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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함께 공연을 보고 바로 헤어지기엔 아쉽다. 공연 전에 식사를 간단히 해야 할 때도 많다. 2시간여 이어지는 공연 전후로는 으레 ‘끼니 걱정’을 하기 마련. 볼거리, 놀거리가 많은 대형쇼핑몰에 있는 극장은 이런 고민을 쉽게 해결해준다. 2007년 12월 개관한 프라임아트홀(사진)은 서울 구로구 구로동 테크노마트 지상 11층에 있다. 지하철 1, 2호선 신도림역에서 지하통로로 바로 연결되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극장까지 10분도 안 걸린다. 건물 내에서 식사와 휴식, 쇼핑까지 해결할 수 있는 곳으로,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코엑스처럼 추운 날 나들이하기 좋다. 지하 2층에는 이마트, 지상 2∼9층에는 컴퓨터 휴대전화 가구 패션잡화 등 쇼핑몰, 10층에는 치과 한의원 내과 등 병원, 12층에는 10개 영화관을 갖춘 멀티플렉스 극장 CGV가 있다. 출출할 때는 음식점 수십 개가 밀집한 지하 1층과 지상 10층 전문 식당가로 가면 된다. 지상 14층에는 야외 공원도 있어 바람 쐬기에 좋다. 프라임아트홀은 단관으로 총 400석. 이광식 팀장은 “CGV 좌석을 만든 업체가 극장 좌석을 맡아 영화관 객석처럼 편하다”고 말했다. 또 앞뒤 좌석 간 높이 차가 큰 편이어서 시야 확보에 좋다. 목재로 꾸민 바닥과 벽도 고급스럽다. 스피커 17개가 설치된 음향 시설은 특히 뮤지컬 공연에서 풍부한 사운드를 자랑한다. 02-2111-3524황인찬 기자 hic@donga.com박종민 인턴기자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3학년 쉼터=테크노마트 건물 바로 옆에 ‘신도림 센트럴파크’ ‘테크노가든’ 등 야외 공원이 있다. 건물 6층에는 유아 놀이방과 키즈 카페가 있어 가족 관객들에게 인기. 먹을거리=지하 1층과 지상 10층에 한식 일식 중식 태국식 등 다양한 종류의 식당이 있다. 극장 관계자가 추천한 음식점은 지하 1층의 퓨전레스토랑 ‘반가’(02-2111-1452)로 생맥주 500cc 2500원, 갈릭 스테이크 2만5000원. 교통=지하철 1, 2호선 신도림역에서 도보 5∼10분(주말에는 혼잡해 더 걸릴 수 있음). 지하 3∼7층 주차장에 총 2300대 주차 가능. 공연을 보면 3시간까지 무료. 공연작=연극 ‘보잉보잉 1탄’ 3월 31일까지.}

연극 ‘수상한 흥신소’(작·연출 임길호)는 딱 두 토막 낼 수 있는 작품이다. 전반은 뻥뻥 웃음이 터지지만 후반은 객석에서 대놓고 훌쩍이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가슴 짠하다. ‘웃음과 감동이 있다’는, 말은 쉽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운 난제를 제법 매끄럽게 풀어냈다. 지난해 6월 대학로 초연 당시 호평을 받았고, 4일부터 시작한 재공연에서도 객석이 꽉 차는 이유다. 전반부 웃음 코드는 대학로 흥행 뮤지컬 ‘김종욱 찾기’를 연상시킨다. 주인공 오상우(박상협)는 허울만 고시준비생일 뿐 놀고먹는 백수다. 하지만 그에겐 남다른 재주가 있다. 귀신을 볼 수 있는 것. 그는 이를 이용한 신종사업을 구상한다. 우연히 친해진 남녀 귀신 둘과 힘을 합쳐 귀신들의 하소연을 듣고 이를 대신 풀어주는 흥신소를 차린다. 김종욱 찾기의 ‘첫사랑 찾기 주식회사’를 떠올리게 하는 발상이다. 이 흥신소를 찾는 국회의원, 동성애자, 가수 지망생, 외판원 출신의 귀신 의뢰인을 단 한 명의 배우, ‘멀티맨’(이장원)이 숨 가쁘게 변신하며 소화하는 점도 닮았다. 가수 지망생이었던 귀신이 어설픈 랩을 선보이면 오상우가 “제 점수는요∼” 하며 받아치는 식으로 톡톡 튀는 웃음을 안겨주던 연극은 후반엔 촉촉하게 젖어든다. 후반부의 감동코드는 대학로의 또 다른 뮤지컬 흥행작 ‘빨래’를 떠올리게 한다. 경비원인 남편을 두고 먼저 세상을 뜬 아내는 오상우를 찾아가 남편에게 대신 문자메시지를 보내달라고 부탁하고, 메시지를 확인한 경비원은 “거기선 아프지 말고…”라며 아내를 마음에서 떠나보낸다. 가정 폭력을 행사하다가 아내가 피워 놓은 연탄가스에 피살된 장애인 깡패는 오상우를 통해 아내에게 반지를 주며 화해의 손을 내민다. 이런 서민들의 투박하지만 훈훈한 로맨스에 객석은 훌쩍였다. 극은 전체적으로 깔끔했지만 개운치 못한 부분도 있다. 일부 배우의 지나친 즉흥 대사나 혀 짧은 발음이 몰입을 방해했다. 오상우가 귀신을 볼 수 있는 데엔 엄청난 반전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맨 끝에야 슬쩍 언급해 의아했다. 주연 커플보다 조연들의 로맨스가 더 절절한 것도 흠이라면 흠이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i:2만5000원. 2월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상명아트 홀2관. 02-2075-2173}

서울 대학로 소극장은 대체로 이용하기에 불편하다. 최근 기자가 경험한 두 사례는 이렇다. 공연 시작 30분 전 극장을 찾았지만 10분 전부터 입장이 가능하단다. 커피숍에 들어가기엔 애매한 시간. 추운 거리에서 서성이며 시간을 때웠다. 다음은 주차. 주말 차를 끌고 다른 소극장을 찾았다. 1층 주차장에는 6, 7대의 여유 공간이 있었지만 “연극을 보러온 관객은 주차가 안 된다”는 경비원의 호통에 근처 유료 주차장을 찾아 간신히 차를 댔다. 주차비는 2시간에 1만 원. 티켓 가격의 절반이었다. 2009년 9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문을 연 윤당아트홀은 ‘소극장은 불편하다’는 이런 인식을 깬다. 윤당빌딩 지하에 위치한 이 극장은 알루미늄 제조업체인 조일알미늄이 사회공헌 사업의 일환으로 운영하는 곳. 관객을 배려한 쉴 공간, 먹을 공간이 넉넉하다. 극장은 258석의 1관과 142석의 2관으로 나뉜다. 극장에 커피 주스 등 음료와 샌드위치 머핀 등 간단한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카페가 2곳 있다. 극장 내에는 80여 평 공간의 갤러리가 있어 무료로 미술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80대를 수용하는 지하 주차장과 극장이 엘리베이터로 연결돼 겨울철 추위를 막아준다. 극장 내부는 나무, 대리석 마감재를 사용해 깔끔하게 꾸몄다. 기본 환기 시설에 공기 살균기까지 가동해 실내는 지하답지 않게 쾌적하다. 냉난방은 물론이다. 