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새샘

이새샘 차장

동아일보 산업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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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책과 시장에 대한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부알못’과 ‘부잘알’ 사이, 보통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부동산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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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25~2025-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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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집사 정호빈 “드라마에 빠진 40대男, 우스운 얘기만은 아니죠”

    “팬들에게서 앞치마를 다섯 벌 선물 받았어요. 젖소 모양도 있고 분홍색도 있어요. 앞치마 선물 받아보긴 처음이네요.” 그의 필모그래피에는 ‘실장’이라는 직함이 수두룩하다. 비서실장 정상록(‘꽃보다 남자’), 병원 기조실장 윤서진(‘산부인과’), 국가대테러정보원 실장 강철환(‘아테나: 전쟁의 여신’)…. 사극에서의 배역도 번듯하기가 ‘실장’에 버금가는 문노(‘선덕여왕’)나 우태(‘주몽’)였다. MBC 시트콤 ‘몽땅 내사랑’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마른 빨래를 얌전히 개키는 ‘김 집사’ 정호빈(41·사진)을 보고 놀라게 되는 건 이 때문이다. 이 시트콤으로 가장 ‘뜬’ 배우가 정호빈이다. 팬들은 김 집사 캐릭터를 반영한 가상 트위터(@Butler_Kim)를 개설했다. ‘까칠한 도시의 집사 까도집입니다’라는 소개글이 올라와 있다. 극 중 김 집사는 학원 원장인 김갑수(김갑수 분) 집안의 일을 도맡아 하는 인물. 김 원장에게 늘 쿠션으로 얻어맞으면서도 전 주인인 윤 회장이 망한 이유가 김 원장 때문이라고 믿고 복수를 꿈꾼다. 그가 복수를 위해 막장극 ‘욕망의 불똥’을 교과서 삼아 공부한다는 설정도 재미있다. 같은 채널의 주말극 제목이 ‘욕망의 불꽃’이다. “김 원장 집에 사는 옥엽(조권)과는 라면 한 젓가락, 로션 하나 가지고 악착같이 싸우는 치사한 어른이죠. 자신의 적인 미선(박미선)과는 드라마를 같이 보며 수다를 떨어요. 그런 허술한 모습에 인간미가 있죠. 동시에 김 원장이 쿠션만 집어 들어도 움찔하는 약한 모습에서는 비애가 느껴져요.” 그는 “주변에 김 집사처럼 드라마에 빠져 사는 중년 남자가 꽤 있다”며 “직장에서 업무에 시달리고, 집에 돌아와도 낙은 없고, 드라마 보면서 위안을 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드라마에 중독된 김 집사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는 남자가 많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누군가의 충복이거나 훌륭한 스승, 혹은 지독한 악역만 맡아 왔던 정호빈은 ‘찌질이’ 김 집사 연기를 통해 인생의 희로애락을 모두 보여주고 있다. “저에게는 김 집사 역할이 전환점이에요.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코미디 연기를 하고 있고,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는 역할이니까요. 요즘 정말 즐겁습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1-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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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뷰]‘스프링 스페셜 갈라’

    어둠이 깔린 무대로 처녀인 채 죽은 영혼, 윌리들이 등장했다. 발목까지 오는 풍성한 로맨틱 튀튀를 입은 윌리들은 처연하게 몸을 늘어뜨린 채 아라베스크 동작으로 천천히 무대를 가로질렀다. 정확하면서도 부드러운 동작은 스물여섯 송이 꽃잎이 바람결에 흩날리는 듯했다. 가득 찬 객석에서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2월 24∼27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국립발레단 ‘지젤’이 공연됐다. 파트리스 바르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 부(副)예술감독 안무로 국내 초연된 작품으로, 오페라극장 4층까지 모두 매진되는 신기록을 세웠다. 1일 ‘스프링 스페셜 갈라’에서도 ‘파키타’ ‘라 실피드’ ‘스파르타쿠스’ 등의 명장면과 ‘지젤’ 2막이 무대에 올랐다. 갈라 첫 순서로 공연된 ‘파키타’는 경쾌한 여성 군무진의 춤과 이번 ‘지젤’에서 주역 데뷔한 이은원 씨의 기교가 돋보였다. ‘해적’에서는 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지영 씨와 이동훈 씨가 화려한 점프와 턴을 선보였다. ‘스파르타쿠스’에선 모던발레에 가까울 정도로 파격적 동작이 돋보이는 스파르타쿠스(이영훈)와 아내 프리지아(고혜주)의 2인무, 발레리노 스물아홉 명이 등장하는 힘찬 군무가 펼쳐졌다. ‘지젤’은 발레가 안무와 연출, 의상, 조명, 무대미술이 한데 어우러지는 종합예술임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우선 러시아 버전의 ‘지젤’에 비해 한층 섬세한 마임이 돋보였다. 1막 지젤의 어머니가 윌리의 전설을 이야기하는 장면, 2막 동네 청년들이 무덤가에서 주사위놀이를 하는 장면 등을 통해 극적 구성력을 높였다. 남성 무용수 독무에선 고난도의 높고 복잡한 동작이 이어져 관객의 기대에 한껏 부응했다. 무대장치의 활용도 돋보였다. 지젤이 사는 시골마을이 배경인 1막에서는 무대 뒤편에 다리를 설치해 등장과 퇴장에 사용했다. 지젤이 알브레히트의 신분을 알고 미쳐가는 대목에서 이를 외면한 채 다리 위로 사라지는 귀족과 지젤의 비극이 극명히 대비됐다. 19세기 ‘지젤’이 초연됐던 당시 신분제 사회의 단편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탈리아 밀라노 공방에서 제작해 요즘 유행어 그대로 ‘이태리 장인이 한 땀 한 땀 정성들인’ 의상과 배경막은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특히 새벽이 밝아와 윌리들이 무덤으로 돌아가는 장면은 의상과 배경막, 조명이 하나로 어우러져 마치 무대 뒤로 사라지는 듯한 착시현상을 불러일으켰다. 갈라 공연에서는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의 에투알 무용수 마티아스 에만과 라에티시아 퓌졸 씨가 각각 알브레히트와 지젤을 맡았다. 27일 공연에도 무대에 섰던 이들은 깊이 있는 감정 표현과 음악에 녹아드는 춤을 선보였다. 에만 씨는 미르타의 주문에 숨이 다할 때까지 춤을 추는 장면에서 횟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의 앙트르샤를 선보여 뜨거운 갈채를 받았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아라베스크(arabesque) ::한 다리로 서서 다른 다리는 뒤로 올리고 충분히 뻗는 고정 자세.:: 앙트르샤(entrechat) ::무용수가 높이 뛰어올라 두 다리를 교차하는 스텝.:: 에투알(etoile) ::프랑스어로 ‘별’을 뜻하며 파리오페라발레단 수석무용수의 호칭으로 쓰인다.}

