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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의 몸값/오쿠다 히데오 지음·양윤옥 옮김/472쪽, 468쪽·각 권 1만3000원·은행나무‘남쪽으로 튀어’ ‘공중 그네’ 등으로 국내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는 오쿠다 히데오의 신작 ‘올림픽의 몸값’은 여러 면에서 복고적인 소설이다. 우선은 시대 배경이 그렇다. 때는 1964년 올림픽 개막을 앞둔 도쿄. 전후 새롭게 건설된 지 20년도 되지 않은 도쿄에는 앞으로 이 도시의 상징이 될 거대한 건물들이 한창 들어서고 있는 중이다. 요요기 종합체육관이 지붕부터 위용을 드러내고 있고 고속열차가 다니기 시작하며 젊은 여성들은 비틀스에 열광한다. 스무 해 남짓한 청춘기에 접어든 도쿄는 그해 여름 덮쳐온 미증유의 폭염 못지않게 올림픽이란 거대한 축제의 열기로 들끓고 있다. 그런데 그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듯이 도시 곳곳에서 방화, 폭발 테러가 일어난다. “나는 도쿄 올림픽의 개최를 방해할 것이다. 며칠 안으로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겠다. 요구는 나중에 다시 연락하겠다”라는 편지가 중앙 경시총감 앞으로 배달된 지 며칠 후부터다. 처음 이 편지를 단순한 장난으로 치부했던 경찰과 공안국은 비상 상태에 돌입한다. 무엇보다 언론에 이 사건이 새나가지 않도록 보안에 만전을 기하며 범인을 추격하기 시작한다. 만약 보도가 된다면 국제적인 행사를 앞두고 일본의 신뢰도에 치명적인 손상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범죄 현장을 추적한다는 점에서 스릴러의 형식을 갖췄지만, 예상과 달리 범인이 누구인지는 1권 중반에 이르기도 전에 윤곽이 드러난다. 아키타의 가난한 시골에서 태어났으나 영화배우 못지않은 외모와 천재성으로 도쿄대 경제학부에 진학해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는 시마자키 구니오다. 그는 도쿄 올림픽을 볼모로 거액의 돈을 요구한다. 만약 그것이 수용되지 않는다면, 개막식 당일 행사장 한 곳을 폭파하겠다고 협박한다. 그야말로 ‘올림픽의 몸값’을 내놓으라는 당돌한 요구다. 문제는 그가 이런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게 된 사연이다. 몇 가지 단서가 등장한다. 구니오는 마르크스를 전공한 하마다 교수 연구실에서 공부 중이라는 사실. 건설 현장의 노동자로 하루 열여섯 시간씩 일하며 번 돈으로 가족들을 부양했던 큰형이 병사했다는 것. 막 호황기로 접어든 도쿄는 나날이 번영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고향 아키타의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노동과 가난에 혹사당하고 있다는 것. 마치 아주 다른 나라의 사람들처럼 살아가는 이들의 격차에 분노한 구니오는 실질적인, 하지만 무모한 도전을 감행하기로 결심하게 된다는 것. 그래서 주제 면에서 이 소설은 또 한번 복고적이다. 전후 일본에서 본격화된 산업자본주의의 불평등과 빈부격차 문제, 마르크스주의에 혼을 빼앗긴 청년들의 좌익테러운동 등이 ‘올림픽 몸값’을 요구하는 허무맹랑한 폭탄범들의 이면에 있기 때문이다. 구니오 외에도 소설에는 이야기를 끌어가는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올림픽 개막식 경비를 총괄하는 경시감의 철없는 막내아들이자 방송국 예능 PD인 스가 다다시, 경시청 수사과의 형사이자 단란한 가정의 가장으로 폭탄범 추격에 뛰어든 오치아이 마사오, 도쿄대 앞 헌책방집 딸로 비틀스에 열광하는 고바야시 요시코 등이다. 등장인물의 각양각색의 삶을 보여줌으로써 서사의 폭은 넓혔지만 범행 동기, 결말 등은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아 단순하다. 쉽고 가볍게 읽히는 이유다. 2권은 2월 둘째 주 중 출간된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시네 필 다이어리/정여울 지음/430쪽·1만7500원·자음과모음 영화평론이라고 하기엔, 이 책에서 언급되는 영화들은 시의성이 떨어진다. ‘쇼생크 탈출’(1995년) ‘굿 윌 헌팅’(1998년) ‘뷰티풀 마인드’(2002년) 등이 주로 등장하니 언젯적 영화들인가 싶다. 제목과 목차만 훑어보고 영화평을 모았으려니 생각하지 말자. 문학 평론가이자 대중문화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이 책에서 ‘영화’를 끌어들여 결국 철학 이야기를 하고 있다. 영화를 읽는 독법을 제공해주는 철학, 한 철학의 진수를 반영한 영화. 두 가지를 대비시켜 한번에 영화와 철학, 두 가지 이야기를 능수능란하게 풀어간다. 친일파의 핵심 권력층인 이 선생과 그를 암살하려는 항일단체 요원 왕치아즈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 리안 감독의 ‘색, 계’. 저자는 이 영화를 롤랑 바르트의 ‘풍크툼’(일반화된 상징을 뜻하는 ‘스투디움’과 반대되는 말로 해독하기 힘든 개별적인 효과를 뜻함)을 중심으로 풀어간다. 경계와 탐색의 외줄을 위태롭게 오가며 서로의 상처 너머로 소통의 통로를 탐색했던 두 사람. 학생 항일운동 조직에서 우발적으로 저지르게 된 살인, 왕치아즈에게 점차 경계심을 풀게 되는 이 선생, 결정적으로 그들의 진심을 확인시켜주는 아름다운 반지 등 두 사람 사이에 벌어지는 주요한 일화들은 ‘소통 불가능, 혹은 해독 불가능한 상징’으로서의 풍크툼으로 설명된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어떨까. 유년시절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신화적인 모티브로 구현해내는 미야자키 감독은 ‘이웃집 토토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에서 신화에 원형을 둔 유사한 이미지의 캐릭터들을 선보여 왔다. 