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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는 일본 오릭스에 입단하기 전까지 국내 프로야구 선수 중 가장 무거운 선수였다. 몸무게는 무려 130kg. 거구인 탓에 2루타성 타구를 날리고도 1루에 머물곤 했다. 오릭스의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이 “살을 빼고 왔으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대호는 올 시즌 직후 등산과 수영, 요가로 10kg을 뺐다. 100kg의 거구였던 한화 최진행도 다이어트 삼매경에 빠져 있다. 그는 지난 한 달간 일본 나가사키 마무리 훈련에서 5kg을 줄였다.스포츠 전문가들은 뚱뚱하다고 무조건 나쁜 건 아니라고 말한다. 강흠덕 두산 트레이너(대한선수트레이너협회장)는 “유명한 홈런 타자들은 대부분 체중이 많이 나간다. 체중이 받쳐줘야 파워 배팅을 할 수 있다. 특히 가슴둘레가 큰 게 특징이다”라고 설명했다. 미국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한 시즌 70홈런을 친 마크 맥과이어(은퇴)는 113kg, 통산 최다 홈런 기록(762개)을 보유한 배리 본즈(은퇴)는 108kg이었다. 체육과학연구원 송주호 박사는 “운동량은 속도×질량이다. 몸이 무거워야 체중을 실어 공을 때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체중이 많이 나가면서 몸이 유연한 선수들이 장타력을 갖고 있다. 뛰는 데 무거움을 느끼거나 옆구리 살이 쪄서 스윙이 힘들 정도가 아니라면 굳이 체중을 뺄 이유는 없다”고 했다.이대호의 빈자리를 채울 차세대 빅보이는 두산 최준석과 KIA 박성호다. 둘 다 115kg으로 현역 선수 가운데 가장 무겁다. 강흠덕 트레이너는 “최준석의 몸무게는 115kg에서 늘었다 줄었다 한다. 본인이 살을 빼겠다는 생각은 있지만 쉽진 않다”고 했다. 야간경기가 끝난 뒤 야식을 먹는 프로야구단의 특성 때문이다.각 구단 트레이너들은 시즌 중에는 거구의 선수들에게 몸무게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는다. 선수 본인이 체중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기 때문이다. 강 트레이너는 “김동주는 평소 100kg이 넘지만 체지방량보다 근육량이 많아 별문제가 없다. 반면 최준석은 체지방량이 많아 시즌이 끝난 뒤 달리기 등으로 체중 감량을 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투수, 포수, 내야수와 외야수 등 포지션별로 가장 무거운 선수로 한 팀을 꾸리면 어떨까. 투수는 KIA 박성호, 포수는 SK 조인성(108kg)이 맡고 내야는 1루수 두산 최준석, 2루수 한화 정원석(90kg), 3루수 전 두산 김동주(102kg), 유격수는 롯데 황재균(88kg)이 자리를 잡는다. 외야수는 나란히 100kg인 두산 김현수, 한화 최진행과 전 한화 가르시아가 꼽힌다. 베스트9의 총 몸무게는 918kg으로 평균 102kg에 이른다. 사령탑으로는 KIA 선동열 감독(97kg)이 가장 무겁다.올 시즌 8개 구단 선수의 평균 체중은 84.09kg. 평균 체중이 가장 무거운 팀은 롯데(85.22kg)였고 가장 가벼운 팀은 넥센(83.0kg)이었다. 가장 가벼운 선수는 올해 신인 드래프트 3라운드 29순위로 두산에 지명받은 이규환(65kg)이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서울시가 도시빈민의 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반값 고시원’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동작구 노량진 고시원을 찾은 박원순 서울시장은 ‘반값 고시원’ 운동을 펼치는 박철수 반값고시원추진운동본부 대표(56)를 현장에서 만났다. 박 시장은 실제로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지 공청회를 조직해볼 것을 지시해 이번 달 중 관계자들을 모아 협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시는 고시원을 포함한 빈민층 주거대책 마련에 나설 계획이다.○ 도시빈민 60만 시대한 평짜리 인생을 사는 서울의 도시빈민은 60만 명에 육박한다. 6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시내 고시원은 5369곳에 이른다. 방은 약 20만 개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고시원과 비슷한 주거 형태인 단칸방과 쪽방, 옥탑방을 포함하면 약 60만 명이 한 평짜리 방에 살고 있는 것.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 같은 저소득층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임대주택 8만 채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박 대표는 한 평짜리 고시원에서 월세 인생을 살고 있는 도시빈민 문제를 해결하려면 고시원을 전세로 임대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 대표는 “매달 월급의 반 이상을 방값으로 써야 하는 현실에서는 이들이 극빈층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며 “예를 들어 33m²(10평)짜리 다세대주택 전셋값이 4000만 원이라고 하면 1평에 400만 원으로 전세를 내줄 수 있다는 논리”라고 설명했다. 고시원 전세가 실현되면 세입자가 월세 대신 전기·수도료만 부담하면 돼 수입을 저축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월 25만 원을 내야 하던 세입자가 5만∼10만 원 정도만 내면 돼 말 그대로 반값 고시원이 실현되는 것. 박 대표는 “저소득층을 위한 대출지원제도인 햇살론과 미소금융을 이용하면 전세금 마련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궁극적으로 고시원은 없어져야”수익성이 떨어지는 전세고시원이 가능하겠냐는 지적에 박 대표는 “고시원 업주들은 현재 고시원 사업 자체가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라고 입을 모은다”며 “고시원을 극빈 주거층을 위한 공동공익사업으로 추진해 업주들에게 저리금융 지원과 보조금 지급으로 수익을 보장해주면 된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복지정책인 ‘희망온돌 프로젝트’에서 시민기획위원으로 참여하는 박 대표는 재원을 충당할 수 있는 서울시와 고시원 업주, 정책전문가와 주민 당사자들이 모여 논의해볼 것을 시에 제안했다.박 시장은 민간이 운영하는 전·월세 임대주택이 저렴한 임대료의 장기임대주택으로 공급되도록 유도하는 ‘민간 안심주택’ 정책을 지난 보궐선거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와 함께 국토해양부 및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협의해 분양형 보금자리주택의 일부를 중소형 장기전세 임대주택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이처럼 시가 극빈주거 임대사업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그는 지난달 22일 박 시장과 만난 자리에서 서울시 공공근로 청년인력을 고시원 관리인원에 편입해 인건비를 줄이는 방안을 전달하기도 했다. 조금이라도 고시원 운영비를 낮춘다면 극빈층의 주거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박 대표는 “반값고시원 운동의 궁극적인 목표는 고시원이라는 기형적인 주거가 사라지는 것”이라며 “주거문제에 시달리는 빈민층에게 임시 안전망을 만들어주고 장기적으로 이들이 사람답게 살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지사가 만나 수도권 버스요금 문제를 논의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박 시장과 김 지사는 24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JW메리어트호텔에서 조찬 회동을 갖고 버스요금 인상 등 대중교통 문제를 비롯한 각종 현안을 논의했다. 