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윤

이지윤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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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mail@donga.com
  • 세월호 참사 기록 세계기록유산 아태목록 등재 신청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목록’에 세월호 참사 기록물과 우리나라 전통 조리서의 등재를 신청했다고 국가유산청이 15일 밝혔다.두 기록물의 등재 신청서는 세계기록유산 아태지역위원회에 12일 제출됐다. 등재 여부는 내년 상반기(1~6월) 사전 심사와 등재 권고 절차를 거쳐 6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지역위원회 총회(MOWCAP)에서 최종 결정된다.‘단원고 4·16 아카이브’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경기 안산시 단원고 학생들의 생전 일상이 담긴 자료와 국민의 추모 활동, 유가족과 생존자들의 회복 노력에 관한 기록물을 아우르는 자료다. 수학여행을 앞둔 기대감이 드러나는 2014년 4월 달력, 세월호 인양 후 발견된 수학여행 일정표 등이 포함됐다. ‘수운잡방과 음식디미방’은 우리 전통 조리 지식을 정리한 자료다. 1670년경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음식디미방’은 양반가 여성이 쓴 가장 오래되고 온전한 형태의 한글 조리서로 평가된다. ‘수운잡방’은 경북 안동의 유학자 김유(1491∼1555) 등이 집필한 조리서로, 현전하는 민간에서 쓰인 조리서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꼽힌다. 2021년 국가지정유산 보물로 지정됐다.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목록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단위에서 시행되는 기록유산 프로그램이다. 우리나라 기록물로는 ‘조선왕조 궁중현판’(2018년), ‘삼국유사’(2022년), ‘태안유류피해극복기록물’(2022년) 등이 등재돼 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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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다, 빛을 품다

    물빛 흐르는 청자에 검은 학이 날갯짓하고 있다. 옛사람들은 “학이 1000년을 살면 청학(靑鶴·푸른 학)이 되고, 2000년이 지나면 현학(玄鶴·검은 학)이 된다”고 믿었다. 하늘에 현학이 나타나는 날, 태평성세가 온다고도 했다. 이러한 소망이 담긴 12∼13세기 고려 ‘청자 상감운학문 매병’이 서울 강남구 호림박물관 특별전 ‘검은빛의 서사’에서 2일부터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이 매병이 일반에 공개되는 건 처음으로, 간송미술관 소장작(국보)과는 다른 작품이다. 이번 특별전은 그간 고미술에서 흰색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검은색’의 다양한 의미를 조명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죽음과 두려움의 색을 넘어 현묘(玄妙)함과 권위, 생명의 근원을 상징했던 검은색과 관련된 회화와 의복, 도자 등 120여 점을 전시했다. 총 3부로 구성된 전시는 옛 문헌을 토대로 검은색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하늘은 검고 땅은 누렇다”(天地玄黃)는 구절로 시작하는 17세기 ‘천자문’, 18세기 조선 문신인 연암(燕巖) 박지원(1737∼1805)의 시와 산문을 엮은 ‘연암집’ 등이 각 도입부에 전시됐다. 연암은 까마귀를 가리켜 “홀연 유금(乳金) 빛이 번지기도 하고 다시 석록(石綠) 빛을 반짝이기도 한다”면서 검정이 수많은 색을 품고 있다는 점을 표현하기도 했다. 조선 문무백관이 입던 예복 ‘흑단령(黑團領)’은 당대 검은색이 권력을 상징했음을 보여 준다. 검은 옷, 흑칠한 가구 등은 왕실과 사대부만 사용할 수 있었다. 오혜연 학예연구사는 “당시 직물, 나무 등을 까맣게 염색하는 데엔 품과 비용이 많이 들었다”며 “서민들은 흰색에 비해 값비싼 검은 옷을 구하기 힘들었을뿐더러 절제와 검소를 중시하는 유교 사상이 이를 억제했다”고 설명했다.검은 바탕에 금선으로 그려진 ‘아미타설법도’는 1824년 화승 체균(體均) 등이 아미타불(중생을 구원하는 부처)을 그린 불화. 대구 파계사 소장품을 대여했다. 오 연구사는 “국내에서 확인된 흑지선묘불화(黑紙線描佛畵) 10여 점 중 하나”라며 “그림 주위에 촛불을 켜놓고 기도하는 용도로 사용됐다. 어두운 공간 속에서 빛나는 금선이 신성성을 높이는 효과를 낸다”고 했다. 전시 후반부 오묘한 빛을 내는 흑자(黑磁·검은 도자류) 20여 개를 한자리에서 만나는 공간도 눈길을 끈다. 흑자는 유약에 담긴 산화철, 산화티타늄 함유량에 따라 은은한 노란빛이나 푸른빛 등을 띠게 된다. 고려시대부터 일상에서 저장을 위해 쓰는 용기였다. 유지원 학예연구사는 “비교적 일률적으로 색을 낼 수 있었던 백자와 달리, 흑자는 색깔을 통일하기가 어려웠기에 더 다채로운 빛깔로 만들어졌다”고 했다. 전시장 곳곳에선 근현대 작가들이 검은색을 테마로 창작한 회화와 조각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한자에 담긴 이미지를 3차원으로 형상화한 최만린(1935∼2020)의 ‘천지현황’ 시리즈, 김기린(1936∼2021)의 그림 ‘안과 밖’ 등이다. 11월 29일까지.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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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은학이 날면 태평성세”…주목 못받던 ‘검은빛의 서사’ 펼쳐진다

