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따뜻한 레몬 티 한 잔 주세요.”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의 인터뷰 룸에 들어온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 박사(71)는 자리에 앉자마자 따뜻한 차를 주문했다. 서울의 낮 기온이 영상 5도 안팎으로 떨어진 26일 오후였다. 그는 “춥기는 한데 기분 좋게 춥다”며 웃었다. “레몬 티를 좋아해요. 건강에도 좋고 피로 해소에도 좋고. 적어도 하루 3잔은 마셔요.”(웃음) 단구(短軀)인 노신사의 형형한 눈빛 너머로 묘한 활력이 느껴졌다. 아브레우 박사는 제10회 서울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돼 한국을 찾았다. 시상식은 27일 오후 5시 같은 호텔에서 열린다. 아브레우 박사는 베네수엘라의 음악교육 프로그램 ‘엘시스테마’(베네수엘라 국립 청년 및 유소년 오케스트라 시스템 육성재단)를 35년째 이끈 공로를 인정받았다. 1939년생인 그는 작곡가를 거쳐 지휘자로 명성을 얻었고 고국의 대학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석유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로 정부의 경제 관련 부서에서 일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눈을 돌린 곳은 베네수엘라의 미래인 어린이들의 교육이었다. 36세였던 1975년 수도 카라카스의 빈민가 차고에서 청소년 11명을 모아 악기를 무료로 나눠주고 관현악 합주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엘시스테마의 첫걸음이었다. 마약과 폭력의 위험에 노출돼 있던 아이들이 클래식 교육을 통해 점차 협동과 이해를 배우게 됐고, 방황을 접고 삶의 목표도 생겼다. 엘시스테마는 베네수엘라 정부와 세계 각국 음악인, 민간 기업의 후원을 받아 날로 성장했고 현재 베네수엘라에서만 37만 명의 어린이와 청소년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한 명의 음악가로서 저는 음악을 통해 평화가 도래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제가 꿈꾸는 것은 세계를 아우를 수 있는 청소년 음악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입니다. 세계 각국과 유네스코 같은 기관들의 도움을 받아 이 목표도 이뤄나가고 싶습니다.” 35년 전 허름한 차고에서 시작한 아브레우 박사의 꿈은 아직 현재진행형이었다. ―엘시스테마를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유네스코상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상을 받았다. 한국에서 받는 서울평화상의 의미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개인적인 영광보다 저와 동료들이 한 활동을 인정해 주는 것이어서 매우 기쁘다. 한국에는 저희 활동에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많아서 더 의미가 크다. 한국은 악기를 제공하는 등 그 어느 나라보다 음악 교육에 큰 도움을 주었다.” ―엘시스테마를 시작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무엇이었나. “베네수엘라 음악가 몇 명과 함께 음악 교육에서 혁신적인 시도를 해보자는 데 뜻이 맞았다. 악기 가격이 비싸니 가난한 아이들은 음악을 배울 수 없었고, 음악 교사 수도 모자랐다. 아이들에게 개인 레슨을 하는 것도 엄청난 비용이 드는 일이었다. 수도 카라카스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의 학생들이 혜택을 입을 수 있는 체계적인 음악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관건이었다. 일단 카라카스에서 오케스트라를 하나 창립해 정부로부터 이 비전의 가능성을 인정받았고 정부 지원을 통해 프로그램을 확대할 수 있었다.” ―엘시스테마의 현재 모습은…. “베네수엘라에서만 37만 명 이상의 청소년과 아이들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음악 교사만 6000여 명이다. 오케스트라의 일원이었던 아이들이 세월이 흘러 이제는 교사로 활약하고 있다. 이 젊은 교사들이 큰 힘이 되고 있다. 아이들 가운데 90%는 자라서 음악 교사가 돼 다른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소망을 갖는다.” ―재원은 어떻게 마련하나. “정부가 운영비의 95%를 지원하고 나머지 5%는 민간 지원을 받는다. 처음에 정부는 교사들의 월급 정도만 지원했지만 이제는 음악 인프라에 대한 투자도 하고 있다. 또한 각국의 음악가들이 교사로 와서 도와주고 있다.” ―거리의 아이들에게 총과 마약 대신 악기를 줘서 아이들을 변화시켰다.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텐데…. “연구조사와 통계에 따르면 엘시스테마는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를 비롯한 어른들까지 참여해 변화를 이끌고 있다. 마약과 폭력을 줄이는 데 더 효과적인 사례는 없다. 이제는 정부에서 지원하는 사회 개혁 프로그램이 됐고, 사회적인 물결이 일고 있다. ” ―1975년 2월 첫 수업은 차고에서 연습을 하며 시작했는데 어려웠던 가운데 기억에 남는 일은…. “처음엔 연습장소도, 본부도 없었다. 차고나 공장, 교회 등 누구나 장소를 빌려주면 가서 연습을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첫 번째 교육이다. 100명의 청소년이 배울 수 있도록 의자와 책상을 기부 받아 연습할 장소를 만들었다. 하지만 교육 당일 가보니 11명밖에 안 나와 있었다. ‘아, 힘들겠구나’라고 생각을 했다.”(웃음) ―독주나 합창, 다른 장르도 있는데 왜 오케스트라를 선택했나. “아이들에게 악기를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협동과 이해를 바탕으로 함께할 수 있는 것을 가르치고 싶었다. 그 덕분에 베를린 필하모닉과 같은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와 연주회를 할 수도 있었다. (한국의 바이올리니스트인) 사라 장이 카라카스에 와서 연주를 하기도 했고 다시 오겠다는 약속도 했다.” ―한국도 ‘엘시스테마’와 유사한 음악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조언을 해준다면…. “딱 꼬집어 할 말은 없다. 나라마다 특성이 있고 거기에 맞춰야 한다. 다만 한국이 엘시스테마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듯이 우리도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데 도움을 아끼지 않겠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1939년생―1957 카라카스음대 수학―1961 카톨리카 안드레스 벨로대 경제학 박사 취득―1975 ‘엘시스테마’ 창립―1983 베네수엘라 문화부 장관―1993 엘시스테마, IMC 유네스코 국제음악상 수상―1998 유네스코 친선대사―2009 세계 경제포럼 크리스털 상, TED 상, 스웨덴 폴라음악 상 수상―2010 서울평화상 수상}

