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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잊고 싶습니다.”전남 나주시의 한 벽돌공장에서 벽돌 더미와 함께 비닐에 묶여 지게차로 옮겨지는 인권 유린을 당한 스리랑카 출신 이주노동자 A 씨(31)는 29일 이렇게 말했다.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에 따르면 A 씨는 이날 50대 지게차 운전자 B 씨 등 한국인 벽돌공장 관계자들에게 ‘민·형사상 절차를 진행하지 않겠다’며 합의서를 써줬다. 특히 A 씨는 B 씨와 벽돌공장 사업주 등 관계자 3명에 대해 경찰에 선처를 요청하기도 했다. 앞서 전남경찰청은 B 씨 등을 특수감금, 특수폭행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관계자는 “억울한 일을 겪은 A 씨는 더 이상 벽돌공장과 연결되지 않고 평범한 일자리에서 일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벽돌공장 사업주 등은 A 씨가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취업 알선 등 실질적인 지원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A 씨는 올 2월 근무 중 비닐 랩으로 벽돌에 결박된 뒤 지게차에 매달려 약 30분 동안 끌려다니는 가혹행위를 당했다. B 씨는 경찰 조사에서 ‘동료에게 일을 잘 가르치라고 했는데 A 씨가 피식 웃어 그런 행동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은 이달 말 A 씨가 스리랑카 출신 노조 관계자의 도움을 받아 공론화하면서 알려졌다. A 씨의 누나와 약혼녀는 가혹행위 장면이 담긴 58초 동영상을 보고 슬퍼했다고 한다.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광주시 소방안전본부는 여름철 냉방기기 사용량이 증가하며 멀티탭 과부하로 인한 화재가 잇따르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29일 밝혔다.최근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광주에서는 총 113건의 냉방기기 관련 화재가 발생했다. 냉방기 화재 원인은 과부하, 접촉 불량과 같은 전기적 요인이 51건(45.1%)으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이어 부주의 29건, 기계적 요인 16건, 원인미상 17건 등의 순이었다.전체 113건 중 7~9월 여름철 발생한 냉방기기 관련 화재는 72건(64%)이었고 화재 원인 절반(36건)은 전기적 요인이었다. 이처럼 높은 습도와 폭염이 계속되면서 냉방기기 과다 사용과 고전류 기기의 무분별한 멀티탭 연결에 의한 과부하 화재가 늘어나는 추세다.냉방기기 사용 때에는 △전력 소모가 큰 냉방기기는 벽면 단독 콘센트 연결 △하나의 멀티탭에 여러 개의 플러그를 연결하는 문어발식 사용 금지 △반드시 KC마크 등 안전인증을 받은 정품 멀티탭 이용 △오래되거나 손상된 제품 교체 등 안전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김희철 광주시 소방안전본부 119대응과장은 “냉방기기를 비롯한 여러 가전기기를 멀티탭에 연결해 사용할 경우 과전류, 접촉 불량 등 전기적 결함으로 인한 화재 위험이 크다”며 “반드시 안전수칙을 지키고 화재 시에는 전원 차단 후 소화기로 진화하고, 불이 클 경우 즉시 대피해 119에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전남에서 이주노동자와 계절근로자의 이름 불러주기 운동이 확산하고 있다. 28일 전남도에 따르면 올해 전남노동권익센터가 이주노동자 300여 명을 대상으로 안전모에 이름과 출신 국가 그리고 “이름을 불러주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스티커를 붙이는 사업을 진행했다. 전남노동권익센터가 처음 추진하고 있는 이주노동자 이름 불러주기 운동은 해남군 대한조선 100명, 영암군 미주산업 60명, 광양 모 기업 70명 등 5곳에서 동참했다. 이름이 적힌 안전모를 받은 이주노동자들은 미소를 지으며 반겼다. 전남노동권익센터는 이주노동자에게 겨울옷과 포크 나눔 운동도 펼치고 있다. 이런 운동이 확산하는 이유는 작업 현장에서 이주노동자의 이름이 부르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일부에서 “야”, “인마” 등 비인격적 표현을 사용하는 실태를 바꾸고 인권 존중 문화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2월 전남 나주 벽돌공장에서 비닐에 묶여 지게차로 옮겨지는 등 인권 유린을 당한 스리랑카 출신 이주노동자 A 씨(31)도 사건 이후 다른 한국인 근로자로부터 이름 대신 욕설이 섞인 호칭을 계속 들었다며 괴롭힘을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해당 벽돌공장에서 이주노동자 이름을 불러주는 등 인권 존중에 대한 의식을 키웠다면 비닐 결박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길주 전남노동권익센터장은 “이주노동자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 존중이 시작된다. 산업 현장에서 이름을 불러주는 것은 인권 존중과 안전사고 예방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주노동자 이름 불러주기 운동은 지방자치단체로도 확산하고 있다. 전남 장성군은 최근 계절근로자 287명에게 이름을 정확히 부를 수 있도록 만든 한국어 명찰을 전달했다. 무안군도 계절근로자 427명에게 이름이 적힌 안전조끼를 제공했다. 계절근로자들은 양파, 마늘, 양배추, 쪽파, 고구마 등의 농작물 재배 작업에 참여하고 있는데 자신의 이름이 적힌 옷이 농민들과의 유대감을 쌓는 데 도움이 된다는 반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도는 4월 영암 돼지농장에서 일하던 네팔 출신 20대 노동자의 죽음 이후 이주노동자 인권보호 종합대책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 전남지역 외국인 주민은 2022년 7만3138명에서 2023년 8만6729명으로 18.5%로 증가해 전국 1위를 기록했다. 이는 농어촌 일자리 등으로 고용허가제, 계절근로자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전남도는 이달부터 이주노동자 의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외국인 안심병원 68곳을 운영하고 있다. 외국인 안심병원은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거나 언어 소통의 어려움을 겪는 이주노동자 등의 진료를 위한 것이다. 전남도는 올해 하반기 이주노동자 실태조사, 이동상담소 확대 등을 실시하기로 했다. 또 이주노동자 고립감 해소를 위해 전남이민외국인종합지원센터의 이용 편의를 강화하고 안내책자를 발행하기로 했다. 이종관 전남도 이민정책팀장은 “이주노동자 인권보호 종합대책들 가운데 내년에 시작될 임시보호시설인 쉼터 운영을 제외하고 올해 대부분 추진된다”며 “인권 침해 재발 방지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에 힘쓰겠다”고 말했다.