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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밭대가 2013학년도부터 전국 최초로 5년제 학사와 석사 통합과정을 도입한다. 한밭대는 올해 대입 수시 1, 2차와 정시 모집에서 산학협력 학·석사 과정 입학생 120명을 뽑는다고 14일 밝혔다. 전공별로는 글로벌융합학부 28명(수시 1차 8명, 2차 10명, 정시 10명)을 비롯해 기계공학과와 건설환경공학과 각 20명, 산업경영공학과 12명, 전기공학과와 신소재공학과 건축공학과 경영회계학과 각 10명(이상 정시)이다. 학·석사 통합과정은 학기제 현장실습, 산학공동 연구개발 참여 등을 통해 현장 적응력과 연구역량을 겸비한 우수 산업인력을 조기에 양성하는 프로그램이다. 한밭대 관계자는 “한밭대가 산학협력 특성화를 촉진하는 데 적합한 학제를 교육과학기술부에 제시했고 교과부는 산학협력 학·석사 통합과정(5년제) 도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혀 공통분모를 찾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새로운 모델로 전국 대학에 파급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학·석사 통합과정에 선발된 학생들은 학부 1학년 때부터 지도교수가 배정돼 대학원생과 함께 각종 실험과 연구개발(R&D)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석사과정에 해당하는 교과목은 전체 10학기 중 8학기부터 이수한다. 방학 중 예비 계절제 인턴십을 통한 현장 실습으로 학점을 취득할 수도 있다. 수시 1차 원서는 16일부터 24일 오후 7시까지 접수한다. 042-821-1019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독립기념관은 광복 제67주년 및 독립기념관 개관 25주년을 맞아 15일 전 국민이 참여하는 다채로운 행사를 개최한다고 14일 밝혔다. 특별공연으로는 독립운동을 주제로 한 ‘위대한 독립의 발자취’를 겨레의 집 특설무대에 올리며 독립기념관 25년의 역사를 담은 ‘독립기념관 개관 25주년 발전사 특별전’이 겨레의 큰마당에서 열린다. 서예 퍼포먼스로 서예가 양영희 씨가 대형 붓으로 길이 200m에 이르는 광목에 애국가를 1절부터 4절까지 쓰며 오후에는 인기가수 초청공연이 펼쳐진다. 독립기념관 경내에서는 태극기와 무궁화를 직접 만들어보는 국가상징물 만들기 프로그램과 소원풍선 날리기 등 관람객들이 직접 체험하고 참가하는 다양한 행사가 진행된다.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대전시청 1층 로비에는 ‘건강카페’가 있다. 지적장애인 8명과 이들을 돕는 비장애인 2명이 근무하며 커피와 빵을 파는 찻집이다. ‘우리는 빵을 팔기 위해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하기 위해 빵을 판다’는 카페 한쪽의 모토가 사회적 기업임을 알게 해준다. 이 카페의 커피는 비장애인 바리스타의 도움을 받아 장애인이 만들어 제공하고 빵은 한울타리라는 장애인 복지시설에서 만든 것을 가져다 판다. 연간 매출은 3000여만 원이고 장애인들은 하루 4, 5시간씩 근무하며 50만 원가량의 월급을 받는다. 장애인들은 열린 공간에서 비장애인과 소통하면서 사회생활에 적응해 나간다. 13일 오전 건강카페에는 직원 모두 한눈을 팔기 어려울 정도로 손님이 줄을 이었다. 이 카페에서 일한 지 1년 됐다는 윤지은 씨는 “많은 사람과 만나면서 일을 하고 돈도 벌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카페를 찾는 시민들은 주변의 카페보다 저렴한 가격(아메리카노 커피 1000원)에 만족감을 느낀다. 소비할수록 장애인에게 도움이 된다는 점도 이곳의 매력이다. 이런 긍정적인 효과 때문에 건강카페는 지난해 2월 처음 생긴 이후 하나은행 충청사업본부와 평생교육문화센터 한밭수목원 한밭도서관 국민생활관 서구청에 새로 생겨 현재는 모두 7개로 늘어났다. 동구청도 건강카페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건강카페가 대전시에 확산되면서 장애인 29명이 새로운 일자리를 얻었다. 카페를 위탁받아 운영하는 장애인 단체들은 매월 100만∼150만 원의 수익을 올려 회원 복지 기금을 확충할 수 있게 됐다. 대전시가 처음 시작한 복지모델 사업인 이 건강카페는 전국적으로 확산 추세에 있다. 부산시의 ‘카페C’, 광주시의 ‘이룸 카페’, 충북도의 ‘꿈드래 카페’, 포항시 한동대의 ‘히즈빈즈 카페’, 인천 부평구의 ‘나비북 카페’ 등이 건강카페를 벤치마킹했다. 대전시는 3월 건강카페를 상표로 등록했다. 건강카페는 2010년 10월 염홍철 대전시장이 일본 삿포로 시를 방문했을 때 시청 로비에 설치된 ‘장애인이 일하는 건강카페’를 보고 도입했다. 건강카페는 전국으로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건복지부가 건강카페 사업을 ‘중증장애인 창업형 일자리 지원 사업’으로 최근 채택했기 때문이다. 대전시에 따르면 복지부는 중증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카페나 매점 등을 올해 안에 설치하는 공공기관에 20일까지 신청을 받아 최고 5000만 원의 시설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이혜영 대전시장애인복지과장은 “올해 연말까지 5개점을 더 개설하면 대전시에서 모두 50여 명의 장애인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며 “많은 공공기관의 참여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건강카페 업무를 담당하는 권혜영 씨는 “복지부가 정기적으로 공모하는 방식보다 수시로 희망 신청을 받아 지원하는 방식으로 개선하면 건강카페가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훨씬 많이 확산될 것”이라고 제안했다.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대전시와 지역 병원들이 해외 의료 관광객 수용 채비를 갖추고 본격적으로 국제 의료관광 활성화를 위한 시동을 걸었다. 보건복지부가 국내 유일의 건강검진 분야 의료관광 병원으로 지정한 대전 선병원은 하루 500명이 동시에 건강 검진 받을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국제건강검진센터를 최근 개원했다. 유성구 지족동에 320억 원을 들여 지상 5층(건축면적 1만2561m²)으로 개원한 검진센터는 세계적인 병원 설계 회사인 미국 HDR사가 휴양지 같은 분위기를 살려 설계했다. 검진센터 4층은 5성급 호텔 수준의 숙박 검진 전용 공간으로 조성했다. 쾌적한 공간에서 전담 간호사의 일대일 서비스를 제공 받으며 휴양을 겸해 검진을 받을 수 있다. 내외국인 모두 이용 가능하다. 비용은 1인당 250만∼500만 원이다. 선병원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이 주된 고객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센터는 심혈관을 정밀 진단할 수 있는 256채널 듀얼소스 심장 전용 CT와 짧은 시간 내에 정확히 암을 진단하는 PET-CT 등 최첨단 검진 장비도 도입했다. 선병원은 해외 의료 관광객의 의사소통을 돕고 문화적 생소함을 덜기 위해 의사 출신의 현지(해당 국가) 코디네이터를 고용하고 있다. 이들은 국제진료팀에서 자국 관광객을 의료 관광을 돕는다.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43개국 851명이 이 병원을 찾았다. 선승훈 의료원장은 “최근에는 한국의 전문화된 의료기술과 시스템을 익히기 위해 선병원을 찾는 해외 의료진도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대한방병원은 일본인 의료 관광객을 타깃으로 삼아 의료관광 해외마케팅과 상품 개발에 나섰다. CJ그룹과 외국인 의료 관광 활성화를 위한 협약을 체결하고 매달 20여 명씩 연간 300여 명의 일본인 관광객을 유치하기로 했다. 