    물빛 흐르는 청자에 검은 학이 날갯짓하고 있다. 옛사람들은 “학이 1000년을 살면 청학(靑鶴·푸른 학)이 되고, 2000년이 지나면 현학(玄鶴·검은 학)이 된다”고 믿었다. 하늘에 현학이 나타나는 날, 태평성세가 온다고도 했다. 이러한 소망이 담긴 12~13세기 고려 ‘청자 상감운학문 매병’이 서울 강남구 호림박물관 특별전 ‘검은빛의 서사’에서 2일부터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이 매병이 일반에 공개되는 건 처음으로, 간송미술관 소장작(국보)과는 다른 작품이다.이번 특별전은 그간 고미술에서 흰색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검은색’의 다양한 의미를 조명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죽음과 두려움의 색을 넘어 현묘(玄妙)함과 권위, 생명의 근원을 상징했던 검은색과 관련된 회화와 의복, 도자 등 120여 점을 전시했다. 총 3부로 구성된 전시는 옛 문헌을 토대로 검은색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하늘은 검고 땅은 누렇다”(天地玄黃)는 구절로 시작하는 17세기 ‘천자문’, 18세기 조선 문신인 연암(燕巖) 박지원(1737~1805)의 시와 산문을 엮은 ‘연암집’ 등이 각 도입부에 전시됐다. 연암은 까마귀를 가리켜 “홀연 유금(乳金) 빛이 번지기도 하고 다시 석록(石綠) 빛을 반짝이기도 한다”면서 검정이 수많은 색을 품고 있다는 점을 표현하기도 했다.조선 문무백관이 입던 예복 ‘흑단령(黑團領)’은 당대 검은 색이 권력을 상징했음을 보여준다. 검은 옷, 흑칠한 가구 등은 왕실과 사대부만 사용할 수 있었다. 오혜연 학예연구사는 “당시 직물, 나무 등을 까맣게 염색하는 데엔 품과 비용이 많이 들었다”며 “서민들은 흰색에 비해 값비싼 검은 옷을 구하기 힘들었을뿐더러, 절제와 검소를 중시하는 유교 사상이 이를 억제했다”고 설명했다.검은 바탕에 금선으로 그려진 ‘아미타설법도’는 1824년 화승 체균(體均) 등이 아미타불(중생을 구원하는 부처)을 그린 불화. 대구 파계사 소장품을 대여했다. 오 연구사는 “국내에서 확인된 흑지선묘불화(黑紙線描佛畵) 10여 점 중 하나”라며 “그림 주위에 촛불을 켜놓고 기도하는 용도로 사용됐다. 어두운 공간 속에서 빛나는 금선이 신성성을 높이는 효과를 낸다”고 했다. 전시 후반부 오묘한 빛을 내는 흑자(黑磁·검은 도자류) 20여 개를 한 자리에서 만나는 공간도 눈길을 끈다. 흑자는 유약에 담긴 산화철, 산화티타늄 함유량에 따라 은은한 노란빛이나 푸른빛 등을 띠게 된다. 고려시대부터 일상에서 저장을 위해 쓰는 용기였다. 유지원 학예연구사는 “비교적 일률적으로 색을 낼 수 있었던 백자와 달리, 흑자는 색깔을 통일하기가 어려웠기에 더 다채로운 빛깔로 만들어졌다”고 했다. 전시장 곳곳에선 근현대 작가들이 검은색을 테마로 창작한 회화와 조각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한자에 담긴 이미지를 3차원으로 형상화한 최만린(1935~2020)의 ‘천지현황’ 시리즈, 김기린(1936~2021)의 그림 ‘안과 밖’ 등이다. 11월 29일까지.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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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마약과의 전쟁’에서 지는 이유

    1970년대 미국 정부는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마약 ‘범죄자’에 대한 형량을 높였고 경찰력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마약 관련 폭력은 줄긴커녕 오히려 확대됐다고 한다. 시장이 음지화되면서 마약 가격은 더 올라갔다. 갱단들은 시장 우위, 우두머리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무자비하게 살인을 저질렀다. 책은 마약에 대한 단속, 처벌 중심의 접근법이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풍부한 사례로 보여준다. 현대인의 집중력 위기를 짚은 베스트셀러 ‘도둑맞은 집중력’ 등을 통해 각종 사회문제를 파고든 영국 저널리스트가 썼다. 마약 중독자, 멕시코 마약상, 중독을 연구하는 학자 등 여러 분야의 사람을 만나 취재한 내용을 담아냈다. 저자는 마약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를 근절하려면 “형벌이 아닌 공공보건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포르투갈은 2000년대 들어 마약 사용 및 소지를 범죄가 아닌 ‘행정 위반’으로 다루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의사와 사회복지사,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사회복귀 프로그램 등을 권고받는다. 그 결과 마약 중독자들이 자발적으로 치료 시설에 가는 비율이 높아졌다고 한다.“마약 문제에 대한 우리의 가장 기본적인 가설 중 상당수가 잘못됐다”는 저자의 주장과 논증은 책의 몰입도를 높인다. 다만 과학적 근거보다는 과거 사례를 서사적으로 풀어내는 데 집중한다. 공공보건 제도가 마련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약 문제가 더 심화되고 있는 현상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에 대한 답도 아쉽게 느껴진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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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려 오백나한도 보물 지정 예고 “고려 불화 중 조성 시기 명확히 알 수 있어”

    13세기 외침 극복을 기리며 제작된 ‘고려 오백나한도(五百羅漢圖)’가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지정 예고됐다.‘고려 오백나한도’는 몽고의 고려 침입 시기인 1235년 만들어진 오백나한도 500폭 중 한 폭이다. 화폭에는 너른 바위에 걸터앉은 존자가 용을 올려다보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하단의 화기(畫記)에는 제작 배경과 발원자, 시주자 등이 구체적으로 기록돼 있다. 국가유산청은 “남아 있는 수가 절대적으로 적은 고려 불화 중 조성 시기를 명확히 알 수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이밖에도 16세기 ‘세종 비암사 소조아미타여래좌상’, 고려 말 문신이자 문장가인 한수(韓修·1333~1384)가 쓴 ‘유항선생시집’, 1908년 제작된 서울역사박물관 소장 ‘휴대용 앙부일구’ 등 3건도 각각 보물로 지정 예고됐다. 지정 예고 기간 30일 동안 각계 의견을 검토한 뒤 문화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보물로 최종 확정된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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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 담근 ‘장’ 하나, 열 반찬 안부럽다

    옛 어른들은 여름철 뚝 떨어진 입맛을 ‘즙장(汁醬)’으로 잡았다고 한다. 된장에 오이나 가지 등 제철 채소를 절인 속성장(速成醬)으로, 은근한 새콤함이 밥맛을 돋웠다. 겨울에는 따뜻한 아랫목에서 차가운 ‘청육장(淸肉醬)’을 즐겼다. 청국장에 쇠고기를 넉넉히 넣어 끓인 뒤 색색깔 고명을 얹은 별미다. 지난달 29일부터 서울 종로구 아름지기 사옥에서 선보인 기획전 ‘장, 식탁으로 이어진 풍경’은 계절마다, 지역·집안마다 다채로운 전통 장의 세계를 조명한 흥미로운 전시다. 친숙한 간장이나 된장부터 대구장, 두부장 등 비교적 낯선 장까지 아우르며 전통 장의 다양한 쓰임과 의미, 오늘날 식탁에 올랐을 때의 멋을 소개한다. 우리 식문화는 고유의 환경 조건 등으로 인해 장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전시 기획에 참여한 정혜경 호서대 명예교수는 “장은 고조선부터 이어져 온 소중한 유산이자 K푸드의 본질”이라며 “경작한 농산물보다는 산에서 나는 임산물을 주로 채취해 먹은 선조들은 풍미와 단백질을 보완하고자 콩으로 만든 장을 즐겼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이런 장들과 어울리는 상차림도 선보였다. 꿀을 넣어 만든 ‘약고추장’은 골동반(骨董飯·비빔밥)에 곁들였다. “천 리 길을 들고 가도 상하지 않는다”는 뜻이 담긴 ‘천리장’은 꼬치 요리인 화양적(華陽炙)과 내놓았다. 이정연 큐레이터는 “19세기 생활백과사전인 ‘규합총서’ 등 고문헌을 토대로 현대인 입맛에도 맞을 상차림을 연구했다”고 말했다. 다만 현실적으로 어렵긴 했겠으나, 음식들을 모형으로 보여준 건 아쉬웠다. 현대 공예작가 15명과 협업한 이번 전시는 음식에 어울리는 식기와 담음새까지 입체적으로 조명했다. 11월 15일까지.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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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60년대 사라진 경복궁 ‘용향로 뚜껑’ 복원 추진

