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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재학생과 25만 동문이 참여하는 사회봉사단 ‘함께한대’가 15일 한양대 개교 73주년 기념식에서 공식출범한다. ‘함께한대’는 ‘함께’란 단어에 한양대의 약칭 ‘한대’를 합친 이름으로 LIG손해보험 구자준 회장(전자공학 70학번)이 초대단장을 맡는다. 한양대는 ‘사랑의 실천’이란 건학 이념에 따라 1994년 국내 대학 최초로 설립한 재학생 사회봉사단의 18년 경험과 동문네트워크를 엮어 재능기부 형태의 봉사활동을 할 계획이다. 임덕호 총장은 “한양대가 봉사를 핵심 키워드로 소중하게 키워온 사랑의 나무가 드디어 대학의 울타리를 넘어 더 넓은 세상으로 가지를 뻗게 됐다”며 “많은 동문이 참여해 봉사문화가 사회 전체에 확산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시각장애자라서가 아니라 무거운 권력을 행사하는 판사라서 어깨가 무겁습니다.”11일 서울 도봉구 도봉동 북부지방법원 법정동 8층 회의실에 오른손에 지팡이를 쥔 ‘최초의 시각장애인 판사’ 최영 판사(32·사법연수원 41기)가 동료 판사의 도움을 받아 들어섰다. 그는 재판정에 들어설 때의 긴장된 표정과 달리 환하게 웃으며 취재진에게 인사했다. 2월 27일 첫 출근을 한 뒤 두 달 남짓 지났지만 무궁화가 그려진 판사용 회색넥타이가 잘 어울렸다. 최 판사는 “재판정에 서는 것에 대한 막연한 부담감은 극복하고 있다”면서도 “법관이라는 지위의 무게감과 책임감 때문에 두려움은 여전하다”고 말했다.최 판사는 “1급 시각장애인이 법관이 되는 것에 대해 주변에서 많이 우려했고 나도 걱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법원의 지원 덕에 업무에 불편을 느끼지 않고 있다. 최 판사가 속한 민사11부 정성태 부장판사는 “최 판사가 사건을 꼼꼼하게 처리해 든든하다”고 했다. 최 판사는 “과거 첫 여성 판사가 법원에 들어올 때도 많은 우려가 있었지만 법원과 판사들이 변화를 받아들이며 훌륭하게 적응했다”며 “지금도 법원이 많은 변화를 만들어내는 단계”라고 강조했다. 법원이 시각장애인을 법관으로 임명한 것을 넘어 시설까지 바꾸며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법원의 인식 변화란 설명이다. 최 판사는 “앞으로 시각장애인이 무거운 권력을 행사할 수 있냐는 국민의 우려도 바꾸려고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이종환 삼영화학 회장(89·사진)이 설립한 관정이종환교육재단이 서울대 도서관 신축 기금으로 600억 원 기부를 약속했다. 서울대는 이 회장이 “도서관 보급이 학문 발전의 근간이다. 여생 동안 도서관 발전을 통해 학문 성장과 글로벌 인재 육성에 기여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고 600억 원 기부 의사를 전했다고 10일 밝혔다. 기금은 1974년 건립된 중앙도서관 신축에 쓰이며 구체적인 기부 방식은 추후 협약식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1959년 플라스틱 제조업체 ‘삼영화학공업주식회사’를 설립한 이 회장은 사람 중시 경영으로 회사를 ‘그룹’ 규모로 키웠다. 그는 30여 년 전 좁은 국토에 특별한 자원이 없는데도 인재 양성으로 세계 최고의 부를 이뤄낸 스위스를 여행하며 장학사업의 뜻을 세웠다. 그는 2000년 6월 사재 10억 원으로 관정이종환교육재단을 설립해 최근까지 8000억 원을 출연했다. 당시 그는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모든 기업이 거기에만 머물 필요는 없다”며 “작은 기부를 통해 미래의 재목이 될 인재를 길러낸다면 그것보다 큰 사회 기여가 없다”고 밝혔다. 관정이종환교육재단은 지금까지 국내 중고생 대학생 대학원생 등 3900여 명에게 187억 원을, 국외 유학생 740여 명에게 618억 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연간 120억 원의 장학사업을 펼쳐 순수 장학사업만 펼치는 재단 중에서는 국내 최대 규모다. 또 재단은 국민들의 국가의식 고취를 위해 국기게양대 제작·기증 사업도 해 왔다. 이 회장은 평소 “나라나 기업의 살림은 재산이 아니라 사람이 키운다”며 “관정 장학생 중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울대는 3월부터 중앙도서관 신축에 필요한 1000억 원 모금 캠페인 ‘서울대 도서관 친구들’을 펼치고 있다. 서울대 관계자는 “150만 권 규모로 건립된 도서관이 250만 권의 책을 보유하고 있어 과포화상태”라며 “기금 출연으로 세계 수준의 도서관 신축을 앞당기게 됐다”고 밝혔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혼란스럽습니다. 아내의 사망 소식을 믿을 수 없어요.”북한으로부터 부인 신숙자 씨(70)가 사망했다는 공식 답변을 받은 오길남 박사(70)는 8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고개를 가로저었다. 북한은 ‘통영의 딸’ 신 씨의 생사와 관련해 1980년대부터 앓아오던 간염으로 사망했다고 1일 통보했다. 오 박사는 “아내는 분명히 죽지 않고 살아 있다”며 “미국 독일 등 해외 각지에서 북에 아내의 송환을 압박하자 북이 임기응변으로 조작한 답을 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은 과거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해서도 국제 사회가 송환을 요구하면 연탄가스 중독으로 죽었다, 자살했다며 변명으로 일관했다”며 “무책임하게 사망했다고 답하는 것은 북의 상투적인 수법이다”고 주장했다.어버이날인 8일에 열린 ‘통영의 딸에 대한 북한당국의 공식답변서 공개 기자회견’에 앞서 열린북한방송 대표인 새누리당 하태경 국회의원 당선자(부산 해운대-기장을)는 북한에 억류된 오 박사의 딸 혜원(36) 규원 씨(34) 자매를 대신해 오 박사의 왼쪽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줬다. 오 박사는 “독일에는 카네이션을 달아주는 풍습이 없지만 두 딸이 자주 들꽃을 꺾어 내 가슴에 달아주고 직접 쓴 카드로 마음을 전하던 기억이 난다”며 “북은 이런 두 딸이 나를 아버지로 여기지 않는다고 매도했다”며 울먹였다. 