홍보 담당 최경미 씨는 “일본인 관광객들이 한방 주름성형과 효소 찜질방 마사지 등의 프로그램을 무척 선호한다”며 “일본인 한방 성형 전문 코디네이터도 채용했다”고 말했다. 대전시는 2일부터 외국인 의료 관광객들이 대전과 충남 충북 강원 등 4개 시도에서 검진과 치료, 쇼핑, 관광, 휴양을 연계할 수 있도록 ‘의료 관광 건강 투어 버스’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지역별 상품은 대전 선병원 건강검진과 대전대 한방병원 치료, 유성온천 휴양, 금산 인삼 쇼핑 및 한방아토피마을 체험, 충북 제천 한방명의촌 체험, 강원 횡성 치유의 숲 방문 등이다.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 “지금, 탱탱한 복숭아에서 꿀 같은 단물이 넘쳐흐른다.” 8월은 복숭아의 계절이다. 특히 ‘조치원 복숭아’ 등 유명 산지의 제철 복숭아는 말복(末伏)의 보약으로 불릴 만큼 영양과 맛이 뛰어나다. 요즘 전국의 주요 산지를 방문하면 먹음직스러운 복숭아가 산더미처럼 쌓인 간이 판매장을 길거리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지역 브랜드에 개인과 영농법인의 이름을 내걸고 고객의 발길을 끈다. 복숭아가 최고의 맛을 내는 시기는 요즘부터 9월 하순까지다. 이 시기를 놓칠세라 2일 ‘전주 복숭아 큰잔치’를 시작으로 주산단지 지방자치단체들이 복숭아 축제와 체험 행사를 열고 있다. 》 ○ 맛과 건강 한꺼번에 잡는 여름 과일 중국이 원산지인 복숭아는 국내에서는 주로 관상용과 약용으로 재배되다가 현재와 같은 개량 품종은 개항과 더불어 1890년대 중반 도입됐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2011년 말 기준으로 전국의 복숭아 재배면적은 1만3795ha, 생산량은 매년 18만5078t가량이다. 복숭아 산지는 세종시 조치원, 경북 청도, 경산, 전북 전주, 충북 음성, 경기 이천 등이 유명하다. 이들 지역은 일교차가 크고 황토와 모래가 뒤섞인 토양 조건을 갖추고 있다. 100년 전통의 조치원 복숭아는 생산량이 전국 생산량의 3%에 불과하지만 전국의 많은 상품이 ‘조치원 복숭아’로 둔갑할 정도로 브랜드 가치가 높다. 홍백과 천중도백도가 주력 상품이다. ‘감곡 복숭아’(음성)와 ‘장호원 복숭아’(이천)는 브랜드 통합의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다. 2002년 ‘풍부한 햇살을 받고 탐스럽게 영글었다’는 의미의 ‘햇사레’로 통합한 뒤 2008년 7월 31일 서울 가락시장 경매에서 복숭아 4.5kg들이 11상자가 역대 사상 최고 가격인 상자당 31만 원씩에 낙찰됐다. 백도, 그레이트, 미백, 천중도, 황도 순으로 출하되는데 9월 중하순에 나오는 황도가 특히 유명하다. ○ 화장품, 와인… 복숭아의 진화 복숭아는 단맛과 신맛의 비율에 따라 품종별로 다양한 감칠맛을 낼 뿐 아니라 비타민 A와 C, 아미노산, 섬유소, 무기질 등 인체에 필요한 각종 영양소가 골고루 함유된 ‘종합영양제’이기도 하다. 복숭아는 구입 후 상온에 두었다가 2, 3일 안에 먹어야 제맛을 느낄 수 있다. 부득이 냉장 보관할 경우 1∼2시간 전에 미리 상온에 내놓아 8∼13도가 됐을 때 먹어야 당도가 회복된다. 0∼1도 정도의 온도로 냉장 보관하면 2∼3주일간은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다. 세종시복숭아연구회 김학용 회장은 “품종마다 다소 다르지만 공동된 감별법은 봉합선(복숭아의 꼭지 부분에서 반대편 아래 부분까지 이어진 선)이 뚜렷하고 봉합선 양쪽이 우량아 엉덩이처럼 동그랗고 균형을 이룬 것이 좋다”며 “색감이 전체적으로 선명하고 일정하며 과일의 껍질이 매끄러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복숭아 농장에서 복숭아를 구입할 때에는 햇볕을 많이 받고 영양분이 몰리는 나무 맨 위쪽 복숭아를 고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복숭아는 저장성이 약해 제철에 생과로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각종 유통 가공 기술의 발달로 병조림과 즙, 장아찌, 한과, 막걸리, 와인 등으로 점차 진화하고 있다. 스무디와 파이, 샐러드, 샌드위치 등으로도 개발되고 있다. 세종시농업기술센터는 복숭아를 원료로 여성용 및 남성용 화장품과 친환경세정제 등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올해는 가뭄에 고온 현상이 겹쳐 작황은 예년에 비해 다소 좋지 않은 편. 품질 좋은 복숭아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려면 주산단지의 농업기술센터나 복숭아직판장 등을 활용하면 좋다. 축제장을 방문하면 특상품을 20∼30%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고 시식도 충분히 할 수 있다.세종=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이천=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음성=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

“제가 공룡 뼈를 모두 맞췄어요.” 2일 오후 대전 유성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내 지질박물관 1층 지질과학탐험실. 영재학급 현장 학습의 하나로 이곳을 방문한 대전 샘머리초등학교 5학년 김재형 군(11)은 ‘3차원(3D) 공룡 뼈 퍼즐’ 프로그램에 푹 빠져 있다. 손을 움직여 동작 센서를 작동하는 방법으로 스크린 주변의 공룡 뼈를 가져다 스크린 중앙의 공룡 그림자에 하나씩 옮겨 붙여 공룡의 골격을 완성했다. 국내 유일의 지질 전문 박물관인 이곳은 지질과학탐험실과 지질과학교육실을 새로 만들고 ‘구의 과학(SOS·Science On a Sphere)’이라는 장치를 구축해 재개관 수준으로 탈바꿈하고 1일 새롭게 문을 열었다. 지질과학탐험실은 첨단 장비를 이용해 지구의 역사와 과거, 진화의 과정을 체험해 보는 시설이다. 이 가운데 고생태 체험관은 관람자가 양서류로 변신해 바다에서 성장하면서 육지 동물로 변하는 진화 과정을 체험하도록 꾸며졌다. 도중에 포식자를 만나면 잘 도망쳐야 살아남아 진화를 완성할 수 있다. 지질과학교육실에는 암석과 광물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암석과 광물 표본을 현미경으로 직접 관찰할 수 있는 표본관찰실, 광산의 광물을 채취하는 가상체험실 등이 있다.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3급 지적장애인 A 씨(25·여)는 지난달 중순 오후 6시 반 충남 청양군 집 부근 공터에 도착했을 때 잠시 싫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눈을 감았다. 직장인 장애인근로센터에서 자신을 태우고 온 옆자리 남자는 “말을 듣지 않으면 회사에서 자르겠다”며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그 남자는 모 장애인단체의 회장 이모 씨(58)였다.이런 성추행이 반복됐지만 제대로 의사표현을 하지 못하는 A 씨 등 지적장애 2, 3급 여성 장애인 3명은 2010년부터 최근까지 한 달에 서너 번씩 이 씨의 추악한 손길에 시달려야 했다. 퇴근시켜 준다며 으슥한 곳으로 데려가기도 했고 쉬는 날 집에서 불러내기도 했다.‘기분이 나쁘다’는 표정을 지으며 싫다고 해봤지만 고용권한을 앞세운 이 씨의 협박에 매번 홀로 눈물을 흘려야 했다. 