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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 분당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자 공천을 놓고 여야가 막판까지 상대편의 진영을 살피는 치열한 ‘눈치작전’을 벌이고 있다. 4·27 재·보선 전 지역에서 경선을 치르기로 하고 15일 공천신청을 마감하는 한나라당으로서는 전통적인 우세지역임에도 정작 후보 공천의 윤곽조차 못 잡고 있다. 강재섭 전 당대표가 13일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열고 출마를 공식화했으나 정운찬 전 국무총리 영입론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14일 오후까지 정 전 총리가 출마 의사를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15일 공천신청서를 제출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이렇게 되면 경선을 통한 ‘정운찬 카드’는 폐기된다. 한나라당의 한 고위당직자는 “정 전 총리가 주변에 여러 차례 출마 의사가 없음을 밝혔고 정 전 총리가 내세운 이익공유제를 최근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이 비판하면서 분위기가 좋지 않다”며 그의 출마 가능성을 낮게 봤다. 하지만 민주당이 손학규 대표 카드를 꺼내든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강 전 대표도 거물급이지만 경기지사를 지낸 현직 제1야당 대표가 출마한다면 정 전 총리를 내세워야 한다는 의견이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일각과 여권 주류에서 정 전 총리를 선호하는 분위기도 여전하다. 여권의 또 다른 관계자는 “손 대표가 나오면 정 전 총리의 생각이 달라질 수 있고 한나라당의 공천 전략도 수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손 대표 출마는 ‘비상 상황’인 만큼 한나라당이 얼마든지 분당을에서는 경선 대신 정 전 총리를 후보로 추대하는 ‘전략 공천’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강 전 대표 측은 “여론조사 결과 손 대표와 대결해도 내가 이긴다”며 불쾌감을 나타내고 있다. 민주당도 한나라당의 패를 읽느라 분주하다. 민주당의 핵심 관계자는 “손 대표가 분당을에서 일찌감치 나온다, 안 나온다 언급할 필요가 없는 것은 ‘카운터파트’가 누구냐에 따라 사정이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손 대표의 분당을 출마론은 정 전 총리의 분당을 출마설이 제기되면서 맞대응 카드로 나온 만큼 정 전 총리가 안 나오면 손 대표 카드는 자연히 잦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한나라당의 4·27 재·보궐선거 공천신청이 15일 마감되고 여야가 이번 주부터 사실상 당을 재·보선 체제로 전환한다. 한나라당은 14, 15일 경기 성남 분당을, 경남 김해을 국회의원과 강원지사 보궐선거 출마 후보자를 공모한 뒤 공천심사에 들어간다. 강원지사 후보자는 다음 달 3, 4일 강원도민과 당원 4만2000여 명이 참여하는 선거인단 경선으로 확정한다. 당 지도부는 분당을과 김해을도 전략공천이 아닌 경선으로 가닥을 잡았다. 분당을에는 강재섭 전 대표가 13일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열고 본격 표밭갈이에 들어갔으나 정운찬 전 국무총리의 출마 여부가 변수다. 김해을에는 김태호 전 국무총리 후보자가 최근 “먼저 나선 분들이 있으니 주민들의 판단을 구하겠다”며 경선 참여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은 강원지사 후보를 춘천 원주 강릉 등 권역별 순회 경선으로 결정한다. 김해을은 내부 경선으로 1차 후보를 선정한 뒤 국민참여당 후보와 단일화를 시도한다. 분당을에는 한나라당의 공천 내용을 주시하면서 손학규 대표의 ‘차출론’을 신중히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이 야권 연대 차원에서 공천하지 않기로 한 전남 순천에서는 조순용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과 구희승 변호사 등 예비후보들이 속속 탈당 의사를 밝혔다. 다른 예비후보들도 무소속 출마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여야 지도부는 이번 주 최대 승부처로 떠오른 강원지역에 내려가 선거 지원에 나선다.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14, 15일 춘천과 화천을 돌며 지지세 확산에 주력하고 민주당 손학규 대표도 15일과 17일 각각 양양과 원주를 찾아 정권심판론을 호소할 예정이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이승헌 기자 ddr@donga.com}
국회는 11일 본회의를 열고 부실 저축은행 처리를 위해 정부출연금을 투입하는 내용의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비롯해 71개 법안을 통과시켰다. 농업협동조합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하는 농협법 개정안과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기술 탈취 행위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하도급법 개정안도 처리했다. 그러나 이날 본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이었던 소득세법과 조세특례제한법, 국세기본법, 세무사법 개정안 등 고소득 자영업자의 성실신고 여부를 확인하는 이른바 ‘성실신고 확인제’ 관련 법안들은 법제사법위원회의 제동으로 상정되지 못했다. 법사위는 ‘해당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은 5일이 지나야 법사위에 상정한다’는 국회법 규정을 들어 본회의 상정에 반대했다. 하지만 하도급법 개정안은 상임위 통과 이틀 만에 본회의에서 통과돼 논란이 예상된다. 다음은 이날 통과된 주요 법안.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개정)=대기업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하청업체의 기술을 훔치면 최대 손해액의 3배까지 배상토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했다. 납품단가 조정이 필요한데도 대기업이 이를 들어주지 않거나 단가 인하를 요구하는 것을 막기 위해 중소기업협동조합이 납품단가의 조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조정신청권 제도도 도입했다. ▽농업협동조합법(개정)=농협의 신용사업(은행 보험)과 경제사업(유통 판매)을 분리하는 논의가 1994년 시작된 뒤 17년 만에 이날 최종 확정됐다. 농협은 내년 3월 2일부터 ‘1중앙회-2지주회사’ 체제로 개편되며 경제지주회사는 농축산물의 유통 판매를 전담하고 금융지주회사는 농협은행과 농협보험, NH증권 등을 운영하게 된다. 농협은 지주회사로서 경제와 금융회사의 지분을 소유하고 각 사의 경영·인사권을 갖는다. ▽예금자보호법(개정)=저축은행 부실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권 재원과 함께 공적자금인 정부출연금을 투입하도록 했다. 개정안은 ‘저축은행 구조조정 특별계정’을 만들어 정부출연금과 함께 예금보호기금 내 업권별 계정에 적립된 금융권의 재원으로 충당하도록 했다. 정부출연금은 2000억 원가량 투입될 예정이다. 특별계정은 2026년 12월 31일까지 운영되며, 정부출연금 투입에 따라 특별계정의 결산 및 운영계획은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 ▽상법(개정)=회사 경영진이 자기 회사의 유망한 사업 기회를 부당하게 사적으로 활용하거나 내부자 거래를 하는 행위를 엄격히 통제하도록 했다.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회사의 기회 및 자산의 유용 금지’ 조항이 신설돼 회사의 이사가 자기 회사에 유리한 사업 기회를 친인척 등에게 몰아주지 못하도록 했다. 