베르테르가 로테에게 입을 맞춘 뒤 이렇게 읊조린다. “그녀의 입술에서 나온 뜨거운 불길이 환희를 가져왔습니다. 이 입술은 로테의 입술 위에서 떨었습니다. 이 죄의 성스러움을 맘껏 들이마셨습니다.” 이 같은 감성적인 문어체의 사랑 표현이 이 작품에선 넘쳐난다. 진중하고 비극적인 대사 자체는 아름답지만 간혹 낯간지럽게도 느껴졌다. 22일 막을 올린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연출 김민정)은 2000년 창작 뮤지컬로 시작해 여러 차례 무대에 올랐고 이번에 10주년을 맞아 다시 제작한 것. 줄거리는 괴테의 동명 소설과 다르지 않다. 감수성이 풍부한 청년 베르테르가 로테에게 반하고, 로테가 정혼자인 알베르트와 결혼하자 결국 자살을 한다는 내용이다. 무대와 객석에는 내내 어두운 분위기가 감돌았고 웃음을 유발하는 요소도 없었다. 눈길은 배우의 밀도 높은 감정 연기에 쏠렸다. 베르테르 역을 맡은 박건형은 공연에 앞서 “평소 강한 역할만 했는데 베르테르 역을 맡아 감정을 잡기 힘들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엷은 발성과 섬세한 연기로 나약한 청년으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자살을 결심한 뒤 독백하며 눈물을 글썽이는 부분에서 객석을 압도했다. 로테 역의 임혜영도 앞서 뮤지컬 ‘미스 사이공’의 킴 역에서 보여준 것처럼 특유의 맑고 가녀린 고음의 발성과 안정적인 연기를 펼쳤다. 앞선 두 배우가 기대치를 충족했다면 이상현은 다소 묻힐 수도 있었던 알베르트 역을 도드라지게 소화하며 기대 이상의 울림을 냈다. 중저음의 매력적인 목소리로 아내의 부정을 알면서도 사랑을 지키려 인내하는 복잡한 심경을 호소력 있게 전달했다. 배우들의 열연과 안정적인 노래는 빛났지만 아쉬움도 남았다. 무대 장치와 배우들의 동선이 이들의 호연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했다. 무대는 각기 다른 높이의 작은 무대로 잘게 쪼개져 배우들은 폭이 넓은 계단을 넘나들면서 연기해야 했다. 공간이 협소한 탓에 춤 동작은 극히 제한됐으며 배우들의 동선도 불편해 보였다. 특히 무대 앞뒤 폭이 매우 넓은 데다 배우들이 주로 뒤쪽에서 연기를 펼치는 탓에 표정을 제대로 읽기 힘들었다(기자가 앉은 자리는 1층 앞에서 아홉 번째 열이었다). 특히 베르테르가 무대 뒤쪽 2층에서 자살할 때는 대사마저 없는 바람에, 그 마지막 결정적인 표정 연기를 보기 위해 이마를 찡그리고 눈을 가늘게 떠야 할 정도였다. 다만 총격 소리 없이 붉은 조명으로 죽음을 암시한 것은 여운을 남기기에 적절한 선택인 듯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i: 4만∼10만 원. 11월 30일까지 서울 광진구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 02-501-7888}

불교 조계종의 직영 사찰 지정과 관련해 정치적 외압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서울 강남 봉은사 사태가 마무리됐다.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사진)은 24일 봉은사에서 열린 일요법회에서 “하루 전날 총무원장 스님과 화쟁위원회 위원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그동안 수행자답지 않은 격한 말로 갈등을 빚은 것에 대해 사죄했다”면서 “다시 한 번 이 자리를 빌려 원장 스님과 전국 사부대중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스님은 “원장 스님도 ‘제대로 소통하지 못해 신도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준 것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면서 “(직영 사찰과 관련해) 화쟁위원회의 뜻을 받아들이겠다”고 덧붙였다. 스님은 징계 문제에 대해 “꽃게든 털게든 받아들이겠다”며 수용의사를 내비쳤다. 화쟁위는 이에 앞서 13일 봉은사의 직영 사찰 지정과 종단 인사권의 존중, 징계 과정에서 총무원의 선처 등을 내용으로 하는 중재안을 발표한 바 있다. 명진 스님의 임기는 11월 13일 끝나며 총무원은 화쟁위 안에 따라 인사추천위원회를 구성해 후임 주지를 임명할 예정이다.}

■ 한국 피아니스트 최초로 美줄리아드음악원 교수 되는 강충모 한예종 교수 “50세에 무언가 새로 시작해야 하는 것은 부담이죠. 하지만 세계 최고의 인재들을 가르칠 수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매력적으로 생각됐습니다.” 피아니스트 강충모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50)가 내년 9월 미국 뉴욕의 줄리아드음악원 교수로 취임한다. 바이올리니스트 강효, 정경화 교수에 이어 한국인으로서는 세 번째다. 강 교수는 22일 기자와 만나 “한국에서 펼친 연주와 음악교육 활동을 인정받아 줄리아드 교수가 되는 것은 개인의 영예를 떠나 한국 피아노계의 세계적 위상을 인정받은 것”이라며 뿌듯함을 나타냈다. 강 교수의 줄리아드 행은 1년 반가량의 막후 작업을 통해 확정됐다. 그는 지난해 4월 예상치 못한 e메일을 받았다. ‘혹 교수직을 제안한다면 미국에 올 수 있겠느냐’고 줄리아드 측이 조심스레 타진해온 것. “당연히 기뻤죠. 세계 최고의 음대에서 저에게 관심을 보였으니까요. 하지만 한국 생활을 완전히 접고 간다는 것이 부담이었습니다”라고 강 교수는 말했다. 그 후 몇 차례 e메일과 직접 만남을 통해 줄리아드 측과 접촉했고, 강의 계획과 처우에 대해 지난달 최종 합의했다. 강 교수는 “줄리아드는 평생 교수를 제안했지만 나는 우선 3년만 해보겠다고 했다. 더 남아 있을지는 그때 가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서울대를 졸업한 뒤 미국 피바디음악원에서 아티스트디플로마 과정을 수료했고 국내외에서 피아니스트와 국제콩쿠르 심사위원으로 활약해 왔다. 2000년부터 한예종 교수로 후학 양성에도 힘썼다. 강 교수는 줄리아드 행에 대해 “제가 인복이 많은 것 같다”고 했다. 현재 줄리아드 피아노 학과장인 베다 카플린스키 교수는 강 교수의 피바디음악원 유학 시절 스승. 채용 과정에서 카플린스키 교수는 “강 교수가 가르친 제자들은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었다”고 신뢰감을 표시했다. 강 교수는 이번 채용에 앞서 3월 줄리아드에서 특강 형식의 ‘마스터클래스’를 일주일간 진행했다. “30명의 학생을 가르쳤는데 수준이 고르게 좋고, 강의 습득도 빨라 놀랐습니다. 