    • 2011-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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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날자, 잃어버린 꿈을 찾아서…

    LDP무용단(대표 신창호)은 2001년 창단한 뒤 2년마다 대표를 바꾸고 단원 전체가 안무가로 활동하며 활발히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등 국내 현대무용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왔다. 이 무용단이 대표 안무가 네 명의 신작으로 구성한 2011년 정기공연을 3월 5, 6일 서울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 올린다. 조지영 씨의 ‘지 스트링(G-string)’은 ‘나 자신의 성공에서만 신의 자비를 느끼는 겁쟁이가 되지 않도록 하시고, 나의 실패에서도 신의 손길을 느끼게 하소서’라는 타고르의 글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조 씨는 “꿈과 희망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의지에 관한 작품이다. 무용수는 여섯 명이 출연하는데 이들이 합쳐졌을 때 행운을 뜻하는 일곱 번째 알파벳 지(G)가 만들어진다. 바이올린의 가장 낮은 음을 내는 현이 바로 G스트링”이라고 설명했다. 공연 말미에는 작품의 주제를 표현한 영상이 등장한다. 김한성 씨의 ‘THe MAZe 미로’는 음악과 조명을 먼저 구상한 뒤 출발한 작품이다. 추억, 꿈, 현실이라는 3장으로 나눠 출구를 찾지 못하고 현실의 벽에 부닥치는 인간의 모습을 표현한다. 재즈댄스와 힙합 등 대중에게 익숙한 동작을 현대무용과 결합했다. 흰 까마귀란 뜻의 ‘화이트 크로우’는 차진엽 씨가 까마귀의 움직임에서 영감을 받아 창작한 작품. 역설적 제목은 백로도 아니고 까마귀도 아닌 혼란스러운 정체성을 뜻한다. 차 씨가 직접 자아를 찾아가는 흰 까마귀가 돼 춤을 춘다. 모두 7명이 출연하지만 차 씨와 남자 무용수 최낙권 씨의 2인무가 중심이다. 거대한 날개를 달고 차 씨의 여정을 돕는 최 씨의 이미지는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힙합댄서 출신 현대무용 안무가 이인수 씨의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우리가 꿈꾸는 이상적 사회는 이제 현실이 아니라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사회가 됐다’는 주제 의식에서 출발한다. 이 씨는 “착각, 상상, 회상 같은 머릿속의 풍경이 현실보다 더 풍요롭다는 것을 현실의 관객에게 몸으로 펼쳐 보이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연극적 요소와 마임을 함께 접목했다. 2만∼3만 원. 1544-1555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1-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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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고]한국미용계 대모 그레이스 리

    1970년대 세련된 커트머리를 선보이며 국내 헤어스타일 유행을 이끌었던 헤어디자이너 그레이스 리 (본명 이경자·사진) 씨가 28일 오전 11시 별세했다. 향년 79세. 1932년 태어나 이화여고를 졸업한 고인은 1968년 미용기술을 배우기 위해 미국으로 간 뒤 뉴욕 윌프레드아카데미를 졸업했다. 유명 헤어디자이너인 폴 미첼에게 배우고 1972년 귀국해 서울 도큐호텔에 ‘그레이스 리 미용실’을 열었다. 1976년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미국 패션잡지 ‘보그’에 소개됐으며 1979년에는 국제기능올림픽에서 한국 최초로 미용 부문에서 금메달을 받고 같은 해 석탑산업훈장을 받았다. 2001년 유방암에 걸린 뒤에도 요리 연구가로 활동하면서 2003년에는 경남 통영에서 식당을 열기도 했다. 2009년 자신의 삶을 담은 책 ‘오늘이 내 삶의 클라이맥스다’를 펴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발인 2일 오전 8시 30분. 02-3410-6907}

    • 2011-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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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사]MBC 계열사 사장 인사

    MBC가 충주와 삼척MBC 사장을 청주와 강릉MBC 사장이 겸임토록 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계열사 사장 인사를 24일 단행했다. 이에 따라 충주MBC 사장은 윤정식 청주MBC 사장이, 삼척MBC 사장은 임무혁 강릉MBC 사장이 각각 겸임한다. 광주MBC 사장에는 서경주 라디오본부장, 춘천MBC 사장에는 김재형 경영본부장, 목포MBC 사장에는 김성수 전 보도국장이 각각 선임됐다. 또 황희만 부사장이 MBC프로덕션과 MBC미디어텍 사장을, 안현덕 MBC플러스미디어 사장이 MBC스포츠 사장을 각각 겸임한다. MBC아카데미 사장에는 이주갑 시사교양국장, MBC미술센터 사장에는 조중현 TV제작본부장이 선임됐다. 이번 인사는 다음 달 2∼4일 열리는 MBC 관계사 주주총회에서 확정된다.}

    • 2011-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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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각이 쑥쑥!… 열려라, 책세상!]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아니?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이룰 수 있는지 가족 간 대화로 알기 쉽게 풀어냈다. 집안일을 할 때나 외식을 하러 갈 때, 영화관에 갈 때 등 가정에서 의사결정이 필요한 상황에 자유와 평등, 다수결 등 민주주의의 기본 개념을 자연스럽게 녹였다. ‘각자 잘할 수 있는 일을 해요’ ‘똑같아야 공평한 것은 아니에요’ ‘다 함께 토론으로 결정해요’ ‘좋아하는 것이 서로 다를 수 있어요’ 등 간단명료한 문장으로 각 장의 주제를 설명한 점이 돋보인다.}

    • 2011-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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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韓-佛 발레스타들 ‘봄의 왈츠’

    라에티시아 퓌졸, 마티아스 에만, 김주원, 김지영, 김현웅, 이동훈….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과 국립발레단의 스타들이 총출동하는 발레 공연이 열린다. 3월 1일 오후 5시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르는 ‘스프링 스페셜 갈라’다. 1부에서는 ‘라 실피드’ ‘탈리스만’ ‘스파르타쿠스’ ‘해적’ 등 고전발레 작품의 명장면을 볼 수 있다. 공기의 요정을 뜻하는 ‘라 실피드’는 발레 특유의 발끝으로 서서 춤추는 동작을 처음 도입한 작품으로서 낭만주의 발레의 효시로 불린다. ‘탈리스만’은 인간들이 바람의 신인 탈리스만의 부채를 훔치기 위해 님프에게 바람의 신을 유혹해줄 것을 부탁하는 내용. 이번에 공연되는 2인무는 님프가 바람의 신을 유혹하는 장면이다. ‘해적’는 터키 상인에게 노예로 팔린 그리스 소녀를 해적들이 구한다는 줄거리. ‘스파르타쿠스’는 고대 로마 검투사들의 이야기로 남성 군무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작품이다. 2부에선 최근 전석 매진된 국립발레단 ‘지젤’의 2막이 공연된다. 파리오페라발레단 에투알 무용수(수석 무용수)인 퓌졸 씨와 에만 씨가 주역으로 국립발레단원과 함께 무대에 선다. 원래는 퓌졸 씨와 또 다른 에투알 무용수인 마티외 가니오 씨가 호흡을 맞출 예정이었으나 부상으로 에만 씨로 교체됐다. 에만 씨는 27일 ‘지젤’ 공연에도 가니오 씨 대신 무대에 선다. 음악평론가 장일범 씨가 해설을 맡았으며 1부에서는 지휘자 박태원 씨, 2부에서는 이탈리아 지휘자인 마르지오 콘티 씨가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 5000∼10만 원. 02-587-6181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1-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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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라도 다함께/1부]원스톱 지원시스템 미흡

