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은 ‘한국’ 하면 떠오르는 첫 이미지로 엔터테인먼트를 가장 많이 꼽은 것으로 조사됐다. 외교통상부는 9, 10월 실시한 ‘바람직한 국가 이미지 정립을 위한 내·외국인 에세이 공모’ 응모작들을 분석한 결과를 18일 발표했다. 59개국 455명의 외국인이 제출한 응모작에서 필자들은 한국의 긍정적 이미지로 케이팝, 드라마, 스포츠 등 엔터테인먼트를 거론한 경우가 218건(49.2%)으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한국의 경제력(경제개발)과 정보기술(IT)을 긍정적으로 적은 경우도 각각 161건(36.3%)과 133건(30%)으로 조사됐다. 한국의 부정적 이미지로 가장 많이 언급한 것은 북한으로 48건(10.8%)이었고 이어 언어장벽(10.6%) 성형수술(8.4%) 자살(7.7%) 등이었다.}

현대중공업 소속 한국인 직원 4명의 피랍사건이 발생한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으로 석유를 둘러싼 무력충돌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니제르델타해방운동(MEND) 같은 반군의 테러와 납치사건도 빈번하게 발생해 왔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바옐사 주가 위치한 남부 니제르델타 지역에서만 2006년 이후 외국인 납치사건이 20차례 이상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인 납치사건은 이번 사건을 포함해 2006년 이후 모두 5건이 발생했다. 앞서 발생한 4건은 모두 대우건설 소속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벌어졌고 석방 교섭 등을 통해 모두 일주일 안에 해결됐다. 2006년 6월 포트 하코트 내 건설현장에서 무장단체에 납치됐던 대우건설 소속 직원 5명은 단 하루 만에 풀려났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현지 부족들이 근로자를 납치한 뒤 마을의 공동화장실이나 학교를 지어 달라는 식의 구체적인 요구를 했고 그 요구가 받아들여지자마자 인질들을 풀어줬다”며 “몸값을 현금으로 지불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지 부족이 아닌 무장반군이나 정체가 불명확한 무장단체의 경우에는 미국인, 터키인 등을 납치해 거액의 몸값을 받아낸 사례도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8월에는 무장괴한들이 니제르델타 앞바다에서 한 원유생산 지원업체 소속 바지선을 습격해 외국인들을 납치하는 과정에서 현지인 2명을 살해하기도 했다. 이달 초에는 나이지리아 재무장관의 80대 노모가 납치됐다가 5일 만에 풀려나기도 했다. 외교통상부와 주나이지리아 대사관은 사건 발생 직후 비상대책반을 구성해 나이지리아 외교부와 치안당국, 주 정부 등과 접촉하며 대책을 협의하고 있다. 외교부는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청사에서 관련 부처 대책회의를 열고 향후 대처 방향을 논의했다. 일단 납치범들과 연락이 닿은 만큼 앞으로 이들이 내놓을 요구조건 등을 검토해 대응할 방침이다. 조태영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과거 나이지리아에서 발생한 납치사건들에 비춰 볼 때 이번 사건이 정치적인 동기에서 벌어졌을 가능성이 커 보이지는 않는다”며 “납치된 분들이 가능한 한 빨리 무사히 귀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도 울산 본사에 긴급대책상황실을 설치해 긴급회의를 열었고 회사 관계자를 현지에 급파하기로 하는 등 창사 이래 처음 발생한 피랍사건의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납치된 4명은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 플랜트본부 소속으로 지난해 나이지리아 바옐사 주와 양해각서(MOU)를 맺은 현지 플랜트 설비공장 건설의 본계약 체결을 준비하기 위해 파견됐다. 나이지리아 브라스 섬에서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플랜트 건설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으며 현대중공업도 수주전에 참여하고 있다. 나이지리아에 파견된 현대중공업 직원은 38명에 이른다.이정은·이서현 기자 lightee@donga.com}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강행하면서 정부와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 논의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추가 제재와 함께 개별 국가들의 제재 조치를 강화해 북한이 빠져나갈 구멍을 틀어막는 ‘스마트 제재’를 추구할 방침이다. 한미 양국은 우선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과 거래하는 선박에 대한 검색 강화 등 추가 대북 제재 내용을 담는 결의안 채택을 추진하고 있다. 결의안은 안보리의 3가지 의결(결의안, 의장성명, 언론성명) 가운데 가장 강한 조치다. 15개 이사국 중 최소 9개국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 5개 상임이사국 중 1개국이라도 반대하지 않아야 채택된다. 그러나 상임이사국인 중국은 12일(현지 시간) 긴급 소집된 첫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한 규탄보다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강조하는 분위기였다고 김숙 주유엔대사가 전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도 “모든 나라가 달려들어 중국을 설득하려고 해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은 북한에 대해서는 ‘아무리 잘못했어도 야단치거나 꿀밤 정도만 줘야지 상처가 날 정도로 때리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제재 논의가 길어질 경우 결론을 도출하는 데는 일주일 이상 걸릴 것이라고 유엔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개별 국가들이 진행하는 제재는 이런 안보리 제재 논의의 빈틈을 메울 수 있는 카드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미국 일본과 공조하거나 독자적으로 금융, 해운 분야에서 제재를 취할 것”이라며 “개항질서법에 근거해 북한 선박을 들여다보는 것도 그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달 초 국회를 통과한 개항질서법은 북한에 들어갔던 외국 선박이 정부의 허락 없이 180일간 한국에 입항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북한의 보급로를 옥죄겠다는 것이다. 유럽연합(EU)도 북한의 무기사업에 관여해온 회사나 기관 30곳을 일찍부터 제재 대상에 올려놓고 대북 제재에 앞장서 왔다.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북한 인사는 ‘로켓 3인방’인 주규창 백세봉 박도춘을 포함해 모두 22명으로 미국의 제재(8명)보다 훨씬 많다. 북한이 2005년 방코델타아시아(BDA)식 금융제재 이후 결제통화의 상당 부분을 유로화로 바꾼 만큼 EU의 대북 금융제재 효과는 그만큼 클 수 있다. 한편 유엔 안보리는 첫 회의 후 발표한 성명에서 “이번 북한의 로켓 발사가 안보리 결의안 1718호와 1874호를 명백히 위반한 것으로 규탄한다”고 밝혔다. 4월 의장성명의 ‘개탄한다(deplore)’보다 강력한 문구인 ‘규탄한다(condemn)’는 표현이 사용됐다. 미국 의회 지도부도 북한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존 케리 상원 외교위원장은 성명에서 “북한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도발적이고 안정을 저해하는 행위를 또다시 감행했다”며 “북한의 로켓 발사는 이미 고립된 북한을 더욱 고립시킬 뿐”이라고 비난했다. 하워드 매키언 하원 군사위원장도 북한 장거리로켓 발사를 비난하는 성명을 냈다.이정은·이승헌 기자·워싱턴=최영해 특파원 lightee@donga.com}

