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윤

이지윤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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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mail@donga.com

취재분야

2025-06-29~2025-07-29
역사26%
인사일반18%
문화 일반18%
문학/출판10%
무용10%
연극5%
사회일반5%
종교3%
남북한 관계3%
미술2%
  • 아장걸음서 탭댄스까지… 이족보행 로봇, ‘한걸음의 기적’을 묻다

    13인의 아해(兒孩)가 철판으로 덮인 무대 위를 걷는다. 숲속 정령처럼 자분자분한 걸음이다. 쇠로 만든 다리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은빛 술은 조명을 받아 물결처럼 반짝였다. 하얀 무대 벽면엔 3m 높이의 까만 그림자가 드리웠다. 돌연 첫 번째 아해가 발을 구르기 시작했다. 두 번째, 세 번째, 그리고 열세 번째 아해까지 덩달아 발맞추며 고동치는 소리를 증폭시켰다. 11∼13일 서울 강남구 플랫폼엘에서 초연되는 ‘새들의 날에: 첫 번째 이야기―13인의 아해의 불안’ 연습 현장을 8일 찾았다. 20세기 근대에 만연하던 불안을 상징적으로 담아낸 이상의 시 ‘오감도’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 인간 배우 대신 이족보행이 가능한 열세 대의 로봇이 등장해 아해를 연기한다. 이달 27일까지 서울 각지에서 열리는 ‘2024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 프로그램 중 하나다. 예술경영지원센터, 국립극장, 서울문화재단이 주최하고 아트코리아랩 등이 협력했다.작품은 땅에 발을 붙이고 걷는 행위가 인간에게 갖는 의미를 묻는다. 작품을 연출하고 사운드 및 기술을 총감독한 권병준 작가(사진)는 “인간은 땅을 밟고 하늘을 바라보는 존재로 태어난다. 그러나 성공에 대한 집착, 낙오에 대한 불안으로 인해 오늘날 사람들은 허공을 부유하는 새처럼 살고 있다”고 말했다. “로봇을 제작해 보니 자신의 몸무게를 버티고 일어서서 한 걸음 한 걸음 걷는 행위 자체가 기적과도 같음을 알게 됐다. 떠도는 불안 때문에 스스로 돌보기를 잊은 우리 사회의 슬픈 단면을 보여주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무대 위 로봇들은 ‘하늘과 땅, 신과 인간을 연결하는’ 매개체로 설정된다. 이들은 사전 설계된 프로그래밍에 따라 철판을 두드리며 이동하는 제의식을 펼친다. 시집 ‘타지 않는 혀’ 등을 펴낸 시인 함성호가 이번 공연에 드라마투르크로 참여해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권 작가는 “겉모습과 행동이 인간과 닮았어도 로봇만이 표현할 수 있는 움직임이 있다. 그 낯설고 신비한 존재감이 샤먼의 이미지와 부합한다고 봤다”며 “목적지에 이르기 위한 걸음이 아닌, 사유와 치유의 수단으로서의 걷기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2018년부터 로봇을 이용한 전시, 공연을 제작하면서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한 권 작가가 다채롭게 걸을 수 있는 로봇을 만든 건 이번이 처음. 직진을 넘어 탭댄스, 다이아몬드 스텝, 개다리춤 등 폭넓은 보행이 가능하다. 공연 전반부, 프로그래밍에 따라 움직이던 로봇은 후반부에 이르러 스스로 움직이기도 한다. 사전 설계된 프로그래밍 없이 각자 수집한 위치 정보를 토대로 자유롭게 무대를 활보하는 것. 개발 및 연출에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김택민, 하드웨어 엔지니어 이주미, 이유진 등이 함께 참여했다. 이 같은 움직임에 맞춰 흘러나오는 신비로운 음악은 과거 싱어송라이터, 전자악기 개발자 등으로 활동한 권 작가가 직접 연주한다. 칼림바, 인도 풍금, 아날로그 라디오 등 생경한 소리를 가진 다양한 악기가 즉흥적으로 활용된다. 로봇 군무가 내는 소리를 수집해 그래뉼러 신시사이저로 쪼개고 늘리는 등 실시간으로 변조하는 퍼포먼스도 즉석에서 선보인다. ‘새들의 날에’는 향후 서사적 깊이가 더해진 연극 연작으로 제작될 예정이다. 권 작가는 “저예산으로 제작된 기계가 보여주는 서투른 움직임과 미묘한 떨림, 기계음은 영상 매체보다는 라이브 공연으로 풀어낼 때 관객에게 더 강렬히 다가간다고 생각한다”며 “훗날 인간이 등장하지 않는 기계적 연극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4-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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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감 첫날부터 ‘김건희 블랙홀’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시작된 7일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이 블랙홀처럼 국감 이슈를 삼키며 국회 상임위원회 회의장 곳곳은 여야 간 고성과 파행으로 진통을 겪었다. 야당은 이날 국감이 열린 10개 상임위 모든 곳에서 김 여사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 다음 달 1일까지 진행되는 국감 기간 내내 야당이 김 여사 관련 의혹을 정조준하고 여당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법 리스크로 맞불을 놓는 극한 대립이 반복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이날 국감에 불출석한 증인 21그램 김태영 이승만 대표에 대해 “이들 없이 국정감사를 진행할 수 없다”며 동행명령을 야당 단독으로 의결했다. 21그램은 김 여사의 전시기획 업체인 코바나컨텐츠를 후원하고 협력한 업체로, 용산 대통령 관저 증축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따내 ‘특혜 수주’ 의혹을 받고 있다. 여당 의원들은 야당의 단독 의결에 반발하며 퇴장했다. 민주당 박정현 의원은 “혈세가 투입된 관저 공사를 김 여사가 지인에게 불법으로 몰아줬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김건희 국정농단’이다. 탄핵 사유”라고 주장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선 대통령 관저 이전 업무를 총괄한 김오진 전 국토교통부 1차관이 최근 한국공항공사 사장 후보에 오른 점이 도마에 올랐다.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21그램은 무수한 불법을 저질렀다”며 “결과적으로 불법, 방임을 조장, 지시했던 사람이 공항공사 사장으로 임명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따졌다. 야당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이원모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의 장인이 운영하는 자생한방병원에 대해 특혜 의혹도 제기했다. 자생한방병원 이사장이 특허를 갖고 있는 치료 약재가 올 3월 건강보험 급여 대상에 포함된 것은 대통령실 인사들이 연루된 특혜라는 주장이다. 강선우 의원은 “이 전 비서관 아내는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할 정도로 김건희 여사와 친하다”고 주장했다. 여당 의원들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집중 부각하며 법원행정처에 이 대표 재판을 신속하게 처리해줄 것을 주문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은 “공직선거법 270조에 선거범 재판 선고가 1심은 공소제기 후 6개월, 2·3심은 전심 선고 후 3개월이어서 1년 이내에 반드시 하도록 돼 있다”며 “이 대표는 799일 만에 선고된다. 방탄을 위해 얼마나 많은 정치적 쇼가 있었느냐”고 말했다. 행안위 여당 간사인 조은희 의원은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지역화폐 운용사 ‘코나아이’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이게 이 대표가 그렇게 강조하던 지역화폐의 실체다. 이런데도 국민 세금으로 지역화폐 의무화법을 지원해야 하나”라고 비판했다.행안위서 “관저공사 불법 특혜”… 법사위선 “공천개입 탄핵 사유”[2024 국정감사]野, 10개 상임위서 ‘김건희 의혹’ 제기국토위, 관저 이전 비서관 보은 논란… 정무위, 김대남 사퇴 압력 의혹 제기문체위 “KTV 황제관람 의혹” 공방… 이상민 “관저 공사 계약 문제 없어”“반드시 지구 끝까지 쫓아가 증인으로 세워서 진실을 밝히겠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야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7일 오후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21그램 사무실 문을 여러 차례 두드린 뒤 아무 답이 없자 이같이 말했다. 21그램은 김건희 여사가 운영했던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의 후원 업체로, 대통령 관저 공사를 경쟁 없이 수의계약으로 따내 특혜 의혹을 받고 있다. 윤 의원 등 민주당 11명과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등 행안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대통령실 불법 증축 의혹 관련 증인으로 채택된 김태영 이승만 21그램 대표가 이날 오전 열린 행정안전부 등에 대한 첫 행안위 국감에 사유서를 제출하지 않고 불출석하자 직접 동행명령장을 들고 찾아갔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야당 주도로 동행명령장이 발부된 데 반발하며 국감장을 퇴장했다.● 野 “공천 개입-관저 의혹 탄핵 사유”22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시작한 이날 10개 상임위 국감장마다 김 여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언급됐다. 이날 오전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이번 국감에서 김건희 국정농단 의혹 등을 집중 추궁하겠다. 모든 상임위에서 끝까지 의혹을 해소하겠다”고 말한 것이 첫날부터 현실화된 것. 대법원 등을 대상으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장에선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을 포함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논란, 디올백 수수 의혹 등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공세가 쏟아졌다. 특히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명태균 씨의 여론조사에 대한 대가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을 공천했다는 의혹에 대해 “명백한 탄핵 사유”라고 직격했다.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주가조작, 양평고속도로 사업 개입, 대통령실 리모델링 관여에 이어 이젠 하다 하다 공천에 개입하고 그 대가로 여론조사를 지불받는 엄청난 일이 대한민국에서 일어났다”며 “탄핵 대상”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아직 수사가 이뤄지기 전이고, 엄밀한 증거 조사를 거쳐야 사법부에서 최종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답했다. 행안위 국감장에서 야당 의원들의 관저 공사 불법 진행 의혹 관련 질타에 이상민 행전안전부 장관은 사과 대신 “꼼꼼하게 준공 검사를 못 한 건 사실이지만 업체 계약에 문제는 없었다”고 했다. 야당 의원들의 사과 요구에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국토교통위원회 국감장에서도 야당 의원들은 대통령 관저 이전 업무를 총괄한 김오진 전 대통령관리비서관이 최근 한국공항공사 사장 후보에 오른 점을 지적하며 “국정농단”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이연희 의원은 “(관저 공사는) 모든 과정에서 위법과 불법이 난무한 복마전이었다”고 했고, 같은 당 염태영 의원은 김 전 비서관의 후보 사퇴를 요구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김 전 비서관은 “김 여사에게 관저 증축 관련 보고한 적 있느냐” “21그램을 최종 선정한 사람이 김 여사 아니냐”는 민주당 의원들의 질의에 모두 “말씀드릴 수 없다”고 했다. 민주당 박정현 의원은 “관련 의혹이 사실이면 ‘김건희 국정농단’으로, 탄핵 사유가 되는 중대한 사건”이라고 했다. 정무위원회 국감에선 야당 의원들이 “한동훈을 치면 김 여사가 좋아할 것”이라고 말한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이 이날 SGI서울보증보험 상근감사위원직에서 사퇴한 경위를 두고 김 여사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김 전 행정관이 대통령실에서 익명의 압력을 받고 사퇴한 것 같다”고 했다. 같은 당 이강일 의원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오버랩된다”고 했다.● 문체위에선 ‘황제 관람’ 의혹 공방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장에선 김 여사의 ‘황제 관람’ 의혹을 둘러싼 공방이 오갔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KTV(한국정책방송원)는 지난해 8600만 원을 들여 부산 엑스포 유치 기원 국악 공연을 무관객으로 녹화했는데, 당시 김 여사와 대통령실 일부 인사가 관람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황제 관람’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강유정 의원은 “KTV가 공연 장소 사용 허가 신청서를 내면서 대통령 내외가 참석한다는 사실을 명시했다. 이 신청서를 문체부가 허가해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팩트는 KTV 행사에 김 여사가 중간에 참석해 출연자를 격려하고 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등에서도 김 여사 논란이 최소 한 차례 이상 언급되면서 여야 의원들 간 설전이 오갔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안규영 기자 kyu0@donga.com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24-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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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류 원조 ‘겨울연가’ 극장판 영화로 내년 日서 개봉