하지만 미국 학생들의 연주는 너무 자유분방해 오히려 연주에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도 있는 것 같아요.” 줄리아드 피아노과에는 9명의 교수가 재직 중이고 100여 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이 중 20여 명의 학생이 한국계다. “제가 간다고 줄리아드가 확 바뀌는 일은 없겠지만 제가 줄리아드의 한국 학생들을 도울 수도 있고, 유학 오려는 학생들에게 조언도 줄 수 있겠죠. 한국과 미국의 피아노계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국악 작곡가 겸 지휘자로 활동해온 이상규 한양대 국악과 명예교수(사진)가 21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66세. 고인은 한양대 국악과와 같은 대학 대학원을 거쳐 1982년부터 한양대 국악과 교수로 후학을 양성했다. 1965년 국립국악원 주최 신국악작곡공모전에 입상한 뒤 대금협주곡 ‘대바람 소리’ 등 수십 곡을 작곡했다. 1993년 중요무형문화재 대금정악 전수교육조교가 됐고 KBS국악관현악단과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의 단장 및 상임지휘자를 역임했다. 1985년부터 동아국악콩쿠르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1978년 대한민국 작곡상 대통령상, 1994년 KBS국악대상, 2007년 백남학술상을 받았다. 유족으로 부인 진명자 씨와 아들 조형 씨(오렌지베크 대리), 딸 경은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 한양대병원, 발인 24일 오전 8시. 02-2290-9457}
31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릴 예정이던 피아니스트 라두 루푸의 독주회가 취소됐다고 주최 측인 공연기획사 마스트미디어가 21일 밝혔다. 주최 측은 “루푸가 일본 투어 첫 공연인 15일 공연 후 건강 이상을 호소해 스위스 제네바의 자택으로 돌아가 진료를 받고 있었으며 주치의의 권고에 따라 이날 내한 공연 취소를 통보해 왔다”고 밝혔다. 서울시립교향악단도 11월 3일 예술의전당에서 열 예정이던 루푸와의 협연을 취소하고 대체 연주자를 섭외하고 있다. 예매 관객은 환불받을 수 있다. 마스트미디어 02-541-6235, 서울시향 1588-1210황인찬 기자 hic@donga.com}
31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릴 예정이던 피아니스트 라두 루푸의 독주회가 취소됐다고 주최 측인 공연기획사 마스트미디어가 21일 밝혔다. 주최 측은 "루푸가 일본 투어의 첫 공연인 15일 공연 후 갑작스럽게 건강 이상을 호소해 예정된 일본 공연 7건을 모두 취소하고 스위스 제네바의 자택으로 돌아가 진료를 받고 있었으며 담당 주치의의 강력한 권고에 따라 이날 내한 공연 취소를 통보해왔다"고 밝혔다. 첫 내한 공연이 취소된 것에 대해 루푸는 깊은 사과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주최 측은 전했다. 서울시립교향악단도 11월 3일 예술의전당에서 열 예정이던 루푸와의 협연을 취소하고 대체 연주자를 섭외하고 있다. 예매 관객들은 환불 조치를 받을 수 있다. 마스트미디어 02-541-6235, 서울시향 1588-1210황인찬기자 hic@donga.com}

전에 없었고, 이후도 기약할 수 없는 거장 피아니스트의 공연이 찾아온다. 루마니아 출신 피아노 거장 라두 루푸가 31일 오후 8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첫 내한공연을 갖는다. 루푸는 1966년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했고 3년 뒤 리즈 콩쿠르까지 석권하며 40년 넘게 세계 피아니스트계의 최정상 위치에서 활동해왔다. 국내 라이선스 음반의 여명기였던 1970년대에 20대의 나이로 데카 레이블에서 슈만과 그리그의 피아노협주곡, 슈베르트 즉흥곡집 등 수많은 명 음반을 내놓으면서 일찌감치 한국 클래식팬들에게도 ‘마음의 친구’로 자리매김했다. 그의 연주가 40년 이상 갈채를 받아온 가장 큰 비결은 무엇보다도 깊이 있는 해석으로 가슴을 움직이는 중후한 연주. 특히 19세기 슈베르트, 브람스, 베토벤 등 독일, 오스트리아 작곡가들에 대한 분석적이면서도 감수성 넘치는 해석으로 명성을 높였다. 이번 공연에선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3번 f단조 Op.57 ‘열정’,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Bb장조 D960, 야나체크 ‘안갯속에서’를 선보인다. 그는 공연 준비가 충분치 않으면 무대에 서지 않는 완벽주의자로도 유명하다. 이달 일본 투어 중 15일부터 모든 공연 일정을 취소한 것도 그 때문. 공연 주최사인 마스트미디어는 “자신의 컨디션이 완벽한 무대를 선보이기에는 부족하다고 느껴 공연을 아예 취소한 것으로 안다. 스위스 제네바 자택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지만 한국 공연은 예정대로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루푸는 내한에 앞서 공연에 쓸 피아노 건반의 무게를 물어봤고, 피아노 보관소가 아닌 실제 무대에서 연주에 쓸 피아노를 고르고 싶다고 부탁했을 정도로 깐깐한 면모를 확인시켜줬다. 주최 측은 단지 피아노를 고르기 위해 예술의전당 대관 일정을 추가로 잡았다. 이 고집스러운 연주가는 지금까지 40년 넘도록 언론 인터뷰도 하지 않았다. 오직 연주를 통해서만 관객과 소통하겠다는 일념이다. 영국 국적을 갖고 있으며, 스위스 국적의 부인과 함께 스위스에 살고 있다는 정도가 알려진 그의 사생활. 오로지 건반을 통해서만 말을 건네는 ‘침묵의 피아니스트’를 만날 곳은 공연장밖에는 없다. 5만∼13만 원. 02-541-3183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두 연주가가 본 라두 루푸10대 때 이미 중후하고 깊이있는 연주 라두 루푸를 처음 본 것은 1965년 베토벤 빈 콩쿠르였다. 당시 그는 10대였지만 이미 음악적으로 완숙했다. 보통 젊은 연주가들은 패셔너블하고 화려한 것을 추구하는데, 그는 어린 나이에도 중후하고 깊이 있는 내면을 표현했다. 그 뒤에도 베토벤 협주곡 연주나 런던에서 열린 독주회 등을 통해 그의 연주를 자주 접했다. 그때도 젊은 연주가가 굉장한 깊이와 무게감을 지녔다는 인상이 강했다. 그후 더욱 완숙해졌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루푸는 사생활을 감추고 은둔한다는 이유로 ‘괴짜’ 이미지가 있는데 내가 만나본 그는 다르다. 1980년대 중반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을 때 “내 음악 작업을 도와달라”고 하자 그는 1시간 거리를 차로 달려 직접 찾아왔다. 편안하고 친절한 친구였다.신수정 서울대 음대 명예교수(피아니스트) 슈베르트 연주는 죽기 전 꼭 들어봐야 루푸는 마음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악기를 통해 그대로 재현할 수 있는, 극히 드문 피아니스트다. 