이 작품이 가진 신화적 구성을 저자는 조지프 캠벨의 ‘신화의 힘’을 통해 분석한다. 치히로 내부에 잠자고 있는 소명과 정체성을 발견하는 과정을 환상적인 모험담을 통해 선보인 이 영화는 “밖으로 나간다고 생각하던 곳을 통해 우리는 우리 존재의 중심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이고, 외로우리라 생각하던 곳에서 우리는 세계와 함께하게 될 것이다”는 캠벨의 말과 충돌하며 한층 풍부한 의미를 빚어낸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아프리카/크리스티안 라바퀘리 클랭,로렌스 페 루스테르홀츠 지음·전혜영 옮김/96쪽·1만5000원·한림출판사광활한 사하라 사막과 열대우림지대, 광대한 사바나와 험악한 산악지대…. 아프리카의 자연환경은 변화무쌍하다. 이곳에서 수많은 민족이 고유의 문화를 보존하면서 살아간다. 모로코의 산자락에 사는 슐루족은 염소와 양을 치면서 추위에 대비하기 위해 털로 짠 망토 ‘뷔르누’를 입는다. 비가 부족한 나이지리아의 이보족은 물의 신인 ‘오우’ 가면을 쓰고 기우제를 한 달간 계속한다. 생활환경과 전통에 따른 아프리카 여러 부족의 전통의상, 다기, 식기구, 장식품 등의 유물들을 보여준다. 이런 유물들이 남겨지게 된 자연·역사적 배경, 생활관습 등을 함께 설명했다. 유물 사진을 전면으로 실어 실감나게 감상할 수 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영혼의 길고 암울한 티타임/더글러스 애덤스 지음/360쪽·1만3000원·이덴슬리벨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로 알려진 영국의 코믹 SF 작가 더글러스 애덤스의 추리소설. 탐정이 주인공이고 해결해야 할 사건이 있다 보니 장르는 추리소설로 분류되지만 줄거리를 보자면 판타지에 가깝다. 사람이 콜라 자판기로 변하고, 신이 인간에게 영혼을 팔며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괴물과 독수리들이 시공간을 넘어 활개를 치고 다닌다. 소설은 히스로 공항의 폭발사건으로 시작된다. 천재지변으로밖에 분류할 수 없는 이 의문의 폭발 사건에서 놀랍게도 사망자는 없다. 단지 공항 직원 한 명이 실종됐을 뿐. 한편 공항에서 사건이 벌어지는 시간, 사립탐정 더크 젠틀리에게 사건 해결을 의뢰한 사람이 살해당한 채 발견된다. 젠틀리는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전체론적 시각에 입각해 여러 지역에서 벌어지는 살인 사건과 기상천외한 실종 사건, 아무 상관도 없어 보이는 사건들을 엮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간다. 이야기가 과연 어디까지 갈 것인가를 살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풀밭 위의 식사/전경린 지음/252쪽·1만 원·문학동네우수에 찬 문체, 격정적인 연애담, 가족 및 가부장제에 맞서는 여성의 성적 일탈과 존재론적인 방황. 소설가 전경린 씨의 작품들을 생각할 때 떠오르는 몇 가지 이미지는 신작 ‘풀밭 위의 식사’에서도 크게 다르지는 않아 보인다. 하지만 전작들에 비해서 등장인물 간의 관계는 좀 더 관조적이고 은근하다. 서사는 물 흐르듯 차분히 진행된다. 소설은 크게 한 여자와 그녀를 둘러싼 두 남자의 관계를 축으로 전개된다. 주인공 누경은 첫 만남에서부터 자신에게 운명적으로 매료당한 남자 기현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예민하고 제멋대로인 데다 사람의 마음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그녀에겐 남들이 알지 못하는 상처가 있다. 그 상처의 진원에 또 다른 남자, 서강주에 대한 기억이 버티고 있다. 먼 친척 오빠뻘인 그는 어린 시절 누경네에 머물렀었다. 오랫동안 동경의 대상이었지만 다가설 수 없었던 그를 누경은 회사를 관두고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다시 만나게 된다. 두 사람은 곧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둘의 관계는 애초부터 원만할 수 없었다. 그의 아내가 위암 수술을 받으면서 그들은 예정된 이별을 밟아 간다. 소설은 헌신적인 기현과 매몰찬 누경의 관계와, 과거 서강주와의 기억을 오가면서 전개된다. 남자를 쉽게 사랑하지 못하는 누경에게 서강주는 최초로 그의 마음을 완전히 연 사람이었다. 사실 누경에겐 열여섯 살, 서강주의 결혼에 상심해 찾은 풀밭에서 낯선 사람에게 성폭행을 당한 끔찍한 상처가 있었다. 비록 실패한 사랑이지만, 누경은 그와의 재회로 인해 과거의 트라우마와 맞설 수 있게 된다. 소설은 이런 저간의 사정을 훑어나간 뒤 누경이 조금씩 자신을 짓누르고 있던 과거와 세상의 번잡함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사는 법을 터득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기현은 그런 그녀를 한 발치 뒤에서 끝까지 지켜본다. 이 작품 안에 나오는 사랑은 하나같이 빗나가는 것들뿐이다. 때때로 안타까움, 먹먹한 비애감을 자아낸다. 하지만 청승맞거나 구슬프진 않다. 소설은 사랑이 꼭 누군가를 향해 수렴되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의미 있을 수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현실의 남겨진 것들을 보듬으면서 그저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다. ‘작가의 말’에서 전 씨는 이렇게 썼다. “과거의 짐과 미래의 불안으로부터 독립해 온전하게 현재에 존재하는 것이야말로 얼마나 초월적인지…평정을 유지하며 현재성 속에서 능동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사람이야말로 소박한 초인이 아닐까.” 