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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한 9단은 밀어붙이는 힘이 대단하다. 특히 초반부터 싸움을 걸어 한번 승기를 잡으면 좀처럼 우세를 놓치지 않는다. 두터움을 공격적으로 활용하는 데 능하기 때문이다. 이 흐름에 걸리면 이창호 9단도, 이세돌 9단도 무사하기 어렵다. 이번 대국은 이 같은 최 9단의 스타일대로 진행됐다. 초반 백 26으로 끊어 싸움을 걸어간 뒤 백 52까지 하변 흑을 포위망 속에 가두며 우세를 확보했다. 이후 끊임없이 흑이 백의 벽에 도전했지만 최 9단은 끄떡없이 버텼다. 그가 흑을 궁지에 몰아넣고 마무리 펀치를 날리기 직전 흑이 돌을 던졌다. 최 9단은 완급 조절의 진면목도 보여줬다. 우하 대마 공격이 여의치 않자 백 68로 한 템포 늦추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반면 흑이 93으로 반발하자 단호히 94로 젖혀 중앙 흑 말을 잡아버렸다. 47, 48기 국수였던 최 9단에게 국수전은 고향 같은 기전. 49기에 타이틀을 잃고 50기에는 본선에서도 탈락했다. 이후 이상하게 예선을 뚫지 못하고 번번이 떨어졌다가 이번에야 고향에 돌아왔다. 흑이 백 144 때 돌을 거뒀는데 더 둔다면 어떻게 될까. 참고도 백 3과 7로 흑을 몰아붙이는 수가 있다. 백 13까지 흑은 확실한 두 집이 나지 않는다. 흑이 결국 살긴 하겠지만 옹색하기 짝이 없다. 소비시간 백 2시간 3분, 흑 2시간 18분. 144수 끝 백 불계승.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7월 1일로 ‘의약분업’이 시작된 지 꼭 10년째를 맞았다.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를 모토로 시작한 의약분업은 최대 목표였던 약품 오남용 방지에선 성과를 거뒀지만 약제비의 증가 등 부작용도 적지 않다는 평을 듣는다. 지난달 9일 보건복지부는 대한의사협회장의 요청에 따라 의약분업에 대한 전면적 재평가를 실시키로 했다. 의약분업을 실시한 후 약품 오남용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항생제 사용률은 급격히 떨어졌다. 감기약에 넣는 항생제 처방률은 2002년 72.6%에서 지난해 49.7%로 떨어졌다. 또 전체 항생제 처방률도 2002년 41.7%에서 지난해 27.4%로 줄었다. 의약분업 도입 이후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약제비가 예상외로 가파르게 증가했다는 점이다. 김대중 정부는 의약분업 도입 당시 약제비가 크게 줄어 건강보험 재정이 튼튼해진다며 분업을 서둘렀다. 하지만 약제비는 실시 이후 크게 증가했다. 당초 복지부는 항생제 주사제 등 약품 오남용을 막고 과잉처방을 줄이면 약제비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예상대로 과잉처방은 줄어들었다. 2002년 처방 건수당 약품 품목수가 4.18개에서 2009년에는 3.96개로 소폭 감소했다. 그러나 예기치 않게 만성질환자와 고령 환자가 증가하면서 약제비는 급증했다. 또 의약분업 실시 전엔 없었던 약국의 조제비도 증가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2000∼2009년 자료에 따르면 시행 첫해인 2000년에만 약사에게 준 조제료가 3896억 원에 이르렀다. 이 조제료는 지난해 2조6051억 원으로 높아졌다. 고혈압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자가 더 늘어나면 약 사용과 조제 모두 증가하게 된다. 대부분의 의료 전문가들은 의약분업이 어느 정도 정착했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그러나 의료계는 의약분업에 대해 특히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가 지난달 전국 의사 89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강제분업이 아닌 선택분업을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54.4%(490명)로 절반을 넘었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에게 의사가 약을 줄 수 있도록 예외조항을 넓혀야 한다’는 의견인 19.7%(177명)까지 합치면 74.1%가 현재의 강제의약분업에 불만을 나타냈다. ‘의약분업제도 이전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답한 의사도 13.4%(121명)였다. 의사들은 의약분업을 전면 재평가해 대폭 손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설문조사 결과 ‘평가를 통해 제도의 틀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56.1%(505명), ‘제도의 틀은 바꾸지 않더라도 문제점을 대대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35.8%(322명)였다. 의약분업이 실시되자 병원에서 치료만 받고 약국에서 약을 사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많은 의료 소비자들이 불만을 토로했었다. 그러나 10년간 제도가 정착되면서 이런 불만은 많이 줄어들었다. 