그는 “북이 나를 아내와 두 딸을 버린 패륜아로 몰고 있다”면서도 “북이 시키는 대로 해도 좋으니 딸이 꼭 살아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오 박사는 특히 북한이 신 씨를 자신의 전처로 호칭한 것에 대해 분노했다. 그는 “나는 이혼하지 않았고 다른 사람과 결혼도 안 했다”며 “아내도 다른 사람과 결혼했을 리가 없는데 북이 가족을 찾을 권리를 빼앗으려고 수를 쓴 것”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북이 내 수기(아내가 간염을 앓았다는 내용)를 보고 간염으로 죽었다고 주장한다”며 “언제 어디서 죽었는지 정확히 밝히라”고 요구했다. 그는 ‘신 씨가 사망했다면 유해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장인 장모의 무덤에 묻을지 내 옆에 함께 묻을지 딸들을 만나 의논하겠다”고 했다. 그는 “김정은 정권은 올해 말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며 “아내와 두 딸을 얼싸안고 눈물을 닦아주고 싶다”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5일 오전 4시경 술 취한 피의자로 붐비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 논현1파출소에 수갑을 찬 박모 씨(42)가 연행돼 들어왔다. 인근 술집에서 술을 마시던 박 씨는 여주인의 가방에서 현금 14만 원을 훔치다가 이를 본 여주인의 남편 손에 붙잡혔다. 신고를 받고 박 씨를 데려온 경찰은 박 씨의 오른 손목에 수갑을 채워 파출소 안 의자에 결박했다.5분이 지나자 박 씨는 “손목이 아프다. 수갑을 느슨하게 풀어 달라”며 고함을 쳤다. 소란이 계속되자 경찰은 수갑을 느슨하게 풀어줬다. 경찰이 다른 피의자들과 씨름하는 사이 박 씨는 ‘전과 17범 노하우’를 발휘해 손목을 비틀어 수갑에서 손을 뺐다. 파출소에 있던 경찰 5명 중 3명이 다른 피의자를 호송하려고 밖으로 나가고, 2명이 여주인 부부를 조사하러 파출소 내 관리반으로 간 사이 박 씨는 유유히 사라졌다. 피해자가 잡은 도둑을 경찰이 놓친 셈이다.강남경찰서 관계자는 “당시 112신고가 폭증해 파출소 인력이 부족했다”며 “감독행위 소홀과 근무 태만 등의 책임을 물어 파출소 직원들을 징계할 예정”이라고 7일 밝혔다. 경찰은 박 씨의 도주로를 파악해 추적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경찰의 관리소홀을 틈타 피의자가 도주한 사건은 모두 1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배로 늘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 부정을 둘러싸고 당권파가 비례대표 당선자의 사퇴를 막고 당권을 유지하기 위해 당 전국운영위원회를 실력 저지하는 등 추태를 보이자 진보·좌파 진영 인사들까지도 비판에 가세했다.진보 진영 논객을 자처하는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6일 트위터에서 “계파의 이익이 당의 이익을 압도, 지배하는 것, 정당 바깥 진보적 대중의 눈을 외면하는 것은 망하는 지름길”이라고 꼬집었다.옛 민주노동당 출신인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5일 트위터에서 “저는 (당권파 측 공동대표인) 이정희가 대충 중재역 비슷한 걸 시늉이라도 할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완전 하드코어더군요. 마치 (공포영화) ‘링’을 보는 듯 소름이 끼쳤다”고 맹비난했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도 같은 날 “절체절명의 상황에도 기존 질서를 고수하려는 이들을 시민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지…(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민주화 25년의 모습이 정말 이렇게 암울해야만 할까요”라고 질타했다. 총선 직전 민주통합당 김용민 후보의 막말 파문까지 감쌌던 소설가 공지영 씨마저 “대체 지성이 무엇이고 자기 성찰은 무엇일까. 1980년대 토론 중 남이 무슨 말을 하든 앵무새 같은 말을 반복하던 날들의 재방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한진중공업 사태 때 309일 동안 고공농성을 했던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은 트위터에서 “현장이 무너진 자리, 종파만 독버섯처럼 자란다”고 비난했다. 그는 당권파 지지자들이 반박 글을 띄우자 “자기가 속한 조직이나 계파의 이해관계를 앞세우면 조직을 망치게 되죠”라고 꾸짖었다.트위터에서는 ‘이정희 언팔(팔로 중단) 운동’이 벌어졌고, 누리꾼들은 “갈 길은 한 가지 정당 해체밖에 없다. 당장 해체하라 통진!”(@TaesunPhilos)이라거나 “이정희는 ‘부정의 여왕’”(@SDenn722) 같은 비판이 쇄도했다. “이정희 팬이지만 경기동부연합 쓸어낼 때 딸려 쓸려나가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성이 없는 애들은 품을래도 가출해버려 품을 수도 없는 셈이다”(@PinkyPinky)라는 글처럼 지지자들이 절망감으로 등을 돌리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그러나 이런 와중에도 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의 출연진인 김용민 씨는 3일 이 공동대표의 트위터에 “이정희 대표님, 힘내십시오”라는 글을 띄웠다. 김 씨는 자신의 처신이 도마에 오르자 5일엔 “졸지에 제가 통진당 당권파로 몰리는군요”라며 못마땅한 심경을 내비쳤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3일 오후 서울지방경찰청 경제범죄특별수사대 형사 5명이 서울 강동구 길동의 한 지하당구장에 들이닥쳤다. 형사들은 텅 빈 당구장에서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시고 있던 불법 대부업자 김모 씨(43)의 양손에 수갑을 채웠다. 김 씨는 자동차수리업체를 운영하다가 망하자 5년 전부터 사채업을 시작했다. 당구장 한구석에 책상을 차려놓고 수십 명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자 수익을 올렸다. 