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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12일 남아프리카공화국 포트엘리자베스에서 열린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에서 유럽의 복병 그리스를 2-0으로 완파했다. 가장 부담이 되는 1차전을 승리함에 따라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도 눈앞에 성큼 다가왔다. 실제 그동안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첫 경기를 승리한 팀은 대부분 16강에 진출했다. 최근 3번의 월드컵(1998년 프랑스 월드컵, 2002년 한일 월드컵,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1차전 승리 팀의 16강 진출 확률은 86.1%. 프랑스 월드컵에선 1차전 승리 팀이 모두 16강에 올랐다. 3경기를 치르는 조별리그에서 1차전 승리 팀의 16강 진출 확률이 이렇게 높은 건 심리적인 요인 때문. 실제 허정무 대표팀 감독도 그리스 전에 앞서 "첫 경기 승리는 단순한 1승을 훨씬 뛰어넘는다. 우리에겐 자신감이 생기고, 상대에겐 그만큼 부담감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캡틴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1차전 승리가 가장 중요하다. 첫 경기만 승리하면 그 기세를 몰아 아르헨티나 전에서도 깜짝 놀랄 일을 만들 수 있다"고 기대했다. 한국은 지난 두 차례 월드컵에서도 모두 첫 경기 승리를 거뒀다. 안방에서 열린 한일 월드컵에선 폴란드를 2-0으로 꺾은 뒤 여세를 몰아 4강 신화를 썼다. 독일 월드컵에선 토고에 2-1 역전승을 거둔 뒤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의 꿈을 품었지만 마지막 경기에서 스위스에 0-2로 패하며 아쉽게 눈물을 삼켰다. 하지만 이 때도 토고 전 승리의 기세를 몰아 강호 프랑스와 1-1로 비기는 등 선전했다. 어쨌든 일단 16강 진출을 위한 밑그림은 그려졌다. 차범근 SBS 해설위원은 "일단 선수들에게 자신감이 생겼다는 건 월드컵과 같은 단기전에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산"이라며 "특히 젊은 선수들에게 1승의 의미는 경기력을 2, 3배 끌어올릴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고 전망했다. 태극전사들은 17일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스타디움에서 우승후보 아르헨티나와의 2차전을 치른다. 이 경기에서 16강 청사진이 보다 뚜렷하게 그려질지 기대된다.포트엘리자베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12일 오후 8시 30분 남아공 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만날 한국과 그리스는 모두 팀플레이에 강하다. 따라서 개개인의 승부에서 밀릴 경우 승부의 추가 급격하게 기울 수도 있다. 이 경기에서 승부의 향방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되는 핵심 ‘매치업’을 소개한다.○ 박주영 vs 키르기아코스 스트라이커 박주영(모나코)은 공격 최전선에서 그리스 중앙수비수 소티리오스 키르기아코스(리버풀)와 맞붙는다. 박주영은 대표팀 최고의 ‘믿을 맨’이다. 허정무 감독은 “박주영이 얼마나 편하게 공을 잡느냐에 따라 우리 공격의 질이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캡틴’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주영이가 일을 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그리스 최고의 중앙수비수 키르기아코스도 만만치 않다. 뛰어난 신체조건(192cm, 86kg)에 강력한 힘을 무기로 대인 마크에 능하다. 거칠지만 영리한 수비로 상대 공격수를 꽁꽁 묶고 상대가 찬스를 얻을 만하면 강력한 태클로 저지한다. 공중볼에 능한 키르기아코스를 상대로 박주영에게 높은 크로스가 이어진다면 초반부터 고전할 가능성이 크다. 박주영이 상대 골문을 등진 상태에서 패스를 받거나 공을 끌 경우에도 힘들어진다. 키르기아코스가 워낙 밀착 마크에 능하고 상대 공격수의 드리블 방향을 읽는 눈도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키르기아코스의 뒤를 노릴 경우 찬스를 얻을 수 있다. 키르기아코스는 순발력이 떨어지고 공격 가담에 이은 수비 전환 속도가 느리다. 스피드가 좋고 슈팅이 반 박자 빠른 박주영에게 좋은 침투 패스만 연결된다면 득점 확률은 그만큼 높아진다. ○ 박지성 vs 세이타리디스 왼쪽 측면 공격수 박지성의 상대는 그리스 오른쪽 측면 수비수 유르카스 세이타리디스(파나티나이코스)이다. 박지성은 한국 공격 라인의 심장이다. 빠른 패스와 돌파로 공격의 숨통을 트고 고비 때는 득점까지 터뜨려 준다. 세이타리디스는 A매치 경험이 풍부해 세계 정상급 공격수들을 상대해도 위축되지 않는다. 최근 인터뷰에선 “박지성을 잘 안다. 만약 그와 맞붙는다면 수비에 좀 더 치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약점도 있다. 전성기가 지나면서 공간을 쉽게 내준다는 지적이 있다. 3일 파라과이와의 평가전에서도 상대에게 수차례 편한 크로스 찬스를 허용했다. 전반 25분 두 번째 실점도 그가 공격수를 놓친 게 빌미가 됐다. 방향 전환이 느리고 순발력도 떨어진다. 박지성이 특유의 물 흐르는 듯한 움직임만 잘 살린다면 상대 오른쪽 측면을 ‘구멍’으로 만들 가능성도 있다.○ 이영표 vs 사마라스 마지막 핵심 매치업은 이영표(알힐랄) 대 요르고스 사마라스(셀틱). 사실 이영표의 주 포지션은 왼쪽 측면이다. 하지만 그리스 공격의 핵 사마라스가 왼쪽 측면 공격수이기 때문에 허 감독은 그리스전에 대비해 이영표를 사마라스와 맞붙는 오른쪽 측면 수비자리로 옮길 것을 고민하고 있다. 사마라스는 그리스 공격의 시작이다. 장신(192cm)임에도 드리블이 좋고 중거리 슈팅도 수준급이다. 남아공에 온 그리스 취재진도 “사마라스의 활약에 따라 한국전의 명암이 달라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리스전을 하루 앞둔 11일 훈련을 마친 뒤 이영표는 “사마라스는 예전 네덜란드 리그에서 뛸 때부터 잘 알았다”며 “스피드를 살린 드리블이 최대 장점”이라고 말했다. 또 “일단 공을 잡을 때 쉽게 돌아서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그를 막기 위한 대비책은 이미 머릿속에 다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포트엘리자베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9일 남아공 더반의 노스우드 고등학교. 결전의 시간이 다가오면서 그리스 대표팀의 훈련장에도 긴장감이 고조됐다. 선수들은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 뒤 바로 연습경기에 들어갔다. 공격수들은 쉴 새 없이 골문을 노렸고, 수비수들은 몸을 날려 이를 막았다. 오토 레하겔 감독은 별다른 지시 없이 경기를 지켜봤다. 경기가 끝난 뒤엔 만족스러운 듯 얼굴에 미소를 띠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렸다. 이날 연습경기와 그리스 축구협회 관계자, 취재진 등의 설명을 바탕으로 그리스의 핵심 전술과 포메이션을 예상해 본다.○ 위협적인 세트플레이…롱 크로스도 경계대상 “신장의 우위를 이용해야 한다. 또 코너킥과 프리킥 등 세트플레이를 잘 살려야 한국을 잡을 수 있다.” 한국 경기 승리 공식을 물을 때마다 그리스 선수들이 약속이나 한 듯 이렇게 말했다. 실제 연습경기에서도 큰 키를 이용한 그리스의 공격은 위력적이었다. 