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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금융권은 ‘핀테크 열풍’으로 뜨거웠다. 은행마다 모바일플랫폼을 통해 우대금리 등 각종 혜택을 제공하고, 차별화된 비대면 서비스를 선보였다. 신용카드사들도 핀테크를 활용해 더 많은 혜택과 더 편한 서비스들을 내놨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저금리에 수익률과 안정성을 동시에 노린 상품들이 인기를 끌었다. 올 한 해 각 금융권에서 주목받은 ‘베스트 상품’들을 꼽아 봤다. 간편송금·포인트 통합, 은행권 모바일플랫폼 눈길 올해는 시중은행들이 모바일플랫폼을 통해 선보인 각종 간편 서비스들이 돋보였다. 신한은행의 ‘써니뱅크’에선 다른 보안인증 절차 없이 계좌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하루 최대 50만 원까지 송금할 수 있다. 써니뱅크의 ‘써니 스피드업 누구나 환전’은 ‘환율 알림’ ‘환전모바일금고’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IBK기업은행의 ‘아이원뱅크’의 ‘휙서비스’도 6자리의 비밀번호만 있으면 송금할 수 있다. 휴대전화로 받은 승인번호만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 입력하면 돈을 찾을 수 있다. 모바일플랫폼에서 가입하면 우대금리를 주는 전용상품도 많다. KB국민은행의 온라인 전용상품 ‘KB내맘대로적금’은 각종 우대금리를 적용받으면 1년 만기 최고 연 2.4%까지 이자를 받을 수 있다. 모바일플랫폼을 통해 금융그룹 내 다른 계열사의 상품을 한자리에 모은 상품도 눈길을 끌었다. NH농협은행의 ‘올원뱅크’에선 NH농협손해보험의 여행자보험에 가입하고, NH저축은행의 대출상담을 받을 수 있다. 금융그룹별 계열사 통합 멤버십 경쟁도 치열했다. 하나금융그룹이 지난해 10월 선보인 통합멤버십 ‘하나멤버스’는 1년 만에 700만 명이 가입했다. 하나멤버스는 1주년을 맞아 더치페이 기능 등이 추가된 ‘V2’로 업그레이드됐다. 올해 신한금융그룹(신한판클럽), 우리은행(위비멤버스), KB금융그룹(리브메이트)도 연이어 통합멤버십을 내놨다. ‘앱카드’로 결제하고, 보험으로 노후 생활자금까지 신용카드업계에서도 핀테크 서비스들이 돋보였다. KB국민카드는 여러 장의 카드를 한 장에 담아 모든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알파원카드’를 선보였다. 국민카드의 앱카드(K-모션)에 자신이 보유한 카드를 전부 등록하면 플라스틱 실물카드인 알파원 카드로 앱에 등록된 카드들의 혜택을 모두 이용할 수 있다. 신한카드는 간편결제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신한카드가 2013년 모바일 앱을 통해 앱카드 결제 서비스를 시작한 뒤 누적 결제 규모가 11조 원을 넘어섰다. 올해(1∼11월) 신한카드의 앱카드인 ‘신한판’으로 결제된 금액만 5조 원 이상이다. 보험에선 보장과 투자 효과를 동시에 누릴 수 있는 변액보험이 주목받았다. 한화생명의 ‘스마트플러스 변액통합종신보험’은 수익률에 상관없이 최저 해지환급금을 돌려주는 상품이다. 변액보험의 안정성을 보완해 4개월 만에 45억 원어치가 팔렸다. 삼성생명의 ‘생활자금 받는 변액종신보험’은 은퇴 이후 생활자금을 보장받을 수 있다. 생활자금 자동인출 기능을 통해 가입 시 설정한 은퇴 시점부터 최대 20년간 생활자금을 지급한다. AIA생명의 ‘꼭 필요한 건강보험’처럼 지병이 있거나 나이가 많은 사람들도 간단한 질문으로 가입할 수 있게 한 간편심사보험도 인기를 끌고 있다. 수익률 높이고, 안정성은 낮춘 투자상품 인기 금융투자업계에선 투자 수익률과 안정성이 조화를 이룬 상품들이 많았다. 삼성증권과 신한금융투자의 주가연계증권(ELS)은 다양한 장치로 투자 손실 가능성을 낮춰 투자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삼성증권의 ‘1스타(Star) ELS’는 기초자산을 1개로 단순화해 조기 상환 가능성을 높였다. 파생시장협의회가 올해의 최우수 파생상품으로 선정한 신한금융투자의 ‘리자드(Lizard) ELS’는 통상 3년인 ELS의 만기 시점을 1년으로 앞당길 수 있는 조건을 넣었다. NH투자증권의 개인자산종합관리계좌(ISA)인 ‘큐브(QV) ISA’도 안정적인 수익률을 확보하는 포트폴리오로 주목받았다. 새롭게 선보인 상품들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미래에셋대우의 ‘미래에셋 차이나심천100 인덱스 펀드’는 올 12월 선강퉁(선전과 홍콩 증시 교차 거래)이 개시된 뒤 중국 선전 증시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삼성자산운용이 내놓은 재간접펀드 ‘삼성 타깃데이트 펀드(TDF)’는 생애주기에 맞춰 투자금을 자동 배분하는 새로운 기법을 선보였다. 주애진 jaj@donga.com·이건혁 기자}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그리고 한국의 새 대통령.’ 2017년 한국 증시의 운명은 이 3명의 입에 달려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주식시장이 이들의 발언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출렁거리는 불규칙한 장세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21일 동아일보의 설문에 응한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6명은 내년 국내 증시의 최대 변수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공통적으로 꼽았다. 이어 글로벌 정치 환경 변화,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파장과 국내 대선 등이 중요 변수로 거론됐다.○ 내년 코스피 전망 1,800∼2,350 리서치센터장들은 내년 코스피가 1,800∼2,350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 증시는 올해 저유가 쇼크부터 기업 구조조정, 최순실 게이트 등 최악의 상황을 견디면서도 1,800 선을 지켰다. 이 점을 고려하면 내년 증시 최저점도 올해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는 게 리서치센터장들의 전망이다. 올해 한 번도 뚫지 못했던 2,100 선 돌파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최고점인 2,350 선을 제시한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기업의 지배구조 개편으로 주가수익비율(PER)이 높아지면 코스피가 2,350 선까지 밀고 올라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년 성장률이 2%대 초반에 그쳐 2,100 선을 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리서치센터장들은 내년 원-달러 환율이 1050∼1300원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환율이 1090∼1241원 사이를 오갔던 것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 취임 초기 보호무역 정책이 가시화하면서 일시적으로 달러화가 약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 하지만 하반기 미국의 경기 회복에 따라 ‘강(强)달러’ 현상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관건 전문가들은 내년도 증시의 가장 큰 변수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꼽았다. 연준은 14일(현지 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0.50∼0.75%로 올렸다. 이어 내년에 3차례의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신동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비둘기파 성향인 FOMC가 내년에는 중립적인 성향으로 바뀔 가능성이 커 금리 인상 속도가 가팔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글로벌 정치 환경도 주요 변수로 거론됐다. 유럽연합(EU)의 좌장 역할을 하는 독일의 총선이 내년 9월로 예정돼 있고, 프랑스도 4월에 대선을 치른다. 전문가들은 이 국가들에서 극우 성향의 정당이 집권하면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득세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국 대선 이후 들어설 새 정부의 정책에 따라 산업 정책과 세금 등의 향방이 바뀔 가능성도 주요 변수로 지목됐다.