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창출 문제 ‘네덜란드 모델’로 푼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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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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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상생’ 정규직 양보가 관건

좀처럼 풀리지 않는 일자리 창출 문제와 관련해 신임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제시한 ‘네덜란드식 모델’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네덜란드식 모델은 노동조합과 기업, 정부 3자 간의 대타협으로 비정규직인 시간제 고용을 대폭 늘려 일자리를 나누는 방식이다.

▶본보 3일자 A1·2면 정규직 중심 일자리 늘리기서 시간제…
B1면 MB노믹스 3기 사령탑 박재완 재정…

유럽의 대표적인 강소국(强小國)으로 꼽히는 네덜란드는 실업률은 2009년 기준 3.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3번째로 낮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대다수의 유럽 국가들이 20%를 넘는 청년실업률로 고심하고 있는 데 반해 네덜란드의 청년실업률은 7.3%로 OECD 최저다.

1970년대 오일쇼크와 복지병으로 실업률이 20%에 육박했던 네덜란드가 실업률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었던 것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면서 고용안정도 보장하는 ‘플렉시큐리티(flexicurity)’ 해법 덕분이었다. 1982년 노사정 대타협으로 체결된 바세나르협약으로 최저임금과 공공부문 임금을 동결하고 시간제 고용을 확대하면서 이전까지 한 사람이 하던 일을 여러 사람이 맡도록 하는 ‘잡셰어링(일자리 나누기)’ 방식을 도입한 것. 그 대신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의 차별을 없애 시간제 근로자들도 임금이나 휴가, 사회복지에서 정규직과 동일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기업은 노동유연성이 높아지면서 필요할 때마다 적절한 인재를 고용할 수 있게 되고, 시간제 근로자들은 늘어난 일자리로 취업 문턱이 낮아지고 일자리가 없을 때는 정부가 제공하는 실업급여와 직업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상생(相生) 모델인 셈이다.

바세나르협약 이후 상당수의 정규직이 시간제 근로자로 전환하면서 네덜란드에는 10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새롭게 만들어졌다. 시간제 고용이 늘면 생산성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네덜란드의 노동생산성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작년 말 현재 네덜란드의 시간제 근로자 비중은 36.7%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지만 네덜란드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56.4달러로 한국(25.1달러)의 두 배가 넘는다.

네덜란드식 모델은 제조업 중심의 일자리 창출이 한계에 부딪힌 한국에 새로운 해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 학계의 평가다. 특히 ‘고용 미스매치’로 장기 실업 상태에 빠질 우려가 높은 청년실업자는 물론이고 출산·육아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여성과 재취업을 원하는 고령층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의 고용시장에 네덜란드식 모델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정규직에 보장되는 혜택을 줄이는 대신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및 복지 격차를 좁혀야 한다는 것. 최근 시간제 근로자를 포함한 비정규직의 근로 여건이 소폭 개선되고 있지만 정규직과의 격차는 여전히 크다. 올 3월 현재 시간제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은 6700원으로 정규직(1만1200원)의 60% 수준에 머물러 있다. 유급휴가나 상여금, 퇴직금 등 근로복지 수혜자나 국민연금, 건강보험과 같은 사회보험 가입자 비율도 10% 안팎에 그친다. 정규직의 80%가량이 근로복지나 사회보험 수혜를 보고 있는 것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또 시간제 고용이 확대되면서 늘어날 일시적인 실업자들을 위한 실업급여와 사회보험 체계 재정비도 필요하다.

윤진호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 모델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근로자가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근로 형태를 고를 수 있도록 비정규직에 대한 안정적인 소득이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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