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전남에서 이주노동자와 계절근로자의 이름 불러주기 운동이 확산하고 있다.28일 전남도에 따르면 올해 전남노동권익센터가 이주노동자 300여 명을 대상으로 안전모에 이름과 출신 국가 그리고 “이름을 불러주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스티커를 붙이는 사업을 진행했다. 전남노동권익센터가 처음 추진하고 있는 이주노동자 이름 불러주기 운동은 해남군 대한조선 100명, 영암군 미주산업 60명, 광양 모 기업 70명 등 5곳에서 동참했다. 이름이 적힌 안전모를 받은 이주노동자들은 미소를 지으며 반겼다. 전남노동권익센터는 이주노동자에게 겨울옷과 포크 나눔 운동도 펼치고 있다.이런 운동이 확산하는 이유는 작업 현장에서 이주노동자의 이름이 부르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일부에서 “야”, “인마” 등 비인격적 표현을 사용하는 실태를 바꾸고 인권존중 문화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2월 나주 벽돌공장에서 비닐에 묶여 지게차로 옮겨진 인권 유린을 당한 스리랑카 출신 이주노동자 A 씨(31)도 사건 이후 다른 한국인 근로자로부터 이름 대신 욕설이 섞인 호칭을 계속 들었다며 괴롭힘을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해당 벽돌공장에서 이주노동자 이름 불러주는 등 인권존중에 대한 의식을 키웠다면 비닐 결박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길주 전남노동권익센터장은 “이주노동자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 존중이 시작된다. 산업현장에서 이름을 불러주는 것은 인권존중과 안전사고 예방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주노동자 이름 불러주기 운동은 지방자치단체로도 확산하고 있다.전남 장성군은 최근 계절근로자 287명에게 이름을 정확히 부를 수 있도록 만든 한국어 명찰을 전달했다. 무안군도 계절근로자 427명에게 이름이 적힌 안전조끼를 제공했다. 계절근로자들은 양파, 마늘, 양배추, 쪽파, 고구마 등의 농작물 재배 작업에 참여하고 있는데 자신의 이름이 적힌 옷이 농민들과의 유대감을 쌓는 데 도움이 된다는 반응인 것으로 알려졌다.전남도는 4월 영암 돼지농장에서 일하던 네팔 출신 20대 노동자 죽음 이후 이주노동자 인권 보호 종합대책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 전남지역 외국인 주민은 2022년 7만3138명에서 2023년 8만6729명으로 18.5%로 증가해 전국 1위를 기록했다. 이는 농어촌 일자리 등으로 고용허가제, 계절근로자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전남도는 이달부터 이주노동자 의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외국인 안심병원 68곳을 운영하고 있다. 외국인 안심병원은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거나 언어소통의 어려움을 겪는 이주노동자 등의 진료를 위한 것이다.전남도는 올해 하반기 이주노동자 실태조사, 이동상담소 확대 등을 실시하기로 했다. 또 이주노동자 고립감 해소를 위해 전남이민외국인종합지원센터의 이용편의를 강화하고 안내책자를 발행하기로 했다. 이종관 전남도 이민정책팀장은 “이주노동자 인권 보호 종합대책들 가운데 내년에 시작될 임시보호시설인 쉼터 운영을 제외하고 올해 대부분 추진된다”며 “인권 침해 재발방지를 위한 실효성이 있는 대책마련에 힘쓰겠다”고 말했다.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왜 내가 비닐에 묶여야 했는지, 그 이유를 꼭 알고 싶습니다.” 전남 나주의 한 벽돌공장에서 벽돌 더미와 함께 비닐에 묶여 지게차로 옮겨지는 인권 유린을 당한 스리랑카 출신 이주노동자 A 씨(31)는 25일 경찰 조사에서 “인격적인 모욕에 대한 이유만큼은 꼭 알고 싶다”며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등에 따르면 A 씨는 사건이 발생한 올해 2월부터 5개월간 한국에 있는 사촌형과 스리랑카 노동자 관련 단체에 피해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A 씨의 재취업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에 단체 등도 대응 방안을 신중히 검토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A 씨 역시 “다시 일하지 못할까 봐 고민했다”고 한다.25일 경찰 조사에서 A 씨는 자신이 왜 그런 일을 당했는지 설명을 듣고 싶다고 했다. 네트워크 측에 따르면, A 씨를 비닐로 결박해 벽돌과 함께 지게차에 실은 한국인 상사는 “A 씨의 동료에게 일을 잘 가르치라고 했는데, A 씨가 피식 웃어 그런 행동을 했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A 씨는 “웃지도 않았고 상사의 말을 이해하지도 못했다”며 “당시 무엇이 잘못됐는지도 몰랐고, 매우 두려웠다”고 반박했다. 27일 네트워크 측은 “설령 A 씨가 웃었다고 해도 한국말을 잘 모르는 이주노동자가 직장 상사 말에 어떻게 반응해야 했겠느냐”며 “이주노동자에 대한 몰이해가 드러난다”라고 지적했다. 현재 A 씨는 전남의 한 종교시설에 머무르며 시민단체의 지원으로 생활하고 있다. 불안정한 심리 상태로 식사를 거르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정부와 전남도 등이 A 씨의 재취업을 돕기 위해 나서면서, A 씨는 조만간 새로운 직장에서 근무를 시작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A 씨는 고용허가제(E-9) 체류 자격으로 사업장 변경을 신청한 상태였는데, 출입국관리법상 3개월 이내 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강제 출국될 수 있는 처지였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 알아본 결과 근무환경이 좋은 회사 사업장에서 채용 의사가 있어서 월요일(28일) 오전 회사를 방문해 취업 여부를 최종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A 씨는 친구들이 일하고 있는 영남권 한 도시로 이직하길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노동부는 “기존 권역 내에 적합한 일자리가 없을 경우 비수도권의 다른 권역으로 알선이 가능하다”며 권역 변경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나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왜 내가 비닐에 묶여야 했는지, 그 이유를 꼭 알고 싶습니다.”전남 나주의 한 벽돌공장에서 벽돌 더미와 함께 비닐에 묶여 지게차로 옮겨지는 인권 유린을 당한 스리랑카 출신 이주노동자 A 씨(31)는 지난 25일 경찰 조사에서 “인격적인 모욕에 대한 이유만큼은 꼭 알고 싶다”며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27일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등에 따르면 A 씨는 사건이 발생한 올해 2월부터 5개월간 한국에 있는 사촌형과 스리랑카 노동자 관련 단체에 피해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A 씨의 재취업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에 단체 등도 대응 방안을 신중히 검토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A 씨 역시 “다시 일하지 못할까 봐 고민했다”고 한다.25일 경찰 조사에서 A 씨는 자신이 왜 그런 일을 당했는지 설명을 듣고 싶다고 했다. 