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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부터 서울과 과천, 수도권 5대 신도시에서 거주 요건 2년을 채우지 않아도 1가구 1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정부는 31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5·1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의 후속조치로 소득세법 조세특례제한법 종합부동산세법 법인세법 등 4개 시행령을 심의 의결했다. 개정 시행령은 수일 내 관보에 게재돼 공포가 되는 대로 시행되기 때문에 6월 초순부터 적용될 것이라고 기획재정부는 밝혔다. 소득세법 시행령은 양도세 비과세 요건인 서울과 과천, 수도권 5대 신도시(분당 일산 평촌 중동 산본) 소재 1가구 1주택자(9억 원 이하)에 대한 2년 거주 요건을 폐지했다. 현재 해당 지역 소재 1가구 1주택자의 경우 3년 이상을 보유하고 2년 이상을 거주해야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번 양도세 요건 폐지는 시행일 이후 양도분부터 적용된다. 법 공포일 이전에 매매계약을 체결하더라도 잔금일을 법 공포일 이후로 늦추면 양도세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현재와 미래의 경기를 보여주는 주요 지표들이 최근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여 한국경제에 어두운 그림자가 번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향후 경기를 보여주는 선행종합지수를 구성하는 10개 지표 가운데는 8개가 모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미래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종합지수의 전년 동월 대비 전월차는 1월 0.1%포인트 증가했다가 3개월(2월 ―0.6%포인트, 3월 ―0.8%포인트, 4월 ―0.5%포인트) 연속 감소했다. 선행지수의 전년 동월 대비 전월차는 선행지수의 전년 동월 대비 증감률을 구한 뒤 이 지표가 전월에 비해 얼마나 늘었는지 보여주는 것으로 미래 경기 흐름을 가장 잘 나타낸다. 현재의 경기 상태를 보여주는 동행종합지수의 순환변동치는 전월 대비로 봤을 때 1월 1포인트 늘었다가 2월 ―0.2포인트, 3월 0포인트, 4월 ―0.7포인트를 나타냈다. 최근 3개월간 거의 마이너스 수준을 이어가는 것이다. 4월 광공업 생산의 경우 전월보다 1.5% 감소했고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선 6.9% 증가하는 데 그쳤다. 통계청은 광공업 생산이 석유화학산업 설비의 보수, 자동차 신모델 설비의 교체, 휴대용 전화기 부품의 수급 차질 등에 따라 부진을 보인 것으로 봤다. 윤종원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광공업 생산의 부진은 설비 교체에 따른 일시적인 가동 중단 영향이 반영됐다”며 “소비는 교역조건 악화로 감소했으나 가계부채 문제를 고려하면 조정을 보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제조업의 평균 가동률은 80.5%로 전월보다 2.0%포인트 하락했다. 눈길을 끄는 점은 미래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종합지수 10개 항목 가운데 건설수주액과 종합주가지수를 제외한 8개 항목이 모두 마이너스로 돌아선 점이다. 10개 항목 가운데 마이너스를 나타낸 항목은 올해 들어 1월 3개, 2월 5개, 3월 6개 등으로 점차 증가하고 있다. 미래 경기지표에 ‘적신호’ 깜빡이가 점점 늘어나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5월 초 휴일 증가에 따른 조업일수 감소, 자동차 부품업체 파업에 따른 조업 차질로 5월 산업활동동향 지표 개선에도 제약이 따를 것”이라며 “불확실성이 있어 향후 경기 추이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최근 유럽재정 위기가 다시 촉발되고 세계경제의 엔진인 미국과 중국의 성장이 둔화돼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견했던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헝가리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앞으로 글로벌 경제성장세가 둔화하기 시작할 것이며 증시는 지금 조정의 ‘티핑포인트’에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골드만삭스는 최근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4.8%에서 4.3%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선 세 곳의 성장이 주춤할 경우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원자재 가격이 안정돼 세계 인플레이션 압력이 진정되면 하반기부터 경기가 회복되겠지만 유럽 재정위기가 확산되는 등 한국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전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대한민국이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제조업체가 많아 젊은 인력이 가장 많은 지역이었던 울산마저 고령화사회에 들어가면서 우리나라 전국 16개 광역시도가 모두 65세 이상 노인 비중이 7% 이상인 ‘고령화사회’에 진입했다.3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일을 기준으로 한 인구주택총조사에서 울산의 65세 이상인 고령인구 비중이 7.0%로 집계됐다. 울산은 2005년 고령인구 비중이 5.3%로 집계돼 유일하게 고령화가 진행되지 않은 지역이었지만 이번에 마지막으로 고령화사회에 포함되면서 전국 16개 광역시도가 모두 고령화사회가 됐다.특히 전남은 65세 이상 비율이 20.4%에 이르러 고령인구 비중이 20% 이상인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16.7%), 전북(16.4%), 충남 강원(각 15.5%)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울산과 함께 대전(8.8%) 경기(8.9%) 등은 고령인구가 적은 지역에 속했다. ▼ 전국 노인인구 11.3%… 전남 20.4% 가장 높아 ▼230개 시군구별로 살펴보면 초고령사회에는 전체의 35.7%인 82곳이 진입했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예상보다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인구 비중은 2000년 7.3%로 처음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뒤 지난해 11.3%로 어느덧 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다. 고령인구 비중이 두 자릿수를 넘어선 것은 통계 작성 이래 처음이다. 2005년 추계 때 예측한 2010년의 고령인구 비중 예상치 11.0%를 웃도는 수준이다. 당시 통계청은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18년 14.3%로 고령사회에 진입한 뒤 2026년 20.8%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령별 인구구조는 유소년인구가 줄고 고령인구가 늘어 전형적인 ‘항아리형’ 인구 피라미드를 보였다. 30대와 40대 인구가 전체의 33.3%를 차지하며 인구구조의 중심을 이뤘다. 50년 전인 1960년에 위에서 아래로 퍼지는 삼각형태의 전형적인 피라미드를 보였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중위연령(전체 인구 중 한가운데에 있는 사람의 나이)은 38.1세로 2000년 32.0세에 비해 6.1세, 2005년 35.0세에 비해 3.1세 높아져 지속적인 고령화 추세를 보여줬다. 유년인구(0∼14세) 100명당 65세 이상 노인인구를 가리키는 노령화지수는 지난해 69.7로 2005년 48.6에 비해 21.1이나 높아졌다.미혼율도 급증하고 있어 유년인구 감소에 따른 항아리형 인구구조가 상당기간 고착될 것으로 보인다. 30대 미혼율은 1990년 6.8%에 불과했지만 10년 만인 2000년 13.4%, 2010년 29.2%로 늘었다. 