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부장판사 이상훈)는 21일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과장 왜곡 보도한 혐의로 기소된 MBC PD수첩 제작진의 항소심과 관련해 “방송대본을 일단 검토한 뒤 MBC를 방문해 원본 테이프를 보고 필요한 부분을 요구하면 MBC 측에서 사본을 제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재판부는 “아레사 빈슨의 어머니 로빈 빈슨 씨 등과 가진 인터뷰의 원본 테이프와 녹취록 전부를 제출하라”고 명령했으며, MBC는 “재판부가 먼저 원본 테이프를 보고 나서 필요한 부분을 지정해주면 제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문을 연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1기생들의 법원 및 검찰 실무수습이 23일 법원 실습생들의 수료식을 끝으로 마무리된다. 이번 실습은 로스쿨생들이 법원과 검찰에서 받는 첫 현장교육이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이들은 “교과서의 지식을 뛰어넘는 값진 경험이었다”고 입을 모았지만, 애매한 법적 신분 때문에 깊이 있는 실무교육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한계를 숙제로 남겼다. 대검찰청은 5일부터 2주간 일선 지검과 지청에 로스쿨생 250명을 배치해 현장검증, 변사체 검시, 구치소 견학, 모의조사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서울중앙지법 등 일선 법원에 배치된 470여 명도 12일부터 법정 방청, 조정 참관, 모의변론실습 등에 참여했다. 서강대 로스쿨에 다니는 한영화 씨(25·여)는 “법원의 현장 분위기를 몸으로 담아가는 것 자체가 흥분되는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은 수사나 재판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없었다. 사법시험에 합격한 사법연수원생들은 공무원 신분이어서 실무수습 때 법원과 검찰의 시보(試補)로 발령이 나 정식으로 사건을 배당받아 민사조정에 참여하거나 직접 수사를 해볼 수 있다. 반면 학생 신분인 로스쿨생들은 이 같은 실무에 참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이 때문에 전국 25개 로스쿨과 협의해 프로그램을 기획한 법원, 검찰, 사법연수원의 실무진은 참관과 견학 위주로 일정을 짤 수밖에 없어 고심을 거듭하다 실습 시작 직전에야 교육안을 확정했다. 중앙대 로스쿨의 허중혁 씨(39)는 “‘우리도 시켜주면 잘할 수 있는데’라는 아쉬움이 없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무실습의 목표는 ‘이론과 실무의 겸비’다. 그러나 두 달간 실무교육을 받는 사법연수원생들에 비해 2주라는 시간은 실무 경험을 쌓기에는 너무 짧아 체계적인 실습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송소헌 씨(27·여·한국외국어대 로스쿨)는 “오랜 시간 동안 안정적으로 체계화된 실습을 받고 싶은 욕구가 강해졌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에서 실습을 받은 주연진 씨(24·여·한국외국어대 로스쿨)도 “수사 참관 일정이 4일밖에 되지 않아 검사님들과 좀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없었다”고 아쉬워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과 관련해 두 차례 법정 출석을 거부해 구인영장이 발부됐던 한 전 총리의 여동생 한모 씨가 16일 법정에 출석했다. 이날 한 씨는 서울중앙지법 형사31단독 권순건 판사의 심리로 열린 ‘공판 전 증인신문’ 기일에 출석 의사를 밝힌 뒤 영장집행 없이 나왔지만 “이번 사건은 납득하기 어렵고 부당한 수사”라며 검찰 신문에 답하지 않았다. 검찰은 한 전 총리가 건설시행사인 한신건영의 전 대표 한만호 씨(49·복역 중)에게서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9억 원 중 1억 원을 한 씨가 전세금으로 쓴 정황을 추궁했다. 검찰은 1억 원짜리 수표 사본을 보여주며 “이사 가면서 지급한 전세보증금 2억1000만 원 중 수표로 준 1억 원은 한신건영 계열사가 의뢰해 발행된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어 “한 전 총리의 측근 김모 씨가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경선 기탁금으로 한만호 씨에게서 3억 원을 빌렸다가 2억 원은 돌려주고 1억 원은 증인이 이사할 때 빌려준 것이냐”고 추궁했다. 한 씨는 검찰이 “2007년 12월 한 전 총리 아들의 미국 은행 계좌로 5000달러를 송금한 적이 있지 않느냐”고 묻자 다소 흥분해 “대답하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1980년대 ‘진도 가족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사형당한 김정인 씨가 28년 만에 누명을 벗었다.