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급 엔터테이너 유세윤의 예능세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31일 19시 17분


A급은 아니다. 그런데 B급도 아니다. 뭐라 정의할 수 없는 함수 X를 써서 X급이라 해야 할까. 개그에서 음반 활동까지 유세윤(31)이 그만의 '예능세계'로 주목받고 있다. 그는 KBS '개그콘서트'에서 복학생 캐릭터와 '사랑의 카운슬러' 코너를 통해 '주류' 개그맨으로 떴다. 하지만 '개콘으로 성공한 개그맨은 버라이어티 쇼 진행자를 한다'는 공식을 깨고 굳이 비주류의 길을 걷고 있다. 그에게 '작가주의 예능인' 'X급 딴따라'라는 이름이 붙는 이유다.

"어느 한 분야에서 활동하기보다 새로움을 창조하는 예술인이 되고 싶다"는 그의 말처럼 유세윤의 활동 분야는 지상파나 개그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개그맨 신분'으로 활동하는 건 MBC '황금어장'의 '무릎팍도사' 출연 정도다.

요즘 그는 오히려 '음악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가 결성한 2인조 그룹 'UV'가 지난 28일 발표한 신곡 '이태원 프리덤'은 1980년대 유로댄스풍의 노래에 '배달하는 집배원/물건파는 판매원/기타치는 김태원/모두 모여 이태원'이라는 가사로 그만의 작가주의를 잘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비주류 그룹의 음반 작업에 JYP엔터테인먼트 대표 박진영이 피처링해 화제가 됐다.

지난해 발표했던 노래 '쿨하지 못해 미안해'와 '이태원 프리덤'에서 그가 보여준 패러디와 풍자 정신은 최근 케이블채널 '엠넷'이 방송 중인 페이크(fake·가짜) 다큐멘터리 'UV신드롬 비긴즈'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UV가 전 세계에 어려움이 닥칠 때 노래로 인류를 구원했다"는 황당한 주장을 하고, '빅뱅' 같은 유명 아이돌 그룹이 UV에게 가르침을 받는다는 내용을 담은 프로다. 이 프로의 제작발표회에서는 가짜 UV가 등장해 UV의 사인을 복사해 나눠주고, 이를 진짜 UV가 응징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아이돌 그룹이 음반 홍보를 위해 사인회를 열고, 자신들의 일상을 담은 '리얼 다큐'를 찍는 가요계 모습과 절묘하게 맞물린다.

유세윤의 X급 예능감(感)은 '통큰 치킨'이라는 사회적 이슈도 놓치지 않았다. UV 분장을 한 채 통큰치킨을 사려고 줄을 선 사진을 자신의 미니홈피에 올리며 "뮤지션 우대 없어. 아 짜증나"라는 감상을 띄워 눈길을 끌었다.

제작진에게도 그의 종잡을 수 없는 예능 세계는 탐구 대상이다. '무릎팍도사'의 박정규 PD는 "개그를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자기 삶으로 끌고 들어가는 개그맨"이라고 했다. 'UV신드롬 비긴즈'의 박준수 PD는 "'웃기려는 자는 웃기지 않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 본능적으로 웃기는 걸 즐기는 개그맨"이라고 평가했다.

유세윤의 '개콘' 시절을 함께 했던 김석현 전 개그콘서트 PD는 "(유세윤은) 영악하고 머리가 좋아서 가끔 '이게 진실일까. 속에 뭐가 들어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머리가 좋은데 진지한 건 싫어하는 그런 친구다"라고 전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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