인 분위기는 바로 ‘적당히 봐주는 분위기’였던 것이다. 전날 회식을 했으니 아침에 조금 늦게 출근해도 너그럽게 봐주는 분위기 말이다.어느 날 신문에 어느 장관이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사진이 실렸다. 장관이 자전거로 출근하는 것은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 이상할 게 없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당신이라면 어느 쪽으로 생각하겠는가. 이상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은 문화는 권력거리를 크게 인식하는 문화일 가능성이 높고, 그 반대는 권력거리를 작게 인식하는 문화라고 한다면 한국은 권력거리를 크게 인식하는 나라에 속한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고경영자는 현장 방문의 기회를 늘려 보지만 그런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권위자와 만나는 것을 불편해할 뿐이다.미국의 교포사회를 연구한 어느 인류학자는 “한국의 부모는 아이들이 무엇을 잘못했다고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윗사람의 말을 듣지 않는다고 화를 낸다”고 지적한다. 말을 듣지 않는 것은 권위에 대한 도전인 것이다. 직장에서도 한국의 부모와 같은 상사가 있다면 결국에는 말문이 막히고 그저 시키는 대로 하게 된다. 소통이 막히는 것이다.조직문화에 대한 컨설팅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저자는 조직문화를 충분히 변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조직문화는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긴 시간이 걸리고 때로는 저항에 부딪히곤 한다. 그렇기 때문에 좀 더 체계적인 변화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직문화를 개선해 보려는 리더들이 읽어볼 만한 책이다.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 ■ 이제는 도덕이다도덕성이 왜 리더의 근본자질인가도그 렌닉 지음·정준희 옮김248쪽·1만2000원·북스넛“장기적으로 오래가는 성공을 거두려면 리더는 필수적으로 도덕성, 즉 ‘도덕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하는 책. 리더십 컨설턴트로 30여 년간 여러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와 간부들에게 감성능력을 교육해온 저자가 감성능력과는 또 다른 ‘도덕능력’이 리더의 근본 자질이라고 역설한다. 저자가 말하는 도덕능력은 ‘보편원칙이 인간의 가치관과 행동에 어떻게 적용되어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심적인 능력’이다. 특히 모든 행위를 주변에서 평가받고, 많은 권력을 지니는 리더일수록 자신의 도덕능력을 주변 사람들에게 몸으로 보여야 한다. 도덕능력은 성실 책임 동정 용서를 기반으로 이뤄진다. 이 같은 기반이 없는 리더는 한두 번 카리스마를 발휘할 수 있으나 지속적인 성공을 이루기는 힘들다. 도덕적이어서 성공한 기업과 그렇지 못해 실패한 기업의 다양한 실제 사례와 함께 도덕능력의 중요성과 행동 방침을 담았다. ■ 30대, 평생 일자리에 목숨 걸어라은퇴없는 ‘평생 일자리’ 문 두드려라김상훈 이동영 지음268쪽·1만3000원·위즈덤하우스“어떻게 하면 현재의 삶을 풍요롭게 하면서 미래를 준비할까.” 모든 직장인의 공통된 고민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질문에 “평생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는 답을 내놓는 책. 저자들이 말하는 평생 일자리는 평생 직장과 다르다. 다양한 사례를 들어 ‘현재의 직장에서 정년퇴임하는 것, 임원이 되거나 고액 연봉자가 되는 것’을 진짜 ‘평생 일자리’로 착각하지 말라고 권고한다. 책이 제시하는 평생 일자리의 조건은 화려하지 않더라도 자신이 즐겁고, 소박한 밥상처럼 느림과 만족의 미학이 있는 일들이다. 광고회사를 다니다 튀김집을 내거나, 제약회사 연구원에서 액세서리 디자이너가 되는 등 여러 가지 평생 일자리 사례도 제시한다. ‘프리 에이전트의 시대가 온다’ ‘가족에 올인하라’ ‘평생직장의 환상을 버려라’ 등 평생 일자리를 찾기 위한 다양한 조언을 담았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0-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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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0자 다이제스트]로봇-팝아트… 새로운 미술장르 이야기

    경계를 넘나들고 상식을 파괴하며 로봇아트, 사진-조각, 팝아트 등 기존 한국 미술에 부재하던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낸 미술가들의 이야기다. 저자가 기존 예술에 의문을 던지며 등장해 한국 미술의 빅뱅을 이끌어낸 미술가 16인을 들여다봤다. 이들은 압축 스티로폼에 사진을 붙여 ‘가벼운 조각’을 만들어내고, 조각으로 연극을 연출하는가 하면, 실크와 나일론 천으로 집을 지어 옮겨 다니는 집을 창조해낸다. 풍부한 작품 사진과 함께 해설, 작가와의 인터뷰 내용 등이 실려 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0-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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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 리뷰]웃음 터지는 몸짓, 웃을 수 없는 눈빛

    막이 오르면 남녀 2명씩 무용수 4명이 무대에 등장한다. 여자 한 명이 신발을 신었을 뿐 아무것도 입지 않았다. 무용수다운 아름다운 몸이 아니라,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육체들이다. 몇 분 동안이나 그대로 서서 관객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인사를 건네거나 말을 걸기라도 할 것 같은 태도다. 22, 23일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된 ‘제발(Please)!’의 도입부다. 스위스 안무가 마리사 고도이 씨가 이끄는 스위스 무용단 ‘우나 프로젝트’의 작품이다. 불편하게 느껴질 정도로 맨몸을 드러낸 채 서 있던 무용수들은 ‘핑크 팬더’의 OST가 흘러나오면서 경쾌하게 변신한다. 폴짝폴짝 뛰거나, 팔을 이리저리 휘저으며 무대를 오가던 이들은 순식간에 손에 들고 있던 의자와 비디오카메라, 스크린과 프로젝터를 설치했다. 이어지는 무대는 사람들을 즐겁게 하기(please) 위해, 혹은 제발(please) 우리를 봐 달라고, 좋아해 달라고 쓰는 안간힘이다. 누군가는 별안간 제자리달리기를 하며 아무 의미도 통하지 않는 소리를 낸다. 몸에 새긴 문신에 붉은 잉크를 흘리며 그림을 그리고, 스타킹으로 만든 보디슈트를 입고 과장된 속눈썹을 붙인다. 이들의 몸짓은 우리가 평소에 누군가의 관심을 받기 위해 하는 행동들의 과장된 표현이다. 무대 뒤편 스크린에는 비디오로 촬영 중인 퍼포먼스가 비치고, 그 화면 안의 스크린에 또다시 무용수의 모습이 비치면서 무한 반복된다. 그렇게 ‘나를 봐 달라’는 외침을 반복한다. 이들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연방 웃음을 터뜨리던 관객은 공연 말미 ‘I want you to notice’를 되뇌는 U2의 ‘Creep’이 흐르는 가운데 바닥에 뒹구는 이들의 몸을 카메라가 샅샅이 비추자 잠시 숙연해진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공연 준비 과정을 빠르게 되감기한 영상이 상영된다. 무용수들 역시 관객의 인정과 사랑을 받기 위해 애써왔음을 솔직하게 보여준다. 무용, 연극, 영상, 음악에 누드까지 한꺼번에 펼쳐놓아 다소 산만할 수 있었지만 지루하거나 복잡하지 않게 풀어내는 연출력이 돋보였다. 타인의 인정에 목매는 우리의 내면을 들여다보도록 만드는, 가벼운 가운데 진지함이 있는 작품이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0-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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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0자 다이제스트]추억-영감을 주는 파리의 거리를 말하다