거창한 의미나 결실 같은 건 없어도 좋다. 소설의 누군가가 말하듯 사랑도 삶도 “있었던 일 그대로 좋은 시간”일 것이므로.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대한민국 건국 시기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광복회와 정부의 갈등이 일단 봉합됐다. 광복회(회장 김영일)는 27일 “성남기 건립추진단장이 이날 광복회를 방문해 역사박물관 건립에 대한 광복회 의견을 모두 수용하겠다는 정부의 확답을 전해 와 애초 28일로 계획했던 시위를 유보하고 추후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고 밝혔다. 광복회는 15일 역사박물관 건립위원회 전시분과위원회에서 ‘대한민국 수립’이 1948년이라는 내용이 포함된 건립기본 계획안이 논의되자 25일 성명서를 내고 역사박물관 건립 철회를 요구했다. 대한민국의 탄생을 1919년 임시정부 수립 시점으로 보는 광복회에서는 1948년의 성격을 ‘대한민국 수립’이 아니라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마찰 가능성은 남아 있다. 광복회 측은 “1948년 정부 수립 이전 시기를 ‘대한민국의 여명’으로 규정한 전시 구성도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위키피디아 형식의 표준국어대사전이 구축된다. 국립국어원(원장 권재일)은 신조어, 방언, 전문용어와 관련 동영상 등을 포함한 웹 기반의 ‘개방형 한국어 지식 대사전’(가칭) 구축 사업계획을 27일 발표했다. 1999년 처음 편찬된 표준국어대사전은 2008년부터 종이사전 대신 웹 서비스를 통해 개정된 내용을 제공해 왔다. 이번 계획에 따르면 사업이 완료되는 2012년 말까지 보유 어휘수가 현재의 50만 개에서 100만 개로 늘어난다. 현재 사전에 등재되지 않은 생활어나 유행어도 포함된다. 국어원에서 수집 중인 표제어 목록에는 ‘건강보험증’ ‘알림장’ ‘다문화가정’, ‘인터넷 카페’, ‘스팸메일’ ‘로스쿨’ ‘리필’ 등을 비롯해 ‘얼짱’ ‘몸짱’ ‘지못미’ ‘엄친아’ 등의 유행어도 포함돼 있다. ‘가격 담합’ ‘새집 증후군’처럼 일상적으로 쓰이는 전문어도 수록할 계획이다. 글자 중심의 풀이를 보완하기 위해 시청각 자료도 함께 제공한다. 특히 동작을 나타내는 동사나 한국의 민속, 전통문화에 관한 정보는 그림, 사진 및 동영상 자료를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이렇게 구축한 사전은 2012년 말부터 일반 사용자들도 어휘 수록 및 수정 작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한다. 일반인이 등록한 내용은 전문가들이 검증 보완한다. 한국어 학습자를 위한 다국어 사전도 함께 구축한다. 한국어 학습 수요가 많은 다문화가정을 위해 베트남어, 몽골어, 러시아어, 태국어, 말레이·인도네시아어(마인어) 등 5개 국어를 2012년까지 우선적으로 편찬하며 이후 대상 언어를 확대할 예정이다. 권 원장은 “종이사전의 여러 가지 한계를 극복하고 인터넷에 기반을 둔 수요자 중심 사전을 만들자는 취지로 기획했다”며 “사업에 참여할 연구진과 사업자를 공모하는 등 민간협업을 통해 국어원의 장기 사업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고객님이 사용하신 무료 서비스, 돈을 내세요!” 새로운 인터넷TV 서비스가 한 달간 공짜란다. 한 달이 지난 뒤 그만 보겠다고 했더니 위약금을 내란다. 나도 모르는 새 ‘3년 약정’으로 가입됐다고 한다. 무료 사용에 동의하는 순간 약정이 이뤄졌다. 국내 통신업체들은 최근 ‘착한 경쟁’을 하겠다고 잇달아 발표했다. 하지만 무대 뒤에선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성형 또다른 부작용… 얼굴 공개로 낭패 외모 콤플렉스를 벗어던지고 자신 있는 얼굴로 거듭나고자 고민 끝에 선택한 성형수술. 하지만 신현정 양(가명)에게는 성형수술을 한 지 2년이 훨씬 지난 요즘 밖에 나가기가 더 두려워졌다. “사람들이 다 저만 쳐다보고 비웃는 것만 같아요.” 성형수술 그 후, 도대체 신 양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 온라인쇼핑 가짜 안전거래사이트 조심온라인쇼핑을 하면서 ‘안전거래사이트’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다. 소비자가 물건값을 결제하면 돈을 예치하고 있다가 문제없이 물건이 배송되고 나면 판매자에게 돈을 내주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안전거래사이트를 무조건 믿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이 가짜 안전거래사이트로 사기를 친 일당을 검거했다. ■ 오바마 “훌륭한 단임 대통령 되겠다” 배수진“그저 그런 재선 대통령보다는 차라리 훌륭한 단임 대통령이 되고 싶다.” 1년 내내 기득권과 투쟁해온 버락 오바마 대통령(사진)이 중단 없는 개혁을 위해 대통령 자리를 내걸었다. 잇따른 선거 패배로 건강보험개혁법안이 좌초될 위기에 빠지고 11월 중간선거도 빨간 불이 켜졌는데…. 그의 말의 진실은 무엇일까. ■ 알짜 인터넷 소설 즐기는 방법황석영 은희경 작가의 신작소설? 마음만 먹으면 인터넷을 통해 무료로 감상할 수 있는 시대다.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한국 문학의 인터넷 진출은 올해 더욱 왕성해졌다. 문학웹진, 인터넷서점, 개인 블로그 등 다양한 공간에서 연재되고 있는 작품들을 모았다.}