김 지사는 이 자리에서 “버스요금 인상은 서울과 경기, 인천이 이미 박 시장이 취임하기 전에 각 담당 국장들이 모여 합의를 했다”며 “서울시도 경기, 인천과 함께 보조를 맞춰 시스템을 통일하는 것이 시민의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요금 인상의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버스요금 인상이 가져오는 영향과 대책 부분에서 추가적인 검토와 연구가 필요하다”며 즉답을 피했다. 요금 인상 여부를 결정하기에 앞서 버스회사의 경영합리화 등 시민들이 요금 인상을 납득할 만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경기도와 인천시는 26일부터 버스요금(교통카드 기준)은 일반버스의 경우 900원에서 1000원으로, 좌석형 버스는 1500원에서 1800원으로, 직행좌석버스는 1700원에서 2000원으로 각각 인상하기로 한 상태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와 관련해서도 접점을 찾지 못했다. 김 지사가 GTX 사업에 대한 서울시의 적극적인 협력을 요청하자 박 시장은 “부채가 많은 서울시 입장에서 당장 시행하기는 어렵다”며 “장기적으로 필요성을 검토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편 두 사람은 각종 현안을 해결할 상시적인 협력 관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으고 기존 협의 채널인 광역경제권협의회 수도권대중교통조합 수도권행정협의회를 활성화하는 한편 별도의 새 협의체를 만드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박원순 서울시장이 26일로 취임 한 달을 맞는다. 정치 신인이지만 취임 첫날 무상급식 예산 지원을 전격 결정해 자신의 복지 구상을 실현하며 친서민 정책에 시동을 걸었던 그다. 온라인 취임식을 연 뒤 연일 파격 행보를 선보이기도 했다. 한 대학 특강에서 “등록금 철폐 운동을 왜 안 하느냐”는 돌출발언까지 한 박 시장은 여느 시장과 확연히 다른 행보를 보여 왔다. 출범 한 달을 맞은 ‘박원순호 서울시 행정’을 4개의 키워드로 분석했다.○ 현장을 중시하는 친서민 행보그는 지난달 27일 취임 첫 일정으로 노량진수산시장을 방문했다. 이날 마지막 일정도 영등포 쪽방촌을 찾아 월동대책을 점검하는 일이었다. 환경미화원과 함께 쓰레기를 치우고 방사능 소동이 벌어진 노원구 월계동과 단수사태가 발생한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촌 아파트로 달려갔다. 서울시에 감정이 좋지 않은 우면산 산사태 피해지역인 전원마을과 강남의 달동네인 구룡마을도 찾아갔다. 취임 28일째인 23일까지 이뤄진 박 시장의 현장방문은 공식적으로 파악된 것만 모두 14차례. 박 시장의 관용차인 카니발 승합차는 22일 기준으로 2002km를 달렸다. 휴일을 포함해 하루 평균 74km를 넘게 움직인 것. 주유량도 248L에 이른다. 전임 시장의 에쿠스 관용차는 다음 달 매각한다.○ 시정 운영 최우선 기준은 합리성박 시장은 ‘모든 정책을 무조건 뒤집어 혼란을 일으킬 것’이라는 일부의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으로 합리성을 내세웠다. 박 시장은 서울시 간부를 처음 만난 자리에서 “다른 견해가 있을 수 있지만 상식과 합리에 기준을 두면 모든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선거운동 기간에 “양화대교 공사를 중단해 전시행정의 표본으로 남기겠다”고 했지만 당선 후에는 예산 낭비가 우려된다며 계속 공사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31일 서울종합방재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천재만은 아니다”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던 박 시장은 21일 재조사 여부에 대해 “속단하면 안 된다”며 신중한 입장으로 선회했다. 대대적인 물갈이가 예고됐던 간부 공무원 인사는 내년 3월경으로 미뤘다.○ 예측하기 힘든 즉흥적 행동하지만 현장 중심의 행보는 때때로 즉흥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박 시장은 15일 동국대 특강에서 “여러분이 어렵게 등록금 인하 투쟁을 해왔는데 왜 철폐 투쟁은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등록금은 예산과 재정의 문제가 아니라 비전의 문제이고 가치의 문제”라며 대학 등록금이 없는 독일 스웨덴 핀란드의 사례를 거론했다. ‘경제 사정이 다른 우리나라와 단순 비교할 수 없다’ ‘시장으로서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반박에 부닥치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하지만 예고 없이 시청 사무실을 방문해 손수 피자를 나눠주고 직원 자녀와 직접 통화하는 등 즉흥적인 격식 파괴에는 환호를 받았다.○ 계속되는 협찬 논란선거 과정에서 계속됐던 ‘협찬’ 논란은 박 시장이 시정 운영에서도 기업이나 사회단체의 협찬을 받겠다고 밝히면서 또다시 고개를 들었다. 박 시장은 2일 정례간부회의에서 “공익에 투자하려는 기업과 사회단체의 협찬을 받아서라도 따뜻한 겨울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또 내년도 예산편성 과정에서 향후 3년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회투자기금’을 조성하는 데 전체 기금의 절반인 1500억 원을 기업 협찬으로 채우겠다고 밝혔다. 기자와 만나면 “언론이 협찬해 달라”며 적극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자신에 대한 비판의 단어를 자신의 강점으로 변화시키는 정치적 화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김재홍 기자 nov@donga.com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

‘월화수목금금금.’ 중국 산둥(山東) 성 출신 Y 씨(27·서울 C대)는 3개월째 주말 없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요리사 아버지 덕에 고향에선 경제적 어려움 없이 지냈지만 2007년 유학 온 한국의 물가는 상상을 뛰어넘었다. 그나마 싼 편이라는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의 3평짜리 자취방도 보증금 300만 원에 월 30만 원을 줘야 했다. 교통비와 한 끼에 3000원이 넘는 밥값만 해도 한 달에 60만 원은 족히 든다. 한 달에 최소 120만 원은 벌어야 유학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이다. Y 씨가 매일 오후 11시부터 다음 날 오전 8시까지 편의점에서 밤샘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유다.Y 씨를 더 힘들게 하는 건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한국인보다 적게 받는 시급이다. Y 씨는 시간당 4500원을 받지만 같은 조건으로 채용된 한국인 아르바이트생은 6000원을 받는다. 16일 오전 1시 근무 중인 편의점 앞에서 만난 Y 씨는 “한국 친구들이 월급을 더 받아 속은 상하지만 당장 생활비가 급하기 때문에 항의할 생각은 못했다”고 했다.○ ‘유학생 알바’ 허용은 됐지만법무부는 2009년 6월 외국인 유학생의 안정적 생활을 위해 사전에 신고한 유학생에 한해 학기 중 주 20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실제 동아일보 취재팀이 최근 만난 외국인 유학생 125명 중 70명은 생활비를 벌기 위해 현재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하고 있었다. 이들 대부분이 한국보다 1인당 평균 소득이 낮은 국가 출신이었다.이들은 인터뷰에서 “한국 물가를 감안할 때 주당 20시간만 일해서는 생활비조차 충당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시간당 최저임금인 4320원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일주일에 8만6400원, 한 달에 34만5600원을 벌 수 있다. 주거비와 식비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더구나 외국인 유학생은 최저임금도 받지 못할 때가 많다.