자기거래(이사가 본인 또는 제3자를 위하여 회사와 하는 거래)의 적용 범위를 이사 본인에서 ‘이사의 배우자 등 친인척 및 계열사’로 확대하고 자기거래를 할 때에는 이사 3분의 2가 동의토록 하는 등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강화하도록 했다. ▽의료법(개정)=의료인이 환자의 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하거나 사실과 다른 내용을 추가 또는 수정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했다. 진료기록을 임의로 바꾼 의료인은 1년 이내에서 자격 정지를 당하고 3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의료분쟁조정법(제정)=의료사고 피해자가 소송이 아닌 조정을 통해 구제받도록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을 설립하도록 했다. 피해자가 구제를 신청하면 전문가 5명으로 구성된 감정단이 조사하고 조정위원회에서 손해배상 액수를 결정한다. 피해자가 조정안에 동의하면 배상금을 받지만 동의하지 않을 때는 소송을 할 수 있다. 분만 사고에 한해 의사 과실이 없을 경우에도 기금으로 배상받을 수 있다.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사회복지사법·제정)=사회복지사의 보수가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의 보수 수준과 비슷해지도록 하기 위해 정부가 3년마다 사회복지사의 보수 지급 현황을 조사하도록 했다. 또 사회복지공제회를 설립해 복리후생사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사회복지사의 평균 초봉은 2008년 기준으로 월 116만2000원에 불과해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우경임 기자woohaha@donga.com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가 17일 청와대에서 조찬회동을 한다. 이 대통령과 안 대표는 최근 한나라당 지도부 비공개 안가 만찬, 최고위원 부부 동반 청와대 초청 만찬 등에서 만났으나 정례회동 형태로 둘이 따로 만나는 것은 지난해 11월 17일 이후 4개월 만이다. 안 대표의 요청으로 이뤄진 이번 회동에서는 주요 민생 현안인 고물가, 고유가, 전세난, 구제역 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초과이익공유제를 둘러싸고 재계의 반발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도 반대했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여야 합의로 전격적으로 도입되면서 파장이 예고되고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을 뼈대로 한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 개정안은 11일 본회의에서도 큰 문제없이 통과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청업체의 기술을 빼앗는 대기업에 대해 피해액의 3배를 배상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그동안 시민단체들과 중소기업들이 요구해 왔던 제도다. 하지만 재계와 상당수 경제학자들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피해액만큼 배상하도록 하는 현행 민법체계에 어긋나는 데다 소송 남발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반대해 왔다. ○ 징벌적 손해배상제 하청업체들은 10일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담은 하도급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는 소식에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특히 중소기업들이 기술을 빼앗긴 뒤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막대한 소송비용 부담으로 도중에 포기하는 사례가 많은 만큼 이 제도로 대기업들이 손해배상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기술 탈취를 꺼리게 될 것이라는 기대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09년 발표한 하도급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22.1%가 대기업에 기술을 빼앗긴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을 정도로 기술 탈취는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실제 김성수 서오텔레콤 대표는 2001년 응급상황 발생 시 휴대전화 버튼을 누르면 긴급 메시지가 전달되는 기술을 개발했다가 대기업에 기술을 빼앗겨 소송 중이다. 김 대표가 A통신사에 기술 도입 의사를 타진하자 이 회사는 도입을 유보한 뒤 2004년 비슷한 서비스를 탑재한 휴대전화를 내놓았다. 김 대표는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도입돼서 다행”이라며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중소기업을 살리고, 우리 경제가 발전하기 위해 꼭 필요한 제도”라고 말했다. 반면 대기업들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도입된 데 불만이 크다. 미국과 영국에서도 대규모 가격 담합과 같은 심각한 불법행위에 대해 제한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기업 간의 계약을 제재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주장이다. 또 ‘실손해 배상’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 민법과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는 데다 경쟁업체나 거래가 중단된 하청업체들이 보복을 위해 징벌적 소송제도를 남발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 신석훈 선임연구원은 “과징금과 형사소송에 더해 피해액의 3배까지 손해배상을 하도록 하는 것은 과도한 제재”라며 “소송 남발 등 이 제도로 파생될 부작용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효과를 거두기 어려운 ‘생색내기’ 제도에 그칠 것으로 본다. 이상돈 중앙대 법학과 교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도입된 미국에서도 소송 남발과 같은 부작용으로 제도를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상황”이라며 “도입이 되더라도 거래가 중단된 하청업체 정도만 활용할 가능성이 높아 별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납품단가 조정 신청권 및 단체 협의권 중소기업들은 ‘납품단가 조정 신청권’만 도입되고 ‘단체 협의권’은 2년 뒤로 미뤄진 것에 대해서는 아쉽다는 반응이다. 조정 신청권이 도입돼 하청업체 대신 중소기업협동조합이 대기업에 납품단가를 올리도록 요청하더라도 하청업체들이 직접 대기업과 협상을 해야 하는 만큼 별 효력이 없을 것이라는 견해다. 최근 원자재 값이 크게 올라 납품을 할수록 손해를 보고 있다는 한 골판지 업체 대표는 “조정 신청권이 주어져도 거래 단절을 각오하지 않고는 대기업을 상대로 강하게 단가 인상을 요구하기 어렵다”며 “조합이 대신 나서 협상하는 단체 협의권이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기업들은 단체 협의권을 도입하는 것은 하청업체들이 납품단가를 담합할 수 있는 공식적인 카르텔 조직을 허용해 주는 ‘반(反)시장주의’ 정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비슷한 상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모여 가격 인상 계획만 의논해도 가격담합으로 제재를 받는 상황에서 중소 하청업체들이 납품단가를 결정해 중소기업협동조합을 통해 협상하도록 하는 것은 지나친 특혜라는 것이다. 