네트워크 측에 따르면, A 씨를 비닐로 결박해 벽돌과 함께 지게차에 실은 한국인 상사는 “A 씨의 동료에게 일을 잘 가르치라고 했는데, A 씨가 피식 웃어 그런 행동을 했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A 씨는 “웃지도 않았고 상사의 말을 이해하지도 못했다”며 “당시 무엇이 잘못됐는지도 몰랐고, 매우 두려웠다”고 반박했다. 27일 네트워크 측은 “설령 A 씨가 웃었다고 해도 한국말을 잘 모르는 이주노동자가 직장 상사 말에 어떻게 반응해야 했겠느냐”며 “이주노동자에 대한 몰이해가 드러난다”라고 지적했다.현재 A 씨는 전남의 한 종교시설에 머무르며 시민단체의 지원으로 생활하고 있다. 불안정한 심리 상태로 식사를 거르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한편 정부와 전남도 등이 A 씨의 재취업을 돕기 위해 나서면서, A 씨는 조만간 새로운 직장에서 근무를 시작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A 씨는 고용허가제(E-9) 체류 자격으로 사업장 변경을 신청한 상태였는데, 출입국관리법상 3개월 이내 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강제 출국될 수 있는 처지였다.김영록 전남도지사는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 알아본 결과 근무환경이 좋은 회사 사업장에서 채용 의사가 있어서 월요일(28일) 오전 회사를 방문해서 취업 여부를 최종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A 씨는 친구들이 일하고 있는 영남권 한 도시로 이직하길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노동부는 “기존 권역 내에 적합한 일자리가 없을 경우 비수도권의 다른 권역으로 알선이 가능하다”며 권역 변경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정말 수치스러웠습니다.” 24일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가 전남 나주시청 앞에서 연 ‘이주노동자 인권유린 규탄 기자회견’에서 스리랑카 출신 이주노동자 A 씨(31)는 “몸과 마음을 다쳤다. 악몽을 빨리 잊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2월 나주의 한 공장에서 지게차 화물에 결박당한 채 화물과 함께 옮겨지는 일을 겪었다. 지게차를 운전한 한국인 기사 B 씨는 A 씨에게 “잘못했냐”, “잘못했다고 해야지”라고 말하며 조롱했다. 이 같은 상황은 동료 이주노동자들이 촬영한 동영상에 고스란히 담겼다.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는 A 씨와 함께 해당 영상을 공개하며 인권유린 행위를 규탄했다. A 씨에 따르면 사건은 2월 26일 나주의 한 벽돌공장 사업장에서 벌어졌다. 당시 근무 3개월 차였던 A 씨에게 B 씨는 “동료 스리랑카 노동자들을 잘 가르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동료들이 작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자, B 씨는 A 씨를 흰색 비닐 랩으로 벽돌에 결박한 뒤 화물처럼 지게차로 들어 올렸다. 이런 가혹 행위는 약 30분 동안 이어졌다. A 씨는 공포와 수치심 속에서 B 씨가 묻는 질문에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A 씨는 5개월 더 일하다 더는 참지 못하고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에 피해 사실과 영상을 제보했다. A 씨에 따르면 또 다른 한국인 간부도 상습적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A 씨는 “(한국인 간부가) 사업장에서 왕처럼 군림했다”고 했다. 해당 공장에는 A 씨를 포함해 스리랑카, 동티모르, 중국 출신 이주노동자 10여 명과 한국인 3∼4명 등 총 22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A 씨는 “이 같은 인권유린에 대해 회사의 사과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지게차 기사와 회사 간부, 사장 등 3명은 A 씨를 찾아와 사과했다. 이날 생일을 맞은 그는 “단골 식당 주인이 생일상을 차려줬다”며 “한국에서 성실히 일하고 싶다. 돈을 모아 고향에 있는 약혼녀와 결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는 정부에 이주노동자 인권침해 실태 조사를 촉구하고, 영상을 통해 확인된 가해 노동자들을 조만간 경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영상을 보고 눈을 의심했다”며 “세계적 문화 강국이자 민주주의 모범 국가에서 벌어진 일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권침해를 엄단하겠다고 강조했다.나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정말 수치스러웠습니다.”24일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스리랑카 이주노동자 A 씨(31)는 이렇게 말했다. ‘코리아드림’을 안고 입국한 A 씨는 이날 생일을 맞았다.A 씨는 2월 26일 정오 전남 나주의 한 공장에서 화물에 결박당하고 지게차로 들어 올려지는 인권유린 상황을 30분가량 겪어야 했다고 한다. 지난해 연말 고용허가제 근로자로 한국에 입국한 A 씨는 해당 공장에서 3개월 정도 일할 때 이 사건을 겪었다.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에 따르면 사건 당일 오전 50대 한국인 지게차 운전자는 동료 스리랑카 근로자에게 A 씨에게 벽돌 포장 일을 잘 가르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지게차 운전자는 점심시간에 “A 씨가 제대로 벽돌 포장을 못 하고 있다”며 지적했다.지게차 운전자는 이후 A 씨를 하얀 비닐로 사각형 벽돌 다발에 함께 묶었다. A 씨를 벽돌 다발에 묶은 뒤 지게차로 들고 5분 정도 공장 내부를 왔다 갔다 했다. A 씨가 옴짝달싹 못 하는 모습을 보고 동료 노동자들은 휴대전화로 촬영하며 웃었다. 지게차 운전자는 허공에 매달린 A 씨를 향해 “잘못했냐”, “잘못했다고 해야지”라며 다그쳤다.A 씨는 점심을 먹은 직후 지게차 사건을 당해 “하마터면 토할 뻔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 공장에서는 A 씨를 포함해 스리랑카, 동티모르, 중국 등 이주노동자 10여 명, 한국인 노동자 5~6명 등 총 20여 명이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관계자는 “비닐 묶음을 당한 A 씨가 벽돌에 묶어지고 지게차로 들어 올려진 시간은 총 30분 정도인 것 같다”고 말했다.한국어가 서투른 A 씨는 자신이 조롱당하고 있다고 생각해 동료 근로자 등에게 수개월 동안 도움을 요청해 최근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가 사건을 파악하게 됐다. 