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규 씨(오른쪽)가 소피아 킴과 함께 9일 경북 봉화 청소년회관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임성규 씨 제공
청중은 산만했다.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는 청중도 있었고, 수다를 떠느라 정신없는 청중도 있었다.
얼마 뒤 귀에 익숙한 영화 음악이 들려왔다. 선율은 곧 시골 마을 청소년회관을 가득 채웠다. 고교 3학년생이 대부분인 청중의 귀는 전문 클래식 연주 단체인 에코앙상블 ‘청’의 음악에 쏠렸다.
이어 2부 공연. 바리톤 임성규 씨(42)가 무대에 올랐다. 팝페라 가수 소피아 킴(26)과 함께였다. 가요와 전통 가곡를 부르며 분위기를 달궜다. 1시간 반의 공연.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를 만큼 뜨거웠고 흥겨웠다. 공연에 눈과 마음을 뺏긴 600여 명의 청중은 공연이 끝난 뒤 공연장 밖에서 북새통을 이뤘다. 무대에 오른 주인공들의 사인을 받기 위해서였다. 임 씨는 이날만큼은 아이돌 가수가 부럽지 않았다.
9일 오후 경북 봉화의 한 마을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공연 입장료는 무료. 후원해주는 업체는 없지만 공연은 올해만 10번째다.
공연은 2004년 임 씨의 머리에서 시작됐다. 스트레스를 풀 공간이 없어 PC방 등으로 달려가는 학생들을 보면 안타까웠다. 그러다 무료 공연을 보여주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사람 좋게 웃으며 말했다. “우리는 행복을 숫자로 표시하려고만 하잖아요. 등수를 매기려고만 하고. 아이들에게 잠시라도 보이지 않는 행복을 선물하고 싶었어요.”
처음엔 공연장에 학생들을 초청했다. 그랬던 게 지방 구석구석까지 ‘찾아가는 공연’으로 진화했다. “시골 아이들은 아무래도 공연을 접할 기회가 적잖아요. 같은 선물을 줘도 느껴지는 온도차가 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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