    《 임신과 출산에서부터 국적을 취득하기까지 결혼 이주 여성이 도움을 받아야 하는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의료기관 이용은 이들이 한국사회에서 느끼는 높은 장벽 중 하나. 몸이 아파도 어디를 어떻게 찾아가야 할지 막막해하는 경우가 많다. 말이 통하지 않아서 의사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고 넘어가기도 한다. 어려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자신이나 가족이 사고라도 당하면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애를 먹는다. 의사소통이 힘든 마당에 복잡한 법률문제에 부닥치면 더욱 난감해질 수밖에 없다. 이들이 한국에 들어온 뒤 겪었던 일을 인터뷰를 토대로 재구성했다. 》○ 중국에서 온 안선녀 씨(33) “남편분이 일하다 갑자기 뒤로 넘어지더니 일어나질 못하세요. 바로 응급실로 와주세요.” 수화기 너머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2009년 봄. 중국에서부터 알고 지냈던 남편을 한국에서 다시 만나 결혼한 지 4년째였다. 서울 구로구에 자리를 잡고 낳은 첫아이는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랐다. 둘째아이를 가진 지 7개월 정도 됐다. 남편은 언제나처럼 경기 시흥시의 전자회사로 출근했다. 평소 감기 한번 걸린 적 없이 건강했던 몸이라 이국땅에서 쓰러졌단 말에 하늘이 무너지는 듯했다. 불행은 벼락처럼 다가왔다. 전화를 끊고 병원으로 어떻게 갔는지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다. 경황이 전혀 없는 상태로 대림역 근처의 병원에 갔다. 나는 한국어가 서툴렀다. 일상생활에서는 별 어려움 없이 한국어를 말하는 정도였지만 깊이 있는 대화는 힘들었다. 의사가 이런저런 설명을 했지만 불안한 상태라 의학용어는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 내가 알아들은 말은 딱 하나뿐이었다. “수술하셔야 합니다.” 남편이 쓰러진 이유가 뇌출혈 때문이라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됐다. 의료기관을 찾을 때 다문화지원센터 같은 기관에서 통역 서비스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는 사실도 뒤늦게 접했다. 설령 그 사실을 알았다 해도 갑작스레 남편이 쓰러진 상황에서 도움을 청할 정신이 있었을까 싶다. 남편은 두 차례에 걸쳐 뇌수술을 받았다. 당시의 충격 때문인지 둘째는 8개월 만에 태어났다. 병원에서는 남편이 살아난 것이 기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수술 후 몸놀림이 자연스럽지 못했다. 말도 어눌해져서 일을 전혀 할 수 없었다. 다니던 회사도 관둬야 했다. 다행히 남편이 다니던 회사에서는 산업재해보상금으로 기존 월급의 일부를 지급한다고 했다. 관련 규정이 어떻게 되는지 담당자가 이야기해 줬지만 복잡한 서류에 어려운 용어가 많아서 애를 먹었다. 많은 말을 들었지만 “월급의 70%를 받을 수 있다”는 내용만 이해했다.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한 점이 많아도 물어보거나 도움을 청할 곳이 없었다. 관련기관, 담당자가 일을 처리하도록 전적으로 맡겨둘 수밖에 없었다. 둘째아이는 다행히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하지만 가족이 늘고, 원래 그리 많지 않던 남편의 월급은 더욱 줄어들어 생활을 꾸려 나가기가 벅차다. 남편의 병은 완치되지 않았다. 병원에 계속 다니며 약을 먹어야 한다. 집에서도 이유 없이 쓰러질 때가 있어 좀처럼 마음을 놓을 수 없다. 몇 년 뒤면 첫째가 초등학교에 들어간다. 모아둔 돈이 없어 걱정이다. 생활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까 싶어 얼마 전부터 동네 어린이들에게 중국어를 가르친다. 하지만 차비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이렇게 하루를 보낸다. 근근이. 가장 큰 걱정은 앞으로다. 우리 부부나 애들이 또 아프면 어떻게 하나….○ 베트남에서 온 Y 씨(23) 서울 영등포구에서 다섯 살짜리 아들을 키우며 남편과 함께 산다. 2006년 봄에 결혼하면서 한국에 오게 됐다. 요즘은 버스로 몇 정류장 거리의 다문화센터에서 베트남 친구들과 한국어 공부를 하고 생활정보를 나누며 지낸다. 생면부지의 나라,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낯선 곳에 처음 발을 디뎠을 당시의 막막함은 아직도 생생하다.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했다. 남편밖에 없었다. 아는 사람도, 기댈 사람도. 시어머니가 계시지 않아 모든 일을 전적으로 남편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한국어를 배우거나 다른 다문화가정 여성과 교류할 수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정보가 없는 건 남편도 마찬가지였다. 가끔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고 말하면 “돈 내야 하는데 왜 하느냐”며 반대했다. 빠듯한 형편에 남편까지 반대하니 한국어를 따로 배우는 일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1년 반이 넘도록 집에서만 지냈다. 의사소통이 되지 않으니 아찔한 상황이 많았다. 아이를 가졌을 때 4개월이 지나도록 임신 사실을 알지 못했다. 입덧이 심해지고 나서야 남편과 함께 병원을 찾았다. 아이를 가졌다는 말을 들었다. 임신 사실을 갑자기 알다니. 기쁘면서도 당황스러웠다. 말이 통하지 않아 산부인과를 혼자서 다닐 수 없었다. 출산 전까지 세 번 정도 병원에 가서 진찰 받은 게 전부였다. 아이를 낳고 나서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다. 모두 혼자 겪고 처리했다. 아이가 갑자기 아플 때가 특히 힘들었다. 몸이 약해선지 아이는 자주 아팠다. 감기라도 걸리면 몇 달씩 낫질 않았다. 속이 바짝 바짝 타들어갔지만 남편 없이는 손을 쓸 방법이 없었다. 의사가 증상을 말하면 남편이 듣고 다시 내게 설명했다. 왜 아픈지, 어떻게 해야 나을지 등 물어보고 싶은 점이 많았지만 답답하게 지내야 했다. 2007년 말, 외출했다가 우연히 베트남 출신 여성을 만났다. 한국어를 무료로 가르치는 곳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잔병치레를 많이 하는 아이를 돌보느라 힘들었지만 찾아갔다. 한국어를 배우지 않고는 지내기 힘드니까. 남편은 “비싼 돈 주고 책도 샀는데 왜 아직 말을 못 알아듣느냐”고 타박하기도 한다. 하지만 베트남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서로 도울 수 있어서 감사하다. 보수적인 시부모 때문에 외부활동에 어려움을 겪거나 이혼을 앞두고 체류나 국적문제로 고민하는 친구가 많음을 알게 됐다. 한국생활은 훨씬 즐거울 수 있었다. 다문화가정을 위한 서비스를 조금 더 일찍 알았다면 말이다. 입국 직후의 생활은 되짚어 보기 힘들 만큼 외로웠다. 하지만 내게는 꿈이 생겼다. 얼마 전 동사무소에서 운영하는 직업교육 프로그램에 신청해서 자리가 나길 기다리는 중이다. 아이가 좀 더 자라고 한국어가 능숙해지면, 내 일을 갖고 싶다. ▼ 생활지원 서비스 강화하려면 ▼지원센터 170곳 통번역 인력 확대… 언어별 의료-법률 매뉴얼 만들어야다문화가정은 병의원을 이용할 때 답답해한다. 결혼이민자 973명에게 의료문제로 가장 힘든 점을 물었더니 ‘언어소통을 하지 못해 치료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대답이 22.7%(220명)로 가장 많았다(한국보건사회연구원, ‘다문화시대를 대비한 복지정책방안 연구’, 2009년). 전국 다문화지원센터 170여 곳에서 일하는 통번역 인력은 지난해 6월 현재 198명이다. 센터마다 한두 명밖에 안 된다는 얘기다. 몽골어(12명) 태국어(5명) 인도네시아어(3명)가 가능한 인력은 극소수였다. 김민아 여성가족부 사무관은 “결혼이주여성이 쓰는 언어가 다양한 데 반해 통번역사가 부족하다. 요청이 들어와도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말했다. 의료뿐 아니라 법률과 행정 서비스도 마찬가지. 기본적인 어학능력은 물론 관련 지식이 부족하니 고충을 겪는 일이 잦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사업결과보고서(2009년)에 따르면 결혼이민자가 가장 많이 상담하고 싶은 주제는 체류와 국적취득 상담, 취업상담(55.8%)이었다. 다음은 부부문제(24.4%)와 자녀문제(7%). 이와 관련한 법률자문이나 상담은 대부분 외부인사의 특강 형식이어서 체계적이지 못하다. 전문가들은 의료 법률분야에서 사각지대에 놓인 다문화가정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언어의 통번역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다문화가정에서 주로 생기는 의료 법률 문제를 언어별로 상세히 정리한 매뉴얼을 발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충청도 경기도와 협약을 맺고 다문화가정을 위해 법률 상담을 하는 박연철 법무법인 정평 대표는 “다문화가정에서 주로 상담하는 국적 취득 관련 사항은 전문가의 검증을 거쳐 이해하기 쉽게 번역해서 배포해 주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에 먼저 들어온 이주민이 나중에 입국한 여성을 위해 멘터 역할을 하는 식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체계적인 한국어교육 프로그램도 중요하다.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도 관련 정보가 없거나 교재비 또는 교통비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결혼이주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방문교육 프로그램을 여성가족부가 만들었지만 전체의 10% 정도만 이용한다. 최충옥 경기도다문화교육센터 소장은 “한국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언어능력이 필수지만 현재는 한국어 교재조차 통일되지 않았다. 이민자의 다양한 한국어 수준에 맞춰 효율적인 교재를 개발하고, 여러 곳으로 나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1-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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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새샘 기자의 고양이끼고 드라마]일드의 ‘한드 따라하기’

