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효주

손효주 기자

동아일보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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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손효주 기자입니다.

hjson@donga.com

취재분야

2025-11-20~2025-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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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원 경매 ‘값비싼 유혹’

    대학생 A 씨는 부모님에게 매달 받아쓰던 용돈 30만 원을 아끼기 위해 지난해 10월경 ‘10원 경매’를 시작했다. 10원 경매는 입찰할 때마다 구매가격이 10원씩 올라가는 인터넷 경매. 낙찰금액과 별도로 입찰에 참가할 때마다 300∼700원짜리 입찰권을 사야 한다. 처음에는 부족한 생필품을 조금이라도 싸게 사기 위해서였지만 A 씨는 한 달 용돈을 모두 쓸 정도로 10원 경매에 빠져들었다. A 씨는 “꼭 필요한 물건도 아니면서 싸게 살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10원 경매 홈페이지에 뜬 여러 물건에 입찰권을 낭비했다”며 “정신을 차린 뒤에는 용돈 30만 원을 모두 쓴 것도 모자라 휴대전화로 30만 원을 더 결제한 뒤였다”고 말했다.‘소셜커머스(많은 소비자를 끌어들여 박리다매로 물건을 파는 상행위)’라는 명목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10원 경매를 두고 사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인터넷 익명 게시판이나 전자상거래 상담센터 등에는 10원 경매에 중독돼 불필요한 물건을 낙찰받기 위해 많은 돈을 낭비했다는 피해 사례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 10원 입찰할 때마다 500원10원 경매에 참가하면 스마트폰 등 수십만 원짜리 가전제품도 10원부터 입찰이 시작되기 때문에 싼 가격에 상품을 살 수 있을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입찰할 때마다 별도로 구입한 입찰권을 사용해야 하는 만큼 결제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예컨대 경매에 참여한 이용자가 500원짜리 입찰권 200장을 사용하고도 낙찰을 받지 못했다면 입찰권 구입비용 10만 원은 고스란히 웹사이트 수익으로 들어간다. 최근에는 일부 10원 경매 사이트에서 명품이나 상품권 등 현금화하기 쉬운 상품을 올린 뒤 되팔아 현금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은근히 홍보하기도 한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10원 경매 정보공유 게시판에는 “명품을 파는 10원 경매 사이트에서 순금을 매물로 내놓았다. 최근 순금 시세가 오르고 있기 때문에 낙찰을 받으면 차익을 많이 남길 수 있다”며 10원 경매 사이트 가입을 유혹하는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일부 사이트에는 아예 자신들의 유료입찰권을 매물로 올려놓기도 한다. 돈 들여 산 입찰권으로 다시 입찰권을 구입하도록 해 10원 경매에서 헤어날 수 없도록 하는 상술이다.○ 제재 근거는 전혀 없어 사행성 논란이 증폭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10원 경매 사이트를 정식으로 조사하거나 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 법적 장치는 없다. 경찰 관계자는 “경매 행위 자체를 불법으로 보는 것은 무리”라며 “입찰권을 유료로 팔았다고 하더라도 이를 약관에 명시하고 동의를 받았다면 불법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측도 “현재 관리감독 대상은 경마 카지노 등 법적으로 ‘사행산업’으로 규정된 것들”이라며 “10원 경매는 ‘유사 사행산업’으로 볼 여지는 있지만 위원회 차원에서 관리감독을 하거나 제재할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 2011-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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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휴지통]여학생 2500명에게 “셀프 누드 안보내면 왕따 시킬 것”

    B 군(18)은 고교 자퇴 이후 유명 포털 사이트의 친목도모 카페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비슷한 또래들이 모이는 카페이다 보니 여학생의 경계심도 그리 높지 않았다. 쪽지를 주고받다가 가까워진 미성년 여학생에게는 휴대전화 번호와 학교 등 인적사항을 자연스럽게 물었다. 이같이 인적사항을 파악한 여학생에게 B 군은 어김없이 다음과 같은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지금 당장 알몸 영상을 찍어 보내지 않으면 왕따를 시키겠다.’ 학교 선배에게 입김을 행사해 ‘왕따’를 시킨다는 말에 놀란 일부 여학생은 실제 스스로 ‘셀프 누드 동영상’을 찍어 B 군의 휴대전화로 보냈다. B 군이 2008년 3월부터 올해 1월 초까지 같은 수법으로 협박한 여학생은 2500명. 이 가운데 375명이 B 군에게 나체 동영상을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일부 피해 여학생은 B 군이 요구하는 변태적 행위도 순순히 했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15일 B 군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B 군은 경찰의 수사 착수 전에 대부분의 동영상을 삭제했지만 경찰은 이 가운데 2건을 복구하는 데 성공해 증거물로 확보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11-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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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일본 지진에…장기피신여행 상품 등장 ‘눈길’