    2000년대 한류 열풍을 이끌었던 드라마 ‘겨울연가’(사진)가 극장용 영화로 만들어져 일본에서 개봉된다. ‘겨울연가’의 제작사 팬엔터테인먼트는 7일 “드라마의 일본 방영 20주년(2023년)을 맞아 일본 배급사와 시청자들에게서 지속적인 제작 요청을 받아 영화화를 결정했다”며 “일본 내 2025년 겨울 개봉을 목표로 편집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2002년 KBS 2TV에서 방영된 최지우, 배용준 주연의 드라마 ‘겨울연가’는 이듬해 일본 NHK에서 ‘겨울 소나타(冬のソナタ)’라는 제목으로 방영돼 큰 화제를 모으며 일본 내 한류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영화판은 원작의 화질을 4K로 개선하고 색 보정 작업을 통해 새로운 느낌을 줄 예정. 아울러 기존 드라마 수록곡을 관현악 버전으로 편곡해 다시 녹음한다. 원작 드라마를 연출한 윤석호 감독이 영화 제작 전 과정에 참여한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4-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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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野 “국정농단 의혹 집중 추궁”… 10개 상임위마다 ‘김건희 때리기’

    “반드시 지구 끝까지 쫓아가 증인으로 세워서 진실을 밝히겠다.”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야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7일 오후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21그램 사무실 문을 여러 차례 두드린 뒤 아무 답이 없자 이같이 말했다. 21그램은 김건희 여사가 운영했던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의 후원 업체로, 대통령 관저 공사를 경쟁 없이 수의계약으로 따내 특혜 의혹을 받고 있다.윤 의원 등 민주당 11명과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등 행안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대통령실 불법 증축 의혹 관련 증인으로 채택된 김태영 이승만 21그램 대표가 이날 오전 열린 행정안전부 등에 대한 첫 행안위 국감에 사유서를 제출하지 않고 불출석하자 직접 동행명령장을 들고 찾아갔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야당 주도로 동행명령장이 발부된 데 반발하며 국감장을 퇴장했다.● 野 “공천 개입-관저 의혹 탄핵 사유”22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시작한 이날, 10개 상임위 국감장마다 김 여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언급됐다. 이날 오전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이번 국감에서 김건희 국정농단 의혹 등을 집중 추궁하겠다. 모든 상임위에서 끝까지 의혹을 해소하겠다”고 말한 것이 첫날부터 현실화된 것.대법원 등을 대상으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장에선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을 포함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논란, 디올백 수수 의혹 등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공세가 쏟아졌다. 특히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명태균 씨의 여론조사에 대한 대가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을 공천했다는 의혹에 대해 “명백한 탄핵 사유”라고 직격했다.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주가조작, 양평고속도로 사업 개입, 대통령실 리모델링 관여에 이어 이젠 하다 하다 공천에 개입하고 그 대가로 여론조사를 지불받는 엄청난 일이 대한민국에서 일어났다”며 “탄핵 대상”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아직 수사가 이뤄지기 전이고, 엄밀한 증거 조사를 거쳐야 사법부에서 최종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답했다.국토교통위원회 국감장에서도 야당 의원들은 대통령 관저 이전 업무를 총괄한 김오진 전 대통령관리비서관이 최근 한국공항공사 사장 후보에 오른 점을 지적하며 “국정농단”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이연희 의원은 “(관저 공사는) 모든 과정에서 위법과 불법이 난무한 복마전이었다”며 국토교통부의 추가 감사를 요구했고, 같은 당 염태영 의원은 김 전 비서관의 후보 사퇴를 요구했다.증인으로 출석한 김 전 비서관은 “김 여사에게 관저 증축 관련 보고한 적 있느냐” “21그램을 최종 선정한 사람이 김건희 여사 아니냐”는 민주당 의원들의 질의에 모두 “말씀드릴 수 없다”고 했다. 박정현 민주당 의원은 “관련 의혹이 사실이면 ‘김건희 국정농단’으로 탄핵 사유가 되는 중대한 사건”이라고 했다.정무위원회 국감에선 야당 의원들이 “한동훈을 치면 김 여사가 좋아할 것”이라고 말한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이 이날 SGI서울보증보험 상근감사위원직에서 사퇴한 경위를 두고 김 여사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김 전 행정관이 대통령실에서 익명의 압력을 받고 사퇴한 것 같다”고 했다. 같은 당 이강일 의원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오버랩된다”고 했다.● 문체위에선 ‘황제 관람’ 의혹 공방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장에선 김 여사의 ‘황제 관람’ 의혹을 둘러싼 공방이 오갔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KTV(한국정책방송원)는 지난해 8600만 원을 들여 부산 엑스포 유치 기원 국악 공연을 무관객으로 녹화했는데, 당시 김 여사와 대통령실 일부 인사가 관람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황제 관람’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강유정 의원은 “KTV가 공연 장소 사용 허가 신청서를 내면서 대통령 내외가 참석한다는 사실을 명시했다. 이 신청서를 문체부가 허가해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팩트는 KTV 행사에 김 여사가 중간에 참석해 출연자를 격려하고 간 것”이라며 “김 여사가 공연장에 늦게 왔다고 당일 밤에야 전화를 받았다”고 해명했다.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도 김 여사 논란이 최소 한 차례 이상 언급되면서 여야 의원들 간 설전이 오갔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24-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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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라마 ‘겨울연가’, 4K 영화로 재탄생…내년 겨울 日개봉