○ 은행과 정보통신업 주목 리서치센터장들은 한목소리로 미국 기준금리 인상의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은행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재중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저금리 시대가 저물고 금리가 올라가는 시점에 순이자마진(NIM) 상승으로 은행주가 단기 강세를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높은 성장세를 보인 정보기술(IT) 종목에 대한 추천도 많았다. 소비재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등 미국 중소형주 펀드를 눈여겨봐야 한다는 전망도 많았다. 트럼프 당선인의 경기부양책에 따라 미국 내수기업이 수혜를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채권 중에서는 물가연동채권이나 브라질채권이 유망 상품으로 꼽혔다. 물가연동채권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연동돼 수익률이 올라간다. 내년 재정지출 확대를 약속한 트럼프노믹스가 본격화하면 물가 상승폭이 커지는 ‘리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 대선 이후 브라질의 채권 금리와 환율 변동성은 다른 신흥국에 비해 안정적인 수준”이라고 설명했다.황성호 hsh0330@donga.com·한정연·이건혁 기자}

선강퉁(선전과 홍콩 증시 교차 거래)이 이달 5일 시행되면서 외국인 투자자에게 처음으로 선전 증시 상장 종목 매매가 허용됐다. 선전 증시는 중국 상하이 증시보다 상장 기업의 시가총액은 작다. 하지만 상장 기업이 더 많고 중소형주 비중이 높다. 중국 정부가 집중 육성하는 신성장 산업 관련 회사가 많아 중국 경제의 성장성에 주목하는 투자자들이 선전 증시에 주목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가 판매 중인 ‘미래에셋 차이나심천100 인덱스 펀드’는 선전 증시에만 집중해 투자하는 펀드다. 다른 중국 본토 펀드는 상하이와 선전 증시에 동시에 투자하지만, 이 펀드는 선전 증시에만 투자하는 국내 최초 상품이다. 이 펀드는 인덱스 펀드로 선전 증시 시총 상위 100종목으로 구성된 ‘선전100지수’ 수익률을 추종하고 있다. 인덱스 펀드는 일반적인 주식형 펀드보다 성과 예측이 쉽다. 특히 선전 증시처럼 변동성이 높은 시장에서는 지수를 활용한 투자의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지수에 투자하기 때문에 운용보수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연 0.5%인 것도 장점이다. 선전100지수에 편입된 대표 종목으로는 부동산 회사 ‘차이나 반케(万科)’, 주류회사 ‘우량예(五粮液)’, ‘핑안(平安)은행’ 등이 꼽힌다. 선전100지수 종목에 펀드 자산총액의 60% 이상 투자한다. 투자 효율성을 위해 상하이증시의 선전100지수 상장지수펀드(ETF)도 자산의 30% 미만을 투자한다. 해외주식 투자전용펀드에 해당하기 때문에 10년을 보유하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김경식 미래에셋대우 상품개발실 팀장은 “선전100지수는 업종별 분산이 잘 되어 있고, 신성장 산업에 속하는 기업이 많아 해외주식 비과세펀드를 활용한 장기 투자에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미래에셋대우는 8월 29일부터 선강퉁 개장에 대비해 거래량 상위 500종목의 지연시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중국 현지 자문사와 제휴해 투자 유망 종목도 추천하고 있다.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신한금융투자의 ‘리자드(Lizard·도마뱀)형 주가연계증권(ELS)’은 15일 파생시장협의회가 선정한 ‘올해의 최우수 파생금융상품’으로 선정됐다. 은행 예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목표로 조기 상환 조건 등을 강화해 기존 ELS의 단점을 보완했기 때문이었다. 올해 초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H지수)의 폭락으로 ELS의 대규모 손실 우려가 제기됐다. ELS의 기초 자산으로 H지수가 많이 쓰였기 때문이다. 이후 H지수가 회복세를 보이며 36개월 만기 때 손실을 일으킬 가능성은 수그러들었다. 하지만 기초자산 가격이 최초 기준가의 90∼95% 이상이어야 받을 수 있는 중도 상환은 어려워졌다. 중도 상환이 빠르다는 특징 때문에 ‘국민 재테크 상품’ 반열에 올랐던 ELS의 매력이 뚝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리자드형 ELS는 이 점에 착안해 개발된 상품이다. 중도 상환 가능성을 크게 끌어올린 상품 구조로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위기 때 꼬리를 자르고 탈출하는 도마뱀과 같은 전략을 구사한다고 해서 이름도 리자드형이라고 붙였다. 이 상품은 다른 ELS와 마찬가지로 6개월 단위로 중간평가를 해 기초자산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 투자자에게 원금과 함께 수익을 돌려준다. 가입 후 1년이 됐을 때 조기상환 조건이 충족되지 않아도, 기초자산의 기준가격이 일정 수준(리자드 배리어)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으면 원금과 낮은 수준의 수익을 준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수익은 약간 낮지만 빠른 자금 회수를 할 수 있어 투자자들의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리자드 배리어를 1년에 2번 제공하는 ‘슈퍼 리자드 ELS’를 새로 내놨다. 또한 기초자산이 일정 수준 이상일 때 매달 수익을 제공하는 월지급식 구조와 결합한 ‘월지급식 리자드 ELS’, 원금손실(녹인·Knock-In)이 없는 리자드 ELS 등 다양한 방식의 상품을 선보였다. 올해 5월 판매를 시작한 뒤 이달 15일까지 8000억 원이 넘는 자금이 모였다. 최영식 신한금융투자 OTC부장은 “조기 상환을 통해 손실 가능성을 낮출 수 있는 리자드 ELS는 변동성이 높은 현재 시장에 잘 맞는다”고 말했다.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삼성증권이 35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 4조 원대의 증권사로 도약한다. 계획대로 유상증자에 성공하면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에 이어 업계 3위 증권사로 몸집을 불리게 된다. 삼성증권은 20일 증시 마감 후 3544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유상증자는 우리사주조합 및 주주에게 우선 배정한 뒤 실권주가 발생하면 일반에 공모하는 실권주 일반 공모 방식으로 진행된다. 신주 1286만4800주를 발행하며, 발행 예정 가격은 2만7550원이다. 모든 절차가 마무리되면 내년 3월 27일 신주가 상장된다. 삼성증권이 유상증자에 나선 것은 몸집을 불려 사업 영역을 확대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이 내놓은 ‘초대형 투자은행(IB)’ 기준에 따르면 자기자본 4조 원을 넘는 증권사는 어음 발행으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해 기업에 대출하는 업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은 최근 자사주 10.94%를 삼성생명에 2900억 원에 넘기며 자기자본을 약 3조7658억 원으로 끌어올렸다. 유상증자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자기자본이 약 4조1200억 원까지 늘어나 단숨에 업계 3위로 치고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4조 클럽’에는 합병을 앞둔 미래에셋대우(6조7000억 원)와 NH투자증권(4조5000억 원), 지난달 28일 유상증자를 한 한국투자증권(4조200억 원)이 있다. 합병 KB증권(3조8000억 원)도 가입을 앞두고 있다.이건혁 gun@donga.com·황성호 기자}