    동일본 대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일본인들에게 장기 피신처를 제공하는 해외여행 상품이 등장했다. 특히 서울은 비용이 저렴한 데다 일본과 가까워 장기 피신처로 인기를 끌고 있다.'이 상품은 동일본대지진 피해자 및 동행자에 한정해서 판매하는 상품입니다. 대상자 이외에는 신청하지 말아주세요.'(일본 H 여행사 홈페이지)일본의 유명 여행사인 H사는 지난달부터 '재난피해자 지원 플랜'이라는 취지로 한국 서울, 대만 타이베이, 베트남 호치민, 터키 카파도키아·이스탄불 등 7개국 8개 지역 중 한 지역을 선택해 피신할 수 있는 상품을 내놓았다. 이 업체는 일본 내에서만 280여개, 해외에서도 109개 직영지점을 운영하는 거대 여행사로 연간 50만 명에 달하는 관광객을 한국에 보내고 있다.다양한 상품 중 가장 큰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서울 장기 피신 여행이다. 25일 일정으로 판매되는 이 상품은 '25일간 특2급(스탠더드급) 호텔 체류, 여행 대금 3만5000엔'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한국 돈으로 약 44만 원에 불과해 똑같은 일정의 다른 한국 여행 상품에 비해 절반도 안 되는 가격이다. 서울 여행은 중국 상하이(15일에 5만 엔, 22일에 5만8000엔), 대만 타이베이(30일에 4만 엔), 베트남 호치민(30일에 5만 엔) 등 장기 피신처로 선택할 수 있는 어느 지역보다 저렴하다.이 여행 상품은 일본인들이 한국에서 치료할 수 있는 지정병원 안내는 물론 일본 제품을 판매하는 백화점 내 특정 장소까지 소개하며 지진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집중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업체에 따르면 장기 피신 여행자는 3일 처음으로 한국에 입국했고 17일 2차 입국이 예정돼 있다. 3일 입국자 및 17일 입국 예정자를 포함해 10여명이 신청을 했다. 업체 관계자는 "이 상품은 너무 저렴해 팔수록 적자지만 피해자 배려 차원에서 적자가 나더라도 더 많은 신청을 받고 싶었다"며 "하지만 워낙 저가라 국내 호텔 확보가 쉽지 않아 더 이상 신청을 받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손효주기자 hjson@donga.com}

    • 2011-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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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휴지통]뒷머리 탈모 도둑, CCTV에 ‘번쩍’

    전과 27범인 현모 씨(54)의 뒤통수는 훤했다. 뒤통수 한가운데에 손바닥만 한 원형탈모 자국이 있었기 때문. 멀리서 보더라도 한눈에 띌 정도의 크기였다. 지난달 21일 구치소에서 갓 출소한 현 씨는 출소 5일 만에 돈이 떨어졌다. 26일 낮 12시경 현 씨는 생활비를 벌어볼 욕심에 서울 중구 신당동의 한 고등학교에 들어갔다. 주말마다 운동장을 찾는 축구동호회원들의 가방을 훔치기로 한 것. 별다른 경계심 없이 벤치에 짐을 풀고 경기를 하러 간 신모 씨(49) 배낭을 멘 채 운동장을 떠나는 현 씨의 모습은 고스란히 학교 정문의 폐쇄회로(CC)TV에 찍혔다. 뿌연 화질 속 영상에도 그의 텅 빈 뒤통수만큼은 선명했다. 뒤늦게 배낭이 사라진 것을 안 신 씨는 경찰에 신고했다. 이틀 뒤인 28일 휴대전화라도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통신사에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요청한 신 씨는 현 씨가 약수역 인근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CCTV 화면을 출력한 사진을 각자 손에 쥔 채 신 씨와 경찰들은 약수역을 중심으로 반경 50m를 샅샅이 뒤진 끝에 낯익은 대머리를 찾아냈다. 경찰 관계자는 “CCTV 화질이 좋지 않아 현 씨가 범행 당시 모자만 썼더라도 체포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11-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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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검사 도덕성, 경찰보다 낫다는 근거있나”

    “검찰이 경찰을 종처럼 생각하면서 ‘되지도 않는’ 주장을 늘어놓는다.” “판검사의 도덕성이 경찰관보다 낫다는 근거가 어디 있는가.”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 6인 소위원회가 사법개혁안을 내놓은 이후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검찰과 경찰의 ‘말싸움’이 더욱 거칠어지고 있다. 2일 김준규 검찰총장이 “경찰을 편하게 하는 게 올바른 개혁이냐”며 ‘선공’에 나서자 6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경찰이 주최한 선진수사제도 연구회 학술 세미나에서는 ‘주종 관계’ 등의 거친 발언이 쏟아졌다. 이날 세미나의 첫 번째 주제는 사개특위 합의와 관련한 ‘바람직한 수사구조개혁 방안’. 발제에 나선 김용원 변호사는 검사 출신으로는 이례적으로 검찰 주장을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국가기관인 두 기관을 상호 명령·복종 관계로 설정하는 것은 전체주의 국가에서나 통용되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검찰이 경찰에 수사권을 넘기는 데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가 ‘도덕성’인데 최근 검찰 비리 사건을 보면 그렇게 볼 근거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심지어 경찰이 검찰에 사건을 송치할 때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라느니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라느니 하며 지휘한다”며 “이는 수사지휘권의 한계를 벗어난 것인 만큼 경찰이 불복종하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특히 법원과 검찰이 모두 관여하는 법조계의 ‘전관예우’에 대해서는 “전직과 현직 판검사들이 함께 공모하는 범죄행위”라고 말했다. 이광석 경찰청 수사구조개혁팀장은 “검찰이 경찰을 종이나 부하처럼 생각한다”며 “명령·복종 규정이 삭제된다고 수사 지휘권이 사라지는 것도 아닌데 검찰이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사개특위 소위는 경찰에 수사개시권을 주고 검·경 명령복종 관계를 규정한 검찰청법 조항 폐지를 개혁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 2011-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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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교과서 독도 왜곡 파문]日 교과서 찬물… 지진 ARS기부 크게 줄었다