극장 설치에 20억 원을 들였을 정도로 시설이 고급스럽다.단 하나, 좌석은 살짝 실망스럽다. 팔걸이가 없고 좌우 폭이 좁다. 쿠션도 딱딱한 편이다. 앞좌석과 무릎 사이가 주먹 한 개 반 정도 드나들 정도로 넉넉한 건 장점. 스피커가 1관에 8개, 2관에 6개 설치돼 풍부한 음향을 자랑한다. 무대 뒤 공간이 넓어 낮에는 어린이극, 밤에는 일반연극 공연이 펼쳐질 때가 많다. 02-546-8095.황인찬 기자 hic@donga.com박종민 인턴기자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3학년이진형 인턴기자 이화여대 법학과 4학년 쉼터=지하 1층에 테이블 7개, 10개를 갖춘 카페 2개(아메리카노 3000원. 샌드위치 5000원). 극장 내부에 있는 갤러리 무료 관람. 도보 5분 거리에 도산공원 위치. 먹을거리=압구정역 근처라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이 많지만 가격은 비싼 편. 극장 관계자가 추천하는 음식점은 젠 하이드 어웨이(02-541-1461)로 파스타 1만5000원 선. 교통=압구정역 2번 출구에서 도보 8분. 골목길을 따라 가야 하니 꼼꼼히 약도를 살필 것. 주차는 3시간에 3000원. 작품=1관에서는 어린이 뮤지컬 ‘해와 달이 된 오누이’ ‘보잉보잉 1탄’이 무기한 공연 중, 2관에서는 ‘보잉보잉 2탄’이 30일까지 공연.}

17일 저녁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소극장 ‘더 스테이지’. 공연제작사 ‘뮤지컬 해븐’이 처음으로 마련한 ‘뮤지컬 해븐의 밤’이 열렸다. 자사 공연을 자주 찾은 관객을 위한 감사의 무대였다. 배우 강필석 김재범 임기홍 씨 등이 나와 뮤지컬 ‘김종욱 찾기’ ‘쓰릴미’ ‘번지점프를 하다’ ‘스프링 어웨이크닝’ ‘마이 스케어리 걸’의 주요 넘버를 열창했다. 분위기는 뜨거웠다. 일부 관객은 노래를 따라 불렀고, 배우들의 몸짓 하나하나에 탄성이 터졌다. 김종욱 찾기의 ‘멀티맨’으로 코믹 연기를 보여줬던 임 씨가 꽃미남 배우들의 등용문인 ‘쓰릴미’를 재현하며 웃통을 벗었을 때는 박장대소가 터졌다. 이날 초청된 110여 명은 ‘특별한 고객’들이다. 2009년 스프링 어웨이크닝과 2010년 쓰릴미 등 두 공연 관람 횟수의 합이 27회 이상인 관객을 초청한 것. 이 중에는 40회, 50회를 넘어 100회 이상을 본 관객도 있다. 공연마다의 티켓 가격은 대략 4만∼8만 원. 30회만 봤다고 쳐도 100만 원이 넘는다. 도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만나 보니 대부분 30대 전후의 평범한 직장 여성들이었다. 단지 취미생활의 하나로 뮤지컬에 푹 빠져 지낼 뿐이었다. 이날 초청객 중 최다 관람자는 스프링 어웨이크닝을 103번 본 남궁옥화 씨(31). “지난해 200일 정도 공연을 봤다. 티켓 값만 해도 국산 소형차 한 대는 나올 거다. 주위에서는 ‘미쳤다’고도 하는데 공연이 좋은 걸 어쩌나”라며 웃었다. 6개월간 쓰릴미를 50회나 봤다는 회사원 김현정 씨(29)는 “작품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배우별로 각각 공연을 봤고, 같은 배우라도 날마다 느낌이 달라 자주 보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큰손’이 아니었다. 대부분 끼니를 김밥으로 때워가며 아낀 돈으로 공연장을 찾는 ‘개미’들이었다. 이들이 한국 뮤지컬시장 급성장의 주요 동력이란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런 그들의 희망사항은 뭘까. 역시 개미들답게 경제적 부담을 줄여 달라는 것이었다. “재관람 관객에겐 할인 혜택을 달라” “커피처럼 공연도 열 번 보면 한 번은 무료로 해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충분한 숙고 없는 할인 정책은 제작 기반을 약화시킬 수도 있다. 손쉬운 묘안은 없겠지만, 골수 뮤지컬 애호가들과 제작사 모두가 기뻐할 수 있는 답을 생각해 볼 때가 왔다고 느껴졌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부인이 죽고 2년 만에 재혼해 5년을 살았다. 남편은 소설을 쓰려고 심령술사를 통해 귀신을 불렀는데 뜻하지 않게 전처가 유령이 돼 나타났다. 유령 부인은 좀체 돌아갈 생각을 안 하고 눌러 앉으려 하고, 남편은 미치고 펄쩍 뛴다. 한 지붕 아래 두 부인과의 동거라니. 제1회 대학로 코미디페스티벌 참가작으로 14일 막을 올린 연극 ‘유쾌한 유령’(번역·연출 윤광진)은 이런 기묘한 해프닝으로 웃음을 유발한다. 영국 극작가 노엘 카워드의 대표작으로 1941년 런던 초연 당시 1997회 무대에 서며 히트했다. 설정 자체도 재미있지만 70여 년 동안 이 작품이 사랑받아온 이유는 인물들의 심리 변화에 있는 듯했다. 가장 두드러지는 남편의 변화는 이렇다. 전처가 유령이 돼 나타나자 처음에는 벌벌 떤다. 하지만 매력적이었던 전처의 육체를 탐하며(유령이지만 만질 수 있다) 두 부인을 두게 된 상황을 은근히 즐긴다. 하지만 전처가 자신을 죽여 데려갈 계획을 짜자 배신감에 펄쩍 뛰고, 결국 사고로 두 번째 부인까지 죽자 다시 자유를 만끽한다. 그렇다. 이 과정에서 금과옥조 같던 부부간의 신뢰는 깨지고 과거 폭로전이 이어지고, 결국 뼛속까지 남남이 된다. 설정은 극단적 드라마 같지만 극의 분위기는 시종일관 위트와 웃음이 넘친다. 그 힘은 통통 튀는 대사와 해학적인 극적 구성에서 나온다. 남편이 첫 번째 부인에게 “왜 이렇게 눈치가 없어”라고 화를 내면, 두 번째 부인이 자신에게 하는 줄 알고 “그래, 난 눈치가 없어요”라고 화를 내는 식이다. 엉뚱한 주술사, 겁먹은 하녀, 뜬금없는 의사의 감초 연기도 눈길을 끈다. 전처인 엘비라 역을 맡아 첫 연극 무대에 나선 황인영 씨는 요염한 매력을 뽐내며 무난한 연기를 펼쳤고, 중견 배우 남미정 씨는 괴짜 심령술사 아르카티 부인 역을 독특한 매력으로 사랑스럽게 표현해 큰 박수를 받았다. 해설지에는 ‘화병이 날아다니고 의자가 춤추고 벽이 무너지는 초현실적 세계가 펼쳐진다’고 쓰여 있다. 말은 맞다. 하지만 놀이공원의 ‘귀신의 집’ 수준을 넘지 못하니 큰 기대는 하지 말 것.황인찬 기자 hic@donga.com:i:2만 원. 23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쇳대박물관 지하 대학로 예술극장 3관. 02-763-1268}

