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부쩍 길어진 현대무용 공연기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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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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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4월 3일 서울 아르
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
연되는 박명숙댄스씨어터
의 신작 ‘윤무’. 현대무용
공연으로는 드물게 10일간
2주에 걸쳐 공연을 펼친다.
박명숙댄스씨어터 제공
24일∼4월 3일 서울 아르 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 연되는 박명숙댄스씨어터 의 신작 ‘윤무’. 현대무용 공연으로는 드물게 10일간 2주에 걸쳐 공연을 펼친다. 박명숙댄스씨어터 제공
현대무용의 공연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하루 이틀밖에 안되던 일(日) 단위 공연기간이 일주일 안팎의 주(週) 단위로 늘어난 것이다.

박명숙댄스씨어터는 서울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오스트리아 희곡작가 아르투어 슈니츨러의 동명 희곡을 원작으로 한 ‘윤무’를 24일∼4월 3일 열흘간 공연한다. 이에 앞서 안무가 김재덕 씨가 이끄는 모던테이블은 같은 극장에서 신작 ‘킥-차인 사람들의 러브노트’를 16∼20일 닷새 공연했다. 안무가 김남진 씨도 같은 극장에서 1월에 ‘2011 환경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미친 백조의 호수 1, 2’와 ‘두통, Passivity’를 묶어 일주일간 공연했다.

그동안 국내 현대무용 공연은 주말을 끼고 1, 2일 공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고정 관객층이 얇다는 자조(自嘲) 섞인 패배의식 때문만은 아니다. 무용수 상당수가 생계유지를 위해 부업을 하는 터라 지속적으로 출연하기가 어렵다는 현실적 이유도 있다. 안무가들이 대학교수인 경우엔 교수 평가에 반영될 ‘실적 쌓기용’이거나 제자들을 위한 ‘현장 실습용’으로 활용되는 점도 일 단위의 ‘치고 빠지기 식’ 공연만 늘여놓는 악순환의 원인이다.

주 단위 공연이 느는 것은 이런 악순환을 돌파하려는 진취적 시도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주 단위 공연에 도전한 안무가들은 “극장 대관료나 무용수 스케줄 관리 등 어려운 점도 많지만 새로운 관객 끌기와 공연 완성도를 높인다는 장점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 “다양한 관객 만날 수 있다”

김남진 씨는 “공연이 끝난 뒤 작품을 어디서 볼 수 있는지 묻는 경우가 많았다. 하루 이틀 공연은 실적을 올리기 위한 것일 뿐 진짜 관객들이 공연을 보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일 단위 공연으로는 안무가와 출연진의 지인, 무용계 관계자들로만 객석이 채워지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공연 기간이 길수록 홍보 효과도 커서 일반 관객이 공연 정보를 접할 기회가 많다는 것도 장점이다.

실제로 이들 공연은 후반부로 갈수록 티켓 판매량이 늘었다. ‘킥-차인 사람들의…’의 경우 첫날을 제외한 공연이 매진됐다. 김 씨는 “초반에는 객석이 다 차지 않았지만 후반에는 매진되는 날도 생겼다. 현장 판매도 늘어났다. 입소문을 듣고 오는 관객들이 있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윤무’는 전체 객석의 70% 이상이 팔려나간 상태다.

○ “피드백 통해 완성도 추구”

‘킥’을 안무한 김재덕 씨는 “길게 공연을 하다 보니 무대 스태프와도 더 많이 소통해야 하고, 장비나 소품에도 더 투자하게 된다. 몸 관리, 체력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해 1, 2일 공연과는 긴장감이 다르다”고 말했다.

“공연 후반으로 갈수록 작품이 더 좋아진다”는 것도 주 단위 공연을 해본 안무가들의 공통된 자평이다. 김재덕 씨는 “처음 2, 3일은 체력적으로 힘들었지만 오히려 4, 5일째가 되면서 동작이 몸에 익고 더 자연스러워졌다. 극장 대관만 된다면 내년 중 같은 작품으로 한 달 공연도 시도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시도를 통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윤무’를 안무한 박 씨는 “공연마다 출연진의 배역을 바꾸는 등 다양한 변화를 주려고 한다. 작품의 틀은 완전히 바꾸지 못하더라도 공연 때마다 관객 반응을 고려하며 작품의 여러 요소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연이 끝난 뒤 매번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하는 김남진 씨 역시 “현대무용을 많이 보지 않는 관객들이 와서 질문하는 것을 들으면서 좀 더 대중적인 현대무용 공연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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