    일본 정부가 지난달 30일 독도를 일본 땅이라고 주장한 중학교 사회과 교과서 검정 결과를 공개하면서 동일본 대지진 피해 구호를 위한 국내 ARS 전화 기부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1통에 2000원인 ARS 전화 기부 후원액은 지난달 29일 1067건이었으나 일본 정부의 검정 발표가 알려진 30일 256건으로 크게 줄었다. ARS 전화 기부는 기부를 하려면 개개인이 직접 전화를 걸어야 하기 때문에 일반 시민의 소액 기부를 측정하는 척도로 이용된다.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일본 교과서 문제가 불거지면서 국민 정서를 자극해 ARS 기부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시민 개개인의 기부 감소가 계속되면 결국 기업이나 법인의 기부도 자연스레 줄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사정은 대한적십자사도 마찬가지다. 대한적십자사의 ARS 후원액은 지난달 29일 198만8000원이었으나 30일에는 소폭 감소해 173만6000원을 기록했다. 대한적십자사는 ARS 기부 부문에서 지난달 26일 1142만 원을 모금한 이래 28일에는 574만2000원을 모아 뚜렷한 하강세를 기록했다. 일본 정부의 공식 발표는 지난달 30일 이뤄졌지만 인터넷 등에서는 이보다 며칠 전부터 이 사실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교과서 문제 이후 ARS 기부가 줄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필 이런 시점에 교과서 문제를 일으킨 일본 정부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은 대한적십자사 등 국내 기부 모금단체에 전화를 걸어 “배은망덕한 일본을 왜 돕느냐”며 항의까지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11-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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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험왕’이 100억대 ‘사기왕’으로

    다섯 차례나 보험왕을 차지한 ‘전국 보험왕’이 결국 범죄자로 전락했다. 1998년 모 생명보험사에 입사한 이모 씨(47·여)는 영업 전략으로 현금 유동성이 높은 동대문 의류상가 상인들을 주목했다. 이 씨는 상인들이 일하는 저녁부터 새벽까지 매일 동대문 상가를 드나들며 신뢰를 쌓았고 상인들도 처음에는 그를 백안시했지만 차차 이 씨를 ‘이모, 언니’라고 부르며 따르기 시작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한 달에 1000만 원 이상을 납입하는 고액 보험가입자가 늘어나면서 이 씨는 2005년부터 5년 동안 전국 보험왕에 올랐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이 씨는 곤경에 처하기 시작했다. 경기가 급하강한 탓에 고객들이 가입한 변액보험 원금이 줄기 시작한 것. 8억∼9억 원에 달하던 자신의 연봉으로 고객들의 손실을 메웠지만 이마저도 결국 모자랐다. 중도 해약한 상인들의 보험금을 자신이 대납한 경우도 허다했다. 장부상으로는 고객 600여 명, 계약 건수 1000건이 넘는 ‘보험왕’이지만 속으로는 연봉 전부를 보험금 납입에 메우고도 돈이 모자라는 상태였다. 결국 이 씨는 주식에 손을 대기 시작했으나 실패했고 2009년 3월부터 지난달까지 상인 128명에게 117억5000만 원을 받아 원금을 보장하고 6%의 이자를 지급하겠다고 속여 투자금을 끌어내다 상인들에게 줄고소를 당했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30일 이 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와 업무상 횡령 혐의로 구속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11-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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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힘내요 일본’ 온정에 찬물 끼얹나

    동일본 대지진 참사로 막대한 피해를 본 일본을 돕자는 국내 성금 모금 열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29일 현재 국내 20개 구호단체가 모은 성금은 모두 400억 원을 넘어 섰다. 대한적십자사 등 주요 구호단체는 단일 자연재해로는 최대 모금 규모라는 새 기록을 매일 써 나가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일본 정부가 ‘독도는 자국 땅’이라는 주장을 담은 교과서 검정을 통과시킬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기부 열기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단일 자연재해로는 최대 모금 대한적십자사는 동일본 대지진 구호 모금을 시작한 지 14일 만인 27일 213억4480만 원의 모금액을 기록했다. 이는 국내 자연재해 관련 모금 사상 최고액을 뛰어넘은 것. 종전 최고액은 2005년 미국 남동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 재난 때 약 4개월간 모금한 193억6000만 원이었다. 지난해 초 아이티 지진 때는 80일 동안 90억 원을 모았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도 29일까지 모금액이 112억 원에 이르렀다. 이 같은 폭발적인 모금 열기는 일본이 지리적 문화적으로 가까운 데다 재일교포는 물론이고 유학생 주재원 등 수백만 명의 한국인이 사는 곳이라 재난에 대한 체감도가 더 컸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또 ‘한류 열풍’으로 일본에 진출한 인기 연예인과 기업의 솔선수범 기부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대한적십자사 등 모금단체들은 여기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와 원폭 피해자 모임 등 관련 단체들이 대승적 차원에서 피해 일본인을 돕기 위한 모금활동에 나선 것이 열기를 증폭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독도 문제 변수될까 하지만 이 같은 모금 열기는 30일 일본 정부가 후소샤(扶桑社)의 중학교 공민 교과서 외에도 지유샤(自由社)와 이쿠호샤(育鵬社) 등 독도를 자국 땅이라고 주장하는 교과서 검정을 통과시킬 것으로 알려지면서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이 소식은 지난주 인터넷 등에서 급속도로 퍼져나갔고 급기야 일부 누리꾼은 “공영방송 KBS 등을 포함한 대부분의 언론사, 정부기관, 대기업이 성금 모금에 동원된 것은 부적절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실제로 29일 일부 모금단체의 기부액수가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고 개인 후원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ARS 전화 참여의 경우 대한적십자사에는 26일 1142만 원을 기록한 이래 27일 990만 원, 28일 574만2000원 등 뚜렷한 하강 추세를 보이고 있다. 대학생 심준보 씨(23)는 “이웃나라인 데다 인류애라는 마음에 성금 모금에 나서고 있는데 일본 정부가 독도를 자국 땅이라고 주장하는 교과서를 또 인정하겠다니 화가 날 뿐”이라며 “정부는 영토가 침탈당하는데도 한가하게 성금 모금을 추진하고 있는가”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일본 교과서 문제와는 별도로 인도적 차원에서 지진 피해를 본 일본을 지원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29일 “이번 주 내로 생수 480t과 ‘햇반’ 20t을 추가로 지원하는 방안을 일본 측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11-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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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안함 폭침 1년]“하늘나라 46용사 받으세요” 노란풍선의 편지 훨훨