    《킬힐을 신고 취재 현장을 누비는 ‘차도녀’. 하지만 집에 들어서는 순간 ‘건어물녀’로 변신한다. 헐렁한 티셔츠 차림에 오징어를 안주로 맥주를 마시면서 드라마 보는 게 낙이다. 드라마를 볼 땐 꼭 고양이를 옆구리에 끼고 본다. 고3 때도, 경찰서 수습기자 시절에도 한국은 물론 일본 미국 영국까지 드라마란 드라마는 거의 다 챙겨봤다. 그 결과 다크서클과 안구건조증에 시달리고 있다. “안 본 드라마가 없다”고 자신하는 이새샘 기자가 격주로 드라마 칼럼 ‘고양이 끼고 드라마’를 연재한다.》 잘 컸구나, 한국 드라마….일본 드라마(일드)의 오랜 팬이라면 요즘 이렇게 느낄 만하다. 한때 ‘일드 따라한다’며 표절 논란에 휩싸이곤 했던 한국 드라마(한드)가 이젠 일드의 벤치마킹 대상이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주인공, 고부갈등을 겪는 아내, 백마 탄 왕자를 만나는 신데렐라…. 한드의 단골 소재들이 최근 일드로 줄줄이 출장 중이다. 그야말로 ‘일드 안에 한국 있다’.지난달 시작한 일본 TBS의 ‘겨울의 벚꽃’은 시한부 인생을 사는 여자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는 남자의 이야기다. 제목부터 수상하다 했는데 프로듀서는 솔직했다. “‘겨울 소나타’(‘겨울연가’의 일본 제목)에 지지 않는 러브 스토리를 만들고 싶다.”새하얗게 눈 덮인 풍경, 남녀 주인공이 목도리를 두르고 등장하는 포스터까지 일본에서 대박을 터뜨린 ‘겨울연가’(2002년)와 똑같다. 여주인공은 사고로 기억상실증에 걸렸다 기억을 되찾지만 이번엔 뇌종양에 걸렸다는 사실이 밝혀져 남자 주인공과 슬픈 사랑을 한다. ‘겨울연가’에서는 남자 주인공 이민형(배용준)이 기억상실증에 걸리고 나중에는 시력을 잃으면서 여주인공 정유진(최지우)과 애틋한 사랑을 했다. 이래도 모를까봐 드라마 초반에는 아예 최지우가 지나가는 여인으로 깜짝 출연했다.후지TV가 지난달부터 방송 중인 ‘외교관 구로다 고사쿠’는 ‘아이리스’(2009년)와 비슷하다. 해외 로케이션으로 이목을 끌었던 ‘아이리스’처럼 1회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찍었다. 주인공 고사쿠는 직업이 외교관이지만 하는 일은 비밀작전을 수행하는 스파이다. 딱 국가안전국(NSS) 요원 김현준(이병헌)이다. 이를 인증이라도 하듯 이병헌이 드라마 초반 주인공을 돕는 비밀요원으로 카메오 출연했다.후지TV가 지난해 5∼7월 내보낸 ‘달의 연인’은 줄거리만 보면 ‘차도남’이 등장하는 전형적인 한드식 신데렐라 드라마다. 인테리어업체 사장인 남자 주인공이 첫눈에 반한 여공을 회사 모델로 발탁해 신데렐라로 만들어 준다는 내용이다.한드를 벤치마킹한 드라마들은 일드 중에서도 ‘힘 준’ 드라마에 속한다. ‘겨울의 벚꽃’의 주인공은 일본 국민 아이돌 그룹 ‘SMAP’의 구사나기 쓰요시가 맡았다. ‘외교관…’의 주연은 ‘춤추는 대수사선’으로 일본 국민배우 반열에 오른 오다 유지다. ‘달의 연인’은 시청률 제조기로 불리는 일본 최고 스타이자 SMAP의 멤버인 기무라 다쿠야가 주인공으로 나왔다. 하지만 이들 드라마에 대한 반응은 아직 미지근하다. ‘달의 연인’은 일드의 황금시간대로 꼽히는 월요일 오후 9시에 방영된 ‘게쓰쿠(月9) 드라마’임에도 시청률은 10% 중반에 머물렀다. ‘겨울의 벚꽃’이나 ‘외교관…’도 첫 회 시청률이 10% 중반이었고 그 뒤론 계속 떨어지고 있다. 한드 특유의 자극적인 맛이 없어서일까. 한드가 티오피라면 한드를 벤치마킹한 일드는 그냥 커피?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1-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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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할머니 막춤’ 예술로 재탄생하다