요르고스 사마라스(셀틱)와 디미트리오스 살핑기디스(파나티나이코스) 등 스피드와 드리블이 좋은 측면 공격수들이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리면 체격이 좋은 전방 공격수들은 이를 능숙하게 처리했다. 측면 수비수들의 오버래핑도 경계대상. 사이드를 따라 치고 올라온 뒤 날리는 기습적인 크로스가 공격수들의 머리에 연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세트플레이 역시 예리했다. 요르고스 카라구니스(파나티나이코스) 등 킥이 좋은 선수들이 올린 코너킥이나 프리킥은 70% 이상 동료들에게 연결됐다. 장신 수비수들이 세트플레이 공격에 가담할 경우 성공률은 더욱 높아졌다. 세트플레이 찬스 때 길게 올리는 듯하다 근처 동료에게 짧게 꺾어주는 패스도 무서웠다. 이러한 패스는 어김없이 강력한 중거리 슛으로 이어졌다. 수비에 치중하다 하프라인 근처에서 공격수에게 한 번에 연결하는 롱 크로스도 위협적. 그리스 축구협회 관계자는 “그리스가 볼 점유율에서 한참 뒤져도 한 골 차 승리를 자주 거두는 이유는 정교한 롱 크로스와 한 방을 갖춘 공격수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파이브백 질식 수비…유로 2004 영광 다시 한 번 그리스 축구가 가진 힘의 원천은 유로2004에서 우승으로 이끈 강력한 수비 라인. 한국전에선 소티리오스 키르기아코스(리버풀), 아브람 파파도풀로스(올림피아코스), 소크라티스 파파스타토풀로스(제노아)가 후방에서 스리백을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스리백이지만 실제론 좌우 측면 미드필더 니코스 스피로풀로스와 유르카스 세이타리디스(이상 파나티나이코스)가 수비에 치중하기 때문에 파이브백에 가까운 형태가 된다. 하지만 초반 공격을 노리거나 먼저 실점을 할 경우엔 포백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높다. 이 경우엔 중앙수비수 2명을 제외한 2명의 측면수비수까지 활발하게 오버래핑에 가담하며 좀 더 공격적으로 나오게 된다. 공격 라인에선 최근 평가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사마라스와 살핑기디스가 좌우 측면, 월드컵 예선 11경기에서 10골을 폭발시킨 테오파니스 게카스(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가 전방에 설 예정. 장신(191cm) 공격수 앙겔로스 하리스테아스(뉘른베르크)도 언제든지 출격 가능한 공격 자원이다. 미드필더 두 자리엔 콘스탄티노스 카추라니스(파나티나이코스)와 카라구니스가 설 가능성이 높다.더반=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태극전사들은 모든 초점을 12일 오후 8시 반 그리스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 맞췄다. 이 경기에서 승리하면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이 가시권에 들어오지만 지면 조별리그 통과가 힘들어진다. 상대팀인 그리스도 마찬가지. 오토 레하겔 감독은 “한국과의 1차전에서 승리하면 여세를 몰아 유로2004 우승의 영광까지 재현할 수 있다”며 전의를 다졌다. 그렇다면 결전을 앞둔 그리스 선수들은 지금 어떻게 하루를 보내고 있을까. 그리스 코칭스태프, 선수, 축구협회 관계자 등의 말을 바탕으로 8일 대표팀 선수들의 하루 일과를 재구성해 봤다.훈련 잠 등 모든 일과 한국전에 맞춰밤에도 외출않고 DVD로 전력분석○ 오후 1시반 경기대비 오전 10시 기상 선수단 숙소인 해안도시 더반 인근의 음흘랑가에 위치한 베벌리힐스 호텔. 인도양이 한눈에 보이는 해변에 자리 잡은 5성급 호텔이다. 선수들은 오전 10시경 잠에서 깼다. 스위스 전지훈련 당시 기상 시간은 오전 8∼9시였지만 남아공에 입성한 뒤 시간을 늦췄다. 현지 시간으로 오후 1시 반에 경기를 치르는 당일 스케줄에 맞추기 위해서다. 오후 훈련이 끝난 뒤에야 점심을 먹기 때문에 선수들은 아침을 든든하게 먹었다. 아침 메뉴는 다양했다. 샐러드, 빵, 시리얼, 감자 등 가벼운 음식에서부터 닭 가슴살, 미트볼, 새우 등이 입맛을 자극했다. 대부분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지만 방으로 음식을 배달시킨 선수도 많았다. 아침을 먹고 휴식을 취한 선수들은 낮 12시 반경 호텔에서 나와 7.2km가량 떨어진 훈련장(노스우드 고교)으로 이동했다. 20대가 넘는 경찰차가 삼엄한 경계 속에 앞뒤로 호위했다. 오후 1시 반. 한낮의 땡볕이 잔디를 달궜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훈련을 시작했다. 역시 경기 당일 킥오프 시간에 맞춘 시간 배정. 전날까진 컨디션 조절에 힘을 쏟았지만 이날은 전술 훈련을 했다. 레하겔 감독은 한국전에 대비해 중거리 슛과 세트 플레이 훈련에 비중을 뒀다. 경기에 앞서 미드필더 흐리스토스 파차조글루(오모니아)와 수비수 니코스 스피로풀로스(파나티나이코스)가 15분가량 기자회견을 했다. 파차조글루는 “박지성의 플레이가 좋다. 한국은 한 선수만 잘하는 게 아니고 조직적인 플레이가 좋은 팀”이라며 경계감을 드러냈다.○ DVD 시청 땐 긴장감이 넘쳐 2시간가량 훈련이 끝나고 녹초가 된 선수들은 호텔로 돌아가 늦은 점심을 먹었다. 역시 뷔페식으로 점심 메뉴는 더 푸짐했다. 선수들이 좋아하는 3대 음식은 닭고기와 스파게티, 생선. 열량 소모가 많은 선수들에게 적합한 음식이다. 음식은 그리스에서 함께 온 조리장이 현지에서 공수한 재료로 직접 만든다. 이후부터는 자유 시간. 일부는 휴식을 취했고, 호텔 피트니스 센터에서 개인 체력 훈련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선수들도 보였다. 독서와 비디오 게임도 즐겨 하는 취미 생활 가운데 하나. 하지만 외출은 허락되지 않았다. 저녁을 먹은 뒤 선수들은 최근 한국 경기가 담긴 DVD를 시청했다. 한국의 특징적인 전술은 무엇이고 경계해야 할 선수가 누구인지 등 많은 얘기가 오갔다. 경기를 눈앞에 둬서인지 긴장감도 어느 때보다 컸다. 오후 10시. 저녁 늦게부터 비가 내려 날씨가 흐렸지만 술집과 레스토랑 등이 밀집한 호텔 주변은 여전히 북적거렸다. 하지만 선수들 방은 하나둘 불이 꺼졌다. 푸른(그리스 유니폼 색깔) 전사들의 하루가 또 그렇게 조용히 지나갔다.더반=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7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의 노스우드 스쿨. 그리스 대표팀이 첫 현지 훈련을 시작한 이곳엔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뿐만 아니라 50여 명의 그리스 축구협회 관계자, 취재진 등이 몰려 북적거렸다. 그리스 대표팀의 일거수일투족을 쫓는 이들만큼 자국 대표팀의 사정을 훤히 꿰고 있는 사람도 없을 터. 그래서 물어봤다. 한국과 그리스의 조별리그 1차전에 관련한 궁금증들을….○ 그리스 약점… 단순한 공격 루트 그리스 축구협회 관계자 3명과 기자 6명(일간지 4명, 스포츠전문지 2명)이 조사에 참여했다. 한국과의 경기에서 키 플레이어로 예상되는 그리스 선수로는 요르고스 사마라스(셀틱)가 가장 많은 6표를 얻었다. 사마라스는 3일 파라과이와의 평가전에서도 맹활약한 그리스 공격의 핵. A일간지 기자는 “빠른 스피드에 드리블이 좋은 사마라스가 개인기가 뛰어난 공격수에 약한 한국 수비를 교란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월드컵 유럽 예선 11경기에서 10골을 폭발시킨 테오파니스 게카스(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는 2표, 디미트리오스 살핑기디스(파나티나이코스)는 1표를 얻었다. 3명이 모두 공격수. 한국 선수 가운데 키 플레이어로는 이청용(볼턴)이 5표를 얻어 경계 대상 1호였다. 소속팀에서 활약도 그렇지만 최근 스페인과의 평가전에서 보여준 돌파, 볼 컨트롤 등이 인상 깊었다는 설명. ‘캡틴’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3표), 골키퍼 이운재(수원·1표)가 뒤를 이었다.