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2002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초대형 폭로가 연이어 터져 나왔다.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향해 쏟아진 것으로 △아들 정연 씨의 불법병역면제 비리에 대한 은폐(병풍·兵風) 의혹 △이 후보가 최규선 씨로부터 20만 달러를 받았다는 의혹 △이 후보 부인 한인옥 씨가 기양건설로부터 10억 원의 ‘검은 돈’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대선 이후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이들 3대 의혹이 근거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폭로의 장본인들은 모두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당시 두 후보의 승패는 불과 57만여 표 차로 갈렸다. 이 ‘3대 거짓말 사건’이 없었다면 대선 결과는 어땠을까. 어쩌면 대한민국의 역사를 바꾼 ‘간 큰 거짓말’들인 셈이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시종일관 네거티브 공방으로 진행됐다.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국회 비준동의안 처리 여부를 놓고도 FTA에 대한 근거 없는 ‘괴담’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흑색선전의 폐해를 경험하고도 한국 사회는 여전히 숱한 거짓말에 흔들리고 휩쓸리며 표류하고 있다. 깊은 성찰과 문제의식 없이는 대한민국은 ‘거짓말의 나라’라는 오명을 벗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9년 전 당시 폭로의 주인공 중 누구에게도 반성의 목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동아일보는 9일 2002년 병풍 의혹을 제기한 김대업 씨(51·사진)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당시 김 씨는 인터넷매체와의 기자회견을 통해 “이 후보의 아들 정연 수연 씨의 병적기록부가 위조 변조됐고 이를 은폐하기 위한 대책회의가 열렸다”고 주장했고, 2004년 2월 김 씨는 대법원에서 명예훼손과 공무원사칭 혐의 등으로 징역 1년 10개월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현재 무역사업을 하고 있다는 김 씨는 “병풍 사건 이후 가족 모두가 많이 불행해졌다. 아내와 자녀 모두 외국으로 나가 각자 살며 가끔씩 왕래한다”고 말했다. 그는 네거티브와 괴담이 난무할 때마다 언론 등에서 ‘제2의 김대업’이란 표현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 “FTA도 나는 잘 모른다. 사실이 아니라면 논리적으로 접근해서 이해를 시켜야지 ‘김대업’을 갖다 붙이는 건 억지”라며 불쾌해했다.이 후보의 낙선에 대해선 “선거 결과와 내 주장을 연결시키고 싶지 않다. 이 후보의 낙선은 별개의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당시 폭로의 배후에 친노(친노무현) 세력이 있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내가 노 정권 출범 특등공신이라면 구속이 됐겠느냐”고 반문했다.김 씨는 “이 후보에게 개인적으로는 미안한 감정은 있다”면서도 “이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이 사실이란 생각에는 변함없다”고 자신의 과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병풍과 관련해 실형선고를 받은 데 대해서도 “사건의 핵심과는 큰 관련이 없는 지엽적인 걸로 유죄를 받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004년 2월 확정 판결에서 김 씨의 주장에 대해 “현실적 악의가 의심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

김용덕(54·사법연수원 12기) 및 박보영(50·16기)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각각 7일과 8일 실시된다. 동아일보는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국회에 제출한 임명동의안을 기초로 현장 취재 등을 거쳐 두 후보자가 보유한 재산을 분석했다. 또 두 사람이 판사 시절 내놓은 주요 판결을 대법원 판결문 검색서비스와 한국언론진흥재단 기사검색서비스(KINDS) 등을 이용해 찾은 뒤 판결 성향과 요지 등을 분석했다. 김 후보자가 자신과 배우자가 소유했던 골프회원권 4개 가운데 3개를 지난해 잇달아 매각한 것으로 6일 확인됐다. 대법관 후보자가 고가의 골프회원권을 4개나 사고판 것이 적절한 처신이냐는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 제출된 대법관 임명동의안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지난해 4월 재산공개에서 본인(3개)과 부인 탁모 씨(51·1개) 명의로 골프회원권 4개를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김 후보자는 2004년 공직자 재산신고 때 자신 명의로 양주CC(근영농산㈜) 회원권(신고가격 6650만 원)을 소유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또 2009년 6월과 7월 프린스틴밸리CC(㈜평산투자개발)와 옥스필드CC(㈜한일개발) 회원권 등 2개를 실거래가로 각각 5억811만 원(신고가격 4억5000만 원), 9900만 원(신고가격 동일)에 추가로 매입했다고 지난해 4월 신고했다. 당시 부인 탁 씨도 프린스틴밸리CC 회원권(주중·신고가격 4050만 원)을 소유하고 있었다. 김 후보자는 부인이 회원권을 소유한 사실을 2006년 재산신고 때부터 공개했다.그러나 김 후보자는 지난해 6월 부인 소유 프린스틴밸리CC 회원권(주중)을 6350만 원에, 7월에는 본인 소유의 양주CC 회원권을 8550만 원에 각각 매각했다. 또 12월에는 본인 소유 프린스틴밸리CC 회원권을 2억9700만 원에 팔았다. 본인 소유 프린스틴밸리CC 회원권은 사들인 지 1년여 만에 매입한 가격보다 2억1111만 원이나 손해를 보고 매각했다. 김 후보자는 서울고법 부장판사와 법원행정처 차장을 지냈다. 법원행정처 차장은 대법관이 될 가능성이 높은 자리다. 이에 따라 김 후보자가 대법관이 되기 전 골프회원권을 서둘러 매각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김 후보자는 “2008년에 상속받은 부동산을 팔고 받은 돈이 있어 기존 회원권을 팔고 인터넷 부킹이 가능한 골프회원권으로 바꾸려고 했다”며 “프린스틴밸리CC 회원권을 매입하면서 가격이 저렴한 옥스필드CC 회원권도 소개받아 구입한 뒤 기존 회원권을 차례로 판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만 2009년부터 회원권 가격이 급격히 떨어진 데다 옥스필드CC 개장이 늦어지는 바람에 다른 회원권을 바로 팔지 못했다”며 “실제 골프를 치려고 한 것이지 재산을 늘리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대법관 임명동의안에 따르면 김 후보자가 신고한 재산은 아파트와 건물, 예금, 골프회원권을 포함해 36억2000만 원이다. 김 후보자와 함께 대법관 후보에 오른 박보영 후보자는 임야와 전답, 예금 등을 합쳐 6억6400만 원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판결-변호사 활동으로 본 김용덕-박보영 대법관 후보자▼金 “업무상 재해, 근로자의 입증책임 경감”1982∼87년 원진레이온 기술관리부에서 일하다 퇴직한 김모 씨는 2007년부터 원인 모를 병에 시달렸다. 갑자기 다리가 굳어 걷기가 힘들어지고 몸의 균형감각도 잃어버렸다. 2008년 병원에서 다계통위축증(소뇌위축증) 판정을 받은 그는 근로복지공단에 업무상 재해에 따른 요양승인 신청을 했지만 거부당했다. 원진레이온은 1980년대에 근로자 수백 명의 이황화탄소 중독사태를 불러온 곳이지만 김 씨의 병이 이황화탄소 중독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김 씨는 이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낸 뒤 항소심 재판이 진행되던 지난해 6월 죽음을 맞았다.1심은 김 씨의 패소를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장이었던 김용덕 대법관 후보자는 이를 뒤집었다. 김 후보자는 판결문에서 “발병원인물질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 유해성 등에 대해선 고도의 전문적 지식이 필요하므로 근로자가 인과관계를 과학적으로 입증하기는 어렵다”며 “근로자의 작업환경을 유해물질로부터 안전하게 배려해 줄 사회적 책무를 지닌 사업주와 국가가 전혀 다른 발병원인을 증명하지 못하는 한 근로자의 입증책임을 경감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이 판결은 올해 2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김 후보자가 26년간 법관으로 일하며 내놓은 판결 및 결정문은 소액심판 사건과 경매항고 사건 등을 포함해 약 3만 건. 특히 소수자의 인권 보호를 위해 노력했다는 평가가 많다. 서울민사지법 초임판사로 일하던 1985년 김 후보자는 관청에 신고하지 않고 굴과 꼬막을 캐며 생계를 이어가던 영세 어민들이 광양제철소 공장용지 조성공사로 피해를 본 사건에서 어민 491명의 손해배상 청구를 받아들였다. 컴퓨터가 없던 시절 어민 수백 명의 주장을 일일이 검토하고 손해배상액을 계산하느라 변론을 종결하고도 3개월에 걸쳐 판결문을 작성한 일화는 법원 안팎에서 유명하다. 또 한국에 들어와 반(反)미얀마 정부 활동을 벌이던 미얀마 근로자 8명과 이슬람교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이란인의 난민지위를 인정하기도 했다. 법적 안정성을 중시하는 성향도 판결 곳곳에 나타난다. 김 후보자는 서울 송파구 장지중 학생들이 학교 이름이 좋지 않다며 낸 행정소송에서 “학생들은 교명에 대해 학습자로서 권리를 가지지만 교명 지정 과정에서 위법성이 없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히로뽕을 투여한 피고인에게 마약 양성반응이 나왔지만 “공소장에 기재된 일시, 장소에서 마약을 투여한 것이 아니라고 인정된다면 양성반응만으로 유죄판결을 할 수는 없다”고 판결하기도 했다.▼ 朴 “매맞는 아내 보호해야” 여성 권익 대변 ▼박보영 대법관 후보자(50·사법연수원 16기)는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주로 가사사건을 맡아 여성 피해자들에게 치료 상담을 받게 하거나 소송보다 중재를 시도하게 하는 등 공익적 활동을 펼쳐 왔다. 남편을 살해한 여인에 대한 형사사건에서 1심은 징역 7년을 선고했지만 당시 피고인 측 변호인이었던 박 후보자는 피고인이 남편에게 20여 차례에 걸쳐 폭행을 당한 것은 물론 ‘매 맞는 아내 증후군’을 나타낸다는 사실을 밝혀내 징역 4년의 감형을 이끌어냈다.판사 시절에는 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여성이 저지른 범죄 사건에서 여성의 권익을 대변하는 판결을 내렸다. 