인터넷 연재소설의 군웅할거 시대가 도래한 것일까. 요즘 온라인에서 무료로 읽을 수 있는 한국 소설들이 여러 편이다. 연재 중이거나 최근에 끝난 장편만 20여 편. 지난해 본격화한 작가들의 인터넷 연재는 이제 대세가 됐다. 소설가 황석영 박범신 은희경 씨 같은 스타 작가부터 신인, 장르작가까지 작품의 성격, 참여 작가의 연령층, 연재 공간이 다양해졌다. 온라인 연재소설의 대부분은 종료 후 단행본으로 나오면 전체를 볼 수 없다. 하지만 현재 연재가 진행 중이거나 최근에 종료된 소설들은 취향에 따라 무료로 찾아볼 수 있다. 온라인 연재소설을 보는 재미 중 하나는 일일연속극처럼 매일 매일 이어지는 업데이트다. 소설가 황석영 씨의 ‘강남 夢’, 소설가 은희경 씨의 ‘소년을 위로해줘’는 각각 인터넷 서점 인터파크와 문학동네 네이버 카페에서 평일 오전에 정기적으로 연재된다. 은 씨는 소설에 관련된 정보, 인상적인 댓글 등을 매회 작성해 독자들과 적극 소통하고 있다. 인터넷 연재의 묘미를 살려서 특별히 시간을 정해두지 않고 매회 다른 분량으로 자유롭게 연재하는 경우도 있다. 개인 블로그에 연애소설 ‘살인 당나귀’ 연재를 시작한 소설가 박범신 씨가 이런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답글은 일일이 달지 않지만 연재와 관련된 소회들을 게시판 ‘박범신의 글방’에 따로 올리면서 작업과정을 공개한다. 문학계간지들을 중심으로 발표되던 단편소설도 전재나 연재 형식으로 온라인에서 대거 만날 수 있다. 웹진 ‘문장’은 매달 신작 단편을 세 편씩 전재한다. 소설가 윤후명, 정지아 씨 등의 신작 단편이 게재돼 있다. 작가들이 직접 해당 작품을 낭독하는 음성 서비스도 함께 제공한다. 문학 웹진 뿔에서도 단편소설을 4회 정도에 걸쳐 연재한다. 자체 웹진이나 전문잡지가 아니고선 찾기 힘들던 장르문학 연재도 활발해졌다. 주로 네이버의 ‘오늘의 문학’, 다음의 ‘문학 속 세상’ 등 거대 포털 사이트들이 대중적인 문학인 장르작품들을 집중적으로 선보이고 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대한민국 건국 시기에 대한 역사인식 차이로 정부와 광복회가 다시 마찰을 빚고 있다. 독립유공자와 유족들로 구성된 광복회(회장 김영일)는 25일 서울 영등포구 광복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하는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건립 계획을 철회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건립위원회가 1948년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정의한 기념관 건립 기본계획을 28일 회의에서 의결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광복회 측은 성명에서 “역사박물관 건립은 3·1독립운동에 힘입어 1919년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인정하지 않고 1948년 정부수립에 참여한 친일세력들에게 공을 돌리는 것으로 민족사적 정통성의 심각한 훼손”이라며 “관련 부처에서는 ‘1948년 8월 15일’에 대한 역사적 성격을 분명하게 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광복회는 “우리 내부의 올바른 역사관이 세워지기도 전에 성급하게 추진하는 ‘일왕 방한’에 대해서도 절대적으로 반대한다. 현 정부의 그릇된 역사관이 바로잡히기 전까지 정부 주관의 3·1절, 광복절 경축식 및 기념식에 불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건립추진단의 강태서 기획과장은 “광복회에서 지적한 정부수립일 문제는 15일 열린 전시분과위원회에서 제기됐던 것”이라며 “28일 전까지 의견을 수렴하고 있으며 아직까지 위원회 차원에서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정부와 광복회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8년 8월에는 1948년 정부수립일을 건국절로 제정하려는 정부 움직임에 대해 광복회가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부정한다며 반발한 바 있다. 같은 해 12월 문화부 홍보용 책자에 ‘민주주의의 실제 출발기점은 1948년 8월 대한민국 건국으로 봐야 한다’는 대목이 실리자 광복회는 훈장 반납을 결의하며 반발했고 유인촌 문화부 장관이 사과하기도 했다. 광복회는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문화부 청사 앞에서 건립 철회를 위한 대회를 열 예정이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예전에는 예닐곱 살도 안 된 아이들도 여물을 먹이러 소와 몇 리 길을 함께 다니곤 했습니다. 소는 그렇게 순한 동물입니다.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해온 가축이자 친구인데 이제는 소를 만날 일이 식탁 위에서밖에 없다는 게 안타깝지요.” 중견 소설가 이순원 씨(사진)가 신작 소설 ‘워낭’(실천문학)을 펴냈다. 강원도 깊은 시골마을의 차무집과 대대로 함께해온 소를 중심으로 우리의 근현대사를 두루 살펴본 작품이다. 25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만난 작가는 “지난해 영화 ‘워낭소리’를 관람한 뒤 추억이 깃든 소 이야기를 소설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집필 동기에서 알 수 있듯이 작품엔 작가의 자전적 요소가 많다. 소설은 차무집 외양간에 어미와 생이별한 그릿소(남의 집에서 빌려다 키우는 소)가 들어오며 시작된다. 그릿소 이후 흰별소, 미륵소, 검은눈소 등 12대에 이르는 외양간 내력에 소와 교감하고 상처를 극복해가는 차무집 가족들의 사연이 서정적으로 어우러진다. 작가는 “‘워낭소리’의 할아버지와 소도 애절하지만 우리가 소와 나눴던 유대 역시 친구 사이의 우정처럼 애틋한 것이었다”며 “농경사회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이들이 지금까지 어떻게 우리 곁에 있어왔는지 알고는 있자는 마음으로 썼다”고 했다. 작가는 지난해부터 강원도의 백두대간과 동해를 연결하는 트레킹 코스 ‘바우길’ 개척을 마쳤다. 