    조선의 법궁(法宮)인 경복궁에 있는 ‘용향로(龍香爐)’ 한 쌍의 용머리 뚜껑을 60여 년 만에 복원한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궁능유적본부 경복궁관리소는 최근 열린 문화유산위원회 회의에서 경복궁 근정전 양옆에 놓인 향로 뚜껑들의 복원 계획을 보고했다. 왕실의 위엄을 상징하는 용으로 형상화한 ‘용향로’는 발톱이 조각된 다리 3개와 무늬가 새겨진 몸통 위에 용머리 뚜껑이 놓인 형태다. 고종 대에 경복궁을 재건하며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뚜껑들은 1960년대 전후에 사라졌다. 국립고궁박물관이 발간하는 학술지 ‘고궁문화’ 제13호는 “1959∼1961년 왼쪽 향로 뚜껑이, 1961∼1964년 오른쪽 향로 뚜껑이 사라졌다”며 “혼란스러운 정세 속에서 관리 소홀로 빚어진 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복원된 향로 뚜껑은 이르면 내년 1월경 배치될 예정이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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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0여년전 사라진 경복궁 ‘용향로 뚜껑’ 복원한다

    조선의 법궁(法宮)인 경복궁에 있는 ‘용향로(龍香爐)’ 한 쌍의 용머리 뚜껑을 60여 년 만에 복원한다.국가유산청에 따르면 궁능유적본부 경복궁관리소는 최근 열린 문화유산위원회 회의에서 경복궁 근정전 양옆에 놓인 향로 뚜껑들의 복원 계획을 보고했다. 왕실의 위엄을 상징하는 용으로 형상화한 ‘용향로’는 발톱이 조각된 다리 3개와 무늬가 새겨진 몸통 위에 용머리 뚜껑이 놓인 형태다. 고종 대에 경복궁을 재건하며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하지만 뚜껑들은 1960년대 전후에 사라졌다. 국립고궁박물관이 발간하는 학술지 ‘고궁문화’ 제13호는 “1959~1961년 왼쪽 향로 뚜껑이, 1961~1964년 오른쪽 향로 뚜껑이 사라졌다”며 “혼란스러운 정세 속에서 관리 소홀로 빚어진 일로 본인다”고 설명했다.복원된 향로 뚜껑은 이르면 내년 1월경 배치될 예정이다. 국가무형유산 주철장(鑄鐵匠)인 원광식 보유자 부자가 지난달부터 제작하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발간된 ‘조선고적도보(朝鮮古蹟圖譜)’의 사진 자료와 덕수궁 중화전 향로 등을 토대로 만들고 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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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실과 꿈, 죽음과 삶, 몸과 언어… 경계를 넘어라

    둥글게 모여 선 무용수 9명이 땅에서 검을 뽑아 올렸다. 빗방울처럼 튀어 오르는 가야금 연주, 약동하는 북소리에 가슴이 쿵쾅거렸다. 뒤이어 꽹과리와 드럼 등 빠른 타악이 가세하자, 춤이 휘몰아치듯 펼쳐졌다. 5일 오후 7시경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한 연습실. 12∼1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되는 현대무용 ‘귀문(鬼門)’의 리허설이 한창이었다. 현대무용단체 ‘고블린파티’와 비보이그룹 ‘갬블러크루’가 의기투합한 작품으로, 지난해 9월 서울세계무용축제에선 30분 분량으로 선보였으나 이번엔 1시간 길이로 대폭 늘렸다. 이 작품은 사람이 살면서 마주하거나 넘어야 할 일들을 ‘문을 열어젖히는 과정’으로 표현한다. 무용수로선 “언어와 신체의 경계, 전통과 현대의 경계”도 이에 속한다. 지경민, 임진호 안무가는 ‘귀문’을 “눈에 보이지 않고, 쉽게 넘어설 수 없지만 언젠가 스스로 열어야 하는 문”이라고 설명했다. 임 안무가는 과거 장례지도사로 일한 경험이 밑거름이 됐다고 한다.“죽음이라는 마지막 문턱 앞까지 우리는 한 발 한 발 힘겹게 나아가면서 각종 ‘경계’를 넘게 되죠. 이승과 저승, 현실과 이상, 몸과 언어 등을 아우른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 작품은 분위기가 언뜻 최근 세계적인 붐인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떠오른다. 지 안무가는 “약 1년 반 전부터 기획된 작품”이라며 “케데헌의 ‘혼문’이 닫혀야 하는 문이라면, 귀문은 일상을 관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래는 도입부에 무용수 2명이 ‘검정 갓’을 쓸 예정이었으나, 케데헌을 과도하게 연상시켜 상상력을 저해할까 봐 일반 모자로 바꿨다고 한다. 작품에서 무용수들은 도검과 나무 봉, 타악기 등을 활용해 굿판을 벌이듯 춤을 춘다. 남미 전통 타악기인 ‘카혼’도 등장한다. 네모난 상자처럼 생겨 무대에선 묘비나 관(棺)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지 안무가는 “칼춤 등으로 우리만의 한판을 만들고 싶었다”며 “사람들은 종종 상대방을 귀신으로 여기고 해하고 미워하지만, 이는 한밤중 방 안의 옷을 보고 귀신으로 착각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고블린파티는 ‘도깨비들이 모인 정당’이라는 뜻이 담겼다. 2007년 결성된 뒤 한국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데 매진해 왔다. 2017년 초연한 ‘은장도’는 여성들이 정절을 지키고자 칼을 지니고 다녔던 문화에서 영감을 얻었다. 임 안무가는 “옛날이야기는 관객과 창작자 모두에게 국적을 불문한 ‘클래식’이자 상상력의 토대”라고 했다. 세계적인 비보이대회 ‘배틀 오브 더 이어’ 등에서 우승한 갬블러크루는 ‘귀문’에서 다채로운 비보이 스텝과 고난도 스핀 동작을 자연스럽고도 멋스럽게 녹여냈다. K컬처의 세계적인 열풍 덕에 이들은 해외에서도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고블린파티는 지난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아랍에미리트(UAE) 등에서 공연을 가졌다. 갓을 쓰고 도포를 걸친 무용수들이 등장하는 작품 ‘옛날 옛적에’는 2026년 스페인 마드리드 ‘카날극장’에서 공연될 예정이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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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가유산청, 상주 흥암서원 사적 지정 예고

