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많은 사람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는 베스트셀러. 창작자들은 자신이 만든 콘텐츠가 베스트셀러가 되길 꿈꾸지만, 실제로 실현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이 희귀한 확률을 뚫고 베스트셀러가 된 콘텐츠가 탄생한 과정을 들여다본다. 창작자의 노하우를 비롯해 이 시대 사람들의 욕망, 사회 트렌드 등을 확인할 수 있다.한강 작가가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받은 후 그의 책들이 서점가를 휩쓸었다. 한데 그의 책 없이 노벨상 열풍으로 잭팟을 터뜨린 곳이 있다. 트로이목마 출판사로, 책은 시리즈 ‘알아두면 쓸데 있는 유쾌한 상식사전’의 ‘과학·경제 편’이다. 박창흠 트로이목마 대표(53)가 한강 작가의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에 담긴 시와 ‘알아두면 쓸데 있는…’에 나오는 내용을 재치 있게 연결시켜 포털사이트에 올린 글이 큰 주목을 받으며 판매가 껑충 뛴 것. 한강 작가의 시다. ‘전철 4호선,/선바위역과 남태령역 사이에/전력 공급이 끊어지는 구간이 있다./숫자를 세어 시간을 재보았다./십이 초나 십삼 초./그사이 객실 천장의 조명은 꺼지고/낮은 조도의 등들이 드문드문/비상전력으로 밝혀진다./책을 계속 읽을 수 없을 만큼 어두워/나는 고개를 든다./…(중략)…/확연히 느려졌다고 느낀 순간,/일제히 조명이 들어온다. 다시 맹렬하게 덜컹거린다./갑자기 누구도 파리해 보이지 않는다./무엇을/나는 건너온 것일까?’실제 전철 4호선을 타면 전력 공급 방식 변경으로 일부 전등이 소등되고 냉난방 장치가 잠시 정지된다는 안내 방송이 나온다. 이 구간에서는 좌측통행 교류 방식의 철도와 우측통행 직류 방식의 지하철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 최초의 공법을 적용했다고 한다. 이를 설계한 과학자가 “무엇을 나는 건너온 것일까?”라는 작가의 질문을 들었다면 “입체 교차 방식의 꽈배기 굴을 통과하셨습니다!”라고 답했을 것이라는 것. 박 대표는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에 우리 출판사 책과 한강 작가를 연결시킬 게 없을지 고민하며 작가의 책들을 살펴보다 찾아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지난달 출간한 ‘책을 마케팅할 때 알아야 할 10가지’(sbi)에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성과를 낸 과정을 소개했다. ‘엄마의 말 공부’, ‘만화로 보는 3분 철학’ 시리즈 등을 히트시킨 민혜영 카시오페아 대표(48)도 함께 낸 ‘마케팅을 품은 출판 기획’(sbi)을 통해 독자의 갈증을 풀어주는 책을 만드는 방법을 공개했다. 이들 책은 한국출판인회의가 운영하는 출판 전문교육기관인 서울북인스티튜트(SBI)가 올해 개원 20주년을 맞아 기획한 출판 교육 실무서 ‘본(本) 시리즈’로 출간됐다. ‘마케터의 팔리는 글쓰기’(정민호 문학동네 마케팅국장 지음), ‘에디터를 위한 보도자료 실전 매뉴얼’(백우진), ‘출판인을 위한 AI 활용법’(박찬규 위키북스 대표)까지 총 5권이 지난달 나왔다. 이들 책은 곧바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책에 대해 다뤘지만 생생한 사례를 통해 기업, 지방자치단체 등 분야에 상관없이 마케팅과 홍보가 필요한 이들에게 영감을 준다. 박 대표와 민 대표, 김인호 서울북인스티튜트 원장(바다출판사 발행인)을 서울 마포구 한국출판인회의 사무실에서 지난달 16일 만났다. 박 대표는 출판사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하기 전 취업에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원서를 넣은 회사가 100곳이 넘어요. 계속 떨어졌죠. 일일이 세기 힘들 정도로 거절당하니까 너무 아팠어요. 출판사에 첫 출근한 날짜 2000년 3월 2일을 늘 기억하고 있습니다.”출판계에 마케팅에 대한 개념이 거의 없던 시절, 그는 판매를 늘리기 위해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혀가며 여러 시도를 했다. 그가 웅진씽크빅에서 근무하던 2010년 ‘스위치’ 출간을 앞두고 있었다.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한 행동설계의 힘을 다룬 책이었다. 선인세를 많이 준 책이어서 널리 알려야했다. 마케팅 회의 때 신입 사원이 이 책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세워 선거 유세 형식으로 길거리 홍보를 해 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당시 전국동시지방선거 기간이었다. 신입 사원은 책 제목이 ‘스위치’이니 시장 선거를 통해 서울시를 바꿔보자는 개념과도 맞아떨어진다고 했다. 황당하게 들렸지만 박 대표를 포함해 회의 참석자들은 재밌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문의한 결과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스위치’를 기호 5번 후보로 내세웠다.(서울시장 후보가 4명이었다) 선거 유세 차량 스타일로 트럭 2대를 만들어 하루 종일 서울을 누비고 다녔다. 책 표지에 있는 캐릭터인 코끼리탈을 쓰고 책을 알렸다. “당신의 투표가 서울을 ‘스위치’합니다”라는 문구도 붙였다. 이는 단박에 대중의 큰 주목을 받았다. “처음 신입 사원의 얘기를 들었을 때는 ‘책이 사람이야?’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바로 말하지 않고 더 들어보기로 했죠.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 성과가 났어요. 특이한 아이디어를 내면 면박 주지 말고 격려해야 참신한 시도를 할 수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습니다.” ‘기요사키와 트럼프의 부자’ 책을 담당하던 때, 재고가 많이 쌓였다. 그는 독자 한 명에게 여러 권을 팔 방법을 고민했다. 오래 전 유명 네트워크마케팅회사 사업자 모임에 참석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당시 최상위 등급 사업자가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를 소개하자 참석자들이 책 이름을 메모하며 구매했던 모습이 생각났다. 다행히 ‘기요사키와 트럼프의 부자’에 네트워크마케팅 파트가 한 꼭지 있었다. 이에 대형 네트워크마케팅회사 쇼핑몰에 입점된 온라인 서점에 연락해 이벤트를 열었다. 1권, 3권, 5권, 10권을 샀을 때 각각 다른 선물을 줬는데 10권 세트가 특히 인기가 많았다.(도서정가제가 시행되기 전이었다.) 네크워크사업자들은 하부 조직을 관리하기 위해 책을 대량으로 사서 나눠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 이에 한 달 만에 1000권 넘게 팔았다. 2009년 출간된 리처드 탈러의 ‘넛지’가 6개월 만에 10만 권 넘게 판매되며 베스트셀러가 된 후 판매량이 뚝 떨어졌다. 평소 신문을 꼼꼼하게 읽던 박 대표는 기사를 보다 무릎을 쳤다. 영등포구의 한 지역 담벼락에 쓰레기 투기가 계속돼 경고 문구를 붙여도 소용이 없었는데 구청 공무원의 아이디어로 장미꽃 넝쿨을 조성하자 쓰레기 투기가 사라졌다며 이를 ‘넛지 효과’라고 한 것. 그는 작은 계기가 행동의 변화를 일으키는 ‘넛지’가 보통 명사처럼 사용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환경부와 함께 넛지를 적용한 환경 개선 아이디어 공모전인 ‘넛지 공모전’을 진행했다. 넛지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졌고 이는 책 판매로도 이어졌다.그는 금융, 여행, 엔터테인먼트 등 여러 업종에서 일하는 마케터들의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2005년 기사를 보고 이런 모임이 있다는 걸 알았어요. 출판계 담당자는 없더라고요. 기자에게 메일을 보내 모임 운영자의 메일 주소를 알려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모임에 참여하고 싶은 이유와 제가 어떤 도움이 될 지 자세하게 써서 메일을 보냈죠.”모임에 가입한 후 서로 정보를 나누고 다른 분야의 트렌드도 파악한다. 협업을 하기도 한다. “여행박람회 때 출판사로는 유일하게 부스를 만들어 책을 알렸어요. ‘알아두면 쓸 데 있는…’ 시리즈의 저자도 이 모임을 통해 만났습니다.”그는 책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품위를 더해줘 어떤 종류의 상품과 연계해도 잘 어울리는 매력을 지녔다고 말한다. 박 대표는 “안 될 것 같다고 판단하지 말고 일단 한 번 던져보는 게 중요하다. 마케터에게 필요한 건 ‘왜?’가 아니라 ‘왜 안 돼?’라는 자세”라고 강조했다. 민 대표는 기존에 다루지 않았던 주제 혹은 형식의 책을 선보여 반향을 일으킨 마케터로 유명하다. 그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낸다”는 말을 듣는다. 민 대표는 “책은 읽는 이의 관심사, 선호도 등을 정교하게 고려해야 하기에 마케팅하기 정말 까다롭다”고 했다. “홈쇼핑에서 책을 판매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당시 홈쇼핑 MD들이 ‘책 파는 건 너무 어렵다. 책을 팔 수 있으면 못 팔게 없다’고 말하더라고요.” 아이의 마음을 얻고 성장을 이끄는 말하기 방법을 구체적으로 다룬 ‘엄마의 말 공부’는 20만 권 넘게 판매되며 큰 호응을 얻었다. 민 대표는 같은 주제로 책을 또 내면 ‘엄마의 말 공부’ 시장을 갉아먹을까봐 우려해 후속책을 내지 않았다. 한데 다른 출판사에서 이 주제로 만든 책들을 연달아 냈고 판매도 많이 됐다. “처음엔 너무 억울하고 속상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제가 독자들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걸 깨달았죠. 독자들은 부모의 말하기 방법에 대해 절실하게 더 알고 싶어했는데 말이죠. 이 사실을 알고 나서 비로소 ‘엄마의 말 연습’, ‘66일 인문학 대화법’, ‘부모의 어휘력’ 등 이런 욕망의 계보를 잇는 다른 책을 냈습니다.”말 공부를 한 후에는 독자들이 더 섬세한 표현과 확장된 관계에 눈길을 돌릴 것으로 보고 ‘말 그릇’을 출간했다. 낯선 조합으로 기회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만화로 보는 3분 철학’ 시리즈가 그렇다. “어렵게 느껴지는 철학이 만화라는 쉬운 형식과 결합했을 때 새로운 독자층에게 다가갈 수 있다고 봤습니다. 처음에는 대학생을 타깃 독자로 설정했는데 반응이 없었어요. 당시 고등학교 비문학 독해와 철학 관련 킬러 문항이 입시 주요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이에 ‘입시에 도움이 되는 철학 개념 정리서’로 홍보하자 뜨거운 반응이 바로 왔습니다. 3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철학을 만날 수 있다는 걸 강조한 것도 효과적이었습니다.” 민 대표는 알프레드 아들러의 이론을 담은 ‘미움받을 용기’가 국내에 출간되기 전 아들러 심리학을 다룬 ‘항상 나를 가로막는 나에게’를 냈고 4만 권 넘게 판매했다. 일본에서 ‘미움받을 용기’가 베스트셀러가 됐고 국내에도 곧 출간될 예정이었다.“아들러 심리학에 관심을 가진 변지영 번역가님이 이를 번역한 원고를 써서 여러 출판사에 타진하고 있었어요. 아들러를 다룬 책을 빨리 내야겠다고 판단했죠.”민 대표와 박 대표는 책에서 이른바 자신의 ‘영업 비밀’을 모두 털어놓았다. 20년 넘게 일하며 쌓아온 경험인데 밝히기 망설여지지 않았을까. 이들은 “전혀 아깝지 않다. 출판사는 규모가 작은 곳이 많아 체계적으로 교육해 줄 사수 없이 홀로 맨몸으로 부딪히며 일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다. 김 원장은 SBI에서 출판인을 위한 강의를 계속 진행했지만 이를 책으로 남기지 않아 아쉬웠다고 했다.“그동안 SBI에서 강의했던 분들 중에서 주제별로 잘 쓸 분들을 저자로 뽑았습니다. 출판사 대표님들이 십시일반으로 기금을 마련했고요. ‘본(本) 시리즈’는 우선 16권을 기획했고, 100권까지 내는 게 목표입니다. 일을 크게 벌여서 여러 사람을 이렇게 고생시킬 줄은 몰랐습니다.(웃음) 현업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게 만든 본 시리즈를 통해 출판 생태계가 더 커지고 활성화됐으면 좋겠습니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갑작스러운 사고로 아내가 세상을 떠났다. 유품을 정리하다 산티아고 순례길 코스를 상세하게 적은 메모를 발견했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로, 걷는 걸 무척 좋아한 아내가 산티아고 순례길 걷기를 소망한 걸 뒤늦게 알게 된 것. 홀로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기로 마음먹었다. 총 156.5㎞인 서울둘레길을 걷고 퍼스널 트레이닝(PT)도 받으며 준비했다. 한데 출발 두 달 전인 지난해 7월 신우암 3기 진단을 받았다. 절망감에 미칠 것 같았다. 고통에 몸부림치며 기도하다 깨달았다. 데려가시든, 고쳐 다시 쓰시든 신의 뜻에 맡기겠다고. 강상현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명예교수(69)가 삶의 고비 고비를 겪으며 성찰한 바를 담은 시산문집 ‘사랑하는 당신에게: 함께 걷는 길 위에서’(요세미티)를 24일 출간했다. 시와 산문을 같은 제목으로 각각 나란히 써서 엮었다.저자는 늘 밝고 유쾌하며 다른 이들을 돕길 좋아한 아내가 ‘인생의 가장 큰 선물’이라고 말한다. 가난한 집 5형제 중 맏이인 스스로를 ‘나무꾼’이라 부르고, 자신과 결혼한 아내는 ‘선녀’라 여긴다. 올해는 아내의 선종 10주기. 시 ‘사별(死別)’에서 ‘아내의 죽음은/잃어버린 나의 일기장이고/사라져 버린 나의 연애편지이며/이젠 되찾을 수 없는/나의 은밀한 고백록이 아니던가’라며 아파한다.지난해 9월 떠날 예정이던 산티아고 순례길은 “아내와 마음으로 함께 걷겠다”며 고대했다. 하지만 출발을 두 달 앞두고 암 판정을 받았다. 죽음에 대한 공포가 밀려들고,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악몽 같은 현실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뜬 눈으로 지새다 명동성당을 찾아 눈물의 고해를 하며 모든 걸 신께 맡기기로 했다. 놀랍게도 평온이 찾아왔다. 항암 치료 후 수술을 받았지만 또 다시 절망적인 소식을 듣는다. 암이 전이됐다는 것. 가족들은 눈물을 쏟았지만 저자는 마음을 다잡는다. 태어날 때 위급 상황으로 죽을 뻔했기에 일흔 가까이 산 것만으로도 큰 복을 받았다며. 그는 “(신이) 일찍 부르시면 아내에게 가서 좋고, 좀 더 살게 하시면 자식들과 함께 있어 좋은 것 아닌가”라고 말한다.아파 보니, 보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고 가고 싶은 곳에 갈 수 있으며 음식을 자유롭게 먹는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됐다. 