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한 70명 중 3분의 1인 23명이 최저임금 미만의 시급을 받았다. 서울 S대로 3년 전 유학 온 중국인 탕정하오(唐正皓·22) 씨는 학교 앞 삼겹살집 보쌈집 노래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최저임금 이상의 시급을 받아본 적이 없다. 그는 “시급 4700원이라는 구인광고를 보고 찾아갔더니 ‘중국인이니 4000원만 주겠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부산에서 대학을 다니는 우즈베키스탄인 압두말리코프 아짐베크 씨(21) 역시 식당 웨이터 일을 하다가 노래방 아르바이트로 옮겼다. 그는 “웨이터 일을 할 때는 최저임금보다는 많이 받았지만 생활비가 부족해 매달 100만 원씩 주는 노래방으로 옮겼다”고 말했다.그러다 보니 주당 20시간 이상 불법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유학생이 대부분이다. 일부 악덕업주는 이 점을 악용해 임금을 깎거나 체불하기도 한다. 지난해 충북 청주시로 유학 온 중국 선양(瀋陽) 출신 류위자오(劉玉嬌·24·여) 씨는 “식당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사장이 2주일 넘게 월급을 주지 않아 발만 동동 굴렀다”고 했다. 전북 지역에서 공부 중인 중국인 여학생은 “칼국수집에서 일하고 돈을 받지 못해 결국 노동청에 신고했다”며 인터뷰 도중 눈물을 흘렸다.○ 생활고는 성적 하락으로 이어져밤샘 아르바이트에 치이면서 외국인 유학생의 학업 성적도 뒤처진다. 성적 미달로 장학금을 받지 못하면 더 많은 아르바이트를 해 학비까지 벌어야 하는 악순환이 시작된다.매일 오전 8시에 퇴근하는 Y 씨는 집에 들러 잠시 눈을 붙이고 오전 10시 반 다시 학교로 간다. 하지만 수업시간 내내 꾸벅꾸벅 졸기 바쁘다. 그는 “한국어 수업은 원래도 30% 정도밖에 이해를 못하는데 집중력이 떨어지니 더 뒤처진다”며 “시간에 쫓겨 발표나 과제도 제때 해내지 못할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두 달 전부터 서울 회기역 인근 포장마차에서 일을 하고 있는 중국인 궈신(22) 씨도 “오후 11시부터 오전 7시까지 밤새워 일하고 다음 날 다시 수업을 들으러 가려니 체력이 달린다”고 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부산=김태웅 기자 pibak@donga.com ▼ 돈없어 휴학하고 성매매 수렁에 빠지기도 ▼■ 곳곳에 검은 유혹의 손길중국인 A 씨(22·여)는 2008년 9월 서울시내 명문 사립대에 입학했다. 무역업을 하던 부모님과 함께 살며 1년간 학교를 다녔다. 그러나 사업이 잘 안 돼 가족이 뿔뿔이 흩어졌고, A 씨는 서울시내 자취방에서 홀로 살았다. 등록금이 없어 학교는 휴학했고 비자는 지난해 3월 만료돼 불법 체류자가 됐다.A 씨는 스스로 돈을 모아 다시 학교를 다니고 싶었다. 편의점과 식당에서 닥치는 대로 일을 했지만 등록금은커녕 생활비를 대기도 빠듯했다. 좀 더 나은 일자리를 찾다 올해 8월 인터넷에서 중국인 유학생을 상대로 호프집 종업원을 구한다는 글을 봤다. 시급도 1만5000원으로 높았다. 찾아 가니 용산구의 한 유흥주점이었다. 업주는 “남자 1명을 접대하고 2차를 나가면 15만 원씩 주겠다”고 꼬드겼다.A 씨는 다른 일을 하면서 한 달에 서너 번만 일하면 등록금을 모을 수 있다는 생각에 일을 시작했다. 이 주점에는 중국과 몽골에서 온 유학생이 6명 더 있었다. 평일에는 식당에서 서빙하고 주말에만 이 주점에서 일했다. 그러나 9월 경찰의 성매매 영업 단속 때 A 씨는 다른 종업원과 함께 붙잡혔다. 불법 체류자 신분이었던 A 씨는 결국 지난달 5일 중국으로 강제 추방됐다.좋은 아르바이트를 구하지 못하고 생활고에 시달리는 일부 외국인 유학생은 범죄에까지 내몰리고 있다. 일부 학생은 큰돈의 유혹에 못 이겨 성매매까지 나선다. 성매매 업주들도 한국 여성보다 싼값에 고용할 수 있는 외국인 유학생을 모집하려고 인터넷에 광고까지 낸다. 생활고 탓에 등록금을 못 내고 학업을 중단하면서 비자 연장이 안 돼 불법 체류자가 되고 결국 범죄의 늪에 빠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 법무부가 현재 공식 집계하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 불법 체류자만도 4000여 명에 이른다.범죄 유형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지난달 20일 외국인 유학생을 고용해 진료를 하게 한 혐의(의료법 위반 등)로 정모 씨(44) 등 치과의사 3명과 우크라이나 출신 유학생 B 씨(35)를 입건했다. 국내 명문대 치의학대학원에 다니는 B 씨는 정 씨의 병원에 통역사로 채용된 뒤 외국인 환자를 진료한 것으로 조사됐다.취업을 노린 ‘가짜 유학생’도 잇따라 적발되고 있다. 2008년 12월 충남 아산시의 한 사립대에서는 중국인 유학생 10여 명이 브로커에게 800만∼1000만 원을 주고 고교 졸업증명서와 성적증명서를 위조해 입학한 사실이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적발됐다. 이들은 학교에 다니지 않고 인근 산업단지 공장에 취업해 일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 中-동남아 학생 시간당 5000원 ‘막노동 알바’ ▼영미권 출신은 편한 일 하면서도 2배 받아■ 국적따라 일자리 양극화외국인 유학생들도 우리 대학생들처럼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지만 국적과 사용하는 언어에 따라 ‘일자리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었다.영미권 학생들은 ‘고액 아르바이트’ 시장에서도 환영받는다. 중앙대에 다니는 에릭 헨슨 씨(20·미국)는 학교가 운영하는 ‘잉글리시 라운지’에서 매달 50시간 일한다. 외국인 학생을 위한 편의시설을 관리하고 안내하는 일인데 시급이 1만 원이다. 헨슨 씨는 “돈을 모아 이번 성탄절에 여행을 갈 것”이라며 “친구가 추천해 유학을 왔는데 한국 사람들이 정말 친절하게 대해줘 행복하다”고 말했다.아시아 출신이라도 영어에 능숙하면 높은 시급을 받을 수 있다. 한양대에 다니는 웡수린 씨(22·여·말레이시아)는 최근까지 서울 잠실의 한 화장품 가게에서 일했다. 말레이어 외 영어 중국어에도 능숙해 주로 외국인 손님을 상대했다. 시급도 한국 아르바이트생보다 1000원 많은 6000원을 받았다. 그는 “일을 그만둘 때 사장님이 ‘조금만 더 일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전했다.반면 중국이나 베트남 등 개발도상국 출신에 영어가 서툰 학생들은 ‘일은 많고 받는 돈은 적은’ 아르바이트를 주로 한다. 충북 청주의 C대에 재학 중인 리장(李江·22) 씨는 주말마다 오전 8시 반부터 오후 5시까지 전자제품 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시급은 5000원으로 한 달에 받는 돈은 40여만 원이다. 그는 “무거운 물건을 자주 옮겨야 해 늘 힘들고 피곤하다”고 했다. 부산의 B대에 다니는 뉴톈이(牛天宜·21) 씨는 한국에 와서 처음 한 아르바이트가 전단지를 배포하는 일이었는데 시급으로 5000원을 받았다. 그는 “식당에서 일하다 보면 돈을 제때 못 받는 경우가 많다고 해 돈 떼일 걱정 없는 일을 찾아서 하게 됐다”고 말했다.주애진 기자 jaj@donga.com }
박원순 서울시장이 우면산 산사태 재조사 여부에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박 시장은 21일 오후 우면산 산사태 피해지역인 서초구 전원마을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재조사 여부를) 속단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산사태 원인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있으니 충분히 들어볼 생각”이라며 “객관적인 조사 결과에 기초해 후속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밝혔다.박 시장은 또 23일 제출될 시 원인조사단의 최종보고서에 대해서도 “보고서는 오직 객관적인 상황과 진실에 따라 작성되고 결론 내려져야지 임의적으로 시장이나 다른 사람의 의사가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며 “오늘은 그런 측면보다 겨울이 다가오고 있는데 피해 주민들이 현장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들어보기 위해 온 것”이라고 말했다.이에 앞서 16일과 17일 우면산 산사태 원인에 대해 정반대의 입장을 취하고 있는 전문가들을 연이어 만난 박 시장이 이날 신중한 자세를 보여 서울시가 재조사 여부를 놓고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박 시장은 이날 우면산 피해지역 외에도 강남의 판자촌인 구룡마을을 방문해 주민들을 위로하고 철저한 월동대책을 지시했다. 주민들은 민간이 주도하는 개발방식이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박 시장은 “개발은 주민의 입장이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면서도 “당장 답변할 수는 없고 모든 것을 종합해 판단하겠다”며 역시 신중한 자세였다.김재홍 기자 nov@donga.com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