    경북 상주에 있는 18세기 조선 서원(書院)이 국가지정문화유산 사적이 된다. 국가유산청은 9일 “조선 후기의 문신인 동춘당(同春堂) 송준길(1606∼1672)을 제향하는 상주 흥암서원(興巖書院·사진)을 사적으로 지정 예고한다”고 밝혔다. 송준길은 송시열(1607∼1689)과 함께 서인 노론계의 주요 인물로 꼽힌다. 서원이 있는 영남 지역은 당대 남인의 중심지였으나, 송준길이 지역 인사들과 돈독한 관계를 쌓은 덕에 이곳에서 제향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산청은 흥암서원에 대해 “서원철폐령에도 훼철(毁撤)되지 않은 전국 47개소 사액서원 중 하나”라며 “해마다 봄가을에 지내는 제향인 ‘춘추향사’가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등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크다”고 설명했다. 흥암서원은 지정 예고 기간 30일 동안 각계 의견을 검토한 뒤 문화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사적으로 최종 확정된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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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가유산청장 “유네스코에 ‘DMZ서 평화의 선언’ 제의”

    허민 국가유산청장이 취임 50여 일 만에 첫 언론 간담회를 열고 “오늘날 K컬처의 뿌리로써 ‘K헤리티지’를 적극 발굴하고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허 청장은 8일 서울 중구 덕수궁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영화, 대중가요 등 만들어진 지 50년이 안 됐지만 K콘텐츠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당한 ‘우리 시대’ 문화유산을 찾아내고 보존하겠다”고 밝혔다. 우리 시대 문화유산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철도역사, 조선소 등 근현대 건축·산업유산과 음식, 의복 등 생활문화유산을 아우른다. 2029년까지 관련 목록 약 1만 건을 확보할 계획이다.외국인 관광객 ‘3000만 명 시대’를 겨냥한 정책도 다수 마련됐다. 최근 국가유산 ‘굿즈’ 인기가 급증함에 따라 2027년까지 총사업비 168억 원을 투자해 경복궁 내 문화상품 판매 공간을 마련한다. 궁중문화축전 등 주요 행사에서 외국인 특화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전체 구독자 중 85%가 외국인인 ‘국가유산채널’ 유튜브를 통해 국가유산을 활용한 가상현실(VR) 콘텐츠를 확산시킨다. 문화유산을 연결고리로 남북 교류를 재개한다는 계획도 눈길을 끈다. 금강산 조사와 복원에 대한 민간 협력을 지원하고 향후 개성 고려궁성(만월대), 태봉국 철원성에 대한 공동 조사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허 청장은 “내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개최지는 부산이지만, 남북한 역사와 생태가 보존돼 있는 DMZ에서 ‘평화의 선언’ 등을 하고자 유네스코 본부 측에 제의해둔 상태”라고 부연했다. 분야별로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정책이 많다. 판소리, 탈춤 등 무형유산은 AI와 3차원(3D) 기술로 동작과 음향을 정밀하게 기록해 후대 전승을 위한 디지털 교본을 제작한다. 현재 생성형 AI 모델에서 우리나라 국가유산 데이터가 부족함에 따라 발생하는 역사 왜곡, 디자인 오류 등은 AI 학습데이터를 구축하고 무료 보급해 해소한다. 또 AI를 활용해 자연재해, 기후 위기 등 재난이 국가유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예측력도 높인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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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 진본 국내 첫 공개

    모두를 집어삼킬 듯한 맹렬한 파도. 위태롭게 요동치는 배 위엔 선원들이 납작 엎드렸다. 물보라는 하늘을 뒤덮었으나, 저 멀리 후지산은 우뚝 선 채 동요하는 기색조차 없다. 가만히 보면 파도 역시 후지산을 닮았다. 4일 충북 국립청주박물관에서 개막한 ‘후지산에 오르다, 야마나시전’에서 일본 에도시대 목판화의 걸작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가 모습을 드러냈다. 서양화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준 이 작품은 복각본(復刻本)이 아닌 진본이 국내에 전시되는 건 처음이다. 해당 작품은 소장처인 일본 야마나시현립박물관도 지난 19년 동안 딱 3주만 공개했을 만큼 애지중지한다.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한국에서 특별 전시됐다. 청주 전시에서 진품은 14일까지만 전시되고 그 뒤로는 복제품으로 대체된다. 작품은 가로세로 38X26cm의 아담한 크기지만 매력은 웬만한 대작을 웃돈다. 신민철 청주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조화롭게 짜인 구도, 청색과 흰색의 선명한 대비 등이 시선을 모은다”며 “작품은 클로드 드뷔시의 교향시 ‘바다’에 영감을 줬고, 프랑스 인상파 화가들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그림이 걸린 박물관 전시장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바다’다. 이 작품은 일본 여권의 내지, 1000엔 지폐 뒷면에도 그려져 있을 정도로 일본인에게 갖는 의미가 크다. 모리야 마사히코(守屋正彦) 야마나시현립박물관장은 “신앙과 선망의 대상이었던 후지산을 보러 갈 형편이 안 됐던 에도시대 사람들은 이런 목판화를 집에다 모셔놓고 기도했다”며 “지역별로 사람을 모아 흰옷을 입고 후지산을 순례하는 ‘후지코’라는 모임이 생겨나기도 했다”고 전했다.‘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는 1830년부터 약 3년간 8000장가량 찍었다고 전해진다. 그중 오늘날까지 비교적 양호하게 보존된 건 200여 점으로 추산된다. 이양수 청주박물관장은 “영국박물관이나 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Met·메트) 등에도 소장돼 있는데, 야마나시박물관 소장본의 보존 상태가 그보다 좋다”고 했다. 모리야 관장은 “2006년 일본 개인 미술상에게서 구입했다. 현재는 경매 시장에서도 구할 수가 없다”고 했다. 함께 전시되는 다른 목판화들도 훌륭하다. ‘후가쿠(富嶽·후지) 36경’ 중 ‘청명한 바람과 붉게 빛나는 후지’ 등 17점과 또 다른 목판화의 대가 우타가와 히로시게(歌川広重·1797∼1858)의 그림이 번갈아가며 전시된다. 야마나시현립고고박물관에서 대여한 5000년 전 조몬시대 토기 13점도 선보인다. 일본의 보물 격인 중요문화재로, 다채로운 동물 문양과 나선형 무늬가 눈길을 끈다. ‘가이(甲斐)의 호랑이’로 불린 전국시대의 무장 다케다 신겐(1521∼1573)의 초상화도 볼 수 있다. 12월 28일까지.청주=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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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 진본 국내 첫 공개