다만 아직도 가능하다면 병원에서 약을 받고 싶다는 환자도 많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08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자 1001명 중 ‘의료기관에서 받고 싶다’는 사람은 876명(87.5%), ‘약국에서 받고 싶다’는 사람은 125명(12.5%)이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 의료시스템 개편 어떻게동네병원은 외래환자 중심으로 살리고대형병원은 입원-중증환자 전담 ‘대수술’의료체계, 의원-종합병원 분리중간급은 전문병원 전환 추진환자들 진료비 부담 줄지만의원 불신땐 환자 쏠림 못막아“이대로는 20년을 못 버틴다.” 건강보험 재정위기, 의료서비스 오남용 등 위기에 처한 국내 의료시스템이 획기적으로 변할 것으로 전망된다. 복지부 주도하에 의료계, 시민단체, 전문가 14명으로 구성된 ‘1차 의료 활성화 추진 협의회’가 30일 첫 모임을 가졌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전문가는 “의료전달체계 개편 등 총론에는 합의했으며 각론별로 구체적인 대안을 협의했다”고 말했다. 협의회의 목표는 명확하다. 바로 ‘지속가능한 의료시스템’을 구축하자는 것이다. 협의회 관계자는 “지난 수십 년간 의료시스템 개혁 논의가 적지 않았지만 장관이 바뀌면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그러나 이번에는 이미 수차례 비공식 회동을 가졌고, 모두의 공감대가 확고하기 때문에 꼭 성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입수한 초안에 따르면 동네 의원을 살리고, 장기적으로 의원은 외래 환자, 대형병원은 입원·중증 환자 중심으로 운영하는 게 핵심이다. 복지부는 최종안을 9월 말까지 만들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의결할 계획이다. ○ “동네의원 살려야 지속가능한 의료” 2000년 7월 1일 직장과 지역가입자 간 건강보험이 통합되고 의약분업이 실시되면서 환자들이 대형병원으로 몰렸다. 환자의 선택권은 넓어졌지만 대형병원 쏠림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동네 의원은 생존을 위해 ‘환자의 1차 모니터링’이란 본래의 역할 대신 비타민제를 팔거나 비급여 진료에 전념하고 있다. 그 결과 건강보험 재정은 악화되고 있고, 현재의 의료시스템은 언제 붕괴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동네의원을 살리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동네의원이 제구실을 해야 의료 시스템이 바로 산다는 것. 각종 지원책이 마련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동네의원을 위한 보험 수가 항목을 신설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환자를 처음 진료할 때 ‘기초상담료’를 의원에 지급하거나 ‘생활관리 지도료’ 또는 ‘의약품 선택 지도료’ 등을 얹어주는 제도가 추진되고 있다. 초·재진 진찰료 산정 기준도 개선할 방침이다. 현재는 첫 진료 후 90일이 지나야 치료가 종결되지만 앞으로는 ‘환자가 내원했거나 투약을 종료한 날로부터 30일까지’로 바꾸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의원들은 30일이 지나면 다시 초진료를 받을 수 있다. ○ 의료시스템 확 뜯어고친다 협의회 참석자들은 “현 의료 시스템은 장기적으로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에 동의하며 지속가능한 의료 시스템을 모색하고 있다. 의료기관의 구분을 현재의 ‘규모’ 중심에서 의료서비스 본연의 ‘기능’ 중심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 2, 3차로 구분된 의료전달체계를 크게 의원과 대형 종합병원으로 정리한 뒤 그 중간급 병원들은 전문병원 또는 개방형 병원으로 개편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 경우 의원은 △입원실을 두지 않고 외래환자만 보고 △질병의 예방과 관리를 담당하며 △대부분의 환자가 꼭 거쳐야 하는 관문(gatekeeper)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대형병원은 중증 진료 및 연구 교육 기능을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중급 병원의 환자 감소에 대비해 중급 병원을 전문병원과 개방병원으로 특화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경쟁력을 갖춘 중간급 병원들은 전문병원으로 육성하고, 그 밖의 병원은 개방병원으로 전환해 시설과 장비를 1차 의료기관에서 활용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연간 1조 원 가까이 건강보험 재정이 절약될 것으로 추산된다.○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새로운 의료전달체계가 구축되면 경증 질환으로 대형병원을 이용하기가 어려워진다. 