술을 마신 남성으로부터 욕설과 구타를 당한 여성이 샌들을 벗어 남성의 머리를 때리는 바람에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는 항소심 주심 판사를 맡아 “구타를 당해 대항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행위로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실형을 선고한 1심과 달리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박 후보자는 법조계에서 ‘이상한 변호사’로 통한다. 박 후보자는 사건을 바로 수임하는 법이 좀처럼 없기 때문이다. 그는 사건 당사자들이 법정까지 가기 전에 가능하면 합의를 통해 다툼을 마무리하도록 최대한 설득했다. 대법관 후보로 결정되기 전인 9월 말 박 후보자를 찾아 그렇게 한 배경을 물었다. 당시 그는 “이혼소송 당사자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법률 비용은 최대한 절약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박 후보자는 사건을 맡긴 사람들 사이에서는 수임료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변호사로도 유명하다. 올 1월 가사소송을 위해 변호사인 박 후보자를 찾았던 A 씨 사례가 대표적이다. A 씨는 “변호사라면 돈을 위해 사건 수임에 적극적인 것이 당연한데 박 변호사는 그러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 같았다”고 기억했다. 당시 박 후보자가 A 씨에게 “사건을 이해하는 데 필요하니 사건을 문서로 좀 정리해서 보여 달라”고 해 A 씨가 직접 정리한 서류를 가지고 변호사 사무실을 찾았다. 박 변호사는 법률용어를 좀 보태고 문장을 몇 군데 다듬고는 “잘 쓰셨으니 그대로 법원에 제출하시면 된다”고 말했다. A 씨는 “박 변호사에게 서류를 법원에 제출해 달라고 했지만 박 변호사는 ‘제가 제출하면 수임료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한편 함께 대법관 후보로 임명 제청된 박 후보자와 김용덕 후보자는 인연이 남다르다. 김 후보자가 1985년 서울민사지법에서 초임 판사로 근무할 때 박 후보자는 같은 재판부에서 시보 생활을 했다.인사검증팀=▽사회부 최창봉 유성열 전지성 이서현 박훈상 기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의 극한 대립 과정에서 제1야당인 민주당이 실종됐다는 지적이 많다.서울시장 선거 때 후보를 내지 못한 채 시민단체세력의 ‘들러리’ 역할을 했던 민주당은 이번에도 여당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제1야당’의 모습을 전혀 보여주질 못했다는 것이다.특히 한미 FTA는 4년 전 민주당이 여당(열린우리당) 때인 노무현 정부 때 체결된 것이고 현 민주당 지도부는 노무현 정부의 부총리, 장관 등을 지낸 인사가 대부분이어서 지금 와서 “절대 불가”를 외치는 것은 자기부정이란 비판도 적지 않다.지금까지 요구해온 피해대책을 여당이 받아들였음에도 의원총회를 통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단번에 퇴짜를 놓은 것 역시 수권정당으로서의 신뢰를 떨어뜨린 일이다.의석수 87석인 민주당은 “우리는 한미 FTA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고 누누이 밝히면서도 FTA 자체를 반대하고 있는 의석수 6석의 민주노동당이 주도한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한미 FTA 소관 상임위) 사무실 점거 농성에 아무런 반대 없이 들러리로 동참하고 있다.당내에서는 ‘야권연대’에만 매몰돼 민노당에 질질 끌려 다니는 모습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다. 김영환 의원은 1일 의원총회에서 “우리는 FTA에 대해 근본적으로 반대하는 게 아니니 만큼 투쟁 수위를 조절해 국민에게 신뢰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당 지도부를 공개 질타했다. 그럼에도 손학규 대표 등 지도부는 이렇다 할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한편 과거 국회 폭력 사태로 물의를 빚은 의원들이 태연히 폭력을 반복하거나 묵인하는 태도도 논란이 되고 있다.민노당 강기갑 의원은 2일 외통위 전체회의실 문을 걸어 잠근 뒤 폐쇄회로(CC)TV를 신문지로 가렸다. 강 의원은 2009년 1월 미디어관계법 처리 과정에서 국회 사무총장실에 난입해 ‘공중부양’ 활극을 펼쳤다. 2008년 12월 외통위 회의실의 출입문을 해머로 때려 부숴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은 민주당 문학진 의원은 같은 날 외통위 회의실 점거 책임의 소재를 놓고 남경필 위원장과 설전을 벌였다.‘폭력의 악순환’에는 국회의 고질적 온정주의가 한몫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올해 4월 한나라당 김무성,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임기를 마치며 양당 간 제기한 민·형사상 고소고발을 모두 취하했다. 지난해 12월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주먹다짐을 벌인 한나라당 김성회, 민주당 강기정 의원의 징계안도 없던 일이 됐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놓고 여야가 극심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 30여 개 시민단체가 결성한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가 3일 또 여의도에서 집회를 열고 국회 진입을 시도해 경찰과 충돌을 빚었다. 경찰은 이날 9차례에 걸쳐 물대포로 대응하며 시위대 진입을 막았다. 운동본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산업은행 앞에서 3000여 명(경찰 추산)이 참석한 가운데 ‘3차 범국민대회’를 열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한미 FTA의 독소조항과 불이익조항에 대해 전면 재협상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앞서 이날 오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참여연대 등도 국회 정론관에서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반대하는 공동기자회견을 열었다. 시위대는 행사가 끝난 오후 2시 50분부터 여의도공원을 거쳐 여의대로 왕복 9개 차로를 점령하고 불법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경찰이 국회로 향하는 모든 진입로를 전경버스와 병력으로 막아서자 시위대는 지난달 28일 2차 집회 때와 마찬가지로 여의도 한강공원으로 우회해 국회 북문 쪽으로 진입을 시도했다. 오후 3시 20분경 일부 시위대가 국회 북문과 서문 사이의 진입로로 들어서며 경찰 병력과 몸싸움을 벌이자 경찰은 사전경고 없이 15초간 물대포를 발사하며 시위대의 진입을 막았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은 국회 안은 물론이고 국회 주변 반경 100m 이내 지역에서는 집회를 열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경찰은 시위대가 해산하지 않고 국회 동문 등 여러 방면으로 흩어져 진입하려 하자 이번엔 경고방송을 한 뒤 오후 3시 30분부터 1시간여 동안 30여 초씩 8회에 걸쳐 물대포를 발사하며 해산을 유도했고, 선두에서 몸싸움을 벌인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소속 대학생 등 24명을 연행했다. 이날 경찰은 77개 중대 6000여 명의 병력과 버스 200여 대, 살수차 10대를 동원해 시위대의 국회 진입을 원천 차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 집회 때 국회에 진입한 시위대가 있었던 만큼 이번 시위에서는 원천봉쇄 방침을 세우고 국회로 통하는 진입로를 모두 차단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연행자들을 강남, 수서, 동대문경찰서 등으로 분산해 조사할 계획이다. 특히 오후 3시에는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의 보수단체가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비준안 처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시위대와의 마찰이 우려됐지만 경찰이 기자회견 장소를 에워싸며 시위대와의 접촉을 차단해 충돌은 없었다. 시위대는 경찰의 봉쇄에 막혀 국회에 들어가지 못하자 진열을 재정비한 다음 국회 주변에 그대로 머무르며 구호를 외치고 경찰과 대치를 이어가다 오후 5시경 해산했다. 운동본부는 오후 7시부터 다시 산업은행 앞에서 촛불집회를 진행한 뒤 오후 9시 반경 해산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김태웅 기자 pibak@donga.com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

‘분명 누군가가 도청을 해 문건까지 만들었는데 도청한 사람은 없는 사건.’ 올 6월 민주당 대표실을 도청해 작성됐다는 의혹을 받은 문건이 공개돼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건이 끝내 미궁으로 빠졌다. 경찰은 민주당 당대표실을 도청했다는 의혹을 받던 KBS 장모 기자(33)와 녹취록을 공개한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53)을 무혐의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기로 2일 결정했다. 경찰 내부에서도 “사상 초유의 야당대표실 도청사건의 진실이 묻혔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특히 진실을 밝히는 게 직업인 장 기자와 입법부의 구성원인 한 의원은 경찰 수사를 회피하려는 모습만 보였다. 당시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된 장 기자는 경찰 조사에서 구체적인 근거를 대지 못한 채 혐의만 부인했다. 무엇보다 진술의 앞뒤가 맞지 않았다. 장 기자는 “한 의원이 녹취록을 공개한 6월 24일 당시 국회에 없었다”고 했지만 경찰은 휴대전화 위치추적과 국회 폐쇄회로(CC)TV 분석을 통해 국회에 있었던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KBS는 수신료 인상 문제에 대한 야당의 대응 방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던 시점이었다. 경찰은 민주당 당직자에게서 “비공개 회의가 끝나고 장 기자가 ‘휴대전화를 두고 갔다’면서 당대표실을 다녀갔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장 기자의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압수수색했다. 