    천안함 폭침 1년을 하루 앞둔 25일 서울 곳곳에서는 대학생 연합단체 회원 4500여 명이 준비한 천안함 희생 장병 추모 행사가 열렸다. 시민들은 이 자리에서 천안함 용사 추모곡 ‘별, 꿈 그리고 약속’을 들으며 용사들의 음성을 느끼고 추모시 ‘戀(연)’과 에세이 ‘호떡’ 등을 듣고 읽으며 안타까운 마음에 잠겼다. 시민들은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젊은 학생들이 이렇게 용사들을 추모하기 위해 나서는 것을 보니 마음이 든든하다”고 입을 모았다.○ “생사의 문제, 정치적 왜곡 말라” “열려 있어야 할 젊은이들이 오히려 귀를 닫고 천안함의 아픔을 외면하는 현실이 안타까웠습니다. 우리 대학생들이 먼저 나서서 대한민국 국민 모두와 천안함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싶었습니다.” 이날 동아일보가 만난 ‘천안함 피격 1주기 대학생 추모위원회’ 공동대표 7명은 모두 천안함 폭침 1년이 지나도록 일부 세력이 천안함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바른사회대학생연합 김형욱 대표(25·영산대)는 “일부 사람은 천안함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며 실증적 증거를 제시하는 척하지만 그들이야말로 어느 것 하나 과학적이지 못한 탁상공론만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를여는청년포럼 심보라 대표(28·여·명지대 국문학과) 역시 “며칠 전 참여연대에서 열린 천안함 토론회는 1년 전에 주장하던 내용에서 달라진 것이 없었다”며 “직접 눈으로 확인해 봤냐는 질문에 그들의 대답은 ‘안 봐도 안다. 사진으로 봤다’는 것뿐이었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그들이 과연 어떤 진실을 원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 분향소에서 시민들에게 국화꽃을 나눠주던 대학생들은 오후에는 서울역광장으로 자리를 옮겨 행사 지원을 계속했다. 서울역광장에서 분향소 설치를 돕던 윤주진 한국대학생포럼 회장(25·연세대 정외과)은 “바쁜 와중에도 분향을 하고 가는 시민들을 보면 가슴이 뭉클하다”며 “천안함 추모제를 토대로 사람들이 이들의 아픔을 잊지 않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들은 자칫 엄숙하고 딱딱할 수 있는 추모제를 젊은이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행사로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NEW 또다시’ 김건우 회장(20·가톨릭대 국제학부)은 “기존 추모제와 달리 이번에는 젊은 세대가 쉽게 참여하고 공감하는 데 신경을 썼다”며 “추모 시와 에세이, 음악과 영화 등의 프로그램도 준비했다”고 말했다. ○ 위대한 희생, 함께 띄우는 희망 추모에는 시민들도 함께했다. 이날 오후 서울역을 찾은 시민들은 저마다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서울역광장에 마련된 분향소를 찾아 천안함 46용사와 고 한주호 준위를 추모했다. 열차표를 산 뒤 분향소에 들러 분향을 한 장태기 씨(65)는 “스러져 간 꽃다운 이 나라의 젊은이들이 편히 쉬기를 기도했다”며 “이 나라 미래를 짊어질 대학생들이 스스로 나서 이들을 달래는 추모제를 기획한 것이 정말 든든하다”고 말했다. 오후 6시에는 천안함 피격 1주기 대학생 추모 문화제 ‘위대한 희생, 함께 띄우는 희망’ 행사가 열렸다. 천안함 용사와 한 준위를 위해 무대 앞에 마련된 의자에는 46용사 대신 노란색 풍선 47개와 용사들의 이름이 적힌 리본이 자리를 채웠다. 풍선에는 추모제에 참여한 대학생들이 직접 편지를 쓰고 접은 색색의 종이배가 달렸다. 추모제 참가자들이 풍선 47개를 일제히 하늘로 날려 보내자 일부 시민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대학원생 김희진 씨(29)는 “천안함 희생 장병들 대신 노란 풍선이 매달려 있는 장면이 그들의 빈자리를 보여주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며 “풍선을 하늘로 날려 보낼 때는 마음속으로 이들이 하늘나라에서 이 장면을 바라보고 있을 것 같아 가슴 뭉클했다”고 말했다.○ 현충원에도 발길 잇따라 이날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 46용사 합동묘역에는 평소보다 배가 많은 1만400여 명의 시민이 찾아 희생 용사의 넋을 기렸다. 이날 오후 1시경 합동묘역에는 고 임재엽 중사의 모친 강금옥 씨와 고 조진영 중사의 모친 박정자 씨 등이 찾아 아들의 묘비를 쓰다듬으며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 대전에 사는 박 씨는 일주일에도 서너 차례 묘역을 찾고 있다. 지난해 아들 조 중사의 마지막 월급을 출신 고교인 충남기계공고에 기증한 박 씨는 “다시는 이런 슬픔을 겪는 어머니가 이 땅에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부 서해림 씨(35·여·경기 평택시)는 “26일 추도식 때에는 추모객으로 붐빌 것 같아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와 함께 찾았다”며 “예전부터 한번 와보고 싶었으나 이제야 왔다”고 말했다. 강원 동해시 평릉동 해군 1함대 사령부 독도관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은 1함대 소속 이윤성 중위는 “천안함 46용사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조국 해양수호 사명에 온 힘을 다하겠다”며 “그렇게 함으로써 그들이 편히 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 2011-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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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안함 폭침 1년]제2연평해전 유가족, 천안함 1년을 말하다