김치찌개를 실컷 먹을 수 있는 날을 소망하며 하루하루 치료에 집중하고 있다.저자가 걸어온 길도 생생하게 담았다. 가세가 기울어 판잣집 단칸방에서 온 식구가 사는 현실에 충격 받은 까까머리 중학생은 “이기 우찌된 겁니꺼? 말도 안 돼예!”라며 마당에 주저 앉아 땅을 치며 통곡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콩나물 버스’에 가방만 빨려 들어간 채 버스가 떠나버려 발을 동동 구르며 가방 찾기에 나서기도 했다.술자리에서 웃음을 줄 수 있는 건배사를 고민하고, 나이 들어 취미 생활과 운동을 하며 자식 덕을 보지 않겠다며 “나는 독립 만세”를 외치지만 은연 중 자식들이 아빠를 챙겨왔음을 깨닫는다. 매일 기도로 하루를 시작한다. 중증 환자로 지내며 그가 가장 많이 느낀 건 감사함이다. 회복을 기원하는 가족과 친구·지인, 기도해 주시는 신부님, 애써주는 의료진, 치료비 부담을 줄여준 나라까지. 무엇보다 몸과 마음의 고통을 신이 지워주셨다고 말한다. 절망적인 상황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곡진하게 써내려간 고백이 울림을 준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많은 사람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는 베스트셀러. 창작자들은 자신이 만든 콘텐츠가 베스트셀러가 되길 꿈꾸지만, 실제로 실현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이 희귀한 확률을 뚫고 베스트셀러가 된 콘텐츠가 탄생한 과정을 들여다본다. 창작자의 노하우를 비롯해 이 시대 사람들의 욕망, 사회 트렌드 등을 확인할 수 있다.외국계 대기업에 2007년 입사해 임원이 되겠다는 꿈을 안고 몸과 마음을 다해 달렸다. 일주일에 4번이나 하는 회식도 빠짐없이 참석했다. 어느 날 공황장애, 대인기피증이 생겼다. 허리 디스크로 통증도 심해졌다. 쓰러질 것 같았지만 아내와 두 아들 때문에 회사를 그만둘 수 없었다. 주식, 부동산 투자를 하며 조기 은퇴를 꿈꾸고 이민 준비도 했지만 모두 여의치 않았다. 그러다 2020년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인스타그램 등 여러 소셜미디어에 글을 꾸준히 올리며 수익을 냈다. 책도 냈다. 소득이 늘면서 6개월간 번 돈이 연봉만큼 됐다. 2023년 퇴사했다. 연봉은 물론 시간도 회사 다닐 때보다 많다. 부아c 작가(45)의 이야기다. 16년간 회사에 몸담았던 그가 조직 밖에서 살 수 있는 방법을 담은 ‘회사 없는 세계에서 살아남기’(블랙피쉬)는 지난달 출간된 후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재쇄를 찍었다. 부아c 작가와 김은영 블랙피쉬 편집장(43)을 15일, 23일 각각 전화 인터뷰했다.이 책은 블랙피쉬가 ‘어른의 무기’ 시리즈로 낸 첫 책이다. 이 시리즈는 은퇴 영어 건강 역사 등을 주제로, 사는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지식과 교양을 담겠다는 취지로 만들었다. 김 편집장은 “언젠가 회사를 떠날 시기가 오는데 회사 밖에서도 살 수 있는 방법을 먼저 소개하고 싶었다”고 했다. 저자로 부아c 작가를 바로 떠올렸다고 한다. “2022년 ‘부의 통찰’을 출간하셨을 때부터 작가님에게 관심이 있었어요. 회사 생활을 다룬 ‘부아c의 슬기로운 직장 생활’을 브런치에 연재하시는 걸 보고 연락드렸더니 흔쾌히 수락하셨습니다.”작가가 운영하는 여러 채널의 총 팔로워가 38만 명이 넘어 책을 알릴 역량이 높다는 점도 고려했다. 책은 200페이지가 채 되지 않고 크기도 작다. 김 편집장은 “실용적인 내용을 압축적으로 담아 부담 없이 갖고 다니며 틈틈이 읽을 수 있게 만들었다”고 했다. 제목은 직장인의 가슴을 때린다. 김 편집장은 “제목에 은퇴, 퇴직, 퇴사가 들어간 책이 많아 이들 단어는 사용하지 않고 최대한 공감할 수 있는 표현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필명 부아c는 ‘부자아빠’의 줄임말에 ‘~씨’를 붙여 만들었다. “아들이 동화책에서 ‘짜증 씨, 기쁨 씨’ 등을 본 얘기를 하며 ‘아빠도 ‘~씨’를 붙여 보면 좋겠다’고 해서 만든 이름입니다.”작가는 준비 없이 퇴사하면 망한다고 경고한다. 회사의 현실을 들려주고, 회사를 떠나기 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그도 처음부터 홀로서기를 생각하진 않았다. “회사원 대부분이 그렇듯이 임원이 되고 싶었습니다. 2007년 입사했을 당시에는 회식이 진짜 많았어요. 일주일에 4번 정도 했는데요, 10년간 빠지지 않고 참석했습니다. 상사에게 좋은 평가를 받아 조금이라도 더 높이 올라가려 애썼죠. 저를 싫어하는 선배가 있으면 이유가 뭔지, 어떻게 호감을 갖게 할지 끊임없이 고민했고요.” 실제 그는 빠르게 승진하고 본인이 희망하는 부서로 가기도 했다. 퇴근 후에도 일 생각을 했고 잠을 설치는 날도 많았다. 한데 어느 순간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너무 힘들어서 쓰러질 것 같았어요. 공황장애가 왔고 대인기피증이 생겼어요. 회사 복도에서 사람을 마주치면 저도 모르게 뒷걸음치고 있더라고요. 허리디스크로 두 번 크게 고생하기도 했고요.” 선배들을 보니 몸과 마음을 다 갈아 넣어도 임원이 된다는 보장이 없었다. 구조조정을 하면 연차가 높은 순서로 떠나야 했다. 조직이 통폐합돼 팀장이 팀원으로 강등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회사에 모든 걸 거는 게 맞는지 고민됐습니다. 하지만 회사를 그만두면 할 수 있는 게 없어 무기력감이 커졌습니다. 회사 이름만 믿고 안일하게 살아온 건 아닌지 제 인생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가 들더라고요.” 회사를 탈출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 나섰다. 대부분 그렇듯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다.“주식, 부동산 투자에 나섰습니다. 해당 분야 인플루언서들의 글을 매일 4개씩 봤습니다. 저는 회사 말고는 아는 게 없었는데, 저와 비슷한 나이인 이 분들은 재테크를 잘하고 있더라고요.” 하지만 투자로 큰 돈을 벌어 조기 은퇴하는 건 극소수에게만 가능하다는 걸 깨달았다. 조기 은퇴를 꿈꾸다 실패하거나 망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한데 인플루언서들의 글을 2년간 매일 보니 구독자가 늘어나는 게 눈에 들어왔다.“저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회사 명함을 대체할 수 있는 건 소셜미디어라 여겨졌습니다.”2020년부터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 전에는 글쓰기를 안 했어요. 하지만 꾸준히 쓰다보니 점점 실력이 늘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잘 쓴 글을 모아 엑셀로 분석했어요. 댓글을 보며 독자들이 어떤 글을 좋아하는지 파악하고요.”구독자가 조금씩 늘었고 3만 명이 됐을 때 첫 책이 나왔다. 수익이 늘었다. 책도 베스트셀러가 됐다. 예전처럼 회사에 모든 걸 바치진 않았다.“업무는 열심히 했습니다. 다만 회식, 부서원들과의 점심은 포기하고 제 시간을 가졌어요. 부서에서 남자로는 처음으로 육아휴직을 하고 1년간 가족과 캐나다 밴쿠버에서 지냈습니다. 지방 근무도 지원했어요. 야근, 술자리가 줄고 출퇴근 시간도 반으로 줄었습니다. 퇴근 후 재테크, 글쓰기를 했죠. 따가운 시선도 느껴졌지만 승진과 평판을 포기하고 제2의 삶을 준비했습니다.” 어느 덧 6개월 만에 연봉만큼 벌게 됐다. 회사 일과 병행할 수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책을 내고 글을 쓰는데 업무가 걸림돌이 되기 시작했다. “충분히 준비했고 이제 회사를 떠나도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아내는 물론 부모님은 많이 불안해하셨습니다. 책을 비롯해 수익 구조 등 결과물을 보여주며 설득하자 약간 안심하더라고요.” 그는 회사를 그만둘 때 눈에 보이는 성과를 갖고 가족을 설득해야 한다고 했다.“인스타그램을 통해 얻는 소득이 과장 월급 정도 됩니다. 총 소득은 예전 연봉보다 높아요. 회사는 떠나는 순간 명함을 비롯해 쌓은 것 대부분이 사라지지만 책과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 구독자는 온전히 제 것입니다. 초등학생인 두 아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져서 행복해요. 글쓰기가 재밌어요. ‘시한부’ 같은 삶에서 저만 잘하면 평생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돌이켜보면 공황장애 등을 겪던 시기가 결과적으로는 득이 됐다고 말한다. “당시는 너무 힘들었는데요, ‘너 이렇게 살면 안 돼. 다른 삶을 준비해야 해’라고 제가 저 자신에게 보낸 신호였다고 생각해요.”그는 무조건 회사를 떠나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라고 말한다.“사람마다 살아가는 방법은 다릅니다. 일이 즐겁고 회사에 뼈를 묻겠다는 사람은 열심히 회사를 다니면 됩니다. 회사를 다니며 재테크를 병행해 은퇴 후 여행, 봉사 활동 등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하면서 살 수도 있고요.”작가의 친구는 술에 대해 공부하고 3년 동안 준비해 바텐더 자격증을 땄다. 그 후 바를 열었고 직장에서 받던 월급만큼 벌고 있다. 또 다른 친구는 직장에 다니며 공유형 숙소를 운영하는데 현재 제주도에 다섯 채가 있다고 한다.작가는 4대 보험(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직장인 신용 대출 등 회사원이 받는 혜택도 짚는다. 회사를 떠나면 온전히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현실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회사는 고맙고 중요한 존재입니다. 하지만 내 의지에 관계없이 나가야 하는 순간이 오는데 그 시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어요. 회사 이후의 삶을 준비해야 합니다. 제가 겪은 고통과 시행 착오, 준비 과정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지금 삶의 장점은 무엇일까. “제가 ‘시간, 장소, 사람’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게 참 좋습니다. 글은 오전에 집중적으로 씁니다. 글쓰는 장소도 집, 카페 등 제가 정하고요. 만날 사람도 선택할 수 있습니다. 회사에서는 잘 맞지 않는 사람과 계속 일해야 하는 게 큰 고역인데요, 지금은 그런 스트레스가 없어요. 집필, 강연, 글쓰기 수업 등을 하며 사람들과 만나게 되는데요, 잘 맞지 않는 사람이 있어도 함께 하는 시간이 회사처럼 길진 않아요.”그는 초반에는 주식, 부동산 투자에 대한 글을 쓰고 책을 냈다. 지금은 투자에 대한 글은 쓰지 않는다.“제가 산 종목이 급락할 땐 이걸 보고 투자해서 손해 보는 사람이 나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마음이 불편했어요. 이후에는 회사 생활, 인간관계, 삶을 대하는 태도 등에 대해 쓰고 있습니다.”그는 베스트셀러 상위권 책을 비롯해 영화, 드라마 등을 보며 트렌드를 분석한다. “세상의 흐름을 알아야 사람들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글을 쓸 수 있습니다. 변하지 않는 본질도 중요하기에 고전을 계속 읽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는 주제를 다루며 마음에 와 닿는 글을 꾸준히 쓰고 싶습니다.” ■‘회사 없는 세계에서 살아남기’(블랙피쉬·2025년)는….16년간 외국계 대기업을 다니다 2023년 퇴사한 부아c 작가가 혼자서도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저자는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회사를 떠나야 하는 순간이 오는 현실을 깨닫고 블로그 등의 글쓰기를 통해 연봉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구조를 만든 뒤 회사를 나왔다. 현재 소셜미디어 운영, 글쓰기 수업, 책 출간, 강의 등을 하고 있다. 저자는 회사를 떠나려면 회사를 다니는 동안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하고 주식, 부동산 투자를 비롯해 이민 준비도 하는 등 여러 시도를 했다. 이를 통해 글쓰기라는 자신의 길을 찾았다.저자는 “영원히 다닐 것처럼 일하고, 내일 당장 그만둘 것처럼 준비하라”고 당부한다. 회사는 월급 뿐 아니라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 영업, 마케팅 업무를 했던 저자는 그 덕분에 독자를 이해하고 글과 책을 알리는 감각을 갖게 됐다고 말한다.사람은 머무는 곳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는 만큼 젊을수록 자신이 머물 곳을 단정짓지 말고 어디로 움직일 수 있을지 끊임없이 탐구할 필요가 있다. 교육, 자격증, 건강, 목돈, 취미는 애쓴 만큼 자신의 것이 되기에 반드시 챙기라고 말한다.회사 생활이 너무 힘들면 나라는 사람과 일하는 나를 분리하라고 말한다. 직장을 게임이라 생각하고 원화 채굴을 한다고 생각해 보라는 것. 진짜 나는 미래를 준비하면 된다.회사 안과 밖을 모두 경험한 이의 생생하고 실용적인 조언이 담겼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고급스러운 분위기에 마음이 편안해지는 은은한 조명과 아늑한 침대. 최고급 호텔에서 누릴 수 있는 경험이다. 이를 개인 침실에서도 구현하길 원하는 이들이 늘면서 디자인과 기능을 강화한 침대에 대한 관심이 높다. 에이스침대(대표 안성호)는 고급 프레임 ‘플로라’와 ‘바론트’, 프리미엄 매트리스 ‘로얄에이스 90s, 90h’를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플로라는 우아한 곡선과 볼륨감을 지녔다. 에이스침대는 “높이 1288mm의 대형 구조가 공간의 중심을 잡아준다. 헤드보드는 부드럽게 마감하고 단추 세 개를 배치해 안정감을 준다”고 설명했다. 세미클래식 스타일로, 신혼 침실에 감각적인 분위기를 더하려는 부부에게 추천한다고 밝혔다.색상은 크림 코튼 패브릭과 뉴트럴 톤이 조합됐다. 에이스침대는 “뉴트럴 톤의 룸 세트 협탁을 함께 배치하면 통일감을 주는 깔끔한 인테리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플로라에는 지지력이 안정적인 ‘투 매트리스’ 시스템을 적용했다. 에이스침대는 “파운데이션이 상단 매트리스에 가해지는 충격을 흡수해 흔들림을 줄이고 몸의 압력을 분산시켜 편안하게 해준다. 하중이 균일하게 분산돼 매트리스 변형을 방지한다. 프레임 내부에 공기가 원활하게 순환돼 매트리스를 위생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했다. 