북한이 12일 장거리로켓(미사일) 발사를 전격 강행하면서 정부와 국제사회는 곧바로 대북제재 추진에 들어갔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성 김 주한 미국대사와 제임스 서먼 주한미군사령관을 만난 데 이어 일본을 비롯한 주변국 외교장관들과 연쇄 전화통화를 하며 대책을 협의했다. 유엔 안보리는 4월 의장성명에 규정된 ‘트리거 조항’(북한이 로켓, 미사일을 추가로 발사하거나 핵실험을 하면 자동으로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내용)에 따라 12일 오전 11시(현지 시간) 긴급 소집된다. 국제사회가 문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공동 대응에 협조할 의사를 밝힌 만큼 안보리 논의는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국 중국 등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을 포함해 이미 28개국과 3개 국제기구가 “북한의 로켓 발사는 유엔 결의 위반”이라며 향후 제재를 경고했다. 윤덕민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반도 주변의 주요국 지도부가 모두 교체된 직후인데 초반부터 북한에 기선을 제압당하면 (북한에 휘둘리던) 과거의 패턴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게 된다”며 “국제사회가 강력한 제재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안보리는 우선 북한의 로켓 발사를 규탄하는 의장성명이나 결의안을 발표하고 대북제재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구체적인 제재 방식을 결정하게 된다. 가장 높은 수위의 결의안을 채택할지가 관심사다. 다만 일부 이사국은 결의안 채택에 대해 “북한의 추가 핵실험에 대응할 카드는 남겨놔야 한다”는 반론을 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국제사회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의 비중을 다르게 받아들이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가장 큰 변수는 역시 중국이다. 북한의 후견인 역할을 해 온 중국은 유엔 안보리에서 번번이 북한을 감싸왔다. 그러나 중국이 이번에도 북한을 일방적으로 편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중국은 이달 초 ‘북한의 로켓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는 점을 이례적으로 지적했고, 북한을 직접 거명하면서 “신중히 행동하라”고 공개적으로 경고하기도 했다. 북한 외무성은 이날 조선중앙통신과의 문답에서 “우주의 평화적 이용권리는 보편적인 국제법에 의해 공인된 것으로서 유엔 안보리가 그에 어긋나게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은 4월 위성 발사 때 적극적인 과잉반응을 보여 우리로 하여금 핵 문제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 바 있다”며 향후 국제사회의 제재에 추가 핵실험으로 대응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이정은 기자·뉴욕=박현진 특파원 lightee@donga.com}
북한이 12일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강행하면서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정세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국제사회가 강도 높은 대북 제재를 추진하는 가운데 북한의 추가 도발, 일본의 군비 증강 움직임, 이에 맞선 중국의 강경 대응 등이 맞물려 동북아 지역의 불안정성이 크게 심화될 조짐이 있다.당장 북-미 관계는 극심한 냉각기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미국 본토까지 도달할 수 있는 북한 장거리 로켓의 존재는 미국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만큼 양국 관계도 과거와는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지난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을 때만 해도 북-미 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을 점쳤다. 그러나 북한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로켓 발사를 전격 감행했다.일본은 대북 강경 목소리를 더욱 높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총선(16일)을 앞두고 강경한 우경화 공약을 쏟아낸 일본 자민당에는 북한의 로켓 발사가 호재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를 빌미로 3차 핵실험까지 밀어붙일 경우 일본의 핵무장론에 힘이 실리면서 주변 정세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수 있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북한의 로켓 발사는 일본의 국방력 강화를 통한 군국주의에 박차를 가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중국이 이에 경쟁적으로 가세하면 동아시아 전체가 군비경쟁에 돌입하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북-중 관계도 한동안 껄끄러워질 가능성이 크다. 앞서 중국은 리젠궈(李建國)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고위급 대표단이 북한 방문을 끝내고 귀국한 직후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 계획을 발표한 것에 크게 당혹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진핑(習近平) 체제가 출범하자마자 북한 문제로 외교적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는 점도 중국으로서는 큰 부담이다. 일각에선 미국과 중국이 예상만큼 강한 대응에 나서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흥규 성신여대 교수는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리더십 교체가 끝나기를 기다린 뒤 험난한 겨울에 여러 악조건을 감내하면서 로켓을 쐈다고 주장할 수 있다”며 “북한으로서는 상당한 성의를 보여준 셈”이라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일단 미사일 능력을 과시해 협상에서 우월한 지위를 확보한 다음 내년 초부터 갑자기 대화 공세에 나설 수도 있다”며 “중국이 김정은의 방중 카드를 앞세워 북한의 핵실험 같은 추가 도발을 막으려 할 것이고 그 과정이 이어지면서 북한과 국제사회가 협상 모드에 들어갈 여지도 남아 있다”고 말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미사일기지의 발사대에 세웠던 장거리 로켓이 해체돼 지상의 조립동으로 옮겨진 정황이 11일 한국과 미국 정보당국에 포착됐다. 정부는 북한이 전날 발사 시한을 22일에서 29일까지로 연기한다고 발표하면서 공개한 로켓의 ‘1계단 조종발동기(1단 추진체 엔진계통)’의 기술적 결함을 고치려는 움직임으로 보고 관련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정부 고위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기술진은 11일 동창리 미사일기지 발사대에 장착했던 장거리 로켓의 1∼3단 추진체를 대형 크레인으로 분리해 지상의 트레일러에 실어 인근 조립동으로 옮기는 작업을 끝냈다. 북한은 발사대 주변의 가림막도 철거했으며 1단 추진체의 고장 부위를 수리하고 성능을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해체 정황은 미국과 일본의 정찰위성, 한국의 다목적 실용위성(아리랑3호)에 모두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군 소식통은 “한미 정보당국은 이날 서울 용산구 한미연합사령부에서 가진 비공개 회의에서 북한이 1단 추진체의 고장 부위를 이른 시일 안에 수리해 예고한 발사 시한 내에 쏴 올릴 가능성이 높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북한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국제해사기구(IMO)에 로켓 발사 예정 기간을 29일까지로 연장한다고 통보했다. 추진체 낙하지점 등은 앞서 통보했던 내용과 같았다. 