ING생명을 보유한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는 내년 2분기(4∼6월) ING생명의 매각과 증시 상장을 동시에 추진하기로 최근 전략을 바꿨다. 매각이 여의치 않자 상장 카드까지 꺼낸 것이다. 통상 기업공개(IPO)는 매각에 비해 투자금 회수가 더딘 편이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MBK가 ING생명을 인수한 지 3년이 넘었으니 자금 회수를 서둘러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MBK는 보유하고 있는 코웨이 매각을 올해 초 추진하다가 현재 잠정 중단한 상태다. 공격적으로 기업을 사들이던 국내 경영참여형 PEF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보유 기업의 매각 작업이 난항을 겪으며 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 금융시장 환경이 급변하면서 PEF의 주무대인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 찬바람만 감돌고 있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M&A 시장에서 PEF가 보유한 기업의 ‘바이아웃’(기업 인수 후 매각) 거래의 대부분이 실패했다. M&A 시장에서 대어급으로 꼽히던 로젠택배, 할리스커피 등도 매각 작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올해 9월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가 보유한 로젠택배는 영국계 PEF 운용사 CVC캐피털파트너스에 매각을 앞두고 있었으나 본계약 단계에서 이견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이 무산될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토종 PEF인 IMM PE는 최근 중국과 대만계 자본에 보유 중인 할리스커피에 대한 인수 의향을 타진했으나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전해졌다. PEF는 지난해 국내 M&A 시장을 주도했다.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7월 홈플러스 인수전에서 7조6800억 원을 동원해 경영권을 확보했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한 기관투자자들은 앞 다퉈 PEF에 돈을 넣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국내 PEF의 투자 약정액이 처음으로 60조 원을 돌파하는 등 PEF의 몸집은 지속적으로 불어났다. 하지만 올해 들어 바이아웃이 지지부진해지자 PEF 투자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PEF는 연기금 등으로부터 자금을 끌어 모아 저평가된 기업을 인수한 뒤 구조조정 등을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이고 수익을 챙긴다. 바이아웃이 어려워지면 PEF의 ‘성공 방정식’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PEF로부터 기업을 매입할 후보군인 대기업들은 글로벌 경기 불황과 실적 악화로 몸을 사리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의 자금 사정이 넉넉지 않다 보니 M&A에 관심이 없다. 관심을 보여도 인수 가격을 지나치게 낮게 제시한다”고 전했다.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기업 사냥에 나섰던 중국 자본은 최근 중국 정부의 자금 유출 규제로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금호타이어 매각에서도 중국 회사들이 예상 밖의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PEF에서 PEF로의 매각도 쉽지 않다. 미국 금리 인상으로 저금리 시대가 사실상 막을 내리자 싼값에 인수금융을 제공했던 은행과 증권사들이 위험 관리로 선회하고 있다. 자금 조달 비용을 높이거나 대출을 자제하고 있다. 국내 연기금 관계자는 “금리가 높아지면 예금으로도 충분한 수익률을 올릴 수 있어 굳이 위험한 PEF에 돈을 빌려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국내 PEF들이 인수한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실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익률에 대한 욕심을 줄여야 바이아웃이 원활해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최근 4200억 원에 동원산업에 팔린 동부익스프레스의 경우 대주주였던 KTB PE와 큐캐피털 등 PEF 운용사가 유연하게 가격 협상에 나서 매각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IB업계 관계자는 “PEF가 투자와 매각, 재투자의 선순환을 만들기 위해서는 바이아웃 성공률을 지금보다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미국이 1년 만에 다시 기준금리 인상에 시동을 걸자 강(强)달러 추세가 강화되면서 선진국과 신흥국 증시의 희비가 엇갈렸다. ‘슈퍼 달러’의 등장으로 신흥국들은 통화가치 방어에 비상이 걸렸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알려진 15일(현지 시간) 유럽 선진국 증시는 대부분 강세를 보였다. 유럽 대표 지수인 유로스톡스50 지수는 전날보다 1.18% 올랐고, 독일(1.08%) 프랑스(1.05%) 영국(0.72%)도 상승세를 보였다. 기준금리 인상 발표 직후 하락했던 미국 증시도 반등에 성공했다.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전날보다 0.30% 오르며 20,000 선에 바짝 다가섰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각각 0.39%, 0.37% 올랐다. 반면 신흥국 증시는 대부분 약세를 보였다. 아시아 신흥국 중 가장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말레이시아는 0.38% 떨어졌다. 남아프리카공화국(―2.01%), 멕시코(―0.76%) 등도 하락했다. 미국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남아공과 멕시코를 비롯해 인도네시아, 콜롬비아, 터키를 자금 유출 가능성이 높은 ‘5대 취약국’으로 지목했다.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5일 1.38% 오른 103.16까지 치솟으며 14년 만에 최고 수준을 보였다. 이날도 장중 103.56까지 오르는 등 상승세를 이어 가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도 달러 강세의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이 전날보다 5.4원 오른(원화 가치는 하락) 달러당 1183.9원으로 마감했다. 이처럼 금리 인상으로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신흥국 통화가치 하락으로 자금이 빠져나갈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신흥국들은 잇따라 자국 통화가치 방어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날 멕시코 중앙은행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응하고 화폐 가치 방어를 위해 기준금리를 시장 예상보다 높은 0.50%포인트 올린다고 발표했다. 김권식 국제금융센터 신흥국팀장은 “신흥국이 자금 이탈에 대응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라고 분석했다.이건혁 기자 gun@donga.com}
국내 3위 규모 종합물류회사 동부익스프레스가 동원산업에 공식 매각됐다. 16일 동부익스프레스의 대주주인 KTB PE와 큐캐피탈파트너스 등 사모펀드(PEF) 운용사는 동원산업에 4250억 원에 지분 100%를 넘기는 주식양수도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매각 작업은 내년 2월 마무리된다. 동부익스프레스는 2014년 동부그룹으로부터 PEF에 3100억 원에 매각됐으며, 2년 7개월만에 새 주인을 찾게 됐다.이건혁 기자 gun@donga.com}