한편 지난해 11월 1일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총인구는 4858만 명으로 2005년(4728만 명)보다 2.8%(130만 명) 늘어 연평균 증가율은 0.5%로 집계됐다. 남자는 2417만 명, 여자는 2441만 명으로 5년 전보다 남자는 2.3%, 여자는 3.2% 늘었다. 총인구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49.8%, 2005년 50.0%, 2010년 50.3%로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고령화와 함께 여초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우리나라의 인구밀도는 km²당 486명으로 도시 국가와 소규모 섬 국가를 제외하면 방글라데시(1033명) 대만(640명) 다음으로 세계 3위였다. 외국인은 59만 명으로 2005년의 23만8000명보다 148.2% 급증했으며, 국적별로는 중국(한국계)이 35.0%로 가장 많이 거주했고, 이어 중국 15.8%, 베트남 10.1% 등의 순이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고령화사회 ::유엔은 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의 7% 이상을 차지하는 사회를 고령화사회 ,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超)고령사회로 분류하고 있다. 출생률과 사망률이 점차 낮아지면서 한국과 선진국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형병원에 의약품을 팔기 위해 현금과 상품권을 주고 식사와 골프를 접대하는 등 다양한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회사 9곳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29억60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29일 공정위에 따르면 태평양제약 등 9개 제약사는 2006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병·의원에 의약품 납품 대가로 현금과 상품권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약품 값 일부를 깎아주고 식사와 골프를 접대하는 등 다양한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이에 따라 태평양제약은 7억6300만 원, 한올바이오파마는 6억5600만 원, 신풍제약은 4억9200만 원, 영진약품공업은 3억9500만 원을 물게 됐다. 또 미쓰비시다나베파마코리아는 2억3900만 원, 슈넬생명과학은 2억3300만 원, 삼아제약은 1억2400만 원, 뉴젠팜은 5500만 원, 스카이뉴팜은 800만 원을 내야 한다. 공정위는 “9개 업체가 452개 약품을 팔기 위해 병·의원에 제공한 리베이트 규모는 401억9400만 원이고, 제공 회수는 총 3만8278회에 이른다”며 “리베이트를 받은 병원에는 4대 대형병원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태평양제약, 신풍제약, 영진약품공업 등 6개사는 의사들에게 골프와 식사 접대를 했고 이 가운데 4개 업체는 병원에 컴퓨터, TV, 냉장고 등 전자제품도 무료로 줬다. 신풍제약 등 2개 업체는 외상매출금 잔액을 할인해줬다. 한올바이오파마는 1444개 병·의원에 학술논문 번역을 부탁해놓고 번역료 명목으로 88억7300만 원을 줬다. 번역료는 일반적인 수준의 150배에 달하기도 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정부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재정지출을 늘려 정부 부채를 증가시킨 것이 결국 물가를 끌어올린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에릭 리퍼 인디애나대 교수는 26일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서울대가 27일 개최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거시경제 이론과 정책’ 국제회의에 앞서 배포한 ‘재정압박과 인플레이션’이란 발제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리퍼 교수는 “정부가 부채가 통제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아지면 통화발행량을 늘림으로써 정부 부채의 실질적인 가치를 낮추려고 하다 보니 물가가 상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되갚아야 하는 돈의 실질가치를 낮추기 위해 시장에 돈을 찍어내다 보니 시중에 유동성이 늘어나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는 것. 리퍼 교수는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은 고령화에 따라 (복지 확대 등을 위해) 지출을 늘리면서 정부 부채가 늘어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정부가 ‘재정한도’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리퍼 교수는 물가를 제대로 잡으려면 통화정책만 쓸 게 아니라 재정을 방만하게 운용하지 못하도록 지출 한도 등을 정하는 ‘재정준칙’을 제대로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장에서 ‘정부가 재정정책을 잘 이끌고 있다’는 신뢰가 강해져야 기대인플레이션이 억제될 수 있다는 얘기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최근 정치권에서는 내년 대선과 총선을 겨냥해 무상복지와 반값 등록금 등 복지확대 방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정부는 수조 원의 재원이 필요하다며 난색을 보이지만 정치권은 나름의 대책이 있다고 강변한다. 감세정책을 철회하고 시한이 만료된 세금감면제도를 줄여 세수(稅收)를 늘리면 서민들로부터 세금을 더 걷지 않아도 복지를 확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일견 그럴듯해 보이는 논리다. 하지만 유독 특정 산업이나 품목에 일시적으로 세금을 깎아주는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앞에서 돌변하는 정치권의 태도를 보면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 시한이 만료되는 조특법을 연장해 달라며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은 올해만 18건에 이른다. 지난해 발의된 15건을 넘어선 수치다. 정당별로는 조세감면조항을 줄여 무상복지 재원을 마련하자고 했던 민주당이 14건으로 가장 많았다. 4·27 재·보선 이후 부쩍 친서민을 강조하는 한나라당이 3건을 내놨다. 세수를 늘려 복지를 확대하자고 주장하는 정치권이 정작 뒤에선 세금을 깎아주는 조특법 연장에 발 벗고 나선 셈이다. 올해 시한이 만료되는 조특법 41개 가운데 절반이 넘는 25개는 이미 1회 이상 연장된 법안들이다. 평균 연장 횟수는 약 3회에 이른다. 조특법이 끝없이 연장되는 사이 ‘나라 곳간’이 비어가고 있다. 2000년과 2009년 사이에 국세감면액은 9.9%나 늘었지만 이 기간 증가한 국세 수입은 6.6%에 불과했다. 정치권은 조특법이 살림살이가 팍팍한 서민의 세금을 깎아주기 위한 것인 만큼 서민경제 살리기와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조특법의 상당수는 선심성 법안들이다. 택시운전사를 위한 부가세 감면제도는 여야 국회의원들이 너도나도 앞장서 관련 법안만 올해 4건이 제출됐다. 영·유아용 기저귀와 분유에 대한 부가세 면세제도를 연장하자는 법안도 마찬가지다. 노골적으로 자신의 지역구에 특혜를 주는 조특법도 적지 않다. 국회의원들이 국민 모두가 혜택을 받는 보편적 복지가 필요하다고 하면서 세금 혜택은 굳이 특정지역이나 산업에 계속 줘야 한다고 고집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조특법 연장에 대한 심의 기간이 불과 며칠로 짧아 세금 감면의 타당성을 충분히 고민하는지도 의문이다. 정말 실효성 있는 복지확대를 위해서라면 경쟁적인 세금 감면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정치권의 겉 다르고 속 다른 행태에 국민들은 다시 한 번 실망하고 있다.조은아 경제부 achim@donga.com}