○ 승패는… 9명 중 5명 “무승부” 그리스 대표팀의 가장 큰 약점은 무엇일까. 공격력(5표)이 첫손에 꼽혔다. 협회 관계자 A 씨는 “일명 ‘뻥’ 축구로 대표되는 단순한 공격 루트를 다변화시키지 않으면 조별리그 1승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걱정했다. 체력을 꼽은 전문가는 2명. 후반 중반 이후 선수들의 몸놀림이 눈에 띄게 둔해진다는 지적이다. “유로 2004 우승 때 보여준 ‘그물 수비’가 사라졌다”는 평가와 함께 수비력과 조직력을 꼽은 전문가도 1명씩 있었다. 한국과의 경기 결과 전망은 무승부(5표)가 가장 많았다. 1-1이 3표, 0-0이 2표. 협회 관계자 B 씨는 “두 팀 모두 질 경우 사실상 탈락이 확정되기에 경기가 조심스럽게 진행되다 보면 무승부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예상했다. 그리스 승리는 3표. 2-1이 2표, 1-0이 1표였다. 그리스의 0-2 패배(1표)도 있었다. “세대교체가 잘 되고 분위기도 좋은 한국이 유리하다”는 게 그 이유였다.더반=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남아공 더반의 노스우드 스쿨에서 첫 훈련을 시작한 그리스 대표팀의 표정은 밝았다. 6일 오전 7시(현지 시간) 현지에 도착해 오후 6시에 훈련을 가졌지만 피곤한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선수들은 러닝과 스트레칭으로 가볍게 몸을 푼 뒤 바로 미니게임에 들어갔다. 훈련의 강도는 예상보다 높았다. 훈련에 앞서 화기애애하던 분위기는 미니게임에 들어가자 찾아볼 수 없었다. 공격수들은 좌우로 활발하게 움직이며 좋은 컨디션을 과시했고, 수비수들 역시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로 실전을 방불케 했다. 최근 스위스 전지훈련 도중 부상을 당해 대표팀 관계자들의 속을 태웠던 공격수 테오파니스 게카스(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도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한 듯 활발한 몸놀림을 보였다. 평소 조용한 편인 오토 레하겔 감독이었지만 이날은 달랐다. 선수들 곁에서 끊임없이 함께 움직이며 주문을 쏟아냈다. 옆에서 지켜보던 마이클 자피디스 그리스 대표팀 미디어담당관은 “사실 평가전 결과가 좋지 않아 선수단 분위기가 처져 있었다. 하지만 남아공에 입성한 뒤 분위기가 달라졌다. 오히려 너무 의욕이 앞서 부상 선수가 나올까 걱정”이라고 전했다. 이날 취재진에게 20분가량 훈련을 공개한 그리스 대표팀은 1시간 반 가까이 훈련을 더 소화하며 첫날 일정을 마쳤다. 한편 훈련에 앞서 15분가량 진행된 기자회견에는 자피디스 미디어담당관과 그리스의 유로 2004 우승 주역이었던 타키스 피사스 코치가 나왔다. 피사스 코치는 “한국과의 첫 경기는 반드시 잡아야 한다. 그 경기에 맞춰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열심히 월드컵을 준비한 만큼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더반=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그리스전 올인” 맞춤훈련 가동“이제 그리스전에 올인하겠다.” 오스트리아 전지훈련을 마치고 5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입성한 한국 축구대표팀은 12일 오후 8시 30분 포트엘리자베스 넬슨만델라베이 경기장에서 열리는 B조 첫 경기 그리스전에 모든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요하네스버그에서 서북쪽으로 약 120km 떨어진 루스텐버그에 베이스캠프를 차린 허정무 감독은 “선수들에게 이제 그리스 하나만 생각하고 준비하자고 말했다. 한국 축구에 발자취를 남기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12일 최상 컨디션을 위한 훈련 스케줄 허 감독은 5일 선수들에게 무선 데이터 측정기를 채우고 회복 훈련을 시켰다. 4일 스페인과의 평가전 때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한 훈련. 측정기로 선수들의 심박수 변동을 체크해 몸 상태를 분석했다. 루스텐버그에서의 훈련은 12일 컨디션을 최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스포츠 과학 프로그램에 따른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부터 실시한 훈련으로 운동생리학에 맞춰 훈련 강도를 조절한다. 대표팀은 6일 피지컬, 7일 전술, 8일 피지컬 훈련, 9일 휴식, 10일 포트엘리자베스 이동 및 컨디션 조절, 11일 경기장 적응 훈련, 그리고 12일 그리스전으로 일정을 짰다. 6일 훈련은 ‘저승사자’ 레이몬드 베르하이옌 트레이너가 주도해 체력보강 훈련과 미니게임을 통한 인터벌 트레이닝 등 강력한 체력 훈련이 주를 이뤘다.○ 루스텐버그는 약속의 땅? 대표팀은 1월 남아공 북단의 해발 1233m 고지대인 루스텐버그에서 전지훈련을 했다. 허 감독이 트레이닝캠프로 지적한 이곳은 8년 전 제주도를 연상시킨다.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은 연초 서귀포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했고 월드컵 개막 직전 잉글랜드와 평가전(1-1 무)을 했다. 그리고 4강 신화를 썼다. 대표팀은 루스텐버그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고 있다. 김정우(광주)는 “다시 오니 좋다. 지난번엔 더웠는데 이번에는 선선해 느낌이 좋다”고 말했다. 이곳에선 오히려 국내파가 해외파에게 정보를 전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끌었다. 이운재(수원)는 1월 전지훈련 때 못 온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 “지성아, 식당은 이쪽이야”라며 숙소인 헌터스하우스를 설명했다. 김정우, 조용형(제주) 등 국내파 선수들도 이청용(볼턴), 기성용(셀틱), 김남일(톰 톰스크) 등 해외파에게 루스텐버그에 대해 가르쳐주며 즐거워했다. 대한축구협회는 대표팀 경기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모든 지원을 하고 있다. 비행기 짐이 4t을 초과해 독일 뮌헨에서 남아공에 입국할 때 4700만 원의 초과 비용을 냈다. 일본에서 뮌헨으로 갈 때도 2000만 원을 더 줬다. 대표팀이라 50% 이상을 할인받은 가격이다.루스텐버그=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기억하라! 더반의 세가지 변수한국의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을 결정짓게 될 마지막 일전이 23일 오전 3시 반 항구도시 더반의 모세스 마비다 경기장에서 열린다. 상대는 ‘슈퍼 이글스’ 나이지리아. 전반 내내 공세를 늦추지 않은 한국은 후반 이청용(볼턴)의 크로스에 이은 ‘캡틴’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그림 같은 골로 승리해 16강행을 확정짓는다. 생각만 해도 기분 좋은 상상이다. 그런데 이 상상이 실현되려면? 더반에서 벌어질 ‘작지만 큰’ 변수 3가지를 살펴본다.[날씨]남아공 도시 중 가장 더워 월드컵이란 최고의 무대에서 선수들은 긴장하기 마련. 날씨는 선수들의 컨디션에 민감하게 작용하는 주요 변수다. 허정무 대표팀 감독이 최근 “일조량, 강수량 등 경기 당일 환경적인 변수를 세심하게 체크해 달라”고 축구협회 관계자에게 주문한 것도 이 때문. 6일 더반의 날씨는 무덥다. 남아공의 계절은 초겨울이지만 더반은 경기가 열리는 도시 가운데 가장 덥다. 인도양과 접해 있는 데다 산맥이 도시를 둘러싸고 있기 때문이다. 남아공 도시들은 일교차가 크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해안도시 더반의 일교차는 그리 크지 않다. 