이 씨는 장애인을 지원해주는 장애인단체 회장인데다 청양군에서 위탁받아 피해 여성들을 포함한 20여 명의 장애인을 고용해 근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 씨는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돼 휠체어에 의존해야 거동이 가능한 지체장애 1급 장애인이다. 이 씨는 “성추행을 신고하면 해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형편이 어렵고 독자적인 경제생활이 사실상 불가능한 피해 여성 장애인에게 일거리가 없어진다는 것은 가장 큰 위협이었다. 장애인의 자립을 돕기 위해 만든 근로센터에서 철망과 김을 생산하며 희망을 키워가던 피해 여성들에게는 좌절과 상처만 남았다.충남 청양경찰서는 1일 이 씨를 성폭력 범죄 특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의사표시가 어려운 동료 장애인만 골라 해고한다고 위협해 성추행해온 죄질로 보면 구속 수사가 마땅하지만 이 씨 역시 중증 장애를 갖고 있어 불구속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청양=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뜸 뜨면 장수한다’는 한방의 속설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대전대 한방병원 내과면역연구센터 손창규 교수팀은 만성피로 환자 45명에게 4주간 뜸으로 치료한 결과 뚜렷한 완화 효과를 확인했다고 26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국제 전문학술지인 미국 ‘보완대체 의학회지’ 7월호 인터넷판에 실렸다. 연구팀은 환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 4주 동안 1주일에 3번(한 번에 30분씩) 배꼽과 단전에 뜸을 놓았다. A 그룹에는 진짜 뜸을, B그룹에는 가짜 뜸(신체로 연결되는 통로를 단열재로 막음)을 사용했다. 그 결과 진짜 뜸으로 치료받은 환자군은 항산화작용을 하는 총 글루타티온(해독 작용) 농도가 30%, 글루타티온 환원(활성화) 효소는 2배 정도 상승했다. 가짜 뜸 치료 환자에게 의미 있는 의학적 변화는 없었다. 손 교수는 “이번 연구는 뜸이 인체의 노화와 만성염증 고혈압 당뇨 같은 성인병의 예방 및 치료에 매우 중요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며 “학술적으로는 한국의 전통 치료 기술인 뜸 치료의 과학화와 세계화를 위한 중요한 계기를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올해 3월 개교한 세종시 한솔동 참샘초등학교 학부모들은 자녀가 등교했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다. 교문의 전자태그(RFID) 판독기가 학생 가방에 부착된 전자학생증을 인식해 ‘홍길동 군이 등교했습니다’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시스템 덕분이다. 교실에서는 화이트보드(칠판)와 함께 72인치 3차원(3D) 발광다이오드(LED) 터치스크린이 수업에 활용되고 있다. 다른 지역 학생에겐 공책이 필수품이지만 이 학교 학생들은 태블릿 PC를 갖고 다닌다. 국내에서 가장 완벽한 스마트 교육시스템 현장이다. 세종시교육청은 25일 세종시의 모든 초중고교에 이 같은 스마트 교육 시스템을 구축하는 내용의 ‘세종시 교육비전 2030’을 발표했다. 신정균 세종특별자치시교육감은 “‘조화롭고 품격 높은 창의인재 육성’을 목표로 세계적인 교육 선도 모델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스마트 교육 모델로 육성 세종시교육청은 2030년까지 150개의 초중고교를 짓는다. 이들 학교에는 참샘초등학교와 같은 스마트 교육시스템이 갖춰진다. 학교 및 교과별 스마트 교수 학습 모형을 개발하고 스마트교육 선도교원을 양성하며 학생 학부모 연구자 행정공무원 등이 참여하는 스마트 교육 집단연구모임을 운영하기로 했다. 평균 35명 안팎인 학급당 학생수는 20∼25명으로 유지해 토론식 교육이 가능하도록 했다. 도시 전체를 방과후학교 시스템으로 만들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방과후학교 지원센터를 통해 학교별로 중점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학교를 몇 개의 군집으로 묶어 학생이 다른 학교를 찾아가 원하는 프로그램을 학습하는 방식이다. 12개 지역기관과 협약을 체결해 교육 및 재능기부도 활성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버스 등 운송수단을 최대한 지원하기로 했다.○ 교육격차 해소, 예산이 걸림돌 하지만 새로 조성되는 예정지역과 기존 연기군 공주시 청원군에서 넘어온 편입지역과의 교육 격차 해소가 큰 과제다. 시교육청은 편입지역 31개 초중고교도 앞으로 3년 안에 스마트 교육시스템으로 바꿀 계획이지만 막대한 예산 확보가 관건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편입지역 학교들은 세종시 편입이 결정된 수년 전부터 관할 시도 교육청이 시설 투자를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기존 투자 계획도 백지화하는 바람에 스마트 시스템 구축에 앞서 노후된 시설 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동반 성장 전략을 마련해 놓고 있지만 시설 격차에 따른 학부모들의 반발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교육청은 2013년 외국어고, 2014년 과학고, 2015년 전후 예술고를 신설하고 한솔고를 자율형 공립고로 지정하기로 했다. 고용노동부와 중소기업청 등과 협력해 부강공고의 취업프로그램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런 대책이 외지 학부모를 유인할 대책으로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24일 오전 1시경 대전 대덕구 오정동 한남오거리. 대전역 방면으로 가는 도로 위 신호등에 파란불이 들어왔다. 하지만 편도 4차로 중 3차로에 서 있던 싼타페 차량은 움직이지 않았다. 뒤에 있던 차량 운전자들은 경적을 울려도 소용없자 차에서 내려 싼타페 차량을 확인한 뒤 경찰에 신고했다. 운전자가 술에 취해 자고 있었기 때문이다. 출동한 경찰은 술에 취해 잠든 40대 운전자를 깨워 지구대로 데려갔지만 그는 “술을 마시지 않았다”며 음주 측정을 거부했다. 측정을 재촉하자 경찰 간부라고 신분을 밝히면서 버텼다. 실제 신원 확인 결과 그는 충남지방경찰청 유모 수사과장(47·경찰대 4기)으로 밝혀졌다. 경찰의 꽃으로 불리는 총경(경찰서장급) 승진이 확정된 승진 후보였다. 실랑이 때문에 음주 측정이 1시간 반이나 걸렸다. 혈중알코올농도는 0.083(면허정지 수치)이었다. 음주 사실이 드러나자 유 과장은 “운전은 하지 않았다. 대리운전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강변했다. 하지만 술이 깬 이날 오후 다시 조사를 받게 되자 음주운전 사실을 털어놨다. 경찰청은 즉각 유 과장을 직위해제 했다. 경찰청은 전날 오후 6시 전국 지방청에 ‘음주운전 경보’ e메일을 발송했었다.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충남 아산의 순천향대 관광경영학과 이영관 교수(48·사진)가 최근 ‘조선의 리더십을 탐하다(333쪽·이콘)’를 펴냈다. 그는 이 책에서 ‘위기관리’와 ‘혁신’, ‘심학(心學)’, ‘여가생활’ 등 4가지 키워드를 통해 조선시대 영웅 20여 명의 리더십을 분석하고 있다. 훈구세력들로 인해 조선왕조의 기틀이 흔들리던 혼란기에 정통성을 공고히 한 김종직은 위기관리, 한글을 창제해 조선의 국격을 높인 세종대왕은 혁신, 권력욕을 경계하며 스스로를 다스려 최고의 학자에 오른 이황은 학문의 표상으로 소개했다. 이 책은 리더십의 사례로 소개된 위인들의 유적지를 다양한 사진과 글로 소개해 여행서나 답사서를 겸하도록 꾸며졌다.