《공연 시장의 성장과 함께 몇 년 새 새로운 공연장들이 문을 활짝 열고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 공연장을 주인공으로 한 연재를 시작한다. 시설뿐 아니라 작품 정보, 교통 및 편의시설, 인근 맛집까지 ‘작지만 유용한’ 정보를 모았다.》 12일 신년음악회가 열렸다. 소리꾼 장사익, 가수 부부 노사연 이무송, 코리안재즈오케스트라, 인디밴드 로맨틱펀치와 딕펑스가 출연했다. 세대와 장르를 뛰어넘은 출연진에 관객은 매진으로 화답했다. 2월 12일 무대에 오르는 인디밴드 ‘10cm’ 공연의 1차 티켓 분도 매진됐다. 서울 마포구 대흥동 마포아트센터의 최근 티켓 판매 현황이다. 2002년 4월 세워진 이 5층 건물의 원래 이름은 마포문화체육센터. 쉽게 말해 ‘구민회관’이었다. 구의 주요 행사가 열렸고, 예비군 훈련 장소로 사용되기도 했다. 2008년 리모델링을 통해 전문 공연장으로 탈바꿈했다. 7억 원을 들여 오디오시스템을 교체했고, 시멘트였던 공연장 바닥도 나무로 바꾸었다. 객석을 전부 교체했고 카페 등 편의시설도 추가했다. 가장 강점으로 꼽는 부분은 완전히 면모를 일신한 음향. 이태희 음향감독은 “충무아트홀, 고양아름누리와 메인 스피커를 비롯한 오디오시스템이 같다. 다른 유명 극장과 비교해도 A급의 음향”이라고 말했다. 잔향은 1.1∼1.2초로 다소 짧아 소리가 덜 울린다. 오케스트라보다는 재즈나 성악 공연에 더 적합하다.메인 공연장인 ‘아트홀 맥’은 781석. 1층이 482석, 2층 299석이다. 1층 B열 앞쪽 143석이 VIP석이지만 다른 자리의 시야 확보도 양호한 편. 의자는 푹신하고 특히 앞뒤 좌석 간 거리가 넓어 다리를 꼬거나 가방을 무릎 앞에 놓고 봐도 편할 정도다. 2층은 철제 난간이 5열까지 시야를 가리는 게 흠. 170석의 ‘플레이 맥’은 1년 내내 어린이 공연이 오른다. 예약을 통해 운영하는 유아 놀이방(36개월 이상 이용가능)도 따로 마련돼 있어 부모 관객에게 인기가 높다. 할인 혜택은 마포구민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도 적용한다. 홈페이지(www.mapoartcenter.or.kr)에서 회원 가입을 하면 기획 공연을 10∼30% 저렴하게 볼 수 있다. 02-3274-8600황인찬 기자 hic@donga.com주애진 인턴기자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쉼터=1층에는 테이블 11개의 커피숍(아메리카노 2500원, 샌드위치 3000원)이 있다. 옥상에는 두 개의 정원이 있어 도심 속 녹지 공간을 즐길 수 있다. 인근 서강대 후문을 통해 캠퍼스를 산책하는 것도 추천 코스. 먹을거리=서울의 대표적 냉면집의 하나인 을밀대(02-717-1922)가 주변에 있고, 극장 옆에 위치한 ‘해창숯불갈비’(02-719-2994)도 극장 관계자들이 즐겨 찾는 회식 장소. 교통=6호선 대흥역에서 도보로 10분, 2호선 이대입구역에서는 버스 두 정거장 거리. 주차는 155대가 가능하고 공연을 볼 경우 4시간에 3000원. 작품=아트홀 맥에서는 뮤지컬 ‘진짜진짜 좋아해’가 2월 6일까지, 플레이 맥에서는 과학체험 뮤지컬 ‘베티의 과학여행’이 22일까지 열린다.}

국악 실내악 단체인 정가악회는 지난해 9월부터 넉 달 동안 지적 장애인들의 음악 치유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음악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숙명여대 음악치료센터와 함께 국악을 통해 장애를 극복하는 방법을 모색한 것이다. 효과는 긍정적이었다. 평소 말도 없고 사물에 잘 관심도 갖지 않던 지적 장애인들이 국악 연주를 듣고, 직접 악기도 연주하면서 적극성을 띠게 됐다. “다음에 또 언제 오느냐”며 채근하는 사람도 있었다. 천재현 정가악회 대표는 “음악이 사람을 치유할 힘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기회였다. 이런 효과를 좀 더 대중적으로 전달하면 어떨까 싶었다”고 말했다. 12일 서울 중구 필동2가 남산국악당에서 개막한 청소년을 위한 치유음악극 ‘검고소리’(대본 김은선·연출 최여림)는 이렇게 탄생했다. 지난해 황순원의 소설 ‘왕모래’를 국악과 낭독이 만난 동명 음악극으로 풀어내 관심을 끌었던 정가악회가 이번에는 국악의 치유력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평온한 가우리 나라와 호전적인 허허벌판 나라의 대립 구도 속에서 세상의 모든 불협화음과 고통, 상처를 잠재울 ‘검고소리’를 찾는 험난한 여정을 그렸다. 문숙현 작가의 동명 창작 동화가 바탕이 됐다. 종교제례악부터 판소리, 민요까지 다양한 국악 장르가 버무려져 있어 한자리에서 다양한 국악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국악을 통해 정신을 치유받을 수 있을까. 숙명여대 음악치료센터 이주영 교수는 “임상 경험으로 보면 국악의 템포나 사운드가 현대 음악보다 긍정적인 감정 변화를 유도하기에 적합하다. 기분이 들뜨고 유쾌하기도 하지만 마음의 안정과 신체적 흐름을 완화하는 데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나무, 동물 가죽 등 자연 소재로 만든 국악기들은 음향적으로 편안하고 안정적인 소리와 템포를 갖고 있어 사람의 호흡, 맥박과도 잘 어우러진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 천 대표는 “타깃 관객은 방학을 맞은 청소년으로 세웠지만 온 가족이 편안한 마음으로 볼 수 있는 가족극에 가깝다”고 말했다. 2만5000원. 17일까지. 02-2261-0512∼5황인찬 기자 hic@donga.com주애진 인턴기자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사각의 링. 때론 혈투가 난무하는 권투 경기에 대해 노쇠한 관장은 이렇게 말한다. “권투는 정직한 거야. 평등하지. 똑같은 체중에, 똑같은 기술에, 똑같이 빤스만 입고 한판 뜨는 거야.” 그렇다. 한때 맨주먹 하나로 세계를 정복한 사나이들이 있었다. ‘4전 5기’의 홍수환, ‘짱구’ 장정구, ‘작은 들소’ 유명우까지. 궁핍했던 1970, 80년대 맨바닥에서 시작해 이들이 일군 성공 스토리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힘들었지만 ‘노력만 하면 나도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도 가졌다. 지난해 12월 31일 개막한 연극 ‘이기동 체육관’(각색·연출 손효원)은 이런 권투에 대한 로망이 가득하다. 2009년 초연 이후 세 번째 공연. 앞서 열거한 한국 권투 스타들의 성공 스토리도 양념처럼 나온다. 하지만 드라마틱한 복싱 경기를 기대하진 말 것.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체육관이 배경이고, 스파링이 전부다. 