기술적으로 악기를 명확히 다룰 수 있는 사람은 음악가라고 부를 만하지만 루푸는 음악으로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진정한 예술가다. 1980년대 중반 파리음악원 유학 시절 그의 연주를 처음 들을 때부터 큰 감흥을 받았다. 그 감동이 내 음악활동에도 많은 도움이 됐다. 특히 루푸의 슈베르트 연주는 최고다.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이라는 말로 유명 여행지를 소개하는 것처럼 루푸가 연주하는 슈베르트는 죽기 전에 꼭 들어봐야 한다. 루푸는 인터뷰 없이 음악에만 전념하는 상태가 수십 년 동안 이어지다 보니 그 사실 자체도 일종의 홍보가 되는 셈이다. 그런 만큼 그의 음악도 가는 길이 뚜렷하고 정체성이 명확하다.양성원 연세대 음대 교수(첼리스트)}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하는 오페라 갈라콘서트가 열린다. 한국오페라단(단장 박기현)이 11월 11, 12일 오후 7시 반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개최하는 ‘골든 오페라’ 콘서트. 서울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 동아일보가 후원한다. 한국오페라단이 올 초 국내 초연한 비발디의 ‘유디트의 승리’, 로시니 ‘세미라미데’의 주요 아리아를 비롯해 베르디 ‘리골레토’, 비제 ‘카르멘’, 푸치니 ‘나비부인’ ‘투란도트’ 등의 대표곡을 선보이는 오페라의 성찬이다. 박 단장은 “단지 유명 곡들을 모은 게 아니라 바로크 시대부터 현대 오페라까지 연대순으로 배열해 오페라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지휘는 이탈리아 출신의 마르코 참벨리(사진)가 맡는다. 2007, 2008년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한 ‘라 트라비아타’ ‘아이다’ ‘투란도트’의 지휘봉을 잡아 국내에서도 친숙한 그는 각 곡이 끝날 때마다 직접 작품 해설도 할 예정. ‘바로크 오페라’ 전문 소프라노인 이탈리아 출신 자친타 니코트라가 현란한 콜로라투라 창법으로 바로크 오페라의 진수를 선보인다. 소프라노 김향란 김수연, 메조소프라노 최승현, 테너 박현재 한윤석 강동명, 바리톤 한명원, 베이스 김진추 이진수 등이 출연하고 연주는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가 맡는다. 7만∼18만 원. 02-587-1950∼2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정의는 지상에 있는 인간 최대의 관심사라 할 만하다. 하지만 정의의 문제가 해결되기 어려운 이유 중의 하나는 인간의 행위와 사회조직 속에는 지극히 복합적이고 다양한 변수가 작용하고 있으며 이 복합체를 분석, 처리할 수 있는 이론적 능력 내지 실천적 의지가 우리에게 부족하기 때문이다.”》30년 넘게 정의와 윤리 연구에 매진한 서울대 철학과 교수인 저자는 ‘정의(正義)’에 대해 뚜렷한 ‘정의(定義)’를 내리기가 어려운 까닭을 이렇게 짚었다. 그는 정의에 대한 기준의 애매성과 그에 따른 문제점을 꼬집는다. “부정의의 극복을 어렵게 하는 또 한 가지 이유는 정의의 이론이 갖는 추상성 내지 다의성에 기인한다. 정의의 기준이 갖는 이러한 애매성은 결국 ‘각자에게는 그의 정의가 있다’는 난맥상을 초래하게 되며 이러한 혼돈은 어떤 부정의도 정당화될 소지와 구실을 마련하게 된다.” 정의는 복잡다단한 복합체여서 그 기준을 마련하기 쉽지 않고, 결국 정의의 잣대가 없다보니 부정의가 판친다는 것이다. 독일 출신의 철학자 아르투어 카우프만은 분배적 정의의 기준을 제시할 가능성을 낮게 보면서 기존 분배적 정의의 공식이 대체로 순환론적이거나 공허한 것이며, 이도 아니면 지나치게 일반적이고 추상적이어서 그들 간에 충돌이 불가피하며 결국 분배적 정의는 불가능하다고 못을 박는다. 하지만 미국의 사회철학자 니컬러스 레셔의 입장은 다르다. 다양한 모든 기준을 포괄하고 각 기준이 갖는 저마다의 정당성을 인정함으로써 정의의 여건을 고려해 현실의 여러 여건을 조정 통합하는 것이 분배적 정의의 본질이라고 제시했다. 즉, 정의론이 다양한 요구 간의 충돌을 해소해 상호 조정하는 계산법을 제시한다는 다원론적인 정의관을 추구한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레셔의 관점에도 흠이 있다고 지적한다. “다원적인 요구 간의 상충을 상호 조정하려는 시도는 그 요구 간의 비중을 대비, 환산하는 데는 결국 모종의 직관에 의한 의존이 불가피하다. 다양한 요구 간의 양적 통산을 가능하게 하는 계산이 제시되지 못한 채 지극히 자의적, 주관적 직관의 조정에 의존할 경우 회의론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저자는 정의를 “이익을 보려거든 정의를 생각하라”는 격언에 비춰 풀이했다. 이익을 보거든 그것이 정의에 부합하는 이익인지 아닌지를 분간해서 정의로운 이익이면 취하고 아니면 버려야 한다는 것. “따라서 중요한 것은 정의로운 이익, 즉 정익(正益)이며 이런 점에서 분배적 정의 또한 사익(私益) 가운데 정의로운 이익과 부정의한 이익을 분간해 정익만을 추구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저자는 정치가가 걸어야 할 ‘정의의 길’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기도 했다. “정치가는 공인으로서 보통 시민 이상으로 사욕을 억제하고 공익을 도모할 능력을 갖춰야 한다. 따라서 정치가의 패륜과 도덕은 논의할 가치조차 없다.” 그는 이른바 ‘윤리 따로 정치 따로’의 이원적인 사고에 대해서도 “용납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설사 공직자가 공익을 도모하기 위해 때때로 일견 비도덕적인 행위가 불가피한 상황이 될지라도 그러한 비행이 불가피한 것임을 입증해야할 뿐만 아니라 그러한 비행이 초래할 악이 공익이라는 더 큰 선에 의해 결과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더군다나 공직자의 비행이 결과주의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다고 해도 비행 그 자체는 악인 까닭에 그에 대해 가책을 느끼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 저자는 “개인적으로 부도덕한 행위를 가책 없이 행할 수 있는 동기구조를 가진 자는 공직에 임할 자격이 없다”고 강조한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공연이 끝나고 정확히 20분 뒤. 무대의 흥분이 채 가시지 않아 발갛게 상기된 얼굴의 여배우가 극장 건물 1층에 있는 커피숍에 들어섰다. 잠시 전만 해도 무대 의상을 입고 화려한 조명 아래 열연하던 배우가 평상복 차림으로 나타나자 팬 20여 명은 잠시 현실감을 잃은 듯 조용했다. 여배우가 “왜 이렇게 말씀이 없으세요. 강제로 끌려오신 것은 아니죠”라고 농담을 건네자 비로소 웃음이 터졌다.