또 하청업체들이 납품단가 인상을 요구하며 납품을 지연하는 단체행동에 나서면 경영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단체 협의권에 대해서는 가격담합 우려가 높은 만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학계에서는 2년 뒤 단체 협의권까지 도입되면 오히려 중소기업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기업은 바보가 아니다”며 “지나치게 대기업을 압박하면 하청 대신 계열사를 늘리거나 외국 업체와 계약을 맺어 중소기업의 피해가 늘어날 수 있다”라고 말했다. ▼ 여야 ‘中企표심 잡기’ 경쟁… 공정위 반대에도 통과 ▼정치권 왜 밀어붙이나여야가 재계와 정부의 난색에도 강력한 제재조항을 담은 하도급법을 도입하기로 한 것은 4·27 재·보선과 내년 19대 총선 및 대선을 앞두고 중소기업의 표심(票心)을 잡으려는 양측의 이익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각종 선거를 앞두고 성장보다는 물가 안정과 복지 관련 이슈가 주목받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주요 경제정책의 친(親)서민 친중소기업 현상은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하도급법과 관련해 지역구 소재 중소기업들의 민원이 빗발치자 표를 의식한 여야 의원들은 모두 16건이나 되는 하도급법 개정안을 의원입법으로 국회에 경쟁적으로 제출했다. 법안마다 지역구에 있는 중소기업의 요구사항을 반영하다 보니 법안심사소위에서 이를 조율하는 데 적지 않은 난항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주무 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대기업에 지나친 부담이며 반(反)시장적인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한나라당 서민정책특위위원장인 홍준표 최고위원이 9일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과 오후에 회동해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 탈취 때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기로 잠정 합의했다”고 밝혔으나 공정위는 여당과의 마찰을 각오하고 즉각 이를 부인하는 자료까지 냈다. 이후 한나라당이 보인 대응은 여당이 얼마나 이 법안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이날 저녁 자리에서 이 소식을 들은 홍 최고위원은 식사를 멈추고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백용호 정책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공정거래위원장이 찾아왔을 때 잠정 합의해 놓고 이를 뒤집는 자료를 낼 수 있느냐”며 두 실장에게 바로잡아 달라고 요구했다. 결국 청와대도 여당의 주장을 받아들여 김 위원장과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에서 홍 최고위원은 “공정위에서 상당히 부담스러워했던 것으로 알고 있지만 정부와 청와대 모두 여당안을 받아들이기로 협의를 완료했다”고 쐐기를 박았다. 이날 정무위의 법안심사소위와 전체회의에선 여야가 이의 없이 이 법안을 처리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이승헌 기자 ddr@donga.com}
하청업체의 기술을 가로챈 대기업에 대해 피해액의 3배를 배상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도입된다. 기업의 활동과 관련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국내에 도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재계는 현행 법체계에 어긋나는 과잉규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10일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뼈대로 한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을 통과시켰다. 정부는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대책의 일환으로 지난해 10월부터 하도급법 개정을 추진해왔다. 이 개정안은 11일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부터 하청업체의 기술을 빼앗은 대기업은 하청업체 피해액의 3배를 배상해야 한다. 또 하도급법 개정안은 하청기업을 대신해 중소기업협동조합이 대기업에 납품단가 조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으며 법 위반 정도가 중대한 대기업에 대해서는 고발을 의무화하고 공정거래조정원 산하에 하도급분쟁조정협의회를 설치하도록 했다. 한나라당 서민경제특별위원회의 요구로 도입된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가해자의 법 위반 행위가 악의적일 때 실제 손해액보다 훨씬 높은 금액의 손해배상을 하게 하는 제도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서민경제특위가 중소기업 보호를 위해 획기적인 제도를 도입했다”며 “예전부터 기술탈취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자고 요구해왔는데 합의를 거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재계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에 대해 집단적인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현행법으로도 충분히 규제할 수 있는 기술탈취에 대해 3배까지 손해배상을 하도록 한 것은 명백한 과잉규제”라며 “동반성장을 하자면서 대기업만 몰아붙이는 것은 총선을 겨냥한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이라고 비판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미국 민주당 소속의 맥스 보커스 상원 재무위원장이 9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을 콜롬비아 및 파나마와의 FTA 비준안과 함께 처리하지 않는다면 한미 FTA는 의회 승인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커스 위원장은 이날 론 커크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상원 재무위원회에 출석시킨 가운데 연 청문회에서 “3개 FTA가 패키지로 다뤄지지 않는 한 이들 가운데 어느 것도 의회를 통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상원에서 FTA 비준안 처리의 관문 역할을 하는 보커스 위원장이 3개 FTA의 일괄 처리를 주장함에 따라 앞으로 미 의회의 한미 FTA 비준에 적지 않은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커크 대표는 “다른 FTA 비준 문제로 한미 FTA 비준을 보류시켜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백악관과 의회가 절충점을 찾지 못할 경우 한미 FTA 의회 비준은 당초 예정된 7월 이전에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한편 여야는 4월 임시국회에서 한-유럽연합(EU) 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남경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은 10일 기자들에게 “4월 국회에서 상임위 전체회의를 열기로 여야 간사 간 합의가 있었다. 야당도 한-EU FTA 비준동의안 처리에 크게 반대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합의 처리가 최선이지만 표결 처리를 해서라도 4월에는 FTA 비준동의안을 반드시 처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외통위 간사인 김동철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여야 간사들이 ‘4월 처리’가 아닌 ‘4월 심의’를 합의한 것”이라면서도 “4월 국회에서 심의해 후속보완 대책이 충족되면 처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이승헌 기자 ddr@donga.com}