전남이주노동자네트워크는 24일 나주시청 앞에서 인권유린 실태 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나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광주시 상수도사업본부 직원들이 소송 전담팀(TF)을 운영해 행정소송에서 승소함으로써 약 20억 원의 예산을 절감했다. 23일 광주시에 따르면 대법원은 올 2월 A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 상수도사업본부를 상대로 제기한 ‘상수도원인자부담금 부과처분 무효확인’ 소송을 기각했다. 상수도원인자부담금은 광주시 상수도원인자부담금 징수 조례에 따라 대규모 수도 공사 및 시설 설치로 발생하는 비용을 원인을 제공한 사업 시행자가 부담하도록 한 금액이다. 이번 사건은 광주시 상수도사업본부가 환경부 표준조례와 달리 급수구역 내외 구분 없이 부담금을 산정해 A조합에 부과하면서 시작됐다. A조합 측은 2023년 “광주시 조례가 환경부 표준조례보다 범위를 확대해 부과했다”며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광주시의 일부 과다 부과를 인정해 부담금을 환급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상수도사업본부는 기술·법무·재정 인력으로 구성된 7인 소송 전담팀을 꾸려 대응에 나섰다. 전담팀은 원스톱 대응 체계를 구축해 2024년 9월 2심 재판에서 “광주시 징수 조례는 수도법 취지에 부합하고 과다 부과로 볼 근거가 없다”는 판결을 이끌어냈고, 대법원도 이를 확정했다. 이번 판결 이후 유사한 소송 3건에서도 연이어 승소해 총 20억 원가량의 예산을 절감하게 됐다. 광주시는 절감된 예산을 노후 상수관 교체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물난리로 전국에서 28명이 숨지거나 실종된 가운데, 광주 광산구가 여름 물 축제를 강행하려다 비판 여론에 밀려 일정을 보류했다. 광주에서는 이번 극한 호우로 1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다.23일 광산구에 따르면 구는 당초 26일 첨단1동 미관광장 일대에서 ‘제2회 광산 워터락 페스티벌’을 열 계획이었다. 축제는 연예인 초청 공연과 물총 대전, 키즈풀, 얼음 놀이터 등 전형적인 여름 물놀이 행사로 구성됐다.광산구는 이번 폭우로 130억 원이 넘는 재산 피해를 입었고,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요청한 상황이다. 인접한 북구에서는 인명 피해도 발생했다. 이런 가운데 구가 물놀이 축제를 추진하겠다고 하자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오주섭 광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전국이 수해로 무거운 분위기인데 물놀이 축제를 여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며 “더구나 심각한 피해를 입은 광산구가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논란이 커지자 광산구는 23일 상인들과 긴급 간담회를 열고 축제 개최를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박병규 광산구청장은 “이번 워터락 페스티벌은 민관이 함께 준비한 뜻깊은 행사였던 만큼 마음이 무겁다”며 “상인과 주민들이 뜻을 모아 축제를 보류하기로 했다. 폭우로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하루빨리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복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한편 같은 날 ‘물놀이 페스타’를 개최할 예정이었던 전남 함평군도 행사를 취소했다. 군 관계자는 “18일부터 운영 중인 물놀이장에서 간단한 행사를 열 계획이었지만, 수해 상황을 고려해 취소했다”고 밝혔다.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오직 살려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귀가하던 중 다리에 매달린 여성을 살리다가 부상을 당한 소방관 황대하 씨(30)는 22일 이렇게 말했다. 그는 16일 오후 11시경 모임을 마치고 귀가하는 길이었다. 집 앞에서 부인을 만나기로 했었다고 한다. 황 씨는 집 인근 광주 북구 오룡동 첨단대교를 걸어가던 중 20대 여성 A 씨가 발끝으로 다리 밖 난간 모서리에 위태롭게 서 있는 것을 봤다. A 씨가 위태롭게 매달려 있었고 또래 남자친구는 난간 안에서 옷깃만 겨우 잡고 버티고 있었다. 두 사람은 술을 마신 것 같았다고 했다. 광주 북구와 광산구를 잇는 왕복 8차로인 첨단대교는 높이 10∼13m, 길이 385m 규모다. 첨단대교는 영산강 상류에 있어 강보다 하천 둔치가 많아 추락하면 목숨을 잃을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하다. 황 씨는 첨단대교 주변 상황을 알고 있어 애가 탔다. 그는 A 씨를 붙잡은 뒤 다리 안쪽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1, 2분 동안 안간힘을 다했다. 다리 난간 폭이 좁아 까치발을 해가며 구조했다. 구조한 이후 5분 정도 A 씨를 안정시키며 119와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황 씨는 A 씨가 안전하게 이송되는 것을 보고 귀가했다. 그러다 다음 날인 17일 출근하려고 준비하던 중 오른쪽 다리에 통증을 느꼈다. 긴박하게 구조작업을 하다가 다친 줄도 몰랐다. 병원 진료 결과 오른쪽 무릎 인대와 근육 파열이라는 전치 2주 부상을 입고 입원 치료를 받았다. 현재는 통원 치료를 받고 있다. 황 씨는 광주 서부소방서 예방안전과에서 소방교로 근무하고 있다. 5년 동안 화재·재난 현장에서 인명을 구했다. 부인 김미현 씨(32)는 광주 광산소방서 구급대원이며 아버지는 소방관으로 정년퇴직한 소방 가족이다. 황 씨는 “어릴 적부터 생명을 구하는 소방관이 되고 싶었다”며 “위험한 상황에 처한 시민들을 보면 항상 달려가 구조하겠다”고 말했다.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이재민들을 지원하려는 기부와 복구 활동이 각지에서 이어지고 있다. 개인 기부자와 단체는 물론이고 외국인 근로자, 타 지역 자원봉사자들도 복구 현장에 참여하고 있다. 22일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경남 기부 천사’로 불리는 익명의 남성이 이날 오전 창원시 의창구 모금회 사무국 입구에 성금 500만 원과 손편지, 국화꽃 한 송이가 담긴 상자를 놓고 사라졌다. 편지에는 “국지성 집중호우로 희생된 분들께 애도를 표하며, 이재민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남성은 2017년부터 매년 재난 피해가 발생할 때마다 기부를 이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의 누적 기부액은 6억9000여만 원에 달한다. 광주 서구에서는 고액 기부자 모임인 ‘서구아너스’ 회원들이 침수 피해를 입은 13가구에 전기밥솥, 냉장고, 선풍기 등 1300만 원 상당의 생활필수품을 전달했다. 전남 곡성군에서는 외국인 계절 근로자들도 복구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옥과농협 소속 라오스 출신 근로자와 농협 직원 등 29명은 침수 피해를 입은 농가를 찾아 토사 제거와 주변 정리, 멜론 모종 세우기 등의 작업을 도왔다. 지난봄 산불 피해를 입은 경북 영양군 주민들도 이번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입은 경남 산청군 수해 복구 지원에 나섰다. 22일 경북 산불 피해 주민대책위원회 소속 영양군 주민 10여 명은 미니 굴착기를 실은 1t 트럭을 이용해 경남 산청군 산청읍 부리마을을 찾았다. 