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KAIST 이사회가 20일 처리하려던 서남표 총장 계약해지안을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았다. 오명 이사장과 서 총장이 회의에 앞서 서 총장 거취를 포함한 현안을 대화로 해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이사들이 이를 수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측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서 총장의 거취와 거취 표명 시기 등에 대한 해석이 엇갈려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갑작스러운 합의모드 배경은 오 이사장은 이날 오전 8시 반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임시 이사회를 개최한 후 “서 총장이 모든 것을 이사장에게 위임하기로 했다. 앞으로 총장의 의견을 충분히 감안해 모든 문제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서 총장은 “현재 학교 개혁 및 거취와 관련해 내 소신과 원칙에 이사장이 뜻을 같이해 줬다”고 말했다. 또 양측은 이사회 내에 KAIST 정상화 및 발전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한 소위원회를 둬 1, 2개월 운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이사회 개최 1시간을 앞둔 오전 6시 반 만나 1시간 반 동안 해결책을 논의했다. 당초 이사회 개회 시간은 오전 7시 반이었으나 두 사람의 긴급 회동에 따라 1시간 늦어졌다. 전날 밤늦게까지만 해도 서 총장은 계약해지보다 해임을 요구했고 오 이사장은 서 총장이 자진사퇴하지 않으면 계약해지안을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오 이사장은 서 총장 진퇴에 대한 찬반 여론이 팽팽한 마당에 계약해지가 일방적인 방법이라고 비판받을 것을 우려한 듯하다. 계약해지의 ‘합리적인 이유’를 대라는 서 총장에게 패소하면 일방 계약해지의 대가로 남은 연봉인 8억 원을 물어 줘야 하는 현실적 문제도 부담이었다. 서 총장은 떠밀려서가 아니라 스스로 진퇴를 결정하는 명예로운 퇴로를 모색해 왔다. 그동안 “특허 도용 사건 수사 결과가 나오면 스스로 거취를 밝히겠다”고 말한 배경이다. 박모 교수가 자신의 모바일하버 발명품 특허 명의를 서 총장이 도용했다고 주장한 이 사건은 경찰에서 박 교수의 조작으로 결론 났다. 정치권의 권고가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도 있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은 19일 자체 조찬 간담회에서 “계약해지 같은 처리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모아 이사회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 교수협-학생 40여명 피켓 시위 하지만 20일 오후로 접어들면서 양측은 서로의 발표 내용 일부를 부인하면서 다시 갈등을 보였다. “서 총장이 모든 것을 오 이사장에게 위임했고, 이사장과 총장의 협상으로 거취를 결정한다”는 합의 내용을 놓고 이사회는 ‘자진사퇴는 확정적’이라고 해석했다. 경종민 교수협 회장은 “오 이사장이 이사회 후 ‘서 총장이 사퇴하지 않을 수 없도록 일을 확실히 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곽재원 이사도 기자들과 만나 “서 총장이 명예롭게 퇴진하는 길을 열어 준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 총장 측은 “일부 이사들의 ‘서 총장 자진 사퇴’ 발언은 사견일 뿐이며 ‘학내 문제(교수협의 서 총장에 대한 의혹 제기) 해결이 전제되지 않은 자진 사퇴는 없다’는 서 총장의 기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서 총장의 사퇴 시기를 둘러싼 논란도 제기됐다. 서 총장 측은 ‘향후 후임 총장을 함께 선임하기로 한다’고 한 합의 문구를 토대로 특허 도용 사건의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온 뒤 거취를 결정하고 그 후 총장 선임 작업을 이사회와 같이 벌인다는 생각이다. 총장 선임 작업 3, 4개월을 포함해 최소한 5개월은 걸린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교수협은 “서 총장이 자진사퇴를 조건으로 계약해지안 상정을 유예 받았으니 3개월 내에 그만둬야 한다”고 밝혔다. 교수협과 학생 40여 명은 이날 이사회장 앞에서 ‘서남표 총장은 독선과 아집을 멈추고 물러나라’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사회 일부에서는 시기 논란을 떠나 서 총장의 사퇴가 교수협의 일방 승리로 인식될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당장 다음 총장 선거에서 교수협이나 교수평의회가 역할 확대를 강조하고 나설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사회 관계자는 “KAIST 정책을 최종 결정하는 이사들의 선임권을 교수평의회와 총동문회 이사회가 3분의 1씩 가져야 한다고 교수들이 이미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지배구조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며 “교수평의회와 총동문회는 동질성이 높아 KAIST를 이공계 선도 모델로 개혁하려는 정부와 이사회의 각종 시도와 마찰을 빚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

“수백 년 된 옛집에서 달밤에 전통 음악을 듣고 하룻밤 잔 기억이 새롭습니다. 안내를 담당한 교수님과 박물관장님의 세심하고 실증적인 해설도 감사합니다.” 지난달 초 충남 논산시 노성면 교촌리 명재 윤증 고택에서 열린 ‘기호학파 여성문학을 찾아 떠나는 역사여행’ 참가자가 고택 홈페이지에 남긴 소감이다. 충남지역 주요 고택과 전통한옥이 역사여행과 체험 관광 코스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충남도 내 20개 가까운 고택과 전통 한옥이 관광객들에게 숙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18일 충남도에 따르면 공주 한옥마을(방 37개, 최대 숙박인원 370명), 논산 명재 고택(6개, 30명), 아산 외암마을(37개, 180명), 당진 남이흥종택(3개, 10명), 청양 와송정사(5개, 19명), 홍성 예당큰집(5개, 30명) 및 전용석 가옥(3개, 15명), 장춘각(5개, 20명)은 숙박과 식사가 모두 가능하며 다양한 전통문화 체험 프로그램까지 마련해 놓고 있다. 공주 한옥마을은 백제왕실의 차(茶) 이야기, 공주 특산품인 밤을 이용한 웰빙과자 만들기, 백제여인의 규방문화 엿보기, 백제소품 만들기, 백제 책 엮기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조선 중기 문신 윤증의 생가인 명재 고택에서는 다례체험과 천연염색, 전통매듭, 전통보자기 만들기 체험이 가능하다.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된 외암마을(중요민속자료 236호)은 인삼한과 만들기, 다듬이, 전통혼례 프로그램을 구비하고 있다. 서산 김기현 가옥은 고택음악회와 기와제작 체험, 유기방 가옥은 자전거를 이용한 아라메길 여행, 논산 이삼 장군 고택은 한지공예체험과 종가음식 체험을 준비했다. 당진 시은 고택에서는 풍류음악회와 천연염색, 전통매듭을 경험할 수 있다. 조응식 가옥은 기와 만들기와 종가음식 체험이 가능하다. 