미국이 1년 만에 다시 기준금리 인상에 시동을 걸자 강(强)달러 추세가 강화되면서 선진국과 신흥국 증시의 희비가 엇갈렸다. '슈퍼 달러'의 등장으로 신흥국들은 통화가치 방어에 비상이 걸렸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알려진 15일(현지 시간) 유럽 선진국 증시는 대부분 강세를 보였다. 유럽 대표 지수인 유로스톡스50 지수는 전날보다 1.18% 올랐고, 독일(1.08%) 프랑스(1.05%) 영국(0.72%)도 상승세를 보였다. 기준금리 인상 발표 직후 하락했던 미국 증시도 반등에 성공했다.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전날보다 0.30% 오르며 2만 선에 바짝 다가섰고,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각각 0.39%, 0.37% 올랐다. 반면 신흥국 증시는 대부분 약세를 보였다. 아시아 신흥국 중 가장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말레이시아는 0.38% 떨어졌다. 남아프리카공화국(-2.01%), 멕시코(-0.76%) 등도 하락했다. 미국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남아공과 멕시코를 비롯해 인도네시아, 콜롬비아, 터키를 자금유출 가능성이 높은 '5대 취약국'으로 지목했다.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5일 1.38% 오른 103.16까지 치솟으며 14년 만에 최고 수준을 보였다. 이날도 장중 103.56까지 오르는 등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도 달러 강세의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이 전날보다 5.4원 오른(원화 가치는 하락) 달러 당 1183.9원으로 마감했다. 이처럼 금리 인상으로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신흥국 통화가치 하락으로 자금이 빠져나갈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신흥국들은 잇따라 자국 통화가치 방어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날 멕시코 중앙은행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응하고 화폐가치 방어를 위해 기준금리를 시장 예상보다 높은 0.50%포인트 올린다고 발표했다. 김권식 국제금융센터 신흥국팀장은 "신흥국이 자금이탈에 대응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이건혁 기자 gun@donga.com}
미국이 1년 만에 기준금리 인상에 시동을 걸자 국내외 금융시장이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금리 인상은 예견된 일이었지만 추가 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빠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환율과 채권금리가 요동쳤다. 1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8.8원 오른(원화 가치 하락) 1178.5원에 마감했다. 장 초반 달러당 1180원을 돌파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으나 이후 오름세가 진정됐다. 국내 채권시장에서 3거래일 연속 하락했던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이날 0.053%포인트 오른 1.697%로 마감했다(채권 가격 하락). 국고채 1년물이 0.029%포인트, 10년물이 0.065%포인트 오르는 등 국고채 금리가 대부분 올랐다. 이날 서울 주식시장에서 코스피는 등락을 반복한 끝에 0.01%(0.22포인트) 내린 2,036.65로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증시의 반응은 엇갈렸다. 이날 20,000 선 목전까지 갔던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내년 금리인상 3회’ 예고에 하락 반전하며 전날보다 0.6% 떨어진 19,792.53에 마감했다. 중국 대만을 비롯한 아시아 신흥국 증시 대부분도 내림세를 보였다. 반면 일본 증시는 엔화 약세 가능성이 부각되며 0.1% 올랐다. 엔-달러 환율은 약 10개월 만에 달러당 117엔 선으로 뛰어올랐다. 정부는 금융시장 불안에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차 국정현안 관계장관회의’에서 “필요하면 적극적인 시장 안정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도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최고 수준의 긴장감과 경계감을 유지하자”고 당부했다. 금융당국은 유동적이던 KDB산업은행을 통한 회사채 인수 지원프로그램 가동 시기를 내년 2월로 확정하고, 10조 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도 필요할 때 즉각 동원하기로 했다.이건혁 gun@donga.com / 세종=손영일 기자}

자산 규모 545조 원으로 국내 최대이자 세계 4대 연기금인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지난해 7월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한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의혹이 국내에서 제기됐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측은 “정당한 결정”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와 연결되면서 청와대 개입설로 번졌다. 이번 사태에서 보듯이 ‘큰손’ 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는 주주총회 안건을 넘어 기업, 주식시장, 심지어 국가를 출렁이게 만들 수 있다. 특히 국민의 노후 자산을 굴리는 국민연금이 국익과 투자 수익의 관점에서 독립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믿음을 주지 못하면 의사결정을 둘러싼 의혹과 논란은 언제든 재연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한국거래소 산하 한국기업지배구조원(CSG)이 16일 내놓을 ‘한국판 스튜어드십 코드’ 초안이 주목을 받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가가 경영 전략과 성과, 위험 관리, 지배구조 등과 관련된 사항에 의결권을 행사할 때 참고하는 자율 지침을 의미한다. 2010년 영국에서 도입됐다. 전문가들은 이 지침을 통해 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가 한층 투명해지고 예측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연기금과 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도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정윤모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특정 경영진에만 유리한 사안에는 반대하고, 전체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기업 경영에 대한 전문 지식이 부족한 기관투자가들이 의결권을 제대로 행사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있다. 의결권을 무기로 기업 경영에 부담이 되는 단기 주가 상승이나 무리한 배당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판 스튜어드십 코드에는 “재무구조, 경영 전략 등을 주기적으로 점검하라”라는 지침이 있다. 하지만 5% 이상 지분 보유 상장사만 290개에 달하는 국민연금이 현재 인력으로 이를 충실히 따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관련 인력은 30여 명에 불과하고, 이들을 모두 관련 전문가로 볼 수도 없기 때문이다. 국내 자산운용사 관계자도 “인프라가 부족해 의결권 강화 요구를 따르기 버겁다”라고 말한다. 이런 상황에선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 국내의 CSG 같은 외부 기관에 대한 의존도만 커질 것이다. 이들의 권고를 따랐다는 식으로 책임을 회피할 수도 있다. 문제는 의결권 자문사들이 주주도 아니고 국익도 고려하지 않을뿐더러 권고에 대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내 연기금 고위 관계자는 “한국에 사무실도 없는 ISS가 한국 기업의 주주총회 안건에 대해 권고하는 건 난센스인데도 달리 방법이 없다”라고 털어놨다.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제대로 쓰려면 이를 감시하고 평가하는 시스템과 전문 인력부터 갖춰야 한다. 그런 준비도 없이 의결권 행사만 강요하면 의혹만 난무하고 기업 경영에 외부 세력이 개입할 빌미만 줄 뿐이다. ‘연금 사회주의’에 대한 역풍도 커질 것이다. 어설픈 의결권 행사는 안하느니만 못하다. 이건혁 경제부 기자 gun@donga.com}