재정위기에 처한 남유럽에 대한 우리나라의 수출이 급감해 한국 경제에 남유럽발(發) 악재가 다시 불거질지 주목된다. 특히 세계 경제의 양 축인 미국과 중국의 성장 둔화 움직임도 심상치 않아 파급 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25일 관세청에 따르면 유럽의 대표적 재정위기 국가로 꼽히는 ‘PIGS(포르투갈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국가’에 대한 우리나라의 수출이 올해 들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르투갈에 대한 수출은 올해 들어 4월까지 4억9045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8억8293만 달러)의 반 토막 수준이다. 그리스에 대한 수출액은 같은 기간 3억42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8% 급감했다. 스페인으로의 수출은 같은 기간 6억7065만 달러로 지난해 동기보다 7.3% 늘었지만 유럽연합(EU)에 대한 수출이 올해 들어 지난해에 비해 28.6% 급증한 것에 못 미친다. 이탈리아에 대한 수출은 올해 들어 3월까지 증가세였지만 최근 채무위기가 불거져 4월에는 감소세로 돌아섰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정부가 지난해 거둔 준(準)조세 성격의 각종 부담금이 국민 1인당 29만5800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담금 징수액이 지난해에 비해 줄었지만 부담금 통폐합 작업이 부진해 여전히 부담이 크다. 기획재정부는 24일 국무회의에 보고한 2010년도 부담금운용종합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모두 14조4591억 원의 부담금을 거둬들였다고 밝혔다. 부담금은 공익사업경비를 사업에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이나 기업에 부담시키는 것으로 환경개선부담금과 교통유발부담금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부담금은 전년보다 3422억 원(2.3%) 줄었으며 통계청 추계인구(4887만 명)로 나누면 국민 1인당 부담금은 약 29만5800원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간 30만 원을 웃돌았던 것에서 소폭 떨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는 각종 부담금 제도가 한번 만들어지면 폐지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정부는 각종 부담금을 통폐합해 85개 안팎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수차례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에 5개를 줄이는 데 그치면서 94개가 운용되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실효성이 낮은 부담금을 계속 정비해 나가는 한편 불합리한 부담금 신설이나 요율 인상에 대한 심사를 앞으로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징수한 부담금 가운데 87%인 12조5854억 원은 중앙정부가, 1조3947억 원(9.7%)은 지방자치단체가, 4790억 원(3.3%)은 공공기관 등이 사용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청와대 “일단 지켜볼것”… 잇단 정책선회엔 떨떠름청와대는 한나라당 새 지도부의 ‘반값 등록금’ 도입 움직임에 대해 23일 “당에서 갓 ‘발제’를 내놓은 수준이니 지켜보자”며 조심스럽게 반응했다. “한나라당 내부조차 의견이 하나로 모이지 않은 단계”라는 참모도 있었다. 결론이 어찌 나더라도 초반부터 당청이 의견 충돌을 빚는 것처럼 비쳐선 안 된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한나라당의 잇따른 정책변경 시도를 두고 “그동안 뭔가 크게 잘못했다는 것처럼 오해받을 수 있다”며 불편해했다. 한 참모는 “(급식 보육 의료를 무상으로, 대학등록금은 절반으로 내리겠다는) 민주당의 3+1 무상시리즈에서 써먹은 정책을 왜 다시 들고 나오느냐”고 반문했다. “당이 일관되게 정책과 노선을 추진해야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한 이명박 대통령의 지난주 발언을 언급하는 이들도 있었다.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 재정부 “기부금 稅공제, 세수감소 우려 2007년 포기”기획재정부는 여당이 추진하겠다는 반값 등록금과 관련해 “추가 재원 확보방안이 마련되지 않는 이상 2013년 균형재정 목표에 차질을 빚을 수 있는 사안”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반값 등록금이 실현되기 위해선 4조9000억 원가량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여당이 반값 등록금 등 친서민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재원 확보방안 없이는 추진할 수 없다”며 “선거를 앞두고 여의도의 포퓰리즘 정책에 밀리면 2013년 균형재정은 달성하기 어렵다는 게 재정부의 분위기”라고 말했다. 재정부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목은 대학기부금 전액을 세액 공제해 달라는 여당의 주장이다. 이미 2007년에 추진했다가 ‘나라 곳간’ 문제로 없던 일로 접었던 사안을 다시 꺼내든 이유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현재 소득공제 대상인 대학기부금을 세액공제로 바꾸면 세수가 크게 감소한다”며 “다른 기부금과의 형평성에도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교과부 “기부금 유인책에 기대… ‘반값’은 비현실적”교육과학기술부는 기대 반 염려 반으로 정치권의 ‘반값 등록금’ 추진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다. 우선 대학 수입원에서 등록금 비중을 낮추기 위해 추진한 대학재원 다변화 방안이 탄력을 받은 데는 긍정적인 분위기. 교과부 관계자는 “대학 기부금을 늘리려면 기부문화를 확산시켜야 한다”며 10만 원 이하 소액 기부금 전액을 공제해주는 방안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반면 정치권에서 얘기하는 ‘반값 등록금’이 현실을 외면한 공약(空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교과부 관계자는 “부담을 완화하는 수준이지 반값 등록금을 현실화하기는 불가능하다. ‘반값 등록금’이란 말 자체가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현재 전국 4년제 대학의 등록금 수입은 14조 원. 반값 등록금을 실제 추진하려면 7조 원의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한나라당 계획대로 2조 원 이상 예산을 마련한다고 해도 저소득층 중심의 지원만 가능하다. 이 때문에 계층 간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 또한 나온다.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 대학 “정부 지원 늘어나면 간섭도 심해질까 걱정”당정의 ‘반값 등록금’ 추진 소식에 대학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소액 기부금 세액 공제나 대학역량강화 사업 확대가 마냥 반갑지 않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10만 원 이하 대학 기부금을 세액 공제하면 개인 기부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지만 대학들은 효과가 없을 것으로 본다. 서울의 유명 사립대 교수는 “대학의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고 잘라 말했다. “동문 충성도가 높은 주요 사립대나 효과를 볼까, 대다수 사립대는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것. 그는 “우리 대학만 해도 본교에는 기부금이 들어오지만 분교는 그렇지 않다. 