    《 전국이 한일 월드컵 열기에 빠져있던 2002년 6월 29일. 이날 오전 서해 연평도 서쪽 해상에서 북한 경비정의 선제 기습 포격으로 남북 함정 사이에 전투가 벌어졌다. 이 교전으로 해군 윤영하 소령, 한상국 중사, 조천형 중사, 황도현 중사, 서후원 중사, 박동혁 병장 등 6명이 전사하고 19명이 부상당했으며 해군 고속정 1척이 침몰했다. 하지만 당시 김대중 정부와 관계당국의 무관심 속에 이들에 대한 기억은 점차 세간의 뇌리에서 사라져갔다. 그로부터 8년 후 또다시 북한 공격으로 천안함이 폭침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제2연평해전 유가족들은 25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우리 아들들은 무관심에 잊혀져 갔지만 천안함 46용사들이라도 잊지 말고 안보에 대한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고 입을 모았다. 》■ 윤영하 소령 아버지 윤두호 씨, 희생 걸맞은 명예 지켜줬으면 “그 사람들은 아마 죽어서도 진실을 믿지 않을 겁니다.” 2002년 제2연평해전에서 전사했던 고 윤영하 소령의 아버지 윤두호 씨(69)는 천안함 폭침 1년을 하루 앞둔 2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아직도 일각에서 주장하는 ‘천안함 괴담’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부에서는 천안함 폭침이 북한 어뢰 공격 때문이라고 공식 발표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일각에서는 이를 믿지 않고 있다. 윤 씨는 “이런 괴담 때문에 천안함 46용사 유가족들이 여전히 아파할 것을 생각하면 안타깝다”고 말했다. 윤 씨는 “하지만 (천안함 폭침 사건이) 북한의 소행인 것을 잘 아는 사람이 더 많다는 사실을 유가족들이 단 한순간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위로했다. 그는 “제2연평해전은 너무 쉽게 잊혀졌지만 그나마 천안함 전사자들에 대한 추모 분위기가 전국적으로 확산된 것은 다행”이라며 “앞으로도 국가를 위해 희생한 분들에게는 국가와 국민이 그에 걸맞은 명예를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한상국 중사 아버지 한진복 씨, 연평해전 쉬쉬한 前정부 섭섭 “사상자가 있다고 해서 사실을 감추려고 했던 국가의 태도가 천안함 폭침 1년을 맞는 요즘 더 섭섭하게 느껴집니다.” 제2연평해전 당시 전사한 고 한상국 중사의 아버지 한진복 씨(65)는 “천안함 폭침 사건 희생 장병도, 제2연평해전 희생 장병도 모두 국가를 위해 헌신한 군인”이라며 “국민이 천안함 사건에 관심을 가지듯 제2연평해전 전사자에게도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25일 말했다. 고 한 중사의 가족은 이 같은 섭섭함이 다른 유가족보다 조금 더 크다. 2005년 ‘미국 매사추세츠 주 한국전쟁 기념물 건립위원회’ 창립행사에 참석한 한 중사의 아내 김종선 씨(37)에게 주최 측에서 최상석에 해당하는 존 케리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 옆자리를 내준 것. 한 씨는 “천안함 폭침 1년을 맞아 국가와 국민이 전사 장병에 대한 고마움을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천안함뿐 아니라 우리 연평해전 유가족들도 힘을 내서 살아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천형 중사 어머니 임헌순 씨, 연평 전사자는 홀대당하는 듯 조천형 중사의 어머니 임헌순 씨(64)는 25일 “연평해전 전사자들이 (천안함 46용사에 비해) 너무 홀대당한다는 느낌이 든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는 “천안함 폭침사건은 굉장히 안타까운 일이고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지만 사후 정부 지원이나 추모 열기는 뜨겁다”며 “반면 연평해전은 이미 잊혀져 버린 사건이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제2차 연평해전 전사자 6명은 당시 군인연금법에 ‘전사’ 항목이 없다는 이유로 ‘공무상 사망자’로 처리돼 3000만∼6000만 원 정도의 보상금을 받았다. 전사로 처리된 천안함 46용사 보상금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당시 연평해전 전사자 영결식에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국방부 장관 등은 참석하지 않았다. 임 씨는 “이명박 대통령이 연평해전 전사자들에게도 천안함 46용사와 같은 보상을 하겠다고 말씀하셨는데 아직도 소식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두 달에 한 번씩 현충원을 찾는데 9년이 지난 지금도 마음의 상처는 여전하다”고 말했다.■ 황도현 중사 아버지 황은태 씨, 北소행 안믿는 이들 안타까워 “추모(행사)보다 더 중요한 것이 (대북) 경계태세 확립입니다. 천안함 폭침 1년이 지났지만 그때보다 안보가 더 나아졌는지 의문입니다.” 제2연평해전에서 전사한 황도현 중사의 아버지 황은태 씨(64)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황 씨는 2002년 아들이 비명에 간 이후 이제는 안보 관련 집회의 단골 연사가 됐다. 그는 “아들의 죽음이 잊혀질까 두려워 목소리 높여 안보를 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25일 열리는 서울 광화문 천안함 추모 집회에는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그는 “우리 애들(제2연평해전 전사자들)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데 할 말이 없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황 씨는 “천안함 폭침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북한의 공격 자체를 믿지 않고 있는 사람들이 가장 안타깝다”며 “천안함 폭침 사건이 불러일으킨 국민적 관심을 꼭 안보태세 확립으로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해 동아일보가 ‘MIU 제복이 존경받는 사회’를 기획 보도했지만 여전히 군인들에 대한 존경이 없다”며 아쉬워했다.■ 서후원 중사 아버지 서영석 씨, 유족들 함께 힘내 살아갔으면 제2연평해전 당시 기관총 사격을 하다 전사한 서후원 중사의 아버지 서영석 씨(58)는 최근 찾은 국립현충원에서 아들 영정 앞에 사과 몇 개를 올렸다고 한다. 서 씨는 “아들이 전사한 후 3년간 제대로 돌보지 못했던 과수원을 이제 힘을 내서 열심히 가꾸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서 씨는 유가족 모임에서 총무를 맡아 매년 정기모임을 주선하며 유가족들이 힘들어할 때마다 “국가와 국민에게 아들들의 업적을 더 알려야 한다”고 다독이고 있다. 서 씨는 2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제2연평해전이 국민에게 오래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아들의 유품을 집에 남겨놓지 않고 평택 2함대와 용산 전쟁박물관에 기증했다”며 “그런데도 지금은 연평해전 자체를 모르는 사람들이 있으니 섭섭한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간이 지나도 사랑하는 아들, 형제를 잃은 유가족들의 슬픔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며 “천안함 유가족들뿐 아니라 우리 제2연평해전 유가족들도 힘을 내서 살아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동혁 병장 아버지 박남준 씨, 지속적인 관심 가족들엔 큰힘 박남준 씨(55) 부부는 아들 고 박동혁 병장을 제2연평해전으로 떠나보낸 후 경기 안산시에서 강원 홍천군으로 이사를 갔다. 집도 아닌 중고 컨테이너에서 아내와 아들만 그리며 보낸 시간만 6년이 지났다. 박 씨는 “아들을 잃고 나서 사람을 만날 수도 없을 정도로 몸과 마음이 피폐했다”라고 이사 이유를 말했다. 외동아들이었던 박 병장이 전사해 박 씨 가족은 제2연평해전으로 대가 끊긴 세 가족 중 한 집이 됐다. 하지만 박 씨 부부는 1년 전부터 다시 집을 짓고 작은 밭을 가꾸고 소를 기르며 살고 있다. 술도 자제할 수 있게 됐고 우울증 증세도 많이 나아졌다고 한다. 새로 지은 집 방 한쪽에는 아들 이름을 딴 함선의 모형과 유품 등을 전시했다. 박 씨는 “유품으로 꾸며놓은 공간을 보면서 항상 동혁이의 넋을 추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씨는 “동아일보에서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 줘서 유족들에게 큰 힘이 됐다”며 “동아일보 독자는 물론이고 모든 국민이 제2연평해전 전사자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 2011-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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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25 참전 유공자 아파트서 투신