    프랑스 파리에서 15년 이상을 산 사회학자가 이 도시의 16개 장소에 초점을 맞춰 각각의 장소가 지닌 다양한 의미를 제시한다. 에펠탑에 얽힌 자신의 기억과 이곳에서 풍경을 논하다가는 롤랑 바르트가 에펠탑을 어떻게 봤는지를 말하고, ‘순수한 시니피앙, 어떤 것도 될 수 있는 초현실주의적 오브제’로서 에펠탑을 해석하기도 한다. 센 강부터 파리의 달동네까지 책에 등장하는 장소들 모두 주유소나 패스트푸드점 같은 획일적이고 무의미한 공간이 아니라, 말을 걸고 기억을 상기시키며 영감을 주는 장소들이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0-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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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0자 다이제스트]불확실성을 밝히기 위한 목록의 역사

    “우리가 묘사하고자 하는 것의 경계를 알지 못하는 경우, … 우리는 그것의 속성들을 목록으로 만든다.” 호메로스에서 앤디 워홀까지, 인류의 역사는 목록의 역사였음을 보여주는 책. 저자는 인류가 예술을 창조하거나 신을 묘사할 때, 혹은 이해 불가능한 뭔가를 만났을 때 목록을 작성함으로써 그 불확실성에서 벗어나려 했다고 설명한다. 네덜란드 정물화와 라벨의 ‘볼레로’ 호메로스의 작품 등 다양한 시대와 대상에서 목록을 발견해내는 저자는 검색을 통해 모든 것을 목록화해 보여주는 인터넷을 현대의 ‘궁극의 리스트’로 꼽는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0-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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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文·史·哲의 향기]인간존재 규명하는 철학의 9大키워드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철학이 가장 오랫동안 고민해온 질문이면서 가장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기도 하다. 1989년 창립돼 연구자 300여 명을 회원으로 둔 한국철학사상연구회가 이 답에 접근하기 위한 아홉 가지 단어를 제시했다. 소수자, 인정, 가족, 기술, 이기주의, 욕망, 개인, 덕, 사이보그다. 단어 하나씩을 학자 한 사람이 맡아 그 개념에 천착한 철학자들의 사상을 소개하고 현실과 연결지어 설명했다. 첫 번째 단어 ‘소수자’가 중요한 이유는 이 단어가 ‘인간은 평등하다’는 명제와 직결되기 때문. 들뢰즈는 소수자가 무엇을 뜻하는지 가장 명쾌하게 설명한 철학자로 꼽힌다. ‘소수자’ 편 저자인 연효숙 연세대 인문학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들뢰즈는 소수자를 수적으로 적은 사람들이 아니라 그 사회의 표준 모델에서 벗어난 사람들로 규정했다”고 썼다. 그러나 들뢰즈의 시각에서 소수자는 사회의 패배자가 아니라 표준에서 일탈하고 새로운 생성의 잠재적 역량을 갖는 존재들이다. 그는 소수자를 억압하는 사회 체계를 탈피하기 위해 우리 스스로가 획일적 가치에서 벗어나 자신을 새롭게 바꿔나가기, 즉 ‘소수자-되기’에 나설 것을 제안했다. 인간이 가진 가장 본질적인 욕구 중 하나는 바로 ‘남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다. 이정은 연세대 외래교수는 ‘인정’ 편에서 이 인정욕구를 둘로 나눈다. 바로 남만큼 되고 싶은 ‘평등욕구’와 남보다 더 나아지고 싶은 ‘우월욕구’다. 헤겔은 ‘정신현상학’에서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을 통해 이 인정욕구가 남이 나를 인정하도록 만들기 위한 대립, 즉 인정투쟁으로 발전 작용하는 메커니즘을 밝혔다. 그는 나아가 ‘인정욕구와 인정투쟁이 없다면 참다운 나를 정립할 수 없다’는 논지를 펼친다. “자기의식은 또 하나의 자기의식과 절대적으로 맞서 있으며 그렇게 대립하면서 자유롭게 존재한다.…자기의식은 홀로 존재할 수 있지만, 그러나 동시에 다른 자기의식과 대립하고 대립을 통일시키며 인정받을 때만 자신의 ‘무한성’을 실현하게 된다”는 것이다. ‘기술’과 ‘사이보그’ 편은 인간이 미래에 어떤 존재가 될 것인가에 답한다. ‘사이보그’ 편은 성형이나 성전환, 인공생식 등 지금은 익숙해진 단어들이 ‘몸의 사이보그화’의 단편이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이 문제를 성찰한 학자로는 미국의 도나 해러웨이와 독일의 한스 요나스가 있다. 해러웨이는 여성주의 입장에서 인간의 사이보그화를 여성 해방의 메타포로 해석한다. 요나스는 인간이 기술을 통제할 수 있다고 본 해러웨이와 달리 생물학적 기술의 예측 불가능성을 강조하며 기술문명에 관해서는 공포에 기반을 둔 책임감이 요구된다고 말한다. 이 책은 인간이 모인 가장 작은 집단인 ‘가족’, 인간은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하는지에 답하는 ‘덕’ 등 인간을 둘러싼 다양한 논의를 단어에 따라 소개한다. 서로 상반된 주장을 하는 철학자가 가상 토론을 펼치거나 드라마와 영화, 실제 뉴스 등에 철학 사상을 적용해 설명하는 시도 등을 통해 난해한 내용을 쉽게 풀어냈다. 권력, 진보, 민족, 전통, 소비, 합리성, 오리엔탈리즘, 환경, 문명을 설명한 ‘세계를 바꾼 아홉 가지 단어’, 빈곤, 소유, 기업, 분배, 정보, 공동체주의, 저출산 고령화, 노동, 신자유주의를 설명한 ‘현실을 지배하는 아홉 가지 단어’도 함께 출간됐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0-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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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년의 기억, 100년의 미래/새로운 미래를 위하여]⑭한일 지식인 좌담/정치·역사