    무대 배경막은 언뜻 그저 하얀 스크린으로 보였다. 눈을 더 크게 뜨자 흰색 러닝셔츠, 흰색 속치마와 속바지, 흰색 ‘메리야스’를 켜켜이 덮어 놓은 모습이 보였다. 그냥 스쳐 가면 알아채지 못할 일이다. 하지만 알고 보면 그 안에 쌓이고 쌓인 사람의 인생이 아로새겨져 있다. ‘삶 속에 예술이 있다.’ 18∼20일 서울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무대에 오른 안은미컴퍼니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는 이 간단하지만 깨닫기 힘든 사실을 상기시킨 작품이었다. 무용단은 지난해 10월 3주 동안 전국을 돌며 춤추는 할머니들을 영상에 담았다. 이때 모은 할머니 220여 명의 춤사위는 이번 공연의 모티브가 됐다. 공연 첫머리부터 할머니들의 춤을 불쑥 내밀며 ‘예술로 느끼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잘 다듬어진 연출로 차곡차곡 단계를 밟아 나가며, 말미에는 누구나 엉덩이 들썩거릴 정도로 신나는 무대를 만들어냈다. 공연 첫머리, 무대 배경막에 영상이 비쳤다. 누구나 고향 가는 길에 볼 수 있을 법한 풍경이다. 교통표지판, 주유소, 잡초가 자란 시골길, 다시 교통표지판…. 로드무비를 연상시키는 화면 앞으로 안무가 안은미 씨가 등장해 뭔가를 찾기라도 하듯 흔들흔들 걸음을 걷다 곱게 인사를 했다. 그리고 난장에 가까운 춤판이 벌어졌다. 가위 ‘막춤의 예술화’였다. 무용수들이 쏟아져 나와 무대를 가로지르며 뛰고 구르고 흔들어댔다. 양팔을 나란히 앞으로 세워 흔들흔들하거나 별안간 하늘로 손을 찔러댔다. 화려한 비보잉 기술과 곡예에 가까운 동작들이 ‘관광버스 춤’을 만나 강렬한 비트의 전자음과 어울렸다. 무용수들의 엄청난 에너지와 탁월한 신체능력, 잘 계산된 무대 사용이 어우러지면서 막춤도 춤이라는 사실을, 막춤도 예술이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할머니 특유의 ‘몸뻬 패션’ 역시 패셔너블한 무대의상으로 재탄생했다. 무용수들 모두 시골 5일장 좌판에서 갓 사온 듯한 강렬한 색감과 무늬의 의상을 쉴 새 없이 갈아입었다. 뽀글거리는 ‘할머니 파마’는 기본이다. 각종 형광색과 원색의 조합은 나름의 미감을 확보하며 ‘한국형 키치 패션’으로 거듭났다. 다음은 이 예술의 원천이 무엇인지 확인할 차례다. 무대 배경막으로 춤추는 할머니들 영상이 줄지어 등장했다. 과수원, 구멍가게, 미용실, 공중전화 부스, 버스터미널 대합실…. 제각기 다른 일상의 공간에서 할머니들은 수십 년간 기억해 오던 대로 박자를 탔다. 관객들은 왁자지껄 웃음을 터뜨리거나 박수를 치며 할머니들의 삶이 낳은 특유의 몸짓에 빠져들었다. 그제야 비로소 주인공들이 등장했다. 무용단이 작년 10월 만났던 경북 영주시 할머니 23명과 전북 익산의 신점순, 김길만 씨 부부가 무용수들의 손을 잡고 차례차례 무대로 나왔다. ‘사의 찬미’ ‘단발머리’ ‘여군 미스리’ 등 귀에 익숙한 가요 선율과 함께 날것 그대로의 막춤이 펼쳐졌다. 작품이 말하는 메시지는 신 씨, 김 씨 부부가 춤을 끝낸 뒤 더욱 분명해졌다. 무용수들이 차례로 등장해 부부에게 큰절을 올렸다. 그리고 함께 추는 춤이 이어졌다. 시종일관 열기를 뿜으며 달려오던 무대가 유일하게 숙연해진 순간이었다. 이름 없던 할머니들의 춤은 그렇게 무대로 호명돼 찬사를 받았다. 촌스럽지 않다, 늙거나 병들지도 않았다, 오히려 아름답고 힘이 넘치는 춤이라고. 공연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미러볼 수십 개가 내려와 나이트클럽을 연상케 하는 춤판이 벌어지면서 할머니들은 객석으로 손을 내밀었다. 무대 위로 올라오라는 그 부름에 관객 상당수가 거리낌 없이 무대에 올라 미친 듯이 몸을 흔들었다. 교복 차림의 학생, 푸른 눈을 한 외국인, ‘킬힐’ 신은 아가씨와 양복 입은 아저씨…. 춤추는 할머니 영상 말미 등장했던 ‘笑門萬福來·웃으면 복이 옵니다 舞門萬福來·춤추면 복이 옵니다’라는 문구는 그렇게 무대에서 실현됐다. 모든 사람의 춤사위와 삶이 예술이 되는 순간이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1-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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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BC 주말 뉴스데스크에 항의 빗발