    2000년대 한류 열풍을 이끌었던 드라마 ‘겨울연가’가 극장용 영화로 만들어져 일본에서 개봉된다. ‘겨울연가’의 제작사 팬엔터테인먼트는 7일 “드라마의 일본 상영 20주년(2023년)을 맞아 일본 배급사와 시청자들에게서 지속적인 제작 요청을 받아 영화화를 결정했다”며 “일본 내 2025년 겨울 개봉을 목표로 편집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2002년 KBS 2TV에서 방영된 최지우, 배용준 주연의 드라마 ‘겨울연가’는 이듬해 일본 NHK에서 ‘겨울 소나타’(冬のソナタ)라는 제목으로 방영돼 큰 화제를 모으며 일본 내 한류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영화판은 원작의 화질을 4K로 개선하고 색 보정 작업을 통해 새로운 느낌을 줄 예정. 아울러 기존 드라마 수록곡을 관현악 버전으로 편곡해 다시 녹음한다. 원작 드라마를 연출한 윤석호 감독이 영화 제작 전 과정에 참여한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4-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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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훈아 “웃으며 이별의 노래”… 내년 1월 서울서 은퇴 무대

    가수 나훈아(사진)가 내년 1월 서울 공연을 끝으로 가요계를 떠난다고 예고했다. 4일 나훈아의 소속사 예아라·예소리에 따르면 내년 1월 10∼12일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2024 나훈아 고마웠습니다-라스트 콘서트’가 열린다. 나훈아는 올해 2월 돌연 은퇴를 선언한 뒤 전국 투어 콘서트를 열고 있는데 내년 서울 공연을 마지막으로 가수 활동을 접겠다는 것. 1966년 데뷔한 지 59년 만에 은퇴하게 되는 셈이다. 나훈아는 이날 소속사를 통해 공개한 편지에서 “처음 겪어 보는 마지막 무대가 어떤 기분일지 짐작하기 어려워도, 늘 그랬듯 ‘신명 나게 더 잘해야지’ 하는 마음이 가득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활짝 웃는 얼굴로 이별의 노래를 부르려 합니다. 여러분, 고마웠습니다”라고 덧붙였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4-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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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옛날이 좋았다? 포장된 과거일 뿐

    붉은 천을 덧댄 의자, 포근한 크림이 얹어진 비엔나 커피. 턴테이블에서는 12인치 LP가 이따금 튀는 소리를 내며 1990년대 히트곡 ‘가을 아침’과 ‘샴푸의 요정’을 흘려보낸다. 크롭톱과 통 큰 청바지로 끌밋하게 꾸민 사람들이 카페에 둘러앉았다. 30여 년 전 음악다방 같기도 한 이곳은 2024년, 전국 곳곳에 포진한 뉴트로 카페의 풍경이다. 1980, 90년대에 어린 꼬마였거나 태어나지도 않았던 오늘날 젊은층이 과거에 향수를 느끼는 이유는 뭘까. 이 책은 불과 100년 전만 해도 질병으로 분류됐던 노스탤지어(nostalgia)의 기원과 시대별 변천사를 세밀하게 짚으며 그 이유에 대해 알아본다. “지나간 때에 감정을 채우고 장밋빛 조명을 비추는” 노스탤지어는 비단 21세기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종교 전쟁, 제국주의, 산업화 등 크고 작은 사회적 변화가 발생할 때마다 벌어졌다. 노스탤지어의 역사를 총 10장에 걸쳐 파헤친 책에 따르면 노스탤지어는 1669년, 스위스 용병들 사이에서 확산한 ‘향수병’을 의사인 요하네스 호퍼가 최초로 규명하며 역사에 기록됐다. 그리움의 정서가 반대 진영을 넘나들며 선전 도구로 이용됐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18세기, 노스탤지어는 노예로 끌려간 비백인종의 나약함을 나타내는 지표였으나 19세기에 이르러 제국주의 백인들이 ‘문명화된’ 생활에서 겪은 병리적 반응으로 풀이됐다. 2016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고 외치며 보수 진영을 집결시켰고, 2020년 조 바이든 대통령 역시 분열 없던 공동체적 조국에 대한 향수를 소환했다. 오늘날 되풀이되는 ‘노스탤지어 유행’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1970년대 불황에 빠진 미국에서는 1920년대 패션, 먹거리, 교육 등이 맹목적으로 유행했다. 이에 저자는 책 ‘좋았던 그 시절: 끔찍했지’를 인용한다. “우리는 그 당시 실업자들의 굶주림과 절망, 범죄와 부패는 망각하고 있다. 지금 상황이 나쁠 수 있지만 ‘좋았던 그 시절’에는 한없이 더 나빴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4-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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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명인 단죄하는 ‘디지틴’… “관용없는 폐쇄사회 될판”

    ‘구독자 200만’ 유튜버 곽튜브(본명 곽준빈·32)가 최근 부산에서 열릴 예정이던 토크 콘서트를 취소했다. 과거 같은 그룹 내 멤버를 따돌렸다는 의혹을 받는 가수 출신 여배우와 촬영한 콘텐츠가 논란이 된 이후다. 논란의 영상 속 곽튜브는 해당 배우에게 “(가해자로) 오해받는 사람한테 피해 주는 것 같았다”고 했고, 이는 ‘곽튜브가 따돌림 가해자를 두둔한다’는 논란으로 이어졌다. 영상은 사과문과 함께 삭제됐으나 비난이 이어졌다. 자신을 곽튜브의 동창이라고 주장한 한 누리꾼은 “곽튜브가 학창 시절 물건을 훔쳤다”는 내용의 허위 사실을 유포하기도 했다. 사회적 논란이 된 유명인을 사적으로 단죄하려는 대중의 ‘디지틴(digital guillotine·디지털 단두대)’ 현상이 점차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논란이 불거진 인물, 기업을 보이콧함으로써 변화를 일으키려는 움직임인 ‘캔슬 컬처(cancel culture)’ 현상이 즉각적 처벌, 집단 공격으로 과격성이 커진 것. 당사자가 “내 잘못”이라고 밝혀도 용서하는 모습을 찾아보긴 어렵다. 앞서 올 5월에는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이 경북 영양군에서 촬영한 콘텐츠 속 지역 비하 발언으로 단두대에 올랐다. 사과문을 발표하고, 영양 지역축제 기간에 맞춰 홍보 콘텐츠를 꾸준히 제작 중이지만 사태 이후 ‘구독 취소’를 결정한 구독자 수는 약 32만 명에 달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발달하면서 디지틴의 타깃은 연예인을 넘어 유튜버, 인플루언서 등으로 넓어지는 추세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SNS에서 주로 이뤄지는 디지틴은 확증편향, 일반화의 오류로 이어지기 쉽다. 자신이 가진 정보와 의견을 무기로 공적 제재, 조사가 이뤄지기도 전에 사적인 처벌을 내리고 있는 것”이라며 “취업, 주거 등 생존과 직결된 문제가 악화하면서 젊은층이 더욱 공정성에 매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디지틴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문제에 대해 대중의 주목도를 빠르게 높이는 기능을 한다. 그러나 속결 처단에 급급해 숙고보다는 찬반 여론에 따라 ‘악인’으로 몰아가고 이를 비난하고, 처벌하는 추세로 고착화되고 있다. 특히 구독자 수와 조회 수 등이 수익과 직결돼 있고, 연예 기사 댓글이 제한된 포털사이트와 달리 노골적인 댓글을 달기 쉬운 SNS 특성상 유튜버, 인플루언서 등은 사과를 강요받는 압박에 시달리기 쉽다. 유튜브 채널 ‘싱글벙글’은 올 6월 “안마기가 좋으면 뭐 하니, 군대 가면 쓰지를 못하는데”라며 웃는 영상으로 ‘군인 조롱’ 논란을 샀다. 그러나 이는 군인 처우 개선에 대한 논의로 확장되진 못한 채 채널 측의 사과와 영상 삭제에 그쳤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최근 디지틴은 합리적 의견 대립이 아닌 집단적 몰아가기 양상을 띠면서 오히려 본질적 문제에 대한 논의는 뒷전이 되고 있다”며 “정치, 사회적으로 중대한 문제에 대한 의견 개진이 어려운 사회 구조로 인해 사소한 문제에도 과격하게 결집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리나라가 유명인에게 유독 엄격한 도덕적 기준을 요구한다는 시각도 있다. 하재근 사회문화평론가는 “서구권과 비교해 우리나라는 대중의 도덕적 잣대가 엄격한 나라 중 하나”라며 “정답과 오답을 가르기 급급한 입시 교육의 영향, 사회 전반에 뿌리내린 집단주의적 사고 등의 영향으로 인해 사실관계를 면밀히 따지기보다 우선 심판부터 하려는 경향이 크다”고 했다.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노력마저 부정하는 분위기는 결국 폐쇄적인 사회를 만들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 평론가는 “경중에 따라 실수를 용인하고 만회할 기회를 제공해야 지속적으로 성장 가능한 사회를 이룰 수 있다”며 “또한 지나친 자기 검열이 강화된다면 개개인이 자유롭게 의견을 표출하기 어려운 사회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4-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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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적 논란에 유명인 단죄하는 ‘디지털 단두대’…“관용없는 폐쇄사회 될판”