    “한일관계는 이제 성숙기, 전환기에 이르렀다.”(김영호 유한대 총장) “두 나라가 가진 공통의 가치를 소중히 키워야 한다.”(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교수) 한일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15일 오후 일본 도쿄 아사히신문 본사에서 동아일보와 아사히신문 공동 주최로 한일지식인좌담회가 열렸다. 좌담은 한국과 일본에서 오피니언 리더로 활동하는 지식인 8명이 참석한 가운데 오후 2시부터 4시간 반 동안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한일강제병합을 비롯한 양국 간 불행한 과거의 청산에서부터 역사인식 격차 해소, 경제산업계 협력구조 형성, 문화 및 민간 교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 한일관계의 과거와 미래에 대한 진지하고 심도 있는 토론을 펼쳤다.정리=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김용덕 광주과학기술원 석좌교수]한일간 ‘진실화해위’ 구성할수도… 日, 국제적 평화창조국 지향하길간 나오토(菅直人) 총리 담화는 이전보다 진일보했다. 그러나 “한국인의 뜻에 반해 이뤄진 식민통치였다”면서도 한일강제병합조약의 불법성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은 의아하다. 보편적 진실의 추구라는 점에서 분명히 밝혀야 할 일이며 이를 풀기 위해 ‘한일 간 역사적 진실과 화해위원회’ 같은 모임을 구성할 수도 있다. 요즘 일본에서 목표 없는 나라가 되는 데 대한 우려가 있다는데, ‘국제적 평화창조국(Peace Making Nation)의 형성’이라는 보편적 장기적 목표를 세운다면 활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역사는 지층과 같다. 과거의 지층 위에 오늘의 기초가 이뤄졌다는 것을 인식해야만 건전한 내일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교수]양국 사회조건-외교관계 닮은꼴… 공동목표 가꿔가는게 차세대 의무일본과 한국은 민주주의, 시장경제라는 공통의 체제와 인권, 자유 등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중화학에서 정밀공업으로 발전해온 산업구조나 저출산 고령화 같은 사회조건, 미국과 동맹관계이며 중국의 이웃나라라는 점 역시 그렇다. 그런 점에서 일본과 한국은 장래가 닮아있는 쌍둥이 국가라고 할 수 있다. 군사대국보다는 다른 나라로부터 존경받는 문화국가가 되고 싶다는 목표를 지니고 있고 산업구조 면에서도 최첨단 산업에 기반한 무역입국을 목표로 한다. 쌍둥이 국가로서 서로의 장점을 융합해나가며 공통목표 달성을 위한 협력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새로운 세대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역사문제의 해결이 전제돼야 할 것이다. [와카미야 요시부미 아사히신문 칼럼니스트]北·日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통일… 한일 상호협력 없이는 불가능한국 병합은 일본이 무력으로 강제한 것으로, 특히 중-일 전쟁이나 태평양전쟁에 조선 사람들까지 나서도록 하는 잘못을 저질렀다. 광복 뒤 한국은 분단과 내전을 겪었으나 일본은 냉전을 배경으로 피 흘리지 않고 경제대국의 길을 걸었다. 한일관계는 1990년대 들어 점점 자연스러운 관계로 발전해왔다. 한일강제병합 100년인 올해 일본과 한국은 천안함 사태, 센카쿠 열도를 놓고 벌어진 중-일 갈등, 북한 3대 세습 등 새로운 성숙관계가 필요한 상황이다. 식민지 시대의 완전한 청산을 해 북-일 관계정상화도 과제다. 이를 위해 한국의 협력이 필수적이며 한국 역시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해 일본의 협력이 필요하다. [정구종 동서대 석좌교수·일본연구센터 소장]센카쿠분쟁-천안함 등 지역 불안정… 과거사 관련 日의회 결의 바람직한국은 동아시아에서 패권경쟁이 일어날 때마다 가장 많은 피해를 봤다. 최근 센카쿠 열도를 놓고 벌어진 일본-중국 간 충돌, 천안함 폭침사건에 대한 중국의 대처 등은 여전히 동아시아의 불안정한 국제관계를 재확인해 주었다. 간 나오토 총리의 담화는 진일보한 것이나 전후 일본정치를 주도한 자민당의 적극적 참여가 빠져있기 때문에 일본 정부의 담화를 넘어선 일본 국회 결의가 바람직했다. 과거사 역사인식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한일 양국 학자들의 공동연구와 그 결과를 양국 국민이 공유하도록 안내하는 미디어의 역할이 중요하다. 냉전 이후 한일은 각각 두 차례의 정권교체를 경험했다. 이를 가능케 한 시민의식의 진화는 21세기 밝은 한일관계의 원동력이다. ▼ 쟁점 토론 ▼▽김영호=오늘날 한일관계는 성숙기, 전환기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동아일보와 아사히신문이 한일지식인 좌담을 개최한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우선 역사인식의 문제로 간 나오토 총리의 담화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김용덕=간 총리의 발언이 한 걸음 진전된 것이라는 데 대해선 한국도 인정한다. 그러나 간 총리가 담화에서 조약의 불법성, 무효성까지 명시적으로 밝혔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오코노기=지나친 법률논쟁은 오히려 논의의 본질을 왜곡할 수 있다. 병합조약의 유·무효가 일본의 조선 지배가 침략이었다는 사실을 바꿀 수 없다. 또 강제로 맺은 조약은 모두 불법이라는 논리라면 미일화친조약이나 아편전쟁 뒤의 난징조약도 불법일 것이다. 제국주의 시대 국제법 체계 자체가 상당히 왜곡돼 있었다는 논의부터 해야 한다. ▽와카미야=현재 일본 국민의 상당수가 총리의 사과 발언을 지지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큰 발전이다. 만약 처음부터 무효나 불법이라고 명시한다면 일본 내 여론을 분열시킬 수 있다. ▽정구종=이번엔 반출 문화재 반환 약속을 했다. 이를 이행하는 것이나 일제강점기에 피해를 본 이들, 특히 강제징용자나 일본군 위안부에게 보상하는 것에 일본 정부가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김용덕=난징조약이나 미일화친조약은 최소한 국제법의 기본 요건을 갖췄다. 한일강제병합은 황제의 동의 없이 도장을 위조하는 등 법적인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오코노기=법률적 논의 자체를 부정하려는 것은 아니다. 일본의 행동은 침략이었다는 것이 명백한 사실이므로 굳이 법률 논쟁을 중심에 놓지 않는 것이 좋다는 제안이다. ▽와카미야=한국에서도 군사정권의 공과나 북한에 대한 견해를 두고 국론이 엇갈린다. 일본 역시 국론이 하나 되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1965년 당시의 낮았던 역사인식 수준이 현재까지 끌어올려진 것을 보면 그 에너지가 분명 있다. 이젠 이 에너지를 미래를 위해 사용해야 한다. ▽한영혜=2000년대에는 한일 민간교류가 확대되면서 일반 시민이 삶 속에서 아시아를 자연스럽게 경험하고 선택할 수 있게 됐다. 반면 역사인식 관련 문제와 영토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오히려 심화됐다. ▽김영호=간 총리의 담화는 반보 전진한 것이었다. 침략이지만 조약은 무효가 아니라고 하는 것은 빈조약 이전의 사고방식이다. ▽와카미야=올해 천안함 사건을 둘러싼 중국의 태도를 보면 앞으로 중국의 입장을 짐작할 수 있다. 동아시아 속에서 한국과 일본은 가치관을 공유한다.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연계, 협력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김용덕=오코노기 교수의 쌍둥이론은 재미있는 발상이지만 바람직하지는 않은 것 같다. 동아시아 공동체에서 중국을 건설적으로 포용해 나가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오코노기=한일이 공유하는 부분을 더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뜻이었다. 민주주의, 시장경제, 자유 등의 보편적인 가치들이다. 중국이 민주화를 통해 같은 가치관을 공유하게 되길 바란다. ▽와카미야=중국이 이 지역에서 가장 강대한 국가가 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한국 일본이 보편적 가치관을 공유하며 손을 잡고 나가지 않으면 한국이나 일본 각각의 힘만으로는 대응하기 힘든 점이 있다. ▽김용덕=남한이 중국을 공개적으로 비판한다면 북한 문제와 대중교역 문제가 연계되어 어려운 처지에 빠질 수 있다. 