“제시문을 통해 각 시냅스에서의 신경전달 방식의 차이를 추론하고, 자가면역 질환인 근위축증에서 아세틸콜린의 역할, 통점과 촉점의 신경전도 속도 차이의 발생 원인을 논하라.”19일 치러진 고려대 자연계열 논술고사 문제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이사는 “시냅스는 생물 Ⅰ에서 나오는 주제지만 문제가 대학 수준의 어려운 난도였다”고 말했다.고려대 숙명여대 아주대 한양대 등 주요 대학의 수시모집 논술고사가 끝났다. 지난해보다 전반적으로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가운데 일부 대학을 제외한 대부분이 어려운 논문이나 학술지, 영어 지문을 출제했다.전문가들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내년에도 쉽게 나오면 변별력을 얻기 위해 많은 대학이 고난도의 논술고사를 출제할 것으로 전망한다. 내년 입시를 앞둔 고교 2학년생들은 “학원에 가거나 과외를 받지 않으면 논술고사를 대비할 수 없다”고 푸념하고 있다.○ 대교협 권고에도 ‘어려운 논술’ 계속지난달 3일 치러진 이화여대 인문계열1 논술에서는 미국 사회학 저널에 실린 영어논문을 이용해 표준시간대 설정이 필요한 이유를 묻는 문제가 나왔다. 역시 지난달 1일 실시된 연세대 자연계 수리논술에서는 집합과 평균값의 정리 등을 이용해 기울기, 최댓값, 도함수, 적분 등을 구하는 문제 네 문항이 출제됐다. 이에 따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지난달 24일 “논술 문제를 어렵게 출제하지 말고 고교 교육과정을 고려해 출제해 달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일선 대학이 이를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A대 관계자는 “수능이 쉽다면 우수한 학생을 뽑기 위해 논술이라도 까다롭게 내서 걸러야 할 것 아니냐”고 말했다. 내년에도 수능이 쉽게 출제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예비 고3 학생들의 논술 준비 부담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카페엔 과외모집 봇물최근에는 수시 논술전형으로 합격한 대학생 강사들이 귀한 대접을 받기도 한다. 대학마다 출제 경향이 다른 만큼 실전에서 합격한 대학생이 더 잘 가르친다는 믿음 때문이다.수험생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네이버 카페 ‘수만휘’(수능 날 만점시험지를 휘날리자)에는 이 같은 대학생들의 과외 모집 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성균관대에 논술전형으로 합격했다는 B 씨(24·여)는 “1학년 때부터 논술학원과 논술과외를 했다. 대학별 논술고사 일정에 맞춘 커리큘럼으로 단기 논술 과외를 진행한다”고 홍보했다.고려대 논술특수재능보유자 전형으로 합격했다는 김모 씨(26·4학년)도 “나는 7년간 논술과외로 역전 드라마를 많이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한 입시업체 관계자는 “어떤 대학의 논술전형 합격생이 그 대학 대비 강의를 하면 유명 강사보다 몸값이 두세 배 더 높다”고 귀띔했다.○ 단기 대학생 알바 주의일부 논술학원은 ‘전문 강사만 고용한다’고 홍보하면서 단기 대학생 아르바이트를 고용해 수험생을 속여 왔다. 논술이 어려워지면서 학원 문을 두드리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반짝 수익을 노리는 것이다.서울 강남구 대치동 M논술은 “대학생 아르바이트생은 쓰지 않고 교육청에 등록된 전문강사들이 첨삭한다”고 안내했다. 그러나 지난주까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각 대학 인터넷 커뮤니티에 “논술 대면첨삭 선생님을 충원한다”는 글을 올려 대학생 아르바이트를 모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단기 아르바이트생은 보통 시간당 1만5000원∼3만 원을 받는다.지난해 이 학원에서 논술첨삭 강사로 일했던 대학생 김모 씨(23)는 “수능 직전 기출문제를 내주고 아르바이트생끼리 토론해 가이드라인과 모범답안을 만들어 보라고 했을 뿐 학원 측이 따로 첨삭 요령을 알려주진 않았다. ‘이래서 어떻게 첨삭을 하느냐’고 학원에 문의하자 ‘선생님 실력이면 가능하실 거다’란 답이 전부였다”고 말했다.대구의 한 고교 교장은 “논술이 어려워질수록 학교에서 대비하기가 어려워 서울의 학원으로 가겠다는 상위권 학생을 막을 수 없다. 값비싼 수강료나 비전문가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이 떠안는 것”이라고 말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
서울시와 인천시가 수도권매립지 문제 해결을 위해 한시적인 별도의 기구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송영길 인천시장은 17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의 한 식당에서 조찬모임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공동합의문에 서명했다. 서울 쓰레기를 받아 매립해온 인천시는 2016년까지인 매립 기한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매립지 소유 지분 71.3%를 가진 서울시는 쓰레기를 매립할 다른 대안을 찾기 힘든 상황이라 이에 반발해왔다. 두 시장은 수도권매립지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태스크포스(TF)를 즉시 구성하기로 했다. 박 시장은 회동 전 수도권매립지에 대한 사전 교감이 있었냐는 질문에 “당연히 실무적으로 해왔다”며 합의에 자신을 드러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지난해 12월 8일 한나라당이 예산안을 단독으로 처리하자 “날치기 통과는 독재정권이 부활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한나라당을 비난하며 소속 의원들을 끌고 거리로 나섰다.당시 한나라당 안형환 대변인은 “국민은 거리에 앉아 농성하는 야당이 아닌 타협하고 협의하는 야당의 모습을 보기 원한다”며 연일 국회 복귀를 촉구했다.2005년 겨울에도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다른 점은 장외투쟁의 주체가 바뀌었다는 것뿐이다.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여당이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하자 그해 12월 8일 장외투쟁을 선언했다.여야가 바뀌면 말이 바뀌고 행동이 바뀐다. 똑같은 정치 현안을 놓고도 여당일 때와 야당일 때의 태도가 다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의 공방이 단적인 사례다. 노무현 정부가 한 일 가운데 가장 잘한 일로 한미 FTA를 꼽았던 민주당 손학규 대표. 노무현 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을 지낸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 이들에게 한미 FTA는 ‘구국의 결단’에서 4년 만에 나라를 팔아먹을 ‘을사늑약’으로 바뀌었다.한나라당도 마찬가지다. 