로켓 해체는 예견된 상황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군 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기술적 결함 발생 부위로 추정되는 ‘추력방향조정기’나 ‘추력제어기’는 모두 1단계 추진체의 엔진 내부에 들어 있어 로켓을 발사대에 세워둔 채 교체나 수리를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기술적 결함의 정확한 원인을 파악했다면 1주일 안으로 관련 부품을 교체하고 로켓을 다시 발사대에 세울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반면 로켓을 발사대에서 끌어내린 것은 결함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정황으로 해석돼 발사 시한인 29일 안으로 수리와 발사 준비를 완벽히 끝내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이 로켓 발사를 강행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를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압력도 거세지고 있다. 11일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전 세계 28개 국가와 유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같은 국제기구가 외교장관 발언이나 성명을 통해 북한의 로켓 발사 계획을 비판하고 철회를 촉구했다. 정부는 이들 국가와 함께 북한의 로켓 발사를 막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계속할 방침이다. 특히 북한에 상대적으로 많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중국 러시아와의 공조를 강화하고 있다. 김규현 외교부 차관보와 임성남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12일 방한하는 이고리 마르굴로프 러시아 외교 차관과 공조 방안을 협의한다. 이어 17일에는 김봉현 다자외교조정관이 중국을 방문해 마자오쉬(馬朝旭) 외교부 부장조리 등과 논의할 계획이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이정은·조숭호 기자 ysh1005@donga.com}
북한 관광사업을 하던 한국계 미국인이 지난달 초 북한 당국에 체포돼 40일 가까이 억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11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40대 한국계 미국인 A 씨는 지난달 초 두만강을 통해 나진으로 들어가다 북한 당국에 체포됐다. 북한 당국은 A 씨가 인솔한 일행 5명의 보안 검색을 하던 중 일부 소지품을 문제 삼아 그를 체포한 뒤 평양으로 압송해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의 소지품은 컴퓨터 외장 하드디스크이며 그 안에는 북한을 자극할 만한 내용이 들어 있었다고 한다. A 씨를 제외한 나머지 관광객은 모두 출국한 상태다.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예고한 장거리 로켓 발사를 국제사회가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이런 사건이 발생했다”며 “민감한 시기인 만큼 북한이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떤 식으로든 협상 카드로 이용하려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북한은 앞서 2010년 11월 한국계 미국인으로 선교활동을 하던 전용수 씨를 체포해 이듬해 5월 석방했다. 2009년 3월에는 미국의 한 방송사 여기자인 로라 링, 유나 리 씨가 북-중 접경지대에서 취재하던 중 북한군에 억류됐다 같은 해 8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한 뒤에야 풀려났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2009년 5월 중순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주 뉴캐슬대에 다니던 조모 씨(26)는 오후 10시 반경 도서관에서 나와 집으로 가던 오솔길에서 1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백인 남성 5명에게 20cm 정도의 칼로 위협을 받았다. 다행히 이들을 뿌리치고 재빨리 도서관으로 도망쳤다. 교내 보안요원은 “이틀 전 중국인 학생도 강도를 당했고, 요즘 교내에도 동양인 상대 범죄가 많으니 조심하라”고 했다. 경찰서에 가서 피해 사실을 진술하고 돌아오니 오전 3시. 추가 피해를 막고 사건을 정확하게 처리해 주리란 기대감을 안고 영사관 24시간 긴급전화 다이얼을 눌렀다. 다행히 누군가가 받았다. “한국 ○○대에서 온 교환학생인데 현지인에게 칼로 위협을 당했어요.” 하지만 당직자는 짜증스러운 목소리였다. “그런 일로 이 시간에 전화를 하시면 어떡합니까. 다친 것도 아니고 피해가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훈계도 이어졌다. “나도 ○○대 나온 당신 선배인데, 이런 일로 전화하면 한도 끝도 없어요….” 해외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폭력 범죄에 대응하는 외교통상부의 태도는 언제나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외교부는 3일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해 호주 당국에 협조를 강력히 요청한 것을 비롯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고위 당국자는 “호주 정부가 유학생과 관광객 감소 등 부정적 여파를 고려해 최근 사건들에 많은 신경을 쓰는 분위기”라며 “정부도 현지 대사관 등을 통해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겉으로는 이렇게 얘기하면서도 외교부 당국자들의 속내는 ‘별 문제 없는데 언론이 침소봉대해서 외교 문제를 만들고 있다’라는 식의 분위기가 감지된다. 호주에서 유학생 등 한국인을 상대로 한 범죄가 최근 석 달간 6건이나 연달아 발생했고 그 가운데는 인종차별 범죄로 여겨지는 범죄들도 포함돼 있다는 동아일보 현지 취재 보도가 나간 3일 오전 외교부 실국장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논의가 아니라 현지 분위기와 많이 다른 사실과 기사가 나가고 있다는 식의 얘기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당국자는 동아일보 출입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현장 분위기와 많이 다르다. 기사가 1면에 나와서 너무 심각한 문제인 것처럼 비치고 있다”라고 말했다. 호주 교민 김모 씨(38)는 “외교부가 엄정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하지만 전혀 달라지는 것을 느끼지 못하겠다”라며 “호주는 공문서에 더 신경 쓰기 때문에 공식 항의서한을 보내는 방식으로 강하게 대처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해외에서 한국인이 범죄 피해를 본 건수는 2009년 3517건에서 2010년 3716건, 지난해 4458건으로 늘고 있다.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 북한이 이달 10∼22일 장거리 미사일을 쏘겠다고 1일 발표하자 미국과 중국, 일본 등 모든 주변국들이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북한의 우방인 중국 외교부 친강(秦剛) 대변인은 2일 오후 외교부 홈페이지에 “북한은 우주 공간을 평화롭게 이용할 권리가 있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이 권리는 안보리의 유관 결의 등의 제한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가 북한의 ‘위성 발사’에 우려를 표시하며 안보리 결의를 언급한 것은 처음으로 역대 관련 발언 중 강도가 가장 높다. 미국과 중국의 새 지도부, 그리고 정권 탈환이 확실시되는 일본 자민당이 이번 사안을 어떻게 처리하는지는 향후 이들의 대북정책 기조를 전망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엔과 미국 중국 일본의 대응 전망을 소개한다. 》▼ 유엔, 발사땐 안보리 자동소집… 추가제재 논의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로켓) 발사를 강행하면 유엔에서는 안전보장이사회가 자동 소집돼 추가 제재 등을 논의한다. 유엔 안보리가 4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직후 의장성명을 채택하면서 ‘트리거(trigger·방아쇠) 조항’을 넣었기 때문이다. 