바론트는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에이스침대는 “뱅가드 월넛의 세련되고 따뜻한 색상이 아늑함을 준다. 가로와 세로 패턴 비례감을 살린 아트월 디자인의 헤드보드는 공간을 자연스럽고 우아하게 연출한다. 잘 긁히지 않아 오랜 시간 깔끔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헤드보드 상단에는 일체형 C타입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넣었다. 살짝 한 번 누르면 조명을 조작할 수 있고 타이머 기능도 있다. 헤드보드 위에는 수납공간을 크고 깊게 만들어 자주 쓰는 물건을 둘 수 있다. 양 측면의 사이드 패널은 뱅가드 월넛, 스톤의 2가지 색상 중 취향에 맞게 고르면 된다. 멀티 콘셉트도 배치했다. 패널 중간에 사이드 선반도 만들었다. 에이스침대는 “‘저상형 T타입 설계’를 해 다양한 매트리스를 사용해도 높이에 대한 부담 없이 편안하면서도 안정감 있게 사용할 수 있다. ‘투 매트리스’ 시스템을 적용해 매트리스 하중을 고르게 분산시키고 수면 중 흔들림이나 밀림을 최소화했다”고 밝혔다.‘로얄에이스 90s, 90h’는 에이스침대의 기술력을 집약해 만든 매트리스다. 로얄에이스 90s는 소프트 타입, 로얄에이스 90h는 하드 타입으로 수면 습관과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독립형 스프링과 연결형 스프링의 장점을 담아 에이스침대가 개발한 5세대 스프링인 ‘하이브리드 Z 스프링’을 사용했다. 에이스침대는 “인체 곡선과 하중 분포에 따라 위아래로 맞춰주고 받쳐주는 지지력이 강하다. 꺼짐, 소음, 빈틈, 흔들림, 쏠림 등 숙면을 방해하는 요소를 최소화해 편안함을 준다”고 설명했다. 2개의 스프링을 마주보게 해 탄력의 대칭을 구현한 ‘FTF 공법’과 최적의 공기흐름을 만드는 ‘에어웨이 공법’, 매트리스의 수명을 강화한 ‘올인원 공법’을 사용했다. 항균·항곰팡이·항진드기 효과가 있는 ‘모스키토 프리 원단’, 콩이나 피마자 열매에서 추출한 식물성 오일을 사용한 ‘바이오폼’, 100% 순수 양모로 만든 ‘슈프림울’을 사용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우리카드(사장 진성원)는 생활 속에서 많이 이용하는 7개 분야에 대해 일주일(7일) 내내 10%를 할인해주는 ‘우리카드 7CORE(세븐코어)’를 선보였다. ‘우리카드 세븐코어’로 할인받은 수 있는 분야는 △온라인쇼핑(쿠팡, SSG.COM, 컬리 등) △대형마트(이마트, 롯데마트 등) △배달앱(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 △커피숍(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등) △교육(학원, 교보문고·영풍문고) △병원(종합병원, 동물병원 등) △주유(SK에너지, GS칼텍스 등)다. 이들 7개 영역에서 10% 할인을 받을 수 있다.우리카드는 “한 달에 200만 원 이상 생활비를 쓴다면 매달 최대 8만 4000원씩 할인받게 된다. 연간 기준으로 약 100만 원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카드는 회원들의 생활 방식을 분석해 소비를 자주 하는 7개 분야를 골라 ‘우리카드 세븐코어’를 내놓았다. 우리카드는 “가성비가 좋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청년층을 비롯해 중장년층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필요한 곳에 카드를 쓰도록 해 생활비를 절약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우리카드 세븐코어’의 연회비는 해외 겸용 및 국내 전용 모두 5만 원이다. 카드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우리카드 홈페이지 및 우리WON카드 앱을 통해 확인하면 된다. 한편 우리카드는 모든 가맹점에서 1.2%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카드의정석2’를 올해 5월 선보인 후 인기를 끌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카드는 “분기별 사용 실적에 따라 최대 1만 5000원씩 연간 최대 6만 원 추가 할인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한편 우리카드는 마케팅 영역에서 인공지능(AI)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카드는 “‘카드의정석2’ 광고와 캐릭터 ‘베이비블루’ 전 과정을 생성형 AI로 만들었다. 맹수나 아기가 놀라는 장면은 기존 촬영으로는 구현하기가 쉽지 않은데 이를 AI가 대체했고 음악과 효과음까지 자체 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캐릭터 ‘베이비블루’를 입체적으로 구현했다. 놀란 표정을 통해 우리카드로 강력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표현했다”고 덧붙였다. 우리카드는 올해 6월 ‘AI 추진팀’을 신설해 AI 운영전략을 세우고 새로운 서비스를 발굴해 나가고 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창립 80주년 맞아 2035년까지 매출 15조 원을 달성하고 글로벌 뷰티·웰니스 산업을 선도하기 위한 비전과 전략을 발표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서울 용산구 본사에서 4일 창립기념식을 열었다. 아모레퍼시픽은 ‘크리에이트 뉴 뷰티(Create New Beauty)’를 비전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이를 구체화할 5대 전략을 발표했다. 아모레퍼시픽은 “프리미엄 스킨케어 부문에서 글로벌 톱3에 진입하고 현재 50% 가량인 해외 매출 비중을 70%까지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밝혔다.“시대에 맞는 새로운 아름다움 제안”1945년 9월 5일 설립된 아모레퍼시픽 그룹은 ‘아름다움과 건강으로 인류에 공헌한다’는 창업 정신으로 성장해 왔다. 1954년 국내에서 처음 화장품 연구소를 열었고 1958년 월간 미용 정보지 ‘화장계’를 창간했다. 1964년 방문판매 제도를 도입하고 1971년 메이크업 캠페인 펼치는 한편 1993년 무한책임주의를 선언하며 한국 화장품 산업을 이끌었다. 인삼과 녹차 성분을 처음 화장품에 활용했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쿠션 파운데이션’을 개발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쿠션 파운데이션이라는 새로운 유형의 화장품은 세계 다른 브랜드로도 확산되며 K뷰티의 대표 제품이 됐다”고 설명했다. 북미와 유럽 등 해외 매출 비중은 2021년 37%에서 2024년 43%로 증가했다. 라네즈는 미국 유명 뷰티 편집숍 세포라에서 2024년 스킨케어 부문 톱3에 올랐다. 유럽에서는 영국을 중심으로 라네즈, 이니스프리, 코스알엑스가 매출을 이끌어 전년 대비 3배 성장했다.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시장에서도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10년간 중장기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글로벌 핵심 시장 집중 육성 △통합 뷰티 솔루션 강화 △바이오 기술 기반 항노화 개발 △민첩한 조직 혁신 △인공지능 기반 업무 전환까지, 5대 전략 과제를 수립했다. 이를 위해 세계 각 지역별 고객의 특성에 맞춘 상품을 개발하고 글로벌 유통사와 협업을 강화해 해외 사업을 확대하는데 속도를 낼 계획이다. 항노화 및 피부 관리 제품에 집중하고 대중 제품 시장도 육성한다. 항노화를 위한 바이오 기술 연구도 확대할 예정이다. 신제품을 빠르게 개발할 수 있는 조직 체계를 구축해 급변하는 시장에 대응하기로 했다. 인공지능(AI)을 마케팅, 연구개발, 생산, 물류, 영업 등에 적용해 고객 대응부터 품질 관리까지 운영 수준을 높일 계획이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80년간 격동의 시대를 헤쳐 오며 한국 뷰티 산업의 성장과 K뷰티의 세계화를 이끌어왔다”며 “시대에 맞는 새로운 아름다움을 제안하는 ‘뉴 뷰티’의 여정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나이와 시간을 초월한 독보적 아름다움을 세계에 선보일 것”이라며 “향후 10년간 매출 15조 원 규모의 세계 대표 뷰티·웰니스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80년 걸어온 길 담은 전시 개최아모레퍼시픽은 그 동안의 여정과 미래 비전을 담은 기업 브랜드 필름을 공개했다. ‘아름다움을 포기하지 않았을 때, 우리가 가야할 길이 보였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창립 80년 기념으로 전시 ‘아모레퍼시픽 80년 1945-2025’를 올해 12월 31일까지 경기 오산시 아모레 뷰티 파크의 ‘아모레퍼시픽 아카이브’와 ‘아모레퍼시픽 팩토리’에서 개최한다. 아카이브 전시는 기업의 역사와 철학을 보여준다. 팩토리 공간에서는 생산 공장 변화상을 살펴볼 수 있다. 1958년 아시아에서 처음 도입한 미세 제분기인 ‘에어스푼’을 비롯해 성형기와 충진기 등 과거 공장에서 쓰던 기계들과 오늘날 첨단 자동화 라인을 배치했다.전시를 관람하려면 ‘아모레퍼시픽 팩토리 투어’ 프로그램을 예약하면 된다. 이는 오산 아모레 뷰티 파크 내 아모레 팩토리, 원료식물원, 아카이브 세 곳을 관람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원료 식물원에서는 주요 원료 식물과 현재 여러 제품에 활용되는 식물들을 볼 수 있다. 고유 식물 활용-혁신 제품으로 국내외 시장 개척아모레퍼시픽의 뿌리는 1930년대에 윤독정 여사가 고향 개성에서 손수 만들어 팔던 동백 머릿기름에서 시작됐다. 윤 여사는 자연 원료를 바탕으로 직접 동백기름을 만들어 판매했다. 이는 아들인 장원(粧源) 서성환 선대 회장이 1945년 아모레퍼시픽을 설립하는 토대가 됐다. 서 선대 회장은 1945년 광복을 계기로 태평양화학공업사를 창립했다. 국내 첫 브랜드 제품인 ‘메로디 크림’을 1948년 선보였다. 1951년 6·25전쟁 당시 피난지였던 부산에서 ‘ABC포마드’를 발매해 큰 성공을 거뒀다. 1954년 국내 첫 화장품 연구소를 세우고 1961년 미용상담실을 개설했다. 1964년 방문판매제도를 도입해 화장품 유통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여성의 경제 활동 기회가 확대됐다.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데도 적극 나섰다. 세계 첫 녹차 화장품인 ‘미로’를 1989년 선보였다. 우리 전통 차(茶) 문화를 복원하고 대중화하는 데도 힘썼다. 제주와 호남에 차 재배 단지를 일구어 녹차의 대중화에 나섰다. 태평양장학문화재단과 태평양복지재단도 설립했다.서경배 회장은 1997년 태평양 대표이사로 취임한 후 아모레퍼시픽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아모레퍼시픽은 “우리 고유의 약용 식물에 대한 연구를 통해 화장품 브랜드 설화수를 만들었고 세계 여성들의 화장 문화를 변화시키고 있는 쿠션을 개발하는 등 혁신적인 제품과 트렌드를 제시해 왔다”고 밝혔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가슴 속 열망은 인간을 여러 길로 이끈다. 그 끝에는 놀라운 성취 혹은 비극이 자리할 수 있다. 터져 나오는 뜨거움이 초래한 각기 다른 운명을 그린 명작 뮤지컬 두 편을 소개한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격정, 비애 몰아치는 황홀한 아름다움매혹적인 선율, 고난도의 몸짓, 뒤엉키고 폭발하는 욕망. 한 순간도 꼼짝할 수 없이 빠져들게 된다. 격정적이고 아름다운 시 같다.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뮤지컬로, 프랑스 오리지널 프로덕션이 내한 공연하고 있다. 2005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첫 내한 공연이 열린 후 같은 곳에서 진행되는 20주년 기념 공연이다. 국내에서 그 동안 이 작품을 본 관객은 167만 명이 넘는다. 15세기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의 종지기 콰지모도는 미모의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를 사랑하게 된다. 콰지모도를 거둬준 주교 프롤로는 에스메랄다에게 마음을 뺏기고, 에스메랄다는 약혼녀가 있는 근위대장 페뷔스에게 빠져들면서 비극을 향해 내달린다. 대사 없이 노래로만 극을 이어가는 작품이다. 풍부한 성량을 지닌 배우들은 빼어난 가창력에 절절하면서도 생동감 있는 연기로 무대를 꽉 채운다. 음유시인 그랭구와르가 부르는 ‘대성당의 시대’, 에스메랄다의 ‘이방인의 아베마리아’, 콰지모도가 부르는 ‘춤을 춰요, 나의 에스메랄다’ 등은 웅장함과 처연함, 애절함을 온전히 전한다. 콰지모도 역을 맡은 안젤로 델 베키오, 조제 뒤푸르는 흉측한 외모로 고통을 겪지만 순수하고, 사랑 앞에 온 몸을 던지는 모습을 아프게 그린다. 오리지널 초연 멤버로, 국내 관객에게도 잘 알려진 다니엘 라부아가 프롤로 역을 맡아 주교 역시 욕망 앞에서 고뇌하는 인간일 뿐임을 묵직하게 그려낸다. 이번이 그의 마지막 내한 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힘 있고 현란한 동작은 물론 대형 종에 매달리거나 벽을 타고 오르내리는 등 난도 높은 동작을 매끄럽게 소화하는 무용수들은 무대를 역동적으로 채색한다. 성당 외벽을 장식한 기괴한 모양의 가고일 석상이 느릿하게 움직이며 긴장을 고조시키는 등 웅장한 무대 장치도 작품을 떠받친다. 9월 28일까지 공연된다. 7만∼19만 원. 부산, 세종, 대구, 광주에서도 10, 11월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 뮤지컬 마리 퀴리- 과학을 향한 인간적인 여정, 빛을 뿜다여성 최초로 노벨상을 수상한 마리 퀴리를 위인이 아닌 한 인간으로 비춘 창작 뮤지컬이다. 같은 과학자의 길을 걷는 딸 이렌이 노벨상을 두 번이나 받은 엄마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다는 말에 마리가 “날 닮지 마라”고 한 첫 장면은 이를 상징하는 듯 하다. 2020년 초연된 후 이번이 네 번째 공연이다. 마리의 실제 삶에 상상력을 더해 만든 완성도 높은 서사는 작품에 힘을 불어넣는다. 마리가 초록빛을 내뿜는 방사성 원소 라듐을 발견하는 과정에 같은 폴란드 여성인 가상의 인물 안느와 우정을 나누는 이야기를 넣은 것. 1920년대 미국에서 라듐으로 시계 야광판을 만들던 직공들이 피폭당해 연달아 숨진 ‘라듐걸스’ 사건을 가져와, 이 공장에서 일한 안느가 라듐의 유해성을 밝히기 위해 백방으로 뛰는 모습은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마리의 한 걸음 한 걸음은 고됐다. 그가 공부한 프랑스 파리 소르본대학 건물엔 여자화장실이 없고 남성들의 조롱도 이어진다. 가난한 과학자이기에 기업가의 후원을 받아야 하고, 거듭되는 실패에 지원을 연장해달라고 설득하며 연구를 이어간다.그럼에도 마리를 나아가게 한 건 호기심이었다. 답을 집요하게 찾아 나서는 그는 가슴 속에 품은 게 무엇일지라도 시도해 보라고 말하는 것 같다. 