홍준표 대표는 현재 민주당 등 야권이 극렬 반대하고 있는 한미 FTA 비준안의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를 두고 4년 전에는 “한국의 사법주권 전체를 미국에 바치는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모두 이제야 “당시에는 잘 몰랐다”며 어설픈 해명을 내놓고 있다.여야간 공수(攻守)를 교대함에 따라 말이 달라진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당장 국회가 개원할 때면 여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여당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야당은 야당 몫이란다. 법사위는 본회의에 상정되는 법안의 ‘길목’이니 여야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상임위다.대통령의 각종 인사를 두고도 여당은 “대통령의 인사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하고, 야당은 “코드 인사, 낙하산 인사”라고 비판한다. 당의 이름과 논평을 내는 대변인은 달라져도 논평 내용은 매 한 가지다.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후 거주할 사저에 역대 최대 예산이 들어간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한나라당은 머쓱해졌다. 홍 대표나 나경원 최고위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남 김해시 봉화마을 사저를 ‘아방궁’이니 ‘노무현 타운’이니 하며 공격했기 때문이다. 결국 나 최고위원은 서울시장 선거운동 중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전문가들은 이런 정치인들의 ‘표변’이 ‘철학의 빈곤’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몇몇 실력자에게 공천을 받아 정치권으로 들어오는 구조 속에서는 애초 소신이나 신념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력자들의 이해관계나 당리당략에 따라 움직이다보니 여야가 바뀌면 ‘사고의 혼돈’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한 초선 의원은 “무한한 소신과 약간의 계산으로 정치권에서 성장하고 싶었는데 지금 남은 건 무한한 계산과 약간의 소신뿐”이라고 말했다.여기에 미래의 비전은 제시하지 못한 채 선거에서 이기면 된다는 ‘정치공학적 사고’가 더해지면 거짓말이나 말 바꾸기에 대한 도덕적 부끄러움조차 잊게 된다는 지적이다.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미국에선 정치인이 거짓말을 하거나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면 유권자들이 바로 외면한다”며 “우리나라 유권자들도 정치인들의 말을 검증하고 표로 심판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 의료민영화 가정한 글 → 앞뒤 자르고 “맹장수술 900만원” ▼‘촛불집회 당시의 사망설, 그 진실을 밝힙니다.’4일 오후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토론방에는 ‘쥐대가리’라는 필명의 누리꾼이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당시 한 여성이 전경들의 폭행으로 사망했다”는 글을 올렸다. 당시 10대 후반 여성이 사망했고 이 시신이 충북 청원군 대청호에서 발견됐지만 경찰이 이를 은폐했다는 내용이었다. 2008년 6월 광우병 촛불집회 때 처음 등장한 ‘시위 여대생 사망설’은 이 괴담을 처음 퍼뜨린 지방지 기자 최모 씨(51)가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뒤에도 여전히 사실처럼 온라인 공간을 떠돌고 있다. ○ 사라지지 않는 괴담확인되지 않은 정보부터 전혀 없는 일을 진짜처럼 꾸며낸 거짓말까지, 2011년 대한민국 인터넷에는 각종 소문과 괴담이 떠돌고 있다. 의혹 제기나 한쪽의 주장이 대중에게 수시로 반복 노출되면서 사실처럼 받아들여지는 경우도 많다.‘시위 여대생 사망설’이 없었던 일을 꾸며낸 ‘거짓말’이라면 최근 온라인상에 확산되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된 괴담은 사실을 왜곡하거나 한쪽 입장에서만 재구성한 것들이다. 적지 않은 젊은층은 이들 괴담의 진위를 정밀하게 따져보지 않은 채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사실로 받아들인다.‘한미 FTA가 발효돼 의료민영화가 이뤄지면 맹장수술비로 900만 원을 내야 한다’는 괴담이 대표적이다. 이 괴담은 그동안 반FTA 진영에서 ‘의료민영화가 진행되면 현재의 건강보험제도가 무효화되기 때문에 의료비가 급등할 수 있다’는 주장을 업그레이드한 버전이지만 의료비 자체가 오를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지난달 29일 시사콘서트 ‘나는 꼼수다’에서 등장한 ‘이명박 대통령-에리카 김 불륜설’은 확인되지 않은 정보, 혹은 확인이 불가능한 말을 사실처럼 퍼뜨리는 방식에 해당한다. 패널 중 한 명인 주진우 시사in 기자는 에리카 김이 자신과의 전화통화에서 “(이 대통령과) 부적절한 관계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내용은 ‘에리카 김과 이명박 대통령이 불륜 관계였으며 숨겨진 자식이 있다’는 루머로 번져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SNS가 괴담 확산최근에는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괴담의 주무대가 되고 있다. 140자로 글을 압축하는 과정에서 사실 관계가 왜곡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여기에 리트윗을 통해 각종 설이 번져 나간다.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장문의 한미 FTA 반대 논리가 ‘한미 FTA 체결하면 맹장수술비 900만 원’ 식의 짧은 한두 문장으로 압축돼 전달되는 것이다. 한미 FTA에 관한 각종 괴담은 주로 유명 인터넷 카페와 SNS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카페 회원이 한미 FTA에 관한 질문을 올리면 카페에 올라온 글을 검색해 또 다른 회원이 댓글을 달고, 이 내용은 다시 트위터 등 SNS를 통해 해당 인물의 지인에게 전달되는 식이다. 인터넷을 통해 각종 괴담과 거짓말이 난무하는 현실에 대해 현택수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인터넷 카페나 SNS를 통해 퍼지는 루머는 평소 알던 사람들끼리 전달하는 것이기 때문에 훨씬 더 신뢰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사실을 믿는 게 아니라 정서에 와 닿는 것을 믿는다는 설명이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는 사실 여부를 판단할 때 출처나 근거를 따지기보다는 ‘누가 그랬다더라’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게 알고 있어’ 식의 대세추정 성향이 있다”고 말했다. 성영신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공적영역에 대한 신뢰가 낮은 한국사회에서 안철수, 박원순, 김제동 씨 등이 지지를 얻는 이유는 사람들이 이들에게 마치 친구에게 하듯 사적인 신뢰를 보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 인터넷 괴담 막으려면 ▼정부는 ‘인터넷 괴담’에 속수무책이다. 최근 대검찰청은 “유언비어나 괴담 등을 인터넷에 올리거나 유포하는 행위 자체는 처벌할 수 없다”고 밝혔다. 허위사실 유포가 명예훼손에 해당되기 전까지는 나서는 게 쉽지 않다는 얘기다.2008년 정부와 한나라당도 탤런트 최진실 씨 자살 사건을 계기로 악성 댓글(악플)과 루머에 대해 ‘사이버 모욕죄’를 신설해 처벌하는 방안을 추진한 적이 있다. 하지만 야당과 시민단체의 반대로 일명 ‘최진실법’은 도입되지 못했다. 인터넷 여론에 대한 ‘재갈 물리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였다. 