중국이라는 나라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를 연구해야 한다. ▽김영호=한국과 일본의 시민사회가 힘을 합쳐 아시아의 중국화가 아니라 중국의 아시아화, 중국의 패권주의화가 아니라 아시아의 시민사회화를 끌어내야 한다. 또 시민적 아시아(Civil Asia)를 이루기 위해서는 일본 패권주의의 유산을 깨끗이 청산해 역사적 화해를 이루는 작업을 한일 시민사회가 공동으로 해야 한다. ▼ 참석자 약력 ▼▽김용덕 광주과학기술원 석좌교수=서울대 사학과 졸업. 미국 하버드대 동아시아사 박사(일본근대사 전공). 서울대 동양사학과 교수, 역사학회장, 서울대 국제대학원 원장, 2006∼2009년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현재 광주과학기술원 석좌교수, 서울대 명예교수. 2006년 일본 국제교류기금상 수상 ▽김영호 유한대 총장=경북대 경제학부 졸업 뒤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 경북대 경제학부 교수, 인문사회과학연구원장, 경북대 경상대학장 역임. 일본 도쿄대 초빙교수, 중국 베이징대 겸직교수 지냄. 2000년 산업자원부 장관으로 재직. 2007년∼현재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이사장. 다산경제학상 수상 ▽한영혜 서울대 일본연구소장·국제대학원 교수=서울대 영어교육과 졸업. 서울대 대학원 사회학과 석사. 1991년 일본 쓰쿠바대 박사(사회학 전공). 한신대 일본지역학과 부교수로 재직. 현재 서울대 일본연구소장, 국제대학원 교수, 한국사회학회 국제이사, 한국사회사학회 부회장, 동아시아사회학회 이사 ▽정구종 동서대 석좌교수·일본연구센터 소장=연세대 국문학과 졸업. 동아일보 도쿄특파원, 사회부장, 도쿄지사장, 편집국장, 이사 및 출판편집인, 동아닷컴 사장 역임. 게이오대 박사 과정 수료(정치학 전공). 현재 한일문화교류회의 위원장, 한일포럼 대표간사, 한일미래포럼 대표, 일본선거학회 및 정치학회 정회원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 일본 게이오대 교수=게이오대 정치학과 졸업. 한국·북한 정치와 국제정치 전문가. 일본 게이오대 법학부장(학장), 현대한국조선학회 회장 지냄. 현재 게이오대 교수 및 현대한국연구센터장, 한일신세대포럼 일본 측 좌장. ‘조선전쟁’ ‘한국 시민의식의 동태’ ‘위기의 조선반도’ 등 저서 출간 ▽와카미야 요시부미(若宮啓文) 일본 아사히신문 칼럼니스트=아사히신문 정치부장 및 논설주간 역임. 도쿄대, 게이오기주쿠대 객원교수 지냄. 1982년 한국에 어학연수. 민간 수준의 정책협의를 위한 일한포럼 멤버로 활동. ‘전후보수의 아시아관’ ‘오른손에 기미가요 왼손에 헌법, 표류하는 일본정치’ 등 저서 출간 ▽후카가와 유키코(深川由起子) 일본 와세다대 정치경제학부 교수=아오야마가쿠인대 경제학부 교수, 도쿄대 대학원 종합문화연구과 교수로 재직. 미국 예일대 대학원 국제경제개발프로그램 석사, 와세다대 대학원 연구과정 수료(박사·경제학 전공), 한국산업연구원, 미국 컬럼비아대, 고려대 객원연구원으로 활동 ▽기무라 노리코(木村典子)=1991년 극단 기바나(木花) 입단, 1997년 연세대 한국어학당 유학 이후 공연 매니저, 무대예술 코디네이터, 문화예술 기고가로 활동. 일본 국제교류기금, 한국예술경영지원센터, 일본 조난예술센터 등의 잡지에 기고. 현재 일한문화교류회 일본 측 위원, 한일연극교류협의회 전문위원}

    • 2010-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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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년의 기억, 100년의 미래/새로운 미래를 위하여]⑭한일 지식인 좌담/경제·문화

    [김영호 유한대 총장]한일 모두 ‘우물 안 고래’ 산업구조…서로 힘 합치면 ‘큰 바다 고래’ 될것정부 간의 국교정상화로 시작된 광복 이후 한일관계는 현재 시민사회가 활발히 교류하는 데까지 발전했다. 한국과 일본은 구동존이(求同存異)적 협력을 해야 한다. 역사문제는 동아시아 시민공동체를 이루기 위해 꼭 해결해야 할 문제다. 한일 지식인 1000명 이상이 병합조약 원천무효 성명에 서명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경제, 산업적으로 일본은 경제대국이면서도 제품 생산의 전 과정이 국내에서 이뤄지는 ‘풀(full)공정형’ 산업구조다. 우물 안 고래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역시 비슷한 사정이다. 샘물을 퍼낼수록 새 물이 넘치듯 한일이 서로의 수요를 자극하는 우물효과를 일으킨다면 한일은 우물의 틀을 벗어나 더 큰 바다의 고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후카가와 유키코 와세다대 정치경제학술원 교수]경제에선 쌍둥이라 할수 없지만 가치를 공유한다는 점에선 의미한국과 일본은 경제 측면에서는 쌍둥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1990년대 말 통화위기를 경계로 자유무역이나 자유무역협정(FTA)의 필요성에 대해 국민 대부분이 동의하고 있으며 국제기관에 활발히 진출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국내로만 경제활동이 집중되는 소형화의 길을 걷고 있다. 한국은 올해 원조 받는 국가에서 원조하는 국가가 됐다. 일본에 이는 한국이 아시아에서 일본과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앞으로 일본과 한국은 함께 원조를 하는 등 경제발전을 통해 무엇을 할 것인가, 그 철학을 함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한다면 앞으로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협력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한영혜 서울대 일본연구소장·국제대학원 교수]민간을 이어줄 이해-신뢰의 회로… 탈정치 아닌 그 안에서 찾아야한일 문화, 민간교류가 좀처럼 풀리지 않는 역사, 정치적 갈등을 넘을 토대라는 기대가 있다. 문화, 시민사회 교류 확대를 어떻게 한일 양국 사회의 이해와 신뢰 구축으로 연결할 것인지 그 회로를 찾아야 한다. 흔히 한일이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한다고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한일 양국 시민들이 체제이념으로서가 아니라 실체로서, 과정으로서 어떻게 민주주의를 살아왔는지에 대한 이해는 아직 부족하다. 문화교류 덕분에 아시아를 한데 묶어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지고 우리의 삶 속에서 자연스레 아시아를 경험, 선택할 수 있게 됐다. 북한의 위치, 재일동포를 비롯한 경계인적 존재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결국 민간교류, 문화교류의 힘은 탈정치가 아니라 정치적 사실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방법을 창출해내는 데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기무라 노리코 한일연극교류협의회 전문위원]문화교류 비자받기 너무 어려워… 취업문 열어야 시장 활성화 가능1997년부터 한국에 살고 있는 생활자이자 무대예술 종사자로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무대예술 교류는 1980년대에 증가하기 시작해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더욱 증가했다. 2002년 월드컵 공동 개최, 2005년의 ‘일한 우정의 해’가 정점이었다. 한일 문화교류는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젊은 예술가나 고령자 극단 등 일반 사람들의 문화교류도 지원하며 저변을 넓혀야 한다. 한국과 일본 젊은이들이 문화예술계에서 일하고자 할 때 비자를 얻기가 어려워 문제다. 