라듐이 초래한 비극에 고통스러워하지만 이를 정면으로 풀어가는 마리의 결정은 책임이라는 단어의 무게감을 보여준다. 마리가 실험을 거듭하며 부르는 ‘두드려’, 강렬한 고음의 ‘또 다른 이름’은 과학을 향한 뜨거움을 발산한다. 라듐을 상징하는 초록빛이 무대는 물론 객석 벽까지 비추는 등 다양하게 활용한 빛은 극의 흐름을 영리하게 시각화했다. 작품은 해외에서도 주목받았다. 지난해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2개월간 공연됐다. 이에 앞서 마리의 고국 폴란드에서 2022년 한국 오리지널 팀의 특별 콘서트와 공연 실황 상영회가 열렸다. 2023년 일본에서도 무대에 올랐다. 마리 역은 김소향 옥주현 박혜나 김려원이 맡았다. 안느는 강혜인 이봄소리 전민지가 연기한다. 마리의 남편이자 연구 동반자인 피에르 퀴리 역은 테이, 차윤해가 맡았다. 라듐 시계 공장 대표로 마리의 연구를 지원하는 루벤 뒤퐁 역에는 박시원, 강태을이 발탁됐다. 10월 19일까지.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 BBCH홀. 6만∼13만 원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가슴 속 열망은 인간을 여러 길로 이끈다. 그 끝에는 놀라운 성취 혹은 비극이 자리할 수 있다. 터져 나오는 뜨거움이 초래한 각기 다른 운명을 그린 명작 뮤지컬 두 편을 소개한다.●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격정, 비애 몰아치는 황홀한 아름다움매혹적인 선율, 고난도의 몸짓, 뒤엉키고 폭발하는 욕망. 한 순간도 꼼짝할 수 없이 빠져들게 된다. 격정적이고 아름다운 시 같다.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뮤지컬로, 프랑스 오리지널 프로덕션이 내한 공연하고 있다. 2005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첫 내한 공연이 열린 후 같은 곳에서 진행되는 20주년 기념 공연이다. 국내에서 그 동안 이 작품을 본 관객은 167만 명이 넘는다. 15세기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의 종지기 콰지모도는 미모의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를 사랑하게 된다. 콰지모도를 거둬준 주교 프롤로는 에스메랄다에게 마음을 뺏기고, 에스메랄다는 약혼녀가 있는 근위대장 페뷔스에게 빠져들면서 비극을 향해 내달린다. 대사 없이 노래로만 극을 이어가는 작품이다. 풍부한 성량을 지닌 배우들은 빼어난 가창력에 절절하면서도 생동감 있는 연기로 무대를 꽉 채운다. 음유시인 그랭구와르가 부르는 ‘대성당의 시대’, 에스메랄다의 ‘이방인의 아베마리아’, 콰지모도가 부르는 ‘춤을 춰요, 나의 에스메랄다’ 등은 웅장함과 처연함, 애절함을 온전히 전한다. 콰지모도 역을 맡은 안젤로 델 베키오, 조제 뒤푸르는 흉측한 외모로 고통을 겪지만 순수하고 사랑 앞에 온 몸을 던지는 모습을 아프게 그린다. 오리지널 초연 멤버로, 국내 관객에게도 잘 알려진 다니엘 라부아가 프롤로 역을 맡아 주교 역시 욕망 앞에서 고뇌하는 인간일 뿐임을 묵직하게 그려낸다. 이번이 그의 마지막 내한 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힘 있고 현란한 동작은 물론 대형 종에 매달리거나 벽을 타고 오르내리는 등 난도 높은 동작을 매끄럽게 소화하는 무용수들은 무대를 역동적으로 채색한다. 성당 외벽을 장식한 기괴한 모양의 가고일 석상이 느릿하게 움직이는 등 웅장한 무대 장치도 작품을 떠받친다. 9월 28일까지 공연된다. 부산, 세종, 대구, 광주에서도 10, 11월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뮤지컬 ‘마리 퀴리’과학을 향한 인간적인 여정, 빛을 뿜다여성 최초로 노벨상을 수상한 마리 퀴리를 위인이 아닌 한 인간으로 비춘 창작 뮤지컬이다. 같은 과학자의 길을 걷는 딸 이렌이 노벨상을 두 번이나 받은 엄마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다는 말에 마리가 “날 닮지 마라”고 한 첫 장면은 이를 상징하는 듯하다. 2020년 초연된 후 이번이 네 번째 공연이다. 마리의 실제 삶에 상상력을 더해 만든 완성도 높은 서사는 작품에 힘을 불어넣는다. 마리가 초록빛을 내뿜는 방사성 원소 라듐을 발견하는 과정에 같은 폴란드 여성인 가상의 인물 안느와 우정을 나누는 이야기를 넣은 것. 1920년대 미국에서 라듐으로 시계 야광판을 만들던 직공들이 피폭당해 연달아 숨진 ‘라듐걸스’ 사건을 가져온 건 절묘한 선택이었다. 이 공장에서 일한 안느가 라듐의 유해성을 밝히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인간이 예측하지 못한 과학의 이면은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마리의 한 걸음 한 걸음은 고됐다. 그가 공부한 프랑스 파리 소르본대학 건물엔 여자화장실이 없고 남성들의 조롱도 이어진다. 가난한 과학자이기에 기업가의 후원을 받아야 하고, 거듭되는 실패에 지원을 연장해달라고 설득하며 연구를 이어간다.그럼에도 마리를 나아가게 한 건 호기심이었다. 답을 집요하게 찾아 나서는 그는 가슴 속에 품은 게 무엇일지라도 시도해 보라고 말하는 것 같다. 라듐이 초래한 비극에 고통스러워하지만 이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마리의 결정은 책임이라는 무게감을 보여준다. 마리가 실험을 거듭 하며 부르는 ‘두드려’, 강렬한 고음의 ‘또 다른 이름’은 과학을 향한 뜨거움을 발산한다. 라듐을 상징하는 초록빛이 무대는 물론 객석 벽까지 비추는 등 다양하게 활용한 빛은 시각적인 역동성을 더한다. 작품은 해외에서도 주목받았다. 지난해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2개월간 공연됐다. 이에 앞서 마리의 고국 폴란드에서 2022년 한국 오리지널 팀의 특별 콘서트와 공연 실황 상영회가 열렸다. 2023년 일본에서도 무대에 올랐다. 마리 역은 김소향 옥주현 박혜나 김려원이 맡았다. 안느는 강혜인 이봄소리 전민지가 연기한다. 마리의 남편이자 연구 동반자인 피에르 퀴리 역은 테이, 차윤해가 맡았다. 라듐 시계 공장 대표로 마리의 연구를 지원하는 루벤 뒤퐁 역에는 박시원, 강태을이 발탁됐다. 10월 19일까지.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 BBCH홀.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부동산을 매도할 때 단계별로 필요한 정보를 담은 ‘부동산 매도 불변의 법칙’(이상준 지훈 이윤구 지음·원앤원북스)이 15일 출간됐다. 부동산을 매도하기 전 준비부터 가격 산정, 중개업소 선택, 매수자와의 협상, 계약 체결과 세무 정산, 양도세 신고까지 전체 과정을 정리했다. 각 단계에서 알아야 할 점과 주의 사항을 100건이 넘는 실제 사례와 함께 담았다. 먼저 시장 흐름을 분석하고 세금 시뮬레이션을 통해 매도 시점을 결정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어 시세를 분석하고 호가를 산정하는 방법, 주변 거래 사례를 비교하고 가격을 결정하는 요인을 다룬다. 중개업소를 활용할 때 다중 의뢰와 전속 의뢰의 장단점을 짚어준다. 중개사와 협력하는 방식, 매수자와 협상하는 기술도 풀어냈다. 계약서 작성 방법과 특약 조항, 잔금 처리와 중개수수료 정산, 분쟁을 예방하기 위한 조언도 담았다. 매도자가 세무 대리인의 도움 없이 직접 양도세 신고를 마칠 수 있게 했다.절세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중개수수료의 법적 한도와 유의사항도 알려준다. 이상준 씨는 12년간 아파트, 토지, 상가 등에 투자해 100건 이상의 매매·임대 거래를 직접 했다. 지훈 씨는 세무회계 우석의 대표세무사로, 16년 동안 양도 및 상속·증여 상담과 신고 업무를 했다. 법률사무소 류의 전문위원인 이윤구 씨는 법무법인과 기업 법무팀에서 5년간 부동산 및 법무 실무를 담당했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많은 사람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는 베스트셀러. 창작자들은 자신이 만든 콘텐츠가 베스트셀러가 되길 꿈꾸지만, 실제로 실현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이 희귀한 확률을 뚫고 베스트셀러가 된 콘텐츠가 탄생한 과정을 들여다본다. 창작자의 노하우를 비롯해 이 시대 사람들의 욕망, 사회 트렌드 등을 확인할 수 있다.일란성 쌍둥이 자매. 명문대를 나온 언니는 금융공기업에 다닌다. 육상 선수였던 동생은 부상으로 달리기를 못하게 되자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시골 고향에서 일용직으로 일한다. 반찬을 갖다 주러 서울에 간 동생은 집 창문에서 뛰어내리려는 언니를 보게 된다. 마냥 잘 사는 줄 알았던 언니는 내부 고발로 지독한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 동생은 말한다. “내가 너로 살게. 넌 나로 살아.” 그렇게 둘은 인생을 바꾼다. 속 편하게 지내는 줄 알았던 서로의 삶이 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걸 하나하나 알게 된다. 드라마 ‘미지의 서울’ 내용이다. 박보영이 쌍둥이 자매로 1인 2역을 맡아 올해 5, 6월 방송된 이 드라마는 버거움과 상처로 짓눌린 이들을 위로하는 내용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어제는 끝났고, 내일은 멀었고, 오늘은 아직 모른다.” 동생 유미지가 어렵게 한 걸음씩 내디딜 때마다 주문처럼 읊조리던 이 대사도 주목받았다. 7월 출간된 ‘미지의 서울’ 대본집(버드박스)은 곧바로 베스트셀러가 됐다. 버드박스는 “예약 판매 물량이 예상을 뛰어넘어 초판을 인쇄하던 중 2쇄 제작에 들어갔다. 2쇄를 찍은 후 곧바로 3쇄를 제작했다”고 밝혔다.드라마를 쓴 이강 작가(36)와 최시연 버드박스 편집장(44)을 서면 인터뷰했다.‘미지의 서울’은 이 작가가 ‘오월의 청춘’(2021년)에 이어 두 번째로 집필한 미니시리즈다. 그는 드라마 스페셜 ‘사교-땐스의 이해’(2019년), ‘집우집주’(2019년), ‘아득히 먼 춤’(2016년), ‘액자가 된 소녀’(2014년), ‘다르게 운다’(2014년)를 썼다. 인기 드라마와 영화의 대본집 출간이 늘면서 대본집 시장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대본집은 드라마가 방영되기 전부터 기획 의도와 대본 내용, 작가의 이전 작품 등을 미리 확인해 출간을 검토한다. 최 편집장은 “방송 전에 작품을 선정하고 작가를 섭외하지 않으면 좋은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는 “방송사, 제작사를 통해 드라마 라인업과 캐스팅 정보 등을 확보하려 애쓴다. 제작사에 소속된 작가도 있고, 포스터와 스틸컷 등 여러 자료를 제작사에서 받기 때문에 제작사와 협력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미지의 서울’도 방송 전에 출간을 결정했다. “공감 가는 내용에, 고요하면서도 힘 있는 대사가 강점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박보영 배우님이 쌍둥이 자매를 1인 2역으로 연기하는 난도 높은 구성, 이강 작가님의 필력을 고려할 때 경쟁력이 있을 거라고 봤죠. 다른 출판사들도 매력을 느낄 거라 예상해 최대한 빨리 계약했습니다.”■‘미지의 서울’ 속 대사△“암만 모양 빠지고 추저분해 보여도, 살자고 하는 짓은 다 용감한 거야.” △“나도 이제 틀린 건 알았으니까, 언젠간 제대로 푸는 날도 올까?”△“끝이 뭐가 중요해? 시작이 중요하지.”△“사랑이라는 건, 이기고 지는 게 아니라 지더라도 끝까지 한편 먹는 거라고. 백 번이라도 천 번이라도, 옆에서 함께 지는 게 사랑이라고.”이 작가는 “힘들 때 나와 똑같이 생긴 쌍둥이가 이걸 대신 해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하다 “그런데 그 쌍둥이도 삶이 힘들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이어지며 작품을 쓰게 됐다. 그는 “타인의 삶은 단순하고 쉬워 보일 때가 많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저마다 아픔과 고난을 가졌다. 쌍둥이가 인생을 바꿔 살아보며 내 자리에서 보이던 것만이 다가 아님을 깨닫게 되는 이야기를 통해 다른 이의 삶을 이해하고 나의 삶도 너그럽게 다독일 수 있길 바랐다”고 했다. 등장 인물들은 저마다 상처 혹은 장애를 갖고 있다. 유미지는 천재 육상 선수로 주목받았지만 부상으로 운동을 접게 되자 3년 간 방에서 나오지 못하고 은둔했다. 태어날 때부터 심장병이 있는 유미래는 병원 생활을 오래하며 가족들이 걱정하자 꾹 참는 게 버릇이 됐다. 이들의 고교 동창인 변호사 이호수(박진영)는 교통 사고로 아빠를 잃고 자신은 한 쪽 다리를 인공뼈로 대체하게 됐다. 난청이 심해지다 한 쪽 귀도 들리지 않게 된다. 펀드 매니저로 승승장구하던 한세진(류경수)은 유일한 혈육인 할아버지가 열사병으로 세상을 떠나자 자책하다 고향으로 내려와 할아버지가 짓던 딸기 농사에 나선다. 유명 닭내장탕집 사장 김로사(원미경)는 난독증이 있고, 톱 로펌 대표 변호사 이충구(임철수)는 선천적으로 다리에 장애가 있다. 이 작가는 “모두 저마다 결핍과 어려움을 갖고 있다. ‘미지의 서울’ 속 인물들도 이를 감추거나 극복하려 애쓰다 넘어진다. 그런 이들끼리 서로 끌어안고 다시 일어서는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고 했다.미지는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없다며 스스로를 몰아붙이고 자신을 “쓰레기 같다”고 말한다. 이 작가는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혹독한데 스스로를 좀 더 따뜻하게 대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제 자신에게 가혹한 말을 던질 때면 그 말을 남에게도 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곤 합니다. 최소한 타인을 대하듯 스스로를 대해주려 노력해요.”이호수의 엄마 염분홍(김선영)은 미래와 함께 딸기잼을 만들며 “역시 잼은 딸기가 좀 셔야 돼. 너무 단 딸기는 또 이 맛이 안 난다?”고 말한다. 이 작가는 사람들에겐 각각 자기만의 자리가 있다는 당부를 하고 싶었다.“돌아보면 당시엔 시고 초라하게만 느껴지던 순간들이 시간이 지난 뒤 뜻밖의 결과를 가져오는 일들이 종종 있었습니다. 당장은 앞이 보이지 않는 막다른 길 같아도 조금씩 나아가다 보면 그 끝에서 예상치 못한 기쁨과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거라는 응원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드라마에 나오는 시는 모두 이 작가가 직접 썼다. 그 중 ‘사람이 사람인 이유’는 좋은 반응을 얻었다. ‘사람이 사람인 건/사랑이 조금 눌려서라고/위아래 옆 조금씩 눌려서라고//꾹꾹 눌러 담은 쌀밥처럼/고운 말 고르다 닳은 지우개처럼/두 품이 포갠 그 온기가/날아가지 않게/사라지지 않게/사람이 되게’.연극학과에서 극작을 전공한 이 작가가 대학 시절 시 수업에서 쓴 작품이다. 