태안 천리포수목원, 장춘각, 와송정사, 유기방 가옥, 보령 이광명 고택 등은 관광객들이 활용할 수 있는 취사시설도 갖추고 있다. 충남도 관계자는 “고택과 전통 한옥은 현대식 콘도에 비해 소박하고 정서적인 안정감을 주기 때문에 휴가철에 이용하면 좋은 추억거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의 042-251-2379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사 두면 무조건 돈 돼요. L사는 평당 650만 원에 분양했는데 몇 달 뒤면 H사가 비슷한 조건의 아파트를 850만 원에 분양해요. 프리미엄 2000만 원 주고 L사 아파트 32평형을 사 두면 4000만 원은 남을 거예요.”올해 2월 세종시 남면 나성리 첫마을 아파트의 한 부동산중개사무소. 부동산 불법 거래 탐문에 나선 충남지방경찰청 수사과 경찰들이 고객을 가장해 접근하자 중개업자는 아파트 ‘전매’를 권했다. 이 아파트는 분양된 지 1년이 안 돼 전매가 불가능하지만 중개업자는 ‘선(先)거래, 후(後) 명의 이전’ 방식으로 규제를 피할 수 있다고 했다. 우선 서류를 꾸며서 당사자간 분양권을 넘기기로 계약한 뒤 1년이 지나면 명의를 바꾼다는 것이었다.이런 방식의 불법 부동산 거래가 광풍처럼 세종시 일대에 휘몰아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지방경찰청은 2월부터 최근까지 관계기관 합동 단속을 통해 분양권 전매를 알선하고 그 대가로 총 1억400여 만 원의 수수료를 받은 혐의(주택법 위반)로 이모 씨(48·여) 등 2명을 구속하고 21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8일 밝혔다. 법 위반은 사안별로 분양권 전매 위반이 119명, 청약통장 불법 매도가 41명, 청약통장과 분양권 매매 알선이 54명, 공인중개사 자격증 대여가 3명이었다.경찰에 따르면 이 씨 등은 세종시 금남면 일대에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차려 놓고 ‘첫마을 아파트’ 분양권에 1000만∼5000만 원의 프리미엄을 붙여 전매를 알선했다. 이모 씨(45)는 지난해 9월 20일 금남면 용포리 S공인중개사 사무실에서 중개보조원 임모 씨(40)에게서 5000만 원을 받고 첫마을 2단계 아파트를 전매했다. 경찰 관계자는 “분양 당첨 당일 팔아넘기는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뤄 주기 위한 청약통장은 실수요자가 아닌 투기꾼들이 배를 불리는 수단으로 활용됐다. 청약통장 알선업자 조모 씨(44)는 2010년 8월 하순 서울 종로구 종로 3가의 커피숍에서 김모 씨(49·회사원)에게 청약통장을 1000만 원에 팔았다. 경찰 관계자는 “청약통장 알선업자들은 아파트 당첨이 되더라도 집을 사기 어려운 서민들에게 청약통장을 개당 500만 원가량에 사들여 부동산중개업소를 통해 1000만∼2000만 원을 받고 은밀히 팔아 넘겼다”고 말했다.대박을 노리고 주로 수도권에서 내려온 중개업자들은 빌린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내건 부동산중개업소에서 불법 거래를 했다. 공주와 연기군(세종시의 전신) 등지의 도로 게시판이나 전봇대 등에는 아직도 ‘청약통장 팝니다’ 등의 안내문이 나붙어 있다. 세종시의 부동산 시장은 한파가 불어 닥친 전국의 다른 지역과는 관계없이 활기를 띠고 있다. P사가 최근 분양한 아파트 대형 평형은 프리미엄만 2억 원이 붙은 것으로 알려졌다.경찰 관계자는 “그동안의 대대적인 단속으로 부동산 불법 거래가 잠시 숨을 죽이고 있지만 세종시와 홍성과 예산의 내포신도시(충남도청 이전 예정지)의 건설이 계속됨에 따라 다시 기승을 부릴 개연성이 크다”고 말했다.세종=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대학교육 개혁의 아이콘'이었던 KAIST 서남표 총장이 고립무원(孤立無援)의 처지에 놓였다. 이사회가 사실상의 해임안인 계약해지안을 상정해 20일 처리할 예정인 가운데 카이스트 교수협의회는 18일 임시 총회를 열어 상정안 가결을 촉구할 예정이다. 총학생회는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5월 학부생 설문조사에서 서 총장의 사퇴에 찬성하는 의견이 75%였다"며 역시 계약 해지를 요청했다. 15일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 교내 인공위성센터 주변에 있는 서 총장 공관을 찾아 해임안 상정에 대한 생각과 그동안의 학내 사태에 대한 의견, 향후 계획 등을 들어봤다. 서 총장은 긴 터널을 지나온 사람처럼 오히려 표정이 편안하고 밝아 보였다. 하지만 인터뷰가 시작되자 자신의 생각을 단호하게 밝혔다. 그는 "이사회에 자신의 계약해지안이 상정된 것은 일부 교수집단과 교육과학기술부가 개혁에 반대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KAIST 이사회가 2년 동안 30여 차례 사퇴를 요구하면서도 정작 나에게 학교 장래나 교육에 대해 이사회에 얘기할 기회도 주지 않았다"고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 ㅡ계약해지 상정됐단 말 듣고 어땠나. "예상했던 일이다. 한국에서 이런 일이 처음일 거다. 놀라운 일이지만 이사회가 단 한번 학교 장래나 교육에 대해 얘기해본 적 없다. 그동안 나가란 말만 30여 번 들었다. 학생들이 자살하기 시작하자 국회에서 질타를 당하고 있는 동안에도 메시지를 보내 사표 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사회가 끝날 때 쯤엔 늘 개혁을 지지한다고 했다."ㅡ왜 해임되는 사태가 빚어졌다고 보나. "교육과학기술부가 나를 몰아내고 싶어 했다. 나는 장관이나 관료들을 거치지 않고 예산을 따오기도 하고 전임 총장들처럼 (관료들에게) 몸을 낮추지도 않아서 미웠을 거다. 관료사회 관행을 다 따르다가는 제대로 일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2년 전 연임 때 교과부가 적극 반대한 이유다."ㅡ학내 교수들도 연임에 많이 반대했다. "연임 이후 교과부와 뜻이 잘 통하는 이사장이 오니 KAIST의 교수협의회도 눈치를 채고 나를 축출하는 운동에 나섰다. 내가 와서 불편해진 사람이 많다. 테뉴어(정년보장) 심사가 강화돼 기득권을 지키고 싶어하는 교수들이 힘들어졌다. 학과장중심제(독립적 결정권이 강한 학과장제)가 도입돼 젊은 교수들이 인사와 인센티브 등에 대한 각종 권한을 쥐게 되자 나이 든 교수들은 소외감을 느꼈을 것이다. 총장이 되고 싶은 사람들은 더욱 적극적이었다. 현 교수협 회장을 비롯해 축출 운동 주도 교수들 가운데 과거에 총장 선거에 단골로 나왔고 앞으로도 나올 사람들이 꽤 있다."ㅡ교수사회 기득권이란 무얼 말하나. "KAIST 일부 교수들의 기득권과 특권의식, 카르텔은 생각보다 훨씬 강하다. 학연과 지연, 연고로 뭉쳐 마치 면책특권이 있는 것처럼 확인되지 않은 의혹(서 총장이 박모 교수의 특허를 가로챘다는 주장. 경찰 조사에선 사실이 아닌 것으로 결론)으로 마구 공격한다. 한 가지 의혹이 해소되면 다른 의혹(교수 채용과정 특혜, 재정손실 등)을 내놓는다. 어느 하나 사실인 게 없지 않았는가. 대학개혁의 아이콘이니 독선적인 총장이니 하지만 나도 그들의 벽을 넘기는 힘들었다." ㅡ2010년 연임 때 2년만 하겠다고 약속했다는 말이 돌았다. "연임할 때 (4년 임기지만) 2년만 하면, 표를 주겠다거나 학교일을 적극 돕겠다고 한 이사나 교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구차하게는 하지 않겠다며 거절했다. 결국 이사회에서 16대 2로 연임됐다. 당시 교과부 장관이 4년 임기의 임명장을 보내왔다. 이렇게 법적으로 임명된 총장을 도중에 내보내려면 구체적이고 확실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 이사회는 아무런 이유를 대지 못하고 있다. 해임안을 상정했다가는 소송에 휘말릴 것 같으니 편법을 써서 계약해지라는 방법을 동원한 것이다."