이들은 오전 4시께 출발해 250km가량을 달려와 도착 직후 복구 현장에 투입됐으며, 토사 제거 등 복구 작업을 도왔다. 김남수 경북 산불 피해 주민대책위원회 영양지역 대책위원장은 “지난 산불 때 전국 각지에서 우리를 도와주러 와주셨던 걸 잊지 않았다”고 했다. 기업들의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SK그룹은 성금 20억 원과 3억 원 상당의 구호물품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그룹 각 계열사의 구호 활동도 이어졌다. LG그룹도 성금 20억 원을 기탁했다.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모포류, 의류, 생활용품 등 이재민에게 필요한 긴급 구호키트도 전달할 계획이다. GS그룹은 성금 10억 원을 기탁했다. 한국경제인협회와 풍산그룹도 각각 성금 5억 원을 기부했다. 유통업계도 힘을 모으고 있다. CJ그룹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성금 5억 원을 기부했다고 22일 밝혔다. 이 밖에 KT&G가 성금 5억 원, 현대백화점그룹이 성금 3억 원, 윤호중 hy·팔도 회장이 2억 원을 기부했다. 쿠팡은 4만여 개 구호물품을 광주, 경남 함양군 등 피해 현장에 전달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오직 살려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습니다.”귀가하던 중 다리에 매달린 여성을 살리다 부상 당한 소방관 황대하 씨(30·사진)는 22일 이렇게 말했다. 그는 16일 오후 11시경 모임을 마치고 귀가하는 길이었다. 집 앞에서 부인을 만나기로 했었다고 한다.황 씨는 집 인근 광주 북구 오룡동 첨단대교를 걸어가던 20대 여성 A 씨가 발끝으로 다리 밖 난간 모서리에 위태롭게 서 있는 것을 봤다. A 씨가 위태롭게 매달려 있었고 또래 남자친구는 난간 안에서 옷깃만 겨우 잡고 버티고 있었다. 두 사람은 술을 마신 것 같았다고 했다.광주 북구와 광산구를 잇는 왕복 8차선인 첨단대교는 높이 10~13m, 길이 385m 규모다. 첨단대교는 영산강 상류라 강보다 하천 둔지가 많아 추락하면 목숨을 잃을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하다.황 씨는 첨단대교 주변 상황을 알고 있어 애가 탔다. 그는 A 씨를 붙잡은 뒤 다리 안쪽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1, 2분 동안 안간힘을 다했다. 다리 난간 폭이 좁아 까치발을 해가며 구조했다. 구조한 이후 5분 정도 A 씨를 안정시키며 119와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황 씨는 A 씨가 안전하게 이송되는 것을 보고 귀가했다. 그러다 다음날인 17일 출근하려고 준비하던 중 오른쪽 다리에 통증을 느꼈다. 긴박하게 구조작업을 하다 다친 줄도 몰랐다. 병원 진료 결과, 오른쪽 무릎 인대와 근육파열이라는 전치 2주 부상을 입고 입원 치료를 받았다. 현재는 통원 치료를 받고 있다. 황 씨는 광주 서부소방서 예방안전과에서 소방교로 근무하고 있다. 5년 동안 화재· 재난 현장에서 인명을 구했다. 부인 김미현 씨(32)는 광주 광산소방서 구급대원이며 아버지는 소방관으로 정년퇴직한 소방 가족이다. 황 씨는 “어릴 적부터 생명을 구하는 소방관이 되고 싶었다”며 “위험한 상황에 처한 시민들을 보면 항상 달려가 구조하겠다”고 말했다.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광주에 하루 동안 420mm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피해가 1300건 이상 발생하자 광주시는 배수용량 확대와 배수구 청소도구함 설치 확대 등 폭우 대책을 강화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지자체의 대응뿐 아니라 시민들의 공동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광주시에 따르면 16일부터 20일까지 광주에는 총 536.1mm의 비가 내렸고, 이로 인한 재산 피해 신고는 총 1311건에 달했다. 피해 유형은 △도로 침수 447건 △도로 파손 263건 △차량 침수 124건 △경사지 붕괴 62건 △수목 전도 54건 △기타 101건 등이다. 피해 대부분은 하루 동안 426.4mm가 쏟아진 17일에 집중됐다. 시 관계자는 “이번 집계는 신고와 응급복구를 기반으로 한 잠정 수치로, 실태조사가 완료되면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폭우로 광주 내 상습 침수 지역도 어김없이 물에 잠겼다. 광주에는 침수 우려 도로 31곳, 홍수 취약지구 19곳 등 상습 침수지역이 총 50곳 있다. 이번에 피해를 입은 북구 신안교, 남구 백운광장 등도 이에 포함된다. 신안교 일대 주민들은 “차수벽 등 침수 예방시설이 오히려 피해를 키웠다”고 주장했고, 백운광장 주민들은 “몇 년마다 침수가 반복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신안교의 경우 복개 하천인 서방천의 폭을 1.5배 이상 넓히는 등 근본적인 치수 대책이 필요하고, 백운광장은 지하철 2호선 공사가 마무리돼야 피해가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광주시는 앞으로 시간당 88mm의 강우를 감당할 수 있도록 배수관과 저류시설 등을 확대·정비할 계획이다. 다만 도심 하천 여건과 예산 문제로 이 목표 달성 시기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20일 신안교 등 피해 현장을 방문한 김민석 국무총리에게 광주지역의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요청했다. 강 시장은 신안교 저지대 침수 방지를 위한 신안철교 재가설과 서방천 하천 폭 확대 등 항구적인 폭우 대책 마련과 함께 국가 차원의 재정 지원도 건의했다. 그는 “기후위기에 따른 국지성 집중호우가 잦아지면서 자연재난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상습 침수 지역에 대한 항구적인 개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피해 대응에는 시민 참여도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의 재산 피해 1311건 중 172건(13%)은 배수 불량에 따른 것으로, 대부분 배수구가 쓰레기로 막힌 데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시는 최근 한 달 동안 저지대 배수구를 중심으로 정비를 해왔지만, 기록적인 폭우로 도심 전역에서 쓰레기가 배수구로 밀려들었다. 시 관계자는 “침수 피해 상당수가 배수구를 덮은 쓰레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광주시는 지난해부터 배수구 주변에 시민이 직접 사용할 수 있는 청소도구함 25개를 설치해왔다. 폭우 시 시민들이 청소도구함을 활용해 배수구를 정비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응책으로 제시된다. 전남 지역도 큰 피해를 입었다. 도로·제방 등 공공시설 파손 366건, 주택 침수 572건, 가축 폐사 29만 마리, 농경지 침수 7764ha 등이 보고됐다. 