○ 얘기꽃… 포토타임… 즉석 춤 지도까지 18일 오후 10시 50분 서울 송파구 잠실동 샤롯데씨어터 내 커피숍. 공연티켓 판매회사 인터파크INT가 마련한 ‘스타와의 데이트’가 열렸다. 주인공은 이 극장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의 여주인공 페기 소여 역을 맡은 뮤지컬 배우 최성희 씨(30). 2시간 반(인터미션 20분 포함)의 공연 동안 탭댄스를 추는 부분이 많아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됐지만 무대 화장도 지우지 않고 바로 팬들을 만났다. 최 씨는 “공연의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상태에서 팬들을 만날 수 있게 돼 저도 특별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2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추첨으로 선발된 팬들은 공연 중 어려운 점, 가수 활동 계획부터 피부 관리법까지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다. 걸그룹 S.E.S의 ‘바다’라는 이름으로 친숙한 최 씨는 “(사람들이) ‘가수 출신이니까 뮤지컬 하나보다’ 이렇게 쉽게 말씀들을 하신다. 연습이 힘들어 포기하고 싶을 정도였다”라는 등 마음속 얘기를 털어놓았다. 그는 무대에서 선보였던 탭댄스를 즉석에서 보여주고 관객에게 직접 가르쳐 주기도 했다. 팬들과 일일이 사진을 찍고 사인도 해줬다. 당초 20분으로 예정됐던 행사는 1시간 20분가량 이어져 밤 12시가 넘어 끝났다. 행사가 끝난 뒤 참가자들은 만족한 모습이었고 더러는 상기된 표정이었다. 고재욱 씨(28)는 “연예인을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인데 떨렸지만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박연미 씨(46)는 “공연이 끝난 뒤 바로 달려와 힘들 텐데 솔직한 모습을 보여줘 고마웠다”고 말했다. 인터파크INT는 이에 앞서 8월엔 뮤지컬 ‘스팸어랏’에 출연하는 배우 정성화의 연습실로 팬들이 찾아가는 행사를 열었고 9월에는 뮤지컬 ‘록키호러쇼’에 출연하는 후안 잭슨과 팬들이 저녁을 함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앞선 행사들의 반응이 뜨거워 이제는 한 달에 한두 번씩 배우를 비롯한 공연 관계자와 팬들이 만나는 자리를 갖기로 한 것. 29일에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배우 정영주 씨와 팬들이 함께하는 ‘정영주에게 배워보는 일일 발레교습’을, 11월 11일에는 최근 ‘합창단 리더십’으로 유명해진 박칼린 음악감독이 참여하는 ‘박칼린과 함께하는 보컬 코치’를 진행한다. 인터파크INT 김선경 홍보파트장은 “여러 번 공연을 관람하고 좋은 평을 해주는 팬들을 위한 서비스다. 앞으로 이런 행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입소문 도움’ vs ‘난처한 요구’ 명암도 배우와 ‘데이트’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팬들을 초청해 스킨십을 높이는 형식의 제작발표회도 늘어나고 있다. 11월 말 개막하는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는 5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한강시민공원의 한 선상카페에서 제작발표회를 열고 추첨을 통해 팬 150명을 초청했다. 지원자는 1000명이 넘었다. 제작사 오디뮤지컬컴퍼니의 신은 대리는 “요즘 인터넷 카페나 트위터가 활성화돼 관객들이 올리는 공연 평이나 입소문의 힘이 대단하다. 이들은 여러 번 재관람을 하거나 다른 친구와 같이 오기 때문에 매표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올해 뮤지컬 ‘스토리 오브 라이프’ ‘생명의 항해’ ‘카페인’ 등도 제작발표회에 팬들을 초청해 스킨십을 높였다. 제작사들은 이들을 위해 할인을 해주거나 인터넷 공연정보 사이트에 글을 올리는 대가로 공짜 표를 주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제작사가 ‘뮤지컬 마니아’를 반기는 것은 아니다. 입소문이 중요한 공연 시장에서 이들의 평가가 ‘권력’으로 떠오르면서 제작사에 할인가격 적용과 함께 관람하기 좋은 좌석을 단체로 요구하는 사례도 있기 때문. 한 공연제작사 관계자는 “예매처에 갑자기 ‘몇십 명이 볼 건데 좋은 좌석을 달라’고 요구해와 난감한 적이 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최근에는 마니아 대상의 이벤트를 열기보다 일반 관객을 늘리기 위한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론도, 콘체르토, 소나타, 녹턴….” 무선 마이크를 단 지휘자가 전문 음악용어를 쏟아내자 공연장은 조용해졌다. “머리 아프시죠?”라고 묻자 정곡을 찔린 듯 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졌다. “사람들이 클래식을 어렵게 생각하는 것은 결국 용어 때문입니다. 이번 공연의 목적은 음악과 함께 그런 용어들을 이해하는 겁니다.” 16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예술의전당이 매달 셋째 주 토요일 선보이는 ‘토요콘서트’가 처음 열렸다. 2004년부터 평일 오전 ‘11시 콘서트’를 통해 ‘쉽고 친절한 클래식 해설 공연’을 이어온 예술의전당이 평일에 시간을 내기 어려운 직장인과 가족 단위 관람객을 위해 마련한 무대다. 해설자로 김대진 지휘자가 직접 나섰고, 이진상 피아니스트가 협연했다. ‘토요콘서트’를 위해 새롭게 구성한 예술의전당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화사하면서도 우수가 깃든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제23번 A장조와 ‘운명’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베토벤 교향곡 제5번 c단조를 연주했다. “피아노가 멜로디를 할 때 오케스트라는 반주를 하기도 하고,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서로 멜로디를 주고받으면서 협력을 하는 게 협주곡입니다. 독주자가 홀로 연주 기량을 뽐내는 부문은 카덴차라고 하죠.” 김 지휘자는 공연장 상단의 대형 전광판에 ‘Concerto(협주곡)’ ‘Cadenza’라는 글씨를 써가며 관객들의 이해를 도왔다. “원래 전곡이 끝나면 박수를 치는 건데요. 개인적으로는 1악장이 끝나고 쳐도 된다고 생각해 그렇게 의견을 말씀드렸더니, 정말 1악장이 끝나고 박수를 치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웃음) 관객들은 헷갈리지 않고 전곡이 끝난 뒤 힘찬 박수를 쳤고 김 지휘자가 “수준 높은 관객이 오셨다”고 말하자 객석에선 다시 웃음이 터졌다. 