“국가 망신이자 대한민국 외교사의 치욕적 사건이다.” 9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선 여야 가릴 것 없이 상하이 총영사관 기밀 유출 사건에 대해 강도 높은 질책이 쏟아졌다. 민주당 박주선 의원은 “상하이 총영사관에서 터진 치정, 불륜과 관련된 외교관 사건은 국가 망신에다 치욕적인 국격 훼손”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최재성 의원은 “윤봉길 의사가 일제에 항거해 폭탄을 던진 상하이에서 외교공무원들은 조국을 향해 ‘수치심의 폭탄’을 던졌다”며 “올해 1월 총리실에 이번 사건이 처음 제보됐다는데 지금까지 외교부는 무슨 조치를 취했느냐”고 질타했다. 같은 당 김동철 의원은 “이번 사건(의 본질)은 외교통상부의 총체적 기강 해이”라고 규정했다. 한나라당 구상찬 의원은 “외교부가 고개를 못 들 정도의 사건이 발생했다”고 꼬집었다. 구 의원과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은 이번 사건은 정권 창출에 기여한 비(非)외교관 출신 인사들이 재외공관에 대거 진출한 데 따른 ‘인재(人災)’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원혜영 의원은 “이번 사건은 현 정부 인사 실패의 대표 사례”라고 말했다. 의원들은 총리실이나 외교부 차원의 조사가 아니라 검찰에서 본격적으로 수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야당은 이번 사건을 조사 중인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실이 지난해 민간인 사찰로 비판을 받은 만큼 조사 주체로 부적합하다고 주장했다. 박주선 김동철 의원은 “총리실은 수사권이 없는 만큼 정확한 진상 파악을 위해 검찰에 수사 의뢰하거나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한나라당 윤상현 의원은 “국가정보원 차원의 특별수사팀을 꾸려 조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저축은행 부실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권 재원과 함께 사실상의 공적자금인 정부출연금이 투입된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9일 오후 법안심사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잇따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여야는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이르면 11일 본회의에서 개정안을 처리할 계획이다. 개정안은 저축은행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저축은행 구조조정 특별계정’을 만들어 정부출연금과 예금보호기금 내 기존의 업권별 계정에 적립된 금융권의 재원으로 충당하기로 했다. 정부출연금은 2000억 원가량 투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는 부칙을 통해 특별계정의 운용 기한을 2026년 12월 31일로 정했다. 정부출연금 투입에 따라 특별계정의 결산 및 운영계획은 국회에 보고하도록 했다. 당초 정부 여당은 예보기금 내 업권별 계정에 적립된 재원 중 50%를 쏟아 10조 원 규모의 공동 계정을 만들어 저축은행 정리에 사용하는 내용의 예보법 개정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금융권 재원만으로는 또 다른 저축은행 부실 사태를 낳을 수 있는 만큼 공적자금 투입이 필요하다며 처리에 반대해 왔다. 이 같은 대립에는 4·27 재·보궐선거 등 주요 정치 일정을 앞두고 사실상의 국민 세금인 정부출연금을 투입하는 데 대한 정부 여당과 야당의 엇갈린 정치적 셈법도 작용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예보법 개정안 반대 의사를 굽히지 않았고, 결국 정부는 민주당 의견 중 일부를 반영해 8일 전격적으로 정부출연금 투입을 핵심으로 하는 수정 예보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9일 통과시켰다. 이날 개정안 처리로 특별계정 규모는 당초 정부 여당이 계획했던 10조 원보다는 다소 적을 것으로 정부는 예상하고 있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여야는 정치자금법 개정안에 대한 여론이 급속히 악화되자 일단 처리 시점은 미루면서도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소나기 여론을 피해 잠시 움츠리지만 곧 대국민 설득 작업 등을 통해 명분을 축적하겠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는 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정자법 개정안 처리에 따른 책임을 회피할 생각이 없다. 잘못이 있다면 비판을 달게 받겠다”면서도 “억울한 점이 많다”며 개정안의 당위성을 피력했다. 그는 “깨끗한 정치 후원금을 유도하기 위해 소액 정치후원금제를 만들었는데 (현 정자법이) 급하게 만든 법이어서 미비한 점이 있어 해당 부분은 고쳐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건의가 있었다. 그래서 여야가 합의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개정안 필요성을 밝힌 전날 견해를 고수하고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박 원내대표는 국민의 비판 여론이 비등한 만큼 당장은 처리하기 어렵다는 생각이지만 당내 많은 의원들은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이라고 전했다. 정자법 개정에 민주당이 한나라당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데는 야당으로서 소액 후원 모금 채널을 다양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깔려 있다는 설명이 많다. 김무성 원내대표도 이날 “권력에 대한 피해의식이 있는 야당이 (원활한 정치자금 모금을 위해) 정자법을 고쳐야 한다는 생각을 강하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여야는 정자법 개정안에 대한 여론 추이를 지켜보다 3월 임시국회에서 상황 반전이 어렵다면 곧바로 4월 임시국회를 소집해 개정안의 불씨를 살려갈 계획이다. 실제로 여야는 4·27 재·보궐선거를 이유로 시간을 앞당겨 3월 28일부터 4월 임시국회를 소집하는 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3월 말이면 정자법 개정안을 둘러싼 비판여론도 일단 소강상태에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정자법 개정안은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청목회 사건에 소급 적용될 것”이라고 말해 의원들이 면소(免訴)처분을 받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여야 일각에서는 8일 정자법을 개정하더라도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 입법로비 의혹 관련 의원들이 면소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정자법 개정으로도 청목회 관련 의원들이 면소받지 않는다는 해석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법률지원단장인 판사 출신 여상규 의원도 “(단체와 ‘관련된’ 자금을 처벌대상에서 제외하는) 개정안에 따르더라도 청목회라는 ‘단체’가 8억 원을 모금해 의원들에게 제공한 것이므로 해당 의원들이 면소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정치자금법 개정안 기습처리를 계기로 10만 원 이하 소액 정치후원금에 대한 세액공제(세금으로 전액을 돌려받는 것) 제도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치인에 대한 유권자의 소액 후원을 활성화해 정치 참여를 확대한다는 입법 취지와 달리 후원금 ‘명의 쪼개기’를 통한 불법 후원금 제공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문제점 때문이다. ○ ‘세금을 로비 자금으로 활용’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 입법로비 사건에서 보듯이 기업이나 이익단체가 조직적으로 구성원들을 동원해 10만 원씩 후원금을 내는 수법이 일반화됐다. 