김 씨는 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자신을 ‘Mr. K 금융’으로 소개했지만 돈을 받아낼 때는 ‘Mr(신사)’가 아닌 ‘악마’였다. 30대 회사원 A 씨는 2009년 12월 급히 목돈이 필요해 김 씨에게 1000만 원을 빌렸다. A 씨는 당구장으로 불려 갈 때마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울었다. A 씨는 “그래도 당구장으로 부르는 게 낫다”며 “김 씨가 아버지와 아내를 괴롭힐 때마다 죽고 싶었다”고 말했다. A 씨가 빚진 사실을 A 씨의 가족과 지인에게 알리고 대신 갚을 것을 강요했다. 수백 %의 고리를 매겨 A 씨가 이자를 갚기 위해 다시 자신에게 돈을 빌리게 하는 일명 ‘꺾기’ 수법을 썼다. A 씨는 “김 씨가 이름 석 자도 겨우 쓰는 80세 아버지를 법원으로 불러내 ‘아들을 살리려면 땅을 넘기라’며 아버지의 땅을 자기 앞으로 가등기해놓았다”고 했다. 빚 독촉에 시달리던 A 씨는 2년 남짓 기간에 무려 원금의 두 배가 넘는 돈을 갚았지만 아직 2000만 원의 빚이 남아 있다.○ 빚보다 빚 독촉에 고통 불법 사금융으로 돈을 빌린 피해자들은 “빚 때문이 아니라 빚 독촉으로 죽겠다”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대부금융협회가 지난해 5월 3일부터 6월 14일까지 일수 급전 등 사금융으로 돈을 빌린 46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피해를 당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이 문항에 응답한 279명 중 120명(43%)에 달했다. 이들은 반복적 전화, 방문 추심행위, 협박성 발언과 폭력, 지인들에 대한 불법 추심 등을 당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추심의 주체는 크게 5단계로 나뉜다. 은행 카드사 등 금융권, 신용정보회사, 등록 대부업체, 미등록 대부업체, 개인업체 순이다. 합법적인 추심은 등록대부업체까지다. 합법적인 추심은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진행되지만 신용정보회사나 제2금융권도 압류 운운하며 채무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한다. 한국금융연구원 윤창현 원장은 “추심에 관한 법에 빚 독촉 전화나 문자메시지 제한 횟수를 두루뭉술하게 ‘반복적’으로 규정한 것이 문제”라며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줄 경우 불법이라는 것인데 구체적이지 않아 추심업체가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불법 업체들 수단 방법 안 가려A 씨가 돈을 빌린 불법 개인업체나 미등록 중소 대부업체는 대출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돈을 받아내는 데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만난 피해자들은 “폭행은 사라지고 있지만 협박은 더 집요해졌다”고 입을 보았다. 지난해 7월 유흥업소 종업원 윤모 씨(26·여)는 연 209%의 고리대로 2000만 원을 사채업자에게 빌렸다. 사채업자들의 협박을 견디지 못한 윤 씨는 지난달 20일 경기 성남시의 한 오피스텔에서 유서를 쓰고 투신자살을 기도했다가 함께 사는 친구 김모 씨(25·여)의 도움으로 살아났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사채업자는 윤 씨가 이자 납부를 자주 미루자 수시로 전화로 연락을 해 ‘돈을 갚지 않으면 유흥업소에 나가는 사실을 가족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했다”고 말했다. 일부 사채업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해 채무자의 가족이나 지인의 신상까지 털기도 한다. ○ 받은 돈 또 받으러 오기도은행 카드사 등 금융기관의 채권은 신용정보회사 등록대부업체 미등록대부업체 순으로 넘어가거나 반대로 신용정보회사가 자금 사정이 악화된 대부업체의 채권을 받기도 한다. 현행 대부업법은 다른 대부업자 또는 여신 금융기관의 채권을 넘겨받아 추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부실채권은 보통 채권 가격의 10% 미만으로 거래된다”며 “신용정보회사나 대부업체는 부실채권을 대량으로 구입한 뒤 몇 건만 성사시켜도 이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즉, 100만 원짜리 채권 10건을 100만 원을 주고 구입한 뒤 이 중 2, 3건(200만, 300만 원)만 받아내도 남는 장사란 의미다. 일부 악성업체는 이미 변제된 채권을 다시 받아내기도 한다. 서울에 사는 강모 씨는 2006년 사채업자로부터 400만 원을 빌려 이자와 원금을 모두 갚았지만 신용정보회사 추심직원이 집에 나타나 칼을 방바닥에 꽂고 욕을 하며 2006년에 갚지 않은 3000만 원을 갚으라고 했다. 당시 강 씨가 담보로 작성한 약속어음을 이 회사가 넘겨받은 뒤 재차 추심에 나선 것이다. 강 씨는 이 같은 사실을 즉시 경찰에 신고해 피해를 면할 수 있었다. 민생연대 송태경 사무처장은 “채권추심업은 등록만 하면 할 수 있어 우후죽순 격으로 신규 업체가 늘어나고 있지만 이를 관리 감독하는 인력은 전무하다”며 “불법 채권추심을 뿌리 뽑기 위해선 상시 감시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
정부가 ‘불법 사금융과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사법당국이 대대적인 불법 사금융 단속에 나서고 있다. 경찰은 18, 19일 이틀간 관련자 79명을 검거했다. 금융감독원도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센터’에 접수된 사례 중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된 사안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있다. 광주서부경찰서는 22일 최고 연 330%가 넘는 살인적 고리를 챙긴 무등록 대부업자 김모 씨(31) 등 9개 업체 12명의 대부업자를 붙잡아 대부업 등록 및 금융이용자보호법 위반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올 1월 정모 씨(55·여) 등 5명에게 1500만 원을 빌려주고 연 255%의 이자를 받으며 무등록 대부업을 한 혐의다. 