당장은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의료 서비스 오남용을 막을 수 있어 개인의 진료비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동네의원도 세분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복지부는 만성질환자와 고령 환자를 대상으로 한 단골의사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이 많이 투입되는 이들을 특정 의원에 등록시켜 건강을 관리하게 하는 것. 이 제도가 시행되면 일부 의원은 만성 환자를 타깃으로 할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이 제도를 발전시켜 유럽식의 주치의 제도로 연결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의원에 대한 불신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은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1차 의원 활성화 방안은 무용지물이 될 우려가 높다.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백 ○에 대해 흑이 어떤 식으로든 직접 응수하면 중앙 흑 대마가 무사하기 어렵다. 그래서 김기용 5단은 백 ○를 무시하고 흑 93으로 붙여 역으로 응수를 묻는다. 상대가 이처럼 저돌적으로 대시할 때 물러서야 할지, 맞받아쳐야 할지 올바르게 판단하는 게 실력이다. 최철한 9단은 백 94로 맞받아치는 쪽을 택한다. 주변 상황이 유리한 데다 여기서 흑의 기를 한번 꺾어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최 9단의 판단은 옳았다. 흑은 맞끊지 못하고 95로 물러선다. 백 96으로 진군하자 흑의 모양이 허물어지기 일보직전이다. 김 5단은 고개를 살짝 젓더니 흑 97로 묘한 곳을 붙여간다. 이 수가 성립한다기보다는 다른 수가 잘 안되니까 일말의 기대를 갖고 둔 수다. 최 9단은 손을 돌려 호흡을 고른다. 백 98은 흑에게 중앙 흑 돌을 보강하라는 뜻이다. 그러면 백은 101의 곳에 두어 실리 차를 더욱 벌린다. 김 5단은 흑 101로 백의 타협책을 거부했다. 그러자 백 102부터 112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백은 중앙 흑을 잡고 흑은 상변에 집을 얻었다. 흑 111로 참고도처럼 중앙을 연결하면 백 8까지 흑이 망한다. 이 변화의 득실은 서로 불만 없지만 백의 유리함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흑 113의 침입은 의외처럼 보이지만 탈출구가 두 군데가 있어 가능하다고 본 수. 하지만 좌하 흑이 약해 113이 살아가는 동안 좌하 흑이 피해를 볼 수 있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오세훈 서울시장과 이길여 가천길재단 회장은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세살마을’ 발대식을 갖고 영유아의 조기 교육과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 세살마을 운동은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과 온 마을이 아이를 키우는 데 힘을 보탰던 전통을 살려 영유아 보육에 사회 전체가 책임지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이날 발대식에는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 김문수 경기도지사, 이어령 세살마을 고문,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 성상철 대한병원협회장, 경만호 대한의사협회장, 박경아 대한여의사회장,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 김송자 전 국회의원, 최광식 국립중앙박물관장, 조남조 전 전북지사, 최영철 용인송담대 재단이사장, 송석구 가천의과대 총장 등 600여 명이 참석했다. 서울시와 가천길재단은 세살마을 운동의 프로그램 중 탄생축하사업과 부모 교실을 공동으로 운영한다. 탄생축하사업은 예비 부모 교육인 ‘내일 엄마·내일 아빠’ 과정을 이수한 미혼 남녀가 출생 후 100일이 지난 아기의 가정을 방문해 탄생을 축하하고 육아 용품을 선물하는 사업이다. 이 운동의 총괄 멘터를 맡은 이 회장은 “엄마에게 지워진 육아의 부담을 아빠와 조부모, 사회 즉 마을이 함께 짊어진다면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을 끌어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도 “탄생축하사업을 통해 젊은이가 출산과 육아에 관심을 갖기를 바란다”며 “이 사업을 전국적으로 확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하변에서 좌변으로 이어지는 흑 대마가 사는 건 어렵지 않다. 대마 주변의 공간이 넓어 운신의 폭도 넓기 때문이다. 그래도 백 50, 52로 외부 진출로가 막히자 갑갑하다. 살아있는 것은 무엇이든 갇혀서 좋을 게 없다. 하변 흑이 57의 맥을 구사하며 사는 모양을 갖췄다. 최철한 9단은 여기서 손을 돌려 백 60으로 새로운 사냥감을 몰아가기 시작한다. 우변 대마도 마찬가지다. 사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다. 다만 손해 보지 않고 살아야 한다. 흑 61은 흑 대마를 살리기 전에 백의 응수를 묻는 수. 