류용욱 전남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17일 광주에 내린 비는 기상이변 수준의 폭우였다”며 “행정기관은 저류지 설치 등 배수 용량을 키우고, 시민들도 배수구 청소 등 일상적인 노력에 나서야 민관이 함께 재난에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순식간에 물이 차오르는데, 시골에 계신 친어머니가 떠올라 정신없이 뛰었습니다.”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지난 17일, 광주 북구 신안교 인근 주택가에서 20분 만에 이웃 할머니 3명을 구조한 주인공은 건설회사에 근무하는 문종준 씨(50·사진)다.건설업계에서 30년 가까이 일한 문 씨는 이날 오후 폭우가 내리자 상습 침수지역인 신안교 주변 자택이 걱정돼 조기 퇴근했다. 회사 대표는 “광주 곳곳이 침수되고 있다”며 직원들에게 귀가를 권했다. 오후 3시 30분경 집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거리는 평온했고, 함께 퇴근한 아내와 외출을 준비하고 있었다.그러나 오후 4시 30분경 외식을 위해 집을 나서는 순간, 갑자기 거리에 빗물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배꼽까지 물이 차오르자 문 씨는 가장 먼저 옆집 할머니가 걱정됐다. 그는 곧바로 옆집으로 뛰어들어가 할머니를 부축해 집 밖으로 모셨다.잠시 뒤, 또 다른 이웃집 앞에서 50대와 60대 남성이 철제 대문을 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문 씨는 이들과 함께 문을 비틀어 40~50cm 틈을 만들고, 두 번째 할머니를 구조했다. 해당 주택은 지대가 낮아 빗물이 문턱을 넘은 뒤 수심이 입에 닿을 정도까지 불어나고 있었다.세 번째 구조는 가장 극적이었다. 구조를 마친 뒤 잠시 숨을 돌리고 있던 문 씨에게 한 이웃이 “어머니가 침수되고 있는 저 집에 혼자 있다”고 외쳤다. 문 씨는 키 176cm, 체중 92kg의 건장한 체격으로 물살을 가르며 침수 주택으로 향했다. 문턱을 넘자 물이 목까지 차올랐지만, 그는 기어이 거동이 불편한 80대 할머니를 업고 무사히 빠져나왔다.문 씨가 구조한 세 가구 모두 1층 한옥으로, 침수에 취약한 구조였다. 물은 불과 1~2분 만에 허리에서 목 높이까지 차올랐다. 세 명의 할머니를 구조하는 데 걸린 시간은 20여 분에 불과했다.문 씨는 21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그 순간엔 망설일 틈도 없었고, 마치 우리 어머니를 구하듯 몸이 먼저 움직였다”며 “구조 작업을 함께한 이웃들과는 자연스럽게 끈끈한 사이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가 좋은 일을 했다고 유급 휴가와 침수 피해 복구비를 일부 지원해줘 감사했다”고 덧붙였다.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광주에 하루 동안 420㎜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피해가 1300건 이상 발생하자, 광주시는 배수용량 확대와 배수구 청소도구함 설치 확대 등 폭우 대책을 강화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지자체의 대응뿐 아니라 시민들의 공동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한다.광주시에 따르면 16일부터 20일까지 광주에는 총 536.1㎜의 비가 내렸고, 이로 인한 재산 피해 신고는 총 1311건에 달했다. 피해 유형은 △도로 침수 447건 △도로 파손 263건 △차량 침수 124건 △경사지 붕괴 62건 △수목 전도 54건 △기타 101건 등이다. 피해 대부분은 하루 동안 426.4㎜가 쏟아진 17일에 집중됐다. 시 관계자는 “이번 집계는 신고와 응급복구를 기반으로 한 잠정 수치로, 실태조사가 완료되면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폭우로 광주 내 상습 침수 지역도 어김없이 물에 잠겼다. 광주에는 침수 우려 도로 31곳, 홍수 취약지구 19곳 등 상습 침수지역이 총 50곳 있다. 이번에 피해를 입은 북구 신안교, 남구 백운광장 등도 이에 포함된다.신안교 일대 주민들은 “차수벽 등 침수 예방시설이 오히려 피해를 키웠다”고 주장했고, 백운광장 주민들은 “몇 년마다 침수가 반복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신안교의 경우 복개하천인 서방천의 폭을 1.5배 이상 넓히는 등 근본적인 치수 대책이 필요하고, 백운광장은 지하철 2호선 공사가 마무리돼야 피해가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광주시는 앞으로 시간당 88㎜의 강우를 감당할 수 있도록 배수관과 저류시설 등을 확대·정비할 계획이다. 다만 도심 하천 여건과 예산 문제로 이 목표 달성 시기는 불확실한 상황이다.강기정 광주시장은 20일 신안교 등 피해 현장을 방문한 김민석 국무총리에게 광주지역의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요청했다. 강 시장은 신안교 저지대 침수 방지를 위한 신안철교 재가설과 서방천 하천 폭 확대 등 항구적인 폭우 대책 마련과 함께 국가 차원의 재정 지원도 건의했다. 그는 “기후위기에 따른 국지성 집중호우가 잦아지면서 자연재난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상습 침수 지역에 대한 항구적인 개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한편, 피해 대응에는 시민 참여도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의 재산 피해 1311건 중 172건(13%)은 배수불량에 따른 것으로, 대부분 배수구가 쓰레기로 막힌 데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시는 최근 한 달 동안 저지대 배수구 중심으로 정비를 해왔지만, 기록적인 폭우로 도심 전역에서 쓰레기가 배수구로 밀려들었다. 시 관계자는 “침수 피해 상당수가 배수구를 덮은 쓰레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이에 따라 광주시는 지난해부터 배수구 주변에 시민이 직접 사용할 수 있는 청소도구함 25개를 설치해왔다. 폭우 시 시민들이 청소도구함을 활용해 배수구를 정비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응책으로 제시된다.전남 지역도 큰 피해를 입었다. 도로·제방 등 공공시설 파손 366건, 주택 침수 572건, 가축 폐사 29만 마리, 농경지 침수 7764㏊ 등이 보고됐다.류용욱 전남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17일 광주에 내린 비는 기상이변 수준의 폭우였다”며 “행정기관은 저류지 설치 등 배수 용량을 키우고, 시민들도 배수구 청소 등 일상적인 노력에 나서야 민관이 함께 재난에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원인과 관련해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가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 이후 조종사가 정상 작동하는 엔진을 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유가족들이 “근거 자료 없이 결론만 제공한다”며 강력 반발해 엔진 정밀조사 결과 발표가 취소되는 등 파행이 빚어졌다. 20일 국토부에 따르면 사조위는 19일 오후 3시 전남 무안공항에서 엔진 합동 정밀조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었다. 