광주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도 건설현장식당 주인 전모 씨에게 연리 36%로 3억 원을 빌려준 뒤 상환을 독촉해 전 씨를 자살로 몰고 간 무등록 사채업자 이모 씨(57)를 입건해 22일 조사하고 있다. 이 씨는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전 씨 가족에게 대출금 포기 각서를 써줬다. 경찰은 각 지방경찰청에 서민을 대상으로 한 ‘불법 사금융 전담신고센터’를 만들고 31일까지 집중 신고를 받아 △무등록·고금리 사채업 및 법정이율(연 39%) 초과 행위 △협박 폭행 해결사 등을 동원한 불법 채권추심 행위 △대출사기와 보이스피싱, 유사수신행위 사례가 발견되면 즉각 수사에 나설 계획이다. 검찰도 ‘불법 사금융 합동수사본부’를 출범하고 재범 위험성이 큰 고리사채업자나 불법 채권추심 혐의자들을 원칙적으로 구속 수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또 폭력·협박을 동원해 빚을 돌려받는 행위 등에는 공갈죄를 적용해 자금을 추적하고 범죄수익은 모두 몰수 및 추징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은 18∼20일 신고된 4411건 중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렸다가 유흥업소에서 일하고 있는 딸을 찾고 있는 60대 주부의 신고 등 895건은 수사기관에 송부했다. 또 저금리 대출로의 전환이 필요하거나 창업 지원 자금, 신용 회복 상담 등을 원하는 405건은 자산관리공사에, 채무를 모두 상환했는데 갚으라고 하거나 실제 빌린 액수보다 채권 추심액이 많아 법률 상담이 필요한 122건은 법률구조공단에 통보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

“다른 집 아이를 잘 키워야 제 아이도 잘 큰답니다.” 20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수서경찰서 1층 아동진술 녹화실 앞에서 만난 여성청소년계 신하영 경사(41·여·사진)는 꽃과 나비가 그려진 벽을 가리키며 “경찰서를 찾은 학생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려고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아 칠했다”고 말했다. 녹화실에 들어서니 학생들이 좋아하는 알록달록한 매트리스 위에 인형이 놓여 있었다. 작은 부분까지 학생을 챙기는 신 경사의 세심한 배려가 묻어났다. 초등학교 2학년 딸을 둔 신 경사는 엄마의 마음으로 관내 학교 학생들을 챙긴다. 매일 스마트폰 메신저 ‘카카오톡’으로 연락을 주고받는 학생만 20여 명이다. 신 경사는 “아침마다 출근 준비로 분주하지만 꼭 짬을 내서 경찰서를 찾았던 학생들에게 연락한다”며 “가해 학생들이 바뀌어야 학교에 다니는 우리 딸도 안전하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일한다”고 말했다. 키 175cm에 태권도 유단자인 중학교 3학년 A 군은 학생들 사이에서 주먹으로 이름을 날리며 ‘일진’으로 군림했지만 신 경사가 매일 친구처럼 연락하자 마음을 바꿨다. 신 경사는 “어제도 A 군이 친구들과 소풍 가서 함께 웃으며 찍은 사진을 보내왔다”며 “A 군이 경찰이 되겠다는 꿈을 꼭 이루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 경사는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실시한 학교폭력 실태조사와 별도로 직접 직원들과 함께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를 돌며 학교폭력 관련 설문을 하기도 했다. 신 경사는 “학원에서 받은 설문지에는 아이들이 솔직하게 털어 놓은 피해 사실이 담겨 있었다”며 “그 덕분에 고등학교 입학 이후 3학년이 될 때까지 ‘빵셔틀’(빵을 사오는 등 친구 심부름을 도맡아 하는 것)을 하던 학생에게 도움을 줄 수 있었다”고 밝혔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새누리당 문대성 국회의원 당선자(부산 사하갑·사진)가 작성한 논문이 표절이라는 결론이 20일 나왔다. 문 당선자는 이날 국민대 발표가 진행되는 시각에 탈당해 새누리당은 총선 9일 만에 19대 국회에서 과반의 지위를 잃게 됐다.국민대 연구윤리위원회 이채성 위원장은 이날 서울 성북구 정릉동 국민대 본부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예비조사 결과 문 당선자의 박사학위 논문 연구주제와 연구목적의 일부가 명지대 김모 씨의 박사학위 논문과 중복될 뿐 아니라 서론, 이론적 배경 및 논의에 기술한 상당 부분이 일치해 학계에서 통상적으로 용인되는 범위를 심각하게 벗어났다”며 “국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이 정의한 표절에 해당한다”고 밝혔다.국민대는 문 당선자에게 수여한 2007년 8월 박사학위 논문 ‘12주간 자기수용기적 신경근 촉진(PNF) 운동이 태권도 선수들의 유연성 및 등속성, 각근력 등에 미치는 영향’이 2007년 2월 명지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김모 씨의 ‘태권도 선수의 웨이트트레이닝과 PNF 훈련이 등속성 각근력 등에 미치는 영향’을 표절했다는 제보를 받고 지난달 30일 국민대 교수 3인으로 구성된 연구윤리위원회 예비조사위원회에서 두 논문을 심사해 왔다.문 당선자는 발표가 시작되는 시각에 보도자료를 통해 “오늘 새누리당을 탈당하고자 한다. 논문 표절 의혹이 있는 것도, 탈당 번복으로 인해 국민을 혼란스럽게 한 것도 저의 잘못이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로 인해 국민께서 정치에 대한 불신이 증폭되거나 새누리당의 쇄신과 정권 재창출에 부담이 돼서는 안 된다”며 “새누리당이 부담을 털고 민생에 전념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이에 앞서 제수 성추행 논란 속에 김형태 당선자(경북 포항남-울릉)도 탈당해 새누리당의 19대 의석은 150석(전체 300석)이 됐다.새누리당 이상일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공천 과정에서 문 당선자의 표절 문제를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데 대해 국민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