이날 공연에선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을 통해 협주곡에 대해 배웠고, 베토벤 교향곡을 통해서는 제시부-발전부-재현부로 나뉜 소나타 형식을 이해했다. 소나타 형식을 설명할 때 김 지휘자는 대형 전광판에 자신의 얼굴을 띄운 뒤 “얼굴을 세로로 나누면 눈이 대칭이 된다. 소나타 형식은 이런 대칭을 반복하고 변형한다”고 설명했다. 관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간단하지만 다양한 연령대의 머릿속에 오래 남을 설명으로 여겨졌다. 객석의 분위기는 시종일관 진지했지만 해설자가 질문할 때마다 큰 소리로 대답했다. 새롭게 구성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도 무난한 연주를 선보였다.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평소 시리즈 콘서트를 시작할 때는 500명 정도의 관객을 예상하는데 이번은 1551명이 입장했을 정도로 호응이 높다”고 말했다. 관객 우선주 씨(33)는 “프랑스에서 생활할 때 주말 오전 클래식 공연이 있어 즐겨 찾았는데 예술의전당에서도 토요 공연이 생겨 반갑다”고 말했다. 장호재 씨(35)는 “평소 늦잠을 잘 시간이라 아직 졸린다.(웃음) 하지만 공연 뒤에도 시간을 활용할 수 있어 저녁 공연보다 좋다”고 말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i: 2만 원. 11월 20일, 12월 18일 오전 11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02-580-1300}

《네덜란드의 문화적 자존심을 상징하는 로얄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가 11월 12, 13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연주회를 연다. 1996년 이후 14년 만의 내한 공연이다.》 세계 정상급이라지만 어느 정도 실력일까. 2008년 영국 음반전문지 ‘그라머폰’이 전문가들의 의견을 취합해 선정한 ‘월드 베스트 오케스트라 20선’ 결과가 답을 전해준다. 조사에서 로얄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가 당당 1위에 올랐다.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2위, 빈 필하모닉이 3위였다. 1888년 창립된 RCO는 세계에서 음향 효과가 가장 탁월하다고 인정받아온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헤바우 홀의 상주악단이기도 하다. 멋진 음향 속에서 조율된 결과 따뜻하면서도 중후한 음색이 체취처럼 배어 있고, 각 악기군의 밸런스를 유지하면서 정교한 리듬을 이끌어내는 기술적 완성도 역시 초일류라는 평을 받고 있다. 창단 100년째인 1988년 네덜란드 왕실을 상징하는 ‘로얄’ 칭호를 받았고 지금까지 1100여 장이 넘는 음반을 출시했다. 상임지휘자의 교체가 적은 것도 이 악단의 특징. 1888년 초대 상임지휘자 빌럼 커스 이후 현재 악단을 이끌고 있는 마리스 얀손스까지 120여 년 동안 단 6명만 상임지휘자에 올랐다. 지휘자의 재임 기간이 길기 때문에 고유한 음악적 특성을 키울 수 있고, 연주자들과의 교감도 높은 게 강점이다. 이탈리아인 리카르도 샤이의 뒤를 이어 2004년부터 활동 중인 얀손스는 이 악단의 레퍼토리를 한결 풍성하고 깊이 있게 변화시켰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제까지의 RCO가 말러나 브루크너 같은 후기 낭만주의 작곡가 작품 해석에서 탁월함을 과시해왔다면 얀손스 취임 이후엔 하이든, 모차르트 등 고전 작품부터 네덜란드의 현대 작곡가 하인츠의 작품까지 두루 호평을 받고 있다. 이번 내한 공연에는 바이올리니스트 길 셔햄이 13일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한다. 1990년 에이버리 피셔 커리어 그랜트상을 수상한 그는 두껍고 윤기있는 음색과 정밀한 기교로 인정받고 있으며 도이체 그라머폰(DG)레이블로 20장 이상의 앨범을 선보였다. 12일 연주곡은 베토벤 레오노레 서곡 3번, 야나체크 타라스 불바, 차이콥스키 교향곡 4번으로 짰다. 13일에는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외 로시니 빌헬름 텔(기욤 텔) 서곡, 브람스 교향곡 4번을 연주한다. 6만∼42만 원. 02-6303-7700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문인과 예술인의 사랑방 역할을 해 온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전통찻집 ‘귀천(歸天)’이 문을 닫는다. 1985년 문을 연 지 25년 만이다. 귀천이 문을 닫게 된 것은 이 찻집을 운영하던 천상병 시인의 부인 목순옥 씨가 올 8월 타계함으로써 주인을 잃었기 때문. 목 씨는 1993년 천 시인이 별세한 뒤에도 홀로 귀천을 지켜 왔다. 그러나 목 씨의 조카가 8년 전부터 운영해 온 인사동 귀천 2호점은 계속 운영한다. 목 씨는 1985년 3월 남편 친구인 강태열 시인에게 300만 원을 빌려 ‘귀천’을 열었다. 신경림 시인과 이장호 영화감독, 중광 스님 등 문화예술인들의 사랑방 역할을 했으며 천 시인을 좋아하는 시민들도 즐겨 찾는 인사동의 대표적인 전통찻집이었다. 목 씨는 1993년 펴낸 수필집 ‘날개 없는 새 짝이 되어’에서 귀천에 대해 “집을 제외하고 남편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던 곳이다. 배가 고팠던 우리 부부에게 밥 문제를 해결해 주었던 삶의 터전이었다”고 소회를 밝힌 바 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최근 해외 콩쿠르에서 잇달아 승전보를 전해온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 씨(23·사진)가 15일 경남 창원시 의창구 용호동 창원성산아트홀 소극장에서 ‘강주미 리사이틀’로 국내 팬들을 찾는다. 강 씨는 2009년 서울시와 동아일보가 공동 주최한 ‘LG와 함께하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서 우승한 주인공. 이번 공연은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입상자 시리즈 가운데 하나다. 강 씨는 올해 6월 일본 센다이 국제음악콩쿠르 바이올린 부문, 9월 미국 인디애나폴리스 국제바이올린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차세대 대표 바이올린 명인 중 한 명으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베이스 강병운 서울대 교수의 막내딸로 4세 때 독일 만하임 국립음악대에 입학했고, 7세 때 줄리아드음악원에 전액 장학금을 받고 입학해 관심을 모았다. 김남윤, 자카르 브론, 도로시 딜레이 교수를 사사했다. 