새 제도 도입이나 처벌 강화 등의 단기적 처방도 필요하지만 누리꾼 스스로 성숙한 민주시민으로서 자정능력을 키울 수 있는 중·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선플달기국민운동본부 이사장인 민병철 건국대 국제학부 교수는 “쓰레기 줍기에 참여해본 이들은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다”며 “누리꾼들은 자신이 한 일이 얼마나 파급력이 있는지를 모르는 경우가 많은 만큼 지속적인 캠페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효종 서울대 윤리교육과 교수는 “학교·평생 교육을 통해 정직의 가치가 우리 사회에 뿌리를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투명한 정보 공개로 국민의 불신을 해소하는 데 더욱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지난달 19일 광주 한 중학교 여학생이 수업태도를 꾸짖는 여교사의 머리채를 붙잡고 끌고 가면서 욕설까지 한 데 이어 1일 대구 한 중학교에선 남학생이 담배를 압수하는 교감의 얼굴과 배를 주먹과 발로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학생인권 존중, 전면체벌 금지’의 부작용이 교실에서의 참담한 ‘교권 붕괴’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교육 현장에서 교사들이 증언하는 교권 붕괴 실태는 더 충격적이다. 아이들은 “간을 본다”며 만만한 교사를 골라내 무시하고 학부모들은 폭력배까지 학교에 데려와 교사를 협박한다. 담임교사가 교실 자체를 포기하는 일까지 벌어지는 사이 교권 붕괴는 이제 거스르기 어려운 시대 흐름처럼 돼버렸다.경기 성남시의 초등학교 정모 교사(28)는 “요즘 초등학생들도 ‘교사가 회초리를 들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말을 듣지 않는다”며 “왕따 학생을 괴롭히지 말라고 주의를 주는 상황에서 보란 듯이 왕따 학생의 머리에 물을 끼얹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지난해 이 학교 5학년 한 학급은 학생들이 교사를 무시하고 대들어 담임교사가 2번이나 바뀌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여교사(26)는 “상황이 심각한 반은 교사 1명으로 관리가 안 돼 교장이 맡아 수업을 할 정도”라고 말했다.교권 붕괴 현상은 중고등학교에서 더 심각하다. 수업 중인 교사 눈앞에서 ‘야설(음란한 소설)’을 돌려 읽으며 낄낄거리고 교실 바닥에 가래침을 뱉는 학생도 부지기수다. 심지어 “우리 아버지가 조폭이다”라며 교사를 협박하기도 한다. 지난달 서울의 한 남녀공학 중학교에서는 교사가 같은 반 여학생을 쓰레기통으로 때리는 180cm가 넘는 거구의 남학생을 말리다 쓰레기통에 맞아 피멍이 들기도 했다. 이 학교 교사는 “교사들도 남학생에게 맞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말리지 못했다”며 “학생들은 자신의 인권을 주장하면서 오히려 교사의 인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학부모들도 버릇없는 자녀를 훈도하기는커녕 ‘교사 무시’에 가세하고 있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에서는 교사가 담배를 피우다 걸린 여학생의 부모를 부르자 학생의 아버지가 폭력배 친구를 데려와 협박을 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충남 서산시의 한 초등학교 김모 교사(25)는 “교사가 한자를 가르치겠다고 가정통신문을 보내면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학부모가 전화로 반말과 함께 욕까지 퍼붓는다”며 “학생들이 부모들에게 물들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교권 붕괴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는 것은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올 3월 발표한 ‘2010년 교권회복 및 교직상담 활동실적 보고서’ 중 지난해 접수된 교권침해 사례는 모두 260건으로 2001년 104건의 2.5배나 된다. 또 한나라당 주광덕 의원실의 학교별 학생징계대장 분석 자료에 따르면 올 1학기에만 교사에 대한 폭언과 욕설 건수가 1000여 건이나 됐다.교사들은 무너진 교권을 다시 세우고 교사의 설 자리를 찾아 달라고 호소하고 있지만 대안이 마땅치 않은 상태다. 한국교총 신정기 교권국장은 “학생인권조례가 학생들의 개인주의 성향과 맞물리면서 교실은 이미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며 “교권 보호를 위한 ‘교원의 교육활동보호법’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사의 인격적 권위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로 만들어진 이 법은 2009년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의 발의했지만 아직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고 있다.교사들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공주대 이명희 역사교육과 교수는 “교사가 전통적인 교사-학생 관계를 기대하기보다 학생들이 믿고 따르도록 자기 계발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김태웅 기자 pibak@donga.com }
고려대 교정에서 여학생이 교내 셔틀버스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1일 서울 성북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30분경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캠퍼스에서 이 학교 사학과 4학년 장모 씨(23)가 셔틀버스에 치여 현장에서 사망했다. 사고 당시 홀로 길을 걷던 장 씨는 서행 중이던 버스를 보지 못한 채 버스 오른쪽 모서리 부분에 부딪혀 넘어졌다. 버스운전사는 사고 발생 사실을 알지 못하고 쓰러진 장 씨 위로 그대로 달리다 학생들의 비명소리를 듣고서야 차를 멈췄다. 경찰은 목격자 진술과 교내 폐쇄회로(CC)TV를 바탕으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사고 소식이 알려지자 학생들은 캠퍼스 내 교통안전불감증이 불러온 예견된 참사라는 반응을 보였다. 캠퍼스 구조상 좁은 경사로가 많아 운전자의 시야 확보가 어려운 데다 인도와 차도의 명확한 구분이나 신호등 시설이 없어 학생들이 습관적으로 무단횡단을 한다는 것. 고려대 미디어학부 3학년 김근희 씨(21·여)는 “좁은 2차로를 따라 걷다보면 뒤로 차가 쌩하고 지나가 깜짝 놀랄 때가 많다”며 “캠퍼스 내 과속을 단속하고 학생들이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인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다른 학교들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이날 오후 찾은 경희대에서도 1차선 도로를 자유롭게 건너다니는 학생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학생들은 캠퍼스 언덕을 질주하는 통학버스와 배달 오토바이, 택시들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피해 다녔다. 특히 언덕에 위치한 주차장 앞에는 ‘인도를 이용하십시오’라는 팻말까지 붙어 있었지만 대부분의 학생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버스운전사인 서모 씨(63)는 “언제 어디서 학생이 튀어나올지 몰라 캠퍼스 안에서 운전할 때는 늘 마음이 조마조마하다”고 했다. 연세대도 2008년 재학생이 신촌캠퍼스 언덕길을 질주하던 오토바이에 치여 왼쪽 다리근육이 파열되는 등 여러 번의 캠퍼스 내 교통사고를 경험했다. 서울대는 캠퍼스 내 차량 통행량이 늘어남에 따라 올해 4월 관악캠퍼스에 신호등과 횡단보도, 택시승강장 등을 설치해 보행자 중심으로 도로교통시설을 개선했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