하지만 한때 우리가 열광했던 권투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는 충분하다. 하고 싶은 말은? 맨주먹으로 시작하는 권투처럼 삶이 힘들어도 희망을 잃지 말자는 것. 마케팅 전면에 배우 김수로(관원 이기동 역), 가수 솔비(여고생 역)가 나섰지만 그들의 비중은 다른 관원들과 비슷한 조연급. 관장 이기동(김정호)과 그의 딸(강지원)이 빚는 갈등과 화해가 극의 주축이다. 혹독했던 선수생활로 지병을 달고 사는 관장은 딸이 선수로 뛰겠다는 것을 막지만 결국 서로를 이해하고 인정하게 된다. 어디선가 본 듯하다. 가슴 먹먹해질 만한 감동도 2% 부족하다. 아쉬움은 다른 관원들의 코믹 연기나 배우들의 현란한 권투 연습으로 채워진다. 마인하 코치(차명욱)가 삶은 계란을 먹다가 목이 막히자 355mL 맥주를 급하게 들이켠 뒤 “커∼억” 트림하고, “아 머리 아퍼∼”라고 할 때 객석은 뒤집어진다. 반대로 관장 딸은 주먹 쥐고 팔굽혀펴기를 10회 이상 하는 포스를 선보인다. 여배우의 연습량은 ‘단내 날’ 정도였을 것이다. 감탄이 나온다. 마지막에는 모든 배우가 나와 줄넘기, 섀도복싱하는 장면을 보인다. 권투 군무다. “바바밤∼바바밤∼”으로 시작하는 영화 록키 주제곡, ‘고나 플라이 나우’가 울려 퍼진다. 뻔한 설정으로 진부하게도 보였다. 아∼. 그런데 권투와 이 음악이 만날 때 이유 없이 가슴 뭉클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i: 4만4000∼5만5000원. 2월 26일까지 서울 중구 필동3가 이해랑예술극장. 02-548-0598}

《“생태학적 토론이 새삼스러울 건 없다. 세계 기업의 역사는 때로는 치명적이기도 했던 환경 관련 스캔들로 점철되었으니까. (…)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이제까지는 소수의 좌경주의자들 또는 은둔 과학자들이나 부르짖던 전투적이고 사회와 동떨어졌던 환경 발언이 바야흐로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조직체의 공식 입장이 됐다. 가히 새로운 행성의 합(合)으로 유발되는 쓰나미라고 할 만하다.”》 프랑스 주간지 ‘누벨 옵세르바퇴르’의 경제 전문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환경 문제가 갖는 위기감과 대체 에너지 개발의 이유를 세 가지로 꼽는다. 우선 한정된 석유 자원. 중국과 인도의 급격한 석유 소비 증가로 인해 배럴당 200달러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또한 미국 지도자들은 9·11테러와 이라크전쟁을 겪으면서 오일 달러가 적대적인 세력에 흘러갈 수 있고 이에 따라 (중동의 석유 수입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기후 온난화에 대한 불안감이다. 당면한 생태 재앙을 피하기 위해 전 지구적인 자각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이 같은 위기를 기회로 삼는 녹색 기업들을 소개한다. 신기술을 적용한 ‘그린 에너지’를 개발해 환경 보전을 하고 신성장 동력도 만드는 기업들이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아메리카 온라인을 창립한 백만장자 스티브 케이스는 사립학교 네트워크인 카메하메하 스쿨, 부동산 기업인 마우이 랜드 앤드 파인애플 컴퍼니와 함께 하와이 바이오에너지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하와이에서 경작할 수 있는 땅의 10%, 18만2000ha를 관리한다. 이곳에서 키우는 작물은 사탕수수. 에탄올로 가공해 대량의 바이오 연료를 생산하고 있다. 열대 기후와 강렬한 햇볕을 가진 하와이가 관광지를 넘어 대체 연료의 생산 기지가 되고 있는 것이다. 사탕수수나 옥수수에서 에탄올을 추출하는 것은 이미 고전적 방법이 됐다. “바이오테크놀로지계의 젊은 기업들은 육상 식물뿐만 아니라 마이크로 해조류와 다른 식물성 플랑크톤에도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 유기체들은 광합성을 통해 막대한 바이오매스(에너지로 사용할 수 있는 생물자원)를 아주 빠르게 만들어내고, 그 에너지를 지질(脂質) 형태로 천연적으로 저장한다.” 풍력과 태양열 발전, 그리고 전기자동차를 연구하는 기업들의 사례도 전한다. 이들의 키워드는 좀 더 간편하며 효율적이며, 친환경적인 에너지의 개발이다. 이산화탄소 감축 노력은 국가나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데이브 샤메이데스 씨는 독특한 친환경 실천을 하고 있다. 지하실에 1만2000마리의 지렁이를 키우며 음식 쓰레기와 분쇄한 종이 쓰레기를 처리한다. 낡은 폴크스바겐 밴의 연료는 디젤이 아니라 인근 가게들에서 얻은 폐식용유다. 샌타모니카에 사는 잰과 폴 스콧 부부는 태양 전지판으로 지붕을 덮고, 전기자동차를 구입하며 환경오염 줄이기에 나섰다. 저자는 “(환경 문제에) 기적의 치유책 따위는 없다”고 잘라 말한다. 실천 방향은 간단하다. 우리가 사는 집과 건물을 수동화(手動化)하고, 물과 육류 소비를 줄이고, 자동차 이용을 자제하는 것이다. 물론 국가와 기업의 대체에너지 개발과 친환경 정책의 지속적인 추진도 필수적이다. 저자는 강조한다. “녹색혁명은 1년 안에, 아니 10년 안에 완성될 문제가 아니다. 이건 한 세대가 걸린 문제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교보문고 광화문점 삼환재에서 이 서평의 스크랩을 제시하고 해당 책을 사면 도 서교환권(1000원)을 드립니다. 기사 게재일로부터 1주간 유효합니다.}

《‘언니가 돌아왔다.’ TV 드라마에서 주로 활약하거나 활동이 뜸했던 중년 여배우들의 연극 나들이가 활발하다. 낯익은 얼굴을 친밀한 소극장 무대에서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1980년대 섹시 아이콘의 복귀, 안소영 16일까지 서울 종로구 명륜1가 선돌극장에서 선보이는 연극 ‘잘난 걸 이쁜 걸 꼬인 걸 웬 걸’에는 안소영 씨(52)가 출연한다. 안 씨는 1982년 영화 ‘애마부인’으로 단박에 섹시 스타로 떠올랐던 주인공. 개봉한 지 30년 가까이 흘렀지만 여전히 그의 이름 앞에는 ‘애마부인’이 꼬리표처럼 달려 있다. 수많은 아류작의 ‘원조’이기도 하다. 그런 그도 데뷔는 연극이 먼저였다. “1977년 ‘뜨거운 홍차와 같이해’로 데뷔했고, 이후 몇 차례 연극 무대에 더 섰어요. 그 후 ‘애마부인’으로 얼굴을 알린 거죠.” 8년간의 미국 생활을 접고 2005년 귀국했다. 