밤에 기온이 뚝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더반 인근에 베이스캠프를 차려 미리 적응 기간을 가질 그리스, 나이지리아와 달리 루스텐버그에 베이스캠프를 차린 한국 대표팀이 참고해야 할 부분이다.[고도]고지경기 후 평지 적응 관건 고지대인 루스텐버그(해발 1233m)에 베이스캠프를 차린 대표팀은 산소마스크를 공수하는 등 고지 적응 훈련에 한창이다. 하지만 더반은 해발 0m에 가깝다. 요하네스버그(1753m)에서 아르헨티나와 조별 예선 2차전을 치른 뒤 더반으로 올 경우 그 차이가 더 크게 느껴질 것이란 게 현지 축구협회 관계자의 얘기. 대표팀 김세윤 경기분석관은 “고지대 적응뿐만 아니라 평지로 내려온 뒤 얼마나 빨리 경기력을 회복하느냐 역시 중요한 변수”라고 지적했다.[응원]나이지리아 대규모 원정 마지막 변수는 나이지리아 응원단이다. 현지 언론들은 한국전을 보기 위해 대규모 나이지리아 응원단이 더반을 찾을 것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나이지리아 응원단은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도 상대하기 꺼릴 만큼 시끄럽고 거칠기로 유명하다. 현지 한국 교민들 역시 충돌 가능성 때문에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태극전사들은 경기장을 뒤덮을 나이지리아 팬들의 시끄러운 응원 소리 역시 염두에 둬야 한다.더반=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그의 별명은 ‘뼈정우’다. 축구 선수는커녕 일반인보다도 마른 체격. 살짝만 건드려도 넘어질 것만 같은 몸을 보고 팬들이 붙인 별명이다. 하지만 대표팀 사이에서 그의 별명은 ‘악바리’다. 누구보다 근성이 강하고 터프한 플레이 때문에 그런 별명이 붙었다. ‘악바리’ 김정우(광주)가 대표팀의 ‘뼈대’로 훌쩍 성장했다. 허정무 감독은 4일 스페인과의 평가전에서 수비에 비중을 두다 역습을 노리는 전술을 들고 나왔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아르헨티나에 대비한 포석이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풀타임 활약한 김정우는 전술의 핵심이었다. ‘포백’의 바로 위에서 좌우로 왕성하게 움직이며 수비수들의 부담을 덜어줬다. 화려한 개인기와 정교한 패스를 자랑하는 스페인 미드필더들은 그의 압박과 길목을 막는 플레이에 번번이 패스를 차단당했다. 경기 내내 다른 선수들과 의사소통을 하며 수비와 미드필더 사이의 간격을 조율하는 역할도 그의 몫이었다.스페인전 공수의 핵 맹위 감독도 동료도 “최고였다” 그는 공격에서의 역할도 훌륭히 소화했다. 대학 시절 최고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이름 날린 그대로 번개 같은 역습은 그의 발끝에서 나왔다. 침착하게 동료를 향해 찔러주는 정교한 패스는 ‘패스마스터’라 불리는 상대 미드필더 사비 에르난데스(바르셀로나) 부럽지 않았다. 이날 김정우는 80% 이상의 패스 성공률을 기록했다. 전반 13분 날린 기습적인 중거리 슛은 살짝 빗나갔지만 경기 초반 몸이 굳었던 태극전사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경기가 끝난 뒤 동료들은 하나같이 그의 이름을 댔다. 중앙 수비수 이정수(가시마)는 “정우가 수비에서 백업을 정말 잘해줬다. 후반 20분 이후 체력이 많이 부쳤는데 정우 덕분에 버텼다”고 말했다. 측면 수비수 이영표(알 힐랄)도 “정우가 공수 연결고리 역할을 잘했고, ‘캡틴’ 역할까지 해줬다”고 칭찬했다. 허 감독은 “정우는 화려하진 않지만 팀에 꼭 필요한 ‘조용한 엔진’”이라고 평가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선 딕 아드보카트 당시 감독의 마음을 얻지 못해 출전의 꿈을 접었던 김정우. 이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진출 실패, 국내 K리그 부진 등이 겹치며 이름이 잊혀지는 듯했지만 보란 듯이 다시 일어섰다. 그의 눈은 이미 남아공을 향해 있다.인스브루크=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1] 전술… 완성도 높여 원톱 박주영 역습 살고 스페인 허리 효과적 봉쇄4-2-3-1 전술 시험 성공[2] 선수… 자신감 무장 박지성없이 당당한 경기 기성용은 오랜 부진 탈출“긴장했는데… 할만하더라”《아쉽게 졌다. 하지만 경기가 끝난 뒤 허정무 대표팀 감독의 표정은 밝았다. 선수들도 마찬가지. 환한 미소와 가벼운 발걸음이 그들의 마음을 대변해 줬다. 한국은 4일 오전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티볼리노이 경기장에서 열린 스페인과의 평가전에서 후반 40분 결승골을 내줘 0-1로 패했다. 지난달 30일 벨라루스전(0-1)에 이은 2연패. 그런데 이들을 웃게 만든 건 무엇일까.》○ 전술…완성도를 높이다 허 감독은 이 경기에서 박주영(모나코)을 최전방 ‘원 톱’에 배치하고 미드필드를 두껍게 하는 4-2-3-1 전술을 시험했다. 한국보다 전력이 우위인 조별리그 2차전 상대 아르헨티나에 대비한 ‘선수비, 후공격’의 포메이션. 선제골을 넣은 뒤 잠그는 축구를 할 수 있는 전술이기도 하다. 결과는 성공에 가까웠다. 스페인의 정상급 미드필더들은 이날 평소의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했다. 촘촘하게 미드필드와 수비진을 짜고 압박을 가하는 태극전사들 앞에 그들 특유의 세밀한 패스는 무뎌졌다. 이용수 KBS 해설위원은 “중앙 수비수 조용형(제주)-이정수(가시마) 조합이 좋은 위치 선정으로 상대의 공격을 잘 차단했다. 미드필더들의 적극적인 수비 가담도 후한 점수를 줄 만하다”고 평가했다. 상대 공격을 차단한 뒤 이뤄지는 역습도 날카로웠다. 골 결정력이 아쉽긴 했지만 전후반 3, 4차례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어 내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경기가 끝난 뒤 허 감독은 “아르헨티나전을 앞두고 전술의 완성도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4-2-3-1은 박주영의 공격 파트너가 딱히 떠오르지 않는 시점에서 우리의 강점인 미드필더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전술”이라며 “그리스, 나이지리아전에서의 활용도 생각해볼 만하다”고 강조했다.○ 선수…자신감으로 무장하다 한국은 세계 최강 스페인을 상대로 전술상의 소득 외에도 자신감이란 무기까지 얻었다. 태극전사들은 경기 초반 다소 긴장한 듯 몸이 굳었지만 이후 대등한 경기를 펼치면서 기량을 마음껏 펼쳤다. ‘캡틴’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없는 상황에서도 위축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쌍용’ 이청용(볼턴)과 기성용(셀틱)의 활약이 돋보였다. 이청용은 안정된 볼 컨트롤과 적극적인 돌파로 공격을 이끌었다. 그를 상대한 스페인 수비수 호안 카프데빌라(비야레알)가 “상대 17번(이청용)을 막기가 쉽지 않았다. 움직임이 정말 좋았다”고 평가했을 정도. 최근 부진했던 기성용도 자신감을 찾았다. 서형욱 MBC 해설위원은 “기성용이 중앙에서 공수를 잘 조율했고 수비 커버 플레이도 충실히 해냈다. 킥의 날카로움까지 되찾았다”고 평가했다. 수비수 오범석(울산)은 경기가 끝난 뒤 버스에 오르며 이렇게 말했다. “처음엔 정말 긴장했는데 막상 해보니 할 만하던데요. 아르헨티나랑 붙어도 위축되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인스브루크=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그리스 축구의 ‘살아있는 전설’ 오토 레하겔 대표팀 감독은 쏜살같이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한국 기자들에게 한마디 말도 건네지 않았다. 