    유명 유튜버 곽튜브가 지난 28일 부산에서 열릴 예정이던 토크 콘서트를 취소했다. 과거 같은 그룹 내 멤버를 따돌렸다는 의혹을 받는 가수 출신 배우와 촬영한 콘텐츠가 논란이 된 직후다. 영상 속 곽튜브는 해당 배우에게 “(가해자로) 오해받는 사람한테 피해 주는 것 같았다”고 했고, 이는 ‘곽튜브가 따돌림 가해자를 두둔한다’는 논란으로 이어졌다. 영상은 사과문과 함께 삭제됐으나 비난이 이어졌고, 자신을 곽튜브의 동창이라고 주장한 한 네티즌은 “곽튜브가 학창시절 물건을 훔쳤다” 는 내용의 허위 사실을 유포하기도 했다. 사회적 논란이 된 유명인을 사적으로 단죄하려는 대중의 ‘디지틴(digital guillotine·디지털 단두대)’ 현상이 점차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논란이 불거진 인물, 기업을 보이콧함으로써 변화를 일으키려는 움직임인 ‘캔슬 컬처’ 현상이 즉각적 처벌, 과격한 비난에 과중한 형태로 격화한 것. 앞서 올 5월에는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이 경북 영양군에서 촬영한 콘텐츠 속 지역 비하 발언으로 단두대에 올랐다. 사과문을 발표하고, 영양 지역축제 기간에 맞춰 홍보 콘텐츠를 꾸준히 제작 중이지만 사태 이후 ‘구독 취소’를 결정한 구독자 수는 약 32만 명에 달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발달하면서 디지틴의 타겟은 연예인을 넘어 유튜버, 인플루언서 등으로 광범위해지는 추세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SNS에서 주로 이뤄지는 디지틴은 확증편향, 일반화의 오류로 이어지기 쉽다. 자신이 가진 정보와 의견을 무기로 공적 제재, 조사가 이뤄지기도 전에 사적인 처벌을 내리고 있는 것”이라며 “취업, 주거 등 생존과 직결된 문제가 악화하면서 젊은층이 공정성에 매달리게 됐고, 스스로 ‘실수하면 안 된다’는 강박이 성공한 유명인에게 투사되고 있다”고 풀이했다. 디지틴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문제에 대해 대중 주목도를 빠르게 높이는 기능을 한다. 그러나 속결 처단에 급급할 경우 사회 전반에 대한 근본적 숙고보다는 찬반 여론에 따른 ‘악인’ 한 명을 제거하는 데 그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구독자 수와 조회수 등이 수익과 직결돼있고, 연예 기사 댓글이 제한된 포털사이트와 달리 노골적인 댓글을 달기 쉬운 SNS 특성상 유튜버, 인플루언서 등은 사과를 강요받는 압박에 시달리기 쉽다. 유튜브 채널 ‘싱글벙글’은 올 6월 “안마기가 좋으면 뭐 하니, 군대 가면 쓰지를 못하는데”라며 웃는 영상으로 ‘군인 조롱’ 논란을 샀다. 그러나 이는 군인 처우 개선에 대한 논의로 확장되진 못한 채 채널 측의 사과와 영상 삭제에 그쳤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최근 디지틴은 합리적 의견 대립이 아닌 집단적 몰아가기 양상을 띠면서 오히려 본질적 문제에 대한 논의는 뒷전이 되고 있다”며 “정치, 사회적으로 중대한 문제를 향해 의견을 냈을 때 개진이 어려운 사회구조로 인해 사소한 문제에도 과격하게 결집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리나라가 유명인에게 유독 엄격한 도덕적 기준을 요구한다는 시각도 있다. 하재근 사회문화평론가는 “서구권과 비교해 우리나라는 대중의 도덕적 잣대가 엄격한 나라 중 하나”라며 “정답과 오답을 가르기 급급한 입시교육의 영향, 사회 전반에 뿌리내린 집단주의적 사고 등 영향으로 인해 사실관계를 면밀히 따지고 실수 만회를 지켜보기보다는 심판부터 하려는 경향이 크다”고 했다.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노력마저 부정하는 분위기는 건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평론가는 “경중에 따라 실수를 용인하고 만회할 기회를 제공해야 지속적으로 성장 가능한 사회를 이룰 수 있다”며 “지나친 자기검열로 이어진다면 개개인이 자유롭게 의견을 표출하기 어려운 사회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4-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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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군의날 쉬시나요? 최고의 강철 女전사들 뜹니다

    대한민국 여군 상위 1%만이 모인 최정예 부대. ‘독거미 부대(태호대대)’ 출신 조성원 예비역 중사가 매섭게 두 눈을 치켜뜨며 허공을 찢을 듯 외친다. “살아 방패 죽어 충성, 조국이 부르면 우리는 간다!” 채널A 간판 예능 ‘강철부대’ 시리즈가 ‘여군 편’으로 10월 1일 국군의날에 돌아온다. 2021년부터 시즌 3까지 방영된 ‘강철부대’는 최정예군 예비역들이 팀을 이뤄 출신 부대의 명예를 걸고 싸우는 밀리터리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1일 오후 10시 처음 방송되는 ‘강철부대W’에는 ‘특전사들의 특전사’로 불리는 제707특수임무단, ‘귀신 잡는’ 해병대, 특수임무대대 등 총 6개 부대 출신 예비역 대원 24명이 출동한다. 이번 출연진은 어렵게 발굴한 각 분야 ‘최초’ 타이틀의 여군들로 구성됐다. 대한민국 여군 소위 최초로 특수전사령부에서 복무한 우희준 예비역 중위, 공군 군사경찰 중 여군 최초로 특수임무 반장을 맡은 문지영 예비역 대위, 특전사 여단 최초의 여군 저격수 박보람 예비역 중사 등이 주인공. 숨겨진 보물을 찾아내느라 제작진은 출연진 선발에만 3, 4개월을 보냈다. 프로그램을 연출한 신재호 PD는 “여군 전역자가 예상보다 많지 않아 섭외가 어려웠다. 이전 시즌에 비해 섭외에만 한두 달 더 걸렸다”며 “남성 군인 출신을 섭외할 때 참고하지 않았던 국방일보까지 뒤지며 전방위로 물색했다”고 말했다. 여군 출연진은 이전 남성 출연자들보다 더 난도 높은 미션을 수행한다. 예컨대 참호는 역대 시리즈 중 가장 넓고 깊다. ‘타이어 뒤집기’ 미션에선 무게가 200∼300kg에 달하는 타이어를 뒤집기 전 삽질까지 시키는 등 단계를 추가했다. 대원들에게 미션을 부여하는 ‘마스터’ 역할의 최영재는 “여군에게도 동등한 전투기술과 능력치가 있음을 보여주고자 일부러 난도를 높게 잡았다. 사격이나 전투기술 분석 등에서는 여군이 더 뛰어난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 PD는 “과거 훈련 도중 입은 부상 등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전역을 택해야 했던 이들이기에 소속 부대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여성의 신체 능력에 감탄하며 온몸에 소름이 돋았던 건 살면서 처음”이라고 했다. 폭발하는 초소 옆 철조망에서 포복하고, 11m 높이의 공중에서 외줄을 타는 등 영화를 방불케 하는 아슬아슬한 장면도 펼쳐진다. 특히 시즌 1∼3에서 보지 못했던 총기 등 다양한 최신 국산 무기들이 미션마다 다양하게 등장해 출연진의 손을 거친다. MC 김성주는 “이전 시즌과 다른 점은 단순히 성별만이 아니다. 여군은 의무 복무가 아니라 ‘자원 입대’란 점에서 차별화된다”며 “자신의 의지로 군인이 된 이들이 발산하는 열정과 투지가 고스란히 프로그램에 녹아 있다”고 강조했다. 특수부대와 일반 부대 사이의 살벌한 기 싸움도 새로운 묘미. ‘강철부대’ 시리즈 중 처음으로 특수부대가 아닌 육·해군 등 일반 부대 출신 예비역들이 출격한다. ‘강철부대’ 1, 2에 이어 새 시즌에도 참여한 강숙경 작가는 “국토 최전방에서 활약하는 육군 백골부대 등 강력한 일반 부대들이 있음에도 그간 시리즈에서 볼 수 없었던 것에 대한 시청자들의 아쉬움이 있었다. 이번엔 이런 갈증을 해소해 드릴 수 있을 것”이라며 해병대 출신 이수연 대원을 예로 들었다. 강 작가는 “대부분의 출연자들이 특수부대 출신이 아닌 이 대원을 견제한다. 그에게는 ‘코끼리’ ‘멧돼지’ ‘괴물’ 등 과격한 별명들이 따라붙는다”고 말했다. ‘오직 승리’를 다짐하는 출연진 간의 극적인 갈등과 서사가 주는 감동과 짜릿함도 커졌다. 최영재는 “군복에 대한 사명감이나 자부심은 여군에게 특히 두드러진다. 시청자들이 거기에서 느끼는 재미가 클 것”이라고 했다. 강 작가는 “여군들은 뒷담화를 하지 않는다. 면전에서 말로 상대를 가격하는 ‘앞담화’로 기선을 제압한다”고 덧붙였다. 여자 레슬링 국가대표 장은실이 MC로 합류해 여군들 사이에 벌어지는 몸싸움을 생생하게 설명한다. 장은실은 “한때 여군이 꿈이었으나 방송을 녹화하면서 ‘입대 안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들의 혹독하고 치열한 싸움을 보며 시청자들도 ‘걸크러시’ 매력에 빠져들 것”이라고 말했다. ‘강철부대W’는 매주 화요일 오후 10시에 방영된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4-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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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전자들 신체 변화 보며 ‘Do It’ 하세요”