리사이틀에서는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 18번 G장조 K.301,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3번 E플랫장조 Op.12-3 등 5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피아노는 지난해 주니어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 공식지정 반주자로 활동했던 피아니스트 강은정 씨가 맡는다. 1만∼2만 원. 055-268-7900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배우 이병헌 씨(40·사진)가 25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도쿄 드라마 어워즈에서 ‘아시아 최우수 연기상’을 받는다고 소속사 BH엔터테인먼트가 13일 밝혔다. 이 씨는 도쿄 드라마 어워즈가 올해 신설한 이 상의 첫 수상자가 된다. 그가 주연한 드라마 ‘아이리스’는 ‘최우수 외국 작품상’을 받는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리치야∼ 리치야∼.” 개 주인이 애처롭게 개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리치는 이에 아랑곳없이 오디션장을 휘젓고 다녔다. 작은 송아지만 한 리치가 돌연 방향을 틀어 한 여성에게 다가서자 “엄마야∼” 하는 비명이 나왔다. 곳곳에서 웃음이 터졌다. 11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서울시뮤지컬단 연습실. 12월 16∼2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 ‘애니’에 출연할 견공(犬公) 오디션이 열렸다. 이 작품은 따스한 마음을 가진 고아 ‘애니’가 냉정했던 백만장자의 양녀가 되는 과정을 훈훈하게 그린 가족극. 견공이 맡을 역할은 ‘샌디’다. 길거리를 떠돌다가 ‘애니’를 만나 둘도 없는 반려동물이 되는 중요 배역이다. 서울시뮤지컬단은 2006, 2007년 공연에서 샌디 역을 맡았던 골든 레트리버 ‘쵸이’가 고국인 뉴질랜드로 돌아가자 이번 공개 오디션을 열었다. 골든 레트리버, 그레이트 피레네 등 명문 혈통을 가진 개 11마리가 이날 뮤지컬 배우에 도전했다. 주요하게 고려된 심사 사항은 개의 무대 적응력. 귀청이 터질 듯한 큰 노랫소리를 갑자기 틀어 개가 짖거나 흥분하는지, 또는 모든 불을 꺼 컴컴하게 만든 뒤 개가 돌발행동을 하는지 살폈다. 대부분의 개가 이런 심사는 무난히 마쳤지만 “앉아” “이리 와” “엎드려” 등 구체적인 행동을 지시하자 말을 듣지 않으면서 민망한 상황이 속출했다. 낯선 환경이나 사람들에게 적응하지 못한 탓으로 보였다. 개 주인을 상대로 꼼꼼한 면접도 진행됐다. 서울시뮤지컬단 이지향 기획제작감독은 “개가 헉헉거리며 더워하는데 무대에 서면 조명 때문에 더 더울 텐데요”라거나 “샌디는 빈민가의 떠돌이 개 역할인데 (면접 온) 개가 너무 고급스러워 보인다”고 일일이 지적했다. 이 감독이 7세인 골든 레트리버 ‘뭉치’의 개 주인에게 “사람으로 치면 환갑이 아닌가요”라고 질문하자 당황한 개 주인이 “그 정도는 아니고 한 60 정도”라고 답해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이렇게 까다로운 오디션에 왜 지원했을까. 7세 골든 레트리버 ‘쿠키’의 주인인 강연희 씨는 “애(쿠키)하고 같이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애견훈련학교에서 개를 70마리 키우고 있다는 김영민 씨는 개들을 TV, CF에 출연시켜 적지 않은 수입도 올린다고 했다. “하루 CF 촬영에 최고 800만 원까지 받은 적도 있다. 보통 하루에 CF는 300만∼400만 원, 드라마는 50만 원 내외를 받는다”고 김 씨는 말했다. 이번 뮤지컬 ‘애니’의 출연료는 CF나 TV 출연보다는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치열한 심사와 11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마침내 5세 래브라도 레트리버인 ‘구름이’가 낙점됐다. 털이 짧은 것은 단점으로 지적됐지만 집중력이 높아 말을 잘 따른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심사에 참여한 김덕남 연출가는 “오디션이 쉽지 않았고 기대에 완벽히 부합하는 개를 찾기도 힘들었다. 캐스팅이 끝난 만큼 이제 연습에 전념하겠다”라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3만∼5만 원. 02-399-1114∼7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여기 두 명의 하녀가 있다. 마담에게 온갖 학대와 멸시를 받는 버러지 같은 인생들이다. 동생 클레르(김민지)는 “거미가 되는 것도, 걸레가 되는 것도 싫어”라고 울부짖고, 언니 솔랑주(고우리)는 “마담을 죽여 널 해방시켜 주고 싶다”고 말한다. 절망에 빠진 이들은 마담(김효수)을 독살할 계획을 꾸민다. 1일 무대에 오른 극단 푸른달의 연극 ‘하녀들’(연출 박진신)은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프랑스 출신의 부조리 극작가 장 주네의 작품. 1910년 파리의 빈민구제국에서 사생아로 태어나 절도, 위조, 사기, 남창, 마약밀수 등 뒷골목 생활을 했던 그의 인생처럼 공연은 내내 음습하다. 1933년 프랑스에서 하녀로 일했던 파팽 자매가 주인 모녀를 참혹하게 살해한 뒤 침대에서 서로 사랑을 나누다 붙잡힌 사건을 토대로 했다. 하녀 자매는 현실과 상황극을 넘나들며 자신의 고통, 울분, 좌절, 분노를 토해낸다. 철봉대처럼 생긴 ‘프레임’의 안과 밖을 넘나들 때마다 이들의 인격과 감정은 돌변하고, 팽팽한 긴장감이 떠날 줄 모른다. 하지만 마담 앞에서는 약자일 뿐. 클레르는 다량의 수면제를 넣은 차를 무릎 꿇고 건네며 “한 모금만 드세요”라고 애원한다. 마실 듯 마실 듯 애간장을 태우던 마담은 정작 마시지 않는다. 간절했던 탈출구가 사라진 하녀들은 스스로 파멸을 향해 달려간다. 복잡하고 미묘한 배우들의 심리 묘사는 절제된 음악과 간결한 무대 장치로 집중력 있게 펼쳐진다. 세 개의 프레임을 누이거나 겹쳐서 표현한 다락방, 창문, 옷장 등은 깔끔하게 표현됐다. 바보처럼 어정쩡하게 선 클레르, 앉은 채 기괴하게 고개를 뒤로 젖힌 솔랑주의 인상 깊은 자세는 마임이스트 출신 연출가의 개성을 보여주는 듯했다. 하지만 일부 배우는 광기 어린 대사를 속사포처럼 내뱉을 때 발음이 새는 게 흠이었다. 극단 측은 공연 후 “마담이 주는 것입니다”라며 관객 모두에게 따뜻한 차를 내줬다. 애처롭게 사라져간 하녀 자매가 주는 것이면 더 찡할 뻔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i: 1만∼1만5000원. 17일까지 서울 종로구 혜화동 동숭무대소극장. 02-466-2088}