    모두를 집어삼킬 듯한 맹렬한 파도. 위태롭게 요동치는 배 위엔 선원들이 납작 엎드렸다. 물보라는 하늘을 뒤덮었으나, 저 멀리 후지산은 우뚝 선 채 동요하는 기색조차 없다. 가만히 보면 파도 역시 후지산을 닮았다.4일 충북 국립청주박물관에서 개막한 ‘후지산에 오르다, 야마나시 전’에서 일본 에도 시대 목판화의 걸작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가 모습을 드러냈다. 서양화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준 이 작품은 복각본(復刻本)이 아닌 진본이 국내 전시되는 건 처음이다.해당 작품은 소장처인 일본 야마나시현립박물관도 지난 19년 동안 딱 3주만 공개했을 만큼 애지중지한다.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한국에서 특별 전시됐다. 청주 전시에서 진품은 14일까지만 전시되고 그 뒤로는 복제품으로 대체된다.작품은 가로세로 38X26cm의 아담한 크기지만, 매력은 웬만한 대작을 웃돈다. 신민철 청주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조화롭게 짜인 구도, 청색과 흰색의 선명한 대비 등이 시선을 모은다”며 “작품은 클로드 드뷔시의 교향시 ‘바다’에 영감을 줬고, 프랑스 인상파 화가들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그림이 걸린 박물관 전시장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바다’다.이 작품은 일본 여권의 내지, 1000엔 지폐 뒷면에도 그려져 있을 정도로 일본인에게 갖는 의미가 크다. 모리야 마사히코(守屋正彦) 야마나시현립박물관장은 “신앙과 선망의 대상이었던 후지산을 보러 갈 형편이 안 됐던 에도시대 사람들은 이런 목판화를 집에다 모셔놓고 기도했다”며 “지역별로 사람을 모아 흰옷을 입고 후지산을 순례하는 ‘후지코’라는 모임이 생겨나기도 했다”고 전했다.‘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는 1830년부터 약 3년간 8000장가량 찍었다고 전해진다. 그중 오늘날까지 비교적 양호하게 보존된 건 200여 점으로 추산된다. 이양수 청주박물관장은 “영국박물관이나 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Met·메트) 등에도 소장돼 있는데, 야마나시박물관 소장본의 보존 상태가 그보다 좋다”고 했다. 모리야 관장은 “2006년 일본 개인 미술상에게서 구입했다. 현재는 경매 시장에서도 구할 수가 없다”고 했다.함께 전시되는 다른 목판화들도 훌륭하다. ‘후가쿠(富嶽·후지) 36경’ 중 ‘청명한 바람과 붉게 빛나는 후지’ 등 17점과 또 다른 목판화의 대가 우타가와 히로시게(歌川広重·1797~1858)의 그림이 번갈아가며 전시된다.야마나시현립고고박물관에서 대여한 5000년 전 조몬 시대 토기 13점도 선보인다. 일본의 보물 격인 중요문화재로, 다채로운 동물 문양과 나선형 무늬가 눈길을 끈다. ‘가이(甲斐)의 호랑이’로 불린 전국시대의 무장 다케다 신겐(1521∼1573) 초상화도 볼 수 있다. 12월 28일까지.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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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지구 크기-빌딩 높이 측정도 ‘삼각형’에 답 있다

    세 사람이 정사각형 샌드위치 하나를 공평하게 나눠 먹으려면 어떻게 잘라야 할까. 단, 조건이 있다. 누구도 건조한 식빵 껍질은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 그러니 그저 직사각형 3개로 나눈다고 정답은 아니다. 책은 ‘삼각형의 성질’을 이용해 명쾌한 해법을 제시한다. 한 꼭짓점에서 샌드위치 정중앙까지 대각선으로 자르다가 우선 멈춘다. 그리고 맞은편 두 변의 3분의 1 지점에 각각 선을 그으면 끝. 이는 삼각형의 넓이를 구하는 공식(밑변X높이X½)과 관련 있다. 빵의 중심은 모든 변에서 같은 높이에 있기에 각 샌드위치의 면적은 밑변만 균등하게 나누면 같아진다. 물론 식빵 껍질(밑변)도 고루 나뉜다. ‘수학이 사랑하는 삼각형’은 이처럼 친근한 예시들로 세상의 삼각형을 들여다본 책이다. 삼각형이 딱딱한 교과서 속 ‘피타고라스의 정리’에 갇힌 도형이 아니라, 세계를 이루는 보편적 요소임을 다채로운 사례로 보여준다. 저자는 구독자 132만 명의 유튜브 채널 ‘스탠드업 매스(Stand-up Maths)’를 운영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 수학 교사 출신으로, 대학 시절 스탠드업 코미디를 했던 경험을 살려 수학의 재미를 전파하고 있다. 저자의 ‘삼각형 예찬’은 인류가 삼각형을 활용한 역사를 짚으면서 시작된다. 기원전 1550년경 이집트 파피루스 중에는 피라미드의 경사면 길이를 계산하는 문제가 담긴 수학 교과서가 있다. 18세기 프랑스 천문학자 장 밥티스트 들랑브르와 지도 제작자 피에르 메생은 삼각형을 이용해 처음으로 지구의 크기를 현대적으로 측정했다. 먼 거리를 직접 잴 수 없으니, 작은 삼각형들을 죽 이어붙인 뒤 각도와 길이를 계산해 전체 둘레를 계산했다. 일상에서 품는 호기심도 삼각형으로 설명한다. 해변에서 바라본 수평선은 실제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을까. 저자는 지구 반지름과 사람의 키(2m로 가정),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사용해 약 4.7km라는 계산 결과를 도출해낸다. 각도기를 지닌 채 일정한 보폭으로 걸을 수 있다면 누구나 초고층 건물의 높이를 잴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인다. 독자가 직접 시도해 볼 만큼 상세히 설명하고 있어 ‘수학은 실생활에 쓸모가 없다’는 고정관념을 벗어던지게끔 한다. 일상의 대부분이 디지털화된 오늘날, 삼각형이 그 뼈대를 이루고 있다고 강조하는 대목이 눈길을 끈다. 삼각형은 3차원(3D) 모델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영화 속 캐릭터, 게임 배경은 수많은 삼각형이 촘촘히 이어져 만들어진다. 온라인 지도의 핵심 기술인 ‘글로벌 내비게이션 위성 시스템(GNSS)’도 삼각 측량을 토대로 한다. 책은 다들 난해하다고 여기기 쉬운 수학을 다채로운 도판과 발랄한 문체로 풀어낸 게 강점이다. 그 덕에 수학에 관심 없는 독자도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다. 다만 문화적 차이 탓인지 실제로 국내 독자의 배꼽까지 잡게 할지는 모르겠다. 여기저기서 튀어 나오는 농담 탓에 호흡이 다소 길어진다는 아쉬움도 남는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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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통의 맛은 ‘고집’하는 게 아니라 법고창신하며 ‘고수’하는 것”