    “냉장고에 붙은 레시피 쪽지가 일주일마다 바뀌어요. 제가 진행하는 방송에서 내보내는 건강 팁들을 몸소 실천해 봐야 직성이 풀리거든요.” MC 정은아(59)는 이렇게 건강 정보 프로그램에 임하는 자세를 말했다. 그는 24일 첫 회가 방송되는 채널A ‘몸신의 탄생’에서 건강 전도사로 돌아온다. 2014년 시작해 2023년까지 10년간 방송됐던 장수 프로그램 ‘나는 몸신이다’가 이름과 포맷을 바꿔 신규 프로그램으로 다시 찾아온 것. 정은아는 ‘나는 몸신이다’의 원조 MC로 8년간 진행하다 바통을 강호동에게 넘기고 떠났었는데 이번에 다시 ‘몸신 시리즈’에 합류했다. 19일 서울 마포구 동아디지털미디어센터(DDMC)에서 만난 정은아는 다시 긴장감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했다. “이제는 제가 부모님의 연배가 됐다. 저도 10년 전, 20년 전에 비해 건강에 대한 관심이 훨씬 많아졌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부끄럽지 않은 방송을 만들고자 기분 좋은 긴장감을 유지한 채 녹화에 임하고 있다”고 했다.방송에선 코미디언 유민상, 방송인 황보라가 함께 MC로 출연한다. 정은아는 “유민상 씨는 지금보다 건강한 몸을 만들려는 도전자들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역할을, 황보라 씨는 누구나 궁금해할 법한 질문을 쏙쏙 던지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몸신의 탄생’에서는 건강 관리가 필요한 일반인 참가자가 한 달간 전문가들의 진단과 솔루션에 근거해 ‘몸신’ 도전에 나서고 점차 자신의 몸이 변해 가는 과정을 담는다. 정은아는 “‘나는 몸신이다’가 건강 정보 전달에 집중한 ‘Know’ 프로그램이었다면 이번 키워드는 ‘Do It’”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러 매체에서 정보를 접하고도 동기부여가 부족해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경우는 드물다. ‘몸신의 탄생’ 속 도전자들의 변화가 시청자들에게 실천의 자극제가 되면 좋겠다”고 했다. 첫 회에는 과거 미인대회 출전을 권유받을 정도로 건강한 몸매였으나 갑작스레 체중이 불어난 여성이 도전자로 출연한다. 도전자는 한 달간의 치열한 노력 끝에 10kg 이상을 감량하는 데 성공한다. 정은아는 “해당 출연자의 딸과 배우자가 본인들의 식단도 함께 바꾸는 등 적극 협조했다. 가까운 사람들의 응원이 누군가의 삶을 바꾸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고 말했다. 사실 건강 정보가 넘쳐나는 요즘이다. 방송에서 다루는 콘텐츠는 뭐가 다를까. 정은아는 “‘몸신의 탄생’은 전문가들의 검증을 통해 보다 믿을 수 있는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다르다”고 말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떠도는 각종 불확실한 건강 정보와 차별화된다는 것. “제작진이 일일이 최신 건강 정보를 찾고, 논문을 전문가들에게 전달해 의견을 듣습니다. 제작진은 본인들의 가족에게 직접 전달할 수 있는 건강 정보를 소개하자는 생각으로 제작하고 있습니다.” 정은아는 시청자들이 방송을 보며 ‘일상에 좋은 습관 하나 더하기’에 동참하길 바란다고도 했다. “건강은 개개인의 문제인 동시에 사회의 큰 숙제라고 생각해요. 몸이 건강해지면 건강한 생각을 갖게 되죠. 더 건강해지면 더 서로 배려하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요? ‘몸신의 탄생’이 그 도전에 보탬이 되면 좋겠습니다.” ‘몸신의 탄생’은 24일부터 매주 화요일 오후 8시 10분에 방송된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4-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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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나는 끝없이 환생하는 개… 왜 또 돌아왔냐고요?

    사람들은 여러 가지 목적을 갖고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무엇이 되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삶을 살아가느냐가 아닐까. 이 책은 전생의 기억을 간직한 채 끊임없이 환생하는 ‘베일리’라는 개의 시선을 통해서 삶의 의미와 목적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앰블린 엔터테인먼트사가 제작한 영화 ‘베일리 어게인’(2017년)의 원작으로도 잘 알려졌다. 10년 전 출간된 ‘내 삶의 목적’의 개정판이다. 소설은 떠돌이 잡종견 베일리가 천방지축 골든리트리버에서 수색구조 경찰견으로 환생하는 여정을 좇는다. 가족을 사랑하는 것이 삶의 완전한 목적이라고 믿었던 베일리는 경찰견으로 환생하면서 혼란을 겪게 된다. 가족의 곁을 지키는 것, 사람의 명령을 따르는 것은 그의 임무이지만 그것이 과연 존재의 이유가 될 수 있을까. ‘견생’의 의미를 탐구하기 시작하는 베일리의 고민은 사람이 자신의 존재 목적에 갖는 질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람들에게 상처받은 개가 결국 자신을 사랑해주는 가족을 만나고, 이들을 구하게 된다는 서사 자체는 다소 단조롭게 느껴진다. 그러나 평범한 이야기이면서도 공감력이 있다. 반려동물을 키워본 사람이라면 빈집에서 가족이 돌아오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베일리의 모습에서 마음이 먹먹해질지 모른다. 한때 떠돌이 개였던 베일리는 음식물 쓰레기 수거 차량에 대해 “크고 시끄러운 소리가 나는 트럭은 사람들이 우리 먹으라고 내다 놓은 음식물 봉지를 모조리 빼앗아 가버린다” 등으로 묘사하는 장면은 웃음을 자아낸다. 베일리는 고군분투 끝에 ‘사랑하는 존재를 위해 내 자리를 지키는 것’이 삶의 진정한 목적임을 깨닫는다. 크고 작은 의무를 끊임없이 지고 사는 우리의 존재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책의 부제가 ‘인간을 위한 소설’인 이유다. 책은 지난하고 지루한 삶 속에 결코 무의미한 순간은 없다는 점을 되새기게 한다. 일상적이고 따뜻한 문체로 그려진 덕에 부담 없이 술술 읽힌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4-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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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니버설-국립발레단, ‘라 바야데르’ 자존심 싸움

    국내 발레단의 양대 산맥인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이 대작 ‘라 바야데르’로 맞붙는다.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한 달 간격으로 작품을 잇달아 선보이는 것. 오는 27일 먼저 개막하는 유니버설발레단 공연은 ‘고전 발레의 아버지’ 마리우스 페티파의 안무를 토대로 한다. 프랑스 출신 안무가인 페티파는 1877년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을 위해 작품을 만들었다. 국립발레단은 러시아 출신 안무가 유리 그리고로비치가 2013년 만든 버전을 공연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다음 달 30일 개막한다. 김양현 유니버설발레단 공연사업팀장은 “시각적 측면에서 페티파의 마린스키 스타일은 정교함과 화려함을, 그리고로비치의 볼쇼이 스타일은 민족적 색채, 웅장함을 추구한다”며 “페티파 버전에선 길이 2m 넘는 화려한 코끼리가 등장하는 것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출연진만 120∼150명에 달하는 대규모 작품인 만큼 각각 막강한 출연진을 내세웠다. 국립발레단 공연에는 ‘동양인 최초’ 타이틀을 딴 두 무용수가 호흡을 맞춘다. 동양인 최초로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 에투알(수석무용수)에 등극한 박세은, 동양인으로는 처음 마린스키 발레단에 입단한 수석무용수 김기민이 2009년 ‘백조의 호수’ 이후 15년 만에 파트너로 만나는 것. 유니버설발레단 공연에는 요즘 가장 ‘핫한’ 무용수들이 출연한다. 내년 김기민의 뒤를 이어 마린스키 발레단의 두 번째 한국인 단원이 되는 ‘차세대 스타’ 전민철, 지난해 ‘무용계 아카데미상’인 ‘브누아 드 라 당스’를 거머쥔 강미선 수석무용수가 주인공 역을 맡는다. 두 공연의 차이는 결말에서 두드러진다. 프랑스어로 ‘인도의 무희’를 뜻하는 ‘라 바야데르’는 고대 인도를 배경으로 한 비극적 사랑 이야기다. 힌두 사원의 무희 니키야와 전사 솔로르, 니키야를 짝사랑하는 최고 승려 브라만, 솔로르의 약혼녀인 감자티 공주가 등장한다. 국립발레단 공연은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해 솔로르가 회한 가득한 독백을 하며 끝나고, 유니버설발레단 공연은 망령의 세계에서 니키야와 솔로르가 ‘스카프 춤’을 추며 마무리된다. 한지영 발레평론가는 “스카프는 두 사람이 영적으로 연결돼 있음을 상징하는 도구”라고 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4-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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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무용 전설’ 피나 바우슈의 춤… 그 원형 전승과 창조적 파괴 사이