엉뚱해 보이지만 백 62가 절대의 한 수라고 볼 때 흑 63을 선수로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흑 67 때 백도 응수하기 곤란하다. 그냥 67의 아래쪽을 막으면 ‘가’로 단수치는 수가 강력해진다. 최 9단은 손을 뺀다. 아직은 공격으로 얻은 것이 없다. 흐름은 좋지만 현찰을 손에 쥔 건 아니다. 백은 백병전이 시기상조라고 보고 백 68로 멀리서 함포 사격부터 시작한다. 이 같은 완급조절이 정상급 기사에겐 꼭 필요한 덕목이다. 백이 손을 뺐다고 흑이 한가하게 참고 2도 흑 1로 상변을 지켰다가는 곡소리 난다. 백 6으로 끊고 흑이 우변을 살릴 때 백 12로 씌워가면 이번엔 중앙 흑의 생명이 위험하다. 바둑이 겉보기엔 복잡하지 않지만 속으로 수많은 복선을 깐 채 흘러가고 있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최철한 9단은 가능하면 초반부터 전투를 벌이는 스타일. 상대가 지레 물러서면 큰 집을 지어 우위를 확보한다. 물러서지 않고 버티면 끝까지 물고 늘어져 상대를 기진맥진하게 만든다. 그래서 최 9단의 바둑엔 역전승보다 처음부터 압도적으로 이긴 바둑이 많다. 흑 27, 백 28로 최 9단이 원하는 전투가 시작됐다. 그러나 김기용 5단도 긴장하는 빛은 없다. 요즘 젊은 기사 중에서 전투에 능하지 않은 기사가 어디 있을까. 다만 선호도의 차이일 뿐이다. 객관적으로 보면 이 전투에선 흑 돌이 둘로 갈려 흑이 더 고생할 분위기다. 백 30이 족보에 나오는 맥인데 이 장면에선 특히 적절했다. 흑 33은 탈출을 위한 응수타진. 백도 34로 받아 우변 백돌을 튼튼히 해 불만이 없다. 백 40이 놓이자 김 5단은 뭔가 엮였다는 느낌을 갖는다. 백은 약한 돌이 없고 흑은 약한 돌이 두 개나 된다. 한쪽을 보강하면 한쪽이 허술해진다. 어디서 잘못된 것일까. 과거를 돌아볼 여유는 없지만 자꾸 이전 상황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흑 43으론 참고도처럼 흑 1로 막아 귀의 백 실리를 줄이고 싶다. 백은 2, 4로 받은 뒤 백 6으로 흑의 중앙 진출을 막을 수 있다. 이 그림 역시 흑으로선 기분 나쁜 것이다. 그래서 흑 43, 45의 돌파를 택한 것. 그러나 백 44로 하변 흑 대마의 안형이 무너졌다. 흑이 괴롭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54기 국수전이 5월 31일 열린 예선 1회전을 시작으로 개막했다. 예선 통과자 12명과 시드(홍기표 4단, 주형욱 5단, 안형준 2단, 이세돌 9단) 출전자 중 최종 1인이 국수 이창호 9단에게 도전한다. 최철한 9단은 2004년 이창호 9단에게 3승 2패로 국수위를 따낸 뒤 이듬해 방어까지 성공했다. 하지만 2006년 이 9단에게 다시 타이틀을 내줬고 2007년엔 본선 첫판에서 떨어졌다. 2008, 2009년엔 예선을 뚫지 못해 국수전과의 인연을 이어가지 못했다. 올해엔 명예 회복을 할 수 있을지 관심거리다. 상대인 김기용 5단은 지난해 비씨카드배 세계대회에서 4강까지 올랐다. 이세돌 9단에게 져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으나 실력이 녹록지 않다는 걸 보여줬다. 김 5단은 지난해 국수전 본선 8강에 올랐던 김정현 2단 등 만만치 않는 기사를 꺾고 올랐다. 백 12는 참고 1도 백 1이 보편적이지만 최 9단은 흑을 더 압박한다. 최 9단의 바둑은 결코 상대를 쉽게 놔두지 않는다. 흑 17로 한 칸 뛰는 건 밋밋했다는 평이 많았다. 흑 21까지 흑 돌이 뻣뻣한 장대처럼 일렬로 늘어서게 된다. 참고 2도가 실전보다 세련된 행마. 흑 9까지 흑의 모양이 날렵해 보인다. 백 24는 26으로 차단하기 위한 축머리. 흑도 백 26을 두려워해 하변에 가일수하는 건 굴욕이다. 백 26으로 반상은 전투 모드로 변했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실전과 참고도를 비교해보자. 실전에선 백돌이 우상 흑 진으로 길게 기어들어가 있다. 흑이 참고도처럼 뒀으면 이곳은 모두 흑 집이었을 것이다. 그 대신 흑이 얻은 것은 약간의 하변 집뿐이다. 좌하 중앙 쪽에 흑 집이 있지만 우하를 내준 대가로 얻은 것이라 별 이득이 없다. 송홍석 7단은 국 후 “초반 실트 7단이 판을 잘 짜놓아 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동유럽 선수들의 실력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흑은 초반 좌상 돌을 버리며 우상 진영을 깊게 만드는 작전으로 우위를 잡았다. 백이 깎고 깎아도 잘 지워지지 않을 우세였다. 참고도였다면 송 7단은 형극의 길을 걸었을 것이다. 하지만 흑이 참고도를 놓치고 백 94가 떨어지는 순간 우상 흑 진이 빛을 바랬다. 그래도 흑은 기회가 있었다. 백 94를 몰아치며 백을 압박했으면 승부의 행방은 아직 몰랐다. 그러나 흑 109의 느슨한 공격은 백에게 쉽게 탈출로를 열어줬다. 송 7단은 이번 우승으로 지난해 전주 대회에 이어 세계아마대회 2연속 우승을 기록했다. 송 7단은 우승 소감으로 “아마로 남아 보급활동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모두가 프로가 되고 싶어 하는데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48·54·60·66…40, 51·57·63·69…45, 103…55, 174…165, 214…85. 220수 끝 백 8집 반 승.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최근 대한바둑협회가 발표한 2010년 아마 기사 랭킹 발표에서 송홍석 7단이 513점을 얻어 1위를 차지했다. 