앞서 사조위는 현장에서 수거한 엔진 2개를 5월 엔진 제작사인 프랑스 CFM 인터내셔널에 보내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와 프랑스 사고 조사 당국 등이 참여해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에 따라 항공사, 국토부 등 책임 소재가 갈릴 수 있다. 조사 결과 사조위는 엔진에 조류가 충돌하며 손상을 입은 뒤에도 좌측 엔진은 비행이 가능한 정도의 출력을 유지했지만, 조종사가 비상 절차를 수행하며 엔진을 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결과 발표 전 별도 브리핑을 받은 유가족 측이 “죽은 새와 조종사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라며 발표 자체를 반대해 구체적인 조사 결과는 발표되지 않았다. 김유진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여러 근거를 첨부해 유가족을 납득시켜야 하는데 결론으로만 설명하고 근거 자료는 공개할 수 없다고 한다”며 “세계적인 전문가가 함께 조사한 보고서를 공개해 달라고 하는데 사고 결과만 통보했다”고 비판했다. 유가족 측은 사조위가 소극적으로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가족들에 따르면 사조위 측은 4월 관제탑과 조종사 간 교신 내용 일부를 공개할 때도 사조위 단장이 내용을 낭독한 뒤 별도 질문 등을 받지 않았다. 사조위 측은 국제 규정에 따라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조종실 음성기록(CVR)을 외부에 공개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다. 관계자는 “유가족 대상으로 10여 차례 설명회를 개최해 왔다”며 “2, 3중으로 사실 확인을 한 자료는 국제 규정에 따라 전면 공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파행을 두고 일각에서는 무리한 중간발표보다 신뢰성을 높일 방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윤식 가톨릭관동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사조위는 법적 책임을 판단하는 것이 아닌 사고 재발을 방지하는 데 초점을 맞춰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조위는 내년 4월 최종 보고서 초안을 작성해 6월 중 최종 결과 보고서를 발표할 계획이다.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무안=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빠루(망치) 좀 가져와요, 얼른!” 17일 오후 광주 동구 소태동. 자동차 정비소를 운영하는 최승일 씨(54·사진)는 거세게 불어난 빗물 속에서 두 다리가 아스팔트 틈에 끼여 움직이지 못하는 70대 노인을 붙잡고 다급히 외쳤다. 노인은 이미 많은 물을 마셔 얼굴이 노랗게 질린 상태였다. 망치를 손에 쥔 최 씨는 노인의 다리가 낀 도로 틈을 깨기 시작했다. 그 순간 노란색 승용차가 물살에 휩쓸려 두 사람을 향해 밀려왔다. 정비소 직원들이 몸을 던져 차량을 막아섰다. 이들은 20여 분간의 사투 끝에 노인을 무사히 구조해 물 밖으로 탈출시켰다. 노인은 다리에 가벼운 찰과상만 입었고 생명에 지장은 없었다. ● 떠내려오는 승용차, 몸으로 막으며 노인 구출 20일까지 닷새간 한반도를 휩쓴 역대급 폭우로 전국 곳곳이 물에 잠기고 17명이 숨졌다. 행정력이 총동원돼 피해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가운데, 시민들도 직접 발 벗고 나서 사람들을 구하고 추가 인명 피해를 막았다.17일 광주 소태동에서는 최 씨와 정비소 직원들, 인근 주민들이 힘을 합쳐 70대 노인을 구조했다. 이날 오후 5시쯤 폭우로 물에 잠긴 도로를 걷던 노인의 두 다리가 아스팔트 틈에 빠졌다. 처음에는 단순히 넘어진 것으로 보였다. 최 씨는 “노인분을 일으켜 드리려 도로 가장자리 철조망을 붙잡고 다가갔는데 다리가 완전히 끼여 옴짝달싹 못 하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물살이 몰아치던 현장은 경사진 도로였다. 광주에는 이날 하루 동안 4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져 역대 최다 강수량을 기록했다. 빗줄기는 거세게 이어졌고, 순식간에 물은 성인 허벅지를 넘더니 엉덩이 높이까지 차올랐다. 최 씨는 노인을 붙잡아 세운 뒤 소리쳐 직원들을 불러 모았다. 물살은 키 178cm, 체중 80kg인 건장한 체격의 최 씨조차 버티기 힘들 정도로 거셌다. 최 씨는 직원들에게 “정비소 신축 공사 때 남은 합판을 가져오라”고 소리쳤다. 직원들이 합판을 들고 와 노인 주변에 세워 물살을 막자 점차 수위가 낮아졌고 노인의 안색도 차츰 돌아오기 시작했다. 30년 경력의 차량 정비기술사인 최 씨는 도로 상태를 감안할 때 다리가 꽉 끼여 있는 상태에서 무리하게 당기면 큰 부상이 우려된다고 판단했다. 그는 망치를 받아 쪼개진 아스팔트 사이에 끼워 넣고 비틀며 도로 틈을 넓혀 나갔다. 그 사이 직원들은 돌, 나무, 타이어 같은 부유물들을 온몸으로 막았다. 노란색 승용차 한 대는 최 씨와 노인 바로 뒤까지 밀려왔지만 직원들이 힘을 모아 가까스로 막아냈다. 20여 분 만에 노인의 왼쪽 다리가 먼저 빠졌다. 이어 오른쪽 다리도 꺼낼 수 있었다. 최 씨와 직원들은 노인을 부축해 무사히 물 밖으로 이끌었다. 노인은 다치지 않았지만 최 씨는 거센 물살 속 부유물에 다리를 찢기고 온몸에 멍이 들었다. 최 씨는 “구조하면서 1L들이 콜라병만큼 빗물을 마신 것 같다”면서도 “나도 위험하겠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할아버지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무사히 구조해서 뿌듯하다”며 웃었다.● 급류 속 시민 구출한 교사, 밧줄로 주민 구한 이장 17일 시간당 4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진 경북 청도군에서도 시민 구조가 이어졌다. 청도고 교사 박제규 씨와 김동한 씨는 하굣길 학생들의 안전을 살피던 중, 소하천에 떠내려가는 60대 남성을 발견했다. 남성은 하천 물살에 휩쓸리다 바위를 간신히 붙잡은 상황이었다. 두 교사는 주저 없이 물에 뛰어들어 그를 구조했다. 이 남성은 작업 도중 발을 헛디뎌 100m가량 떠내려왔으며, 조금만 더 흘러갔다면 본류와 합류하는 급류에 휘말릴 뻔한 아찔한 상황이었다. 19일에는 산사태가 발생한 경남 산청군 송계마을에서 마을 이장이 물에 고립된 주민 2명을 직접 구조했다. 마을 주택들이 모두 침수된 가운데, 이장은 밧줄을 들고 불어난 물살을 헤엄쳐 주민들에게 접근해 그들을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 울산 태화강에서는 침수된 차량 안에 갇힌 시민 2명이 다수 시민의 신속한 신고 덕분에 구조됐다. 울산소방본부 관계자는 “시민들의 빠른 신고가 없었다면 골든타임을 놓쳤을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청도=장영훈 기자 jang@donga.com산청=김화영 기자 run@donga.com}