    20일 오후 3시 5분경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아파트 화단에 6·25전쟁 참전 국가유공자 박모 씨(78)가 쓰러져 숨져 있는 것을 이 아파트 경비원이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경비원 박모 씨(64)는 경찰에서 “‘쿵’ 하는 소리가 들려 나가 보니 할아버지가 쓰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21일 서울 노원경찰서 및 유가족 측에 따르면 박 씨는 20일 낮 12시경 중풍 증세로 같은 병실에 함께 입원해 있던 아내 이모 씨에게 “나 집에 가서 목욕 좀 하고 올게”라는 말을 남기고 병원을 떠난 지 3시간여가 지나 집 앞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14층 집 베란다에 박 씨 슬리퍼가 가지런히 놓여 있는 점 등을 토대로 박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해 투신한 것으로 보고 있다. 6·25전쟁 참전 용사로 국가유공자인 박 씨는 외동딸 집에서 살아왔으며 노환으로 거동이 불편한 데다 최근 들어선 우울증까지 겹치면서 “이렇게까지 살아서 뭐하나”라는 말을 자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내 이 씨는 가족에게 “(박 씨가) 갑자기 옷을 깨끗이 차려입고 목욕도 하고 온다고 해서 운동 삼아 집에 다녀오라고 했는데 이게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고령에다 병환이 심해지면서 외동딸 신세를 져야 했던 고인이 자식에게 폐를 끼치기 싫어 스스로 죽음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11-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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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적, 당신도 당신을 속일 수 없다