정책을 만들 때 몇몇 사립대만 볼 게 아니라 전체 대학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학역량강화 사업을 확대하는 계획에도 걱정스러워하는 눈치이다. 한 지방 사립대 교수는 “지금도 대학을 선정한다며 여러 잣대를 들이대는데, 지원 사업을 늘리면 정부의 간섭이 또 얼마나 늘어날지 벌써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정부 지원으로 대학 재정이 안정될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통제도 커질 것이라는 우려다.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 민주당 “우리가 제안땐 비난하더니… 진정성 있나”민주당은 23일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의 ‘반값 등록금 추진’ 발언을 환영하면서 이 정책의 ‘원조’는 민주당임을 강조했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나라당이 (반값 등록금에 대해) 정말 의지가 있다면 6월 국회에서 구제역, 친환경 무상급식 등을 위한 민생 추가경정예산에 포함해 처리하자”며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한 모든 정책에 적극 지원하고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민주당이 보편적 복지의 일환으로 반값 등록금을 주장할 때 ‘표(票)퓰리즘’이라고 비난한 게 한나라당이다. 이에 대한 사과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황 원내대표가) 부자 감세를 철회하자고 했다가 갑자기 반값 등록금을 말하는데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
세계 곳곳에서 평화를 뿌리내리는 유엔평화유지군은 한국의 중소기업 ‘캬라반이에스’가 만든 창고에 비행기를 보관한다. 이 회사가 창고 등 조립식 건물을 유엔에 공급한 실적은 2008년 600만 달러에 불과했지만 2010년 초 2100만 달러로 3배 넘게 뛰었다. 9년 전 책상 3개를 놓고 시작한 회사는 어느덧 종업원 200명을 갖춘 건실한 업체로 성장했다. 이 회사의 권혁종 대표이사는 “유엔 조달시장을 뚫고 보니 미국과 일본 정부의 조달시장도 수월하게 진출할 기회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조립식 건물은 지난해 말부터 일본 방위성의 물품 보관고가 됐다가 올해 3월부터는 아이티 난민의 안락한 숙소가 됐다. 유엔평화유지군 활동 등 유엔의 각종 사업에 물품을 공급하는 유엔 조달시장의 규모는 한 해 140억 달러(약 15조2000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여전히 진출에 소극적이다. 23일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2005년 0.28%였던 한국 유엔 조달시장 점유율은 2006년 0.35%, 2007년 0.51%로 오르는가 싶더니 2008년 0.24%, 2009년 0.34%로 다시 떨어졌다. 한국의 유엔 조달시장 점유율 수준은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하고 유엔 예산의 상당부분을 부담하고 있는 한국의 국제적 위상과는 대조적이다. 2010∼2012년 우리나라의 유엔 예산분담률은 세계 11위인 2.26%에 달한다. 유엔조달본부에 등록된 기업도 59곳에 그친다. 전문가들은 숨겨진 ‘블루 오션’인 유엔 조달시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윤이 20% 안팎에 달하고 계약 기간이 최장 5년 6개월이나 되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익 기반이 된다는 설명이다. 알고 보면 진출 분야도 음식, 의약품, 의료장비, 차량, 통신장비, 주택, 상수도 등 다양하다. 영어로 작성해야 하는 까다로운 등록 절차나 비교적 느린 진행 속도 때문에 기업들의 불만이 있기는 하지만 일단 길이 열리면 또 다른 수출 기회가 생기기도 한다. 유엔 조달시장에 진출했다는 공신력만으로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다른 국제기구는 물론이고 미국, 유럽연합(EU) 등 선진국 정부의 조달시장에 진입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시형 외교통상부 통상교섭조정관은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거대한 유럽 조달시장이 열리는 만큼 국내 기업도 유엔 조달시장에 더욱 적극적으로 진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중견기업에 다니는 권모 씨(42)는 급여명세서를 볼 때마다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된다. 지난해 임금협상으로 올해 급여가 5% 올랐지만 세금과 국민연금 등을 공제하고 받는 실수령액은 그대로이거나 어떤 달에는 더 적기 때문이다. 이렇게 받은 월급에서 금리 상승으로 불어난 대출 이자를 내고 나면 실제 쓸 수 있는 돈은 지난해보다 오히려 줄어든다.올해 1분기(1∼3월) 물가 상승으로 실질 가계소득이 줄어든 상황에서 세금과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이자비용으로 내는 비(非)소비지출까지 크게 늘어나 가계경제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더욱 쪼그라들고 있다. 22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9.09%로 지난해 1분기보다 0.46%포인트 높아졌다. 소득 대비 비소비지출 비중이 19%대로 올라선 것은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3년 이후 사상 처음이다. 가구소득이 월 100만 원이라면 5분의 1에 가까운 평균 19만900원을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데 쓰지 않고 세금과 4대 보험료 등으로 내는 셈이다. 비소비지출은 대부분 월급에서 사전 공제되는 항목이어서, 이 항목이 증가할수록 소비할 수 있는 돈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우선 1분기 2인 이상 가구당 월평균 근로소득세와 재산세 등 경상조세는 10만5623원으로 지난해 1분기(9만3913원)보다 12.47% 늘어났다. 1분기 경상조세가 10만 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세 기준이 되는 명목소득이 증가하면서 세금도 불어난 것. 국민연금 등 연금지출은 9만8273원으로 작년 1분기(9만3029원)보다 5.64% 늘었으며 건강보험료 등 사회보험 지출은 9만5699원으로 8.66% 증가했다. 비소비지출의 주요 항목인 이자비용 지출도 올 1분기에 8만1254원으로 작년 1분기(7만2750원)보다 11.69% 증가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4월 말 잔액기준 은행의 가계대출이 436조6000억 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로 집계된 가운데 기준금리 상승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덩달아 오르면서 이자 지출이 늘었기 때문이다.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올 1월 건강보험료가 5.9% 인상된 데 이어 취업이 증가하면서 고용보험 가입자가 늘어 사회보험 지출이 증가한 영향이 크다”며 “물가 상승으로 실질소득이 줄어든 상황에서 비소비지출 증가는 가계경제에 더욱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비(非)소비지출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데 들어간 것을 제외한 지출 항목들로 재산세, 소득세, 자동차세 등 세금과 건강보험료, 국민연금, 이자비용 등 경직성 비용을 뜻한다. 비소비지출 비중이 높을수록 가처분소득은 줄어든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물가상승률이 최악의 경우 4.5%에 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런 상황을 막으려면 기준금리가 현재 수준보다 1.0%포인트 높은 연 4% 이상이 되어야 한다며 이례적으로 한국은행에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주문했다. KDI는 22일 발표한 ‘2011년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환율, 국제 원자재 가격, 총수요 압력 등 거시경제 변수를 고려할 때 올해 물가상승률이 4.5%에 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악의 변수를 가정하지 않고 중립적으로 본 물가상승률은 4.1%다.