그는 “전국 어디를 다녀도 ‘마을 도로’는 있지만 ‘마을 길’은 없다”며 “소와 함께 걷던 자연 친화적인 옛길을 복원하려 부지런히 걷는 동안 소설을 탈고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여성그룹 원더걸스의 선미(18·사진)가 팀 활동을 중단하고 새로운 멤버가 투입된다고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가 23일 밝혔다. JYP는 “선미는 대학 진학을 위해 연예활동을 잠시 중단한다”며 “JYP 연습생 출신인 동갑내기 혜림이 그 자리를 채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미는 JYP를 통해 “지난 1년 동안 미국 50개 도시를 돌며 무대에 선 것은 너무 행복하고 소중한 경험이었지만 ‘앞으로도 계속 이런 삶을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돼 우선 학업에 복귀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조국의 현실에 대한 실망으로 모국어를 버린 망명 작가, 백인 아프리카너로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 정책)에 도전한 반체제 소설가, 어머니가 의붓아버지에게 죽음 당하는 고통을 겪었던 흑백 혼혈 시인. 중국 출신 미국 작가 하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소설가 안드레 브링크, 미국 시인 나타샤 트레서웨이가 그들이다. 문학평론가이자 번역가인 왕은철 전북대 교수가 브링크 등 동시대 세계적인 작가들의 개인사와 문학관, 작업방식을 생생하게 엿볼 수 있는 인터뷰를 ‘문학의 거장들’(현대문학)에 모아 냈다. 왕 교수는 1998년 인터뷰했던 존 쿠체를 비롯해 최근 트레서웨이까지 그동안 문학지 등에 발표한 인터뷰를 모았다. 모두 9명의 세계적인 작가의 육성을 전해들을 수 있다. 저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케이프타운대, 미국 워싱턴대 객원교수 등으로 머무는 동안 현지 작가들과 인터뷰를 시도했다. 케이프타운대에 함께 머물렀던 인연으로 브링크를 인터뷰했고, 그의 소개 덕분에 네이딘 고디머도 만날 수 있었다. 쿠체나 할레드 호세이니처럼 번역작업이 매개가 돼 인터뷰 기회를 얻기도 했다. 이들과의 만남은 주로 연구실과 자택에서 이뤄졌고 전화나 e메일을 통해 보충하기도 했다. 남아공의 소설가 고디머와 쿠체는 각각 1991년, 2003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 고디머에게서는 작가의 윤리적 책무와 문학의 사회 참여에 대한 혜안을 배울 수 있다. 아프리카의 백인 작가로 식민주의에 맞선 정체성을 주로 다뤄온 그는 “작가가 무엇을 쓰든지 그것은 정치적인 의미를 띠게 되고, 결국 작가는 사회적 상황의 형상화를 통해 무엇인가를 가르치게 된다”고 말한다. 쿠체는 인터뷰에서 자신의 문학세계나 작품론이 특정하게 규정되는 것에 대해 줄곧 유보적인 태도를 보인다. 그는 “내가 내 작품을 해석하는 것을 원치 않는 것처럼 다른 작가들이나 비평가들과의 논쟁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비영어권 출신으로 미국 문단에 데뷔하고 독자적인 문학세계를 구축한 작가들도 만나볼 수 있다. 아프가니스탄 태생의 인기 미국 작가 할레드 호세이니는 ‘연을 쫓는 아이’ ‘천개의 찬란한 태양’처럼 아프가니스탄의 비극적인 역사와 여성들의 종속적인 삶을 가슴 뭉클하게 다뤄온 작가. 하지만 그는 “우선적인 것은 메시지가 아니라 흥미진진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다. 아프가니스탄과 관련이 없는 인물들이 머릿속에 떠오르게 되면 주저 없이 그와 무관한 소설을 쓸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배경이 아니라 스토리와 인물”이라고 말한다. 하진도 독특한 이력의 작가다. 중국에서 태어나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공부한 뒤 서른이 넘어 미국으로 갔다. 그가 미국에 정착하게 된 이유는 ‘톈안먼(天安門) 사건’ 때문이었다. 그는 “그러한 나라를 위해서 더는 봉사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인터뷰에서 털어놓았다. 그는 비영어권 출신 작가로서의 정체성과 조국에 대한 부채감 사이의 갈등과 관련해 “중국은 증오와 중상모략이 날뛰는, 제정신이 아닌 나라다. 중국을 마음속에서 차단하지 않으면 미칠 것 같다”고 말했다. 초고 이후 스무 번을 넘게 뜯어고치며 작품을 완성한다는 그는 미국 사회 내에서의 위치에 대해 “작가에게는 자기만의 공간이 필요한 법이다.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 한, 그것이 주변이든 중심이든 신경 쓰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흑인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한 미국의 레즈비언 작가 낸시 롤스, 불교에 귀의한 미국의 흑인작가 찰스 존슨 등과의 인터뷰도 수록됐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천재토끼 차상문/김남일 지음/368쪽·1만 원·문학동네제목처럼, 이 소설은 어느 ‘천재토끼’의 일대기다. 토끼는 토끼이되 영장목으로 분류되는 토끼다. 그러니까 학명으로 따지면 레푸스 사피엔스(Lepus sapiens)쯤 될까. 이름은 차상문. 시골 초등학교 교사이던 어머니가 경찰 대공 수사관인 아버지의 강압에 의해 원치 않게 가지게 된 첫아들이다. 국가, 가부장제 폭력의 전형인 아버지에 의해 태어난 변종.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소설은 애초부터 우화적인 성격이 강하다. 전후 후유증과 이데올로기 대립이 채 가시지 않았던 1950년대부터 군사정권의 독재, 민주화 투쟁으로 이어진 시대의 굴곡 역시 이 천재토끼의 일생을 통해 압축적으로 반영된다. 작가는 인간 중심적인 문명사회에 태생적 반골로 출생한 차상문의 일생을 간추리거나 생략하며 구술적으로 끌어간다. 