    “편지 원본을 토대로 고 장자연 씨의 필적을 감정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판단을 존중합니다. 그러나 장 씨의 유서(호소문) 복사본과 광주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전모 씨(31)의 가짜 편지 복사본 사이에 유사성이 있다고 판단했던 제 소신은 그대로입니다.” SBS의 의뢰를 받아 전 씨의 가짜 편지 복사본과 장 씨의 유서(호소문) 복사본 간 필적을 감정했던 문서감정사 이희일 씨(49)는 18일 두 편지의 필적이 유사하다고 판단했던 자신의 감정결과를 여전히 자신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사본을 토대로 필적을 감정할 때는 필압(펜으로 종이에 글을 쓸 때 들어가는 힘)을 판단할 수 없고 글씨 끝 부분의 세밀한 떨림을 살필 수 없는 한계가 따른다”고 털어놨다. 필체에 유사성은 분명하지만 진본이 아닌 사본을 대조한 데 따른 문제점은 있었다는 얘기다.○ “필적 조작 땐 머뭇거린 흔적 남아” 최근 SBS의 보도로 논란이 된 탤런트 고 장자연 씨 편지가 국과수 필적감정 결과 친필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면서 필적 감정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 씨는 전 씨의 가짜 편지를 장 씨의 친필과 유사하다고 봤지만, 국과수는 정반대의 감정 결과를 내놓았다. 이렇게 서로 다른 결과가 나온 이유는 뭘까. 18일 서울 서초구 국제문서감정원의 문서감정사 현진우 원장(50)은 “이 씨가 장 씨의 필적과 전 씨의 가짜 편지 필적을 동일한 것으로 감정한 것은 편지글 속에 보이는 ‘야’ 자에서 ‘ㅑ’의 형태가 마치 ‘k’ 모양으로 장 씨의 유서(호소문)에서 쓰인 것과 똑같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장 씨는 유서에서 ‘ㅑ’를 ‘k’자 모양으로 딱 한 번밖에 쓰지 않았고 ‘냐’ ‘야’처럼 제대로 쓴 경우도 많았는데 이 씨가 이를 놓쳤다는 것. 전 씨가 장 씨의 유서 필적을 흉내 내면서 장 씨가 ‘ㅑ’를 ‘k’처럼 쓰는 것으로 여기고 ‘k’자로 쓰는 데 집착해 모든 편지에 그같이 썼다가 도리어 조작 사실이 들통 났다는 얘기다. ‘장자연 씨 편지’ 사건처럼 누군가 다른 사람의 필적을 일부러 흉내 내면 어떤 흔적이 남아 있을까. 서울 중구 태평로 중앙인영필적감정원 고주홍 원장(41)은 “필적이 자유롭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현상이 두드러져 이 부분을 확대하면 필기구가 종이를 지나간 두께나 속도가 일정치 않은 것이 드러난다”고 말했다. 사인펜이나 플러스펜 같은 필기구는 번지기 쉽기 때문에 필기 속도가 빨라지는 점을 감안해야 하며, 펜이 굵어질수록 필적을 은폐하기 쉽다. 즉 필기를 빠르게 하고 굵은 펜을 쓸수록 필적을 은폐하기 쉽다는 얘기다. ○ “획 모두 떼어내 화학 용액에 넣기도” 보다 정밀한 감정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계약서나 유언장에 처음에는 한자로 ‘一部(일부)’로 쓰였다가 나중에 ‘全部(전부)’라고 고쳐진 경우가 있다면 문서감정사들은 글자를 한 획 한 획 모두 분리한 뒤 화학 용액에 넣어 획별 성분을 분석하게 된다. 필적은 글씨를 쓰는 사람의 건강상태, 교육수준, 직업, 글씨를 쓰는 자세와 상황, 펜의 종류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문서감정사들은 필적감정을 할 때 5가지를 기본적으로 고려한다. 필세(글자를 얼마나 빠르게, 균일한 속도로 쓰는가), 필압, 배자형태(자간, 글자 각도), 자획순서(같은 ㅂ자를 쓰더라도 어떻게 쓰는지), 필순(하나의 완성된 문자 자체의 구성 형태) 등이다. 문서감정사 한용택 씨(76)는 “이 밖에도 글을 쓴 사람만의 희소한 특징을 먼저 찾아보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김진 기자 holyjjin@donga.com}

    • 2011-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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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東日本 대지진]“미야기현의 부모-동생과 연락이 안돼요”

    “요즘 매일 미야기(宮城) 현청 동료들의 전화를 받아요. ‘직원 누구의 아버지가 죽었다’ ‘직원 누구의 어머니가 실종됐다’는 그런 소식들요….” 15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미야기 현 서울사무소에는 하루 종일 무거운 공기만 감돌았다. 11일 동일본 대지진 발생 직후에는 일본 현지의 가족 및 친지 소식을 파악하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였지만 4일이 지난 현재는 대부분 생존 가능성을 포기한 모습이었다. 사무실에 켜 놓은 TV에서는 계속해서 지진 소식이 나왔지만 관심을 기울이는 직원은 드물었다. 급기야 한 직원은 체념한 듯한 표정으로 말없이 TV 전원을 껐다. 아베 다가오(阿部貴夫·47·사진) 미야기 현 서울사무소 소장은 “부모님과 동생 내외, 두 살배기 조카들 모두 피해가 가장 심한 미야기 현 구리하라 시내에 살고 있다”며 “지진 발생 전날 밤에도 통화를 했는데 지금은 전혀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아베 소장은 미야기 현청에서 근무하다 2년 전 서울 사무소로 파견됐다. 미야기 현은 그의 선조부터 약 300년을 넘게 살아온 고향이다. 한국에서 TV로 본 고향은 하루에만 2000여 구의 시신이 발견된 대참사의 현장으로 변했다. 그가 어릴 적 뛰놀던 학교운동장은 물에 잠겼고 눈에 익숙했던 산과 들은 모습조차 알 수 없게 변했다. 가족들의 생사조차 모르고 있지만 그는 지진 피해로 인한 업무를 처리하느라 고향으로 가지도 못하고 있다. 아베 소장은 “많은 사람들이 지진이 일어난 이후 미야기 현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을 찾아달라며 수소문을 하고 있다”며 “나도 고향으로 바로 달려가고 싶지만 업무를 놓지 못해 속만 태우고 있다”고 말했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한 그는 “가족이 제발 살아만 있었으면 좋겠다”며 끝내 눈물을 보였다. 아베 소장은 “조국의 상황이 많이 어렵지만 어떻게든 도와주는 한국인들을 보며 큰 위로를 받고 있다”며 “한국민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표하고 싶다”고 말했다. 미야기 현 지진 성금 송금처-예금주 사)미야기현서울사무소 계좌번호 국민은행 411401-01-225230 문의 02-725-3978장관석 기자 jks@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11-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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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외교관 ‘상하이 스캔들’]한국의 시댁 식구들이 말하는 덩 씨