이후 2007년 영화 ‘미친 것 아니냐’에 출연했고 30년 넘게 세월이 흘러 무대로 다시 돌아왔다. “소극장 공연은 경험도 적고, 익숙하지 않아 아직 실감이 나지 않아요. 그래도 다시 선 연극 무대가 신인 때처럼 설레요.” 고교 동창 4명이 찜질방에서 만나 각자 인생살이를 풀어놓는다는 내용의 이 연극에서 안 씨는 돈 많고 예쁜 ‘이쁜 걸’ 진선미 역을 맡았다. 검사 남편을 둔 귀부인 캐릭터다. “실제 성격은 워낙 털털해 진선미와는 전혀 다르다”며 웃었다. “오랜만에 무대에 서면서 많이 힘들었어요. 굉장히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점차 나은 연기를 보여드려야죠. 언젠가는 애마부인의 이미지를 벗고 연기자 안소영으로 기억됐으면 좋겠어요.”○ 12년 만의 연극 무대, 김청 김청 씨(49)도 안 씨와 같은 연극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 김 씨가 맡은 배역은 하는 말마다 가시가 있고 배배 꼬여 있는 ‘꼬인 걸’ 금냉정 역이다. “평소 성격하고는 다르지만 냉정하고 톡 쏘는 금냉정처럼 살아보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다양한 사회 문제도 냉정하게 평가 분석하는 모습에서 매력을 느끼죠.” 지난해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 ‘당돌한 여자’ ‘천만번 사랑해’ 등 TV 출연은 잦았지만 연극은 오랜만이다. 1998년 연극 ‘천상시인의 노래’ 이후 12년 만. 연극 무대로 돌아온 원동력은 무얼까. “연극은 라이브로 진행되는 것이 TV와 다른 매력이죠. 관객들의 표정 하나하나를 보며 캐릭터를 끊임없이 해석하게 되기 때문에 공연 후 느끼는 뿌듯함이 커요.” 1982년 미스 MBC 선발 대회에서 2위를 차지하며 연예계에 데뷔한 경력 20년차 배우에게도 여전히 무대는 부담이다. “아직도 발가벗고 올라간 기분이죠. 때론 창피할 때도 있지만 자극도 돼요.” 그는 극중 펼쳐지는 가정폭력, 갱년기, 자식과의 갈등 등 공감하는 부문이 많았고 관객과 그 느낌을 나누고 싶었단다. “‘나만 불행한 줄 알았는데, 인생이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다’고 말씀해 주신 관객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02-848-3288○ 신혼 단꿈 접고 연극 도전, 방은희 MBC 일일 시트콤 ‘몽땅 내 사랑’에 출연하는 방은희 씨(44)도 연극 무대로 활동을 넓혔다. 27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개막하는 ‘남자 따위가 왜 필요해’에서 도도한 페미니스트인 ‘마르조리’ 역을 맡은 것. 2006년 ‘애니깽’ 이후 5년 만의 연극 출연이다. 이 작품은 이웃사촌인 두 여인이 가짜 남자친구를 구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 미국 작가 리치 슈바트의 코미디물로 국내 초연이다. “지난해 12월 초 연습에 들어갔는데 무대에 서면 팔팔 뛰는 생선처럼 에너지가 생겨요. 하지만 번안극에다 생소한 작품이라 걱정이 많이 돼요. 요즘은 수면제 두 알씩 먹고 잠을 잘 정도예요.” 방 씨는 지난해 9월 재혼해 신혼 생활을 즐기고 있다. 남편은 그룹 유키스의 소속사인 NH미디어 대표 김남희 씨. 방 씨는 “촬영 쉬는 날 연극 연습을 나가면 남편이 ‘뭐 그렇게 바쁘냐’고 해요. 호호. 남편에게 잘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싶은데 미안한 마음이 크죠.” 02-762-6194황인찬 기자 hic@donga.com윤종훈 인턴기자 서울대 불어교육과 3학년}
갯벌을 메워 만든 텅 빈 땅이었지만 깜짝 놀랄 만한 미래 첨단도시의 꿈을 품고 있다. 인천 송도국제도시 얘기다. 아무것도 없었기에 오히려 최첨단 정보기술(IT) 인프라를 구축하기 쉽다. 인천공항 옆 최적의 위치에 있어 IBM, 시스코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주목하고 있다. 송도는 ‘스마트 시티’ 실험으로 뉴욕, 암스테르담 등을 뛰어넘는 똑똑한 도시가 될 수 있을까. ■ 브라질, 對위안화 선전포고브라질이 자국 통화가치가 계속 오르는 것을 더는 참을 수 없다며 중국에 위안화 가치 절상을 촉구하고 나섰다. 같은 문제로 중국을 비난해 온 미국과 일종의 ‘환율 동맹’을 형성한 것. 미중 간의 글로벌 환율 전쟁은 이제 브라질의 가세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초등 입학생이 읽을 책들난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여덟 살. 학교 가기도 두렵고, 친구들과 어떻게 지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때맞춰 하는 공부, 단체생활도 낯설기만 해요. 도움이 되는 책들이 뭐가 있을까요. 출판사 편집장 선생님들이 배움의 즐거움을 일깨우는 책 등 학교 가기 전 읽을 책을 추천해 주셨어요. ■ 국립국어원 개원 20주년국어를 지키는 파수꾼 역할을 하는 국립국어원이 1월 23일 개원 20주년을 맞는다. 1990년대에는 표준국어대사전 간행 등 표준어 확립에 주력했지만 2000년대 이후에는 방언 수집과 우리말 순화 작업 등 문화적 다양성과 우리말 정체성 정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 뮤지컬 무대 샛별 박은태주연의 갑작스러운 부상. 대타로 나선 무대 반응은 뜨거웠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이 쩌렁쩌렁 울리는 고음에 관객은 스타 탄생을 예감했다. 지난해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서 신인상을 받으며 평단의 호평도 받았다. 올해 활발한 활동이 기대되는 뮤지컬 배우 박은태를 만났다.}