이야기는 속도감 있게 전개되나 조금씩 거칠다. 시종일관 익살스러운 화법이 두드러지는 것도 특징이다. 차상문은 어릴 때부터 천재로서 두각을 드러낸다. ‘명심보감’ ‘동몽선습’을 외고, 영어 원전으로 소설책을 읽는 식이다. 책을 너무 좋아해 동생 차상무(동생은 정상인이다)가 베고 자던 ‘단기 4292년 경상북도 통계연감’을 빼앗아 읽으려다 싸움이 날 뻔하기도 한다. 통역 없이도 미국인과 능수능란하게 대화할 수 있을 만큼 영특했던 차상문은 마침내 미국 버클리대로 유학을 떠나게 된다. 그곳에서 그는 토끼 영장류가 자신뿐만이 아니며 진보적 학풍의 버클리가 ‘미래 지구의 종 다양성을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받아들인 것을 알게 된다. 이곳에서 그는 개발주의, 반공 이데올로기가 만연한 조국의 실체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게 된다. 또한 산업화된 문명에 반대하는 은자 쿠나바머와의 교류를 통해 인간 중심주의에 비판적인 안목을 갖는다. 귀국해 서울대 교수로 일하게 된 그는 1980년대 민주화 투쟁 시기 교수직을 관두고 ‘민주주의 너머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영장류 연대’를 조직해 실험적인 대안운동을 펼치게 된다. 문명비판적이며 생태주의적 성격을 지닌 그의 운동은 이후부터 좀 더 집요하면서도 직접적인 방식으로 변모해 간다. 정부 기관에 정체불명의 상자를 보내 ‘걸을 때 제발 쿵쿵거리지 말아 달라’고 요구하며 물감을 폭발시키는 장면 등은 희극적이다. 작가는 이 작품을 기술산업문명 전체를 대상으로 전쟁을 선포하고 우편물 폭탄테러를 자행했던 미국의 철학자이자 테러리스트인 존 카진스키(일명 유나바머)의 일화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차상문은 시대를 잘못 타고난 여느 천재들과 마찬가지로 끝내 세상과 타협지점을 찾지 못하지만 소설이 던지고자 하는 문제의식은 이런 문장들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인간이…과연 진화의 종착지일까요?”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작가와 화가가 두 명씩 짝을 이뤄 일반 독자들과 함께 2박 3일간 제주도 올레길을 걷는다. 문학사랑, 한국관광공사, 진에어 공동 주최, 온누리여행사 주관으로 30일부터 시작하는 ‘녹색문학미술기행’. 서로 다른 분야의 예술인들이 만나 작품 세계와 영감을 교류하고 문화·생태관광 문화를 확립하기 위해 기획됐다. 6월까지 매달 한 번씩 진행된다. ‘맛과 멋을 찾아 떠나는 문학미술기행’ ‘웃음이 있는 문학미술기행’ ‘나눔을 위한 문학미술기행’ 등 테마에 따라 문학예술 강연, 미술관 관람, 다문화가정 초청 등 색다른 프로그램도 넣었다. 참여 작가는 소설가 윤후명 김주영 박상우 성석제 박범신 오정희 씨, 화가 민정기 이인 한생곤 최석운 안종연 서용선 씨 등이다. 소설가 윤후명 씨는 “문학과 미술이 만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데 기여했으면 한다”며 “이런 노력들이 모인다면 예술뿐 아니라 삶, 여행의 문화도 조금씩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제주에 대한 영감으로 작품을 창작한 뒤 공동 전시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02-564-4442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사랑은 뜻밖에도 고통의 감각으로 다가든다. 그리고 첫눈처럼 나를 둘러싼 도시와 골목들을 눈부시게 만들고 어느 날 가뭇없이 사라져버린다. 멀리 런던에서 한 작가가 타계했다는 소식은 깊이 잊고 있던 어떤 감정 하나를 생생하게 깨워 놓았다. 고양이처럼 아픈 신음소리를 내며 일어서는 감정, 그것은 눈이 녹고 그 실체를 드러낸 현실처럼 앙상하기만 했던 나의 마음을 잠시 촉촉하게 적셔 주었다. 반복할 수 없어 더욱 아름다운 우리들 청춘의 한 가운데 에릭 시걸의 '러브 스토리'는 배경음악처럼 깔려 있었던 것 같다. 그 작가를 특별히 문학의 범주에서 기억한 적도 없고, 그 소설 또한 영어공부를 위해 한 쪽에 원문이 붙은 책으로 읽었던 기억만 남아 있을 뿐인데도 소설과 영화의 장면은 나의 젊은 감수성 속을 떠도는 어떤 음유시였음에 틀림없다. "스물 다섯의 나이로 죽어간 그녀에 대해 무어라 말할 수 있을까? 그녀는 아름답고 영리했으며 모차르트와 바흐와 비틀즈를 그리고 나를 사랑했다" 이렇게 시작되는 '러브 스토리'는 가난한 아버지를 가진 처녀와 부잣집 아들, 그 둘 사이를 백혈병이라는 장치로 갈라놓음으로써 사랑의 유한성을 더욱 가열시키고 운명으로 만들어버리는 전형적인 신파 구조의 소설이다. 기실 인생은 다소 신파를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 때 미처 알지 못했는데도 하버드대 캠퍼스의 활력과 뉴욕 센트럴 파크에서의 눈싸움과 감미로운 영화 음악만으로도 그 스토리는 내 청춘의 배경에 띄워진 꿈의 신기루였음에 틀림없다. 그 해 겨울 날, 우리는 그 영화를 보고 나와서 한참을 걸었던 기억이 난다. "사랑은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이라는 대사의 여운은 생각보다 커서 종로인지 동숭동인지 어디 쯤에 있는 석벽을 뚫어 만든 카페 '알타미라'에 당도할 때 까지 서로 입을 열지 않았다. '알타미라'는 동굴처럼 깊고 아늑했지만, 천정에 걸린 알전구의 불빛이 누추한 젊음을 낱낱이 투시하여 눈이 부시었다. 그리고 그날 밤, 다시 거리로 나왔을 때 우리는 탄성처럼 흰 눈이 내리는 것을 보고 말았다. 폭설은 순식간에 세상을 백색으로 뒤덮어 버렸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눈뭉치를 뭉쳐 서로를 향해 던지기 시작했다. 겉으로는 눈싸움이었지만 '러브 스토리' 탓인지 눈뭉치는 어떤 고백보다 강렬한 고백으로 서로를 강타했다. 그날 밤처럼 아름다운 눈뭉치는 그 후로는 다시 만나기 어려웠다. 