“빠루(망치) 좀 가져와요, 얼른!”17일 오후 광주 동구 소태동. 자동차 정비소를 운영하는 최승일 씨(54)는 거세게 불어난 빗물 속에서 두 다리가 아스팔트 틈에 끼어 움직이지 못하는 70대 노인을 붙잡고 다급히 외쳤다. 노인은 이미 많은 물을 마셔 얼굴이 노랗게 질린 상태였다. 곧바로 전달된 망치를 손에 쥔 최 씨는 노인의 다리가 낀 도로 틈을 깨기 시작했다.그 순간 노란색 승용차가 물살에 휩쓸려 두 사람을 향해 밀려왔다. 정비소 직원들이 몸을 던져 차량을 막아섰다. 이들은 20여 분간의 사투 끝에 노인을 무사히 구조해 물 밖으로 탈출시켰다. 노인은 다리에 가벼운 찰과상만 입었고 생명에 지장은 없었다. ● 떠내려오는 승용차, 몸으로 막으며 노인 구출 20일까지 닷새간 한반도를 휩쓴 역대급 폭우로 전국 곳곳이 물에 잠기고 최소 16명 이상 숨졌다. 행정력이 총동원돼 피해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가운데, 시민들도 직접 발 벗고 나서 사람들을 구하고 추가 인명 피해를 막았다.17일 광주 소태동에서는 최 씨와 정비소 직원들, 인근 주민들이 힘을 합쳐 70대 노인을 구조했다. 이날 오후 5시쯤 폭우로 물에 잠긴 도로를 걷던 노인의 두 다리가 아스팔트 틈에 빠졌다. 처음에는 단순히 넘어진 것으로 보였다. 최 씨는 “노인분을 일으켜드리려 도로 가장자리 철조망을 붙잡고 다가갔는데 다리가 완전히 끼어 옴짝달싹 못하는 상태였다”고 말했다.물살이 몰아치던 현장은 경사진 도로였다. 광주에는 이날 하루 동안 4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져 역대 최다 강수량을 기록했다. 빗줄기는 거세게 이어졌고, 순식간에 물은 성인 허벅지를 넘더니 엉덩이 높이까지 차올랐다. 최 씨는 노인을 붙잡아 세운 뒤 소리쳐 직원들을 불러 모았다.물살은 키 178㎝, 체중 80㎏인 건장한 체격의 최 씨조차 버티기 힘들 정도로 거셌다. 최 씨는 직원들에게 “정비소 신축 공사 때 남은 합판을 가져오라”고 소리쳤다. 직원들이 합판을 들고 와 노인 주변에 세워 물살을 막자 점차 수위가 낮아졌고 노인의 안색도 차츰 돌아오기 시작했다.30년 경력의 차량 정비기술사인 최 씨는 도로 상태를 감안할 때 다리가 꽉 끼어 있는 상태에서 무리하게 당기면 큰 부상이 우려된다고 판단했다. 그는 망치를 받아 쪼개진 아스팔트 사이에 끼워 넣고 비틀며 도로 틈을 넓혀 나갔다. 그 사이 직원들은 돌, 나무, 타이어 같은 부유물들을 온몸으로 막았다. 노란색 승용차 한 대는 최 씨와 노인 바로 뒤까지 밀려왔지만, 직원들이 힘을 모아 가까스로 막아냈다. 20여 분간 만에 노인의 왼쪽 다리가 먼저 빠졌다. 이어 오른쪽 다리도 꺼낼 수 있었다. 최 씨와 직원들은 노인을 부축해 무사히 물 밖으로 이끌었다.노인은 다치지 않았지만 최 씨는 거센 물살 속 부유물에 다리를 찢기고 온몸에 멍이 들었다. 최 씨는 “구조하면서 1L들이 콜라병 만큼 빗물을 마신 것 같다”면서도 “나도 위험하겠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할아버지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무사히 구조해서 뿌듯하다”며 웃었다.● 급류 속 시민 구출한 교사, 밧줄로 주민 구한 이장 17일 시간당 4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진 경북 청도에서도 시민 구조가 이어졌다. 청도고등학교 교사 박제규 씨와 김동한 씨는 하굣길 학생들의 안전을 살피던 중, 소하천에 떠내려가는 60대 남성을 발견했다. 남성은 하천 물살에 휩쓸리다 바위를 간신히 붙잡은 상황이었다. 두 교사는 주저 없이 물에 뛰어들어 그를 구조했다. 이 남성은 작업 도중 발을 헛디뎌 100m가량 떠내려왔으며, 조금만 더 흘러갔다면 본류와 합류하는 급류에 휘말릴 뻔한 아찔한 상황이었다.19일에는 산사태가 발생한 경남 산청군 송계마을에서 마을 이장이 물에 고립된 주민 2명을 직접 구조했다. 마을 주택들이 모두 침수된 가운데, 이장은 밧줄을 들고 불어난 물살을 헤엄쳐 주민들에게 접근해 그들을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 울산 태화강에서는 침수된 차량 안에 갇힌 시민 2명이 다수 시민의 신속한 신고 덕분에 구조됐다. 울산소방본부 관계자는 “시민들의 빠른 신고가 없었다면 골든타임을 놓쳤을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청도=장영훈 기자 jang@donga.com산청=김화영 기자 run@donga.com}

19일 오후로 예정됐던 ‘12·29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엔진 정밀조사 결과 발표가 무산됐다. 유가족들이 “사고 원인과 관련된 일부 표현에서 마치 최종 결론에 도달한 것처럼 단정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문구들이 있었다”고 주장하며 결과 발표를 강하게 반대하면서다.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당초 이날 오후 3시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지난해 12월 29일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추락사고의 엔진 합동 정밀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관계자들이 참석해 엔진 정밀조사 결과와 사고 경위를 발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보다 앞서 열린 유가족들과의 사전 설명회에서 조사결과에 대한 유가족들의 항의가 계속되자 브리핑을 전격 취소했다. 유가족들은 조사 결과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김유진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 협의회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프랑스에서 각 위원들과 세계적인 전문가들 등이 같이 (엔진에 대해) 조사했다. 분명히 조사 결과가 있을 텐데,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았다”며 “일방적 사고 조사 결과만 통보했다. 결과가 있다면 과정도 알려달라”고 강조했다. 유가족들이 국토부에 엔진 정밀조사 결과에 대한 근거 자료를 공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취지다. 이들은 또 관제 기록도 4분 7초 분량만 공개됐을 뿐 사고 전 상황은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유가족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청회 개최도 제안했다. 김 대표는 “원래 중간보고서 이후에 (공청회를) 열도록 돼 있는데 공청회 통해서 투명하게 공개되길 바란다”고 밝혔다.이후 유가족 측은 입장문을 발표하고 “사조위가 준비한 엔진 정밀조사 관련 보도자료의 내용을 검토한 결과 사고 원인과 관련된 일부 표현들에서 마치 최종 결론에 도달한 것처럼 단정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문구들이 있었다”며 “현재 단계에서는 다양한 원인의 가능성 중 하나를 다루는 중간 조사 결과로 이해돼야 하며, 이 같은 표현이 언론을 통해 전달될 경우 시민들에게 혼란을 줄 우려가 있어 신중한 재검토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29일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추락사고로 승객과 승무원 179명이 숨졌다. 올해 1월 국토부는 “엔진에서 깃털이 발견됐다”며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로 인한 사고 발생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무안=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