그러나 장 기자는 그 사이 노트북과 휴대전화를 새것으로 바꿨다. “예전 것은 술에 취해 택시에 두고 내렸다”고 했지만 택시운전사는 경찰 조사에서 “두고 내린 물품은 없었다”고 진술했다. 장 기자의 일부 진술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서 심증은 뚜렷해졌지만 ‘도청 장비’로 사용됐을 것으로 의심받는 휴대전화와 노트북이 사라져 수사는 난항에 빠졌다. 한 의원은 아예 경찰 소환에 불응하며 버티기로 일관했다. 결백하다면 ‘면책 특권’에 기대지 말고 떳떳하게 경찰에 나와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여론이 많았지만 그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서면조사에서 “처음 보는 사람에게서 녹취록을 받았다”는 황당한 주장을 폈다. 이 같은 정황에도 경찰은 결정적인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장 기자의 사법처리를 포기했다. 이제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은 검찰의 몫으로 남았다. 검사들은 ‘수사는 생물’이라고 말한다. 증거가 없어 묻혔던 사건도 새 증거가 나오면 진실이 밝혀진다는 뜻이다. 특권층 대상 수사라서 진실이 규명되지 않는다면 대다수 국민은 또다시 자괴감에 빠질 것이다. 검찰 수사에 기대를 거는 이유다.유성열 사회부 기자 ryu@donga.com}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등 30여 개 시민단체가 결성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가 28일 주최한 집회에서 일부 시위대가 폴리스라인을 넘어 국회 진입을 시도하자 경찰은 물대포를 쏘며 67명을 연행했다. 시위대가 폴리스라인을 침범하면 사전 경고 없이 물대포를 사용하기로 한 방침을 경찰이 21일 발표한 뒤 실제로 물대포를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불법시위에 물대포로 대응범국본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산업은행 앞에서 2500여 명(경찰 추산)이 참석한 가운데 한미 FTA 국회 비준 반대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금융소비자협회와 금융소비자권리연석회의 등이 오후 1시부터 진행한 ‘여의도 점령 시위대’도 이 집회에 합류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오후 3시경 행사가 끝나자 여의도 한강공원으로 향하는 왕복 4개 차로를 점령하고 불법으로 행진을 시작했다.행진을 하던 시위대는 방향을 틀어 국회 쪽으로 향했다. 일부는 담을 넘어 국회 진입을 시도했다. 국회사무처는 곧바로 출입통제 조치를 내렸다. 경찰도 서둘러 북문을 차단한 뒤 오후 3시 37분부터 4시 18분까지 각각 30초∼1분씩 세 차례 물대포를 발사했다.경찰은 1차로 물대포를 발사하기 전에는 해산명령과 경고방송을 했다. 하지만 시위대가 해산하지 않자 2, 3차 때는 경고방송 없이 바로 물대포를 발사했다. 국회에 진입한 28명은 국회의원동산 등지에서 구호를 외치다 경찰에 전원 연행됐다. 경찰은 국회 밖 시위대 39명까지 총 67명을 연행했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이광석 전농 의장, 박자운 한국대학생연합 의장, 윤금순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등 집회를 주도한 지도부들도 대거 연행됐다. 경찰은 연행자들을 구로경찰서 등 서울시내 7개 경찰서에 분산해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국회 주변 집회는 강력 대처해야 입법기능을 보호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연행했다”고 설명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회 안은 물론이고 국회 주변 반경 100m 이내 지역에서는 집회를 열 수 없다. 이날 오후 연행자들이 호송된 성동경찰서와 은평경찰서 등을 항의 방문한 시위대 47명도 집시법 위반 혐의로 추가 연행됐다. 이에 따라 연행자는 모두 114명으로 늘었다. 시위대는 산업은행 본점 앞에 다시 집결해 집회를 이어가다 오후 7시에 자진 해산했다. ▼ 강경해진 민주 “FTA 재협상 없인 통과 불가” ▼이에 앞서 경찰청은 ‘도로 점거 등 불법행위 대응 법 집행력 강화 방안’을 전국지방경찰청에 내려 보내 시행하도록 했다. 이 방안에는 시위대가 장시간 도로를 점거하며 폴리스라인을 침범하면 바로 물대포를 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지금까지는 3차례 구두 경고 뒤 물대포를 쏘도록 해왔지만 시민 불편이 크다는 지적에 따라 대응을 강화했다.○ FTA 국회 처리는 불투명민주당은 이날 “재협상 없이 통과도 없다. 한미 FTA 비준안은 19대 국회에서 다시 심판해야 한다”고 밝혔다. 10·26 재·보궐선거 전만 해도 비준안 통과의 조건으로 미국과의 재협상보다 농축수산업 피해 대책 마련에 무게를 뒀던 데 비해 한층 강경해진 것이다.야5당(민주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대표들은 이날 국회에서 만나 “주권을 침해하는 독소조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과 다시 협상하고 그 결과를 기초로 19대 국회에서 협정 파기 여부를 포함해 한미 FTA 비준을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31일에는 한미 FTA 비준안 처리를 막기 위한 야5당 공동 의원총회를 열기로 했다.민주당은 “미국과 재협상해 FTA 조항 중 투자자 국가소송제도(ISD)라도 폐기해야 비준동의안을 처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ISD는 국가 정책으로 이익을 침해당한 외국 투자자가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해당 국가를 제소할 수 있는 제도다. 민주당은 ISD가 공공정책을 위협하는 독소조항이라고 보고 있다. 여야는 30일 여야가 추천한 전문가와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참여해 ISD 문제에 대해 3시간 동안 ‘끝장토론’을 벌이기로 했다.야당은 한미 FTA를 내년 총선의 핵심 이슈로 부각해 ‘이명박 심판론’으로 활용하려 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 지도부는 한미 FTA 처리 문제에서 ‘야성(野性)’을 보여주지 못할 경우 제1야당 입지가 급속도로 약화될 것이라는 위기의식에 빠져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민주당은 현 정부가 추진한 한미 FTA는 ‘나쁜 FTA’, 노무현 정부가 추진한 한미 FTA는 ‘좋은 FTA’라는 프레임으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민주당은 27일부터 전파를 탄 정부의 한미 FTA 홍보 TV 광고에 ‘경제적 실익을 중심에 놓고 협상을 진행했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육성과 영상이 담기자 “한미 FTA는 노무현 정부 때 시작된 협상이지만 그때의 ‘좋은 FTA’가 현 정부에서 미국에만 유리하도록 이익 균형이 깨진 ‘나쁜 FTA’로 변질됐다”며 광고 중단을 요구했다.여당 내 기류는 복잡하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강행 처리를 시도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반면에 황우여 원내대표는 협상의 끈을 놔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당정청은 29일 오전 고위 당정청회의를 열어 한미 FTA 비준안의 국회 처리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여권은 당정청회의에서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하면 한미 FTA는 물 건너간다”는 문제의식 아래 다음 주초를 ‘결전의 날’로 잡고 비준안을 처리하는 방향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김태웅 기자 pibak@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

《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무소속 박원순 시장은 20∼40대 젊은층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됐다.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 박 시장은 20대 10명 중 7명(69.3%)의 지지를 받았다. 30대에선 75.8%, 40대에선 66.8%라는 폭발적인 지지를 이끌어 냈다. 민주당 등 야권의 지원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박 시장을 당선시킨 동력은 기존 정치권에 대한 20∼40대의 냉정한 심판이었다는 평가다.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를 찍은 50, 60대 중 상당수도 대안 부재에 따른 선택이었다는 분석이 많다. 동아일보는 이번 선거에서 기존 정치권을 탄핵한 20∼40대의 목소리를 현장에서 들어봤다. 》○ 20대 “취업난 - 등록금 고통 하소연 외면한 기성 정치권에 환멸”천정부지로 치솟는 대학 등록금, 갈수록 좁아지는 취업문에 잠 못 이루던 20대들은 그동안 억눌린 분노를 이번 보궐선거에서 표출했다. 기성세대에게 ‘정치의식이 없다’고 손가락질 받던 새내기 직장인은 출근길 짬을 내 투표장에 들렀고 중간고사 시험을 치르던 대학생은 줄을 서서 투표했다.27일 만난 20대 유권자들은 ‘소통이 가능할 것 같은 인물을 뽑고 싶었다’고 입을 모았다. 박원순 후보가 기존 정치권 출신 인물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안철수 서울대 교수와 방송인 김제동 씨 등 그동안 젊은 세대의 고민에 진지하게 귀 기울인 인물들이 지지하는 후보라는 점에서 기대감이 컸다는 설명이다. 취업준비생인 김지영 씨(27·여)는 “그동안 수많은 대학생이 등록금 부담에 따른 고통을 호소해 왔지만 피켓을 들고 길거리로 뛰어나갈 때까지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다”며 “한나라당은 물론이고 민주당 역시 젊은 세대와의 소통에 소극적이라는 점은 정말 실망스러웠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 출신 후보가 출마했더라면 선거 결과는 지금과 또 달라졌을 것”이라고도 했다. 공무원 이모 씨(27)는 “무상급식이나 반값 등록금을 요구하면 무조건 좌파라고 규정하는 기성세대의 좌우 프레임이 지긋지긋했다”며 “현실에서 우러나오는 젊은이들의 하소연에 공감해줄 리더가 필요했다”고 말했다.기성 정치권은 젊은 세대의 주요 소통 도구인 트위터 활용에서도 일방적으로 밀렸다. 박 후보 측은 선거운동 기간 내내 기존 언론보다는 트위터를 활용해 젊은 유권자들과 수시로 소통했다. 직장인 연승 씨(28)는 “20대는 그동안 SNS를 통해 꾸준히 자신들의 뜻을 전달해왔지만 기존 정치권은 정책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학생 정모 씨(28)는 “140자로 압축해 전달하는 트위터 메시지를 기존 정치인들은 그저 어린애들 말장난 정도로만 받아들인 게 패인”이라며 “변화하는 시대상을 빠르게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도 중요한 정치 능력이 됐다”고 말했다.