당시 의장성명은 ‘북한의 추가 도발 또는 핵실험이 있을 경우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북한이 로켓을 발사하면 이사국이 안보리 소집을 별도로 요구하지 않아도 안보리가 자동으로 열리도록 하는 근거 조항을 마련한 것이다. 과거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나왔던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이나 결의안에는 없었던 내용이다. 정부 당국자들은 “2009년 발사 때에는 볼 수 없었던 강력한 조항”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2013∼2014년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 선출된 한국은 이달 개최되는 유엔 안보리 회의를 직접 참관한다. 공식 임기가 내년 1월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아직 논의에 직접 참여할 수는 없지만 이미 지난달부터 안보리 회의를 참관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진행상황을 직접 파악하고 다른 이사국들과 신속한 협의도 진행할 수 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면 유엔 안보리를 중심으로 여러 액션이 이뤄질 것”이라며 “안보리가 제재 대상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그 이상의 본질적으로 차원이 다른 제재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협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미국 “평화 위협하는 도발… 동맹국과 긴밀 논의” ▼정부 출범 직후인 2009년 3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위협을 당했던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재선 직후 같은 소식을 받아들고 화난 기색이 역력했다. 빅토리아 뉼런드 미 국무부 대변인은 1일 성명을 통해 “북한의 위성 발사는 역내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는 매우 도발적인 행위”라며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어떤 발사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1718호와 1874호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뉼런드 대변인은 이어 “4월 16일 만장일치로 채택한 유엔 의장 성명은 북한의 4월 13일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강하게 비난하고 있으며 북한이 추가 발사에 나설 경우 제재 의지를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뉼런드 대변인은 “부족한 자원을 핵무기와 장거리미사일 개발에 투입하는 것은 북한의 고립과 빈곤을 심화시킬 것”이라며 “북한이 안보를 지키는 길은 주민들에게 투자하고 국제의무와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은 북핵 6자회담 참가국 및 다른 동맹국들과 함께 다음 단계의 대응책을 긴밀하게 논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오바마 행정부가 2기에는 북한과 대화를 시도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으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백악관 내에 ‘대북 대화파’의 입지를 줄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대북정책의 키를 쥐고 있는 신임 국무장관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여서 미국은 이번 사안은 기존 정책기조 위에서 처리하고 새 국무장관이 기용된 뒤 대북정책 방향 수정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 일본, 패트리엇 배치… 北-日 국장급 회담 연기 ▼일본 정부는 1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예고에 주변국 가운데 가장 강경하게 대응했다. 우선 베이징에서 5, 6일 열기로 한 북-일 국장급 회담을 연기한다는 방침을 북한 측에 전달했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는 이날 저녁 기자단에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북한과 회담을 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모리모토 사토시(森本敏) 방위상은 같은 날 북한이 로켓을 발사할 경우에 대비해 파괴 준비 명령을 자위대에 내렸다. 이에 따라 일본 자위대는 패트리엇 미사일 배치를 시작했으며 요격 미사일을 탑재한 이지스함을 오키나와(沖繩) 등에 배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의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일본 총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과거부터 안전보장과 외교에서 강경한 주장을 해온 자민당에 조금 더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자민당 총재와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자민당 간사장은 대표적인 대북 강경론자다. 하지만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과 대화가 필요하기 때문에 강경 대응은 자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총선에서 자민당 정권이 들어서도 마찬가지라는 것.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 규슈대 특임교수는 “북한에 강경한 자민당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납치문제 해결을 위해선 북한과 대화할 필요가 있다”며 “민주당 정권이든 자민당 정권이든 내년 초가 되면 일본과 북한 간에 미사일 갈등이 지속되기보다는 본격적인 외교 교섭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 중국 “발사계획 우려” 4월보다 강도 높여 반대 ▼중국 외교부의 친강(秦剛) 대변인은 2일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을 빌려서도 “중국은 북한의 위성 발사 계획에 우려를 표시한다”고 밝혔다. 그는 “각국의 반응에 주목할 것”이라면서 이런 입장을 내놨다. 중국이 북한의 올해 2차 ‘위성 도발’에 전보다 좀 더 명확한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중국은 올해 4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 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성명에 ‘트리거 조항’을 넣는 것을 반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이 중국의 국가 이익에서 차지하는 전략적 중요성 때문에 새로이 들어선 시진핑(習近平) 지도부도 기존 대북정책을 크게 바꾸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한 전문가는 이날 “중국이 말처럼 북한을 강하게 압박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친 대변인은 이날도 과거 북한의 도발이 있을 때마다 그랬던 것처럼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더 유리하게 행동하고 냉정하게 대처해 정세가 격화되는 상황을 피해주길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올해 3월 북한이 ‘위성 발사’를 예고했을 때도 중국 정부는 ‘우려’ 등의 표현으로 불편한 속내를 공개했다. 