몇 년 전에 뉴욕에 가서 혼자 센트럴 파크를 걸었다. 물론 눈 내리는 날이었다. 사랑의 선율 속에 눈뭉치를 던지던 올리버와 제니는 어디로 갔을까. 오만한 뉴요커들이 곁눈조차 주지 않고 조깅을 하고 있는 공원 숲 속에 지난 가을 낙엽들이 기억처럼 썩어가고 있었다. 그 사이를 더러운 도시쥐들이 먹이를 찾아 절름거리며 뛰어다니고 있었다. 나는 비로소 내 청춘의 물안개가 완전히 걷혔음을 확인했다. "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 머뭇거리지 말고/ 서성대지 말고/ 숨기지 말고/ 그냥 네 하얀 생애 속에 뛰어들어/ 따스한 겨울이 되고 싶다/ 천년 백설이 되고 싶다/" 올 겨울 광화문 교보문고 글판에는 십수 년 전의 내가 청춘의 직설어법으로 쓴 '겨울 사랑'이라는 시가 몇 귀절 걸려있다. 눈송이처럼 가서 만나고 싶은 이 시 속의 너는 누구였을까? 그것은 반복할 수 없는 내 청춘의 열정! 그를 목메어 부르는 소리가 아닐까. 문정희 시인}

프로필 끝에 적힌 이 작가의 블로그에 들어가면 ‘동서말씀연구회’라는 제목이 뜬다. 소설 작업과 관련된 내용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요한복음 해독’ ‘마태복음 강해’ 등의 카테고리뿐이다. ‘주소를 잘못 입력했나’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그의 독특한 이력이 떠오른다. 목사이자 소설가인 주원규 씨(35·사진)다. 지난해 ‘열외인종 잔혹사’로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며 문단에 등장한 그가 신작 야구소설 ‘천하무적 불량 야구단’을 펴냈다. 소설은 드라마적 요소를 빠짐없이 갖춰 속도감 있고 흡인력 있게 읽힌다. 헬라어, 히브리어 원전으로 성경을 강독하며 실험적인 목회 활동을 하는 젊은 목사와 냉혹한 프로야구의 세계를 경쾌한 필치로 거침없이 그려낸 신인작가가 같은 인물이라니. 그러나 전화 인터뷰에서 그는 “보통의 한국 남자들처럼 야구를 광적으로 좋아할 뿐”이라고 말했다. 소설의 내용은 이렇다. 프로야구 스타 투수 출신 김인석 감독이 만년 하위팀 삼호 맥시멈즈를 이끌면서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한다. 선수 시절부터 과격한 언동으로 ‘불량선수’로 불렸던 그는 감독이 되어서도 심판과의 잦은 몸싸움과 폭력적인 훈육, 승리 만능주의를 벗어던지지 못해 언론과 팬들로부터 비호감 불량감독으로 인식된다. 그러던 중 모기업의 주력 계열사 삼호철강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오며 구단까지 매각 위기에 처하고 삼호철강 인수에 관심을 보인 대기업이 인수를 대가로 ‘져주기 게임’을 제안해 온다. 대쪽같은 성품의 김 감독은 단칼에 거절하지만 주요 선수들은 마음이 기운다. 그는 내부의 적을 끌어안은 채 외부의 적과 대적해야 하는 위기 상황을 기상천외한 작전으로 극복해 간다. 작가는 “한때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불거졌던 ‘져주기 게임’ 음모설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며 “순수한 열정으로만 승부가 나야 하는 스포츠에 이해관계가 얽히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썼다”고 말했다. 캐릭터의 생동감은 소설을 읽는 재미를 배가한다. 소설 속에는 실제 한국 프로야구 팀의 내력과 전현직 감독, 선수들을 연상시키는 캐릭터들이 다수 등장한다. 작가는 “야구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실제 모델이 누구인지 금방 감을 잡으실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이 남다른 이력의 작가는 창작력도 왕성해서 이미 ‘열외인종 잔혹사’ ‘천하무적 불량 야구단’에 이은 차기작 집필이 끝난 상태다. 이른바 ‘분노’ 3부작이다. 언젠가는 신학과 문학을 결합해 보고 싶지만 “종교적인 테마를 전면적으로 다룰 경우 전형적인 주제만 나열하게 될까봐 아직 시도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우선은 세속성(?)을 추구하면서 보편적인 인권문제나 사회문제를 성찰할 수 있는 작품을 구상해 나가고 싶습니다.” 작품만 보면 타고난 이야기꾼 같은데, ‘세속성’이란 어휘는 목사다웠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201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이 20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이날 시상식에서 당선자 정유경(중편소설) 김미선(단편소설) 유병록(시) 박해성(시조) 전신우(동화) 임나진(희곡) 최영주(시나리오) 박은주(문학평론 가작) 유지원 씨(영화평론)가 상패와 상금을 받았다. 당선자들은 저마다 등단에 얽힌 사연을 떠올리며 당선소감을 밝혔다. 올해 최연장자로 등단한 박해성 씨(63)는 “모두 늦었다고 말했지만 시에 미쳐 있었다”며 “사회가 나이에 호의적이지는 않았지만 문학이란 양이 아니라 질로 평가받는 예술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전신우 씨(36)는 “동화작가 같지 않은 얼굴, 동화 같지 않은 제목으로 당선돼 기쁘다”며 “당선 전화를 받은 뒤 모든 게 동화가 될 것 같은 생각으로 한 달을 보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문학평론가 권영민 서울대 교수는 격려사에서 “신춘문예는 100년 가까이 된 제도이며 동아일보는 일찍부터 신춘문예 정착을 위해 노력하면서 수많은 문인을 배출해왔다”며 “그 화려한 대열의 주자가 된 당선자들을 축하한다”고 말했다. 시상이 끝난 뒤에는 시를 모티브로 국악을 창작하는 4인조 국악프로젝트그룹 ‘시로’의 축하공연이 이어졌다. 