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하는 가스 및 전력 가격이 하반기에 상승하면 물가상승률이 예상치보다 높아질 가능성도 나왔다. KDI는 “집세와 개인서비스 등의 물가상승세는 오래 유지되는 경향이 있어 향후 물가상승세를 주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KDI는 “중앙은행이 물가를 안정시키겠다는 의지를 경제주체에 전달하고 신뢰를 재구축하려면 기준금리를 조정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중앙은행의 역할론을 강조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중견기업에 다니는 권 모씨(42)는 급여명세서를 볼 때마다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된다. 지난해 임금협상으로 올해 급여가 5% 올랐지만 세금과 국민연금 등을 공제하고 받는 실수령액은 그대로이거나 어떤 달에는 더 적기 때문이다. 이렇게 받은 월급에서 금리 상승으로 불어난 대출 이자를 내고 나면 실제 쓸 수 있는 돈은 지난해보다 오히려 줄어든다. 올해 1분기(1~3월) 물가 상승으로 실질 가계소득이 줄어든 상황에서 세금과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이자비용으로 내는 비(非)소비지출까지 크게 늘면서 가계경제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더욱 쪼그라들고 있다. 22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9.09%로 지난해 1분기보다 0.46%포인트 높아졌다. 소득 대비 비소비지출 비중이 19%대로 올라선 것은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3년 이후 사상 처음이다. 가구소득이 월 100만 원이라면 5분의 1에 가까운 평균 19만900원을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데 쓰지 않고 세금과 4대 보험료 등으로 내는 셈이다. 비소비지출은 대부분 월급에서 사전 공제되는 항목이어서, 이 항목이 증가할수록 소비할 수 있는 돈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우선 1분기 근로소득세와 재산세 등 경상조세는 10만5623원으로 지난해 1분기(9만3913원)보다 12.47% 늘어났다. 1분기 경상조세가 10만 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세 기준이 되는 명목소득이 증가하면서 세금도 불어난 것. 국민연금 등 연금지출은 9만8273원으로 작년 1분기(9만3029원)보다 5.64% 늘었으며 건강보험료 등 사회보험 지출은 9만5699원으로 8.66% 증가했다. 비소비지출의 주요 항목인 이자비용 지출도 올 1분기에 8만1254원으로 작년 1분기(7만2750원)보다 11.69% 증가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4월말 잔액기준 은행의 가계대출이 436조6000억 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로 집계된 가운데 기준금리 상승으로 주택담보대출금리도 덩달아 오르면서 이자 지출이 늘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올 1월 건강보험료가 5.9% 인상된데 이어 취업이 증가하면서 고용보험 가입자가 늘어 사회보험 지출이 증가한 영향이 크다"며 "물가 상승으로 실질소득이 줄어든 상황에서 비소비지출 증가는 가계경제에 더욱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조은아기자 achim@donga.com}

노년기에 배우자를 만나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황혼결혼이 크게 늘어 10년 전의 두 배를 넘어섰다. 황혼이혼의 증가로 백년해로에 대한 가치관이 변하고 있고 노인 인구가 늘면서 황혼결혼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50세 이상 남성의 결혼건수는 1만8791건으로 사상 최고치를 나타냈다. 20년 전인 1990년 5014건의 3.7배, 10년 전인 2000년 8928건의 2.1배 수준이다. 전체 혼인건수 가운데 50세 이상 남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1.3%에서 2000년 2.7%, 2010년 5.8%로 높아졌다. 60세 이상 남성의 결혼건수도 같은 기간 각각 1570건, 2291건, 4812건으로 크게 늘었다. 여성의 황혼결혼도 증가하고 있다. 50세 이상 여성의 혼인건수는 1990년 2081건에서 2000년 4145건, 2010년 1만956건으로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60세 이상 여성의 혼인건수도 같은 기간 394건, 758건, 1857건으로 늘었다. 이러한 현상은 노인인구가 증가하면서 노년기 결혼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인식이 완화된 것이 일차적 원인으로 보인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공정사회’는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8월 15일 발표한 집권 후반기 국정방향이었다. 공정사회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과제로 친(親)서민 중도실용의 경제정책과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정책이 제시됐다. 하지만 4·27 재·보궐선거 결과는 친서민과 상생을 표방한 정부 정책이 국민에게는 체감은커녕 공허한 울림으로 전해졌음을 여실히 증명했다. 지난해 6%를 넘는 초고속 성장에도 좀처럼 온기가 돌지 않는 서민경기, 해결 난망의 청년실업, 국책사업을 둘러싼 지역 간 갈등으로 민심은 더욱 악화됐을 뿐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흔들리는 민심을 추스르려면 새로운 정책으로 눈길을 끌기보다 당초 약속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공정거래 관행 근절, 명확한 원칙에 따른 국책사업 정리가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 ‘양극화 해소’ 5점 만점에 2.1점 동아일보 경제부가 대학교수와 민간 및 국책연구소, 시민단체 전문가 등 1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친서민 및 동반성장을 포함한 정부의 공정사회 정책은 5점 만점에 2.6점으로 낙제점을 면치 못했다. 정부가 내놓은 공정사회 정책의 방향에는 대체적으로 공감하지만 높았던 기대치에 비해 나타난 성과가 부진하다는 것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공정사회라는 정책 방향은 좋았지만, 그때그때 줄줄이 정책을 쏟아내면서 국민들의 갈증만 키워놓았을 뿐 실행이 부족했다”며 “너무 많은 대책을 내놓고 수습은 안 되다 보니 정책에 대한 신뢰가 크게 떨어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양극화 해소를 위한 정책은 5점 만점에 2.1점으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영세자영업자 등 서민층에 대한 세제 지원과 햇살론 등 서민금융 활성화에도 불구하고 서민생활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한 물가불안으로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환율 정책이 성장에는 도움이 됐지만 물가상승 압력을 키우면서 양극화가 심화됐다”며 “성장에 무게중심을 두기보다 서민들에게 유리한 경제 환경을 만들어주는 환율과 금리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경준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성과평가실장은 “올해 들어 소득불평등도가 약간 완화된 것은 빈곤층이 중산층으로 올라온 것이 아니라 글로벌 금융위기로 상류층이 중산층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라며 “국민이 체감하는 소득불평등도는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2009년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가 추진하겠다고 밝혔던 중산층 육성을 위한 ‘휴먼뉴딜’ 정책도 전혀 효과를 내지 못하면서 중산층 붕괴가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자리 정책과 전·월세금 안정, 보금자리주택 공급 등 부동산 정책 역시 2.5점으로 낮은 평가를 받았다. 