일부 그리스 기자들에겐 굳은 표정으로 짧게 말했다. “아직 우리는 준비가 덜 됐다.” 남아공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12일)에서 한국과 맞붙을 그리스가 3일 스위스 빈터투어 슈첸바이스 슈타디온에서 남미의 강호 파라과이와 맞붙어 0-2로 완패했다.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본 허정무 한국대표팀 감독은 “지금 단계에서 뭐라고 평가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리스는 90분 내내 답답한 플레이를 보였다. 특히 그리스 축구를 상징하는 ‘통곡의 벽’은 붕괴돼 있었다.○ 수비수 수는 많은데… 뒤로 파고드는 공격에 무방비 그리스는 예상대로 포백으로 수비진을 구성했다. 바실리스 토로시디스(올림피아코스)와 기우르카스 세이타리디스(파나시나이코스)가 좌우 측면, 아브람 파파도풀로스(올림피아코스)와 소티리오스 키르기아코스(리버풀)가 선발 중앙수비수로 나섰다. 수비형 미드필더 알렉산드로스 지올리스(시에나)는 수비라인 바로 앞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며 수비의 한 축을 담당했다. 그리스 중앙수비수들은 뒤로 파고드는 공격수들을 자주 놓쳤다. 전반 6분 수비 뒤로 찔러주는 침투패스 한 방에 일대일 찬스를 내줬고, 3분 뒤 결국 비슷한 장면에서 첫 골을 허용했다. 순발력이 떨어지는 수비수들은 상대의 역습에도 무기력했다.○ 공격 가담은 적극적인데… 오버래핑 뒤 수비전환 늦어 그리스 측면수비수들은 적극적으로 오버래핑을 시도했다. 선제골을 허용한 뒤 공격 빈도는 더욱 높아졌다. 하지만 오버래핑 뒤 수비 전환이 늦어 상대에게 측면을 활짝 열어줬다. 특히 오른쪽 측면의 세이타리디스는 드리블이 좋고 크로스가 정확해 공격력이 매서웠지만 수비에서 구멍 노릇을 했다. 상대 측면 공격수에게 공간을 많이 내줘 편한 크로스를 허용했다. 전반 25분 파라과이의 두 번째 골은 그가 허용한 크로스에서 비롯됐다. 방향 전환도 느려 순간적으로 툭 치고 들어가는 공격수를 자주 놓쳤다. 그의 포지션에서 상대할 박지성의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다.○ 몸싸움은 좋은데… 측면 낮고 빠른 크로스에 약해 체격이 좋은 그리스 수비수들은 전방에서 날아오는 긴 공중 볼에는 잘 대처했지만 측면에서 올라오는 낮고 빠른 크로스에는 약했다. 특히 가까운 골포스트로 파고드는 공격수들을 자주 놓쳤다. 수비수들끼리 사인이 맞지 않아 대인 마크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정해성 코치는 “가까운 골포스트를 보고 예리하게 크로스만 올린다면 의외로 쉬운 득점도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그는 측면 돌파가 좋고 크로스도 정확한 이청용을 그리스전 핵심 선수로 꼽았다.빈터투어=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첫 골의 주인공’으론 박지성과 박주영이 나란히 가장 많은 8표씩을 얻었다. 기성용(셀틱·3표)은 3위. 이청용(볼턴), 염기훈(수원), 이정수(가시마), 차두리(프라이부르크), 오범석(울산)이 1표씩을 얻었다. 한국이 속한 B조 16강 진출 2팀을 꼽아 달라는 질문에는 23명이 한국과 아르헨티나를 선정했다. 나머지 2명은 무응답. 한국의 조별리그 성적으론 2승 1무(7명)가 가장 많았고, 1승 1무 1패, 2승 1패(이상 5명), 1승 2무(4명) 순이었다. 16강 진출 시 최종 성적으론 가장 많은 11명이 8강을 꼽았고, 16강이 9명, 4강이 1명이었다. 우승팀으론 4일 마지막 평가전 상대인 ‘무적함대’ 스페인(14명)이 첫 손에 꼽혔다. 브라질(7명), 아르헨티나(3명), 독일(1명)이 뒤를 이었다. 태극전사들은 여가 시간 활용을 묻는 질문(복수 응답 가능)에는 수면(15명)을 가장 많이 꼽았다. 산책(11명), 독서(9명), 게임(7명), 웨이트트레이닝(3명) 순. 골을 넣었을 때 하고 싶은 세리머니로는 박주영의 트레이드마크인 기도가 5명으로 1위를 차지했다. 큰절 세리머니는 2명, 감독 포옹, 아기 요람, 반지 키스 세리머니 등을 꼽은 태극전사도 1명씩 있었다. 한국에서 가지고 온 책으로는 성경(4명)을 제치고 대한축구협회가 발간한 ‘승리의 함성, 하나 된 한국’(5명)이 가장 많았다. 그 밖에 ‘긍정의 한줄’, ‘마음을 다스리는 기술’, ‘부의 지혜’,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등을 가져온 선수도 있었다.노이슈티프트=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10골을 먹어도 괜찮다. 세계 최강과의 경기 자체가 좋은 경험이다."(허정무 감독)남미의 기술과 유럽의 힘이 접목된 '지구방위대', 주전 선수의 몸값만 6000억 원을 훌쩍 넘기는 '초호화군단', 그리고 '무적함대'. 이는 스페인 축구대표팀에 붙는 수식어다. 한국 축구대표팀(세계 47위)이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의 티볼리노이 스타디움에서 스페인(2위)과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을 앞두고 마지막 평가전(4일 오전 1시)을 갖는다. 허 감독과 박지성, 이영표 등 주축 선수들은 2일 기자회견에서 "힘든 경기가 예상되지만 그만큼 얻는 것도 많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가상의 아르헨티나?스페인은 유럽에 속해있지만 미드필드에서의 세밀한 패스와 공격 스피드 등이 돋보이는 '유럽의 브라질'이다. 따라서 이번 경기는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상대 아르헨티나에 대비한 맞춤형 모의고사가 될 전망이다.스페인의 최대 무기는 사비 에르난데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이상 바르셀로나), 다비스 실바(발렌시아), 사비 알론소(레알 마드리드) 등이 포진한 미드필더 라인. 박문성 SBS해설위원은 "이들은 높은 볼 점유율과 마술 같은 볼 간수 능력, 한 박자 빠른 패스로 경기를 지배한다. 이러한 점에서 아르헨티나와 닮았다"고 평가했다.공격 스타일도 비슷하다. 스페인은 장신 선수, 높은 크로스 등에 의존한 플레이보다는 다비드 비야(바르셀로나), 페르난도 토레스(리버풀) 등 개인기가 화려하고 스피드가 좋은 공격수들을 주로 활용한다. 아르헨티나 역시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 카를로스 테베스(맨체스터 시티), 곤살로 이과인(레알 마드리드) 등 폭발적인 스피드와 화려한 개인기가 장점인 공격수들이 팀의 중심이다.●허리 싸움이 관건한국은 수비에 비중을 둔 가운데 중원을 두텁게 하는 전략으로 맞선다. 허 감독도 "미드필드를 내주면 스페인의 흐름에 말린다. 일단 중원을 두텁게 한 뒤 강한 압박으로 허리 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용수 KBS해설위원은 "스페인 전은 특히 수비수와 미드필더들에게 중요한 시험대"라며 "개인기가 월등한 팀을 상대로 공간을 주지 않는 협력 수비와 조직적인 플레이가 얼마나 살아날지 주목된다"고 강조했다.공격에선 박주영(모나코)의 파트너 찾기가 계속될 전망이다. 일단 허 감독의 낙점을 받은 선수는 '왼발의 달인' 염기훈(수원). 수비 진영에서 한 번의 패스로 순간적인 역습을 노리는 전술이 얼마나 효과를 볼지도 이 경기의 관심사다.노이슈티프트=신진우기자 niceshin@donga.com}