경찰이 2월 초부터 교과부로부터 학교폭력 내용이 담긴 설문지를 넘겨받아 실태를 조사하고 있지만 학교와 교사들이 문제를 숨기는 데만 급급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A 경찰서 소속의 한 형사는 “친구에게 맞았다는 설문지 내용을 보고 학교를 찾아갔더니 교사들은 ‘그런 일이 없다’며 감추기에 급급했다”며 “교과부가 실태 조사를 공개해도 학교가 문을 꽁꽁 걸어 잠그니 사실상 수사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B 경찰서 여성청소년계장도 “학교 안에서 발생하는 폭력은 학교에 우선권이 있기 때문에 112 신고가 떨어져도 학교장의 협조 요청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무기명 설문이라는 형식 탓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나왔다. C 경찰서 여청계장은 “1500장이 넘는 설문지를 받고 나서 이를 일일이 확인하고 피해 유형별로 분류하느라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며 “정작 설문지를 보니 장난을 치거나 무성의하게 쓴 답이 많아 조사를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놨다. D 경찰서 여청계장도 “피상적인 설문조사로는 학생의 속 깊은 대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 경찰서 여청계장은 “학생을 위해 학교와 경찰이 좀 더 소통해야 한다”며 “경찰도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모두 보호해야 하는 교사의 어려움을 좀 더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

“어머, 움직인다. 움직여.” 17일 오후 경기 용인의 한 어린이집 앞에서 성현아 양(7)이 탄 자전거가 앞으로 굴러가자 어머니 이은영 씨(37)는 눈물을 흘리며 환호성을 질렀다. 뇌병변장애 1급 장애인 현아는 이날 장애인 맞춤형 특수자전거를 선물받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전거를 탔다. 현아는 “언니가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늘 부럽게 지켜봤는데 직접 타보니 정말 좋다”며 환하게 웃었다. 현아가 탄 자전거에는 몸을 잡아주는 보조장치가 달려 있어 몸이 불편한 장애아동도 안전하게 탈 수 있다. 경기도재활공학서비스연구지원센터는 미래에셋 박현주재단의 후원을 받아 국내 최초로 중증 장애인을 위한 ‘생애 첫 자전거’ 사업을 벌였다. 3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정된 장애인 66명이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됐다. 중증장애인용 특수자전거는 아동용 4종, 성인용 1종 등 총 5종류로 개당 150만∼200만 원 선이다. 일반 자전거에 머리받침대, 등받이, 발 고정 끈이 부착된 아동용 자전거는 다리로 움직이거나 팔과 다리를 함께 쓰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성인용 자전거는 손으로 손잡이에 달린 페달을 움직여 탄다. 자전거는 현아에게 바깥세상으로 나갈 수 있는 자신감을 줬다. 스스로 걷지 못하는 현아는 어릴 적 늘 어머니에게 업혀서 이동했다. 어머니 이 씨는 현아가 초등학교에 갈 나이가 되자 집 안에만 있지 말고 혼자 힘으로 밖에 나갈 수 있도록 휠체어를 사줬다. 하지만 휠체어는 오히려 현아에게 족쇄가 됐다. 한번은 현아가 휠체어를 타고 밖으로 나가자 현아 또래 친구가 달려와 손가락으로 현아를 콕콕 찌르며 ‘장애인이다’라며 놀렸다. 이 씨는 “맞춤형 자전거는 겉보기에 일반 자전거와 크게 다르지 않아 다행”이라며 “딸이 자전거를 타면서 자신도 비장애인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면 좋겠다”고 했다. 또래보다 1년 늦은 내년에 초등학교에 진학하는 현아는 30분가량 이 씨의 도움으로 자전거 연습을 하더니 “혼자 달려보겠다”며 신나게 동네를 누볐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지체장애 1급 장애인 조윤희 씨(53)도 이날 자전거를 선물받았다. 조 씨는 1962년 다리를 다친 이후 침 치료를 잘못 받아 하반신이 마비됐다. 조 씨는 어릴 때 부모님이 남들 보기에 창피하다며 외출을 시켜주지 않아 늘 방 안에 갇혀 생활하느라 학교도 다니지 못했다. 열네 살 때 직업 교육을 받은 그는 시계 수리공, 구두 수선공으로 일했지만 휠체어에 의지하느라 출퇴근할 때 빼고는 외출도 잘 못했다. 조 씨는 “50년 동안 하반신 마비로 지내다 보니 자전거를 타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며 “이제 비장애인처럼 자전거로 운동도 하며 살을 빼고 싶다”고 말했다. 조 씨는 손으로 페달을 굴리며 집 근처 산책로를 달렸다. 그는 오르막길에서 조금 힘들어했지만 능숙하게 기어를 변속하며 올라갔다. 그는 “며칠 더 연습하면 오르막길도 가뿐히 오를 수 있겠다”며 “자전거를 차에 싣고 강원도로 가서 바닷가 주변을 달리고 싶다”고 말했다. 생애 첫 자전거 사업을 진행한 경기도재활공학서비스연구지원센터는 국내 최초의 재활공학서비스 전문 기관으로 장애인을 위한 전문적인 보조기구와 관련 산업·연구 지원을 목적으로 2004년 설립됐다. 지원센터는 자전거 외에도 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보조기구를 지원한다.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도 보조기구의 도움을 받아 비장애인과 같은 일상생활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지원센터 자전거 사업 담당 이준호 씨는 “중증 장애인 맞춤용 특수자전거는 아직 장애인들 사이에서도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며 “어려운 이웃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모여 많은 장애인이 자전거와 보조기구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원센터는 ‘장애인의 날’(20일) 다음 날인 21일 오후 3시 수원시 팔달구 매산로 경기도청 잔디광장에서 ‘생애 첫 자전거 행진 및 전달식’을 가질 예정이다.용인=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이화언론인클럽은 제12회 ‘올해의 이화언론인상’ 수상자로 지영서 KBS 부장급 아나운서(방송 부문), 이은숙 서울문화사 베스트베이비 편집국장(잡지), 류인하 경향신문 사회부 기자(신문)를 18일 선정했다. 시상식은 25일 서울 이화여대 동창회관에서 열리는 이화언론인클럽 정기총회에서 열린다.}