청년인턴 제도 등이 정부의 재정지원으로 일시적으로 일자리를 늘리는 데는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서비스산업 육성과 중소기업의 신규 분야 진출이 부진해 민간 부문의 일자리 확대와 청년실업난 해소에는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정책은 땜질식 처방이 반복되면서 심각한 거래부진을 불러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정책은 2.7점, 양육비 지원 확대 등 복지 정책은 3.3점으로 상대적으로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았지만 동반성장위원회가 추진하는 초과이익 공유제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15명의 전문가 가운데 8명이 초과이익 공유제에 반대한 것. 김호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의연구소장은 “초과이익공유제는 동반성장의 본질에서 벗어난 정책”이라며 “이익공유 같은 일시적인 정책보다는 대기업의 불공정 하도급 거래 같은 일상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더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달성 가능한 정책에 집중을 전문가들은 임기 중 달성할 수 있는 정책과 그렇지 못한 정책을 구분하고 국민에게 전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해 정책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남은 임기 동안 정부가 삼아야 할 최우선 과제로 전문가들은 15명 중 10명이 일자리 창출을, 8명이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꼽았다. 특히 재·보선 결과에서 나타난 20, 30대 민심 이반의 배경에는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청년실업이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규제 완화와 신성장산업의 발굴, 창업 활성화 정책을 통해 경제성장이 고용 창출과 내수경기 회복으로 이어지는 ‘트리클 다운(trickle down·낙수)’ 효과를 되살리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것이다. 당초 정부는 의사와 약사, 변호사, 회계사 등 자격사만 설립할 수 있는 서비스업종의 진입규제를 낮추고 영리법인을 허용해 고부가가치의 서비스업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방향을 제시했지만 부처 간 견해차와 이익단체들의 반대를 조율하지 못해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낙수 효과를 높이려면 무엇보다 일자리 창출이 중요하다”며 “제조업 중심 일자리 확대만으로는 부족한 만큼 서비스업 규제완화를 통해 내수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대학진학률이 80%가 넘는 상황에서 고학력자 청년실업은 불가피하다며 “대학 구조조정이 절실하다”고도 했다. 좀 더 실효성 있는 중소기업 지원 정책이 나와야 한다는 주문도 많았다. 일시적으로 정책자금을 지원하는 시혜성 중소기업정책은 재정의 낭비만 불러올 뿐이며 중소기업들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책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종훈 명지대 경영학부 교수는 “전자산업과 자동차산업 중소기업의 성격이 다르듯이 업종별로 차별화된 상생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사회를 정면으로 거부하는 전관예우 관행을 근절하고 국책사업을 둘러싼 지역 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도 내놓아야 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나눠 먹기 식’으로 정치적인 결정을 남발하면 지역 이기주의의 싹만 키울 뿐”이라며 “지역 균형 발전과 경제성, 수익성 중심으로 정부가 원칙을 제시하고 사업을 진행해야 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윤창현 교수는 “정권 초기 힘이 있을 때 할 일을 임기 말에 하려다 보니 혼란만 커지고 있다”며 “국책사업의 과감한 구조조정과 함께 예측 가능하고 명확한 기준에 입각한 국책사업의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복지-재정적자 딜레마 해법은 ▼“정책 실명제 도입 묻지마 사업 제동”복지 예산을 늘리면서 정부가 맞닥뜨린 딜레마는 재정 적자 문제다. 저출산,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 복지에 쏟을 돈은 늘지만 성장은 둔화돼 세원(稅源)은 말라간다. 전문가들은 복지를 확대하면서도 재정적자를 늘리지 않으려면 느슨한 재정집행 과정을 구조조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묻지 마 국책사업’을 근절하는 것이다. 동남권 신공항 계획, 4대강 살리기 사업 등 상당수의 국책사업이 면밀한 사업 타당성 검토 없이 추진됐다는 비판이 많다.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명확한 기준에 따라 타당성을 엄격하게 검토하면 불필요한 사업이 줄어 예산이 절약된다는 설명이다. 초기에 정책을 제안한 담당자 실명을 공개하는 ‘정책 실명제’를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책 담당자의 책임감을 강화해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에 기대 ‘일단 하고 보자’는 식의 국책사업에 브레이크를 걸자는 것이다. 독일 등 선진국처럼 국책사업이 완료된 뒤 애초 기대한 성과를 달성했는지를 평가하는 ‘사후검증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공공기관도 철저하게 관리돼야 할 대상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공기관은 약간 적자가 나도 큰 문제가 없으면 경영에 큰 무리가 따르지 않는 편”이라며 “세출 낭비를 막기 위해 지출증가 수준을 면밀히 관리하고, 자산건전성에 대한 감독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복지 정책과 일자리를 연계하는 방안에도 신경 써야 한다. 정현백 참여연대 공동대표는 “현 정부의 복지 논의에는 복지와 고용을 어떻게 연계할지에 대한 고민이 없다”며 “고용이 최고의 복지정책이라는 생각으로 청년층 대상 취업교육 등 다양한 고용창출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올해 한국의 국가 경쟁력이 지난해보다 한 계단 상승한 22위에 올라 역대 최고 성적을 냈다. 우리나라 국가경쟁력 순위는 2009년부터 3년 연속 상승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18일 발표한 ‘2011년 세계 경쟁력 연감’에 따르면 올해 평가 대상 59개국 가운데 한국의 종합 국가경쟁력 순위는 22위로 지난해보다 한 계단 상승했다. IMD가 독자적으로 국가 경쟁력 평가를 실시한 199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국의 경쟁력 순위는 2009년 27위, 2010년 23위에 이어 올해 22위로 3년째 상승세다. 한국이 강점을 드러낸 세부 분야는 과학 인프라(5위), 고용(6위), 재정정책(11위), 국내의 산업과 수출경로가 얼마나 다양한지 등을 보여주는 국내경제(12위), 국제무역(16위) 등이었다. 하지만 국제투자(53위), 물가(52위), 기업 관련 법규(44위), 사회적 여건(38위) 등은 하위권에 머물렀다. 