마치 007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기자단이 대한축구협회 언론담당관에게서 통보를 받은 건 지난달 31일 오후 8시경(현지 시간). 당초 1일 오전 9시에 남아공 월드컵 최종 엔트리를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탈락한 선수들의 귀국 일정을 고려해 앞당겨졌다. 8시 50분경 허정무 감독은 코칭스태프, 언론담당관과 함께 대표팀 숙소에서 4km가량 떨어진 오스트리아 노이슈티프트의 기자단 숙소인 카펠라 호텔로 와 기자회견을 했다. 약 15분간의 기자회견. 허 감독의 목소리는 비교적 차분했다. 그러나 이근호, 신형민, 구자철 등 탈락자를 발표할 땐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허 감독의 입에서 ‘이근호’란 이름이 나왔을 땐 기자단도 술렁거렸다. 그의 탈락을 예상했던 기자들은 거의 없었다. ―엔트리 23명의 선정 과정은…. “메디컬, 피지컬 담당과 코칭스태프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수렴해 결정했다. 훈련 결과도 중요했다. 오늘 회의를 거쳐 최종 결정을 내렸다.” ―세 명의 탈락 이유는…. “이근호는 기회를 많이 줬지만 슬럼프가 너무 길었다. 신형민은 어제 벨라루스와의 경기 내용이 좋지 않았다. 구자철은 포지션 중복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선정 과정에서 가장 고민이 컸던 부분은 무엇인지…. “포워드다. 이동국의 몸이 완전치 않아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이 컸다. 공격 쪽에선 아직 확실한 옵션이 없는 상황이라 누구를 탈락시킬지 결정하기 어려웠다.” ―이승렬을 뽑은 배경은…. “이근호와 비교를 많이 했다. 앞으로 조별리그 3경기를 치르는 데 3주 정도 시간이 걸린다. 결국 지금 상승세를 타고 있고, 경기력이 좋은 선수가 누구인지 생각했다.” ―이동국의 몸 상태는 어떤지. “첫 경기(그리스전)는 힘들지 모르지만 두 번째 경기부터는 가능하다. 일주일쯤 뒤엔 100% 팀 훈련도 가능한 상태다. 그리스전에서도 후반 교체 출전 정도는 가능하지만 무리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김보경의 발탁은 의외다. “의외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보면 나이를 떠나 경기에서 충분히 역할을 해줬다. 최근 한일전에서도 그랬고, 나가면 결정지어 줄 수 있는 선수다.” ―이근호는 월드컵 예선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는데…. “많이 아쉽다. 현재 피지컬 측면에선 나쁜 선수가 거의 없다. 대부분 적응을 잘하고 좋아지고 있다. 이근호는 단지 슬럼프가 너무 길었다.” ―엔트리 확정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나. “그동안 쭉 지켜보면서 검토했다. 본선 3경기에 모든 힘을 집중해야 할 상황에서 어떤 선수가 경기에 나갈 수 있고 팀에 도움이 되느냐를 봤다. 탈락한 선수들에겐 돌아가면 개별적으로 통보할 예정이다.” ―월드컵을 앞두고 각오를 밝힌다면…. “모든 건 내가 짊어진다. 최선을 다하고 양심에 거리낌이 없다면 만족할 것이다. 반드시 해내겠다는 생각으로 남아공에 가겠다.”노이슈티프트=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지난해 8월 이집트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 홍명보 감독이 이끈 한국 대표팀은 최고의 경기력을 뽐내며 8강 진출의 신화를 썼다. 구자철(제주), 김보경(오이타), 이승렬(서울) 3인방은 당시 주역이었다. 주장 완장을 찬 구자철은 팀 전술 및 정신적인 측면에서 구심점 역할을 하며 팀을 이끌었다. 미드필더 김보경은 폭넓은 활동량으로 ‘제2의 박지성’이란 평가를 받았다. 이승렬은 교체 출전으로 나섰지만 공격수로서 날카로운 움직임을 선보였다. 1일 오스트리아 노이슈티프트의 카펠라 호텔. ‘절친(절친한 친구)’으로 알려진 이들 1989년생 3인방의 운명이 엇갈렸다. 허정무 월드컵 대표팀 감독은 이날 남아공까지 함께 갈 최종 엔트리(23명)를 발표했다. 김보경과 이승렬은 최고의 무대에 초대받았지만 구자철은 마지막 한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눈물을 삼켰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들 3명 가운데 최소 2명은 짐을 쌀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대표팀 관계자들은 “허 감독이 경험을 쌓게 해준다는 측면에서 이들을 합류시켰다”고 전했다. 탈락 시 충격을 덜 받기 때문에 신예 3인방을 포함시켰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그러나 이들이 선배들을 능가하는 경기력을 보이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빠른 스피드와 왕성한 활동량이 무기인 김보경은 날카로운 왼발 슈팅 능력까지 보여주며 허 감독의 낙점을 받았다. 그는 왼쪽 측면에서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대체 멤버로 나선다. 공격수 이승렬의 합류는 더욱 극적이다. 1월 잠비아와의 평가전에서 데뷔전을 치른 이승렬은 국가대표팀 간 경기인 A매치 8경기에서 3골을 뽑아냈다. 특히 지난달 16일 에콰도르와의 평가전에선 그림 같은 선제골로 허 감독으로부터 확실한 눈도장을 받았다. 결국 그는 승선이 유력했던 선배 이근호(이와타)를 제치고 최종 선택을 받았다. 허 감독은 “이승렬은 경기에 나서면 분위기를 한순간에 바꿀 수 있는 선수다. 특히 최근 상승세를 눈여겨봤다”며 그를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반면 구자철은 같은 포지션인 중앙 미드필더 라인에서 기성용(셀틱), 김정우(광주), 김남일(톰 톰스크) 등 쟁쟁한 선배들과의 경쟁에서 밀려 짐을 싸게 됐다.노이슈티프트=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두 공격수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한 명은 남아공행 비행기표를 손에 쥐었지만 다른 한 명은 귀국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동국(31·전북)과 이근호(25·이와타) 얘기다.○ 라이언 킹, 남아공 가다 이동국은 12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게 됐다. 월드컵을 앞두고 번번이 부상, 부진 등의 이유로 최종 엔트리에 들지 못했던 그는 극적으로 허정무 대표팀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이동국의 발탁은 한 편의 드라마다. 허정무호 출범 이후 그가 대표팀 유니폼을 처음 입은 건 지난해 8월 파라과이와의 친선경기. 소속팀에서의 활약에 힘입어 대표팀에 뽑혔지만 허 감독의 평가는 냉담했다. 허 감독은 “대표팀에서 살아남으려면 좀 더 부지런하게 뛰고 확실한 경쟁력을 보여줘야 한다”며 그를 자극했다. 이동국은 이러한 감독의 요구를 점차 만족시키면서 월드컵 출전의 꿈을 키워 나갔다. 하지만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지난달 16일 에콰도르와의 평가전에서 허벅지를 다쳤다. 부상으로 낙마한 2006년 독일 월드컵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최근까지 팀 훈련에 정상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며 최종 엔트리 합류도 힘들어 보였다. 그러나 허 감독은 그에게 기회를 줬다. 1일 최종 엔트리 발표에서 “이동국의 몸 상태가 1주일 뒤면 경기에 완전하게 뛸 수준이 된다”며 그를 뽑았다. 사실 코칭스태프는 발표 당일까지 의료진에게 이동국의 부상 부위를 정밀검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조별리그 1차전은 불확실하지만 2, 3차전은 확실히 뛸 수 있다는 소견을 받은 코칭스태프는 발표 2시간 전 회의 끝에 이동국의 합류를 전격 결정했다. 허 감독은 “이동국은 제공권 싸움이 가능하고 골 결정력까지 갖췄다”며 “현재 대표팀 공격 라인에 꼭 필요한 스타일의 선수”라고 강조했다.