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는 자발적인 시위… 한국은 단체들이 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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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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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닮은듯 다른 점령(occupy) 집회

허영구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대표(오른쪽에서 두 번째), 조붕구 금융소비자협회 회장(오른쪽에서 세 번째) 등 금융소비자권리찾기연석회의 금융소비자협회 투기자본감시센터 참여연대 간부들이 1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금융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5일 금융권의 탐욕을 규탄하는 전 세계적인 동시다발 시위에 동참하겠다”는 발표를 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허영구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대표(오른쪽에서 두 번째), 조붕구 금융소비자협회 회장(오른쪽에서 세 번째) 등 금융소비자권리찾기연석회의 금융소비자협회 투기자본감시센터 참여연대 간부들이 1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금융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5일 금융권의 탐욕을 규탄하는 전 세계적인 동시다발 시위에 동참하겠다”는 발표를 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미국 뉴욕에서 한 달째 계속되고 있는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와 유사한 집회가 국내 금융 1번가인 여의도에서 ‘여의도를 점령하라’는 슬로건과 함께 15일 오후 2시에 열린다.

투기자본감시센터와 금융소비자협회, 금융소비자권리찾기 연석회의는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금융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의 금융시장도 ‘카지노 금융’에만 몰두하며 돈 먹기에만 열중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며 “‘한국판 월스트리트 점령(occupy) 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요구조건으로는 △금융관료 책임 규명 △금융자본 피해자 구제 △금융공공성 강화를 내걸었다. 월가의 시위대와 비슷한 주장을 펴고 있는 것이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뚜렷한 목적으로 집회를 계획하고 있고, 저축은행 사태 등으로 금융 피해와 관련해 국가의 책임에 대한 공감대도 확산되고 있어 시위 규모가 커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월가의 시위가 ‘청년 백수’ 주도의 자발적 성격이 강해 큰 호응을 얻은 것과 달리 한국에서의 시위는 조직화된 시민단체들이 주도해 성격 자체가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대표적 좌파단체인 한국진보연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도 이런 흐름을 업고 집회를 열 예정이어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시위처럼 ‘좌파 결집의 계기’로 삼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오후 민주노총, 전국농민회총연맹, 한국진보연대 등도 ‘99%행동 준비위원회’(가칭)를 조직해 서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촛불집회를 열어 금융 문제뿐만 아니라 비정규직과 대학 등록금, 농민 생존권 문제도 함께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시위대의 구호를 본떠 임시조직을 만든 것이다.

이들은 15일을 ‘Occupy 서울 국제 공동 행동의 날’로 정하고 이날 오후 서울광장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참여연대, 민주노총 등 3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총출동한 가운데 대규모 촛불집회를 1박 2일간 열 계획이다. 자칫 이번 시위가 또 다른 국가적 이념 대결의 장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연세대 사회학과 류석춘 교수는 “이번 시위 역시 과거와 같이 사회단체들이 주도하는 양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 때처럼 구체적인 사건이 아닌 금융자본주의라는 개념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시민 전체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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