이 작가는 “당시엔 혹평을 많이 들었는데 시청자들이 다정하게 읽어준 덕분에 그 때의 내가 위로받은 듯하다”고 했다. 방송 직후부터 대사가 화제가 됐고 “대본집으로 꼭 소장하고 싶다”는 시청자들의 요구가 이어졌다. 최 편집장은 “대사 한 줄 한 줄이 그 자체로 빛나도록 대본을 원형 그대로 담았다”고 했다. “미방영분, 수정한 장면과 삭제한 장면, 축약된 서사, 연출 지문도 대본집에 넣었습니다. 종영된 후에도 작가님이 캐릭터 소개부터 회차별 코멘터리까지 고심하며 글을 썼습니다. 드라마에 나온 메모와 편지를 비롯해 여러 문서도 담아 깨알 재미를 즐기도록 했고요.” 드라마가 국내외에서 인기를 끌면서 대본집에 대한 해외 독자들의 관심도 높다. 최 편집장은 “‘미지의 서울’ 일본어 번역본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 대만, 중국, 인도네시아에서도 판권을 구매하고 싶다고 문의했다”고 밝혔다.드라마가 인기 있다고 해서 모두 대본집이 출간되는 건 아니다. 최 편집장은 작품에서 깊은 여운을 느낀 시청자들이 선택하는 애장품이 대본집이라고 했다. “대본집 주 독자층은 20~40대 여성입니다. 이야기의 힘, 문장의 밀도와 아름다움, 인물의 감정선이 연결되는 설계가 필요합니다. 시간이 지나도 시청자들이 계속 이야깃거리를 생산하고 해석의 여지도 풍부하게 만들어야 하고요. 영상보다 더 오래 기억될 문장이 있는 작품이 대본집으로 사랑받을 수 있습니다.”독자들은 “위로 받았던 문장을 글로 만날 수 있어 행복하다”, “대사들을 곱씹고 싶었다”는 리뷰를 올렸다. 이 작가가 드라마를 쓰게 된 건 병원에서 본 풍경 때문이라고 한다.“연극과 영화 분야도 짧게 경험했어요. 어느 날 병문안을 갔다가 환자와 보호자들이 TV 앞에 모여 앉아 드라마를 보던 모습이 마음에 깊이 남았어요. 일상의 공간에서 많은 이들과 닿을 수 있다는 게 특별하게 다가와 드라마를 쓰기 시작했습니다.”드라마는 집필 과정이 고되고 감독, 배우 등의 의견을 반영해 수정해야 하는 등 순발력도 필요하다. 시간과의 싸움도 치열하다. 이를 어떻게 견뎌낼까.“하루에 일정 분량을 정해 꾸준히 쓰고 목표를 달성하면 쉬어요. 규칙적으로 생활하도록 노력합니다. 그리고 일기를 쓰면서 감정을 기록해요. 집필 과정에서 반복되는 불안과 막막함의 패턴을 읽을 수 있고, ‘저번 회차에서도 그랬듯 곧 나아지겠지’하는 믿음을 갖고 마음을 다스릴 수 있더라고요.” 이 작가는 앞으로도 위안을 주는 작품을 쓰고 싶다고 했다. “마음이 힘들고 외로울 때, 혼자가 아니라고 느낄 수 있는 이야기를 건네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서강대(총장 심종혁)는 경기 용인시 삼성디스플레이 기흥캠퍼스를 5일 방문해 연구 및 인재 양성을 위한 협력 방안과 최근 기술 개발 동향 및 인공지능(AI)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논의했다고 8일 밝혔다. 서강대 이규태 연구처장과 강석주 전자공학과 교수는 최근 진행하고 있는 여러 연구를 비롯해 인재 양성과 관련한 성과를 설명했다. 글로벌 인재를 키우기 위한 프로그램도 소개하며 삼성디스플레이와의 협력 프로그램을 제안했다.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기술 개발 현황을 설명했다. 서강대와 삼성디스플레이가 운영하고 있는 ‘디스플레이 장학생 프로그램’에 대해 논의하며 공동 연구를 위한 제안도 했다.심종혁 총장은 “삼성디스플레이와의 협력 프로그램을 통해 서강대 학생들이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인재로 성장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서강대와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4월 산학협력 협약을 맺고 디스플레이 분야를 연구하며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많은 사람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는 베스트셀러. 창작자들은 자신이 만든 콘텐츠가 베스트셀러가 되길 꿈꾸지만, 실제로 실현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이 희귀한 확률을 뚫고 베스트셀러가 된 콘텐츠가 탄생한 과정을 들여다본다. 창작자의 노하우를 비롯해 이 시대 사람들의 욕망, 사회 트렌드 등을 확인할 수 있다.내가 꿈에 그리던 차를 이웃이 사서 보란 듯이 잘 보이는 곳에 주차해 놨다. 너무 질투가 난다. 회사에 가니 상사가 한소리 한다.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아차, 싶다. 질투하고 화내는 건 나쁜 건데, 빨리 없애야지.미국 스와스모어대 철학과 교수 크리스타 K. 토마슨은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분노, 질투, 시기는 인간이 느끼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라는 것. 이를 나쁜 감정으로 여겨 없애거나 억누르려 애쓸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그는 책 ‘악마와 함께 춤을’(흐름출판)에서 삶을 정원에 비유하며 사람들은 분노, 질투, 시기를 정원을 망치는 잡초로 여겨 뽑아내거나 제초제를 뿌려 없애려 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이런 감정은 잡초가 아니라 정원을 풍요롭게 만드는 지렁이라고 말한다. 땅을 비옥하게 만들어 정원을 아름답게 가꿔주는 지렁이와 함께 살아가야 하듯 이런 감정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것. 분노, 질투는 자신을 사랑하는 데서 비롯되기에 이를 인정하고 흘려보내면 된다. 시간이 지나면 감정은 사그라진다. 자신을 발전시키는 동력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이 책은 지난해 말 출간된 후 8개월 만에 3만 권 넘게 판매됐다.(국내 출판계의 베스트셀러 기준은 책 판매량 1만 권이다.) 책을 낸 흐름출판의 신성식 부장을 26일 서울 마포구 흐름출판에서 만났다. 이 책은 팀을 이뤄 만들었고 신 부장은 팀을 총괄했다. 흐름출판은 2023년 8월 책에 대한 제안서를 받았고 그 다음달 계약했다. 미국에서 지난해 초 책이 나오기 전 판권을 산 것. “부정적인 감정을 다룬 책은 많지만 분노, 질투를 평생 함께 안고 가야 할 감정이라고 주장한 점이 신선했습니다. 분석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사례와 함께 이런 감정을 느끼면 당황하거나 자책하지 말고 인정하라며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 것도 좋았고요.” 감정을 철학적으로 다루면서도 어렵지 않게 쓴 점도 긍정적으로 봤다. 저자가 철학과 교수로 이론적 근거를 제시한 것도 신뢰를 높였다. 이런 이유로 신 부장을 포함해 편집자, 마케터, 유정연 대표까지, 4차례에 걸쳐 논의한 후 출간을 결정했다. 저자가 유명인이 아니어서 저렴한 가격에 판권을 샀다. 저자가 몸담은 스와스모어대도 눈길을 끌었다.“스와스모어대는 인문학 및 순수과학 학부 과정을 운영하는 명문 칼리지입니다. 학생수가 1600여 명으로 적은데 노벨상 수상자를 5명이나 배출했습니다. 이는 학부 졸업생 비율 기준으로 세계에서 네 번째로 높은 기록입니다. 인문학을 ‘찐’으로 좋아하는 학생들이 가는 대학이죠. 수업 강도가 엄청나게 세기로 유명한데요, 저자는 입학한 학생들에게 ‘이제 죽도록 공부해야 한다. 괴롭고 힘들어서 온갖 감정이 다 들텐데 짓눌리지 말고 이를 받아들이고 흘려보내라’고 수업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부정적 감정을 인정하되, 이를 해소할 대상이나 희생양을 찾아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부정적 감정을 느낀 후 내보내야지, 잡아먹혀서는 안 된다는 것. 온라인에서 다른 이를 공격하거나 비난하는 글을 올리는 건 모두 부정적 감정에 잡아먹힌 것이라고 비판한다. 우리말 제목은 원제 ‘Dancing with the devil‘을 그대로 옮겼다. “부정적 감정을 ‘악마’로 표현하고 이를 수용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서 우리말 제목도 이를 살리는 게 눈길을 끌 거라고 봤습니다.”부제로 ‘시기, 질투, 분노는 어떻게 삶의 거름이 되는가’를 넣었다. “한국 독자들은 어떤 주제라도 최종 질문이 ‘나’로 향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이에 일상에서 자주 느끼는 감정을 표기해 호기심을 갖게 하려 했습니다.”표지 디자인은 고민을 거듭하다 소크라테스, 공자 등이 그려진 ‘B급 감성’(?)의 원서 표지를 그대로 쓰기로 했다. “표지가 고급스럽지 않고 ‘키치’하지만 한국 독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겠다고 판단했습니다. 번역도 만만치 않았어요. 문장이 좀 딱딱했거든요.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철학책을 여럿 번역한 한재호 번역가가 원문을 최대한 쉽게 풀어서 다듬느라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책은 예상치 못하게 한 유명 유튜브 채널에서 ‘이달의 책’으로 선정되며 판매량이 치솟았다. 홍보비를 받지 않는 이 채널에서는 많은 책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들 책이 모두 베스트셀러가 되는 건 아니다. ‘악마와 함께 춤을’은 저자의 시각이 신선한 데다 논리적으로 탄탄하게 구성돼 많은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독자들은 “부정적 감정을 받아들일 수 있는 힘을 준다”, “긍정적인 감정을 중시하며 부정적인 감정을 가진 나를 배척했던 그동안의 삶에 대해 깨달음을 줬다”, “시기, 질투에 내 삶이 몸살 났을 때 이마 위 물수건이 되어준 책”이라는 리뷰를 올렸다.책은 지금도 하루 50권 가량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신 부장은 “부정적 감정에 대한 역발상이 흥미롭다는 반응이 많다”며 “특히 20, 30대 독자의 반응이 뜨겁다”고 했다. “자기만의 영역을 구축하며 새로운 시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저자를 찾으려 합니다. 실제 사례와 자신의 이야기도 많이 소개하고요. 트렌드를 분석하긴 하지만 2, 3년 후 흐름을 예측해 이런 책이 잘 될 거라고 예상하면 틀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만의 원칙을 가지고 독자에게 다가가는 책을 만들고 싶습니다.”■‘악마와 함께 춤을: 시기, 질투, 분노는 어떻게 삶의 거름이 되는가’(흐름출판·2024년)는….분노, 질투, 시기, 경멸 등 부정적 감정을 없애거나 통제해야 한다는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한 철학서다. 미국 스와스모어대 철학과 교수 크리스타 K. 토마슨은 인간의 삶을 정원에 비유하며 부정적 감정은 뽑아내야 할 잡초가 아니라 땅을 비옥하게 해 정원을 아름답게 만드는 지렁이라고 말한다. 니체가 좋아한 격언 ‘아모르 파티’는 ‘운명에 대한 사랑’, ‘운명을 사랑하라’는 뜻의 라틴어다. 좋은 것은 물론 고통까지 삶 전체와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아모르 파티는 나쁜 감정과 함께 잘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태도”라고 설명한다. 사람들이 부정적 감정을 억누르는 건 감정이 지속되거나 이로 인해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까 두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감정은 자신에 대한 사랑, 애착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이를 느끼고 인정하면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흘려보내라는 것. 다만, 부정적 감정이 행동으로 이어지면 피해를 주기 때문에 이를 행동으로 옮겨선 안 된다고 당부한다. 인터넷에서 분노를 표출하며 희생양을 찾아 공격하고, 혐오를 표현하는 건 비판한다. 몽테뉴는 인간을 연약하고 불완전한 존재로 봤다. 계속 실수를 저지르는 게 당연하다. 삶 역시 예측할 수 없다. 사랑, 출산 같은 기쁨도 있지만 사랑하는 이의 죽음, 질병 등 예기치 않는 고통이 닥친다. 특히 자아가 연약할 때 부정적 감정이 생기기 쉽지만 연약함 역시 자신의 한 부분임을 받아들이면 된다. 저자는 인종 차별 등 불의에 대해 분노가 필요하다고 인정한다. 다만 불의에 대한 분노만을 정의로운 것으로 여기지는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사람은 커피를 주문하는데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리는 등 사소한 일에도 분노를 느낄 수 있는 존재다. 분노는 그저 분노로 보자는 것이다. 감정은 그 자체로 독립성을 지닌다. 저자가 남편과 결혼하고 철학을 전공하게 된 건 둘 모두를 좋아하게 됐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결혼할 상대와 전공 분야를 선택하긴 했지만, 남편과 철학을 사랑하게 된 건 결심을 한 게 아니라 그냥 빠져들었다는 것. 인간은 모든 걸 결정할 수 없다. 그러기에 삶에 대한 고삐를 느슨하게 쥐는 태도가 필요하다. 감정도 마찬가지다. 부정적 감정을 버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당연한’ 믿음에서 벗어나 홀가분하게 자신을 받아들이게 만든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무엇이든 곧바로 익혀 버릴 것 같은 햇볕, 숨이 턱턱 막히는 열기와 끈적이는 높은 습도까지. 이 모든 걸 견뎌야하는 피부는 힘들다. 보다 신경 써서 피부를 진정시키고 영양과 보습을 충분히 채워주는 것이 중요하다. 여름철 피부 관리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제품이 있다. 기능별로 제품들을 살펴본다. 푹 잔 듯 촉촉하게 각질 녹여 맑게 라네즈는 슬리핑 마스크 2종을 새로 단장해 내놓았다. 라네즈 슬리핑 마스크는 전 세계 누적 판매량이 5830만 개에 이른다. 피부를 먼저 잠들게 해 밤사이 피부 상태를 회복시키는 기술인 슬립톡스를 사용했다. 라네즈는 “슬리핑 마스크는 멜라토닌과 유사한 피부 개선 기능을 통해 잠을 푹 자고 난 것 같은 피부를 만드는데 도움을 준다. 4시간 정도 더 잔 것처럼 피부를 생기 있게 해 준다”고 밝혔다. ‘워터 슬리핑 마스크’는 3중 히알루론산을 함유해 수분을 집중적으로 공급해주는 제품이다. 라네즈는 “19∼49세 여성 31명을 대상으로 한 달간 시험한 결과 쿨링 젤이 피부 온도를 바로 낮춰주며 다음 날 아침까지 촉촉하고 빛이 나는 피부를 만들어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시카 슬리핑 마스크’는 민감한 피부를 진정시키고 건강하게 만드는데 도움을 준다. 마데카소사이드, 센텔라 액티브, 병풀전초추출물을 함유해 피부 장벽을 관리해준다. 피부에 부드럽게 발린다.