    지난해 말 개편한 MBC 주말 뉴스데스크가 최근 엉성한 보도를 잇달아 내보내 시청자들의 항의와 조롱을 받고 있다.19일 방송에서는 ‘개 농장에서 관리인이 아직 훈련받지 않은 시각장애인 안내견에게 물려 숨졌다. 근처에 골든레트리버 한 마리가 목줄이 풀린 채 돌아다니고 있었다’고 보도했다.이 보도가 나가자 “어떻게 물려 죽었다고 단정하느냐” “시각장애인 안내견은 그런 개 농장에서 훈련하지 않는다” “이름 없는 인터넷 언론의 뉴스보다 부정확한 내용이다” 등 누리꾼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이 사건을 담당한 충북 옥천경찰서 측은 21일 본보와의 전화에서 △아직까지 개에게 물려 죽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시각장애인 안내견이 아니며 △레트리버와 섞인 잡종이라고 뉴스데스크의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13일에는 ‘게임이 청소년 폭력성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하겠다’며 청소년들이 게임에 열중하고 있는 PC방의 전원을 갑자기 끈 뒤 그 청소년들이 거칠게 반응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방송해 ‘억지 보도’라는 비판을 받았다.누리꾼들 사이에는 이를 패러디한 ‘폭력성 실험’ 놀이가 아직까지 인기를 끌고 있다. ‘기자들이 기사 작성 중인 컴퓨터의 전원을 순간적으로 모두 꺼보았습니다’ ‘내기 장기가 한창 진행 중인 어르신들의 장기판을 순간적으로 발로 모두 엎어보았습니다’는 식이다.심지어 MBC ‘무한도전’도 19일 출연자들이 일본 오호츠크 해의 설원 생활에 도전하는 내용을 방송하면서 이를 패러디했다. 박명수가 상대 팀인 ‘음식팀’이 만들고 있던 이글루를 고의로 부수는 장면에서 ‘음식팀의 공격성을 알아보기 위해 이글루를 부숴보겠습니다’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방송사의 대표적인 뉴스 프로가 자사의 오락 프로에서도 조롱거리가 된 것이다. MBC는 지난해 11월 주말 뉴스데스크의 방송 시작 시간을 오후 9시에서 8시로 바꾸면서 최일구 앵커를 내세우고 홍보비로 약 20억 원을 썼다. 하지만 ‘예능 뉴스’라는 비난을 받으면서 시청률도 상승세를 타지 못하고 있다. 19일과 20일 시청률은 10.3%와 9.2%(AGB닐슨미디어리서치·전국 기준)였다. 같은 시간대의 SBS 8뉴스는 10.0%와 9.0%를 기록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1-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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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리꾼 박애리, 팝핀현준의 ‘공연하며 결혼식’

    “내일 또 결혼식 축가 부르러 가야 되는데, 축가 100번 부르면 시집 못 간다는데….” 소리꾼 박애리 씨의 말에 객석에선 웃음이 터졌다. “내 님은 어디 계실까”라는 말이 끝나자 함께 국립창극단에서 활동하는 소리꾼 남상일 씨가 나와 “내가 잘 아는, 손발이 막 꺾이는 동생이 있다”며 팝핀현준(본명 남현준) 씨를 소개했다. 신랑신부의 만남이 이렇게 무대에 재현됐다. 20일 오후 1시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소리꾼 박 씨와 힙합댄서이자 가수인 팝핀현준 씨의 ‘공연 속 결혼식’이 열렸다. 두 사람은 작년 4월 국립관현악단 공연 ‘뛰다 타다 놀다’에서 만나 사랑을 키워 왔다. 공연 첫머리는 팝핀현준 씨와 동료 댄서들이 펼치는 힙합댄스가 장식했다. 이어 한복 차림으로 등장한 박 씨는 ‘춘향가’ 중 사랑가 대목을 구성지게 풀어냈다. 퍼포먼스 뒤 일반적인 형식으로 이어진 예식에서는 김명곤 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장이 주례를, 남 씨가 사회를 맡았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1-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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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정책 토론회 쓴소리

    “젊은 시절 뮤지컬 배우와 스태프로 일할 때, 은행에서 직업이 분명치 않다고 카드 발급을 거부당한 적이 있습니다. 한국 예술가는 다른 직업인과 달리 미래에 대한 보장을 받을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뮤지컬 음악감독 박칼린 씨) 17일 오전 10시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주최로 2011년 문화예술분야 정책현장 업무보고 및 토론회가 열렸다. 미술, 공연, 문학, 음악 등 문화예술계 인사들에게 문화부 2011년 주요 업무 계획을 알리고 이에 대한 의견을 듣는 자리였다. 이날 업무보고 뒤에는 미술시장 활성화 방안과 예술생태계 활성화 방안 등 두 가지 주제로 토론회가 진행됐다. 예술생태계 활성화 방안에 관한 토론에는 연극배우 박정자 씨, 뮤지컬 음악감독 박칼린 씨, 김용걸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 백주영 서울대 음대 교수, 시인 신영목 씨 등이 참석했다. 박정자 씨는 “최근 국립극단 ‘오이디푸스’ 공연 뒤풀이에서 후배 배우가 ‘우리는 벼랑 끝에 서 있다’는 말을 했다. 직업 예술인 역시 4대 보험 등 다른 직업인들과 비슷한 수준의 복지가 보장돼야 한다. 이를 위해 예술인복지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예술인 복지 외에도 예술교육에 대한 여러 제안이 나왔다. 박칼린 씨는 “현재 뮤지컬학과에서는 대부분 배우만 키우는데 그보다는 기초라 할 수 있는 극작가, 음악가, 스태프를 키우는 데 주력해 창작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 이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발레학교 설립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현재 한국 발레는 겉으로만 화려할 뿐 2, 3년 뒤면 그 동력이 떨어질 위기에 처해 있다. 어릴 때부터 전문적인 교육을 할 수 있는 발레학교 설립이 필요하다”는 것. 백 교수는 “영재교육 외에도 지역마다 음악센터를 설립하는 등 지방과 서울의 문화격차를 줄이고 생활 속에서 예술을 즐길 수 있게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1-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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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영상물 속 셜록 홈스, 원작과 비교해보니