국내 최고의 판소리 명창들이 한자리에 모여 자존심을 건 소리 경쟁을 펼친다. 한국판소리보존회(이사장 성우향)와 동아일보사가 공동 주최하는 제40회 판소리 유파대제전이 8, 9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린다. 박송희 성우향 성창순 등 국내에서 손꼽히는 명창 20명이 참여하는 역대 최대 규모다. 명창들은 춘향가 흥부가 수궁가 심청가 적벽가 등 판소리 다섯 마당 가운데 눈대목(가장 두드러지거나 흥미 있는 장면)을 7∼8분 분량으로 압축해 선보인다. 8일에는 박송희 성우향 남해성 이일주 최승희 정순임 강정자 김일구 신영희 정철호, 9일에는 전인삼 이명희 박양덕 김수연 안숙선 김영자 최영길 김양숙 정의진 성창순 명창이 무대에 선다.○ 현존 최고 명창들이 모인 무대 판소리 유파대제전은 1971년 시작됐다. 권상득 명창의 탄생 200주년을 맞아 전국의 명창들이 한자리에 모여 이를 기념하는 무대로 출발한 것. 노재명 국악음반박물관장은 “1970년대는 판소리 무대가 거의 없어 소리꾼은 연명하기도 힘든 시기였다. 그런 상황에서 전국의 명창이 모인 국악 유파대제전은 특별한 무대였다”고 말했다. 해마다 열린 판소리 유파대제전은 올해 40회를 맞았다. 예년에는 하루 공연에 명창 10여 명이 참여했지만, 올해는 이틀 동안 모두 21명이 참여해 두 배 규모로 커졌다. 특히 1971년 첫 회에 참여했고 이제 여든 살 내외의 고령이 된 박송희(83) 성우향(78) 성창순(76) 명창이 나란히 무대에 선다. 각각 흥부가 춘향가 심청가의 눈대목을 통해 판소리계 거목의 진수를 선보일 예정이다. 주로 고수로 활동해온 정철호 명창이 오랜만에 소리꾼으로 적벽가를 선보이는 무대도 펼쳐진다. 노 관장은 “자료 수집을 위해 최근 박송희 선생을 비롯한 명창들을 만났는데 대부분 건강이 아주 안 좋았다. 이번 무대도 40회를 기념해 특별히 나선 것이다. 이들 명창이 한자리에 서는 무대를 앞으로는 보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명창들의 자존심 경쟁, 관객은 즐거워 완창 판소리의 경우 명창 한 명이 4∼7시간씩 공연을 펼치며 인생의 희로애락을 표현하지만 판소리 유파대제전의 경우 작품의 ‘하이라이트’ 격인 눈대목을 각기 다른 명창이 부르며 경쟁하는 형식이다. 명창에 따라 사설 내용이 길거나 짧고, 이를 소화하는 속도감 또한 다르다. 판소리는 스승과 제자의 도제식 교육으로 전파되기 때문에 창법, 사설 등에 차이가 생기는 것. 이런 차이를 ‘판소리 전승의 큰 줄기’란 의미인 ‘판소리 유파’나 ‘대가닥’으로 부른다. 신덕호 판소리보존회 사무국장은 “유파대제전은 워낙 권위 있는 공연이라 거기서 빠지면 못한다는 말 듣는 것보다 안 좋은 말을 듣게 되기 때문에 각 유파가 대부분 참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 관장은 “명창으로서는 부담되지만 관객들은 뷔페식을 즐기듯이 다양한 개성의 소리를 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파별 경쟁에 대해 최종민 전 국립창극단 단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같은 흥부가라도 박송희 명창의 흥부가는 김정문 박록주 명창을 거쳐 전승됐고, 전인삼 명창의 흥부가는 강도근 명창에게서 내려온 것이다. 선생이 다르고, 이를 받아들이는 제자의 개성도 더해져 이렇게 개인적인 소리가 완성된다는 것은 한국 음악의 굉장한 특징이다.” 최 전 단장은 “일반인들이 판소리 명창의 미묘한 소리 차이를 꼬집어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지만 판소리가 ‘소통의 음악’인 만큼 관객들의 호응과 감동을 얼마나 이끌어내느냐가 하나의 평가기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8일 오후 7시, 9일 오후 3시. 2만∼3만 원. 070-7733-7170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난타와 점프의 아성에 도전한다.” 넌버벌 퍼포먼스의 후발 주자인 ‘드로잉:쇼’와 ‘판타스틱’이 1일 나란히 전용관을 마련하며 관객 몰이에 나섰다. 무대에 처음 오른 지 1, 2년 된 비교적 신생 공연으로 난타(1997년), 점프(2002년)에 비해 인지도는 낮지만 ‘마술 같은 미술’(드로잉:쇼)과 ‘코믹한 국악’(판타스틱)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 국내외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드로잉:쇼, “마술 같은 미술 공연” ‘세계 최초의 미술 퍼포먼스’를 내세운 ‘드로잉:쇼’는 일반인들이 접하기 힘든 각종 미술 기법에 음악과 조명을 더해 새로운 넌버벌 장르로 끌어냈다. 2008년 7월 대학로에서 첫선을 보인 이후 지난달까지 2년 2개월 동안 27만여 명이 관람했다. 이 중 외국인은 8만여 명(29.6%)이었다. 지난해 1월에는 스위스 다보스포럼의 문화사절단으로, 5월에는 한·아시안 정상회의의 한국 대표 공연으로 초대됐다. ‘드로잉:쇼’는 1일 대학로를 떠나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서울 중구 초동의 명보아트홀로 공연장을 옮겼다. ‘히어로’라는 주제로 마이클 잭슨, 찰리 채플린, 슈퍼맨 등 여러 ‘영웅’ 이미지를 미술 기법과 연결시켜 흥미를 높였다. 큐브 조각을 이리저리 끼워 넣다가 단번에 ‘슈퍼맨’의 얼굴을 완성하거나, 호랑이 그림을 완성한 뒤 그 위에 영상을 쏴 살아있는 듯 움직이게 만들 때는 객석에서 탄성이 터졌다. 무대를 도화지처럼 만든 뒤 영상을 쏴 세트를 자유자재로 변환시키는 ‘아키텍처럴 디스플레이’도 눈길을 붙들었다. 제작사 펜타토닉의 정규철 대표는 “미술을 통해 희로애락의 다양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코믹적인 요소에 치중한 ‘난타’, ‘점프’보다 다양한 감동을 선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판타스틱, “코믹 국악 공연” ‘판타스틱’은 지난해 4월 서울 63빌딩 아트홀에서 ‘꼬레아 랩소디’란 이름으로 시작한 뒤 같은 해 8월 이름을 바꿔 1년 7개월째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누적 관람객은 7만2000여 명으로, 이 가운데 외국인이 2만3000여 명(전체의 31%)이다. 제작사 ‘해라’의 지윤성 대표는 “지난해 공연 초엔 외국인 관람객이 거의 없었지만 지금은 70% 수준까지 늘었다. 외국인 관객 비율이 높다 보니 현재 불황인 국내 공연 시장의 영향을 덜 받는 게 강점”이라고 말했다. 1일에는 새로 개관한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3가 가야극장에 전용관을 마련해 공연장을 두 개로 늘렸다. ‘코믹 라이브 쇼’를 표방한 이 작품은 판소리, 가야금과 대금, 해금 연주 등 국악을 밑바탕에 깔고 상모돌리기, 버나돌리기, 타악공연, 비보이공연까지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배우들이 연기를 하면서 라이브 연주를 하지만 미리 녹음한 트랙을 틀어주는 것으로 착각할 만큼 안정된 소리가 돋보인다. 서커스를 연상케 하는 배우들의 움직임과 곳곳에 숨어있는 코믹 요소로 지루할 틈이 없다. 지 대표는 “한국 전통 문화는 지루하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 다채롭고 코믹하게 만들었다. 앞으로 음악을 보강해 공연을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