인재들의 취업을 통해 양국 문화예술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다. 일회성으로 끝났던 교류 이벤트를 좀 더 지속적으로 지원해줄 필요도 있다. 일본과 한국 모두 자신의 국가 안에서 두문불출하는 시기는 지났다. ▼ 쟁점 토론 ▼▽와카미야=경제·문화 세션에서는 우선 앞으로 북한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한일이 어떻게 연계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겠다. ▽오코노기=앞으로 북한은 10년 정도의 과도기를 거치며 체제를 유지하리라고 생각한다. 이 과정에서 중국과 북한의 관계가 더 공고해지리라고 예상한다. 북한 체제가 바뀌지 않는 한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경제체제는 바뀔 수 있다고 본다. 중국이 북한을 지원한다면 시장경제적 요소의 도입도 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김용덕=중국은 한반도가 통일돼 한미일 동맹과 국경을 맞대는 것을 기뻐할 수 없을 것이다. 북한이 일종의 완충국으로서 남한과 공존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와카미야=경제문제로 넘어가겠다. 한국과 일본이 우물 안의 고래라는 김영호 총장의 발제에 대해 후카가와 교수는 두 나라가 다르다고 말했다. ▽김영호=일본은 우물 안에서 고래가 됐기 때문이 그 틀을 깨는 데 적극적이지 않았다. 한국은 우물을 깨고 나가야 고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나 다문화사회를 받아들이는 데 더 적극적인 이유다. ▽후카가와=한국이 자본의 글로벌화로 고생을 했으면서도 낙관적으로 글로벌화를 추진한다는 점이 대단하다. ▽와카미야=한일 FTA 문제를 논의했으면 한다. 논의만 있고 진행은 안 되는 상황이다. ▽후카가와=한국은 국내시장이 작으므로 수출을 늘리기 위해 FTA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면 일본은 FTA 그 자체보다는 생산성을 높여 무역량을 늘리려 한다. 한국과의 FTA가 큰 이득이 없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오코노기=단순히 경제 이익을 따지기보다는 정치적 의미, 지역적 의미를 생각해 FTA를 해야 한다. ▽김용덕=한일 FTA에는 역사적 관계가 없는 나라나 지역과 달리 ‘손해 보면 안 된다’는 국민감정이 개입한다. 그러나 세계로 시야를 넓히면 지금 당장 한일 FTA로 발생하는 손해는 다른 국가와의 관계에서 보충할 수 있다. ▽와카미야=문화교류 쪽 논의도 해봤으면 한다. ▽정구종=최근 한일 문화협력이 교류를 넘어서 융합의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젊은이들은 일본 문화에 익숙하지만 한국의 50, 60대만 해도 일본 문화를 잘 모른다. ▽기무라=일본은 더 층이 넓다. ‘대장금’ 히트 뒤에는 중년 남성들의 한국 사극 붐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한류가 아직 콘텐츠 생산 면에서 자연스레 국경을 넘나드는 산업으로 정착되진 못했다. ▽한영혜=이제 한국에서 일본문화, 그리고 일본에서의 한류는 다양한 문화 콘텐츠의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것이 한국, 일본 사회에 대한 이해로 이어질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한류에서 중요한 건 거기에 수반되는 인적 교류다. 사람이 만나 새로운 가치와 문화의 창출이 이뤄진다. 재일 한인을 필두로 경계인적 존재와 국경을 넘어서는 생활권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 ▽후카가와=노동력 이동은 많다. 그러나 기무라 씨의 발제대로 문화산업 분야에서의 비자 취득은 어렵다. ▽한영혜=일반 시민 차원의 문화, 공통관심사를 매개로 한 교류도 의미가 크다. 은퇴 후 한국으로 어학연수 온 일본인을 몇 분 만난 적이 있다. 개인적인 실천으로 역사문제에 부딪혀가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젊은이들 가운데도 비슷한 경우를 볼 수 있다. ▽기무라=한류가 역사 같은 취미 이상의 분야에 사람들을 끌어들인다면 바로 그것이 문화의 역할이 아닌가 싶다. 최근 송일국이라는 배우가 출연한 안중근에 관한 연극이 있었다.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는 장면에서 일본 아줌마 팬들이 박수 치는 것을 봤다. ▽정구종=뮤지컬 ‘명성황후’와 안중근을 다룬 뮤지컬 ‘영웅’도 있는데, 한국에서 상당히 인기를 모았다. 이런 공연을 일본에서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 뮤지컬을 보면 일본인을 재평가하는 모습도 보인다. 한일 양국에는 양질의 문화 콘텐츠가 많다. ▽와카미야=지금까지의 이야기들은 열흘도 충분히 걸릴 만한 이야기였다.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 좌담 이모저모 ▼“中-北 얘기만 나오면 화기애애”“중국과 북한에 대한 얘기만 나오면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지네요.” 한일지식인좌담회 2부 첫머리, 와카미야 요시부미 아사히신문 칼럼니스트가 한마디를 던졌다. 북한 3대 세습에 관한 토론이 일단락됐을 무렵이었다. 좌담회 참석자들이 처음으로 함께 웃음을 터뜨린 순간이었다. 15일 오후 일본 도쿄 아사히신문 본사 리셉션룸에서 진행된 한일지식인좌담회는 시종일관 진지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이 좌담회에는 아사히신문 관계자 10여 명도 함께 참석해 높은 관심을 표했다. 좌담 첫머리를 차지한 한일강제병합의 불법성, 무효성 논의는 한때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김용덕 광주과학기술원 석좌교수의 발제에 대한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교수의 반론, 이에 대한 김 교수의 재반박이 이어졌다. 결국 사회를 맡은 김영호 유한대 총장이 “여기서 해결하기 힘든 문제니 인식의 차이를 그대로 남겨두기로 하자”고 해 토론은 일단락됐다. 이후 중국과 일본 간 센카쿠 열도 갈등, 중국 반체제지식인 류샤오보의 노벨 평화상 수상, 북한 3대 세습 등 현안에 관한 논의가 이어졌다. 대중국관계와 북한문제에서 양국 참석자는 대체로 일치된 의견을 내며 한일 양국이 미래를 위해 더욱 힘을 합쳐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다소 긴장됐던 좌담회 분위기는 문화교류에 관한 논의로 넘어가며 자연스러워졌다. 한영혜 서울대 일본연구소장과 기무라 노리코 씨는 직접 경험한 민간교류 사례를 들며 참석자들의 공감을 끌어냈다. 오코노기 교수는 한류열풍에 대해 “일본의 나이 많은 부부들이 함께 TV를 보게 한 것만으로도 엄청난 공헌을 한 것”이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도쿄=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0-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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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의 동아일보]한일 강제병합 100년 좌담 外