    9월에도 더위가 늘어지며 여름이 가실 줄 모르고 있다. 조선 사대부들은 이럴 때면 ‘채소 잡채’를 즐겨 먹었다고 한다. 당면이나 고기 없이 채를 썬 오색빛 채소에 겨자를 끼얹어 차게 먹으면 그만한 별미가 따로 없다. 또 “끝물에 진짜 맛이 난다”고 하여 제철 막바지에 이른 은어로 국물 낸 국수로 기력을 보충하기도 했다.3일 서울 중구 국가유산진흥원 ‘한국의집’에서 만난 조희숙(67), 김도섭 셰프(55)는 이런 반가(班家)음식과 궁중음식 등을 보전하는 데 힘써 온 장인들이다. 합치면 경력이 80년 가까이 되는 전통 한식의 대가다. 2020년 ‘아시아 최고의 여성 셰프’로 선정됐던 조 셰프는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밍글스’의 강민구 셰프 등이 제자인 스타 요리사들의 스승. 한국의집에서 3년째 고문을 맡고 있다. 김 셰프는 국가무형유산 ‘조선왕조 궁중음식’ 이수자로, 조선왕조 마지막 주방 상궁인 한희순(1889∼1972년)의 계보를 잇는 제3대 기능 보유자 한복려 선생을 사사했다. 현재 한국의집 한식연구팀장이다.“전통은 ‘고집’하는 게 아니라 법고창신(法古創新·옛것을 본받아 새것을 창조한다)하며 ‘고수’하는 것”이라는 조 셰프의 말처럼, 두 사람은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요리를 선보여 왔다. 조선 고(古) 조리서인 ‘잡지(雜志)’, 1795년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 조리법이 기록된 ‘원행을묘정리의궤’ 등에서 착안해 메뉴를 개발한다. 대표적인 요리가 올봄에 선보였던, 식재료를 부드럽게 다져 찌거나 굽는 전통 조리법 ‘느르미’를 활용해 게살만 발라 고춧가루 없이 찐 ‘게 느르미’였다. 식재료도 옛것에 가까운 걸 쓰고자 노력한다. 오늘날 농산물 품종은 대부분 개량돼 옛 재료는 발품을 팔아야 구할 수 있다. 지난달 김 셰프는 커다란 돌배나무가 있다는 경북 영주 부석사를 다녀오기도 했다.“옛사람들이 먹던 돌배는 요즘 배보다 맛이 떨어져 수요도 공급도 없죠. 부석사 스님께서도 돌배는 땅에 떨어지게 둔다기에 우리가 써도 될지 여쭤봤어요. 배 떨어질 즈음 연락 달라고 하시더군요. ‘그때 그 맛’을 재현하려면 필요한 과정입니다.” 어렵사리 재료를 확보해도 요리의 완성까진 과정이 험난하다. 고문헌에 담긴 조리법 대부분이 체계적 순서나 통일된 계량법 없이 쓰였기 때문이다. 조 셰프는 “문헌에 적힌 대로 해서는 아예 요리가 안 되기도 한다”고 했다.“당시 요리는 그 행위도 기록도 귀하게 여겨지지 못했어요. 그나마 전해지는 기록은 주로 양반이나 고관댁 자제가 쓴 것이죠. 그 때문에 직접 만들지 않고 먹어본 경험만으로 쓰인 경우가 많아요.” 두 장인은 수백 년 전 요리 재현에 그치지 않고 전수에도 열성이다. 이달부터 한국의집에서 열리는 한식 아카데미엔 강사로도 나선다. 일반인 대상 정규 클래스는 지난달 모집 시작 3일 만에 마감됐다. 올해는 셰프를 위한 마스터클래스도 개설했다. 조 셰프는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장기간 내다보는 전문가 양성 과정”이라며 “한식이 수익 내기 어렵다 보니 최근 기피 종목이 됐다”며 아쉬워했다. 사실 한식은 여러 반찬에 품도 많이 들어 식당 운영이 쉽지 않다. 들어가는 재료비나 인건비에 비해 ‘반찬은 공짜’ 같은 인식이 강해 가격을 높이기도 어렵다. 두 셰프는 “동네 백반집은 물론 고급 호텔에서도 한식당이 사라지는 추세”라며 “세계는 K푸드에 주목하는데 정작 한국에선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한식이 반짝 유행을 넘어 더 멀리, 오래 가려면 노를 저을 힘이 필요해요. 우리 스스로 음식의 가치를 인정하고 소중히 여기는 분위기가 그 동력이 되지 않을까요. 우리부터 한식을 아껴야 해외에서도 제대로 대접받을 수 있겠지요.”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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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문헌 뒤져 옛맛 찾고, 법고창신 정신으로 새 메뉴 개발”