라네즈는 “19∼49세 여성 32명을 대상으로 2주간 시험한 결과 새로워진 슬리핑 마스크를 사용한 이들은 모두 다음날 화장이 잘 받고 8시간 정도 푹 잔 듯한 피부로 느껴진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에이피 뷰티는 새 제품 ‘리서페이싱 앤 리페어 에센스’(이하 ‘리서페이싱 에센스’)를 선보였다. 리서페이싱 에센스는 각질을 녹여 피부결을 맑고 균일하게 만들어준다. 저자극 필링 활성 성분을 조합한 복합체를 적용했다. 피부 표면의 각질을 녹이고 피부 회복 주기를 관리해 준다. 각질을 제거하면서 동시에 피부를 회복시켜주는 것이다. 에이피 뷰티는 “리서페이싱 에센스는 피부 장벽을 회복시켜주는 효과가 강한 성분을 고농축으로 함유하고 있다. 피부 관리를 할 때 첫 단계에서 사용하면 된다”고 밝혔다. 탄력 높이고 유분·수분 균형 개선프리메라는 비타티놀 세럼의 성분과 효능을 강화한 ‘비타티놀 바운시 리프트 세럼’(이하 ‘비타티놀 세럼’)을 출시했다. 비타티놀 세럼은 안티에이징 성분인 레티놀과 항산화 효과가 뛰어난 비타민C 성분을 조합한 제품이다. 2022년 9월 처음 내놓은 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프리메라는 “새로워진 비타티놀 세럼에는 레티놀보다 2.2배 강력한 탄력 강화 효능 성분을 담았다. 레티놀과 비타민C가 함께 작용해 탄력을 높여주면서 탄력 손실을 막아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체적용시험 결과 처진 모공이 개선되고 중안부 피부 탄력도 높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부색이 한결 밝아지는 효과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비타티놀 세럼에는 비타민C 캡슐이 레티놀 세럼에 함유돼 있어서 문지르기만 하면 된다. 각각 기능을 가진 성분을 섞어 쓸 필요가 없어서 편리하다. 레티놀 세럼은 순수 레티놀과 저자극 레티놀, 서방형 레티놀이 조합돼 피부 자극을 낮추고 효능을 높였다. 용량은 30g으로 늘렸다. 레티놀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피부 자극도 고려해 만들었다. 프리메라는 “민감 피부 테스트, 하이포알러지 테스트, 논코메도제닉 테스트, 피부과 테스트를 모두 실시해 민감한 피부와 여드름성 피부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자극을 줄이기 위해 향료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율은 ‘어린쑥 속수분 쑥히알 라인’으로 세럼, 크림, 패드를 선보였다. 효능성분인 쑥히알을 공통적으로 함유해 과잉 분비되는 유분을 잡고 수분은 더해 피부 유분과 수분의 균형을 관리할 수 있다. 쑥히알은 쑥에서 찾은 속건조 성분인 생쑥 수분 에센스와 수분 흡수력을 높인 히알루론산, 유분을 완화하는 이노시톨 성분으로 구성된다. 이에 수분력이 강하고 유분이 과잉 분비되는 것을 잡아줘 속건조까지 개선해준다. ‘어린쑥 속수분 쑥히알 세럼’은 수분 부족형 지성 피부와 일반 지성 피부에 쓰기 적합하다. 수분코팅캡슐이 터지면서 수분 보호막을 형성해 수분 지속력을 높여준다. 인체적용시험 결과 수분을 크게 올리고 유분은 감소시켜 유분과 수분의 균형이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쑥 속수분 쑥히알 크림’은 가벼운 느낌의 수분 크림이어서 화장의 밀착력과 함께 유지력을 높여준다. ‘어린쑥 속수분 쑥히알 패드’는 두루마리 형태로 만들어져 원하는 만큼 뽑아서 사용할 수 있다. 한율은 “피부 속 깊이 수분이 흡수되고 피부 각질을 정리해줘 피부 결이 매끄러워지고 윤기가 나게 만들어준다”고 설명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삼성증권은 올해 7월 말 기준으로 제휴 영업채널을 통한 유치 자산이 10조 원을 넘었다고 밝혔다. 이는 업계에서 처음이다.삼성증권의 제휴 영업채널은 투자권유대행인, 퇴직연금모집인, 투자자문사, 투자일임사를 포함한 아웃소싱 영업채널들이다. 삼성증권은 2022년 말 5조9000억 원이었던 제휴 영업채널 잔고가 꾸준히 늘어 2023년 말에는 7조 원, 지난해 말에는 7조7000억 원으로 증가했다. 이어 올해 7월 말에 10조 원을 넘어섰다. 삼성증권은 “2년 반 만에 약 70% 성장한 수치로, 영업채널 다각화 전략이 성과를 거둔 것”이라고 설명했다.특히 투자권유대행인 부문에서 자산이 빠르게 성장했다. 올해 상반기(1∼6월) 기준으로 삼성증권 투자권유대행인 채널을 통해 유치한 자산은 8조7000억 원으로, 속한 투자권유대행인은 1841명이다. 삼성증권은 “2024년 투자권유대행인 인증제도를 도입해 엄격한 선발 과정을 거치고 있다. 복지포인트 지급 등 여러 복리후생 제도를 통해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고 오랜 기간 파트너십을 형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투자권유대행인이 자유롭게 장기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도록 지원하기 위해 강남, 잠실에 있는 투자권유대행인실을 개편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투자권유대행인 외에도 삼성증권은 일임자문시스템을 기반으로 금융위원회 인가를 받은 정식 투자자문사 및 투자일임사의 고객 1만7000여 명으로부터 자산 1조4000억 원 가량을 유치했다. 삼성증권은 “제휴 영업채널을 확대함으로써 여러 전문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빠르게 변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하는 방안을 제공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박경희 삼성증권 WM부문장은 “제휴 영업채널은 WM부문의 중요한 미래 성장 동력”이라며 “투자권유대행인, 투자자문사, 투자일임사와의 협력을 더욱 강화해 고객에게 차별화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삼성증권은 제휴 영업채널 전담 담당자를 통해 투자권유대행인 및 투자자문·일임사를 상시 모집하고 있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자도 자도 풀리지 않는 피로. 어떻게 해야 몸이 가벼워지고 상쾌해질까.레이지보이(LA-Z-BOY) 리클라이너는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는데 도움을 준다. 리클라이너는 고정된 소파가 아니라 다리받이와 등받이를 조절해 사용자가 편안한 상태로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의자를 말한다. 레이지보이에서 처음 개발했다. 국내에서는 지엔지(G&G)가 레이지보이 리클라이너를 수입해 유통하고 있다. 레이지보이 리클라이너는 사용자의 체형과 자세에 맞춰 편안함을 제공한다. 키, 몸무게, 체형이 각각 다른 가족 구성원이 자신에게 맞게 사용할 수 있다. 가족이 하나의 소파를 사용할 경우 각각 신체 조건이 달라 만족감에 차이가 나는 문제를 해결해 준다.기본 흔들형 모델은 다리받이 3단계, 등받이 18단계로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 최대 180도까지 눕혀져 침대에 누운 것처럼 편하다. 지엔지는 “다리를 놓는 위치를 심장보다 높게 설계해 혈액순환을 돕는다. 다리받이를 내리면 부드러운 흔들의자가 돼 아늑하게 즐길 수 있다. 등받이 압력 조절 시스템은 사용자의 몸무게에 맞춰 가장 적절한 각도를 유지시켜준다”고 설명했다. 고정형 모델은 슬라이딩 방식으로 각도를 조절할 수 있어 좁은 공간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지엔지는 “벽으로부터 10cm 정도 떨어진 공간만 있으면 제품을 두고 사용 가능하다”고 밝혔다. 전동형 모델은 버튼 하나로 조작할 수 있다. HR+ 모델은 머리 받침 각도를 0∼55도까지 조절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책을 읽거나 TV를 볼 때도 편하게 해준다. 전동형과 HR+제품은 USB 단자가 있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충전할 수 있다. 럼버시스템은 허리부분의 압력을 미세하게 조절할 수 있게 해 허리가 불편한 사람들이 이용하기 좋다.제품은 1인용 뿐만 아니라 3인용 모델도 있다. 3인용 전동 리클라이너는 좌우 각도를 독립적으로 조절하고 각각 체형에 맞춰 사용할 수 있다. 안전 감지 시스템이 있어 다리받침을 내릴 때 아이의 장난감이나 반려동물 등이 닿으면 작동이 중지된다. 지엔지는 “스프링 시스템이 견고하고 소재의 내구성이 뛰어나 오래 사용할 수 있다. 전동 모델은 7만5000번 테스트를 거쳐 생산한다. 등받이와 몸통 분리형 디자인을 적용해 이동하고 설치하는데 수월하다”고 설명했다. 레이지보이 리클라이너는 다양한 연령대에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지엔지는 “흔들림이 부드럽고 태아와의 교감을 높여주는 한편 편안한 자세로 수유할 수 있어 최근에는 산모들에게도 인기가 높다”고 밝혔다.레이지보이는 1926년 미국 미시간주 몬로시에 설립돼 리클라이너를 개발했다. 타임지는 리클라이너를 20세기 100대 혁신 상품 중 하나로 선정한 바 있다. 464개 국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영국 독일 이탈리아 일본 등 70여 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롯데백화점 8곳, 현대백화점 3곳, 갤러리아백화점 4곳, 용산 아이파크백화점에서 판매한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지엔지 본사 직영점을 비롯해 잠실직영점, 수원직영점, 일산직영점까지 총 4개 직영점을 운영하고 있다. 지엔지는 1997년에 설립된 수입가구 유통업체로 분당 본사 물류센터에 대형 전시장과 물류시스템이 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매혹적인 음악과 짜임새 있는 이야기, 화려한 무대, 정교하고 힘 있는 안무.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지닌 미덕을 제대로 선사하는 작품들이 공연되고 있다. 눈과 귀는 물론 마음까지 사로잡는 뮤지컬을 만나보자.》>> 황홀하게 빚어낸 욕망 ‘위대한 개츠비’ 경제 호황으로 들썩이는 1922년 미국 뉴욕. 백만장자 개츠비는 매일 사치스러운 파티를 연다. 미국 중서부에서 온 청년 닉은 개츠비가 보낸 초대장을 받는다. 닉은 개츠비가 모든 것을 바쳐 사랑하는 데이지의 사촌이다. 부유한 톰과 결혼한 데이지는 늘 다른 여자를 만나는 남편으로 인해 공허한 생활을 이어간다. 개츠비는 닉에게 데이지를 만나게 해달라고 간청하는데…. 스콧 피츠제럴드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신춘수 오디컴퍼니 프로듀서가 미국으로 건너가 리드 프로듀서가 돼 제작한 작품으로, 2004년 3월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처음 막을 올린 후 계속 공연되고 있다. 올해 4월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도 공연을 시작해 9월 7일까지 이어갈 예정이다. 한국에서는 이달 1일 시작됐다.줄거리는 원작을 충실하게 따른다.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악착같이 돈을 모아 데이지를 곁에 두려 하는 개츠비, 옛 사랑을 만나 생기를 띠는 데이지, 개츠비의 위태로운 행보를 우려하는 닉, 불륜을 저지르면서도 데이지를 놓아주지 않는 톰. 인간의 욕망, 사랑, 위선을 입체적으로 그린다.섬세한 연기력과 풍부한 성량을 지닌 배우들은 극을 탄탄하게 떠받친다. 토니상 수상자인 매트 도일은 데이지에게 집착하며 자신이 그리는 행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개츠비를 호소력 있게 그린다. 데이지 역의 센젤 아마디는 공허함, 다시 느낀 사랑의 환희, 그럼에도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우유부단함을 몰입도 있게 표현한다. 절절한 감정을 담아 시원스레 내지르는 고음이 돋보인다. 수시로 바뀌는 화려한 의상, 노련하고 역동적인 군무는 쉼 없이 열기를 뿜어내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웅장한 저택, 호화로운 파티장 등 시시각각 변하는 무대는 역동성을 더한다. 11월 9일까지. 서울 강남구 GS아트센터. 9만∼19만 원 >> 경계를 무너뜨리는 음악의 힘 ‘멤피스’흑인에 대한 차별이 만연했던 1950년대 미국 남부 도시 멤피스. 로큰롤 등 흑인 음악을 사랑하는 백인 듀이는 이를 세상에 알리고 싶어 한다. 흑인 클럽 언더그라운드에 간 듀이는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가수 펠리샤를 보고 첫 눈에 반한다. 듀이는 백인 방송국에서 DJ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흑인 음악을 튼다. 10대들의 뜨거운 반응에 듀이는 2주간 임시 DJ를 맡게 된다. 흑인과 백인 예술가 모두의 음악을 들려준 DJ 듀이 필립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다. 2009년 브로드웨이에서 처음 선보여 이듬해 토니상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비롯해 4개 부문상을 수상했다. 국내에선 2023년 초연된 후 이번이 두 번째 공연이다.이야기는 유쾌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백인 전용 식당과 방송국이 존재하는 등 흑인을 노골적으로 차별한 당시 상황도 정교하게 비춘다. 단단한 벽처럼 쳐진 경계, 풀리지 않을 것 같은 갈등이 음악을 통해 서서히 허물어지는 과정은 음악이 가진 힘을 보여준다. 1950년대 초기 로큰롤의 신나는 음악, 리듬 앤 블루스, 가스펠은 귀를 즐겁게 만든다.휴이 역은 박강현 고은성 정택운 이창섭이 맡았다. 펠리샤 역에는 정선아 유리아 손승연이 발탁됐다. 언더그라운드 클럽 주인으로 펠리샤의 오빠인 델레이는 최민철 심재현이 연기한다. 휴이의 엄마 글래디스 역은 최정원 하은섬이 맡았다. 정택운은 제멋대로인 것 같지만 음악과 사랑에 진심인 휴이를 맛깔나게 소화한다. 빼어난 성량과 연기력을 지닌 정선아는 더 큰 세계로 한 걸음씩 나아가는 펠리샤를 매력적으로 그린다. 9월 21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8만∼17만 원. >> 명곡과 절묘한 이야기가 선사하는 유쾌함 ‘맘마미아!’그리스의 외딴 섬에서 숙소를 운영하며 홀로 딸을 키우는 도나. 스무 살 된 딸 소피는 결혼을 앞두고 아빠를 찾고 싶어 한다. 엄마의 일기장을 몰래 본 소피는 아버지일 가능성이 있는 샘, 빌, 해리에게 엄마 이름으로 결혼 초청장을 보낸다. 결혼식 전날, 세 남자가 섬에 오면서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된다. ‘Dancing Queen’, ‘Honey, Honey’, ‘S.O.S’, ‘The winner takes it all’ 등 아바의 유명한 곡들과 이야기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흥겨운 에너지가 끓어오른다.