서울 용산경찰서는 30일 술에 취해 택시기사를 폭행하고 이를 말리던 시민까지 때린 혐의로 주한 미 8군 소속 여군 F 씨(21)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F 씨 등은 이날 오전 1시경 용산구 이태원동 이태원역 인근에서 술을 마신 뒤 미8군 기지로 복귀하려고 택시기사 안모 씨(40)와 요금을 흥정했다. F 씨는 요금이 마음에 들지 않자 안 씨에게 욕을 했고 이 과정에서 이를 말리던 동료 기사 김모 씨를 폭행했다. 안 씨와 김 씨는 여군임을 감안해 문제 삼지 않고 다른 택시에 태우려 했지만 함께 있던 미군 S 씨(21) 등 다른 미군 2명이 안 씨 등을 마구 때렸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무소속 박원순 시장은 20∼40대 젊은층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됐다.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 박 시장은 20대 10명 중 7명(69.3%)의 지지를 받았다. 30대에선 75.8%, 40대에선 66.8%라는 폭발적인 지지를 이끌어 냈다. 민주당 등 야권의 지원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박 시장을 당선시킨 동력은 기존 정치권에 대한 20∼40대의 냉정한 심판이었다는 평가다.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를 찍은 50, 60대 중 상당수도 대안 부재에 따른 선택이었다는 분석이 많다. 동아일보는 이번 선거에서 기존 정치권을 탄핵한 20∼40대의 목소리를 현장에서 들어봤다. 》○ 20대 “취업난 - 등록금 고통 하소연 외면한 기성 정치권에 환멸”천정부지로 치솟는 대학 등록금, 갈수록 좁아지는 취업문에 잠 못 이루던 20대들은 그동안 억눌린 분노를 이번 보궐선거에서 표출했다. 기성세대에게 ‘정치의식이 없다’고 손가락질 받던 새내기 직장인은 출근길 짬을 내 투표장에 들렀고 중간고사 시험을 치르던 대학생은 줄을 서서 투표했다.27일 만난 20대 유권자들은 ‘소통이 가능할 것 같은 인물을 뽑고 싶었다’고 입을 모았다. 박원순 후보가 기존 정치권 출신 인물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안철수 서울대 교수와 방송인 김제동 씨 등 그동안 젊은 세대의 고민에 진지하게 귀 기울인 인물들이 지지하는 후보라는 점에서 기대감이 컸다는 설명이다. 취업준비생인 김지영 씨(27·여)는 “그동안 수많은 대학생이 등록금 부담에 따른 고통을 호소해 왔지만 피켓을 들고 길거리로 뛰어나갈 때까지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다”며 “한나라당은 물론이고 민주당 역시 젊은 세대와의 소통에 소극적이라는 점은 정말 실망스러웠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 출신 후보가 출마했더라면 선거 결과는 지금과 또 달라졌을 것”이라고도 했다. 공무원 이모 씨(27)는 “무상급식이나 반값 등록금을 요구하면 무조건 좌파라고 규정하는 기성세대의 좌우 프레임이 지긋지긋했다”며 “현실에서 우러나오는 젊은이들의 하소연에 공감해줄 리더가 필요했다”고 말했다.기성 정치권은 젊은 세대의 주요 소통 도구인 트위터 활용에서도 일방적으로 밀렸다. 박 후보 측은 선거운동 기간 내내 기존 언론보다는 트위터를 활용해 젊은 유권자들과 수시로 소통했다. 직장인 연승 씨(28)는 “20대는 그동안 SNS를 통해 꾸준히 자신들의 뜻을 전달해왔지만 기존 정치권은 정책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학생 정모 씨(28)는 “140자로 압축해 전달하는 트위터 메시지를 기존 정치인들은 그저 어린애들 말장난 정도로만 받아들인 게 패인”이라며 “변화하는 시대상을 빠르게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도 중요한 정치 능력이 됐다”고 말했다.다만, 20대 가운데 이번 선거에서 큰 역할을 한 SNS의 부작용을 거론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미지’만 남고 정작 ‘정책’은 실종된 선거였다는 것이다. 신아영 씨(22·여·고려대 3년)는 “SNS상에선 박 후보를 지지하면 ‘착한 사람’이고 나경원 후보를 지지하면 ‘보수 꼴통’으로 몰아가는 분위기였다”며 “SNS만큼 정치인의 이미지를 만드는 데 효과적인 게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나 후보를 지지했던 취업준비생 김미희 씨(24·여)는 “나 후보는 오세훈 전 시장의 긍정적인 정책을 이어가겠다고 했지만 박 후보는 모든 걸 다 바꾸겠다고 했다”며 “이런 정책적인 부분에 대한 토론이 이번 선거에선 없었다”고 지적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늘 한쪽 구석 갑갑한 마음… 세상 변화됐으면” ▼“20대는 변화와 소통을 원했습니다.”고려대 2학년 고대신문 학생기자 장용민 씨(21·사진)는 “나와 친구들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투표하며 변화와 소통의 바람을 담았다”고 말했다. 장 씨는 주변에서 권하는 안정된 직업도 갖고 싶고 마음이 맞는 친구와 함께 창업도 하고 싶은 꿈 많은 대학생이다. 비싼 등록금을 마련하려고 아르바이트도 열심히 한다. 장 씨는 “친구들도 미래를 놓고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지만 시원한 해결책이 없어 늘 한쪽 구석에 갑갑한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낮은 취업률, 비싼 등록금을 생각하면 기운이 빠진다는 것이다. 장 씨는 “세상을 바꾸고 우리와 소통할 서울시장을 원했다”고 말했다.20대는 정치인이 자신들만 챙겨주길 바라는 ‘응석받이’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장 씨는 “20대가 기존 정당이 우리를 위한 정책을 내놓지 않았다고 등을 돌린 것이 아니다”라며 “시민과의 소통을 거부한 채 당리당략에 몰두하는 기존 정치권의 모습에 실망했다”고 지적했다. 박원순 시장에게도 당부를 잊지 않았다. 장 씨는 “박원순 시장을 순수하게 지지했다기보다 기존 정치에 대한 싫증이 표로 나타났다”며 “박 시장이 선거운동 때 학교에 찾아와 우리 목소리를 들으며 받아 적은 수첩을 버리지 말고 꼭 소통에 활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30대 “삶은 팍팍하고 미래는 불안… 뾰족한 탈출구 안보여 분노”30대 유권자들이 이번 재·보궐선거를 통해 던진 메시지는 반칙과 특권에 대한 혐오였다. 이들은 통상 1990년대 초중반 대학에 입학해 1997년 ‘IMF 사태’라 일컬어지는 외환위기로 척박해진 취업시장에서 고군분투하며 어렵게 사회에 자리를 잡은 첫 세대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힘겹게 이룬 결실을 부당한 방법으로 손쉽게 취한 사람에 대한 분노가 어느 세대보다 강하다. 이런 정서를 전문가들은 ‘IMF 트라우마(정신적 충격)’라고 칭한다. 그로 인한 기성 정치권에 대한 환멸이 무소속 후보에 대한 지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년간 ‘취업재수’를 한 뒤 1998년 광고기획사에 입사한 14년차 직장인 이정환 씨(38)는 “나는 직장에서 아등바등하다 이제야 아이 둘 낳고 안정을 찾았는데 정치인들은 온갖 편법으로 제 밥그릇만 챙기고 있어 반드시 심판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최근 저축은행 구조조정 사태로 전세금으로 쓸 5000만 원이 꼼짝없이 묶이게 됐다. 12월 이사를 앞두고 가지급금 2000만 원은 받았지만 나머지 3000만 원은 대출을 받아야 하는 상황. 이 씨는 “저축은행 사태도 비리를 묵인해준 정부의 부실관리 때문이 아니겠느냐”며 “기득권층의 ‘짜고 치는 고스톱’에 신물이 난다”고 말했다.자동차 영업사원인 이용석 씨(35)는 “매일같이 실적 압박에 시달리는데 이러다가 몇 년이나 더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나경원 후보가 똑똑한 건 알겠지만 정작 서민을 위해선 그동안 무슨 일을 했느냐”고 반문했다.30대 직장인들에게 안철수 서울대 교수는 매력적인 롤모델로 인식되고 있었다. 안 교수 때문에 박원순 시장을 찍었다는 은행원 강현미 씨(33)는 “안 교수는 의사라는 안정적 지위를 버리고 새로운 도전을 해 성공했다”며 “쳇바퀴 돌듯 살아가는 직장인들에게 안 교수는 정신적 탈출구”라고 말했다.박 시장에 대해 “무늬만 서민을 표방한다”며 거부감을 드러내는 30대도 적지 않았다. 중학교 교사인 신재웅 씨(36)는 “250만 원짜리 월세에 살고 백두대간 종단을 한다면서 대기업 ‘스폰’을 받고도 자신을 소박하고 깨끗한 사람처럼 홍보해 황당했다”며 “개혁성은 떨어져도 안정적인 나 후보가 차라리 낫다”고 말했다.