방송인 김구라(본명 김현동·42) 씨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나꼼수’ 김용민 PD의 노인 폄훼 발언을 유도한 사실이 드러난 데 이어 위안부 할머니 폄훼 발언까지 한 사실이 알려지자 16일 그가 출연하는 방송국 홈페이지에는 퇴출을 요구하는 글이 쇄도했다. 2002년 방송된 인터넷 라디오 방송 ‘김구라 황봉알의 시사대담’ 녹음파일에는 김 씨가 “창녀들이 전세버스 두 대에 나눠 타는 것은 예전에 정신대라든지, 참 오랜만에 보는 광경 아닙니까”라고 말한 내용이 담겨 있다. 김 씨는 당시 서울 천호동 텍사스촌 성매매 여성 80여 명이 경찰의 단속에 반발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내고 전세버스를 타고 항의 방문한 사건을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김 씨의 발언 내용이 알려지자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회장은 “김 씨가 정확히 어떤 맥락에서 발언했는지 해명을 들어봐야 한다”면서도 “위안부 할머니를 창녀에 빗댔다면 이는 일본 극우파가 위안부 할머니를 매춘부라고 폭언하고 역사를 왜곡한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당시 김 씨는 ‘B급 인터넷 라디오 방송’을 표방하며 시사 문제를 욕설과 막말로 다뤄 인기를 끌었다. 2002년에는 ‘총칼 쑤신 박정희 유신독재 18년 암울했던 시절 한국은 ×됐다’는 등 고 박 전 대통령을 비롯해 역대 대통령을 비난하는 내용의 가사가 들어간 ‘한국을 조진 100인의 개××들’ 이라는 노래를 인터넷에 올리기도 했다. 다음 해에는 당시 서울시장이던 이명박 대통령을 ‘멸치대가리’ ‘노가다 십장’으로 부르며 비난했다. 김 씨는 정치인뿐 아니라 여성 연예인의 외모와 몸을 소재로 성적 수치심을 주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김 씨의 막말은 공중파 방송 데뷔 이후에도 계속됐다. 김 씨는 방송에 출연해 “정신 차려 개××야”라고 욕을 하는 등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조사한 결과 막말과 비속어를 가장 많이 쓴 방송인으로 꼽히기도 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심심해서 그랬습니다.”11일 오후 5시부터 약 2시간 동안 서울 강남구 논현동과 청담동 신사동 일대를 차량으로 누비며 쇠구슬을 난사했던 백모 씨(42). 경찰은 폐쇄회로(CC)TV 등을 추적해 14일 서울 강북구 인수동 백 씨의 집에서 그를 검거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에서 백 씨는 “내가 저지른 범죄는 일부 인정한다”면서도 “심심해서 쇠구슬을 쏘았을 뿐이다”라며 철없는 반응을 보였다. 백 씨의 범행 때문에 이날 상가 13곳과 차량 3대의 유리창이 깨졌고 무차별적 범행에 시민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하지만 경찰이 확보한 증거는 단지 “심심해서”라는 백 씨 진술과 달리 미리 치밀하게 준비한 범행임을 보여주고 있다. 백 씨는 청계천에서 모의총기와 탄창 등을 구입한 뒤 검은색 그랜저 차량을 이용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그의 집에서는 모의총기 2정과 비비탄·쇠구슬 탄창 5개가 발견됐다. 경찰은 강남 외에도 자유로와 마포구, 인천에서 발생한 쇠구슬 테러가 그의 소행인지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차량을 타고 다니며 쇠구슬을 쏜 것으로 볼 때 공범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백 씨가 계속 진술을 번복하는 등 신빙성이 떨어져 정확한 범행 동기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15일 백 씨를 특수재물손괴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10일 ‘차 트렁크에 납치됐다’는 거짓 신고를 해 경찰관 60명을 허탕 치게 한 30대 ‘양치기 남성’ A 씨를 두고 경찰이 처벌을 고민하고 있다. 그의 신고를 받고 112순찰차량 7대와 경찰관 40명이 출동해 2시간이나 허비하는 등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지만 거짓 신고자를 처벌할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경찰은 A 씨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형사 입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13일까지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섣불리 형사입건을 했다가 무혐의로 결론나면 1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는 즉결심판에도 넘기지 못한다. 기존 방식대로 A 씨를 즉결심판에 넘기면, 경찰관 60명이 2시간 동안 투입돼 다른 곳에서 생명을 위협받는 피해자가 도움을 받지 못하는 치안공백이 만들어진 데 대한 죗값이 최대 10만 원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지난해 112 신고는 모두 995만1202건으로 하루 평균 2만7260건이었다. 이 중 경찰의 즉각적인 도움이 필요하지 않은 처지 비관이나 하소연성 전화가 3통 중 1통꼴이다. 또 신고자가 상황을 잘못 판단한 오인신고는 3.2%인 31만9139건, 의도적인 허위 장난 전화는 0.11%인 1만680건이었다. 오인 또는 거짓신고를 받은 경찰이 하루 평균 876차례나 헛걸음한 셈이다. 문제는 명백한 거짓 신고를 해도 그냥 봐주는 경우가 많다는 것. 최근 5년간 5만9731건의 거짓 신고가 들어왔지만 처벌이 이뤄진 건 9185건(15.4%)에 그쳤다. 