이후 4월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실제로 발사하자 중국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 규탄 의장성명에 적극 응하는 등 과거와 조금 달라지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 8월 북한의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겸 노동당 행정부장이 방중하자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극진한 대접을 하는 등 제재보다는 동맹으로서의 우호 관계 강화에 더 방점을 뒀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1일 오전(현지 시간) 소말리아의 한 해안. 백사장 위로 태극마크를 단 링스헬기가 굉음을 내며 천천히 접근했다. 곧이어 헬기 밑으로 전동 와이어에 매달린 대형 바구니가 내려왔다. 무장한 해적이 매복한 채 기습 공격을 할지도 모르는 상황. 팽팽한 긴장감 속에 한국 해군의 청해부대 요원들은 구조를 기다리던 한국인 4명을 한 명씩 바구니에 태워 올렸다. 지난해 4월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됐던 제미니호 선원들이 석방되는 순간이었다. 한국인 피랍 사건 사상 최장 기간인 582일 만이다. 선장 박현열(57), 기관장 김형언(57), 항해사 이건일(63), 기관사 이상훈 씨(58)는 1일 오전 11시 55분 링스헬기를 타고 청해부대 강감찬함(5500t급)에 탑승했다. 강감찬함은 소말리아 해역에서 벗어나 공해를 거쳐 이르면 3일 새벽 케냐 몸바사 항에 도착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5일경 인천공항을 통해 한국에 입국할 예정이다. 선원들은 밝은 표정으로 청해부대원들에게 “감사하다”라며 거듭 고개를 숙였다. 이들은 1차 건강검진에서 일단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외교통상부 당국자가 2일 전했다. 그러나 열악한 환경에서 장기 피랍 생활을 한 탓에 선원들의 체중이 많이 감소했고 일부는 심한 심리적 스트레스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박 선장은 이날 석방 후 연합뉴스와의 위성전화 통화에서 “해적에게 감금돼 있던 동안 우리에서 짐승처럼 지냈다. 빗물을 받아 먹었고 실지렁이와 올챙이, 애벌레가 (물에) 떠다니는 것을 러닝셔츠로 걸러내면서 생활했다”고 전했다. 운동도 전혀 하지 못해 체력이 많이 떨어졌고 4명 모두 체중이 10kg가량 빠졌다고 한다. 해적들은 선원들을 2명씩 따로 감시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생사를 몰라 불안감도 많이 느꼈다고 박 선장은 설명했다. 해적들은 가족에게 전화를 걸게 한 뒤 가족들이 들으라고 공포탄을 쏘는가 하면 선원들의 귀와 목을 비틀어 비명을 지르게 만들기도 했다. 해적들은 지난달 말 제미니호의 선주인 싱가포르 선사 측과 선원들의 석방에 최종 합의했다. 앞서 해적들은 ‘아덴 만 여명작전’으로 생포된 해적 동료 5명의 석방을 요구했고 이 요구를 철회한 이후에는 한국 정부를 협상에 끌어들이려는 언론플레이를 하며 터무니없는 몸값을 요구했다. 그러나 정부가 “해적과는 협상하지 않는다”라며 불개입 원칙을 완강히 고수하자 해적의 기세는 점차 꺾이기 시작했다. 소말리아 연방정부 출범 이후 단속을 강화하면서 재정적 어려움이 커지고 협상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이 누적된 것도 해적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구체적 석방 조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선사가 진행한 협상 내용을 정부가 밝히기는 적절치 않다. 석방금 액수는 통상적인 수준인 것으로 안다”라고만 답했다. 정부는 지난달 말 협상 타결 직후 선원들의 안전한 신병 인수를 위해 강감찬함을 현지에 파견했다. 강감찬함은 싱가포르 선사 측 구조선이 높은 파도 때문에 해안 접근에 잇달아 실패하자 링스헬기를 투입해 직접 구조에 나섰다. 정부는 재발 방지를 위해 선박 내에 선원피난처(시타델) 설치를 의무화하고 위험 해역을 항해할 땐 보안요원 탑승을 의무화하는 등 대책을 강화할 방침이다. 국회는 지난달 시타델 설치를 의무화한 ‘국제 항해 선박 및 항만시설 보안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사진)은 22일 일본 자민당의 ‘극우 공약’과 관련해 “국민들이 우려하는 자민당의 우경화를 저희도 매우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이날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영자총협회 초청 강연에서 “일본이 독도와 영토 문제에 대해 보수적이며 공세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그런 면을 경계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일본의 차기 총리로 유력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자민당 총재는 전날 일본 재무장과 과거사 부정, 독도 영유권 주장 강화 등을 담은 12·16총선 공약을 발표했다. 김 장관은 “일본과의 관계에서 역사, 영토 문제는 타협할 수 없다”며 “일본 국내(정치) 사정이 변하고 있기에 그것을 잘 보고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역사 문제는 진실만 있을 뿐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김 장관은 일본 자민당이 집권 후 실제 공약을 이행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집권하면 정책을 시행하는 문제 때문에 공약을 조정하게 된다”며 “(그 경우)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끌고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일본 총선 이후 한일, 중-일 간 외교 갈등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외교부 동북아국과 국제법률국을 중심으로 일본의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한 당국자는 “일본의 발표 내용 중 일부가 내년 상반기에 현실화하면 한국 외교가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이라며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일 간 분쟁으로 동북아 정세가 더 불안해지면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지 등을 포함해 여러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이제 한국은 중동 문제를 더욱 세심하게 들여다보고 우리 입장을 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17일 “중동 관련 회의에 참석하러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 와 있다”며 트위터에 이 같은 글을 올렸다. 한국이 내년부터 2년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으로 활동하게 됨에 따라 중동 분쟁 같은 민감한 국제 이슈에 대한 명확한 의견을 낼 책임이 생겼다는 얘기다. 정부는 최근 격화되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교전에 대해서도 공식 의견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 사안이 안보리 의제로 오를 경우 분명한 태도 표명이 필요하다.}
“중국 시진핑 지도부는 경제성장의 속도만큼 질도 중요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시진핑은 자신의 집권 10년간 새로운 성장 모델을 만들어나가는 작업에 집중할 겁니다.” 존 손턴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이사회 의장은 19일 “중국이 지금 같은 (속도 위주의 양적) 성장모델을 유지한다면 세계가 더이상 버텨낼 수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2027년경 중국인 5명 중 4명(약 11억 명)이 자동차를 갖게 될 것이라는 중국 내부의 전망대로라면 자원고갈과 환경오염의 문제도 그만큼 심각해진다는 지적이다. 손턴 의장은 “중국은 더 건강하고 더 효율적이고 깨끗한 형태의 새로운 성장모델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기술 확보가 관건”이라며 “이는 중국이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과 계속 협력할 수밖에 없는 주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은 기후변화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건설적으로 협력할 가능성이 높다”며 “한국도 지금보다 중국과 더 가까워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그린코리아 2012’ 국제심포지엄에 참석차 방한한 손턴 의장은 골드만삭스의 아시아 담당 회장을 지내고 중국 칭화대 글로벌과정 책임교수로 재직해온 중국경제 전문가다. 