다만, 20대 가운데 이번 선거에서 큰 역할을 한 SNS의 부작용을 거론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미지’만 남고 정작 ‘정책’은 실종된 선거였다는 것이다. 신아영 씨(22·여·고려대 3년)는 “SNS상에선 박 후보를 지지하면 ‘착한 사람’이고 나경원 후보를 지지하면 ‘보수 꼴통’으로 몰아가는 분위기였다”며 “SNS만큼 정치인의 이미지를 만드는 데 효과적인 게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나 후보를 지지했던 취업준비생 김미희 씨(24·여)는 “나 후보는 오세훈 전 시장의 긍정적인 정책을 이어가겠다고 했지만 박 후보는 모든 걸 다 바꾸겠다고 했다”며 “이런 정책적인 부분에 대한 토론이 이번 선거에선 없었다”고 지적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늘 한쪽 구석 갑갑한 마음… 세상 변화됐으면” ▼“20대는 변화와 소통을 원했습니다.”고려대 2학년 고대신문 학생기자 장용민 씨(21·사진)는 “나와 친구들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투표하며 변화와 소통의 바람을 담았다”고 말했다. 장 씨는 주변에서 권하는 안정된 직업도 갖고 싶고 마음이 맞는 친구와 함께 창업도 하고 싶은 꿈 많은 대학생이다. 비싼 등록금을 마련하려고 아르바이트도 열심히 한다. 장 씨는 “친구들도 미래를 놓고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지만 시원한 해결책이 없어 늘 한쪽 구석에 갑갑한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낮은 취업률, 비싼 등록금을 생각하면 기운이 빠진다는 것이다. 장 씨는 “세상을 바꾸고 우리와 소통할 서울시장을 원했다”고 말했다.20대는 정치인이 자신들만 챙겨주길 바라는 ‘응석받이’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장 씨는 “20대가 기존 정당이 우리를 위한 정책을 내놓지 않았다고 등을 돌린 것이 아니다”라며 “시민과의 소통을 거부한 채 당리당략에 몰두하는 기존 정치권의 모습에 실망했다”고 지적했다. 박원순 시장에게도 당부를 잊지 않았다. 장 씨는 “박원순 시장을 순수하게 지지했다기보다 기존 정치에 대한 싫증이 표로 나타났다”며 “박 시장이 선거운동 때 학교에 찾아와 우리 목소리를 들으며 받아 적은 수첩을 버리지 말고 꼭 소통에 활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30대 “삶은 팍팍하고 미래는 불안… 뾰족한 탈출구 안보여 분노”30대 유권자들이 이번 재·보궐선거를 통해 던진 메시지는 반칙과 특권에 대한 혐오였다. 이들은 통상 1990년대 초중반 대학에 입학해 1997년 ‘IMF 사태’라 일컬어지는 외환위기로 척박해진 취업시장에서 고군분투하며 어렵게 사회에 자리를 잡은 첫 세대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힘겹게 이룬 결실을 부당한 방법으로 손쉽게 취한 사람에 대한 분노가 어느 세대보다 강하다. 이런 정서를 전문가들은 ‘IMF 트라우마(정신적 충격)’라고 칭한다. 그로 인한 기성 정치권에 대한 환멸이 무소속 후보에 대한 지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년간 ‘취업재수’를 한 뒤 1998년 광고기획사에 입사한 14년차 직장인 이정환 씨(38)는 “나는 직장에서 아등바등하다 이제야 아이 둘 낳고 안정을 찾았는데 정치인들은 온갖 편법으로 제 밥그릇만 챙기고 있어 반드시 심판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최근 저축은행 구조조정 사태로 전세금으로 쓸 5000만 원이 꼼짝없이 묶이게 됐다. 12월 이사를 앞두고 가지급금 2000만 원은 받았지만 나머지 3000만 원은 대출을 받아야 하는 상황. 이 씨는 “저축은행 사태도 비리를 묵인해준 정부의 부실관리 때문이 아니겠느냐”며 “기득권층의 ‘짜고 치는 고스톱’에 신물이 난다”고 말했다.자동차 영업사원인 이용석 씨(35)는 “매일같이 실적 압박에 시달리는데 이러다가 몇 년이나 더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나경원 후보가 똑똑한 건 알겠지만 정작 서민을 위해선 그동안 무슨 일을 했느냐”고 반문했다.30대 직장인들에게 안철수 서울대 교수는 매력적인 롤모델로 인식되고 있었다. 안 교수 때문에 박원순 시장을 찍었다는 은행원 강현미 씨(33)는 “안 교수는 의사라는 안정적 지위를 버리고 새로운 도전을 해 성공했다”며 “쳇바퀴 돌듯 살아가는 직장인들에게 안 교수는 정신적 탈출구”라고 말했다.박 시장에 대해 “무늬만 서민을 표방한다”며 거부감을 드러내는 30대도 적지 않았다. 중학교 교사인 신재웅 씨(36)는 “250만 원짜리 월세에 살고 백두대간 종단을 한다면서 대기업 ‘스폰’을 받고도 자신을 소박하고 깨끗한 사람처럼 홍보해 황당했다”며 “개혁성은 떨어져도 안정적인 나 후보가 차라리 낫다”고 말했다.사회복지사 김현민 씨(33)도 “박 시장이 선거 막판에 안 교수에게 손을 벌리는 것을 보고 기성 정치인과 다를 게 없다고 느껴 장애인 딸을 가진 나 후보를 찍었다”며 “박 시장은 본인이 표방했던 깨끗한 시정을 펼쳐 시민을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정윤식 기자 jys@donga.com ▼ “특권의식 버리고 헌신해야 2030 마음을 얻을 것” ▼대기업에 다니는 회사원 김현중 씨(31·사진)는 이번 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을 지지했다. 박 시장에 대한 호감이 높았던 것은 아니었지만 한나라당을 특권계층으로 봤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퇴임 후 사저 용지를 둘러싼 논란을 보며 결정적으로 여당에서 마음이 떠났다고 한다. 김 씨는 “수십억 원을 들여 땅을 매입한 과정이 불투명하고 아들 명의로 매입해 증여를 하려 한 의혹까지 있다”며 “결국 여당은 특권층이고 나경원 후보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그는 학비용 대출금 1500만 원을 갚기 위해 대학 시절 레스토랑 접시닦이 아르바이트나 막노동을 했던 기억도 함께 떠올랐다고 했다. 2004년 연 2%대였던 학자금 대출금리는 졸업 무렵에는 7%대까지 뛰었다. 김 씨는 “다행히 군 복무 뒤 곧바로 취직했지만 요즘 또 구조조정 얘기가 돌아 마음이 불안하다”며 “내 처지에는 평생직장도 없는데 특권층으로 비치는 행태를 보면 분노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그는 “박 시장은 특권의식을 버리고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 지지를 얻었다고 본다”며 “정치인들은 앞으로도 20, 30대의 마음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 겸허하고 진지한 자세를 갖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 40대 “학부모가 무상급식 막겠나”… “겉보기보다 실질 혜택”40대는 선거 때마다 당락을 결정짓는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세대다. 과거 민주화의 아이콘인 ‘386세대’로 상징되던 40대는 노무현 정부를 출범시키며 절정을 맞았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보수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이는 40대가 ‘생활 정치’를 중요시한 결과다. ‘민주화’ ‘진보’ 등의 가치를 강조하던 40대의 관심사가 ‘실용’으로 옮겨간 것이다. 보수화한 40대는 2007년 대선에서 실용주의를 내세운 현 정권의 탄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그랬던 40대가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다시 변화를 택했다. 보수화하던 40대가 전세난, 물가 상승 등 경제적 불안을 겪으면서 다시 한 번 기존 정치권을 향해 변화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박양순 씨(44·여·세탁소 운영)는 지금까지 모든 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를 찍어 왔지만 이번에 박 시장을 찍었다고 했다. 그는 “서민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줄 수 있는 후보에게 눈길이 갈 수밖에 없었다”며 “초등학생 아들이 무상급식을 받고 있어 참 좋은데 (전면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한나라당과 나경원 후보는 서민생활을 이해 못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나 후보를 지지한 40대도 기존 정치권에 반성과 변화를 요구하는 뜻은 비슷했다. 박모 씨(40·증권회사 직원)는 “정책이나 시정 능력에서 나 후보가 낫다고 판단했다”라면서도 “똑똑한 사람보다는 서민과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나와야 한다. 한나라당과 나 후보는 서민과의 소통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정치에 크게 관심이 없던 40대들도 이번에는 변화를 갈망하며 적극적인 투표에 나섰다. 박원순 후보를 지지한 안철수 서울대 교수도 40대의 마음을 크게 움직였다. 박모 씨(48·대기업 간부)는 “기존 정치권에 물들지 않은 박 시장과 안 교수는 뭔가 다를 것이라고 기대했다”며 “특히 안 교수에게는 올바른 삶을 살아왔다는 믿음이 있었고 나같이 정치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선거에 참여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생활 정치’를 갈망하는 40대는 실생활과 맞닿아 있는 정책을 원했다. 오세훈 전 시장이 강력히 추진했던 한강르네상스사업과 디자인 서울 정책 등이 40대의 호응을 얻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나 후보 역시 오 전 시장과의 차별화에 실패했고, 40대는 이런 나 후보에게 등을 돌렸다. 한세종 씨(41·자영업)는 “이명박 정부와 오 전 시장은 중산층의 붕괴와 복지문제에서 실질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며 “아이디어가 많은 박 시장이 이런 일들을 해주길 기대했다”고 말했다.40대가 박 시장을 완전히 지지한 것은 아니다. 최모 씨(49·건축업)는 “세금을 내는 입장에서 꼼꼼하게 들여다보면 박 시장의 공약은 실효성이 떨어지는 게 적지 않았다”며 “기득권 세력을 물리치고 당선된 박 시장이 다른 정치인처럼 표만 쫓는다면 민심은 금방 이탈할 것”이라고 지적했다.