미국 금리 인상을 시작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경쟁적으로 돈을 풀던 세계 주요국이 잇따라 ‘돈줄 죄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유럽중앙은행(ECB)은 8일 통화정책회의에서 내년 4월부터 월별 자산 매입 규모를 800억 유로(약 99조2000억 원)에서 600억 유로로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을 검토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시장에선 사실상 돈줄 죄기 신호탄이란 해석이 나왔다. 영국은 당장은 어렵겠지만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여파가 예상보다 크지 않고 물가가 올라 금리 인상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최근 대립각을 세운 중국의 런민은행도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본다. 중국에서는 위안화 가치가 급락해 자본 유출이 심해져 외환보유액이 11월 말 현재 3조520억 달러(약 3570조8400억 원)로 5년 8개월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왕타오(汪濤) UBS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성장률 목표치를 달성할 것으로 본다. 정부는 부동산 거품을 제어하기 위해 통화정책을 긴축적으로 쓸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은 기준금리를 내리거나 돈을 찍어내는 양적완화 정책을 밀어붙였다. 기준금리를 내려 자국 통화가치를 낮추면 외국으로 수출하는 물품 값이 떨어져 통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내 시장에 돈이 풀리면 얼어붙은 시장이 활력을 찾을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당시 선진국의 돈 풀기 경쟁이 지나쳐 2010년 주요 20개국(G20) 정상이 모여 “돈 풀기를 자제하자”며 환율전쟁 중재안을 마련할 정도였다. 이제 미국이 금리 인상을 본격화하며 초저금리 시대는 변환기를 맞았다. 주요국은 줄줄이 금리를 올리거나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줄일 것으로 전망된다. 달러화 가치가 계속 오르면 상대적으로 다른 국가 통화가치는 지나치게 낮아져 투자자들이 빠져나가고 불안심리가 확산된다. 대규모 외채를 짊어진 신흥국은 빚 부담에 허덕일 수밖에 없다. 15일 국제금융센터와 국제결제은행(BIS)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신흥국 외채는 약 6조9000억 달러(약 8073조 원)로 이 가운데 70%가 달러표시 채권이다. 달러값이 오르면 그만큼 빚 상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신흥국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하면 경제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염려한다. 자국 화폐가치가 최근 한 달간 10% 넘게 폭락한 터키를 비롯해 폴란드,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가장 먼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08년 이후 외화표시 채권 발행을 큰 폭으로 늘린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도 강(强)달러 위험에 노출된 국가로 분류된다.조은아 achim@donga.com·이건혁 기자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미국 기준금리 결정이 하루 앞(한국 시간 15일 새벽)으로 다가오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이 1년 만에 금리를 다시 올릴 것으로 기대한 글로벌 자금이 미국으로 돌아가는 ‘빅 유턴(Big U-turn)’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증시는 연일 사상 최고가 기록을 쓰며 20,000 선에 육박했다. 하지만 신흥국 시장은 미국 금리 인상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몰라 신중한 모습이다. 미국이 ‘금리 속등(續騰)’을 예고하고 각국 중앙은행이 돈줄 잠그기에 동참할 경우 세계 금융시장에 미칠 충격이 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9.58포인트(0.27%) 오른 19,796.43에 거래를 마쳤다. 5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함께 상승 랠리를 이어가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0.11%, 0.59% 하락하며 숨고르기를 했다. 미국 증시의 강세는 지난해 12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보인 움직임과 대조적이다. 지난해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주식시장은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금리 인상으로 유동성이 감소하고, 주식 등 자산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는 투자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약 1년 만에 연준의 금리 인상이 목전에 왔지만 시장의 분위기는 다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시장에서는 13, 14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을 95%로 추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 증시에서 금리 인상 우려나 자금 이탈 움직임은 거의 없다. 전문가들은 미국 증시의 강세 원인을 채권시장의 약세에서 찾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내세운 경기 부양책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유발하고, 추가 금리 인상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채권 금리가 상승(채권 수익률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많아져 채권에서 주식으로 ‘머니 무브(자금 대이동)’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12일 10년물 미국 국채 금리는 약 2년 만에 처음으로 2.5%를 넘어 2.508%까지 치솟았다. 금리 인상에 따른 강(强)달러 전망에 신흥국으로 흘러나온 글로벌 자금이 선진국으로 되돌아가는 모습도 보인다. 다만 지난해 배럴당 30달러 선에 머물며 하락세를 보이던 국제유가가 올해 상승세를 타면서 신흥국 증시에 주는 충격을 완화하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통화가치 하락과 외국인 자금 유출이 우려되지만, 유가 상승 덕분에 신흥국 경제가 회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2.6% 오른 배럴당 52.83달러로 마감해 지난해 7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전문가들은 이번 금리 인상이 글로벌 시장의 ‘연쇄 돈줄 조이기’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6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충격에서 벗어난 영국이 조만간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박형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유럽중앙은행(ECB)은 자산 매입 규모를 축소했고, 일본은 추가 통화 완화에 소극적”이라며 통화 완화 정책이 막바지에 다다랐다고 지적했다. 