사회복지사 김현민 씨(33)도 “박 시장이 선거 막판에 안 교수에게 손을 벌리는 것을 보고 기성 정치인과 다를 게 없다고 느껴 장애인 딸을 가진 나 후보를 찍었다”며 “박 시장은 본인이 표방했던 깨끗한 시정을 펼쳐 시민을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정윤식 기자 jys@donga.com ▼ “특권의식 버리고 헌신해야 2030 마음을 얻을 것” ▼대기업에 다니는 회사원 김현중 씨(31·사진)는 이번 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을 지지했다. 박 시장에 대한 호감이 높았던 것은 아니었지만 한나라당을 특권계층으로 봤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퇴임 후 사저 용지를 둘러싼 논란을 보며 결정적으로 여당에서 마음이 떠났다고 한다. 김 씨는 “수십억 원을 들여 땅을 매입한 과정이 불투명하고 아들 명의로 매입해 증여를 하려 한 의혹까지 있다”며 “결국 여당은 특권층이고 나경원 후보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그는 학비용 대출금 1500만 원을 갚기 위해 대학 시절 레스토랑 접시닦이 아르바이트나 막노동을 했던 기억도 함께 떠올랐다고 했다. 2004년 연 2%대였던 학자금 대출금리는 졸업 무렵에는 7%대까지 뛰었다. 김 씨는 “다행히 군 복무 뒤 곧바로 취직했지만 요즘 또 구조조정 얘기가 돌아 마음이 불안하다”며 “내 처지에는 평생직장도 없는데 특권층으로 비치는 행태를 보면 분노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그는 “박 시장은 특권의식을 버리고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 지지를 얻었다고 본다”며 “정치인들은 앞으로도 20, 30대의 마음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 겸허하고 진지한 자세를 갖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 40대 “학부모가 무상급식 막겠나”… “겉보기보다 실질 혜택”40대는 선거 때마다 당락을 결정짓는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세대다. 과거 민주화의 아이콘인 ‘386세대’로 상징되던 40대는 노무현 정부를 출범시키며 절정을 맞았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보수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이는 40대가 ‘생활 정치’를 중요시한 결과다. ‘민주화’ ‘진보’ 등의 가치를 강조하던 40대의 관심사가 ‘실용’으로 옮겨간 것이다. 보수화한 40대는 2007년 대선에서 실용주의를 내세운 현 정권의 탄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그랬던 40대가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다시 변화를 택했다. 보수화하던 40대가 전세난, 물가 상승 등 경제적 불안을 겪으면서 다시 한 번 기존 정치권을 향해 변화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박양순 씨(44·여·세탁소 운영)는 지금까지 모든 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를 찍어 왔지만 이번에 박 시장을 찍었다고 했다. 그는 “서민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줄 수 있는 후보에게 눈길이 갈 수밖에 없었다”며 “초등학생 아들이 무상급식을 받고 있어 참 좋은데 (전면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한나라당과 나경원 후보는 서민생활을 이해 못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나 후보를 지지한 40대도 기존 정치권에 반성과 변화를 요구하는 뜻은 비슷했다. 박모 씨(40·증권회사 직원)는 “정책이나 시정 능력에서 나 후보가 낫다고 판단했다”라면서도 “똑똑한 사람보다는 서민과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나와야 한다. 한나라당과 나 후보는 서민과의 소통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정치에 크게 관심이 없던 40대들도 이번에는 변화를 갈망하며 적극적인 투표에 나섰다. 박원순 후보를 지지한 안철수 서울대 교수도 40대의 마음을 크게 움직였다. 박모 씨(48·대기업 간부)는 “기존 정치권에 물들지 않은 박 시장과 안 교수는 뭔가 다를 것이라고 기대했다”며 “특히 안 교수에게는 올바른 삶을 살아왔다는 믿음이 있었고 나같이 정치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선거에 참여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생활 정치’를 갈망하는 40대는 실생활과 맞닿아 있는 정책을 원했다. 오세훈 전 시장이 강력히 추진했던 한강르네상스사업과 디자인 서울 정책 등이 40대의 호응을 얻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나 후보 역시 오 전 시장과의 차별화에 실패했고, 40대는 이런 나 후보에게 등을 돌렸다. 한세종 씨(41·자영업)는 “이명박 정부와 오 전 시장은 중산층의 붕괴와 복지문제에서 실질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며 “아이디어가 많은 박 시장이 이런 일들을 해주길 기대했다”고 말했다.40대가 박 시장을 완전히 지지한 것은 아니다. 최모 씨(49·건축업)는 “세금을 내는 입장에서 꼼꼼하게 들여다보면 박 시장의 공약은 실효성이 떨어지는 게 적지 않았다”며 “기득권 세력을 물리치고 당선된 박 시장이 다른 정치인처럼 표만 쫓는다면 민심은 금방 이탈할 것”이라고 지적했다.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는 “민주화의 주역인 40대는 머리는 진보적이지만 삶 자체는 현실적일 수밖에 없다”며 “이번 선거는 경제적 안정을 기대했던 현 정권의 4년에 대한 ‘응징 투표’ ‘못 살겠다 갈아보자’는 분위기가 컸다”고 분석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김태웅 기자 pibak@donga.com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아이 사교육비 허리 휘는데… 헐뜯기 정치 실망” ▼“수박 겉핥기식 사업들은 이제 정말 그만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이번 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을 찍었다는 안경주 씨(44·여·정수기 관리업·사진)는 2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반문했다. 오세훈 전 시장이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정책들이 서민들에겐 실질적인 혜택으로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세빛둥둥섬’을 만드는 게 우리 삶이 나아지는 것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서민이 실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 시장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박 시장을 찍은 이유를 설명했다.요즘 안 씨의 가장 큰 걱정은 아이들 사교육비다. 매달 100여만 원을 들여 자녀 2명을 4년간 꾸준히 학원에 보냈던 안 씨는 최근 학원을 보내지 못한다. 그는 “학교에서도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하라고 부추긴다”며 “보여주기 사업에만 치중하고 공교육 붕괴 같은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기존 정치권에 너무 실망했다”고 말했다. ‘헐뜯기 정치’도 안 씨가 기존 정치권에 등을 돌린 이유다. 그는 “이번 선거처럼 네거티브 선거는 제발 하지 않았으면 한다. 민심은 그런 작전에 휘둘리지 않는다”며 “각자의 정책을 정확히 전달하고 정확히 검증받는 선거가 돼야 민심이 등을 돌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