구성원들이 별다른 거리낌 없이 자신의 돈으로 후원금을 내는 것은 세액공제를 통해 전액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국민의 세금이 기업, 단체의 로비자금으로 사용되는 셈이다. 세액공제 제도는 2004년 3월 정치자금법을 개정하면서 기업과 법인의 정치후원금을 금지하는 대신 소액다수 후원을 활성화하기 위해 도입했다. 당시에도 세수의 감소와 형평성 문제 등이 지적됐다. 종교단체나 시민사회단체에 주는 기부금은 연말정산을 통해 일부를 돌려받는 소득공제 방식이 적용되는 데 비해 정치인에게 주는 10만 원 이하 후원금은 전액을 되돌려주는 것은 정치권에 대한 특혜라는 것이다. 10만 원이 넘는 정치후원금은 다른 기부금처럼 소득공제 대상이다. 그럼에도 기부 문화가 활성화되지 않은 사회환경과 과거 선거 때마다 정치인에게 ‘얻어먹은’ 경험만 있고 물질적인 기여를 해본 적이 없는 유권자들이 이런 혜택이 없이는 쉽사리 지갑을 열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 이 제도가 도입됐다. 그러나 세액공제 혜택에도 불구하고 소액후원금 활성화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2009년 국세청에 (세액공제 대상으로) 파악된 소액후원금은 293억 원으로, 같은 해 각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 지급 총액(309억5500만 원)보다 적었다. 2007년의 경우 소액후원금을 내고 세액공제를 받은 사람은 29만9000여 명으로, 이는 2007년 대선 유권자(3765만 명)의 0.8%에 불과했다. 반면 2008년 미국 대통령선거 당시 버락 오바마 후보가 받은 정치후원금 중 소액기부(200달러 이하) 비율이 57%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선거 당시 소액기부로만 3억5400만 달러(약 3958억 원)를 모금했다. 외국의 경우 소액후원금에 대해 100% 세액공제를 해주는 사례는 별로 없다.○ 세액공제 존폐 논란과 대안 소액후원금 세액공제 제도의 존폐에 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국회 입법조사처 이현출 정치의회팀장은 “당분간은 소액후원금을 떠받치고 있는 이 제도의 유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권경석 신지호 의원을 비롯한 일부 의원 사이에서는 “세액공제는 사실상 국고에서 의원들을 지원해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아예 의원별 후원회를 없애 후원금을 별도로 받지 말고 국가가 세금으로 모든 의원에게 균등하게 후원금을 나눠주자”는 주장도 나온다. 권 의원이 2009년 2월 이런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의원들의 선거비용을 국고로 보전해주고 매달 세비를 지급하는 데다 의정활동 비용까지 세금으로 보전해주는 것은 지나치다는 비판이 만만치 않다. 유권자가 자신이 지지하지도 않는 의원들에게 들어갈 후원금을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제공하게 된다는 점에서 참여민주주의 정신에 반한다는 지적도 있다. 경희대 김민전 교수(정치학)는 세액공제를 폐지하는 대신 소액후원금에 대한 매칭펀드제 도입을 제안했다. 예를 들어 모금액이 아닌 후원자 수에 따라 국고에서 지원금을 보태주는 것이다. 이 제도를 도입하면 유권자가 후원금을 돌려받지 못해 ‘후원금 쪼개기’에 가담할 가능성은 줄어드는 대신 의원들은 소액후원자 수를 늘리기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게 된다는 것이다. 정부로서는 유권자에게 돌려줄 돈으로 의원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기 때문에 추가 예산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주장이다.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이승헌 기자 ddr@donga.com@@@@@@@@@@@@@@@@@@@@}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정치자금법 개정안 기습처리의 ‘숨은 주역’인 한나라당 김무성,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들끓는 여론에도 개정안 처리 의지를 굽히지 않아 그 속내에 관심이 쏠린다. 두 원내대표는 7일 여론은 물론 당 내에서도 비판이 쏟아지자 ‘3월 임시국회로 처리 시점을 못 박은 것은 아니다’라고 한발 빼면서도 처리 의지를 거듭 밝혔다. 수십 년 정치 관록의 두 중진이 여론의 역풍이 뻔한 사안에 총대를 멘 것에 대해서는 ‘포스트 당대표’를 감안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많다. 5월 임기가 끝나는 김 원내대표는 4·27 재·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한나라당에서 조기전당대회 개최론이 나오면 차기 대표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된다. 박 원내대표도 11월로 예상되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표를 노리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강화된 정치자금법으로 의원 대부분이 자금난에 허덕이는데 두 원내대표가 손잡아 이를 개정하면 많은 의원의 ‘숙원 과제’를 해결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도 “지금은 여론의 비판을 받지만 일부 의원에게는 ‘의거’로 받아들여진다”고 전했다. 온건파로 분류되는 한나라당 안경률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이 이번 개정안 처리를 주도한 배경을 놓고도 여러 해석이 나온다. 안 위원장은 통화에서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것을 늦출 이유가 없었다”고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안 위원장이 김무성 원내대표의 유력한 후임으로 거론되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시각이 많다. 한편 한나라당 임동규, 민주당 백원우 의원이 정치자금법 개정에 유독 적극적인 이유도 관심을 모은다. 임 의원은 4일 행안위 정치자금소위에서 정자법 중 ‘기부의 제한’을 더욱 풀자는 주장을 했다가 주변의 만류로 철회했다. 동양유리공업 회장과 서울시의회 의장을 지낸 재력가인 임 의원은 본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치자금을 투명하게 걷는 것이 정치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게 평소 소신”이라고 주장했다. ‘친노(친노무현)계 386’인 백 의원은 이번 정자법 개정안 처리 과정에 참여한 것은 물론이고 지난해 11월 30일 후원금 명세만 공개하면 돈을 준 쪽이나 받은 국회의원을 처벌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치 입문 전 노동운동에 투신했던 백 의원이 내년 총선에서 노동계의 소액후원금 모금을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란 관측도 있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국회 의원회관 지하의 사우나를 자주 이용하는 남성 의원들의 친목모임인 ‘목욕당(沐浴黨)’ 소속 여야 의원들이 7일 오후 서울 마포의 한 곱창집에서 만찬 회동을 했다.