처벌 강도도 문제다. 경찰은 폭발물 설치처럼 막대한 공권력이 투입되는 등 거짓 신고의 경우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형사입건한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0.5∼1%에 불과하다. 대부분 즉결심판에 회부되는데 1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과료 등의 처분을 받는다. 미국은 거짓신고가 확인되면 경찰 출동으로 소요된 액수에 상응하는 벌금을 물린다. 사안에 따라 수십만 원에서 최대 수억 원까지 벌금이 올라간다. 다른 국민이 낸 세금을 낭비하게 한 만큼 책임을 묻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에선 자녀가 장난으로 911 신고를 하지 못하도록 어려서부터 철저히 가정교육을 한다. 한국의 청소년들이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 장난전화 방법과 녹음된 장난전화 음성을 공유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거짓 신고는 112 근무자의 긴장을 느슨하게 만드는 폐해도 낳는다. 서울경찰청 112센터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몇 번 거짓 신고를 받고 현장에 나가 허탕을 치고 나면 그 이후 들어오는 신고에 대해선 일단 의심부터 하게 된다”고 했다. 경찰은 최근 경기 수원시 20대 여성 피살사건을 계기로 거짓 신고자를 엄벌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거짓 신고 처벌에 대한 법적 근거가 불분명하고, ‘애들이 장난 전화 한 번쯤 할 수 있지’하는 국민정서 때문에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편 조현오 경찰청장은 13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전국 지휘부회의를 열고 112 운영 개선대책을 마련했다. 경찰은 위치추적 법제화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하는 한편으로 신고자가 치명적 위협을 받는 긴급 상황에선 동의 절차 없이도 신고자의 위치를 조회할 수 있도록 내부지침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112센터 직원 중 부적격자를 걸러내고 강력사건 신고는 일반 경찰관이 아닌 상황실장이 직접 처리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112 신고내용을 모두 녹취해 파일화한 뒤 현장 경찰관이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공유할 방침이다. 이원화된 112지령실과 치안상황실 업무를 통합해 ‘통합상황실’을 운영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우리 모두 투표합시다, 앙!”4·11총선을 이틀 앞둔 9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 앞에 흰색 비키니 차림에 빨간 하이힐을 신은 팝아티스트 낸시랭이 나타났다. 비키니 상의 위에 립스틱으로 ‘LOVE’라고 적은 낸시랭은 ‘앙’이라고 적힌 판을 들고 선거 현수막과 지역구 후보 선거 벽보 앞에서 다양한 포즈를 취하는 게릴라 퍼포먼스를 벌였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추임새와 비슷한 ‘앙’은 자신을 나타내는 수식어 ‘큐티 섹시 키티 낸시’를 한마디로 줄인 말로, 신세대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상징한다고 한다. 이날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과 광화문광장 등 서울 시내 곳곳을 활보하며 행진을 벌이던 낸시랭은 퍼포먼스 도중 경찰로부터 주의를 받기도 했다.낸시랭은 이날 퍼포먼스 사진을 자신의 홈페이지인 ‘낸시랭 닷컴’에 올린 뒤 “이번 선거가 국민이 주인이라는 점과 대한민국이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라는 점을 전 세계에 알리는 멋진 축제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미국 출생의 낸시랭은 한국 국적을 포기해 이번 총선에서 투표권이 없다.유명인의 신체 노출을 이용한 투표 독려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개그맨 곽현화 씨도 상의를 벗은 채 ‘우리가 대한민국 주인이다’라고 쓴 팻말로 가슴 부위만 가린 사진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연극배우 엄다혜 씨는 투표율이 60%가 넘으면 알몸으로 무대에 오르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게임중독인 20대 미혼 여성이 PC방에서 게임을 하다가 낳은 아기를 살해한 뒤 버리고 도망갔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최근 이처럼 아기를 키울 능력이 없어 살해하거나 버리는 ‘나쁜 엄마’가 크게 늘고 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지난달 25일 송파구 삼전동의 한 PC방 화장실에서 출산한 아기를 검은 비닐봉지에 담아 질식해 숨지게 한 뒤 건물 주차장 화단에 버린 혐의(영아살해 등)로 미혼모 정모 씨(26)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5일 밝혔다. 게임중독 증세가 있던 정 씨는 출산일도 모른 채 게임을 하던 중 갑자기 양수가 터지자 화장실로 이동해 혼자 남자아기를 낳았다.경찰에 따르면 정 씨는 지난해 5월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남성의 집에서 동거하다가 임신했으나 이 사실을 안 남성이 이별을 요구해 쫓겨난 뒤 PC방과 찜질방에서 생활했다. 이후 게임에 빠져든 정 씨는 게임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2만∼3만 원씩 받아 시간당 700원의 PC방 이용료를 내고 라면으로 끼니를 때웠다. 경찰 관계자는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란 정 씨는 고교 졸업 후 가족과 연락을 끊고 살았다”며 “정 씨가 아기를 출산한 후 양육할 자신이 없어 살해했다”고 말했다. 지난달에는 경기 성남시 자신의 집 화장실에서 출산한 아기를 수건으로 말아 질식사시킨 뒤 토막 낸 시신을 화장실 변기와 집 근처 쓰레기통 등에 버린 20대 미혼모가 6개월 만에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09년 52건이었던 영아유기 사건은 2010년 69건, 2011년 127건으로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