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는 “민주화의 주역인 40대는 머리는 진보적이지만 삶 자체는 현실적일 수밖에 없다”며 “이번 선거는 경제적 안정을 기대했던 현 정권의 4년에 대한 ‘응징 투표’ ‘못 살겠다 갈아보자’는 분위기가 컸다”고 분석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김태웅 기자 pibak@donga.com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아이 사교육비 허리 휘는데… 헐뜯기 정치 실망” ▼“수박 겉핥기식 사업들은 이제 정말 그만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이번 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을 찍었다는 안경주 씨(44·여·정수기 관리업·사진)는 2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반문했다. 오세훈 전 시장이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정책들이 서민들에겐 실질적인 혜택으로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세빛둥둥섬’을 만드는 게 우리 삶이 나아지는 것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서민이 실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 시장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박 시장을 찍은 이유를 설명했다.요즘 안 씨의 가장 큰 걱정은 아이들 사교육비다. 매달 100여만 원을 들여 자녀 2명을 4년간 꾸준히 학원에 보냈던 안 씨는 최근 학원을 보내지 못한다. 그는 “학교에서도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하라고 부추긴다”며 “보여주기 사업에만 치중하고 공교육 붕괴 같은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기존 정치권에 너무 실망했다”고 말했다. ‘헐뜯기 정치’도 안 씨가 기존 정치권에 등을 돌린 이유다. 그는 “이번 선거처럼 네거티브 선거는 제발 하지 않았으면 한다. 민심은 그런 작전에 휘둘리지 않는다”며 “각자의 정책을 정확히 전달하고 정확히 검증받는 선거가 돼야 민심이 등을 돌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 전형근)는 24일 변사자(變死者) 시신을 더 많이 안치해 수익을 올리려고 경찰관들에게 뒷돈을 건넨 혐의(뇌물공여)로 장례식장 업주 이모 씨(54)를 구속 수감했다. 이날 이 씨에 대해 영장실질심사를 한 서울남부지법 안동범 영장전담판사는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전직 경찰 출신인 이 씨는 자신이 대표로 있는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의 한 장례식장에 더 많은 시신을 안치하기 위해 서울시내 경찰서 소속 경찰관 10여 명에게 시신 1구당 수십만 원씩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최근 이 장례식장을 압수수색해 돈을 건넨 경찰관들의 명단과 금품 액수가 적힌 장부 등을 확보하고 이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갈수록 들쭉날쭉 달라지는 여론조사를 좀 더 과학화하는 방법은 없을까. 26일로 예정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와 무소속 박원순 후보의 지지율은 조사기관마다 차이가 크다. 최근 모 여론연구소가 조사한 두 후보의 지지율은 51.3% 대 45.8%로 나 후보가 앞섰지만 비슷한 시기 모 신문사가 조사한 지지율은 42.9% 대 47.0%로 박 후보가 앞섰다. 도대체 어느 걸 믿어야 할지 고민스럽고 또 이런 여론조사가 과연 신빙성은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다. 일각에서 ‘여론조사 무용론’까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조사 방식으로는 선거 결과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여론조사가 정확성을 갖추려면 현재의 집 전화 중심의 조사 방식에서 탈피해 표본을 더욱 정교히 추출하고 응답률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① 표본 정확도 높여야 여론조사의 신뢰도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는 과학적인 표본 추출이다. 과거에는 익명성이 보장돼 야당 지지층의 답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이유로 자동응답시스템(ARS)이 주로 사용됐지만 응답률이 5% 안팎에 불과하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러면서 10∼20%의 응답률이 나오는 전화면접방식이 주로 사용되고 있다. 문제는 두 방법 모두 KT 전화번호부에 등재된 유선번호만 활용한다는 것. 번호부에 오른 가구는 전체의 30∼40%에 불과한 데다 젊은층은 집 전화 없이 휴대전화를 쓰는 경우가 많아 20, 30대의 정확한 표심을 읽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실제 투표에서는 젊은층의 지지를 많이 받는 후보가 여론조사 때보다 더 많이 득표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한다. 표본이 전체 유권자를 대표하지 못하다 보니 여론조사 결과가 실제 선거와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다.② 휴대전화 방식 도입해야 이 때문에 휴대전화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한국정치조사협회가 지난달 20∼22일 서울시 유권자 37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유선전화 조사에서는 박원순 후보(42.6%)와 나경원 후보(35.2%)의 격차가 7.4%포인트였지만 휴대전화 조사에서는 박 후보(49.6%)와 나 후보(30.8%)의 격차가 18.8%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이경택 엠브레인 리서치연구소장은 “젊은층의 의견을 정확히 반영하기 위해서는 휴대전화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③ ‘다시 걸기’로 응답률 높여야 휴대전화 역시 무응답자가 많은 ‘응답률 문제’를 해결하진 못한다. 전문가들은 응답률이 30%는 돼야 결과를 신뢰할 수 있다고 보지만 여론조사 응답률은 10∼20% 수준에 머물고 있다. 휴대전화 방식도 마찬가지다. 선거 경험이 많아 여론조사 노하우가 축적된 미국은 무응답자들에게 7, 8회까지 반복해 전화를 거는 ‘다시 걸기(Call Back)’ 방식을 함께 써 응답률을 30% 수준까지 높이고 있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유선전화뿐만 아니라 휴대전화에도 이 방식을 쓰고 있다. 그러나 국내 대부분의 조사기관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다시 걸기’를 하지 않는 곳이 많다. ④ 조사 방식 융합해 한계 보완해야 휴대전화 방식과 ‘다시 걸기’를 도입한다고 해도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유권자의 휴대전화번호를 많이 확보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고, 가입자의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응답률을 높이기 어렵다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휴대전화 번호가 특정되면 신원이 노출되기 때문에 여론조사에 적극 응하지 않게 되는 것. 휴대전화에는 지역번호가 없어 총선이나 지방선거 때 특정 지역 여론을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것도 문제다. 이 소장은 “임의번호걸기(RDD)와 휴대전화, 다시 걸기 방식 등을 복합적으로 하면서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⑤ 시간과 비용 아끼지 말아야 전문가들은 결국 여론조사의 정확도를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시간과 비용을 넉넉히 투자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코리아리서치센터(KRC) 원성훈 이사는 “한국의 여론조사 비용 단가는 동남아시아보다 낮은 경우도 많다”며 “군소업체가 많아지면서 과당경쟁이 이뤄져 단가가 싸지고 주먹구구식으로 여론조사를 하면서 신뢰도도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산정책연구원 김지윤 연구위원은 “현재 여론조사는 대개 하루나 이틀 만에 이뤄져 정확성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며 “시간과 자원이 충분히 투입되면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언론, 여론조사기관, 시민 등이 공동 참여해 여론조사를 분석하는 ‘여론조사평가심의회’와 같은 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며 “‘조사실명제’를 도입해 여론조사기관에 책임감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 “직장은 이 꿈(북한의 사상을 확산시키는 것)을 이루기 위한 재정적 지원자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자신이 운영하는 웹사이트에 60여 건의 북한 찬양 자료를 올린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대한항공 기장 김모 씨(44)는 해당 사이트에 이런 내용이 담긴 글을 올렸다. 김 씨에게 항공사 기장이란 직업은 북한 사상을 남한에 안정적으로 전파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던 셈이다. 김 씨는 해외 곳곳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직업적 특성도 최대한 활용했다. 》김 씨가 자신의 사이트를 통해 볼 수 있도록 링크해 놓은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 노작’ ‘빨치산의 아들’ 등의 자료는 북한 당국이 발행한 일종의 원서로 국내에 있는 일반인은 입수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김 씨가 링크해 놓은 북한 원전(原典) 웹사이트 주소는 국내 인터넷에서는 접근이 차단돼 있어 해외에서만 볼 수 있다. 수사당국도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이들 사이트에 접근이 가능하다. 