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판사 성낙송)는 16일 간첩 혐의(국가보안법 위반 등)로 사형이 집행된 김 씨의 부인 한화자 씨(67)가 청구한 김 씨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씨는 중앙정보부(중정)에 불법으로 구금당한 채 인간으로서 견디기 힘든 모진 고문을 이기지 못해 허위자백을 했다”며 “불법구금과 고문에 의한 김 씨 진술은 증거능력이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불법구금과 고문으로 조작된 이 사건은 법원이 사법부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진실 발견을 소홀히 해 무고한 생명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 한 것이 아닌가 하는 회한을 떨칠 수 없다”고 덧붙였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지난해 4월 서울중앙지법의 한 민사법정. 변론이 모두 끝났지만 원고 A 씨(당시 68세)는 판사에게 할 말이 더 있다고 요청했다. 그러자 판사는 “버릇없다”며 A 씨를 나무랐다. 그의 나이는 A 씨보다 한참 어린 40대였다. 최근 서울시내 한 법원에서 열린 조정재판에 참가한 최모 씨(34)도 판사에게 막말을 들었다며 인권위 홈페이지에 글을 올렸다. 그는 “판사가 어머니한테 ‘이혼했는데 무슨 말을 해’”라며 모욕을 줬다고 주장했다. 법원이 끊이지 않는 법정 막말 논란을 불식하기 위해 개선책을 마련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법원행정처는 바람직한 법정언행 모델을 만들어 각급 법원에 내려보내기 위해 재야 법조인과 일반 시민까지 참여한 ‘법정 커뮤니케이션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올해 4월 이상훈 부장판사를 위원장으로 하고, 위원 3명과 간사 1명으로 구성된 법정언행연구 소위원회를 구성했다. 소위원회는 6월 형사재판부 소속 판사들이 모두 참석한 회의에서 “도중에 말을 끊는 것을 삼가자” “경어를 꼭 사용하자” “목소리의 크기나 표정도 주의하자”는 등의 구체적인 지침을 제안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1980년대 ‘재일동포 간첩단 사건’에 휘말려 복역했던 재일교포가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판사 이강원)는 15일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돼 수감생활을 하다 석방된 재일교포 이종수 씨(51)가 청구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민간인 수사권이 없는 국군보안사령부(보안사)가 이 씨를 불법 연행해 강제 구금한 상태에서 고문으로 받아낸 자백은 증거능력이 없다”고 밝혔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술을 마신 뒤 집 앞에서 주차를 하기 위해 짧은 거리를 운전하다 면허가 취소된 것은 가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3부(부장판사 이대경)는 14일 음주 상태에서 2~3m 정도를 운전하다 단속에 걸려 면허가 취소된 유모 씨가 서울지방경찰청을 상대로 낸 운전면허취소처분 취소청구소송에서 1심과 같이 유 씨에게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유 씨가 음주운전을 하지 않으려고 대리운전기사를 불러 집까지 왔고, 거주자 우선주차구역에 주차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2~3m의 짧은 거리를 운전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 등을 고려할 때 면허취소는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밝혔다. 이어 "유 씨는 운전 관련 일에 종사하고 있고 오랜 기간 고엽제 환자를 차량으로 후송하는 봉사활동도 해왔다"며 "면허취소로 얻게 될 공익보다 유 씨가 입을 불이익이 막대하다"고 덧붙였다. 유 씨는 2008년 12월 술을 마시고 대리기사를 불러 집 앞에 도착한 뒤 직접 주차를 하기 위해 차를 운전했다가 단속에 걸려 면허가 취소되자 소송을 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법원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정치자금 수수 의혹과 관련해 ‘공판 전 증인신문’에 두 차례 불응한 한 전 총리의 여동생 한모 씨에게 구인영장을 발부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1단독 권순건 판사는 13일 오전 10시 열린 증인신문 기일에도 한 씨가 출석하지 않자 과태료 300만 원을 또 부과하며 이렇게 결정했다. 한 씨는 “부당한 검찰 수사에 응할 수 없고 증언거부권이 있다”는 내용의 불출석신고서를 전날 제출한 뒤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권 판사는 “불출석 사유가 정당하지 않기 때문에 한 씨는 법원에 출석할 의무가 있다”며 16일 오전 10시로 다시 증인신문 기일을 잡았다. 