지난해 1월. 기회는 갑자기 찾아왔다. 뮤지컬 ‘모차르트!’의 타이틀 롤에 캐스팅됐던 가수 조성모가 부상을 당해 출연이 어렵게 됐다. ‘한 번만 주인공으로 섰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커버(특정 배역을 맡은 인물이 무대에 오르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연습하는 배우)로 나섰던 뮤지컬 배우 박은태 씨(30)는 무려 7번이나 무대에 섰다. 생애 첫 주연. 국내에서 가장 크다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이었다. 첫 주연이었지만 그는 ‘물 만난 고기’였다. 안정적이고 호소력 짙은 음색이 관객을 사로잡았다. 극장을 꿰뚫을 정도의 샤우팅 창법의 고음은 전율마저 느껴진다는 평을 받았다. 팬들은 ‘은차르트’란 애칭을 붙여줬다. “운(運)도 실력이라는 말을 믿어요. 운은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준비가 돼 있는 사람만이 잡을 수 있잖아요.” 운은 운을 낳았다. ‘모차르트!’의 공연을 본 관계자로부터 창작 뮤지컬 ‘피맛골 연가’의 주인공 ‘김생’ 제의가 왔다. 9월 다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서출 출신 선비로 사대부 여인과의 애절한 사랑을 펼치는 김생을 연기했다. ‘모차르트!’로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의 신인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몇 달 새 단숨에 뮤지컬계의 기대주로 떠오른 것. 하지만 그는 덤덤했다. “솔직히 특별한 느낌은 없어요. 지난해 감회라…. 많은 일이 있었고, 작품 되게 많이 했네 정도죠. 하하.” 사실 생활은 별로 바뀐 게 없다. 성악, 발레, 재즈, 연기 레슨을 돌아가며 받으며 연습에 매진하는 ‘다람쥐 쳇바퀴’ 생활도 그대로다. 주변에서는 “떴다”고 부추기지만 그의 체감 정도는 달랐다. “어느 정도 주연이 됐다고 생각해서 생활이 확 필 줄 알았는데 절대 그렇지 않아요. 하하. 작품을 쉬지 않고 계속하면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기는 한데 저는 그렇게 다작을 하는 게 부담스럽거든요.” 그 말은 사실이다. 대형 뮤지컬은 보통 트리플 캐스팅을 하고, 전체 40여 회 공연하는데 그가 설 수 있는 무대는 10∼12회. 2∼3개월의 연습 기간을 감안하면 한 해 세 작품을 해도 총 30여 회 무대에 서는 셈이다. “회당 개런티가 높지 않아서 연봉이 일반 봉급생활자 수준이에요. 예고에 나가 강의를 해 레슨비를 받고, 이 돈으로 제가 받는 레슨비를 충당하고 있어요.” 그가 뮤지컬 배우 수업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은 학교에서 본격적인 뮤지컬 교육을 받아 본 적이 없기 때문. 한양대 경영학과 출신인 그는 ‘마냥 노래가 좋고, 무대에 서고 싶어서’ 대학 2학년 때 강변가요제에 출전했다가 동상을 받았다. 4학년 때 2006년 뮤지컬 ‘라이온킹’의 앙상블 오디션에 발탁돼 뮤지컬계에 입문했다. 그때까지 본 뮤지컬 공연은 2, 3편에 불과했다. “학생 땐 뮤지컬 한 편 볼 돈으로 영화 10편을 보는 게 낫다고 생각할 정도였다”며 웃었다. 경영학도에서 배우로 변신하는 데 가족의 반대는 없었을까. “부모님께서는 ‘그냥 저러다 말겠지’하는 심정으로 허락해 주셨다는데 결국 아직까지 하고 있는 거죠. 시장에서 야채 장사를 하시는데, 제 포스터를 벽에 붙여 놓으시고 주변에 자랑하실 정도로 응원해 주세요.” 최근 뮤지컬 시장은 아이돌이 주연을 속속 맡고 있다. 아이돌의 두꺼운 팬 층에 기댄 마케팅 효과를 노리는 것. 전문 뮤지컬 배우들의 입지는 그만큼 좁아지고, 이들이 느끼는 상실감도 크다. 그룹 동방신기 출신의 김준수 씨(예명 시아준수)와 ‘모차르트!’를 함께한 박 씨의 생각은 어떨까. “웃기는 얘기겠지만 사실 저 동방신기 팬이었거든요. 준수 씨를 가까이서 보니 신기했죠. 사실 ‘모차르트!’ 하면 준수 씨만 떠올리시는데 크게 서운하지는 않아요. 이미 스타가 돼서 뮤지컬로 넘어오신 분들하고 경쟁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도 그는 이런 ‘스타 마케팅’이 불가피한 측면은 있지만 바람직하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본 해외 뮤지컬 시장은 달랐기 때문이다. “지난해 독일 뮤지컬 스타 우베 크뢰거의 단독 공연에 초청돼 유럽 시장을 본 적이 있어요. 배우의 퀄리티뿐만 아니라 무대 변환 등 기술적인 부분까지 아주 뛰어났죠. 관객들은 매진 사례를 이어가고, 제작사는 더 좋은 공연으로 돌아오고. 이런 분위기가 무척 부러웠어요.” 그는 5월 ‘모차르트!’의 재공연에 나서고, 첫 연극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새해 바람은 소박했다. “연기 연습을 많이 할 거예요. 연극 출연도 그 때문이죠. (제 연기의) 바닥이 곧 드러나겠지만 두렵지는 않아요. 연말쯤에는 ‘노래 좀 하던 박은태가 연기도 제법 늘었네’라는 소리를 듣는 게 소망입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조명이 켜지자 연주자 네 명이 등장한다. 세 명은 물에 띄운 박바가지를 두들기고 한 명은 놋그릇을 ‘쨍강쨍강’ 때린다. 생경한 조합이지만 이들이 빚는 소리는 마치 귀를 씻는 듯 청아하고 깔끔하다. 지난해 12월 1일부터 초연 무대에 오른 창작 국악 뮤지컬 ‘시야’(박종철 작·연출)에는 이렇게 익숙하거나 새로운 ‘우리 소리’가 가득하다. 연주자들은 사물놀이를 비롯해 가야금 아쟁 대금 피리 연주를 넘나들며 분위기를 이끈다. 단지 뮤지컬에 국악을 접목한 시도라는 의미를 넘어 음악이 빼어나다. 논버벌 퍼포먼스 ‘도깨비 스톰’의 음악 감독, 미추관현악단 상임지휘자를 거친 이경섭 씨가 만든 음악은 뮤지컬과 국악이 오래전부터 함께했던 것처럼 짝짝 들어맞는다. 놀라는 상황에서 아쟁을 크게 켜는 등 효과음까지 국악기로 표현하는 아이디어도 신선했다. 극은 신들의 사랑 얘기를 다룬다. 사랑의 신인 여주인공 ‘시야’가 신 중의 신인 ‘상천’과 만나 사랑에 빠지고, 시야를 사모했던 ‘파아란’이 상천을 해하려다 실패해 두 눈이 먼다. 이 사실을 안 시야는 상천에게 복수하려다 실패하고 결국 그도 장님이 돼 파아란에게 돌아간다는 내용. 애절한 사랑 얘기지만 1시간도 채 되지 않는 시간에 압축하려다 보니 점프하듯 장면이 널뛴다. 시야가 상천과 처음 만나 노래 한 곡 같이 부르고 연인이 되고, 바로 뒤돌아서서 헤어져야 한다고 우는 모습은 의아할 정도였다. 그러나 후반부로 갈수록 극의 ‘가속’이 줄어들고, 캐릭터가 살아나며 안정감을 찾는다. 배우들의 가사 전달도 점차 명확해졌다. 에피소드를 보강하고 흐름을 매끄럽게 가다듬을 필요가 있어 보였다. 극이 끝난 뒤 배우들은 바로 북채를 들고 악기를 난타한다. 흥겹기는 했지만 비극적 결말의 여운을 스스로 깨는 모습처럼 비쳤다. 객석은 마룻바닥이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 양반다리를 하고 보는 관람 형태가 독특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i:3만 원. 2월 27일까지 서울 종로구 와룡동 창덕궁 소극장. 02-742-7278}