상반기 프로기전에서도 활약을 펼쳤던 박영롱 7단이 396점으로 2위를 차지했다. 송 7단은 2008년 2위에 올랐고 2009년 12월 이후 계속 1위를 지키고 있다. 이번에 2위와 점수 차를 크게 벌린 것은 이 대회 우승의 영향이 컸다. 100위까지의 랭킹은 대한바둑협회 홈페이지(www.kbaduk.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백 32는 큰 곳. 하지만 지금은 중앙이 더 컸다. 흑 33으로 붙여간 것이 맥. 실트 7단의 실력을 보여준다. 백 32로는 참고도 백 1로 중앙을 삭감하는 것이 좋았다. 백 5까지 깔끔하게 마무리할 수 있다. 흑 39까지 흑 집이 두툼하게 불어났다. 줄잡아 20집 가까이 된다. 그러나 이젠 반상이 좁다. 송 7단은 백 42를 놓으며 주위를 둘러본다. 이제야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이다. 그의 표정에는 이제 우승이라는 기쁨의 웃음이 살짝 묻어났다. 이젠 끝내기만 남았다. 끝내기도 백이 주도권을 잡고 진행한다. 백 50을 시작으로 곳곳을 선수로 처리하고 반상 최대의 곳인 백 62를 차지하며 차이를 확실하게 벌렸다. 백이 덤을 받지 않고도 이기는 상황. 유럽 선수들은 한국 기사처럼 센 상대를 만났을 땐 한 수라도 더 배우기 위해 끝까지 계가한다. 이후 수순은 총보.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우상 흑진은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갖고 있었다. 흑은 이곳을 잘 키워 일당백의 집으로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흑 95, 97을 선수할 수 있는 맛에 취해 하변으로 달려간 것이 화근이었다. 백 ○가 떨어지자 우상 흑진의 위력이 초대형 A급 태풍에서 열대성 저기압으로 보잘것없어졌다. 흑이 95, 97을 선수했다곤 하지만 백 98도 흑의 선수가 되는 곳을 백이 차지한 격이라 백은 별로 손해가 없다. 흑 105, 107은 흑의 권리. 이런 곳을 놓치지 않고 찾아내는 걸 보면 실트 7단의 실력도 높은 수준에 올랐다고 할 수 있다. 만약 백이 참고1도 백 1처럼 반발하면 흑 8로 공격할 때 곤란하다. 흑이 중앙에서 선수를 잡는 경우가 많아 백이 퇴로를 찾기가 쉽지 않다. 흑 109. 이것이 한국 정상급 아마추어와 유럽 강자의 실력 차이를 보여준다. 둘 다 일반적 수읽기 능력에는 차이가 없다. 다만 승부처에서, 혹은 흐름이 좋지 않게 돌아갈 때 상대를 강하게 압박해 괴롭히는 능력에서 차이가 난다. 흑 109는 백 ○를 공격하는 수지만 느슨하기 그지없다. 참고2도 흑 1처럼 밀착 마크를 하며 흑 11까지 백을 끝까지 따라붙어야 했다. 백 110이 좋은 연결수. 이어 백 112, 124 등 가장 안전하면서 확실한 보폭으로 흑진으로 밀고 들어갔다. 우상 흑세가 초라하게 쪼그라들었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백이 우상 패를 따내지 않고 백 ○로 둔 것은 왜일까. 흑이 팻감을 쓰지 않고 76의 곳으로 둬 좌변 백을 잡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 흑으로선 좌변을 잡으면 우상 패를 져도 남는 장사다. 백 78까지 좌변이 살아갔다. 흑은 여기서 미적거리다가는 우상 패싸움이 다시 시작될 수 있기 때문에 흑 79로 패를 해소했다. 백은 대신 88까지 좌상을 두툼하게 부풀렸다. 송홍석 7단은 정밀하게 형세를 살펴본다. 우상에서 패가 난 것은 흑의 실수였지만 형세는 만만찮다. 우상 흑의 잠재력이 백이 여기저기 벌어놓은 실리를 감당하고도 남는다. 그동안 유럽 선수들은 한국 선수들보다는 확실히 한 수 아래라고 평가받았지만 지금까지 흑의 진행은 거의 완벽했다. 송 7단은 다시 긴장의 끈을 조였다. 설렁설렁 두다간 망신을 당하는 건 물론 다 잡은 우승컵이 사라질 수도 있다. 흑이 우상을 참고도 1, 3으로 지키면 70집에 가깝다. 우하와 좌변을 합쳐 20집으로 잡으면 모두 90집. 백은 다 합쳐 80집이 약간 넘는다. 덤 6집 반과 허약한 좌변 흑을 공격해 얻을 수 있는 플러스알파를 포함하면 역시 90집가량 된다. 흑의 선택은 참고도 흑 1이 아니라 89로 하변에 벌리는 수였다. 실트 7단은 좌하 흑 한 점을 살리는 후속 수단이 있어 매력적이라고 느낀 모양이다. 하지만 백 94가 떨어지자 흑의 우상 세력은 빛이 바랬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이창호 국수에게 도전장을 내밀 16명의 본선 멤버 중 15명이 확정됐다. 16일 서울 한국기원에서 열린 54기 국수전 예선 결승에서 최철한 목진석 9단 등 11명이 본선 티켓을 따냈다. 이들과 김지석 7단 대(對) 박정상 9단의 승자, 시드를 받은 4명이 본선 16강 토너먼트 대결을 벌인다. 진출 멤버 중 이변의 주인공은 박진솔 4단. 그는 예선 준결승에서 박영훈 9단을 격파하며 2002년 입단 이후 처음으로 국수전 본선에 올랐다. 본선 16강전은 7월부터 시작하며 11월에 도전자 결정전 3번기, 12월에 도전 5번기가 치러질 예정이다. ▽예선 통과자=박진솔 4단, 강지성 8단, 원성진 9단, 목진석 9단, 유재호 3단, 고근태 7단, 염정훈 7단, 최철한 9단, 이춘규 3단, 허영호 7단, 류동완 2단, 박정상 9단-김지석 7단의 승자 ▽시드=홍기표 4단, 주형욱 5단, 안형준 2단, 이세돌 9단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중국 녜웨이핑 9단은 “돌을 버릴 줄 알아야 바둑이 는다”고 했다. 