검찰은 법원이 발부한 구인영장으로 한 씨를 강제 출석시킬 수 있다. 한 씨는 8일 열린 증인신문 기일에도 출석하지 않아 과태료 300만 원을 부과받은 바 있다. 재판부가 증인에게 구인영장을 발부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법원 관계자는 “구인영장은 지난해에 단 두 건만 발부됐다. 대개 일반인들은 과태료가 부담스러워서라도 법원에 출석한다”며 “한 씨는 두 번이나 출석 요구에 불응했고, 불출석 사유가 정당하지 않은 데다 정치적이기 때문에 구인영장을 발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 씨의 출석 가능성은 여전히 낮은 편이다. 검찰이 구인영장 집행에 나서도 한 씨가 집에 없거나 소재지가 파악되지 않으면 다른 방법이 없다. 법원 관계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다시 출석하지 않으면 7일 이내의 감치에 처할 수도 있지만 아직 고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또 불응하면 다시 한 번 구인영장을 발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은 한 전 총리가 건설시행사 한신건영 전 대표 한만호 씨(복역 중)에게서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9억 원 가운데 1억 원을 한 씨가 전세금으로 쓴 정황이 파악돼 공판 전 증인신문을 청구했다. 한편 한 전 총리는 검찰이 불법정치자금 수수의혹에 대한 수사를 재개한 뒤 지난달 27일부터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민주당사에서 홀로 농성 중이다. 농성 초기에는 당사에서 자기도 했지만 요즘은 일정이 있으면 외부에 나갔다 오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총리 측은 6·2지방선거가 끝난 뒤 민주당이 관심을 보이지 않고 검찰 수사에도 아무 대응을 하지 않아 서운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던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5만 달러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한 항소심은 서울고법에 계류돼 있으나 아직 첫 공판 날짜도 잡히지 않았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김창석)는 12일 회삿돈 1898억 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로 구속 기소된 전 동아건설 자금부장 박상두 씨(49)에게 1심과 같이 징역 22년 6개월에 벌금 100억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 씨는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회계법인의 감사업무를 방해하고, 각종 서류를 위조해 빼돌린 돈을 경마와 도박 등 사치에 탕진하는 등 피해 회복이나 배상에 아무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중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 의혹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오정돈 형사1부장)은 11일 이인규 공직윤리지원관 등이 검찰 수사에 대비하기 위해 증거 인멸을 시도한 정황을 잡고 구체적인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검찰이 9일 공직윤리지원관실 사무실에서 확보한 압수물을 1차 분석한 결과 압수해 온 컴퓨터 하드디스크에서 상당수의 문서파일이 삭제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삭제된 파일들이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를 사찰하는 과정에서 작성한 조사 결과나 보고서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과학수사를 전담하는 대검찰청 디지털포렌식센터(DFC) 요원들을 투입해 파일 복구에 힘을 쏟고 있다. 또 압수수색을 앞두고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주요 문서가 외부로 빼돌려진 정황도 파악하고 자료 반출 과정을 확인하고 있다. 증거 인멸 여부는 이번 수사의 성패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검찰은 매우 중대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 중요 자료를 폐기하는 등 증거를 감추려 한 사실이 확인되면 이후 구속영장이 청구됐을 때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영장 발부 사유가 될 수 있다. 한편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2008년 11월 김종익 씨의 대통령 비방 동영상 유포 사건을 서울 동작경찰서에 이첩하기 두 달 전인 같은 해 9월 서울지방경찰청에 먼저 수사를 의뢰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이른바 ‘쥐코’ 동영상의 최초 제작자가 미국에 있는 것으로 나타나자 사건을 내사 종결했다. 