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는 비보이 뮤지컬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비보잉이 세계대회 우승으로 한류의 주역이 되며 사회적 관심으로 떠오른 뒤 이 작품은 공연예술시장의 새로운 이슈로 등장했다. 하지만 저작권 논쟁, 임금 미지급 등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남긴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는 과연 현재 어떤 모습일까?
10일 서울 롯데월드예술극장에서 관람한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는 이제 추락의 마지막 단계에 서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어차피 이 공연의 줄거리는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길거리의 비보이와 상류층을 상징하는 발레리나의 러브스토리이다. 재벌 여자와 가난한 청년의 사랑과 같은 비슷한 구조다. 발레리나는 연습실 앞에서 떠드는 비보이들과 시비가 붙고, 무리 중에서 비보이 주인공을 사랑하게 된 발레리나 주인공은 자신의 길을 버리고 비보이가 된다.
1980년대 영화 '브레이크 댄스'나 최근 개봉된 'Step Up'과도 내용이 유사하다. 꿈 속에서 비보이가 발레리나를 악몽에서 구해주며 자신의 길을 포기하게 되는 급박한 이야기의 진행 등 스토리라인 전개가 부실함에도 새로운 연출이나 공연자들의 비주얼을 통해 작품이 살아나길 바랐다.
그러나 공연을 보면서 관객들이 그나마 반응할 수 있는 부분들은 길거리에서 춤을 추며 발레리나에게 과시하는 헤드스핀이나 에어트랙과 같은 비보이들의 화려한 파워무브, 발레리나의 스트레칭 같은 피지컬한 기술들, 고민하는 발레리나를 비웃는 길거리 댄서들의 개그연기 뿐이었다. 그것 또한 현저하게 떨어지는 공연자들의 기술, 아마추어적인 연기력에 실망만 더할 뿐이었다. 이런 연기를 보려면 차라리 전문적인 개그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것이 낫다. 또한 비보이들의 화려한 기술들을 보고 감탄하고 싶다면 비보이 세계대회 배틀을 보러 가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는 비보이의 화려한 움직임이 극장 안으로 들어와 텍스트를 가지려고 시도한 것에 큰 의미를 둘 수 있다. 발레리나가 악몽을 꾸는 장면에서 비보이들의 물구나무서기, 몸을 뒤집어 비틀기와 같은 독특한 동작과 마스크를 이용해서 연출한 괴기스러운 분위기는 새로운 움직임의 표현력으로 볼 수 있었다. 새로운 동작을 통해 움직임 표현의 영역을 확장하고, 대중들과 쉽게 교감할 수 있는 언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발전가능성을 제시했다.
앞으로 비보이 뮤지컬 등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공연예술의 형식을 좀 더 이해하고 예술적인 가치를 지닌 수준 높은 작품을 만들어 내어야 한다. 좋은 작품을 통해 세계시장에 진출하고 대중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새로운 공연예술로 성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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