브루킹스연구소에 자신의 이름을 딴 ‘존 손턴 중국센터’를 만들어 운영하며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중국·아시아정책을 조언해 왔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제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해 온 그는 “한국이 녹색성장의 이니셔티브를 쥐고 추진한 것은 21세기 국제사회에 기여한 가장 큰 공헌 중 하나”라며 “오바마 행정부는 1기에 이어 2기에서도 이런 한국의 활동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이제 녹색성장을 한반도 (전체) 차원에서 논의할 때가 됐다. 남북한 간에 정치적 어려움은 있겠지만 그린 이코노미 분야에서는 상호 협력할 수 있을 것이다.”(윤병세 서강대 교수) “녹색을 화두로 북한과 가까워지는 것 자체가 하나의 신뢰 구축 과정이다. 북한이 조금만 마음을 열고 도움을 청하면 우리가 이 분야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문정인 연세대 교수)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측 외교안보정책 좌장격인 윤 교수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측 문 교수는 남북관계를 풀 열쇠로 녹색성장 분야의 협력을 활용해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19일 서울 롯데호텔 크리스털볼룸에서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동아일보, 채널A등이 공동 주최한 ‘그린코리아 2012’ 국제심포지엄에서다.○ “남북 ‘그린 데탕트’ 시대 열어야”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 평가로 시작한 이날 심포지엄의 초점은 자연스럽게 대선후보들의 기후변화 관련 공약으로 이어졌다. 특히 김상협 대통령녹색성장기획관이 기조발표에서 “남북 간 녹색성장 협력으로 한반도의 긴장이 완화되는 ‘그린 데탕트’가 가능하다”고 설명하자 패널들의 관심은 그 주제로 옮겨갔다. 윤 교수는 “녹색성장처럼 호혜적인 분야는 한반도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여러 어려움이 있겠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노력해나가야 할 분야”라고 밝혔다. 다만 윤 교수는 “녹색 데탕트는 남북한 간에 여러 분야에서 신뢰가 증진돼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 만큼 그것이 실현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문 교수는 “북한이 대외적으로 개방되기만 하면 나진·선봉이 (기후변화로 길이 열리고 있는) 북극 항로의 동북아시아 물류 거점이 될 수도 있다”며 “기후변화는 북한에 저주이자 동시에 축복”이라고 분석했다. 또 “북한의 식량난을 심화시키는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나무 심는 작업이 시급하다”며 “문 후보가 당선되면 가장 먼저 벌일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 측의 윤영관 서울대 교수는 이날 양수길 녹색성장위원장이 대독한 발표문을 통해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에서 긍정적 측면은 계승하고 미진한 부분은 더욱 내실을 기하면서 해나가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녹색성장 어젠다 지속 추진” 여야 후보 측은 녹색성장 정책을 차기 정부에서도 중점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윤 교수는 “현 정부가 성공적으로 해 온 기후변화 정책을 많은 부분에서 이어받아 발전시키겠다는 것이 박 후보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문 교수도 “녹색성장은 한국이 독자적으로 쥐고 있는 이니셔티브라는 점에서 한국 역사를 통틀어 가장 큰 업적”이라고 평가했다. 참석자들은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설립에 대해 아직 국회 비준을 받지 못했고 국제기구라 하기엔 회원국 수가 부족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사무국 유치에 성공한 글로벌기후펀드(GCF)에 대해서도 재원 확보와 운영 과정에 난항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기획관은 “GGGI나 GCF가 한국 것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망한다. 모두가 함께 만드는 공동의 자산이라는 인식을 갖고 지속적으로 이끌 초당적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올해 4회째를 맞는 이번 그린코리아 국제심포지엄에는 도미닉 바턴 매킨지앤드컴퍼니 글로벌 회장과 성창모 한국녹색기술센터 소장 등 국내외 관계자 450여 명이 참석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북한 조선중앙TV는 19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기마중대 훈련장 시찰 소식을 전하면서 그의 여동생 김여정(왼쪽)이 한때 건강악화설이 제기됐던 고모 김경희 당 비서와 함께 승마를 즐기는 모습을 공개했다. 김정은은 이날 “군 기마훈련장을 근로자와 청소년의 체력단련을 위한 승마장으로 바꾸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이명박 대통령은 16일 중국 공산당 총서기로 선출된 시진핑(習近平) 총서기에게 축전을 보냈다. 이 대통령은 축전에서 “그간 한중관계 발전에 대한 각별한 관심에 감사하다”라며 “양국이 수교 20주년을 계기로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를 심화, 발전시켜 나가고 이 지역의 평화와 공동 번영을 위해 계속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이 새로운 도약을 향해 나아가는 중요한 시점에 중국의 발전과 번영을 위해 총서기가 탁월한 지도력을 발휘할 것으로 믿는다”라고 덧붙였다. 중국은 20∼22일 공산당 간부들의 최고 교육기관인 중앙당교의 천바오성(陳寶生) 부교장(부총장·차관급)을 단장으로 하는 중국공산당 우호대표단을 한국에 파견한다. 대표단은 외교통상부 안호영 제1차관과 새누리당 김종훈 국제위원장, 민주통합당 이해찬 대표 등 정관계 인사들을 만나 공산당 대회 결과와 정책 방향을 설명하고 한중관계 발전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통상 국가부주석이 겸직해 온 중앙당교의 교장은 2007년 말부터 시진핑 당시 부주석이 맡아 왔다. 후임 교장은 조만간 차기 부주석이 될 류윈산(劉雲山) 상무위원이 맡을 것으로 보인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시리아로 향하던 중국 선박에서 북한산으로 추정되는 미사일 부품이 적발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시금 북한의 불법 무기 거래에 대한 경고등이 켜졌다. 적발된 부품이 북한산으로 최종 확인되면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 위반에 따른 추가 제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처음 적발된 이번 무기 거래는 북한이 과거 문제가 됐던 불법행위 전력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더욱 과감하게 행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이런 북한의 행태는 남북관계 개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각종 대북 지원과 경제협력 정책을 쏟아내고 있는 대선후보들에게 또 다른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일례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취임 즉시 조건 없는 5·24 대북조치 해제와 금강산관광 재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5월 부산항에 정박하고 있던 시리아행 중국 화물선 신옌타이호에서 압수된 흑연 실린더는 모두 445개로 북한에서 제조됐을 가능성이 크다. 