검찰은 이런 경위를 확인하기 위해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장을 지난주 참고인으로 소환 조사했다. 또 검찰은 수사 의뢰된 4명 외에 공직윤리지원관실 점검1팀 직원 1명이 김 씨 사찰에 관여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 직원의 자택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11일 전 동작경찰서장 임모 씨(58)를 참고인으로 불러 동작서장 재직 때 총리실이 이첩한 김 씨 사건을 수사하면서 김 씨를 무혐의 처분한 수사관을 교체하고 보완 수사하도록 지시한 과정에 외압이 있었는지 조사했다.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유성열 기자 ryu@donga.com}
대한변호사협회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에게 후원금을 내자고 권유하는 공문을 회원 변호사들에게 발송해 논란이 일고 있다. 변협은 최근 회원들에게 ‘좋은 법률 만들기 10만 원 후원 안내’라는 공문을 보냈다. 변협은 이 공문에서 “변호사 출신 국회의원이 법사위원이 되면 변호사 업무를 할 수 없고 비(非)변호사 국회의원들도 후원금이 적어 법사위 활동에 큰 부담을 느낀다”며 “입법 활동을 지원하는 것은 변호사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변협은 또 “전국 변호사가 매년 10만 원씩 내면 1년 후원금만 총 11억 원에 이르는 데다 10만 원 한도 내에서는 정치자금법에 따라 전액 현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어 금전적인 부담도 없다”며 변호사 출신 의원과 법사위원 명단을 첨부했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변리사의 특허소송 참여를 허용하는 변리사법 개정 등을 앞두고 이를 막으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변협은 “법사위에 매년 300여 건의 의견을 제시하는 등 돕는 관계임을 고려해 후원 활동을 안내한 것일 뿐”이라며 “법사위에 계류 중인 법안과는 상관이 없다”고 해명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무장 직파간첩 출신으로 전향 후 다시 북한에 포섭돼 간첩활동을 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한모 씨(63)는 4차례나 밀입북했으며 자신이 수집한 남한의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북한에 넘긴 것으로 밝혀졌다. 4일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이진한)에 따르면 한 씨는 1996년부터 2007년까지 북에 두고 온 부모와 형제 조카 등을 만나기 위해 4차례 밀입북하는 과정에서 북한 보위사령부 간부들에게 포섭된 것으로 밝혀졌다. 한 씨는 그 과정에서 남한에 귀순한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의 거처와 탈북자 단체의 동향, 탈북자 정착지원시설인 하나원과 국가정보원이 운영하는 탈북자합동신문센터의 조직 및 운영 현황 등을 파악하라는 지령을 받았다. 검찰은 한 씨가 중국이나 북한에서 공작원을 직접 만나 이런 지령을 받은 뒤 음어(陰語) 등으로 인터넷을 통해 자신이 수집한 정보를 넘긴 것으로 보고 있다. 1969년 전북 고창 해안으로 침투하다 검거된 한 씨는 전향 후 정부의 주선으로 국내 기업에서 근무한 적이 있고, 2000년대 초에는 잠시 미국으로 이민을 간 적도 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무장 직파간첩 출신으로 전향 후 다시 북한에 포섭돼 간첩활동을 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한모 씨(63)는 4차례나 밀입북했으며 자신이 수집한 남한의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북한에 넘긴 것으로 밝혀졌다. 4일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이진한)에 따르면 한 씨는 1996년부터 2007년까지 북에 두고 온 부모와 형제조카 등을 만나기 위해 4차례 밀입북하는 과정에서 북한 보위사령부 간부들에게 포섭된 것으로 밝혀졌다. 한 씨는 그 과정에서 남한에 귀순한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의 거처와 탈북자단체의 동향, 탈북자 정착지원시설인 하나원과 국가정보원이 운영하는 탈북자합동신문센터의 조직 및 운영현황 등을 파악하라는 지령을 받았다. 검찰은 한 씨가 중국이나 북한에서 공작원을 직접 만나 이런 지령을 받은 뒤 음어(陰語)와 암호로 인터넷을 통해 자신이 수집한 정보를 넘긴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북한에 넘긴 정보의 내용과 수집 방법 등은 더 조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1969년 전북 고창 해안으로 침투하다 검거된 한 씨는 전향 후 정부의 주선으로 국내 기업에서 근무한 적이 있고, 2000년대 초에는 잠시 미국으로 이민을 간 적도 있다. 