여기에다 FOMC에서 내년 금리 인상 속도를 시장의 예상보다 빠르게 제시할 경우 채권시장과 신흥국을 중심으로 자금 이탈이 가속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자본주의는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 신뢰하지 못하면 대중은 합리적인 경제적 위험조차 기피하기 마련이다. ―‘자본주의를 구하라’(로버트 라이시·김영사·2016년) 2016년 주식시장을 뜨겁게 달군 키워드 중 하나는 공매도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상한 투자자가 없는 주식을 빌려 팔고, 값이 떨어진 주식을 사 되갚는 투자 기법이다. 올해 10월 한미약품의 늑장 공시 때 일부 투자자가 공시 전 미리 공매도 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논란이 됐다. 이어 지난달에도 대우건설의 3분기(7∼9월) 실적 검토보고서를 회계법인이 ‘의견 거절’한 사실이 공시되기 직전 대규모 공매도 거래가 이뤄지면서 공매도는 또다시 구설에 올랐다. 이 같은 공매도에 개인 투자자들은 분노했다. 기관이나 외국인투자가는 공매도를 이용해 위험은 회피하면서 돈을 벌었지만 공매도를 이용하기에 한계가 있는 개인들은 피해를 뒤집어쓸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개인 투자자에게만 손해를 강요하는 공매도를 아예 없애라”는 항의성 댓글이 공매도 관련 기사마다 줄줄이 따라붙는 이유다. 전문가들이 공매도의 순기능을 강조해도 소용이 없었다. 금융당국이 공매도로 주가가 급락한 종목에 대해선 공매도를 하루 금지하는 등 ‘공매도 및 공시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놨지만 투자자들의 불만을 잠재우기엔 한계가 있었다. 개인 투자자들의 이 같은 반응에는 공매도가 개인 투자자에게 불리한 투자 방식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기관이나 외국인이 개인 투자자보다 내부의 미공개 정보에 접근하기 쉽다는 점도 공매도를 불신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공매도를 둘러싼 논쟁은 어쩌면 신뢰가 무너진 현재 한국 사회의 단면일 수도 있다. 저자는 책에서 ‘(자본주의의 신뢰가 무너지면) 자잘하게 속이는 행위는 당연히 눈감거나 시장을 불쾌한 냉소주의로 뒤덮이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를 바로잡기 위해 현재 소수에게 유리한 자본시장 제도들을 다수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매도 관련 논쟁이 계속되고 있는 이때에 공매도라는 투자 제도가 특정 세력에 유리하게 설계된 것은 아닌지 꼼꼼히 되짚어 봐야 할 시점이다.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중국 선전 증시에 외국인의 직접투자를 허용하는 ‘선강퉁(선전과 홍콩 주식 교차 거래)’ 개장 이후 일주일간 국내 투자자들의 거래액이 약 300억 원에 그친 것으로 추산됐다. 2014년 개장한 ‘후강퉁(상하이와 홍콩 주식 교차 거래)’의 일주일 거래액보다 100억 원 정도 적다. 중국 증시의 하락과 국내 정치 불안이 겹쳐 투자 규모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선강퉁 개장 첫날인 5일 국내 투자자들의 매매대금은 106억 원으로 조사됐다. 이후 일일 매매대금은 감소 추세를 보였다. 금융투자협회가 공식 집계한 5∼8일 국내 투자자의 선강퉁 매매 거래금액(17개 국내 증권사 집계)은 268억 원이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공식 집계가 나오지 않은 9일 거래 실적은 25억 원 정도로 추정된다. 일주일간 293억 원 정도가 거래된 것이다. 2014년 11월 17일 개장한 후강퉁 시행 후 일주일간 한국 투자자들의 거래 금액은 약 400억 원이었다. 선강퉁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은 상승이 기대됐던 중국 증시가 약세를 보인 영향이 컸다. 선강퉁 개장 이후 일주일간 선전종합지수는 1.12%, 중소 벤처기업으로 구성된 촹예반(創業板·차이넥스트)은 2.07% 각각 떨어졌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같은 기간 0.33% 하락했다. 여기에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표결 등 국내 정치 불안에 주식 등 위험자산 투자심리도 전반적으로 위축됐다. 글로벌 투자자들도 선강퉁 투자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래에셋대우에 따르면 선강퉁 개장 첫날 외국인은 하루 매수 한도(130억 위안)의 21%를 채웠다. 이후 20%를 넘지 못했다. 후강퉁 시행 첫날 외국인 매수 한도 전액이 소진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최홍매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선강퉁은 벤처와 성장주 위주의 구성, 높은 변동성과 고평가 논란 등 외국인 투자자 유입을 제한하는 요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상하이 증시보다 규모가 작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쁜 성적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선강퉁 투자자들은 일부 인기 종목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모이고 있다. 국내 선강퉁 거래 50%를 점유한 삼성증권에서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 투자자들은 인테리어 업체 ‘진탕랑(金螳螂)’, ‘메이디그룹’, 주류회사 ‘우량예(五粮液)’ 등을 주로 거래했다.이건혁 기자 gun@donga.com}

“민간 전문가와 정부, 정치권이 모두 참여하는 비상경제 대책기구를 만들어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 정부가 경제를 살리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담긴 메시지를 시장 주체들에게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9일 전직 고위 관료들과 경제 전문가들은 정부 경제팀의 흔들림 없는 자세를 주문했다. 일관된 메시지를 보내 해외 투자자와 경제 주체들의 심리를 안정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경제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을 1997년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위기로 인식하고 위기 대응 체계를 가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과거에 비해 정부가 시장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기 어렵고 정국 혼란에 따른 변수가 큰 점을 감안해 ‘민(民)-정(政)-관(官)’이 힘을 모을 수 있는 한시적 위기 대응 협의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전 경제부총리 등 위기 극복 경험이 풍부한 경제 원로들은 경제 주체들의 심리를 안정시키기 위해 무엇보다 ‘경제 컨트롤타워’를 확실히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임종룡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어정쩡하게 경제팀에 함께 있는 상황을 하루빨리 정리해 ‘경제 사령탑’을 둘러싼 불확실성부터 제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경제 컨트롤타워를 바로 세우는 게 시급한 만큼 여야 합의로 이 문제부터 빨리 풀어야 한다”고 밝혔다. 유 부총리가 자리를 지키든 임 후보자가 새로 들어서든 결론을 내고 힘을 확실하게 실어줘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강 전 장관은 “대통령 권한대행이 ‘바꿀 사람 있으면 교체하라’고 경제부총리에게 권한을 줘야 한다. 