    한국과 일본의 지식인 8명이 한일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일본 아사히신문 본사에서 한일관계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논했다. 간 나오토 일본 총리의 담화부터 한일강제병합 조약의 불법성,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등 한일관계 전반을 아울렀다. ■ 태광 비자금 의혹 ‘키맨’ 4인태광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의 열쇠를 쥐고 있는 4명의 ‘키맨’에게 검찰의 수사력이 모아지고 있다. 이들은 이호진 회장의 어머니 이선애 씨를 제외하면 모두 선대 회장부터 동고동락해 온 가신이다. 검찰은 이들의 입을 통해 비자금 조성 의혹의 실타래를 푼 다음 이 회장을 불러 수사의 방점을 찍는다는 계획인데…. ■ 철의 남자 캐머런의 ‘도끼질’아들은 부친의 기대를 결코 저버리지 않았다. 혹독한 교육으로 단련된 그는 이번 재정개혁에서 ‘철의 남자’라는 별명을 단번에 얻을 정도로 철저한 면모를 과시했다. 영국병을 도려내고 ‘대영제국의 부활’을 꿈꾸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시도는 성공할 것인가. ■ 촉감 증강현실 나온다촉감을 전해 주는 증강현실(AR)이 등장했다. 현재 AR 기술은 3차원 바코드 등 시각적인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3, 4년 뒤에는 오감이 총동원된 기술을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의 AR 기술을 먼저 들춰봤다.}

    • 2010-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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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高1 새 한국사 교과서, 근대이전 너무 줄여”

    ■ 관련학회들 검토 결과 논의“새 한국사 교과서는 전근대사 서술이 대폭 축소된 데다 전근대 부분과 근현대사 부분의 체제가 일치하지 않는다.”(윤재운 대구대 교수), “현대사 서술에서는 너무 적은 분량에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 했다.”(박태균 서울대 교수) 21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동숭동 흥사단에서 한국역사교육학회 한국역사연구회 한국사연구회 한국근현대사학회 전국역사교사모임 역사학연구소 역사문제연구소 역사교육연구회 아시아평화와교육연대 민족문제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학술회의 ‘역사교육의 위기와 검정 한국사 교과서’에서 나온 지적이다. 2009년 개정교육과정에 따라 5월 검정결과가 발표된 고교 1학년 ‘한국사’의 교과과정을 검토 및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 교과서는 2011년부터 일선 학교에서 사용된다. 2009년 개정교육과정은 학생의 학습부담을 줄인다는 목표 아래 필수였던 2007년 개정교육과정의 고교 1학년 ‘역사’를 선택과목화하고 심화학습과목인 고교 2, 3학년 선택과목 중 ‘한국문화사’를 폐지해 역사교육 축소라는 역사학계의 비판을 받아왔다. 이날 ‘2007, 2009년 교육과정과 한국사 교과서 검정’을 발표한 양정현 부산대 교수는 발표문을 통해 “한국사 교과서의 검정 과정과 수정 지시를 살펴보면 교과서마다 서로 다른 검정 기준이 적용되는 등 검정위원의 전문성 여부는 물론이고 합의된 검정기준이 있었는지조차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단적인 예로 동학농민운동 관련 기술에서 전체 6개 출판사 중 두 곳은 ‘폐정개혁안 12개조’를 삭제하거나 다른 자료로 대체하라는 수정권고를 받았지만 다른 출판사는 이 같은 권고를 받지 않은 것을 들 수 있다. 양 교수는 “검정위원 전공이 조선사에 집중돼 있고 현대사나 역사교육 전공자는 한 명도 없다”고 지적했다. 2007년 개정교육과정에 맞춰 만들어진 이번 교과서가 2009년 개정교육과정이 새로 발표되면서 불가피하게 내용 개편이 이뤄져 이 과정에서 교과서 서술체계가 무너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재운 대구대 교수는 ‘고등학교 검정 한국사 교과서의 전근대 내용과 문제점’에서 “교과목의 이름만 ‘한국사’일 뿐이지 실제로는 7차 교육과정의 ‘한국근현대사’ 과목과 차이가 거의 없다. 고조선과 삼국시대, 고려 등 고대사와 중세사 부분은 거의 구색을 갖추는 수준에 불과하다. 분량도 전체의 3분의 1에 불과하며 경제 사회분야 서술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1945년 이후 현대사 부분 역시 지나치게 소략해 서술함으로써 학습에 적당하지 않다는 비판도 나왔다. 박태균 서울대 교수는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현대사 부분에 대한 분석’에서 “80∼100쪽의 분량에 국제정세부터 정치 경제 사회 문화뿐 아니라 북한 관련 내용까지 담고 있다. 북한 관련 서술은 3∼5쪽에 그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0-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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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절한 팬텀 씨]Q: 온몸에 금색 칠한 무용수 분장 어떻게

    ―발레 ‘라 바야데르’에서 온몸을 금색으로 칠한 무용수가 춤을 추는 장면을 봤습니다. 이런 분장은 어떻게 하는 건가요? (박나래·25·서울 서초구 양재동)A: 파우더 → 금칠 → 반짝이… 무용수, 앉지도 눕지도 못해 29∼11월 5일 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하는 발레 ‘라 바야데르’는 배경이 인도인 만큼 이국적 분위기의 춤이 많이 등장합니다. 그중에서도 관객의 눈을 가장 많이 사로잡는 것은 온몸을 금색으로 칠한 채 등장하는 황금 신상입니다. 화려한 분장과 독특한 움직임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죠. 그러나 이런 화려함 뒤에는 남모를 어려움이 있다고 합니다. 황금 신상의 번쩍이는 피부를 표현하기 위해 일일이 온몸에 금칠을 해야 하기 때문이죠. 황금 신상은 2막에만 잠깐 등장해 채 3분이 안 되는 짧은 독무를 선보입니다. 하지만 분장 시간은 최소한 1시간에서 1시간 반이 걸린다고 하네요. 분장은 크게 3단계로 이뤄집니다. 우선 몸 전체에 흰색 파우더를 바릅니다. 황금색을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죠. 파우더를 바른 위에 금색 칠을 합니다. 한 가지 색깔만 칠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색조의 금색을 칠해 동상의 느낌을 냅니다. 마지막으로 번쩍이는 피부 표현을 위해 금색 반짝이 가루를 온몸에 뿌려줍니다. 공연 시작 1시간 전부터 분장을 시작해 최소한 서너 명의 분장사가 동원돼야 2막 등장 전에 작업을 마칠 수 있다고 합니다. 더 큰 문제는 분장이 끝난 뒤입니다. 황금 신상 분장을 한 무용수는 앉지도, 눕지도, 기대지도 못하는 몸이 됩니다. 분장이 지워지거나 가루가 이곳저곳에 묻어나기 때문이죠. 심지어 제대로 몸을 풀 수도, 위에 겉옷을 걸칠 수도 없습니다. 2009년 발레 ‘라 바야데르’에서 황금신상 역을 맡았던 유니버설발레단 무용수 민홍일 씨는 “가을이나 겨울에 공연을 하면 추워서 몸이 굳고 근육도 긴장된 채로 춤을 춰야 한다는 점이 가장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최소한 두세 번은 샤워를 해야 분장을 깨끗이 지울 수 있답니다. 게다가 공연 몇 달이 지난 뒤에도 분장실 구석구석이나 그날 지녔던 소지품에서 계속 금가루가 나온다고 하네요. 어쨌거나 ‘빛나는 후유증’이라고 할까요.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연극 뮤지컬 무용 클래식 등을 보다가 궁금한 게 있으면 팬텀(phantom@donga.com)에게 e메일을 보내주세요. 친절한 팬텀 씨가 대답해 드립니다.}