검찰은 북한의 공작기관이 그가 가족들을 만나도록 도움을 주면서 포섭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달 9일 ‘학부교육 선진화 선도대학’으로 11개 대학을 선정했다. 계획서를 낸 전국 125개 대학 가운데 서울여대 가톨릭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등 수도권 4개 대학과 건양대 대구가톨릭대 세명대 신라대 울산대 한동대 한림대 등 지방 7개 대학만이 선정됐다. 대학이 학생들을 잘 뽑는 것뿐만 아니라 ‘잘 가르치는 것’에도 관심을 두도록 유도하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이다. 이들 대학은 앞으로 4년간 총 120억 원을 지원받는다. 색다른 교육으로 주목받는 대학교육 현장을 소개한다.》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시 노원구 공릉2동 서울여대 외국어교육원 내 한 강의실. 6명의 학생이 16.5m²(약 5평) 남짓 되는 강의실에서 외국인 강사가 진행하는 영어 회화 수업을 듣고 있었다. 다른 대학 어학원과 크게 다르지 않은 분위기였다. 하지만 곧 색다른 장면이 연출됐다. 쉬는 시간에도 수강생들은 영어로만 대화를 했다. 대학 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건물 벽면에는 ‘English Only. No Korean Intonation(오직 영어만. 한국 억양 금지)’이라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기자가 인터뷰를 하려고 하자 석진이 교육부장(40·여)이 귀엣말을 했다. “우리말을 하다간 벌점을 받아요.” 서울여대가 자랑하는 영어교육 프로그램 ‘스웰(Swell·Seoul Women’s University English Language License)’의 모습이다.○ 대학 내 영어마을 이곳에선 합숙이 원칙이다. 170여 명의 학생은 40일간 기숙사와 어학원만 오가며 생활해야 한다. 기숙사에서도 영어만 써야 한다. 강사진과 직원들도 학생들과 같이 생활한다. 일종의 ‘영어마을’인 셈. 엄격한 규율도 뒤따른다. 휴대전화 사용은 지정된 시간과 장소에서만 허용된다. 술과 담배는 물론이고 주중 외출이나 외박도 금지된다. 규율을 어기면 벌점을 받아 퇴교 등의 제재를 받거나 장학금 수혜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일정 역시 빡빡하다. 오전 6시 40분 기상해 회화, 영어 토론, 세미나와 일일시험이 매일 이어진다. 자기 전에는 점호로 하루를 정리한다. 석 부장은 “자신의 한계를 극복해보려는 학생들이기 때문에 규율도 즐긴다”며 “함께 고생한 동료들과 우정을 쌓으며 공동체 의식이 함양되는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수강생들은 수료한 뒤에도 서로를 ‘스웰러(sweller)’라고 부르며 돈독한 우정을 과시한다. 1995년 시작된 이 과정은 엄격한 규율에도 15년간 인기를 끌고 있다. 수강료가 260만∼280만 원으로 해외 어학연수보다 저렴하고, 단기간에 영어 실력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 무엇보다 쉽게 경험하기 힘든 합숙생활을 통해 자신을 단단히 다지려는 여학생들이 많이 찾는다. 수강생 김민소 씨(22·서울여대 서양화과)는 “동료들과 같이 고생하며 ‘마음의 능력’을 함양할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이번 수강생 170명 가운데 50%는 다른 학교 학생이거나 비(非)대학생이다.○ 공동체 교육으로 실력-인성 동시에 서울여대가 스웰을 오래 운영할 수 있었던 비결은 교육 노하우가 이미 축적돼 있었기 때문. 서울여대는 대학을 설립한 고 고황경 박사의 호를 따 만든 ‘바롬 인성교육’이란 프로그램을 1961년부터 운영해왔다. 모든 학생이 2, 3주간 합숙을 통해 봉사활동 등을 하며 올바른 인성을 기르게 도와주는 과목이다. 경쟁만 강요하는 대학 교육과 차별화된 교육이라는 것이 학교 측 설명. 조성원 대외협력홍보실장(50·여·영문과 교수)은 “가장 기억에 남는 대학생활로 이때를 꼽는 졸업생이 많다”고 전했다. 서울여대는 최근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학부교육 선진화 선도대학’으로 선정돼 4년간 120억 원을 지원받게 됐다. 김명주 추진사업단장(48·정보미디어대학장)은 “이런 공동체 교육 과정을 다양하게 운영한 경험이 높은 점수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광자 총장은 “리더가 되기 위해 경쟁하라고 강요하기보다는 어느 조직에나 도움이 되는 ‘플러스형’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우리 대학의 철학”이라며 “공동체 활동을 통해 인성과 창의성을 동시에 함양하는 학부교육모델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차두리(30·프라이부르크·사진)가 스코틀랜드리그의 명문 셀틱으로 이적해 기성용(21)과 한솥밥을 먹을 것으로 보인다. 