전체 상황을 판단해 부분적인 돌의 생사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흑 31은 녜 9단의 조언을 그대로 실천하고 있다. 참고 1도 흑 1로 두어 흑 한 점을 살려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흑 31로 좌상 흑 세력을 깊게 만들면 흑이 국면을 운영하는 데 훨씬 편하다. 처절한 몸싸움이 대세인 요즘 실전같이 유연한 바둑은 보기 쉽지 않다. 그러나 백 36의 응수 타진에 흑 37이 조금 과했다. 흑 37은 상대에게 변화의 여지를 주지 않겠다는 수지만 지금은 참고 2도 흑 1로 물러서는 편이 나았다. 백은 4, 6 정도로 활용하는 것이 고작이다. 흑 세력이 깊기 때문에 백 4, 6이 큰 역할을 하기 힘들다. 실전처럼 패가 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백도 흑 37을 보곤 좌상에서 즉시 움직인다. 백 44까지 패. 아무래도 흑 진에서 생겼기 때문에 흑이 좀 더 부담스럽다. 흑백 서로 손해 없는 팻감을 쓴다. 좌상 패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겨야 하는 승부패가 아니다. 백 70은 정석 중 하나. 팻감으로 썼나 싶었는데 흑이 71로 받자 백은 더 패를 하지 않고 백 72로 붙여 정석을 이어간다. 어떤 판단일까. 44·54·60·66…40, 51·57·63·69…45.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송홍석 7단은 이 대회에서 최대 라이벌인 중국의 왕천 7단을 5라운드에 누른 뒤 연승을 거두며 7연승으로 마지막 대국을 맞이했다. 이 판을 이기면 전승 우승. 져도 우승 확률이 80% 정도 된다. 승패가 같은 사람끼리 맞붙는 스위스 리그 특성상 전승을 거두지 않는 한 막판까지도 우승의 향방을 알기가 쉽지 않다. 온드레이 실트 7단은 루마니아의 포피쿠 7단, 헝가리의 발리카 7단과 함께 유럽의 최강자로 꼽힌다. 일본기원 연구생도 지낸 바 있어 만만치 않은 상대다. 동유럽 아마추어 강자들은 생계형 기사가 많다. 유럽 아마대회의 우승상금은 1000유로 정도지만 동유럽에선 꽤 큰돈에 속한다. 상금 받기 위해 열심히 두다 보니 실력이 세졌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흑 13의 협공에 백 14는 복고형 정석. 흑 17로 참고1도 흑 1로 두는 것도 정석. 백 2부터 흑 13까지 두는 정도. 피차 불만이 없다. 백 18로 씌웠을 때 흑 21, 23으로 처리한 것은 좋은 선택. 참고2도 흑 1로 받는 것은 백 6까지 눌려 우상 흑 모양과 어울리지 않는다. 흑 29로 굳혀 실트 7단은 먼저 둔 이점을 충분히 지키고 있다. 송 7단보다 실력이 약한 것은 분명하지만 초반 포석에선 전혀 밀리지 않고 있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국수 이창호 9단(35)이 10월 28일 결혼한다. 이 9단의 예비 신부는 11세 연하의 이도윤 씨(24). 이 씨는 한국기원 여성연구생 최상위조인 1조 출신으로 지난해 명지대 바둑학과를 졸업했으며 바둑사이트 ‘사이버오로’에서 기자로 활동했다. 아마 7단급 기력인 이 씨는 170cm의 키에 활달한 성격이다. 두 사람은 2008년 10월 강원 태백산에서 열린 이 9단과 유창혁 9단의 대국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가까워졌다. 이 9단은 지난해 농심배 전야제에서 결혼 여부를 묻자 “내년에 결혼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최근 한국기원에 10월 말 대국 일정을 물어보며 결혼 사실을 알렸다. 이 9단은 “매주 두 번 정도 영화 뮤지컬 등을 보며 데이트를 했다”며 “아직 결혼식장 등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예비 장모님이 잡은 날짜여서 가급적 그 때 식을 올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9단은 15일 오후 3시경 서울 한국기원 2층에서 결혼 관련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이 9단은 2월 국수전 결승 5번기에서 홍기표 4단을 누르고 10번째 국수위를 차지했다.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송홍석 7단과 왕천 7단은 지난해 전주 세계아마바둑선수권대회에서도 만나 송 7단이 이겼다. 왕 7단은 진 게 분했는지 송 7단에게 비공식 대국을 청했다. 마침 약속이 있었던 송 7단이 밤늦게 올 것 같아 안 된다고 했지만 왕 7단은 늦더라도 기다리겠다고 했다. 송 7단이 오전 2시에 돌아오자 왕 7단은 그때까지 안 자고 기다리다가 결국 대국을 벌였다. 반집을 이긴 왕 7단은 귀국 비행기를 타기 위해 잠도 안 자고 새벽에 공항으로 떠났다. 그만큼 왕 7단은 승부욕이 대단한 기사였다. 백은 좌상 패를 너무 아끼다가 때를 놓치고 좌상 흑을 손쉽게 살려주고 말았다. 이제 좌상 패는 끝내기로 전락했지만 백이 이기면 제법 큰 선수 끝내기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백은 사력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전보 마지막 수인 백 ○가 찬물을 끼얹었다. 왕 7단은 백 ○를 좌변 흑을 위협하는 팻감으로 쓰려고 했지만 흑 81의 맥을 간과했다. 