○ 최근 부진이 운명 갈랐다…이근호는 낙마 반면 이근호는 손에 거의 들어온 기회를 놓치며 눈물을 흘렸다. 2007년 6월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이근호는 허정무호 출범 이후 꾸준히 경기에 출전하며 박주영 다음으로 많은 골을 터뜨렸다. 특히 월드컵 본선 진출의 고비였던 아시아 최종 예선 아랍에미리트와의 경기에서 2골, 이어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원정 경기에서도 골을 넣으며 주전을 예약한 것처럼 보였다. ‘허정무호의 황태자’ ‘월드컵 일등공신’ 등 온갖 찬사가 쏟아졌다. 하지만 원인 모를 끝없는 부진이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3월 이라크와의 평가전 이후 15개월 넘게 A매치에서 골 맛을 보지 못했다. 허정무 감독도 1일 최종 엔트리 발표에서 “이근호에겐 기회를 많이 줬지만 슬럼프를 벗어나지 못했다. 벨라루스전에서 마지막까지 기회를 줬지만 부진해서 기회를 날렸다”며 안타까워했다. 또 “본선까지 2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근호의 컨디션이 돌아오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힘든 결정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이날 이근호의 탈락 이유를 설명할 때 허 감독의 표정은 가장 어두웠다. 발표 뒤 허 감독은 숙소에서 이근호에게 탈락 통보를 했다. 이근호는 크게 실망한 표정을 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고개를 숙였다. 그는 1일 오후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노이슈티프트=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전반 30분. 공중 볼을 차지하기 위해 힘차게 뛰어올랐다. 이때 상대 공격수의 다리가 무릎을 강타했다. ‘딱.’ 멀리서도 들릴 만큼 소리가 크게 울렸다. 그라운드에 쓰러진 그의 얼굴은 고통으로 심하게 일그러졌다. 육체적인 고통도 그렇지만 마음은 더 아팠다. “아, 이번에도 꿈을 접어야 되는가.” 머릿속이 하얘진 그는 한동안 몸을 일으킬 수 없었다. 들것에 실려 나가면서 다시 한 번 생각했다. “어떻게 준비한 월드컵인데….” 축구 대표팀 훈련장에서 그는 ‘아이스맨’으로 불렸다. 크고 작은 부상에 계속 시달린 탓에 훈련이 끝나면 얼음찜질을 하느라 온몸에 붕대를 칭칭 감았다.》 ■ 벨라루스전 무릎 부상으로 대표팀 하차 곽태휘그는 남들보다 늦은 고교 시절에야 정식 선수로 데뷔했다. 고교 2학년 때는 훈련 중 공에 왼쪽 눈을 맞아 망막이 찢어지면서 시력이 크게 떨어졌지만 피나는 노력으로 이를 극복했다. 2005년 프로에 데뷔한 그는 2007년 전남으로 이적하면서 빛을 보기 시작했다. ‘신체조건, 상황판단, 순발력’의 3박자를 갖춘 최고의 수비수란 찬사를 받았다. 허정무 감독이 대표팀을 맡은 뒤엔 ‘허정무호의 황태자’란 얘기까지 들었다. 하지만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2008년 3월 발목을 다쳐 6개월 가까이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재활을 거쳐 그라운드에 복귀한 지 얼마 안 된 11월에는 오른 무릎 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으로 다시 10개월 넘게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긴 재활의 시간 동안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고, 부상의 흔적은 그대로 몸에 남았다. 그래도 그는 최근 웃을 수 있었다. 꿈에 그리던 월드컵 무대가 눈앞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최근 분위기도 좋았다. 대표팀 평가전에 주전으로 중용되며 중앙수비수 한 자리를 예약한 것처럼 보였다. 허 감독은 “컨디션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의지와 정신력이 누구보다 강한 선수인 만큼 월드컵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믿음을 표시했다. 하지만 한동안 숨어 지내던 부상 악령은 결정적인 순간 그를 또 덮쳤다. 지난달 30일 오스트리아 쿠프슈타인 스타디움에서 열린 벨라루스와의 평가전에서 상대 선수와 충돌하면서 왼쪽 무릎 내측 인대 부분 파열이란 진단을 받았다. 재활에만 최소 4주가 필요하다는 소견. 월드컵 최종 엔트리 발표를 불과 이틀 앞두고 벌어진 일이었다. 누구보다 그를 아낀 허 감독은 “월드컵과 인연이 없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힘들겠지만 빨리 털고 일어나길 바란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대표팀 후배 이청용도 “훈련 때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는 걸 모두 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클 것”이라며 같이 아파했다. 대표팀이 월드컵을 위한 마지막 담금질을 할 때 그는 홀로 귀국길에 오른다. ‘불운의 사나이’ 곽태휘(29·교토상가) 얘기다.곽태휘 빈자리에 강민수 투입 한편 그의 빈자리는 후배 강민수(24·수원)가 채우게 됐다. 강민수는 2007년 6월 A매치 데뷔전을 치른 뒤 대표팀에서 31경기를 뛰었다. 월드컵 예비 엔트리 30명 명단에 들었다가 막판 경쟁에서 밀려 고배를 마셨다.노이슈티프트=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지난달 30일 벨라루스와 평가전이 열린 오스트리아의 쿠프슈타인 스타디움. 우리 공격수들의 움직임은 무뎠고, 미드필드의 압박은 실종됐고, 수비수들의 조직력은 흔들렸다. 팬들은 안타까운 심경으로 답답한 90분을 보냈다. 이 장면을 누구보다 냉정하고 날카롭게 주시한 이들이 있다. 한국과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에서 만날 그리스 대표팀 오토 레하겔 감독과 그리스 기자들이다.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본 레하겔 감독은 한국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에 의미심장한 미소만 남기고 말없이 자리를 떴다. 그러나 기자들은 달랐다. 이들은 가감 없이 이날 경기에 대한 생각을 털어놨다. 그리스 스포츠지 ‘스포츠데이’의 게오르기오스 모라스 기자는 한국 주요 선수들의 소속팀, 장단점 등을 꿰고 있을 만큼 정보력이 뛰어났다. 경기가 끝난 뒤 그의 첫마디는 이랬다. “한 경기씩 놓고 보면 한국이 북한보다 경기력이 떨어진다.” 그리스는 지난달 26일 북한과 평가전에서 고전 끝에 2-2로 비겼다. 북한의 ‘인민 루니’ 정대세는 2골을 그림같이 터뜨리며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모라스 기자는 “북한 공격수들은 한국보다 더 빠르고 날카로웠다. 수비수들의 압박 역시 더 좋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정대세는 당장 유럽에 와도 손색이 없을 만큼 인상 깊은 플레이를 펼쳤다. 한국에는 그런 파괴력 있는 공격수가 보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리스 일간지 ‘엑세드라 톤 스포르’의 테오도르 소우트소스 기자도 한국의 플레이에 낙제점을 줬다. 한국 공격수들은 힘이 좋은 벨라루스 수비수들의 거친 플레이에 활로를 찾지 못했고, 수비수들은 상대의 빠른 역습에 당황하며 공간을 쉽게 내줬다는 것. 하지만 이청용에 대한 평가만큼은 후했다. 그는 “측면을 파고드는 넘버 11(이청용)의 움직임은 인상 깊었다. 볼 간수 능력이 좋고 개인기까지 뛰어나 그리스로선 경계대상 1호”라고 강조했다. 