‘공연도 보고, 직접 체험도 하고.’ 겨울방학을 맞은 아이들을 위한 공연 축제들이 잇따라 열린다. 국내외 어린이 공연들을 부담 적은 가격에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실속 있는 기회다.○ 평소 보기 힘든 해외작품 볼 기회 5개국 11개 극단이 참여한 제7회 서울 아시테지 겨울축제가 서울 대학로 일원에서 내년 1월 8∼16일 열린다. 평소 접하기 힘들었던 해외 이색 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다. 이탈리아의 치베타 극단의 ‘또르르 똑똑 물방울’은 물의 소중함과 절약을 일깨워주는 작품으로, 두 배우가 물의 사용과 낭비에 관한 여러 상황을 연출하며 극을 이끌어간다. 에스토니아의 피프와 튜트 극단은 두 광대의 코믹극 ‘피프와 튜트’를 선보인다. 이 두 작품은 실제 부부인 배우들이 나란히 2인극을 펼친다는 점에도 눈길이 간다. 폴란드 크라쿠프 극단의 ‘춤추는 하얀 손’은 대사와 소품 없이 오로지 손동작으로만 메시지를 전달하고, 일본 키오 극단의 ‘그린 몬스터’는 대사 없이 영상과 음악으로 전쟁과 평화를 얘기한다. 개막 작품으로는 한국 일본 중국 대만 스리랑카 등 5개국 7명의 제작진이 3개월 동안 공동 작업해 만든 ‘왜 와이마 왜?-호기심을 따라 떠나는 와이마의 모험’이 무대에 오른다. 주인공 와이마가 여러 모험을 거치며 평화의 소중함을 깨닫는다는 내용. 국내작으로는 일상의 사물들로 인형을 만들어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환기하는 ‘띠용이와 떠나는 환경캠프’, 전래동화 ‘해님달님 이야기’를 놀이연극으로 각색한 ‘해와 달이 된 오누이’ 등이 마련됐다. 체험행사로 연극, 미술 놀이도 펼쳐진다. 공연 1만5000원. 체험행사 1만 원. 02-745-5862∼3 ○ 국립극장, 5개작품 공연후 체험행사국립극장은 제2회 ‘어린이 우수 공연축제’를 내년 1월 5일∼2월 27일 달오름과 별오름극장에서 연다. 올 초 4개 작품이 오른 첫 행사는 전석 매진되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이번 축제에는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엄마와 함께하는 국악보따리’, 자파리연구소의 ‘할머니의 낡은 창고’, 극단 금설의 ‘이불꽃’, 극단 보물의 ‘목각인형콘서트’, 극단 동화가 꽃피는 나무의 ‘깃털피리’ 등 5개 작품이 등장한다. 공연 뒤 전문 강사가 진행하는 국악, 미술, 연극, 인형극, 뮤지컬 등의 체험행사도 열린다. 공연 2만 원. 체험행사 1만 원. 02-2280-4115∼6황인찬 기자 hic@donga.com}

공연 티켓을 싸게 사거나, 같은 가격이라도 더 좋은 자리에서 볼 수는 없을까. 배우와 대화를 나누거나 무대 뒤 모습을 직접 볼 수는 없을까. 이런 궁금증에 대한 해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공연 제작사의 회원으로 가입하는 것이다. 할인부터 좋은 좌석 선점, 배우와의 만남까지 혜택이 쏠쏠하다.○ 연 100만 원 ‘프리미엄 회원제’ 등장 공연 제작사 ‘뮤지컬해븐’은 2011년 1월 17일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더 스테이지’에서 ‘뮤지컬해븐의 밤’을 처음 연다. 자사의 공연을 27회 이상 본 ‘충성 관객’ 113명을 대상으로 감사의 무대를 마련한 것. 뮤지컬 ‘쓰릴미’의 김재범 조강현,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김하늘 고훈정 등 배우들이 출연해 해당 공연의 주요 곡을 선보이고 관객과의 대화, 애장품 경매 행사도 연다. 뮤지컬해븐은 이 자리에서 처음 ‘프리미엄 회원제’를 공개하고 가입 신청도 받을 예정. 연간 회비가 10만 원부터 최고 100만 원에 달한다. 다른 제작사 회원제의 경우 연간 회비가 1만∼2만 원인 것에 비하면 파격적인 가격이다. 물론 특별한 혜택도 제시했다. 최고가인 ‘100만 원 회원’의 경우 2011년 국내 첫 무대에 오르는 ‘넥스트 투 노말’ ‘파리의 연인’과 기존 흥행작인 ‘메노포즈’ ‘스프링 어웨이크닝’ 등 4개 작품에서 편당 2장씩 무료 티켓을 받을 수 있다. 프로듀서와의 저녁 식사, 연출가와의 대화, 백 스테이지 투어 등도 경험할 수 있다. 뮤지컬해븐의 민지혜 홍보팀장은 “다수의 소액 회원을 모집하는 게 아니라 소수의 특별 회원을 모집한다는 데서 이전 회원제와 차별화된다. 모은 회원비를 차기작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도 정착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4년부터 시즌별 공연을 선보여온 연극열전은 5만8700명의 회원을 모았고 이 가운데 700명은 2년간 3만 원을 내는 유료 회원이다. 모든 회원은 예매 수수료가 면제되며 무료 회원은 10∼30%, 유료 회원은 20∼4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유료 회원은 배우와 만나는 이벤트인 ‘연애 데이’를 비롯해 연극열전 개·폐막식에도 초청받는다. 유료 회원의 경우 마일리지가 10%씩 쌓이기 때문에 열 번 공연을 보면 한 번은 ‘공짜’라고 연극열전 최여정 홍보팀장은 말했다.○ 조승우의 ‘지킬’, 공연 당일엔 반값 물론 무료 회원도 일정한 혜택이 있다. 신시컴퍼니, 오디뮤지컬컴퍼니, PMC, 에이콤 등 제작사에 회원으로 가입하면 예매 수수료 면제, 10∼20% 할인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신시컴퍼니는 공연 당일 생일을 맞는 회원에게 50%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각종 마일리지 적립과 공연 정보 제공, 관객 행사 초대 등은 ‘덤’이다. 인터파크 등 대형 인터넷 예매 사이트를 이용하지 않고 제작사 홈페이지에서 직접 예매할 경우 더 좋은 좌석을 구할 수도 있다. 신시컴퍼니 최승희 홍보팀장은 “회원을 위해 미리 좋은 좌석을 빼놓기 때문에 같은 VIP 좌석이라도 좀 더 앞쪽, 중앙 자리를 예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디뮤지컬컴퍼니는 현재 공연 중인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와 ‘스팸어랏’에 ‘핫 티켓’이란 이름으로 ‘떨이’ 판매를 하고 있다. 공연 당일 낮 12시부터 공연 시작 2∼5시간 전까지 잔여 좌석을 50% 할인 판매한다. 오디뮤지컬컴퍼니의 신은 대리는 “조승우가 나오는 지킬 앤 하이드 공연은 예매 전쟁이 일어날 정도로 표를 구하기 힘든 상황이지만 공연 당일 핫 티켓을 이용할 경우 반값에 표를 구하는 행운을 잡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한국여기자협회(회장 김영미)와 SBS 문화재단은 제8회 ‘올해의 여기자상’ 수상자로 동아일보 뉴스디자인팀 김수진 기자와 국민일보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KBS 경인방송센터 조빛나 기자를 27일 선정했다. 김 기자는 동아일보 ‘책의 향기’에 ‘김수진 기자의 그림으로 책읽기’ 연재를 통해 ‘저널 일러스트레이션’의 영역을 확장해 서평 기사의 새 형식을 개척한 점이 인정됐다. 시상식은 내년 1월 12일 오후 7시 반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다.}