    9월에도 더위가 늘어지며 여름이 가실 줄 모르고 있다. 조선 사대부들은 이럴 때면 ‘채소 잡채’를 즐겨 먹었다고 한다. 당면이나 고기 없이 채를 썬 오색빛 채소에 겨자를 끼얹어 차게 먹으면 그만한 별미가 따로 없다. 또 “끝물에 진짜 맛이 난다”고 하여 제철 막바지에 이른 은어로 국물 낸 국수로 기력을 보충하기도 했다.3일 서울 중구 국가유산진흥원 ‘한국의집’에서 만난 조희숙(67), 김도섭 셰프(55)는 이런 반가(班家)음식과 궁중음식 등을 보전하는데 힘써온 장인들이다. 합치면 경력이 80년 가까이 되는 전통 한식의 대가다.2020년 ‘아시아 최고의 여성 셰프’로 선정됐던 조 셰프는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 ‘밍글스’의 강민구 셰프 등이 제자인 스타 요리사들의 스승. 한국의집에서 3년째 고문을 맡고 있다. 김 셰프는 국가무형유산 ‘조선왕조 궁중음식’ 이수자로, 조선왕조 마지막 주방 상궁인 한희순(1889~1972년)의 계보를 잇는 제3대 기능 보유자 한복려 선생을 사사했다. 현재 한국의집 한식연구팀장이다.“전통은 ‘고집’하는 게 아니라 법고창신(法古創新·옛것을 본받아 새것을 창조한다)하며 ‘고수’하는 것”이라는 조 셰프의 말처럼, 두 사람은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요리를 선보여 왔다. 조선 고(古) 조리서인 ‘잡지’(雜志), 1795년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 조리법이 기록된 ‘원행을묘정리의궤’ 등에서 착안해 메뉴를 개발한다. 대표적인 요리가 올봄에 선보였던, 식재료를 부드럽게 다져 찌거나 굽는 전통 조리법 ‘느르미’를 활용해 게살만 발라 고춧가루 없이 찐 ‘게 느르미’였다.식재료도 옛것에 가까운 걸 쓰고자 노력한다. 오늘날 농산물 품종은 대부분 개량돼 옛 재료는 발품을 팔아야 구할 수 있다. 지난달 김 셰프는 커다란 돌배나무가 있다는 경북 영주 부석사를 다녀오기도 했다.“옛사람들이 먹던 돌배는 요즘 배보다 맛이 떨어져 수요도 공급도 없죠. 부석사 스님께서도 돌배는 땅에 떨어지게 둔다기에 우리가 써도 될지 여쭤봤어요. 배 떨어질 즈음 연락 달라고 하시더군요. ‘그때 그 맛’을 재현하려면 필요한 과정입니다.” 어렵사리 재료를 확보해도 요리의 완성까진 과정이 험난하다. 고문헌에 담긴 조리법 대부분이 체계적 순서나 통일된 계량법 없이 쓰였기 때문이다. 조 셰프는 “문헌에 적힌 대로 해서는 아예 요리가 안 되기도 한다”고 했다. “당시 요리는 그 행위도 기록도 귀하게 여겨지지 못했어요. 그나마 전해지는 기록은 주로 양반이나 고관댁 자제가 쓴 것이죠. 때문에 직접 만들지 않고 먹어본 경험만으로 쓰인 경우가 많아요.”두 장인은 수백 년 전 요리 재현에 그치지 않고 전수에도 열성이다. 이달부터 한국의집에서 열리는 한식 아카데미에선 강사로도 나선다. 일반인 대상 정규 클래스는 지난달 모집 시작 3일 만에 마감됐다. 올해는 셰프를 위한 마스터클래스도 개설했다. 조 셰프는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장기간 내다보는 전문가 양성 과정”이라며 “한식이 수익 내기 어렵다보니 최근 기피 종목이 됐다”며 아쉬워했다.사실 한식은 여러 반찬에 품도 많이 들어 식당 운영이 쉽지 않다. 들어가는 재료비나 인건비에 비해 ‘반찬은 공짜’ 같은 인식이 강해 가격을 높이기도 어렵다. 두 셰프는 “동네 백반집은 물론 고급 호텔에서도 한식당이 사라지는 추세”라며 “세계는 K푸드에 주목하는데 정작 한국에선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한식이 반짝 유행을 넘어 더 멀리, 오래 가려면 노를 저을 힘이 필요해요. 우리 스스로 음식의 가치를 인정하고 소중히 여기는 분위기가 그 동력이 되지 않을까요. 우리부터 한식을 아껴야 해외에서도 제대로 대접받을 수 있겠지요.”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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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정보 무단수집 디즈니에 벌금 140억원

    미국 디즈니가 자사 유튜브 채널을 시청하는 어린이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한 혐의로 벌금 1000만 달러(약 139억4000만 원)를 물게 됐다. 미 연방거래위원회(FTC)는 2일(현지 시간) “디즈니가 일부 유튜브 동영상에서 부모에게 알리거나 동의를 받지 않고 어린이 시청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한 혐의와 관련해 벌금 1000만 달러를 내는 데 합의했다”라고 밝혔다. FTC는 앞서 아동 온라인 개인정보보호(COPPA) 규정 위반 혐의로 디즈니와 유튜브 등을 조사했다. 미 정치매체 액시오스에 따르면 유튜브는 지난달 같은 혐의와 관련해 3000만 달러의 벌금을 내기로 FTC와 합의했다. FTC는 “디즈니는 다수의 어린이용(MFK) 콘텐츠를 ‘비어린이용(NMFK)’으로 표시된 유튜브 채널에 올렸으며, 비어린이용 동영상을 시청한 아동의 개인정보를 성인과 동일하게 수집했다”고 설명했다. COPPA 규정은 어린이용 동영상은 개인정보를 활용한 맞춤형 광고 배치, 댓글 게시 등의 기능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문제가 된 동영상에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과 ‘토이 스토리’ ‘인크레더블’ 등이 포함됐다. 디즈니 측은 해당 규정 위반과 관련해 “유튜브에 게시한 일부 콘텐츠에 국한된 것”이라고 해명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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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동 광흥사 응진전 보물 지정예고… “조선 불교건축 양식 변화 잘 보여줘”

    국가유산청은 3일 경북 안동 광흥사 응진전(應眞殿·사진)을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광흥사는 조선 전기 불경을 활발히 간행했던 안동의 주요 사찰이다. 응진전은 앞면 5칸, 옆면 2칸 규모의 겹처마 팔작지붕 건물로 조선 중기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된다. 유산청은 “조선 전기 양식을 계승해 중기, 후기에 이르는 조선 불교 건축 양식의 변화를 잘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건물에 봉안된 16세기 ‘소조석가여래오존상 및 16나한상 일괄’도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응진전은 30일 동안 각계 의견을 검토한 뒤 문화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보물로 최종 지정된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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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구 서명문 태극기’속 매우사 신부, 한국사역 17년 ‘스타신부’였다