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가 주최한 이날 모임에는 2009년 만들어진 ‘목욕당’ 공동대표인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와 민주당 최인기 의원을 비롯해 여야 의원 3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만찬에서는 지난해 말 예산안 처리과정에서 몸싸움을 벌여 사이가 서먹했던 한나라당 김성회 의원과 민주당 강기정 의원이 ‘러브샷’을 해 눈길을 끌었다. 술이 몇 순배 돌자 여야 의원들은 두 의원에게 화해를 권했고,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한다”며 팔을 꼬아 폭탄주를 마셨다. 김 의원이 “나라를 사랑하는 방법이 달랐다”고 하자, 강 의원이 “선배님들 계신데 죄송하다. 앞으로 열심히 하겠다”고 말해 좌중에선 ‘와’ 하며 박수가 터졌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4·27 재·보궐선거 공천 마감(15일)을 일주일여 앞두고 후보 선정을 앞둔 여야의 예비선거전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경남 김해을 지역의 유력 한나라당 후보로 거론되는 김태호 전 경남지사가 귀국하면서 여야의 막판 후보 선별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국무총리 후보자에서 낙마한 뒤 지난해 10월 중국으로 유학을 떠났던 김 전 지사는 5일 부산 김해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일을 하고 싶어 미치겠다. 김해을 보선 출마 여부는 김해 시민들을 직접 만나보고 결정하겠다”며 강한 출마 의사를 내비쳤다. 민주당은 중량급 인사를 내세워 수성하겠다는 복안이다. 곽진업 전 국세청 차장, 경남지방경찰청장 출신의 박영진 변호사, 김윤현 온누리청소년수련원 원장 등 3명을 대상으로 13, 14일 여론조사 방식의 국민참여경선으로 후보를 확정한 뒤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와의 단일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강원지사 선거는 엄기영(한나라당)-최문순(민주당) 두 전직 MBC 사장 간 경쟁구도가 펼쳐질지가 관심사다. 벌써부터 두 유력 후보 간의 신경전도 거세다. “말을 잘하지만, 좀 쉽게 한다는 생각이 든다”(엄기영) “둘(한나라당과 엄기영)의 만남은 야합과 기회주의의 전형이다”(최문순)라는 식의 날 선 공방이 오가고 있다. 여야를 가리지 않는 장외 신경전도 뜨겁다.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은 6일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한나라당에 절망한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치열한 전쟁인 선거에서 어정쩡한 용병으로는 절대 승리할 수 없다. 엄 전 사장은 광우병 파동 때 정론은커녕 왜곡 선동에 앞장섰던 MBC의 사장이었다”고 엄 전 사장을 비판했다. 조일현 전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강원지사 출마를 선언하며 두 유력 후보를 비난했다. 조 전 의원은 최문순 의원에 대해 “최 의원은 남의 집에 알을 낳고 새끼 치는 뻐꾸기 정치인으로 한나라당 소속 엄기영 전 MBC 사장과 같은 류(類)”라고 비판했다. 여야 대표는 강원지사 선거를 이번 재·보선의 하이라이트로 보고 ‘다걸기(올인)’에 나설 태세다. 한나라당 인상수 대표는 여당만이 제시할 수 있는 강원도 맞춤형 공약을 가다듬고 있으며 김진선 전 강원지사,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등 거물급 인사들에게 지원을 요청해뒀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이번 주부터 매주 두 차례 이상 강원지역을 찾아 공을 들일 예정이다. 야권 연대를 위해 ‘텃밭’인 전남 순천에서 후보를 내지 않기로 배수진을 친 만큼 이광재 전 지사의 사퇴로 공석인 강원도를 지켜내지 못하면 위상에 큰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경기 성남 분당을의 경우 한나라당은 후보가 너무 많아서, 민주당은 마땅한 후보가 없어 걱정이다. 한나라당의 핵심 관계자는 “강재섭 전 대표, 정운찬 전 총리 등 후보군이 넓은 만큼 민주당이 어떤 후보를 내느냐에 따라 맞춤형으로 후보를 고르면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손 대표가 여러 인사를 계속 접촉하고 있지만 아직 대안을 찾지 못했다. 당내에서 손 대표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세종시 총리에서 동반성장의 전도사로.’ 정운찬 전 국무총리의 변신이 화제다. 최근 동반성장위원장 자격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초과이익 공유제(Profit Sharing)’를 주창하고 나서며 여론의 중심에 서는 데 성공한 것이다. 대기업 초과 이윤의 일부를 협력업체들의 기술개발 등으로 쓸 수 있도록 하자는 초과이익 공유제는 파격적인 발상이다. 이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흥미를 끄는 이유는 “반(反)시장적이다, 아니다”의 차원을 넘어 이명박 정부의 국정기조와 닿아 있는 데다 여권 내부의 묘한 권력관계까지 얽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문제는 정치적으로 아주 민감한 이슈다. 중소기업인들이 즐겨 쓰는 건배사가 ‘9988을 위하여’라고 한다. 대한민국 기업의 99%가 중소기업이고, 근로자 88%가 중소기업에 몸을 담고 있다는 뜻이다. 정부나 여권으로선 수적으로 압도적으로 많은 중소기업 근로자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가 이번 논란이 불거진 이래 “동반성장위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이다. 현재 입장을 말할 단계가 아니다”(김희정 대변인)라며 공식적으로 유보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한편에선 “반시장적 분배정책이자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이라고 비판하고 다른 한편에선 “중소기업 및 근로자들에게 실질적 혜택이 돌아가게 할 획기적인 구상”이라고 옹호한다. 청와대 내에서도 경제수석실은 시장경제 원리를 훼손하는 발상이라는 쪽인 반면 정무수석실은 “정 전 총리가 못할 말을 한 것은 아니다”는 쪽에 더 가까운 것도 이런 현실과 무관치 않다. 한 청와대 참모는 일부 대기업의 성과급 돈잔치를 비판하면서 “법이나 제도로 강제하는 게 아니라 대기업이 자율적으로 초과 이윤의 일부를 이윤 창출에 기여한 협력업체에 지원해 생산성 향상이나 기술개발에 쓸 수 있도록 하자는 게 뭐가 문제냐”고 말했다. 물론 청와대 참모들도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쪽의 의견이 많긴 하다. 이 대통령은 초과이익 공유제에 대한 얘기를 듣고 별다른 언급 없이 빙그레 웃기만 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한나라당도 비슷한 분위기다. 홍준표 최고위원만 “급진 좌파적인 주장”이라며 대놓고 정 전 총리를 비판하는 형국일 뿐 다른 의원들은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정책위의 한 관계자는 “초과이익 공유제는 거의 좌파 수준의 정책으로 복지정책 중에서도 상당히 왼쪽에 가 있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포퓰리즘적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상생과 동반성장이라는 화두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한나라당과 정부가 이슈를 주도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는 나쁠 것이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경제학계에선 부정적인 견해가 더 많다. 