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고 싶은 꿈, 홀로 키운 딸을 결혼시킬 때의 복잡하고 아련한 심정, 사랑을 붙잡고 싶지만 결국 놓아야 하는 아픔 등 삶의 순간순간을 예리하게 포착한 장면과 노래는 가슴을 찡하게 만든다. 젊은 시절 아마추어 그룹으로 함께 활동한 도나와 타냐, 로지의 우정도 따뜻하다.보고 또 봐도 늘 기분 좋고 신선한 작품이다. 흥겨움을 추가해 주는 커튼콜도 꼭 즐기길 권한다.도나 역은 최정원 신영숙이 맡았다. 소피는 루나 최태이가 연기한다. 타냐 역에는 홍지민 김영주가, 로지 역에는 박준면 김경선이 각각 발탁됐다. 샘은 김정민 장현성, 해리는 이현우 민영기, 빌은 김진수 송일국이 연기한다. 노련한 배우들이 빚어내는 완성도 높은 무대는 관객을 흠뻑 빠져들게 한다. 10월 25일까지.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서울 LG시그니처홀. 8만∼16만 원.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매혹적인 음악과 짜임새 있는 이야기, 화려한 무대, 정교하고 힘 있는 안무.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지닌 미덕을 제대로 선사하는 작품들이 공연되고 있다. 눈과 귀는 물론 마음까지 사로잡는 뮤지컬을 만나보자. ● 황홀하게 빚어낸 욕망 ‘위대한 개츠비’ 경제 호황으로 들썩이는 1922년 미국 뉴욕. 백만장자 개츠비는 매일 사치스러운 파티를 연다. 미국 중서부에서 온 청년 닉은 개츠비가 보낸 초대장을 받는다. 닉은 개츠비가 모든 것을 바쳐 사랑하는 데이지의 사촌이다. 부유한 톰과 결혼한 데이지는 늘 다른 여자를 만나는 남편으로 인해 공허한 생활을 이어간다. 개츠비는 닉에게 데이지를 만나게 해달라고 간청하는데…. 스콧 피츠제럴드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신춘수 오디컴퍼니 프로듀서가 미국으로 건너가 리드 프로듀서가 돼 제작한 작품으로, 2004년 3월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처음 막을 올린 후 계속 공연되고 있다. 올해 4월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도 공연을 시작해 9월 7일까지 이어갈 예정이다. 한국에서는 이달 1일 시작됐다.줄거리는 원작을 충실하게 따른다.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악착같이 돈을 모아 데이지를 곁에 두려 하는 개츠비, 옛 사랑을 만나 생기를 띠는 데이지, 개츠비의 위태로운 행보를 우려하는 닉, 불륜을 저지르면서도 데이지를 놓아주지 않는 톰. 인간의 욕망, 사랑, 위선을 입체적으로 그린다.섬세한 연기력과 풍부한 성량을 지닌 배우들은 극을 탄탄하게 떠받친다. 토니상 수상자인 매트 도일은 데이지에게 집착하며 자신이 그리는 행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개츠비를 호소력 있게 그린다. 데이지 역의 센젤 아마디는 공허함, 다시 느낀 사랑의 환희, 그럼에도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우유부단함을 몰입도 있게 표현한다. 절절한 감정을 담아 시원스레 내지르는 고음이 돋보인다. 수시로 바뀌는 화려한 의상, 노련하고 역동적인 군무는 쉼 없이 열기를 뿜어내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웅장한 저택, 호화로운 파티장 등 시시각각 변하는 무대는 역동성을 더한다. 11월 9일까지. 서울 강남구 GS아트센터. ●경계를 무너뜨리는 음악의 힘 ‘멤피스’흑인에 대한 차별이 만연했던 1950년대 미국 남부 도시 멤피스. 로큰롤 등 흑인 음악을 사랑하는 백인 듀이는 이를 세상에 알리고 싶어 한다. 흑인 클럽 언더그라운드에 간 듀이는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가수 펠리샤를 보고 첫 눈에 반한다. 듀이는 백인 방송국에서 DJ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흑인 음악을 튼다. 10대들의 뜨거운 반응에 듀이는 2주간 임시 DJ를 맡게 된다. 흑인과 백인 예술가 모두의 음악을 들려준 DJ 듀이 필립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다. 2009년 브로드웨이에서 처음 선보여 이듬해 토니상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비롯해 4개 부문상을 수상했다. 국내에선 2023년 초연된 후 이번이 두 번째 공연이다.이야기는 유쾌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백인 전용 식당과 방송국이 존재하는 등 흑인을 노골적으로 차별한 당시 상황도 정교하게 비춘다. 단단한 벽처럼 쳐진 경계, 풀리지 않을 것 같은 갈등이 음악을 통해 서서히 허물어지는 과정은 음악이 가진 힘을 보여준다. 1950년대 초기 로큰롤의 신나는 음악, 리듬 앤 블루스, 가스펠은 귀를 즐겁게 만든다.휴이 역은 박강현 고은성 정택운 이창섭이 맡았다. 펠리샤 역에는 정선아 유리아 손승연이 발탁됐다. 언더그라운드 클럽 주인으로 펠리샤의 오빠인 델레이는 최민철 심재현이 연기한다. 휴이의 엄마 글래디스 역은 최정원 하은섬이 맡았다. 정택운은 제멋대로인 것 같지만 음악과 사랑에 진심인 휴이를 맛깔나게 소화한다. 빼어난 성량과 연기력을 지닌 정선아는 더 큰 세계로 한 걸음씩 나아가는 펠리샤를 매력적으로 그린다. 9월 21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명곡과 절묘한 이야기가 선사하는 유쾌함 ‘맘마미아!’그리스의 외딴 섬에서 숙소를 운영하며 홀로 딸을 키우는 도나. 스무 살 된 딸 소피는 결혼을 앞두고 아빠를 찾고 싶어 한다. 엄마의 일기장을 몰래 본 소피는 아버지일 가능성이 있는 샘, 빌, 해리에게 엄마 이름으로 결혼 초청장을 보낸다. 결혼식 전날, 세 남자가 섬에 오면서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된다. ‘Dancing Queen’, ‘Honey, Honey’, ‘S.O.S’, ‘The winner takes it all’ 등 아바의 유명한 곡들과 이야기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흥겨운 에너지가 끓어오른다.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고 싶은 꿈, 홀로 키운 딸을 결혼시킬 때의 복잡하고 아련한 심정, 사랑을 붙잡고 싶지만 결국 놓아야 하는 아픔 등 삶의 순간순간을 예리하게 포착한 장면과 노래는 가슴을 찡하게 만든다. 젊은 시절 아마추어 그룹으로 함께 활동한 도나와 타냐, 로지의 우정도 따뜻하다.보고 또 봐도 늘 기분 좋고 신선한 작품이다. 흥겨움을 추가해 주는 커튼콜도 꼭 즐기길 권한다.도나 역은 최정원 신영숙이 맡았다. 소피는 루나 최태이가 연기한다. 타냐 역에는 홍지민 김영주가, 로지 역에는 박준면 김경선이 각각 발탁됐다. 샘은 김정민 장현성, 해리는 이현우 민영기, 빌은 김진수 송일국이 연기한다. 노련한 배우들이 빚어내는 완성도 높은 무대는 관객을 흠뻑 빠져들게 한다. 10월 25일까지.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서울 LG시그니처홀.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궁금하다 생각했지만 그냥 지나쳤던, 하지만 알아두면 분명 유익한 것들이 있습니다. 과거의 역사적 사건일 수도 있고 최신 트렌드일 수도 있죠. 동아일보는 과학, 인문, 예술, 역사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오∼ 이런 게 있었어?’라고 무릎을 칠 만한 이야기들을 매 주말 연재합니다. 이번주는 역사편입니다.》 “수양대군이 왕 된다”는 말이 스포일러라며 논란이 일었던 적이 있다. 영화 ‘관상’(2013년)이 큰 인기를 얻으며 900만 명 넘게 관람할 때였다. 영화는 가상 인물인 관상가 김내경(송강호)이 김종서(백윤식)를 도와 단종을 지키기 위해 애쓰지만 수양대군(이정재)이 왕위를 빼앗는 계유정난을 그렸다. 수양대군의 대사 “내가 왕이 될 상인가?”로도 유명하다. 당시 젊은이들 가운데 역사를 잘 모르는 이들은 김종서가 수양대군을 막아낼지, 수양대군이 왕위를 거머쥘지 가슴 졸이며 영화를 봤다고 한다. 한데 영화를 보기도 전에 수양대군이 왕이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스포일러라며 강하게 반발한 것. 이에 “한국사 교육을 어떻게 하길래 이 지경이 됐느냐”는 한탄 속에 “우리 역사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수양대군이 세조로 등극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책사 한명회(김의성)는 영화에서 미스터리한 인물로 그려지다 마지막에야 제대로 모습을 드러낸다. 한명회의 자취는 서울에 또렷하게 남아 있다. 고가 아파트로 유명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은 한명회가 그의 호 ‘압구(狎鷗)’를 따서 지은 정자 압구정에서 비롯됐다. 지명에 담긴 역사를 알면 익숙하게 여기던 곳이 새롭게 다가온다. ● 압구정, 갈매기와 벗하는 정자한명회는 정계에서 물러난 후 지내기 위해 한강 변에 압구정을 만들었다. 한자로 친할 압(狎), 갈매기 구(鷗), 정자 정(亭)을 쓴다. ‘갈매기와 가까이 하며 친하게 지내는 정자’라는 뜻이다. 겸재 정선의 화첩 ‘경교명승첩’에 압구정 모습이 잘 담긴 그림이 있다. 그림 중간 언덕 위에 있는 정자가 압구정이다. 이 작품은 경기 용인시 호암미술관에서 올 4∼6월 열린 ‘겸재 정선’ 전시회에서 선보였다. 관람객들은 조선 시대 고즈넉한 압구정 풍경에 큰 흥미를 나타냈다. 한명회 시대 압구정은 서울이 아니라 경기도였다. 점차 서울이 확장되고 1970년대 도시 개발이 본격화하면서 현재 압구정동이 됐다. 정자는 사라졌지만 정자 터인 압구정 현대아파트 72동과 74동 사이에는 ‘狎鷗亭址(압구정지)’라고 새긴 바위가 있다. 한명회는 두 딸을 각각 예종, 성종과 혼인시키며 세조 사후에도 막강한 권세를 누렸다. ‘관상’에서 김내경은 한명회에게 “목이 잘릴 상”이라고 말한다. 이 말에 짓눌리며 살던 한명회는 별 탈 없이 숨을 거두면서 김내경의 말이 틀렸다고 되뇐다. 영화적 상상력이다. 하지만 연산군 대에 한명회는 부관참시(剖棺斬屍)를 당한다. 연산군이 자신의 생모인 폐비 윤 씨의 폐위와 관련됐다며 한명회 시신을 무덤에서 꺼내 토막 내고 목을 내건 것이다.경기 파주시에는 반구정(伴鷗亭)이라는 정자가 있다. 짝 반(伴), 갈매기 구(鷗), 정자 정(亭)을 쓴다. 조선 시대 재상 황희가 관직에서 물러나 말년에 지낸 곳이다. 임진강이 내려다보이는 기암절벽에 서 있다. 갈매기가 많이 모여들어 ‘갈매기를 벗 삼는 정자’라는 뜻이다. 허목이 지은 ‘반구정기(伴鷗亭記)’에는 반구정 주변의 아름다운 풍광이 묘사돼 있다. ‘정자는 파주에서 서쪽으로 15리 지점인 임진강 하류에 있고 매일 조수가 빠져 뭍이 드러나면 하얀 갈매기들이 날아든다. 주위가 편편해 광야도 백사장도 분간할 수 없다. 9월쯤 되면 철새들이 보이기 시작하며 서쪽으로 바다 입구까지 20리가량 된다.’● 청계천 광통교, 태종의 증오 고스란히 “정조?… 정종? 정약용?” 영화 ‘건축학개론’(2012년)에서 정릉이 누구의 무덤인지 묻는 교수의 질문에 서연(배수지)이 자신 없게 말한다. 틀린 답을 말할 때마다 학생들 웃음소리가 커진다. 서울 성북구 정릉은 태조 이성계의 두 번째 부인 신덕왕후의 무덤이다. 본래 서울 중구 정동에 있었다. 신덕왕후를 매우 사랑한 이성계가 자신이 지내던 경복궁 인근에 무덤을 두려 해 사대문 안인 정동에 둔 것.그러나 이방원이 태종이 된 후 지금 자리로 옮겨졌다. 한양 중심지에서 사대문 훨씬 외곽으로 옮긴 건 계모인 신덕왕후에 대한 태종의 증오가 컸기 때문이다. 신덕왕후가 이성계에게 간청해 자신이 낳은 아들인 이방석을 세자로 책봉하게 하자 이방원은 크게 분노한다. 신덕왕후도 이방원을 극도로 경계하며 눈을 감는 순간까지 친아들들의 안위를 염려했다. 신덕왕후가 세상을 떠난 후 이방원은 1차 왕자의 난을 일으켜 이복동생 이방번과 이방석을 죽였다. 태종은 신덕왕후 무덤을 이장하도록 하면서 무덤 주변 비석과 석상도 제거했다. 심지어 그 석상들을 청계천 다리 공사에 사용하게 했다. 현재 청계천 광통교 아래 화려한 무늬가 정교하게 새겨진 돌들이 그 석상들이다. 당대 최고 조각가 솜씨로 알려졌다. 태종과 신덕왕후의 악연을 오늘날에도 선명하게 보여 준다. 이 석상들은 청계천에 잠겨 있던 덕분에 훼손되지 않고 비교적 온전한 상태로 남았다. 풍성한 구름과 도사, 양끝이 갈고리처럼 생긴 불교 법구 금강저, 그리고 금강저 가운데 자리한 태극 문양 등을 볼 수 있다. 도교와 불교 문화가 섞여 있는 이 조각들에서 유교가 강력하게 정착하기 전인 조선 초 시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중구 정동은 정릉을 처음 조성한 곳이어서 정릉의 ‘정’ 자를 가져와 이름 지었다. 이후 정릉이 옮겨진 현재 지역은 정릉동이 됐다. ● 순우리말 이름이 한자로 바뀌기도 떡볶이로 유명한 서울 중구 신당동 이름은 무당들이 신당(神堂)을 짓고 살았던 데서 비롯됐다. 이후 신당과 발음은 같고 한자만 바꾼 ‘신당(新堂)’으로 표기했다. 조선 시대에는 도성 안에 무덤을 만들 수 없었다. 산 자와 죽은 자가 같은 공간에 있는 건 유교적 가치관과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성은 양기가 흐르는 곳이기에 음의 기운이 있는 무덤은 피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사람이 죽으면 사대문 밖으로 시신을 내보냈다. 시신이 나가던 문 근처에 공동묘지가 생기고 망자를 달래는 무당집이 늘어나면서 신당으로 불리게 됐다. 따라서 신당동도 조선 시대에는 도성 밖 지역이었다. 도성 사대문(숙정문 흥인지문 숭례문 돈의문) 옆에 작은 문인 사소문이 있었다. 창의문 혜화문 광희문 소의문이다. 신당동은 한양 동남쪽 광희문 근처에 있다. 조선 시대에는 광희문을 시구문(屍口門)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시체가 나가는 문’이라는 뜻이다. 서울 중구 북창동 이름은 조선 시대 재정기관 선혜청이 군량미 등을 비축한 곡물 창고 북쪽에 있는 동네인 데서 유래했다. 서울 중구 남창동은 선혜청 창고 남쪽에 해당돼 이렇게 이름이 붙여졌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동묘(東廟)는 ‘삼국지’의 관우를 모신 사당이다. 공식 이름은 ‘동관왕묘(東關王廟)’로 ‘동쪽에 있는 관왕, 즉 관우의 사당’이라는 뜻이다. 임진왜란 때 조선을 도와준 대가로 사당을 지으라는 명나라 요구로 세워졌다. 중국인은 관우를 용맹과 정의, 충의의 상징이라고 여기며 나라와 백성을 지키는 전쟁의 신으로 모셨다. 임진왜란 당시 명나라 장수들은 관우의 기운을 받기 위해 성주, 안동, 남원 같은 주둔지에 관우 사당을 세웠다. 순우리말 이름을 한자로 쓴 곳도 많다. ‘명량대첩’으로 유명한 명량(鳴梁)은 순우리말 울돌목을 한자로 쓴 것이다. 진도와 육지 사이 좁은 해협에 매우 거센 물살이 흐르는데 그 소리가 마치 크게 우는 듯하다 하여 울돌목이라고 불렀다. 서울 마포구 애오개는 아이 아(兒)와 고개 현(峴)으로 적어 ‘아현’이 됐다. 현재는 兒를 언덕 아(阿)로 바꿔 ‘阿峴(아현)’으로 적고 있다. 아현과 애오개는 서울지하철 2호선 아현역, 5호선 애오개역에 각각 쓰인다. 서울 강남구 대치와 한티도 마찬가지다. 큰 고개라는 뜻의 우리말 한티를 큰 대(大), 고개 치(峙)를 써서 대치로 쓴 것. 