    “나는 ‘탄츠(tanz·무용을 뜻하는 독일어)’를 경험해 본 적이 없다. 막연한 동경, 기대감을 가졌을 뿐. 그러나 2024년 9월, 나는 말과 몸부림으로 탄츠를 구현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비어 있는 무대, 의자 여섯 개와 스탠드 마이크 하나가 놓였다. 릴데크(아날로그 오디오 장치의 일종) 위 테이프가 돌면서 간간이 기계 음성이 흘러나온다. 한쪽 발목을 빙글빙글 돌리다가 위태롭게 발끝으로 버티고 선 등장인물이 말한다. “피나의 이름 뒤에 아직도 전설처럼 남아 있는 이야기들, 나는 부스러기라도 그것을 만지고 맛보고 싶었다.” ‘현대 무용의 전설’ 피나 바우슈(1940∼2009)를 통해 과거와 현재 사이 전통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논하는 연극 ‘P와 함께 춤을’ 연습 현장을 11일 찾았다. 피나는 과거 독일의 무용단 ‘부퍼탈 탄츠테아터’를 이끌면서 현대 무용계에 혁명을 일으킨 안무가 겸 무용수. 타계 후에도 전 세계에서 계승되고 있는 그의 춤맥을 탐구한 작품이 28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공연된다. 연극은 부퍼탈 탄츠테아터 출신 무용수 약 10명을 취재한 내용을 토대로 구성됐다. 2021년부터 3년간 이어진 인터뷰는 오래전 피나와 함께 춤췄던 70대 후반의 1세대 무용수부터 피나가 세상을 떠난 뒤 입단해 현역으로 활동 중인 3세대 젊은 무용수까지 아우른다. 취재 및 작품 제작에 참여한 배우 성수연, 무용가 황수현 등 6명의 출연진이 가상의 배역 없이 ‘자기 자신’으로서 무대에 올라 연극을 이끈다. 작품은 원형 그대로의 전승과 ‘창조적 파괴’ 사이에서 전통이 맞춰야 할 균형에 주목한다. 제47회 동아연극상에서 새개념연극상을 수상한 이경성 연출가가 작품을 연출했다. 연습실에서 만난 그는 “단순히 피나를 숭앙하는 연극은 아니다. 1∼3세대 무용수들이 각자 과거의 것을 부정하면서 새로움을 추구하던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이어 “과거와 미래가 대화해야만 전통이 현재와 공존할 수 있다는 점을 작품에 녹여내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균형감은 대사와 움직임을 통해 은유적으로 표현된다. 춤의 기본이 되는 ‘땅 밀기’ 동작을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무용가 정재필은 천천히 한 발로 땅을 밀어 무게 중심을 옮긴 뒤 휘청대지만 다시 중심을 찾고 일어선다. 이에 배우 나경민은 “머물고 싶은 마음과 떠나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들이 자신과 세상 사이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행위”라고 덧붙인다. 피나에 대해 친숙지 않은 관객을 위해 챗봇이 등장한다. 챗GPT로 만들어진 ‘피나봇’은 등장인물 간 대화에 개입해 피나의 일생과 작품에 얽힌 정보를 자연스럽게 전달한다. 이 연출가는 “피나봇이 부퍼탈 탄츠테아터의 상징적인 안무를 말로 묘사하면 출연진이 몸으로 풀어내도록 해 이해를 높였다”고 말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4-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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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나 뒤에 전설처럼 남은 이야기를 만지고 맛보고 싶었다”

    “나는 ‘탄츠(Tanz·무용을 뜻하는 독일어)’를 경험해본 적이 없다. 막연한 동경, 기대감을 가졌을 뿐. 그러나 2024년 9월, 나는 말과 몸부림으로 탄츠를 구현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비어있는 무대, 의자 여섯 개와 스탠드 마이크 하나가 놓였다. 릴데크(아날로그 오디오 장치의 일종) 위 테이프가 돌면서 간간이 기계 음성이 흘러나온다. 한쪽 발목을 빙글빙글 돌리다가 위태롭게 발끝으로 버티고 선 등장인물이 말한다. “피나의 이름 뒤에 아직도 전설처럼 남아있는 이야기들, 나는 부스러기라도 그것을 만지고 맛보고 싶었다.”‘현대 무용의 전설’ 피나 바우쉬(1940~2009)를 통해 과거와 현재 사이 전통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논하는 연극 ‘P와 함께 춤을’ 연습 현장을 11일 찾았다. 피나는 과거 독일의 무용단 ‘부퍼탈 탄츠테아터’를 이끌면서 현대 무용계에 혁명을 일으킨 안무가 겸 무용수. 타계 후에도 전 세계에서 계승되고 있는 그의 춤맥을 탐구한 작품이 28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공연된다.연극은 부퍼탈 탄츠테아터 출신 무용수 약 10명을 취재한 내용을 토대로 구성됐다. 2021년부터 3년간 이어진 인터뷰는 오래 전 피나와 함께 춤췄던 70대 후반의 1세대 무용수부터 피나가 세상을 떠난 뒤 입단해 현역으로 활동 중인 3세대 젊은 무용수까지 아우른다. 취재 및 작품 제작에 참여한 배우 성수연, 무용가 황수현 등 6명의 출연진이 가상의 배역 없이 ‘자기 자신’으로서 무대에 올라 연극을 이끈다. 작품은 원형 그대로의 전승과 ‘창조적 파괴’ 사이에서 전통이 맞춰야 할 균형에 주목한다. 제47회 동아연극상에서 새개념연극상을 수상한 이경성 연출가가 작품을 연출했다. 연습실에서 만난 그는 “단순히 피나를 숭앙하는 연극은 아니다. 1~3세대 무용수들이 각자 과거의 것을 부정하면서 새로움을 추구하던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이어 “과거와 미래가 대화해야만 전통이 현재와 공존할 수 있다는 점을 작품에 녹여내려 했다”고 설명했다.이러한 균형감은 대사와 움직임을 통해 은유적으로 표현된다. 춤의 기본이 되는 ‘땅 밀기’ 동작을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무용가 정재필은 천천히 한발로 땅을 밀어 무게 중심을 옮긴 뒤 휘청대지만 다시 중심을 찾고 일어선다. 이에 배우 나경민은 “머물고 싶은 마음과 떠나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들이 자신과 세상 사이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행위”라고 덧붙인다.피나에 대해 친숙지 않은 관객을 위해 챗봇이 등장한다. 챗GPT로 만들어진 ‘피나봇’은 등장인물 간 대화에 개입해 피나의 일생과 작품에 얽힌 정보를 자연스럽게 전달한다. 이 연출가는 “피나봇이 부퍼탈 탄츠테아터의 상징적인 안무를 말로 묘사하면 출연진이 몸으로 풀어내도록 해 이해를 높였다”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4-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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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Q 136 ‘게으른 천재’ 향한 티처스의 쓴소리

    암산을 척척 해내는 명석한 두뇌를 가졌지만 종일 휴대전화만 보다가 성적이 떨어진 ‘게으른 천재’ 를 어떻게 해야 할까. 추석 연휴인 15일 채널A에서 방송되는 입시 코치 프로그램 ‘성적을 부탁해: 티처스’에는 IQ가 136에 달하지만 게으른 생활 태도 때문에 ‘영재고 진학’이란 꿈에 빨간불이 켜진 도전 학생이 등장한다. 현재 중등 2학년인 도전 학생은 간단한 손짓만으로 빠른 암산이 가능한 실력을 타고났다. 그러나 하루에 무려 12시간 25분씩 사용하는 휴대전화로 인해 영재고 진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참을 만큼 참은 도전 학생의 어머니가 폭발하면서 가족 내 갈등까지 심화한다. 패널로 참석한 방송인 장영란과 배우 한혜진은 아이를 둔 엄마로서 각자 어머니와 학생의 편을 들며 이들의 마음을 대변한다. ‘1타 듀오’ 정승제와 조정식은 쓴소리 매타작을 쏟아내며 도전 학생의 성적 향상을 돕는다. 강사 경력 20년, 누적 수강생 수 910만 명에 달하는 수학 강사 정승제는 “영재고에 입학해도 문제”라고 지적하며 “여유 부릴 때가 아님을 뼈저리게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고려대 법학과 출신 영어 강사 조정식의 ‘팩폭(팩트 폭행)’도 이어진다. 단순 입시 예능을 넘어 ‘금쪽이’와 그 가족이 함께 성장하는 과정도 방송에 담긴다. 방송은 15일 오후 7시 40분에 볼 수 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4-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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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햄릿’ ‘맥베스’… 불안한 현실 속 셰익스피어의 재발견