경찰 관계자는 “국외선 기장인 김 씨가 해외 곳곳을 다니며 인터넷 보안이 취약한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북한 원전 주소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안정적 직업이 종북 활동에 유리”경찰은 김 씨뿐 아니라 교수나 변호사, 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 종북 활동에 가담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안정적 직업이 북한 찬양 활동에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북한 매체나 출판물에 있는 체제 찬양 문건을 찾아다닐 정도로 생계 부담으로부터 자유롭고 자신의 전문성을 활용해 해당 자료에 접근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자신의 사상에 대한 확신이 커 극단적 행동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이적표현물 게재 혐의를 받는 종북주의자들을 조사하다 보면 전문직 종사자일수록 북한 사상이나 이념에 대해 나름의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충분히 연구하고 내린 결론’이란 생각에 사로잡혀 남의 말을 듣지 않는 ‘확신범’이 많다”고 말했다.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 이른바 좌파 성향 단체 회원들이 그동안 학습해온 북한 추종적 사상을 구체적 행동으로 옮기는 경우도 많다. 경찰이 2008년부터 올해까지 집계한 안보사범 현황을 보면 전체 360명 중 교사가 31명으로 단일 직종으로는 직업 운동가(138명) 다음으로 많다. 이들은 모두 전교조 소속 교사들이다.교사들의 종북 행위는 개인적 불법 행위에 그치지 않고 학생들의 국가관과 안보관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철수 서울대 명예교수는 “전교조 소속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언론의 자유’에 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며 “학창 시절에 그런 교육을 받고 자란 학생들이 대학에 가면 종북사상에 빠지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 대남 선전용 웹사이트 늘려경찰은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통신환경의 발달로 이적 표현물을 찾고 게재하는 게 수월해지면서 다양한 형태의 종북 활동이 등장할 것으로 보고 단속의 고삐를 조이고 있다. 경찰이 2008년부터 최근까지 폐쇄한 국내외 친북 사이트는 257개다. 삭제한 문건도 15만여 건에 이른다.하지만 경찰이 사이트를 폐쇄해도 유사 사이트가 생겨 친북 게시물이 계속 유통되는 실정이다. 또 경찰이 발견한 친북 게시물 중 상당수가 외국계 서버를 통해 올라오기 때문에 게시자 추적도 쉽지 않다. 혐의 확인을 위해 게시자의 e메일 송수신 명세 등을 확인하려 해도 외국계 e메일 계정을 사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고 있다. 특히 북한 당국은 이런 추세를 이용해 종북 게시물이 보다 널리 확산되도록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찬양 글 등을 담은 대남 선전용 사이트를 잇달아 개설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경찰은 친북 사이트 색출을 위해 장비와 인력을 대대적으로 보강할 방침이다.경찰 관계자는 “예전에는 친북 세력이 오프라인에서 조직을 만들고 활동해 눈에 쉽게 띄었지만 요즘엔 온라인으로 무대를 옮겼다”며 “인터넷을 통해 방대한 자료를 손쉽게 교류하고 활동 내용도 더 은밀해졌기 때문에 파급력이 훨씬 커졌다”고 우려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 찬양고무죄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선동·동조하는 범죄행위. 국가보안법 7조에 규정돼 있으며, 법 위반 시 7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게 된다. }

한국음식업중앙회 소속 전국 음식업주들이 18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종합운동장에서 ‘범외식인 결의대회’ 열어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며 ‘가마솥 시위’를 벌였다. 이날 집회에는 서울 경기 등 수도권과 경북, 제주 등 각 지역에서 모인 음식업주 등 7만5000명(주최 측 추산, 경찰 추산 5만 명)이 참석했다. 참석 인원은 당초 목표치의 절반 수준에 그쳤지만 업주들은 수수료 인하에 사활을 건 듯 목청을 높였다. ○ 격앙된 음식업주 중앙회는 촉구문을 통해 “음식업종의 카드 수수료가 1.5% 수준으로 인하돼야 한다”며 “중앙회가 카드사업 인가를 받아 카드를 발행하는 방안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운동장 중앙에 만들어진 무대에서 대형 솥단지 모형에 대형 카드 모형을 잘라 집어던지는 퍼포먼스도 펼쳤다. 제주도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김상우 사장(54)은 “요즘 같은 경기에 수수료로 2.7%를 받아 대기업만 배 불리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수수료를 낮추면 음식값을 내리거나 질을 높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경북 김천시에서 중국음식점을 운영하는 박현수 씨(51)는 “피땀 흘려 일해야 매출의 10%가 남는데 카드사는 가만히 앉아서 2.7%를 떼어가는 게 말이 되느냐”며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데 장사까지 포기하고 왔을 정도로 불만이 폭발하기 직전”이라고 말했다. 여신금융협회 측은 이날 “음식업종은 미용 문구 서점 등 다른 업종에 비해 수수료가 높지 않은 편”이라며 “세액공제까지 고려하면 실제 수수료 부담은 적다”고 주장했다. 카드사들도 음식업 등 특정 업종의 수수료를 내리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 점심대란은 없어 이날 서울시내 중심가인 광화문 종로 여의도 강남역 등 직장인이 밀집한 지역에서 ‘점심 장사’를 주로 하는 음식점들은 대부분 손님을 맞았다. 서초구 서초동에서 참치전문점을 운영하는 김경우 씨(44)는 “마음은 집회장에 가 있지만 현실은 그렇게 안 됐다”며 “단골손님을 모른 체하기 어려워 문을 닫지 못했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서 낚지전문점을 운영하는 임모 씨(55)도 “신용카드 수수료를 낮추는 데 힘을 보태기 위해 남편을 집회에 보내고 장사를 하고 있다”며 “하루 문을 닫으면 임차료와 종업원 월급 부담이 더 커져 부득이 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눈도장’ 찍은 정치권 서울시장 선거전이 한창인 가운데 18일 열린 ‘범외식인 10만인 결의대회’에 여야 정치권 인사들이 경쟁적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이날 대회에는 한나라당 나경원, 야권 무소속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와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민주당 손학규 대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비롯해 여야 국회의원 80여 명이 참석했다. 나 후보는 “서울시민의 직업을 보니 자영업자가 가장 많다. 자영업자가 부자가 돼야 대한민국도 미래가 있다”고 말했다. 박 후보도 손 대표, 문 이사장과 함께 대회 참가자들을 만나 일일이 악수를 했다. 박 후보는 “외식업을 하는 분들이 잘돼야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 서울시장이 되면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

불법으로 입양한 아기가 남편이 바람을 피워 낳은 아이 같다고 의심하며 지속적으로 폭행해 뇌사 상태에 빠지게 한 20대 주부가 경찰에 붙잡혔다.서울 구로경찰서는 생후 3개월 된 아기를 입양해 기르다 머리를 마구 때려 뇌사 상태에 빠지게 한 혐의(중상해)로 주부 이모 씨(29)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7일 밝혔다.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올해 8월 입양을 알선하는 인터넷 카페에 “입양을 희망한다”는 글을 올려 한 여성으로부터 생후 3개월 된 아기를 입양하고 같은 달 26일 출생신고를 했다. 그러나 아기를 본 주위 사람들이 “아빠랑 꼭 닮았다”고 하자 남편이 다른 여성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를 자신이 입양한 것이라고 의심하다 급기야 주먹까지 휘둘렀다.아기는 결국 지난달 13일 뇌사 상태에 빠져 병원으로 옮겨졌고 이를 수상히 여긴 담당 의사의 신고로 이 씨의 범행이 드러났다. 병원에 입원할 당시 아기의 이마에는 검붉은 반점이 있었고 허벅지에는 시커먼 멍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기는 현재 인공호흡기에 의존하고 있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 씨는 경찰 조사에서 “남편이 입양한 아기만 예뻐하고 친자녀는 등한시했다”고 진술했다. 이 씨 부부는 뇌성마비 장애가 있는 첫째 아들(3세)과 14개월 된 둘째 아들이 있다.경찰 조사 결과 이 씨 부부는 혼인신고를 한 지 3년이 되지 않아 법적으로 입양을 할 수 없었지만 평소 알고 지내던 어린이집 원장 이모 씨(39)와 보육교사 김모 씨(37)가 보증을 서 줘 불법으로 입양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원장 이 씨와 김 씨도 아동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암 치료비가 부족해서….’ 13일 오후 11시 40분경 서울 광진경찰서 중곡2파출소의 경찰관은 순찰 도중 술에 취해 쓰러진 사람의 가방을 뒤지던 이모 씨(51)를 발견하고 절도미수 혐의로 체포했다. 일명 ‘부축빼기’ 현장을 잡은 것. 붙잡긴 했지만 머리카락이 하나도 없는 점을 이상하게 여긴 경찰이 사연을 물었다. 이 씨는 2006년 강도 혐의로 징역 7년을 선고받고 5년간 복역하다 폐암 말기 진단이 나와 수술과 항암 치료를 받느라 머리카락이 모두 빠졌고 7월 형 집행정지로 풀려났던 일을 설명했다. 경찰서로 달려온 동생(46)은 “내가 공사판에서 일하며 형을 돌보고 있는데 치료비도 부족하고 생활고를 겪다 보니 형이 돈을 마련하려고 죄를 지은 모양”이라며 울상을 지었다. 형은 “쓰러진 사람을 도와주려 했을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동생은 “몸이 낫는 게 우선이니까 얼른 잘못을 빌자”고 설득했다. 이 씨는 상태가 나빠져 곧 추가 수술도 받아야 할 처지였다. 경찰은 사건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전과가 있는 데다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보통은 구속 수사 의견을 냈겠지만 말기 암 환자인 데다 사정이 어려운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사람들은 제 삶이 완벽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는 너무 숨이 막혀요.”올해 7월부터 최근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 159 코엑스몰 S-5 MBE #277 ‘포스트 시크릿 코리아’ 앞으로 100여 통의 엽서가 도착했다. 