신시컴퍼니(대표 박명성)의 ‘대학살의 신’이 27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열린 제3회 대한민국연극대상(주최 한국연극협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작품상은 ‘잠 못 드는 밤은 없다’와 ‘광부화가들’이 공동 수상했고, 연출상은 ‘대학살…’의 한태숙 씨가 받았다. 남자연기상은 신구(드라이빙 미스 데이지)와 김영민 씨(에이미, 내 심장을 쏴라), 여자연기상은 윤소정(에이미, 33개의 변주곡) 서주희 씨(대학살의 신)에게 돌아갔다. 남자신인연기상은 박완규(잠 못 드는 밤은 없다, 아침드라마), 여자신인연기상은 조선주 씨(유랑극단 쇼팔로비치)가 차지했다. 특별상은 두산아트센터와 서울국제공연예술제 김철리 감독이 공동 수상했다.}

한국편집기자협회(회장 이혁찬)는 제111회 이달의 편집상 수상작으로 사회 부문에 동아일보 김남준 기자(사진)의 ‘해피 엔딩? 새드 엔딩? 네버 엔딩?’ 등 총 4편을 선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종합 부문에서는 한국일보 최세연 기자의 ‘충돌은 없었지만…숨 막혔던 하루’, 문화·피처 부문에서는 전자신문 허기현 기자의 ‘이 많은 눈앞에서 숨을 수 있겠는가’, 스포츠 부문에서는 국제신문 임대현 기자의 ‘당신이 허들 1등 맞습니다’가 선정됐다.}

지난달 16일 개막한 뮤지컬 ‘라디오스타’(연출 김재성)는 2006년 개봉해 187만 관객을 모은 동명 영화가 원작이다. 2008년 1월 처음 무대화한 뒤 지난해 7월까지 10만 관객을 모았다. 스크린을 그대로 무대로 옮긴 듯 스토리, 캐릭터, 대사까지 영화와 상당 부분 일치한다. 상 이름마저 ‘클래식’한 88년도 가수왕 최곤(김원준)은 세월의 흐름에 밀려 변두리 카페 가수를 전전하다 강원 영월군의 지역 방송국에서 라디오 DJ를 시작한다. 특정인에 대한 비방이나 험한 소리도 마다않는 나름 ‘진솔한’ 진행으로 다시 인기를 얻고, 매니저인 박민수(임창정)와의 우정도 재확인한다는 내용. 150분의 공연 시간(인터미션 15분 포함) 동안 잔재미를 주는 상황과 대사가 피식피식 웃음을 유도한다. 창작극답게 한국적 정서를 파고드는 웃음이다. 박민수는 영월로 좌천된 최곤이 상심하자 “와∼ 길거리에 농협도 있어”라며 호들갑을 떨고, 라디오 광고는 “짜증은 마누라에게, 짜장면은 영월반점에서”다. 하지만 웃음으로 채울 수 없는 한계도 드러났다. 10만 원 내외의 티켓 값을 내고 뮤지컬을 보러온 관객들이 바라는 것은 대사나 상황의 재미뿐만 아니라 가슴 찌릿한 폭발적인 노래와 화려한 군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노래와 춤을 논한다면 이 작품은 다른 대형작에 비해 열세다. 김원준은 로커다운 거친 발성과 거리가 멀었고 성량도 부족했다. 임창정도 대극장을 휘감을 만한 폭발력은 보이지 못했다. 두 주연이 채우지 못한 무대 위 카리스마는 뮤지컬 배우들로 구성된 ‘이스트 리버’(영화에선 그룹 노브레인이 맡았다)가 보여주지만 ‘넌 내게 반했어’ 한 곡에 그친다. 춤은 최곤의 백댄서나 서울의 기획사 연습생들이 펼치지만 상황 그대로 안무 수준이다. 그 대신 극은 관객과의 친밀성에 초점을 맞춘다. 인터미션 시간에 조연 배우들이 객석에 찾아와 관객과 대화를 나누고, 공연 뒤엔 관객을 모두 일어서게 한 뒤 주제곡 ‘비와 당신’을 함께 부른다. 즐겁고 유쾌했지만 극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이르지 못한 것이 안타까웠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i: 6만∼9만 원. 2011년 1월 2일까지 서울 송파구 방이동 우리금융아트홀. 1544-1555}

가족이 사라졌다. 일언반구 말도 없이, 한 줄의 메모도 없이. 증발했다는 표현이 더 맞다. 한 남성은 “누가 현관을 두드리는 소리에 애가 살펴보러 나간 뒤 사라졌다”고 말한다. 어느 중년 여성은 “자고 일어나니 남편과 25개월 된 딸이 없어졌다”고 호소한다. 이들의 사정은 절박하다. 하지만 접수를 하는 경찰은 태연하다. 아니 기계적이다. “사람이 없어졌는데 찾아봐야 하지 않느냐”는 애원에 경찰의 대답은 퉁명스럽다. 법적으로 72시간이 지나야 실종신고가 되며 사라졌던 사람들은 대개 2, 3일 뒤 스스로 돌아온다는. 16일 초연한 연극 ‘있.었.다’(작 정복근·연출 서재형)는 표면적으론 실종 문제를 다루지만 극은 간단치 않다. 극이 진행되면서 없어졌다는 사람이 실제로 존재했었는지 의아해지고, 제 발로 돌아온 사람이 사라졌던 사람과 같은 인물인지 헷갈리고, 실종 신고를 하러 온 사람이 갑자기 자기 자신을 찾아달라고 절규한다. 의심 없이 받아들였던 타인과 나의 관계, 나의 존재가 일순간에 불분명해지는 것이다. 이쯤 되면 깨닫게 된다. 실종은 물리적인 것뿐만 아니라 타인에 의한 잊혀짐, 자아의 실종, 파편화된 가정의 해체까지 의미한다는 것을. 극의 시작부터 중반까지 “찾아줘, 찾아줘”라고 끈질기게 울부짖는 소녀의 외침은 이런 ‘실종의 시대’를 상징하는 듯하다. 관객에게는 타인뿐만 아니라 자기 스스로를 찾으라는 주문처럼 들린다. 무대는 단출하다. 10여 개의 문으로 만들어진 무대 배경, 반복되는 기묘한 음악을 통해 혼돈의 시공간이 펼쳐진다. 배우들은 때론 격정적으로, 때론 반 박자 쉬는 머뭇거림을 통해 섬세한 연기를 펼친다. 무엇보다 연출의 힘이 두드러진다. 무대 바닥에 수백 개의 증명사진이 투영된 뒤 연기처럼 사라지는 장면만으로도 작품의 메시지가 압축돼 드러났다. 한 가지 더. 할머니와 그 등에 업힌 소녀(할머니의 어릴 적 모습)가 보여 주는 ‘중첩 연기’는 기괴하고, 강렬했고, 소름 끼쳤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i: 1만5000∼2만5000원. 2011년 1월 2일까지 서울 종로구 혜화동 게릴라극장. 02-764-74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