리더십을 확고히 해 경제 각료회의를 중심으로 현재의 난국을 돌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 컨트롤타워가 중심이 돼 민간과 정치권이 참여하는 민관 협의체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전 산업자원부 장관)은 “부총리, 경제부처 장관, 민간 전문가, 여야 정치권이 모두 참여하는 비상경제 대책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대책기구를 통해 국가 경제의 비상시국이라는 것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경제 우선(이코노미 퍼스트)’ 정책을 확실하게 각인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위기를 헤쳐 갈 경제팀을 중심으로 해외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불식시키기 위해 단호하고 일관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는 데에도 이견이 없었다. 탄핵 정국과 상관없이 시장경제 체제를 바탕으로 한 정부의 거시경제 정책에 흔들림이 없다는 점을 명확하게 알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윤대희 가천대 석좌교수(전 국무조정실장)는 “정부는 1979년 10·26사태 당시에도 외국 투자자들과 소통하고 불안을 잠재웠던 경험이 있다”며 “정부가 명확한 메시지를 신속하게 전달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재완 전 기재부 장관도 “탄핵심판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정부 정책기조가 일관되게 유지된다는 걸 확실하게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3년 연속 2%대 저성장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경제팀이 당장 이달 발표할 경제정책방향에서 경제 살리기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담은 시그널을 보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내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어떻게 재정 투입을 늘리고 소비를 진작시킬지, 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자 부담을 어떻게 최소화할지 등의 구체적인 대책을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전 지식경제부 장관)은 “소비를 늘리기 위해 개별소비세를 인하한다든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청탁금지법)에 대해 예외 범위를 한시적으로 넓히는 등의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이 한국에 주문하고 있는 적극적인 재정·통화정책의 중요성도 거론됐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40.1%(올해 말 기준)로 주요 선진국보다 재정 건전성이 튼튼하기 때문에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을 위한 여력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한국 경제의 가장 시급한 과제인 구조조정을 위해서도 충분한 재원이 필요하다. (권한대행 체제라고 해도) 2월 임시국회를 열어 추경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문제는 위기 대응 체계를 가동하고 정책을 추진할 관료의 사기가 땅에 떨어졌다는 점이다. 전직 경제수석과 현직 기재부 차관이 최순실 사태에 연루돼 기소되거나 검찰 수사를 받았다. 면세점 관련 정책으로 검찰 압수수색까지 당한 기재부는 내년도 예산안 및 세법개정안 처리에만 전념하며 바짝 엎드린 ‘로 키(low key·조심스러운 태도)’ 행보로 일관하고 있다. 정덕구 이사장은 “관료들이 심기일전해 정치 실패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고 말했다.세종=이상훈 january@donga.com·박민우 /이건혁 기자}
이슬람 투자자들의 금 투자를 막아왔던 ‘이슬람 율법(샤리아)’의 족쇄가 풀렸다. 달러 강세에 짓눌려 약세를 보이던 국제 금값이 이슬람 머니를 타고 상승세로 돌아설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7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전 세계 이슬람 금융업계의 표준을 정하는 ‘이슬람금융권 회계검사기구(AAOIFI)’는 금에 투자하고 거래할 수 있는 특별 규정을 공식 발표했다. 이번 조치로 1조8800억 달러(약 2199조 원) 규모로 추정되는 이슬람 금융기관의 투자 자금 중 일부가 금 시장으로 들어올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슬람 자금의 금 투자가 가능해지면 최근 달러 강세로 하락세를 보이던 국제 금값이 다시 상승할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뒤 위험자산인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몰려 금값은 꾸준히 하락세를 보여 왔다. 미국 뉴욕 상품거래소(NYMEX)에서 금 선물 가격은 5일(현지 시간) 8.1% 하락하며 10개월 만에 최저 수준인 온스당 1158달러로 거래를 마쳤다.이건혁 기자 gun@donga.com}

미국에서 열린 삼성전자와 애플 간 디자인 특허 배상금 관련 상고심에서 삼성전자가 승리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6일(현지 시간) 대법관 8명 전원 일치로 이같이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120여 년 만에 대법원까지 올라간 디자인 특허 관련 판결이어서 화제가 됐다. 미국 대법원이 상고 허가 신청을 받아들이는 비율은 전체 연간 신청 건수의 1%에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판결 내용이 전해지면서 삼성전자 주가는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다. 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1.37% 오른 177만2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달 1일 종가 기준 최고가였던 174만9000원을 갈아 치웠다. 이날 장중 사상 최고가인 177만4000원까지 오르는 등 내내 강세를 보였다. 주가 상승으로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249조2838억 원으로 250조 원에 육박하게 됐다.○ 최종 배상금 줄어들 수도 이번 상고심의 쟁점은 삼성전자가 애플 디자인 특허 3건을 침해해 부과받은 배상금 3억9900만 달러(약 4660억 원)가 타당한지 따지는 것이었다. 삼성전자는 2011년 4월 시작된 특허 소송에서 △검은 사각형에 둥근 모서리를 규정한 특허(D677) △액정화면에 베젤(스마트폰 테두리)을 덧댄 특허(D087) △계산기처럼 격자 형태로 애플리케이션을 배열한 특허(D305) 등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배상금 지급 판결을 받았다. 배상금 규모는 ‘제조물’(Article of manufacture) 일부 구성 요소에서 특허 침해가 발생하더라도 제조물 전체의 가치나 거기서 얻은 이익을 기준으로 배상액을 산정하도록 규정한 미국 특허법(289조)에 따라 정해졌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은 20만 개 이상의 특허 기술이 어우러진 복합기술제품인데도 단지 디자인 특허 3건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판매 이익금을 전부 내놓으라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지난해 12월 상고심을 제기했다. 이날 연방대법원이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배상금을 다시 산정하게 된다.○ 전자업계에 한 획을 그을 판례 전자업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단순히 두 정보기술(IT) 업계 거물 간 배상액을 조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앞으로 더 다양한 경쟁을 촉진하는 긍정적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디자인이라는 상대적으로 주관적이고 모호한 분야의 특허 싸움에 대해 법원이 비교적 열린 판례를 내놓음에 따라 앞으로 업계 후발주자들도 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여지가 좀 더 생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페이스북, 구글, 이베이 등 글로벌 IT 업체들은 “최신 기술 제품은 디자인 하나만 보고 구매하지 않는다”며 삼성을 공개적으로 옹호해왔다. 