지난달 18일 ‘강남 재력가 납치사건’ ‘말레이시아 한인회 부회장 실종사건’의 주범 김모 씨(53)가 구치소에서 자살했다. 그는 ‘나는 살인자가 아니다. 가족에게 실망시켜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하지만 그가 저지른 범죄의 피해자들은 김 씨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진상규명과 피해회복의 길이 막혀 또 한 번 고통을 받고 있다.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한 음식점에서 만난 사업가 A 씨(57)는 “해외도피 3년 만에 붙잡힌 김 씨가 납치 사건의 전말을 밝히고 돈도 찾아 주리라 믿었다”며 “김 씨에게 건 기대가 큰 탓인지 마치 친구가 죽은 것 같다”고 말했다. A 씨는 2008년 김 씨와 대학동창 이모 씨(53·구속) 등에게 80여 일간 납치돼 100억여 원을 뜯긴 ‘강남 재력가 납치 사건’의 피해자다. 납치된 상태에서 폭행을 당하고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한 A 씨는 충격으로 은둔 생활을 해왔다. 사건 이후 처음으로 본지 기자와 만나 입을 연 A 씨의 코에는 흉터가 남아 있었고 눈도 잘 마주치지 못했다.A 씨가 김 씨를 친구에 비유한 것은 ‘대학동창 3인방’에 대한 배신감 때문이다. A 씨는 대학시절부터 사업가인 이 씨 및 변호사 J 씨와 친했다. 부유한 A 씨는 이 씨의 사업이 힘들 때마다 금전적인 지원을 해줬다. 은혜를 모르는 이 씨는 A 씨 재산을 탐내고 김 씨와 짜고 납치 행각을 벌인 것이다. A 씨는 “김 씨가 해외로 도망가면서 이 씨가 모든 죄를 김 씨에게 미뤘다”며 “이 씨가 범행에 가담한 조선족 4명을 고용하고 마약을 구입한 것 같은데 이를 밝히지 못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A 씨는 사건 현장에는 없었지만 변호사인 J 씨도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보고 있다. A 씨는 “J 씨가 범행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는데 증거가 없어 김 씨의 진술이 꼭 필요했다”며 “전과 17범인 김 씨는 원래 나쁜 사람이지만 오랜 우정을 배신한 친구의 죄는 꼭 묻고 싶었다”고 말했다.김 씨의 죽음으로 80억 원도 찾을 길이 막막해졌다. 김 씨는 A 씨에게 마약을 투약해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고 A 씨의 부동산을 담보로 H저축은행에서 80억 원을 대출받아 자신의 통장으로 옮겼다. 김 씨가 붙잡히기 전 H은행과 대출금을 두고 소송을 벌인 A 씨는 “내 의사와 상관없이 나도 모르게 대출한 돈이라 갚을 수 없다고 했지만 법원은 은행의 손을 들어줬다”며 “오랜 공방 끝에 절반만 갚기로 결정이 났지만 억울하다”고 호소했다.A 씨보다 더 큰 고통을 받은 것은 말레이시아 한인회 부회장 B 씨(54)의 가족이다. A 씨는 “김 씨가 B 씨를 죽인 게 분명하다”며 “나를 살려준 김 씨가 오히려 고맙다”고 말할 정도다. 김 씨는 지난해 10월 말레이시아에서 B 씨에게 접근했다. B 씨는 김 씨를 만난 날 실종돼 아직까지 행방불명 상태다. 경찰은 B 씨가 실종 직전 김 씨와 함께 있었던 정황 등을 증거로 김 씨가 B 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보고 수사해왔다. 말레이시아에 있는 B 씨의 친척은 1일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큰딸이 직장도 관두고 아버지 행방을 찾는데 집중했는데 김 씨가 죽어 시신이라도 수습할 길이 막혔다”며 “남은 가족은 말레이시아를 떠나 한국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몇 달을 매달려 수사한 사건이지만 피의자가 없으니 종결할 수밖에 없다”며 “사망처리도 하지 못한 채 하염없이 기다리는 B 씨 가족을 생각하면 정말 안타깝다”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
2012 서울 핵안보정상회의가 폐막한 27일 오후 5시경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 로비. 화장실에 다녀온 외교통상부 핵안보준비기획단 소속 A 이집트담당의전관은 이집트 대표단이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당황했다. 이집트 정상 자격으로 회의에 참석한 무함마드 암르 이집트 외교장관 일행이 담당의전관을 남겨둔 채 예정시간보다 10분 먼저 출발해버린 것. 이집트 대표단의 출국을 대리 수속할 담당의전관이 비행기 출발 시간 전에 도착하지 않으면 이집트 대표단은 비행기에 오를 수 없었다. 경호 문제 때문에 앞서 출발한 대표단 차량을 세울 수 없었고 통제구역이라 택시를 부를 수도 없었다. 담당의전관은 다급한 마음에 112로 전화해 경찰에 도움을 청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강남경찰서 생활안전과 소속 이장호 경사는 곧장 담당의전관을 태우고 인천공항으로 출발했다. 경찰서 지령실도 실시간으로 덜 막히는 도로를 안내했다. 이 경사는 묘기에 가까운 운전솜씨를 발휘해 출발 40분 만인 오후 5시 50분에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퇴근시간대에 보통 2시간 가까이 걸리는 거리였다. 이집트 대표단은 긴박하게 펼쳐진 출국 작전도 모른 채 6시 20분 예정된 비행기를 타고 한국을 떠났다.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이집트 대표단이 담당의전관이 없어 출국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를 신속한 대응으로 막았다”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