ㅡ이번에 차라리 해임해 달라고 요구했다는데. "KAIST 총장이 안정적으로 직책을 수행할 수 있어야 앞으로도 좋은 총장, 유능한 교수가 올 수 있다. 한홍택 KIST 원장도 나갔는데 얼마나 압력이 심했겠는가. 웬만한 사람 같으면 이렇게 압력을 받았으면 벌써 나갔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나가지 않는 것은 자리에 연연해서가 아니다. 법적 근거도 없이 마구 총장을 쫓아내는 KAIST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내가 이런 문화의 마지막 희생자가 되길 바란다. 내가 희생을 당하면 이번에는 몰라도 그 다음에는 이런 시도를 하기 어려울 것이다."ㅡ미국에서도 해임 요구를 받은 적이 있다. 한국에서 과민반응 하는 것 아닌가. "미국과학재단(NSF) 부총재 시절과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기계공학과장 시절 그랬다. 하지만 한국과는 크게 달랐다. 여기(한국)에서처럼 없는 것을 만들어 공격하진 않았다. 미국에서는 조작은 엄벌을 받기 때문에 엄두도 못 낸다. 조작으로 개혁에 반대하니 할 이야기를 하는 것일 뿐이다. 미국에서는 논리가 맞으면 인정된다. NSF에 가서 개혁을 하니 반대하는 교수 1600명이 '미국의 장래를 걱정하는 기술자회'라는 모임을 만들어 서남표 퇴진을 요구했다. 백악관에 퇴진 요구서를 보냈다. 백악관이 NSF에 그 이유에 대해 물어봤다. 하지만 목적이 옳다는 것을 확인한 뒤 곧바로 퇴진 요구서를 쓰레기통에 넣어 버렸다. 하지만 반대했던 그들이 모함은 안했다. 서남표가 NSF를 재조직 했는데 마음에 안든다는 것이고 그건 사실이다."ㅡ구성원과 소통이 부족한 탓은 아닌가. "(교수 등을) 고소했기 때문에 학내에서 인기가 뚝 떨어졌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 하지만 긴 눈으로 보면 잘했다고 본다. 고소 전에 서남표가 절대로 고소 못한다고 교수협이 단언했다. 한국 정서에 맞지 않기 때문이었다. 소통은 일방이 하는 게 아니다. 마음에 들면 한번 만나도 소통이고, 그렇지 않으면 여러 번 만나도 불통이라고 한다. 학교 총장이라고 소통의 장을 강제로 마련할 수는 없다. 소통위원회 등을 수차례 제안했지만 교수협이 거부했다. 교수 고소만 해도 학내 연구진실성위원회 조사를 거부하고 의혹만 부풀리니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도 이사회는 이런 사실은 외면하고 '시끄러우니 물러나라'고 한다." ㅡKAIST에서 이룬 성과는 뭔가. "지난 6년간 200위권이던 세계 대학 평가가 60위권대로, 공과 대학 순위는 20위권에 들어섰다. 재임 전 51억 원이던 기부금이 1700억 원대로 늘었다. 인류의 당면 문제 해결을 위한 EEWS(에너지, 환경, 물, 지속가능성)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젊은 교수들이 대거 영입되면서 5년 내에 폭발적 성장을 이룰 것이다. 무엇보다 성과는 교수나 학생이나 세계적으로 경쟁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는 점이다. 글로벌 시대에 세계적으로 경쟁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과학기술은 한국의 차원이 아니라 인류의 차원이다. 그러려면 세상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영어강의를 시작한 것이고. 세계적으로 성장하려면 교수들도 세계로 나가야 한다. 카이스트 교수가 국제회의에서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은가. 그렇지 못하면 어떻게 세계적인 학자가 되겠는가."ㅡ성과도 있었지만 문제도 많지 않았나. "자살사건이 가장 마음 아프다. 일반계 고교에서 입학사정관제로 뽑은 학생 가운데 일부가 적응하지 못했다. 입학 후에 특별히 배려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똑똑하니 들어와 알아서 잘 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 실책이었다. 자살한 이유는 복잡하다. 일부는 학생과 학부모의 명예를 고려해 진실을 밝히지 않았는데 그것 때문에 모두 성적과 심리적 압박으로 보도되면서 공격을 받았다. 오히려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나을 뻔했다. 미국 대학들도 자살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탠퍼드대학도 긴 보고서를 냈는데 읽어봐도 해결책은 없었다. MIT도 알아보니 자살한 학생들은 교내 병원에 상담하러 오지 않았다고 한다. 자살한 학생 가운데 2명은 잘 알고 지내던 교수의 자제였다. 한마디로 앞으로도 자살 사건은 안 날 것이라고는 단언할 수 없다."ㅡ과학계에 쓴 소리 많이 했다. 그래서 상처를 받은 사람들이 많다. "우리 집사람은 그러지 말라고 하는데 나쁜 의도는 아니다(웃음). 과학기술을 발전시킨다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말만 해서는 안 되고 싫은 소리도 해야 한다. 할말은 해야 한다. 나는 한국말이 서툴러 말을 빙빙 둘러서 하지 못한다. 하지만 영어로 말한다 하더라도 성격상 그러지 못한다. 나는 앞뒤가 없는 사람이다. 그래서 실수도 한다. 하지만 나 같은 사람이 그런 말을 하지 않으면 누가 하겠나. 한국에서 오래 살아온 사람들은 하지 못한다. 그런 말 했다가는 매장 당한다. 하지만 나는 나이도 많고 미국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말할 수 있다."ㅡ한국사회를 보고 느낀 다른 문제점은. "기득권 세력의 문제점이다. 미국에서는 어렵게 태어나서 성공한 사람이 많다. 모든 사람에게 비교적 공평한 기회가 주어진다. 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어떤 가정에서 태어났느냐가 일평생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그게 안타깝다. 대통령들은 어려운 환경을 딛고 당선된 사람들 많아 참 다행이다. 하지만 그 밑에서 일하는 고위관료 등은 특정 고교 와 대학의 졸업생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왜 그런 좋은 자리에 가 있는가. 능력 본위가 아니고 누구를 아느냐가 중요한 문화 때문이다. 한국이 잘되려면 능력본위가 돼야 한다. 카이스트에 일반계 고교생들 입학사정관제로 뽑은 것도 기득권을 없애자는 것이었다. 카이스트는 국민의 학교이고 나라의 학교이다. 누구나 카이스트에 와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한다고 생각했다. 비록 그런 학생 가운데 자살한 학생이 있긴 했지만 말이다. 과학고에 가려면 그래도 과외를 해야 하기 때문에 아무나 못 간다. 돈이 없어 중학교에서 과학고에 못갔다 하더라도 카이스트에 올 수 있도록 일반계 고교생을 선발한 것이다. 머리가 좋지만 환경 때문에 기회를 제공받지 못한 젊은이들이 카이스트에 오게 하고 싶었다." ㅡ로버트 러플린 전 카이스트 총장은 계약 연장이 안된 후 한국을 떠나면서 다음 총장에게 뭐라고 충고하고 싶으냐고 물으니 "한국에 와서는 일을 하지 말라"고 권하겠다고 했다. 기억나나. "아 그가 그랬나(웃음). 하지만 나는 그런 소리는 하지 않겠다. 한국에 훌륭한 총장이 와야 한다. 패거리 문화로 남을 공격하는 것이 좋은 총장이나 석학이 오는 것을 막을 수 있는데, 앞으로 고치면 된다."ㅡ해임될 위기인데 한국생활이 후회되나. "6년간 일할 수 있었으니 여한은 없다. 조국에서 일하고 싶은 꿈을 이뤘다. 미국에 있을 때 KIST 원장과 포스텍 총장 등을 제의받았지만 미국 정부에서 일하느라 기회를 놓쳤다. 우선 한국 국민들에게 굉장히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다. 국민적으로 지지를 해주지 않았다면 2년 정도 하고 밀려났을지도 모른다. 국민들이 뒤에서 후원하고 지지해주니 여기까지 온 것이다. 