독일 축구전문지 ‘키커’ 인터넷판은 29일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차두리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보도했다. 차두리는 “30일 신체검사를 받으러 글래스고(셀틱의 홈)로 간다. 계약이 마무리되면 2주간 한국에서 휴가를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차두리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공항으로 이동하기 직전 비행기를 타지 않고, 이적 협상을 위해 남아공에 남았다. 차범근 SBS 해설위원도 미투데이(www.me2day.net)를 통해 “한국에 가기 위해 공항으로 갔던 두리가 스코틀랜드에서 온 전화를 받고 바로 글래스고로 가는 것이 낫다고 판단해 급히 돌아왔다”며 “두리는 영어를 더 잘하고 싶어 했고, 셀틱과 레인저스의 경기처럼 진한 더비 매치를 하고 싶어 했다”고 이적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기성용이 활약하고 있는 셀틱은 레인저스와 더불어 스코틀랜드리그 양대 명문 클럽으로 꼽힌다. 이들의 경기를 일컫는 ‘올드펌 더비’는 엘 클라시코 더비(레알 마드리드 vs 바르셀로나), 밀란 더비(AC 밀란 vs 인터 밀란)처럼 역사와 전통을 갖춘 라이벌 매치로 유명하다. 지난 시즌 레인저스에 밀려 2위를 기록한 셀틱은 2군 코치였던 닐 레넌을 감독으로 임명하는 등 팀 개편 작업을 대대적으로 하고 있다. 차두리의 주 포지션인 오른쪽 윙백 자리에는 독일 출신의 안드레아스 힝켈이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한국 축구대표팀이 이번에도 흰색 유니폼 징크스에 또 울었다. 한국은 26일 우루과이와의 16강전에서 상하의와 양말 등 흰색 일색인 유니폼을 입었다. A조 1위 우루과이의 홈경기로 열리기 때문에 B조 2위 한국은 원정 유니폼을 입게 됐던 것. 한국은 2006년 독일 월드컵까지 흰색 통일 유니폼을 입었을 때 1무 2패에 그쳤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조별리그 스페인전에서 1-3 패배. 1994년 미국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스페인과 다시 만나 2-2로 비겼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선 조별리그 스위스와의 최종전에서 0-2로 져 16강에 오르지 못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우루과이와의 경기 하루 전 열린 회의에서 붉은색 유니폼을 입게 해달라고 국제축구연맹(FIFA)에 요청했다. 우루과이 유니폼 색깔은 하늘색이고, FIFA가 색깔이 확실히 구분되는 유니폼을 입도록 하고 있어 대표팀의 상징이자 승률도 높은 붉은색 유니폼을 입어도 무리가 없겠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FIFA는 “흑백 TV를 보는 시청자들은 하늘색과 붉은색을 구분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흑백 TV로 월드컵을 보는 10억 명의 팬들을 배려해야 한다”며 거부했다. 2001년 이후 흰색 상의를 입었을 때 한국의 A매치 승률은 37.5%(12승 11무 9패)로 붉은색 상의를 입었을 때의 승률 46.1%(59승 38무 31패)보다 낮다. 하의와 양말까지 흰색으로 통일했을 때는 20%(2승 5무 3패)로 더 낮았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다시보기=태극전사들 빗속 눈물바다, 대한민국-우루과이 경기 하이라이트}
폭우가 8강의 꿈을 앗아갔다.26일 오후 남아공 포트엘리자베스 넬슨 만델라 베이 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우루과이의 16강전. 한국 대표팀은 전반 8분 루이스 수아레스(아약스)에게 골을 내준 것을 제외하고는 시종일관 우루과이를 압도하는 경기력을 선보였다.그러나 후반부터 쏟아지기 시작한 폭우가 변수였다. 선수들은 폭우가 시야를 가려 제대로 눈을 뜰 수도 없었다. 경기장 잔디 곳곳이 파였고, 볼 트래핑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다. 개인기에 능한 우루과이 선수들도 볼을 다루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폭우 속에서도 우루과이를 거세게 몰아붙인 한국은 후반 23분 이청용의 골로 동점에 성공했지만 후반 35분 수아레스에게 다시 골을 허용해 1-2로 끌려갔다. 두 다리의 힘이 쫙 풀리는 순간이었지만 한국은 포기하지 않고 공세를 이어갔고, 후반 42분 드디어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었다. 미드필드에서 공을 잡은 박지성이 페널티지역으로 쇄도하던 이동국에게 빠르게 패스를 줬고, 이동국은 골키퍼와 1대1로 맞서는 기회를 잡았다.이동국은 공을 잡자마자 번개같이 돌아서며 오른발 땅볼 슛을 날렸다. 우루과이의 페르난도 무슬렐라 골키퍼(라치오)가 몸을 날려 막았지만 공은 겨드랑이를 스치며 문전으로 때굴때굴 굴러갔다. 동점골이 될 수도 있던 상황. 그러나 폭우로 물이 많은 잔디에서 공은 빠르게 구르지 않았다. 뒤따라오던 우루과이 수비수는 이를 놓치지 않고, 안전하게 공을 걷어냈다. 완벽한 찬스를 놓친 한국은 이후에도 공격을 이어갔지만 경기는 결국 1-2로 끝났다.예상치 못했던 폭우가 우리 국민 전체가 염원하던 8강의 꿈을 무산시킨 순간이었다.유성열기자 ryu@donga.com}