고려대 문화동아리 ‘쿠스파(KUSPA)’가 국내에 상륙시킨 ‘포스트 시크릿(비밀 엽서)’은 보낸 사람이 이름을 적지 않은 엽서로 미국에서 큰 인기를 모았다. 이 엽서에는 대학입시나 성(性), 연애부터 취업과 출산 그리고 자살 관련 내용까지 다양한 사연이 담겨 있다. 하루에 한두 통씩 꾸준히 배달되고 있다.‘포스트 시크릿’을 처음 시작한 사람은 큐레이터이자 작가인 미국인 프랭크 워런 씨. 2004년 그는 ‘비밀을 털어 놓으라’라고 적은 엽서 3000장을 지하철역, 도서관 등의 공공장소에 뿌렸다. 엽서가 배달될 주소는 모두 똑같이 적었다. 보내는 사람의 주소나 신원은 적지 않아도 되도록 했다.워런 씨는 사람들이 서로 고민을 나누고 위로하라는 뜻에서 받은 엽서를 모아 전시회를 열고 책도 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4년간 배달된 엽서만 총 15만 통. 엽서에 적힌 사연은 연애나 결혼, 취업뿐만 아니라 자살 고민까지 다양했다. 그러자 서로 자살을 하지 말라고 격려하는 엽서까지 밀려들었다. 엽서를 통해 고민을 털어놓던 사람들이 위로까지 건네기 시작한 것. 워런 씨는 2006년 자살 확산을 막았다는 공로를 인정받아 미국정신건강협회가 주는 특별상을 받기도 했다.마침 워런 씨 얘기를 소개한 TV 프로그램을 본 쿠스파 학생들은 같은 프로젝트를 해보기로 결정했다. 워런 씨도 쿠스파의 활동을 허락했다.이들은 7월 중순부터 고려대 홍익대 등 대학가에 엽서 2000장을 배포했다. 처음에는 장난스러운 내용도 많았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고민이 담긴 엽서가 쇄도하고 있다. ‘성형수술을 받고 싶다’ ‘성적이 낮아 원하는 전공을 할 수 없다’ ‘아이를 낳기 싫다’ ‘불임이다’ 등 젊은이들의 고민은 깊고 다양했다. 동성애와 장애로 겪는 소외감을 솔직히 털어놓은 사연도 많았다.자살을 고민한다는 사연도 적지 않았다. 쿠스파 회장인 이희윤 씨(23·여)는 “최근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들이 잇달아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혹시 지금 극단적인 선택을 고민한다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해 치유를 받고 마음을 고쳐먹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같은 디지털 매체보다 엽서와 같은 아날로그 매체가 심리적 안정 효과가 더 크다고 분석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누군가 내 얘기를 듣고 있는 것 자체가 자살 방지에 큰 도움이 된다”며 “인터넷은 소통이 빠르고 활발하지만 감정이 흐트러지고 위로가 안 될 수 있는 반면 엽서는 상대가 바로 대답을 요구하지 않을뿐더러 ‘그 누군가는 내 편’이라는 심리적 효과와 안락감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이들은 프로젝트를 확산시키기 위해 7일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인디밴드들과 함께 엽서를 소개하고 관객들이 직접 엽서를 작성하는 콘서트도 열었다. 콘서트를 보던 하모 씨(36·여)는 “시어머니한테 못 했던 말을 좀 적었다. 이렇게라도 적으니 마음이 시원하다”며 “다른 사람의 엽서를 보니 위로를 받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쿠스파는 엽서가 더 모이면 워런 씨가 했던 것처럼 전시회 등 다양한 행사도 열 계획이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 포스트 시크릿(Post Secret) ::자신의 고민을 익명의 엽서에 적어 다른 이들과 공유하도록 도와주는 프로젝트. 미국인 프랭크 워런 씨가 2004년 처음 시작했다. 아날로그적인 매체로 사람들의 아픔을 치유해 자살 확산을 방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려대 학생들이 워런 씨 허락을 얻어 올해 7월부터 국내에서도 같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미국 뉴욕에서 한 달째 계속되고 있는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와 유사한 집회가 국내 금융 1번가인 여의도에서 ‘여의도를 점령하라’는 슬로건과 함께 15일 오후 2시에 열린다. 투기자본감시센터와 금융소비자협회, 금융소비자권리찾기 연석회의는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금융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의 금융시장도 ‘카지노 금융’에만 몰두하며 돈 먹기에만 열중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며 “‘한국판 월스트리트 점령(occupy) 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요구조건으로는 △금융관료 책임 규명 △금융자본 피해자 구제 △금융공공성 강화를 내걸었다. 월가의 시위대와 비슷한 주장을 펴고 있는 것이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뚜렷한 목적으로 집회를 계획하고 있고, 저축은행 사태 등으로 금융 피해와 관련해 국가의 책임에 대한 공감대도 확산되고 있어 시위 규모가 커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월가의 시위가 ‘청년 백수’ 주도의 자발적 성격이 강해 큰 호응을 얻은 것과 달리 한국에서의 시위는 조직화된 시민단체들이 주도해 성격 자체가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대표적 좌파단체인 한국진보연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도 이런 흐름을 업고 집회를 열 예정이어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시위처럼 ‘좌파 결집의 계기’로 삼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오후 민주노총, 전국농민회총연맹, 한국진보연대 등도 ‘99%행동 준비위원회’(가칭)를 조직해 서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촛불집회를 열어 금융 문제뿐만 아니라 비정규직과 대학 등록금, 농민 생존권 문제도 함께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시위대의 구호를 본떠 임시조직을 만든 것이다. 이들은 15일을 ‘Occupy 서울 국제 공동 행동의 날’로 정하고 이날 오후 서울광장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참여연대, 민주노총 등 3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총출동한 가운데 대규모 촛불집회를 1박 2일간 열 계획이다. 자칫 이번 시위가 또 다른 국가적 이념 대결의 장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연세대 사회학과 류석춘 교수는 “이번 시위 역시 과거와 같이 사회단체들이 주도하는 양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 때처럼 구체적인 사건이 아닌 금융자본주의라는 개념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시민 전체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

올해 5월 미국 경찰에 체포된 것으로 드러난 ‘이태원 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 아서 패터슨(32)의 묘연했던 12년간의 도피 후 행적이 밝혀졌다. 동아일보가 11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중앙지방법원 판결문과 미국 검찰의 체포영장 청구서 등 40여 쪽의 재판 기록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그는 ‘강력범죄자’와 ‘헬스클럽 트레이너’의 가면을 바꿔 쓰며 이중적인 삶을 살아온 ‘두 얼굴의 사나이’였다.○ 미국 도주 이후에도 총기 강도미국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패터슨은 미국으로 도망간 지 1년 만인 2000년 조직폭력단 활동과 총기 상해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는 이태원 살인사건 당시 증거인멸 등의 혐의로만 구속 기소돼 복역했으나 1998년 8월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다. 검찰은 패터슨의 출국금지를 연장하지 않았고 그는 이 틈을 타 미국으로 출국했다.그는 2009년에도 흉기 폭행과 강도 유괴 등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1997년 당시 한국 경찰과 같이 수사했던 미 육군 범죄수사대(CID)는 패터슨이 히스패닉계 갱단인 ‘노르테 14’의 단원이라는 조사 결과를 밝히기도 했다.미국 검찰은 한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을 받아들여 올해 5월 17일 캘리포니아에서 패터슨을 체포하고 구금한 뒤 법원에 보석 금지를 신청했다. 검찰은 전과기록을 토대로 “폭력적인 성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구속이 불가피하다”고 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패터슨의 변호인은 6월 8일 보석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거부했고 패터슨은 다음 날 구속 수감됐다. 그는 현재 범죄인 인도 재판을 받고 있다.○ 성실한 대학생, 헬스클럽 트레이너패터슨의 변호인이 보석 신청을 내며 제출한 변론서에 따르면 패터슨은 2002년 9월 캘리포니아 주 서부 샐리너스 시의 2년제 대학인 힐드 칼리지에 입학했다. 컴퓨터정보기술을 전공했고 4점 만점에 3.05의 학점으로 총 99학점을 이수해 2004년 7월 학위를 받았다. 첫 학기에는 수강 과목 전부 A학점을 받았으며 출석률(90∼98%)도 높았다.그는 졸업 후 할리우드의 한 헬스클럽에서 트레이너로 일하며 2007년에는 우수 트레이너 증명서를 받았다. 직장 동료들은 “지각 한 번 없이 하루 12시간씩 일할 만큼 성실했다”는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변호인은 또 “성실한 학창시절을 보냈고, 어머니를 잘 모시는 사랑받는 청년”이라고도 했다.그는 자신의 명의로 로스앤젤레스의 한국인 밀집 거주지인 라피엣에 40만 달러(약 4억7000만 원) 상당의 주택을 갖고 있었고, 일본 스즈키 사가 만든 고급 오토바이도 소유하고 있었다.○ ‘12년 이중생활’…우리 검찰은 뭐했나서울중앙지검 외사부는 영화 ‘이태원 살인사건’이 개봉하면서 재수사를 촉구하는 여론이 일자 2009년 12월 법무부를 통해 뒤늦게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다. 미국 법원의 기록에 따르면 우리 검찰은 “(영화, 언론 보도 등) 미디어가 국민 정서를 다시 자극했다”며 “우리 국민은 한국과 미국 정부가 피의자를 기소해 정의를 실현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요청서에 썼다.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박찬운 교수는 “범죄인 송환은 수사당국의 강력한 의지가 필수”며 “검찰의 실수로 용의자를 놓친 만큼 신속히 재수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특히 패터슨은 미국 검찰이 체포영장을 청구한 지 7일 만에 체포됐다는 점에서 검찰의 범죄인 인도 청구가 더 빨랐다면 신병도 더 일찍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은 패터슨이 미국으로 도주한 뒤에도 기소중지만 했고 2009년에서야 범죄인 인도 요청을 했다.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
