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장거리 미사일 발사]오바마 - 시진핑 동시 시험대… 日, 우경화 ‘호재’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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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군비경쟁 번질 우려… 일각 “협상 전환 가능성 있어”

북한이 12일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강행하면서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정세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국제사회가 강도 높은 대북 제재를 추진하는 가운데 북한의 추가 도발, 일본의 군비 증강 움직임, 이에 맞선 중국의 강경 대응 등이 맞물려 동북아 지역의 불안정성이 크게 심화될 조짐이 있다.

당장 북-미 관계는 극심한 냉각기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미국 본토까지 도달할 수 있는 북한 장거리 로켓의 존재는 미국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만큼 양국 관계도 과거와는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지난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을 때만 해도 북-미 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을 점쳤다. 그러나 북한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로켓 발사를 전격 감행했다.

일본은 대북 강경 목소리를 더욱 높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총선(16일)을 앞두고 강경한 우경화 공약을 쏟아낸 일본 자민당에는 북한의 로켓 발사가 호재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를 빌미로 3차 핵실험까지 밀어붙일 경우 일본의 핵무장론에 힘이 실리면서 주변 정세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수 있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북한의 로켓 발사는 일본의 국방력 강화를 통한 군국주의에 박차를 가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중국이 이에 경쟁적으로 가세하면 동아시아 전체가 군비경쟁에 돌입하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북-중 관계도 한동안 껄끄러워질 가능성이 크다. 앞서 중국은 리젠궈(李建國)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고위급 대표단이 북한 방문을 끝내고 귀국한 직후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 계획을 발표한 것에 크게 당혹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진핑(習近平) 체제가 출범하자마자 북한 문제로 외교적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는 점도 중국으로서는 큰 부담이다.

일각에선 미국과 중국이 예상만큼 강한 대응에 나서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흥규 성신여대 교수는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리더십 교체가 끝나기를 기다린 뒤 험난한 겨울에 여러 악조건을 감내하면서 로켓을 쐈다고 주장할 수 있다”며 “북한으로서는 상당한 성의를 보여준 셈”이라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일단 미사일 능력을 과시해 협상에서 우월한 지위를 확보한 다음 내년 초부터 갑자기 대화 공세에 나설 수도 있다”며 “중국이 김정은의 방중 카드를 앞세워 북한의 핵실험 같은 추가 도발을 막으려 할 것이고 그 과정이 이어지면서 북한과 국제사회가 협상 모드에 들어갈 여지도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북한#미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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