시상식에는 당선자의 가족 친지를 비롯해 심사를 맡았던 문학평론가 김인환 고려대 교수, 정과리 연세대 교수, 소설가 한강 씨, 시인 김혜순 서울예대 교수, 이근배 박형준 씨, 아동문학평론가 김경연 씨, 영화평론가 정지욱 씨, 극작가 김명화 씨와 동아일보 문학회 회원 200여 명이 참석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김민정 인턴기자 한국외대 영어통번역학과 4학년}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사진)가 도쿄지검 특수부와의 결사항전에 나선 오자와 이치로 민주당 간사장에게 “끝까지 싸워 달라”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오자와의 정치자금을 둘러싼 특수부와의 대립이 정권 차원의 한판 싸움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정면승부에서 패자는 누구든 회복 불능의 상처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 친노 국민참여당 창당 회오리‘노무현 정신’ 계승을 기치로 내건 국민참여당이 17일 공식 출범했다. 친노(친노무현) 정당의 출범에 민주당은 “야권의 분열을 초래할 것”이라며 불편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6월 지방선거에서 후보를 내겠다고 선언한 국민참여당이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까. ■ 北군부 대남강경책 속셈은북한 최고 권력기관인 국방위원회가 남한에 대한 ‘보복 성전’을 다짐한 데 이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인민군 육해공 합동훈련을 참관했다고 17일 북한 매체가 보도했다. 훈련에는 남한의 서울을 겨냥한 ‘장사정포’도 동원됐다. 북한 군부가 대남 공세의 전면에 다시 등장한 배경은 무엇일까. ■ ‘맞춤 교육→中企입사’ 수료생들은 지금2008년 초 전문계 고교 3학년생 등 1800여 명이 졸업한 뒤 중소기업에 취직하겠다며 학교에서 ‘산학연계 맞춤형 실무 교육’을 받았다. 지난해 2월 실제 중소기업에 취업한 교육 수료생 중 100명을 10개월 만에 다시 찾아 “후배에게도 같은 교육을 권하겠냐”고 물었다.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 2000년대 한국문학 되돌아보니…문학평론가 가라타니 고진의 ‘근대문학 종언론’과 함께 어수선한 2000년대를 맞이했던 한국문학. 한국문학 위기설 등 우려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비평담론과 문학작품이 창작됐다. 소설에서는 환상과 횡단, 세태소설이 강세를 보였으며 시에서는 미래파 논쟁이 활발했다. 2000년대 한국문학을 되짚어봤다. ■ 1000만 원짜리 건강검진, 비싼 값 할까국내 대형 병원들이 1000만 원이 넘는 초고가 건강검진을 내놓고 있다. 보통 건강검진이 30만∼60만 원인 것에 비하면 수십 배에 달한다. 호텔 같은 병실, 최첨단 영상기기는 기본이고 일년 내내 맞춤 건강관리 서비스도 제공한다. 과연 비싼 만큼 효용이 있는 것일까. ■ KT, 조직개편에 숨은 전략지난해 KT는 애플 아이폰을 들여오고 ‘올레(olleh)’라는 파격적인 기업이미지도 선보이며 히트를 쳤다. 하지만 작년 KT는 사실 내부혁신에 더 중점을 뒀다. 대규모 명예퇴직이 대표적인 예다. KT가 올해는 새로운 도약을 꾀하며 조직개편과 임원인사를 했다. 어떤 계획이 담겨 있을까.}

원로 - 중진 시인들 쓴소리 “감동 - 소통 없이 지식으로 써” “디지털 세대만이 활용할 수 있는 다채로운 소재들로 신선함을 높이고 다양한 실험으로 한국 시의 영역을 확장한 건 인정할 만합니다.”(정진규 시인) “난해한 외국이론이나 사회과학적 지식에 기댄 실험시가 많아져 시의 본령인 ‘감동과 소통’이 부족해진 것 같아요.”(문학평론가 이경철)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계간 ‘유심’ 편집실에 김남조 이근배 정진규 이가림 서정춘 윤금초 박형준 등 원로 중진 시인 20여 명이 모였다. 문학평론가 이경철 씨가 엮은 시선집 ‘시가 있는 아침’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이들은 최근 시단에서 꾸준히 회자되고 있는 실험시에 대한 의견을 토로했다. 국내 시단에서는 2000년대 이후 전통 서정시 대신 환상성, 도시서정, 언어실험 등을 강조하는 새로운 시적 경향들이 생겨났고 이런 흐름은 ‘미래파’로 명명되기도 했다. 이처럼 감각적이면서도 난해한 실험적인 시를 선보인 젊은 시인들은 황병승 김경주 김민정 김행숙 김언 시인 등이다. 이 중 김경주 시인의 시집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기담’ 등은 1만 부 전후로 판매되며 대중적인 호응을 받았다. 최근 이 시인들은 김수영문학상(김경주), 미당문학상(김언) 등 굵직한 문학상을 받으며 다시금 주목의 대상이 됐다. 원로 시인들은 새로운 실험이나 문제제기가 한국 시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은 대체로 인정했다. 이근배 시인은 “이상이 조선중앙일보에 ‘오감도’를 실었을 때 당시 문화부장이었던 이태준은 사표를 늘 갖고 다녔다. 시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그 정도의 파격과 진보가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가 공감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 실험 그 자체에 매몰되는 현상에는 우려를 내비쳤다. 이 시인은 “당시에는 이상이란 ‘문학적 사건’에도 불구하고 서정주, 정지용, 김영랑 같은 전통적 서정 시인이 또 다른 맥을 유지했다”며 “모국어를 깨뜨리는 언어 실험들이 무작정 유행이 돼 버리는 건 경계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김남조 시인도 “최근에 시가 너무 다른 얼굴이 돼 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