특허와 관련해 과징금을 지나치게 폭넓게 적용하면 매년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는 기업들의 연구개발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특허 소송은 글로벌 IT업계가 큰 관심을 갖고 주목해 왔던 사안”이라며 “이번 기념비적인 판결로 시장의 공정한 경쟁과 기술 발전이 촉진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김지현 jhk85@donga.com·이건혁 기자}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8년 만에 감산을 결정하자 국제 유가가 50달러 선을 넘어 연중 최고치를 갈아 치우고 있다. 내년에도 유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투자자들의 눈길이 원유 관련 투자 상품으로 향하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질 정도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 종가는 올해 최고 수준인 배럴당 51.68달러로 마감했다. 국제 유가는 OPEC이 감산 합의를 발표한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9.3% 뛰어올랐고, 3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멈추지 않았다. 사흘간 상승폭은 14.2%에 이른다. 영국 런던 국제상품거래소(ICE) 선물시장에서 브렌트유도 같은 기간 17.4% 상승해 연중 최고치인 배럴당 54.46달러까지 치솟았다. 국제 유가가 추가 상승할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OPEC은 회담 직후 내년 유가 전망치를 배럴당 55∼60달러로 내놓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원자재 전문가들이 내년 유가 전망치를 배럴당 55∼70달러 선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산유국과 세계 경제 모두에 도움이 되는 ‘스위트 스폿(sweet spot)’인 배럴당 60달러 선까지 유가가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보수적으로 봐도 내년 국제 유가는 배럴당 55달러 이상에서 움직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 상승세로 원유에 투자하는 상품들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유가 관련 상장지수증권(ETN), 상장지수펀드(ETF) 등이 대표적인 관련 상품이다. 특히 유가 상승률의 2배를 수익으로 주는 레버리지 상품들이 유가 급등세와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OPEC의 감산 합의 소식이 전해진 뒤 2거래일 동안 ‘신한 레버리지 WTI 원유 선물 ETN’은 21.7%, ‘대우 레버리지 원유선물혼합 ETN’은 22.7% 상승했다. ETF 중 가장 거래량이 많은 ‘미래에셋 TIGER 원유 선물 ETF’는 같은 기간 6.2% 올랐다. 원유에 투자하는 파생결합증권(DLS)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DLS는 기초자산이 계약 시점보다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만기 때 약속된 수익을 제공하는 상품이다. 올해 초 국제 유가가 배럴당 20달러 선까지 떨어지며 대규모 손실 우려가 제기됐으나 유가가 다시 꾸준히 상승해 걱정을 덜었다. 국내 증권사들은 이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다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정유업종 등 유가 상승 수혜주들이 주목받고 있다. 다만 한국 증시의 느린 회복세에 발목이 잡혀 상승폭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OPEC의 감산 합의 후 이틀 동안 에쓰오일(2.97%), GS(0.55%)가 소폭 오르는 데 그쳤다. SK이노베이션(―0.33%)은 오히려 하락했다. 일각에서는 내년 유가 상승폭이 투자자들의 기대에 못 미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유가 상승에 맞춰 미국이 셰일 오일 생산을 늘리면 OPEC의 감산 조치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감산 기간이 6개월에 불과하기 때문에 산유국들이 실제 감산에 나서는지, 감산 조치가 연장되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유국들의 움직임을 면밀히 살펴보며 대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침체된 중국 증시를 살릴 것으로 기대를 모아온 선강퉁(선전과 홍콩 주식 교차 거래) 개장 첫날 시장 반응은 냉랭했다. 중국 위안화 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로 “당분간 지켜보자”는 투자자들이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5일 중국 선전종합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18% 하락한 10,784.33으로 거래를 마쳤다. 홍콩 항셍지수는 0.26% 떨어졌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1.21% 떨어지는 등 중국 증시가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였다. 후강퉁(상하이와 홍콩 주식 교차 거래) 시행일인 2014년 11월 17일에도 중국 증시는 0.17% 하락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위안화 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가 선강퉁 시행 효과를 상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중국 런민(人民)은행은 달러당 위안화 환율을 전 거래일보다 0.11% 올린 6.8870위안으로 고시했다.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중국 증시의 자금 유출 가능성도 커졌다. 외신들은 이날 홍콩에서 역외 위안화의 하루짜리 대출금리(HIBOR·하이보)가 약 석 달 만에 처음으로 두 자릿수(12.4%)가 되자 중국 당국이 위안화 방어에 나선 것으로 분석했다. 2주 전 선강퉁 시행이 예고된 직후 매수를 해온 투자자들이 개장 첫날부터 적극적으로 차익을 실현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의 통화가 중국 증시에 악재가 됐다는 해석도 있다.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하고 선강퉁 특수를 기대했던 17개 국내 증권사도 맥이 빠졌다. 증권사들은 선강퉁에 일정 금액 이상을 투자한 투자자에게 여행상품권 또는 백화점 상품권을 주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상담 전화는 많았지만 중국 증시가 약세를 보이면서 실제 투자로 이어진 경우는 적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후강퉁 시행 이후 중국 증시의 폭등과 폭락을 목격한 투자자들이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한다. 선전 증시에는 성장 종목이 많아 단기 투자보다는 중장기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유동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제가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고, 중국 당국이 자국 금융시장 규제를 완화하는 움직임을 보일 때까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황성호 hsh0330@donga.com·이건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