정갑영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시장경제에서 기업의 이익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주주들이 결정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대 교수는 “시장경제원칙을 규정한 헌법 조항이 있는데 대표적인 시장경제주의자인 정 전 총리의 아이디어라고는 믿기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정 전 총리의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시각도 있다. 가까이는 4·27 재·보궐선거, 멀리는 내년 총선과 대선구도까지 겨냥해 치밀히 고안된 아이디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당 서민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홍 최고위원이 극력 반대하고 나선 것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4·27 재·보선 후 당 지도부 입성 가능성이 거론되는 정 전 총리를 경계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이승헌 기자 ddr@donga.com}
국회 외교통상통일위는 3일 전체회의를 열고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상정했다. 이에 앞서 민주당이 한-EU FTA 국문본의 번역 오류로 인한 숙성기간 미비를 들어 반대를 주장하는 바람에 한때 정회되기도 했다. 비준동의안은 이날 우여곡절 끝에 상정됐으나, 비준안 처리 시점에 대해서는 여전히 여야가 대립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7, 8일 법안소위에서 논의한 뒤 9일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처리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FTA가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대책을 우선 마련한 뒤 3월 임시국회 이후에 논의하자고 맞서고 있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제도를 탓하기 전에 의원들의 마음가짐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한국의 대표적인 의회주의자로 꼽히는 이만섭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갈수록 불성실해지는 후배 의원들의 본회의장 출석 성적에 대해 3일 이같이 말했다. 다양한 활동으로 바쁘겠지만 의정활동의 기본은 국회에서 시작된다는 게 두 전직 의장의 한결같은 충고다. 14, 16대 전반기 국회를 이끌었던 이 전 의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예전 국회의원들은 독재와 투쟁하느라 지금 의원들보다 더 바빴지만 가급적 국회를 지키려고 노력했다”며 “지역구 활동도 중요하지만 정부 견제라는 국회의 책무를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생각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 전 의장은 “대정부질문 등 본회의를 진행하는 국회의장단의 리더십도 중요하다”며 “의원들이 자리를 지키지 않으면 의사봉을 놓고 참석을 독려하거나 필요하면 경고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 전 의장은 회의에 자주 결석하는 의원들을 메모했다가 다음 본회의에서 실명을 공개하기도 했다. 16대 후반기 국회를 맡았던 박 전 의장은 이날 통화에서 “의원들이 본회의장에서 다양한 논의와 토론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도록 함께 노력하지 않으면 이 같은 현상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 전 의장은 “여야 의원들이 회의만 열리면 서로 비난하고 힐난하는 분위기에서 장시간 회의장에 앉아 있기 어려울 수 있다”며 “가끔 유머도 곁들이며 정치를 즐기는 선진 정치문화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아쉬워했다. 박 전 의장은 “선진국에서도 일부 의원은 의석을 비우기도 하지만 중요한 회의에는 원내대표단이 다양한 방법으로 독려해 참석하도록 하고 있다. 정치적 채찍과 당근이 동시에 필요하다”고 덧붙였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한나라당 소속인 정의화 국회부의장(사진)은 2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슬람채권법) 도입에 대한 개신교계의 반발과 관련해 “특정 교단이 낙선운동을 거론하고 대통령 하야 운동까지 벌이겠다는 것은 충격적이며 정도를 넘어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가 지난달 24일 ‘대통령 하야 운동’ 발언을 한 뒤 여권에서 이슬람채권법과 관련해 개신교계를 공개 비판한 것은 정 부의장이 처음이다. 개신교도인 정 부의장은 이날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슬람채권 수익금의 일부가 이슬람의 지하드(성전) 조직에 흘러갈 수 있다는 개신교계의 우려를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면서도 “세속의 갈등을 치유해야 할 종교계가 교단의 이익을 앞세운다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될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헌법에도 정교(政敎)분리의 원칙이 있는데 종교계는 정치권에 대한 엄포와 협박으로 뜻을 관철하려는 자세를 버려야 한다”며 “국회도 더는 갈등이 확산되지 않도록 모든 조정 기능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이번 논란은 개신교계에 도움이 안 된다. 다른 종교의 시선도 생각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현 정부 출범을 멀리서나마 지켜본 입장에서는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이다.”(인명진 갈릴리교회 목사) “개신교가 이슬람채권법에 반대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이슬람권이 한국을 아시아권 포교의 교두보로 활용하려는 데 대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김진홍 두레교회 원로목사) 중동 오일머니를 유치하려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슬람채권법)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대표적인 개신교 지도자로 이명박 정부 출범에 기여했던 인명진, 김진홍 목사가 이슬람채권법에 대해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200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으로 의원들에게 따끔한 질책을 서슴지 않았던 인명진 목사는 보수교계와 다른 의견을 피력했다. 인 목사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슬람채권법은 철저히 국익 위주로 판단해야지 종교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인 목사는 “이슬람채권법에 대한 교계의 걱정을 이해한다. 