서울 성북구 성북동 부촌에 사는 재계 인사의 집에서 귀금속 등을 도둑맞은 사건이 일어나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10일 성북경찰서에 따르면 노태우 정부 시절 상공부 장관을 지냈고 현 단암산업㈜ 회장인 이봉서 씨(75)의 성북동 자택에 도둑이 들어 다이아몬드를 비롯한 7000만 원 상당의 물품을 도난당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 씨는 자유선진당 이회창 전 대표와 사돈 간이다. 경찰은 1990년대 재계 주요 인사의 집을 잇달아 털어 유명해진 정모 씨가 폐쇄회로(CC)TV에 찍힌 것을 확인한 뒤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고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정 씨의 행방을 추적하고 있다. 정 씨는 경찰의 소환 요구에 불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씨는 1997년 형과 함께 재계 인사들의 집만 골라 수억 원의 금품을 훔쳤다가 경찰에 붙잡혀 복역하다 올해 7월 출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정 씨 형제는 물방울 다이아몬드 등 고가의 희귀 귀금속도 상당수 훔쳤지만 피해자 상당수가 신분 노출을 꺼리며 물품을 찾아가지 않아 더욱 유명해지기도 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경기 동두천시에서 주한미군이 10대 여학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데 이어 서울에서도 주한미군이 여고생을 성폭행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서울 마포경찰서는 마포구 서교동의 한 고시텔에서 홀로 자던 A 양(18)의 방에 몰래 들어가 A 양을 성폭행하고 시가 100만 원 상당의 노트북을 훔쳐 달아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주거침입 강간 및 절도)로 용산 미8군 제1통신여단 소속 R 이병(21)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경찰에 따르면 R 이병은 지난달 17일 오전 2시경 동료 주한미군의 소개로 A 양과 A 양의 친구를 만나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클럽에서 함께 놀았다. 미국에서 살다 온 A 양의 친구는 영어에 능숙한 데다 R 이병의 동료와 전부터 알던 사이였다. “각자 친구 한 명씩 데리고 나와서 같이 놀자”고 합의한 뒤 각각 R 이병과 A 양을 데리고 나왔던 것. 이들은 오전 3시경 홍익대 주변 유흥가 호프집으로 이동해 오전 4시까지 술을 마셨다.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A 양이 만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자 A 양을 부축해 A 양의 고시텔 방으로 옮겨 침대에 눕힌 뒤 문을 잠그지 않은 채 밖으로 나갔다. A 양의 친구는 “방이 좁아 같이 잘 수 없으니 다른 친구 집으로 가겠다”며 떠났고 R 이병과 동료는 근처 편의점에서 맥주를 마신 뒤 헤어졌다. R 이병은 오전 5시 45분경 다시 고시텔을 찾아 잠자고 있던 A 양을 성폭행한 뒤 노트북을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R 이병은 A 양 방의 문이 잠겨 있지 않아 손쉽게 들어갈 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A 양은 성폭행 당할 당시 깨어나지 못할 정도로 술에 취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A 양은 대학입시학원을 다니기 위해 서울에서 홀로 지냈던 것으로 알려졌다.A 양은 다음 날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R 이병의 신원을 확인한 뒤 주한미군에 통보했다. R 이병은 5일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으며 절도 혐의는 인정했다. 하지만 “성관계는 전혀 하지 않았다”고 부인하다가 경찰이 고시텔 복도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의 증거를 들이대자 “A 양과 합의하에 유사 성행위만 맺었다”고 진술을 바꿨다. R 이병은 경찰의 추궁이 이어지자 “변호인 입회하에 조사를 받겠다”며 진술을 거부했다.경찰은 R 이병의 구강세포를 고시텔에서 확보한 휴지, 음모, 머리카락 등의 증거물과 함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유전자(DNA) 감식을 의뢰했다. 경찰은 12일 2차 조사를 벌인 뒤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미군이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고 DNA만 일치하면 혐의 입증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며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신속히 수사하겠다”고 말했다.이에 앞서 의정부지검은 10대 여학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미군 2사단 소속 K 이병(21)에 대해 1일 구속영장을 발부받은 뒤 6일 신병을 인도받아 구속 기소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노래반주기 선곡 횟수를 기준으로 거둬들이는 저작권료를 분배하는 과정에서 전·현직 임원들에게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노래방 업주들이 선곡 횟수를 계산해 보고했을 때 협회가 전·현직 임원들이 작사·작곡한 노래의 저작권료를 과다 계상했다는 주장이다.○ 임원 재직하면 저작권료 급증동아일보는 3일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실에서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의 ‘전·현직 임원 연도별 분배금액’을 입수해 분석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1993∼1999년 협회 임원을 지낸 뒤 지난해부터 다시 임원을 맡은 작곡가 신모 씨는 반주기로 집계되는 유흥·단란 저작권료가 2000년대 들어 급격하게 올랐다. 1999년 9400여만 원이었던 신 씨의 유흥·단란 저작권료는 2001년 1억1100여만 원, 2004년 1억8100여만 원으로 크게 늘었다. 방송 횟수에 따라 받는 방송저작권료로 1998년부터 10여 년간 400여만∼600여만 원을 받아 변화가 거의 없었던 것을 감안하면 납득하기 어려운 증가액이다. 그가 작곡한 대표곡은 방실이의 ‘첫차’다. 노래방에서 자신이 작곡한 노래가 1번씩 선곡될 때마다 20∼30원씩 저작권료가 발생한다.김수희의 ‘애모’ 등을 작곡한 유모 씨도 1999년 1700여만 원에 불과하던 유흥·단란 저작권료가 임원으로 재직하던 2004년 1억 원을 넘었다. 심 의원은 “이들은 원로 작곡가로 새 히트곡이 없는데 반주기 저작권료만 유독 늘어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이호 씨(1994년 사망)가 작곡한 ‘소양강 처녀’는 ‘국민가요’라 불릴 정도로 인기곡이다. 이 씨에 대한 저작권료는 방송저작권료를 합쳐도 매년 2000여만∼4000여만 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2000∼2008년 임원으로 재직한 ‘갯바위’ 작곡가 강모 씨의 유흥·단란 저작권료는 1999년 2500여만 원에서 2004년 1억3400여만 원까지 치솟았다. 단순계산만으로도 ‘소양강 처녀’보다 ‘갯바위’가 노래방에서 3배 이상 선곡됐다는 것이다.특히 신 씨는 이 씨가 사망하자 이 씨에게서 저작권을 양도받았다며 이 씨의 저작권료도 10여 년간 받아갔다. 이 씨의 유족 9명은 “저작권 양도서가 위조됐다”며 저작권료 3억3600여만 원을 돌려달라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서울서부지법은 지난달 1일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지금은 표본조사로 바꿔과거에는 노래방 업주들이 제출한 선곡 횟수 보고서를 저작권료 산정 근거로 삼았다. 이 과정에서 마음만 먹으면 특정 작곡가 노래들의 선곡 횟수를 임의로 높이는 게 가능했다는 것이 심 의원 측의 지적이다. 심 의원은 “보고서를 보면 업주가 다른 노래방에서 비슷한 필체로 작성된 것들이 있다”며 “제3자가 임의로 작성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협회는 2008년부터 보고서를 없애고 전수조사가 가능한 온라인 노래반주기 도입을 장려했다. 인터넷 연결이 안 되는 오프라인 반주기에도 선곡 횟수를 자동으로 집계하는 장치를 설치했다. 이 중 1200대를 표본으로 조사해 저작권료를 추정하는 방식이다.그러자 신 씨의 유흥·단란 저작권료는 2008년 5500여만 원으로 급감했다. 유 씨의 저작권료도 2008년 2000여만 원까지 줄었다.문제는 아직도 온라인 반주기 비율이 낮다는 것. 지난해 12월 문화체육관광부 감사 결과 전국에서 운영하는 노래반주기 28만3363대 가운데 온라인 반주기는 4만4410대(16%)에 불과했다. 오프라인 기기는 표본조사를 해도 매년 10억여 원의 오차가 생기는 것으로 밝혀졌다. 협회 관계자는 “2008년부터는 집계가 과학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감사도 강화하고 있어 과거와 달리 큰 문제가 발견되지는 않고 있다”며 “100% 정확한 집계가 가능하도록 온라인 노래반주기 보급을 장려하겠다”고 밝혔다. 문화부도 최근 온라인 기기를 늘려 전수조사 방식을 시급히 도입하라며 협회에 개선을 요구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9·28 서울수복’을 맞아 6·25전쟁 참전 유공자의 집을 고쳐주는 봉사활동에 나선다.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인추협)는 28일 오전부터 이용우 전 대법관(69)과 권성 전 헌법재판관(70·인추협 이사장) 등 각계 인사 20여 명이 서울 중구 신당동과 종로구 숭인동에 살고 있는 6·25 참전 유공자들의 주거환경 개선 사업에 동참한다고 27일 밝혔다. 6·25 참전 유공자들은 이 지역의 쪽방 등 열악한 환경에서 살며 병마와 싸우고 있지만 소득이 거의 없고 돌봐주는 사람이 없어 고통을 겪고 있다. 인추협은 올해 6월부터 ‘함께 살아요! 고통을 나눠요!’ 캠페인을 벌이며 6·25 참전 유공자 돌봄 사업을 펼쳐 쌀을 나눠주거나 집을 고쳐주는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