    셜록 홈스 시리즈는 출간 당시부터 현대까지 ‘셜로키언’ ‘홈지언’ 같은 홈스 팬을 가리키는 단어를 만들어낼 정도로 인기를 끌어왔다. 그만큼 홈스를 영상으로 재탄생시키는 작업도 활발했다. 수많은 영상 속 홈스 중 최근 등장한 두 명의 홈스를 원작과 비교했다. ▽BBC ‘셜록’: 21세기형 디지털 노마드=파이프 담배 대신 니코틴 패치를 붙이고, 지팡이 대신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자유자재로 활용한다. ‘연역의 과학(The Science of Deduction)’이라는 홈페이지를 운영하며 사건 의뢰를 받는다. 홈스의 정보원이었던 베이커가의 부랑아는 도심 곳곳에 정보망을 지닌 노숙인들로 바뀌었다. 그러나 존 왓슨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그의 신분을 알아맞히는 추리력이나, 실험을 위해 시체에 채찍질을 서슴지 않고 심심하다며 벽에 권총을 쏘아대는 괴팍한 모습은 원작 소설 그대로다. ▽영화 ‘셜록 홈즈’: 격투기를 즐기는 액션영웅=시대 배경은 원작 소설과 같지만 홈스(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왓슨(주드 로)의 모습은 많이 바뀌었다. 홈스는 격투기를 즐기는 근육질 액션 영웅이다. 원작에서도 홈스는 권투와 유도에 능한 인물로 나오지만 그보다는 깡마르고 신경질적인 모습이 부각돼 왔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홈스 특유의 레인코트도 입지 않는다. 가장 많이 변한 것은 왓슨의 캐릭터다. 왓슨은 원작 소설에서 흔히 ‘좋은 의사’, 즉 홈스의 괴팍한 성격을 감싸주는 인물로 나온다. 이 영화에서는 성격이 급하고 때로는 홈스보다 앞서서 사건을 해결해 가기도 한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1-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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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매진… 매진… 매진… 국립단체 공연들 이유있는 흥행돌풍

    《국립발레단 ‘지젤’은 개막을 2주 앞둔 10일 전석 매진됐다. 국립발레단 창단 49년 만에 처음 있는 전 공연 전석 매진이다. 추가 판매에 들어간 5000원짜리 4층 객석 역시 16일 현재 40% 이상 팔렸다. 공연장인 서울 예술의전당 4층 객석은 시야 확보에 좋지 않아 보통 티켓을 판매하지 않는다. 이 극장 객석은 2200여 석으로, 전체 5회 공연의 티켓 수익은 약 2억5000만 원에 이른다. 1월 국립현대무용단 창단공연 ‘블랙박스’는 2회 공연이 모두 매진돼 공연을 1회 추가했고 이 역시 매진됐다. 13일 막을 내린 재단법인 국립극단 창단공연 ‘오이디푸스’ 역시 22회 공연 중 후반부 10여 회의 공연이 매진됐다. 시야가 제한되는 3층 주변부 자리를 추가 판매했는데 역시 모두 팔렸다.》 발레, 현대무용, 연극 등 순수예술을 무대에 올려온 국립단체들이 공연 비수기인 1, 2월에 잇달아 흥행 돌풍을 몰고 온 이유는 뭘까. 법인화 이후 초대권으로 객석을 채우면서 구태의연한 작품으로 공연 횟수 채우기에만 급급했던 과거 ‘철밥통 시절’과 달라졌기 때문이다. 세 단체의 관객 친화적 변신의 바람을 살펴봤다.○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 세 단체는 공통적으로 “마케팅 전략을 차별화했다”고 성공 전략을 밝혔다. 국립발레단은 지난해 여름부터 공연 휴식시간에 다음 공연 티켓을 30% 할인해 판매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공연에서 이번 ‘지젤’ 티켓의 절반이 팔렸다. 발레단은 “‘백조의 호수’나 ‘호두까기 인형’은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작품이어서 고정 발레팬 외에도 다양한 관객이 온다. 이때 ‘지젤’을 홍보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국립현대무용단은 현대무용의 주 소비층을 20, 30대 여성으로 보고 이들을 겨냥한 마케팅에 주력했다. 강남대로와 신촌, 홍익대 등에 포스터를 붙이고 지역 케이블TV에 광고를 했다. 인터넷 검색포털 네이버 홈페이지에 배너 광고를 하고 아이폰 앱도 개발했다. 국립극단은 1만 원이란 저렴한 가격에 프리뷰 공연을 2회 진행해 ‘입소문 마케팅’을 펼쳤다.○ 경쟁시스템 도입 세 단체의 또 다른 성공 전략은 단원들 간의 경쟁 시스템을 정착시켰다는 점. 국립극단은 전속단원제를 없애고 오디션을 거쳐 작품별로 외부에서 배우와 스태프를 뽑는 프로덕션 시스템으로 전환했다. 전속단원 시절엔 역할에 상관없이 회당 5만 원의 출연수당을 받았다. 이번 공연에선 경력과 배역, 티켓파워 등을 고려해 차등 계약이 이뤄졌다. 국립현대무용단 역시 공연마다 오디션으로 무용수를 뽑는 프로젝트 방식으로 운영한다. 국립발레단은 2008년부터 공연 횟수와 배역의 비중에 따라 무용수들에게 공연 수당을 차등 지급했다. 회당 10만∼80만 원으로 차이가 난다.○ 작품 완성도를 위한 과감한 투자 작품 전체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도 힘을 쏟았다. 국립발레단 ‘지젤’의 무대와 의상은 이탈리아 밀라노 현지에서 제작했다.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에서도 활동했던 무대 디자이너 루이사 스피나텔리 씨와 의상 디자이너 파올리노 리브라라토 씨의 작품이다. 최태지 국립발레단장은 “한 번이 아니라 10, 20년 공연할 수 있는 레퍼토리 작품이 될 수 있게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이디푸스’ 역시 레퍼토리화를 목표로 4억 원이 넘는 제작비를 투입했다. 가파른 절벽을 형상화한 파격적 무대, 공연 중 흰 분필로 이뤄지는 미술 퍼포먼스, 국악을 활용한 원초적 음악으로 종합예술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블랙박스’ 역시 홍승엽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의 기존 작품을 바탕으로 했지만 의상이나 무대 등을 새롭게 제작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1-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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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1세기 ‘까도남’ 원조” 셜록 홈스가 뜬다