    《한국에 부는 ‘셰익스피어 열풍’짧고 자극적인 콘텐츠가 넘치는 시대. 400년도 넘은 셰익스피어 작품들이 책과 공연 등으로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한국에선 특히 희극보다 비극이 인기라는데…. 최근 문화계 셰익스피어 열풍 현상을 짚어 봤다.》쇼트폼, 웹툰 등 짧고 자극적인 콘텐츠가 넘치는 시대, 셰익스피어 희곡 열풍이 뜨겁다. 요즘 국내 연극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공연들은 17세기 영국 대문호인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이다. 1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에서 개막하는 배우 조승우의 첫 연극 도전작 ‘햄릿’은 올해 들어 주요 무대에서만 세 번째로 오르는 ‘햄릿’이다. 티켓 예매 시작과 함께 약 1000석 규모 좌석이 전 회차 매진됐다. 연기 경력 51년의 원로 배우 전국환, 넷플릭스 드라마 ‘돌풍’의 김종구가 각각 덴마크의 선왕 역과 폴로니어스 역을 맡아 햄릿 역 조승우와 호흡을 맞춘다. 대형 제작사들은 경쟁적으로 셰익스피어 희곡을 선보이고 나섰다.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에서도 대중성 높은 ‘햄릿’ ‘맥베스’ 같은 작품들은 캐스팅에 힘을 실어서 다양하게 변주되고 있다. 올여름에는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황정민 주연의 ‘맥베스’가 공연돼 화제를 모았다.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의 공연제작사 샘컴퍼니가 제작을 맡고 송일국과 송영창이 주요 캐릭터인 뱅쿠오, 덩컨 역을 각각 연기했다. 이달 1일까지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약 3개월간 공연됐던 ‘햄릿’은 뮤지컬 ‘시카고’ 등을 만든 신시컴퍼니 제작으로 전무송, 이호재, 박정자, 손숙 등 연극계 거목들이 대거 출연했다.● 내면 방황하는 주인공, 불안한 현대인에게 호소 왜 지금 셰익스피어일까. 전문가들은 셰익스피어가 여전히 강력한 호소력을 갖는 이유를 그만큼 불안정하고 혼란스러운 현대 문화 속에서 찾았다. 엄현희 연극평론가는 “자극적인 콘텐츠 속 피로감이 누적되면서 친숙한 이야기를 반복해 음미하고 싶은 정반대의 욕구를 무대 예술이 해소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셰익스피어 작품 속 주인공들은 자신이 믿어온 세계가 무너진 가운데 삶의 방향을 찾아가는 인물로, 오늘날 기후 위기, 정치 투쟁, 기술 발달 등으로 인해 불안을 느끼는 현대인에게 호소력을 갖는다”고 했다. 셰익스피어 희곡은 ‘드라마의 정수’로 불릴 만큼 서사의 기승전결과 갈등 구조가 뚜렷하다. 19세기 안톤 체호프의 희곡 ‘벚꽃 동산’ 등이 일상성을 앞세우는 것과 대비된다. 주인공들은 내면의 극심한 방황을 겪으면서 인생의 의미를 발견해 간다. 이시영 국립극단 공연기획팀장은 “인간의 내면과 본성에 대한 통찰을 담아낸 셰익스피어 희곡에서 관객은 인간을 이해하고 ‘나’를 발견한다. 400년 전 인물을 통해 깊이 있는 성찰을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캐릭터 내면을 중심으로 휘몰아치는 극적 서사는 동시대의 그 어떤 사연들을 압도하고도 남는다”고 말했다. ‘포스트드라마’(문학성이 아닌 현장성, 상호작용 등에 중점을 둔 연극 사조) 기조가 시들해지면서 “이야기가 있는 연극으로 회귀하자”는 관객의 요구가 거세진 것도 셰익스피어 재소환과 연관이 깊다. 이은경 연극평론가는 “국내 연극계가 10여 년간 연극성 강화에 집중하면서 이야기의 힘이 약해졌다”며 “관객이 셰익스피어를 다시 소환하는 건 드라마가 있는 연극을 갈구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나 미투 사태 이후 한동안 관객과 창작자 모두 현실의 문제를 다루는 것이 급선무였다면 시간이 흐르면서 드라마 연극에 눈길을 돌릴 수 있는 여유가 생긴 영향도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4대 비극, 제작사·배우에게도 ‘꿈의 작품’연극 관객은 영화 등과 비교해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 높은 티켓 가격을 지불한 만큼 관객들은 확실하고 안전한 작품을 선택하기 원할 때가 많다. 제작사들 입장에서 작품성이 보장되는 셰익스피어 작품들은 이런 관객의 요구를 충족시켜 주기 유용하다. 박명성 신시컴퍼니 프로듀서는 “극장까지 오가는 시간, 상대적으로 높은 값을 지불한 공연 관객들은 관람 역시 적극적인 편”이라며 “인간의 근본적 속성을 다룬 셰익스피어 희곡은 자기만의 시선으로 해석해 보는 재미가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약 한 달간 공연됐던 황정민 주연의 ‘맥베스’는 유료 객석 점유율 99%를 기록하며 큰 인기를 모았다. 티켓 최고가가 11만 원으로 연극 입장료 기준 고가였음에도 약 1200석 규모 객석이 가득 찼다. 이는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 기준 올해 상반기(1∼6월) 연극 장르 티켓 예매 수가 전년 동기보다 1.5% 감소한 추세와 대비된다. 한 공연 프로듀서는 “평소 연극을 자주 보지 않는 관객도 셰익스피어 작품에는 관심을 갖기 때문에 제작사 입장에서는 손해 볼 가능성이 낮은 안전한 작품”이라며 “4대 비극의 주요 캐릭터는 배우들에게도 ‘꿈의 배역’으로 여겨지는 만큼 티켓 파워가 있는 인기 배우를 섭외하기도 좋다”고 말했다.● 익숙한 정통 연극에 극장에 돌아오는 중년층 최근 공연되는 셰익스피어 작품들은 원작 서사는 충실히 따르되 시대착오적 요소는 시대에 맞게 다듬는다. 전근대적인 대사, 캐릭터를 줄이고 배경 설정을 현대적으로 바꾸기도 한다. 올 7월 공연된 국립극단 ‘햄릿’은 성차별적 요소를 대거 들어냈다. 햄릿을 해군 장교 출신 공주로 설정했고, 상대역 오필리아는 기존 여성에서 남성으로 바꿨다. 여성 비하적 대사도 뺐다. 부새롬 연출가는 “성별을 넘어 단지 한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모습에 집중하는 것이 작품의 본질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각색 의도를 설명했다. 올 6월 공연된 국립극장 기획 연극 ‘맥베스’도 시대적 배경을 각색했다. 원작 속 중세 스코틀랜드 왕족의 이야기가 정육점을 운영하는 오늘날 한국의 가족 이야기로 재창작됐다. 예술의전당 공연기획부 관계자는 “고전은 검증이 끝난 작품이라 관객에게 쉽게 어필한다”며 “‘익숙한 원작을 어떻게 변주했는지’도 흥미로운 관람 포인트로 작용한다”고 했다. 셰익스피어 원작에 충실하면서 고전미를 살린 정통 연극에는 전 세대가 고르게 반응했다. 신시컴퍼니 ‘햄릿’은 젊은층은 물론이고 중장년층 관객에게도 사랑받았다. 인터파크티켓에 따르면 예매자 중 40, 50대 비율이 48%에 달해 20, 30대 비중(41%)을 넘어섰다. 이은경 연극평론가는 “최근 공연된 셰익스피어 작품 중 가장 정통 연극에 가까웠고, 중장년층에게 인지도 높은 출연진이 많았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정통 연극 트렌드가 확산되면 그동안 극장에 발길이 뜸했던 중장년층 관객까지 돌아오도록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4-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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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오르기우 “앙코르 합의 깨고 진행, 개인적 모욕”