흑연 실린더는 탄도미사일이 발사된 후 대기권 밖으로 나갔다가 재진입할 때 필요한 부품으로 탄두를 탑재한 로켓 머리 부분에 쓰인다. 신옌타이호는 2005년에 건조된 것으로 중국 상하이의 한 선박회사 소유로 알려졌다.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위원회는 적발 사실을 보고받고 6개월째 조사를 벌이고 있다. 대북제재위는 문제의 부품이 제조된 목적, 중국 화물선에 실리게 된 경위, 북한과 시리아 간 무기 밀매 커넥션 등에 대해 광범위한 조사를 진행해온 것으로 전해졌다.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이 중국의 적극적인 협조 없이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구멍이 뚫릴 수밖에 없음을 다시 확인시켜 주는 사례라고 지적한다. 5월은 북한이 4월 장거리로켓을 발사한 뒤 유엔 안보리가 대북 제재 수위를 높이며 북한을 압박하던 시점이다.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아무리 제재가 강화돼도 그런 시기나 상황에 개의치 않고 어디선가 새로운 탈출구를 찾아내고 있다”며 “북한에 대한 유엔의 제재는 국제적 유통 네트워크 이용을 조금 불편하게 만드는 정도일 뿐”이라고 말했다.북한이 부산항을 거치는 중국 화물선을 이용한 것은 한국을 경유하는 선박까지 의심받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산 미사일 부품이 시리아로 향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북한과 시리아 간 무기 밀매 의혹을 새삼 확인해 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북한은 내전 중 민간인 살상과 반인륜 범죄로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는 시리아에 무기 부품을 공급하려 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북한은 시리아와 핵개발과 관련된 커넥션 의혹도 받아왔다. 2010년 안보리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 보고서는 “북한이 시리아에 핵 프로그램 관련 기술을 지원한 정황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북한산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 부품이 5월 부산항에서 적발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13일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부산세관은 5월 부산항을 경유해 시리아로 가는 중국 화물선에서 탄도미사일 부품으로 쓰이는 흑연 실린더 400여 개를 발견해 압수했다. 당시 압수된 부품을 본 전문가들은 이것이 북한산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이 사안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에 보고됐고, 대북제재위는 북한이 4월 장거리로켓 발사로 제재가 강화된 이후에도 불법 무기 수출을 계속했을 개연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판단 아래 사실 확인 작업을 거쳐 추가 제재를 논의할 것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이에 대해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대북제재위에서 논의가 진행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언급하기 어렵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다만 대북제재위의 논의 과정은 보통 6개월 정도 걸리고 그 내용은 제재위의 최종 보고서에 담긴다고 이 당국자는 설명했다.압수된 탄도미사일 부품이 북한산으로 최종 확인되면 중국도 안보리의 대북 결의 1718호와 1874호를 위반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두 결의는 북한의 무기 및 관련 물자의 수출 수입을 금지하는 것은 물론이고 유엔 회원국들이 자국의 선박이나 항공기를 이용해 이를 조달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중국은 앞서 4월에도 북한에 무기 관련 부품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북한 김일성 주석의 100회 생일을 맞아 열린 열병식에 사용된 신형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대가 중국산이라는 당시의 문제 제기에 대해 중국은 공식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

《 “미중 관계를 핵으로 하는 새로운 세계질서가 등장할 것이다. 두 나라가 관계를 잘 설정해 나간다면 ‘산 하나에 호랑이 두 마리가 없다’는 중국 속담을 뒤집을 수도 있다.”(정종욱 동아대 석좌교수) “한반도가 또 한 번의 거대한 실험을 할 수 있는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 한국이 미중을 상대로 이중적으로 움직이면서 적극적인 ‘양다리 외교’를 해도 좋을 때다.”(하영선 동아시아연구원 이사장)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이 이끄는 ‘G2(주요 2개국) 시대’의 패권 충돌 가능성에 대해 두 국제정치학계 원로는 섣부른 부정도, 과도한 긍정도 금물이라고 지적했다. 두 나라가 앞으로 어떻게 관계를 설정해 나가느냐에 따라 한국에 위기도, 기회도 될 수 있다며 철저한 외교적 준비와 대응을 주문했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 이어 중국이 차세대 지도부를 뽑는 공산당대회를 시작한 8일 정 교수와 하 이사장이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그룹 회의실에서 얼굴을 맞댔다. 대담은 2시간가량 이어졌다. 》 ▽정 교수=오바마가 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연임에 성공했다. 집권 2기에는 뭔가 해보려 할 것이고 달라질 것으로 본다. 과거 빌 클린턴 행정부도 1기보다 2기에서 대외 관계를 더 적극적으로 진행했다. 미국이 대외정책의 중심을 아시아로 옮기는 상황에서 역사적 족적을 남길 무대는 아시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오바마는 미중 관계에서도 새로운 변화를 보여 줄 것이다. ▽하 이사장=중국은 지속적인 고도성장의 후유증으로 복지나 분배 문제가 점점 커지고 사회적 갈등도 많아지고 있다. 국내적으로 이런 문제를 안고 있는 중국이 일사불란한 컨센서스 속에서 동아시아 질서 창출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하기에는 조금 조심스럽다. ▽정=시진핑 체제에서 중국의 우선순위는 경제성과 달성이 될 것이다. 따라서 시진핑은 집권 전반기 5년간은 다소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대외정책을 쓸 개연성이 크다. 지역이나 계층 격차, 소수민족 문제, 정치개혁에 대한 욕구 분출 등 다양한 내부 문제도 있어 이 시기를 낙관적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헨리 키신저가 “미국과 중국은 너무 커서 상대방을 지배할 수 없고, 또 서로 너무 필요해 외면하거나 고립시킬 수도 없다”고 했다. 이것이 적어도 양국에서 새 지도층이 출범하는 초기의 분위기가 아닐까. ▽하=요즘 미중 관계는 기성 대국과 신흥 대국 간 싸움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은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 정책을 펴면서 이 지역의 동맹도 강화하지만 동시에 중국과의 파트너십 강화도 모색하고 있다. 중국은 시진핑이 2월 ‘신형 대국 관계’라는 말을 처음 쓴 이후 그 표현의 사용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힘이 커지는 만큼 핵심 이익에 대한 목소리는 더 커질 것이다. 결국 중국도 미국처럼 두 개의 얼굴을 갖고 있는 셈이다. 이 두 가지를 같이 봐야지 하나만 보면 잘못 보는 것이다. 현재는 낮은 수위의 패권 경쟁 국면이라고 본다. 미중의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같아질 2021년쯤 되면 그때부터 위기 수위가 상승하지 않을까. 최소한 시진핑 초기 5년 안에 미중이 본격적으로 충돌한다는 시나리오는 헛스윙일 개연성이 높다. ▽정=지난 10년간 미중 간 경제 격차는 절반으로 줄었다. 