    “와우! 초시크남(超chic男·매우 멋진 남자)이다!” “정말 사랑스러운 캐릭터, 시즌2 빨리 방송해 주세요.” 아이돌 스타들처럼 팬들의 시끌벅적한 환호를 누리는 남자가 있다. 영화와 드라마, 소설과 만화 등 장르를 종횡무진 가로지르며 끊임없는 이미지 변신으로 화제를 모으는 스타다. 1887년 태어나 100년이 훌쩍 지난 2011년에도 여전히 탄탄한 팬층을 거느리며 건재함을 과시하는 이 스타는 ‘셜록 홈스’다.○ 21세기에 새롭게 태어난 100년 전 명탐정 케이블 채널 OCN은 9일부터 영국 BBC가 제작한 21세기 버전의 ‘셜록’을 인기리에 방영 중이다. 지난해 8월 영국 현지에서 방영돼 28%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던 화제작이다. 지난해 말 KBS가 성우들의 더빙을 입혀 방영한 후 한국에도 입소문이 나 이달 출시된 ‘셜록’의 DVD는 교보문고, 인터파크, 예스24 등 곳곳에서 품절됐다. BBC는 시즌1의 인기에 힘입어 시즌2를 제작해 올 하반기에 방송할 예정이다. 국내 팬들은 “빨리 시즌2를 보여달라. 보고 싶어 현기증이 난다” “가을까지 어떻게 기다리느냐”며 방영을 재촉하고 있다. 최근 한 달간 국내에서 ‘셜록’을 언급한 트윗만 5000개가 넘는다. 셜록 홈스의 활약을 다룬 소설도 새로 나온다. 영국의 아서 코넌 도일 재단은 최근 셜록 홈스의 새 시리즈를 9월 출간한다고 밝혔다. 10대 스파이를 다룬 소설 ‘알렉스 라이더’의 작가 앤서니 호로비츠가 집필자로 선정돼 원작의 배경을 그대로 가져와 새로운 에피소드를 쓰고 있다. 국내의 경우 셜록 홈스 완역판이 2002년 출간된 후 지금까지 약 150만 부가 팔려나갔다. 만화가 권교정 씨는 셜록 홈스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 ‘셜록’을 만화 잡지 ‘파티’에 연재해 지난달 말 1권을 단행본으로 출간하기도 했다. 영화 ‘셜록 홈즈’는 2009년 12월 개봉했으며 올 12월 2편이 나온다. ○ 홈스, 까칠한 매력의 도시 남자 “내가 쓴 문장 하나하나가 오로지 홈스의 활약상을 그리는 데 바쳐져야 한다.” 원작에서 홈스의 파트너로 소설의 화자를 맡은 왓슨이 홈스에 대해 불평한 대목이다. 자아도취가 강한 홈스의 면모를 잘 보여주는 대사다. 홈스는 냉철하면서도 인간적 면모를 지닌 인물이다. 감정을 배제한 채 연역법에 기대 냉정한 추리를 펼치지만 코카인과 모르핀에 탐닉하기도 한다. 장르문학 전문 출판사인 황금가지의 김준혁 편집장은 “셜록 홈스는 까도남(까칠한 도시 남자)의 원조 격”이라며 “캐릭터 자체가 매력적이고 다양한 해석이 가능해 장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넌 도일의 원작 외에 다른 작가가 쓴 셜록 홈스 외전들도 시장에서 반응이 좋다는 것이다. 박광규 계간 미스터리 편집장은 “홈스 이전에도 명탐정은 있었지만 명석한 두뇌만 강조되는 경우가 많았다. 홈스는 피가 도는 인간미를 지닌 명탐정으로 캐릭터가 워낙 확실히 구축돼 있어 시대나 공간이 바뀌더라도 특유의 재미를 잃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과학적 확실성에 대한 향수 자극 셜록 홈스가 최근 들어 인기를 누리는 또 다른 비결은 원작의 시대적 배경이 현대와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원작은 19세기에서 20세기로 바뀌는 영국 빅토리아 시대가 배경이다. 셜록 홈스 시리즈는 당시 시대상을 충실히 담은 사회소설로 인기를 모았다. 왓슨은 아프가니스탄전쟁에서 돌아온 군의관이고 홈스는 실험에 집착하는 과학자의 전형이다. ‘주홍색 연구’에서는 모르몬교도들이 미국 유타 주에 정착하는 모습이 나오고, ‘네 사람의 서명’엔 인도의 반영(反英) 혁명인 세포이 항쟁이 그려진다. 과학과 산업이 따라잡기 어려운 속도로 발전하고 전쟁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점이 지금의 정세와 다르지 않다. 이동신 서울대 영문과 교수는 “급속히 변화하는 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무엇을 믿어야 하는지 불확실하기 때문에 과학적 확실성에 강한 향수를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원작 소설이 나왔을 때나 지금이나 논리적 추리를 선보이는 홈스가 인기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1-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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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인자 씨 러 이르쿠츠크大 名博

    박인자 한국발레협회장(숙명여대 무용과 교수)이 러시아 이르쿠츠크국립대로부터 한국과 러시아의 공연예술교육 교류 증진에 기여한 공로로 명예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는다. 학위 수여식은 19일 오후 2시 서울 강북구 서울사이버대 신일캠퍼스 실내 스타디움.}

    • 2011-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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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의 눈/이새샘]인터넷 ‘인격살인’ 늘어만 가는데…

    2009년 12월 연극배우 최모 씨는 자신이 속옷만 입고 있는 사진이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 사이트에 기사와 함께 게재된 것을 발견했다. 이미 최 씨가 노출 연기에 부담을 느끼고 이 공연에서 하차한 뒤였다. 최 씨를 대신해 무대에 오를 여배우를 소개하는 기사에 최 씨의 노출 사진을 게재한 것이다. 사진은 이미 각종 게시판과 홈페이지 등에 걷잡을 수 없이 퍼진 상태였다. 최 씨는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해 기사 제공 언론사와 포털 등 약 50개 매체에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포털은 해당 기사를 모두 삭제했다. 15일 언론중재위 발표에 따르면 이처럼 포털 사이트에 게재된 기사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가 급증했다. 지난해 1년간 포털 사이트에 대해 조정을 신청한 사례는 803건. 2009년보다 667건 증가했다. 전체 조정청구 건수는 전년 대비 632건 증가한 2205건이었다. 전체 증가분을 포털 사이트가 채운 셈이다. 매체 유형별로 봤을 때도 전체 건수 중 포털과 같은 인터넷 뉴스 서비스로 인한 청구가 841건(38.1%), 인터넷 신문 567건(25.7%)으로 인터넷 매체로 인한 피해가 전체의 63.8%를 차지했다. 포털 사이트에 대한 조정 청구가 가능해진 것은 2009년 8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이 개정된 이후부터다. 개정된 언론중재법 제9조 1항은 언론중재를 신청할 수 있는 대상을 ‘언론, 인터넷 뉴스서비스 및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의 보도 또는 매개’로 규정하고 있다. 기사를 실어 나르기만 하는 포털 역시 언론의 역할을 한다고 보고 포털에 게재된 기사가 개인의 인격권을 침해할 경우 포털에도 책임을 묻겠다는 뜻이다. 황용석 건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인터넷 매체는 기사가 검색에 최대한 빨리 노출되도록 해서 트래픽을 끌어오는 검색추출 경쟁을 펼치기 때문에 제대로 된 검증 없이 보도하는 경우가 많다. 확인 없이 기사를 받아쓰거나 자극적인 제목과 기사가 쏟아지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포털은 이 같은 기사를 더욱 많은 사람이 보도록 매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익명으로 오보가 난 경우에도 댓글을 통해 신상정보가 노출돼 더 큰 피해로 이어지기도 한다. 인터넷에 한 번 오른 기사는 빛의 속도로 복제돼 퍼져나간다. 잘못된 기사를 수정하거나 지울 수 있다 하더라도 이미 쏟아진 기사를 주워 담아 완전한 피해구제를 기대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철저한 사실 확인이나 개인의 권리에 대한 배려 없이 ‘트래픽 끌어오기’와 ‘조회수 경쟁’에 치중하는 인터넷 신문과 포털에 더 엄격한 잣대가 필요한 이유다.이새샘 문화부 iamsam@donga.com}

    • 2011-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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