기독교 역사는 기본적으로 이슬람과의 대결”이라면서도 “설령 이슬람채권법을 기반으로 이슬람이 한국에서 포교를 확대하더라도 기독교가 우월한 교리로 승부하면 되지 대통령 하야 또는 의원들의 낙선 운동 운운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의장으로 이 대통령을 적극 지지했던 김진홍 목사는 역시 본보와의 통화에서 개신교계가 이슬람채권법에 반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설명했다. 김 목사는 “단순히 개신교를 위해서가 아니라 국가적으로 큰 어려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목사는 개신교계의 최근 움직임이 헌법상 정교분리(政敎分離) 원칙에 저촉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정교분리 원칙은 있지만 (군사독재 시절에도 그랬듯) 나라의 장래에 대해 종교인들이 걱정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여의도 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의 ‘하야(下野) 발언’(본보 25일자 A1면 참조)에 대해서는 “그만큼 교계에서 이슬람채권법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점을 조 목사가 강경하게 표현한 것”이라며 “정부 여당도 경제 논리만 내세우지 말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슬람채권법에 대해 사뭇 다른 의견을 피력한 두 목사는 이슬람채권법 논란의 배경으로는 한목소리로 정부 여당의 소통 부재를 지적했다. 김 목사는 “이명박 정부가 국민을 설득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그저 ‘열심히 일하면 알아주겠지’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달 전에 이 대통령을 만났다는 김 목사는 이슬람채권법 논란이 계속되면 이 대통령에게 개신교계와의 다양한 소통과 대화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인 목사도 “많은 사람들이 기대감을 갖고 이 정권을 지켜봤는데 대통령이 국민들과 소통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 같다”며 “대통령이 가끔은 백성들에게 져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러면서 다양한 여론을 접할 기회를 얻을 텐데…”라고 아쉬워했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장면1 2001년 9월 17일.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참모들과 함께 워싱턴의 이슬람 사원을 찾는다. 3000명에 가까운 희생자를 낸 9·11테러 발생 엿새 후였다. 그는 “이슬람은 평화다. 테러리스트들은 평화 대신 전쟁을 원한다”며 테러를 자행한 알카에다와 이슬람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9·11테러로 미국 내 이슬람교도에 대한 증오 범죄가 급증하는 것을 막기 위한 행보였다. #장면2 2011년 2월 말. 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신임 회장 취임 감사예배(24일)에서 “이슬람채권법의 입법화를 계속 추진한다면 이명박 대통령 하야 운동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와 정부, 한나라당은 냉가슴만 앓을 뿐 직접 대응을 하지 못했다. 중동 오일머니를 활용하기 위한 정부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슬람채권법·일명 수쿠크 법안)에 대한 개신교계의 반대 수위가 위험할 정도로 높아졌지만 여권은 개신교 눈치만 보는 양상이다. 이슬람채권법 찬성 인사들에 대한 낙선운동 시사에 이어 대통령 하야 발언까지 공공연히 할 정도로 종교가 정부의 입법활동을 제지하는 것은 정교분리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헌법학계 원로인 허영 헌법재판연구소 이사장은 “정부의 정책 결정에 대해 낙선운동, 대통령 하야 운운하며 반대하는 것은 지나친 종교 활동으로 헌법상의 정교분리 원칙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27일 현재까지 아무런 공식 논평을 내지 않았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이 25일 브리핑에서 조 목사 발언에 대한 기자들의 물음에 “별다른 논의를 한 게 없다”는 반응을 보인 게 전부다. 한나라당 지도부도 김무성 원내대표가 2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2월 국회 처리 유보 의사를 밝힌 이후 입을 꽉 다물고 있다. 대통령 하야 운동 발언이 본보 보도를 통해 알려진 뒤에도 마찬가지다. 한 고위 당직자는 ‘이슬람채권법을 나중에 처리할 것이냐’는 물음에도 “2월에 못하니까 3월에 하겠다는 말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이해해 달라”며 난감한 속내를 내비쳤다. 여권의 침묵에는 물론 개신교 표심에 대한 걱정이 깔려 있다. 한 재선 의원은 “가뜩이나 불교와 천주교로부터 당이 ‘왕따’를 당하고 있는데 개신교 표심까지 흔들리면 이 정권이 급속히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권 내부에도 분열상이 드러난다. 친이(친이명박) 직계로 개신교 신자인 한 의원은 “개신교에서는 이슬람채권법 통과 여부를 절체절명의 문제로 보고 있다. 개신교에서는 공산주의 유물론과 이슬람교가 대표적인 ‘적(敵)그리스도’다. 그런데 장로인 대통령이 이런 인식을 못했다는 데 대해 대통령의 ‘영적 분별력’에 큰 회의를 갖고 있다”고 교계 분위기를 전했다. 한나라당은 26일 개신교 측에 “이슬람채권법을 처리하지 않겠다”는 뜻을 비공식적으로 전달했으나 개신교 측은 “그게 사실이라면 당의 이름으로 언론에 발표하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의원은 “한편으론 이슬람채권법을 접으면 이 정권이 결국 개신교 정권이라는 말만 들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청와대 참모들조차 ‘장로 대통령’의 심기를 살피는 데 급급한 모습이다. 이런 여권의 태도에 비판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국회 관계자는 “헌법상의 정교분리 원칙을 거스르는 명백한 ‘위헌 발언’에도 국정 운영 측에서 일언반구도 하지 못하고 오히려 눈치를 보는 상황은 정상적인 국가의 모습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허 이사장은 “정책 결정을 해놓고도 (특정 종교의 반대 때문에) 주춤하는 모습은 우리 정치 수준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얘기다”라고 비판했다. 조 목사는 27일 설교에선 ‘하야 발언’은 지나친 표현이었음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청와대 측의 유감 표시가 조 목사 측에 전달됐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이명박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이슬람채권법 문제에 대한 태도를 밝힐지에 개신교계는 물론이고 정관가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정교분리(政敎分離) ::국가 권력이 특정 종교를 우대하거나 차별하지 않고, 종교는 정치에 원칙적으로 개입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정교분리 개념은 강력한 교권을 기반으로 종교가 정치에 개입하면서 혼란을 겪은 서양의 역사적 경험을 토대로 형성됐다. 그 후 토머스 제퍼슨 미국 대통령이 1802년 정교분리(separation of church and state)라는 표현을 처음 사용했으며 미국 헌법에 이 원칙이 반영된 뒤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헌법으로 채택하고 있다.:: 헌법에 명시된 정교 분리 원칙 ::헌법 제20조 ①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 ②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