국가별로는 미국과 홍콩이 공동 1위였으며 지난해 1위였던 싱가포르는 3위로 내려앉았다. 이어 스웨덴, 스위스, 대만, 캐나다, 카타르, 호주, 독일이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아시아 국가로 말레이시아(16위), 중국(19위)도 한국을 앞섰다. 일본은 2009년 17위에서 지난해 27위로 10계단이나 떨어졌다가 올해 한 계단 상승한 26위에 올랐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대졸 취업자 수가 고졸 취업자 수를 처음으로 추월했다. 지금 추세가 이어지면 앞으로 5년 안에 15세 이상 경제활동이 가능한 대졸 인구가 고졸 인구를 앞지를 것으로 보인다. 고용시장에서 ‘학력 인플레’가 고착화하는 셈이다. 17일 통계청에 따르면 3월 현재 전문대와 대학원 졸업자를 포함한 대졸 취업자는 954만1000명으로 고졸 취업자(950만3000명)보다 3만8000명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졸 취업자 수가 고졸을 앞선 것은 통계청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뒤 처음이다. 경제활동이 가능한 15세 이상 인구는 고졸은 1574만2000명, 대졸은 1290만7000명으로 고졸이 283만5000명 더 많다. 취업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인구는 고졸이 더 많지만 정작 취업자 수는 대졸이 고졸을 앞선 것이다. 15세 이상 경제활동 가능 인구 가운데 고졸 인구는 매년 거의 변화가 없는 반면 대졸 인구는 매년 3∼4%씩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취업자 수의 대졸 역전현상은 고착될 것으로 보인다. 취업자 가운데 대졸이 고졸을 추월한 이유는 기본적으로 학벌사회가 갈수록 공고화되면서 고졸 인구 대부분이 대학에 진학하기 때문이다. 1980년 27.2%에 불과하던 대학 진학률은 2000년대 중반 이후 80%를 웃돌고 있다. 특히 취업이 주된 목적인 전문계고만 하더라도 지난해 진학률이 71.1%로 취업률(19.2%)의 3.7배 수준이었다. 한국고용정보원은 2008년부터 2018년까지 10년간 경제활동인구가 연평균 21만7000명 증가하고, 이 중 대졸과 고졸이 각각 27만 명, 3만2000명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졸 이하는 매년 8만5000명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 경우 2008년 37.7%인 대졸 경제활동인구의 비중은 2018년 43.9%로 높아지고, 고졸 경제활동인구는 41.2%에서 39.0%로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고학력자를 수용할 만한 일자리가 부족한 상태에서 지금처럼 대졸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 하향 취업, 청년실업 증가 등 학력과 일자리 간 불일치 현상이 가속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우리나라의 영유아 보육시설이 10년 전보다 2배가량 늘었지만 국공립보육시설은 민간 시설에 비해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통계청과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의 보육시설은 3만8021개로 10년 전인 2000년의 1만9276개보다 98% 증가했다. 전국 보육시설 가운데 아파트 놀이방과 같은 가정보육시설이 1만9367개로 가장 많았고, 21명 이상 300명 이하의 영유아를 보육하는 민간보육시설이 1만4677개, 국공립시설은 2034개, 법인시설 1468개, 직장시설 401개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는 국공립을 제외한 법인, 민간, 가정, 직장 보육시설이 전체 보육시설의 94.7%를 차지했으며 국공립시설은 5.3%에 불과했다. 국공립시설은 10년 사이 57% 늘어난 데 그쳐 같은 기간 가정보육시설(168.1%), 직장보육시설(81.3%)의 증가율에도 크게 못 미쳤다. 정부는 여성의 사회참여 증가와 보육료 지원 확대 등에 따라 보육시설 이용 아동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국공립시설을 지속적으로 늘려 나갈 방침이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올해 2월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을 졸업한 박모 씨(26·여)는 2009년부터 최근까지 입사원서만 90여 차례나 넣어 봤지만 모두 탈락했다. 박 씨는 졸업학점이 4.0을 넘고 재학 중 일본 교환학생 선발 때 전교 1등을 할 정도로 우수한 인재. 재학 중에는 학교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에서 주는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공부를 잘했다. 취업을 위한 봉사활동도 학생 평균의 6배가량인 180시간 이상 했다. 하지만 취업은 딴 세상 얘기였다. 지난해 졸업했어야 할 박 씨는 재학생 신분을 유지해야 취업에 유리하다고 생각해 듣지도 않을 강의를 신청하면서 2학기나 버텼지만 ‘취업의 벽’은 여전히 너무 높았다. 이젠 벼랑까지 몰렸다고 생각하지만 ‘취업의 문’은 여전히 열리지 않고 있다. 현재 그는 창문도 없는 1평짜리 고시원 방에서 대낮에도 하릴없이 잔다. ‘왜 자느냐고? 네가 내 꼴 돼 봐라.’ 박 씨의 가슴엔 묻지도 않은 누군가를 향한 분노가 치민다.○ 남은 건 빚뿐… 좌절에서 분노로 청년 실업이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각종 경제 지표가 호전되는데도 유독 청년 실업 문제만 좀처럼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청년 실업률은 △2007년 4월 7.6% △2008년 4월 7.4% △2009년 4월 8.0% △2010년 4월 8.4% △올해 4월 8.7%로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 4월 실업률이 3.7%로 나타나는 등 전체 고용 사정은 조금씩 나아지지만 청년 실업률은 그 두 배인 8%대다. 취업자도 383만2000명으로 1년 전보다 7만3000명 감소했다. 최저생계비 보장과 청년 실업 문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지난해 3월 ‘청년유니온’을 만든 김영경 씨(31·여)는 청년 실업 문제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구조적인 문제라고 주장했다. 1999년 한양대 신문방송학과에 입학한 김 씨는 재학 중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며 학비를 벌어 학교를 다녔다. 학교 식당, 과외, 대형마트 아르바이트 등 안 해본 게 없을 정도. 하지만 2005년 학교를 졸업한 후 남은 건 학자금 대출금 1000만 원과 ‘청년 백수’ 딱지였다. 김 씨는 “취업은 개인의 문제란 것도 인정하지만 수십만 명의 청년이 같은 문제로 어려움에 처했다면 정부가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청년유니온은 설립 당시 10명이었지만 현재 정회원 250명, 후원회원 120명, 카페 회원 3500명으로 늘었다. 이들은 전국에 2명씩 27개 팀을 만들어 각 지방노동청에 정식 노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고령에도 자식 뒷바라지하는 부모들 청년 실업은 청년만의 문제가 아니다. 부모들은 자식의 ‘취업’만 기다리며 고령에도 자녀 뒷바라지 때문에 일을 그만두지 못한다. 경남 창원시의 김모 씨(55)는 지금 하는 멸치 포장 일을 그만두고 싶지만 아들 때문에 그만두지 못하고 있다. 아들은 2008년 한 지방대 영상학과를 졸업했지만 비정규직으로 여기저기를 전전할 뿐 번듯한 정규직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있다. 김 씨는 “아들이 지난달 머뭇거리면서 ‘밖에 나가야 하는데 점심 값과 차비가 없다’고 해 10만 원을 보내줬다”며 “언제 아들 형편이 나아져 내가 일을 안 해도 될지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아들 문제로 정부를 탓한다면 욕할지 모르나 미취업 기간이 길면 길어질수록 결국 정부에 대한 원망이 깊어지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대졸 실업자 사상 최대 7일 명동에서 청년유니온 회원을 중심으로 청년 구직자들이 ‘최저임금을 보장하라’란 캠페인을 벌였다. 