책도 쓰고 국제회의도 참석할 것이다. 계약해지가 결정되면 유예기간인 90일 동안 한국대학의 발전방안에 대한 책을 쓰고 싶다."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소통없는 개혁… 문제 제기하면 패배자 푸념 취급”■ KAIST 교수협의회장 경종민 교수서남표 총장의 사퇴를 강하게 주장해온 경종민 KAIST 교수협의회장(전기전자공학과 교수·사진)은 “우리 교수협의 사퇴 투쟁을 실력 없는 패배자들의 푸념처럼 치부하는 데 가장 화가 났다”고 밝혔다. 학회 참석차 캐나다 출장 중이던 경 회장은 14일 동아일보와 e메일 인터뷰를 한 데 이어 귀국 이후인 16일 전화로 추가 답변을 전해 왔다. 그는 “이사회의 결정이 때늦은 감이 있지만 학교의 의사결정기구로서 당연한 일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서 총장은 혼자만의 생각을 구성원과 대화 없이 개혁이라며 밀어붙였고, 이 때문에 많은 문제를 일으켰다”고 덧붙였다. 협의회는 서 총장의 활동에 많은 문제를 제기해 왔다. 생명화학과 김모 교수를 임용하면서 절차를 무시했다거나, 박모 교수의 특허를 가로채려 했다는 등 부도덕성을 지적한 내용이 많다. 학교 측은 이 문제들을 언론을 통해 적극적으로 해명해 왔다. 경 회장은 ‘해명이 이뤄진 내용도 재차 공세를 계속해 왔다’는 질문에 “의혹이 있으니 총장의 해명을 요구한 것인데, 교협 앞으로는 공식적인 답변이 없었다”며 “외부에 해명을 해도 우리는 내막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답했다. 소통에 응하지 않아 생긴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최근 문제가 됐던 특허 도용 사건도 거론했다. 학내 박모 교수가 ‘총장이 내 특허를 도용했다’고 주장하자 학교 측은 박 교수와 경 회장 등 4인을 공문서 위조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경찰은 이 사건을 박 교수의 자작극으로 보고 검찰에 송치했고, 경 회장은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났다. 그는 “문제 제기를 한 것인데 고소로 이어진 것이고, 우리는 경찰 수사 과정에 착오가 있다고 본다”며 “검찰 수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교수협이 총장직선제를 얻어내 내부 교수를 총장에 앉히려 한다는 이야기도 들리는데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대전=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테뉴어 심사 강화’ ‘영어 강의’ ‘등록금 차등부과’ 사사건건 마찰■ 갈등 부른 ‘서남표 개혁’서남표 총장은 2006년 7월 카이스트 총장에 취임한 뒤 학교는 물론이고 그 울타리를 넘어서는 수준의 개혁을 단행했다. 세계 최고의 대학과 과학기술을 향한 것이라는 그의 개혁은 국민적 지지를 받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성과 위주의 독단적 개혁”이라는 비판의 수위도 높아졌다. 대표적인 개혁은 테뉴어(정년보장) 심사 강화였다. KAIST를 세계 10위권 대학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교수의 질을 높여야 한다며 2007년 8월 테뉴어 심사를 신청한 교수 38명 중 15명을 탈락시켰다. 이는 ‘교수 철밥통 깨기’라는 국민적 지지를 얻으며 대학 개혁의 불씨를 당겼지만 일부 교수들은 “자의적 평가가 많았다”며 반발했다. 서 총장은 사회적 책임감 확립을 위해 면제였던 등록금을 성적에 따라 차등 부과하기로 했다. 학생들이 부담에 반발했고 지난해 1∼4월 학생 4명이 자살하면서 논란이 커지자 결국 폐지했다. 글로벌 캠퍼스를 지향하며 모든 강의를 영어로 진행한 것도 학생과 교수 양측으로부터 반발을 샀다. 서 총장은 “대덕연구개발특구가 조성된 지 30년이 됐지만 원천기술이 하나도 없다”고 과학계 전체를 자극했다. 그는 “과학기술계에도 싫은 소리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여론 악화를 자초했다. 정부의 연구소 통폐합 작업에 맞춰 2008년 4월 KAIST와 대전의 생명공학연구원의 통합을 추진해 ‘서남표 대 과학계’의 전선(戰線)이 넓어졌다. 연구기관 간 장벽을 없애기 위해 추진했지만 위기의식을 느낀 연구소들은 ”졸속 통폐합으로 연구 기능을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온라인자동차 사업과 글로벌 프로젝트 등을 위해 대통령과 국무총리 등에 건의해 예산을 따내곤 했다. 관료사회의 관행을 따르다가는 일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이었지만 정상적인 절차를 무시한 행동이라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서남표 총장은 2006년 7월 카이스트 총장에 취임한 뒤 학교는 물론이고 그 울타리를 넘어서는 수준의 개혁을 단행했다. 세계 최고의 대학과 과학기술을 향한 것이라는 그의 개혁은 국민적 지지를 받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성과 위주의 독단적 개혁”이라는 비판의 수위도 높아졌다. 대표적인 개혁은 테뉴어(정년보장) 심사 강화였다. KAIST를 세계 10위권 대학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교수의 질을 높여야 한다며 2007년 8월 테뉴어 심사를 신청한 교수 38명 중 15명을 탈락시켰다. 이는 ‘교수 철밥통 깨기’라는 국민적 지지를 얻으며 대학 개혁의 불씨를 당겼지만 일부 교수들은 “자의적 평가가 많았다”며 반발했다. 서 총장은 사회적 책임감 확립을 위해 면제였던 등록금을 성적에 따라 차등 부과하기로 했다. 학생들이 부담에 반발했고 지난해 1∼4월 학생 4명이 자살하면서 논란이 커지자 결국 폐지했다. 글로벌 캠퍼스를 지향하며 모든 강의를 영어로 진행한 것도 학생과 교수 양측으로부터 반발을 샀다. 서 총장은 “대덕연구개발특구가 조성된 지 30년이 됐지만 원천기술이 하나도 없다”고 과학계 전체를 자극했다. 그는 “과학기술계에도 싫은 소리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여론 악화를 자초했다. 정부의 연구소 통폐합 작업에 맞춰 2008년 4월 KAIST와 대전의 생명공학연구원의 통합을 추진해 ‘서남표 대 과학계’의 전선(戰線)이 넓어졌다. 연구기관 간 장벽을 없애기 위해 추진했지만 위기의식을 느낀 연구소들은 ”졸속 통폐합으로 연구 기능을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온라인자동차 사업과 글로벌 프로젝트 등을 위해 대통령과 국무총리 등에 건의해 예산을 따내곤 했다. 관료사회의 관행을 따르다가는 일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이었지만 정상적인 절차를 무시한 행동이라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미래저축은행 김찬경 회장(56·구속 기소)의 6촌 동생인 김모 씨(53·미래저축은행 천안지점장)가 16일 자살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이날 오후 3시 20분경 충남 천안시 동남구 신방동의 한 둑길 나무에 목을 맨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됐다. 김 씨는 이날 0시 45분경 집에 전화를 걸어 “마지막으로 볼 것 같다”는 말을 남긴 뒤 소식이 끊긴 상태였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김 씨의 부인은 경찰에서 “남편이 평소 직장문제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는 이달 11일 김 회장의 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혐의로 검찰 소환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숨진 김 씨를 수차례 조사했으나 비교적 협조적으로 조사에 응했으며 특별한 문제는 없었다”고 말했다.}