    상대 배우의 앙코르에 항의하며 공연을 지연시킨 오페라 스타 안젤라 게오르기우(59·사진)가 논란이 커지자 “즉흥 앙코르를 하지 않기로 사전 협의했다”고 주장했다. 게오르기우의 소속사 인터뮤지카는 11일(현지 시간) 성명을 내고 “공연 도중 누구도 앙코르를 하지 않기로 오페라 ‘토스카’ 제작진 및 지휘자와 사전에 협의하고 확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앙코르 진행은) 게오르기우에 대한 개인적인 모욕”이라고 했다. 그러자 세종문화회관은 12일 “앙코르를 하지 않기로 합의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게오르기우가 개인 매니저를 통해 앙코르가 없기를 바란다고 통역사에게 문자로 전달한 사실은 있으나 이를 ‘합의’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 다른 출연진의 앙코르까지 소프라노 1인이 결정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했다. 게오르기우는 앞서 8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토스카’ 공연 3막에서 테너 김재형이 ‘별은 빛나건만’을 앙코르 하자 무대로 나와 지휘자에게 불만을 드러냈다. 커튼콜에서는 인사도 없이 퇴장해 논란을 빚었다. 하지만 제작진 등의 대응이 세심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게오르기우가 사전에 명확히 ‘본인 앙코르 불가’ 입장을 밝혔지만 2막이 시작하기 전 지휘자가 ‘다른 출연진이 앙코르를 할 것 같은데 당신도 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는 것. 거절당한 뒤 다른 출연진의 앙코르를 진행시키자 게오르기우의 불만이 커진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4-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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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휘영청 둥근 달’ 문화 나들이… 궁도 종묘도 휴일 내내 ‘활짝’

    민족 대명절 추석을 맞아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과 함께 문화의 향연을 만끽하면 어떨까. 추석을 맞아 볼만한 주요 공연과 문화 행사, 박물관 전시 등을 소개한다.● 거리극, 전통예술, 뮤지컬 등 다채로운 공연거리 공연의 낭만을 즐기고 싶다면 ‘서울거리예술축제 2024’를 눈여겨볼 만하다. 16∼18일 오전 11시∼오후 9시 서울 중구 서울광장과 청계천, 무교로 일대에서 열리는 이 축제는 국내외 예술가 300여 명이 거리극, 무용, 전통연희 등 24개 작품을 선보이는 행사다. 하이라이트는 추석 당일 열리는 ‘쾌지나 창창 나네’. 현대무용가 안은미와 서울문화재단이 공동 제작한 공연으로 경기민요명창 이춘희와 씽씽 밴드 출신의 신승태, 추다혜 등이 출연한다. 공연료는 무료.전통예술의 깊은 맛에 빠지고 싶다면 17일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연희마당의 ‘휘영청 둥근 달’ 공연에 가보자. 국립국악원 정악단, 민속악단, 무용단 등이 무대에 올라 궁중음악과 민속음악이 어우러지는 한 마당을 선보인다. ‘풍년을 기뻐한다’는 뜻을 담은 궁중음악 ‘경풍년’과 강강술래 등이 펼쳐진다. 무료로 예약 취소분에 한해 현장에서 선착순 입장이 가능하다.서울 남산의 청량함을 덤으로 즐길 수 있는 국립극장 나들이도 고려할 만하다. 14, 15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선 장선희발레단의 ‘러브스토리 인 발레’가 열린 다. ‘백조의 호수’ ‘로미오와 줄리엣’ 등 사랑에 관한 발레 명작을 7개 에피소드로 구성했다. 강민우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조연재 국립발레단 솔리스트 등 스타 무용수들이 출동한다. 4만∼12만 원.다양한 연령층의 가족들에게 감동을 선사할 수 있는 뮤지컬도 있다. 2014년 국내 초연 후 누적 관객 50만 명을 달성한 스테디셀러 뮤지컬 ‘킹키부츠’가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공연된다. 폐업 위기에 놓인 아버지의 수제화 공장을 다시 일으키고자 주인공 찰리가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유쾌하고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8만∼17만 원.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에서는 창작뮤지컬 ‘비밀의 화원’이 펼쳐진다. 1950년대 영국을 배경으로 보육원 퇴소를 앞둔 네 명의 아이가 “이 세상 모든 것엔 마법이 있다”고 믿으며 꿈과 희망을 품고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전 석 7만 원.● 조선시대 ‘궁궐 잔치’ 체험 행사도 조선 왕실 문화의 꽃인 궁궐과 왕릉을 산책해보는 것은 어떨까. 국가유산청은 14∼18일 닷새간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등 4대궁과 종묘, 조선 왕릉을 무료로 개방한다. 평소 예약제로 운영되는 종묘도 이 기간엔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그 대신 4대궁 등은 무료 개방 기간 다음 날인 19일 문을 닫는다. 경복궁에선 오전 10시와 오후 2시 하루 두 번 궁궐 문을 지키는 수문장의 근무 교대 의식을 볼 수 있다.조선시대 궁궐 잔치를 체험해볼 수 있는 행사도 마련됐다. 12∼18일 창경궁 문정전에선 관객 참여형 행사 ‘창경궁 야연’이 열린다. 조선 순조 때 효명세자가 부왕에 대한 공경과 효심을 담아 주관한 야연에서 착안해 2021년부터 선보이고 있다. 가족 중 한 명(부모님)이 국왕으로부터 초대받은 손님이 돼 고위 관료나 정경부인의 복식을 착용한다. 이때 다른 가족들도 함께 궁중병과를 즐기며 전통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 5만 원. 12일부터 11월 10일까지 창덕궁에선 은은한 달빛 아래 경내를 거닐며 해금, 거문고 연주 등을 즐길 수 있는 ‘창덕궁 달빛기행’이 진행된다. 3만 원.국립민속박물관은 추석 당일을 제외한 15, 16, 18일 사흘간 추석맞이 ‘한가위를 힙하게’ 행사를 연다. 이 중 16, 18일 박물관 본관 앞마당에서 ‘한가위배 씨름대회’가 열린다. 씨름 기술을 배우고, 겨루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이 밖에 사물놀이와 비보이가 만나 펼치는 퓨전 공연과 강강술래 공연도 감상할 수 있다. 박물관 기획전 ‘요즘 커피’에서는 대한제국 황실이 사용한 이화무늬 커피잔 등을 선보인다. 무료.사지원 기자 4g1@donga.com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4-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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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 실력으로 알파고와 붙는다면 5전 3승 자신”

    “만약 지금 실력으로 알파고와 대결한다면 5번기에서 과감하게 3승에 도전하겠습니다.” 지난달 열린 제2회 취저우 란커배 세계바둑오픈전 결승에서 우승을 거둔 신진서 9단은 10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열린 우승 기념 기자회견에서 ‘8년 전으로 돌아가 알파고와 맞붙는다면?’이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수읽기, 형세 판단 등이 인공지능(AI)과 유사해 ‘신공지능’으로 불리는 신 9단은 AI와의 대결에 대해 “아주 재밌을 것 같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2016년 구글이 개발한 알파고는 당시 이세돌 9단을 4승 1패로 이긴 후 중국 1인자 커제 9단 등 세계 최강자들을 상대로 60전 전승을 거뒀다. 이세돌에게 당한 1패가 유일한 패배였다. 신 9단은 “AI 덕분에 프로 기사들의 역량이 많이 성장했고 (나 역시) 세계대회에서 초일류 기사들을 꺾을 수 있는 기량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우승으로 인해 신 9단은 메이저 세계대회에서 7번째 우승을 거뒀다. 국내에선 이창호 9단(17회), 이세돌 9단(14회), 조훈현 9단(9회)을 잇는 기록이다. 올 3월 열린 제15회 춘란배 16강전에서 탈락했던 부진을 털어냈다. 자타 공인 세계 최강자인 그도 좌절감, 부담감에 바둑을 관두고 싶을 때가 많았단다. “2016년부터 2, 3년간은 어떻게 넘겼을지 모를 만큼 힘들었다”고 했다. 큰 대회를 앞두고는 여전히 잠을 설친다. 신 9단은 “슬럼프를 극복한 특별한 비결은 없다. 중요한 건 ‘꺾여도 그냥 하는 마음’이었다”고 했다. 큰 대회를 앞둔 신 9단만의 컨디션 조절 비법은 무엇일까. 그는 “루틴은 없고 잠을 많이 잔다”며 “세계대회 때는 아침이나 점심을 많이 먹지 못해 매우 허기진 상태에서 대국하는 편”이라고 했다. 신 9단 앞에는 ‘최고 상금’ ‘정상’ 같은 화려한 수식어가 늘 따라다닌다. 올 1∼8월 그의 누적 상금은 13억4069만 원으로, 연말까지 약 1억6000만 원을 추가로 획득하면 한국기원 사상 연간 최대 상금인 15억 원을 넘어선다. 그는 “바둑 기사가 다른 스포츠에 비해 상금이 부족한 건 사실이다. 많이 받을 수 있으면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바둑 아닌 다른 일을 하는 게 상상이 가지 않는다”는 그의 목표는 ‘끝없이 성장하는 기사’로 기억되는 것이다. 신 9단은 “AI조차 수를 다 못 찾을 만큼 쉬우면서도 어려운 게 바둑의 매력”이라며 “15년 이상 바둑을 뒀지만 보면 볼수록 수가 더 나오는 게 재밌다”고 말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4-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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