이들은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 같은 여론을 확산시켰다. 당시 트위터에는 “어렵게 대학을 졸업하고도 최저임금도 못 받고 편의점에서나 아르바이트하고 있다” 등 분노의 글들이 순식간에 500여 개가 모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대졸 이상 실업자는 34만6000명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0년 이후 가장 많았다. 2000년 당시 대졸 이상 실업자는 23만 명으로 불과 10년 만에 11만6000명이나 늘어난 것이다. △2001년 23만3000명 △2002년 22만4000명 △2003년 25만3000명 등 꾸준히 증가 추세였지만 2008년까지는 20만 명 선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위기 등으로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2009년 32만1000명 등 대졸 이상 실업자는 30만 명을 넘어섰다. 유경준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장은 “실업 청년들은 사회활동을 할 수 없어 사회 불만 세력으로 바뀌기 쉽다”며 “특히 장년층 세대가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자신들을 신경 안 쓴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세대 간 갈등으로까지 비화될 수 있기 때문에 청년들을 우선적으로 취업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학력과 일자리 양극화의 수렁 정부를 비롯해 전문가들은 청년 실업의 주된 원인이 고학력화로 인한 ‘일자리 미스매치’에 있다고 본다. 실제 전체 청년 실업자의 3분의 2 이상이 대학 이상 학력자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으로 전체 청년 실업자 29만5000명 가운데 20만6000명이 대학 이상 학력을 가지고 있고 고졸 이하는 8만9000명에 불과했다. 이는 고학력화가 주된 원인이다. 1980년 27.2%에 불과하던 대학 진학률은 2000년대 중반 이후 80%를 웃돌고 있다. 취업이 주목적인 전문계고도 지난해 대학 진학률이 71.1%로 취업률(19.2%)의 3.7배 수준이었다. 대학 진학률은 급증했지만 청년들이 선호하는 대기업 정규직은 전체 일자리의 10% 남짓에 불과하다. 반면 중소기업은 여전히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중소기업은 우리나라 전체 기업 수의 99%에 이르고 고용의 88%를 책임지고 있다. 안양고용센터 정관수 취업지원과장은 “청년 구직자가 많이 찾아오지만 결정적으로 기업과 구직자 사이에 눈높이가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일손을 찾는 중소기업들은 대졸이든 고졸이든 저렴한 임금의 구직자를 찾는 경우가 많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대졸 구직자는 흔치 않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청년 실업자 증가와 하향 취업 등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은 당분간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김윤종 기자 zozo@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선진국들의 해법 ▼청년 일자리 만들기는 한국만의 고민이 아니다. 선진국은 일찍이 청년 실업률 낮추기를 역점 사업으로 삼고 지속적으로 공을 들이고 있다. 정치권이 미래의 중심축인 청년층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일자리 창출이 가장 중요한 이슈이기 때문이다. 영국은 1990년대부터 청년 일자리를 만드는 정책을 꾸준하게 다듬어 왔다. ‘청년을 위한 뉴딜정책’은 1998년 18∼24세 청년을 대상으로 시작했다. 6개월 이상 구직 급여를 신청한 청년 실업자는 의무적으로 이 프로그램에 등록해야 한다. 청년들은 1단계에서 지역별 직업센터에서 상담원을 만나 경력, 희망직업에 대해 논의해가면서 직업을 찾는다. 이 과정에서 직업을 못 구하면 2, 3단계로 넘어가 직업훈련과 직장체험으로 자신에게 맞는 일자리를 찾아낸다. 영국은 이 프로그램으로 2003년 말까지 48만여 명의 청년을 실업에서 구제했다. 영국 정부는 또 청년 실업 구제에 민간기업이나 지역사회, 각종 시민단체가 함께하는 협업형 제도를 도입했다. 이 제도에 따라 14∼19세 구직자는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젊은 영국인 지원’ 캠페인에서 취업 지원 서비스를 받는다. 여기서 의무교육을 마친 청년은 지역사회의 보증을 받아 원하는 기업에서 직무실습을 할 수 있다. 유럽에서는 학업과 기업 현장교육을 병행하는 제도가 활발하다. 독일의 ‘도제 제도’는 다른 선진국에서 청년 실업의 대안으로 평가받는다. 독일 실업학교는 14∼17세 학생의 경우 의무적으로 학업과 기업체 현장교육을 병행하도록 한다. 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원하는 기업체에서 약 3년간 국가가 인증하는 직업교육을 받는다. 이후 국가공인 자격증을 받아 구직에 활용한다. 네덜란드는 일반 의무교육을 17세까지로 한정하지만 학업과 직업을 병행하는 학생에게는 의무교육을 19세까지 보장해준다. 청년 실업자의 특성을 세분해 맞춤형으로 접근하는 노력도 눈길을 끈다. 호주는 개별 구직자의 정보를 수집해 구직자를 유형별로 구분한 ‘구직자 분류체계’를 1997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서원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유럽에서 활발하게 진행되는 ‘교육과 취업의 연계 프로그램’은 청년 개인에게 구직의 짐을 모두 떠넘기는 한국의 구직시스템보다 훨씬 효율적”이라며 “차제에 유럽의 청년 구직 시스템을 국내에 도입해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정당이 국회의원 선거 후보를 선출할 때 상향식 공천을 실시하면 하향식 공천보다 연간 164건의 법안이 더 처리되면서 국회의 입법생산성이 높아진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재훈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17일 ‘공천제도와 입법생산성: 정치경제학적 구조 및 영향’이라는 논문에서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상향식 공천제는 각 선거구에서 정당의 후보등록자를 대상으로 예비선거를 통해 공천하는 방식으로 17대 국회의원선거에서 부분적으로 도입됐다가 18대 국회에서는 다시 공천심사위원회가 후보자를 결정하는 하향식 공천으로 바뀌었다. 이 논문에 따르면 1948년부터 2009년까지 법률안 가결건수를 분석한 결과 상향식 공천제를 채택했을 때 연간 법률안 통과건수는 하향식 공천제보다 157∼164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원발의 법률안 역시 상향식 공천제를 채택할 때 하향식 공천제보다 연간 147∼153건의 법률안이 더 통과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여당 의석 비율이 1% 증가할 때 의원발의 법률안 통과건수가 연간 2.6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연구위원은 “하향식 공천제의 경우 공천권자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당내 계파가 형성되고 극단적인 당론이 형성되기 쉽다”며 “이로 인해 정당 간 갈등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입법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상향식 공천제에선 정당의 의사결정 구조가 민주화돼 정당 간 타협이나 의견 조정이 훨씬 용이해진다는 것. 그는 논문에서 상향식 공천방식을 일단 공직선거법에 명문화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고 검증된 지방정치인이 국회로 진출할 수 있도록 국회의원과 지방선거 시기를 일치시킬 것을 제안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