다른 일간지의 한 기자는 “현지 적응 실패 때문인지, 그라운드 사정이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벨라루스전에서 보여준 경기력으론 레하겔 감독을 넘어서기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노이슈티프트=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지난달 30일 벨라루스와 평가전이 열린 오스트리아의 쿠프슈타인 스타디움. 우리 공격수들의 움직임은 무뎠고, 미드필드의 압박은 실종됐고, 수비수들의 조직력은 흔들렸다. 팬들은 안타까운 심경으로 답답한 90분을 보냈다. 이 장면을 누구보다 냉정하고 날카롭게 주시한 이들이 있다. 한국과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에서 만날 그리스 대표팀 오토 레하겔 감독과 그리스 기자들이다.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본 레하겔 감독은 한국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에 의미심장한 미소만 남기고 말없이 자리를 떴다. 그러나 기자들은 달랐다. 이들은 가감 없이 이날 경기에 대한 생각을 털어놨다. 그리스 스포츠지 '스포츠데이'의 게오르기오스 모라스 기자는 한국 주요 선수들의 소속팀, 장단점 등을 꿰고 있을 만큼 정보력이 뛰어났다. 경기가 끝난 뒤 그의 첫 마디는 이랬다. "한 경기씩 놓고 보면 한국이 북한보다 경기력이 떨어진다." 그리스는 지난달 26일 북한과 평가전에서 고전 끝에 2-2로 비겼다. 북한의 '인민 루니' 정대세는 2골을 그림같이 터뜨리며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모라스 기자는 "북한 공격수들은 한국보다 더 빠르고 날카로웠다. 수비수들의 압박 역시 더 좋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정대세는 당장 유럽에 와도 손색이 없을 만큼 인상 깊은 플레이를 펼쳤다. 한국에는 그런 파괴력 있는 공격수가 보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리스 일간지 '엑세드라 톤 스포르'의 테오도르 소우트소스 기자도 한국의 플레이에 낙제점을 줬다. 한국 공격수들은 힘이 좋은 벨라루스 수비수들의 거친 플레이에 활로를 찾지 못했고, 수비수들은 상대의 빠른 역습에 당황하며 공간을 쉽게 내줬다는 것. 하지만 이청용에 대한 평가만큼은 후했다. 그는 "측면을 파고드는 넘버 11(이청용)의 움직임은 인상 깊었다. 볼 간수 능력이 좋고 개인기까지 뛰어나 그리스로선 경계대상 1호"라고 강조했다. 다른 일간지의 한 기자는 "최근 한국 대표팀의 경기를 5개 이상 비디오로 봤다. 오늘 본 경기는 그 중 최악"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일본전에서 보여준 한국 특유의 리듬과 미드필드에서의 세밀함이 실종됐다"며 "현지 적응 실패 때문인지, 그라운드 사정이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벨라루스전에서 보여준 경기력으론 레하겔 감독을 넘어서기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노이슈티프트=신진우기자 niceshin@donga.com}
30일 오전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의 티볼리노이 스타디움. 붉은 상의에 푸른 하의를 입은 전사들이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내자 경기장은 후끈 달아올랐다. 국가가 나올 때쯤 그 열기는 최고조가 됐다. 몸에 국기를 두른 관중은 국가를 따라 부르며 상대팀 관중석을 얼어붙게 만들었다.‘무적함대’가 위용을 드러냈다. 남아공 월드컵 우승후보 1순위 스페인 대표팀이 사우디아라비아와 평가전을 가졌다. 스페인은 한국 대표팀이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마지막 평가전(6월 4일)을 치르는 상대. 경기 전부터 다비드 비야, 사비 에르난데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이상 바르셀로나), 사비 알론소(레알 마드리드) 등 정예 멤버를 총출동시킨 스페인의 압승이 예상됐다. 하지만 선제골은 전반 16분 사우디가 코너킥에 이은 헤딩슛으로 뽑았다. 파상 공세를 펼친 스페인은 전반 30분 비야가 헤딩으로 동점골, 후반 13분 알론소가 중거리 슛으로 역전골을 터뜨렸다. 후반 29분 사우디아라비아에 다시 일격을 당한 스페인은 경기 종료 직전 페르난도 토레스(아틀레티코 빌바오)가 헤딩 골을 성공시키며 3-2로 진땀승을 거뒀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허정무 감독은 “조직력 등에선 덜 다듬어진 모습이지만 볼 컨트롤과 세밀한 패스 전개 등은 역시 세계 최강답다”며 “스페인은 아르헨티나에 대비한 우리의 좋은 스파링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인스브루크=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

《“지금까지 같이 고생한 선수들인데…. 마지막까지 보고 신중하게 결정을 내려야죠.” 축구대표팀 허정무 감독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관한 질문을 받으면 언제나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대답한다. 적어도 지금까지 살아남은 선수라면 충분한 경쟁력이 있고, 대표팀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제 그 결정을 내려야 할 시간이 왔다. 대표팀의 ‘마지막’ 모의고사가 눈앞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최종 엔트리 발표 직전 마지막 관문 남아공에 입성하기에 앞서 최종 담금질을 하고 있는 대표팀은 30일 오후 10시 오스트리아 쿠프슈타인 스타디움에서 벨라루스와 친선 경기를 갖는다. 벨라루스는 세계 랭킹 82위이지만(한국 47위) 이번 월드컵 유럽 예선 6조에서 잉글랜드와 우크라이나, 크로아티아에 이어 4위(3승 1무 6패)를 차지한 만만치 않은 상대다. 이번 경기에선 알렉산드르 흘레프(슈투트가르트) 등 주축 선수 몇 명이 빠진 가운데 18명이 출전 선수 명단에 포함됐다. 23명의 월드컵 최종 엔트리 제출 마감 시한은 다음 달 2일 오전 7시. 선수들에게는 이 경기가 마지막 시험대이다. 현재 26명의 예비 명단에서 3명을 탈락시켜야 하는 허 감독은 “가능한 모든 선수를 기용해 기량을 점검하겠다”며 공평하게 기회를 줄 생각임을 밝혔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해외파 12명의 최종 엔트리 포함은 거의 확정적인 가운데 문제는 국내파 14명의 생존 경쟁. 공격진에선 신예 이승렬(서울)과 부상 중인 이동국(전북) 가운데 한 명이 짐을 쌀 가능성이 크다. 미드필더와 수비 라인에선 김재성, 신형민, 김형일(이상 포항)과 구자철(제주) 가운데 2명의 탈락이 유력한 상황.○ 끝나지 않은 주전 경쟁 벨라루스 전은 다음 달 4일 스페인과의 평가전을 제외하곤 월드컵에 앞서 치르는 마지막 평가전이다. 따라서 베스트 11의 윤곽을 그리는 데도 중요한 잣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허 감독은 “주전 경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선수들에게 분발을 촉구하고 있다. 미드필더 라인은 어느 정도 밑그림이 나왔지만 박주영(AS모나코)과 파트너를 이룰 공격수 한 자리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정수(가시마)-곽태휘(교토상가)-조용형(제주)의 3파전 양상이 된 중앙수비수 자리와 오범석(울산)-차두리(프라이부르크)가 경쟁 중인 오른쪽 측면수비 라인도 경합이 치열한 곳. 이운재(수원)가 무혈 입성할 것으로 예상됐던 골키퍼 자리도 최근 정성룡(성남)이 잇따라 주전으로 기용되며 알 수 없는 상황이 됐다.노이슈티프트=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