KAIST 이사회가 20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서남표 총장(사진)에 대한 계약해지안을 처리하기로 최종 결정을 내려 서 총장의 퇴진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표결할 경우 이사 15명(당사자인 서 총장 제외) 가운데 정족수(재적이사 절반 이상 참석 및 찬성)를 넘는 12명가량이 서 총장에 반대할 것으로 보여 계약해지안 처리가 확실시된다. 서 총장은 13일 “구차하게 협상하고 거래하느니 당당하게 해임당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최종 결심을 밝힐 예정이다. 2006년 7월 취임 후 테뉴어(정년보장) 심사를 강화해 교수 철밥통을 깨면서 일약 대학 개혁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서 총장이 6년 만에 강제 축출에 직면한 이유는 뭘까. ‘개혁에 저항하는 교수 집단의 반발’인가, 아니면 ‘독선과 불통의 리더십이 가져온 학교 파행의 결과’인가.○ 연이은 학생 자살로 퇴진 논란 촉발 서 총장 퇴진 논란이 빚어진 계기는 지난해 1∼4월 이어진 학생 4명과 교수 1명의 자살이었다. 당시 학부 총학생회는 “성적에 따른 등록금 차별 부과와 100% 영어강의 도입 등 무한 경쟁의 결과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 총장 측은 “학생 지원(등록금 면제)이 국민 세금으로 이뤄지는 만큼 노력에 따라 보상을 줘 사회적 의무감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를 폈다. 서 총장이 지난해 9월 등록금 차별 부과를 철폐하고 영어강의를 축소하는 등 경쟁을 완화하면서 학생들이 심리적 안정감을 찾았지만 올해 4월 자살 사건은 또 발생했다. 교수협은 1월 4일 배포한 ‘총장 해임 촉구 배경’ 문건에서 “서 총장은 학교 정책을 독단적으로 결정하고 교수들도 모르는 사이에 언론에 배포해 성과를 과대 포장했으며, 교수협 회장의 면담 요청도 수용하지 않는 독선과 불통의 리더”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 총장 측은 “정책의 수립과 홍보는 권한과 책임을 위임받은 총장과 보직교수들이 담당하기 때문에 모든 구성원들에게 사전에 알릴 순 없다”며 “교수협에 대통합 소통위원회를 제안했으나 오히려 거절당했다”고 반박했다.○ “도용과 특혜” vs “조작된 의혹” 교수협은 서 총장이 박모 교수의 ‘모바일하버(움직이는 항구)’ 특허를 가로챘고 전 교육부총리의 아들인 김모 교수를 특혜 채용했다고 주장했다. 또 무리한 펀드 투자로 300억 원가량의 재정 손실을 가져왔다며 퇴진을 요구했다. 특허 도용은 경찰수사 결과 박 교수의 조작으로 드러났다. 서 총장 측은 재정 손실에 대해 “재임 중 일부 기간(2008∼2010년)의 손실분과 평가손을 합친 결과인데 재임 기간 전체로 따지면 429억 원의 투자이익을 봤다”고 반박했다. 김 교수 채용은 해당 학과장이 문제없다고 밝힌 상황이다. 이사회는 “서 총장의 리더십으로는 더이상 학교를 이끌어 갈 수 없다”며 리더십 부재를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 총장 측은 “무분별하게 의혹을 부풀린 교수협과 여기에 정치적으로 편승한 일부 이사들의 책임”이라고 비판했다. 해임안 대신 계약해지안을 올린 데 대해 이사회 측은 “90일간(유예기간) 시간을 주고 명예를 존중해 주기 위해서”라는 입장이지만 서 총장 측은 “해임안을 내면 행정소송에서 패소할 것을 우려한 편법적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계약해지는 일방적으로 통보할 수 있지만 서 총장이 합리적인 이유를 제시하라고 요구했을 때 밝히지 못하면 잔여 임기(2년) 급여(72만 달러)와 정신적인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

2006년 취임한 KAIST 서남표 총장의 거취가 20일 최종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KAIST 이사회는 13일까지 자진 사퇴 여부를 알려 달라고 서 총장 측에 요청했다고 12일 밝혔다. 서 총장의 거취 문제를 공식 안건으로 다루기 위해 20일 소집되는 임시이사회에 앞서 서 총장의 분명한 의사를 확인하겠다는 의미다. 서 총장 측이 사퇴 요구를 일축하고 있어 그의 진퇴는 임시이사회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 관계자는 “‘개혁하는 총장을 내보내려 한다’거나 ‘교수와 학생들의 요구대로 한다’는 말이 있지만 KAIST 분열 사태가 지속돼서는 안 되며 지금 리더십으로는 서 총장이 학교를 더는 이끌어 나갈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사회가 해임안을 상정하면 가결될 개연성이 크다. 최근 임기 만료된 이사진의 교체로 전체 이사 16명 가운데 서 총장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이사가 12명가량으로 의결정족수(과반수 출석에 과반수 찬성)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이사회는 해임보다는 3개월의 정리 기간을 줄 수 있는 계약 해지를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수협의회는 18일 임시 총회를 열어 서 총장의 해임을 촉구할 계획이다. 경종민 교수협회장은 “거짓말과 독선, 사익 추구 등으로 신뢰를 상실한 서 총장은 이제 그만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 총장 측은 “특허 도용 사건처럼 교수협이 쏟아 놓은 의혹들이 하나같이 사실과 다르다”며 “교수협의 무분별한 의혹 제기와 음모에 대한 진실 규명 노력도 없이 ‘학교가 시끄러우니 무조건 리더가 책임지라’는 것은 무책임하고 명분 없는 조치”라고 반박했다. 특허 도용, 교수 채용 압력, 펀드 투자 실패 등 교수협이 제기한 의혹들 가운데 유일하게 수사기관이 개입해 조사한 특허 도용 사건은 오히려 의혹을 제기한 박모 교수가 조작한 것으로 경찰에서 결론난 상태다. 한 보직교수는 “서 총장이 요즘 한국생활에 자주 회의를 느끼고 주변 참모들 사이에서도 거취에 대한 이견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임이든 계약 해지든 이사회가 강제로 거취를 결정하면 정면 돌파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 총장 측 관계자는 “서 총장은 검찰로 넘어간 특허 도용 사건에 대한 결론이 나오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밝혀 왔다”며 “하지만 이사회가 강제로 거취를 결정하면 이에 맞서 소송에 나설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전승민 동아사이언스기자 enhanced@donga.com }
대전지역 도시철도(지하철) 무임승차 대상자에게 버스 환승이 가능한 무임교통카드가 발급된다. 대전시는 지하철 무임승차 대상자의 이용 편의를 높이기 위해 내년 상반기 이들에게 도시철도 무임교통카드를 발급할 계획이라고 12일 밝혔다. 발급대상은 국가유공자 6000명, 65세 이상 13만6000명, 장애인 7만1000명 등 시 전체인구의 14%에 해당하는 21만3000명이다. 지금까지 이들은 일회용 승차권을 지하철역에서 발권한 뒤 지하철을 이용해 왔다. 무임교통카드로는 지하철에서 버스로 환승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버스에서 지하철 환승도 가능하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