시진핑 체제에서는 1 대 1로 바뀔 것이다. 그러나 군사력은 향후 10년 뒤에도 여전히 엄청난 격차가 있을 것이다. 중국이 경제와는 달리 내부적으로 엄청난 취약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나는 향후 양국 관계를 낙관적으로 본다. 투이불파(鬪而不破), 즉 ‘싸우기는 하지만 판은 깨지 않는다’는 중국 사람들의 말대로 갈 것이다. ▽하=오바마가 대선 유세 과정에서 “중국은 적이지만 규칙에 따른다면 잠재적 파트너가 될 수도 있다”라고 했다. 여기서 ‘규칙’은 누구의 규칙인가. 기성 대국이 자신의 룰에 따르라고 하면 신흥 대국이 받아들이기 어렵다. 중국이 이런 요구를 어디까지 받아들일지, 민주주의나 인권 같은 가치와 기준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잘 봐야 한다. 양국이 군사적으로 직접 충돌하는 식의 문제보다 더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정=중요한 지적이다. 중국은 미국이 인권 같은 문제를 자꾸 언급하는 것을 자국의 약점을 잡아 자국의 굴기(굴起)를 억제하려는 술수로 보는 듯하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계속 강요하면 양국 갈등의 수위가 대단히 높아질 수 있다. ▽하=미중 관계가 예상보다 나빠지면 한국은 운신의 폭이 매우 좁아질 수밖에 없다. 냉전시절처럼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외교정책을 짜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두 나라가 군사적 충돌을 상정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전개되지 않을 것이다. 두 나라가 파트너십을 모색하는 상황이라면 더 세련된 외교정책을 짜야 한다. 미중 관계가 생각만큼 싸우지도, 생각만큼 화합하지도 않을 텐데 말이다. ▽정=이명박 정부에서 한미 관계는 굉장히 좋았지만 한중 관계는 나빠졌고 남북 관계는 더욱 안 좋았다. 한중 관계도 이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를 다시 균형 관계로 가져가려면 그 핵심 열쇠는 남북 관계다. 남북 관계가 좋아지면 한중 관계의 부담이 줄어든다. 새 정부는 적어도 지금 정부보다는 더 미래 지향적으로 남북 관계를 풀어 가야 한다. 중국도 이제는 북한의 태도 변화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중국이 북한 때문에 지금까지 치러 온 비용이 너무 컸다. 북한의 후견자 역할을 하는 것이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처지를 경색시킨 측면도 있었다. ▽하=거듭 말하지만 한국은 미중 협력과 갈등의 이중구조 속에 놓여 있다. 따라서 한국이 양다리를 걸쳐도 전혀 문제될 게 없다. 갈등구조에서는 가장 소극적으로 움직이고 협력구도에서는 최대한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식이다. 국면에 따라 취하는 방식도 이중적일 수밖에 없다. 남북 관계도 마찬가지다. 남북은 지난 5년간 하나의 판에서만 움직였다. 갈등밖에 없었으니까. 하지만 미중의 이중구조 속에서는 남북의 이중구조도 만들어 갈 수 있어야 한다. 북한이 군을 앞세운 ‘선군’에서 경제를 중시하는 ‘선경’ 정책으로 바꿀 수 있도록 한국이나 중국이 어떻게 지원할지 그 메커니즘을 고민해야 한다. 한국이 가장 먼저 그 고민을 해야 한다. 북한의 변화와 더불어 한국이나 중국, 미국도 공진(co-evolution)이 필요하다. ▽정=중국의 한반도 정책은 미중 관계와 마찬가지로 호흡이 길다. 중국 권력 사이클이 최소 5년, 10년이니까. 반면 한국은 그렇지 못하니까 호흡의 차이로 인한 불균형이 있었다. 이제는 우리의 호흡 사이클도 중국에 맞출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유도하면 어느 시점엔가 북핵 문제가 풀리지 않을까. 최근 한미중 3자회담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것이 북한을 배제하는 것이라면 중국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다. 6자회담 틀 내에서 변형을 줄 수 있는 방법들을 시도하면서 전략적 인내심을 갖고 나가야 한다. ▽하=우리는 기성 대국인 미국이나 신흥 대국인 중국을 상대로 하고 있기 때문에 쓸 수 있는 외교 수단도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세련된 중견국 외교가 돼야 하는데, 가만히 보면 우리는 그런 국가와 일대일쯤 되는 걸로 착각하는 것 같다. 균형자론을 얘기하는가 하면 왜 치사하게 양다리를 걸치느냐는 식의 이야기도 나오지 않았나. 리더도 착각하고 그 참모들도 착각하고…. 이런 수준으로는 아직 중견국 외교의 비전을 제시하기 어렵다. 중견국이 외부를 향해 가질 수 있는 최대한의 힘은 국내적, 초당적으로 단합된 외교다. 하지만 남북보다 남남이 더 분열돼 있는 상태에서 중견국 외교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세 대선후보 모두 국내적으로 양분된 분열상을 모아 가는 대안을 못 보여 주고 있다. 합격점에 못 미친다. 세 후보 모두 ‘도토리 키 재기’ 수준으로 보인다. ▽정=그 밖의 다른 나라와의 외교도 중요하다.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외교 같은 분야에는 대국 외교에서 커버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이 있다. 기후나 에너지, 환경 같은 분야를 다루는 외교의 판에서 대국 외교를 다룬다면 그 경직성도 완충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세 대선후보에게 그런 큰 그림이 보이지 않는 게 아쉽다. 오바마-시진핑을 중심으로 새로운 외교의 장이 펼쳐지는데 거기에 대한 전략이나 비전은 없고 지엽적인 대북정책만 있다. 단편적 문제만 부각시키면 지금도 편린화돼 있는 내부 갈등을 부추기게 된다. ▽하=올해가 7·4 남북공동성명 40주년이다. 미국과 중국이 여는 새 시대가 이중구조로 얽힌 채 열리는 복합시대가 오고 있다. 우리에게 역사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시기다. 지도자가 될 사람들은 더 큰 그림을 이야기해야 할 때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주변 사람들이 ‘또(또라이) 사장’이라는 별명까지 붙여줬어요. 안정적인 외교관을 그만두고 찬바람 몰아치는 생업 현장에 뛰어든다고요. 하지만 조직의 일보다는 내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고 그런 마음의 불을 식히기가 어려웠습니다.” 중견 외교관에서 일본 우동집 사장으로 변신한 신상목 전 외교통상부 과장(42·외무고시 30회·사진)의 ‘제2의 인생’ 도전기가 외교부 안팎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지난달 서울 강남역 인근에 ‘기리야마(桐山)’라는 식당을 열었다. 그는 2010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행사기획과장, 올해 3월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준비기획단 의전과장으로 활약한 촉망받던 외교관이었지만 8월 사직서를 냈다. 우동 가게를 열고 싶다는 생각이 처음 든 것은 2000년부터 2년간 일본 도쿄에서 연수할 때였다. 단골로 다니던 ‘기리야마’ 우동집의 진한 에도(江戶)식 국물 맛을 잊지 못한 그는 2006∼2008년 주일 대사관 1등서기관으로 근무할 때 그 집을 다시 찾았다. “한국의 맛집과는 다른 차원의 뭔가가 있다고 느꼈다”고 그는 회고했다. 3대째 기리야마를 운영하던 기리야마 구니히코 씨와도 “할아버지”라고 부를 만큼 친해졌다. 신 전 과장이 한국에 매장을 열 계획을 밝히자 기리야마 씨는 “대사까지 마친 뒤 은퇴해서 가게를 열어도 늦지 않다”며 만류했다. 그러나 1년 가까이 계속된 신 전 과장의 설득에 결국 그의 편으로 돌아섰고 자신의 요리 기술도 전수해 주기로 했다. 신 전 과장은 “오랜 꿈을 고민하며 가족을 설득하는 데 4년이 걸렸는데 막상 사업을 시작하자마자 불황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며 껄껄 웃었다. “아침마다 가락시장에 가서 신선한 재료를 가져오는 일을 걱정하며 완전히 바뀐 삶을 살고 있다”고 했다. 그도 우동 기술을 배우기는 했지만 아직은 직접 요리까지 손대지는 못하고 있다. 면을 뽑아 우동을 만드는 일은 솜씨 좋은 후배가 맡았다. 그는 “외교관은 할 수 없는 한일관계 발전의 영역이 민간에 있다고 본다”며 “음식 문화를 통해 한일관계 발전에 밑거름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