두 단어는 같은 뜻이지만 서울지하철 3호선 대치역, 수인분당선 한티역에서와 같이 다른 지명처럼 인식되고 있다.QR코드를 스캔하면 14일 채널A에서 방송된 브레인 아카데미 ‘신화편’을 볼 수 있습니다. ‘역사편’은 21일 오후 10시 방송됩니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많은 사람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는 베스트셀러. 창작자들은 자신이 만든 콘텐츠가 베스트셀러가 되길 꿈꾸지만, 실제로 실현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이 희귀한 확률을 뚫고 베스트셀러가 된 콘텐츠가 탄생한 과정을 들여다본다. 창작자의 노하우를 비롯해 이 시대 사람들의 욕망, 사회 트렌드 등을 확인할 수 있다.일찍 결혼해 아이를 낳길 간절히 소망했지만 20대가 지나고 30대가 끝나도 이뤄지지 않았다. 40세가 되자 남성을 만날 공간을 넓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으로 떠났다. 포틀랜드에서 시작해 뉴욕, 샌프란시스코로 옮겨 살고 데이트앱도 여러 개 활용해 남성들을 만났다. 인사담당자가 인재를 찾는 마음으로 먼저 연락하고 커피를 사주며 자신을 알렸다. 천주교 신자로, 40일간 새벽 기도도 했다. 당초 계획한 1년이 지나고 2년이 넘었지만 꿈은 이뤄지지 않았다. 한국으로 돌아오기로 했다. 한데 모든 걸 내려놓은 순간, 인연을 만났다. 에세이 ‘40세 정신과 영수증’(이야기장수)을 쓴 정신 작가(48)의 얘기다. 그가 사랑을 향해 나아간 과정과 삶을, 매일 모은 영수증과 함께 담은 이 책은 올해 4월 출간된 후 4개월 만에 1만 권 넘게 판매됐다.(국내 출판계의 베스트셀러 기준은 책 판매량 1만 권이다.) 책은 사진집 같기도 하고 시집처럼 느껴지기도 하다. 현재 정 작가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중국계 캐나다인 남편, 네 살 난 아들과 살고 있다. 정 작가를 12일 영상으로 만나고 이연실 이야기장수 대표(41)를 11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23세부터 매일 영수증을 모은 정 작가는 영수증을 통해 삶에 대한 단상을 풀어낸 에세이 ‘정신과 영수증’을 2004년 출간한 바 있다. 이 책은 ‘24세 정신과 영수증’이란 제목으로 이야기장수에서 ‘40세 정신과 영수증’과 함께 다시 출간됐다. ‘24세 정신과 영수증’도 4개월 만에 3쇄를 찍었다. 결혼할 남성을 찾기 위해 그동안 번 돈을 몽땅 싸들고 아무 연고도 없는 미국으로 어떻게 혼자 갈 수 있었을까. 정 작가는 “너무나 간절했기 때문”이라며 웃었다.“결혼해서 아이를 낳는 걸 어릴 때부터 꿈꿨어요. 고등학생 때 가수 이적 씨의 어머니(박혜란 여성학자)가 쓴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 ‘도시락 편지’(조양희 소설가가 세 아이의 도시락에 넣어준 편지를 담은 에세이)를 열심히 읽을 정도였죠. 간절함은 커지는데 가능성이 안 보이니까 마냥 기다릴 순 없어서 더 넓은 곳에서 찾아야 했어요.” 그는 서울예대 광고창작과를 졸업한 후 친구와 광고기획사를 만들어 운영하기도 했다. TBWA에서 카피라이터로, 네이버에서 마케터로 일했다. 영수증을 모으고 메모하는 습관은 회사를 운영할 때 회계처리를 위해 영수증을 모으면서 시작됐다. 23세부터 지금까지 모은 영수증은 2만 5000장 가량 된다. 그는 사랑할 때 온 힘을 다했다. “제가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예요. 두근거리게 하는 사람이 있으면 먼저 표현해요. 네이버에 다닐 때 괜찮은 사람을 보면 결혼했는지 여부가 너무 궁금하더라고요. 인사팀에 ‘직원 정보에 싱글인지 기혼인지 표기해 주면 안 되느냐’고 건의했다니까요.(웃음)” 한편으론 미국에 가도 남편을 찾지 못할까봐 두려웠다. “빈손으로 오면 어쩌나 걱정했어요. 나이는 더 먹고 돈도 떨어질 거니까요. 그러자 친한 후배가 말하더라고요. ‘그럴 거면 가지 마라. 지금과 똑같이 살다 일 년이 지날 거다.’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이런 일 년이 반복되어선 절대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큰 상처로 인해 ‘구겨진’ 마음을 펴내고 싶은 소망도 있었다. 영수증엔 그의 한걸음 한걸음이 찍혀 있다. 우버 승차 요금 9.5달러 영수증 옆엔 ‘인사팀 담당자가 된 것처럼/출장 예산을 배정하고//우버와 지하철을 타고 열심히/데이트에/출근하고 퇴근했다’고 썼다. 기억에 남을 일을 많이 하면 시간이 천천히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물리학자의 말에 친구들과 캠핑침대에서 놀던 기억 등을 떠올리고 싶어 42.99달러 캠핑용 접이식 침대를 산다. 도시를 세 번이나 옮기고 로스앤젤레스(LA) 등 인근 지역으로 ‘출장’까지 다녀도 인연을 만나지 못하자 깨닫는다. ‘남자를 만나 결혼하면/나는 그것으로 다 채워진다고 생각한 것/이것은 나의 우상숭배였다…(중략)…일단 초코 크루아상 두 개를 먹자//맛있다/접시에서 사라진다//…(중략)…나도 미국에서 사라지게 하자//한국으로 가자’. 한데 미국에 다녀왔는데 영어를 못하면 너무 창피할 것 같아 6개월 더 머물며 영어를 공부하기로 했다. 그리고 순한 느낌에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남성을 만난다. 정 작가가 키우는 허브에 이름을 지어달라고 하곤 잊어버렸는데 ‘허버트 씨’라는 이름을 보내왔다. 정 작가는 2020년 결혼하고 이듬해 아들을 낳았다. 영어 문법을 연구하고 영어 교육도 하고 있다. “남편을 만난 후 나 자신을 찾은 것 같아요. 마음에 드는 남자를 보면 알고 싶고 마음 졸이며 연락을 기다리지 않아도 되니까요.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드는 건데, 해방됐어요! 아이의 탄생과 성장을 바라보는 게 이토록 재미있는지 놀라워요.”정 작가는 새 책을 내기 위해 투고하는 대신 이 대표에게 출간 제안 영상을 보냈다. 김하나 황선우 작가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여둘톡’을 듣다 출연한 이 대표의 목소리를 듣고 “과일의 단맛과 물기를 목소리에 가지고 있다”며 무릎을 쳤다. 이 대표가 쓴 ‘에세이 만드는 법’과 그의 인터뷰 기사를 찾아 읽으며 책을 잘 만들 편집자라는 확신을 가졌다. 마음을 고백하는 연서와 같은 영상을 보고 이 대표는 펑펑 울었다. 이 대표는 오래 전부터 정 작가의 팬이었다. ‘정신과 영수증’을 읽고 푹 빠진 것. “작가님이 ‘빨강머리 앤’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더 나이 들면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고요. 2020년 출간 제안 메일을 보냈는데 ‘책을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정중하게 거절하셨습니다.” 정 작가는 “아이를 낳고 여러 경험이 쌓이면서 비로소 책을 다시 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정 작가는 실행하는 데 빠르다. “친구들 중 결혼을 원하면서 새벽기도를 안 한 사람은 있어도 40일 새벽기도를 하고 결혼을 안 한 사람은 없다”는 친구의 말에 곧장 새벽 기도를 한다. 남편에게 프러포즈도 먼저 했다. “엄마가 유쾌하고 긍정적이세요. 제가 인테리어 공사비를 사기 당한 적이 있어요. 엄마는 제대로 알아보지 않았다고 야단치는 대신 ‘나는 어린 나이에 그런 경험 못했어. 엄청난 경험이야’라고 하셨어요. 자주 여행을 다녔는데 늘 ‘많이 배우고 와’라고 하셨죠. 미국에 갈 땐 ‘이번엔 많이 놀고 와’라고 하셨고요. 이런 유전자를 물려받았으면 못 할 게 없다고 생각해요.(웃음)”그가 광고를 만들고 카피라이터, 마케터로 일한 데는 ‘슈퍼마켓집 딸’이었던 게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온갖 과자, 음료수, 아이스크림을 보며 자라 ‘네이밍’에 대한 조기 교육을 받은 셈이에요.(웃음) ‘우와, 어떻게 과자에 ‘맛동산’이란 이름을 붙일 생각을 했을까’ 같은 생각을 했거든요.”정 작가의 본명은 정경아다. 인천에서 자란 그에게 서울 가서 잘 되라는 뜻으로 부모님이 지어줬다. “서울예대에 갔더니 개성 강한 친구들이 많더라고요. 제 이름은 평범해서 2학년 때 ‘정신’이란 이름을 만들었어요. 말 그대로 ‘mind’의 의미예요.” 첫 책과 마찬가지로 두 번째 책도 정 작가의 오랜 친구인 사이이다 사진작가, 공민선 디자이너와 함께 작업했다. 사이이다, 공민선 씨는 촬영을 위해 미국으로 갔다. 두 책 모두 표지에 세 명의 이름을 나란히 표기했다. 정 작가는 방송인 홍진경 씨와도 절친한 사이다. 홍 씨는 정 작가와 남편을 만난 자리에서 “하느님 나의 기도를 들어 주셨어”라며 눈물을 흘린다. ‘너의 기도’가 아닌 ‘나의 기도’. 친구에 대한 홍 씨의 깊은 마음을 알 수 있다. 정 작가와 이 대표는 화상으로 대화하며 작업했다. 이 대표는 정 작가가 왜 미국으로 갔는지, 미국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등 서사를 강화하자고 했다. 독자들이 궁금해하기 때문이다. 제목은 ‘정신과 영수증’으로 하되 앞에 나이를 붙였다. 갖고 다니기 쉽게 첫 책보다 판형을 줄였다. 정 작가와 논의한 내용은 계속 소셜미디어에 올려 출간 전부터 알렸다. 둘이 만난 과정을 담은 미니북도 3000권 만들어 온라인 서점과 동네 책방 독자에게 증정했다. 정 작가는 올해 5월 이야기장수 사무실이 있는 경기 파주출판도시로 이 대표의 사진과 이름을 붙인 커피차를 보냈다. 이 대표는 “커피차를 받은 편집자는 처음일 것”이라며 감격했다. “대표님에 대한 고마움이 계속 커졌어요. 제가 차분하게 글을 쓰게 하고 책과 독자를 만나게 하는 소개팅을 주선해 주시니까요. 커피차를 보낸 건 남편의 아이디어예요. 남편이 K팝을 엄청 좋아하거든요. 팬들이 아이돌에게 ‘조공’하듯 해보자고 제안했어요.(웃음)” 독자 중에는 남성의 비중이 꽤 높다고 한다. “북토크 참석자 가운데 남성은 손으로 꼽을 정도인데, 정 작가님 북토크에는 40대 이상 남성들이 꽤 많이 오셨어요. ‘마음이 힘들 때, 제목만 보고 정신과에 간 얘기인 줄 알고 샀다가 매료됐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이 대표는 정 작가가 ‘20대와 40대의 인생’을 건네줘 감사하다고 했다. “10쇄 등 기념이 될만한 숫자에 도달하면 눈에 잘 띄는 색감으로 표지를 만든 리커버판을 내고 싶어요. 책이 꾸준히 나가고 있어서 머지 않아 리커버판을 내게 될 것 같아요.” 정 작가는 영수증이 더 모이면 다시 책을 낼 생각이다. “5년 정도 후에 아들에 대한 책을 내고 싶어요. 아이 말을 매일 녹음하고 있어요. 로봇을 사면 끼워주는 맛없는 사탕을 제게 자꾸 먹으라고 해서 거부하니까 ‘여기에 내 사랑이 꽉 차 있어’라고 말하는 아이예요.(웃음)”■‘40세 정신과 영수증’(2025년·이야기장수)은….정신 작가가 40세에 남편감을 찾아 미국으로 떠난 과정과 삶에 대한 단상을 영수증을 통해 담아낸 에세이다. 결혼해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리길 간절하게 원했던 저자는 소망이 이뤄지지 않자 공간을 넓혀보기로 한다. 태평양을 건너 미국 포틀랜드, 뉴욕, 샌프란시스코로 도시를 옮겨서 지내고 여러 데이트앱을 활용해 인재를 채용하는 마음으로 남성들을 만난다. 2년이 지나도 인연을 만나지 못하자 결국 귀국하기로 결심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마음을 비우자 끌리는 남성을 만난다. 끌림이 확신이 된 건 그의 사무실 사진을 본 때였다. 하늘이 잘 보이는 자리에 있다가 잘 안 보이는 곳으로 옮기게 됐는데 아쉬운 마음에 해와 구름을 A4지에 한 장씩 그려 붙인 사진이었다. 2020년 결혼해 아들을 낳았다. 저자가 오랜 시간 우정을 나눈 친구들, 신에 대한 믿음과 내면에 대한 응시도 담겼다. 영수증은 구체적인 형태로 일상을 비춘다. 자전거 렌트 요금 7달러 영수증은 저자가 마주치길 두려워하면서도 그리워하는 이에 대한 생각을 뱉어내기 위해 달려나가고 싶은 순간을 보여준다. 남편을 처음 만난 날, 이야기가 시작되자 11달러에 산 아이스크림 두 컵은 소외돼 녹아버린다. 좋은 인연도 나쁜 인연도 모두 만나는 것이 인생임을 담담히 받아들인다.저자가 남편, 아들과 함께 포토부스에서 찍은 사진과 영수증은 태평양을 건너 그가 이룬 충만한 기쁨을 보여준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조선 최초의 소프라노 윤심덕. 일본 유학을 다녀온 그는 무대에 오르고 행보 하나하나가 주목받는다. 부호의 아들로 작가, 연출가인 김우진. 예술가의 길을 걷고 싶지만 사업을 이어받으라는 아버지의 요구에 고뇌한다. 일본으로 가는 배를 탄 후 대한해협에서 사라진 두 사람. 사람들은 사랑 때문에 둘이 바다에 몸을 던졌다고 여긴다. 이들에겐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연극 ‘사의 찬미’는 윤대성 작가의 동명 희곡을 바탕으로 다시 창작한 작품이다. 무대에 불이 켜지면 조선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이 등장한다. 1920년대 프랑스 파리에서 머물던 그는 연인이라 여긴 이에게 배신당하고 조선으로 돌아가 이혼당할 상황에 놓인다. 충동적으로 다리 위에 오른 나혜석은 조선 여성 로미를 우연히 만난다. 나혜석은 로미의 초상을 그리고 둘은 삶과 자유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은퇴를 앞둔 경찰 요시다는 윤심덕과 김우진의 이야기로 소설을 쓰기 위해 그들의 친구 홍난파를 찾아간다. 실존 인물과 함께 새로운 인물을 등장시켜 윤심덕과 김우진의 궤적을 하나하나 짚어가는 구성은 몰입도를 높인다. 예술에 대한 갈망, 사회의 규범, 가족에 대한 책임에 수없이 망설이고 고민하다 가슴이 시키는 대로 ‘나’를 찾아간 이들. 각자의 삶을 어떻게 채색할지 생각하게 만든다. 여성에게 더 무거운 굴레를 씌우는 현실을 비판하며 점점 마음을 여는 나혜석과 로미의 모습은 다정하다. 마음이 향하는 대로 살길 원하는 젊은 날의 나혜석은 빛난다. 홀로 쓸쓸하게 죽음을 맞는 그의 마지막을 알기에 싱그러운 나혜석이 애잔하게 다가온다. 작품은 마냥 무겁지만은 않다. 재치 있고 때론 엉뚱해서 웃음이 터지는 장면이 중간 중간 배치돼 강약을 리듬감 있게 조절한다. 윤심덕 역은 전소민 서예화가, 김우진 역은 이충주 윤시윤이 각각 맡았다. 나혜석은 양지원 이예원이, 홍난파는 이시강 도지한이 연기한다. 박윤희 김태향이 요시다 역을 맡았다. 김우진의 아내 정점효 역에는 박수야가 발탁됐다. 서예화는 당차고 솔직하지만 가족 앞에서 약해지는 윤심덕을 매끄럽게 연기한다. 연극 무대에 처음 도전한 윤시윤은 감정을 표현하는데 서툴고 의무감에 짓눌리지만 외로운 결정을 내리고 뚜벅뚜벅 나아가는 김우진을 섬세하게 그린다. 전소민도 연극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지원 도지한 박윤희는 안정적인 연기로 작품을 탄탄하게 만든다. 1920년대 경성과 파리를 그림 같은 영상으로 구성한 무대는 서정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8월 17일까지.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서울 U+ 스테이지.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