한국 축구대표팀이 이번에도 흰색 유니폼 징크스에 또 울었다.한국은 26일 우루과이와의 16강전에서 상하의와 양말 등 흰색 일색인 유니폼을 입었다. A조 1위 우루과이의 홈경기로 열기기 때문에 B조 2위 한국은 원정 유니폼을 입게 됐던 것.한국은 2006년 독일 월드컵까지 흰색 통일 유니폼을 입었을 때 1무 2패에 그쳤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조별리그 스페인전에서 1-3 패배. 1994년 미국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스페인과 다시 만나 2-2로 비겼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선 조별리그 스위스와의 최종전에서 0-2로 져 16강에 오르지 못했다.대한축구협회는 우루과이와의 경기 하루 전 열린 회의에서 붉은색 유니폼을 입게 해달라고 국제축구연맹(FIFA)에 요청했다. 우루과이 유니폼 색깔은 하늘색이고, FIFA가 색깔이 확실히 구분되는 유니폼을 입도록 하고 있어 대표팀의 상징이자 승률도 높은 붉은색 유니폼을 입어도 무리가 없겠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FIFA는 "흑백 TV를 보는 시청자들은 하늘색과 붉은색을 구분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흑백 TV로 월드컵을 보는 10억 명의 팬들을 배려해야 한다"며 거부했다.2001년 이후 흰색 상의를 입었을 때 한국의 A매치 승률은 37.5%(12승 11무 9패)로 붉은색 상의를 입었을 때의 승률 46.1%(59승 38무 31패)보다 낮다. 하의와 양말까지 흰색으로 통일했을 때는 20%(2승 5무 3패)로 더 낮았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23일 남아공 프리토리아 로프투스페르스펠트 경기장에서 열린 미국과 알제리의 C조 조별리그 최종전. 경기 종료 직전까지 스코어는 0-0. 같은 시간 잉글랜드는 슬로베니아를 1-0으로 이기고 있었다. 경기가 그대로 끝난다면 잉글랜드와 슬로베니아가 16강에 진출하고, 미국은 탈락하는 상황.그러나 기적이 일어났다. 후반 추가 시간 1분 미국의 클린트 뎀프시가 날린 슛을 알제리 골키퍼가 막아내자 랜던 도너번이 번개같이 달려들며 다시 차 넣은 것. 미국은 이 골로 극적으로 16강에 진출했고, 슬로베니아는 다 잡았던 16강 티켓을 놓치고 말았다.월드컵 역사를 살펴보면 이렇게 농구의 버저비터와 비슷한 골을 넣으며 기적적으로 16강에 진출한 팀이 종종 있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의 노르웨이가 대표적이다. 노르웨이는 당시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세계 최강 브라질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며 극적으로 16강에 올랐다.○ 1998년 노르웨이, 브라질전서 기사회생노르웨이가 2승으로 조 1위를 달리던 브라질과의 경기를 앞두고 거둔 성적은 2무. 1무 1패씩을 거둔 같은 조의 모로코와 스코틀랜드보다는 16강 진출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동시에 벌어진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모로코가 스코틀랜드를 앞서가면서 노르웨이는 초조해졌다. 브라질을 이겨야 조 2위까지 주어지는 16강 티켓을 노려볼 수 있었던 것. 후반 23분에는 브라질의 베베투에게 한 골을 허용해 패색이 짙어졌다. 경기가 그대로 끝난다면 1승 1무 1패의 모로코가 2무 1패의 노르웨이를 조 3위로 밀어내고 16강에 진출하는 상황이었다.노르웨이의 추격은 토레 안드레 플로가 동점골을 넣은 후반 38분부터 시작됐다. 5분 뒤에는 정말로 기적이 일어났다. 브라질 수비수가 페널티지역 안쪽에서 반칙을 범해 페널티킥이 선언됐고, 셰틸 렉달이 침착하게 차 넣어 2-1 승리를 거뒀던 것. 이 한 골로 모로코는 스코틀랜드를 3-0으로 이기며 1승 1무 1패로 승점 4점을 거뒀지만 탈락했고, 노르웨이는 1승 2무(승점 5점)로 16강에 올랐다.○ 1990년 우루과이도 한국 꺾고 환호한국과 16강에서 맞붙는 우루과이도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극적으로 16강에 진출한 역사를 갖고 있다. 공교롭게도 우루과이가 만들어낸 기적의 상대는 한국이었다.1무 1패로 E조 3위를 기록하고 있던 우루과이는 16강에 오르기 위해서는 한국을 꼭 이겨야 했다. 하지만 2패를 당한 한국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경기 종료 직전까지 득점을 못하며 16강 탈락 위기에 몰렸던 우루과이는 후반 45분 다니엘 폰세카의 극적인 헤딩골로 1-0 승리를 거뒀고, 각 조 3위 6팀 중 상위 4팀에 주어지는 와일드카드로 16강에 진출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비인기 설움, 우승으로 털자” 야무진 美축구▼뉴욕 양키스 경기를 전담 중계하는 YES 네트워크는 이달 초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어떤 스포츠 이벤트를 가장 보고 싶은가라는 질문이었다. 