흑 81의 효과는 흑 83, 85의 선수가 성립해 좌변 흑이 살았다는 점. 결국 백 ○는 헛패였다. 백은 참고도처럼 패를 계속 해야 했다. 흑 101로 잇는 수순이 돌아와 절대 흑이 질 수 없는 바둑이 됐다. 막판 서로 고집을 피우는 바람에 대형 바꿔치기가 일어났지만 승부는 여기서 결정됐다. 이후 수순은 총보. 90·96…◎, 93…87.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최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는 산부인과 자연분만 수가를 2년에 걸쳐 50% 인상하기로 했다. 저출산 탓에 산모가 급감해 경영난을 겪던 산부인과로선 숙원을 푼 셈. 그 대신 건정심은 병리과의 병리조직검사 수가를 7월부터 15% 깎고 안과의 백내장수술 수가는 3년간 단계적으로 평균 10.2% 깎기로 했다. 또 보건복지부는 연내에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촬영,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검사 수가도 조정할 예정이어서 파장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약 주고 병 주고=이번 수가 인상으로 산부인과는 정상분만(초산)의 경우 현재 29만6100원에서 2011년엔 44만4150원을 받는다. 건정심은 각종 암을 진단하고 치료 계획을 수립하는 데 필수적인 병리조직검사 비용을 7월부터 15% 인하하기로 했다. 낮은 수가로 병리과의 전공의(레지던트) 기피현상이 심화하는 가운데 이 조치가 내려지자 대부분 병원의 병리과 전공의들이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안과의 경우 현재 개업 기준으로 백내장 수술 수가는 99만4740원에서 81만7650원으로 17만7090원(17.8%) 깎였다. 안과 개원의들은 수가 인하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을 냈다. 이성기 대한안과의사회 회장은 “새 장비와 새 기술 덕에 기존에 수술하지 못했던 환자의 수술이 늘어난 것은 인정하지 않고 무조건 수가만 내리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건정심은 MRI와 CT도 보험급여가 급격히 늘자 수가 인하를 위한 평가에 착수했다. 암을 진단하는 데 사용하는 PET도 현재 분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복지부는 올해 말 분석을 마친 뒤 건정심에 수가 인하를 검토하도록 할 예정이어서 내년 초에도 한 차례 홍역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물론 수가를 인하하면 환자는 본인 부담금을 그만큼 적게 낼 수 있다. ▽수가 조정 예견된 것=의사들은 산부인과 수가의 인상분을 메우기 위해 병리과와 안과의 수가를 낮췄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복지부는 병리과 안과의 수가 조정이 예고된 사안이라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2008년 병리조직검사 수가를 조정하면서 1년 동안 건강보험 청구 현황을 조사해 자연 증가분 이상으로 늘어날 경우엔 수가를 재조정하기로 병리과학회와 수차례 사전협의했다”며 “지난해에는 2008년보다 327억 원이 추가 지급됐는데 이 중 171억 원만 깎은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수가를 올려준 셈”이라고 말했다. 또 안과 수가 인하도 이미 한 달 전에 고시한 내용이라는 것. 하지만 서정욱 서울대병원 병리학 교수는 “병리과의 올해 지원율이 40%로 비인기학과가 된 상황인데 이번 수가 인하는 큰 타격”이라며 “수가 총액이 증가했다면 임상 의사에게 조직검사 빈도를 줄이라고 하거나 불필요한 검사를 삭감하는 조치를 해야지 수가를 인하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고 말했다. ▽“약값, 진단비 등은 낮추겠다”=의료 수가 논란이 수시로 발생하는 것은 건보 재정은 한정돼 있는데 나가는 돈은 매년 증가하기 때문이다. 전체 파이는 거의 일정한데 산부인과 수가를 올려주면 추가 재정이 없는 상황에서 결국은 다른 과의 수가를 깎아야 한다. 근본적으로 저보험료-저수가인 건강보험 체계의 문제라는 것이다. 낮은 수가는 최근 산부인과처럼 분만을 기피하거나 레이저 시술이나 비만 치료 등 비보험 치료에만 의사들이 몰리는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건강보험료를 올리는 것은 국민의 심리적 저항이 크기 때문에 당장 거론하기 어렵다. 박하정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앞으로 약값과 재료비, 검사비는 점차 낮추고 의사들의 행위료에 대해서는 수가를 높이는 방향으로 갈 예정”이라면서 “제왕절개, 백내장 수술 등 일부 질환에서 시행하는 포괄수가제도 점차 그 대상을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건강보험 재원 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고령화 사회가 도래하면서 건강보험 지출이 확대될 수밖에 없어 무작정 보험료를 올릴 수는 없다”며 “의료비용을 증가시키는 담배, 술에 대한 세금을 올려 건강증진기금을 확보하고 이를 건보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그냥 백 20의 자리에 이으면 무난한데 흑은 굳이 19로 변화를 구한다. 