    “어느 날 시댁에 왔는데 코팅된 종이 하나를 주더군요. 거기에는 한국 대통령과 국회의원, 청와대 비서관 등 30여 명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빼곡히 적혀 있었습니다. 자신은 이런 걸 많이 가지고 있으며 우리도 가지고 다니면 좋을 거라고 자랑하더군요.”‘상하이(上海) 마타하리’ 덩신밍(鄧新明·33·여) 씨의 시댁 사람들은 덩 씨를 좀처럼 정체를 알 수 없는 중국인 며느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8일 경기 수원시의 한 아파트에서 만난 덩 씨 남편 진모 씨(37)의 이모 박모 씨(61)와 이모부 이모 씨(67)는 “(덩 씨가) 처음에는 외국인답지 않게 가족에게 싹싹하게 너무 잘했다”며 “그러다 3년 전부터는 아예 시댁에 코빼기도 비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국에서 열린 덩 씨 결혼식에 ‘부모 역할’을 할 정도로 덩 씨 부부와 친밀했다. 덩 씨 부부는 1년에 두 번 설과 추석 때 이 씨 집에 들렀다.이들에 따르면 덩 씨는 여러 가지 이름을 쓰고 있었다. 그는 “코코, 신디에서부터 덩신밍이라는 이름까지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쓰는 것 같았다”며 “사실 정확한 이름과 나이도 잘 모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직업도 가끔 시댁에 올 때마다 매번 바뀌었다. 진 씨의 이종사촌 누나 이모 씨(38·여)는 “상하이 부시장 비서가 됐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경찰복을 입고 와서 상하이 경찰 간부라는 소리도 하더라”며 “항상 ‘내가 그 유명한 등소평 손녀’라고 말해 입만 열면 거짓말만 한다고 다들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들 가족은 원래 진 씨와 거의 매일 통화할 정도로 친밀했지만 최근에는 거의 통화를 하지 못하고 있다. 누나 이 씨는 “최근에는 (진 씨가) 덩신밍이 도청해서 듣고 있다고 말해 간단한 인사만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덩 씨의 도청 및 감시 능력에 대해 상당히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덩 씨는 한국에 올 때마다 수원의 이 씨 집에 머물렀다. 그때마다 하루 이틀 정도 집에 들어오지 않고 외박하는 일도 잦았다는 것이 가족의 전언이다. 이모부 이 씨는 “(덩 씨가) 한국에 올 때마다 ‘청와대에 가서 대통령도 만나고 식사도 하고 왔다’고 말했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중국에 갔을 때 자신이 통역을 한 적이 있다고도 말하더라”고 전했다. 덩 씨는 한국에 올 때도 3대의 휴대전화를 가지고 끊임없이 통화를 계속했다. 이들에 따르면 진 씨 부부 사이에는 딸 하나만 있다. 상하이 총영사관 측에 따르면 진 씨 부부가 친딸 외에 2, 3명의 입양한 아이가 있다고 한다. 누나 이 씨는 “입양한 아이는 없으며 (덩 씨가) 가끔 미혼이라고 말하기 위해 본인 아이를 입양했다고 평소에 거짓말을 계속하던 것이 와전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모 박 씨도 “유산을 세 번 하고 낳은 아이라 평소에는 아이를 끔찍이도 아꼈다”며 “하지만 상하이 H 영사와 바람이 난 이후부터 우리에게 전화해 ‘아이를 버리겠다’고 말하는 등 사람이 변했다”고 전했다. 덩 씨의 한국어 실력에 대해서는 “조카(진 씨)와 사귄 이후부터 배우기 시작했으며 결혼한 이후에 한국어가 확 늘었다”며 “그전에 한국어를 공부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진 씨는 지금도 덩 씨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모부 이 씨는 “한 번은 코코가 남편과 싸우다 권총을 꺼내 위협한 적도 있었다고 스스로 말하더라”며 “조카(진 씨)는 지금도 도청될까 두려워 우리와 통화할 때도 늘 짧게 통화를 끝낸다”고 말했다.수원=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 2011-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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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인재 육성에 40년 함께한 건물 기부”

    “40년 가까운 세월을 저와 함께한 건물이 있습니다. 이 건물을 기부하렵니다.” 지난해 11월 2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 서울여대 이광자 총장실로 기부 의사를 밝히는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건 사람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 유치원을 운영하는 황영옥 씨(72·사진). 황 씨가 기부하기로 한 건물은 시가 60억여 원으로 서울여대 기부 사상 최대 액수다. 황 씨는 1971년 대학총장 기도모임에서 서울여대 초대 학장이던 고 고황경 박사를 처음 만났다. 설립된 지 10년밖에 되지 않는 서울여대를 이끌던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고 박사는 교육에 대한 의지와 희망을 잃지 않았다. 황 씨는 “어려운 시절 암흑 속에서도 바늘구멍 하나 있으면 희망을 볼 수 있다는 고 박사님 말에 감동을 받았다”며 “이 일을 계기로 고 박사가 학장으로 있는 서울여대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황 씨는 그동안 자신이 가진 서울 서초구 서초동 건물에서 35년째 유치원을 운영하면서 교육 분야에 대한 기부도 열성적으로 해 왔다. 마지막으로 대학생들을 위한 장학사업을 생각하던 차에 어느 날 라디오에서 이광자 총장의 방송 내용을 듣고 서울여대에 건물을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여성 인재를 길러내는 일이야말로 나에게 남겨진 마지막 의무라고 생각했다”며 “젊은 여성을 위해 쓸 수 있다면 재산은 하나도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24일 오전 서울여대 본관에서는 황 씨가 기탁한 건물을 재원으로 한 ‘성정(聖情) 황영옥 장학위원회 발족식’이 열렸다. 황 씨의 꿈이 이뤄진 것. 황영옥 장학금은 내년부터 학생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이광자 총장은 “황 할머니의 뜻을 기려 장학금이 학생들에게 바르게 쓰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황 씨의 기부정신을 기리기 위해 학교 안 사택에 황 씨의 집도 마련해줬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11-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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