팬들 가운데 37%는 미국프로농구(NBA) 챔피언결정전을 꼽았다. 남아공 월드컵은 4%의 지지에 그쳐 US오픈 골프(25%), 윔블던 테니스(17%)에도 한참 못 미쳤다. 축구가 미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읽을 수 있는 여론조사다. 농구, 야구를 비롯해 미식축구, 아이스하키, 골프 등 워낙 자국 내 프로 스포츠가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그렇다고 미국이 축구 불모지는 아니다. 축구 저변은 오히려 우리보다 넓다. 세계 랭킹도 14위로 한국(47위)보다 한참 높다. 미국 팬들은 잘 모르지만 미국축구협회는 야무진 계획을 실천에 옮겨왔다. 바로 ‘2010 프로젝트’다. 미국은 1994년 월드컵을 개최하면서 2010년에는 우승을 거둔다는 거창한 목표를 세웠다. 알제리전에서 16강 진출을 견인한 극적인 결승골을 터뜨린 랜던 도너번을 비롯해 잉글랜드전에서 상대 골키퍼의 실수로 행운의 골 주인공이 된 클린트 뎀프시, 에르쿨레스 고메스, 다마커스 비슬리 등이 이 프로젝트로 육성된 선수들이다.미국은 현 대표팀 23명 가운데 19명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비롯해 유럽에서 활동할 정도로 실력을 갖추고 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명예 유치위원장으로 내세워 2018년과 2022년에 또 한 번의 월드컵 개최를 목표로 하고 있기도 하다.‘2010 프로젝트’는 일단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미국은 16강 진출뿐 아니라 1승 2무로 C조 1위에 올랐다. 월드컵 단독 중계권을 갖고 있는 ESPN 등 미국 언론은 알제리전 승리를 미국 스포츠 사상 가장 멋지고 위대한 장면으로 꼽았다. 미국은 27일 아프리카의 유일한 희망 가나와 16강전에서 맞붙는다. 미국으로선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가나에 져 16강이 좌절된 데 대한 설욕전이다.미국 축구가 중흥기를 이루느냐, 후퇴하느냐. 남아공 월드컵이 이를 가늠해볼 수 있는 무대다.로스앤젤레스=문상열 통신원}
23일 남아공 프리토리아 로프투스 페르스펠트 경기장에서 열린 미국과 알제리의 C조 조별리그 최종전. 경기 종료 직전까지 스코어는 0-0. 같은 시간 잉글랜드는 슬로베니아를 1-0으로 이기고 있었다. 경기가 그대로 끝난다면 잉글랜드와 슬로베니아가 16강에 진출하고, 미국은 탈락하는 상황. 그러나 기적이 일어났다. 후반 추가 시간 1분 미국의 클린트 뎀프시가 날린 슈팅을 알제리 골키퍼가 막아내자 랜던 도노반이 번개같이 달려들며 다시 차 넣었던 것. 미국은 이 골로 극적으로 16강에 진출했고, 슬로베니아는 다잡았던 16강 티켓을 놓치고 말았다. 월드컵 역사를 살펴보면 이런 '버저비터 16강'이 종종 일어났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는 노르웨이가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최강 브라질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며 극적으로 16강에 올랐다. 노르웨이가 브라질과의 경기를 앞두고 거둔 성적은 2무. 같은 조의 모로코가 1승 1무를 기록하고 있었기 때문에 노르웨이는 브라질을 일단 이겨야 조 2위까지 주어지는 16강 티켓을 노려볼 수 있었다. 그러나 같은 시간 모로코가 스코틀랜드를 앞서나가면서 노르웨이는 초조해졌다. 후반 23분에는 브라질의 베베토에게 한 골을 허용해 패색이 짙어졌다. 경기가 그대로 끝난다면 1승 1무 1패를 기록한 모로코가 2무 1패의 노르웨이를 조 3위로 밀어내고 16강에 진출하는 상황이었던 것. 노르웨이의 추격은 토레 안드레 플로가 동점골을 넣은 후반 38분부터 시작됐다. 5분 뒤에는 정말로 기적이 일어났다. 브라질 수비수가 페널티지역 안쪽에서 반칙을 범해 페널티킥이 선언됐고, 켸틸 레크달이 침착히 차 넣어 2-1 승리를 거뒀던 것. 이 한 골로 모로코는 스코틀랜드를 3-0으로 이기고도 탈락했고, 노르웨이는 1승 2무(조 2위)로 16강에 올랐다. 한국과 16강에서 맞붙는 우루과이도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극적으로 16강에 진출한 역사를 갖고 있다. 공교롭게도 우루과이가 만들어낸 기적의 상대는 한국이었다. 1무 1패로 E조 3위를 기록하고 있었던 우루과이는 16강에 오르기 위해서는 한국을 상대로 꼭 이겨야 했다. 하지만 2패를 당한 한국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한국은 윤덕여가 후반 25분 퇴장당해 10명으로 싸웠지만 우루과이의 파상 공세를 잘 막아냈다. 경기 종료 직전까지 스코어는 0-0이었지만 우루과이는 후반 45분 다니엘 폰세카가 극적으로 헤딩슛으로 한국 골네트를 흔들며 승리를 거뒀고, 각조 3위 6팀 중 상위 4팀에 주어지는 와일드카드로 16강에 진출했다.유성열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