    • 2010-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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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복을 빕니다]이현희 성신여대 명예교수

    역사학자로 한국 근현대사 연구에 정통했던 이현희 성신여대 명예교수(사진)가 17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73세. 고인은 1956년 서울 양정고를 졸업한 뒤 고려대 사학과와 같은 대학 대학원 사학과에서 한국사를 전공했다. 성신여대 교수, 인문과학연구소장, 박물관장, 인문대학장을 역임했으며 국사편찬위원회 위원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으로도 재직했다. 저서가 77권, 논문은 230여 편에 이를 정도로 고인은 활발한 학술활동을 펼쳤다. 임시정부와 독립운동사, 대한민국 건국 과정에 정통해 ‘대한민국임시정부사 연구’ ‘동학혁명사론’ ‘광복전후사의 인식’ 등의 저서를 남겼다. ‘임정과 이동녕 연구’ ‘임영신의 애국활동’ ‘유일한의 독립운동’ ‘조동호 항일투쟁사’ 등 당대 인물사 연구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최근까지도 연구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대한민국 부통령 인촌 김성수 연구’(2009년) ‘박정희 평전-역사적으로 본 박정희 60년’(2007년) ‘내가 겪은 6·25전쟁 하 서울 90일’(2008년) 등 저서를 발표했다. ‘이야기 한국사’ ‘이야기 인물한국사’ ‘이야기 독립운동사’ 등을 통해 한국사를 대중에게 쉽게 알리기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1992년 5·16민족상, 1985년 서울시문화상을 수상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지순자 씨와 아들 재경 씨(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변호사), 딸 은재 수재 진재 씨(I.S. Factory 대표)가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발인 20일 오전 8시. 02-3410-6930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0-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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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지연 “빈사의 백조로 고국서 은퇴 무대”

    “단장님이 먼저 제안하셨어요. ‘빈사의 백조’가 좋지 않겠느냐고…. 깜짝 놀랐어요. 마린스키발레단에서도 아무나 할 수 없는 작품이거든요.” 11월 9∼14일 경기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 무대에 오르는 마린스키발레단 내한공연에서 한국 관객들은 뜻밖의 선물을 받게 됐다. 이 발레단의 유일한 외국인이자 한국인 단원인 발레리나 유지연 씨(34·사진)가 14일 열리는 갈라 공연에서 ‘빈사의 백조’로 무대에 선다. ‘빈사의 백조’는 생상스의 관현악곡 ‘동물의 사육제’ 중 ‘백조’를 배경으로 한 마리 백조가 죽어가는 과정을 오로지 발레리나의 연기만으로 보여주는 짧은 작품. 전설적 발레리나 안나 파블로바에게 헌정된 작품으로 유명하다. 유 씨는 1991년 15세 때 러시아 바가노바발레학교에 외국인 최연소 기록으로 입학했고 1995년 마린스키발레단에 입단했다. 러시아에서 춤을 춘 지 약 20년이 된 셈이다. 그는 “이번 무대가 마린스키발레단에서의 은퇴 무대가 될 것 같다”고 했다. “내한공연이 자주 없는 만큼 고국에서 ‘빈사의 백조’라는 좋은 작품을 출 수 있을 때 은퇴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덧붙였다. 은퇴를 생각하는 데는 다른 이유도 있다. 그는 최근 바가노바발레학교에서 지도자 석사과정을 마쳤다. 해외에서 지도자로 와 달라는 요청도 들어오지만 그는 “요즘 한국은 발레가 크게 발전하고 있고 학생들의 신체조건도 훌륭하다. 한국인인데 굳이 다른 곳에서 가르쳐야 할까 싶다”고 말했다. “마린스키발레단은 1년에 한 달 반 정도 휴가 외에는 계속 공연이 있고, 하루 2회 공연도 수두룩하죠. 한없이 무대에 서보고 원 없이 춤을 춰봤어요. 이 ‘따끈따끈한’ 경험을 누군가에게 전해줄 때라는 생각이 들어요.” 3만∼25만 원. 1577-7766, www.artgy.or.kr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0-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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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년의 기억, 100년의 미래/새로운 미래를 위하여]⑬한류와 일류, 김치와 스시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익대 앞의 일본 덮밥집 ‘돈부리’. 점심시간을 넘긴 오후 2시경이었지만 음식점 앞에는 30명이 넘는 사람이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2008년 7월 문을 연 이곳은 하루에 300여 명이 찾는 인기 음식점이다. 주방장 이승화 씨(32)는 “일본 대형 덮밥 체인이 들어와도 성공하지 못했던 1990년대 말과 달리 일본 여행을 많이 하고 일본 영화나 드라마를 많이 보기 때문인지 일본 음식을 찾는 손님이 많다. 최근에는 40, 50대 손님도 늘어나는 편”이라고 말했다. 젊은이가 많이 모이는 이 지역에서는 세 집 건너 한 집은 일본 음식을 취급할 정도로 일본 음식의 인기가 높다. 스시(초밥)나 라멘(일본 라면)이 많았던 2000년대 중반과는 달리 일본식 카레, 튀김, 가정요리 등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일본에선 최근 ‘소녀시대’ ‘카라’ ‘포미닛’ 등 한국 걸그룹이 시들하던 한류 붐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국 걸그룹의 데뷔 콘서트마다 입장권이 매진되는 사례가 속출하자 일본 공영방송인 NHK가 간판 뉴스 프로그램인 9시 뉴스에서 한국 걸그룹의 인기를 톱기사로 다루기도 했다. 음반 판매도 놀라운 성적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8일 공식 데뷔한 ‘소녀시대’의 싱글 데뷔 앨범 ‘지니(GENIE)’는 발매 당일 일간차트 4위로 출발한 이후 데뷔 4주차인 10월 들어서도 일간차트 톱 10위권 내를 계속 지키면서 앨범 판매 10만 장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도쿄 긴자(銀座)의 야마노악기나 시부야(澁谷)의 타워레코드 등 대형 음반판매점들은 한국 스타의 대형 포스터 사진으로 도배한 K-POP(한국 대중음악) 코너를 별도로 설치했다. 일본에서는 K-POP이 주춤하던 한류(韓流) 붐의 명맥을 이어갈 것으로 평가한다. ‘겨울연가’와 용사마에 빠진 아줌마 세대와 ‘대장금’ 등 사극에 재미 붙인 중년 남성이 한류 1, 2세대였다면 ‘동방신기’ ‘소녀시대’ 등 K-POP이 한류 3세대라는 것. 특히 한류 팬의 연령층이 10대와 20대의 젊은 층으로 확산되면서 기존 한류와 구분되는 ‘네오 한류’, ‘신한류’라는 조어도 등장하고 있다.○ 한국을 친밀히 느끼는 한류 1998년 한국의 일본 대중문화 개방을 계기로 음식과 가요, 드라마가 대한해협을 가로지르며 한국과 일본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2003, 2004년 일본 안방을 사로잡은 TV 드라마 ‘겨울연가’의 주인공인 배용준 씨가 지난해 9월 문화기행서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을 펴내자 책에 나온 코스를 따라가며 한국 문화를 체험하는 여행이 인기를 끌었다. 