흑 19는 맥을 다루는 책에 종종 나오는 수. 흑 21로 단수 치는 것이 요령. 백도 그냥 잇고 싶은 기분은 나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백 모양이 우형이기 때문. 백 22로 젖혀 흑 전체의 약점을 노리는 방향을 택한다. 흑 23으로 두 점을 따내고 백 24로 한 점을 다시 따낸 뒤 흑 25로 잇는 것까지는 필연. 국 후 이 대목에 대해 송홍석 7단에게 괜히 바둑을 복잡하게 만든 것이 아닌지 물었다. 그는 “이렇게 두는 게 오히려 깔끔하게 마무리할 수 있다고 봤다”고 대답했다. 흑 29로 넘어가면서 모든 근심이 사라졌다는 것. 하지만 이렇게 완벽하게 정리된 것이 독이 됐다. 송 7단이 집중력의 끈을 놓아버린 것. 백 30 때 흑 31로 패를 따낸 것이 엉뚱했다. 이 수로는 당연히 참고도 흑 1로 늘어야 했다. 그랬으면 시끄러울 일이 전혀 없었다. 송 7단은 패를 따면 백이 이을 것이라고 지레짐작했다고 겸연쩍게 웃었다. 백 36까지 중앙 백 집이 졸지에 15집으로 불어났다. 참고도였으면 10집 나기도 힘든 곳이었다. 흑은 이 착각으로 그동안 힘겹게 벌어놓은 우세를 거의 날렸다. 바둑은 원점에서 시작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흑이 미세하게 우세하지만 좌상 패가 어떻게 정리되느냐가 또다시 승부의 변수로 등장했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나도 인간이다. 나도 남자야. 나도 느낀다. 나도 아름다운 거 좋아하고, 너희들하고 똑같단 말이야. 알겠냐, 이놈들아.” 3일 방영한 MBC 드라마 ‘나는 별일 없이 산다’ 3회에서 주인공 신정일(강신성일)은 가슴을 치며 절규한다. 70대 ‘노인’인 그가 40대 여성과 사귄다는 이야기가 나돌자 후배가 “그동안 별일 없이 잘 사셨잖아요. 마무리를 잘하셔야죠”라고 만류한 뒤였다. 그는 전직 영문과 교수이자 남부럽지 않은 재력도 지녔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노인’을 보는 시각에 절망을 토했다. 한국 사회는 유례없이 빠르게 고령화가 전개되고 있다. 2000년 노인이 전체 인구의 7%를 차지하는 ‘고령화사회’에 진입했다. 2018년에는 노인이 전체 인구의 14%를 넘는 ‘고령사회’가 된다. 이런 현실을 감안해 6·2지방선거에서도 ‘노인 복지 공약’이 쏟아졌다. 예를 들면 서울시장 선거만 해도 한나라당 민주당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모두 노인틀니 비용을 일부 혹은 전액 보조해 주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노인 유권자의 표심을 잡기 위해 ‘틀니’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본 것이다. 그러나 노인은 선거 때만 구애의 대상일 뿐이다. ‘고령화사회의 덫’과 같은 표현에서 알 수 있듯 노인을 암묵적으로 ‘우리 사회에 부담을 주는 존재’로 여기고 있다. 급속한 산업화 속에서 노인들이 존재 가치를 잃고 뒷방 신세로 내몰렸다. 더 나아가 고령화사회에선 노인이 ‘사회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잠재적 성장률을 갉아먹는 비참한 존재’로 전락하고 있다. 각종 보고서에선 노인과 관련한 부정적 통계가 범람한다. 40년 뒤인 2050년 노인 인구 구성비는 38.2%로 높아지고 생산 가능인구(15∼64세) 10명이 부양해야 하는 노인(65세 이상)은 7명이나 된다. 노인 의료비 문제는 건강보험 재정 악화의 제1 원인으로 꼽힌다. 치매 질환 진료비는 2002년 334억 원에서 지난해 4524억 원으로 12배 증가했다. 여기에 노인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인식이 추가된다. 노인의 취업을 얘기했다간 “젊은이들의 실업이 심각한데 노인이 양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 즉각 날아온다. 노인은 사회의 생산성과는 무관한 존재이며 드라마처럼 사고 치지 말고 깔끔하게 삶을 마무리하는 데나 신경 써야 한다. 그래서 우리 사회 노인들은 우울할 수밖에 없다. 답답한 심정을 터뜨릴 곳도 없다. 노인 우울증 진료비는 2002년 182억 원에서 지난해 662억 원으로 증가했다. 경찰대가 발표한 ‘노인자살 실태 분석과 예방 대책’에 따르면 61세 이상 자살자는 1989년 788명에서 2008년 4029명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발상을 바꿔 고령화시대에 노인이 주인공이 될 순 없는 것일까.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정하는 현재의 기준은 고령화 시대에는 적합하지 않다. 노인 문제를 연구하는 ‘한국 골든에이지포럼’의 김일순 공동대표회장(연세대 의대 명예교수)은 “조만간 지금의 60대에 버금가는 건강을 가진 ‘팔팔한’ 80대 노인들이 급증하고 현재 40대의 절반 이상이 80대까지 산다”고 말했다. 팔팔한 노인들을 사회 각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지 않으면 ‘고령화의 덫’을 벗어날 수 없다. 노인을 희망도 욕구도 없는 존재로 방치하는 건 사회적 낭비다. 가끔 수십 년 연하와 연애하는 ‘사고’를 치더라도 박수를 쳐주자.서정보 교육복지부 차장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