    “매우사 신부에게 부탁하오. 당신은 우리의 광복 운동을 성심으로 돕는 터이니 이번 행차의 어느 곳에서나 우리 한인을 만나는 대로 이 의구(義句·올바른 글)의 말을 전하여 주시오. (…) 충칭에서 김구 드림.”‘김구 서명문 태극기’는 올해 광복 80주년을 맞아 지난달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 대형 복제본이 내걸리는 등 최근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 태극기는 1941년 3월 16일 대한민국임시정부 주석인 백범 김구 선생(1876∼1949)이 독립의 염원을 담은 글을 써서 ‘벨기에 신부 매우사(梅雨絲)’에게 건넸다. 매우사 신부는 이듬해 미국으로 건너가 도산 안창호 선생(1878∼1938)의 부인 이혜련 여사에게 이를 전했다. 이 태극기와 관련해 그간 명확한 정체가 파악되지 않았던 매우사 신부가 최근 국내 학자의 노력으로 구체적인 신원이 드러났다. 신부는 중국에서 독립운동에 힘을 보탰을 뿐 아니라, 광복 후에도 한국에 머물며 선행을 베풀었다. 학계에선 매우사 신부의 행적이 밝혀지며 김구 서명문 태극기의 역사적 가치를 온전히 되찾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백범과 교류하며 광복군 승리 기원 가로세로 62X44cm 크기의 비단으로 된 이 문화유산은 19∼20세기 초 태극기 가운데 유일하게 제작 시기가 명확한 데다 독립운동의 간절한 신념이 담겨 가치가 무척 높다. 도산의 후손들이 1985년 독립기념관에 기증했으며, 2021년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지정됐다. 태극기 전문가로 꼽히는 송명호 전 중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한국식 이름인 매우사 또는 ‘차매우(車梅雨)’로 불린 이는 샤를 미우스 신부”라며 “중국과 미국에서 전교(傳敎)하는 동안 적극적으로 항일 활동을 했다”고 설명했다. 송 전 교수가 5년에 걸쳐 수집한 미국 외교문서와 가톨릭계 자료 등에 따르면 1909년 벨기에 태생인 매우사 신부는 27세에 중국 주카이민(朱開敏) 주교로부터 사제품을 받으며 중국에 귀화했다. 1937년 중일전쟁이 발발하자 해외 언론에 중국의 항일 의지를 알리는 기고문을 쓰는 등 일제와 맞섰다. 당시 중국식 이름은 ‘米烏斯(미오사)’였다고 한다. 임시정부가 충칭에 정착한 뒤엔 백범 등과 적극 교류했다. 송 전 교수는 “매우사 신부가 독립운동에 직간접으로 기여했을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봤다. 백범과 임시정부의 독립운동을 적극 지원한 중국 가톨릭 지도자 위빈(于斌·1901∼1978) 주교와도 교분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위 주교는 1940년 한국광복군의 승리를 기리는 연회에 김 주석과 광복군 총사령관 지청천, 광복군 참모장 이범석과 더불어 매우사 신부를 초청했다. 위 주교는 독일에서 열린 포츠담 회담에서 조선의 독립을 적극 주장한 인물이기도 하다.● 따스한 성품의 ‘배달꾼 아저씨’ 매우사 신부와 한국의 인연은 여기서 그치치 않는다. 송 전 교수는 “1957년부터는 17년간 대구에서 사역하며 ‘스타 신부’로 활약했다”고 말했다.송 전 교수에 따르면 매우사 신부는 1957년 대구대교구 파견 미8군부대 군종 신부로 한국에 왔다. 1961년부터는 대구 가르멜여자수도원(이하 수녀원)에서 사역했다. 토요일마다 미군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유창한 한국어를 뽐냈고, 평소엔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마을 사람들을 도와 ‘배달꾼 아저씨’로 불렸다고 전해진다. 1974년 암 치료차 미국으로 건너가 향년 65세로 선종했다. 따뜻한 성품 탓에 수녀원에선 지금까지도 신부에 대한 이야기가 회자된다. ‘차매우 카롤로 신부님’으로 불린 그는 “기념 축일을 맞는 수녀들에게 선물하고자 1년 전부터 화분을 길러 주셨다. 사람들과의 관계에 능해서 우정의 꽃을 곧잘 피우셨다”고 한다. 수녀원 측은 “신부님과 가까운 분들은 다 세상을 떠났는데도 여전히 일화가 전해져 내려온다”고 밝혔다. 매우사 신부는 국내 예술가들과도 친분이 두터웠다. 극작가 김우진의 형이자 문필가인 김익진(1906∼1970), 수묵추상화 대가 지홍(智弘) 박봉수(1916∼1991) 등이 대표적이다. 이광표 서원대 휴머니티교양대 교수는 “태극기의 제작자는 김구 주석이지만, 매우사 신부 없이는 존재할 수 없었던 문화유산”이라며 “신부의 신원을 찾아내고 연구함으로써 우리의 소중한 보물이 역사적 의미와 서사적 풍성함까지 지니게 됐다”고 평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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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이집트 왕자도 여행 후 기념품 돌렸다

    여행을 다녀오면서 기념품을 사오는 문화는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이 책에 따르면 기원전 2200년에도 기념품이 존재했다. 이집트의 하르쿠프 왕자는 수단으로 여행을 갔다가 파라오에게 바칠 선물을 수집했다. 왕자가 모은 표범 가죽, 코끼리 상아, 흑단 등은 ‘역사에 기록된 가장 이른 시기의 여행 기념품’ 중 하나로 꼽힌다. 주변 사람과 자기 자신을 위해 기념품을 사모은 인류의 역사와 그 의미를 들여다본 책이다. 저자는 세계 70여 개국을 다녔고, 여행기를 쓰는 작가다. 영어로 기념품을 뜻하는 ‘souvenir’는 프랑스에선 흔히 동사로 쓰인다고 한다. ‘나 자신에게 돌아가다’ 또는 ‘기억하다’라는 뜻이다. 저자는 자신이 살면서 모은 기념품들을 두고 “그 자체로 무작위적인 박물관을 이뤄 내가 세상을 바라보고 주변을 이해하는 방식을 전시한다”며 “기억과 경이로움을 간직하고 일깨워주는 물건”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렇다고 기념품에 대한 감상을 추상적으로 늘어놓기만 하는 책은 아니다. 영국의 골동품 전문가 호러스 월풀 등 관련 연구자들의 책, 논문을 소개하면서 분석에 깊이를 더했다. 과거엔 여행의 기념품이 일부 상류층의 전유물이었다. 저자는 미국 사회학자 딘 맥커넬의 책 ‘관광객: 신유한계급론’을 인용해 기념품이 대중화한 과정을 짚는다. “한때 기념품이 장거리 여행을 가능케 하는 부와 특권의 상징이었다면, 철도와 증기선이 발달한 후로는 중산층 대중의 감성을 대표하는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기념품의 용도와 목적에 관한 윤리적 문제를 짚는 대목도 흥미롭다. 예컨대 미 뉴욕에 있는 국립 9·11 테러 사건 추모관은 기념품 매장으로 인해 논란이 됐다. 테러 사건을 소재로 한 냉장고 자석이나 우산 등을 판매하는 게 유가족에게 충격을 줬던 탓이다. 이라크에 파병된 미군 부대가 적군으로부터 빼앗은 물건이나 이라크의 역사나 종교와 관련 깊은 물건을 가져오지 못하도록 법으로 금지한 일 등은 ‘기념’의 의미를 곱씹어보게 한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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