대중문화로 촉발된 관심이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2002년 한일 월드컵 공동 개최와 한류의 영향으로 일본인들의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인식은 달라졌다. 재일동포들에 대한 노골적인 차별도 줄었다. 일본 내각부가 매년 10월 혹은 11월에 실시하는 ‘외교에 관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에 대한 친밀감은 1997년 37.9%에서 2009년에는 63.1%로 크게 증가했다. 일본에서 7년가량 유학하다 2004년경 귀국한 동북아역사재단 이명찬 연구위원은 “일본인들은 한국을 동남아시아의 여러 국가 중 하나 정도로 인식하다가 2000년대 들어 ‘겨울연가’ ‘대장금’ 등 TV 드라마의 영향으로 한국을 또렷하게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에 대해 우호적인 발언을 하는 일본 지식인이나 재일동포를 협박하는 일본 우익 세력의 태도까지는 바꾸지 못하고 있다.○ 문화 장르로 자리잡은 일류 한류가 충격파의 형태로 일본에 전해졌다면 일류(日流)는 가랑비처럼 한국 사회에 스며들고 있다. 1998년 일본 대중문화 개방 이전부터 비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청소년들에게 전파됐던 만화와 애니메이션 외에 소설 음식 패션 드라마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은 1998년부터 2004년까지 4차에 걸쳐 국내 지상파 방송 부문을 제외하고 영화 비디오 음반 게임 방송 등 일본 대중문화에 대한 문호를 전면 개방했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무라카미 하루키나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을 읽고, 일본 음식점에서 규동(일본식 쇠고기덮밥)과 라멘을 즐긴다. 이 같은 민간의 문화 교류는 정치 상황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 일본에서 망언이 나오더라도 일본식 선술집 이자카야에서 사케(일본 술)를 즐기는 손님이 끊기거나 일본 소설 판매가 주는 일은 찾기 힘들다. 문화평론가 김지룡 씨는 “일본 문화는 한국에서 한 장르로 자리를 잡았다”고 말했다.○ “문화 교류는 갈등 후폭풍 완화하는 자양분” 사회 문화적 교류가 한일 관계의 질적인 개선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아직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한류로 인해 한국의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역사나 소설, 사상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높지 않다. 이 때문에 한류의 경제적 효과에만 치중하지 말고 한국의 역사와 문학 철학이 일본에서 출판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용덕 광주과학기술원 석좌교수(동양사학)는 “대중문화나 음식 등 일본과의 교류는 아직 피상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평가하고 “오에 겐자부로(노벨문학상 수상 일본작가)가 말했듯이 전쟁 체험 등 고난에서 우러나온 한국 문학의 진지함은 일본 문학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류를 문화 우월주의적 관점에서 인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가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거나 라멘을 먹으면서 일본 문화가 우월하다고 인식하지 않듯이 일본인들도 대부분 한국 문화를 여러 문화 중 하나로 즐긴다. 문화 교류는 일방적이지 않고 상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긍정적인 기대를 갖게 한다. 한영혜 서울대 일본연구소장은 “한국과 일본 모두 개인들의 욕구가 다양해지는 흐름 속에 있기 때문에 문화 교류의 필요성과 결과는 더욱 풍성해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겠지만 문화 교류를 통한 신뢰와 호감 쌓기는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막고, 갈등 이후 관계를 빠르게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자양분이 된다”고 말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 한-일 대학생들, 교류활동 해보니… ▼“원폭의 고통도 일제의 만행도 같이 공감”대학생 한일교류단체 대표들이 직접 보고 느낀 일본 젊은층의 역사 인식과 한국에 대한 이해는 어느 정도일까. 1986년 각각 설립된 한일학생회의와 한일학생포럼은 일본의 대학생 단체와 함께 매년 학술 세미나와 문화교류 활동, 역사현장 견학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온 대학생 연합 동아리다. 두 단체의 대표로부터 일본 학생들과의 교류 경험에 대해 들어봤다. 한일학생회의는 올해 8월 일본에서 일본 학생들과 일본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의 증언을 듣는 시간을 마련했다. “일본 학생들은 증언을 듣는 동안 대부분 너무나 슬픈 표정을 짓고 울기까지 했는데, 한국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무덤덤했어요. 토론 시간에 일본 학생들이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일본에 원자폭탄을 투여했다. 세계평화를 위해서 이런 일은 두 번 다시 있어서는 안 된다’는 피해자로서의 논리를 내세워 놀라기도 했죠.”(한희조 한일학생회의 위원장·18·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1학년) 한 위원장은 “한국 학생들이 ‘피폭자 개인적인 고통에는 공감이 가지만 일본이 자신들의 침략전쟁이라는 원인을 빠뜨린 채 세계평화를 위한다는 것은 모순’이라며 일본의 침략 사례를 이야기하자 일본 학생들이 ‘우리의 입장에서만 이야기를 전개한 것 같아 부끄럽다’며 눈물을 비쳤다. 서로를 이해하며 세미나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한일학생포럼도 올해 8월 일한학생포럼과 함께 한국에서 학술 심포지엄과 문화교류 활동을 펼쳤다. 올해 심포지엄 주제는 내셔널리즘, 북한, 일본군 위안부 문제였다. 신지연 한일학생포럼 회장(23·이화여대 영문학과 4학년)은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것보다 대부분 학생들이 열린 사고를 갖고 있고 서로를 이해하려 한다. 올해는 나눔의 집을 찾아가 일본 학생들이 위안부 할머니들을 만났는데 마음으로 그 아픔과 역사를 이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두 단체의 회장은 “한일 양국 대학생들의 직접적인 교류는 왜곡과 불신을 극복하고 더 나은 한일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데 꼭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일학생회의의 회원은 10여 명, 한일학생포럼의 회원은 20명이다. 적은 수이지만 이런 교류가 모여 한일 양국 이해의 기초가 된다는 믿음이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0-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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