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IB’ 미래에셋대우-KB증권, 투자업계 새바람 예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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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간판 걸고 2017년 1월 2일 첫 영업 개시

 합병 절차를 마무리한 미래에셋대우와 KB증권이 새 간판을 내걸고 정유년 새해부터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한다. 초대형 투자은행(IB)을 표방하며 몸집을 키운 두 회사가 증권업계에 바람을 일으킬지 주목받고 있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와 KB증권은 내년 1월 2일 주식시장 개장일에 맞춰 첫 영업에 나설 예정이다. 증권업계 1위로 뛰어오르는 미래에셋대우는 증권업의 장점을 살린 공격적인 투자에, KB금융지주를 등에 업은 KB증권은 계열사와 협업 및 조직 안정에 무게를 둘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 미래에셋대우 ‘공격경영’ vs KB증권 ‘조직안정’

 미래에셋대우의 경영 키워드는 ‘투자’ ‘글로벌’ ‘퇴직연금’이다. 전통적으로 IB 업무에 강점을 가진 대우증권 출신 직원들이 합류해 기업공개(IPO), 자기자본 투자, 벤처 투자 등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자기자본 6조7000억 원으로 2위 NH투자증권(4조5785억 원)과 격차를 벌린 미래에셋대우는 규모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11월 국내 증권사 최초로 미국에서 헤지펀드 등 전문 투자자에게 투자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현지 금융당국에 프라임브로커리지(PBS) 자격을 신청했다.

 눈길을 끄는 조직은 IB 서비스와 자산관리(WM) 서비스를 융합한 기업 대상 투자자산관리센터(IWC·Investment Wealth Management Center)다. 퇴직연금 업무를 기반으로 확보한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IB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조직이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올해 4월 경영전략회의에서 “퇴직연금 시장을 활용해 다양한 금융상품을 팔 길이 있다”고 강조했다. 미래에셋 내부에서는 박 회장의 구상이 IWC로 구체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KB증권은 ‘시너지’와 ‘안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합병 이후 KB증권은 KB국민은행, KB카드, KB캐피탈 등 KB금융지주 산하 계열사와 협력한 다양한 결합형 상품과 은행과 증권이 결합한 복합점포를 늘리고 있다. KB증권 관계자는 “은행과 증권 직원들의 자산관리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교육 등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KB증권은 합병 후 자기자본 기준 증권업계 5위로 올라섰다. 규모를 더 늘려 선두권과 몸집 경쟁을 하기보다는 내실을 꾀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KB증권 관계자는 “새로운 사업을 벌이기보다 KB금융지주와 현대증권의 강점을 유지하는 게 과제”라고 말했다.

○ 영업환경 악화로 ‘합병 피로감’ 커질 수도

 두 회사가 안고 있는 과제도 적지 않다. 먼저 인력 운용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다”는 박현주 회장의 방침에 따라 직원들을 모두 수용했지만 업무 중복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KB증권은 희망퇴직을 통해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을 합쳐 약 220명의 직원을 줄였으나 추가 구조조정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내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2014년 우리투자증권을 흡수한 NH투자증권이 최근까지도 인력 조정을 했듯이 증권사 간 합병에 따른 구조조정이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증권사를 둘러싼 영업환경 악화도 변수다. 경기 침체로 IB 업무 수요가 부진하고 국내 증시가 상승세를 타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합병 후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합병 피로감’이 고개를 들 수 있다. 다수 대표이사 체제가 위기 때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ib#미래에셋대우#kb증권#투자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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